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S2.15
[의미심장한 음악]
(유신) 왜?
아는 사람이야?
(아미) 언니
- 안녕하세요 - (유신) 안녕하세요
(피영) 장례식장에서 봤고
- 알죠? 우리 기술부장님 - (유신) 응
마실래요?
네
(아미) 감사합니다
자리 어디?
어, 로열석 24, 25요
- 즐감해요 - (아미) 네, 두 분도요
그럼
(피영) 반할 만하죠? 남자 입장에서
젊고 발랄하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성격은 좋아 보여요
(반) 보석 중에 어떤 보석 좋아해요?
다이아몬드죠
다이아몬드란 이름부터 격이 다르지 않아요?
있어 보이는 느낌
(피영) 사파이어, 에메랄드, 루비는
들을 때건 눈으로 볼 때건
별로 설레지가 않아요
옷에 맞아서 하긴 하지만
그린 컬러 옷에 사파이어 할 순 없잖아요
대개 여자들 그런데 우리 어머니는 진주 좋아하셨어요
은은하게 감도는 빛이 좋으시다고요
젊고 이쁘다고
모든 남자가 무조건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반) 마땅히 줄 사람도 없고 남기신 보석들 가지고 있는데
보면 가슴 아파서 잘 안 꺼내 보게 돼요
너무 잘 알죠
어떤 심정인지
- (반) 괜히 보석에 비유했네요 - (피영) 아니에요
아, 주책이야
무슨 주책이요
(반) 손수건 갖고 다니시네요
대개 여자들 티슈 쓰던데
티슈 먼지 나서요
- 자리 몇 번이에요? - (피영) 좋은 자린 없더라고요
- S11요 - (반) 난 10인데
- 어머, S석요? - (반) 네
[피식한다]
[의미심장한 음악]
(아미) 남자분 되게 잘생기셨어 묘하게
(유신) 뭐가 묘해?
중년인데 아저씨 느낌도 안 나고
(아미) 스타일도 좋으시고
보기엔 결혼 안 한 분 같은데 [유신의 한숨]
돌싱이래요?
[한숨]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몰래 만난 건 아니고
당신이 내가 연락하는 거 싫어할 테니까
(시은) 그게 몰래 만난 거지
똑같은 자식인데 우람이만 살짝
향기 속으로 기분 어떻겠어?
아무리 일이 이렇게 됐어도
향기한테 어떻게 보자고 그래
나야말로 마음 간절하지만
간절해?
그럼 내 자식인데 안 보고 싶어? 거기다 맏딸이고
절친하고 자식 차이야
당신 절친 만나서 즐겁고 좋다고
애들보다 우선 아니잖아
절친하고 이성 연인 차이는?
(시은) 친구 때문에 자식 포기하는 부모 없어
자식 포기해 놓고 무슨 절친 타령?
직업이 교수라 그런가
참 보면 견강부회 잘해
[한숨]
애들 생각해서 조용히 식 올렸어?
아니
그 사람 부모님 다 잃었어
(반) 차 몇 층에 뒀어요?
(피영) 택시 타고 왔어요 공연 볼 땐 차 잘 안 가지고 와요
(반) 그럼 가는 길에 내려 드릴까요?
그러실래요?
[무거운 음악] 장모님이 운전하셨다는데
(시은) 정말 두 분 다 한꺼번에?
[기가 찬 신음] 근데 공연해?
어쩔 수 없잖아
그나마 오늘 마지막 공연이고
[한숨]
(피영) 영화하고 어땠어?
(유신) 난 영화가 더 나았던 거 같아
영화적 기법으로 내용이 더 풍성하니까, 볼거리랑
(피영) 내년에 영국 오리지널 팀 공연 온대
소식 뜨면 바로 알려 줘 그런 건 빛의 속도로 매진되니까
(피영) 나 표 구할 수 있어
이렇게 같이 공연 보고
당신이 운전하는 차 타고 집에 돌아갈 때
참 결혼 잘했단 생각 들어
(유신) 난 아니야
(피영) 피곤해? 내가 운전할까?
행복하다고, 결혼 잘했단 생각보다
[차분한 음악] [유신의 아파하는 신음]
왜 꼬집어? 쓰담 해 줘야지
(피영) 애정 표현, 자기 마누라 변태야
더 변태스러워 봐 [피영의 웃음]
(유신) 난 좋아
[한숨]
[유신이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어?
[코웃음 친다]
그러니까 언니 쿨하게 이혼 결정한 거야
- 인제 이해가 가 - (유신) 뭐?
(아미) 부장님이란 분하고 사귀는 거지 언제부턴진 모르지만
(유신) 말 함부로 하지 마, 모르면서
(아미) 사귀는 사이 아니면 단둘이 공연 와?
오빠, 뻔한 걸 부정하고 싶어?
(유신) 같이 일하는 팀이니까 공연 같이 볼 수 있어
여자들은 맘 없는 남자랑은 절대 공연 같은 거 같이 안 봐
(아미) 두 사람 괜찮게 잘 어울리네
(피영) 이런 공연 자주 다니시죠?
(반) 음악도 알아야 하고 뮤지션도 알아야 하잖아요
전엔 정말 열심히 다녔어요
안 불편하세요? 저 타 가지고
(반) 같이 일하는 팀이 왜 불편해요
차가 깨끗해요
은근 깔끔하세요, 그렇죠?
- 좋은 뜻이에요? - (피영) 그럼요
남가빈 씨 배우는 배우예요
무대에선 완전 진짜 딴 사람 되네요
우리 프로 출연할 땐 명랑하고 여성여성하더니
개인적으론 어떤 삶을 살 거 같아요?
오늘 슬픈 연기, 대단하지 않았어요?
- 실제같이 - (피영) 네
연기고요, 실제 삶요
(피영) 남 얘기 하는 거 안 좋아하시는구나?
누가 내 얘기 해도 별로니까요
부장님 얘긴 별로 할 게 없어요
스토리가 없어 보인다고요?
저한테 보석 빗대서 말씀하셨으니까
전 돌로 비유할게요
(피영) 산이나 들에 갔다가 돌을 봤어요
'우리 집 뜰에 놓으면 좋은 돌을 봤어'
친구한테 얘기하면 친구가 '어떻게 생겼는데?' 묻겠죠
'사람 얼굴 같아'
뭐, '물개 모양이야' '발 모양이야' 할 텐데
그냥 두리뭉실하면 특별히 설명할 게 없어요
맞아요, 내가 생각해도
디테일이 없는 성격이에요
디테일 있으면 스스로 피곤하기도 해요 나쁠 거 없어요
남편분 성격은요?
