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S1. 9
(사현) 여자는 남자 사랑만 있으면 안 늙어 [무거운 음악]
(수정)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치던가요?
남자 유혹해서 남의 가정 파탄 내라고?
(혜령) 사랑 없이 부부 생활이 유지되냐고요
(시은) 사랑 끝나면 정으로 사는 거야, 부부는
(해륜) 우리 이만 사는 거 어때?
(피영) 사랑받으려면 사랑받게 행동해야 돼
(피영) 왜 왔어? 가, 다시
내 성격 알잖아
어떻게 해야 네 마음 풀리는데?
(사현) 나 어젯밤 태몽 꿨어요
아, 정말요, 이따 얘기해 줄게요
(유신) 들어오세요 자, 얼마나 늘었는지 봅시다
시은아, 나 떠나면 안 될까?
- 어디로? - (해륜) 당신한테서
(시은) 뭐?
(서향) 우리 애는 나 때문에 제 아빠 죽었다고 생각해
(피영) 무슨 권리로 내 남편한테 가정사 다 까발려?
무슨 권리로!
내가 아빠 못 본 것처럼 엄마도 손녀딸 못 봐, 평생!
(유신) 내가 있어, 자기한테는
울고 싶으면 언제든지 울고
나한테 이렇게 안겨서만
(기림) 동미야, 나 정말 오래 살아도 뭐라고 안 할 거지?
(시은) 이렇게 정말 끝내자고?
내가 애들한테 얘기할게
납득시켜 봐
당신 파스 냄새 싫어
(해륜) 침대에서까지 파스 냄새 맡으면서
내 한심함
(해륜) 무능함, 생각하게 돼 [시은이 숨죽여 흐느낀다]
(시은) 엄마랑 아빠랑 따로 살아 볼까 해
이혼은 아니죠? 맞아?
[무거운 효과음]
[혜령의 거친 숨소리] (혜령) 뭐야, 여자?
바람피워?
- (예정) 혜령이 말이 다 사실이야? - (사현) 네
(문호) 죽통을 날려 버릴라
(혜령) 사랑해?
솔직히 대답해
개나발 같은 소리! [예정의 다급한 신음]
[경쾌한 음악] (피영) 어머님은 정말 스타일 좋으세요
(문호) 동미야
(문호) 동미야, 이뻐, 너무 이뻐
(문호) 저기, 혹시 김동미?
- (문호) 염색하신 거죠? - (동미) 제가 가발 맞춰 드렸어요
(문호) 그럼 그렇지
(기림) 사귀었어, 둘이?
(문호) 동미 너도 힘들어? 갱년기로?
(기림) '너'가 뭐야, '너'가?
(피영) 참, 서 부장님 어제 자기네 골프장에서 봤어
완전 딴사람인 거야
[어두운 음악] 이혼 원한다고?
(혜령) 조건 있어, 누군지 데려와, 내 눈앞에
(가빈) 전 남가빈인데
- 아미요 - (원) 송원요
(사현) 엄마, 나 어제 자다가 물벼락 맞을 뻔했어
(문호) 밥맛이 좋냐, 이 상황에?
(혜령) PD 사피영 엔지니어 서 부장님이었습니다
(혜령) 너 때문에 오늘 방송 사고 나고 개작살났어!
(사현) 아이, 저, 무슨 나 때문이야?
(기림) 나 가고 혼자 남겨지더라도
네가 변치 말고 신경 쓰고 챙겨
누구 마음대로 먼저 가세요?
임신했어요, 아기
- 혜령이? - (사현) 아니
혜령이 아니면?
(사현) 도와주세요, 태어날 손주를 위해서
[의미심장한 음악] [관객들의 웃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기림) 내일
내가 웃게 해 줄게, 실컷
(동미) 안 웃으면 오빠라고 안 불러도 되죠?
- (유신) 네, 여사님 - (동미) 원장님 쓰러지셨어 [무거운 음악]
빨리 심폐 소생
[동미가 흐느낀다]
[흐느끼며] 아버님
(동미) [흐느끼며] 어떻게 살아
[동미와 유신이 흐느낀다]
(사현) [놀란 숨을 들이켜며] 아, 깜짝이야
(혜령) 내가 졌다, 애 갖자, 우리
(사현) 미안해, 임신했어
(혜령) 그 여자가?
(유신) 어머니 밥 생각 없으시대
(유신) 이제 나 의지하고 살아요
아버지만은 못하겠지만
(혜령) 남편분, 여자 있는 거예요
(시은) 부부 사이는 부부만 알아
(유신) 나 오는 거 보면서 혼자 올라가?
(피영) 오늘 어머님 어떠셔?
(유신) 나 아니면 굶을 판이야
며칠 덜 먹으면 오히려 좋을 수도 있대요, 건강에
(해륜) 만나는 사람 있어, 실은
- 시은아 - (시은) 이제 내 이름 올리지 마
(혜령) 두 분 평소 바람처럼 저 아기 가질게요
(피영) 응급 대처 제대로 한 걸까?
(유신) 간호사 출신이야, 김 여사
(시은) 애들 상처 안기면 나 정말 용서 못 해
그땐 어떤 짓도 나 할 거야
- (향기) 아빠, 어디서 주무셨어요? - (해륜) 친구 집
여자 친구요, 남자 친구요?
(유신) 누나가 나
- 한국월드 데려갔던 거 - (동미) 기억하지
(유신) 아버지 때문에 슬프지만 오늘은 웃읍시다, 우리
(서향) 고맙다, 하루 지아랑 잘 보냈어 [서향의 놀란 탄성]
(피영) 저 사피영이에요
(피영과 사현) - 혜령 씨가 피를 토해 가지고요 - 피를요?
[무거운 음악] (향기) 존경하고 사랑하던 아빠가
눈앞에서 엄마가 아닌 다른 여자 차에 태우고 가셨어요
[한숨 쉬며] 그 차!
엄마가 원고료 모으고 모아 아빠 생일날 선물로 바꿔 준 차예요!
(우람) 가슴이 아프다는 말이 어떤 건지 알겠어
(사현) 끝낼게, 붙잡고 매달리는 것도 아니고 나만 정리하면 돼
(문호) 그 여자한테 가
- 어디여? - (사현) 아버지
[의미심장한 음악] (동미) 난 실은
지아 아빠 챙겨 주고 싶어서 원장님이랑 결혼했어
(향기) 전에 저희한테 마약, 도박 얘기 하시면서
길이 아니면 아예 가질 말라고 하셨어요
그 여자는
길이다 싶으셨어요?
솔직히 이시은 당신도
(해륜) 나 아닌 다른 남자도 만나 보고 살아야 할 거 아니야
다물어, 고양이 쥐 생각 해?
인간적으로 헤어질 수도 있잖아
덕담하면서?
축원하면서?
(시은) 아까 향기 덕담으로는 부족해?
