결혼작사 이혼작곡 S1. 11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미) 오빠
(유신) 응?
오빠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 언제?
글쎄, 여러 번이라
여러 번?
(유신) 응
행복한 남자네, 오빠
우리 아가씨는?
아가씨란 호칭 오빠한테 처음 들어
한국에선 많이 써
언제 가장 행복했어?
[생각하는 신음]
UCLA 들어갔을 때?
- 의외인데? - (아미) 뭐가?
일상이 행복 같거든
그래 보여
행복해요
(유신) '요'?
[아미의 놀라는 숨소리]
[유신의 한숨]
[아미가 잔을 탁 내려놓는다]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승마 배울 맘 없어?
오빠가 가르쳐 주면?
오케이
방송 일 하려고 마음먹었으면 승마는 기본이야
수영, 운전
골프, 춤
잘 춰?
좋아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했나?
네 [아미의 놀라는 숨소리]
(유신) '네'?
[아미의 한숨]
아휴, 봐준다
오빠, 우리 클럽 가
나 한국 클럽 궁금해
나중에
다른 사람이랑 가는 거보다 낫잖아
(아미) 오빠
첫사랑이랑 결혼한 거 아니지?
[입소리를 쩝 낸다]
아니지
첫사랑 누구?
난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게
첫사랑이랑 늙어 가
결혼한 분이 첫사랑이었네, 뭐
노, 노, 엄마
키워 준 엄마, 낳아 준 엄마 아니고
[헛웃음]
한국 막장 드라마가 떠올라
[유신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휴대전화 조작음]
[유신의 한숨]
완전 속도전으로 마셨다, 우리
어떻게 키워 준 엄마를 사랑할 수가 있어?
아니, 사랑은 맞아, 어쨌든 엄마니까
근데 첫사랑이라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딸들이 아빠랑 결혼한다는 그런 거야
오빠 부인도 알아?
첫사랑이 시어머니라는 거?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때
중요한 건
다 같이 한 가족으로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
(아미) 낳아 주신 엄마는?
(유신) 나 일곱 살 때 형 잃었다고 했잖아
그때 어머니도
형이랑 엄마, 외롭지 않을 것 같아
살아서도 참 애틋한 모자였고
갈 때도 같이 갔으니
[한숨]
[불안한 음악]
상처 없는 영혼 없다는 말
맞는 거지, 오빠?
상처 있다는 얘기야, 우리 아가씨도?
[아련한 음악]
[유신의 한숨]
얘기해 봐, 뭐든
나 닥터잖아, 신경 정신과
닥터 맞지만
여기는 진료실 아닌걸?
닥터로서 정신 분석학적으로 오빠 본인은 어떤 사람?
[유신이 입소리를 쩝 낸다]
(유신) 정신과에서 사람을 A, B, C군으로 나누기도 하는데
A군은 조현병, 정신 분열증
B군은 연예인 성향 사람들
나르시시즘이 강하면서 반사회성 인격 장애
뭐, C군은 의존성, 회피성
이런 사람들 속하는데
난 아무 데도 해당 안 돼
나도
A군도 아니고
B군도 아니고 C도 아니고
B군
약간 나르시시즘적인
[아미의 투정 섞인 신음]
[함께 피식 웃는다]
나쁜 거 아니야 여자한테는 필요하기도 해
A, B, C군 아니면 한마디로 어떤 사람이냐고
내가 생각하는 나랑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나는 다를 수 있지
그렇게 피하지 말고
피하는 거 아니고
(아미) 오빠 생각에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그랬어
정신과 닥터니 오빠는 정확히 알 것 같아
자신에 대해서
다감한 면도 있지 않아?
비교적 양심적으로 살았고
(유신) 나 정확하고 분명한 거 좋아해
나머지는 차차 겪어 보든가
겪어 볼 마음 있어?
오빠는?
동생 하자는 대로 하지, 오빠들은
[한숨]
(유신) 데려다줄게
아, 오늘 많이 마셨다
안 힘들어? [아미가 살짝 웃는다]
좀
약 사 줘?
그 정도는 아니야
[대리 기사가 안전띠를 달칵 맨다]
너희들 생각해 봐
어떻게 마누라 관절 아픈 건 눈 하나 깜짝 않고
개 관절 약간 부었다고 안고 병원으로 직행할 수 있냐고
(예정) 근처 개 병원도 아니고 조 원장한테, 말이 돼?
말 안 되죠, 어머니
내가 평생 그런 대접 받고 살았다
아휴, 어떻게 아버님이
(예정) 책으로 쓰면 한 권도 모자라
기억했다가 생일 한 번을 제대로 차려 주기를 했나
뻑하면 돈 많이 쓴다고
돈이야 쓰자고 버는 거죠
버는 거시기 따로 있고 쓰는 거시기 따로 있다나?
남도 아니고 가족이 쓰는데
비서에 찬모에 몇 가지 수발을 들어, 내가
일일이 돈 주고 부리려 봐
맞아요, 어머님
24시간 케어로 따져 봐요
500만 잡아도 1년이면 6천
10년이면 6억
결혼한 지 41년
6, 4, 24, 30억이에요, 어머님
근데 개가 더 소중해?
[혀를 쯧 찬다]
[한숨]
(아미) 음, 졸려
[무거운 음악]
인상적이야, 오늘 밤, 나한테는
무슨 생각 해?
인상적이란 말
[노크 소리가 들린다] (예정) 응
[살짝 웃는다]
- 주무세요, 어머님 - (예정) 어
(사현) 아이고 [사현의 힘주는 신음]
(예정) 따뜻해
가습기 틀어 드릴까요?
나 그거 별로야 자고 나면 안 개운하고
아, 수건 적셔서 여… 응? [초인종이 울린다]
앞집인가?
- (문호) 네 엄마는? - (혜령) 지금 막 주무시려고
(혜령) 코트 벗으세요, 아버님
[사현의 한숨]
(사현) 저녁은 드셨어요?
(문호) 응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 (사현) 못 드셨어요? - 상갓집에서 한술 뜨다 말았어
(사현) 아, 누구 돌아가셨길래요
(문호) 얘기 길어, 네 엄마나 나오라 그래
(사현) 엄마, 아빠 오셨어요!
