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S1. 16
[떨리는 목소리로] 교수님
[애잔한 음악]
잠깐
저 좀 안아 주실래요?
[옅은 신음]
[살짝 웃는다]
그럼 오늘 말고 다음에 해 주시면 안 돼요?
밤에 음악 틀면 아래층 들릴 거고
그러는 게 좋겠어요, 날 밝을 때
주말엔 시간 내시기 어려우실까요?
오히려 주말이 낫죠
학과장님
[피식 웃는다]
너무 호칭 딱딱하죠?
그냥 편하게 선배라고 불러요
싫어요 [살짝 웃는다]
왜요?
난 선배도 드라이해요
사실 드라이한 관계인데
우리
드라이한 관계인가요?
아니면요?
친구 사이도 아니고
그날요
공원에서 노래 불러 주셨을 때
저 정말 감동 먹었어요
교수님만을 위한 스페셜 공연
우리 서로 선생으로 통일해요, 호칭
(가빈) 네 [가빈이 살짝 웃는다]
전 박해륜 선생님께 수시로 감동해요
[웃음]
제가 뭘, 잘해 드린 것도 없는데
잘해 주시죠, 인간적이시고
편하게 해 주세요, 상대방
편하게 느끼시면 다행이고요
어떤 여자한테 끌리세요?
생각 안 해 봤어요
해 보세요
먼저요, 생각해 볼 테니까
[살짝 웃는다]
(해륜) 아, 남자들 운전하는 모습에 끌린다면서요?
뭐, 소매 걷고 한 팔로 핸들 돌려서 후진할 때
[피식 웃으며] 그게 뭐 멋있어요
그럼요?
[생각하는 신음]
그냥 나이 드니까
다정스러운 남자한테
맘 갈 것 같아요
[감성적인 음악]
생각하셨어요?
우리 어머니랑 같으면서 다른 여자요
어머님 어떤 분이셨는데요?
명랑하고 흥도 많으시고 그러셨어요
(해륜) 근데 건강이 안 좋으셨죠
극성맞은 아들 둘에다
시부모 두 분 모시고 사는 게
사실 쉽지 않잖아요
그럼요
할머니랑 어머니 빼고는 다 남자라
국도 거의 한 솥씩 끓이셨어요
(해륜) 옛날 표현으로
골병드신 거예요
쌍둥이 형 잘못된 얘기는 했죠? 지난번에
네
그러고 나서 급격히 더 안 좋아지셨어요
어머니 생각하면
아프시던 모습만 떠올라요
(해륜) 명랑하고 쾌활한 성격은 닮았으면 좋겠고
아픈 모습은
안 닮았으면 좋겠고요
사모님은 건강하시겠어요, 명랑하시고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원하는 상대 만나니까요, 대개
(시은) 아휴
[무거운 음악]
(해륜) 라면이나 끓여 달랬는데 거하게 준비하셨어요
차린 것도 아니죠
달랑 세 가지 포장해 왔고
[피식 웃는다]
전 할 줄은 모르면서 먹는 거 좋아해요
맨날 배달 음식으로 때우시는 거 아니에요?
배달은 아니고
집에서 거의 잘 안 먹는 편이요
속으로 흉보셔도 어쩔 수 없어요
무슨요
사람 얼굴 다르듯이 재능 다 각각이죠
[가빈이 살짝 웃는다] (해륜) 음식은
아, 라면은 애들도 끓여요
근데 가빈 씨
아, 남 선생님
이름 불러 주세요
역량이나 달란트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저 같은 몸치, 박치는 10년 노력해도 불가능해요
왜 대답 피하세요?
(가빈) 사모님 건강하시고 명랑하시냐고요
(해륜) 음…
직업병 있어요
컴퓨터를 많이 해서 관절이 좀 안 좋아요
명랑보다 조용한 편이고요
얼마큼 행복하세요?
또 생각해 보시게요?
네
행복은
생각하는 게 아니라
느끼는 거예요
느끼세요?
가슴에 손대 보세요
[잔잔한 음악]
[가빈의 떨리는 숨소리]
난
하루에 많을 땐 대여섯 번
가슴에 손 올려요
좀 외롭고
아픈 느낌 들어서
선생님
네
그 가슴에 내가 들어갈까요?
내 가슴에 들어오실래요?
잠깐
저 좀 안아 주시면 안 돼요?
거절이세요?
제가 자격이…
어떤 자격요?
허그하는 데 자격 있어요?
남 선생께 결례가 되는 것 같아서요
[한숨]
웃는 사람들요
두 가지예요
(가빈) 정말 웃는 거거나
마음 안 들키려고
난
두 번째예요
식구들 떠나 많이 힘드세요?
얼마큼 사랑하면
결혼할 마음이 들어요?
그냥
전 아무것도 모를 때
젊어서 생각하는 사랑 감정하고
나이 들어서 생각하는 사랑 감정하고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어떤…
(해륜) 어렸을 때는 그냥 맹목적인 감정을 사랑이라고 착각…
착각까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사랑은 단순하지가 않아요
다시 한번
사랑을 꿈꾸지 않으세요?
솔직히 꿈꿉니다
남 선생한테는 솔직하고 싶어요, 뭐든
[감성적인 음악]
그만 가 볼게요
늦었네
[해륜이 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가빈) 아…
[가빈의 어지러운 신음]
[해륜의 놀라는 신음]
따뜻함이 전해지는 것 같아요
[한숨]
(종업원1) 8번 테이블에 스테이크를 조금만 더 구워 주세요
(종업원2) 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예약자분 성함이?