(우람) 아빠, 늑대는
평생 암컷 한 마리하고 늙어 간대요
사람이 늑대만도 못하면 안 되잖아요
그래
늑대만도 못해서 미안하다
됐니, 들?
나가서 길 막고 물어봐
한 남자가 죽을 때까지 어떻게 한 여자만 사랑하다 죽을 수 있냐고
내가 예수 그리스도도 아니고
(해륜) [울컥하며] 석가모니, 부처님도 아니고!
나 제주도 가는데
집안 행사 있어요?
- 같이들 가요 - (아미) 가요
(동미) 몇 시 비행기?
좀 있으면 탑승할 거예요 3시 비행기요
(아미) 설레서 어제 잠 설쳤어요
[원이 살짝 웃는다]
(원) 아미 씨 성게국수 먹으려나?
(가빈) 먹지, 얼마나 맛있는데 [함께 웃는다]
(아미) 검색해 보니까 흑돼지 유명하더라고요?
단골집 있어, 연탄불에 굽는 [아미의 웃음]
난 보리쉰다리가 맛있던데, 특히
맛있지
[가빈과 원의 웃음]
- 음식 이름이 보리쉰다리예요? - (가빈) 응
[여자들의 웃음]
- (원) 어? - (가빈) 탑승 시작하네? [의미심장한 음악]
[아미의 힘주는 신음]
[바코드 인식음] (직원) 확인되셨습니다
[바코드 인식음] - (직원) 네, 확인되셨습니다 - (아미) 네
[바코드 인식음] (직원) 네, 들어가시면 됩니다
[바코드 인식음] 네, 확인되셨습니다
[바코드 인식음]
[기내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원) 아, 여기
[아미가 살짝 웃는다]
(승무원1) 안녕하십니까, 티켓 확인 도와드릴게요
(유신) 네
[기내 안내 방송이 계속 흘러나온다]
(아미) 아, 검색해 보니까 제주 날씨 좋아요
날씨 복도 중요한 게
내 친구 하나는 여행만 떠나려면 꼭 비 와
[함께 웃는다]
[유신이 트렁크 손잡이를 탁 내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아미의 놀란 숨소리]
(아미) 안녕하세요
- 제주 가요? - (아미) 네
저, 친한 언니들이에요
(아미) 제 주치의 선생님이세요
- 안녕하세요 - (유신) 네
[유신의 한숨]
[의미심장한 효과음]
[한숨]
[잔잔한 음악]
(승무원2) 음료 드시겠습니까?
(아미) 자몽주스요
[새가 지저귄다] (피영) 지아야, 일어나
[지아의 피곤한 신음]
[한숨]
- 아빠 오늘 오셔? - (피영) 응
내 선물 사 오겠지?
닷새 다녀오시는데 무슨 선물?
[지아의 찌뿌둥한 신음]
저거 입으라고?
(지아) 옷이 너무 공주 공주 해
(피영) 저 정도가 무슨 공주?
지금 아니면 못 입어
[문이 탁 닫힌다] [귀찮은 신음]
(피영) 일어나
- 오늘의 메뉴? - (피영) 뮤즐리
아빠 없으니까 밥 구경을 못 해
뮤즐리가 얼마나 몸에 좋은데 살 안 찌고
난 밥순이거든?
저녁에 실컷 드셔, 갈비찜 해 줄게
- 전 됐어요 - (승무원3) 식사 안 하신다고요?
- (유신) 네, 아침도요 - (승무원3) 아침은?
(승무원3) 혹시 마음 바뀌시면 알려 주세요
(유신) 네
(아미) 스테이크요
(승무원3) 아침은요?
- (아미) 오믈렛요 - (승무원3) 네
와인 한 잔 주시겠어요? 좀 있다
(승무원3) 네
- (유신) 저도요 - (승무원3) 네
[부드러운 음악]
(TV 속 웅) 여기 계신 분 중에 당뇨 판정 받으신 분 계세요?
일반적으로 간과하고 있는 게요
어, 식후의 피크 혈당의 심각성을 모른다는 겁니다
아침밥 한 그릇 잘 먹고 두 시간 있다 재 보면
한 155 나오죠
이 정도야 뭐
내당능 장애 정도지 아직 당뇨는 아니니까 안심하는데
(TV 속 웅) 밥, 빵, 국수, 떡 고구마 같은 탄수화물을 먹었을 때
오렌지주스나 과일 먹었을 때
30분에서 한 시간 사이
인슐린에 의해 혈당이 떨어지기 전 피크 혈당 수치는
200 이상 대부분 오릅니다
[TV 속 방청객들의 놀란 신음]
일반적으로는 수치 200부터 혈관 손상이 일어난다고 하지만
각각 건강 상태에 따라
운 나쁘면 140에서도 혈관 손상이 일어나고
매일, 매 끼니 손상이 반복되다 보면
심장 혈관이 나빠질 수도 있고
그럼 심근 경색 되죠
본인들은 심장병이려니 하는데
당뇨 합병증이거든요
[의미심장한 음악] [TV 속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기림이 방귀를 뿡 뀐다]
[TV 전원음] [동미가 살짝 웃는다]
[한숨]
우리도 미국 다녀올 걸 그랬나? 큰애랑
[살짝 웃는다]
아이, 5일밖에 안 되는데 시차 적응만 힘들어요
저야 괜찮지만
그게 문제야, 미국은, 너무 멀어
점심에 국수 해 드릴까요? 손칼국수
- 직접 밀어서? - (동미) 네
(기림) 좋지 [동미가 살짝 웃는다]
(동미) 칼제비는 어때요?
- 칼제비? - (동미) 수제비랑 칼국수 섞는 거요 [도어 록 조작음]
(기림) 아! [함께 웃는다]
- (가사 도우미) 저 왔어요 - (동미) 어
- 우리 밀가루 없지? - (가사 도우미) 네
바로 좀 나가서 사 와, 요기 마트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따뜻한 음악]
(승무원2) 뜨겁습니다, 조심하세요
[승무원2가 그릇을 달그락 놓는다]
(유신) 저도 물수건
[찌뿌둥한 신음]
(사현) 좋다
(혜령) 음, 얼마 만에 자 보는 꿀잠이야
- (사현) 그러니까 - (혜령) 한두 달 있다
빡세게 몰아치는 거 아니야?
사람이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 맘 다르잖아
관희 형 안 그래
아무리 친했어도 이제 대표 변호사야
선후배 관계보다 수익 중요할걸?
그런 면으로 필요하니까 자기 스카우트했을 거고
커리어, 인맥 더 쌓아서 나도 차릴 거야, 응?
[사현의 힘주는 신음]
[사현의 힘겨운 신음]
- (사현) 왜? - 둔하지 않아?
(혜령) 이 배, 어떡할 거야?