- 남자는 남자가 보면 알잖아요 - (반) 남자다워 보여요
부장님도 여자다워 보이진 않아요
여자들한테 인기 많을 거 같고요
완벽해요, 모든 면에서
바람도 흠잡을 데 없이 피우더라고요
- 무슨 뜻이에요? - (피영) 완벽하게
안 들키게
(피영) 다음 사거리 신호등에서 우회전하는 게 더 빨라요
[꼬르륵 소리가 들린다]
[발랄한 음악] 어머, 저녁 안 드신 거 아니에요?
먹었어요, 샌드위치
샌드위치 갖고 돼요? 키가 있으신데
(피영) 나도 다 소화됐어요
김밥 안 드실래요?
우리 동네 밤에만 여는 분식집 있어요
- 포차 아니에요? - (피영) 술도 있어요
(피영) 뭐 드실래요?
김밥요
(피영) 곁들여서 우동요? 떡볶이?
알아서요
[병을 탁 내려놓는다]
[한숨]
(동미) 땅콩이라도 줘?
아니
[동미가 그릇을 달그락거린다]
[유신의 깊은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동미) 다퉜나 보구먼?
제가 할게요, 안 어울리세요
(반) 어울리고 안 어울리고가 어디 있어요?
- (피영) 이런 데 자주 안 오시죠? - (반) 네
- 별로예요? - (반) 맛있어요
요즘 인생이란 표현 많이 쓰는데
- 인생 음식 있으세요? - (반) 네
물어볼까요, 말까요?
- 어떤 음식이냐고요? - (피영) 네
밀전병요
밀전병요?
- 밀가루부침? - (반) 네
우리 어머니가 해 주셨던
어떻게 해 주셨는데요?
모르겠어요, 근데 하여튼 맛있었어요
(반) 돌아가시고 엄마 생각도 나고
밀전병 생각도 나고 해서 한번 부쳐 봤는데
전혀 그 맛이 아니에요
- (반) 부쳐지지도 않고 - (피영) 뭐, 부추나 호박
그런 거 전혀 없이 딱 밀가루 부침요
(반) 그리고 젓가락보다 손으로 먹어야 맛있었고요
종잇장처럼 얇은데
그러면서 찰지다고 할까?
손으로 찢거나 아니면 얇으니까 대강 둘둘 말아서
초간장에 찍어 먹으면
혀에 감기는 식감부터가 예술이에요
[한숨]
[반이 컵을 탁 내려놓는다]
PD님은요? 인생 음식
여행 갔다가 먹은 유부우니 요리요
어느 나라인지 알겠다
[밝은 음악]
[한숨]
[조심스러운 숨소리]
[한숨]
[한숨]
[피영이 반죽을 휘휘 젓는다]
(지아) 뭐 먹어?
어
밀전병 망친 거
- 지금 한 시야 - (피영)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밀전병이 먹고 싶어서
어서 들어가 자
- 쉬 마려워 깼어? - (지아) 응
뭐가 망친 거야?
두껍잖아, 좀
아주 얇지 않고
[무거운 음악]
[통화 연결음] (가빈) 여보세요?
출발했어요?
(가빈) 인제 하려고요, 10분 후쯤
내가 같이 가야 하는데
(가빈) 형편이 안 되는 걸 어떡해요
도착하는 대로 전화해요
안 자고 있을 테니까
[차분한 음악] (동마) 단지 와 있어
- 왜? - (동마) 공항 데려다줄게
- (동마) 여보세요? - 뭐 하러, 가
(동마) 내려와
[통화 종료음]
[한숨]
[차 문이 탁 닫힌다]
- (동마) 어제 뒤풀이했어? - (가빈) 난 빠졌어
(동마) 형 갔었는데 분장실 앞에 팬들 몰려서 그냥 왔다고
좀 눈 붙여, 말 안 시킬게
[똑똑 노크한다]
(문호) 어
- 바다 좀 깨끗이 씻겨 와 - (기사) 네
- 반찬 다 쌌어요 - (예정) 응
- 문단속 신경 써 - (가정부) 네
(문호) 바다 사료랑 물그릇, 밥그릇 빠짐없이 챙겨요
네
[문이 탁 닫힌다] - (예정) 바다도 데려가게? - (문호) 어
- 아휴, 쑹위안 싫어해 - (문호) 통화혔어요
그럼 싫어도 좋다고 하지
예비 시아버지가 데려가겠다는데
준재 엄마 믿어도 돼, 오죽 잘 돌볼까
(문호) 준재 엄마 못 믿어서가 아니여
바다 보면 사현이 좀 위안될 거 아니여
재롱떨고 하면
아, 쑹위안도 개 좋아하고
혜령이 인제 꿈에서도 보기 싫어
(예정) 인간이 돼 가지고 이렇게 끝을 내?
그러고 자기 맘 편할까?
그렇게 터트릴 계획 하고도
웃으며 헤어졌는데
감사하단 인사까지 덧붙여서
안 편하면 이상하지
선한 끝은 있어도 악한 끝은 없다는 말 몰라?
인제 스모키 안 해요
[흥미로운 음악] - 내추럴요 - (직원1) 계속?
네
[드라이어 작동음]
[드라이어가 멈춘다]
[초인종이 울린다]
(피영) 왜 병원 안 나가고? [유신의 한숨]
- (피영) 마실 거 - (유신) 앉아
(피영) 출근해야 돼
[무거운 음악] 왜?
- 뭐? - (유신) 그런 거였어, 결국?
- 그런 거라니? - (유신) 기술부장이랑
뭔 얘기가 하고 싶어서?
같이 일하는 팀인데 공연도 못 봐?
청춘 남녀 풋풋한 마음으로 연애할 나이 아니잖아
진작 마음에 있었어 [피영의 한숨]
(유신) 그러니까 그렇게 악착같이 이혼 원하고
나한테 책임 돌리지 마, 내 책임으로
돌리는 게 아니라 내 눈으로 봤어
부둥켜안길 했어? 다정한 스킨십을 했어?
그러는 본인이야말로 어린 정부랑 보란 듯이 팔짱 끼고
살라고 들여보냈잖아
모양새 있게 동거 시작하려고 머리 쓰고
시킨 거 뻔하니까 원하는 답 들려줬어
그것도 불만이야? 연기 그만해
- 절대 인정할 성격 아니지 - (피영) 뭘 인정해야 되는데?
기술부장 마음에 있어서 이미 서로 통한 정서 있으니까
사람끼리 정서 안 통해?
통하는 사람 있고 안 통하는 사람 있고
(피영) 잘 통해도 또 다른 상대 찾는 인간 있고
- 신유신 원장처럼 - (유신) 인간?
헤어지는 마당에 마지막 발악도 아니고
좋은 꼬투리 잡았네
(유신) 속았다고 길길이 뛰더니
나야말로 속은 거야, 감쪽같이
뭘 속였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좋은 감정 있다가 부장 쪽도 마찬가지였고
그러니까 이혼 서류 접수하자마자 공개 데이트 하지
- 그러면서 나만 개 잡듯이 - (피영) 내가?
