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S2.16
[긴장되는 음악]
[종이 댕댕 울리는 효과음] [웃음]
[연신 웃는다]
[식기세척기 알림음]
(지아) 뭐가 그렇게 우스워?
할머니 다녀가셨는데 웃긴 얘길 들어서
- 무슨 얘기? - (피영) 어른들 농담이라
넌 이해 못 해
(지아) 이해할지 못 할진 내가 판단하고
어?
(피영) 할머니 가까운 사람 얘기야
좋은 얘기도 아닌데 전하긴 그래
내 선에서 듣고 끝내야지
(동마) 결혼하자
[무거운 음악] 하자고, 결혼
[한숨]
농담 아니야
지금은 농담 아니겠지
가
(동마) 박 교수 자기랑 어울리지도 않아, 모든 면에서
(가빈) 교수님 나랑 안 어울려서 결혼하잔 얘기야?
- 아니 - (가빈) 얘기 잘 통해
- 인품에 끌렸고 - (동마) 사랑은 아니란 얘기네?
- 우리도 사랑은 아니었어 - (동마) 해를 손으로 가려?
부정할 걸 부정해
(가빈) 사랑하면 헤어지는 게 서동마 취미인가?
(동마) 사람 감정 단순하지 않아
지나간 일이야
- 연연 안 해 - (동마) 그럴까?
입씨름하고 싶지도 않고
때도 아니고
[오디오 버튼 조작음] [쓸쓸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통화 종료음]
[TV 전원음] (아미) 드세요, 어머님
오빠, 거실이 반짝반짝하지?
내가 청소기 밀고 걸레질까지 다 했어
밀대지, 무슨
걸레 밀대요
(아미) 세탁기도 두 번이나 돌리고
쿠션들 다 뜯어 빠느라고
(동미) 옛날엔 다 손빨래들 하고 살았어
어차피 기계가 하는 거 열 번은 못 돌려?
꺼내서 펴서 너는 게 얼마나 일이에요?
- (동미) 어머머, 이게 얼마짜리인… - (유신) 빨면 되잖아
(유신) 너무 뭐라고 하지 마요
아주머니 안 와?
(아미) 비싼 값 하는 거예요 얼른 세탁 맡길게요
아주머니 안 온 지 꽤 됐어
여자 둘씩 있는데 부를 필요 없다셔서
[흥미진진한 음악] 어머니 방은 제가 특히 신경 써서 청소기 밀어요
- 불러요, 사람 - (동미) 내가 알아서 해
원장님은 병원 일이나 신경 써
종일 집안일하니까 잠이 너무 잘 와요, 어머님
- 무슨 종일… - (아미) 아침 먹은 설거지
- 점심 먹고 설거지 - (동미) 기계가 하지
그릇들이 알아서 기계에 들어가요?
애벌 닦아서 일일이 넣고 꺼내 수납해야죠
세탁기 돌려, 집 청소하는 데
아무리 눈 돌아가게 해도 3시간이에요
(아미) 욕실 청소, 빨리들 개켜 장 보고 저녁
- 반찬 내가 해 - (아미) 씻고 다듬고 써는 건
제 몫이잖아요
큰 국 솥 같은 건 따로 직접 설거지해야 하고
(아미) 이 딸기도 하나하나 흐르는 물에
일일이 씻잖아요
[한숨 쉬며] 요즘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어요
책 한 권을 못 봐도
근데 행복해요
(유신) 아주머니 불러
부르고 수고비 주는 게 그 사람들한테 도움이야
어차피 월급 주는데, 뭐
월급 주면서 안 부른다고요?
[흥미진진한 음악] (아미) 왜요?
저 일시키려고요?
아니
저 일 가르치시려고요?
그건 아니라고 봐요
다달이 월급 주면서 안 부른다는 게 말이 돼요, 어머님?
내일부터 오게 해요
(해륜) 보이차 준비해 놨어요
혹시 몰라 죽도 끓여 놓고
혼자 있고 싶어요
엄마, 아빠
저 따라서 오셨을 거 같아 [무거운 음악]
오셨을 거예요
알았어요
두 분 잘 모셨어요?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도우미1) 회장님께서 아침 심성 호텔에서 드시재요
(동마) [거친 숨을 내뱉으며] 네
아, 경숙 씨한테
피크닉 준비 좀 해 달라고요, 도시락
- 지금요? - (동마) 11시까지 회사로요, 2인분
네
(동마) 아, 와인은 내가 준비할 거니까 말고
(도우미1) 네
(동미) 응
(아미) [힘겨운 목소리로] 저 몸살 났어요
[통화 종료음]
교활한 년
[감미로운 음악]
응, 아빠
[통화 종료음]
- (지아) 엄마 - (피영) 응?
(지아) 아빠 이쁜 짓 하러 곧 도착한다고
아침 좀 달래
아빠 자체가 이쁨 아니야? [초인종이 울린다]
오셨나 보다
[도어 록 작동음] (지아) 환영해요, 아빠
감사해요 [지아의 웃음]
오, 맛있는 기름 냄새
- (피영) 왔어요? - (유신) 응
- 과카몰리? - (피영) 응
와, 오랜만
- 무슨 이쁜 짓? - (유신) 응, 먹고
이쁜 짓도 식후경 [지아의 웃음]
아빤 언제나 재밌어
- (지아) 그렇지, 엄마? - (피영) 응
엄마, 기어이 성공?
