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S3.1
[주제곡]
[부드러운 음악] (사현) 진통 와요! [원의 아파하는 신음]
- (문호) 진통? - (예정)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웃으며] 성질
좀 급한 놈이
아니, 녀석이 나오나 벼
(예정) 내 거예요!
[힘겨운 목소리로] 목 졸려요! 참 [예정이 혀를 쯧 찬다]
아, 여자 거면 어떻고 남자 거면 어떻고
누가 안다고?
(예정) 왜 몰라
- 먼저 내려가 차 빼! - (사현) 네!
(예정) 의사 있대? 담당 의사
(사현) 아직 답요!
[예정과 문호의 한숨]
(문호) 최 기사 퇴근 안 시킬걸
뭐, 꿈꾼 거 없어요?
없어
이 판국에 무슨 꿈 타령
얼마나 중요하고 기쁜 판국이여, 이 판국이?
근디, 씁 왜 일주일 당겨 나오냐 이거지
무신 이유로?
(문호) 오늘 며칠이여? 음력으로
양말 신어요
(문호) 아, 됐어
아유, 까져요, 발, 뭐가 돼?
까져도 내 발 까져
신는 데 10분 걸려, 20분 걸려?
참!
(문호) 대비혀서 내가 휠체어 주문해 놨잖여
어디 있지? 휠체어
(예정) 응? 어디 있지?
(문호) [힘주며] 배달 왔다고 혔잖아요
(예정) 내가요?
(문호) 분명히, 요저께
(예정) 최 기사 아니에요?
(문호) 그럼 차에 실은 거 아니여? 트렁크에?
(예정) 몰라, 난 실으라고 안 했어
읏차, 아이고 [원의 아파하는 신음]
(문호) 참아, 조금만
저기, 업힐 수 있겄어?
(예정) 누구한테 업혀?
- 걸을 수 있겄어? - (원) 네
(문호) 어, 전화!
- (예정) 가, 응 - (원) 저…
- (문호) 내 전화 - (예정) 전화가 문제예요?
아, 저기, 아기 출산 가방이요
(예정) 아! 제일 중요한 거
(원) 아, 저, 옷장에요
[문이 달칵 열린다] 정신 차립시다, 이런 때일수록
(문호) [작은 목소리로] 조심해 [원의 힘겨운 숨소리]
휠체어 트렁크에 있나 벼, 내 차
얼른 병원 가야죠
- (원) 아… - (예정) 허리 조심
(예정) 아이참
[문호의 비명]
왜? 왜? [차 문이 달칵 열린다]
담…
(예정) 담? [익살스러운 음악]
[문호의 힘겨운 신음] 담 걸렸다고, 이 판국에?
[차 문이 탁 닫힌다]
[문호의 아파하는 숨소리] [사현의 힘주는 신음]
(예정) 네 아버지 담 걸렸대
못 걷겠어?
배까지 틀어, 갑자기, 아…
[아파하는 신음]
지아야
할머니 수제 버거 안 먹고 싶어? 생각 안 나?
닭튀김이랑 묵은지김밥이랑
먹고 싶어요
근데 통 놀러 안 와? 전화 한 통도 안 하고
엄마 바쁘니까요
할미가 데리러 가지, 아무 때건
엄마는 살찐다고 먹는 거 좋아도 안 해
(도우미) 지아야, 저녁 [문이 달칵 여닫힌다]
어디 가?
죄송한데요, 아빠 집에 좀요
[차분한 음악]
(시은) '빈'
'너는 갓 씻은 햇살로'
'반듯하게'
'내게 오지'
[문호의 힘겨운 숨소리] (예정) 설사예요?
완전 설사는 아니고
(예정) 그냥 있읍시다, 우린
하늘이 가지 말란 뜻 같아
가족 분만실이라 쑹위안도 불편할 거고, 아무래도
그런가?
(예정) 그렇지, 나라도
조용히 기다려요
(문호) 씁, 그려도
우리가 직접 현장에 있어야 하는디
뭐, 사건 현장이야?