(피영) 욕을 했어? 때렸어?
개 잡듯이 닦달해서 불게 만들었어, 불륜?
(유신) 그 작자 마음에 있었지?
이 마당에 솔직히 인정해
눈 가리고 아웅 하지 말고
뭘 어쨌다고 작자야, 함부로?
수영장에서 보고
얼굴 빨개져서 숨을 때 이상하다 했어
- 예감이 그렇더라니 - (피영) 우연히 만난 거야, 어제
- 그 말을 믿으라고 하는 거야? - (피영) 안 믿으려면 말고
뭐 눈엔 다 뭐로 보이지?
본인이 그러니까 같이만 있어도
- 같이 차 타고 가더라? - (피영) 혼자 공연 보러 갈 땐
차 잘 안 갖고 가잖아
차 몇 층에 주차했냐고 해서…
(피영) 아니, 이런 설명 할 필요 없어
끝난 마당에 내가 왜 설명하고 해명해야 돼?
- 잘못한 것도 없는데? - (유신) 없어?
- 없어 - (유신) 지아 내가 맡을 거야
[긴장되는 음악] 말 되는 소리를 해
결국 재혼할 거 아니야?
하든 말든
신 원장님이야말로
아미 착해, 잘 키울 거야
낳은 엄마보다 더 착해?
착하고 양심적이라 유부남 아저씨 유혹했어?
어디서!
- 하, 어쨌든 - (피영) 한 번만 지아 문제 언급해 봐
계부 밑에서 지아 크는 거 못 봐
- 계모 밑에서 크는 건! - (유신) 김 여사 있잖아
(유신) 일한답시고 밖으로 도는 엄마보다
24시간 붙어서 케어해 줄 수 있는 할머니
피가 섞였어? 뭐가 섞였어?
아미한테 그랬다며? 첫사랑이라고
(피영) 그러니 어머니 소리가 안 나왔지
'김 여사', '김 여사' 세상 정답게
늙으신 첫사랑이랑 젊은 애인이랑 다복하게 잘 사시라고 [유신의 한숨]
- 말이면 다야? - (피영) 내가 할 소리거든?
가!
[유신의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한숨]
(유신) 이러고 달려왔을 때 내가 어떤 마음으로 왔겠어?
(피영) 몰라, 알고 싶지도 않아
[무거운 음악]
(유신) 사귈 거야?
- 서반이랑 - (피영) 대답해야 돼?
- 못 할 거 없잖아 - (피영) 앞일을 어떻게 예측해?
나 까맣게 몰랐어 신유신 바람난 거, 나 속이고
바람, 바람, 바람!
그럼 외도? 고상한 표현으로? [유신의 한숨]
장담할 수 있는 거 아무것도 없어 1초 후 일도
그럼 현재 얘기만 해
서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피영) 일반적인 남자하곤 다르다고 생각해
- 뭐가 달라? - (피영) 여자들한테
겉으로도 속으로도 껄떡대지 않아
- 그러기 쉽지 않잖아 - (유신) 어떻게 알아?
- 방송국에서 몇 년을 지켜봤으니까 - (유신) 지켜봤어?
그래서, 신뢰가 갔다 얘기야?
일적으로, 인간적으로도
- 마음 있어, 이렇게 - (피영) 맞아
[긴장되는 음악] 나쁘게 생각 안 해
(피영) 단점은 별로 없고 장점 많은 양반이야
나보다 10살 위
나잇값 제대로 하는
[한숨]
(유신) 사귈 맘…
[한숨 쉬며] 이혼한 거 알아?
알아
사귀자면 응할 거야?
- 그때 일은 그때 가서 - (유신) 인정이야, 부정 않고
뭘 인정하고 뭘 부정해야 하는데?
이렇게 살고 싶어서 이혼 그렇게 요구하고 강행했어?
(유신) 어린 딸 혼자 방치하고 늦은 밤 남자랑 어울려 다니려고?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방치?
입주 아주머니 있어
지금은 병원 건강 검진 받으러 갔고!
엄마가 돼서 애 맡기고 늦은 밤 남자랑 쏘다닌 게 잘한 거야?
- 언제는? 우린 안 다녔어? - (유신) 반말 꼬박꼬박
존대 안 나와서요 존경심이 있어야 말이죠
[한숨]
난 딸한테 못난 아빠 됐어
아는 거 시간문제고
당신만큼은 오롯이 지아 옆에 있어 줄 수 없어?
(유신) 애 눈에 아빠도 재혼 엄마는 듣보잡 남자랑 어울리고
어떻겠어?
내가 자식이라도
'어른들도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데'
'뭐, 케 세라 세라' 마음 흐트러질 거 같아
부탁이야
우리 즐겁자고, 행복하자고 애 맘 다치게 하지 말자
딸들은, 아들도 마찬가지지만
아빠보다 엄마에 대한 의지가 커
상담해 봐서 아는데
지아는 특히
응?
- 부탁이야 - (피영) 어제 아미한테 준 커피
둘이 왔으면 커피를 세 잔 샀겠어?
정말 우연히 만났어
[차분한 음악] 시은 언니랑 왔으려니 하길래
장난삼아 화장실 갔다고 했고
부장님 진짜려니 세 잔 사 왔고
미안해
오해했어
[유신의 한숨]
근데 자리는 어떻게 나란히 앉았어?
만석이라 꽉 찼는데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스륵 열린다]
(피영) 그게 나도 신기했어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 (유신) 그것도 우연이라고? - (피영) 응
(피영) 잠깐 속으로
'인연 아닐까?' 그 생각은 했어 솔직히
[차 문이 탁 닫힌다]
[피영이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자동차 시동음]
여기 동네 와서 야식도 먹었고 분식이지만
오는데 부장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거야
그래서 내가 먹자고 제안했어
김밥이랑 떡볶이
계산도 내가, 우리 동네니까
더 궁금한 거? [유신의 한숨]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차분한 음악]
다녀와, 잘
전화하는 거 잊지 말고
어떡하든 견뎌 봐
[여권 인식음]
[여권 인식음]
(원) 그래서 얼굴도 못 보고?
(아미) 네
가빈 언니 정말 팬 많더라고요
꽤 오래 힘들 거야
평생 갈 수도 있고
언니 결혼하는 건 보고 가셨어야 하는데, 그렇죠?
(아미) 인제 어떡해요?
몇 달 있다가 결혼식 하는 건 상관없죠?
그렇지
베이비 샤워 참석 못 하려나?
아니야, 가빈 언니도 아기 좋아하니까
오히려 아기 보면 위로가 될 거예요
(아미) 오, 이 소파 너무 편하다
- 어디 거예요? - (원) 응, 아버님이 사 주신 건데
아이 키우는데 충전 소재가 좋아야 한다고
호텔 이불처럼 포근한 게
그럼 비싸겠다
생각만큼 아니야
한번 누워 볼까?