- (피영) 어 - (유신) 뭐?
이거 종잇장처럼 얇잖아요
- 얼굴도 비칠 거 같아 - (유신) 응, 그러게?
- (지아) 비법이 뭐임? - (피영) 정성임
- 아님, 분명히 비법이 있음 - (피영) 안 가르쳐 줌
(지아) 며느리 아니고 딸이니까 비법 전수해 주삼
(피영) 이다음에, 가르쳐 줘도 아직은 네 손이 말을 안 들어
음, 맛있다
나초 찍어 먹는 것보다
이렇게 밀전병에 싸 먹는 게 나은데?
- (지아) 훨씬, 나도 - (유신) 식감도 좋고
- 알바하세요, PD님 - (피영) 무슨 알바?
매일 아침 먹으러 올게요
- 밥값 두둑이 받으시고 - (지아) 우와, 콜
네가 왜? 네가 아침 해?
수저 하나만 더 놓고 돈 버는데 안 좋아?
(지아) 싫다면 이상하지
- 그러니까 - (지아) 거기다 아빠 보고
(지아) 아빤 마음이 완전 넓어
물론 엄마 사랑해서겠지만
- 엄마만 사랑한다고? - (지아) 솔직히 아빠
이 딸은 2순위인 거 나도 알아
순위가 어디 있어, 사랑에?
이쁜 짓 뭐임? 나 용돈?
용돈 플러스알파
(유신) 오늘부터 아빠가 우리 딸 등교 기사 하려고
- 가능해? - (유신) 아침 수영 접고 [무거운 음악]
- 됐어 - (유신) 운동보다 딸내미 우선
(피영) 그럼 지아만, 아침은 부담돼
찬밥에 간장, 새우젓만 있어도 오케이
- 이 정도면 아빠 이쁜 짓 맞지? - (지아) 넘치지
- (지아) 엄마, 변한 거임? - (피영) 뭘?
예전 같으면 이럴 때 뽀뽀해 줬잖아 아빠 볼에
먹다가 무슨
(유신) 어
[피영의 한숨]
[지아의 옅은 웃음]
[애잔한 음악]
[문이 탁 닫힌다] (간호사) 아, 사모님 오셨어요
[무거운 음악] 지아 등교는 오케이
아침은 안 돼
(유신) 불편해?
그냥 얼굴 보고 아침 한 끼도?
응, 불편해, 편치 않아
지아 얼굴
아무 때건 보고 싶을 때 보는 걸로 만족하고 감사해
욕심이 지나치면 화를 부른다는 말 맞아
내가 더 이상 겪을 화 있어?
다 얘기해, 지아한테?
그럼 아마 얼굴도 안 보려고 할걸?
그거 원해? [유신의 한숨]
나로선 마음 낼 만큼 낸 거야
더 이상 인내심 테스트하지 마
(유신) SF전자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로
그 늙은 부장한텐 대책 없이 끌리고?
사피영도 어쩔 수 없이 속물이야
남자로서 나보다 뭐가 나아?
알았어
[드라이어 작동음]
[드라이어가 멈춘다] (문호) 개운하지?
네가 나보다 낫다
회장님이 직접 목욕까지 시켜 주고
[밝은 음악]
네, 아버님
(문호) 그, 왜, 드라마 보면 욕조에 거품 푸는 거 있지?
너희 없어? 여기 욕실인디
- 있어요 - (문호) 너희 엄마한테 말 말고
(문호) 어디 있어? 말만 혀
(예정) 네 아버지 산책 나가셨니?
아, 욕실에 계시지 않아요? [강아지가 낑낑거린다]
여태?
탈 났나?
- (문호) 소 여사 - (예정) 탈 났구먼
[문이 탁 열린다]
(예정) 아침 너무 자신다 했어
[흥미진진한 음악]
탈 안 났어요?
- 탈의하옵시고 - (예정) 옷 벗으라고? 왜?
(문호) 씻겨 드리려고요
- 누구? 날? - (문호) 네
아예 풀 서비스
벗겨 드릴게요 [문호의 웃음]
- (예정) 아휴, 왜 이래? - (문호) 동미 부러워했잖아요
아휴, 주책이야!
(문호) 뜨끈하게 거품 풀어 놨으니까
들어가 앉으라고
[문호의 당황한 숨소리] (예정) 노망났어?
그래, 노망났다
[웃음]
쑹위안 흉봐
남이가, 우리가? 부부여!
곱게 늙어
[초인종이 울린다]
- 긁어? - (문호) 긁어, 할퀴든
다섯 줄 고랑을 내든
(예정) [웃으며] 정말
추억이라고 생각혀
사랑의 추억
(예정) 이 추억은 어뗘? [문호의 당황한 신음]
내가 머리 감겨 줄게
(원) 저기, 부혜령 씨 왔어요 [예정의 놀라는 신음]
- (문호) 누가 왔다고? - (예정) 혜령이 [문호의 놀라는 신음]
- 누가 반가워한다고 - (문호) 잘못 들은 거 아니여?