- 부혜령 씨 - (종업원1) 아, 네
(시은) 잠깐, 화장실 어디죠?
[피영과 혜령의 놀라는 신음]
(피영) 어머, 언니
완전 멋있으세요, 오늘
딴사람 같아
[살짝 웃는다]
[한숨]
[사람들이 대화한다]
(피영) 어
[시은의 어색한 웃음]
(혜령) 차 갖고 오셨어요?
(시은) 아니, 택시
(혜령) 다들 마실 준비 됐네
만찢 아니라 화찢 아니야?
화보 찢고 나온 모델들이다, 완전
[웃음]
튈까 했더니
(피영) 이 정도는 노멀이야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니까요
난 유죄네
나이도 내가 제일 많아, 보니까 여기 손님 중에
걱정 마, 언니
조명발
(시은) 언제 이렇게 늙은 거야
초라하다, 이시은
[한숨]
[피식 웃는다]
(향기) 엄마, 오늘 스트레스 좀 풀었어요?
앉아 봐
우리 딸은 늙지 마
잘 먹고 잘 입고
[애잔한 음악]
웬만큼 즐기면서 살아
엄마 오늘 완전 이쁜데?
우리 딸이니까 이쁘게 봐 주는 거지
넌
이런다고 내가 후회하는 건 아니야
근데 아빠보다 더 능력 있는 남자 만나서
꾸미고 이쁘게 살았으면 좋겠어
네가 버는 거 네가 다 쓰면서
(우람) 아빠 오셨어요
[분위기 있는 음악]
(혜령) 내 아우라에 넋이 나가겠지?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혜령) 먼저 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매너가 없어
아직 시간 안 됐어
남자가 미리 와서 맞아야죠
뭘 기대해? 서 부장님한테
(시은) 와
(피영) 와, 모델은 저분이셔
일찍들 오셨네요?
(피영) 근처 오니까 차가 잘 빠져서요 [문이 탁 닫힌다]
평소에도 이렇게 입고 다니세요
때와 장소 안 가리고요?
[피영과 시은의 웃음]
언니분이랑 닮았네요?
네?
우리 언니 아세요?
이 작가님 동생분 아니에요?
[시은과 피영의 웃음]
부장님도 농담하실 줄 알아요?
진담인데요?
[편안한 숨소리]
재수 없어
응? 내가 재수 없다고?
(혜령) 아니, 우리 프로 부장
(사현) 왜?
(혜령) 그냥, 하는 짓이 좀 그래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반) 너무 과용하시는 거 아니에요?
(혜령) [술 취한 말투로] 애칭 지어 주셨잖아요
'붐'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부혜령 씨 성에서요
그리고 '붐 일다'란 좋은 표현도 있고
성을 길게 뺐죠
BGM 연상도 되고
(반) 네
감사의 의미로 한잔 따라 드릴게요
[잔이 쨍 부딪는다]
이름 무시 못 하잖아
애칭 덕인지 청취율 잘 나오고
글 잘 쓰시는 작가님에 PD님 선곡 잘하시고
혜령 씨 진행 잘해서죠
겸손이세요?
(반) 사실요
- 부장님 - (반) 네
취했는데 안 취한 척하시는 거예요
정말 말짱하신 거예요?
적당히 올라와요
(피영) 아…
(반) 꽤 하세요 [피영이 피식 웃는다]
이런 날도 있는 거죠
마지막 연애 언제 하셨어요?
아니
진행 중이신가?
대답해야 돼요?
물었으니까요
질문에 답하는 게 예의 아니에요?
- 오늘 뭐 언짢으세요? - (혜령) 아니요
아이, 질문 피하지 말고요
아, 역시
요즘 썸들도 타잖아요
썸도 포함되나?
그냥 남자답게 툭 털어놓으면 어디가 덧나요?
(반) 솔직히요?
[흥미로운 음악]
연애 별로 관심 없어요
어차피 끝날 거
감정 소모란 생각 들어요
어머
완전 인생에서 손해 안 보고 사시려고요?
손해? 그런 문제하고는 다르죠
의미가 있냐, 없냐
어쨌든
마지막 감정 소모는 언제였어요?
[시은의 웃음]
오래됐죠, 내 기준으로
숫자로 표현해 보세요
몇 달? 몇 년?
싫어요
- 대답 싫다고요? - (반) 네
- 왜요? - (반) 취조당하는 기분이에요
그냥 궁금 겸 관심이라고 생각하세요
한 팀이잖아요
여자들은 친하면 그 집 숟가락, 젓가락까지 다 파악해요
(반) 네
[시은의 한숨]
(시은) 우리한테 하실 말 없으세요? [혜령의 한숨]
일적으로 조언
워낙들 프로신데요, 뭐 좀 전에 말씀드렸듯이
(피영) 부장님은 꿈을 이루셨어요? 어렸을 때 꿈
어렸을 때 꿈은 파일럿이었어요
근데요?
어머니가 반대하셔서 접었죠
꽃밭에…
어머니 표현으로요
꽃밭에 사는 직업 싫다 하셔서요
지금 우리 꽃밭이라고 해야 하나
배추밭이라고 해야 하나?
(시은) 배추밭에 총각무 하나 [익살스러운 음악]
[피영의 웃음]
[함께 웃는다]
(유신) 뭘 이렇게 많이 샀어? 화장 진하게도 안 하면서
(아미) 첫 광고, 지면이지만
- 화장품? - (아미) 응
다른 광고도 아니고 광고 중의 꽃
잘됐네, 축하
[아미의 웃음]
(유신) 남자 바를 건 없어?
