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S2. 3
[무거운 음악]
(예정) 그럼 이혼녀에 나이는 자기보다 열 살 많은?
우리 회장 알았다간…
저기
(예정) 남녀 사이는 당사자들만 안…
아니, 부부 사이던가?
어쨌든 잘 이해가…
그렇잖아요?
무슨 말씀이신지 압니다
저도 한 번씩 이런 상황 혼란스럽고
갈피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 깊었습니다
난 고등학교 때 뒷집 오빠 좋아한 거 말곤
그러다 선으로 우리 양반 만났고
(예정) 내 속으로 나온 아들이지만 어떻게…
내 상식으론…
솔직한 생각 듣고 싶어요
앞으로 계획 어쩔 건지
말씀 편히 하세요
전 아기만 바라보고 살 수 있고
그렇게 살려고요
어쨌든 결과적으로 제가 나잇값 못 했습니다
(예정) 애는 쉽게 포기 안 하겠어
우리 며늘애는 사현이한테 끝낸단 약속 받았다는데
(예정) 신뢰가 가고 마음이 놓이겠어요?
배 속의 아이는 자라고 있고 하루하루
나 같아도…
그쪽 이사시켜 달라고 부탁하는 거예요
사현이 모르게 최대한 빨리
제가 아드님 잘 설득해 보고
안 되면 따를게요
우리 양반이
아파트 하나 장만해 줄 요량이던데
얘기해 보고 안 되면
제가 알아서 집 팔고 딴 데 옮기겠습니다
그 부분 약속드릴 수 있어요
걱정하시지 마세요, 약속드려요
(예정) 물욕도 없고 마음은 곱구먼 양심적이니
[차분한 음악] 들어요, 입술 말랐네
속은 어때요?
며칠 전부터 메슥거리고 음식이 좀 안 받아요
그렇게 심한 건 아니고요
입덧 오래가면 힘든데
괜찮습니다
(예정) 혜령이하곤 딴판일세, 완전
여자가 애 하나 보고 사는 거 쉽지 않은데
이런 표현 그렇지만
축복이나 마찬가지예요, 저한텐
결혼 생활 5년 동안 노력했지만
안 생겼거든요
무슨 조화야
며칠 안으로 사현 씨 약속 받고
흔들림 없이 지키겠습니다
제주 오빠 집 가 있어도 되고요
오빠분도 알아요?
곧 알리려고요
아이고, 얼마나 충격일 거야 사실 알면
(예정) 저기
우리 사현이
오빠분 입장에서 용서가 되겠어요?
정자 제공받았다고 할까
여러 가지 생각 중입니다
[어두운 음악] [가정부1의 떨리는 숨소리]
뭐?
- [울먹이며] 원장님 - (동미) 원장님 계신다고?
안 보이세요? [동미가 코웃음 친다]
[못마땅한 신음]
(동미) 또 헛거 봤어?
아, 정말이에요!
[문이 탁 여닫힌다] [가정부1의 당황한 신음]
(동미) 고기 사 먹어, 꼭
영양 부실해도 그래
(가정부1) 아니에요
(동미) 받아, 자꾸 생각 좀 말고
아니에요, 저 그만 올래요
그만두고 싶으면 솔직히 얘기하든가
원장님 핑계 대지 말고
(동미) 자기가 만신이라도 돼?
저희 엄마가 무녀셨어요 [무거운 음악]
돌아가셨지만
(원) 염려하시는 일 없게 하겠습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약속드려요
우리 아들 대신 나라도 신경 써야지
아직은 친구들한테 물을 상황 아니고
모르는 거 있으면 여쭐게요
애 가지면 특히 친정어머니 생각나는 법인데
[슬픈 음악]
엄마 생각나고 필요할 때
연락해요
(예정) 땍땍거리고 따지고 도달대는 혜령이한테 질려 빠졌구먼
[휴대전화 진동음]
- (예정) 어 - (사현) 아직 얘기 중이셔?
나왔어
- 가고 계신 거야? - (예정) 응
- 이따 전화할게 - (사현) 아, 궁금해요
어떻게 하기로 하셨어?
- 직접 들어 - (사현) 전화 꺼져 있어요
어쨌든 들어가 한다고
알았어요
[통화 종료음]
(원) 하느님 [애잔한 음악]
저한텐 이제 배 속의 아기뿐입니다
모든 욕심 내려놓습니다
아기만 지켜 주시기를
간절히 기원드립니다
(박 목사) 저희 신도분 아니시죠?
(원) 네, 아직은요
(박 목사) 지난번에도 기도하시는 모습 봤는데
참 간절함이 느껴져서 기억해요
여기 담임 목사예요
아, 네
(박 목사) 힘들 땐 누군가한테 얘기하고
털어놓는 것도 도움 되잖아요
(원) 저 때문에 아기가 혹시라도 지장받을까 봐
두렵고 겁나요
임신 중이거든요
본인한테 어떤 허물이 있다고 생각해요?
네
본의 아니게 죄를 지었어요 결과적으로
- (박 목사) 꽃 좋아하시죠? - (원) 네
장미는 장미대로 들꽃은 들꽃대로 아름답듯이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박 목사) 다 이 세상 태어난 이유가 있고
의미가 있는 거예요
하느님이 소중한 아기를 잉태시켜 주신 것도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믿고 마음 편하게
아기 만날 준비 잘하세요
(가정부1) 죄송해요 사무소 연락하면 바로 사람 올 거예요
안녕히 계세요
수고했어요, 그동안
지금도 계셔?
아니요, 지금은…
아, 참
(동미) 현관의 상자 택배 좀, 가다
네
[무거운 음악]
[한숨] [문이 탁 여닫힌다]
잘됐어 [도어 록 작동음]
핑계 대고 들어가는 거야
[강아지가 낑낑댄다] - (가정부2) 일찍 들어오시네요? - (문호) 네
(문호) 동미야
(예정) 기막혀 말이 안 나와
너보다 열 살 위더구먼! [흥미진진한 음악]
거기다 이혼녀? 왜 얘기 안 했어!
(사현) 난 총각이야, 엄마?
너 남자 맞아?
어떻게 한참 누나한테 끌려, 끌리길 말이 돼?
열 살 연상 이혼녀?
- 아빠 들어오셨어? - (예정) 끄, 끊어
(문호) 속창시 없는 자식아!