저 왔어요
(혜령) 안 반가우실 줄 알지만
마음이 계속 편치가 않아서요 [애잔한 음악]
그날 기자 간담회는 정말
저도 모르게 감정이 복받쳐서…
사현 씨 많이 힘들어하죠?
(예정) 우리까지 힘들었어
사방에서 전화 오고
죄송해요, 어머님
다시 기자 간담회 할까 봐요
'좋게 결혼 생활 끝냈다'
'전 남편에 대해서 오해 없었으면 한다'
(문호) 됐어, 자꾸 입에 올려서 좋을 거 없고 긁어 부스럼
[울먹이며] 저도 이렇게 마음 안 좋고 속상하니
오죽하시겠어요
몸은 괜찮으세요?
(혜령) 스트레스받으셨을까 봐 걱정되는 거예요
괜찮아요
산달이고 와 계시려니 했어요
어쨌든 서운하실 거예요, 저 같아도
처음엔
우리도 사람이니까
(문호) 전화는 불나고, 안 놀라?
죄송해요, 아버님, 어머님
방송 가야 하잖아, 눈 붓게
얼굴 나가는 거 아닌데요, 뭐
눈물이 많아졌어요
걸핏하면 눈물 쏟아지고
(문호)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더 좋은 상대 만났으면 혀
속 안 썩이고 착실하고
인제 남자에 대한 기대 없어요
사람 구만 층이여
사현이가 아무래도 어리니까 그렇게 이해하고
서운한 맘 있으면 털어 내고
이미 털었어요, 두 분 생각해서
들어
진통 올 때 연락 주실래요?
- 함께하고 싶어요 - (예정) 바쁜데, 왜?
축하하는 맘으로요
그래도 되죠?
네
한국에 저 혼자잖아요
(혜령) 가족 관계는 이렇게 끝났어도
지난번 말씀드린 것처럼
빈말 아니거든요
두 분 한 번씩 뵙고 싶어요
[차분한 음악] 그려
인간사
정이니까
베이비 샤워 할 때도 불러 주고요
(문호) 애 씻기는데 불러 달라고?
아기들 태어나면 파티 하거든요
- 백일잔치? - (혜령) 백일잔치 말고 따로요
아기 필요한 거 알려 줘요
[초인종이 울린다]
[초인종이 울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무거운 음악] [노크 소리가 들린다]
(동마) 있는 거 알아
- (동마) 어? - 가요, 혼자 있고 싶어
(동마) 커피만 주고 갈게 경숙 씨가 내린 커피야
- (동마) 좋아하잖아 - 됐어
(동마) 열어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울고 있었네
[동마가 컵을 탁 내려놓는다]
[전자레인지 알림음]
커피 끊었었어
(동마) 정해
나한테 기대서 좀 잘래? 나갈래?
가
나 반대로 듣는 거 몰라?
친형제자매 버금가게 충분히 해 줬어, 바쁜 사람이
- 고마워 - (동마) 말로만?
고마움 표현을 해 봐
나 말로 때우는 거 별로야
- 나가자, 응? - (가빈) 왜 이래, 갑자기
- 고아 된 처지 불쌍해 보여서? - (동마) 아니
- 옛날 감정으로 돌아갔어 - (가빈) 옛날 감정에서
헤어질 당시 감정으로 곧 돌아갈 거야
- 안 그래 - (가빈) 난 정리됐어
- 결혼 앞두고 있고 - (동마) 앞두고 있지, 한 건 아니야
(가빈) [한숨 쉬며] 말할 기운도 없고
기분도 아니야
나랑 하루만 보내면 기운 생겨
이대로 나가든가
[감미로운 음악]
(가빈) 내려
(가빈) 미쳤어? 내려
신발이라도 신어야지 [엘리베이터 도착음]
누구 타면 어떡해?
[안내 음성] 1층, 내려갑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닫힌다]
- (동마) 환자인 척해 - (가빈) 제정신 아니야, 정말
(가빈) 나한텐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해?