아, 선크림, 골프 나갈 때
(유신) 농담, 두고두고 써
돈도 첫 월급은 복 돈이라고 해서 일부 남겨 놓는 거야
받아서 다 쓰지 마
[웃으며] 다 쓰려고 했는데
(유신) 오빠 말 들으세요, 아가씨 [아미의 웃음]
(아미) 듣지
어, 이거 간호사들 주든가 오빠 알아서
[의미심장한 음악]
[화장품을 툭 내려놓는다]
[한숨]
[내비게이션 안내 음성] 종료합니다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피영의 놀란 숨소리]
[함께 웃는다]
(유신) 과년한 아가씨가 너무 늦다
(피영) 언제 적 아가씨인데?
과년한 아줌마지
(유신) 나한테는 영원한 아가씨야
[유신의 웃음]
[동미의 한숨]
[무거운 음악]
아, 저기…
(직원1) 네
우리 원장님 들어가셨어요?
못 뵈었는데요
여기 앉아 계셨는데
안 들어오셨어요
혹시 모르니까 화장실 한번 봐 주시겠어요?
(직원2) 네
(직원1) 저기요, 저기, 저기, 저기, 저기
(동미) 어머
원장님!
[동미가 흐느낀다]
(동미) 어, 어떡해
[동미가 흐느낀다]
[동미가 흐느낀다]
[웃음 섞인 울음]
원장님
원장님
[웃음]
(기림) 동미 씨
동미
더 있다 깨울 걸 그랬나?
[피곤한 신음]
어 [동미의 힘주는 신음]
[동미의 한숨]
무슨 꿈 꿨어?
김새는 꿈요
김새는 꿈인데 웃고 있어?
웃었어요?
[피식 웃는다]
어이가 없어서
아, 얘기해 봐
내가 꿈해몽은 좀 하잖아
복권 맞다가
[피식 웃는다]
백일몽이 뭐 맞아요?
(동미) 뭐 드실래요, 저녁에?
아, 나야 김동미가 차려 주는 건 뭐든
[무거운 음악]
(동미) 사약이라도요?
같이 먹으면
(동미) 같이 죽자고? 미쳤남?
[살짝 웃는다] [초인종이 울린다]
어머, 지아 아빠
(기림) 아, 나 화장실 [인터폰 조작음]
배가 살살 튼다
(유신) 자 [동미의 의아한 신음]
(동미) 뭐야?
[동미의 웃음] (유신) 화장품 몇 가지
(동미) 생일도 아닌데
[동미의 탄성]
지아 어미가?
(유신) 아니, 나도 받았어
[동미의 웃음]
생큐
그러지 않아도 사려고 했는데 나 여기 거 쓰잖아
통했네
옛날 같았으면 뽀뽀라도 해 주겠구먼
[피식 웃는다]
하셔
[흥미로운 음악]
[동미가 살짝 웃는다]
- 저녁 먹고 가 - (유신) 어
(유신) 아버지 볼일 오래 보시네 변비 심하신가?
습관
고기? 굴비? 둘 다?
(유신) 그렇지
[동미와 유신의 웃음] [잔잔한 음악]
(원) 어어, 앞에 잘 보고요
[원의 웃음] (사현) 아이, 아, 앞에, 아, 앞에 보고
[사현의 힘주는 신음]
어, 된다, 된다, 오
된다, 된다, 된다, 된다
[원의 웃음]
[사현의 웃음]
어, 잠깐만…
[사현의 탄성]
[사현의 놀란 신음]
[원의 웃음]
(유신) 우 대표님, 낙마 턱 내세요 [우 대표의 웃음]
(우 대표) 날짜만 잡아요 [웅의 웃음]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웅) 오늘은 그렇고 다음 주 오늘 어때요?
(유신) 네
(우 대표) 우리 딸 같이 안 왔기 망정이지 놀랄 뻔했어요
요즘 여자애들 그 정도 갖고 안 놀라요
남자애들보다 더 당차요
(웅) 저, 우리 아들이요
(우 대표) 아유, 듬직하게 잘생겼네
아들딸 잘 키워 보는 거 어때요?
장래 며느릿감, 사윗감으로
좋죠
[함께 웃는다]
원장님 소문 자자하더라고요 환자들한테
(유신) 뭐라고요?
치료도 물론 잘하시지만
사모님한테 다시없는 남편이시라고
[함께 웃는다]
사실 쉽지 않잖아요
왜 난 봐요? 난 잘하고 살아요
[웃음]
나만 못하나?
[잔을 잘그랑 내려놓으며] 난 맨날 구박당하는데
돈 열심히 벌어다 줘도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여자들, 돈이 다 아니에요
돈 펑펑 벌어다 주고 아부까지 하고 살아야 해요?
아, 왜 아부라고 생각합니까?
아부 좋아하는 사람 없어요
사랑을 표현해야죠
말은 쉬운데
조 원장님은 남자 아니에요?
후배들이 결혼 생활 물어봐요
난 그래요
'아빠로 살 건지 아들로 살 건지 정해라'
난 아빠로 살아요
[우 대표의 웃음]
신 원장님은요?
난 사실 아빠도 아니고 아들은 더욱 아니고
아빠 쪽인가? 굳이 따지면
보기에 신 원장님도 아빠과
난 그럼 아들과라는 얘기네
맨날 혼나고
[함께 웃는다]
(우 대표) 그래서 우리 집사람 사람들 물어 오면 1남 1녀라고 하나?