요즘 뭐, 송미인하고 살면서
앞집 송무수리하고 바람난다더니 그짝이여?
아빠
사람은 겉모습이나 조건이 아니라 내면이 중요해요
네 내면, 네 머릿속엔 뭐가 들었는데!
(문호) 얼른 파트너 변호사 될 생각은 않고
고작 늙은 이혼녀나 임신시켜 가지고 이 사달을 내!
아유, 준재 엄마 들어요
뵙고 말씀드릴게요, 전후 사정
전후 사정?
[한숨]
혜령이 알아봐 아이고, 내 얼굴 뜨거워!
- 흥분하지 마시고요, 아빠 - (문호) 흥분 안 하게 생겼어?
(문호) 혜령이 한 살 많은 것도 탐탁지 않았구먼
열 살? 내일모레 쉰?
얼굴은 아빠, 동안
동안이고 의안이고 일없어!
[혀를 쯧 차며] 아파트도 날아갔어!
무슨 아파트?
[통화 종료음]
혼자 만나고 온 겨?
(문호) 잘혀, 모자가
꽃뱀한테 넘어가서
젊은 꽃뱀도 아니고 늙은 꽃뱀
꽃뱀 그런 거 아니에요
애 가진 건 맞나 몰라
초음파 사진, 누구 거든 옛날 거든 가짜일 수 있고
애 낳은 여자들은 초음파 사진 필요 없어요
얼굴색만 봐도 알아요
선수한테 발목 잡혔구먼
산전수전 다 겪은 늙은 선수한테
애가 태어나면서 '응애' 아니고 '할매' 하겄어
상상하는 그런 쪽 아니라니까?
반듯합디다
반듯해서 자기보다 열 살 어린 남자
그것도 유부남 꼬드겨서 배 속에 애 담아?
당신도 얘기 들으면 이해는 가요
이해 같은 소리 하네 [혀를 쯧 찬다]
아파트 해 준다고 했어?
그럴 마음 요만큼도 없어 보여요
먹고살 만큼은 되는 형편인 것 같고
- 뭐 해서? - (예정) 번역 일요, 중국어
- 혜령이하고 반대예요 - (문호) 반대지, 당근!
(문호) 혜령이가 뭐 하나 빠져? 사현이하고 나이 하나 빼고?
얼마나 걸맞아!
성격이 정반대라고요, 조신하니
쇼하는 거여, 늙은 여우가!
꽃뱀이!
그렇게 사현이도 넘어갔고!
아유, 됐어요
사현이 잘 얘기해 끝낼 거고
애 하나 보고 조용히 살겠대요
- 그리고? - (예정) 그리고 없어요
사현이가 말 안 들으면
제주도 오빠 사는 데 그리 피하겠답디다
(예정) 나 배웅하면서 잘 마무리하고
염려할 일 더 이상 안 만들 테니 안심하시라 했어요
- 믿어도 돼? - (예정) 보면 알죠
이제 상황 돌아가는 거
[한숨]
뭐가 뭔지, 어떻게 일이… [한숨]
- (문호) 왜? - (예정) 저녁 안 해요?
더 얘기혀, 준재 엄마 있잖여
간 내가 봐야 해요, 불 조정이랑
[문이 탁 닫힌다] 마흔둘?
미친 겨, 제정신 아니여
헛똑똑이가
변호사 이름값도 못 하고!
[휴대전화 벨 소리]
네, 실장님
열 시 도착요?
네
[통화 종료음]
[쓸쓸한 음악]
(유신) 나한테 너무 많은 걸 기대 말라고 했잖아
[휴대전화 벨 소리] [한숨]
- (사현) 여보세요? - (원) 오늘은 못 보죠?
아, 왜, 왜 못 봐요? 집 앞 현관이에요, 어디예요?
(원) 단지요, 금방 올라가요
네
[무거운 음악]
[한숨] [엘리베이터 도착음]
[현관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원) 뭐 마실래요?
(사현) 아무것도 생각 없어요
왜 전화 꺼 놨어요, 사람 불안하게
교회에 있었어요
(사현) 어머니 뭐라세요?
(원) 통화 안 했어요?
(사현) 아버지 들어오셔서 제대로 못 여쭤봤어요
뭐, 맘 상한 거 없죠?
(원) 네
(사현) 지원군 한 사람 더 생긴 거나 마찬가지예요
어머니 자주 만나서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입덧 가라앉으면요
음식 솜씨 좋으시니까 생각나는 음식 편하게 얘기해요
좋아하세요, 틀림없이
있죠
- 어머님하곤 그렇게 지낼 수 있어요 - (사현) 네
그렇게 지낼 수 있게
[무거운 음악] 연락 끊어 줘요, 이제
많이 생각했는데 이게 답이에요
나 안 보고 지낼 수 있어요?
- 지낼 수 있어요 - (사현) 난 안 돼요
내 말대로 해요, 모두를 위해서
(사현) 바다한테는 아니에요, 말했죠?
내 목소리 들려줘야 한다고
이제 귀 생기면 다 들을 텐데…
아기를 위해서예요
- 엄마가 그러라세요? - (원) 아니요
(원) 내 결정이고 나중에 확인해요
뭘 걱정하고 염려하는지 알겠는데 절대 모르게 다닐 테니까…
집의 부인은 속일 수 있어도 하늘 속일 수 있어요?
(원) 하늘은 다 알아요
여기까지예요, 내가 생각이 짧았어요
후회한단 뜻이에요?
아기만 아니었으면, 바다만 아니었으면
내 가슴 뜯었을지 몰라요
원인은 나고 내 책임이에요
쑹위안 아니었어도
그날 이혼 맘먹었던 거 알잖아요
(사현) [울먹이며] 그동안 몇 번을 그만 살려고 한 거
당신 때문에 마음 돌리고
또 마음 돌리고
당신 아무 잘못 없어요, 몰라요?
어쨌든 이혼 안 한다잖아요
다 알고도 눈감는다잖아요
그만 봐요, 그래야 해요
(원) 배 속의 천사 같은 아기 하루하루 크고 있어요
[울먹이며] 속이는 짓 하면 천벌을 받을 거 같아요
나면 모르는데
만에 하나라고 그 벌 아기가 받으면 어떡해요?
- 내가 받을게요 - (원) 우리가 정해요?
