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S2. 4
[긴장되는 음악] 무슨 프로?
'부혜령의 사랑과 추억과 음악'
여보세요? 안 들려요?
아니, 들려요
[자동차 경적]
어, 내가 다시 할게요
네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한숨]
- 진지들 드셨어요? - (예정) 그럼
- 또 한바탕했냐? - (혜령) 아니요
편히 먹게 나와요
[어두운 음악]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문이 탁 여닫힌다]
- (시은) 이거 견과류랑 토마토 - (우람) 잘 먹을게요
- 우람아 - (우람) 네?
지금같이만 커
예의 바른 건 좋은 거야
(동미) 어? [함께 웃는다]
- (지아) 다녀오겠습니다 - (동미) 오늘은 학원 없다며
친구들 데려와, 맛있는 거 해 줄게
- (지아) 정말요? - (동미) 응
- 아유, 정신없으세요 - (동미) 무슨
나 애들 좋아하잖아
(혜령) 그쪽이랑 연락되셨어요?
(예정) 그제 만났어
- 두 분 같이요? - (문호) 나 모르게 살짝
- 어때요? - (예정) 평범해, 그냥
몇 살요?
- 나 취조하니? - (혜령) 죄송해요
(혜령) 좋게 말이 안 나와요
어머님 같으면 안 궁금하시겠어요?
안 물어봤는데
얼굴 보니까 연상이야 [혜령의 한숨]
(혜령) 저 와서 언짢으신 거 아니죠?
네가 무슨 잘못 있어?
(예정) 돌부처도 시앗 앞에선 돌아앉는다는데 같은 마음이지
내 속으로 나왔어도
뭐 하는 여자예요, 도대체?
(문호) 번역 일 한대
나한테 확실히 약속했어, 끝낸다고
그래서 이사 안 시키신다고요?
(문호) 그 문제는 내가 오늘 만나 보고 결정할게
걱정 마, 너는
(예정)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니었대
그냥 알고 지내다가
어떻게 딱 한 번 실수한 게…
- 정말 - (혜령) 그런데 사랑한대요?
두 분 들으셨잖아요
(예정) 애 생기는 바람에 잠깐 해까닥한 거지
이제 사현이 거의 정신 돌아왔고 현실 깨달았어
현실은요
8개월 있으면 어머님, 아버님 외방 손주 태어나요
태어나는 걸 어쩌겠냐
(문호) 못 나오게 막을 수도 없고
생명을 [혜령의 한숨]
(예정) 어쨌든 아예 없던 일로 돌릴 순 없지만
너 걱정하는 일 없게 내가 드나들면서
감시면 감시고 체크할 거니까
(문호) 오늘 그 집서 보기로 했어
이보다 더한 케이스
더한 콩가루 집안 많아
사현이는 아무것도 아니야
명색이 변호사가
못된 거부터 배워 가지고
(문호) 외국 할 거 없이
대통령들도 외방 자식 문제 한 번씩 일으켜
법조인, 정치인, 회장님 할 거 없이
말 있지? 계급장 떼고 직함들 떼고 나면 그냥 남자, 여자여
여자 법조인, 정치인 외방 자식 있다는 기사
아버님, 보셨어요?
남자들 혼자 자식 맹글고 혼자 낳아?
(문호) 다 상대는 여자지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알고 보면 그냥 감정의 동물이여
그 감정에들 휩싸이고 휘말려서 일들 벌이고
나만큼 도덕적으로 살기도 쉽지 않아
[혜령의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일어났을 텐데 문자도 없어요
저 실종돼도 관심 없을 거예요
속으로 바랄지도 모르고
일찍 숍 갔으려니 하는 거지
다녀갔다고 해? 말아?
마세요
- 아닥이 뭔 뜻이냐? - (혜령) 입 비속어 있잖아요
- 주둥이? - (혜령) 생선 입 표현요
[익살스러운 음악] 아가…
(혜령) 네, '닥'은 입 다물란 비속어고요
- (혜령) 어디서 들으셨어요? - (문호) 어
학, 학생 애들 지나가면서
두 분만 믿고 올라갈게요
확실히 마무리해 주세요
[한숨]
[긴장되는 음악]
(문호) 기막혀 말이 안 나와
아무리 화가 난들 할 말, 못 할 말
어떻게 평생 먹여 살린 남편한테
미쳐 돌아가는 겨, 뭐여, 모자가
못 할 말 했어?
나한테 욕 들은 적 있는가? 시집와서?
충청도 양반이란 말이 왜 있는데
저기 [무거운 음악]
오늘 라디오 프로 안 나가면 안 될까?
- 적당히 일 생겼다고 하고 - (가빈) 왜요?
이유는 저녁에 얘기할게요 지금 회의 들어가야 해서
찍히죠, 이 바닥 소문 얼마나 빠른데
차 사고 같은 어쩔 수 없는 상황 아니면 몇 시간 남겨 놓고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 여보세요? - (가빈) 샤워하느라 못 받았어요
- 지금 회의 들어가요 - (가빈) 네
[의미심장한 음악]
[통화 종료음]
[한숨]
- (교수) 안녕하세요 - (해륜) 아, 네, 들어가세요
- 부혜령? - (동마) 응
어떻게 또 만났어?
우연히 와인 바 갔다가
좀 나이 든 여자랑 왔길래 와인 한 병 보냈더니 거절하데?
- 근데? - (동마) 나오는 길에 계산했다고
얘기해 줘? 동생이라고?
(동마) 이복동생이라고?
농담
그냥, 형이랑 같이 프로 하니까 좀 반가운 마음에 계산했다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거 별로야
알지, 형 성격
응, 들어가, 형
[엘리베이터 도착음] [통화 종료음]
어? 안녕하세요
(반) 네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혜령) 어디 가세요? 시간 됐는데
잠깐요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문호) 뭐 좀 사 가야지?
빈손으로 가?
어디서 보낸 거예요?
(문호) 어디, 과일 가게 좀 들러
- (문호) 검색하면 나오나? - (기사) 아파트 상가에 있을 겁니다
- (예정) 보냈어, 배달 - (기사) 네
말을 해 주지, 그럼
(문호) 독혀
[휴대전화 벨 소리]
여보세요?
네, 도착하셨어요?