오늘 이상하게 까칠해요
무슨 까칠?
내 말에 꼬박꼬박
맞장구쳐 주는 거지
거의 40년 살았는데 맞장구쳐 주는 거 모를까?
(문호) 걸고넘어지는 거 모르고? 한마디씩
당신이야말로, 좋은 날에
그렇지?
좋은 날
경사스러운 날
[웃음]
설레 죽겄어
어떤 게 나올지
[원의 힘겨운 숨소리]
진통이 규칙적으로 와요?
아직
아…
모르겠어
[사현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휴대전화 벨 소리]
[원이 숨을 후 내뱉는다]
[이어폰 조작음]
- 네, 아버지 - (문호) 잘 가고 있어?
[원의 힘겨운 숨소리] - (문호) 아직 도착 못 혔어? - (사현) 네
(문호) 쑹위안은 어뗘?
- (문호) 많이 힘들어혀? - 네
우린 집에 있으려고
- (문호) 기도하는 맘으로 - (사현) 아, 네
(문호) 네 엄마가 쑹위안 괜히 불편할 수 있다고
뭐 꿈꾼 거 없어?
(사현) 네
- (문호) 있다고, 없다고? - (사현) 없어요
(예정) 꿈 타령은
운전하게 끊어요
안전 운전 해야 돼
- 들어가 - (사현) 네
- 안전 운전 - (사현) 네
저기
생각을 돌리라고 혀
얼마큼 아픈가 그것만 신경 쓰지 말고
(문호) 재밌는 생각 코미디 프로가 됐든
아!
바다 생길 때 그 생각 하믄 싹…
(문호) 악! 씁, 아파!
아, 왜 꼬집고 난리여?
아휴
도착하면 문자 보내
가족 분만실 들어가면
네
[통화 종료음]
주책이야!
- (예정) 할 말, 못 할 말 - 무슨 못 할 말?
[원의 한숨]
[잔잔한 음악]
내 실체
알고 가요
알아요
몰라요
젊음만 알지, 나이 듦에 대해선
사랑이 어떤 건지
어떤 감정인지
인제 정확히 알겠어요
저기, 내 자존심 지켜 줘요
평생요
오늘 내 실체 정확히 알고
끝내자는 뜻이에요
[힘겨운 숨소리]
(피영) 지아 씻어요?
[웃으며] 전화를 안 받아
(도우미) 지금 막 아빠 집 내려 줬어요 [무거운 음악]
아빠 집엔 왜?
(도우미) 저 지금 운전 중이거든요
- 빨리 들어가서 지아 데려 나와요 - (도우미) 네?
- 데려 나오라고요! - (도우미) 왜요?
- 이유 묻지 말고 빨리요 - (도우미) 네
[통화 종료음]
[문이 탁 닫힌다]
누구세요?
못 들었어, 엄마한테?
아빠 여자 친구
할머니, 농담 말고
농담 아니야
직접 설명해
꺼져!
[문이 달칵 여닫힌다]
(동미) 배고프지, 우리 강아지?
할머니 얼굴 보니까 더
두툼한 한우 패티 굽기만 하면 돼
[동미의 웃음]
아보카도도 넣어 주세요
당근이죠
아보카도에 양상추에 토마토
[동미의 웃음]
(지아) 아빠는?
[부스럭거리며] 저녁 약속
(지아) 맨날 술 드셔, 아빠? 우리 없다고?
아니 [초인종이 울린다]
(도우미) 사모님이 지아 데려오라셔요
[차분한 음악] [인터폰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 (도우미) 지아야 - 왜요?
햄버거 먹고 갈게요
(도우미) 빨리 오라셔 무슨 일 있으신가 봐
다시 놀러 올게요,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
잘 가, 우리 강아지
네
[문이 달칵 여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머리를 몇 시간씩 [도어 록 작동음]
(아미) 남이야 몇 시간씩 감든 뽑든 밀든
관심 끊으세요
관심이라고 생각해?
누구 다녀간 거예요?
귀 어두워지셨어요?