나 어떻게 견디고요?
안 보고 어떻게…
나야말로 하루하루…
벌받는 거려니 해요
우리 업보려니
(원) 나도 쉽지 않은 거 아는데
아기만 생각할 거예요
아기한테 떳떳한 엄마, 아빠 돼요, 우리
과정은 그렇지 못했지만 어쨌든요 그래야 돼요
하늘은 다 알아요, 지켜보고 있어요
내가 입장 바꿔서 부인인데
나한테 정리했다 그러고
안 보는 것처럼 하고 몰래몰래 만나면
나중에 알았을 때 치 떨리고 몸서리쳐질 거 같아요
지금까지 내 말 잘 들어줬잖아요
부탁할게요, 마지막
[울먹인다]
모든 건 끝이 있는 거예요
- 우리 인연 여기까지려니 - (사현) [울먹이며] 어떻게…
(원) 대신
어머님 의지하고
태교 잘하고 순산하게 할게요
어머님께 한 번씩 소식 전해 들어요
내 심정 짐작도 못 해요
심장에 한 땀 한 땀 바늘 찌르는 거 같아요
못 볼 생각 하니까
[사현의 울음]
[애잔한 음악]
이제부터라도 하늘에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고 살아요, 우리
그래야 나중에 후회 없고
아기한테 착한 사람으로 크라고 말할 수 있어요
[울음]
난 못 하잖아요
뭐라고 할 거예요 아빠 죽었다고 할 거예요?
몰라요, 몰라요, 나중에 생각해요
[흥미로운 음악]
[개운한 탄성]
안녕하세요
[휴대전화 진동음]
어, 혜령 씨
(혜령) 오늘 작업 마치셨죠? 공홈 보니까
- 응 - (혜령) 나오세요
(혜령) 저 작가님 단지 와 있어요
왜, 무슨 일 있어?
(혜령) 어디 가서 우리끼리 한잔해요 가볍게
이 밤에?
(혜령) 여덟 시 반이에요 한잔하기 딱 좋은?
아이, 애들 두고 어떻게 나가
(혜령) 향기 다 컸잖아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안 하던 짓 하면
(혜령) 안 하던 짓도 해야 돼요
(혜령) [웃으며] 늦진 않을 거야
(향기) 이미 늦은 시간인데요?
농담요, 저희는 알아서 잘 테니까 편하게 노시고 오세요
뭐, 클럽 가? [시은이 피식한다]
(혜령) 안녕 내가 나중에 맛있는 거 사 줄게
- (향기) 네, 안녕히 가세요 - (우람) 안녕히 가세요
- (혜령) 응 - (우람) 우와
[현관문이 탁 열린다] 결혼한 아줌마 같지 않아
[현관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알았어요, 말 들을게요
들을 거예요
(사현) 근데 정말 나 없이 괜찮겠어요?
한두 달도 아니고
(원) 어머님 계시니까요
(사현) 이렇게는 아니에요, 눈물로
우는 모습으로 끝내고 싶진 않아요
끝낸단 생각은 안 해요, 잠시
잠시 안 보는 걸로
'오늘만'
'오늘만 견디자'
'참자'
그렇게 하루하루 버틸 거예요
레스토랑 예약할게요
처음 센터에서 만났을 때처럼
웃으면서 밥 먹고 좋은 얘기 해요
그리고
[애잔한 음악]
다음에 얘기할게요
[사현이 신발을 탁탁 신는다]
문자할게요, 예약하고
[도어 록 작동음]
[흐느낀다]
[한숨]
[자동차 시동음]
(시은) 안 막혀서 좋다 [혜령의 옅은 웃음]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직원이 안내한다]
[시은의 힘주는 신음]
(혜령) 좋은 거 마셔요, 우리
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저마다 대화한다]
(지배인) 이거
우린 주문한 와인 아닌데요?
저쪽 손님이 사시는 겁니다
(지배인) 정면에 보이시는 저 남자분입니다
(혜령) [옅게 웃으며] 됐다고 해요
(지배인) 아, 네
나쁘진 않지만
[옅은 웃음] (시은) 혜령 씨, 어떤 기분이야?
이런 경우 많을 거 아니야
많은 정도는 아니고요, 종종
불쾌하진 않죠, 상대 괜찮으면
(지배인) 손님
여자분들이 거절하셨습니다
[피식한다]
- (동마) 알겠어요 - (지배인) 네
(남자1) 튕겨?
서동마가 알아봐 주는 것도 과분이지
- 그래서? - (남자1) 손절하라고
그렇게 얘기했건만, 본전 생각에
[술잔을 내려놓으며] 본전 생각보다 민규는 남의 말 안 들어
[피식한다] (남자2) 혼자 잘났거든
- 얼마나 날렸대? - (남자1) 존심에 액수 안 밝혀
(피영) 우람이 요즘 어떠니, 기분?
(지아) 한 번씩 멍해져
[초인종이 울린다]
- (지아) 누구? - 친가 할머니 [문이 탁 여닫힌다]
친할머니가?
(지아) 아빠, 친할머니 오셨대 [초인종이 울린다]
(피영) 열렸어요 [현관문이 탁 닫힌다]
- (유신) 몸 안 좋아요? - (지아) 할머니
(동미) 응, 응
어머, 내 정신 좀 봐
[동미의 한숨]
(피영) 저녁 드셨어요? [동미의 힘주는 신음]
(동미) 먹는 둥 마는 둥
무슨 일 있어요? [동미의 한숨]
(동미) 아줌마가 그만 오겠대
- 다른 사람 부르면 되지 - (동미) 원장님…
지아, 좀 들어가 있어
[긴장되는 음악] (유신) 그래
[동미의 한숨]
(동미) 글쎄, 아줌마가 이틀째
원장님을 봤다는 거야
- 어디서요? - (유신) 꿈에서?
집에서
나도 어젠 그냥 헛거 본 거려니 했는데
생각하다 보면 그럴 수 있으니까
(동미) 오늘 또 반기함하면서 날 불러 안 보이냐고
- 어머나 - (동미) 난 안 보이거든, 내 눈엔
그렇죠
어쨌든 아줌만 딴 사람 구하라고 더는 못 오겠다고 갔어
(동미) 근데 저녁 되니까
머리가 쭈뼛 서는 게 무서워서 있을 수가 없는 거야
뭐가 스치는 느낌 들고 도저히…
- 여기서 주무세요 - (유신) 진짜 보인대요, 아버지가?