[초인종이 울린다]
(원) 오셨나 보다
(아미) 어, 누구 오세요?
[원의 옅은 웃음]
어머님, 아버님
혹시라도 출산 당겨질까 봐 와 계시기로 했어
아휴, 언니, 얘기하죠
괜찮아, 두 분 너무 편하고 좋으셔
어차피 결혼식 때랑 뵐 거니까 미리 인사드리면 좋지
[도어 록 작동음]
- (원) 차 안 막혔나 봐요 - (예정) 응 [원의 옅은 웃음]
(원) 아, 친한 후배예요
- 안녕하세요 - (문호) 네
- (원) 어? - (문호) 어, 그래
(원) [웃으며] 동미야 [강아지가 낑낑거린다]
(문호) 개명했어, 바다로
가만있어, 여기서는 동명이인?
아니죠!
(문호) 일인 일견, 아니, 일태아, 일견 [예정과 원의 웃음]
- 야도 우리한텐 자식이여 - (아미) [웃으며] 귀여워라
- 개 좋아해요? - (아미) 그럼요
(문호) 바다, 쉬해야지 [함께 웃는다]
[문이 탁 여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예정) 앉아요
역시 이 소파 사길 잘한 거 같아
(원) 네, 아버님, 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
- (문호) 미국 어디? LA? - (아미) 네
(예정) 자주 놀러 와요
(아미) 네
저희 멤버도, 언니 빼고 둘이지만
출산 완전 기다리고 있어요 [예정과 문호의 웃음]
(예정) 사람 사는 집 같네 [문호의 웃음]
(문호) 사람 온기가 돌아야 혀, 집은
(원) 어머님, 아버님 이렇게 오시니까
정말 편하고 안심돼요
(문호) 우리도 놓여
점심 차리지 말고 나가 먹는 거 어뗘?
오랜만에 뷔페
[헥헥거린다]
- 바다 혼자… - (문호) 김 실장 보라고 하고
그래, 먹고 와서 김 실장 먹으면 되니까
제 차로 가세요, 안전하게 모실게요
성품들이 다 좋구먼, 우리 쑹위안이랑
또 한 명도 부르든가
아휴, 갑자기 어떻게요?
아, 멀지 않으면
같은 강남 하늘 아래면
스페인 가는 비행기 탔을 거예요
하늘 아래가 아니라 위?
"CSB 라디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한숨]
오늘 첫 사연입니다
(혜령) '한 남자를 만나서 10년 동안 사랑했습니다'
'3년은 연애, 결혼 생활 7년 차인데'
'이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만 본 남편들의 불륜이 제게 현실로 닥친 겁니다'
'남편을 너무나 믿었기 때문에 남들 다 하는'
'남편 휴대폰 뒤지는 것도 한 적 없습니다'
'그런 저한테 이혼하자네요'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생겼다면서'
'그 말을 듣는 순간 전 정말 머릿속이 비워지는 느낌?'
[차분한 음악]
'가슴이 쿵 하고 더 이상 뛰지 않는 것처럼 막혀 왔고'
[혜령의 떨리는 숨소리]
'이 글을 쓰자니까 당시의 아픔이'
'상처가 고스란히 떠오르네요'
'왜 내게 이런 일이'
'누구보다 이쁘게 남편 사랑하면서 살고 싶었는데'
'살았는데, 저 혼자 사랑이었고 착각이었나 봅니다'
[훌쩍인다]
'너무 믿은 게 잘못일까? 뭐가 부족했지?'
'자책도 해 보고 남편 원망도 하면서'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상태입니다'
'보내 줘야 하는데 보내 줄 수밖에 없는데'
'난 그럼 어떻게 살지?'
'어떻게 견디고?'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물이 솨 흐른다] (변호사) 하여튼 억세게 운 좋아
나 같은 경우는 뒤로 자빠져도 코 깨지는 경우 많은데, 어?
- 다 선배님들 덕분이죠 - (변호사) 한잔 사 [물소리가 멈춘다]
네
(동미) 아비랑 열여섯 살 차이 아니야?
(아미) 네
(동미) 우리 원장님이 나보다 열아홉 위셨거든?
남자들 그 어떤 남자도 육십부터는 늙어
아비 육십이면 자긴 마흔넷
요즘 여자 마흔넷이면 옛날하고 달라서
거의 아가씨들 같잖아?
- 그때 생각해 봐 - (아미) 뭘요?
상상해 보라고, 아비
초로의 노인 된 모습
내가 안 늙게 할 거예요
나는? 내가 그렇게 살뜰히 챙겼건만
매일 수영장 모시고 다니고
사진 봤지? 백발
오빤 백발 되면 오히려 더 멋있을 거 같아요
머리는 그렇다고 쳐
남자들 성격도 변해
잔소리 많아지고 괜히 벌컥벌컥 화내고
이상해지더라고, 우리 원장님도
일반인들 얘기고요
오빤 닥터예요, 정신 건강 의학과
사람 나름이죠
젊다고 다 성격 좋은 것도 아니고
(동미) 이게 안 먹혀
[흥미로운 음악] 기름종이에 물방울 흐르듯이
남자들 나이 들면
어린 여자한테 끌리는 것처럼, 아비 봐
(동미) 여자도 그래
젊고 펄펄한 남자들 눈에 들어와
그때는 버스 이미 떠났고, 후회해도
전 안 해요
어머니, 후회하셨어요?
말이 그렇다고
오빠한테 들었어요
아버님한테 정말 지극정성이셨다고
- 사랑하신 거잖아요 - (동미) 응
그 시어머니에 그 며느리 될게요
- 방귀 텄어? - (아미) 어머님은 트셨어요?
어른이 물으면 대답해 버릇해
- 버릇없이 되묻지 말고 - (아미) 네
텄단 얘기야, 안 텄단 얘기야?
[코웃음 치며] 안 텄죠
- (사현) 오셨어요? - (문호) 어
- 컨디션 어땠어요? - (원) 괜찮았어요
(사현) 엄마 아빠 오셔서
너무 좋아요
(사현) [힘주며] 아이고
- 누구랑 마셨어? - (문호) 혼자 마신 거 아니여?
(문호) 너무 힘들어 말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 있다고
선배들이 쏘래서 한턱 쐈어요
(예정) 선배들이 왜 힘든 후배한테 한턱 쏘래? [강아지가 낑낑거린다]
(사현) 어? 동미
- (예정) 바다 - (사현) 아빠
우리 집에선 동미 바다 태어나기 전까진
알았어
(예정) 동미면 어떻고 바다면 어때
(사현) 동미야
우리 바다 태어나면 잘 지내야 돼
[원의 힘주는 신음]
감사합니다 [원의 옅은 미소]
아, 좋다
- 꿀물? - (원) 에이드요, 레몬
(사현) 음
[기침하며] 엄마, 아빠
쑹위안
그리고 우리 배 속의 바다
전화위복이란 말이 맞아
- 나한테 사건이 몰려 - (예정) 너한테?