- 밥 차릴게요, 아버님 - (문호) 뭘
바로 내려갈 건데
어머님이 꽃게탕 맛있게 끓이셨어요
(문호) 서방은 내쳐 두고
[문이 달칵 열린다] 먹거나 말거나
- 어쩐 일이에요? - (문호) 어
문상 왔다가
누구 돌아가셨는데요?
박 사장 모친
어느 박 사장?
아이, 당신이 다 알아?
얼른 옷이나 갈아입고 나와
당신이나 얼른 내려가요, 피곤하겠어
(예정) 난 며칠 애들 건사 좀 하고
(혜령) 아버님, 꿀물 드실래요? 과일 드릴까요?
- 나 생각 없어 - (예정) 냉수나 한잔 드려
[익살스러운 음악] (예정) 속 좀 차리게
냉수?
속 끓으면 얼음 씹어 자시든가
애들 성가시게, 쯧, 빨리
혜령이 안 성가시지?
그럼요 [어색한 웃음]
- (사현) 주무시고 가세요, 아버지 - (예정) 뭐 하러
네 아버지 자리 바뀌면 설쳐, 잠
그래요, 아버님
[혜령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네 아버지 따라올 애견가 없을 거야
동미가 글쎄, 다리가 약간 부었어
네 아버지 사색이 돼 가지고
아침도 거르시고 조 원장한테 달려가셨잖니
어머
어떻게, 처치는 잘 받았고? 뭐래요, 조 원장?
(사현) 그 이유로 엄마 화나셨구먼
뭐, 차차 나을 거라고
관절 약 처방도 받고
[혀를 쯧 찬다]
(예정) 애쓰셨네
[문호가 잔을 탁 내려놓는다]
[익살스러운 음악] 당신 같은 인정이 어디 있어
동미는 정말 주인 잘 만났어요
잘 만나다마다
호강이 늘어졌지
웬만한 사람 팔자보다 나아
(예정) 그렇죠?
(문호) 어여 일어서
당신이나 내려가요
[예정의 피곤한 신음]
- (사현) 주무시고 가세요, 아빠도 - (문호) 아, 이러고?
제 옷 있잖아요
(혜령) 그래요, 아버님 내일 아침 드시고 천천히
여보!
(문호) 엄마, 나 밥 좀 차려 줘요, 어?
[익살스러운 음악] [예정의 못마땅한 신음]
혜령아, 찌개 좀 데워서
(혜령) 네
[한숨]
(피영) 아휴
[유신의 술 취한 신음]
[유신의 피곤한 신음]
아휴, 진짜
갈아입고
[피영의 힘주는 신음]
잠깐만
[힘겨운 신음]
[한숨]
(가빈) 저기
[의미심장한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집이니?
언제 오는데?
(반) 싱가포르는 왜?
밥 한번 먹자고
응
(피영) 안 마신대 놓고
[유신의 한숨]
(유신) 아
[유신의 개운한 신음]
[피영이 쟁반을 탁 놓는다]
(피영) 부대껴?
(유신) 자자
(피영) 씻어야지
(유신) 씻겨 줘
샤워 부스까지만 가, 씻겨 줄게
(유신) 아, 타월 적셔다
[헛웃음]
- 애야? - (유신) 오늘은 애 할래
(유신) 아들 [피영의 어이없는 신음]
왜 마셨어, 왜
마시자니까, 선배 안됐고
뭐가 안됐길래?
그런 게 있어, 얘기 길어
[유신의 어리광 섞인 신음] [피영의 웃음]
아이…
[유신의 피곤한 신음] [피영의 놀라는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문호의 한숨]
(예정) 왜 왔어?
문상 왔다니까
[문호가 혀를 쯧 찬다] (예정) 문상 같은 소리 해
[예정의 어이없는 신음]
곱게 좀
점잖게 늙어 가자고
애들한테 이런 모습 보이지 말고
(예정) 이런 모습 어때서? 내가 실수한 거 있어?
아, 말 못 하는 짐승 갖고 질투여?
질투?
입장 바꿔 생각해 봐
- 나도 개 한 마리 사? - (문호) 사
(예정) 사서 판문호 말고 개한테만 신경 써?
하늘 같은 남편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말고
(예정) 하늘이면 하늘답게 행동해
땅처럼 굴면서 하늘 대접 받으려고 말고
사모님 소리 듣고 살아, 남편 덕에
(예정) 왜 당신 덕이야? 솔직히 아버님 덕이지
아버님 땅 아니었어 봐
됐고, 내일 아침 일찍 내려가
- 혼자 가 - (문호) 고집부릴 겨?
내 맘이고
(예정) 누가 반가워한다고 한밤중에
동미 걱정 안 되남?
살다
존심도 없어?
질투할 걸 혀
당신하고는 말 섞기 싫어, 입 아파
말로 천 마디 해도 소용없어
다시 태어나기 전엔 못 고쳐
[예정의 한숨] (문호) 복에 겨워서 용써
[성난 숨소리]
(예정) 복에 겨워 용쓴다!
용쓰는 걸로 보여?
사람 가슴팍 있는 대로 후비고 상처 주고
[목멘 소리로] 나 개만도 못한 대접 받고 살아, 됐어?
가!
내일 아침 동미 밥 먹어야지
말 못 하는 짐승 배고프면 돼?
준재 엄마 있잖여
오늘 준재 엄마가 병원 데려갔어?
직접 당신 손으로 정성 사료 바쳐야지
나한테는 받기만 하고
개한테는 헌신에 헌신을 하고
무슨 헌신
끼고 자는 건 소예정이지 내가 동미 끼고 자?
끼고 자셔, 인제, 서로 핥아 가면서
적당히
(예정) 그러는 사람이야말로 적당히 했으면 이 사달 나?
뭘 잘했다고 기어 올라와서 또 염장이야? 사람
기어 올라와?
차 타고 왔어, 벤지 L클래스
벤지 L클래스 타고 사라져, 그러니까
(문호) 그게 그렇게 잘못이야?
식구잖여, 개도
똑같은 식구인데 사람 식구는 나 몰라라
개 식구는 부들부들 떨면서 병원으로 직행
개 식구 숨이라도 넘어갔어?