제가 내려갈게요
(예정) 뭐 하러
문이나 열어 줘요, 벨 누를 테니
(문호) 뭐 한 놈이 성낸다더니
입에 못 담을 막말까지 하고도 성질이 안 풀리나 벼
웬만한 남자 같으면 주먹 나갔어
쳐 봐 [흥미진진한 음악]
- (문호) 여기서? - (예정) 개싸움 한판 붙지, 뭐
(문호) [코웃음 치며] 시집오기 전에 요즘 애들 말로
껌 좀 씹은 거 아니여?
왜 아니야, 난 껌 씹고 우아한 김동미는 꽃 씹었겠지
판문호가 따다 준 진달래꽃
나한테 품위, 고상 같은 거 바라지 마 [엘리베이터 도착음]
(예정) 어
뭐라고 소개해야 돼?
송원이라고 합니다
(문호) 아, 예
[흥미진진한 음악]
[문호의 한숨]
[문호의 한숨]
- (예정) 물이나 한잔 다오 - (혜령) 네
- (문호) 사현이는 늦어? - (혜령) 오는 중이래요
(예정) 그냥 두지, 뭘 들고 들어가?
먼지 앉아요
[문이 탁 여닫힌다] (문호) 생각보다 지성미 있구먼
제대로 배운 모양새고
(도우미) 병원 가 보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가 봐야 소용없어 [애잔한 음악]
어떻게 안 좋으신 거예요?
과일 많이 보내 주셨어요
(원) 잘 먹겠습니다
저, 꽃도 감사하고요
애 가지면 만만한 게 과일이니까
- (문호) 예 - (원) 말씀 편히 하세요
점심 진지 드시고 출발하셨어요?
(예정) 응, 먹고
(문호) 집이 조용하네
층간 소음은 없고?
한 번씩 애들 놀러 오는지 발소리 시끄러울 때 있지만
그러려니 해요
(문호) 이해심도 있고
(문호) 대강 들었는데
사현이 통해서 초음파 사진도 보고
한창 힘들 때라고
아직은 그래도 괜찮습니다
(문호) 기운 없을 텐데
우리는 한 끼만 건너도 다리 후들거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 있으니까요
아무나 할 수 있는 경험도 아니고
제 처지에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좀 힘들어도 힘들단 생각 안 들어요
우리 사현이가 실수면 실수고 [애잔한 음악]
어쨌든 이런 결과가 벌어졌는데
(문호) 부모 된 입장에선 이럴 수도 없고 저러랄 수도 없고
어머님께 제 마음, 각오
- (원) 솔직히 말씀드렸습니다 - (문호) 그래도
나 몰라라 할 수 있나
그냥 드리는 말씀이 아니고요
정말 부담 안 가지셨으면 해요
부담이라기보다 경우지
(문호) 우리가 뭐든 좀 감당하고 싶은데
(원) 번역 일도 꽤 오래 했고
부모님이 남겨 놓은 것도 좀 있어서
생활하는 데 지장 없습니다
- (문호) 이 집은 자가? - (원) 네
우리나 사현이
원망스러운 마음은 없고?
제 허물이죠
배 속의 크는 핏덩이 생각해서
허물이니 실수니 하지 말고
(문호) 우리가 머리와 마음을 모아야 혀
애가 무슨 죄 있어? 잘 태어나게 해야지
병원서는?
(원) 수치랑 정상이라고요, 다 아직까진
(문호) 양호하대? 건강 상태?
우선 아기 품은 엄마 건강이 중요하니까
- 네 - (문호) 다행이구먼
(문호) 이렇게 말 몇 마디 나누고 헤어지기는 그렇고
어디 가서 식사라도 해야지
이걸로 발 끊고 안 볼 사이도 아니고
(원) 혹시 몰라서 떡국 준비했는데요 끓이기만 하면 돼요
힘들게 뭐 하러, 홑몸도 아니고
(문호) 강남 호텔 가깝지?
(예정) 호텔은 지금 브레이크 타임이에요
(문호) 뭐 좀 먹으면 넘어가겄어?
좀 전에 TV에 곤드레밥 나오는 거예요
- 곤드레밥 먹고 싶다고? - (원) 네
그럼 먹어야지, 얼른
(원) 검색해 볼게요
(문호) 한두 번 올라와서 먹어 봤는디 서울선 다 거기서 거기여
나물 하면 충청도 아니여
우리 집 근처에 곤드레 지대로 하는 집 있어
얼마 안 걸려, 이 시간엔
- (원) 그래도 돼요? - (문호) 안 될 게 뭐 있어?
[밝은 음악] (문호) 우리나라 사람들 맛집 찾아 삼만 리 댕기는디
(예정) 그래요, 기사 있으니까 이따 타고 오면 되고
(문호) 무슨 '그래요'
- (문호) 아, 편히 혀, 말 - (원) 네
그냥 뭐만 걸치면 되겠어
(문호) 아, 이건 우리가 냉장고에 넣어 놓을 테니께
(원) 아, 아니에요
(예정) 씁, 어서 옷이나
(문호) 응
- (문호) 뒤에 타 - (원) 아니에요
- (문호) 씁, 말 들어 - (원) 아닙니다, 저 어려워요
[문호의 웃음]
- 안녕하세요 - (기사) 네
(문호) 안전 운전 급브레이크 밟지 말고
- (기사) 네 - (문호) 우리 가는 곤드레 식당
(기사) 네 [자동차 시동음]
(예정) 늙은 꽃뱀, 선수 어쩌고 하더니
- (지아) 얘가 우람이 - (우람) 안녕하세요
어
아휴, 듬직하게 생겼네
- (우람) 감사합니다 - (지아) 뭐, 감사? [아이들이 함께 웃는다]
[밝은 음악]
- (인준) 와, 버거 - (미소) 버거다 [동미의 웃음]
직접 만든 버거야, 한우 고기로
- (인준) 와, 짱 - (새롬) 짱!
닭튀김도 배달 아니고
- 튀기셨어요? 직접? - (동미) 응
[아이들의 놀라는 신음]
- (미소) 저희 손 씻었어요 - (동미) 응
(새롬) 같이 드세요
하면서 맛봤어요
음, 짱 맛있어요
아유, 천천히들 체하지 않게 주스 마셔 가면서
(아이들) 네
- 이름이 미소? - (미소) 네
[동미의 탄성] (지아) 정말 웃는 얼굴 이쁘지 할머니?