[함께 웃는다]
(유신) 혼나기 싫으면 오늘부터
[휴대전화 벨 소리] 콘셉트 바꾸시면 되겠네, 아빠로
(웅) 집사람인데?
(유신) 받으세요
[살짝 웃는다] [휴대전화 조작음]
- 어 - (웅 처) 아빠
(웅 처) 지금 홈 쇼핑에 허리 받침 의자 나오는데 살까요?
(웅) 누구 쓸 거? 우리 자기?
[한숨]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현) 이상하게 자전거를 못 배웠어요
킥보드만 타다가
(원) 이제라도 배웠으니 됐어요
난 수영을 못 배웠잖아요, 물 무서워서
- 빠진 적 있어요? - (원) 아니요, 그냥요
나한테 배우면 되겠네
- 싫어요 - (사현) 왜요?
그냥, 나중에 코치한테 배울래요
나 국대한테 개인 레슨 받았어요
방준철 선수가 이종사촌이에요
(원) 어머
[뚜껑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무거운 음악]
[화장품을 탁 내려놓는다]
[동미가 살짝 웃는다]
(동미) 마누라하고 나에 대한 감정은 또 다르지
[기림의 한숨]
꽃구경이나 갈까?
개나리, 진달래가 만발이야
(동미) 오늘 은근히 바람 차요
따습게 입고
환절기에 감기 드세요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가빈의 웃음]
[사람들의 환호]
죄송해요, 잘못 봤어요
[피곤한 신음]
[쓸쓸한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헛기침]
[통화 연결음] (가빈) 여보세요
박해륜입니다
(가빈) 네, 선생님
어제도 끝나고 그냥 가셨더라고요
(가빈) 네
오디오 고쳐 드려야 하는데 바쁘신가 봐요
고쳤어요
고쳤어요?
네
친한 후배가 놀러 왔다가
그렇지 않아도 뵙고 말씀드리려고 했는데요
저 강의 이번 학기까지만 할게요
[쓸쓸한 음악]
이번 학기만요?
네
얼른 다른 분 뽑으셔야 할 것 같아요
왜요?
그냥 해 보니까 저한테 좀 벅차요
학생들 반응도 좋고
무엇보다 보람 느낀다고 하셨는데
제 생각이었고요
아무튼 죄송해요
다음 주 정식으로 사직서 낼게요
- (피영) 심하셔? 알았어, 언니 - (유신) 읏차 [문이 탁 닫힌다]
(피영) 응 [힘주는 신음]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으며] 박 교수님은 못 가신대, 몸살 나셔서
방학 중에 뭘 얼마나 과로하셨길래 몸살이야?
그러게
(피영) 비치 볼이랑 다 챙겼어요?
(유신) 그럼
- (피영) 지아야! - (지아) 네! [문이 달칵 열린다]
(우람) 어, 기쁨
못 가, 나 지금 식구들이랑 호캉스
퀸 호텔
응
(향기) 걔네 유럽 다녀왔대?
어, 나도 유럽 가고 싶어
대학 들어가서 배낭여행 가면 돼
- 맘 - (시은) 응
어떻게 안 될까요?
유럽 못 가 본 사람 나 빼고 없는 것 같아요, 우리 반에
야, 동남아 못 가 본 사람도 많고
내 친구들 일본 못 간 애들도 많아
사람은 내려다보고 살아야지 올려다보면 못써
[무거운 음악]
(기림) 단풍 구경이나 갈까?
(동미) 지금 단풍이 어디 있어요? 9월에
(기림) 강원도 가면
(동미) 강원도라도 그렇죠 10월은 돼야 물들기 시작하지
그런가?
(동미) 치매 오는 거 아니겠지, 설마?
그럼 큰일인데
[경쾌한 음악]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살짝 웃는다]
[휴대전화 전원음]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 1층
(유신) 오늘은 와인 페어링 하자
나 단지 내려 주기 없기
혼자 올라오기 싫어, 취해서
(유신) 알았어 [아미의 웃음]
[휴대전화 벨 소리] (아미) 어?
쉿
[영어] 안녕, 엄마
(수희) [한국어] 어디냐고 물어봐
어디인데요? 여행 중, 아빠랑?
(수희) 인천 공항
[영어] 뭐?
[한국어] 농담이지?
왜 농담
인제 택시 타면 한 한 시간 걸려
[당황한 신음]
아빠도?
(수희) 아유, 아빠가 어떻게, 바쁘신데
[아미의 당황한 신음]
(아미) 정말 한국 왔다고?
(수희) 영상 통화 해?
아이, 비행기 타기 전이라도 알려 주지
[영어] 깜짝방문
[한국어] 저, 주소?
어, 알아
아, 저기
트래픽 때문에 한 시간 반 넘게 걸릴지도 몰라요
네
엄마 오셨어
예약 취소해야겠네
[엘리베이터 도착음] [당황한 신음]
당분간 문자만, 아, 내가 할게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린다]
미안
(유신) 뭐 미안, 올라가
[유신의 한숨]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피영) 여보세요
아직 방송국?
(피영) 퇴근 중
- 번개 하자 - (피영) 승마장 간다더니?
말 상보다 자기 얼굴 보고 싶어
[웃으며] 어디서 봐요?
파리의 아침, 내 이름
나 선약 있었으면 어쩌려고 예약했어?
[웃음]
예감에, 가 있을게, 천천히 와
운전 조심해서
(피영) 네
지아 아빠 번개 하자고
(시은) 참 재밌게 살아, 변함없이
우리 신랑 남편 교육 좀 시켜 주실 수 없나
여쭤봐 주세요, 원장님께
(시은) 자기 신랑도 잘하는 거다, 그만하면
'그만하면'이 아니라 퍼펙트해야죠
- 차차 나아져 - (혜령) 다 늙어서요?
