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S2. 2
[무거운 음악]
알았어요, 집에서?
(사현) 네
걱정 말고 가요
작별 인사 하러 온 거죠?
[옅은 한숨]
[깊은 한숨]
[대문이 탁 열린다]
[차 문이 탁 열린다]
무슨 얘기길래, 들어오지 않고
[자동차 시동음]
(예정) 멀리 가지 마
[안전띠를 달칵 채우며] 네 아버지 괜히 또 꼬치꼬치 물어
나이가 드니까 정말 여성 호르몬이 나오는지
궁금한 것도 많고 다 알아야 하고
[긴장되는 음악]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어? 라면 냄새
(피영) 응? [달그락 소리가 난다]
(유신) 오셨나들?
- (지아) 아빠 - (유신) 응
- (피영) 병원 안 갔어요? - (유신) 어, 들렀다가
(피영) 라면 끓여 먹었나 봐
오랜만에, 맛있더라
(피영) 음 아예 사 놓질 말아야 하는데
- 은사님은? - (유신) 생각보다 괜찮으셔
노티받았죠? 민 선생한테 괜찮으신 거
(유신) 응
(피영) 맘 안 놓이면 가 보든가
어깨 좀 지압해 줄까?
누워요
[놀라며] 굳었네
올라타도 돼
[유신의 뻐근한 신음] - (피영) 밟아? - (유신) 밟아
짓밟혀 줄게, 얼마든지
[유신의 힘주는 신음]
[웃음]
시원하다
신랑, 아프지 마, 우리 집 기둥이야
[힘주는 신음]
- 고작 기둥? - (피영) 기둥이고 대들보고 천장
나한테는 다시없는 하늘
녹음해, 휴대폰에, 잠 안 올 때 듣게
잠 안 올 때?
아, 아, 지치고 힘들 때
[유신의 뻐근한 신음] (피영) 언제 지치는데?
사피영 못 볼 때
[피영이 뽀뽀를 쪽 한다]
[웃음]
(유신) 알지?
뭘?
자기 없으면 안 되는 거
나야말로
[유신의 옅은 웃음]
[사현의 한숨]
(사현) 결론은 엄마…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나 그 사람 안 보고 못 살 것 같아
(예정) 말이라고
못 살면?
가정 깰 거야?
겨우 혜령이 안정 찾았구먼
끝낸다고 했다며?
(사현) 생각해 보니까 끝낼 게 없어
사귄 것도 아니거든
사귄 게 아니면?
그냥 가까운 지인으로서
동성 친구처럼 한 번씩 사는 얘기 하고…
(예정) 사는 얘기 하는데 애가 생겨?
저절로?
딱 한 번이었어
귀신을 속여
- 정말 - (예정) 그 말을 어떻게? 누가 믿어?
내가 거짓말하는 거 봤어?
혜령이 몇 달을 속았어
글쎄, 이성으로 만난 거 아니라니까
그냥 아무 사이 아니었어, 정말
(사현) 사랑을 주고받은 적도 없고 속일 건덕지
거짓말할 게 아무것도 없어 하늘은 알아
그래서
계속 만나고 찾아다닌다는 얘기야?
(예정) 혜령이가 봐 내?
정신 차려, 제발
가정이라는 울타리 깼다가 박살 나지 말고
짐승도 아니고
엄마 같으면 내 애가 하루하루 크고 있는데
모른 체해? 그게 사람이야?
양립이 돼야 말이지
네가 혜령이라면 용납이 돼?
아프고 쓰려도 한쪽은 끊어 내야지 어쩔 수 없어
그 사람하고 내 사이는
아무도 이해할 수 없고 이해시킬 수도 없어
[답답한 신음]
답답해, 정말
약속했으면 지켜
그게 사나이 대장부야
[침을 꼴깍 삼킨다]
약속 차원에서 가끔만 볼 거니까
엄마가 내 빈자리 감당하고 채워 줘요
(사현) 그 말 하려고
드리려고
[한숨]
그 사람 부모 돌아가시고 오빠 하나 있는데
제주 살아
누구보다 외롭고 쓸쓸해, 엄마가…
거기다 박복하기까지?
(사현) 친정 엄마처럼요
만나 보면 알겠지만…
엄마, 부탁
[한숨]
같은 여자 입장에서 어떻겠어
[한숨]
정리한다고 했는데
막상 안 보려니까 불가능해
혜령이만 깨끗이 포기해 주면 간단하겠구먼
간단해서 피 토해?
(예정) 내 아들이지만 벌받을 준비 해, 너!
어쨌든 엄마가 만나서 위로해 주고 용기도 주고
(사현) 무사히 순산하게, 응?
정신적인 의지
몰라!
[예정이 혀를 쯧 찬다] 1년 후 문제는 그때 생각하자고요
(사현) 우선 8개월 동안 애를 위해서
엄마 손주를 위해서 나서 주셔
그래야 돼
그래야 엄마 천당 가
아들을 이 꼴로 키웠는데 천당?
그러다가 또 들키면?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야
이렇게 해 [의미심장한 음악]
내가 챙길 테니까 넌 발 끊어
애 태어날 때까지만이라도
아기한테 경우가 아니지
한 달, 한 달 커 가는 거 지켜봐 줘야지, 명색이 아빠가
나중에 사진으로 봐
혜령이한테는 내가 평생 머슴 저리 가라로 할 거니까
이 상황에 혜령이만 중요해?
죄든 벌이든 내가 받는다고!
애는 죄 없잖아
제일 가엾잖아
[사현의 한숨]
(문호) 엎드려 오, 잘했어, 잘했어, 동미 [문이 드르륵 열린다]
[문호의 웃음]
[문호의 의아한 신음]
옷방에 있었던 거 아니야?
나갔었어?
털 날리라고 왜 데리고 들어와요
(문호) 뭔 털이 날려, 가만히 있는데
좀 날린들 죽어? 체해?
[문호의 한숨] [리모컨 조작음]
[목탁 두드리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불경 외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동미야
잘 듣고 영혼에 새겨
내생엔 사람 몸 받아야지
(예정) 정상 아니라고 해요 당장 준재 엄마부터
모르면 가만있어
뭘 몰라?
사람도 귀에 안 들어오는구먼 불경 소리가 개…
(문호) 시끄러워 들어가든가, 듣기 싫으믄
상황이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
[한숨]
[예정의 한숨] (문호) 에이그
듣기 좋지, 동미야?
