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S1. 12
[차분한 음악]
(아미) 아, 책!
인형?
말한 거 중에 있죠?
열어 보고 아니면?
[생각하는 신음]
옷일 리는 없고
(아미) 속옷?
아!
머플러
맞아요?
[살짝 웃으며] 맞는구나
- 아니면? - (아미) 아니면 말고
[냄새를 킁킁 맡는다]
컴패드?
[아미가 상자를 툭 놓는다]
[감성적인 음악]
화상 연고
두통약, 해열제
(유신) 이건 방수 반창고
파스
그리고 이건 혹시 모르니까 티눈약
높은 구두 오래 신으면 잘 생겨
소독약 알 거고
소화제
가급적 체하지 말고
내일 저녁 비행기?
잘 다녀와
들어다 줘?
삐진 거 아니지?
왜 삐져요
좋은 거 기대했다가
좋음 이상, 감사
[감성적인 음악]
[차창이 스륵 올라간다]
[한숨]
[한숨]
[한숨]
[한숨]
(동미) 이게 왜 전화를 안 해?
벌써 도착했을 텐데
[휴대전화 벨 소리]
[귀걸이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휴대전화를 탁 집어 든다]
[휴대전화 조작음]
지금 막 전화드리려던 참이에요
닭볶음은 왜 다 가져갔어?
제가 먹으려고요
내일 다시 양념해서 끓일 거라고 했잖아
뭘 또 드세요, 내리
한 번 더 끓이면 맛있어요
(동미) 다음부터는 물어보고 가져가
제 딴에는 생각해서…
무슨 생각?
제가 배울 겸 먹고 싶어 닭 사 갔는데
어머님 드시려면 짜증 나실 것 같아서요
같은 음식 두 번 상에 안 올리시잖아요
[한숨]
어쨌든 다음부터는 물어봐 버릇해, 뭐든
네
망친 음식 지아 아비 먹이지 말고
일하러 나가는 사람 새 밥, 새 국 끓여서
네
들어가
네
(동미) 지아 어미야
네?
왜 호칭이 없어? [무거운 음악]
남도 아니고, 그냥 '네'로 끝나네?
아…
죄송해요, 어머니
[한숨]
들어가세요, 어머니
(동미) 응
[통화 종료음]
'어머님'도 아니고 '어머니'?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벨이 울린다]
[버튼 조작음]
(아미) 여보세요
어, 왜?
할 말 있어요
(유신) 응
얼굴 보고요
다시 와 줄 수 없어요?
[한숨]
[무거운 음악]
[한숨]
(기림) 나 가발 맞췄다
(피영) 왜요, 아버님?
숱이 없으신 것도 아니고
(기림) 어, 이 사람이 좀 나이 들어 보인다고
나이 들어 보인다기보다 젊어 보이시라고
가발이 너무 불편하다는데
아버님 이대로 너무 멋있으시고요
자꾸 오해받으니까
(동미) 어쨌든
얼굴은 아직 탱탱하신데 머리 때문에 손해 보셔
전 반대예요
(피영) 어디 출근하시는 것도 아니고
굳이 가발을 왜 쓰세요
하루걸러 약속에 모임 있으셔
나가실 때만 잠깐, 한 번씩
아버님 입장에서 생각해 보세요
어머니 같으면 가발 쓰기 좋으시겠어요?
[옅은 웃음]
네가 왜 감 놔라, 배 놔라야?
(기림) 아, 그, 그래
일단 써 보고
정 불편하면 안 쓰면 되니까
(지아) 가발 표 나요, 할아버지
요즘은 잘 표 안 나
신경 써서 제작해 준다고 했어
[살짝 웃는다]
아이, 착발식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웃음]
[무거운 음악] [한숨]
배은망덕한 게
나 아니었으면 결혼 가당했어?
(기림) 아휴
[기림이 숨을 후 내뱉는다]
[기림의 힘겨운 신음]
[기림의 힘주는 신음]
[기림의 한숨]
[졸졸 소리가 난다]
[한숨]
[기림의 한숨]
[콸콸 소리가 들린다]
[변기 물이 솨 내려간다]
[다가오는 발걸음]
[살짝 웃으며] 돋보기 서재에 두셨어요
[세면대 물이 솨 흐른다] (기림) 어, 어
[기림의 힘주는 신음]
[기림의 힘겨운 신음]
[스위치를 탁 누른다] [뻐근한 신음]
[기림의 힘주는 신음]
[한숨]
(동미) 산송장 다 됐어
(영상 속 DJ) 자, 오늘 1부는 마음으로 듣는 노래
따뜻한 밤 라이브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 따뜻한 밤과 참 잘 어울리는 노래입니다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자, 전하고 싶은 사연들 함께 나…
(유신)
[휴대전화 조작음]
(피영)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유신)
[도어 록 작동음]
[잔잔한 음악]
[옅은 웃음]
[안전띠를 달칵 푼다] [피식 웃는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어디든 가요
천당? 지옥?
천당
그럼 바로 이 차 안, 나한테는
나 그냥 돌아갈래요
들어간다고?
미국요, 가서 안 온다고요
왜?
자신 없어요
적응할 자신?
무너지고 싶지 않아요
[작은 목소리로] 무너질 것 같아
[아미의 떨리는 숨소리]
(아미) 이런 감정
느낌
처음이에요
사람 마음이
함께한 시간하고는
상관없다는 거 알았어요
[한숨 쉬며] 당황스러워
그냥
처음엔 뭐든 새로울 수 있잖아
좀 있으면 '이게 뭐지?' 했던 감정
차차 편해질 수 있고
나 혼자 이런 거죠?
[숨을 들이켠다]
쓰나미 같아요
감정 쓰나미
한순간에 밀려오는
난 솔직하게 다 말했어요
[한숨]
가요
(유신) 난
솔직할 수 없어
내 처지가
그 처지
내가 이해하면요?
[한숨]
윗사람으로서 어떻게 그러라 해
알았어요
나라도 중심 잡아야지
그러세요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차 문이 달칵 여닫힌다]
[애잔한 음악]
[발걸음이 울린다]
[한숨]
아빠
왜?
