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S2. 1
[유신의 힘주는 신음] [피영의 웃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 (피영) 얼마큼 사랑해? - (피영) 많이
취하면 손 하나 까딱하기 힘들잖아
(피영) 됐다고
왜 이렇게 어려운 옷을 입었어, 어?
(혜령) 내 아우라에 넋이 나가겠지?
(시은) 만찢 아니라 화찢 아니야?
화보 찢고 나온 모델들이다, 완전
(피영) 와, 모델은 저분이셔
- 언니분이랑 닮았네요 - (시은) 네?
우리 언니 아세요?
이 작가님 동생분 아니에요?
(동미) 어, 어떡해
[웃음 섞인 울음]
원장님
(피영) 취했는데 안 취한 척하시는 거예요?
정말 말짱하신 거예요?
연애 별로 관심 없어요
어차피 끝날 거
감정 소모란 생각 들어요
(아미) [반가운 목소리로] 엄마!
(혜령) 정말 이러고 살 필요가 없어
(원) 내 실체 알고 가요
- 알아요 - (원) 몰라요
(원) 젊음만 알지, 나이 듦에 대해선
(가빈) 저 선생님 이용하면 안 될까요?
어떻게요?
선생님 통해서 그 사람 잊고 싶어요
가능할 거 같아요
(수희) 아들이 몇 살이에요?
열여섯
띠동갑이네
제 누나랑
(수희) 우리 딸
스물여덟이니까
[비밀스러운 음악]
[긴장되는 음악]
[비명]
[놀라는 신음]
[혜령이 코를 드르릉 곤다]
[사현의 가쁜 숨소리]
아프세요?
아니, 아, 아니요
[긴장되는 음악]
[놀란 숨소리]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오며
삐 소리 후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한숨]
[자동차 시동음]
[차 문이 탁 여닫힌다]
(혜령) 엄마, 아빠도 여기 와 받으시라고 해야겠어
완전 피로 풀려
그렇지?
(사현) 응 [혜령의 옅은 웃음]
[긴장되는 음악]
[놀란 숨소리]
[잔잔한 음악]
[원이 흐느낀다]
(여자) 아가씨
네!
(여자) 속 안 좋아요?
아니요, 그냥…
(여자) 오빠가 서귀포 가서 성게국수 먹재요
네!
[벅찬 숨소리]
[흐느낀다]
응, 알았다 [문이 탁 여닫힌다]
[문호의 헛기침]
(예정) 사돈댁 다음 주 수요일 들어간대요
식사 자리 한 번 더 가져야죠?
(문호) 응, 그래야지
(예정) 나이 들어서 한국 떠나는 거 아니야
우리나라 같은 의료 서비스 어디서 받아?
젊은 사람들이나 이민 가는 거지, 원
[입바람을 후 분다]
사서 고생
어쨌든 암 아니라 다행이에요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모님 뭐라 안 하세요?
거의 맨날 이렇게 늦는데
원래도 일찍 못 들어갔으니까요
행복한 얼굴 아니에요, 요즘
무슨 얘기 하시려고요?
나 안 듣고 싶은 얘기?
새로 태어난 기분이에요 [가빈의 옅은 웃음]
- 행복할수록… - (가빈) 미안함도 크겠죠
죄책감
[한숨]
안 잡을게요
뒤돌아서고 싶을 때
가세요
죽는 게 차라리 쉬울 거 같아요
과장이고요
과장 아니에요
이제 남 선생 안 보고는 견딜 수 없을 거 같아요
[옅은 한숨]
없어요
나도 예상 못 했어요
내 감정이 선생님한테 흘러갈 줄
[옅은 웃음]
(가빈) 노래하고 싶다
(해륜) 조명 어두워서 사람들 못 알아봐요
목소리는 알려나? [함께 웃는다]
[헛기침]
[함께 웃는다]
[피식한다]
[바 직원이 안내한다]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를 한다]
♪ 만약에 ♪
♪ 추운 바람이 우리를 괴롭혀도 ♪
(가빈) ♪ 서로를 더 꼭 안아 줄 이유일 뿐이야 ♪
♪ 우리 함께라면 ♪
(수희) 띠동갑이네
제 누나랑
[어두운 음악] 우리 딸 스물여덟 됐거든요
단 몇 번이라도 생각한 얼굴이 아니야
어떻게 생각을 안 해요?
잘 컸어요, 이쁘게
세월은 어쩔 수 없어
나도 그렇지만
모든 여자들 시선 받는
꽃미남이었잖아
(웅) 나에 대해 알아요?
얘기해 줘요?
'네 생부가 궁금해하신다, 만나 보련?'
이름은?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문이 탁 닫힌다]
약은 생각해 보고 지을게요
선생님
아, 예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를 한다]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해륜의 옅은 웃음]
(해륜) 여기 손님들 귀 호강, 눈 호강 했네요
돈도 안 내고 [가빈이 피식한다]
한 잔 더 할 수 있어요? [가빈의 옅은 웃음]
나 요즘 좋아 보이죠?
미안해요, 난 안정을 찾고 행복한데
반대로 선생님은 생각이 많아지시고
심플하게 살자 마음먹었어요
남 선생만 좋다면
이중생활은 남 선생한테도 식구들한테도 아닌 거 같아요
(해륜) 나 솔직하게 털어놓고 정리하려고요
저에 대해 털어놓는다고요?
아니요
남 선생 얘기는 절대 안 해요
어떤 경우에도
그냥
결혼 생활에 회의 왔다고, 사실이고
저 만나기 전까지는 아니었잖아요
그냥 산 거예요
[차분한 음악]
부담스러워요?
경우가 아닌 거 같아서죠
이미 경우 아닌 일 벌였지만
- 내가 알아서 할게요 - (가빈) 자신 있으세요?