[피식 웃으며] 이 정도면 훌륭하지
30 미만 만들어, 허리
어떻게? 내가 모델이니?
인제 운동 시간 낼 수 있잖아
운동할 시간은 없어
퇴근하면 달려올래
달려오면? 내가 뭐, 집순이야? 귀찮아, 운동?
아, 쉬자, 좀, 나도
초등학교 때부터, 아니
유치원 때부터지
한가했던 적이 없어
쉬는 건 좋은데 퍼지는 거 시간문제야
내가 아저씨하고 다녀야겠어? 관리해
관리는 부혜령 하나로 족하지
내가 얼굴로 벌어먹고 사는 직업도 아니고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도 제비스러운 변호사보다…
왜 제비스러워? 샤프해 보이지, 지성적이고
아이, 누가 돼지 되겠대?
변호사는 약간 듬직스러워 보여야지 좋아
대표 변호사 된 다음에 듬직스러워 보이든가
미드를 봐도 잘나가는 변호사들 다 슬림한 근육질 아니야
드라마니까, 실제도 그래?
어쨌든 난 배 나온 남편 노 생큐
나라서가 아니라 여자들 대부분 싫어해
[귀찮은 신음]
(혜령) 지금부터 관리해야지
때 놓치면 한 시간 운동할 거 세 시간, 네 시간 해야 돼
자기랑 좀 사는 것처럼 살자
알콩달콩, 오순도순
(사현) 내가 왜 결혼했는데
알콩달콩, 오순도순 살려면
소프트웨어도 중요하지만
(혜령) 하드웨어도 중요하다니까
내가 허리 두루뭉술하고 팔 살 늘어지고 하면 좋겠어?
안고 싶은 맘 나겠어?
안고 싶어, 통실 돼지라도 좋아, 난
[사현의 힘주는 신음] (혜령) 아휴
막상 쪄 봐, 개무시해
안 그래
내가 자기 얼굴 보고 결혼했냐?
'했냐'?
아주 이제 막
반말에도 정도가 있어, 막 대하지 마
한 살 갖고 누나 대접 하라고? 받고 싶어?
'이랬냐', '저랬냐' 내가 그러면 좋겠어?
(사현) 나한테 오빠라고 불러
그럼 나도 누나라고 불러 줄게
참 [피식 웃는다]
[흥미로운 음악] (사현) 누나
[혜령이 살짝 웃는다]
[애교스럽게] 누나
낯간지럽게 왜 그래
(사현) 오빠라고 불러
오라버니
(사현) 제대로!
(혜령) 오빠 [혜령의 웃음]
호칭은 바꾸는 게 아니야
(혜령) 센터 등록 안 하면 내가 할 거야
같이 해
드럼, 운동 이상이야, 이 팔 봐
(혜령) 얼른 일어나 걷든가 자전거 타고 어디라도 가든가
(사현) 더 잘래
며칠도 잘 수 있어, 아휴
[신나는 음악이 새어 나온다]
[기내 알림음]
[난감한 숨소리]
[차분한 음악] [심장 박동 효과음]
[아미의 당황한 숨소리]
(아미) 엄마, 엄마!
엄마 [아미의 비명]
[아미의 아파하는 신음]
[유신의 놀란 신음]
[아미의 놀란 신음]
(유신) 어, 죄송해요, 걸려 넘어진 거죠? 많이 다치셨어요?
[아미의 아파하는 신음]
- (아미) 아휴 - (유신) 어휴, 아, 까지셨네
[아미의 당황한 신음] (유신) 아…
- 아, 죄송해요 - (아미) 아, 아니에요
[아미의 아파하는 신음]
- 아, 제 다리에 걸려 넘어지셔 가지고 - (승무원3) 아…
(아미) 저, 밴드랑 혹시 연고 있어요?
네
일단 앉으세요 [아미의 힘겨운 신음]
(아미) 아이고
[아미의 난감한 숨소리]
조심한다고 했는데
죄송해요
(유신) 어떡하지
아니에요, 타이밍이 그냥
(유신) 허리는 괜찮아요?
삐끗했을 수도 있어요
괜찮은 것 같아요
- (승무원3) 제가 붙여 드릴게요 - (아미) 아이, 조금 까졌어요
(승무원3) 쓰라리시겠어요 [아미의 아파하는 신음]
감사합니다
(승무원3) 다른 뭐 필요하신 건 없으세요?
물 한 잔 드릴까요?
(아미) 아니요, 괜찮아요
(유신) 자리 바꾸실래요?
아휴, 만석이라
아니에요
[아미가 커튼을 탁 걷는다]
[문이 달칵 잠긴다]
[한숨]
[한숨]
[힘주는 신음]
[장난스럽게] 누나
자기야
[사현이 코를 훌쩍인다]
[사현의 힘주는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사현의 한숨]
[즉석 밥을 탁 놓는다]
[한숨] [수납 장을 탁 닫는다]
[사현의 한숨]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혜령) 잘 부탁드려요, 작가님
아휴, 내가 부탁해야죠
원고 입에 안 붙으면 언제든 얘기해 줘요
언니 글이 왜 안 붙어?
너무 붙어서 입이 잘 안 떨어지지
[함께 웃는다]
(시은) 제목 마음에 들어요?
(혜령) 완전요, 너무 감사해요
쉽지 않았어
그러니까요
프로그램이 얼마나 많아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적당한 제목이 안 떠오르더라고요, 저도
작가님께 밥 사, 제대로
그럼요, 얼마든지요
아휴, 무슨
- 멍 든 데 없어요? - (아미) 괜찮아요
- (아미) 놀라셨죠? 주무시다 - 네
크게 다치셨을까 봐
다섯 시간 남았어요
이쪽 화장실 넓어요?
저 앞쪽 화장실요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 (남자1) 뚝불요 - (종업원1) 네
[사현이 침을 꼴깍 삼킨다]
[흥미로운 음악]
- (종업원1) 맛있게 드세요 - (사현) 네
[사현의 한숨]
[흥미로운 음악]
저, 저기
운동하시나 봐요
네
어디서 하세요? 몸 굉장히 좋으신데 [흥미로운 음악]
- 리버파크 피트니스요 - (사현) 아…
트레이너가 중요해요, 운동은
초보 강사한테 배우다 다치는 경우가 많아요
아, 강사님 소개 좀 해 줄 수 있으세요?
[아미의 찌뿌둥한 숨소리]
- 진토닉 되죠? - (승무원4) 네
괜찮아요?
불편한 데 정말 없으세요?
네
저 때문에 잠 달아나셨죠?
잘 만큼 잤어요
지금부터 깨 있어야 시차 적응하고요
[유신의 한숨]
(유신) 교포세요?
[놀라며] 어떻게 아세요?
- 분위기가요 - (아미) 한국 많이 추워요?