(사현) 사람 심리가 참
[사현의 멋쩍은 웃음]
잘못, 원인 제공하고도
부혜령 상대로 유리하게 이혼한 걸로 됐잖아
이혼 사건이
정신없이 들어오는 거야, 나한테
[웃으며] 아주 정신이 없어
- (예정) [웃으며] 정말? - (사현) 네, 그러니 술들 사라고
사야지, 어떡해요
화가 복이 됐구먼
[문호의 웃음] (사현) 네, 아빠
아휴, 다행이야
하느님, 부처님, 천주님, 감사합니다
우리 쑹위안하고 바다가
- 복덩이인 거 같아요 - (예정) 맞아
(원) 어머님, 아버님 공덕이에요
- 그동안 잘 사셔서 - (사현) 들으셨죠?
저 두 분 아들인 거 참 신께 감사해요
쑹위안 만나게 해 주신 것도
(사현) 하느님!
[웃으며]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두루 선한 끝은 있는 겨
걱정 많았지?
맘 편히 가져
- 네 - (문호) 안 떨려 나는 거 확실혀?
[웃으며] 떨려 나다니요
대표 변호사 형 좋아 죽어
나갈까 봐 벌벌
[함께 웃는다]
인제
요만큼도 미안함 없어, 부혜령한테
미련도 없고, 원망조차도
그려
잘 먹고 잘 살라고 혀
뭐, 갖고 싶은 거 없어요?
전에 아빠 스포츠카 사 달라고 했지? 사 드릴게, 통 큰 선물!
통 크게 사양한다, 맘이면 됐어 [예정의 웃음]
- 왜? - (문호) 해 본 소리여
너도 인제 바다 태어나면 키워 봐
자식 자체가 기쁨이여
사 주겄다 하면 받은 거나 마찬가지여
맞아요
물질보다 마음
난 마음 자체가 없어
- (사현) 다 줘서 - (문호) 마음이 없다고?
[웃음] (사현) 네, 있는 건 몸뿐이에요
나도 한잔혀야 쓰겄어, 오늘 같은 날
맞아, 아빠도 한잔하시고 엄마도
아, 쑹…
쑹위안은 나중에
- 와인 드실래요? - (문호) 와인 말고
고량주
(혜령) 죄송해요
오늘 제가 감정 조절을 잘 못했어요
(반) 회식할 때 되지 않았어요?
(피영) 됐어요, 언제요?
이번엔 내가 쏠게요, 제대로
날짜들 정해 주세요
[경쾌한 음악]
[경쾌한 드럼 연주]
아빠, 나한테
[아파하는 신음]
[지아와 피영의 웃음]
[노크 소리가 들린다]
원장님, 퇴근 안 하세요?
[흥미로운 음악]
[차분한 음악]
[한숨]
[무거운 음악]
(향기) 네, 감사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여자1) 네
[향기가 컵을 달그락 집어 든다]
[향기가 컵을 달그락거린다]
(향기) 주문하시겠어요?
[노크 소리가 들린다]
[잔잔한 음악] (동마) 아, 마드리드행 티켓 좀 최대한 빨리 뜨는 거
네
[통화 연결음]
아빠
며칠 스페인 좀 다녀올게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반) 혜령 씨, 힘내고
예전 밝은 모습으로 얼른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우리 있잖아요, 드림 팀
일적으로요?
인간적인 드림 팀요?
양쪽 다라고 생각하는데 나 혼자 생각인가요?
드림 팀 맞아요
(반) 자
혜령 씨만 위안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저도 돌싱 됐어요
[흥미로운 음악]
[통화 연결음]
(동마) 어, 형
괜찮은 레스토랑 추천 좀 해 줘라
(동마) 어떤 손님 만나는데? 연령대랑
위로할 여인들이 있어서, 우리 팀
(동마) 아, 문자로 보낼게
- 공항 아니야? - (동마) 맞아
(동마) 다녀와서 얘기할게
(반) 응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시은) 이연희 결혼한대 청첩장 보내왔어
- (피영) 누구랑? - (혜령) 그때 그 유부남요?
아니, 대학 때 첫사랑이래
그럼 그렇지
그 본처 이혼 안 해 준다니까요?
(혜령) 누구 좋으라고
우린 천사표인 거예요
- 뭐 하는 남자래요? - (시은) 안 물어봤어
사람 됨됨이가 중요하니까, 조건보다
작가님, 향기 결혼할 때도 그렇게 얘기하실 거예요?
하긴
박 교수도 나무랄 데 없는 성품이었지
자연이나 사람이나 변하게 돼 있나 봐
- 우린 변하지 말아요 - (피영) 그럼
변할 인성들이 아니지
여자들이 보면 오히려 의리 있어
맞아
(시은) 근데 '사바나'?
얼마나 핫하길래 예약이 2주나 밀려 있대?
새로 오픈한 호텔 레스토랑인데
셰프가 외국 호텔에 오래 있었고
음식 좋다고 소문났어
서 부장 보면 은근히 최고급만 다니는 거 같아
그날요, 저녁들 드시고
자연스럽게 두 분 먼저 일어나시면 안 될까요?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 부장님한테 마음 있어요
[익살스러운 음악]
- 정말? - (혜령) 네
너무 나이 차 나지 않아?
- 몇 살 차이야? - (피영) 17살
(혜령) 연하 살아 보니까 별로예요 자기밖에 모르고
감당할 수 있겠어?
(시은) 그리고 무엇보다 서 부장 여자한테 적극적이지 않고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잖아요
이런 말 할 자격 없지만
아무튼 시도는 해 보려고요
(혜령) 전에 우리 엄마가 입의 혀같이 구는 남자는
다른 여자한테도 혀같이 군다더니
우리 남편이 딱 그 짝이었어요
부장님 같은 남자가 차라리 나을 거 같아요, 여러 면에서
- 단지 그 이유로? - (혜령) 댄디하고
은근히 매너도 있으시고요
지킬 거 지키고
뭔 얘기인지 알아 [혜령의 옅은 웃음]
도와주실 거죠?
그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겠다
- 내색들은 마시고요 - (시은) 안 하지
쉽진 않을 거 같아요 부장님 워낙 혼자 오래 살았고
(시은) 어쩌면 '생큐 소 머치' 할지 몰라
서 부장한텐 차고 넘치잖아 혜령 씨 정도면
거들어 주세요, 일 돼 가는 거 봐서
모레 일단 나란히 앉아 봐 그림 되는지 보게
은근 잘 어울리는 비주얼 아니야?