(동미) 웃는 얼굴은 다 이뻐 [아이들의 웃음]
다 같이 한번 웃어 볼까?
[함께 웃는다]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가빈) 여보세요?
- 어떻게, 방송 잘했어요? - (가빈) 네
- 작가 봤어요? - (가빈) 네 [무거운 음악]
오늘 못 와요?
어디 좀 들렀다 갈게요
네 [알림음이 울린다]
- 문자 들어와요 - (해륜) 응
[통화 종료음] [한숨]
[한숨]
[통화 연결음]
(시은) 여보세요?
나야
(시은) 응
좀 봐
(시은) 왜?
얘기할 게 있어
(시은) 좀 있다 문자 찍어 줄게, 장소
(해륜) 응
(피영) 인터뷰 경험 많으시죠?
(가빈) [옅게 웃으며] 많지는 않고요
(피영) 어?
[무거운 음악]
저희 기술부장님요 오늘 초대 손님 남가빈 씨
안녕하세요
오늘 큐시트 확인을 못 했어요 다른 프로 겹쳐서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해륜) 목은 왜? - (시은) 며칠 하고 있으면 된대
[진동 벨이 울린다]
(해륜) 미리 주문했어 언제나 시간 정확하니까
- 뭐 마실 줄 알고? - (해륜) 아메리카노
[한숨] (해륜) 라테?
됐어
[해륜의 멀어지는 발걸음]
[어두운 음악]
나 잠시 어떻게 됐었어
받아 주면 돌아갈게
애들을 위해서도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해륜) 디스크 왔어, 목?
- (시은) 접촉 사고 - (해륜) 받쳤어? 받았어?
- 뒤에서 어떤 아가씨가 - (해륜) 오늘?
(시은) 응
방송국 앞에서
- 그럼 방송은? - (시은) 친한 작가한테 부탁해서
무슨 용건인데?
어차피 알게 될 거고
만나는 사람
남가빈이야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그 남가빈?
그래서 아침에 전화했었어?
박해륜 예비 사모님 출연이시니 잘 모셔라?
(시은) 박해륜 능력 있다, 정말
뭔 소리 듣고 싶은데?
흔쾌히 출연 응한 거 보니까 남가빈도 나에 대해 모르는 거고
얘기해, '사랑과 추억' 작가가 엑스 와이프라고
이쪽저쪽 반응 보는 것도 재밌잖아?
향기 알면 뭐랄 거야
- 우선 당분간… - (시은) 당분간 모르게 해 달라고?
- 향기 수능도 앞두고… - (시은) 애 생각하는 척 말라고 했지?
(시은) 다시 얘기해? 수능 볼 애 앉혀 놓고 이혼 강행한 거?
- 내 부족함 아는… - (시은) 가정 깬 게 단순히 부족함?
내가 시작하고 벌인 일이야 그쪽은 잘못 없어
(시은) 익스큐즈 미, 뭐라고요?
총각으로 알고 만난 거래요? 독신 교수님으로 알고?
연애인지 불륜인지 판단 못 했대요? 안 서더래요, 남가빈?
그러니 그렇게 딴소리 딴 이유만 대면서 이혼 요구했어
이제 다 이해돼
혹시라도 남가빈 다칠까 봐
우리한테 자초지종 들으면 남가빈 맘 바뀔까 봐
- 그건 아니… - (시은) 아니야?
그럼 이제라도 만날까?
남들처럼 나도 머리채 잡아? 못 잡을 거 같아?
(시은) 옛날의 이시은 아니야 더한 것도 할 수 있어
- (해륜) 흥분하지 마 - (시은) 왜 나는 흥분하면 안 되는데?
이시은이 부처님 심장으로 보여?
(시은) 부처님도 시앗 앞에선 돌아앉는대
[애잔한 음악] 그러면서 뭐?
손목 파스 냄새가 역하고
고생하는 모습 보는 게 힘들고
너무 오래 살아서?
참 애썼어
되는 말, 안 되는 말 끌어다 이유 붙여서 이혼 도장 받아 내느라
결국 향기도 알 거 아니야
일반인도 아니고 기사 안 나?
거기다 선남선녀도 아니고
가정 깨고 나온 이혼남이라는데 상대가
언제 정식으로 식 올려?
숙려 기간 끝나기만 손꼽아 기다리겠네
내 입으로 말하기도
입에 올리고 싶지도 않아
지금 가서
직접 애들 앉혀 놓고 얘기해, 자랑
아빠 재혼할 사람 다름 아닌 뮤지컬 배우 남가빈이란다
일에, 살림에 치인 초라한 마누라보다
매력 넘치는 뮤지컬 배우
당연히 넋이 나가지
이혼 백 번인들 못 해?
딸이, 초등생 어린 아들이 대수야?
어쩌라고?
입 닫고 있어 달라고, 식 올릴 때까지?
[한숨]
지난여름
모텔인지 호텔인지 가잔 날 그랬어
내 덕에 업그레이드됐다고
업그레이드시킨 보람이 있어
일반인 처녀도 아니고
프로필 보니까 남가빈 마흔이던데
열 살이나 어려, 얼굴 이쁜 유명인
부모 복까지 있어서
공연 안 해도 먹고살 만해
인터뷰 기사 쭉 훑었더니
축하해요
말년 운 최고야
더 이상 뭘 바라 남자 나이 쉰에 그런 재혼 쉽지 않지
아프다, 너무
[울먹이며] 또 아프단 타령?
이렇게 읊조리고 있는 난
쾌감이 넘쳐 보이세요?
잘 살아
차는?
[애절한 음악]
[한숨]
[흐느낀다]
(식당 주인1) 아유, 회장님 오랜만이세요!
- (문호) 방 비었죠? - (식당 주인2) 네, 들어가세요
(식당 주인2) 사모님은 나날이 젊어지셔
(문호) 곤드레 돌솥 둘하고 고갈비
고등어는 냄새 좀 그런가?
- 그냥 곤드레 정식 셋 - (식당 주인2) 네
(식당 주인2) 처음 뵙는 분이네?