네, 좀
- 추위 많이 타세요? - (아미) LA 살아서요
- 몇 살 때부터요? - (아미) 네 살 때요
근데 한국말 잘하시네 발음도 아주 정확하시고
한국 사람이니까요
[함께 웃는다]
(아미) 집에선 영어 못 쓰게 했어요 저희 부모님
한국 자주 나오세요?
이번이 두 번째요
(아미) 외할머니 돌아가시고
친척도 없어요
여행은 어디 어디 다녀 봤어요?
한 십여 개국?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데
프로방스요
프로방스 좋죠
(유신) 몇 년 전 스위스 갔다가 열차를 탔는데요
마주 앉는 등산 열차였어요
십 대 청소년 남자애가 사과 하나를 꺼내더니 먹기 시작하는데
소리 하나 안 내고 거의 죽을 만들어 먹는 거예요
보는 내가 신경이 곤두서더라고요
[살짝 웃으며] 왜요?
소리 날까 봐 가만가만 오물오물 씹는데
솔직히 사과 정도는 씹는 소리 나도 괜찮은 거 아니에요?
[숨을 들이켠다]
[감성적인 음악]
[피식 웃는다]
[유신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아삭 씹는다]
[아삭 씹는다]
[아미의 웃음]
요령 있어요?
침이 산성인가?
그냥 습관이 그렇게 들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스트레스 안 받아요?
전혀요
오히려 소리 내고 먹는 게 더 잘 안돼요
선생님은 그냥 편히 드세요
[아삭 씹는다]
[감성적인 음악]
[사과를 꿀꺽 삼킨다]
[한숨]
[승객들이 영어로 대화한다]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강준 코치님 계신가요? 소개받고 왔는데
지금 레슨 중이세요
(준) 자, 앉을 때는 좀 더 엉덩이 깊숙이
그렇죠, 쭉 더 앉았다가
자, 엉덩이를 조금만 더 앉을게요
그렇지, 쭉 앉았다가 일어나면서 후 뱉고, 그렇죠
좋아요
[매혹적인 음악]
자, 엉덩이 더 내려서
[갈매기 울음]
[쓸쓸한 음악]
[힘겨운 신음]
[유신이 파우치를 툭 내려놓는다] [아미의 옅은 신음]
[유신의 힘주는 신음]
(승무원3) 조심하십시오, 뜨겁습니다
(아미) 저 아침 안 먹을게요
- 요구르트나 과일도요? - (아미) 네
[아미의 힘겨운 숨소리]
- 속 안 좋아요? - (아미) 체한 것 같아요
춥고 속 답답해요?
(아미) 네
급체는 약도 소용없고
오바이트하면 좋은데
그 정도는 아니에요
[아미의 힘겨운 신음]
[유신의 힘주는 신음]
(유신) 손 줘 볼래요?
응급 처치요, 금방 나을 수 있어요
[머뭇거리는 신음]
[부드러운 음악]
[유신의 놀라는 신음]
완전 얼음장이네
[아미의 아파하는 신음]
좀 참아요
[아미의 아파하는 신음]
[아미의 힘겨운 신음]
오른손요
[아미의 아파하는 신음] (유신) 사과 때문에 체한 거 아니에요?
소리 안 내고 먹으려다 스트레스 [아미가 살짝 웃는다]
[아미가 꺼억 트림한다]
이제 됐어요
금방 편해져요, 손도 따뜻해질 거고
계속 손 주물러요
[아미의 옅은 신음]
(아미) 신기해요
닥터세요?
한의사 선생님?
- 정신과요 - (아미) 어머
정신과 선생님이신데
감사해요, 너무 힘들었어요
돼지처럼 먹다가
무슨 돼지요?
- 속으로 그 생각 안 하세요? - (유신) 아니요
LA 공항 라운지에서부터
그 정도 먹는 게 정상이죠, 지극히
선생님에 비하면요
난 잠이 좀 고팠고요
어느 병원인지 여쭤봐도 돼요?
감사 밥 살게요
감사 밥은 됐고요
어, 내려서 비즈니스 카드 드릴게요
말씀 편히 하세요
저희 아빠가 윗사람이 존대할 때 당연한 듯이 또박또박 듣고 있는 것도
경우 아니라고 하셨어요
한참 위신데
얼마나 한참요?
음…
서른여섯? 다섯?
몇 살 위인 거죠? 서른여섯이라고 하면
여덟 살요
전 스물여덟 됐어요
학생인 줄 알았는데 동안이네요, 완전
- 그런 얘기 많이 듣죠? - (아미) 네, 좀
[함께 웃는다]
한국은 왜 가요?
선생님도 말씀해 주셔야죠, 나이
정확히 맞혔어요
어머, 정말요?
줄여 얘기한 거예요?
아니요
한참 위 맞아요
열여섯 살 [아미의 놀라는 신음]
(아미) [놀라며] 오 마이 갓
말도 안 돼
선생님이 최강 동안이세요
그럼 결혼?
아, 이런 거 여쭤보면 실례지
(유신) 한국 사람들끼리는 당연한 질문이에요
네, 했어요
집사람이 근데 반지 빼놓고 가게 해요
외국 나갈 때, 혼자
왜요?
이태리 갔다가 호텔 욕실에 결혼반지 빼놓고 왔거든요
어머, 결혼반지 잃어버리신 거예요?
새로 했어요, 같은 디자인으로
속상하셨겠다, 사모님
(스피커 속 승무원5) 손님 여러분
저희 비행기는 잠시 후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하겠습니다
[기내 방송이 계속 흘러나온다] (유신) 마중 나올 사람 있어요?
(아미) 네
[기내 방송이 영어로 흘러나온다]
(승무원2) 편안한 여행 되셨습니까?
(유신) 네, 덕분에
(아미) 편히 왔어요
다음에 또 모시겠습니다
(유신) 네
(아미) 춥지 않으시겠어요?
차에 아우터 있어요
(유신) 두꺼운 옷 안 가져왔어요?
가져왔어요, 바로 차 탈 거니까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유신) 짐 많아요?
(아미) 트렁크 두 개요
(유신) 참
신유신이에요
아미예요
- (유신) 본명이죠? - (아미) 그럼요
(유신) 혹시 잘 못 자거나 심적으로 힘들거나 하면
아무 때건 상담 와요
진료비 안 받을게요
(아미) 정말요?
(유신) 우리 식당 밥도 먹을 만하고요
(아미) 밥만 먹으러 가도 돼요?
(유신) 그럼요 [아미의 웃음]
[휴대전화 알림음이 연신 울린다] (아미) 어
어머
왜요?