(혜령) 아참
이것들 쓰세요
이런 데
관리 안 하면 완전 나이 들어 보여요
- 이제 늦었지, 뭐 - (혜령) 안 늦었어요
우리 향기한테 미리 알려 줘야겠다 일찌감치 관리하라고
맞아
요즘 스마트폰들 많이 하니까
미리부터 관리하면 좋죠
[흥미로운 음악]
이렇게
(피영) 선수를 치시겠다?
(시은) 자기도 놀랐지?
(피영) 응 그래서 메이크업도 바꿨나 봐
내추럴하게
부장님 아무래도 보수적이니까
(시은) 그랬나 보네
- 하여튼 머리 좋아 - (피영) 언닌 뭐, 머리 나빠?
난 그런 쪽으론 안 돌아가
공부 머리, 살림 머리 외엔
머리 좋아도
남편 뺏긴 건 마찬가지야
우리나 부혜령이나 도찐개찐 [시은이 피식한다]
젤라토 있어
[작은 목소리로] 쉿
- 쟤들 또 먹으려고 그래 - (시은) 자긴 나보다 더 철저해
난 마음이 약해서
(피영) 식습관 잘 들여야 돼, 언니 어려서부터
그렇지, 그게 정말 자식 위하는 건데
오늘 사연 읽으면서 부혜령 눈시울 적시고 한 거
- 콘셉트였던 거 아니야? - (시은) 아무리
벌써 재혼 생각하면서 그 정도 사연에 눈물이 나?
부혜령 같은 프로가?
(피영) 더한 슬픈 사연 읽을 때도
목메고 눈시울 붉힌 적 없잖아
[흥미로운 음악] 맞아
부장님한테 여리여리 여자로 보이려고
부혜령 각본대로 부장님은 회식 제안했네
- 위로 밥 사려고 - (시은) 듣고 보니까 그런 거 같아
[시은의 헛웃음] (피영) 수가 높아, 두뇌가 팽팽 돌아가
언니랑 난 따라갈 수가 없어
- 젊으니까 - (피영) 젊어 그래?
- 타고나는 거야, 끼는 - (시은) 끼까지는 아니고
서 부장님 스타일일까? 부혜령
서 부장은 남자 아니야?
젊고 이쁜데 왜 마다해
- 정도 들었겠다 - (피영) 정?
(시은) 1년 넘게 얼굴 봐 왔잖아
자연스럽게 든 정 무시 못 해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우리도 마찬가지네, 그럼
정들긴 [시은의 옅은 웃음]
- (지아) 잘 먹었습니다 - (우람) 저도요
(피영) 일찌감치 저녁도 배불리 먹었겠다
엄마랑 수영 어때?
(지아) 엄마가 웬일?
(피영) 우리 딸이랑 수영이 하고 싶네?
(지아) 좋지
(피영) 엄마도 독한 마음 먹고 제대로 수영 시작해야겠다
매일 아침이든 저녁이든 지금부터 관리해야지
(지아) 그렇지
저녁이 좋지 않아?
아침엔 너무 바쁘니까
(피영) 응, PT도 받고
우리 담임 선생님 겉옷 벗으니까
- 여기 있지? - (피영) 날개 살?
- 완전 처졌어 - (피영) 그렇게 안 되도록
- 엄마 노력해야지 - (지아) 응
- 엄마 늙는 거 싫어 - (피영) 엄마도
우리 딸 계속 건강하고 날씬하게 컸으면 좋겠어
엄마 등쌀에 찌려 해도 못 쪄
- 뭘 먹여 줘야 말이지 - (피영) 굶겨? [지아와 피영의 웃음]
얼마 만? 엄마 이렇게 소리 내 웃는 거
- 좋아? - (지아) [영어] 당연하지
- [한국어] 노력할게 - (지아) 억지로 노력하진 말고
뭐든 억지로 하는 건 좋지 않다고 했어, 아빠가
아빠다운 말이네
지아야
엄마 이렇게 계속 아빠랑 떨어져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
- 왜? - (피영) 거리상 멀지도 않고
옛날에도 양반가에선 사랑채엔 남자, 별채엔 여자
이렇게 떨어져 지냈어
맞아, 사극 드라마 보니까
근데 아빠 싫어할걸?
아빠도 불편함 없잖아 할머니 계시니까
어떤 장점이 있냐 하면
연애하는 기분?
더 아빠랑 사이가 애틋하고 돈독해지는 느낌?
매일 붙어 있지 않으니까
- 그럴 수도 - (피영) 훨씬 좋아
아빠도 엄마 잔소리 안 듣고
아마 속으론 편할 거야, 방귀도 뿡뿡! [지아의 웃음]
[웃으며] 엄마 눈치 안 보고 뀌고 [함께 웃는다]
어디 가?
- 수영장 - (동미) 나도 오랜만에
저도요!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 어디 가? - (유신) 잠깐 누가 보재서
- 저녁? - (유신) 아마 먹을 거야
[흥미로운 음악]
- (아이) 어? 언니, 안녕 - (지아) 어
- 누구랑 왔어? - (아이) 엄마랑 왔어
- 알았어, 재밌게 놀다 가 - (아이) 응
(지아) 안녕
어? 부장님
제대로 인사
- (지아) 안녕하세요 - (반) 오랜만
- 6학년 됐지, 이제? - (지아) 네
- 방금 오셨나 봐요? - (반) 네
민망하게 여기서 뵙네요
그럼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민망하게요?
- 지아, 수영 웬만큼 해? - (지아) 네
(피영) 준비 운동 하고 물 적시고
어머님, 이거 드세요
어머님, 요새 걷는 건 좀 어떠세요?
(동미) 아직 멀쩡해
[차분한 음악] 지금부터 관리하셔야 해요
- 튼튼해 - (아미) 어머님 생각이시죠
- 내 몸 자기가 더 잘 알아? - (아미) 어제 엘리베이터 점검이라
계단 내려가실 때 옆으로 내려가셨잖아요
남이사 옆으로 내려가든 앞으로 내려가든
(아미) 시원치 않으시니까 옆으로 내려가신 거예요
할머니들 다 똑바로 못 내려가잖아요, 거의
[한숨]
신경 써서 사 온 건데 들어요
[한숨]
(아미) 식사하세요
[어이없는 숨소리]
- 식사? - (아미) 진지 드세요
(동미) 앞으로 내 몸 생각해 주는 척
건강식품, 건강 제품 그런 거 디밀지 마
- 왜요? - (동미) 몰라?
(동미) 나 나이 들었다는 거 강조하는 거 아니야, 아비 앞에서
아니에요
- 전 정말 어머님 생각해서 - (동미) 시끄러워
- 왜 봐? - (아미) 어머님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요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셔야 해요
- 뼈가 얼마나 중요한데요 - (동미) 다물어
냉국 끼얹기 전에
[한숨]
(아미)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세요?