[불경 소리가 계속 들린다]
(문호) 말 못 하는 너를 위해 내가 덕 쌓는다 [한숨]
우리 손주 무사히
건강하게 태어났으면 하는 맘에서
나한테나 덕 좀 쌓아, 영감탱이야
[한숨]
[무거운 음악] [한숨]
(동미) 사피영 백여시가 조종하는 거야
나 아니었으면 자기가 우리 집 며느리 됐어?
[코웃음]
내 덕에 결혼해 놓고 은혜를 웬수로 갚아?
그렇게 나와 봐
들어가는 수 있어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진동음]
[피식한다] [흥미로운 음악]
[옅은 웃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종료음]
[흥미로운 음악]
[피식한다]
안 오고 배겨?
[감미로운 기타 연주] (백천) ♪ 사랑하는 사람아 ♪
♪ 귀를 기울여 봐요 ♪
♪ 그리움이 가득한 이 밤을 ♪
♪ 받아 주세요 ♪
[기타 연주가 멈춘다] [탄성]
오늘 월요 초대석 임백천 씨 나와 계시는데요
질문받아 볼까요?
8025번 님
'건축학과 나오신 걸로 아는데'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나 아쉬움 없으신지요'
저도 몰랐는데 건축학과 나오셨어요?
게스트 관심이 전혀 없으시네요?
아, 죄송요 [백천의 웃음]
(백천) 제가 대학 졸업하고 건설 회사 입사해서요
6년 정도 올림픽 경기장
그리고 지하철 역사 예, 시공에 참여했어요
나름 열심히 일했어요 [혜령이 살짝 웃는다]
(혜령) 어, 두 번째 질문
'김연주 씨랑 지금까지 이쁘게 살고 계시잖아요'
'그동안 갈등이나 작은 문제 같은 거 없으셨나요?'
[웃으며] 아유, 왜 없겠어요
예를 들면요?
센 갈등 듣고 싶으신 거죠, 솔직히?
(피영) 열팬 때문에 갈등 야기된 적 없냐고
(백천) 제가 결혼한 지 지금 한 20년이 훌쩍 넘었는데
[시은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근데 수십 년 같이 살아도 여자들 마음은 진짜 모르겠어요
신혼 때는 어, 음식이 맛있냐고 물어봐서
좀 심심하다 그랬다가 대판 싸우기도 했고요
요즘에는 어디 가서 말 많이 하지 말라고
말 많이 하면 꼰대라 그러는데
씁, 사람이 어떻게 말을 안 하고 살 수 있습니까?
여자, 남자 같이 사는 거 이거 답 없어요
(반) 저 형은 흔들리는 성격이 아니에요
[잔잔한 음악]
[차 문이 탁 닫힌다]
언제 왔어요?
한 20분?
[사현의 힘주는 신음]
[힘주는 신음]
[원이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피영) 앞으로는 인터넷 검색이라도 해, 미리
초대 손님
(혜령) 그러게요 외부인이면 했을 텐데, 당연히
예술 초대석 뮤지컬 배우 어때?
(혜령) 좋죠, 중견보다 젊은 친구요
(시은) 누구?
이정화, 손혜림, 남가빈
남가빈
이름은 들었는데 공연은 못 봤어
[버튼 조작음]
(원) 앉아요
괜찮아요, 컨디션?
(원) 네
나가자고요?
집에 먹을 거 없을 거 아니에요
[원의 옅은 웃음]
나 입덧 시작했어요
- (사현) 그래요? - 문어초회 먹는데 올라오는 거예요
임신 중엔 날생선 안 먹는 게 좋대요
- 고기는요? - (원) 생선만큼은 아닌데 안 당겨요
어떡하지, 잘 먹어야 하는데
당분간이니까요
한약 지으러 가요
우리 형수 보니까 입덧 가라앉히는 약 있는 것 같더라고요
다음에요, 오늘은 쉴래요
[한숨]
걱정하지 마요
다들 겪는 거고 그러고 낳아요
태명 생각한 거 있어요?
아! 태명
오빠분한테 얘기했어요?
아니요, 얘기할 분위기도 아니었고
목 안 말라요?
음, 좀
[사현의 한숨]
안색이 오늘 안 밝아요
[망설이는 신음]
할 얘기 있어요?
내가 예상하는 그런 거예요?
실은
우리 폰으로 통화하는 거 [무거운 음악]
와이프가 봤어요, 얼마 전에
이혼하겠다고 하더니
생각을 돌리는 거예요
지난주에 피 토하는데
보니까 급성 십이지장 궤양으로요
그러고 입원했는데
차마 못 밀어붙이겠어요
그 상태에서 이혼 못 해 준다고만 하고
당연하죠
내가 그랬잖아요
말로만 그러는 거라고
내 맘은 달라지는 거 없어요
[한숨]
그냥 예전으로 돌아가면 돼요 강릉 전으로
[한숨]
(사현) 우리 그냥 만나서 얘기한 거밖에 더 있어요?
집안 얘기, 사는 얘기
[한숨 쉬며] 가요
(원) 됐어요
[한숨] (사현) 뭐가 됐어요?
못 가요, 안 가요
안 열어 주면 앞으로 기다릴 거고
쫓아내면 또 올 거예요
그러다 나 험한 꼴 당하게 하려고요?
절대 얘기 안 하죠, 미쳤어요?
벌어진 상황만 알지 쑹위안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원) 요즘 센터 같은 데 돈만 주면 찾아내는 거 시간문제예요
불안에 떨면서 태교가 돼요?
[원의 불안한 숨소리]
맞아요
시작한 것도 없지만 어쨌든 끝났어요
조심하고 달수 채워서 아기 낳을 거예요
또 찾아오고 하면 제주 오빠 집으로 갈 거고요
나 못 견뎌요
가서 안심시켜요
난 아기만 있으면 되니까 아무 걱정 말라고
아기도 그렇대요?
아빠 안 필요하대요?
몰라요, 그거까지 지금 생각 못 해요 하고 싶지도 않고
강릉에서 나 끝낼 작정이었던 거 알잖아요
난 강릉에서
내 마음 정확히, 확실히 알았어요
(사현) 우린 서로를 배려하고 위하고 아껴요
같이 있어도 맘 상하는 일 없고
안 불편하고 좋기만 해요
[한숨]
하루에 몇 번은 꼭 생각하고요, 저절로
맛있는 거 먹을 때도
(사현) 몸에 알코올기 퍼지면
와이프가 아니라 쑹위안 목소리가 듣고 싶어요
나만 그랬어요?