- (동마) 좋은 마음일 땐 - (가빈) 좋은 마음 아니야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린다]
[안내 음성] 지하 1층, 내려갑니다 (여자1) 아픈가 보네
- (동마) 네, 좀 - (여자1) 정신을 잃어버렸어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닫힌다]
- (동마) 네 - (여자1) 아이고, 어째야 쓸까
- (여자1) 어쩌다가? - (동마) 원래 빈혈이 있어요
(여자1) 빈혈엔 잘 묵어야 쓰는디
- (여자1) 생간이 좋아, 딱이여 - (동마) 네
(여자1) 근디 비우가 좋아야 묵는디
(동마) 비위가 약해서 [엘리베이터 도착음]
[안내 음성] 1층입니다
(동마) 감사합니다
(가빈) 내가 미쳐, 정말
(동마) 얼굴 못 봤어
왜 이렇게 가벼워졌어
왼쪽 주머니에 키 있어
올라가서 신발 좀
[동마가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자동차 시동음]
- (가빈) 언제나 멋대로야 - (동마) 생각 없이 멋대로 아니야
(문호) 딴 사람 같아 얼굴 눈빛도 달라지고
(예정) 얼굴이야, 뭐 메이크업이 달라져서
(문호) 아, 그러고 보니까
연탄 눈이 온전한 눈 됐어
인제 도대체 믿을 수가 없어
진심인지 가심인지
[강아지가 낑낑거린다] 눈물 바람 하는 거 보면 진심 같기도 하고
개는 영물인디, 우리 동미, 특히
- 반가워하질 않아 - (예정) 그러게요
쑹위안 우리 집 처음 올 때도
꼬리 치고 좋아했는디
얘들 알아요, 자기 좋아하는지 아닌지
그러니까, 허긴, 옷에 털 묻는다고
혜령이 별로 만져 준 적도 없고
정말 베이비 샤워인지 잔치인지 할 때 부를 거야?
- 불러 달라잖아요 - (예정) 이상할 거 같아, 모양새
발 사이즈 알아?
다 기억해, 신체 사이즈
[무거운 음악]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삐 소리 후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통화 종료음]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저거 36 사이즈 있어요?
[박진감 넘치는 음악] [사람들의 기합]
(코치) 원투, 원투, 원투 [동미의 힘주는 신음]
[코치가 계속 훈련한다]
[매혹적인 음악]
자, 원투 [동미의 힘주는 신음]
휴대폰도 사 줄까? 우리 전용 폰
[무거운 음악]
[새가 지저귄다]
[문이 탁 닫힌다]
- 화투 치실 줄 아시죠? - (도우미2) 고스톱?
- 네 - (도우미2) 그럼!
지금 나가서 사 올 테니까 좀 가르쳐 주세요
잘 어울린다
[동마가 차 문을 탁 연다] [버튼 조작음]
(동마) 내 안목 여전하지? [차 문이 탁 닫힌다]
[차분한 음악]
(가빈) 내가 지금 와인 마실 상황이야?
그리고 운전 안 해?
(동마) 이따 유 비서 올 거야
미사 때도 와인은 마시잖아
너무 슬픔, 충격이 클 땐
완화시킬 필요 있어
- 소용없어 - (동마) 어쨌든
두 잔 따라 놓자 두 분 와인 좋아하셨지?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두고
세상도 세상이지만
딸 두고 떠나시기
나 별로 후회 같은 거 안 하고 살았는데
두 분 떠나보내면서
후회했어
우리 그라나다 갔을 때
찾아뵙고 인사드릴걸
[쓸쓸한 음악]
단순히 남자 친구가 아니라 예비 사위로서
안 어울려, 마음에 없는 말
- 진심이야 - (가빈) 갖고 놀지 마
서동마 누구보다 나 잘 알아
미숫가루 먹어 봤지?
(동마) 텁텁한 게 별로라 몇 번 안 마셨는데
타 놓으면
가루는 점차 가라앉아
그 가라앉은 가루
나한텐 남가빈이야
- 내 가슴 깊이 가라앉아 있었어 - (가빈) 몰랐어, 그동안?
차분히 가라앉은 걸
정리된 감정으로 착각했어
원치 않잖아, 다시 엮이는 거
나도 마찬가지야
남편으로 받아들여 줘
평생 옆에 있을게
[가빈의 한숨] (동마) 이번 스페인 다녀오면서
남가빈한테서 온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거 깨달았어
시간이 지나면
잠시 감상에 빠졌었구나 할 거야
지금 이성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동정심, 불쌍함
불쌍해
안쓰럽고
(동마) 우리 엄마 잘 쓰는 표현
짠해
근데 동정으로 함께 있고 싶진 않아
그리고 동정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란 생각 들고
함께하고 싶어, 모든 걸
매일 얼굴 보고 이런저런 얘기 하면서 살고 싶어
내 마음의 진실에 졌어
존심 상하겠네
사랑해
[차분한 음악]
남가빈한테 나 사랑하냐고 평생 묻는 일 없을 거야
느껴지니까
(동마) 진실은 미움이든 정이든 뭐든
고스란히 상대방한테 전달되거든
나 거의 잊은 적 없지?
없어
근데 싫어
내가 잘 아는 어떤 분이
남자를 사랑하지 않을 자신 있으면
결혼하라고 그랬거든
남자 아니지? 그 말 한 사람
(가빈) 어쨌든
나 택시 타고 갈래, 5만 원만 줘
(동마) [한숨 쉬며] 박 교수한텐 내가 얘기할게
- 무슨 자격으로? - (동마) 남가빈 사랑하는 자격
- 예비 남편으로서 - (가빈) 평생 교만
제대로 사랑이야, 교만이 아니라
살면서
두세 번은 한눈팔지 몰라
가정은 절대 안 깰 거니까 그건 눈감아 주고
[한숨]
[동마의 한숨]
경숙 씨가 정성껏 만들어 줬어
조금이라도 먹어, 안 쓰러지려면
[한숨]
(동마) 살아 이별이든 죽어 이별이든 삶의 일부야
뭐든 받아들이는 사람이 정말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약한 사람한테 끌려? [가빈의 한숨]
남가빈 사랑하는 나
이뻐해 줘
다섯 살 어리고
사실
은근히 맘 여릴 때도 있어
남가빈한텐 뭐든 숨기지 않을 거야
약한 모습도
(반) 세 분이 나눠 가지실래요?