그렇대
믿어야 돼, 말아야 돼?
(동미) 내가 월급 더 준대도 싫다고 갔어, 쇼는 아니야
나도 밤 되니까 집 분위기가 이상하니
오죽하면 달려 나왔겠어?
당분간 우리 집에 계셔
정신없이 나오다 휴대폰도 깜빡하고
내일 짐 챙겨 와요
- 지아한텐 그냥 몸 안 좋아 온 걸로… - (피영) 네
원장님
정 떼시려고 그러나
49재 끝나면 가시겠지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시은) 자기네 아니면 한 번씩 이런 데 못 와 본다
(혜령) 스테이크 안주 시킬까요?
아이, 자기 다이어트하잖아
- 소고기는 살 빠져요 - (시은) 딱 좋아
작가님 요즘 어떠세요?
- 힘드시죠? - (시은) 좋을 건 없지
난 어떤 면에서 편하지만 애들 생각하면
숙려 기간에 마음 바뀌기도 한다던데
바뀔 사람 아니고
그 정도로 확고하세요?
도대체 누구랑…
(혜령) 지인 중엔 정말 아니에요?
가끔 친구 남편 뺏는 여자들 있다잖아요
작가님도 들으셨죠?
그럴 친구 없고
일 때문에 하나둘 떨어져 나가고
친구라 해 봐야 몇 명 있지도 않아
이번에 나보다 더 거품들 물고
물죠
(혜령) 뭐야? 고작 와인 한 병 들이대고 끝? [흥미진진한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어
저 남자 훤하니
(시은) 우리 우람이도 저렇게 크면 좋겠구먼
완전 귀공자 스타일이다
방송국에서 흔하게 보잖아요
(시은) 분위기 다르지
- (시은) 여기, 물 좀 더 주실래요? - (직원) 네
- 아, 그리고 계산서요 - (직원) 네
(혜령) 아, 작가님, 제가 사는 거예요
아이, 나도 좀 사자
얻어만 먹으라고 나이 먹은 거 아니야
(혜령) 아이, 오늘은 저 때문에 나오셨잖아요
맨날 주옥같은 원고 써 주시고
나중에요
자기, 소공 호텔 카레 좋아하지?
네
- 언제 살 기회 줘 - (혜령) 네
이렇게 되고 보니까
(시은) 사 PD 말 진즉에 귀담아들었어야 하나
생각도 들어, 한 번씩
나한테 너무 신경 안 썼나
(혜령) 난 안 꾸며서 판사현 바람났대요?
꾸미는 거하고 상관없어요, 보니까
꼭 그런 거 아닐지도 몰라요
남자들 기본 성향인 거죠
우리 사촌 형부는
평생 바람 한 번 안 피우고 얼마나 잘하는데, 언니한테
다 그런 거 아니야, 정말
안 걸렸을 수도 있어요
작가님도 눈치 못 채셨잖아요, 전혀
그렇지
상상도 못 했지
(혜령) 저도요
(시은) 인생이란 게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 없고
이 정도 삶만 앞으로 유지돼도 감사하겠어, 이젠
이 일 겪고 나니까 겸손해져, 더
좋은 사람 만나셔야죠
여자 나이 쉰이면 한창 청춘이에요
자기네가 청춘이지
요즘 환갑에도 얼마나 젊은데요
가꾸고 산 여자들 얘기고
(혜령) 이제부터라도 신경 쓰시면 되죠
작가님 기본 바탕이 있잖아요
서 부장님 아니에요?
- 아니야 - (혜령) 맞는 거 같은데
아, 아니구나
(지배인) 저
아까 와인 사시려고 했던 분이 계산하고 가셨거든요
- 저희 걸요? - (지배인) 네
저희한테 물어보셨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게요
(지배인) 저희 VIP 손님이시라서
- 죄송합니다 - (혜령) 뭐 하는 사람인데요?
그것까진…
(지배인) 다음부턴 꼭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직원이 생각 없이…
여자 손님들한테 와인 잘 돌리나 봐요
아니요, 처음이십니다, 제가 알기론
[유신의 옅은 한숨]
(피영) 난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했거든
영혼이 정말 있다면
우리 아빠 꿈에라도 나타나셨을 텐데, 자주
그런 건 영혼이 마음대로 못 하는 부분일 수 있어
(유신) 집 팔아야겠지?
자기 같아도 나 없으면 넓은 집에서 힘들 거야
[무거운 음악]
(동미)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는 말도 있지
[한숨]
어떻게 됐어?
- (사현) 물 갖다줘? - (혜령) 됐어, 대답이나 해
주말에 완전히 정리할게
왜 주말까지?
(혜령) 오늘이라도 끝냈어야지
하루하루 시간 끌 거야?
안 끌어, 믿어도 돼
믿게 행동했어야 믿지
준비됐어?
- 애 가질 준비 - (사현) 술 마셨잖아
누가 오늘 갖재?
[한숨 쉬며] 마음가짐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팬입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동마) 언제 시간 되실 때 식사 한번 모시고 싶습니다
팬으로서요
(혜령) 들이대다 말아 멀쩡하게 생겨 가지고
내가 봐도 괜찮아
이혼녀 딱지 달아도
얼마든지 능력 있는 총각 만날 수 있다만
캐나다 식구들 생각해서 참는다
수컷들 그 밥에 그 나물이고 살아 보니까
[달그락 소리가 들려온다]
(피영) [놀라며] 어머
- (피영) 벌써 일어나셨어요? - (동미) 응
- (동미) 더 자 - (피영) 아니에요, 깼어요
(동미) 아유, 노는 사람도 아니고 [동미의 옅은 웃음]
[흥미진진한 음악] (피영) 오늘 간단히 순두부수프 끓이려고 했는데
알아, 냉장고 봤어
있는 동안은 아침 내 담당 [피영의 옅은 웃음]
(동미) 해 줄 게 없잖아, 내가
음식하고 잔일이라도 하면 원장님 생각 덜 하게 돼
네
[함께 웃는다]
(가빈) 음, 커피 냄새
앉으세요 [가빈의 옅은 웃음]
[가빈의 옅은 웃음]
(가빈) 어? 안 마셔요?