우린 말 안 해도 알아요 다 느껴지잖아요, 그렇죠?
(원) 더 이상 힘들게 마요
모두 힘들어져요
아기를 위해서도요, 부탁이에요
이제 더 이상 연락 말고 만날 일 없어요
휴대폰에서 아예 내 번호 없애요
[침울한 음악]
만날 일 없어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게 있어요
내가 그렇다고요, 내 맘이!
[괴로운 숨소리]
그, 그날요
나 포기시키려는 의도였지만 반대됐어요
[떨리는 숨소리]
내 가슴, 내 영혼 온통 쑹위안으로 가득 찼어요
[흐느낀다]
나 어떡해요
[힘겨운 숨소리]
[원이 흐느낀다]
[가빈이 살짝 웃는다]
(가빈) 기계 돌려요
(해륜) 몇 가지 안 되는 걸 뭐 하러요
(가빈) 인제 겨울이네요
우리 어렸을 땐 11월도 정말 추웠는데
(가빈) 겨울 되면 생각나는 음식 없어요?
군고구마요, 김치말이국수하고
(가빈) 난 녹두빈대떡하고 평안도 만두요
어? 나도인데
군고구마라면서요
(해륜) 녹두빈대떡, 만두는
먹고 싶다고 바로 사 먹을 수 있는 거 아니잖아요
부모님 혹시 이북 분들 아니세요?
맞아요
- 이북 어디요? - (가빈) 황해도 해주요, 두 분 다
[웃음]
아이, 우리 어머니가 해주 분이시고 아버지는 평양이신데
[가빈의 놀라는 탄성] (해륜) 어머니 살아 계실 땐 겨울마다 해 먹었어요
한 철에도 몇 번씩
- 나 만두 잘 밀어요 - (가빈) 나도요
[함께 웃는다] [따뜻한 음악]
만들어 먹죠, 뭐
손 많이 가는데?
빚는 게 좀 걸리지 재료 준비는 몇 시간이면 뚝딱이에요
어머니 하시는 거 거들어서 다 할 수 있어요
정말요? [함께 웃는다]
[옅은 웃음]
[휴대전화 벨 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네, 실장님
어느 프로요?
언제요?
[옅은 신음]
나갈게요
(원) 혼자 많이 힘들었겠어요
근데 그렇게 내색도 안 하고
안 믿을지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행복했어요, 정말
뭐 좀 먹어야 해요
안 먹혀요
마실 거라도 사 올게요, 몇 가지
안 열어 주면 안 돼요
나가요
지금 뭐 먹으면 체해요
과일주스라도 사 오고 싶은데
안 열어 줄까 봐 못 나가겠어요
(사현) 법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쑹위안한테는 자격 없을지 몰라도
배 속 아기한테는 나 자격 있어요
목소리 들려주고
한 번씩 사랑한단 말 해 줘야 해요
나쁜 과욕이에요?
[애잔한 음악]
쑹위안이 아기 포기할 수 없는 것처럼
똑같아요, 나도, 더하면 더했지
부탁이에요, 나 막지 말아요
힘들지만 어떻게든 헤쳐 나가요, 우리
부탁이에요
[휴대전화 벨 소리]
[숨을 들이켠다]
여보세요
뭐 하시길래 이렇게 한참 만에 받아요?
응, 병원?
집 앞, 나와요
우리 집 왔다고?
(유신) 응
아, 배고파
얼른 가, 저녁 먹어, 난 나왔어
어디 계셔?
[당황한 웃음]
아, 통화 오래 못 해
[리모컨 조작음] [문이 탁 열린다]
어딘데 오래 못 해?
지아 어미 기다려, 얼른 가
[흥미로운 음악] [유신의 헛웃음]
차 있는데 밖이라고?
[피식한다]
대문 열어요, 얼른
[문이 탁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유신) 응, 몸 어때요, 오늘은?
(동미) 괜찮아, 고픈데 어째
내가 입맛이 없어서 아무것도 없어
해 뜨면 말짱해
(유신) 밤엔?
(동미) 어제는 미열 정도
괜찮아
왜 자꾸 가래요, 걱정돼서 왔구먼
걱정?
(동미) 걱정돼서 인제 와?
멀쩡하게 잘 지내 신경 끄고 가서 가장 노릇만 신경 써
두 집안 가장이야
지아 어미 아프면 페이 닥터 보낼 거야? 아니잖아
[입소리를 쩝 낸다]
위급한 환자 생기면 어쩔 수 없지
삐지셨구나, 우리 동미 여사
애야? 삐지게
- 서운… - (동미) 그런 거 아니야
원장님도 가신 마당에 그러려니 하지, 세상인심
세상인심? 가족이야
[흥미로운 음악]
숨어, 못 찾으면 갈게
어렸을 때 나 지치지도 않고 술래잡기해 줬잖아
[피식한다]
한 번도 싫다고 한 적 없이 열 번, 스무 번이라도
얼마나 나 숨 졸이게 재밌게 찾아 줬어?
이번엔 내가 찾을 테니까 숨어 봐 숨는 재미 어떤지
못 찾으면 정말 갈게
- 찾으면 가 - (유신) 어쨌든
우리 아기 같은 김동미 여사
동심으로 돌아가서
[함께 웃는다]
[아련한 음악]
어디 계신 겨?
[유신이 피식한다]
어디 있을까? 김동미 여사
(유신) 이야 우리 김동미 여사 잘 숨었네
여기?
[생각하는 신음]
[피식한다]
아, 어디 계신 겨
[숨죽여 웃는다]
[동미가 숨죽여 웃는다]
(유신) 꼭꼭 잘 숨으셨네
밤새워도 내가 찾는다!
(유신) [손뼉 치며] ♪ 못 찾겠다, 꾀꼬리 ♪
[새어 나오는 웃음] ♪ 꾀꼬리, 꾀꼬리 ♪
안 한다?
[유신이 스위치를 탁 누른다]
아, 빨리 찾아야지, 배고파
[달그락 소리가 난다]
없네?