좀 전에 TV에 연예인 지망생들 나오는데
춤, 노래, 장난이 아닌 거예요
[해륜이 살짝 웃는다] (우람) 누나도 웬만큼 해야 하잖아요, 이제
그렇지
아빠가 좀 시켜 보세요
갑자기 무슨 춤요?
너 끼가 있나 싶어서
(해륜) 연영과에서는 다 기본 해
(향기) 넌 들어가
동생 앞에서 못 추면 수많은 모르는 사람 앞에선 어떻게 춰?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무거운 음악]
[지퍼를 직 연다]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휴대전화 벨 소리] (우람) 누나 완전 반전 매력이다
(시은) 친구들이랑 너, 클럽 다녔어?
- (향기) 딱 두 번 - (시은) 아휴
(우람) 혼자 연습했어? 그 정도 실력이면
뭐든 거저 되는 거 있냐?
나도 연영과 갈까?
- 안 돼, 넌 - (우람) 왜?
누나는 되고 난 왜 안 돼?
엄마도 반대
내가 못생겼다는 뜻으로 들려
(우람) 누나도 완전 이쁜 얼굴은 아니거든?
[문이 탁 닫힌다] 당당히 합격했다
(해륜) 향기야, 너 노래도 웬만큼 하겠다
아빠는 드라마 쪽보다 뮤지컬 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면 좋겠어
(시은) 뮤지컬 배우?
(해륜) 응
(향기) 그쪽은 좀 춥고 배고프잖아요
(시은) 어느 분야나 예술계, 스포츠계는
톱 아니면 다 춥고 배고파
그래서 엄마도 연영과 안 갔으면 했던 거고
톱이 되면 되지, 뭐
말은 쉬워
박우람, 오늘은 좀 다물고 있으라고
(향기) 어른들 얘기하는데 톡톡 끼는 거 아니야
가족 간담회 아니에요, 아빠?
[해륜의 웃음]
아빠는 제가 무대 연기 더 맞을 것 같아요?
너도 뮤지컬 좋아하잖아
얼마나들 멋있어
(향기) 브로드웨이 공연 본 친구들 그러는데
그쪽 배우들 기량 정말 어메이징하대요
그러니까, 브로드웨이에서 맹활약하는 한국 배우도 있고
[한숨 쉬며] 저도 들었어요
(우람) 원님 덕에 나팔 분다고
누나 덕에 우리도 뉴욕 구경 좀 하자
[시은이 피식 웃는다] 그럼 누나 효녀 되는 거야
넌 뭐 해서 효도할래?
[통화 연결음]
[한숨]
[아미의 한숨]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휴대전화 조작음] (유신) 나 믿고
[무거운 음악] 내가 중심 잡을 테니까
필요한 거 챙겨 다시 나왔으면 해
[한숨]
[유신이 쪽 뽀뽀한다]
[피영의 놀라는 신음]
(피영) 다 드셨어?
(유신) 그럼
우리 공주는 자?
좀 전까지 기다리다
꿀물 타 줘요?
됐어, 속 안 좋다고 핑계 대고 안 마셨어
한 모금도?
(유신) 한 모금도
[함께 웃는다]
[차분한 음악]
[다가오는 발걸음]
[문이 드르륵 여닫힌다]
[유신의 한숨] (피영) 어머님이 스키장 가자셔
지아 개학하기 전에
(유신) 응
(피영) 나 못 가면 부녀만 갈 거임?
[유신이 피식 웃는다]
나 프로 새로 시작해서 올인해야 돼
[유신이 입소리를 쩝 낸다]
(유신) 자기 없이 무슨 재미로, 의미로?
어머니는 나 빼놓고 가실 생각이시던데?
자기 가면 된다고
그냥 하는 얘기지
정말, 내일 확인해 봐
지아만 그러면 데리고 가시라 그래
아버님 가발 맞추셨대, 말 돼요?
- 왜? - (피영) 왜겠어?
어머님이 아버님 나이 들어 보인다고
가발 쓰신다고 50대 되는 것도 아니고
50대 얼굴이건 70대 얼굴이건 그게 중요해?
아버님은 얼마나 불편하시겠어
나 보면 아버지 몰라?
(유신) 와이프 말이라면 무조건 오케이야 부전자전
난 달라
나 좋자고 당신 귀찮고 피곤하게 안 하잖아
사피영이야 세상에 둘도 없는 여자고
딱 하나 빼고
(피영) 뭐?
(유신) [속삭이며] 지아 동생 갖자
(피영) 참… [잔잔한 음악]
(유신) 하늘처럼 모실게, 나 땅 되고
(피영) 됐어
(유신) 일이 그렇게 중요해?
자기 뭐가 아쉬워?
나 같으면 들어앉아서 사모님으로 그냥 살겠어
나랑 지아만 케어하고
하나하고 둘은 달라
둘 낳으면 나 퍼질 거야
자기는 안 퍼져
그리고 퍼지면 어때?
그래도 나 사랑한다고?
당연하지
내가 어떻게든 관리할 거 아니까?
그렇지
[피영의 웃음]
[함께 웃는다]
기다릴게
자기 맘 바뀔 때까지
강요 아니야
그 말이 더 무서워, 부담되고
부담 갖지 마
자기 건강, 자기 행복이
나한테는 제일 중요해
[잔잔한 음악]
(기림) 아이고
[찌뿌둥한 신음]
(동미) 팔자 좋은 여자가 과부도 된다더니
[동미의 한숨]
(기림) 색시, 깼나?
(동미) [잠에 취한 목소리로] 아이, 예?
어, 나 등 좀 긁어 줘
[기림의 한숨] (동미) 시트 살비듬 떨어지게
[기림의 한숨] [동미의 힘주는 신음]
(기림) 아휴, 시원하다
내 등판 아직 탱탱하지?
그럼요 [웃음]
스케이트 타도 될 것 같아
[함께 웃는다]
지아 어미요
어
원장님 못 느껴요?