신 원장님은 처음부터 계속 쭉 잘하신 거잖아요
복이야, 복 중에 남편 복이 최고고
언니도 불만 없잖아, 박 교수님
(시은) 그렇지
뭔가 조미료 같은 자극적인 맛은 없어도
입이랑 속 편하게 해 주는
심심한 된장국 맛? [함께 웃는다]
[다급한 신음] [격정적인 음악]
[아미의 다급한 신음]
[다급한 신음]
[아미가 중얼거린다]
[초인종이 울린다]
[놀란 신음]
[함께 웃는다] (수희) 아휴
(아미) [반가운 목소리로] 엄마!
[아미가 수희를 탁탁 토닥인다]
어, 슬리퍼
(수희) 아휴, 우리 딸
얼굴 좋아졌어
[웃으며] 한국이 맞는 것 같아, 나한테
[수희의 안도하는 숨소리]
(수희) 우선 얼굴 보니까 마음이 놓인다
[함께 웃는다] (아미) 어
(수희) 어, 그래, 받아 줘
[수희의 탄성]
아빠가 오래 있을 거 같으면 주변 아파트 알아보라셔
(아미) 아휴, 좋지만 강남 엄청 비싸
(수희) 에이, 비싸도 뭐
우리가 그 정도 능력 안 돼? [아미의 웃음]
(아미) 비행기에서 좀 드셨어?
(수희) 어, 비빔밥
(아미) 그래도 금방 출출해지실걸?
한국은 전화로도 얘기했지만 너무 좋아
옛날에 나왔을 때하고는 하늘과 땅 차이야
아, 홍차 드실래?
아니, 물
레인지에 잠깐 데워서
(아미) 응
음, 우리 딸, 생기가 넘쳐 [냉장고 문이 달칵 여닫힌다]
(수희) 눈이 그냥 반짝반짝하니
한국이 좋은 거야, 일이 좋아서야? [아미의 멋쩍은 웃음]
둘 다
[아미가 물을 조르르 따른다]
관심 보이는 남자들 없어?
(아미) 으음
아무나 사귀지 말아 [전자레인지 조작음]
여자는 항시 조심해
더군다나 혼자 가족도 없이 나와서
[전자레인지 알림음] (아미) 응
- (유신) 수고하셨어요 - (대리 기사) 아, 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괜히 페어링했나?
[술 취한 말투로] 몸은 말을 안 듣는데
기분은 좋아
몸 말 안 듣는 건 괜찮아, 업어 줄게
[웃음]
그 정도 아니고
[유신의 웃음] [차 문이 달칵 열린다]
[피영의 옅은 신음]
(유신) 자 [피영의 웃음]
안길래, 업힐래?
자기도 취했으면서
내가 와인 몇 잔에?
(유신) 자
[피영이 피식 웃는다]
(피영) 됐어
[웃으며] 누구 봐
아무도 없어, 있으면 또 어때?
[유신의 힘주는 신음] [흥미로운 음악]
[피영의 웃음]
(피영) 내려
[함께 웃는다]
[유신의 힘주는 신음] [피영의 웃음]
(피영) 지아 놀려 [도어 록 작동음]
(유신) 나 사랑해?
(피영) 몰라 물어?
(유신) 내가 물었다 [피영의 웃음]
[구두가 툭 떨어진다] (피영) 맨날 물어
[유신의 힘주는 신음] [피영의 웃음]
[스위치를 탁 누른다]
얼마큼 사랑해?
(피영) 많이
- 많이 갖고 안 돼 - (피영) 아, 어쩌라고?
(유신) 제대로 대답해
제대로 대답했어
(피영) 치, 머리 꺼든다 [유신의 웃음]
- (피영) 응? - (유신) 꺼들어
마누라한테 머리채 잡히지 뭐, 아이고 [피영의 웃음]
(피영) 아유, 정말 [유신의 웃음]
(유신) [스위치를 탁 누르며] 자
[함께 웃는다]
[유신의 힘주는 신음] [피영의 웃음]
- 옷 벗겨 줘? - (피영) 됐어
취하면 손 하나 까딱하기 힘들잖아
(피영) 됐다고
(유신) 안 됐다고
난 벗기고 싶다고
[유신의 아파하는 신음] (피영) 말 좀 들어
[함께 웃는다]
(유신) 왜 이렇게 어려운 옷을 입었어, 어? [피영의 투정 부리는 신음]
(피영) 하지 말라고 [함께 웃는다]
[안전띠를 달칵 푼다]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원) 네
주무세요?
(원) 아니요
왔는데 불이 꺼져 있어서요
(원) 집 아니에요
그럼요?
(원) 어디 좀 와 있어요
아…
강릉 새벽 바다 보러 가자 하려고 왔는데
[파도 소리가 쏴 흘러나온다]
여보세요?
잘 들어 보세요
[파도 소리가 쏴 흘러나온다]
파도 소리 같아요
[피식 웃는다]
네
어, 어딘데요? 바로 갈게요
강릉요, 강릉 호텔
어? 아, 정말요?
[살짝 웃으며] 네
주무시면 안 돼요, 갈 때까지
네
왜 오는데요?
가서 말씀드릴게요, 끊어요
[웃으며] 네
[휴대전화 조작음] [피식 웃는다]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어이없는 신음]
삐 소리 후 통화료…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한숨]
[타이어 마찰음]
[한숨]
(원) 어쩐 일이에요?