친척
(식당 주인2) 네
(문호) 호칭을 정해야 쓰겄어 이름 부르긴 그렇고
(예정) 우리 앤 뭐라고 불러요, 서로?
(문호) 말 편하게 하라니까 아랫사람 입장에서 불편혀
[원이 물을 조르르 따른다]
쑹위안요 중국 말로 제 이름 쑹위안이거든요
(문호) 응, 우리도 그렇게 부르면 되겠네
쏭? 쑹위안? 음
우리한테는 아줌마, 아저씨 할 겨?
어쨌든 배 속의 아기…
아참, 태명 요즘 짓던데?
바다요
셰셴이 바닷가에서 돼지 품에 안는 꿈 꿨어요
그려? [흥미진진한 음악]
(문호) 돼지가 그냥 품에 안겼대?
(원) 바다에서 갑자기 송아지만 한 돼지가 나오더니
셰셴한테 물보라를 일으키면서 달려와
얌전히 안겼대요
좋은 꿈이네!
(문호) 그럼 돼지라고 하는 게…
[웃으며] 아, 그건 아니지
좋아, 바다!
[무거운 음악]
[스위치를 탁 켠다]
[한숨]
♪ You are lost and gone forever ♪
♪ Dreadful sorry, Clementine ♪
[동미의 웃음] [유신이 환호한다]
이 자리에 원장님도 계시면 얼마나 좋아
[음산한 음악]
하나밖에 없는 손녀
눈에 넣어도 안 아파하셨는데
[울먹이며] 나도 할아버지 보고 싶어
누구나 다 가게 돼 있는 걸 어떡해요
그런 말 마, 아빠
슬퍼 [동미가 흐느낀다]
(동미) 내가 괜히 눈물 바람 해 가지고
(지아) 할머니라도 오래 사세요
[옅은 미소]
아빠, 엄마도 다 오래 살아야 돼
응
엄마 아직 안 들어오셨어?
네, 장 봐 오실 땐 좀 늦으세요
이거
(향기) [놀라며] 감사합니다
지금 안 먹을 거면 냉장고 넣고
(향기) 네
(피영) 우람이 오늘 우리 집 갔었지?
(우람) 네
저녁 안 드셨죠?
[향기가 냉장고 문을 탁 닫는다] 먹었어, 늦게, 간식
이제 뭐 먹으면 안 돼
- 너희들은? - (향기) 저만요
우람이는 배부르다고
마실 거 뭐, 드려요?
아니, 좀 앉아
(피영) 엄마가 너희들 너무 걱정할까 봐 안 알리셨는데
가벼운 접촉 사고 있었어
[어두운 음악] 다치셨어요, 엄마?
다행히 사진 찍어 봤는데 며칠 보호대만 하고 있으면 된대
[한숨]
엄마한테 전화하게?
내가 할게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통화 연결음]
(피영) 언니, 어디야?
나 지금 언니 집
응
[통화 종료음] 들어오시는 중이래
- (문호) 먹어, 먹어 - (원) 네
(예정) 양념장 알맞게
네
우리 사현이처럼 뜨거운 거 못 먹는구먼
(문호) [웃으며] 우린 식으면 별론디
어뗘?
[탄성]
맛있어요
(문호) 다행이네
아
후식은 우리 집 가 먹고
멀지 않으니까 [흥미진진한 음악]
준재 엄마한테 문자 보내
준비해 놓으라고
확실히 다르지 않아? 부들하니
- 구수한 곤드레 향이랑 - (원) 네
전투적으로 먹어야 혀
(문호) 배 속에서 얼마나 양분이 필요하겄어
(예정) 왜 이렇게 수다야?
아!
(문호) 뭐, 도토리묵 하나 더 시킬까?
여기 진짜 도토리 가루 쓰는디
네
- (문호) 여기, 사장님! - (식당 주인2) 네
묵무침?
묵사발?
- 음, 무침요 - (문호) 어
저, 갓 짠 참기름 듬뿍 넣어서
네
어서, 푹푹 [문이 탁 닫힌다]
네
[옅은 웃음]
- (향기) 정말 괜찮은 거야, 엄마? - (시은) 응
그만하길 다행이야, 언니
그러게, 크게 다칠 거 이 정도로 때웠다 생각하니까
오히려 감사해
(시은) 너희들은 들어가 공부하든가
우람이 아직 안 씻었지?
(우람) 네
[한숨]
[문이 달칵 여닫힌다] 눕는 게 낫지 않아?
- 나 갈게 - (시은) 아니
(시은) 오늘 남가빈 출연했어?
- 그럼 - (시은) 어때?
확실히 배우라 그런가 실제도 매력 뿜뿜
(혜령) 오늘 문화 초대석 뮤지컬 배우 남가빈 씨 모셨습니다
- (혜령)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목소리가 생각보다 낭랑하세요
[웃으며] 그래요?
(혜령) 무대서 공연하실 때 완전 가창력 폭발이시던데 [작가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가빈) 음, 대사나 노래가 객석에 전달되어야 하니까요
- 에너지가 - (혜령) 네
(혜령) 붐 식구들 궁금한 거 많으실 거예요
준비한 노래 듣는 동안 문자 보내시면
제가 대신 질문해 드리겠습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 소녀소녀하세요
(가빈) 부혜령 씨야말로
- (혜령) 무남독녀? - (가빈) 네
(혜령) 클 때 좀 외롭지 않으셨어요?
(가빈) 대신 사촌들이 많았어요 [혜령이 호응한다]
어디서 들었는데 부모님 이민 가셨다고
네, 스페인요
(혜령) 오, 저도 공연 보러 갔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가빈) [웃으며] 감사합니다
(혜령) 다음에 또 어떤 공연 준비하고 계세요? [가빈의 탄성]
- (시은) 성격은 어때 보여? - (피영) 천생 여자
애교스럽고, 남자 팬 몰리게 생겼더라
결혼 왜 안 한대?
(혜령) 5425번 님 '왜 아직 결혼 안 하셨는지요?'
'남친은요? 궁금합니다'
저도 궁금하네요?
더우세요?
아, 너무 껴입고 왔나 봐요
결혼은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거죠
음, 먼저 결혼 생각은 있으세요?