부들부들 안 떨었어
(예정) 열 뻗쳐! 고만 말시켜
(사현) 아휴, 운동했더니 확실히 피곤하다
[혜령이 살짝 웃는다]
오늘 꿀잠 예약, 아휴
[편안한 숨소리]
[한숨]
응? 무슨 약이야? 어디 아파?
아픈 건 아니고
아이, 둘러대지 말고, 어디 안 좋아?
나 스트레스 안 받는다고 생각하거든
근데 몸은 아닌가 봐
좀 피곤하고 지쳐서 유산균
아이고, 스케줄 좀 줄여
방송 하나만 하면 좋겠구먼 일 욕심
(혜령) 응, 이거 여자 몸에 좋은 유산균이래
[혜령이 약통을 탁 내려놓는다]
[흥미진진한 음악]
[혜령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강아지 한 마리 키우자
개 키우는 게 얼마나 일인데
애 대신 강아지라도
요즘 안 키우는 집보다 키우는 집이 더 많아
혼자 있다가 괜히 분리 불안 생겨
- 그리고 누가 수발들고? - (사현) 내가
목욕이랑 응가 수발까지 완벽, 깔끔하게 할 수 있어
자기는 이뻐만 하면 돼
내 수발 안 들고 개 수발 든다고?
응, 알았어
그리고 아버님처럼 개한테 껌뻑 죽는 거, 나 그 꼴 못 봐
아버님 있지, 보면 동미한테 더 애틋하셔, 어머님보다
어머님 속도 좋으셔
[입소리를 뽁 낸다]
등 좀 긁어 줘
그래도 생각은 있어
미주알고주알 험담하나 했더니
(문호) 며느리한테 시아비
[웃음]
누워 침 뱉기로
[웃음]
(예정) 심심하면 나가 TV나 보든가 [놀라는 숨소리]
자는 사람 방해 말고
[익살스러운 음악]
[문호가 혀를 쯧 찬다]
[예정의 한숨]
아, 간지러워
뭐, 뭐 하는 거야!
양말 신기려고
(예정) 아이, 놔! 아유, 참! [문호가 혀를 쯧쯧 찬다]
- 가만있어 - (예정) 아이…
(예정) 아이고, 참
[예정의 못마땅한 신음]
[혀를 쯧 찬다] [예정의 한숨]
마음 풀어
(문호) 아, 풀라고, 쯧
인제 안 그려
뭘 인제 안 그려?
아무렴
사람이 우선이지 개가 우선일까
말 따로 행동 따로
내가 생각이 짧았어
[문호가 혀를 쯧 찬다]
[익살스러운 음악]
(문호) 신겨 줘?
[예정의 한숨]
[예정의 힘주는 신음]
애들한테는
뭐라고 그래?
[키보드 조작음]
[한숨]
(영상 속 배우) 지금의 전 더 늙고…
[옅은 신음]
[스탠드 조작음]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불안한 음악]
- 오빠 - (유신) 응
다 왔어
- 잠깐 올라갔다 올게요 - (대리 기사) 네
(아미) 괜찮아, 오빠, 그냥 가
[유신이 안전띠를 달칵 푼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유신의 한숨] [버튼을 탁 누른다]
(유신) 괜찮겠어?
(아미) 응
(유신) 굿 나이트 [아미가 살짝 웃는다]
[아미가 숨을 들이켠다]
안에 아무도 없겠지?
(유신) 비번 안 바꿨어?
어떻게 바꿔?
내가 보고 나올게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스위치를 탁 누른다]
[유신이 스위치를 탁 누른다]
안심하고 어서 자 내일 비번 바꿔 줄게
오늘도 감사
- 먹을 건 있어? - (아미) 응
[피곤한 신음]
[냉장고 문이 탁 닫힌다]
(유신) 귤 먹어 피로도 풀리고 감기 예방도 되고
[유신의 한숨]
까 줘?
오빠 가야지, 얼른
내일 전화할게
몇 시?
(유신) 몇 시에 할까?
'애니타임'
오빠
- (유신) 뭐? - 나
처음으로 집 떠나 혼자야
[잔잔한 음악]
[한숨]
(유신) 무서워?
함께 있어 줄 순 없고
저 록 걸어
패딩 덮어 줄래요?
(유신) 들어가 제대로 눕고 여기서 잠들면 안 돼
가요
(유신) 응
베란다 또 나오지 마, 감기 걸려
왜 대답 안 해?
나갈 건데?
말 들어, 오빠 말
[피식 웃는다]
알았어요
[애잔한 음악]
[입소리를 쩝 낸다]
[한숨]
(영상 속 가빈) 세상을 너무 비관적으로 보진 말아요
[문이 달칵 열린다] 조금만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영상에서 음성이 계속 흘러나온다] 안 자고 뭐 해? 2시 넘었어
어, 모니터할 게 있어, 공연
[한숨]
금방 끝나
- 뮤지컬? - (해륜) 어
(영상 속 가빈)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원이 스위치를 탁 누른다]
[사현의 힘주는 신음]
[사현이 쪽 뽀뽀한다]
- 열심히 해 - (사현) 응
저기, 아침 차려 드릴 거지, 두 분?
[한숨]
알았어
[힘주는 신음]
[사현이 숨을 후 내뱉는다]
일어들 나셨죠?
[피식 웃는다]
[하품]
(사현) 어, 두 분 가셨어
정말?
[경쾌한 음악] [안도하는 숨소리]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한숨]
[한숨]
[숨을 씁 들이켠다]
[한숨]
안녕하세요
[살짝 웃으며] 안녕하세요
[물이 조르르 흘러내린다]
몸 많이 땅기셨죠?
(사현) 약간요
- 무슨 차예요? - (원) 우엉차요
한잔 드실래요?
(사현) 주시면
어 [컵을 탁 내려놓는다]
[원이 마개를 달칵 누른다]
[사현이 컵을 탁 내려놓는다]
맛있지는 않아요
몸엔 좋고요
[살짝 웃으며] 네
[입바람을 호 분다]
음, 좋은데요? 구수한 맛
- (트레이너1) 송원 님 - (원) 아, 네
[흥미로운 음악]
[힘주는 신음]
[힘주는 신음]
[옅은 웃음]
- 오세요 - (기림) 네
(기림) 오늘의 메뉴는 또 뭔가?