[살짝 웃는다]
저녁은요?
안 먹었는데 생각 없어요
왜요?
뭐 또 속상하구나
[원의 한숨]
(원) 나가요
요 옆에 24시간 하는 식당 있어요
언제 오셨어요?
낮에요
왜요?
그냥요, 나 강릉 좋아해요
[살짝 웃는다]
(사현) 나도인데
'나도'?
(사현) 저도요 [원의 웃음]
[한숨 쉬며] 나 왔어
(혜령) 응
(사현) [힘주며] 모처럼 일찍 들어오셨네?
왜 버려?
(혜령) 맛 변했어
변하기 전에 먹었어야지
언제 먹어, 집에서 밥만 먹고 있어?
아니…
[한숨 쉬며] 말이 안 나온다
지금까지 엄마가 해 주신 반찬 다 버린 거야?
다는 아니고
(사현) 어떻게…
[한숨 쉬며] 냉동시켰다가라도 먹어야지
냉동도 한두 달이야, 보관
안 먹을 거면 얘기를 하든가 반찬 그만 보내시라고
어떻게 그래, 어머님 낙이고 기쁨인걸
솔직히 나 먹으라고 보내시는 거 아니잖아
막내아들 먹으라고 해 보내시는 거지
그걸 말이라고…
어머님 탓하는 게 아니라 부모 마음 그래
그렇게 배웠어? 음식 막 버리라고?
[탁 소리가 들린다]
[한숨]
친정 욕하는 거야? 나 제대로 못 배웠다고?
시어머니가 정성 해 보낸 반찬…
(혜령) 어쩌라고, 그럼?
맛 변한 걸 먹어?
끓여 먹으면 돼, 한 번 더
좀 변한 거 먹었다고 안 죽어!
음식 버리는 게 얼마나 큰 죄인 줄 알아?
너무 많이 해 보내시니까, 바리바리
안 먹으니까 남아돌지
아침저녁으로 열심히 차려 먹어 봐
직접 차려 먹어
나만 차려야 돼?
자기도 못 하는 걸 왜 나한테 바라?
[한숨]
어? 내 말 틀려?
다 옳아
그만하자
[혜령과 사현의 한숨]
(사현) 엄마한테 전화드려
인제 반찬 그만 해 보내시라고
그럼 자기 굶고 나가려니 속상해하시지
굶지, 내가 먹고 나가, 배 터지게?
여태까지 내가 거짓말한 게 되잖아
정성 음식 버리는 것보다는 나아
수거해서 사료로 만들어
그냥 버려지는 거 아니야
봤어?
사료로 만들어도 짐승 먹지 사람 먹어?
엄마가 우리 먹으라고 만들어 보내셨지
음식 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명절에 전 몇 가지 부치는 것도 힘들다고 불평하면서!
[한숨]
(혜령) 정말 이러고 살 필요가 없어
[혜령의 한숨]
[문이 달칵 여닫힌다]
[한숨]
[냄새를 킁킁 맡는다]
[한숨]
[무거운 음악]
[사현의 지친 숨소리]
[한숨]
차에도 그럼 옷 없어요?
(사현) [한숨 쉬며] 네
오다 타이만 풀었어요
가을 바닷가 얼마나 바람 센데
정말 그만 사는 게 맞지 않아요? 와이프도 뻑하면 그러고
안 그래요
여자들 그만 일로 절대 이혼 맘 안 먹어요
말로만 그러는 거지
내가 잘못한 거 아니죠?
분별은 전혀 도움 안 된다니까요
정말…
[한숨]
너무 안 맞아요, 하나부터 열까지
음식을 어떻게 버려요
그렇죠, 그건
어머니께 잘 말씀드리세요
'요즘은 너무 바쁘고'
'아침 거르는 게 건강에도 좋다' 뭐, 그런 식으로
그리고 안 먹는 반찬들 나한테 주든가요
내가 먹을게요, 맛있게
어떻게 그래요
엄마 돌아가시고
어른들이 해 주시는 반찬 그리워요
어서 들어요
- (사현) 여기 소주 한 병요 - (종업원3) 네
우리 해물라면 먹을까요?
아니야
매운탕에 그냥 밥이 낫겠다, 속 편하게
저녁 드셨다면서요
아, 그냥 먹는 둥 마는 둥 했어요
(사현) 왜요?
별로, 혼자 먹으려니까
셰셴 올 걸 알았나?
[잔잔한 음악]
정말 텔레파시 통한 거 아니에요, 우리?
[웃음]
[한숨]
[한숨]
[한숨]
술도 안 먹히나 봐, 오늘은
쑹위안도 안 마시는데요, 뭐
대리 안 불러요?
빨리 올라가라고요?
차에 있다 일출 봐요, 같이
이제 11시밖에 안 됐어요
졸리시죠?
아니요, 잠 없는 편이에요
걱정해요, 안식구
결혼 생활에도 골든 타임 있어요
놓치면 화해 힘들어요 감정 골만 깊어지고
이미 깊어졌어요
사랑싸움이에요
(사현) 올라갈게요
아, 내가요
(원) 저, 여기
- (원) 계산 좀 해 주세요 - (종업원3) 네
- 왜요 - (원) 여기까지 왔잖아요
내가 먼저요
[살짝 웃는다]
[폭죽이 연신 펑펑 터진다]
(사현) 아이…
(원) 아, 난 괜찮아요, 이거 걸쳤잖아요
(사현) 감기 걸려요, 괜히 나 때문에
(원) 대리 얼른 불러요, 바람 차요
(사현) 시원해요, 뜨거운 탕 먹었더니
(원)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다 좋고
선한 사람은 좋은 쪽으로 생각해요
쑹위안이 그래요
그렇게 하루 한 번씩 칭찬 건네 봐요, 집에 가서
처음엔 빈말이라도 하다 보면 진담 돼요
그만 정리해야겠어요
[무거운 음악]
그게 서로를 위해 좋을 것 같아요
결혼 생활 정리한다고요?