(해륜) 한 모금 주든가 [가빈의 옅은 웃음]
[잔잔한 음악]
원두가 좋은 거야 내린 사람이 잘 내린 거야?
둘 다 [함께 웃는다]
점심은 어떻게 해결해요? 구내식당?
도시락 그립지 않아요? 정성 도시락
갖고 다니려면 그것도 일이었고
강남 샌드위치 사 가는 거 어때요 들러서?
아, 그거 괜찮겠다
음
번역 일 하는 언니 임신했다니까
나도 생각이 그쪽으로 기울어요
늦기 전에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싶고
나로서야 감사하고 좋지
정말?
[옅은 웃음]
[유신의 힘주는 신음]
(지아) [놀라며] 최애하는 고기!
(피영) 고생하셨어요
(동미) 무슨 고생
콩장도 먹어
몇 시에 일어나셨어?
습관 돼서 다섯 시면 잠 깨져
부지런한 원장님 덕에
(피영) 짐 챙겨 오실 거 많아요?
옷 정도지, 뭐
(유신) 한 기사 보낼게요
난 저녁 약속 있어서
(동미) 아유, 혼자도 충분해 아주 이사도 아니고
집 내놓든가요
정든 집이라…
차차 생각해, 그 문제는
[무거운 음악]
(서향) 이제 피영이한테 알려야 하나
바쁜 애 번거롭게 할 필요 없지 [한숨]
[밝은 음악]
(우람) 엄마, 당근 있어요?
(향기) 당근 먹겠다고?
- 없어 - (우람) 내일 싸 주실래요?
(우람) 방울토마토랑 호두, 잣도요 아주 조금씩
- 점심 대신으로? - (우람) 아니요, 자습 시간에 먹게요
- 웬일? 고기 귀신이? - (우람) 잔소리 말고
그냥 칭찬 한마디 해 주면 안 돼?
(시은) 계속? 내일만?
- 내일 먹어 보고요 - (향기) 내일 하루로 끝이지, 뭐
- 내기해? - (우람) 해
무슨 바람이 불었는데
아, 알겠다
(향기) 지아가 당근이랑 싸 와서 먹었나 보지?
[흥미로운 음악] [향기가 피식한다]
아, 아니거든?
기거든? 네 표정
누나 보면 결혼하고 싶은 마음 싹 가셔
(우람) 무서워지려 그래
여잔 다 누나 같아? [향기가 피식한다]
나같이 현명하고 지혜를 겸비한 여자 드무니라
걱정 말고 하거라
[문이 탁 닫힌다]
(예정) 누구랑 쳐요?
(문호) 문식이랑 둘이서
- (예정) 무식이? - (문호) 문식!
(문호) 과수원 하는, 쯧
늙어서 이제 귀도 어두워
당신 발음이 시원치 않지
(문호) 이름이 뭐여?
늙은 애 엄마 말이여
송원요
- (문호) 외자? - (예정) 네
[한숨 쉬며] 이름부터가 외롭구먼
(문호) 약속 잡아
왜, 무슨 얘기 하려고, 홑몸도 아닌데
내가 봐야 쓰겄어
당신이나 사현이나 보는 눈 있어?
아이고, 돌아가면서 경우 아니에요
뭘 돌아가면서?
당신밖에 더 봤어?
(문호) 혜령이한테 봉변 안 당한 것도 다행이여
직접 봐 봤자 좋을 거 없어요
사현이 애가 틀림없으면
어쨌든 관계는 잘해 놔야 할 거 아니여
손주 안아 보려면
사현이랑도 끝낼 마음 먹었는데 뭐 좋다 하겠어요?
(문호) 좋아할지 안 할지 직접 봐야 쓰겄다고
말이 많아, 쯧
아, 씨도 중요하지만 밭도 중요하잖여
순해 빠져 가지고 무조건 좋게 보니까, 사람, 나만 빼고
늘 원인 제공하잖우, 예쁘게 보려도
무슨 원인 제공? 전화 넣어, 얼른
- 뭐 급해요? - (문호) 혜령이 마음 바뀌기 전에
(문호) 괜히 시간 끌다 수틀리면 또 애 안 갖는다 소리 나와
여보세요?
(예정) 사현이 엄마
네, 안녕하세요
(예정) 우리 양반이 한번 봤으면 하네?
안 내키면 말고
장소 정하시면 나가겠습니다
저희 집으로 오셔도 되고요
번거로울까 봐 우리야 차 한잔이면 되지만
주소 찍어 드릴게요
그래요, 내일 세 시쯤, 아마
응
[통화 종료음] (예정) 집으로 오셔도 된대
(문호) 가, 어떡하고 사나 보게
- 뭘 사 가지? 빈손으로 갈 수 없고 - (문호) 고기
요즘 입덧해서 잘못하면 올려요
예민하면 보기만 해도 올라오고
내 꿈으로 봐선 분간이 안 간단 말이여
(문호) 딸 같기도 하고 아들 같기도 하고
하늘이 정한 걸 자꾸 생각해 봤자예요
(가정부2) 택배 왔어요, 회장님 앞으로
보내 쌓기들도 해, 맨 필요도 없는 거
[문이 드르륵 열린다]
(문호) 누구여?
[긴장되는 음악]
어, 모르는 이름
[문이 드르륵 닫힌다]
준재야, 칼 좀
됐어
[가정부2가 칼을 드르륵 넣는다]
(동미) 보약 보내 주셔서 잘 먹었어요, 오빠
옛날에도 이런 거 저런 거 잘 챙겨 주시고 늘 마음 써 주셨는데
오빤 정말 그대로예요
감사해요
여행 가서 직접 사 온 좋은 녹차니까 한 번씩 우려 드세요
새해에 운동 시작하면 봬요
동미
(가빈) 말도 못 하게 자상
난 빚고 만두소 준비도 혼자 다
우리 아빠도 그 정도는 아니셨거든
(아미) 하미희도요
톱스타들 다 사귀어 봤지만 결국 상처만 남더라면서
그 남자랑 사랑에 빠졌다잖아요
(가빈) 맞아, 열여섯 살 위라며?
(아미) 네
궁금해요, 어떻게 생기셨어요?
지금은 그냥 중후한데
옛날엔 꽃미남 [옅은 웃음]
[휴대전화 조작음]
(아미) 어머!