(동미) 재밌는 구경 좀 하려고 했더니, 지아
[무거운 음악]
뭐랄 거야? 아빠 뺏은 여자라면
마음의 준비 하고 있어요
어려도 야무지고 사나워
(동미) 엄마 닮았거든, 성격
우리 원장님 딸이라면 0순위고
딸 바보가 아니라 천치에 가까워
지아가 납득하겠어?
길길이 눈 뒤집고 뛰지
그럼 우리 아가미 씨가 울고불고 매달려도
끝내든, 이 집에서 나가야 할걸?
- 그럴까요? - (동미) 네
이 세상 장담할 수 있는 거 아무것도 없어요
내 말이요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사람 일이에요
누구 맘대로 아가미래요?
내 맘이요!
나도 동치미라고 불러요?
[익살스러운 음악]
동치미
동치미 담글 때 됐죠?
(아미) 맛있게 담그세요
국수 말아 먹게
[체온기 작동음]
(의사) 저기…
두통이나 어지럽진 않아요?
- (원) 네 - (의사) 음…
자정 넘길 거예요 아직 개대도 안 됐고
'개대'요?
[분위기 있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지아 혹시 다친 거 아닐까?
(혜령) 아니에요
다쳤으면 다쳤다고 하죠
(반) 이따 문자 한번 해 봐요 [휴대전화 진동음]
[혜령의 한숨]
(혜령) 죄송해요, 매니저 전화라
어
(매니저) 언니, 내려와 보세요 차 받혔어요
주차장에서?
(매니저) 네
서 있는데?
(매니저) 어떤 아저씨가 술 완전 꽐라 돼 가지고
[한숨]
갈게
다치진 않았대요? [통화 종료음]
봐야죠
(반) 같이 가요
- 잠깐 있어요 - (시은) 네
백은 갖고 가 나 화장실 갈지도 모르고
[멀어지는 발걸음]
[쓸쓸한 음악]
[술병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내일 퇴원하겠다고 했어
[동마의 힘주는 숨소리]
(가빈) 조금 알아봐 줘, 박 교수님 별일 없나
별일 없으니까 조용하지
어쨌든 알아볼게
그쪽 걱정은 말고 우리…
어떻게 걱정을 안 해
내 걱정도 전혀 안 했지?
[쓸쓸한 음악]
가
(동마) 아, 걸핏하면 가래
이쁘다
결혼식 때 메이크업 진하게 하지 마, 안 어울려
일일이 간섭 마
누가 결혼한대?
간섭이 아니라 관심, 애정
(동마) 날짜는 여자 쪽에서 잡는 거라며?
최대한 빠른 날짜로 정해
시간 끌 거 없어
남가빈
더 이상 상처받게 안 해
[한숨]
[가빈의 한숨]
[무거운 음악]
[떨리는 숨소리]
[분위기 있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다가오는 발걸음]
- (반) 가셨어요? - (웨이터) 네
[달그락거리는 소리]
[차분한 음악]
(지배인) 계산하셨는데요
- 이시은 씨가요? - (지배인) 네
[다가오는 발걸음]
[시은이 부스럭거린다]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음성 녹음은 1번 이동 전화 호출은 2번…
[삐 소리가 흘러나온다]
살았어, 죽었어?
여행 간 거야?
마음 추스르러?
애들 생각해서 엉뚱한 마음은 먹지 마
박 교수님 정도면
[피식 웃는다]
[잔잔한 음악]
또 금세 누구 만날 거 아니야
목소리 스위트해
풍채 좋아, 인물 좋아
존경받는 직업에
존경…
나도 우리 애들도
참 당신 존경했다
어쩌다 우리 집 이렇게 됐는지 모르지만
(시은) 그놈의 바람인지 뭔지 때문에
어쨌든 살아
사는 게 답이야
'이 또한 지나가리'
나도 그 말 수도 없이 되새기면서 견뎠어
애들 더 이상 걱정하는 일 없게
우리 집은 뒤바뀌었어
다른 집은 애들이 문제 일으키고 속 썩인다더구먼
있지
나 같아도…
아니야, 됐어
술 너무 마시지 마
심정 말이 아니겠지만
(시은) 인제
내 심정 짐작돼?