은근히 나 무시하는 거 [흥미로운 음악]
어미가 왜 당신을 무시해
그렇게 잘하는구먼
생모 시어미 아니라고요
(기림) 에이
자격지심이 아니라요
거의 '님' 자도 씹고 어머니래요, 매번
아니던데?
원장님 없는 데서요
친하니까
어떤 때는 언니, 동생 같아
우리 색시 워낙 동안이라
(동미) 대도 안 잇고
아들 하나 마저 낳았어야죠
그건 좀
근데 어미 말마따나
또 낳는다고 아들 보장 있어?
노력, 시도는 했어야죠
설사 딸이라도 지아한테 의지되고 좋잖아요
그렇지
지아 아빠한테 얘기 좀 하세요 [흥미로운 음악]
(기림) 글쎄
[기림이 숨을 들이켠다]
부부 문제인데 내가 이러쿵저러쿵하면…
부부 문제예요?
대 잇는 문제예요
(동미) 이런다고 지아 어미가 둘째 가질 리 없고
스트레스는 좀 주자는 거야
하나 더 생기면 내 몫만 줄어드니까 [동미가 살짝 웃는다]
빨리 가발 완성됐으면 좋겠어요
우리 원장님 얼마나 멋있어지실 거야
[동미의 웃음]
(유신) 지아는?
늦잠 자겠대
국 안 끓였어요
(유신) 응
이야
음
[유신의 한숨]
자기는 그냥
- 닭볶음 요리는 하지 마 - (피영) 왜?
김 여사한테 배우든가
이거 김 여사…
어머니가 하신 거야
어제 내가 한 수 배우려고 닭 사 갔거든
(피영) 어머니가 하다 보면 맛있게 될 때도 있고
간 잘 안 맞을 때도 있다고
그래?
[유신이 의아한 숨을 들이켠다]
언제나 맛있었는데, 한결같이 몇십 년 동안
자기도 먹어 봐
난 원래 닭볶음 그다지
당신 좋아할 줄 알고 덜어 왔더니
[유신의 한숨]
나 어머니 비법 알아
조미료 치시는 거야 [익살스러운 음악]
(피영) 어제는 내가 배우려고 내내 붙어 있어 못 치셨고
그래?
먹어 보면 몰라요?
하긴 음식 안 해 보면 모르지
- (피영) 당신 좋아하는 달래장 - (유신) 응
조미료 먹으면 좋을 거 없다는데
난 아예 사질 않잖아
맛보다는 가족 건강이 중요하니까
(피영) 그러니까 원장님
맛 좀 덜해도 몸에 좋은 음식이니까 맛있게 들어요
(유신) 네, 왜 맛이 없어요, 최고지
방금 닭볶음 하지 말래 놓고
실수, 대실수
김 여사 솜씨인지 모르고
맨입으로 인정하는 실수는 의미 없어
그럼 저녁에 만나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힘주는 신음]
(준) 팔을 쭉 더 펴세요, 그렇죠
그래요, 좋아요, 그거예요
자, 쭉
- (트레이너1) 강 코치님 - (준) 응
(트레이너1) 상담 오셨어요
- (준) 아, 잠깐 하고 계세요 - 예
[사현이 숨을 후 내뱉는다]
[사현의 힘주는 신음]
(사현) 어디 아프신가?
콜 킵 씹으실 분이 아닌데
[흥미로운 음악]
[입차 알림음]
어
(반) 응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반) 뭐 마실래?
밥 먹어야지
근처에 너 갈 만한 식당 없어
방송국 밥 한번 먹어 보지, 뭐
돼지고기 안 먹잖아
오늘 메뉴 제육볶음이야
아…
온 날이 장날이네
[동마가 숨을 들이켠다]
(동마) 브런치 카페는 있겠지?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동마) 얼굴이 안됐네?
(반) 남가빈 얼굴이 안됐더라
- 만났어? - (반) 마주쳤어, 와인 바에서
[피식 웃는다]
누구 만나냐, 요즘? [동마가 잔을 탁 내려놓는다]
학생, 미대 졸업반
얼마나 갈 건데?
[피식 웃으며] 모르지, 뭐
길면 1년?
형은?
아버지한테 한 번씩 안부 전화 좀 드려, 문자라도
어렵지 않잖아, 기다리는 눈치시던데
네 얘기나 해
아이, 남가빈 때문에 보자 한 거야?
너한테 남가빈만 한 여자 없어
[입소리를 쩝 낸다]
아는데
아, 세상에 여자가 얼마나 많아
이 나이에 한 여자한테 묶여야겠어?
아버지 행복해 보이냐?
형은 뭐, 즐겁고 행복해, 혼자라?
편안해
아, 편안
고독, 외로움의 다른 말 아닌가?
미련 없어, 조금도?
한 번씩 생각나긴 하지, 문득문득
나중에 후회해, 틀림없이
후회돼도 어쩔 수 없고
에니웨이
난 새로움이 좋아, 뭐든
사람이든 물건이든 차든
집은 새집이 좋고
사람은 옛 사람이 좋단 말 있어
사람 생김 다르듯이 다 달라
(동마) 형이나 나나 일반적인 성격 아닌 거 형도 알지?
우리도 어쨌든 아버지 아들 아니야
아버지, 형 엄마 별로 그리워하지도
미안해하지도 않으셨잖아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은 믿어
한 번씩 소식 뜸하면 궁금해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는지 좋은 사람 혹시 안 생겼나
생기면 제일 먼저 보여 줘
여자는 내가 봐야 정확해
정확해서 그렇게 남가빈 버렸어?