(원) 오, 정말 원조 꽃미남이시네 [가빈의 옅은 웃음]
(가빈) 요즘
(원) 인상 좋으세요, 인품 느껴지시고
(아미) 여학생들한테 인기 짱이시겠다
[피식하며] 학교에선 곁 안 주고 엄해
나한테만 무장 해제
그래야죠
완전 잘 어울리세요, 부러워요
언니 보니까 나도 아기 갖고 싶은 거 있지?
(아미) 가지면 되죠
결혼은 언제쯤요?
(가빈) 내년 공연 끝나고
언니는?
[어색한 웃음]
난 정리하기로 했어
[무거운 음악] - 어머 - (가빈) 왜?
부인이 맘 돌렸대
이혼 안 하기로
어머나
애초 의도한 만남도 아니었고
잘됐다 싶어
언니 임신 사실 모르는 거죠?
- 안대 - (아미) 알면서도요?
(아미) 아, 참, 이해가 안 가
아니, 나 같으면 바로 끝내겠구먼
사이에 자식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그쪽에서 언니 만나려고 안 해?
대신 그 사람 어머님이 케어해 주시겠다셔
어제 뵈었고
[무거운 음악]
(예정) 아무튼 보약만 지어 줘 봐
한 제 지어 주믄 어쩔 거냐고
내 돈 내가 쓰는디
땡전 한 잎 번 적도 없으면서
- 나 보약 지어 준 적 있어? - (문호) 없어
팔팔한데 보약이 왜 필요혀?
[한숨]
(가빈) 언니, 정말 괜찮겠어?
(원) 난 뭐든 분별을 안 하려고 해
그냥 받아들여 버릇하는 게 습관 됐고
아침에 눈뜰 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감사야
[따뜻한 음악]
건강하게 태어나 주면
건강한 아기 태어날 거예요
(가빈) 우리도 기다려지지 않아? 궁금하고
너무요
(가빈) 태명 아직?
바다
(가빈) 바다야
이모들도 손꼽아 기다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반) 어
(동마) 방송 끝났지?
(반) 응 [문이 탁 여닫힌다]
어제 형 프로 DJ한테 내가 술 샀어
- 부혜령? - (동마) 응
어떻게 또 만났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게 가능해? 자기들 생각은?
도우미 아주머니가 거짓말할 이유 없잖아요
그런 사람들 의외로 꽤 있어
(시은) 내 친구 요리사인데 독실한 기독교 신자야
근데 두 번 봤대, 귀신
어머나
마음은 안 보이잖아, 육체만 보이고
(시은) 그런 경우 아닐까 싶어
산 사람은 사람으로 치면 육체 영가는 마음
(혜령) 그래서 시어머니 얼마나 계시는 거예요?
아예 들어오신 건 아닐 테고
PD님 불편하시겠다
임시니까, 뭐
(혜령) 낳아 주신 시어머니도 아니시니 시집살이 안 시키겠죠
요즘 시어머니들이 눈치 보는 세상이야
[긴장되는 음악]
[액자를 탁 접는다]
[힘주는 신음]
[쓸쓸한 음악]
[한숨]
원장님, 계시면 와 앉으세요
[음산한 음악]
[동미의 한숨]
(동미) 원장님 저한테 섭섭하실 수 있어요
그렇지만 다 털고 마음 돌리세요
내가 원장님한테 어떻게 했어요?
1, 2년도 아니고 10, 20년도 아니고 햇수로 거의 40년이에요
할 만큼 했어요, 저
원장님도 살 만큼 사셨고요
백 세 바라셨을지 모르지만 원장님 백 세면 전 여든하나
원장님께 청춘도 모자라서
노년까지 바쳐야 해요, 인생 송두리째?
그건 아니죠
좀 억울하고 노여워도 다 내려놓으세요
저 때문에 인생 꽃피고 행복하셨잖아요
그 정도 즐기고 누리셨으면 된 거예요
저도 좀 이제 행복 느끼고 싶어요
저도 사람이고 여자예요
후회 안 해요
같은 경우 닥쳐도 똑같이 아마 할 거예요
저 때문에 심장 발작 온 것도 아니고
원망 마세요
내가 차려 드리는 마지막 식사예요
달게 드시고 떠나세요
소고기뭇국 좋아하셨죠?
특별히 끓였어요
여기 계시는 거 모양 빠지세요
[어두운 효과음]
하나도 안 무서워요
불 다 꺼 보세요
죽은 자가
산 자를 이겨요?
- (유신) 저녁 먹었어? - (아미) 아니요
[유신의 힘주는 신음]
(아미) 뭐예요?
삐졌구나? '요' 자 붙이는 거 보니까
[피식한다]
잠깐 들어가 있어
나오랄 때 나와
[잔잔한 음악]
[스위치를 탁 켠다]
(지아) 외할머니 좀 불쌍해
친할머니는 우리 집 와 계실 건데
엄마 속상하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지 마 똑같은 부모야, 엄마한텐
이다음에 나 결혼하고 엄마 혼자면…
왜 혼자야? 아빠 있는데
[웃으며] 아, 외할머니 생각하다
엄마, 아빠 나 없이 외롭지 않겠어?
우리 딸이 자주 얼굴 보여 줘야지
당근!
- 한 달에 한 번? - (지아) 일주일에 한 번
남편이 좋다면 같이 살고, 한집서
- 그건 안 돼 - (지아) 왜?
시댁에서 좋아 안 해
만일 남편이 우람이면
양가 어른들 다 한집서 살아도 좋아할 거야
(지아) 그렇지, 엄마? 작가님이랑 친하니까
- 너 우람이 좋아해? - (지아) 응
[잔잔한 음악] (지아) [웃으며] 친구로서, 착하니까
- (피영) 우람인 좀 그래 - (지아) 풍만해서?
아니
- 자식은 부모 - (지아) 부모 닮는다고?
[감미로운 음악] (유신) 자!
[아미의 놀란 숨소리]
다리 아프게 산 올라갈 필요 있어?
이렇게 기분 내면 되지 [아미의 옅은 웃음]
들어가 먹을까?
(아미) 아니
[유신이 와인을 조르르 따른다]
(유신) 계속 삐질 거야?
내 맘 안 느껴져?
몰라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어, 나
억지로?