무리 없게 마무리할게요
쇼핑도 많이 못 했어, 맛집 다니느라
(수희) 다음에
브라이언 여친 이쁘더라?
착해, 예의도 바르고
가면 강제로라도 브랜든 승마시켜
(아미) 남자들 사춘기에 좋아
기 센 말하고 씨름하느라 오히려 나쁜 거에 안 빠질 수 있어
권해 볼게
- 아미 - (아미) 응?
얘기해
가끔 친아빠 궁금한 적 없어?
[옅게 웃으며] 그럼 아빠는 가짜 아빠인가?
생물학적이란 표현 쓰기는 좀 그래서
(아미) 가끔은 생각하게 되지
[애잔한 음악] 만나 보고 싶어?
만날 수 있어?
유명인은 아니지?
[웃으며] 에이, 무슨
그쪽에서 나 찾아?
[한숨]
됐어, 그럼
(유신) 응
왜?
[흥미로운 음악]
아는 사람이야?
누군데?
- 우리 엔지니어 부장 - (유신) 근데?
(피영) 싫어
- 어때? - (피영) 라운지에 있을게
하고 나와요
[피영의 멀어지는 발걸음]
[발랄한 음악]
[반의 힘주는 신음]
(반) 자식이
[동마의 힘겨운 신음]
[함께 웃는다]
(유신) 이해가 안 가
흉잡힐 몸매도 아니구먼
(피영) 민망해
(유신) 아저씨 분위기는 아니던데
- (유신) 돌싱? - (피영) 독신
왜?
- 관심 있어? - (피영) 참…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니까
여자들 그렇지, 그럼
벗은 몸 보이고 싶어? 외간 남자한테
수영장들 다 못 가게, 그럼?
근데 얼굴은 왜 빨개져?
뭐, 빨개져?
빨개졌어
당황해 그랬나 보지
관심 갖지 마, 혼나
[피영이 피식한다]
신유신 원장님밖에 난 남자로 안 보여
(피영) 이쁜 말 갔는데 오는 말 없어?
남자는 말보다 행동
충전 중?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유신) 자
골라, 뭐든
(피영) 백은 됐고, 옷?
응
- (점원) 어서 오세요 - (피영) 네
- (점원) 이쪽이 신상입니다 - (피영) 네
[휴대전화 진동음]
(아미) 엄마 지금 출국장 들어가셨어요
[옅은 웃음]
- (피영) 이거 입어 볼게요 - (점원) 아, 네, 가능하세요
(유신) 이따 노을에서 봐, 6시
[초인종이 울린다]
[한숨]
[초인종이 울린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애절한 음악]
[사현의 놀라는 신음]
(사현) 어디 갔던 거예요?
(원) 오빠 집요
(사현) 제주요?
문자 한 줄 보내 주죠
얼마나 답답하고 걱정됐는지 알아요?
보고 싶었고요
[침을 꿀꺽 삼키며] 캐나다에서 장인, 장모 오신 거예요
병원 진료 받으러
다음 주에 들어가시면 얘기하고 정리하려고요
그러지 마요, 부탁이에요
그냥 신경 끊고 있어요
(사현) 울지 마요
[울먹이며] 나
임신됐어요
[차분한 음악]
믿기지 않아요, 나도
근데
테스터기 다 임신 반응이에요
정말요?
[사현의 놀라는 신음]
나 아기 무사히 낳고 싶어요
낳아야 해요
일 벌이지 말아요, 그러니까 부탁이에요
낳을 때까지 아무 일도…
아, 알았어요, 병원 언제 가요? 내일이라도 같이 가요
아직은 확실히 안 나타나요
(사현) 그럼 언제 나타나요?
힘들어요?
괜찮아요
별로 비위 상하는 것도 없고
[벅찬 신음]
언제 알았어요?
어제요
몸 느낌이 이상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완전 미라클, 그렇죠?
우리 인연이다, 완전
그런 말은 마요
나 마음 편치 않아요
알았어요, 열 달 동안 입 지퍼
뭐 먹고 싶어요?
(원) 그냥 오빠 집에서 귤 실컷 먹었어요
(사현) 귤 말고
어, 지금 딸기는 안 나오나?
가요
왜 가요?
가야죠
이제 여기 오지 마요
내가 안 오고 어떻게 견뎌요?
내 생각 좀요
그러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열 달 동안 절대 안 밟히게 할게요
사람 일 몰라요
정말 내 마음 좀 편하게 해 줘요
내 기를 받아야죠, 아기가
누구보다 아빠 기를요 내 목소리도 듣고
(사현) 그러는 거예요 그래야 아기한테도 좋고
안 그래요?
[잔잔한 음악] 아
일단 나가서 저녁 먹어요 이것부터 풀까?
(원) 빨랫감이에요, 다
(사현) 나 세탁기 돌릴 줄 알아요
가만있어요, 움직이면 안 돼
사람 부르고 할게요, 걱정 마요
[잔잔한 음악] [한숨]
[깊은 한숨]
나 오늘 어떻게 자지?
꼴딱 새워도 좋아
나야말로 어제 한숨도 못 잤어요
그럼 안 돼요, 얼른 들어가 누워요 내가 먹을 거 사다 놓을 테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아기만 생각
그렇게 좋아요?
좋은 정도가 아니라
[말을 더듬으며] 춤, 춤이라도 추고 싶고
추라면 출게요, 춰요?
됐어요
어떻게 이런 일이 우리한테…
정말 아무 일 안 벌일 거죠?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우리 남편 어디서 듣고 와 가지고 그러는 거예요'
(혜령) '요즘 20대가 산부인과 가면'
'어머, 이게 무슨 일이야? 20대가 왜?'