[동미의 비명]
[동미의 웃음] (유신) 나오셔
[함께 웃는다]
아빠한테서 문자 없니?
[쓸쓸한 음악]
우리한테 정떨어졌나 봐요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면목이 없어서겠지
얼마나 행복한가 볼 거야
나쁜 맘 먹지 마
어쨌든 아빠라는 사실 잊지 말고
아빠 아니면 원망도 없어요
(가빈) 설 돼 오는 것 같아요, 꼭
(해륜) 우린 식구가 많아서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서너 시간만 빚어도 한 200개 금방 만들었는데
[함께 웃는다]
사 먹으려도 이북 만둣집은 드물어요
있어도 집에서 만드는 맛 아니고
한두 번 사 먹었다가 아예 갈 생각을 안 하니까, 인제
맞아요
김치도 맛있어야 하고 고기 좋은 거 써야 하고
간도 맞아야 하고
(해륜) 먹고 싶은 거 또 뭐 있어요? 녹두빈대떡 말고
(가빈) 손두부요
다음 주 만들어 줄게요 시간 꽤 걸리는 거라
아파트에서 어떻게 만들어요, 두부를
우리 어머니 만들어 주셨어요 다 방법 있어요
[가빈의 웃음]
다음 주에나 보는 거예요?
짬 내 들를게요
무리하지 마요, 알아서
병나면 안 돼
건강은 타고났어요
[웃음]
(해륜) 한 오륙십 개는 얼릴 수 있겠다, 그렇죠?
쟁여 놓고 먹어요
큼직해서 여섯 개만 먹어도 배 차겠다
[함께 웃는다]
애들 안 보고 싶어요?
[차분한 음악] [한숨 쉬며] 다 컸는데요, 뭐
(가빈) 우리 얘기 알려지면
학교에서 괜찮겠어요?
말 많으면 어떡해요
나보다 가빈 씨가 걱정돼요
팬도 많은데
한동안 인터넷 시끄러울 거고
신경 안 써요, 떠들다 말아요
[살짝 웃는다]
드라마틱한 삶 배우한테 좋은 거 아닌가?
[함께 웃는다]
결혼하면 우리 양평 집 들어가 살아요 텃밭도 가꾸고
너무 넓지 않아요, 둘이서?
각각 서재 필요하고 옷방, 음악 감상실, 침실
게스트 룸
부모님 한 번씩 다녀가시니까요
나오시면 말씀드릴 거예요?
한번 다녀오려고요
이민 생활 하신 지 꽤 됐으니까
웬만큼 외국 정서에 적응되셨을 거예요
[유신이 신문을 부스럭 넘긴다]
국 식어요
- (유신) 지아는? - 어젯밤 피자 먹어서 굶어야 돼, 아침
안 돼, 공부 머리 안 돌아가
(피영) 당근이랑 대추, 잣 싸 주니까 괜찮아, 방울토마토랑
잠도 더 자고
당근을 먹어?
잘 먹어, 습관 들여서
하여튼 완벽한 엄마야
[유신이 살짝 웃는다]
음, 심심하니 좋다
사 먹는 음식들은 왜 그렇게 짠지
그러게 말이야, 건강에 안 좋은데
어머니 괜찮으시죠?
(유신) 응
[의미심장한 음악]
어제 어머니랑 저녁 먹었구나
어, 잠깐 들렀어
그럴 거면 뭐 하러 민 선생 보내?
(피영) 직접 봐 드리지, 이중으로
민 선생 왕진, 다음 날은 원장님 왕진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연기하지 마
무슨 연기를 해?
자기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거 갖고 삐지지 마라, 가족 간에
뭘 삐져?
안부 전화 했는데 안 받길래 들렀어
좋아하셨겠네
(유신) 나 봐
얼른 먹고 출근하세요
(유신) 사피영
옆구리 찌른다
- 찌르기만 해 - (유신) 어떻게 되는데?
궁금하면 해 보시든가
어, 무서워, 성질 나온다, 또
한 달은 봐주기로 했잖아
응, 하고 싶은 대로 얼마든지
아부하셔, 극진 아부
아부는 자기한테만 한다
나 자기랑 안 좋아서 출근하면
하루 종일 일 지장받아, 집중 안 되고
[한숨]
눈 한번 찡긋해 주지?
- 내가 왜? - (유신) 내가 할게, 웃어 줘, 그럼
[못마땅한 숨소리]
[부드러운 음악]
(유신) 썩소 말고
우리 이쁜 자기, 미소 날려 주세요
[헛웃음]
자기 웃는 얼굴이 나한테는 최고 영양제고 비타민이야
오버하지 마
오버로 들려? 너무나 사실
[문이 탁 여닫힌다]
- (유신) 우리 딸, 일어났어? - (지아) 네
(유신) 배 안 고파?
- 좀 - (피영) 참아
- (유신) 에이그 - 배부른 것보다 고파야 날씬하게 커
참아야 하느니
(피영) 방울토마토랑 견과류 챙겨 줄게
자습 시간에 먹고
(지아) 네
(유신) 그 엄마에 그 딸
[문이 탁 여닫힌다]
[웃음]
(혜령) 제주도에서 왔겠네
- (사현) 응 - (혜령) 얘기는 했고?
- (사현) 응 - (혜령) 뭐래?
- 알았다고 - (혜령) 그렇게 쉽게?
(사현) 응
단답형으로 대답 말고 제대로 설명을 해 봐
아이까지 가진 사이에 어떻게 그렇게 쉽게 오케이야?
어?
[한숨]
아기 가졌으니까
(혜령) 더 매달려야 말 되잖아 애 빌미로
그런 성품 아니라니까
[혜령의 답답한 숨소리]
성품 훌륭해서 가정 있는 남자 꼬셔 가지고 애 가져?
누가 먼저 꼬리 치고 꼬셨는지 모르지만
[무거운 음악]
틀린 말이야?
애 못 낳아서 이혼당했는데 기적처럼 아기 생겼어
그러니 애만 있으면 되지
나 안 붙잡아
[어이없는 숨소리]
(혜령) 성질나?
아니
[혜령의 한숨]
(혜령) 안 보고 접게 된 마당 내 이름 거론 말아
부혜령 남편 뺏었다, 어쨌다 얘기 안 돌게
존심 상해
걱정 마
나 믿게 할 거야?
(사현) 응
나 보고 얘기해!