(사현) 네
내 말 좀 들으면 안 돼요?
(사현) 이번만요, 계속 들어 왔잖아요
내가 틀렸다고요?
맞고 틀리는 문제 아니에요
내 마음 100% 설명할 수도 없고요
(사현) 여기 혹시 대리 번호 알아요?
[한숨]
올라가 차 한잔 마시고 가요
차는 됐어요
(사현) 그냥 얘기하세요
해로하고 산 부부들도 다 이혼 맘 몇 번씩 먹었대요
그만한 일로 끝내면
부모님들 얼마나 상심 크시겠어요, 양가
전에 자기 마음도 뜻대로 안 될 때 많다고 했어요
지금 그래요
'참아 보자', '또 넘겨 보자' 하는 마음 있어요
그 마음 하나만 생각해요
[한숨]
(사현) 우린
왜 인제 만났죠, 쑹위안하고?
늦지 않았어요, 이제라도
무슨 뜻이에요?
쑹위안
나 어떻게 생각해요?
[애잔한 음악] (사현) 얘기 안 해도 알아요, 느껴져요
내 마음도 느껴지죠?
[한숨]
내일 올라올 거예요?
정리하고 자격 만들어서 정식으로 프러포즈할게요
말도 안 돼요
지금 즉흥적으로 하는 결정이에요
우리 얘기는 나중에 해요
이혼요
도착하면 문자할게요
(원) 아, 저기…
내 생각은 안 중요해요?
정정할게요
쑹위안이랑 상관없이 일단 결혼 생활 끝낼 거예요
(원) 잠깐요
이리 와 앉아요
지금도 안 늦었어요, 우리
본인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해요
여러 사람 앞에서 맹세, 서약한 결혼이에요
감정은 서약하는 게 아니에요, 보니까
사랑은
감정이고요
[애잔한 음악]
나에 대해서 좋게만 생각해요
내가 좋은 모습만 보였을 수 있어요
(원) 그래요
우리 말도 잘 통하고 같이 있으면 편하고 즐거워요
위안되고요
성격적으로는 그런데
다른 건 아닐 수 있어요, 아니에요
(원) 부인 서른셋이고 난 마흔둘이에요
셰셴보단 열 살이나 위고요 [사현의 한숨]
나이가 중요해요?
빠른 사람은 지금부터 갱년기 와요
폐경을 앞둔 나예요
그래서요?
나도 남자 알 만큼 알아요
결혼 생활 5년 했어요
모든 여자가 다 같지 않듯이 남자도 그래요
오늘 보니까 같아요
(원) 어떻게 그만 일로 이혼 생각…
나한테는 그만 일 아니에요
다 알잖아요
사사건건 속상하고
나 마음 다쳤던 거
일에는 순서가 있어요, 우선
결혼 생활 매듭지을 거예요 올라가서 바로
부인 생각 안 해요?
좋다고 할 거예요, 1초의 망설임 없이
[멀어지는 발걸음] [한숨]
[원의 한숨]
내 실체
알고 가요
알아요
몰라요
젊음만 알지
나이 듦에 대해선
[무거운 음악]
[숨을 들이켠다]
[사현이 숨을 들이켠다]
사랑이 어떤 건지
어떤 감정인지
인제 정확히 알겠어요
[애잔한 음악] 저기…
내 자존심 지켜 줘요
평생요
오늘 내 실체 정확히 알고
끝내자는 뜻이에요
[강렬한 드럼 연주가 계속된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떨리는 숨소리]
[한숨]
[잔을 탁 내려놓는다]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벨 소리]
[무거운 음악]
[한숨]
[힘겨운 신음]
[서향의 아파하는 신음]
우리 이만 사는 게 좋겠지?
(사현) 나랑 살면서 안 행복하잖아
알았어
도장 찍어 줄게
[한숨]
[엘리베이터 도착음]
[혜령이 흐느낀다]
아빠 암 진단 나왔대
[극적인 음악]
- 어떡해? - (사현) 무슨 암?
대장암
언제 전화 왔어? 했어, 왔어?
어젯밤
들어가 봐야 돼?
엄마 아빠 나오신대
아버님한테 병원 예약 좀 부탁드려
최대한 빨리 검사받으실 수 있게
[혜령이 훌쩍인다]
본가에서 잤어?
아니
왜 전화는 꺼 놨는데?
그냥
어디서 잤어, 그럼?
(사현) 거의 안 잤어
그게 뭐 중요해?
[혜령의 한숨]
[사현의 한숨]
[사현이 숨을 후 내뱉는다]
[애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휴대전화 진동음]
[원의 한숨]
[휴대전화 종료음]
(문호) 그, 대장암은 크게 걱정할 거 없어
잘라 내기만 하면 돼, 말기만 아니면
말기일지 모르잖아요
내 친구 언니
말기도 아니었는데 여기저기 전이돼 결국 죽었어요
인명은 재천이지, 뭐
남의 일 같지 않아
[키보드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삐 소리 후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한숨]
[숨을 후 내뱉는다]
[한숨]
(혜령) 왜 불도 안 켜고
[혜령이 스위치를 탁 누른다]
안 써져?