'30대가 가면'
'왜 더 있다 오지, 벌써 왔어요?'
[피식한다] '40대가 가면'
'반가워요, 잘 왔어요'
'50대가 가면 '이젠 뭐, 가능하니까''
'60대한테는 '건강하신가 봐요''
'우스갯소리 아니고'
'세태와 여자들 건강 상태를 반영한 얘기라며'
'우리 신랑 제게 조르고 조른답니다'
''아이 하나 낳아 도'네요' [혜령의 웃음]
'붐 식구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마흔넷에 면사포 쓴 저 시도해 봐야 하나요?'
음, 시도해 보셔도 될 거 같은데요? 제 생각에도
우선 건강 검진 받아 보시고 이상 없고 건강하시면
4451 님, '우리 누나도 첫 조카 마흔여섯에 낳았습니다'
'제왕 절개지만 우리 누나에 비하면 새댁이시네요'
(원) 가요, 남사스러워
남사스러워요? 자연스럽지
(간호사1) 송원 님
네
[한숨]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정말 60대도 임신이 가능해요?
순진하신 거예요? 여자를 그렇게 모르시는 거예요?
그냥 우스개 얘기예요, 요즘
초산 아닌 경우에 50대는 있었죠?
응
혜령 씨도 마음 혹시 바뀌면 늦을지 몰라
하나라도 낳아 [혜령의 옅은 웃음]
(피영) 맞아, 남편은 떠나도 자식은 안 떠나
(혜령) 남편 떠나면 자식이 무슨 소용 있어요?
(반) 그렇지 않아요
자식이라도 있는 게 어디예요
(혜령) 근데 왜 결혼 안 하세요?
결혼 생각 없어도 애는 갖고 싶다는 남자 많은데
(반) 애는 싫지 않아요, 솔직히
근데 혼자 키울 자신은 없어요
가능성 없어요?
무슨 가능성요?
어디서 크고 있을지 모르잖아요 부장님 2세
- 전혀요 - (혜령) 사람 일은 모르는 거예요
- 그렇죠 - (피영) 한번 쭉 떠올려 보세요
삼 대 일이에요
삼 대 일이 왜 나와요?
(반) 놀리지 말라고요
걸핏하면 세 분이서
놀리는 거 아닌데? 진담인데?
[피식한다]
(의사1) 임신 맞네요
[벅찬 숨소리] [차분한 음악]
여기 아기집이에요
축하드려요
[벅찬 숨소리]
저 뭐 검사받아야죠?
[긴장한 숨소리]
기래요?
[원의 당황한 신음]
(간호사2) 송원 님
- 아, 네 - (사현) 아, 조심, 조심해요, 조심
[벅찬 신음]
(사현) 나 선물해 줘요, 꽃
단 몇 송이라도
(원) 꽃요?
축하받아야겠어요
다른 사람 축하는 필요 없고 쑹위안 축하요
(사현) 이제 아홉 달 후 만나게 될 내 아기의 엄마
[감미로운 음악] 지금 내 마음은
단순한 사랑 그 이상이에요
축하해 줘요
- (꽃집 점원) 다 됐습니다, 네 - (원) 네, 감사합니다
축하해요
내 2세 갖고 싶은 마음
이렇게 간절했는지 몰랐어요
(사현) 그냥 막연히
동료 선후배들 돌잔치, 백일잔치 하는 거 보면
'부럽다' 그 정도였거든요
말할 수 없게 벅차고
어떻게 표현이 안 돼요
그러니 난 어땠겠어요
남들 다 갖는 애 못 가질 때
결국 그 문제로 이혼당하고…
(사현) 인연이 아니었던 거예요
우리가 인연인 거죠
안 그래요? 나 만나라고
결과를 봐요, 벌어진 결과를 [원의 한숨]
울지 마요
배 속의 아기 생각해서라도
아기가 흉보겠다, 울보 엄마라고
[울먹이며] 그냥 눈물이 나요
(원) 이제 정말 실감 나요
(사현) 근사한 레스토랑 가고 싶지만
오늘은 내가 해 주는 밥 먹어요
오늘을 잊지 않고 기념하고 싶어요
나중에 아기한테 공치사도 하게요
병원에서 임신 확인하고 나온 날
너와 엄마 위해 손수 밥해 대령했다
고맙고 사랑하고 감사한 마음에
[흐느낀다]
[울먹이며] 오늘은 나도 그냥 울래요
[경쾌한 드럼 연주]
[경쾌한 드럼 연주]
(드러머) 조금 더 다다다다다다다다다
[경쾌한 드럼 연주]
(사현) 아, 내가 하는 거 눈에 담을래요?
누워서 쉴래요?
(원) 눈에 담을래요
너무 누워 있는 거 오히려 좋지 않다고 들었어요
그럼 좀 있다요, 양파 볶은 다음에
눈 매워요
[사현이 프라이팬을 달그락거린다]
(사현) 나 이거랑 라면도 잘 끓이고
어, 김치찌개도 웬만큼 맛 내요
듣고 있니, 베이비? [원이 피식한다]
아직 귀 안 생겼어요
(사현) 영혼으로는 알고 느낄 거예요
엄마가 느끼면 아기한테도 전달돼요
누가 그래요?
전에 형수 조카 가졌을 때 우리 어머니가요
[경쾌한 드럼 연주를 한다]
[뚜껑을 탁 닫는다]
[옅은 웃음]
(원) 제대로야
아, 김치는 있어야겠죠?
요즘 김치가 썩 안 당겨요
[물병을 탁 내려놓는다]
(사현) 왜 보고만 있어요?
(원) 우리 오빠 말고 남자가 해 준 밥 처음이에요
엑스 남편이 안 해 줬어요?