[한숨]
손바닥 혼자 소리 나?
그쪽 단칼에 나 내쳤어 자기 다 알았다니까
이혼녀한테 빠진 거야, 그것도?
(혜령) 판사현이?
[한숨]
[한숨]
양말 안 신어?
넋 나갔어, 완전
[혜령의 한숨]
[피곤한 신음]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벨 소리]
어? 네, 실장님
(실장) 방금 일어났나 봐요?
[옅게 웃으며] 네, 어제 좀 늦게 자서
(실장) '사랑과 추억' 작가가 질문지 보냈어요
안 물어봤으면 하는 질문 있으면 빼겠다고
어, 뭐, 예민한 질문 있어요?
(실장) 별로 없죠, 뭐
메일 토스했어요
- 볼게요 - (실장) 네
작가 이름 뭐예요?
(실장) 이시은요
약간 나이 있는 거 같더라고요
네
[휴대전화 조작음]
[힘주는 신음]
[커피 머신 작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네
(해륜) 나야, 아직 안 나갔지?
(시은) 응
(해륜) 좀 올라가도 돼?
향기는 자?
향기가 늦잠 자는 성격이야?
안 나와 보길래
서점 갔어, 바람 쐰다고
수능 준비는?
몰라
물어보기도 미안해, 면목 없고
당신이 미안할 거 없지
좀 있다 인부 올 건데 마저 짐 옮기려고
합쳐? 정식으로?
아니
이것저것 필요해서
가져가 다용도실에 옷들 싸 놓은 거 있어
[무거운 음악]
[문이 탁 닫힌다] [떨리는 숨소리]
[달그락 소리가 난다]
(혜령) 먼저 들어가, 나 통화 좀 하고 [매니저가 안전띠를 달칵 푼다]
네
[차 문이 탁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통화 연결음]
저예요, 어머님
그래
(혜령) 그 상대 여자 언제 만나실 거예요?
어쨌든 사현이가 자리를 마련해야지
본인 말로는 어제 끝냈대요
번호 달래서 어머님이 직접 연락하시면 안 돼요?
알았어
시간 끌 일 아닌 거 아시죠?
알지
사현이도
자긴 발걸음 안 할 테니 나한테 좀 챙겨 달라고 그랬어, 대신
[한숨 쉬며] 얼마나 마음 쓰이고 애틋하겠어요
아버지하고도 얘기했지만
눈으로 안 보면 마음도 멀어져
가능하겠어요?
애가 하루하루 커 가는데
그러니까, 너도 얼른 갖고
[분한 숨소리]
이런 마음으로는 도저히 안 내키지만
어쩌겠어요, 입으로 뱉었으니
너 신경 안 쓰게 우리가 마무리할 테니까
최대한 빨리 이사시켜 주세요, 어머님
(예정) 응
[달그락 소리가 난다] [한숨]
[무거운 음악]
(시은) 애들한테 그래도
문자는 한 번씩 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해륜) 달가워하겠어, 애들이?
예전 같은 반응 기대해?
(시은) 내리사랑이란 말이 왜 있어?
천륜이고 뭐고 인제 생각도 미련도 없는 거야?
여자한테 빠지면 그래?
알았어
한창 애들 감수성 예민할 때라…
알면서 이혼 강행했잖아!
(시은) 향기 손댈 거 없게 정리하고 가!
[한숨]
(사현) 우리 엄마 만나 줘요
부모님께 다 사실대로 말씀드렸어요
엄마가 쑹위안 챙겨 주시면 그나마 안심될 것 같아요
그러면 두 번 올 거 한 번 오고
최대한 마음 쓰이게 안 할게요
뭐라세요?
어이없어하시죠?
쑹위안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에요
(사현) 엄마는 모진 분 아니세요
아들 형제 키우다 잔정은 좀 없어지셨다고 하시지만
내 부모면 쑹위안 부모나 마찬가지예요
우리 엄마 살아 계셨으면
충격으로 쓰러지셨을지 몰라요
왜 하나만 생각해요?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고
[무거운 음악] (사현) 잃는 게 있으면 대신 얻는 게 있어요
[한숨]
보면 양치 자주 하시는 것 같아요 남자분치고는
담배를 끊어서요
[경쾌한 음악]
(피영) 담배 끊으면 오히려 텁텁하지 않잖아요
(반) 담배 생각나면 그냥 양치해요
[피영의 웃음]
(피영) 치아 닳으시겠네
(반) 참, 여쭤보셨어요? 시어머님 소개팅
아…
지금은 생각 없으신가 봐요
그렇죠? 남자한테도 일러요
맘속으로도 이를까요?
한 20년 연상 여자 청춘에 만나서 살다가 먼저 갔어도
상대에 따라서죠
정 좋게 살았으면
새 사람 만날 궁리 안 하는 게 정상 아니에요?
보수적이신 거예요, 의리파세요?
상식적이요
상식적으로 살려고 노력해요
(피영) 의외로 괜찮으셔, 겪을수록
[무거운 음악]
[힘겨운 숨을 내뱉는다] [컵을 탁 내려놓는다]
[쓸쓸한 음악]
(웅) 우리 딸은 취미가 뭘까
이름 알아 놨어야 하는데
오빠, 정말 운동으로는 승마가 최고야
PT 안 받아도 허리 쏙 들어갔어
그렇다니까
일찍 미국서 시작했으면 내 몸매 예술일 텐데
지금도 예술이야
다리 라인
(유신) 어쨌든
자다가도 떡 생긴다는 말 알아?
(아미) 어
(유신) 내 말 들으면 그래
[아미가 살짝 웃는다]
떡 안 생겼는데?
계속 잘 들으면
난 떡 말고 다른 거
케이크?
(아미) 아니
(유신) 가방?
차
마시는 차? 타는 차?
(유신) 차 바꿔 줘?
(아미) 어
[피식한다]
알았어, 내년 생일 선물 예약
농담
농담 속 진담 아니고?
(아미) 어떻게 알았어?
[아미의 웃음]
진짜 농담 [함께 웃는다]
[무거운 음악]
(수희) 잘 컸어요
이쁘게
같이 승마하면
참 좋을 텐데
[문이 스르륵 여닫힌다]
[유신과 아미가 대화한다]
(유신) 안녕하세요
(웅) 안녕하세요
(유신) 타셨어요?