네
(혜령) 오, 의외인데요? 이쪽 계통 분들 일에 빠져서
결혼은 나중으로 밀어 놓는 경우 많은데
- 하셨잖아요 - (혜령) [웃으며] 네, 전 어쩌다
(가빈) 부모님 보면서
저희 엄마, 아빠가 참 사이가 좋으시거든요
부부는 행복한 거구나 그런 인식이 박혀서
결혼 안 할 생각 없었어요
네, 아직 사랑하는 분을 못 만나신 거네요
[무거운 음악]
- 만났어요 - (혜령) 어머
(혜령) 그럼 결혼까지?
첫눈에 반한 건 아닌데 신뢰가 가고
신뢰가 참 중요하잖아요
안 할 이유가 없는 거예요
그럼요, 신뢰
특히 남녀 관계에선
(혜령) 축하드려요
좋은 소식이네요
어떤 분인지 살짝
오늘은 이 정도만요 [옅은 웃음]
솔직한 모습 보기 좋더라고
얼굴에 재능에 성품까지
성품…
(피영) 언니, 좀 쉬어야겠다
힘들어 보여, 너무
[휴대전화 벨 소리]
네
1잔 하십니까, 모시러 갈까요?
(피영) 시은 언니네 집에 왔어요
- 거기서들 모였어? - (피영) 금방 갈게요
(유신) 응
- (향기) 안녕히 가세요 - (피영) 어
(피영) 언니, 쉬어, 목 조심하고
고마워
(시은) 운전 조심해
응 [도어 록 작동음]
[현관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우람) 엄마, 케이크 좀 먹을게요?
(향기) 지아네서 터지게 먹었다며
- (우람) 소화됐지, 다 - (향기) 치
[무거운 음악] [문이 탁 닫힌다]
(문호) 혜령이가 장미면, 가시 박힌
쑹위안은 라일락이여
눈에 띄게 이쁘진 않아도 향기 때문에 돌아보게 되잖여
[문호가 로션을 톡톡 바른다]
사현이가 왜 맘 갔는지 알겄어
그만하면 고상하니
어른 알고 예의 바르고
조실부모했어도
어떤 양반들인지 가르칠 건 제대로 다 가르치고 갔구먼
[로션 뚜껑을 탁 닫는다]
안 들려, 사람 말? 개소리로 들려?
사람이, 참
누군 삐질 줄 모르고 화낼 줄 몰라서 이러고 삭여?
한번 골내 봐, 나도?
두 얼굴이여, 두 얼굴
김동미 만나건 찾아가건 부둥켜안건
인제 관심도 없고 상관 안 해
[문호가 입소리를 쩝 낸다] (예정)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
보약 아니라 돈을 퍼 안기든가
그럼 넘어올 거야
소예정 이렇게 독한 줄 몰랐구먼
첫사랑 평생 가슴에 품고 산 정도는 아니야
난 껍데기랑 살았어
실속 있었지, 무슨 껍데기
- 불 꺼 - (문호) 열 시도 안 됐어
쑹위안 도착하는 거 확인은 하고 자야지
끈다고 누가 자?
막 나가, 막
(유신) 조심해, 자기도
(피영) 조심해도 뒤에서 박는 건…
시은 언니도 운전 경력 30년이야 [휴대전화 조작음]
(유신) 대학교 때부터 차 몰았나 보지?
응, 있는 집 딸이었으니까
(피영) 부잣집 딸이 남편 잘못 만나서 인생 헛수고됐어
괜찮은 양반인 줄 알았더니
언니도 언니지만 애들이 안된 거야, 볼 때마다
[피영이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자기도 올려
됐어
일찍 들어왔더니 안 피곤해
[기분 좋은 신음] (유신) 누워
잠 오면 그대로 자고
- 안 자고 싶어 - (유신) 왜?
시원해서
올리라니까? 같이 해
(유신) 그럼 자기 손해야
난 큰 손에 작은 발
자긴 작은 손에 큰 발
[함께 피식한다]
집에 들어앉으면 좋겠구먼
항시 불안해, 운전하고 다니는 거
(피영) 기사 붙여 주세요
알았어
여자 기사 찾아볼게
해 본 소리고 [유신이 피식한다]
물가에 내놓은 거 같아
난 든든하지? 눈에 있으나 없으나
눈앞에 있을 때가 더
내 걱정은 마
조 원장이라고 자마 회원
- 어, 한의원 원장이란 분? - (유신) 응
그 형이 남잔 결혼하면
아빠로 살 것인지 아들로 살 것인지 결정해야 된대
[피식한다]
- 난 어느 쪽이야? - (피영) 자기 생각엔?
나 정도면 아빠 쪽 아니야?
그럼 딸이네? 큰딸
[웃음]
[밝은 음악]
아빠가 용돈 올려 줄까?
[웃으며] 네
(피영) 올라오세요, 이리
용돈 올려 받으려면 뭔가 해야죠
어깨 풀어 드려요?
이게 효도야
딸내미 피로 풀어 줄 때 아빤 행복해
[웃음]
[웅이 달그락거린다] [무거운 음악]
[서랍 문을 탁 닫는다]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한숨]
(가빈) 바쁜데 어떻게 방송을 들었어?
응
사실
[옅은 미소]
고마워
응
나중에 만나서
응
사방에서 전화예요
반응 좋아요?
- 포털 기사 못 봤어요? - (해륜) 못 봤지
(가빈) 남친 있나 결혼 계획 묻는 질문 들어와서
있다고 했어요
없다고 할 걸 그랬나?
없다고 했다 결혼 발표하면 그것도 아니죠
잘했어요, 나야 고맙고
인제 상대가 누군지 궁금들 한 거예요
나중에 의연하게 감당해 줘요, 나랑
난 가빈 씨가 걱정돼요
악플들 심하게 달 거고
[피식하며] 한 차례 시끄럽고 만다니까요
[한숨]
뭐 안 좋은 일 있어요, 오늘?
[부정하는 숨소리]
얘기해요, 뭔지
아, 돈 문제?
아, 전화 꺼 놔야겠다
(해륜) 오늘 나간 프로요 대타 작가였죠?
(가빈) 네, 메인 작가분 가벼운 접촉 사고 났다고
누구한테 들었어요?