시부모님이랑 사니까 꿈도 안 꿨죠
식어요
내 사랑 드세요
[피식한다] [잔잔한 음악]
[원의 탄성]
맛있어요
- 안 고파요? - (사현) 고파요
같이 먹으려고요
수저
[사현의 탄성]
더 맛있다 [원이 피식한다]
모든 걸 함께할 거예요
좋다고 손뼉 못 쳐요, 나
알아요
앞으로 아무 생각도
[사현의 한숨]
(사현) 나한테 그랬죠? 분별하지 말고 받아들이라고
아무것도 따지고 분별하지 말고
받아들여요, 아기만 생각하고
그게 아기에 대한 예의예요
어, 그냥 내가 오면 오나 보다 가면 가나 보다
오케이?
오케이?
하트 모양 때문에 오므라이스에 빠진 거 같아요
어머니의 사랑이 느껴지고 보여서요
나한테 오므라이스는 사랑이에요
- 뭐 불만 있어요? - (문호) 응
(예정) 뭐요? 저녁 잘 먹고?
윗사람이여, 엄연히
다시 해 봐
또 심통 도졌네
심통?
저녁 잘 자시고 뭐가 불만이셔?
(문호) 연시 좋아하는 줄 알면서 본인 좋은 단감만 사 와?
- 연시 좋아해요? - (문호) 내가 남편이었어요? 몰랐네
몰라서가 아니고 사다 놓으면 몇 개씩 먹잖아요, 한꺼번에
그러고 변비 생기고
변비로 고생해도 내가 고생해
변비 반복되면 치질 되는 거예요
(예정) 치질 걸린 사람들 고충 못 들었수?
[휴대전화 벨 소리]
(문호) 꼭 자기 엄마한테만 전화해
[칼을 탁 놓는다]
응, 아들
어느 아들?
막둥이 아들, 변호사
[웃으며] 막둥이까지는 좀 그렇고
[웃으며] 어쩐 일?
그냥, 엄마 목소리 듣고 싶어서
우리 아들 오늘 기분 좋구먼 목소리 들으니까
저녁 드셨어?
먹었지, 그럼
사돈어른들은 잘 도착했대? 전화 왔지?
네
아버지 계셔?
옆에 [문호가 코를 훌쩍인다]
나한테도 좀 해, 이 녀석아
뼛골 빠지게 벌어서 공부시키고 장가보냈어
[웃으며] 엄마, 전화 아빠한테 좀
받아요
아버지, 그 정도가 뼛골 빠진 거면
다른 아버지들은 뇌가 다 없겠어 빠져 흘러서
[피식한다]
컨디션은 어떠세요?
좋아
뭐, 필요하신 건 없고?
- 있어 - (사현) 말씀하셔
나도 스포츠카 한 대 몰아 보고 싶어
사 줄 겨, 언제?
(사현) 내년에 사 드릴게 [문호의 옅은 탄성]
공수표 아니여?
마음이나 바뀌지 마셔
[웃음]
어디여?
주차장요
일요일 날 연시나 사 들고 오든가
(문호) 네 엄마 연시 하나를 안 사 줘 [예정이 피식한다]
[피식하며] 그 말을 믿으라고?
내가 거짓말하는 거 봤냐?
알았어요
어…
아빠, 엄마 들으면
기함하게 기뻐할 소식 있는데
[흥미진진한 음악] [놀란 신음]
혜령이 애 가졌구나?
아니요
뭐여, 그럼?
그냥 배고파서 나온 소리예요
녀석, 실없기는
[똑똑 두드린다]
[피식하며] 일요일 갈게요
[차 문을 탁 연다]
연시 사 들고
네, 연시 사 들고
네
- (혜령) 어머님? - (사현) 아빠, 일요일 내려오라고
- 난 못 가는데 - (사현) 응
[혜령이 피식한다]
막내는 달라, 사내 녀석이라도
최소한 둘은 낳아야 혀
안 낳으면 모를까
(예정) 맞아요
달죠?
뭔가 좋은 일이 있나 본데?
(문호) 목소리에 윤이 도는 게
그러게요
장인, 장모 가서 좋은가 보죠
오진이었다 하고
그런가?
[긴장되는 음악]
[가쁜 숨소리]
[어두운 효과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휴대전화 알람음] (피영) 미쳤나 봐
[휴대전화 조작음] [알람음이 멈춘다]
[유신의 탄성]
(유신) 6시야, 벌써?
(피영) 응
(유신) 한 40분 잔 거 같구먼
(피영) [웃으며] 놔, 아침 준비해야 돼
(유신) 굶을래, 오늘
- (피영) 지아는? - (유신) 몰라
이러고 5분만
(유신) 아니, 10분만 [피영이 피식한다]
(피영) 신유신
(유신) 예스, 맴
- (피영) 내가 그렇게 좋아? - (유신) 아니요
사랑이죠, 엄청
[함께 웃는다]
[기분 좋은 숨소리]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현의 고민하는 신음]
저거요
- (가게 직원) 레드요? - (사현) 네
[어두운 음악]
"필리핀"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미용사) 다 됐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미용사) 네, 안녕히 가세요
(향기) 다음엔 누나가 너 머리 깎아 줘 볼게
너무 비싸, 어른도 아니구먼
(우람) 내 머리가 뭐, 샘플이야? 연습용?
(향기) 오늘 유심히 봤어
(우람) 됐거든? 나 잘 때라도 머리 손대 놓으면
나도 누나 머리 잘 때 잘라 놓을 거야 되는대로
(향기) [웃으며] 알았어
어린게 멋은 알아 가지고
(우람) 나
누나 한 가지 부러운 거 있어
- 뭐? - (우람) 누나 초등학교 5학년 때
엄마 나이 마흔둘이었잖아
응
사진 보니까 엄마 그땐 젊었더라
엄마 뒤늦게 너까지 낳고 그래서 좀 늙었는데
그게 그렇게 싫어?