(웅) 네
- (유신) 다음에 봬요 - (웅) 네
[문이 스르륵 열린다]
- (우람) 완전 재밌지, 누나? - (향기) 응
(우람) 설마 외식하고 들어가겠죠?
(시은) 그렇죠?
[함께 웃는다]
(동미) 깜짝이야
[당황한 신음]
[가방을 툭 놓는다]
갔을 줄 알았더니 왜 있어?
오늘 일 많은 것도 아니고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의미심장한 음악]
(동미) 원장님을 봤다고?
(가정부) 네
(동미) 어디서?
[동미의 어이없는 웃음]
오늘 점심 안 먹은 거 아니야?
제가 점심을 왜 안 먹어요?
(동미) 지금도?
아니요, 잠깐요
어떻게?
선명히? 생시같이?
선명하진 않으셨고요
머리는?
헛것 본 거야, 생각에
아니에요, 정말
제가 기력 없는 할머니도 아니고
(가정부) 사모님보다 힘도 훨씬 세잖아요
말 걸어 보지 그랬어? 왜 소파에 앉지, 구석에 앉아 계시냐고
잠깐이고
어떻게 말이 나와요
귀신이 어디 있니
더구나 절에 지금 모셨는데
어쨌든
저 무서워서 내일부터 못 올 것 같아요
그만둔다는 얘기야?
- 네 - (동미) 참…
이유 같은 이유를 대, 요즘 세상에
자기 눈에 보이면 내 눈에 왜 안 보여?
찾아 봐, 계실 거 아니야?
정말 무서웠어요
[한숨]
월급 올려 줄게
(향기) 육회비빔
(우람) 나도
(향기) 엄마는 딴거 드세요
어
돌솥비빔밥이요
(종업원) 아, 네
(우람) 문화생활은 참 좋아
- (향기) 특히 영화 관람 - (우람) 어
아빠가 너 수능 준비 잘되는지 걱정하더라
[어두운 음악] [물병을 툭 내려놓는다]
전화 왔어요?
아니, 낮에 남은 짐 빼 가느라고
서재 방 향기가 쓸래? 널찍하니
됐어요
그냥 옷방 해요
(우람) 엄마가 서재로 쓰세요 우리 공부방 겸
그러지, 뭐
[옅게 웃으며] 어쩜 이렇게 맛있게 먹을까?
제주 어디가 좋았어?
(아미) 다
한라산은 못 올라갔을 거고
당연히 못 올라갔지, 2박 3일에
가는 날 빼고 오는 날 빼고
(아미) 오빠는 올라가 봤겠네?
(유신) 응
언제 오빠랑 제주 가고 싶어
한 열흘 이상
맘으로는 한 달 살고 싶고
언젠간
몇 년 후일 수도 있고?
그럼 당일치기 산이라도
나 한국에서 등산해 보고 싶어
제주 갔던 언니들하고 가면 되지
그것도 안 돼?
하루 산책처럼 산에 올라갔다 오는 것도?
들어
[컴퓨터 알림음]
[휴대전화 벨 소리]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다급한 숨소리]
여보세요?
(원) 어머님 뵐게요
오늘 뭐 좀 먹었어요?
과일이요
가다 들러도 돼요? 지금 퇴근해요
아니요
여쭤보고 장소랑 알려 줘요
날짜 아무 때나 괜찮아요
알았어요
네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알았어
소개만 하고 넌 빠져
무슨 얘기 하시려고?
걱정 마
홑몸도 아닌데 막말할까 봐?
그리고 팔은 안으로 굽는다지만 난 아니야
너 하나 때문에 다 벌어진 일이고 눈물 바람이야
엄마는 눈물 안 흘렸어
나불거리지 말고
인정하는데 태어날 내 2세만 생각하면 행복하고 힘 솟아
혜령이도 인제 가질 거고
두 배로 힘 솟겠어, 우리 아들
손주들 커 가는 거 보셔야 하니까 엄마, 늙지 마
이번에 5년은 늙었어 네 아버지도 마찬가지고
자식을 겉을 낳지, 속을 낳냐더니
어떤 자식이든
한 번은 속 썩이게 돼 있다더니 혜령이 데려왔을 적부터!
그때 우리 말 들었으면 좋잖아
그러게
너 정신 차리려면 멀었어
아유, 왜 그렇게 생각해요
너무 차려서 더 이상 차릴 정신이 없어
네 언변에 다들 넘어가 가지고 혜령이랑
얼굴은 못 봤지만, 이름 뭐야?
엄마 아들 솔직해, 그게 장점이고
내 인생에 여자 몇이나 겪었어?
다섯 손가락도 안 돼
엄마 아들 순정파야
솔직해서 혜령이 피 토했어?
두 번만 솔직했다간…
그만…
딱지 앉겄어, 피 토한 얘기
[한숨]
오죽하면
어쨌든
친정 엄마처럼 대해 줘요, 부탁이야
이름 뭐냐니까
[문이 드르륵 여닫힌다]
네 아버지 들어오나 봐, 끊어
어, 어, 엄마! 혼자 나가기
어 [문이 달칵 열린다]
누구 전화야?
[휴대전화를 탁 놓으며] 별희 어미요
(문호) 별희 어미? 왜?
[옷을 탁 치며] 쯧, 응, 벗겨
단추 풀 힘도 없어요?
(예정) 늙으셨어, 완전
사현이
빨리 약속 잡으라 혀
[지퍼를 직 내리며] 그짝이 응해야 잡죠
집 사 준다는데, 쯧
(예정) 그건 만나서 우리가 할 얘기고
- 제안 - (문호) 빨리, 내일이라도
당신 같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 만날 맘 들어요? [문호의 한숨]
떳떳하면
바라는 게 있으면 얼씨구나 만날 텐데
어디 가?
꿀물 안 마셔요?
[피곤한 신음]
[유신의 한숨]
(유신) 산 안 간다고 삐졌어?