[흥미로운 음악]
밥 먹어
- 말 안 들려? - (아미) 내 눈 갖고 내가 봐요
- 이게! - (아미) 냉국 끼얹는다고요?
[헛웃음]
오빠나 사람들 앞에선 세상 우아하시면서
나불거릴래, 계속?
(아미) 사람은 누구나 인격이 있어요
윗사람이면 윗사람답게 처신하셔야죠
처신? 너 지금 가르치려는 거야, 날?
세 살 아이한테도 배울 게 있다고 했어요
한마디만 더 해
[수저를 탁 놓으며] 할 건데요?
[분노에 찬 숨소리] 이…
[흥미진진한 음악]
[동미의 거친 숨소리]
(동미) 이…
[도어 록 작동음]
[긴장되는 음악]
[한숨]
[한숨]
[한숨]
[무거운 음악]
[웃음]
[한숨]
(지아) 엄마, 배 안 고파?
나 라자냐 먹은 거 소화 다 됐어
[옅은 웃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차 문이 탁 닫힌다]
[자동차 시동음]
(사현) 내일부턴 일찍 못 들어와요
- (문호) 일 때문에? - (사현) 네
(예정) 걱정 말아 남자야 원래 밖으로 도는 거지
- (사현) 엄마 - (예정) 응?
(사현) [웃으며] 이게 행복 아니에요?
(예정) 왜 아니야 강남까지 좋아지려고 그래
강남 한복판 별로였구먼
(문호) 이참에 우리도 옮겨요?
(예정) [웃으며] 무슨 말을 못 해 [밝은 음악]
네 아버지는 애처럼 [원의 웃음]
(문호) 원래 남자는 애라잖아요
쑹위안
- (원) 네? - (문호) 새겨듣고 잊지 말아
(문호) 남자는 애라는 사실
[사현이 피식한다] (원) [웃으며] 네
(문호) 아따, 저 개 머리 후카시 넣은 것 좀 봐
머리가 웬만한 수박 통만 혀 [문호의 웃음]
(사현) 아빠, 일본 말이에요, 후카시
[강아지가 월월 짖는다] (여자2) [웃으며] 루미
레오
레오, 잠깐 기다려
- (문호) 견종이 뭐여요? - (여자2) 비숑요
(문호) 특이혀, 헤어 디자인이
(원) 참 관리 잘하셨어요, 이쁘게
- (사현) 여자애들 같아요 - (여자2) 모자요
(여자2) 얘가 엄마, 아들 [문호가 호응한다]
- (여자2) 믹스인가 봐요? - (문호) 유기견 입양했어요
- 우리가 족보지, 뭐 - (여자2) 그럼요
며느님이세요? 따님이세요?
딸요
- 사위 - (여자2) [놀라며] 보기 좋으세요
(사현) 저희 장모님 미인이시죠?
(여자2) 네, 너무 고우세요 [예정의 멋쩍은 웃음]
[함께 웃는다] - (문호) 네 - (여자2) 가자, 가자
[강아지가 멍멍 짖는다] (여자2) 레오, 아이, 좋아
(사현) [웃으며] 장인어른 안 더우세요?
(문호) 맥주 한 조끼 사 줄랑가?
(사현) 어, 치맥 파티 할까요? 처음으로?
(예정) 사위가 사 주면 먹어야지 이쁜 사위가 사 준다는데 [원의 웃음]
동네에 야외 포차 있어요
[긴장되는 음악]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한숨]
(반) 등심, 안심?
(지아) 다 좋은데 저희는 안심 먹어요
마블링 없는 고기
등심 드세요, 등심 좋아하시죠?
- 안심 4인분요 - (피영) 많이 안 드시잖아요
- (피영) 3인분요 - (직원2) 네
지아 몇 살 때부터 수영했어요?
(지아) 부장님 직접 저한테 물어봐 주세요
4살 때부터 시작은 했는데 물을 별로 안 좋아해서,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억지로 생존 수영 배웠어요
- 잘했네 - (지아) 부장님은요?
(반) 나도 거의 비슷해
아버지가 일로 바쁘셔서
부모님이랑 수영장 다닌 기억은 없고
코치 형한테 배웠어
(지아) 부장님, 캡 쓰시니까 훨 젊어 보이세요
형아 분위기?
우람이가 부장님 얘기 가끔 해요
부장님이랑 야구하고 싶다고
(반) 하지, 뭐, 못 할 거 있어?
전 하는 건 별로라도 보는 건 좋아하니까
- 저도 불러 주세요 - (반) 응
셋이 같이 할 수 있는 거 뭐 없나?
많죠
[한숨]
[무거운 음악]
[차 문을 탁 닫는다]
- (반) 엄마 거 - (피영) 감사합니다 [지아의 웃음]
(지아) 잘 먹겠습니다
[다가오는 발걸음]
(직원3) 몇 분이세요?
[차 문을 탁 닫는다]
[사현의 옅은 웃음]
[사현의 한숨]
(사현) 우리 바다, 잘 자, 얌전히
자는 엄마 차지 말고
엄마 자다 놀라 [원의 옅은 웃음]
- (원) 응? 아, 그냥 편히 자요 - (사현) 난 이게 편해요
(사현) 이래야 잠 와
[사현의 힘주는 숨소리]
불편한 거 아니지?
(원) '아니지'? [사현의 웃음]
(사현) 아니죠?
'너'라고 하면 칠 거예요?
궁금하면 해 봐
자기야
왜? [사현의 탄성]
(사현) 행복하다, 정말
꿈같은 현실
어머님, 아버님 계시니까 걱정 말고 늦어도 돼
맘 편히
엄마, 아빠도 두 분만 적적히 계시다가
아빠 목소리랑 표정이 확 달라지셨어
(사현) 우리 이쁜이 복덩이
나의 서방님
[부드러운 음악]
- 다시 해 봐 - (원) 서방님
인제부터 나 서방님이야, 호칭
[피식하며] 그런 게 어디 있어
불러 주고 어디 있냐니 마음에 든다니까, 아주
- 둘이 있을 때만 - (사현) 오케이
(사현) 오늘은 서방님 머리 안 만져 줄 거야?