(동마) 아이…
사람이 휴지인가, 버리게
끝낸 거지
중독이야, 알코올 홀릭이랑 똑같은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새가 지저귄다] [차 문이 탁 닫힌다]
(동마) 이거, 내 거 사면서 샀어
- (반) 뭔데? - (동마) 별거 아니야
- 가 - (동마) 응
[흥미로운 음악]
(동마) 혼자 살면서 속옷까지 초라하게 입을까 봐
(안내 방송 속 직원) 수속을 마치지 않은 승객께서는
속히 탑승 수속을 마쳐 주시기 바랍니다
[안내 방송이 영어로 흘러나온다]
[차분한 음악]
[아미의 한숨]
[답답한 숨소리]
[한숨]
[바코드 인식음]
[바코드 인식음]
[바코드 인식음]
[바코드 인식음]
[한숨]
[한숨]
네, 알겠습니다, 네
[동미가 살짝 웃는다]
[휴대전화 조작음]
다음 주 금요일 가발 찾으러 오래요
어, 빨리 됐네
(한 기사) 안녕하세요
(기림) 어
[동미가 살짝 웃는다]
[동미와 기림이 살짝 웃는다]
원장님 너무 젊어 보이시지 않아 한 기사?
네
(기림) 몇 살로 보여?
(한 기사) 한 50대 중반으로 보이세요
[기림의 웃음] (동미) 그렇지?
[동미의 웃음]
짓궂은 친구분들
새장가 들라고 부추길지 몰라요
[기림을 툭 치며] 그러기만 해 봐
에이그
[함께 웃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부드러운 음악] (원) 안녕하세요
폰이 고장 나 수리 맡기는 바람에 답이 늦었어요
샐러드 레시피 보내요
[휴대전화 조작음] (사현) 안녕하세요
운동도 안 나오시고 아프신가 걱정했습니다
(원) 올케언니가 지방서 올라와 가지고요
병원 검사 받았는데 다행히 큰 병은 아니라 오늘 갔어요
부인은 어떠세요?
(사현) 뵙고 말씀드릴게요
내일 아침 운동 나오세요?
[지글거리는 소리가 난다] (원) 네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사현) 내일 봬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피영) 5학년이면 고학년이야
네 문제 네가 선택하고 결정해 봐
결과에 대한 책임도 네가 지고
(유신) 그래, 인생
우리가 대신 살아 줄 수 없으니까
엄마 아빠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큰아빠랑 친할머니 얘기 알잖아
좋은 데 와서 왜 슬픈 얘기 해
그런 거라고, 인생이
[지아의 한숨]
오래오래 살아 줘
(지아) 부탁 아니라 딸로서 명령
간절한
응?
우리야 당연히 그러고 싶지
- 근데 운… - (지아) 됐어, 거기까지
(종업원1) 이쪽입니다
[지아의 놀란 신음] (지아) 와!
[동미가 살짝 웃는다] (유신) 누구신가 했어요
표 나?
모르겠는데요
지아야, 할아버지 어때?
(지아) [살짝 웃으며] 음…
별로야, 네 눈엔?
솔직해도 돼요?
그럼
젊어지셨는데
뭐랄까, 좀 안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아직 눈에 익지 않아 그래
어미는?
(피영) 생각보다 잘 어울리세요
근데 불편하지 않으세요?
몰라, 가벼워
안 쓴 것 같아
(동미) 지아 어미한테 넌지시 좀 얘기하세요 [의미심장한 음악]
나이 먹기 전에 하나 더 낳으라고
네?
[기림의 머뭇거리는 신음]
(기림) 어미야
(피영) 네, 아버님
지아 동생 하나 갖지 그러냐?
(기림) 지아를 생각해서라도
맘, 플리즈
너무 늦었어요, 아버님
뭐 늦어 [흥미로운 음악]
황 간호부장 마흔둘인데 아들 낳았다며? 늦둥이
(유신) 응
(동미) 건강하겠다
[웃음]
간호부장도 일하면서 애 셋?
(유신) 응
딸 둘, 이번에 아들
(동미) 그러니까
원장님은 손자 바라서가 아니라
지아 외로울 생각 하시는 거야
엄마 아빠가 평생 살아 줄 것도 아니고
내 말이
진지하게 한번 생각해 봐
네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 실천할 문제야
지아 아빠, 얼마나 외롭게 컸어
(동미) 어미도 마찬가지고
혼자 큰 외로움 알 거 아니야, 누구보다
지아, 이 험난한 세상
혼자 헤쳐 나가야겠어?
얼마나 짠해
나 같으면 눈도 제대로 못 감을 것 같아
엄마
형제들 있다고 다 잘되고 잘 크는 것도 아니고
이이나 저나 어머님, 아버님 다 혼자였어도
잘못된 거 없잖아요
나 삐뚤어질 테다
[지아의 뾰로통한 숨소리] (피영) 에이그
지아 아빠 생각은?
(피영) 자기가 와이프야? '아빠', '아빠'
저야 뭐, 하나 더 낳으면 좋고
이대로도 큰 불만 없고요
(동미) 불만은 없지만
아쉬움 크지, 뭐, 사람 맘이
[문이 달칵 열린다]
(기림) 빵은 안 나오나?
중간에 나오잖아요, 여기는
어, 그래?
빵부터 드리면
미리 빵으로 배 차신다고요 손님들께서
[기림이 살짝 웃는다]
[문이 탁 닫힌다] 낳으면 어머님 키워 주실 거예요?
(동미) 응
근데 애는 엄마가 키워야 하잖아?
그게 애한테 도리고
그냥 드려 본 말이에요
[살짝 웃는다]
실은 방송국에 뭐 보는 사람들 가끔 오는데요
지아는 혼자 커야 성공한대요
동생 있으면 동생한테 치인다고
- 그래? - (피영) 네
그리고 아들 태어나면 아빠하고 상충이고요
(지아) 상충이 뭐임?
안 좋게 부딪치는 거
그런 얘기 왜 안 했어?
역술 믿지도 않잖아요
하긴 그런 거 무시하기도 그래
(동미) 하이고, 하여튼 머리 잘도 돌아가
잔머리
[휴대전화 진동음]
[유신이 휴대전화를 탁 집어 든다]
[휴대전화 조작음]
[무거운 음악] [숨을 들이켠다]
(유신) 병원 가 봐야겠는데요?