어땠을지?
[흐느낀다]
[차분한 반주가 흘러나온다]
[부드러운 음악]
(유신) 당신 이번 생일 땐 특별한 선물 할 거야
돈으로 살 수 없는
자기 마누라 속물이야 [웃음]
물질 선물도 하고
농담
물질 아니면 마음?
(유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선물
궁금해
말해 줘
[낮은 목소리로] ♪ 나에게 말해 줘 ♪
♪ 사실을 말해 줘 ♪
[피영의 웃음] (유신) ♪ 정말 네 마음을 말해 줘 ♪
언제 적 노래야?
(유신) ♪ 날 사랑하는지 ♪
♪ 얼마만큼인지 ♪
정말 네 마음을 보여 줘
먼저 보여 줘
- 타투 하려고 - (피영) 타투?
(피영)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닥터께서?
그것도 정신 건강 의학과
배나 허벅지에 자기 이름 새길 거야
허벅지 안쪽?
- 바깥쪽? - (유신) 안쪽
사람들 보여 주기 싫은가 봐 모양 빠지니까
이마에 새길게
[웃음]
[따뜻한 음악]
난 그럼 '신유신 내 거'
아니
'사피영, 신유신 거' 새겨?
자기는 말고, 아파
당신 아픈 거 싫다
나도, 우리 남편 아픈 거 싫어
난 괜찮아
자기만 있으면 뭐든 다 자신 있어, 몰라?
알아
어쨌든 감동
진심이야
- 글씨체는 자기가 정해 - (피영) 됐어
(피영) 이다음에 할아버지 돼서 수술할 일 생겼어
수술장에서 간호사랑 의사가 보고 뭐라고 할 거야?
'이 할아버지 좀 노셨네?'
[피영의 웃음] (유신) 아내 이름 새긴 거니까
로맨시스트라고 할지 몰라
수영장 가서도 그렇고
어쨌든 늙으면 별로야
그런가?
마음이면 충분
느껴져
[쪽]
(유신) 진하게 더
[함께 웃는다]
[차분한 반주가 흘러나온다]
[다가오는 발걸음]
(여자) 오빠, 같이 춤추자
[휴대전화 진동음]
왔어?
(아미) 어, 차 몇 층?
발레 맡겼어
[문이 탁 닫힌다]
- 아미요 - (동미) 좀 전에 나갔어
지아 아빠 전화 받고
(동미) 냉수 줄까, 식혜 마실래?
생각 없어요
(동미) 회식했나 보지?
지아 왜 오게 했어요?
연락도 없이 그냥 왔어
아무 때건 오라고 했다면서요
'했다면서요'?
생각이 없으신 거 아니고
[어두운 음악]
무슨 저의신 거예요? 음식 핑계로
저의라니?
아미 보게 해서
지아 상처받으라고요?
술 마셨다고 말 함부로 말아 위아래 없이
어른으로서…
기막혀서 말이 안 나와
(피영) 한창 감수성 예민한 애한테 사춘기…
사춘기 딸 나 몰라라 이혼 강행한 건?
(동미) 눈치 못 챘겠어? 척하면 척인데, 지아
아직 애예요, 세상 물정 모르는…
(피영) 그리고 그런 말로 합리화 마시고요
왔다 갔다 잘 지내는데 어떻게 눈치를 채요?
어쨌든
시간문제야, 아는 거
어머니가 왜 나서시냐고요!
얻다 언성이야?
- 맘 같아선 더한 것도… - (동미) 치겠다고?
내가 남도 아니고…
나 단순한 사람인 거 몰라?
아니요 어머니 단순하지 않으세요, 절대
나이 들어 봐
내년이면 나 육십이고 예전 같지 않아, 몸도 정신도
나이 들면 나잇값…
(피영) 지혜도 늘어야죠
지아 입장에서…
애 안 낳아 봐서 모른다는 말씀 마시고요
거의 반백 년 엄마 노릇 하셨어요
가슴으로 낳아 키우셨다면서요?