마중 나오기로 한 분이 막 집 나서는데
아버님이 돌아가셨대요
- 못 나온다고요? - (아미) 네
[아미의 난감한 숨소리]
(유신) 주소 알아요? 갈 주소
(아미) 주소는 받아 놨어요
(유신) 괜찮으면 내 차로 가도 되는데
공항에 주차해 놨거든요
(아미) 아…
불편하면 택시 타는 데까지만 갈게요
혹시 모르니까 차 넘버 찍어 놓을게
(아미) 아이, 불편해서가 아니라
빨리 집에 가셔야 하잖아요
(유신) 주소 어디예요?
(아미) 어, 강남역 근처로 나와요
(유신) 아…
그럼 가는 방향이에요
저 아니면 벌써 출발하셨을 텐데
(유신) 그래 봐야 20분이에요
(유신) 타세요
추워요, 얼른
[아미의 한숨]
[옅은 한숨]
[트렁크 문이 탁 닫힌다]
[히터 작동음]
(유신) 금방 따뜻해질 거예요
- 피곤하죠? - (아미) 아니요, 선생님
원장님으로 부를게요
이름 부르든가요
미국은 이름 부르잖아요, 아빠 이름도
그런 문화는 좀 아닌 것 같아요
(아미) 네
음악 듣든가요, 편하게
안전하게 모실 테니
운전 경력 25년이에요
그중 사고는요?
- 네버 - (아미) 정말요?
네, 러키죠?
(아미) 저도 아직까지는
(유신) 서울서는 운전할 생각 마요, 위험해요
- 얼마나 있다 가요? - (아미) 몰라요
며칠 만에 갈 수도 있고
[아미의 하품]
눈 좀 감아요 비행기에서 전혀 안 잔 것 같은데
- 그렇죠? - (아미) 네
일이십 분만 쪽잠 자도 아주 개운하니까
(아미) 괜찮아요
구경해야죠
(유신) 내일부터 보면 늦어요?
[아미가 피식 웃는다]
(아미) 불편하신 거 아니에요?
불편하면 공항서 헤어졌죠
비행기에서 몇 시간 얘기했는데 뭐 불편해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놀란 신음]
(아미) 어머 [아미의 당황한 웃음]
밥부터 먹어야겠네
한 사오십 분 참을 수 있어요?
그럼요
원장님은 안 고프세요?
사과 먹고 진토닉 마셨잖아요
그거 갖고요?
실은 고파요, 나도
비행기 내리는데 확 공복 밀려오더라고요
맛집 검색해 놓은 거 있어요
맛집은 내가 다 알고요
강남 들어가면 막히니까 아예 먹고 가는 게 좋겠어요
난 고프면 약간 짜증 내는 경향 있어요
(아미) [놀라며] 조심해야겠다
[함께 웃는다]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향기) 생신 축하드려요 [TV 전원음]
저녁 먹으면서 할 줄 알았더니?
(향기) 레스토랑에선 좀 그렇잖아요 아빠 쑥스러워하시고
[해륜이 살짝 웃는다] 우람이가 대표로
(우람) ♪ 생신 축하합니다 ♪
♪ 생신 축하합니다 ♪
♪ 사랑하는 우리 아빠 ♪
♪ 생신 축하합니다 ♪
[웃음] [가족들의 박수]
[해륜이 입바람을 후 분다] [향기의 환호]
[향기의 웃음]
(시은) 무슨 소원 빌었어요?
이런 행복 오래오래 누리게 해 달라고
우리 교수님은 하여튼 소박해
소박한 게 실은 값진 거야, 쉽지 않고
그렇지
(시은) 맛만 봐요, 갔다 와서 디저트로 먹고
- 난 많이 - (향기) 살쪄
- 쪄도 내가 쪄 - (향기) 내가
이번 생일은 좀 달랐으면 해
어떻게?
주인공이 선물 받는데
이번엔 주는 거 어떠우?
- (해륜) 내가? - (시은) 응
받고 싶어
[웃음]
- (해륜) 뭘? - 지금 그 웃음은 썩소?
- 뭐 받고 싶은데? - (우람) 제가 압니다
아빠 사랑, 그렇죠? [해륜의 헛웃음]
사랑은 기본이고, 가족 간에
화장품? 가방?
당신 차
(해륜) 차? 농담이지?
당신 건강 위해
그리고 나도 좀 차 필요하고
당신 통 안 걷잖아, 못 걷지
학교에서 많이 걸어 웬만하면 계단 이용하고
뚜벅이 해요
아침저녁 출퇴근 시간도 절약할 겸 일석이조
- 정말 날 위해서? - (시은) 그럼
전철은 40분 정도밖에 안 걸리잖아
(시은) 앉아 가면서 책 볼 수도 있고
알았어
아빠 이제 술 자주 드시는 거 아니야?
(해륜) 왜 아니냐? [해륜과 향기의 웃음]
오늘 바로 키 넘기삼 내가 운전해 갈게
응, 당신이 원하면 다 바쳐야지
- 또 뭐? - (시은) 없어
[차 문이 탁탁 닫힌다]
- (도어맨) 발레 해 드릴까요? - (유신) 네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유신) 이태리 요리 괜찮아요?
(아미) 네
근데 드레스 코드 있는 거 아니에요?
(유신) 그 정도면 충분해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유신) A 코스가 제일 많네
- 먹을 수 있죠? - (아미) 네
- A 코스 두 개요 - (종업원2) 음료는?
(유신) 와인 한잔해요, 피로도 풀 겸
(아미) 안 드실 거잖아요
(유신) 운전해야 하니까
(아미) 물이면 돼요
(유신) 저도요
- 손 좀 씻고 올게요 - (아미) 네
[아미의 한숨]
- (종업원3) 걸어 드리겠습니다 - (아미) 아, 감사합니다
[편안한 숨소리]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밥솥 조작음] [휴대전화 벨 소리]
- 여보세요 - (유신) 허니
오는 중이지?
어, 미안
비행기에서 중학교 때 친구를 만났어
그래서?
따로 또 시간 내기도 그렇잖아
저녁 먹고 들어갈게
아휴, 당신 좋아하는 보리굴비 구웠는데, 갈비찜이랑
내일 먹으면 되지
먹고 반 남겨 놔
알았어요
술은 마시지 말고
그럼, 차 있는데
(유신) 응
보고 싶어
두 번만 보고 싶었다간
어
[웃음]
나도
[휴대전화 조작음]
(피영) 지아야!
네, 걱정 마세요
(아미) 장례식장 어디예요?
알겠습니다, 네
고 선생님이 아파트 도착했냐고요
오늘은 경황들 없을 거고
내일 조문 가는 게 나을 거예요
오지 말라세요
하긴
[종업원4가 그릇을 달그락 놓는다]
(아미) 사모님이 기다리시는 거 아니에요? 같이 저녁 드시려고
요즘 여자들
대개 남편 밖에서 먹고 들어오는 걸 좋아해요
(아미) 어머, 왜요?
저녁 준비 편하니까요
반찬 신경 안 써도 되고
(유신) [피식 웃으며] 농담이고요
집사람 오늘 모임 있어요
(우람) 중식당 가는 거예요?