- (기림) 왜? - 저, 환자 한 명이 진정이 안 된다고
- (기림) 응? - 신경 정신과?
(유신) 응 [휴대전화 조작음]
[포크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아휴, 밥 한 끼를 편히 못 먹어
[휴대전화 조작음]
[따뜻한 음악]
(가빈) 교수님, 안녕하세요
(가빈) 저 남가빈입니다
교강 세미나 전에 제가 식사 한번 모시겠다고 했었죠?
마땅한 날짜 있으신지요?
[휴대전화 조작음] (해륜) 요즘 1년 중 가장 한가합니다
내일 이후 아무 때나 괜찮습니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한숨]
(시은) 뭐 좋은 일 있어?
(해륜) 어, 튜브 웃긴 걸 봤어
시장해?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괜찮아
[무거운 음악]
[한숨]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기어 조작음]
[타이어 마찰음]
지아 어미 하여튼
머리 좋은 건 알아줘야 해요
(기림) 왜?
무슨 역술가가 둘째 가지면 안 좋다고
아, 들었으니까 하는 얘기지 지어서 해?
그런 게 뭐 어려워요?
순간적으로 모면하려고
지아 어미 순수해
양심 바르고
나보다 더요?
결혼 때는 좀 반대했지만
그만하면 90점 이상은 돼
남자들은 순진해
그런 이유 아니면 굳이 왜 안 낳겠어?
유신이도 바랐는데
몸 망가질까 봐요
다 늦게 가진 아이 힘들고
아, 몸이야 산후조리 잘하면 되지
그게 그렇게 쉽지 않아요 얘기 들어 보면
그래도 지아 생각해서 엄마가 좀 희생해야지
편하려면 왜 결혼했어
(피영) 아빠 많이 늦으시려나?
[통화 연결음]
- (유신) 응 - 늦어요, 많이?
(유신) 아니야, 지금 출발해
(유신) 응
[잔잔한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스위치를 탁 누른다]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현)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 한잔? - (사현) 네
[원이 마개를 달칵 누른다]
(사현) 아휴
염치없이 매번 이렇게
그냥 우린 차인데요, 뭐
[원이 마개를 달칵 누른다] [사현이 입바람을 후 분다]
[뜨거운 숨을 내뱉는다]
아, 그날요
우리 와이프 입천장에 혹이 생겼다는 거예요
혹시 혹 있으세요? 도드라진 거
음, 없어요
(사현) 놀라 병원 갔더니
그냥 있을 수 있대요
가는 동안 뭐, 암이면 어떡하냐고
아휴, 다행이네요
근데 있는 사람 있고 없는 사람 있대요?
네, 저도 이번에 알았어요
아…
샐러드는요?
어제 늦어 가지고 재료를 못 샀어요
싸 오셨어요, 아침?
네
밥값 계산도 안 하고 가서
내일은 싸 오지 마세요
[달그락거리며] 내일부터는 저녁에 운동하려고요
왜요?
- (트레이너2) 회원님 - (원) 아, 네
끝나고요
입맛 없어요?
아니
왜 밥 안 먹고?
가끔 빵이 당겨
(피영) 요즘 통 승마 안 가네
추워서?
스트레스 풀어야 하잖아요
(유신) 별로 스트레스 없어
(피영) 환자 상대하는 게 쉬워요?
병원 운영이랑
식사하고 먹어요
당신
소리 안 내고 먹을 수 있어? 사과
어떻게 소리가 안 나
아, 우리 스위스 갔을 때 등산 열차에서 그 청년?
(유신) 응
[버터나이프를 달그락 놓는다]
[아삭 씹는다]
[피식한다]
[웃음]
불가능 [웃음]
(지아) 엄마!
우리 강아지 깼네
[숟가락을 달그락 놓는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한숨]
[감성적인 음악]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한숨]
[사현의 헛기침]
전에 운동 꽤 하셨죠?
정말 처음이에요
[놀라며] 근데 그렇게 근육이 빨리 잡혀요?
(원) 한 달도 안 됐는데
저 코치님이 워낙 잘 가르쳐요
드세요, 넉넉히 싸 왔어요
제가 저녁 살게요
[살짝 웃으며] 아니에요
(원) 어, 저기
(사현) 아, 예
저 때문에 저녁 시간 옮기시는 거 아니에요?
제가 자꾸 칩칩스럽게 얻어먹어서
[살짝 웃는다]
고기가 식어서
소고기는 식어도 맛있어요
(사현) 그렇죠?
네 [살짝 웃는다]
제가 제대로 저녁 살게요
제 밥값 내시고
아이, 얼마라고요
올빼미 습관 고치려고 아침 운동 시작했어요
아…
(원) 근데 낮에 졸려요
(사현) 저도 출근하면 좀 졸리더라고요
(원) 커피로 버티죠? 에스프레소커피
(사현) 저는 아무 상관 없어요
- 어머, 내성 생겼구나, 카페인 - (사현) 네
아유, 안 좋은데
커피 안 좋다는 얘기 많이들 하더라고요
[숨을 들이켠다]
나도 퇴근 후에 할까?
저녁 약속들 있잖아요
아, 있어도 요즘 술들 잘 안 먹기 때문에
식사만 하고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입소리를 쩝 낸다]
(사현) 그래야겠다
오늘 약속 없으시면 제가 살게요
아이…
그래야 제가 우엉차도 마음 편히 얻어먹어요
혼자 다 마시려면 양 많아요
뭐 좋아하세요? 고기는 매일 아침으로 드시고
회, 어떠세요?
[원의 당황한 신음] (사현) 임스시 아시죠?
네
여섯 시 반, 괜찮으세요?
아, 정말 신경 안 쓰셔도 되는데
판사현으로 예약해 놓을게요
네
아, 그럼 부인 시간 되시면 같이 나오세요
네
근데 아마 안 될 거예요 저보다 더 바빠요
(회원) 아, 너무 힘들어, 너무 힘들어
[회원들의 힘겨운 숨소리]
우리 때도 저녁 결혼식 있었으면 좋았을 거구먼
(예정) 메이크업받느라 새벽같이 일어나
밤새 못 잤으니 피부 좋을 리 있어?