- 또 뭐예요? - (반) 호텔 조식권요
부장님이 필요하시죠
- 아침 해결하시고 - (반) 많아요, 너무
이런 영양가 있는 거 누가 그렇게 줘요?
- 이런 복이라도 있어야죠 - (시은) 감사해요
- 저도요 - (반) 내일 7시요
(동료 직원) 서반 씨
(피영) 네
(혜령) 어느 호텔이에요?
역삼 팔리오 호텔
거기 6성급이잖아요
와, 역시 부장님
[발랄한 음악] [도어 록 조작음]
[문이 탁 여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웬일로 이렇게 일찍?
(예정) 네 생각은?
아주 싹싹 빌다시피 제대로 사과하고 갔어
- 별로 다시 보고 싶지 않아요 - (문호) 내 생각도
(사현) 그냥 빈말이기 쉬워요
인제 믿을 수가 없어
- 빈말 같진 않았고 - (사현) 어쨌든요
(문호) 이거 스님이 이름 지어 보냈어
공주면 이걸로
사내 녀석이면 이걸로
- 좋은데요? - (문호) 쑹위안
둘 다 이뻐요, 뜻도 좋고 [옅은 미소]
(동미) 이건 카드 배송 [문이 달칵 열린다]
(아미) 어머님, 저랑 화투 치세요
일부러 배웠어요, 어머님 위해서
내가 그런 잡기 좋아해?
치매 예방에 좋다잖아요, 화투가
- 본인 걱정이나 하셔 - (아미) 어머님 좀 심각해요, 건망증
[흥미진진한 음악] (아미) 손에 폰 들고서 찾으시고
요저께는 물 데우려고 레인지 여는데
글쎄, 레인지에 소고기 안심이 있는 거예요, 다 녹아서
전화 와서 깜빡했어
- 누군 건망증 없어? - (아미) 어머님은 심각하세요
(아미) [화투 패를 탁탁 섞으며] 바로 어제도 저 불러 놓고
용건 까먹으셔서 쳐다만 보셨잖아요
설마 그것도 기억 못 하시는 건 아니죠?
[한숨]
정말 인제 치매로 몰아?
모는 게 아니라 사실요
굴비 구울 거라고 하시고 옥돔 꺼내 놓으실 때도 있고요
- 저 거짓말 안 하잖아요 - (동미) 그러셔요?
(아미) 오빠, 화투 효과 있다지? 치매 예방?
쳐요
(유신) 생각해서 배우기까지 했다는데
둘이 쳐
(아미) 제가 산 이름들 적어 드릴게 쭉 외워 보세요
경기도 산부터
[한숨]
저걸 그냥…
네가 매를 부르는데
아작 날 줄 알아
(동마) 올해 가져서 내년에 이쁜 아기 하나 낳자
내년이면 마흔둘이야 더 나이 먹기 전에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기도가 효험 있대 절에 가서 기도 올려
어머님, 아버님 [무거운 음악]
자식으로 태어나 달라고
그렇게라도
다시 만나고 싶다고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여닫힌다]
창에 불 켜 있길래요
전화는 꺼져 있고
- 저녁 먹었어요? - (가빈) 점심 늦게 먹었어요
(해륜) 나갔었어요?
(가빈) 네
망고 먹을래요? 체리 먹을래요?
- 생각 없어요 - (해륜) 밀크티는요?
(가빈) 아니요
산 사람은 살아야 해요
부모님도 아마 영혼으로 그러길 바라실 거예요
걷고 싶어요, 나가서 [냉장고 문이 탁 닫힌다]
그럴래요? 뜨뜻이 뭐 걸쳐요 밤이라 쌀쌀해요
(해륜) 미세 먼지도 없고
낮에 참 날씨 좋았죠?
가빈 씨한테 내가 있어요
평생 기댈 수 있는 버팀목 될 거예요
아름드리나무는 세찬 바람이 몰아쳐도
흔들리지 않아요
내일도 전화 꺼 놓을 거예요?
우리 전용 폰 따로 하나 만들어야겠어요
걷기 힘들어요?
업어 줄까요?
(가빈) 일어나요
(해륜) 아, 사람들 없어요
또 보면 어때
죄송해요
(해륜) 뭐가요?
지금 어떤 심정인지
얼마나 힘든지 너무 잘 알아요
부모가 죽으면 앞산이 보인다는 말
사람 나름이지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나도 정말 힘들었으니까요
엄마, 아빠 보내 드리면서
결혼은 정말 사랑하는 사람하고 해야겠구나
생각 들었어요
두 분 살아서도 각별하셨는데
함께 떠나시고
(가빈) 선생님 좋아해요
근데
사랑까진 아닌 거 같아요 [무거운 음악]
처음에
솔직히 다 말씀드리고 시작했지만
결혼은
안 되겠어요
못 해요
죄송해요
싫어졌어요, 나?