요저께 그냥 보고 싶은 마음에 전화했던 거야
(동미) 이모 아줌마 양심은 바른데 음식 솜씨는 별로라며?
지아 좋아하는 것 좀 해 주고 싶은 마음에
부모 갈라선 것도 모르고, 짠해서
당분간 모르게 할 거라고 했어요, 안 했어요!
범인 취조해?
어디 시어미한테…
눈 뒤집혔어요, 저
만만한 게 나지들?
(동미) 다 나한테 화풀이고 공격이고
계모 시어미라고 무시해?
깍듯이 모셨어요 이혼 도장 찍을 때까지
뭘 얼마나 깍듯이?
(동미) 인제 남이나 마찬가지라고 막 대해도 된다는 거야?
말 돌리지 마세요
무슨 돌려!
내 입장에서도 생각해 봐
(동미) 나한테는 인제 유신이보다도 지아야
나라고 정나미 안 떨어졌겠어?
할머니 집으로 옮긴 뒤로 한 번도 여기 발걸음 안 하잖아
눈에는 밟히고 순간적으로 그 생각만 들었어
아미 봤으면 뭐라고 했을 건데요?
둘러댈 말 없을까 봐? 많지
- 어머니! - (동미) 귀 안 먹었어
- 그만하세요 - (동미) 뭘?
머리 쓰는 거요
나중에 얘기해, 맨정신일 때
술 먹고 와서 주정도 아니고
오늘 지아가 모든 사실 알았으면요
어머니랑도 끝이에요
내가 바람피웠어?
끝난 거나 마찬가지야, 하는 행동
좋은 생각…
다른 사람 생각도 좀 하면서 사세요
본인 잣대로 남 판단 말아
이혼 도장 찍었더라도 결과는 이렇게 됐지만
어쨌든 내 덕에 신씨 집안 며느리 됐어!
[고조되는 음악] (동미) 시어머니, 며느리로 인연 맺어 살아온 세월이 얼마인데
전화 한 통화 트집 잡아서 이러는 거 말이 되는 행동이야?
눈 부릅떠 가면서 윽박질러 가면서!
어이는 내가 없어, 정말
(피영) 솔직히 어떤 감정이셨던 거예요, 어머니?
- 무슨 감정? - (피영) 신유신요
뭔 얘기가 듣고 싶어?
헛소리 계속할 거야?
(동미) 내가 주정 받아 줘야 돼?
거짓말보다는 헛소리가 낫지 않겠어요?
오늘 정말…
여러 가지 해
신유신이 아미한테 첫사랑이라고 했대요, 어머니
[무거운 음악]
기분 어떠세요?
꾸며 낸 얘기지
아가미 그러고도 남을 물건이야 놀아나지 마
이간질시키려고
호칭요!
'지아 아빠'가 아니라 '아비'라고 불러야 하잖아요
호칭이 또 중요해요?
당연하죠 내가 '김 여사'라고 부르면 돼요?
원장님 가시고 과부 됐다고 완전 무시야, 이것들이
빌미를 만들지 마셨어야…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해 적당히 해!
고맙게도
난 내 발로 나가 줬고
지아 난리 쳐서 아미까지 나가 주면
오롯이 어머니 차지죠, 신유신
이쯤 되면 막 나가자는 거지?
(피영) 다 물어봐도 결혼한 아들
애 이름 붙여서 '아빠, 아빠' 하는 경우 없어요
[기가 찬 웃음]
들어 보셨어요?
내가 가방끈이 좀 짧아서요
무식을 떨었네요
가방끈 짧은 게 아니라요!
그러면
옛날 학교 문턱도 안 넘은 어머니들 며느리 앞에서
아들 '아빠, 아빠' 불렀게요?
사심이잖아요!
그동안 어떻게 참았어?
따지고 물고 늘어지고 싶어서?
곱게 나이 드세요, 이제부터라도
(동미) 야! [긴장되는 음악]
이혼이 자랑이고 유세다!