[피식 웃는다]
왜 잠을 못 자?
잠이 와요?
- 설레서? - (예정) 참 [문호의 웃음]
좋아서?
이런저런 생각에
(문호) 이런 생각은 뭐고 저런 생각은 뭐야?
부모 형제 떠나 시집살이할 생각 해 봐요
모든 게 다 두렵고 걱정이지
[문호의 웃음] (예정) 왜 웃어요?
- 아니야 - (예정) 무슨 생각 하고 웃는데?
첫날밤 생각에 못 잤지, 뭘 [익살스러운 음악]
아이고
꼭 본인 수준으로 생각해
내 수준이 어때서?
지극히 정상이여, 남자로서
난 여자로서 뭐 빠졌나?
본인 생각이고
[웃음]
하여튼 내숭스러웠어
내숭? 내가?
(문호) 응
뭐가 내숭스러웠는데?
어쨌든 그랬다고
정확히 얘기해 봐
정확히 설명이 되면 내숭이 아니고?
참
사람 도매급으로 넘겨
판문호 씨가 환장하더구먼
환장 같은 소리 해
내가 뭐가 아쉽고 감격해서?
무슨 뜻이야?
첫날 감격에 겨워 놓고
분명히 기억해
매너상, 액션을 취했지
하여튼
화장실 들어갈 때 맘 나올 때 맘 다르다더니
아휴, 참
좋았어, 그려
[예정이 화장품을 달그락 놓는다]
- 좋았다고 - (예정) 됐다고!
고거 가지고 또 삐지남?
사람 염장 지르는 데 뭐 있어
타고났어, 아주!
말을 못 해, 무슨
(예정) 말이면 다야?
입이 화구야, 누구나 다
세 치 혀로 걸핏하면 사람 마음 뒤집고
좋은 말, 덕담 좀 해 버릇하면 이빨이 빠져, 입술이 터져?
(문호) 그거 입고 가게?
쯧, 치마 입어
(예정) 남이사 치마를 입든 거적때기를 걸치든
여자는 치마를 입어야 써
여자, 남자 찾지 마, 욕먹어 세상 바뀌었어
(문호) 반말 따박따박
맞아, 세상 바뀌었어
옛날 같으면 소박감이구먼, 바로
당신, 내세에는 꼭 여자로 태어나 [흥미로운 음악]
(문호) 그럼 당신은 남자로 태어날 겨? 노 생큐여
쌤쌤, 나야말로
그 얼굴에 여자로 태어나면
봐 줄 만하겄어
[예정이 피식 웃는다]
씁, 치마 입으라니께!
내 맘이라니께
나도 인제 나 입고 싶은 대로 편한 대로 입고 산당께
안 가, 그럼
엉덩이 삐죽거리고 을마나 볼품없는지 아는가?
남자 처진 엉덩이 삐죽거리는 건?
내 엉덩이는 안 처졌고
내 엉덩이는?
옛날의 방뎅이 아니여
착각 말어
나이에 맞게 가릴 거 가려 가면서 입으라고
옷이 적기나 해?
방방이 저물도록 사 날라서 가끔씩 우두둑거리는 거
등골 뽑히는 소리여
[성난 숨소리]
(예정) 나도 안 가!
축의금 굳었네
[어이없는 숨소리]
[차분한 음악]
[놀란 숨소리]
당신 누구야!
[갈매기 울음]
[한숨]
(서향) 피영이한테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백일몽은 안 맞는다니까
[쓸쓸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말 울음]
[쓸쓸한 음악]
(유신) 어, 다시 슬로, 슬로, 슬로
잘 타네
자
[유신이 말한다]
[숨을 후 내뱉는다] (웅) 신 원장님, 오랜만입니다
안녕하세요
많이 바빴나 봐요?
네, 미국 좀 다녀왔어요
아드님은?
인제 공부 집중해야 한다고 집사람이 혼자 타래요
[함께 웃는다]
너무 딱 맞춰 왔죠?
[사현의 웃음]
정확하신 성격이시죠? [원이 살짝 웃는다]
(원) 그게 아니고 걸어왔어요 거리가 어정떠서
생각보다 더 걸리는 거예요
(사현) 댁이 어디신데요?
(원) 트헤피 아파트요
(사현) 아이, 걷기엔 좀 멀죠 배고프시겠어요
[원이 살짝 웃는다]
(원) 맛있게 먹을 것 같아요, 뭐든
여긴 저녁엔 한 가지 코스예요
네
근데 좀 비싸잖아요
아휴, 다 먹고살자고 일도 하는 거죠
아, 저 직업 알아맞혀 보세요
어떻게 알았어요? 나 역술가인 거?
역술가 맞으시면은 제 차를…
아니다
회원권 드릴게요, 골프 치세요?
아니요
저희 아버지가 골프장 오너세요
아…
아버님 밑에서 일하시겠어요
[웃으며] 어쩐지
[숨을 씁 들이켠다]
'어쩐지' 의미는?
몸 좋으시다고요
내가 볼 땐 더 이상 운동 필요 없어요
[멋쩍은 신음]
[쑥스럽게 웃으며] 아이, 그 정도예요?
네
아버지 밑에서 일하는 거 아니고요
음…
저 뭐 해서 먹고살 것 같아요?
음, 나이상으로…
외모로는 모델이고요
[웃음]
(원) 아니에요?
그런 얘기 많이 듣지 않아요?
대학교 때 몇 번요 [웃음]
아이, 길 가다가 제의받은 적도 있고
사람 보는 눈 다 같아요
[노크 소리가 들린다] (사현) 네
아, 저, 생선이라
- (사현) 따끈한 사케 한잔? - (원) 네
- 찬 걸로 할까요? - (원) 뭐, 다 괜찮아요
좋은 거 시키세요
아유, 네 제일 비싼 걸로 시키겠습니다 [원의 웃음]
찬 사케도 상관없다고요
(종업원2) 주류 메뉴입니다
(사현) 어, 우마이긴다이조 하나 주세요
- (종업원2) 네, 알겠습니다 - (사현) 네
[문이 드르륵 여닫힌다]
[숨을 들이켠다]
대기업 신입 사원
[피식 웃는다]
(사현) 아니요
[사현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디자이너요 [사현의 웃음]
- 아니에요? - (사현) 로펌에 있어요
아, 로스쿨?