얼마 전에 엄마 학교 왔었는데
어떤 애가 할머니시냬
말도 안 돼
요즘 학교 오는 할머니들 젊어
(우람) 누나 같으면 기분 좋겠어?
속상하지
그래서 뭐라 그랬어?
하나 마나 한 걸 왜 물어?
할머니 맞는다고 그랬을까 봐?
[한숨]
[잔잔한 음악] (향기) 세상이 다 내 마음 같을 순 없어
이제 시작이야, 마음의 준비 해
속상한 일, 슬픈 일, 억울한 일
다 겪으면서 크고 나이 먹는 거야
[한숨 쉬며] 슬프다
그 슬픈 걸 이겨 내면 기쁨이 되고
슬프다, 힘들다 피하면 낙오자 되고 패배자 돼
결정은 너한테 달렸어
낙오자 될지, 인생 승리자가 될지
낙오자는 싫지
그러니까, 떡볶이 사 줄까?
돈 있어?
(향기) 못난 재수생 누나지만 이쁜 동생 떡볶이 사 줄 돈 없을까?
(우람) 누나가 왜 못나
(향기) 얼굴이 아니라
나도 결정 미스 했잖아 내 분수 모르고
(우람) 누구나 다 실수한다잖아
(향기) [웃으며] 동상 아니라 오빠 같다
(우람) 다 좋은데 한 번씩 '동상'이라고 하지 마
- (향기) 왜? - (우람) 촌발 날려
[향기의 웃음]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원) 어머, 폰 바꿨어요? - (사현) 우리 전용 폰요
(식당 직원1) 실례하겠습니다
- 무염 버터죠? - (식당 직원1) 네
내가 발라 줄게요, 손 씻었으니까 [원의 옅은 웃음]
[힘주는 신음]
(사현) 나 요즘 부모님이랑 통화할 때
입이 근질근질해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거 참느라 애먹어요 [원이 피식한다]
참아요
[피식하며] 네
알면 우리 부모님 정말 좋아하실 텐데
시간이 해결해 주겠죠?
(사현) 아, 잠은 잘 자요?
며칠 설쳤더니 잘 자요
잘 자야 돼요
일 안 하면 안 돼요?
(사현) 하고 싶은 거 하고 쉬어요 나 괜찮게 벌어요
몸 쓰는 일 아닌데요, 뭐
번역하던 건 마쳐야 하고
[변기 물이 쏴 내려간다] (동미) 죽으려나?
생전 안 부르던 노래를
(기림) ♪ 며칠 후 며칠 후 ♪
♪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
- (동미) 원장님 - (기림) 어
(동미) 그 노래 무슨 뜻인지 아세요?
- 죽어 저승에서 보자는 뜻? - (동미) 네
잘못들 알고 있는 거야
(기림) 원래 이름은 요르단강인데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 땅에서
몇백 년 노예 생활을 했잖아
모세 알지?
네
(기림) 모세가 하나님의 계시를 받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탈출을 하려면
요르단강을 건너야 했거든
결국 건넜지
이스라엘 백성들이 요르단강을 건너
비로소 자유를 얻은 거야
그러니까 실은 요르단강을 건넌다는 건
축복의 의미, 좋은…
아, 역시 원장님은 해박하셔
우리도
교회 나가 볼까, 이제부터라도?
[차분한 음악]
(원) 하느님 저에게 선물을 주셨습니다
[문이 탁 여닫힌다]
[다가오는 발걸음]
도저히 믿기지 않고
저한텐 기적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저에겐 기적이고 축복이
누군가한텐 눈물이 될까 너무 두렵고 괴롭습니다
저의 죄를…
의도하진 않았지만 결국 이렇게 일이 벌어졌습니다
[흐느끼며] 하느님 부디 저의 죄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안내 방송 속 승무원) 손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주까지 가는 103편을 선택해 주신 손님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제주 국제 공항까지 이륙 후 1시간 동안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안내 방송이 계속 흘러나온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당황한 신음]
(아미) 안녕하세요
- 제주 가요? - (아미) 네
저, 친한 언니들이에요
(아미) 제 주치의 선생님이세요
- (가빈) 안녕하세요 - (유신) 네
[힘주는 신음]
(가빈) [작은 소리로] 무슨 과 주치의?
[작은 소리로] 아, 신경 정신과요
자기 수면제 먹어?
어유, 아니요
(아미) 한국 와서 낯설기도 하고 좀 불면증 와서 상담만 받았어요
(가빈) 완전 훈남이시네 의사 선생님이
[함께 피식한다]
(웅) 일 아니면 여자 문제?
네가 좋아하는 거야?
누가 매달려?
한두 번 만나다 발목 잡혔어?
도저히 헤어질 수도 없고 헤어져도 안 되는데
끝내야 해요
(웅) 들켰구나, 제수씨한테
[사현이 코를 훌쩍인다]
이혼하자고 그래?
그랬는데 마음 바뀌었어요
(웅) 보면 배우자 바람도 불치병이랑 똑같아
처음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가 차츰 받아들여
그리고 합리화까지 하는 경우도 있고
스스로 뭔가 소홀히 해서 상대가 바람난 걸로
[애잔한 음악]
아니, 그 이쁘고 능력 있는 와이프를 두고 누구랑?
살아 보니까요 얼굴 이쁜 거 소용없어요
남 보기에 눈 돌릴 정도만 아니면 돼요
맞아, 성격이 중요하지
어린 친구?
아니요
이번에도 연상?
네
(웅) [웃으며] 아직 젊어서
나이 들어 봐 10년 아래만 눈에 들어와
형 그래요?