분장실에서 인사 나눈
팬이라는
헤어진 그 친구 맞죠?
네
[떨리는 숨소리]
- 다시 만났어요? - (가빈) 그 사람 때문이 아니라
[떨리는 숨소리]
정말 온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을 때
지금은 아니에요
용서해 주세요
후회할 거 같아요
- 울지 마요 - (가빈) 한심해요, 내 자신
솔직한 거지, 한심한 거 아니에요
솔직한 게 나아요, 잔인해도
[한숨]
- (동마) 선물 못 사 왔어 - (반) 내가 애냐?
왜 갔었는데?
가빈이랑 결혼할래
아빠, 엄마 좀 반대하겠지?
형 나서 주면 좋은데
- 둘이 얘기됐어? - (동마) 하고 있어
만나는 사람은? 결혼 상대
- 정리하면 되고 - (반) 그렇게 간단해?
사람 하는 일 안 되는 거 있어? 마음먹으면
쉽게 생각할 문제 아니야
(반) 그러다 또 상처 주려고?
- 안 그래 - (반) 언제는?
결혼 맘은 없이 사귀었던 거고
이번엔 달라
[무거운 음악]
아프지 말고 잘 지내요
마음은 어쩔 수 없지만 몸이라도요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말란 말 못 해요
솔직히
아파요
(해륜) 어쨌든 내가 감당하고 견뎌야 할 문제고
힘든들 가빈 씨만 하겠어요?
생각 바뀌면…
아마 그럴 일 없겠죠
[잔잔한 음악]
행복했어요, 가빈 씨 만나서
함께한 날들
(해륜) 고만 살았으면 해
끝내자고?
[한숨]
[TV 전원음]
[휴대전화 진동음]
- 어 - (피영) 컴퓨터가 고장 났어
수리 닥터 불렀더니
밤이라 못 온다 하고
- 갈게 - (피영) 써야 하는데
(유신) 응
[통화 종료음]
[쓸쓸한 음악]
세상이 내 원하는 대로 돌아가요?
아빠 원하는 대로 지금껏 맞춰 온 사람은
엄마 한 사람이었고
(향기) 엄마 같은 사람 쉽지 않을 거예요
아빠한테 엄마는 로또였어요
[한숨]
(시은) 정말 효과 있대?
(향기) 응, 내 친구 강추
(우람) 이 옷 어때요?
호텔 가는데 아무거나 입긴 그렇잖아요
(향기) 야, 젊을 땐 아무거나 입고 걸쳐도 이뻐
혹시 몰라서 노트북 가져왔어
- 지아는 자? - (피영) 응
[휴대전화 진동음]
- (동마) 응 - (가빈) 박 교수 만날까 봐
번호 알아 놨고 내일 연락하려는데
(가빈) 끝냈어, 좀 전에 [무거운 음악]
잘했어
(가빈) 그렇다고 서동마랑 예전으로 돌아간다는 거 아니야
과거로 돌아가재?
결혼으로 우리 사이 발전시키자는 거지
마음은 형체가 없어
그래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거고
(동마) 오늘은 일단 일찍 누워
내일 문자 남겨 놓을 테니까 확인하고
응? [통화 종료음]
(피영) 고마워요
(유신) 언제나 24시간 대기
편하게 심부름센터려니 해
기사님 물 한잔 안 주실래요?
목마르네요, 달려왔더니
앉으세요
[피영의 다급한 숨소리]
- 애 깨우지 마 - (유신) 안 깨워
- 뽀뽀할 거 아니야 - (유신) 안 해
얼굴만 볼 거야, 열고
[문이 탁 닫힌다]
(유신) 시원한 맥주가 당기는데 없지?
- (피영) 있어도 운전은? - (유신) 대리 부르고
(피영) 얼마 거리라고 대리를 불러
(유신) 맥주는커녕
보리차도 없네
(유신) 나 쓸 만하지? 영원히 쓸 만할 거야
(피영) 공치사할래? [유신의 웃음]
안 할게요 [피영이 피식한다]
(피영) 별 있으면 좋으련만
(유신) 있는데 안 보이는 거지
어쨌든 나 편하지 않아?
편해
이렇게 지내도 나 만족할게
한 번씩 얼굴 보고
(유신) 수도 고치는 아저씨
전기 기사, 컴퓨터 기사
뭐든 전천후 키다리 기사
- 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 - (피영) 아무 날 아니잖아
이거 아침에 주려다가
- 무슨 날인데? - (유신) 마음에 안 들면 무를게
[잔잔한 음악]
(유신) 우리 사귀기로 하고 처음 제대로 데이트한 날
그날 자기 하늘하늘한 원피스 입었고
- 별걸 다 기억해 - (유신) 별거가 아니라
평생 잊혀지지 않게 가슴에 새겨진 거지
(유신) 안 내켜?
- 그냥 선물인데 - (피영) 채워 주셔요
- 이쁘다 - (피영) 고마워
밤에 싫은 내색 없이 와 주고
싫다니
내가 고맙지, 불러 줘서
선물까지, 나만 받아서 어떡해
자긴 받는 역할이고 나는 주는 역할
뭐든, 평생
(피영) 밑지는 장사 아니야?