네
학부를 일찍 마쳐서 로스쿨도 일찍 들어갔고요
실력이랑 겸비해서 마음도 멋있을 것 같아요
과찬이지만 좋은데요, 듣기
(원) 부모님 인정, 사랑
듬뿍 받고 자랐죠?
(사현) 그런 편이죠
실망시킨 일 없을 것 같아요
- 결혼 때요 - (원) 왜요?
저보다 두세 살이라도 어린 친구랑 하길 바라셨는데
한 살 위예요, 와이프
요즘 뭐, 한 살은 연상도 아니에요
근데 결혼해서도 효도 제대로 못 하고 있고요
왜요?
(사현) 추우세요? 온도 좀 높이라고 할까요?
(원) 아, 아니에요, 손이 좀 차서요
까먹고 장갑을 안 끼고 나왔더니
내가 실은 좀 덜렁대요
전혀 안 그래 보이시는데
일만 꼼꼼히 하고요
무슨 일 하시는데요?
어… 아, 아니야, 안 중요해요
저희 딩크족이거든요
불만이신 거죠, 부모님 입장에선
당연하세요
전 솔직히 낳고 싶은 맘 있고요
어, 결혼해 보니까
선후배들 돌잔치, 백일잔치 하는데
아기들 그렇게 이쁠 수가 없는 거예요
지금이라도 생각 바꾸면…
정작 낳아 줄 사람이 바꿔야죠
한번 잘 설득해 보세요
[숨을 들이켠다]
설득 안 해 봤는데요
소용없을 거 알아서요
자기주장 워낙 세요
[노크 소리가 들린다] (사현) 네
[문이 드르륵 열린다]
[드럼을 퉁퉁 두드린다]
[흥겨운 드럼 연주]
(원) 뭐에 반했어요?
[피식 웃는다]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드럼 치는 모습이요 [웃음]
(원) 여자가 드럼 치면 멋있죠, 더
(사현) 아, 너무 제 얘기만 했어요
[살짝 웃으며] 재밌어요
저도 재밌고 싶은데요?
[살짝 웃는다]
[젓가락을 달그락 집어 들며] 난 별로
평범
(사현) 아, 왜 결혼 안 하세요?
아, 안 하셨죠?
5년 살다 헤어졌어요
[잔잔한 음악] 아기가 안 생겨서
아…
저 같은 사람은 낳고 싶어도 못 낳았는데
낳을 수 있으면 낳는 게 순리인데
그러니까요
(원) 장남이에요?
(사현) 아, 아니요, 차남이자 막내요
(원) 음
그러니까 그나마 용납이 되는 거예요
다시 좋은 분 만나셔야죠
그냥 이렇게 사는 게 좋아요
결혼은 아주 좋은 사람하고 해야 돼요
결혼을 위한 결혼이 아니라
도저히 헤어질 수 없을 때
안 보고 살 수 없는 사람 생길 때
그 이후로 그런 상대 못 만나셨어요?
(원) 네
(사현) 아유, 드세요 제가 너무 말시켜서 못 드시게
[원이 살짝 웃는다]
[흥겨운 드럼 연주]
(도희) 좋다
(사현) [술 취한 말투로] 쭉, 와사비
[사현의 탄성]
아휴, 다 마셨네
음…
남편분 사랑하셨어요?
좋아하니까 결혼했죠
CC였어요
어, 동갑?
네
근데요
정말 사랑은 아니었지 싶어요
[잔잔한 음악] 어, 왜요?
조건을 떠나서
그냥 순수하게 좋은 게 사랑 아니에요?
(사현) 그렇죠
좋아는 했어요
좋아한 건 맞아요
근데 결론은
'사랑은 아니었구나'
[헛기침]
두 분 다요?
당사자가 중요하지 애는…
(원) 날 정말 아끼고 사랑했으면
애 문제로
그렇게 못 이기는 척
이혼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나 같으면
감정이
변할 것 같지 않던 그 애틋함
좋음이 변한다는 게
씁쓸하고 슬퍼요
[한숨]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같이 살 때 최선을 다하고 사랑하세요
그래야죠
그러려고요
(사현) 근데
근데 뭐요?
(사현) 근데
[피식 웃는다]
상대적인 거잖아요, 사랑은
따지지 말고요
'내가 이만큼 했는데 넌 왜 고거야?'
'이만큼 받고 왜 안 돌려줘?'
그러지 말고요
뭐라고 부를까요? 음… 회원님?
송원 님?
누나
[잔잔한 음악] [살짝 웃는다]
나 오빠 달랑 하나거든요
언니도 없고 동생도 없이
누나 싫은데요
왜요
여자로 보여서요
[웃음]
웃지 마세요, 농담 아니에요
여자니까요
나도 판 변 남자로 보여요
[피식 웃는다]
남자도 등급이 있어요
[생각하는 신음]
상남자
상남자?
(원) 네
아유, 기분 좋아
[피식 웃는다]
(사현) 오늘 최고
[원이 피식 웃는다]
우리 어디 가서 한잔 더 해요
아이, 아니, 아니야
[식탁을 톡톡 치며] 먼저 호칭을 정해야 돼
이름 부르든가요
아이, 버릇없이 그건 아니죠
이름 부르라고 있어요
에이
[고민하는 신음]
아, 선생님도 아니야
[중국어로 말한다]
쑹위안으로 불러 주세요
중국어 전공하셨어요?
번역 일 해요, 주로 소설
[놀라는 숨소리]
와, 멋있다, 쑹위안
[유창한 억양으로] '쑹위안'
'쑹위안'
[살짝 웃는다]
'쑹위안'
어, 제 이름은 중국어로 뭐예요?