[동미가 살짝 웃는다]
- 팥죽? - (동미) 네
[동미가 살짝 웃는다]
하여간에 부지런해
누가 우리 김동미를 따라가?
[의미심장한 음악] (동미) 새알심 좋아하시죠? 많이 넣었어요
(동미) 먹고 혈당 많이 치솟으세요
팥죽이 삶아서 체에 내려야 하고
전에 우리 어머니 하시는 거 보니까 시간 꽤나 들던데
제가 손이 좀 빠르잖아요
아, 빨라도
(기림) 아니, 자기는 그게 아침이야?
전 팥죽 먹으면 생목 올라와요
어려서 한번 체한 후로는
나 혼자 먹자고 이걸…
[웃으며] 힘든 건 없어요, 시간만 좀 걸리지
어서 드세요, 식어요
(기림) 아…
탄수화물 줄여야 하는데
(동미) 아이, 약 드시잖아요
맛있는 거 먹고 스트레스 푸는 게 오히려 건강에 득이에요
하긴 뭐,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지
그러니까요
[어두운 음악]
(기림) 음
맛있네
[동미가 살짝 웃는다]
내일은 녹두죽 해 드릴게요 아침에 부드럽게
녹두죽 좋지
아침엔 죽이 좋아요, 소화도 잘되고
좋은데, 이 사람아
죽이 얼마나 정성이야
[웃음]
그냥 느긋하게 저으면 돼요
[입소리를 쩝 낸다]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없어요, 많이 해 주셨는데요, 뭐
그래도
뭐?
원장님 마음요, 그거 하나면 족해요
[함께 웃는다]
내 마음은 온통 다 가 있어
- 부족해? - (동미) 부족해요
저 욕심쟁이예요
(기림) 에이그 [동미의 웃음]
(지아) 아빠 또 술 드셨나 봄? 북엇국 보니
응, 아빠
- 대디! - (유신) 응
[유신의 피곤한 신음]
엄마, 우유
빈속에 찬 우유 안 좋아
우유 완전식품이잖아
칼슘도 듬뿍이라 하고
(유신) 시금치나물 먹어 채소에 칼슘 더 많아, 우유보다
- 정말? - (유신) 응
겨울 시금치나물 맛있어
김밥에 들어간 건 맛있는데 그냥은 별로
(지아) 별로 나 먹을 게 없어
반찬 타박이 아니라
반찬 타박이지 뭐야?
그냥 그렇다고
밥이나 말아 먹어야겠다, 아빠처럼
(피영) 몸에 좋은 영양 북엇국에 계란
(유신) 김치, 버섯볶음, 장조림
다 맛있고 영양학적으로도 훌륭하고
네
[피영과 유신의 웃음]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무거운 음악]
[힘겨운 신음]
자기야
오늘 국 특히 맛있다
- 남았지? - (피영) 응
싸 줘, 점심으로 먹게
(피영) 숙취가 심하니까 맛있게 느껴지지
적당히 마셔요 자기도 이제 40 중반이야
정성 북엇국 한 수저에 속 바로 편해진다
따끈한 식당 밥 먹지
싸 줘, 보온 도시락에
당연히 보온 도시락에 싸지만…
반찬 시원찮은데
여기 있는 거 고대로
내가 해 주는 게 다 그렇게 맛있어? [잔잔한 음악]
응, 타고났잖아, 자기
솜씨, 맵시
- 마음씨? - (유신) 말할 거 없고
[유신의 웃음] (피영) 언제나 '맛있다' 잘 먹어 주니까
반찬 할 맛 나
우리 딸도 좀
내가 아는 엄마 중 최고, 인정
엄마한테도 내 딸이 최고
(유신) 난?
- 최고 남편 - (지아) 최고 아빠
와!
[함께 웃는다]
[커피 머신 작동음]
(혜령) 어?
(예정) 너희 아버지가 가자고 하셔서
미안하다
며칠 있으면서 좀 거둬 먹이려고 했더니
[웃음]
아버님, '생큐 소 머치'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트레이너2가 코치한다]
(트레이너2) 가슴 들고 쭉 올라가 볼게요
자, 하나
[원이 살짝 웃는다] (종업원) 어서 오세요
- (종업원) 뭐 드릴까? - (사현) 순두부요
(종업원) 예
(원) 나도 순두부 시켰어요
친구들이 어제 놀러 왔다가 고기를 다 먹고 갔어요
아유, 빈손으로들 와서요?
케이크랑 와인 사 가지고요
와인 좋아하세요?
그냥 두세 잔은 괜찮으니까
(사현) 드레싱도 직접 만드셨어요?
[뚜껑을 달그락 닫으며] 그럼요
저도 한번 만들어 볼까요? 어떻게 만드는 거예요?
간단해요
마요네즈나 과일 들어가면 맛있지만
난 그냥 건강한 맛 즐겨요
레시피 가르쳐 주세요
[살짝 웃는다]
주말부부 아니죠?
[멋쩍게 웃으며] 예, 와이프가 일을 해요
(원) 아…
아, 좀 덜어 드릴까요? 맛보실래요?
모자라실 텐데
순두부도 먹어야 하니까요
저, 언니, 여기 앞접시 좀 주실래요?
(종업원) 네 [종업원이 살짝 웃는다]
(원) 감사합니다
괜히 제가 번거롭게
음식은 원래 나눠 먹는 거예요
아예 제가 그쪽으로…
(원) 아, 네
(사현) 아, 감사합니다
음
상큼한데요?
[살짝 웃는다] 맛있다
고향 여쭤봐도 돼요?
서울요
전 대전서 태어났고 고등학교부터 서울서 다녔어요
어려서부터 나물 반찬 많이 먹고 커서 채소는 거의 다 좋아해요
저랑 반대네요
난 어려선 편식 심했어요
좀 그래 보이세요
까탈스러워 보인다고요?
아, 아니요
왜, 곱게 큰 친구들
아무거나 안 먹고 그러잖아요 그런 뜻요
[피식 웃는다]
그냥 평범하게 컸어요
실례지만 형제분 어떻게 되세요? 전 위로 형 있어요
실례 아니에요, 오빠요
아… 같은 막내네요
[살짝 웃는다]
(원) 채소 별로였는데
건강 생각해서 먹다 보니까 맛을 알겠어요
그렇죠?