나야 아니지
[긴장되는 음악]
[벨트를 달칵 푼다]
모자 쓴 언니 좀 낯익어
남가빈 씨, 뮤지컬 배우
아하
왜 얘기 안 했어?
그냥, 일반인도 아니고
(아미) 제주는 왜 가요?
고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 몸 안 좋으셔서
제주 사시거든
- 어디서 묵어? - (아미) 응, 표선 호텔
난 중문 호텔
- 내일 올라가? - (아미) 모레
[안내 방송 알림음]
(안내 방송 속 승무원) 손님 여러분
잠시 후 제주 국제 공항에 도착하겠습니다
그럼 올라갈 때 문자해
[안내 방송이 계속 흘러나온다]
[무거운 음악]
[어두운 효과음]
[초인종이 울린다]
- (동미) 누구? - (가정부) 며느님요
[흥미로운 음악] 아…
[도어 록 작동음] (동미) 아비 없이 적적해서?
(지아) 아빠랑 통화했는데요 할머니 집 가서 자라고
(동미) 잘 왔어
- (피영) 저녁 안 드셨죠? - (동미) 응
(피영) 오다 보니까 여기 식당 새로 생겼던데요?
(동미) [웃으며] 그냥 집에서 먹어
(지아) 할아버지한테 인사해야지 [동미의 옅은 웃음]
시키지도 않았구먼 [옅은 웃음]
(원) 제주 왔으니까 다금바리 먹어요 내가 살게
- (아미) 다금바리가 생선이에요? - (원) 응
옛날에 먹기 힘들었는데 요즘 양식해서 [아미가 호응한다]
- 다금바리 정식요 - (식당 주인) 예
(식당 주인) 서울에서들 오셨나 보네 [함께 웃는다]
- (원) 네, 보리쉰다리 있죠? - (식당 주인) 예
- (원) 발효 많이 안 된 거로요 - (식당 주인) 네
(아미) 기대돼요 [원의 옅은 웃음]
오빠가 내일 저녁은 집에서 먹재요
(가빈) 결혼기념일은 가족과 함께
(아미) 맞아요 [아미의 옅은 웃음]
먹고 해변 걸어요
아까 보니까 모래사장 너무 곱더라
그러다 바닷물 들어오면?
아… [함께 웃는다]
(원) 그냥 호텔에서 수영해
온수풀이겠다 밤인데 뭐, 얼마나 알아보겠어요
오랜만에 밤 수영 [함께 웃는다]
아
(아미) 음, 완전 신나!
(가빈) 이것만 먹어도 배부르겠다 [원의 웃음]
[원이 킁킁거린다]
(원) 아, 저, 쉰다리는요?
- (식당 직원2) 쉰다리도 시켰어요? - (원) 네
(아미) 아직 메인은 안 나온 거죠?
탕 지리로 드릴까? 매운탕으로 드실려?
- 매운탕? - (가빈) 네, 매운탕요
- (가빈) 부침개 맛있겠다 - (원) 여기 맛집이에요
우리 오빠가 문어는 봤다 하면 무조건 먹으랬는데
- (아미) 왜요? - (원) 몸에 좋다고
나도
[가빈의 탄성]
(아미) 음, 너무 맛있어요! [가빈의 웃음]
[차분한 음악]
- 왜… - (아미) 뭐 씹으셨어요?
[원의 헛구역질]
[원의 멀어지는 발걸음]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원) 8주 됐어요
축하해요
(아미) 진작 왜 얘기 안 하셨어요?
(가빈) 요즘 방송에 나오는 정자 기증 그런 건 아니죠?
(아미) [웃으며] 어떤 분인지 궁금해요
소개 안 시켜 주실 거예요?
좀 시간이 필요해요
(아미) 외국 나가 계세요?
편할 때 해요
가정 있는 사람이에요
[긴장되는 음악]
근데
정리하고 나한테 오겠대요
난 아이만 있어도 되거든요
[한숨 쉬며] 너무 편치 않아요
실은…
나도 같은 상황이에요
어쩌다 그렇게 진행되더라고요 사람 일이 예상 못 하게
우리 부모님 아시면 기함하실 거야
그 사람 이미 정리하고
집 나온 상태예요
부럽네요, 두 분
우리가?
아, 뭐가?
(아미) 아까 비행기에서 만난 사람
남친이에요
근데 같은 상황인데 다 포기하고 나한테 올 마음 없어요
힘들어요, 점점
처음엔 그냥 얼굴 보는 것만도 좋았어요
- 주치의는 맞고? - (아미) 비행기에서 만났어요
한국 올 때
아버지 병원 물려받았고요
(동미) 어미도 피곤할 텐데 일찍 누워
절에만 갔다 왔는데 뭐 피곤해요?
졸리세요?
아니
[한숨]
밤 되면 원장님 생각 더 나
어머니
같은 여자 입장에서 어머니 생각하면
좀 마음이 그래요
너무 힘드실 거 같고
(피영) 불은 불로 끈다는 말도 있잖아요
누구 만나 보실 생각 없으세요?
잘 어울릴 만한 분이요
주위에 꽤 있는 것 같더라고요
자꾸 생각한다고 아버님 살아 돌아오시는 거 아니잖아요
아버님도 어머니 힘들어하시는 거 안 바라실 거예요
그동안 아버님께 얼마나 잘하셨어요
어머니 같으신 분 없죠
몰라
잘못한 것만 생각나
뭘요, 뭘 잘못하셨어요?
더 잘해 드릴걸
천년만년 사실 줄 알았지, 정말
한날한시에 갈 수도 있겠다 생각 들었고
아비도 누구 만나 보시는 거 괜찮을 거 같다 그래요
[흥미진진한 음악] 지아 아빠가?
네
상심 크시니까 걱정되는 거죠
정말?