- (시은) 아니 - (우람) 고기?
(우람) 고기는 언제나 옳아
(향기) 너는 다 옳잖아
피자도 옳아, 짜장면도 옳아 햄버거, 스파게티
[시은과 향기의 웃음] (우람) 그러게?
당신은 걸어와요
우리 딸, 옆에 타
(해륜) 참
걷기엔 멀지, 오늘 정말 당신
(우람) 아들은 아빠랑 함께해야겠지?
오늘 생일인데 구박할래?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해륜) 뭐야?
[우람의 감탄]
(시은) 선물
- 우아 - (해륜) 정말?
[따뜻한 음악] (향기) 서프라이즈
[향기의 웃음] (시은) 타요
[향기의 탄성]
(향기) 이게 뭐야?
(우람) 완전 좋아
[자동차 시동음]
벌써 엔진 소리가 달라
(향기) 네가 뭘 알아서? [우람의 웃음]
당신 이제 이 정도는 타야지
명색이 학과장님인데
아빠, 이 차 갖고 싶어 하셨죠?
(해륜) 무리한 거 아니야?
(우람) 우아, 신나, 뒤에도 완전 넓어
[해륜의 웃음] (향기) 엄마, 승차감이 달라요
(우람) 아빠, 떠시는 거 아니죠?
릴랙스
[함께 웃는다]
[우람의 탄성]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고기가 살살 녹아요
한국 방송 보면 한우, 한우 하더니
정말 달라요, 맛이
혈액형 믿어요?
모르겠어요
미국 사람들은 대부분 혈액형 잘 모르는 경우 많아요
맞아, 그렇더라고요
전 O형요
- A형 아니고요? - (아미) 네
교도소에요, O형들은 대개 강력 범죄로 들어오는 경우 많대요
성질 욱하고 다혈질이라
전 욱 안 해요
그리고 B형은 사기 같은 범죄
[웃음]
A형, AB형은 교도소에 없대요
다 정신 병원에 가 있어서
[함께 웃는다]
저랑 정신 병원이 어울린다고요?
그냥 우스개 얘기요
(아미) 원장님은 무슨 형인데요?
무슨 죄가 어울릴 것 같아요?
B형은 아니고
- A형? - (유신) 맞아요
정신 병원 들어가는 대신 진료 선택했어요
동병상련 환자 마음 잘 헤아릴 수 있어서
[아미가 살짝 웃는다]
(유신) 인제 아미 씨 얘기 해 봐요
호칭 빼고 그냥 편하게 이름 불러 주세요
누구 편하게요?
(아미) 저요 [함께 웃는다]
그래도 초면에
(유신) '초면'이라는 말 알죠?
(아미) 어…
처음 보는 얼굴?
맞아요
정확히는 처음 대면한다는 뜻요
[아미의 옅은 탄성]
형제가 어떻게 돼요?
남동생 둘요, 원장님은요?
나도 원장님 호칭 좀 그래요
환자, 의사 사이도 아니고
한국은 드라마 같은 데서 보면 참 호칭 복잡하고 어려워요
동방예의지국이라 그래요
난 혼자 컸어요
형 있었는데 나 일곱 살 때 잘못됐고
어머
(유신) 자랄 때 형제 많은 친구들이 참 부러웠어요
특히 여동생요
저랑 비슷하세요
전 오빠 있었으면 했어요
언니든?
언니가 될 순 없고
오빠, 동생 할까요, 우리?
좋아요
와인 한 잔은 곁들여야죠, 이런 날?
하우스 와인 뭐 있어요?
(아미) '이랬어요', '저랬어요' 안 하기 오케이?
오케이
[감성적인 음악]
[차분한 드럼 연주]
[사현의 거친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쓸쓸한 음악]
(남자2) 우리 공주
얼른 수영 가르쳐 줘야 할 텐데 아빠가
(아이) 언제?
(남자2) 음, 날씨 좀 따뜻해지면
연주 같이 수영 다니자, 아빠랑
(여자1) 아유, 연주 좋겠다
(남자2) 연주야, 배 안 고파? 배고프지?
- (남자2) 뭐 먹으러 갈까? 맛있는 거 - (아이) 네
(남자2) 그래, 가자
[쓸쓸한 음악]
[한숨]
[분위기 있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 (서윤) 짠, 반가워 - (도희) 아, 이게 얼마 만이야
(서윤) 아휴, 오늘 와인 맛 좋다 [도희가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도희) 응
(후배1) 분위기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형?
- (후배2) 여기 괜찮죠? 꽤 괜찮죠? - (반) 어, 여기 좋네, 응
[후배1이 숨을 들이켠다]
(후배1) 잘 온 것 같아요
(서윤) 야, 혜령이 고프다며
- (서윤) 오늘 와인 맛 좋다 - (도희) 응
(서윤) 살찔까 봐 저래, 쟤
뭐 먹을래?
(서윤) 한 번씩 이렇게 번개 하자
- (서윤) 재밌다 - (도희) 그래
(아미) 서울, 너무 아름다워요
낮엔 약간 삭막까지는 아니고
(유신) 정감 없을 수도 있어요
[자동차 엔진 가속음]
[타이어 마찰음]
안 급하니까요, 기사님, 천천히요
(대리 기사) 네, 죄송합니다
[감성적인 음악]
[숨을 후 내뱉는다]
[피영이 향수를 칙 뿌린다]
[향수를 탁 내려놓는다]
(대리 기사) 107동 어느 쪽이죠?
(유신) 아, 우리도 처음이라
안내 표지판 있을 거예요
다 왔대요
어, 여기예요?
- (유신) 107동 맞아요? - (대리 기사) 예
(아미) 얼마예요?
어머, 어, 환전을 안 했어
내가 내릴 때 드리면 돼요
(유신) 어, 잠깐요
이거 입어요
자다가 추우면 바로 감기 들어요
아, 추우시잖아요
난 별로 추위 안 타요
(유신) 얼른 걸쳐요
천천히 내려요
- (유신) 기사님, 트렁크 좀, 예 - (대리 기사) 네
[자동차 알림음]
- 금방 내려올게요 - (대리 기사) 네
(아미) 아, 하나는 저 주세요
- (유신) 비번 있어요? - (아미) 아, 네
[인터폰 조작음]
[인터폰 안내 음성] 문이 열렸습니다
- (유신) 왜요? - 말 편하게 하기로 했잖아요
레이디 퍼스트 [아미가 살짝 웃는다]
- (유신) 잘 어울리네요 - 너무 따뜻해요, 가볍고
입어요, 선물
[아미가 살짝 웃는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도어 록 작동음]
[아미가 스위치를 탁 누른다]
[아미의 옅은 탄성]
(아미) 좋은데요, 생각보다?