- 토마토 껍질 벗기셨나 봐요 - (원) 네
훨씬 맛있는데요, 식감 좋고
부인 되시는 분이 좋아하겠어요 식성 소탈해서
(사현) 네 [종업원의 웃음]
(종업원) 잠시만요
아휴, 뜨거워요
아유, 조심조심
- (종업원) 반 공기만 달라고 하셨죠? - (원) 아, 네, 감사합니다
(종업원) 맛있게 드세요 [사현이 살짝 웃는다]
저도 반만 먹어야지
[원이 살짝 웃는다]
아, 드세요
난 좀 천천히 먹어요, 뜨거워서
어? 저도 뜨거운 거 잘 못 먹는데
[살짝 웃으며] 뚝배기 요리가 잘 안 식어요
그렇죠?
(사현) 아, 샐러드 레시피 불러 주실래요?
아, 채소는 그냥 집에 있는 거 하고요
[휴대전화 조작음] 어, 아보카도
(사현) 토마토
(종업원) 어서 오세요
(원) 파프리카, 루꼴라
비트 넣어도 좋아요
소스는…
문자로 보내 줄게요
네
[사현이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명함이 없어서
아…
[잔잔한 음악] - (원) 찍어 주세요, 번호 - (사현) 네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판사현입니다
[휴대전화를 탁 건네받는다]
[지퍼를 직 닫는다]
아까 제 이름은 들으셨죠?
아, 기억 못 하시나?
기억해요, 코치분이
이름 외자시더라고요
네
(손님) 이모님, 여기 제육 두 개요
(종업원) 네!
[사현이 입바람을 호 분다]
[사현이 달그락거린다]
(사현) 덜어 드세요
감사합니다
(유신) 음, 생큐
(피영) 지아야, 아빠 출근
(사현) 저…
저랑 동년배시거나 한두 살 위신 것 같은데
말씀 편히 하세요
(원) 나이 많아요
저 몇 살로 보이는데요?
음, 20대 후반 30대 초반
서른둘 됐어요
10년 더 살면 내 나이 돼요
[피식 웃으며] 아이, 농담 마시고요
진짜예요, 마흔둘 됐어요
[잔잔한 음악] 와…
비결이 뭐…
(사현) 아이, 아니죠?
[원이 살짝 웃는다]
(원) 뭐 하러 나이를 부풀려요
정말요?
와
그럼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아, 혹시 요리 선생님?
[피식 웃는다]
아니요, 너무 식어도 맛없어요
(사현) 아, 예
[사현이 입바람을 후 분다]
(원) 난 나이 먹는 거 좋아요
(사현) 왜요?
나 자신이 성장하는 걸 느껴요
여러 면에서
아…
굉장히 차분하세요
(사현) 평소에 손해 보고 사시지 않아요?
부모님들 그러시잖아요
내 거 좀 더 가는 게 낫다고
손해 끼치는 것보다는 손해 보는 게 낫지 않아요?
그렇죠
근데 쉽지 않으니까요, 솔직히
쉽게 생각하면 쉬워요
(사현) 어쩜 이렇게 천사표야? [휴대전화 진동음]
아, 와이프인데 좀 받을게요
네
[휴대전화 조작음]
여보세요
- (혜령) 자기야, 나 어떡해? - (사현) 왜?
(혜령) 입천장에 혹이 있어
구강암이면 어떡해
(사현) 어, 어, 금방 갈게
(혜령) 빨리
[휴대전화 조작음]
저, 어떡하죠? 와이프가 좀…
얼른 가 보세요
아, 네, 죄송합니다
[문이 덜걱 열린다]
[힘겨운 신음]
[힘겨운 신음]
[불편한 신음]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아미) 어?
(유신) 아침 배달 왔습니다
[웃음]
(아미) 어머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유신) 해장 북엇국이니까 먹으면 속 편해질 거야
도시락 씻지 말고 둬 저녁에 가지러 올게
[휴대전화 벨 소리]
[잔잔한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유신) 여보세요
오빠, 베란다
들어가, 빨리, 추워
벨 누르지
감기 들어, 얼른
들어가 통화해
[피식 웃는다]
(아미) 오늘 기획사 미팅 있고 저녁에나 들어올 거예요
필요한 것도 많고
- 난 저녁 약속 8시쯤 끝날 거야 - (아미) 네
속 어때? 부대끼지?
좀 그런 거 같더니 괜찮아요
얼른 먹어, 도시락
[살짝 웃으며] 잘 먹을게요
어제 술 마신 보람 없잖아
트고 지내자고 고생고생 위스키 한 병 비웠는데
감동하면 존칭 나와요
매일 감동시킬까?
[웃음]
- 갈게 - (아미) 네, 오빠
(유신) 응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웃음]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 씻으세요? - (기림) 응가
[흥미로운 음악] (동미) 먹고 싸고 먹고 싸고
지아네 온대요, 저녁에
(기림) 어
[방귀 소리가 뿡뿡 들린다]
죽을 때도 방귀 뀌면서 죽을 거야
[혜령의 불안한 숨소리]
자기 입천장 훑어 봐, 혀로
[익살스러운 음악]
- (혜령) 뭐 튀어나온 거 있어? - (사현) 없어
[흐느낀다]
거봐, 어떡해
어디 봐, 어?
목젖 가까운 위치에 조금 솟았어
검사받아 보기 전엔 몰라 옷 좀 갈아입고
(혜령) 아, 무슨 옷을 갈아입어
빨리 병원에 전화해, 자기네 VIP잖아
아빠가 VIP지
아, 그럼 아버님한테 빨리
걱정하시게?
걱정하실 일이지 안심할 일이야?
[서향의 한숨]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피영이 버튼을 탁 누른다]
[휴대전화 벨 소리]
[휴대전화 벨 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 (피영) 응 - (서향) 많이 바빠?
왜?
그냥 궁금해서
별일 없는지
없어
(서향) 지아는?