우리나라 등산 인구가 얼마나 많은데
(아미) 사촌 동생이라고 하면 되지 아는 사람 만나면
[유신이 입소리를 쩝 낸다]
(유신) 조심하는 게 좋아
승마 말고는 함께하는 게 없어
(유신) 왜, 밥도 자주 먹고
나한테 너무 많은 걸 기대 말라고 했잖아
[쓸쓸한 음악]
[문이 탁 여닫힌다]
[스위치를 탁 누른다]
[스위치를 탁 누른다]
[문이 탁 닫힌다]
[문이 탁 열린다]
(우람) 아빠가 놓고 가셨나 봐
받고 싶지 않아요
(우람) 난 그냥 학원 한 달 더 다닐게요, 이 돈으로
학원 계속 다녀도 돼
6학년 돼 오는데
누나도 대학 들어가면 등록금 보태
(우람) 갖고 있다가
돈은 죄 없잖아
[침울한 음악]
[한숨 쉬며] 열심히 알바 뛸 거야
엄마, 막내 작가든 뭐든 할 거 없어요?
모아 놓은 거 있어
너무 돈, 돈들 하지 마
누구 좋다는 남자 있으면 피하지 말고 엄마, 만나
(우람) 그건 아니지
아닌 거 같아
우리 엄마잖아
아빠는 남의 아빠였어?
아빠가 잘못한 거고
(우람) 잘못한 걸 엄마가 따라 할 필요 있어?
(향기) 있어
아빠한테 보란 듯이 엄마도 누구 만나야 돼, 멋진 남자
고만들 해
떡 먹을 마음도 없는데 김칫국부터 대령해들?
기도할 거야
멋진 남자 엄마 앞에 나타나라고요
(우람) 멋진 남자 나타나서 엄마도 재혼하면
우린?
나한테는 너 있고
너한테는 나 있어
- 우리… - (시은) 그만들 해, 글쎄
엄마는 좋아
아주 편하고
나 반드시 성공할 거야
너희들만 잘되면 엄마는 더 이상 바랄 거 없다고 그랬지?
(시은) 그게 최고 행복이고 보람이라고
이렇게 건강만 해도 감사해
신께 감사
[타이어 마찰음]
[무거운 음악]
[아미가 안전띠를 달칵 푼다]
[차 문이 탁 열린다]
[멀어지는 발걸음]
[기어 조작음]
[한숨]
[아미의 한숨]
[훌쩍인다]
[의미심장한 음악]
[한숨]
있어요?
[피곤한 신음]
[찌뿌둥한 신음]
[한숨] [발랄한 음악]
[귀찮은 신음]
[동마의 한숨]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들어가 제대로 자
몇 시?
6시 5분
아휴, 형 늙었구먼
아침잠 없어졌어?
(반) 깨졌어 너 온 거 아는지, 텔레파시로
아, 목말라
[피식한다]
[냉장고 문이 탁 닫힌다]
[반이 뚜껑을 달그락 딴다]
왜 왔냐? 좋은 집 놔두고
(동마) 아휴
아, 이 집은 뭐, 안 좋아?
(반) 움막이지, 너희에 비하면
[동마가 피식한다]
(동마) 뭐, 내 집이야?
[동마의 피곤한 신음]
2시까지 달렸네
마망 갔었어?
(동마) 응
아침 뭐 있는데?
샐러드
배달?
응, 먹을 만해
아, 풀이 먹을 만해?
형, 초식남 됐어?
[반이 피식한다]
[한숨]
난 풀 갖고 안 돼
나 입을 만한 것 좀
슈트가 너한테 맞아?
거의 비슷해, 캐주얼이라도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동마) 괜찮아졌네, 여기 별로더니
(반) 서초 호텔로 사람들 몰리니까
(동마) 뭐든 경쟁해야 돼
웨지감자만 보면 생모리츠 생각나
거기 트러플버거도 환상이었고
형도 맛있는 건 알지?
내가 동물보다도 못해?
[피식하며] 하긴
동물도 맛있는 건 귀신같이들 알지
아, 생모리츠에서 크리스마스 보내자
예약 다 끝났어
돈이면 안 되는 거 있어?
[입소리를 쩝 낸다]
우리나라는 슬로프 너무 짧아, 붐비고
비행기 타는 거 지겨워
겨울이라 빈 거치면 열네 시간, 거의
(동마) 몇 년 있으면 유럽 두세 시간 가능하다던데
그럼 파리에서 점심 먹고 런던 가서 뮤지컬 보고
남가빈 새 공연 준비하더라
나도 봤어, 기사
갈 거지? 네 성격에
어떻게 알았어?
네 성격 몰라?
공연은 봐야지 축하도 해 주고, 한마디
잔인하지 않냐? 그만큼 상처 주고, 흔연히
상처 속에 성숙하는 거야 지혜로운 자는
어리석은 자는 상처에 무너지고
(동마) 형 나이에 마땅한 결혼 상대는
사실 쉽지 않아, 보니까
아, 여자는 많아도 코드가 맞아야지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연애라도 해
누구 또 신상 명세 가져왔냐?
맘 생겼어?
[포크를 달그락거린다]
(동마) 얼마 전에 친한 형들이랑 골프 쳤는데
제일 나이 많은 형 이혼하고 3년째야
[동마의 탄식]
맛이 확 간 거 있지? 오랜만에 봤더니
형도 딱 지금까지야
쉰 중반 되면 별수 없어
아빠 말마따나
남자는 나이 들면 옆에 여자가 있어야 되나 봐
그 형 보고 깨달았어
(반) 여자는 그럼 다 젊어야 되게?
각자 알아서 잘 챙기니까
형 혼자 나이 드는 거 보기도 별로고 마음 쓰여
고마운데 요즘은 태반이 혼자야
세상 바뀌어서 점점 더 늘 거고 독신남, 독신녀
형은 아깝지
썩어 없어질 몸 고이 아껴서 뭐 할 건데?
너나 얼른 가서 애 낳아
조카 구경 좀 하자
[피식한다]
남자야 뭐, 환갑엔 못 낳아?
(반) 애한테 할 짓 아니야
- 아빠가 아니라 - (동마) 할아버지?
(동마) [피식하며] 나도 아버지 늙은 거
사실 싫었어
(반) 안 갈 거 아니지?
더 좀 즐기다 간다니까
얼마나 더?
놀다 한 스무 살?
아, 스무 살은 너무하구나
씁, 적어도 열 살 차이 지게 가야지
아, 그래서 남가빈은 자격 미달
감정적으로는 좋은데?
정서적으로는 잘 맞지
넌 제대로 나쁜 B형
아, 여자들이 좋아해, 나쁜 B형 못 헤어나
착각일 수 있어 널 좋아하는 게 아니라
백그라운드?