(유신) 누구라도 와서 맞게 했어야지
이역만리 오는 사람 빈집 혼자 들어오게
(아미) 혼자 안 들어왔는데요, 뭐
(유신) 다리에 걸려 안 넘어졌으면 혼자 들어왔어요
(아미) 집 프리로 빌려주시잖아요
(유신) 아버님이 그렇게 도움 많이 주셨다면서요, 유학 시절
공짜 아니에요, 은혜 갚는 거지
은혜 갚으려면 신경 써서 갚아야 하고, 제대로
[커튼을 탁 걷는다]
혼자 괜찮겠어요?
안 괜찮으면요? 같이 계셔 줄 거예요?
우리 집 가요, 빈방 두 개나 있어요
(아미) 걱정 마시고 얼른 가세요 기사분 기다려요
아참
썰렁한데 입고 있어요 다음에 주든가 하고
[버튼 조작음] (유신) 24도 해 놨으니
27도 해 놓을게요
네
(유신) 그럼 어서 짐 정리하고
아, 잠깐 앉아요
주의 사항요
이 시간 이후로 아무도 문 열어 주지 마요
혹시 관리실에서 오더라도 현관 록 걸고 얘기하고
- 집주인, 고 대표님? - (아미) 네
그분이 와도 안에 들이지는 마요
저 록 항시 걸어 놓고
무슨 뜻인지 알죠? 스스로 조심해야 돼요
세계 어딜 가나 여자 혼자는 위험한 부분 있어요
네
(유신) 그리고 절대 클럽 같은 데 가지 말고요
춤추는 거 좋아해요?
좋아하는 정도까지는 아니고요
갈게요, 그럼
(유신) 입고 있어요, 집 따뜻해질 때까지
나오지 마요, 일 생기면 전화하고 명함 챙겼죠?
제 번호는 안 궁금하세요?
정리 마치면 문자 보내요
[부드러운 음악]
네
오늘 너무 감사해요 맛있는 저녁까지 사 주시고
오빠
[부드러운 음악]
문자 보내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부드러운 음악]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한숨]
[옅은 웃음]
[살짝 웃는다] [잔잔한 음악]
[기분 좋은 숨소리]
[분위기 있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후배들이 대화한다]
- (후배1) 한잔하시죠 - (반) 한잔하자, 응
- 그래, 한잔하자 - (후배1) 예, 한잔하시죠
- 보기 드문 비주얼이다 - (서윤) 그렇지?
(서윤) 나이는 좀 들어 보여도
- 너희들 차 가져왔어? - (서윤) 어, 어? 아니, 택시
- 대리 부르게? - (혜령) 우리 신랑
(도희) 음, 와인 한 병 더 해야지
더 해야지
[서윤과 도희의 웃음]
- 부혜령 - (혜령) 응?
(서윤) 너희 여전히 스위트해?
(도희) 뭐 뻔한 걸 물어
(서윤) 말 잘 들어?
한두 살 어리면 오히려 찍어 누르는 경향 있다던데
어딜
너 진면목 보여 준 적 있어?
없지?
무슨 진면목?
성질나면 장난 아니잖아, 너
(사현) 아이고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휴대전화를 달칵 집어 든다]
(혜령) 데리러 와
도희, 서윤이랑 번개 했는데 몇 잔 마셨어
크리스탈 바
[한숨]
[입소리를 쩝 낸다]
마누라가 아니라 여왕님을 모시고 산다
(향기) 뭔 기도를 그렇게? 새삼 진지하게?
남이사
(향기) 내가 너한테 남이가? 가족이 남이야?
이다음에 엄마 같은 여자 만나게 해 달라고
아빠 엄청 좋아하시잖아
[향기의 한숨]
(향기) 하느님, 모든 걸 아낌없이 내주고 베풀어 주는
그런 남편감 만나게 해 주세요
여자도 같은 마음이야, 어떻게 생각해?
- 뭘? - (향기) 네가 여자라고 생각해 봐
아낌없이 받는 남자가 좋겠어? 아낌없이 주는 남자가 좋겠어?
아낌없이 주는 남자
(향기) 근데?
능력 갖춰 가지고 사랑하는 여자한테 팍팍 써 줘야지
여자는 남자 인색하면 떠나
안 사랑해, 왠지 알아?
알아
사람보다 돈이 더 좋으니까, 물질
남자가 인색하게 군다는 건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아서야
사랑해 봐라, 뭐가 아깝나
엄마 아빠 봐
남자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헌신하면
여자의 지극한 사랑이 가는 거지
근데 두 남자가 있어
한 남자는 부자고 다른 남자는 성격 좋고 착한데 가난
엄마가 아빠 돈 있어서 사랑하고 결혼했니?
아빠 진심 하나 본 거야
아빠 대학교 2학년 때 엄마 생일날
고급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밥 한 끼 사 주려고
공사판에서 모래 져 날랐단다 열흘씩이나
- 정말? - (향기) 어
엄마 부잣집 딸 아니야
근데 맨날 포장마차 국수 떡볶이, 한 줄 김밥
그런 것만 먹으면서 너무 맘 아팠다고
(향기) 엄마는 그날 먹은 스파게티랑 스테이크 맛을 잊을 수가 없대
[아련한 음악]
한여름에 공사판에서 모래 져 나르려 해 봐
얼마나 힘들겠나
땡볕에 서 있는 것만도 숨 막히는데
그게 사랑이야, 진정한
너 그런 사랑 할 수 있어?
자신 없어, 솔직히
그럼 엄마 같은 여자 못 만나 꿈도 꾸지 마
(우람) 잘해야겠네, 어쨌든
그렇다고 아무 여자한테나 잘하고 퍼 주라는 얘기 아니야, 호구니?
제대로 된 여자
네가 정말 좋아하는
사랑받을 자격이 되는 여자
(우람) 누나는 헌신할 준비 돼 있어? 엄마처럼?
돼 있지, 보고 배웠으니
[향기가 스위치를 탁 누른다]
(우람) 근데 멋진 남자가 누나를 좋아할까?
[한숨]
나 정도면 퀸이거든, 솔까?
누나 생각이지, 어쩌면 착각
차차 보렴, 동생아
[피식 웃는다]
아휴, 차차 주제 파악 되시겠지
[한숨]
- 아빠! - (유신) 어!
[유신이 피영을 탁탁 토닥인다]
(유신) 우리 딸, 보고 싶었어
나도 [유신의 웃음]
(피영) 저녁만 먹길 한밤중에 와?
(유신) 무슨 한밤중
와인 한잔했어, 딱 한 잔
- 아이스티? - (유신) 아니
[살짝 웃는다]
(피영) 빨랫감
그게 뭐, 급해? 5일
아, 6일 만이구나
6일 만에 본 남편보다
옷 벗어
[피영이 트렁크를 달그락거린다] - 선물? - (지아) 네
어쩌지, 이번엔 안 사 왔는데
- 거짓말 - (유신) 진짜
(피영) [놀라며] 어머
아빠 진짜 아무것도 안 사 오셨다
(지아) 아빠
엄마 것도 없어
지아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모처럼 아빠가 실망시키네
(유신) 뭐 갖고 싶어?