잘 있고 다 잘 지내
알았어
(피영) 응
[통화 종료음]
[쓸쓸한 음악]
[한숨]
[동미의 웃음] - 할머니! - (동미) 어
(동미) 아유, 아이고
뭘 그렇게 많이, 장 본 거야?
네
[동미의 웃음]
(기림) 우리 지아 왔냐?
[동미의 웃음]
어? 웬 배꼽 인사?
우리 집 최고 어른이시니까요
최고 어른 이전에 할아비야, 이놈아
[기림의 웃음]
(향기) 설렁설렁 말고 꼼꼼히
(우람) 어린이는 공부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향기) 누가 그래? 공부만 해서 너 1등 하냐?
(우람) 최선을 다하고 있어, 나름
(향기) 엄마 아빠 없다고 쳐 봐
공부만 하고 있으면 저절로 입에 밥 들어오고
저절로 옷 깨끗하게 빨아져?
편하고 좋은 것만 하려고 하지 마
그리고 너 인제 어린이 아니야
초등학생까지는 어린이지
네 덩치를 보렴
난 작은 편에 속해
큰 애들은 160cm 넘어
키 말고 몸집
누나 솔직히
솔직히 뭐?
뭐랄까, 질투?
나 한 번씩 미워하는 거 같아
오버하지 마, 박우람
엄마 아빠 없으면 나 뭐 막 시키잖아
어떨 땐 누나 몸종 같다는 생각도 들어
네가 나 머리를 빗겨 줘 신발을 닦아 줘?
말이면 다임?
밀대 너만 밀어?
(향기) 그럼 방 네 개, 주방, 거실 나 혼자 다 하리?
난 빨래까지 개켰어 빨래 개키는 게 얼마나 귀찮은데
그리고 널 왜 미워해
엄마 아빠가 날 더 사랑하는 것 같으니까
그렇게 느껴, 본인도?
(향기) 맞아, 엄마 아빠, 나에 대한 사랑하고 너에 대한 사랑은 좀
같으면서도 다를 수밖에 없어
막내에다 늦둥이에다 성격까지 좋고
좀 게으르지만
(우람) 안 속상해?
안 속상해, 왠지 알아?
누나는 천사표라고?
나도 너 이쁘니까
- 정말? - (향기) 그럼, 너 이뻐
기특하고 대견할 때도 많고
어떤 때?
너 의외로 속 깊잖아, 막둥이라도
넌 이 누님 어떻게 생각하냐?
나도 누나랑 같지 누나 없으면 안 되고
[피식 웃는다]
그 맘 변치 마라, 결혼해도
(우람) 응, 누나나 변치 마 [향기가 스위치를 탁 누른다]
여자는 안 변해
내 친구 누나는 변했대
그 친구도 늦둥이야?
어, 제일 큰 누나가 스물여섯 살인데
결혼하더니 집에 좋은 거 다 가져간대
[향기의 웃음]
[기림과 지아의 웃음]
(기림) 이놈, 요거 봐라, 요거
[동미의 웃음]
조잘조잘 지아가 와야 웃음꽃이 피어
닭 사 왔어?
네, 닭볶음 하려고요
에이그, 어제 지아 아빠 먹고 갔는데
네, 어머님 비법 좀 배워 가려고요
그리고 오늘 지아 아비는 약속 있어요
[살짝 웃으며] 못 와?
네
[옅은 신음]
그냥 눈대중으로 하는 거야, 대충
그 대충요
(동미) 이렇게 넣고 끓이면 되지 별거 있어?
그래도 뭔가 디테일에서 맛 차이가 나는 거 아니에요?
굳이 따지면 손맛
(피영) 가르쳐 줄 맘 없네
[흥미로운 음악] (동미) 아이
나가 TV나 보고 쉬어
집에서 노는 것도 아니고 여기까지 와 시집살이도 해야 해?
무슨 시집살이요 [피영의 웃음]
양념 양은요?
그냥 적당히
(피영) 양념
설탕부터 넣는 거 아니에요?
(동미) 아…
그, 그렇지
[동미가 양념 통을 탁 내려놓는다]
달면 별로니까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으며] 제가 넣을 테니까
'고만' 하세요
(동미) 응
그냥 이렇게 뿌리는 게 맛있어
[살짝 웃는다]
(사현) 죄송합니다
아…
[휴대전화 조작음] [잔잔한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사현)
[한숨] 밥값을 못 내고 나왔습니다 죄송합니다
내일 아침은 제가 사겠습니다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사현) 이해하겠지? 실수니까
[달그락 소리가 난다]
(기림) 아비가 어제 매일 먹어도 이 닭볶음은 안 질릴 거라고
[피영과 기림의 웃음] (동미) 지아 어미가 다 장 봐 와서
[동미가 살짝 웃는다]
국은 안 끓였어요
(기림) 아, 뭐 하러 끓여, 이거 있는데
(피영) [작은 목소리로] 먹어
공주님, 어서, 배고프다고?
잘 먹겠습니다
엄마가 거의 다 했어
제가 뭘요
오징어 데치고 파 일일이 감아 묶는 게 얼마나 손 가
자꾸 저 공주라고 하지 마세요
왜?
저도 모르게
공주병 되면 어떡해요
[함께 웃는다]
우리한테는 세상 둘도 없는 공주야
[웃음] (기림) 오늘 어째
이틀 연달아 먹어 그런가?
왜요? 별로예요?
- (기림) 좀 - (동미) 아휴
(동미) 별러 낳는 아이가 눈이 애꾸라더니
우리 강아지 맛있게 먹이려고 했구먼
(지아) 그래도 먹을 만해요, 할머니
먹을 만하면 안 되지
할머니, 할아버지 집 와서 맛있게 먹어야지
(동미) 자고 가
내일 아침 할미가 실패 안 하고
- 맛있는 아침 차려 줄게 - (기림) 그래
(지아) 전 제 침대 아니면 잘 못 자요
놀러 가서는 잘만 자더구먼
(지아) [멋쩍게 웃으며] 그러게요
[함께 웃는다]
어미는 좀 서운하지? 미국 집 팔려서
서운은 한데 어쩔 수 없죠, 뭐
거의 비워 두고 세금 나가니 얼마나 아까워요
아유, 이를 어째, 완전 실패네 간도 안 맞고
[의미심장한 음악]
(동미) [한숨 쉬며] 그만들 먹어
이거 내일 양념 다시 해 끓여야 돼
- (동미) 명란젓이랑 굴 드세요 - (기림) 응
지아 어미가 아주 싱싱한 거 사 왔어요
[한숨]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혜령) 미안, 방송 끝나고 뒤풀이 왔어
먼저 자든가
(사현)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한숨]
(사현) 언짢으신가?