애들 엄마가 그 작가예요
[긴장되는 음악]
- 대타 작가분요? 아니면… - (해륜) 메인 작가요
[놀란 숨소리] (해륜) 일찍 알았으면 방송 나가지 말라고 했을 텐데
들어오면서 잠깐 만나 얘기했어요
괜찮으세요?
뭐, 보호대 며칠 하고 있으면 된다고
(해륜) 가빈 씨가 일반인도 아니고
천천히 알릴 생각이었어요
뭐라세요?
인제 맞닥뜨릴 일만 남았나?
혹시 연락 오면 바로 전화해요, 나한테
성격 거친 사람 아니지만 혹시 모르니까
응?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일지 몰라요
[연신 오열한다] [애절한 음악]
뭐든 감당할 준비 돼 있어요
(해륜) 힘들고 성가시고 한 거
내가 다 처리할 거고요
안심되고
든든해요
[물이 솨 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물소리가 그친다]
[한숨]
[컵을 탁 내려놓는다] [한숨]
- (사현) 안 씻어? - (혜령) 안 씻어
오늘은 그냥 잘 거야
내일 임신 테스터기 몇 개 사다 놔
(혜령) 약국 들어가기 그러니까, 나
[무거운 음악] [태블릿 조작음]
[한숨]
[한숨]
(시은) 안 자고 뭐 해? 두 시 넘었어
어, 모니터할 게 있어, 공연 [영상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금방 끝나
- 뮤지컬? - (해륜) 어
(시은) 그때부터였어
[문이 탁 닫힌다]
- (동미) 골프 가? - (피영) 승마요
(유신) 저녁은 와서 먹을게요
- 말을 종일 타? - (유신) 끝나면 회원들하고 고기 파티
(피영) 아저씨들 수다 타임
어미도 따라가지 그래, 지아랑 말 타는 것도 보고
(유신) 식구들 와서 얘기하고 왔다 갔다 하면
회원들 안 좋아해요
잘못하면 말 놀라고 분위기 산만하고
승마가 매너 스포츠라 [피영이 피식한다]
[호응한다]
전에 한 번 갔었는데 말 냄새 너무 심해
[유신과 동미의 웃음]
- 조심하셔, 항시 - (유신) 네
- (피영) 이른 저녁 먹을 거예요 - (유신) 다섯 시?
[유신의 기합]
(유신) 아, 우리 아기 잘하네!
좋아
[말이 투레질한다]
(향기) 케이크 넘나 맛있어
- (시은) 개키고 - (향기) 내가 할 테니까 드세요
PD님이 사 오셨는데 엄마도 맛보셔야지
(시은) 들어가 공부나 해
(향기) 아, 잠깐씩 쉬어야 뇌 더 잘 돌아가
뮤지컬 배우 남가빈 어제 초대 손님으로 나왔다며? [무거운 음악]
응, 방송 들었어?
아니, 포털 기사
곧 결혼할 건가 봐, 남친 있대
(향기) 그 정도 자신 있게 밝히는 거 보니까
날짜도 잡았겠지?
마흔 살이라는데 전혀 그렇게 안 보여 결혼 안 해 안 늙은 건지
의술의 힘 빌린 얼굴 아니더구먼
어제 엄마 접촉 사고 안 났으면 실물 봤을 텐데
그러게
(향기) 내숭 없으니까 더 끌려
- 왜? - (시은) 아니, 잠깐 딴생각
[문이 탁 여닫힌다] 수능 끝나면 우리 뮤지컬 보러 가요
(시은) 응
(우람) 기쁨이네 놀러 가도 돼요?
(향기) 어젠 지아네, 오늘은 기쁨이네
책은 안 읽고
성공하려면 필수가 책이야, 독서
(시은) 갔다 와, 너무 늦지 말고
(우람) 네 [향기의 한숨]
[우람의 멀어지는 발걸음]
[문이 탁 여닫힌다] 사람 겉 봐선 몰라
[쓸쓸한 음악] 배우로서 기량 뛰어나다고 좋게만 보지 마
보이는 게 다 아니니까, 사람
그렇죠
엄마, 뭔 얘기 들은 거 있어요?
있구나? 뭔데요?
제대로 귀담아 안 들었어
- 좀 누울게 - (향기) 네
엄마, 어제 그냥 드러눕지 며칠이라도 병원에
(시은) 어떡해
어떡해
[떨리는 숨소리]
[유신의 한숨]
- (유신) 오셨어요? - (웅) 아, 네
- (웅) 사촌 동생분? - (유신) 같이 왔어요 [유신이 지퍼를 쓱 내린다]
혹시 동생분 남친 있대요?
[지퍼를 마저 쓱 내리며] 있는 것 같던데요, 왜요?
누가 부탁을 해서요
좋은 신랑감 있는데 소개해 줄 아가씨 없냐고
[웃으며] 요즘은 알아서들 만나요 어른들 소개보다
그렇죠?
[옅은 미소]
- 안녕하세요 - (아미) 안녕하세요
- 율무차요? - (아미) 네
(웅) 좋은 거 드시네요, 몸에 요즘 대부분 커피 중독인데
저희 아빠가 어려서부터 카페인 음료 못 마시게 했어요
(웅) 교육 잘 시키셨어요, 아버님이
커피 안 마시기 정말 힘들어요
안 마셔 버릇하니까 전 별로 먹고 싶은 생각 안 들어요
커피 향 좋은데
냄새는요
(웅) 남친 있냐고 신 원장님께 물었더니
없다면 괜찮은 친구 소개하려고
있다면서요?
[옅은 웃음]
- 어머님 닮았어요? - (아미) 네
- (유신) 가자 - (아미) 오빠, 차 안 마셔?
(유신) 응
- 다음에 봬요 - (웅) 네
- (유신) 가방 실었어? - (아미) 응
[쓸쓸한 음악]
(웅) 우리 딸, 나 닮은 데 있을까?
- (유신) 진실 게임 할까? - (아미) 응
내가 먼저
힙 까졌다, 안 까졌다?
까졌다
호 해 줘?
[함께 웃는다]
- 음, 난 물을 게 없네? - (유신) 그럼 다음 질문
- 소개팅한다, 안 한다? - (아미) 치
했군? 대답 뜸 들이는 거 보니까
- 하길 바라, 안 하길 바라? - (유신) 일단 물었어
딱 한 번
- 삐졌어? - (유신) 어땠는데?