내생엔 자기랑 결혼해
무책임한 성격이면 가정이고 뭐고 내팽개치겠지만
어떻게 그래?
자기가 이해해 줘야지
[차분한 음악]
(유신) 봄 되면 우리 피크닉 가자
어디로?
(유신) 뭐, 어디든
좋은 데 많으니까
문자 한 번을 안 하고
(아미) 치, 그러는 오빠는
그렇게 쌩 가 버리고, 어제
속상해 그랬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탁 열린다]
(동미) 아유, 그런 거 말아
잘 때 별로 목도 안 말라 마르면 나가 마시면 되고
잠 깨시잖아요
내가 이제 챙길게
대문 나서는데 눈물 나는 거야
(동미) 몇십 년 원장님이랑 행복하게 살았는데
혼자 돼 나오려니까
(피영) 왜 안 그러시겠어요 [동미의 옅은 웃음]
(동미) 정말 잘생기셨지?
아버님 덕에 지아 아빠도 인물 좋다 소리 들어요
몸은 가셨지만 내 가슴에 살아 계셔
(피영) 무섭다고 와 놓고는
두려움 가셨어요?
정 떼시느라 그러시겠지만 함께한 세월이 얼마야
난 사랑과 존경이었거든 원장님에 대한 감정
여자가 지아비 사랑할 수는 있어도 존경은 쉽지 않아
그렇죠
지아 아빠 사랑해? 존경해?
전 나이 차가 얼마 안 나서 아직 존경까진요
존경하게 될 거야
지아 아빠 허튼짓도 않고 얼마나 가정에 충실해
아내 사랑, 딸 사랑
병원에서도 좋은 닥터, 훌륭한 원장님
네
49재 끝나면 성북동 갈게 불편해도 좀 참아
아휴, 무슨 불편요, 저야 좋죠
- 그래? - (피영) 집이 더 사람 사는 것 같고
지아도 너무 좋아하잖아요
아비도 혼자 쓸쓸히 계시는 거 마음 쓰이다
와 계시니 안심이고요
안정이 돼
어제도 잠 잘 오더라고 [옅은 웃음]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해륜) 나 정자 상태 한번 검사받아 볼까 봐
- (웅) 애 갖게? - (해륜) 갖겠대
(웅) 상대 몇 살?
(해륜) 내년에 마흔하나
근데 건강해, 삼십 대로 보이고
얼굴이 행복하네?
솔직히
조 원장이야 부부 사이 각별하니까 이해 못 하겠지만…
이해는 돼
사람은 옛 사람이 좋다는 말 있어도 사람 얘기지, 사랑은 다른 문제니까
(웅) 새로운 사랑에 끌리게 돼 있지
이번에 그런 생각 들어
(해륜) 20년이나 25년 딱 살고
법으로 헤어지게 정해 놓으면 어떨까
여자들이라고 솔직히 한 남자하고만 죽을 때까지 살고 싶겠어?
부부는 그런데 애들은?
애들 평생 데리고 살아?
때 되면 어차피 부모 슬하 떠나잖아
[술 취해 주절거린다]
(문호) [술 취한 말투로] 왜 그러고 앉았어?
안 들어와?
[문호가 웅얼거린다]
[무거운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씻어요
귀찮아
(문호) 아, 시원하다
공 잘 맞았어요? [문호의 한숨]
어
한의원에서 김동미 약 좀 안 지어 줬어요?
언제? 아, 그 후로 만난 적도 없구먼
지어 주지 말라며
그래서
내 말 듣고?
(문호) 무소식이 희소식이겠지
[문호의 개운한 탄성]
왜?
[문호의 한숨]
(예정) 봐요
- 봐 - (문호) 뭐길래?
김동미가 보약 지어 보내 줘 고맙다고 선물
[흥미로운 음악]
지금 한잔 내려 드려?
여행 가서 직접 사 온 녹차라는데
안에 편지도 있고
안 궁금해요?
[편지를 사락 펼친다]
'보약 보내 주셔서 잘 먹었어요, 오빠'
(예정) '옛날에도 이런저런 거 잘 챙겨 주시고 늘 마음 써 주셨는데'
'오빤 정말 그대로예요, 감사해요'
'여행 가서 직접 사 온 좋은 녹차니까 한 번씩 우려 드세요'
'새해에 운동 시작하면 봬요, 동미'
[한숨]
(문호) 안됐어서
별거 아니야
싼 거 보냈어
싼 거?
나는 감기약 한 번 사다 준 적 있어?
- 있었을 텐데? - (예정) 언제?
언제!
그게 그렇게 중요해?
잘 들어, 판문호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예정) 이 순간부터
남편 대접 받을 생각 마
왕이 왕 대접을 받으려면 여왕 대접을 해 줘야 해
무수리 취급 하면서…
무수리 취급 했지만
난 평생 왕처럼 떠받들고 살았어
한 번도 찬밥 대령 안 했고
언제나 몇 끼 따스운 밥
그래, 돈은 벌어다 줬으니까
따스운 밥, 정성 반찬 받는 거 당연하다 쳐
앞으로도 잘 먹여 줄 거고, 계속
그렇지만 존경은 없어
마누라를 발뒤꿈치 때만큼도 안 여기고…
무슨 발뒤꿈치 때만큼…
(예정) 정성이 가면
감사가 오는 게 아니라 무시가 와
결혼해서 이날까지
옛날 어머니들 남자는 백 살을 먹어도 애라고 하니까
마음 다치고 아플 때마다 그 말로 마음 돌리면서 살아왔는데
더 이상 아니야
- 편지 - (문호) 별거 아니라고, 글쎄
그 별거 아닌 거
나한텐 해 줬냐고, 단 한 번이나!
(예정) 판문호한테 소예정
밥해 대고 옷 수발 드는 그냥 수족에 불과해
도우미 아주머니랑 하나 다를 게 없어
마당의 동미만도 못한 대접 받고
[한숨 쉬며] 참…
개무시 오니까 나도 이제부터 개무시 간다고
한 제 지어 줄게 [예정이 코웃음 친다]
사약을 지어 줘, 먹고 죽어 줄게!
과부 김동미랑 재혼해!
말 같은 소리를 해
속마음
아니야?
틀려?
여러 가지 해, 정말
술이 확 깨네
그깟 한약 갖고…
(예정) 다시 말해?
그깟 한약?