[피식한다]
[따뜻한 음악]
[기분 좋은 숨소리]
[숨을 들이켠다]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가빈) 이북 만두 했어요 평안도 만두요
집들이하기로 했잖아요
입덧 때문에 안 받을 거 같으면 다른 거 준비할게요
(예정) 회장님께는 아무 말 말고
(운전기사) 네
(예정) 어떤 여우한테 홀렸는지
[잔잔한 음악]
[차 문이 탁 닫힌다]
[차 문을 탁 닫는다]
(원) 어디로 가요?
(사현) 퀸 호텔요
(원) 저희가 내려가 봬야 하는 거 아니에요?
(사현) 볼일도 있으시대요, 서울에
또 과일로 때웠어요?
(원) 괜찮아요
떡볶이 같은 건 먹고 싶지 않아요? 매콤한
산모가 매운 거 많이 먹어도
아기 태열 생길 수 있대요
아이, 아, 그, 그러면 안 되지
나도 좀 검색해 봐야겠어요 먹으면 안 되는 음식들
생각 외로 많더라고요
우리 엄마
나 가지셨을 때 고기가 그렇게 당기셨다는데
쑹위안은요? 배 속에서 뭐 좋아했는지 알아요?
안 여쭤봤어요
수월하셨다는 것 같아요
입덧 보니까 깐깐한 녀석 나오는 거 아니에요?
[피식한다]
깐깐이든 순둥이든
온 마음으로 안을 거예요, 태어나면
(사현) 낮에 신경 써서 햇빛 좀 보고 걸어요
그래야 숙면에 좋대요
(원) 그러려고요
왜요?
그냥요
보고 싶었어요
'바다' 어때요? 태명요
태몽도 바다에서 돼지 봤고
우리한테 온 순간도 강릉 바닷가 호텔이었고
(사현) 그날 유난히 파도 소리가 컸어요
그렇죠?
바다같이 넓은 마음으로 살라고
콜
[옅은 웃음] [부드러운 음악]
(사현) 바다
네 할머니 뵈러 간다
너 태어나면 할머니가 최애하실 거야
기대해
[사현의 헛기침]
아빠 목소리 좋지?
[함께 웃는다]
엄마 목소리는 맑고 여성스럽고
어, 어, 음
너 여자야, 남자야?
딸이었으면 해요?
(원) 아들이었으면 해요?
한 번에 일타쌍피로 아들딸이면 더 좋겠구먼
(사현) 근데 아니잖아요
안 좋은 비유 말고요
(사현) 아이, 취소, 퉤, 퉤, 퉤
[함께 웃는다]
안 들은 걸로 해, 바다
엄마처럼 앞으로 고상한 표현만 쓸게
[살짝 웃는다]
- 클래식 들어요? - (원) 네
바흐가 태교에 좋다고 들었어요 전에 형한테
[터치 패드 조작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현의 헛기침]
(원) 행복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차분한 음악]
"퀸 호텔"
[분위기 있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현의 헛기침]
(원) 내 나이 아세요, 어머님?
(사현) 선입견 가질까 봐 말 안 했어요
백문이 불여일견 아니에요?
인사 나누면 난 빠질게요 엄마가 그러라세요
사람 불편하게 하는 분 아니니까
어, 저…
저희 어머니세요
(원) 처음 뵙겠습니다
앉아요
(예정) 또 연상이구먼
(사현) 뭐, 뭐 드실래요?
알아서, 커피 말고
홍삼차는 너무 쓰죠?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름이 뭐예요?
말씀 안 드렸어요
송원입니다, 외자 이름요
송원 씨는 중국어학과 나와서 번역 일 해요, 현재는
(사현) 어, 번역서도 여러 권 나와 있고요
몸은 괜찮아요?
네
(예정) 됐어, 넌 가
(사현) 네
- (사현) 저쪽 테이블 계산이요 - (직원1) 아…
(예정) 어떻게 만났어요?
사현이가 말을 아껴서
운동하다가요
말씀 낮추세요
저, 나이가 좀 많습니다
서너 살 위로 보여요
더 많아요?
마흔둘이요
(원) 한국 나이로
근데 이번에 첫애를?
병원에선 뭐래요?
괜찮대요?
현재로는요
[걱정스러운 숨소리]
둘째면 몰라도
[직원2가 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어쩔 생각이에요?
(예정) 어떡하다 정들이 들었는지
우리 애 말이 다 사실이에요?
'아무 사이 아니었다' 뭐, 그러던데
그냥 사는 얘기 주고받고 그랬어요
주로 제가 카운슬링해 줬고요
어떤…
별로 고민 같은 거 없었을 텐데?
부부 사이
처음엔 좀 삐그덕거리잖아요 맞춰 가는 과정에서
제 불찰입니다, 결과적으로
우리 며늘애 상황 들었어요?
네
다 힘들어, 우리 애 하나 때문에
결혼은 왜 여태 안 하고?
크게 빠지는 거 없어 보이는데
[한숨]
했었어요
[무거운 음악] 했었어요?
(원) 네
아기가 안 생겨서
5년 만에 정리하고 나왔습니다
그럼…
[한숨]
[원이 찻주전자를 탁 내려놓는다]
(예정) 우째 이런 일이
[놀라는 신음] [긴장되는 음악]
사모님
[겁에 질린 신음]
사, 사모님
[문이 달칵 열린다] (동미) 왜?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애절한 음악]
(유신) 무슨 일 있어요?
(동미) 글쎄, 아줌마가 이틀째 원장님을 봤다는 거야
(예정) 우리 회장 알았다간
(사현) 지원군 한 사람 더 생긴 거나 마찬가지예요
어머니 자주 만나서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입덧 가라앉으면요
그렇게 지낼 수 있어요
(문호) 속창시 없는 자식아!
요즘 뭐, 송미인하고 살면서
앞집 송무수리하고 바람난다더니 그짝이여?
- (지배인) 이거… - (혜령) 우린 주문한 와인 아닌데요
저쪽 손님이 사시는 겁니다
팬입니다
(동미) 보약 보내 주셔서 잘 먹었어요, 오빠
[문이 드르륵 열린다] (문호) [술 취한 말투로] 왜 그러고 앉았어?
잘 들어, 판문호
(가빈) 나 음악 방송 오늘 나가요
어느 음악 방송?
'부혜령의 사랑과 추억과 음악'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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