내 기분? 상대?
- 좋았어? - (아미) [피식하며] 그냥
친한 언니가 물어도 안 보고 사촌 남동생 데리고 나왔어
그리고 끝? 안 만나?
응, 내 스타일 아니야
(유신) 나야 뭐라 할 입장 아니고
백 번을 소개팅해도 상관없지만
나에 대한 마음은 그대로였으면 좋겠어
- 근데 욕심이지? - (아미) 응
근데 어떻게 할 수 없는 심정 있잖아
비양심적
(유신) 못 하게 하면 양심적이고?
[무거운 음악]
[한숨]
음악 들을래?
내 마음만은 알아줘, 의심 말고
맘 따로 몸 따로
짜증 나, 한 번씩
(유신) 인생이란 게 누구한테나 결핍은 있잖아
나한텐 아미고
[한숨]
자기에 대한 감정
깊어져, 점점
근데 어쩔 방법이 없어
방법 있어도 실천할 생각 없잖아
생각 없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지
애 때문에
[문이 탁 여닫힌다]
(동미) [옅게 웃으며] 아이스 와인 한잔해
잔 가져올게요
달아서 별로야?
안주 없이 마시니까 괜찮은데요? 상큼해요
저녁에 뭐 할까? 뭐 먹고 싶어?
아휴, 저녁은 제가 해야죠
나 있는 동안은 편히 지내라니까
뭐든 해야 이런저런 생각 안 든다고
네
왜요?
처음 우리 집 인사 왔을 때 생각나서
연둣빛 원피스 입었었지?
어머, 기억하세요?
그럼
얼마나 싱그럽고 이쁘던지 지금도 이쁘지만
[옅은 웃음]
이젠 맛 갔죠
내 앞에서 맛 갔다면, 난 그럼?
어머니는 아기 안 낳으셔서 처진 데 없으시잖아요, 하나도
나라고 숨어 있는 1인치 없겠어?
[함께 웃는다]
첫인상 평생 가잖아
지아 엄마, 원장님, 유신이
[옅은 웃음]
지아 태어나기 전까진 이름 불렀으니까
(동미) 지아 아빤 나한테 영원한 일곱 살배기고, 마음적으론
저도 처음 인사드리러 간 날요
그때 두 분 모습 잊혀지지가 않아요
너무나 멋있으신데 왜 그렇게 떨리던지
그래 보였어, 짠한 거야 내 처지 같은 게
[애잔한 음악] [한숨]
초등학교 때 아버지 돌아가시고
우리 엄마가 바느질해서 나 공부시켰어
간호 전문대지만 간신히 마쳤고 그것도
고생 많으셨지, 우리 어머니
(동미) 동병상련이라고 할까?
지아 엄마도 아버지 초등학교 때 돌아가셨단 얘기 듣고
꼭 결혼 성사시켜 주고 싶었어
다행히 원장님 금방 맘 돌리셨고
- 감사드려요 - (동미) 인연이었던 거지, 뭐
우리 식구 될 인연
[동미의 옅은 웃음]
난 너무나 외롭게 커서
언니도 없이, 동생도 없이
결혼 한 달 앞두고 어머니 돌아가시고
(동미) 결혼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서 돌아가셨나 생각도 들었어
원장님 보고는 몸져누우셨거든 우리 어머니
좋은 일 있어도 혼자 울 때 많았어
기쁠 때도 눈물
힘들고 슬플 때도 눈물, 남몰래
알면 궁상이라고 할 테니까
어떤 심정이셨을지 알아요
나 이런 정서
한 번씩 쓸쓸해지고
얼굴은 웃고 있어도 아무도 몰라 알 필요도 없지만
지아 아빤 대강 알아요
(피영) 본인도 돌아가신 어머니 사랑 흠뻑 못 받았다고 그러더라고요
그 트라우마
결핍감 없애 주느라 내가 얼마나 노력하고 애썼는데
돌아가신 어머님 어떤 분이셨어요?
좀 냉갈스러우셨지
[동미의 옅은 웃음]
(동미) 너무 가여운 거야
일곱 살배기가 풀 죽어서 나만 졸졸 쫓아다니는데
내가 좀 챙기고 잘해 주니까
원장님 댁이 그때 가까웠거든 병원이랑
어머니 은공 알아요, 지아 아빠
- 그래? - (피영) 네
다른 집들은 사이들 안 좋잖아요
아버지 재혼해서 새엄마 들어오면
(동미) 안 좋은 게 아니라 험악한 집도 많아
내 친구 하나도 첫 결혼 실패해서 이혼남 셰프랑 재혼했거든
아직까지 전쟁이야, 전실 자식들이랑
- 오늘 술 받는다 - (피영) 저도요
마시지, 뭐 [함께 옅게 웃는다]
나 친정 엄마까지는 아니고 그냥
이모나 언니라고 생각해
[감동적인 음악] - 네 - (동미) 살림은 일절 신경 쓰지 말고
나 살림 전문가인 거 알지?
어머니야 뭐, 모든 면에서
[한숨]
나도 여자인데
난들 애 낳고 싶은 맘 없었겠어?
근데 어린 유신이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까 아닌 거야
사람 마음이 얼마나 간사해
팔도 안으로 굽는데
막상 내 속으로 자식 낳아 봐
내 애가 더 이쁘지, 유신이보다
그래서 일찌감치 맘 접었어
정말 그러기 쉽지 않은데
같은 여자니까 짐작되지?
그럼요
제가 감사해요
(피영) 바빠서 또 아버님도 계시고 하니까
마음 충분히 못 써 드렸어요, 그동안
잘할게요, 이제부터라도 [동미가 피식한다]
내리사랑이야
윗사람이 마음 내야지
혹시 뭐 마음에 안 들고
이해 안 되는 부분 있으면 바로 얘기해 줘
얘기 안 하고 있으면 오해 쌓여
- 어머님도요 - (동미) 응
(피영) 인제 오해 안 해요
[사람들이 저마다 인사한다]
[어두운 음악] [한숨]
[통화 연결음]
안녕하세요, 저 남가빈요
네, 전화 많이 받았어요
덕분에요, 불러 주셔서
다름 아니고 메인 작가님 번호 좀 알 수 있을까요?