(유신) 사랑은 거래가 아니니까
날 아는데 내 마음은 안 변해
다시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똑바로 잘 걷다가
술에 취해서 한 번 비틀거린 거야
(피영) 근데 또 술 마셔
맥주가 어떻게 술이야? 한 잔이
맘에 들어?
고맙다니까
이렇게 한 번씩 얼굴 보고
밥 정도는 먹을 수 있는 거지?
[휴대전화 알림음]
이 시간에 누가 문자 보내?
(피영) 시은 언니 내일 호텔에서 조식 먹자고
박 교수가 여전히 생활비 대 주나 봐?
서 부장님이 우리 조식권 줘서 두당 10장씩
[흥미진진한 음악]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으며] 오네
문자 보냈어, 원장님 모시러 오라고
안녕하세요
(피영) 응
갈 테니까 두 분 마셔
모셔다드릴게요
바로 여기인데, 뭐
[무거운 음악]
[아기 울음이 들려온다]
남가빈 아기 낳았어?
딸이야, 아들이야?
[휴대전화 진동음]
- 여보세요 - (가빈) 저예요, 남가빈 [긴장되는 음악]
(가빈) 단지에 와 있어요
강사 할 때 명절날 선물 보내려고 주소 알아 놨었어요
(시은) 와 있다고요? 우리 아파트 단지?
(가빈) 네
왜요?
- 박 교수랑? - (가빈) 혼자요
(가빈) 박 교수님 별일 없겠죠?
잘못되시면 어떡해
- 무슨 일 있어요? - (가빈) 불안해요
1703동 앞이에요, 정말?
(가빈) 네, 올라갈까요?
아니에요, 끊어요, 금방 내려가요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한숨]
[무거운 음악]
저 벌받은 거예요
우리 엄마, 아빠요
저 때문에 돌아가셨어요
제가 죄지었잖아요
(가빈) 저 때문에 이혼하시고
그 업보로… [떨리는 숨소리]
어떡해요
- 저기, 타요 - (가빈) 용서해 주세요
박 교수님 연락 없었어요?
(가빈) 전화해 보세요
[가빈이 울먹인다]
[차 문이 탁 열린다]
(시은) 부모님 얘기는 들었어요
(가빈) 나 죄받은 거 맞죠?
뭐, 약 같은 거 혹시 먹었어요?
[흐느끼며] 엄마, 아빠 너무 보고 싶어요
근데
인제 볼 수가 없잖아요
[무거운 음악] 주용사에 모셨거든요
언제 저랑 안 가 주실래요?
부처님 앞에서 용서 빌게요
박 교수 언제 만났어요? [가빈이 오열한다]
잘못했어요
잘못한 거 알아요
지금 상황이요
모르겠어요
어떻게 이렇게 됐는지
분명한 건 제가
모든 게 나 때문에 시작됐어요
용서해 주세요
[가빈이 흐느낀다]
[가빈이 차 문을 달칵 연다]
[가빈이 계속 흐느낀다] [시은의 한숨]
(가빈) 나 왜 이 모양인지
우리 엄마가 이렇게 키우지 않았는데
엄마, 엄마
(시은) 키 좀
딸 잘못 둔 죄로
[차 문이 탁 닫힌다] 엄마, 아빠 떠나셨어
하느, 하느님이
저 때문에
이제야 알겠어요
[가빈이 오열한다]
잡아 줘
[무거운 음악] (가빈) 박 교수님 잘못되면 어떡해요
그럼 나 또 죄짓는 건데
뭐라고 했길래요?
헤어졌어요
사랑이 아니라 그랬거든요
1년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까요?
그럼 아무 일 안 벌일 텐데
[엘리베이터 도착음]
[시은의 힘겨운 신음]
(가빈) 나 좋자고 내 생각만 하고
내 아픔밖에 생각 못 했어
[가빈의 거친 숨소리]
빨리 전화 좀요 박 교수님 어디 계신지
저 돌 거 같아요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삐 소리 후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시은의 한숨]
여기 박 교수님 댁 맞죠?
이거 입어요
나 어떻게 살아요
자신 없어
(가빈) 엄마, 보고 싶어
[흐느끼며] 아빠
잘못했어요
용서해 줘, 미안해
미안해
[한숨]
[밝은 음악]
[사람들의 탄성] (남자1) 욕봤다, 욕봤다
(남자2) 수고했어요
[사람들의 웃음]
- (문호) 욕봤다, 욕봤어 - (예정) 애썼어
(예정) 수고 너무 많았어
(사진작가) 자, 찍겠습니다
자,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자,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자, 이쪽 렌즈 봐 주시고
자, 다시 한번 갈게요
자,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웃음]
[사현의 기분 좋은 신음]
(원) 일어나세요, 서방님
앉아 봐요, 잠깐
우리 바다 태어나고
당신 몸 상태 괜찮으면
병실에서 약식 결혼식 올려요
의미 있잖아요 바다랑 엄마, 아빠 모시고
- 우리 식구만 우선 - (원) 여쭤보고요
우리 결정이지, 뭘 여쭤봐요 좋다 하시지
[밝은 음악] (원) 그러려면 순산해야 하는데
순산할 거예요
엄마, 아빠 매일 기도하셔
나 하루도 안 빼먹고, 콜?