네
참
(피영) 왜 '참'이야?
- 한 살이라도 젊으실 때… - (동미) 재혼하라고?
못 하실 것도 없죠, 사실
만나 보시다가 괜찮으면 2, 3년 후에…
됐어
남자에 환장한 것도 아니고
장례식 치를 때 우리 직원이 보고
혼자 늙긴 아까우시다고 그러는 거예요
예순 이쪽저쪽 경제적 능력이랑…
됐다고, 글쎄
다 갖춘 남잔 서른 이쪽저쪽 찾아
(피영) 우리 지아 아빠 눈독 들이지 말고요
언감생심
주무세요
[한숨]
(동미) 어제, 오늘 문자 한 통이 없어
정말 열 살이나 어린데 언니가 좋대요?
(원) 정든 거 같아
정이 무섭지
솔직히 이런 말 할 자격 없지만
자긴 다시 생각했으면 좋겠어
무슨 뜻인지 알아요
근데 다른 사람은 눈에 안 들어와요
(원) 미국에서도?
(아미) 네, 뭔지 아시죠?
헤어날 수 없는 감정
마냥 끌리고
난 그 정도는 아니야
그분하고 있으면 위로받는 느낌 들고
정신적으로 안정이 돼
워낙 자상하게 챙겨 주고 하니까
숙려 기간 끝나면 정말 결혼하실 거예요, 그분이랑?
응
물론 한편으론 편치 않지만
나 때문에 한 가정 깨졌으니까
(아미) 저도 이런 말 할 자격 없는데
언니가 아깝다는 생각 들어요
(가빈) [피식하며] 내가 뭐, 그렇게 잘났어?
이름 하나 알려진 거지
우리 그냥 운명에 맡겨 봐
어쨌든 언니는 운명이고 인연 같아
맞아요
(아미) 태명 지었어요?
아직
[깊은 한숨]
안 자?
(혜령) 끝낸다는 말 정말 믿어도 돼?
다음 주 내로?
자신 없어?
아니
제주도 갔는데 올라오면 얘기하려고
임신했다면서 놀러 갔어?
오빠네
[혜령의 한숨]
(혜령) 고향이 제주도야?
(사현) 아니
오빠네가 제주로 내려갔대
- (혜령) 부모는 없고? - (사현) 응
이혼 가정? 아니면 조실부모?
[무거운 음악] (사현) 그게 뭐 중요해?
[사현의 한숨]
[혜령의 한숨]
(지아) 아빠 몇 시 비행기로?
(피영) 1시면 김포 도착하실 거야
아침밥 먹고 얼른 가자, 장 봐야지
[동미의 앓는 신음]
(지아) 안녕히 주무셨어요, 할머니
- (동미) 응, 지아도? - (피영) 편찮으세요?
(동미) 밤새 앓았어
(피영) 어머, 깨우시죠, 전화로
(동미) 뭐 하러, 혼자 아프고 말지
어디가요?
저기, 지아 아빠한테 전화해
나 아프니까 귤 사 오지 말라고 생각 없다고
얼른
그렇지 않으면 귤 몇 박스 사 들고 올 거 아니야, 틀림없이
하루 갔다 오는데 사 오겠어요?
얼른, 말하기도 힘들어
네
(지아) 할머니, 우리 병원에 가요
의사 선생님들 있잖아
주사 맞는다고 나을 병 아니야
(피영) 귤 안 사 와도 된다셔 어머니가
어떻게 안 좋으세요?
아, 이제 좀 열이 가라앉았네 아침 되니까
온몸이 두드려 맞은 것 같은 게…
답 안 와?
씻을 거예요, 아마
죽 끓일까요?
생각 없어
우유나 한 모금 데워 주든가
[흥미진진한 음악]
[전자레인지 작동음]
(피영) 여러 가지 하셔, 정말
(지아) 할머니, 지압해 드릴까?
(동미) 고사리손으로 뭘
(지아) 나 의외로 힘세요 [동미의 웃음]
(예정) 따끈하니 좋네, 어디서 났어?
팬이 보내 줬어요, 직접 만들었다고
[탄성]
[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확실히 다른 거 같아 [예정의 웃음]
안심되고 마음 편해야 애도 들어서잖아요
얘기 들어 보면
그렇지
모든 건 맘먹기 달렸어
사현이 약속했으면 지켜
그냥 만나는 사이도 아니고 애를 가졌어요
(혜령) 나 같아도 두부모 자르듯이 발 딱 끊기 힘들어요
어머님, 아버님이 나서 주세요
- 어떻게? - (문호) 이미 나서서 해결했어, 반
최대한 빨리 그 상대 만나셔서요
정말 그쪽도 끝낸다 약속하면
사현 씨 모르게 집 옮겨 주세요
아파트 한 채 사 주라고?
적당한 거요
[무거운 음악] 사 주는 거야 어렵지 않은데
사현이 애도 가졌겠다
그쪽에서 그런다고 하겄어?
제가 만나 확인하고 담판 지어야 하는데
꽁꽁 숨겨 두고 입을 안 열잖아요
머리끄덩이라도 잡을까 봐
어떤 상대인지 정말 확인하고 싶어요
- 확인해 좋을 거 없어 - (예정) 속만 더 상하지
두 분은 믿어도 판 변은 못 믿어요
지금까지도 속였는데 딱 끊고 내치겠어요?
살짝살짝 만나지
정 많아서, 나 닮아 가지고
참도 많아
말은 바로 하랬대, 내가 정 없어?
동미한테나 넘치죠
동미 같은 소리 해
(혜령) 지금 동미가 문제 아니고요
어떡하든 그 상대 만나세요
의사 확인하시고 두 분께 안 만난다 맹세하면
아파트 장만해서 사현 씨 모르게 이사요
말을 들어야 할 텐데
(예정) 무서운 세상이라 악질이 걸렸으면…
정리돼야 저 안심하고 애 가져요
스트레스 상태에서 어떻게 임신이 돼요?