네, 이시은 작가님요
받은 질문지에 번호가 없어서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피영) 언니, 목 어때? 심해지지 않았어?
괜찮아
케이크 잘 먹었고
그 집 케이크 맛있지?
응, 애들이 하루 만에 다 먹었어
[웃음]
남가빈이 언니 번호 가르쳐 달라고 방금 전화 왔어
[긴장되는 음악]
- 가르쳐 줘? - (시은) 응
다쳤다니까 안부 전화 할 모양이야
- 어 - (피영) 월요일에 봐, 그럼, 언니
응
[휴대전화 벨 소리]
왔어요?
네
- (문호) 응 - 저예요, 아버님
- (문호) 응 - 어제 그쪽 만나셨어요? [통화 종료음]
여보세요?
[혜령의 한숨]
[통화 연결음]
하, 뭐야?
[한숨 쉬며] 내 전화 피하시는 거 아니야?
[초인종이 울린다] 어?
[문호의 한숨]
(혜령) 어머님은요?
(문호) 안 왔어
- (문호) 사현이는? - (혜령) 좀 전에 나갔어요
(혜령) 전화 주시죠, 아버님 저녁 준비해 놓게
(문호) 점심 잘 먹어 밥 생각 없어
[문호의 한숨]
- 앉아 - (혜령) 아
[문호의 한숨]
다음번엔 전화 주세요, 꼭
저 잘 집에 없잖아요
괜히 오셨다 헛걸음하시면
어제 만났는데
걱정 안 해도 되겄어 [혜령의 한숨]
보시니까 괜찮으세요?
애 가진 걸로 한몫 챙길 성품도 아니고
사현이 붙잡을 맘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문호) 너희 엄마 말 다 맞더라
이 문젠 고만 덮어
애는 우리가 신경 쓸 거니까
[무거운 음악] 듣기 좋은 꽃 타령도 한두 번이라고
[한숨]
덮기로 하고 심사 뒤틀릴 때마다
사현이 자꾸 잡지 말어
- 잘못하면… - (혜령) 잘못하면
그쪽으로 아예 갈지 모른다고요?
사람 마음이
특히 남자 마음은 그런 게 있어
이사 안 하려고 머리 쓰는 거 아니에요?
아주 고단수 같아요
사현 씨, 어머님, 아버님 순으로 다 말리는 거 보면
돗자리냐? 말리게
내가 사람 보는 눈 정확혀 너도 처음에…
(혜령) 저 마음에 안 드셨던 거 알아요
사실
나이가 좀 걸렸어
지금 여자도 연상 같다고 하셨어요 어머님
(혜령) 근데 아버님 지금 반감 안 느껴지세요
(문호) 홑몸 아니잖냐
아, 어쨌거나 배 속에 생명 품었는데 어떻게 몰아붙여?
아, 그러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아, 그리고 같이 살 것도 아니고 [혜령의 한숨]
오늘부로 잊고 억지로라도 예전 관계 회복해, 그게 중요혀
-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요? - (문호) 응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현명하게
현명하려다 속 문드러질 거 같아요
(문호) 참, 말대답 못 해 죽은 귀신이 씌었나
어른 시아비 말에
옛날 어머니들
(문호) 더한 것도 참고 삭이고 살았어
도 닦는다 생각하고 이 고비 넘겨
넘기고 나면 또 아무것도 아니야
일체유심조란 말 있잖냐
몰라?
마음이 모든 걸 지어낸다고
마음먹기 달렸다고
(원) 어디 가는 거예요?
(사현) 강북요
(원) 왜 강북요?
(사현) 어, 강북은 정취 도시 삭막함 덜하지 않아요?
우리 아버지
혹시 연락하실지 몰라요
어제 뵀어요
(사현) 어, 어디서요?
(원) 우리 집요
(사현) 엄, 엄마랑요?
(원) 네
두 분이 과일도 많이 사 주시고
꽃바구니까지
아버지 뭐라 하세요?
이런저런 마음 써 주시던데요
저, 정말요?
딴 말씀 없으셨어요?
(원) 네
흥부 곤드레 식당에서 저녁 먹었고요
- 우리 동네? - (원) 네
- 집에도 갔었어요 - (사현) 레알?
[밝은 음악]
[사현의 기가 찬 신음]
와
아이, 아버지 우리 쑹위안 맘에 드셨네
내가 그러실 줄 알았어 사람 마음, 보는 눈 다 같으니까
(사현) 쑹위안은요? 우리 아버지 어떻게 봤어요?
느꼈어요?
속정이 깊으세요
겉은 뚝하셔도
나 오늘 밥 안 먹어도 부를 거 같아요
그럼 밥 말고 딴 데 가요
아유, 바다 생각해서 먹어야죠 쑥쑥 크게
그렇지, 바다?
(사현) 컨디션 괜찮아요?
그래서 어제 곤드레밥은 좀 먹었어요?
그건 넘어가던데요?
그럼 언제 또 가야겠다
아, 예약만 아니면 가겠구먼
(원) 이 시간에 어떻게 대전을요
(사현) 왜 못 가요? 제주 갈칫국 먹고 싶다 하면
제주라도 가요, 빈말 아니고
왜, 왜, 왜요? [원이 헛구역질을 한다]
여, 여기
[헛구역질을 한다]
[무거운 음악] [한숨]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통화 연결음]
(시은) 여보세요
저, 이시은 작가님이신가요?
네
저 남가빈이라고 합니다
[애절한 음악]
(아미) 나 캐스팅됐어
- 드라마? - (아미) 영화
남가빈 좋은 사람 생겼대
형 프로 출연했어?
- 딸이에요 - (시은) 향기야
(향기) 어떤 상대랑 바람났나 너무 궁금했어요
어떤 인간 말종 만나서 마누라, 자식 다 버리고 팽개치고
반강제 이혼 도장 받아 갔나 그럴 만하네요
두툼한 손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원) 그냥 봐 두려고요 아기 태어나면 닮았나
- (숍 매니저) 어머, 도련님 - (혜령) 나도 한 번은 바람피울 거다
(사현) 반드시 해피 엔딩 만들 거야
(피영) 우리 엄마보다도 어머님이 더 편해요
아이 [웃음]
정말요
(서향) 당신?
(감독) 고!
(피영) 이 패딩 어디 거예요?
[여자의 비명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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