[숨을 씁 들이켠다]
그럴 분 아닌데
[잔잔한 음악]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삐 소리 후…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입소리를 쩝 낸다]
[기림의 탄성] (동미) 아이고
[손뼉 치는 소리가 난다] - (동미) 우리 지아는 못하는 게 없어 - (기림) 이야, 발음도 좋아
(기림) 팔방미인이야
(지아) 팔방미인이 무슨 뜻이에요, 할아버지?
[의미심장한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유신)
(기림) 아주 날이 갈수록 이뻐지고 똑똑해져
(피영) 어머니 [동미와 지아의 웃음]
과일 많아서 제가 좀 가져가요
선도 떨어지기 전에 먹어야 하니까 [기림이 호응한다]
(동미) 어, 전의 원장님 환자들이 아직도 보내 주는 거야, 사방에서
- (피영) 옷 입어 - (지아) 응
(기림) 아이고, 가나
(피영) 피곤하시죠, 아버님?
한번 오면 할아버지 혼을 쏙 빼 놓고
내가 구미호야? 혼을 빼 놓게
[함께 웃는다]
여자애는 확실히 다르다
얘 아비는 시키는 말에나 겨우 대답하고 그랬는데
저한테는 안 그랬어요 이런저런 얘기 다 하고
- 그랬어? - (동미) 네
원장님이 워낙 바빴으니까 대화할 시간이 부족했던 거죠
응, 하긴
우리 김동미 씨가 다 알아서 하니까, 안팎으로
난 병원 일에만 신경 썼죠
- 쉬세요, 아버님 - (기림) 어
(동미) 다 같이 언제 스키장 가 겨울 끝나기 전에
[지아의 환호] [동미가 살짝 웃는다]
(기림) 어, 어미 어떻게 시간 만들어 봐 2박 3일이라도
프로 이번에 새로 들어가서
그럼 우리끼리 가고
지아 아빠만 있어도 되지, 뭐
[동미가 살짝 웃는다]
이젠 다 커서
[의미심장한 음악]
[한숨] [쟁반을 툭 놓는다]
[피식 웃는다]
내가 너한테 왜 가르쳐 줘?
은근 상여우
[흥미로운 음악]
이런
어머님 닭볶음탕 덜어 왔어, 자기 주려고
[숨을 들이켠다]
(유신) 음
[흥미로운 음악] 이걸 김 여사가 했다고?
[한숨]
안 돼
[뚜껑을 달그락 닫는다]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를 달그락 집어 든다]
지아야, 할머니한테 걸어서 엄마 운전 중이라고 해
(지아) 응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 저기, 왜 닭볶… - (지아) 할머니, 저예요
(동미) 어
(지아) 엄마 운전 중이세요
어, 알았어 집에 도착하면 전화하라고 그래
(지아) 네
[한숨]
싸가지 없는 게 물어도 안 보고 [다가오는 발걸음]
(기림) 아휴, 안 자?
[살짝 웃는다]
먼저 주무세요 주방 정리 마저 해야 해요
아줌마 오는구먼, 뭘 직접 해?
아줌마 할 일 있고 내 할 일 따로 있어요
[무거운 음악] [유신이 안전띠를 달칵 푼다]
(유신) 뭐 하고 있었어?
(아미) 이런저런 검색? 스케줄도 짜고
(유신) TV부터 들여놔야겠다
- 안 씻었지? - (아미) 뭐가 있어야 설거지를 하죠
[피식 웃는다]
번호 내가 바꿨어
혹시나 인터넷 검색했더니 방법 있길래
됐네, 그럼
바로 가게요?
바꿨잖아
(아미) 저기, 난 그냥 오빠 성가시게 안 하려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해야 하니까
(유신) 응, 잘했어
(아미) 비번, 오빠 차 넘버
그걸 왜 가르쳐 줘?
오해받기 싫어서
무슨 오해?
[피식 웃는다]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때 그게 뭐 큰일이라고
배웅해 줄래? 베란다서 내려다보지 말고
[살짝 웃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나와, 엘리베이터 붙잡을게
[피식 웃는다]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닫힌다]
(유신) 저녁은?
(아미) 경희 언니랑, 아빠 지인분 따님
오늘도 바빴네
바빴죠
경희 언니가 이것저것 다니면서 다 가르쳐 주고
나 내일 미국 들어가요
당장 필요한 게 너무 많아서 [엘리베이터 도착음]
[유신의 한숨]
정들자 이별?
(아미) 정들었어요?
(유신) 나 혼자 들었나 보지? [아미의 웃음]
언제 올 건데?
다음 주 화요일
좀 걸을까?
(유신) 이거 좀 두고
오빠 부인이 나 알아?
(유신) 아니, 뭐 일일이 얘기해?
그럼 오빠 싸 준 도시락 내가 먹은 거잖아
(유신) 음식은 따지는 게 아니야 있으면 그냥 먹는 거지
그게 요리한 사람에 대한 예의고 배려
어쨌든 먹는데 너무 고마웠어
갖다준 오빠한테도 오빠 부인한테도
(아미) 얼굴은 모르지만
속 편해지고
좋은 사람이야
불쌍한 어린양 먹였다면 좋아할 거고
[아미의 헛웃음]
나한테 불쌍하다는 사람 처음
추운 겨울에 한국에 혼자 나와 일로 성공해 보겠다고
짠하잖아
(유신) 짠하다는 의미 모르겠다
친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 다 고향 호남이셨어요
너무 잘 알아
[유신의 웃음]
[차 문이 탁 닫힌다]
- 선물 사 올 거야? - (아미) 뭐 사 올까?
오빠 뭐 좋아해?