한약이 문제 아니야
한약을 지어 보내는 그 맘
동거인 속이면서까지
낯색 하나 안 변하고 거짓말까지
- 동거인? - (예정) 동거인이지, 뭐야
도우미?
(예정) 나한테도 남편으로서 인정스럽게 하다가
김동미한테 지어 줬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어
좀 기분은 좋지 않겠지만, 근데
평생 자기 수발든 마누라는
손마디가 떨어져 나가게 아프거나 말거나
허리 쑤시고 머리 아프대도
단 한 번이나 걱정해 준 적 있냐고
안쓰럽게 생각한 적 있어?
약까지도 안 바라!
여기까지
남들 앞에선 달라지는 거 없으니까 체면 걱정 말고
인제 나도 똑같이
남편이려니 생각 안 해
그럼 남?
머슴?
[코웃음 친다] (예정) 넌
사람 아니야
[무거운 효과음]
[기가 찬 숨소리]
[노크 소리가 들린다]
주무셔?
[도발적인 음악]
[동미의 힘주는 신음]
[현관문이 탁 닫힌다]
[유신의 피곤한 신음]
[웃음]
아직 안 주무셨네, 우리 마나님?
어머니도 오셨구먼 이렇게 취했어?
[유신의 술 취한 신음]
[피영의 놀라는 신음] (유신) 아, 그렇지
들어가 인사해요
(유신) 열두 시 다 됐어
- 잘 거야 - (피영) 안 주무셔
[유신의 옅은 웃음]
(유신) 아침에 볼 건데
[유신의 기분 좋은 신음]
[문이 탁 여닫힌다] [무거운 음악]
[잠 깨는 신음]
[무거운 음악]
[유신의 피곤한 신음]
(피영) 술엔 장사 없대
(유신) 매일 마시는 것도 아닌데, 뭐
[힘주며] 김 여사 오니까 좋네
아침에 이렇게 여유 부리고
(피영) 어머니 해장국 끓이셨으려나?
(유신) [힘주며] 속 안 부대껴 기분 좋게 적당히 마셔서
(피영) 누구랑 적당히 기분 좋게?
일로 만나도 대화 잘 통하는 사람 있잖아
(피영) 혼자만 떠들고 얘기하면 정말 피곤해, 들어 주기
나도 정신 바짝 차리고 나이 먹어야지
꼰대 소리 안 듣게
[피영이 숨을 크게 들이켠다]
왜 벌써?
머리 감으려고
(유신) 안 감아도 돼, 하루
[웃으며] 냄새나
(유신) 이리 오거라
[흥미진진한 음악] (피영) [웃으며] 어디 마나님 머리채를
[유신의 웃음]
(유신) 서방님 머리도 잡든가
(피영) 잡을 게 있어야 잡지 [유신의 웃음]
- (유신) 어? - (피영) 소싸움?
[함께 웃는다]
(유신) [냄새를 씁 맡으며] 좋기만 하구먼
(피영) 기름져 [함께 웃는다]
[한숨] [문이 드르륵 열린다]
[물이 솨 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유신의 힘주는 신음]
[하품한다]
[유신의 피곤한 숨소리] [동미가 수저를 휘휘 젓는다]
[부드러운 음악]
[동미가 수저를 휘휘 젓는다]
누나! [동미의 웃음]
[동미가 그릇을 탁 내려놓는다]
잘 잤어?
우리 왕자님
[동미의 옅은 웃음]
[헛기침한다]
[웃음]
(유신) 우리 김 여사 고생하시네?
(동미) 뭔 고생? 안 고생
[함께 웃는다]
배추된장국?
- (동미) 응 - (유신) 시원하겠다
어제 늦어서 그냥 잤어 괜히 잠 깰까 봐
잠이야 안 자지만
형식 갖추고 하면 서로 피곤해져
어서 출근 준비하셔
아, 새벽에 일어나고 낮엔 눈 붙여요, 잠깐씩이라도
(동미) 응
저녁에 외식할까?
아이, 밖에서 먹는 거 지겹다고 했잖아, 전에
집밥이 최고지? [동미의 옅은 웃음]
[유신의 몸 푸는 신음]
[옅은 웃음]
(예정) 밥 먹어
[흥미진진한 음악]
너무한 거 아니여?
요즘 직원들한테도 잘 반말 안 혀
(문호) 그만큼 퍼부었으면 됐지
애도 아니고, 언제까지 꽁할 겨
- 아닥 - (문호) 아닥이 뭐여?
별희한테 물어보든가
[휴대전화 벨 소리]
아침부터 웬일이여?
어
(혜령) 아버님 저 조금 있으면 도착해요
- 온다고? - (혜령) 네
- 사현이랑? - (혜령) 저만요
그려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혜령이 온다네?
또 한바탕혔나?
(문호) 혜령이 근처래
[흥미진진한 음악] 밥 있지?
찬바람이 불어
[휴대전화 벨 소리]
일어나셨습니까?
(가빈) 네
운전 중?
주차장
우리 아기 웬일로 일찍 전화 주시고?
오후에 수업 있어요?
어, 왜?
그럼 앱으로 나중에 들으면 되겠다
나 음악 방송 오늘 나가요
- 어느 음악 방송? - (혜령) 라디오요
무슨 프로?
부혜령의 '사랑과 추억과 음악'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옅은 웃음]
(시은) 어떡해, 어떡해
(문호) 기막혀 말이 안 나와
나 취조하니?
- 부혜령? - (동마) 응
얘기해 줘? 동생이라고?
이복동생이라고?
현실은요, 8개월 있으면 어머님, 아버님 외방 손주 태어나요
맘 따로 몸 따로
짜증 나, 한 번씩
(문호) 웬만한 남자 같으면 주먹 나갔어
- 쳐 봐 - (문호) 여기서?
개싸움 한판 붙지, 뭐
아직 사랑하는 분을 못 만나신 거네요
만났어요
(동미) 얘기 안 하고 있으면 오해 쌓여
(피영) 인제 오해 안 해요
(가빈) 이제 맞닥뜨릴 일만 남았나?
혹시 연락 오면 바로 전화해요, 나한테
(피영) 엄마가 너희들 너무 걱정할까 봐 안 알리셨는데
- (가빈) 저, 이시은 작가님이신가요? - (시은) 네
저 남가빈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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