[사현의 편안한 숨소리]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심적으로 외로웠던 저에게
사랑스러운 쑹위안을 보내 주시고
[피식한다]
바다까지 잉태시켜 주셔서 한없이 감사
감사드립니다
이 행복 영원하도록 노력할 것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맹세합니다, 아멘
[아미가 흐느낀다]
아침에 어머님한테 선물드린 거 드시라고 했잖아
(아미) 그거 가지고 뭐라 하시는 거야
[흥미로운 음악] 생각해 주는 척 말라고
다신 디밀지 말라고
그래서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셔야 한다
그러는데
쏘아보시면서 다물래
내가 너무 깜짝 놀라서 쳐다봤더니
어딜 쳐다보냐고
내가
'어머님', 제가 그렇게 미우시냐고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말도 있는데'
'저 노력하잖아요 좀 이쁘게 봐주세요' 그랬어
주둥이 다물래
눈물이 나는 거야
울면서 내가
'저도 우리 집에선 소중한 딸이다'
'너무하시는 거 아니냐' 그랬더니
'시끄러워!' 윽박지르시면서
나한테
오이냉국 끼얹으셨어
[한숨 쉬며] 어디 가셨어?
몰라
오빠한테 한 소리 들을까 봐 성북동 가셨는지
그러더니
나한테 달려들어서
내 머리채를 잡는 거야
[아미가 흐느낀다]
간신히 뿌리쳤어
[도어 록 조작음]
[문이 탁 여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드르륵 열린다]
[분노에 찬 숨소리]
[동미의 한숨]
이거 사람 아니야
나 어금니 흔들거려
[흥미로운 음악] - (아미) 어금니가요? - (동미) 어떻게 어른을 쳐?
- [헛웃음 치며] 어떻게? - (아미) 제가 언제요?
[기가 찬 숨소리]
이런 무서운 걸 끌어들였어
전 어머님이 너무 무서워요
무서워?
(동미) 두 번만 무서웠다간 내 허리 꺾어 놨겠네?
이 손목 봐
- (아미) 내 머리 안 놓으셨잖아요! - (동미) 내가 언제!
머리 뭉텅이 빠진 거 보여 드려요?
(아미) 놓으시라고 할 수 없이 어머니 손목 잡았어요
이야…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예비 시어머니를 패? 어떻게?
- 신문의 토픽감이지 - (아미) 어머님 같은 시어머니
인터넷에서도 본 적이 없어요
(아미) 아까 성내시는 얼굴
[흐느끼며] 태어나서 그런 얼굴 처음 봤어요
[어이없는 숨소리]
이게 증거야!
저건 멀쩡하잖아! [아미가 오열한다]
야! 연기하지 마!
오빠
이빨이 흔들거려서
(동미) 응급실에 치과는 없고
남편이 치과 원장인 애 집에 실례를 무릅쓰고 달려갔더니
다행히 빠지지는 않겠대 내일 병원으로 오라고
너 고소할 거야
이 정도면 전치 6주 아니야?
어머님, 자해하신 거 아니에요?
맞죠? [동미의 기가 찬 신음]
(아미) 아니면 저 잠깐 정신 잃었어요?
[기가 찬 신음]
내 머리 꺼들리셨고
내가 어머님 손목 잡았고, 놓으시라고
아, 맞아
어머님이 확 꺼들려 당기시는 바람에
내 머리 어머님한테 부딪쳤어요 얼굴에
[기가 찬 숨소리]
CCTV 설치해야 돼
가
옥신각신 싸우지 말고
누나도 성북동으로 가
누가 오라고 했어?
왜들 와서 싸움들이야?
[흥미로운 음악]
[유신의 피곤한 신음]
[작은 목소리로] 독사 같은 년
[작은 목소리로] 지롤을 떠세요
[놀라는 숨소리]
[놀라며] 오빠!
[유신이 문을 탁 연다]
[떨리는 숨소리] [문이 탁 닫힌다]
[차분한 음악]
[풍경이 잘랑거린다] [목탁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스님이 불경을 왼다]
[스님이 목탁을 탁탁 두드린다]
[스님이 계속 불경을 왼다]
(동미) 매미 붙여 뒀다간 아비 알거지 되는 거 시간문제야
단물 재산 다 빨리고 결국 차여
내 나이 육십 평생에 그런 두 얼굴은 처음 봤으니까
[의미심장한 효과음]
내 말은 더 이상 먹히지 않고
어린거한테 완전 빠져서
명분도 없고
어미가 나서야 돼 그러지 않으면 큰일 나
아주 무서운 게 들어왔어
- 제가 왜요? - (동미) 지아 물려받아야지, 재산
- 죽 쒀서 개 줄 거야? - (피영) 치사해요
돈이 얼마나 중요한데 치사야?
이 멍 봐, 얼굴이랑
- 정말 쳤다고요? - (동미) 내가 지어서 뒤집어씌워?
화장 지우면 누렇게 멍 자국 남았어 일주일이나 지났건만
정말 맘 같아선 고소해야 하는데
- (피영) 하세요 - (동미) 아비 때문에
살 빼려고 복싱하는 게 아니라 사람 치려고 하는 거야
잘 살라고 하고 나 같으면 성북동으로 가겠어요
아비랑 똑같은 소리 해
상황의 심각성을 몰라
저도 명분 없긴 마찬가지예요
힘들게 이혼 도장 받아 놓고
감 놔라, 배 놔라, 말 안 되잖아요
그 어린거한테 자기랑 나 이렇게 손들어야겠어?
(피영) 인생이 그런 거죠, 뭐
계획대로, 뜻대로 살아져요? [동미의 한숨]
[목탁 두드리는 효과음] (동미) 이혼하더니 부처님 되셨어
열반은 안 하시나?
[유신의 한숨]
[한숨]
[무거운 음악]
[한숨]
(해륜) 방송 날짜 잡히면 알려 주고
네, 교수님
잘됐어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무거운 음악] 삐 소리 후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통화 종료음]
[한숨]
- (가빈) 어디로 가? - (동마) 청평 세컨드 하우스
그냥 집에 내려 줘
가면 짐 정리해야 할 거 아니야
깔끔한 성격에 대충이라도 청소할 거고
병나
해 놨을 거야
박 교수가?
[동마의 한숨]
고마워
스페인까지 와 주고
부모님 함께 모셔 주고
이 고마움은 평생 기억할게
안 좋은 거…
안 좋은 게 아니라
힘들었던 거
다 잊었으니까 부담 갖지 말고
부담 갖는 성격 아니야
어쨌든
[방향 지시 등 작동음]
결혼하자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하자고, 결혼
(동마) 사랑은 아니란 얘기네?
사랑하면 헤어지는 게 서동마 취미인가?
[웃음]
교활한 년
- 아픈가 보네 - (동마) 네, 좀
(여자3) 정신을 잃어버렸어
- 깨우지 마 - (유신) 안 깨워
(유신) 시원한 맥주가 당기는데
- 진통 와요! - (문호) 진통? [원의 힘겨운 신음]
[아기 울음] (시은) 남가빈 아기 낳았어?
[사람들의 탄성과 웃음]
[경쾌한 드럼 연주]
[카메라 셔터음]
아비, 골프 가자
[의미심장한 효과음]
[동미의 겁에 질린 신음]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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