'셰셴'
'셰셴', '쑹위안'
[웃으며] 네
우리 서로 이렇게 불러요
셰셴
네
[잔잔한 음악]
부러워요
뭐가요?
난 고아인 거예요, 부모 없으면
하나 있는 오빠
그나마 멀리 제주도로 이사 가고
혼자 남았어요, 서울에
부모님 살아 계시는 사람 참 부러워
언제 돌아가셨는데요?
아빠는 고1, 엄마는 대학교 1학년 때요
[살짝 웃는다]
[목멘 소리로] 결혼식 때 울었잖아요
[사현의 다급한 신음]
(사현) 손수건이 없어요, 여기, 여기 [원이 훌쩍인다]
[훌쩍인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부모님께 잘하세요
살아 계실 때
네, 명심할게요
[훌쩍인다]
그만 일어나요
(원) 우리 다 마시고 다 비웠어요
(사현) 아이, 아이, 자, 잠깐요, 잠깐요
그, 내일부터 저녁 시간으로 옮기시는 거예요?
네
나도 옮겨야지, 몇 시 타임요?
8시 타임요
끝나고 들어가서 바로 자게
[살짝 웃는다]
[원이 달그락거린다]
[사현의 다급한 신음]
- (원) 아… - (사현) 여기, 여기, 여기
(사현) 팔 여기
(원) [중국어] 고마워요
(사현) [한국어] 어, 중국 아가씨 느낌 나요
[웃으며] 무슨요
아이, 중국어로 아가씨가…
'구냥'이에요
'구냥'
어감이 재밌어요
(원) 너무 잘 먹었어요
오늘 엄청 많이 나왔죠?
비싼 사케까지
(사현) 아유, 저, 가심비는 전혀요
저 오늘 뭐랄까, 그…
입도 행복했지만
참 즐겁지 않았어요?
[원이 살짝 웃는다]
(원) 얘기 통하는 느낌?
(사현) 예,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원) 아, 대리 불러야죠
좀 걸으려고요, 술 깨게 모셔다드릴게요
아니에요
걸어갈 거예요, 운동 겸
에스코트요
아이, 추워요
이, 있죠, 쑹위안
저 술 냄새 나면 쫓겨나요 소파서 자야 해요
제가
[피식 웃는다]
이 판사현이 이러고 살아요
[잔잔한 음악]
(원) 난 안 그랬는데
(사현) 너, 너무하죠, 우리 와이프?
(원) 이렇게 이쁜 신랑을 쫓아내면 돼?
(사현) 에이, 우리 와이프는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원) [피식 웃으며] 그럴 리가요
(사현) 아, 정말요!
얼굴은 천생 여자인데
DNA는 완전 보이시해요
속은 느낌?
[사현이 코를 훌쩍인다]
(원) 얼마 됐어요? 결혼한 지
(사현) 아, 햇수로는 3년 차인데
2년 조금 넘었어요
그럼 계속 노력하고 정을 쌓아야죠, 서로
아이,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맨날 나만 재롱떨고 아부하고요
아, 솔직히 인제 좀 그래요 [원이 피식 웃는다]
(원) 남자잖아요
넓은 가슴으로 품어요
남자도요, 서운한 감정 있거든요
(사현) 이, 이만큼 갔으면 마음이
요, 요만큼 정도는 와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렇죠
뭐가 제일 서운한데요?
(사현) 아이, 저, 주머니에 손 넣지 마요
넘어지면 팔 부러져요
아…
(상인) 네, 들어가세요
- (상인) 안녕하세요 - 예
- (사현) 이거 - 네, 만 원입니다
- (사현) 여기 있습니다 - (상인) 네, 감사합니다
(사현) 아휴
끼세요
얼마예요?
(사현) 아, 선물이요
안 돼요
오늘 너무 많이
너무 신세야
(사현) 아유, 그럼 저도 뭐 하나 사 줘요
아, 여기 목 시리네, 아유
아, 목 시리면 감기 들어요
(사현) 어, 이, 이거, 이거요 [원의 못마땅한 신음]
(원) 이게 더 어울려요
아저씨, 이거 주세요
- (상인) 네, 2만 원입니다 - (원) 네
[상인이 봉투를 부스럭거린다] - (원) 어, 그냥 주세요 - (상인) 네
[원이 지폐를 쓱쓱 센다] - (상인) 네, 감사합니다 - (원) 감사합니다
- (상인) 안녕히 가세요 - (사현) 고맙습니다
(사현) 이게…
어휴
해 주세요
[따뜻한 음악]
[피식 웃는다]
[기분 좋은 신음]
따뜻하다!
목도 따뜻하고 가슴도 따뜻해요
그렇게 뜨지 말고 있어요
어떻게 할 건데요?
사라질 거예요
(원) 오늘
모처럼 즐거웠어요
나도 따뜻해요
고마워요
나 지금 이러고 있는 모습
[코를 훌쩍인다]
어떻게 보여요?
키다리 아저씨
음, 아니
오빠
[부드러운 음악]
[사현이 살짝 웃는다]
[애절한 음악] (원) 잊죠
- 잊어요, 오늘 밤 일은 다 - (사현) 싫은데요?
무슨 경우세요?
제 경우요
(동마) 공연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서동마 [가빈이 피식 웃는다]
비서분이세요?
서동마라고 합니다
서프라이즈
[사람들의 환호]
(피영) 결혼하면 행복할까
해 보니까 어때?
우리 딸이랑 아빠랑 너무 행복해
하길 잘했어
여보세요, 아미?
- 한국 왔어요 - (유신) 어, 갈게
안 돼요, 큰일 나
(예정) 동미 유치원 보낸다고?
어, 개 유치원 있어
(교사) 개린이들 새 친구 타면 짖지 말고 환영!
(우람) 어? 지아야
(피영) 저쪽에 우리 시부모님
같이 일하는 작가 언니요, 바깥분요
박해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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