아니
집 나가는 습관 고쳐
나랑 문제만 생기면 나가 인제 외박까지 하고
- 어? - (사현) 응
[한숨]
(혜령) 치킨 시킬까, 오랜만에?
(사현) 응
[살짝 웃는다]
[한숨]
[감성적인 음악]
어쩐 일이세요?
차도 안 주실 거예요? 문전 박대?
(가빈) 스페인 7월에 갔다가
그저께 왔어요
(해륜) 가족분들 좋아했겠네요
[가빈이 살짝 웃는다]
(가빈) 안 드세요?
- (해륜) 네 - (가빈) 네
떫어져요
다이어트하셨어요?
[잔을 탁 내려놓으며] 아니요, 빠져 보여요?
(가빈) 네
얼굴만 빠졌나?
체중은 그대로인데
[옅은 웃음]
저녁 약속 있으세요?
아니요
그럼 저랑 저녁 먹어요
[휴대전화 벨 소리]
[살짝 웃는다] [휴대전화 조작음]
- (시은) 응 - (해륜) 어쩌지
(해륜) 약속이 생겼어
먼저들 먹어
아이, 향기 실망하겠다
(해륜) 중학교 동창 녀석 하나가 갑자기 이민 떠난다고
송별회?
(해륜) 그런 셈
향기한테 문자 좀 보내 줘요
(해륜) 응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가빈) 그라나다 알람브라 궁전이요
(해륜) 네
(가빈) 사랑하는 연인이 가면 안 헤어진대요
(해륜) 그래요?
(가빈) 저도 갔었고요
(해륜) 가족분들이 그라나다에 사세요?
아니요, 식구들은 바르셀로나요
(해륜) 아…
바르셀로나에서 그라나다 꽤 멀죠? 얼마나 걸려요?
비행기로도 한 시간 넘게요
(해륜) 방송에서 봤는데 참 아름답더라고요
찍은 사진 있겠네요
있었는데 지웠어요, 최근에
(해륜) 왜요?
함께 갔던 사람이랑
헤어졌거든요
작년 초 헤어졌는데
이제야 지웠어요
마음에 남아 있고요, 아직
많이 좋아하셨나 봐요
네
저
선생님 이용하면 안 될까요?
어떻게요?
선생님 통해서 그 사람 잊고 싶어요
가능할 것 같아요
[한숨]
[멋쩍게 웃으며] 말 안 되죠?
염치없다는 거 알아요
(가빈) 이 용건으로 강의 그만뒀던 거고요
이 부탁 하려고
선생님하고 있으면
마음이 뭐랄까
안정되고 편해져요
단지 안정이 필요해서요?
그만큼 절실해요, 저한테
나쁜 남자한테 끌렸는데
이제야 철이 났는지
인품에 끌려요
이성으로서는요?
선생님하고 있을 때 좋아요
친구도 같이 있으면 즐거워요
친구 하죠, 뭐, 그럼
밤새워 얘기하고 싶은 감정요
얘기만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가빈) 손도 잡고 싶고
선생님 얼굴, 턱선, 만져 보고 싶어요
어떤 느낌인지
[다가오는 발걸음]
(종업원4) 맛있게 드십시오 [무거운 음악]
(우람) ♪ 생일 축하합니다 ♪
♪ 생일 축하합니다 ♪
♪ 사랑하는 향기 누나 ♪
♪ 생일 축하합니다 ♪
[우람과 시은의 박수] [시은의 환호]
[우람의 환호] [입바람을 후 분다]
[함께 웃는다]
(시은) 자 [우람이 스위치를 탁 누른다]
이거 엄마 선물, 건강에 좋은 거야
역시 우리 엄마
감사합니다
아빠는 오시는 중인가?
아이, 그러지 마
(우람) 누구보다 딸 바보이신데
함께 못 하는 아빠 마음은 어떻겠어
또 애늙은이 대사 나온다
맞지
딸이 아빠 맘 짐작 못 해?
[무거운 음악]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가빈이 스위치를 탁 누른다]
무슨 생각 하세요?
후회요?
아니요
[가빈의 한숨]
안 가시면 안 돼요?
혼자 잠들기 싫어요
선생님 외엔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을게요
그냥 이렇게 한 번씩
같이 있어 주는 걸로 만족할 수 있어요
- (환자) 감사합니다 - (웅) 네
물리 치료 좀 잘해 드려요, 신경 써서
(간호사1) 네
(웅) 네
[문이 달칵 열린다] [흥얼거린다]
[마우스 조작음] [문이 탁 닫힌다]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
[의미심장한 음악]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앉으세요
[문이 탁 닫힌다]
[수희의 한숨]
어디가 안 좋으세요?
그냥
가끔 잠이 안 오고
전체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것 같아서요
네
교포시네요
네
맥 좀 볼게요
[수희의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긴장한 숨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간호사1) 김 쌤, 잠깐만요
(간호사2) 네
[문이 탁 닫힌다]
오랜만이에요
[피식 웃는다]
네
변했네요, 많이
(수희) 내 소식
알고 있다고 들었어요
미국 들어갔다는 얘기까지는
그리고?
궁금한 거 없어요?
[한숨]
나 그때
아기 안 지우고
낳은 것도 알고 있지 않아요?
[한숨]
아들이 몇 살이에요?
열여섯
띠동갑이네
제 누나랑
우리 딸
스물여덟이니까
[애절한 음악]
[감성적인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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