사람 [아미가 피식 웃는다]
- 여자 사람, 남자 사람? - (유신) 다
솔직해 봐, 오빠, 나한테는
진짜, 나 남자한테도 인기 많아
선후배들 다 좋아해, 나
(아미) 그럼 사람을 사 올 순 없고
인형이라도 사 올게 남자 인형, 여자 인형?
[웃음]
[아미의 놀라는 신음]
[아미의 놀란 신음] (유신) 구두는 왜 신었어, 이 밤에?
오빠한테 안 밀리려고, 키라도
참… [유신의 헛웃음]
에이그, 애써, 우리 동생
(유신) 잡아, 발 삐지 말고
- 괜찮아? - (아미) 응
[잔잔한 음악]
(아미) 차 타고 다니면서 보니까 한국은 어쩜 그렇게 다 먹는 집이야?
(유신) 우리나라 그래
나 서울 살다 잘못하면 돼지 될 것 같아
[유신의 웃음]
(유신) 필라테스 할 거라며?
다니는 승마장 멀어?
분당인데 안 막히면 한 30분?
멋있겠다, 오빠, 보고 싶어
미국서 아예 승마 바지랑 다 사 와 훨씬 싸니까, 거기
어
[유신이 냄새를 킁 맡는다]
이 냄새 알아?
[숨을 들이켠다]
안 먹어 봤지, 군고구마?
(아미) 응
[말소리가 들린다]
(유신) 어, 저기 있다
- (유신) 얼마예요? - (상인) 세 개에 5천 원입니다
- (유신) 주세요 - (상인) 예
(상인) 예, 뜨겁습니다
(유신) 네
- (유신) 수고하세요 - (상인) 네
[아미가 냄새를 씁 맡는다]
(아미) 음, 냄새 너무 환상이야
한국에선 '완전'이란 표현 써 요즘 친구들
완전 환상?
(유신) 응
완전 좋아
(유신) 뭐가?
서울에서 겨울밤 처음 먹어 볼 군고구마
이렇게 걷는 것도 좋고
[봉투를 부스럭거리며] 이거 내가 갖고 갈 건데?
(아미) 치, 그러시든가
[유신의 웃음]
(유신) 벤치 가서 먹을까?
추우면 갖고 들어가고
(아미) 벤치
[아미가 살짝 웃는다]
(유신) 어, 내가 까 줄게, 손톱 까매져
도둑고양이들 간식
[아미의 웃음]
(아미) 야옹이들 간식 아니라 쥐들 특식 아니야?
(유신) 한국엔 쥐 별로 없어 뉴욕엔 버글버글하지만
오빠는 참 스위트해
좋은 남편, 좋은 아빠지?
별로 불만 못 듣고 살아
한국 남자들 다 오빠 같아?
드라마 많이 봤다며?
드라마엔 나쁜 남자들도 많이 나와
내 첫사랑 얘기 들었으니까
본인 얘기도 해 봐
사귀는 사람 있을 거 같은데
지금은 없고, 있으면 혼자 나왔겠어?
몇 살 때 그럼 진지한 사랑 해 봤는데?
진지한 사랑도 기 빨릴 만큼 지독한 사랑도 아직
(아미) 적당히 만나고 적당히 좋아하는 거 별로야, 해 보니까
어쨌든 의미 없는 건 없어
키워 준 엄마가 왜 첫사랑이야?
어린 눈에 최고로 이뻐 보였으니까
천사? 그런 느낌
- 이쁘셔? - (유신) 응, 아직도
어떤 감정, 지금은?
친구 같고 누나 같고 그래
여사라고 불러, 김 여사
그분은 오빠에 대해 어떤 맘?
같겠지, 뭐
정서적으로 든든한 아들이면서 동생 같고
개구쟁이 막냇동생
중요한 건
몇십 년 지났지만 한결같다는 거
언제나 내 얘기 변함없이 귀 기울여 주고
단 한 번도 귀찮아하는 느낌 없었고
'커서 결혼해야겠다' 그런 생각은 안 했어?
진실 게임 하는 거야? [아미의 웃음]
(아미) 그냥
엄마 돌아가시고 채 2년도 안 돼 아버지랑 결혼했어
그땐 어려서 몰랐는데
(유신) 대략 상황이
엄마 살아 계실 때부터 두 양반 좋은 감정 아니었나 싶어
자
[잔잔한 음악]
(아미) 음, 맛있어
오빠는?
(유신) 배불러, 코스 나온 거 다 먹었더니
사람 일 한 치 앞을 모른다는데
갔다 안 오는 거 아니야?
안 왔으면 좋겠다는 뜻?
(유신) 아니고
다시 꼭 오길 바라?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원하는 걸 이루고 살아야지
(유신) 목 메겠다, 물 없이 먹다
(아미) 너무 맛있는데
(유신) 잘못하면 또 체해
올라가 손 씻고 가요
차에 물티슈 있어
추워, 잠깐 타
[살짝 웃는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유신) 맞혀 봐
- 선물? - (유신) 응
(아미) 쿠키
- 맞힐 때까지 못 내려 - (아미) 초콜릿?
- 캔디? - (유신) 아니
케이크, 빵
벨트 해
[유신의 한숨]
[자동차 시동음]
[유신이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아미) 냄새 맡아 볼게
[차분한 음악] [유신이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애절한 음악]
당신 누구야!
(유신) 기다릴게, 자기 맘 바뀔 때까지
어떻게 알았어요? 나 역술가인 거?
아이, 남가빈 때문에 보자 한 거야?
너한테 남가빈만 한 여자 없어
이 나이에 한 여자한테 묶여야겠어?
(가빈) 저 남가빈입니다
교강 세미나 전에 제가 식사 한번 모시겠다고 했었죠?
마땅한 날짜 있으신지요?
(해륜) 아무 때나 괜찮습니다
(동미) 이게 왜 전화를 안 해?
벌써 도착했을 텐데
배은망덕한 게
나 아니었으면 결혼 가당했어?
(동미) 지아 어미요, 원장님 못 느껴요?
은근히 나 무시하는 거
- 왜 잠을 못 자? - (예정) 잠이 와요?
좋아서?
할 말 있어요
(아미) 다시 와 줄 수 없어요?
- 왜요? - (사현) 여자로 보여서요
어디든 가요
천당? 지옥?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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