- (지아) 뭐든 - (유신) 구체적으로
선물은 그냥 선물이지
무슨 구체적?
아빠가 생각해 보니까
지아는 다 있는 거야
옷도 많아, 인형도 박스에 그득이고
내가 뭐, 인형 받을 나이예요?
학용품도 넘치게 많고
초콜릿 하나라도 사 오면 덧나요?
덧나
[지아의 심통 난 숨소리]
[리모컨을 탁 내려놓는다]
어? 아빠를 때려?
앉아 봐, 우리 딸
물건은 꼭 필요한 것만 사 버릇해야 돼
(피영) 맞아
(유신) 우리 집 얼마나 깨끗해 정돈 잘돼 있고
꼭 필요한 가구
필요한 물건만 구입하잖아 엄마 아빠는
(지아) 내가 이다음에 아빠 선물 사 오면
아빠 싫겠네? 필요한 거 아니면
그동안 아빠가 얼마나 많은 선물 했어?
생일 때, 어디 갔다 올 때
근데 받을 때 잠깐 기분 좋고 끝 아니야
벽장에 거의 다 처박혀 있고
옷들은 금방 작아져, 몇 번 못 입어
결국 쌓아 둘 걸 사는 건 낭비야 안 그래?
맞아
때리는 시누이보다
아니,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대
왜 엄마한테 화풀이야?
불똥이 왜 나한테 튀어? 엄마 밉다고?
[심통 난 숨소리]
아프리카 빈곤국 애들 얘기 방송에서 많이 보잖아
그런 애들에 비하면 지아는 천국에서 사는 거나 마찬가지야
초콜릿이 우리 집에 없어서?
있지만 아빠가 사다 주는 건 다르니까
어쨌든 우리 지아도
꼭 필요한 것만 이제 사 버릇했으면 좋겠다는 게
아빠 생각이야
세 번, 네 번 생각해서 정말 필요하다 싶은 것만
정말 필요한 것도 아닌데 충동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하면
돈도 아깝고 낭비지만
나중에 물건에 치여 살게 돼
아빠 말 무슨 뜻인지 알지?
몰라? [지아의 한숨]
아유, 우리 딸 이뻐
[피영의 웃음]
(피영) 씻어요
그리고 우리나라 물건이 좋지 솔직히 살 만한 것도 없더라
아빠, 그러면 대신
(지아) 돈
- 돈? - (지아) 응
선물로
[유신과 피영의 웃음] [잔잔한 음악]
[도희의 술에 취한 신음]
(도희) [놀라며] 어머
나 얼굴 빨개졌어, 어떡해?
[도희의 웃음]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어, 나 요즘 왜 이렇게 오줌 자주 마렵니?
[휴대전화 진동음]
- (후배1) 형, 저 전화 좀 - (반) 응, 응
(후배2) 형, 저도 화장실 다녀올게요
[혜령의 한숨]
[잔을 탁 내려놓는다]
[한숨]
안녕하세요
[술 취한 말투로] 참 일찍 알은체하시네요
- 아까 저 보셨죠? - (반) 네
인제 같이 프로 할 거잖아요
네
먼저 알은척해 주시면 안 돼요?
아이스커피 한 잔 시켜 드려요?
아, 성함, 저기
[옅은 웃음]
어떻게 되시죠?
죄송해요
- 서반요 - (혜령) 아, 서반
직급은 부장이고요
'예스, 서', 서 부장님
우리 인제 앞으로 알은체 좀 하고 살아요
- 네 - (혜령) 있죠
부장님
말 좀, 좀 길게 하면 어떠실까요?
으음
충고는 아니고요
사람이
[한숨]
여유가 없어 보인달까?
- 알은척 안 해서 죄송하… - (혜령) 죄송하면 이유를 말해 보세요
- 다음에 할게요 - (혜령) 제정신일 때요?
좀 길게 표현하시라니까, 생각을
생각이 짧아요, 원래
[웃으며] 생각이 짧다?
[혜령의 웃음]
(혜령) 왜 생각이 짧으실까, 우리 부장님?
[반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저도 한 잔 주세요
(반) 웬만큼 드신 것 같은데
(도희) [술 취한 말투로] 아는 분이야?
[술 취한 숨소리]
누구세요?
- 안녕하세요 - (도희) 아, 비주얼이
아시죠, 본인도?
(혜령) 한 잔 달라고 했어요
(도희) 이 계집애
[웃으며] 오늘 취했어요, 제대로
서 부장님
네
이유 말해 달라고요
(반) 저기 가방들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옷이랑
[도희의 웃음]
어, 왔어, 허니?
(혜령) 우리 신랑요
기술 엔지니어 부장님
(사현) 안녕하세요
(반) 안녕하세요, 친구분들이랑
(사현) 아, 아, 네
- (혜령) 계산 좀 해 줘 - (사현) 어, 알았어
(혜령) 아, 했다, 했어
- (후배1) 형 - (반) 응
- (반) 그럼 - (사현) 네
한번 자리 마련하겠습니다, 언제
[혜령의 웃음] (사현) 가자
[사현의 힘주는 신음]
(혜령) 아이씨
부장님, 너무 뻐세셔
[사현의 난처한 신음]
[사현의 힘겨운 신음]
[혜령의 술에 취한 신음]
- (후배1) 부혜령 아니에요? - (반) 응
대리 왔대
(후배2) 실물이 훨 낫네
[여자들이 즐겁게 대화한다]
(여자2) 야, 야, 아까 틀린 거 봤어?
[함께 웃는다]
(후배1) 형, 다음에 어디 갈까요?
[여자들의 웃음] (반) 다음에…
[사람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후배2) 여기 분위기 좋죠?
[긴장되는 음악]
[애절한 음악]
옆자리 누가 앉았어?
비행기 옆자리 누구 앉았어?
(해륜) 좋긴 한데 당신 고생했을 생각 하니까
무슨 고생
잘할게
(문호) 다리가 부었다고, 동미 다리가
내 손은 안 중요하고 개 다리는 중요해?
(문호) 붓지 않았잖여
며느리도 모른다는 말 왜 있는데요
(트레이너) 내쉬면서 올라올게요, '후' [사현이 숨을 후 내뱉는다]
(준) 자, 시선은 정면 보고 [숨을 후 내뱉는다]
(피영) 패딩 차에 있는 거지?
어제 안 입고 들어오고
어, 그거 중학교 동창 줬어
그 비싼 걸?
(피영)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멋쩍은 신음]
(아미) 한 가지 청이 있어요
들어주실 거예요?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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