(문호) 알았다, 걱정 마
네가 하란 대로 할게
사현 씨 절대 몰라야 해요
그리고 어머님, 아버님이
그쪽 몸풀 때까지 드나드시면서 케어든 하시고요
감시하란 얘기지?
사현이 연락하나 안 하나, 서로
(예정) 내가 생각해도 그 수밖에 없겠어요
도의적으로도 말 되고요
그리고 중요한 건
보는 앞에서 휴대폰 번호 바꾸게 하세요
매장 같이 가셔서
사현이를 우선 설득시켜야 하는데 자리 마련하라고
술 진탕 먹이면 돼, 입 안 열면
사현이 술 세서 잘못하면 당신이 먼저 뻗어요
뻗어?
(피영) 죽 끓였어요
(동미) 아유, 안 넘어간다니까 뭐 하러
(피영) 조금이라도 드셔야지 쓰러지세요
화장실 가셨다 쓰러져 보세요
노인네들 다 화장실에서 쓰러지고 못 일어나잖아요
[흥미진진한 음악] 노, 노인네라고, 나?
(피영) 노인네지, 그럼 청춘이야?
여자들 한 끼만 굶어도 눈 밑 꺼지고요
나 꺼졌어?
조금요
[당황한 신음]
[동미의 힘주는 신음]
아, 아침 먹고들 간다더니 어서 가, 걱정 말고
(동미) 그래야 나 혼자 맞지
아비 이리 올 텐데요, 뭐
(동미) 찰거머리야
[초인종이 울린다]
왔나 봐 [피영이 호응한다]
[피영의 멀어지는 발걸음]
[문이 탁 여닫힌다]
[흥미진진한 음악]
[한숨]
(의사2) 아, 원장님이 전화하셨어요
아, 이쪽요
- (지아) 안녕하세요 - (의사2) 어, 지아 오랜만
(피영) 커피 드세요, 티 드릴까요?
(의사2) 괜찮습니다
[공기가 쓱쓱 들어간다]
[앓는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유신) 급한 환자가 있다고 해서 병원으로 바로 갈게, 저녁에 봐
(의사2) 바이털 정상이시네요
[앓는 신음]
밤새 죽게 앓았어
(피영) 아비 급한 환자가 생겨서 병원으로 간다고요
(동미) 나보다 더?
언제 온대?
와야 해요?
물어봐요, 어머니? 언제 오냐고
[헛기침하며] 됐어
원장님 걱정 안 하시게 잘 말씀드려요
네
약 드시고 싶은 거 있으면 말씀하세요
약이 뭐, 먹고 싶어? 간식이야?
저녁엔 기운 나게 밥 드세요
좀 있으면 아주머니 올 거예요 불렀어요
뭐 하러
주말에 부르면 싫어하는구먼
병나셨는데 주말이 어디 있어요
(문호) 참, 신의 한 수여
나도 쉽게 정리가 될까 걱정했거든
[코웃음 치며] 사현이 성격에
(예정) 아휴, 눈에서 멀어져 마음도 멀어지면 좋으련만 [문호의 몸 푸는 신음]
잠깐 홀려 그렇지
혜령이가 빠지는 마누라여? 어디 내세워도
참 똑똑혀
어떻게 이사시킬 생각을 했대?
여자들 머리를 어떻게 당해?
(문호) 그리고 머리를 썼어도 시아버지가 능력 안 돼 봐
돈이 그렇게 중요한 거여, 아껴 써
잘 나가다가 돈 얘기로 빠져
틀린 소리 아니잖아
나란히 드나들면서 어쨌든 챙겨 주고
손주 태어나면 안아 볼 수 있고
잘하면 아주 데려올 수 있고
데려오면, 혜령이가 키운다고 해요?
자기 아이 낳을 텐데?
우리가 키우면 되고, 그럼
열인들 못 키우남?
아주 신나셨어
최선 없으면 차선이여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웃으며] 손주 안아 보게 생겼어 [예정의 옅은 웃음]
(문호) 불공이라도 드려 명산대찰 찾아다니면서
순산하게요?
뭐 하나 달고 나오라고, 이왕이면
아이고, 이미 정해졌어요
8주 차 접어들었다는데
언제 알 수 있지?
과한 욕심 부리지 말아요
둘 중의 하나는 낳겠지
(문호) 아들, 그짝이든 혜령이든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전자레인지 작동음]
[한숨]
[무거운 음악]
[한숨]
얘기해요
알았어요, 집에서?
네
[긴장되는 음악]
[대문이 탁 열린다]
[애절한 음악]
(혜령) 김연주 씨랑 지금까지 이쁘게 살고 계시잖아요
그동안 갈등이나…
센 갈등 듣고 싶으신 거죠, 솔직히?
(웅) 우리 딸은 취미가 뭘까?
- (유신) 안녕하세요 - (웅) 안녕하세요
(피영) 예술 초대석 뮤지컬 배우 어때?
- (시은) 누구? - (피영) 남가빈
나갈게요
남가빈은 자격 미달
(유신) 왜 자꾸 가래요 걱정돼서 왔구먼
신경 끄고 가서 가장 노릇만 신경 써
삐지셨구나, 우리 동미 여사
그럴 거면 뭐 하러 민 선생 보내? 직접 봐 드리지
자기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거 같고 삐지지 마라
- (유신) 삐졌어? - (동미) 원장님을 봤다고?
(동미) 깜짝이야
(사현) 저희 어머니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예정) 또 연상이구먼
아기가 안 생겨서 5년 만에 정리하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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