의미 있을 거 같아요
(사현) 그러니까요
내가 다 준비할게요, 드레스랑
음, 정식 결혼식은 가을쯤 제대로 준비해서요, 완벽하게
그럴 시간 돼요? 밤까지 일에 치이면서
숨 쉬고 밥 먹을 시간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어요
[경쾌한 드럼 연주]
[피식한다] [흥미진진한 음악]
(혜령) 오셨어요?
[놀라는 신음]
(피영) 서 부장님 제대로 반하겠어
특히 오늘 아름다워
PD님이야말로 오늘 힘주셨는데요?
호텔 레스토랑이라
(피영) 맛있다, 정말 여기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혜령) 힐링되는 느낌
(반) 힘들 내요, 지금 이 기분으로 쭉
힘내라셔
다 같이 '치어 업' 하자고요
나도 한번 눈물 바람 할까 봐요
(반) 나 당황스러워요
눈물 바람이요? 밥 사셔야 해서?
밥은 매일이라도 살 수 있어요
- 정말이죠? - (반) 네
(시은) 월급 우리 밥값으로 다 쓰고 어떻게 살려고요
없으면 안 쓰면 돼요
혼자니까 구애 없이 사셔
가난에 대해 생각 안 해 봤죠?
모르셔, 가난에 대해서
- 아세요? - (피영) 글쎄요
- 알아요, 혜령 씨는? - (혜령) 불편함?
(반) 질문한 분이 답해 보세요
(시은) 얼마 전 읽은 시가 생각나서요
고급진 음식 먹으니까
어떤 시인데?
'빈, 하고 네 이름을 부르는 저녁이면' [쓸쓸한 음악]
'하루는 무인도처럼 고요히 저물고'
(시은) '내 입엔 셀로판지 같은 적막이 몰리지'
'어느 낮은 처마 아래 묻어 둔 밤의 울음'
'그 울음 푸른 잎을 내미는 아침이면'
'빈'
'너는 갓 씻은 햇살로'
'반듯하게 내게 오지'
'심심한 창은'
'종일 구름을 당겼다 밀고'
'더 심심한 나는'
'구름의 뿔을 잡았다 놓고'
'비워 둔 내 시의 행간에'
'번지듯 빈'
'너는 오지'
우와
(반) 제목이 뭐예요?
알아맞혀 봐요, 지난번 영화 제목처럼
[반의 생각하는 신음]
'빈'?
(시은) 응
내가 말하려고 했는데
[함께 웃는다]
시인이 맑은 가난을 그려 내고 싶었대
문자로 보내 줘요
- 좋네요 - (피영) 나한테도
[문호의 웃음]
(문호) 아주 잘해, 저 친구 [문이 탁 열린다]
(사현) 저, 진통 와요! [원의 힘겨운 신음]
- (문호) 진통? - (예정)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혜령) 부장님은 골프 말고 다른 취미 없으세요?
(반) 음악요, 듣는 거
전 에너지 다운되고 하면 드럼 치러 가요
- 드럼 쳐요? - (혜령) 네
잘 쳐요
- 오늘 부장님께 보여 드려 - (혜령) 그럴까요?
(반) 다 같이 가요 [흥미진진한 음악]
- 난 지아 때문에 - (시은) 나도 우람이 혼자 있어서
- 우람이랑 언제 야구해도 되죠? - (시은) 그럼요
우리 지아도 끼워 줘요, 보는 거
네
다음에 다들 시간 될 때요
네
[새가 지저귄다]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
[밝은 음악]
- (남자3) 자, 한번 봐 주세요 - (남자4) 신랑 멋있다
(여자2) 와, 신랑 멋있다 [사람들이 저마다 칭찬한다]
(남자3) 신랑, 신부님 여기 한번 봐 주세요, 예뻐요
[사현의 놀라는 신음] - (여자3) 어떡해 - (남자5) 괜찮아요?
[긴장되는 음악]
식장에서 내려
(사회자) 신랑, 신부 동시 입장 하겠습니다 [사람들의 박수]
신랑, 신부 입장
[긴장되는 효과음]
[엘리베이터 도착음]
[인터폰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유신) 번호 까먹었어? 안 바꿨는데
[지아가 방귀를 뿡 뀐다]
[웃음]
우리 딸, 숙녀께서
아비, 골프 가자
- 준비해 - (유신) 지아야
할아버지 흉내 내는 거야?
[동미의 한숨]
(동미) 아휴, 지아 왔어?
[어두운 음악]
김동미!
[놀라는 신음]
너, 너 때문에 내가!
[지아 목소리로] 너, 너 때문에 내가!
[겁에 질린 신음]
지아야!
[동미의 겁에 질린 신음]
[거친 숨소리]
[겁에 질린 신음]
[쓸쓸한 음악]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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