뭘 잘했다고 기어 와서
할 소리, 못 할 소리 분간 못 하고 염장 질러?
지금부터 하고 싶은 말 다 해!
참고 보자 보자 하니까
옛말에 부모복 있어야 배우자 복도 있다더니
유신이가 딱 그 짝이야!
생모 사랑도 못 받아
실수 한 번 한 거 가지고 마누라한테 뒤통수 맞아!
내가 뒤통수 맞았어요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데
(동미) 실수 하나를 못 봐 내고 못 견디고!
지아가 뭘 보고 클 거야?
[고조되는 음악]
말씀 잘하셨어요
어머님한테 잘 배우고 커서
마누라 배신 때리고 바람피우라고 가르치신 거네요
불륜 스킬까지 제대로
(피영) 사모님 돌아가시고
2년도 안 돼서 안방 차지하셨다면서요
아버님 상처하시고
이후에 좋은 감정 싹트셨어요?
언젠가 홍 원장님
술 거나하게 취하셨을 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마누라한테 맞을 때 기분이 어땠냐고
어떤 생각 들었냐고
본인은 태어나
누구한테 별로 맞아 본 기억이 없어서 상상이 안 된다고
경숙 씨 성격에
생모 시어머님요
김 간호사 안 자른 게 의외였다고
냉커피 드리러 들어가다 들었어요
순간 아버님 민망해하셨고요
같은 입장에서
나 같으면 아미 이해됐겠어요 너무나
동병상련
초록은 동색이니까
욕심 중에
사람 욕심이 제일 징하고 무섭다지만
부끄러운 줄 아시고
이제부터라도 자중자애하세요
잘 녹음됐겠죠?
[무거운 효과음] [동미의 분한 숨소리]
미드 좋아하시죠?
걸핏하면 며느리가 시어머니 뺨 치는 거
우리도 미드 한 편 찍어요?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동미) 찍어!
배은망덕이라더니
원장님 설득해서 간신히 며느리로 받아 줬더니
별 볼 일 없는 거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나 치려고? 치겠다는 거야?
지아 불렀어, 아미 보게 하려고
어디 있어?
전화한 거 가지고
(피영) 전화해서 안 왔어요?
지아 충격 주고 미쳐 돌게 해서 어떻게든 내쫓을 심산으로!
다 녹음돼 있을 거야 어떤 상황인지
(동미) 손모가지 꺾어 놓기 전에!
내 손모가지 내가 간수해요
(피영) 당신이야말로 나한테 이러면 안 돼
'당신'?
들었지?
다들 앉든가
가든가
몇 초 일찍 들어왔으면
나 맞는 거 봤을 텐데
(동미) 오죽하면, 욕만 안 했지
나중에 이런 꼴 안 당하려고 둘째 안 가졌어, 보니까
혹시 아들 태어나면 이런 꼴 며느리한테 당할까 봐
- 그만해요 - (피영) 간호대 말고
연극 영화과를 가시지 그러셨어요?
말 함부로 말아
지 욕심으로 지아 이용하려고 했어!
어린거 상처받거나 말거나
'지'? '당신'?
아예 '너'라고 해!
와…
(아미) 나 머리 감을 때 지아 다녀갔던 거 맞아, 오빠
(동미) 닥쳐, 넌!
[당황한 숨소리] '셧 업'요?
술 만땅 취해서
(동미) 명색이 어쨌든 시어머니구먼
할 말, 못 할 말…
[흐느끼며] 얼마나 당한 줄 알아?
[한숨]
[동미가 훌쩍인다] 매일 술이야?
이러고 다니려고 이혼한 거야?
그러는 본인은?
애 키우는 엄마가
지아가 뭘 보고 크겠어?
내 말이
회식 때 술 안 마셔?
나 이제 생계형 밥벌이야
본인이 선택했어! 끝까지
[유신의 한숨]
언니, 힘들어 보여요, 앉으세요
(아미) 에이드 드실래요?
'언니'?
(동미) 왜? '형님'이라고 해, 제대로
둘이 죽이 척척 맞아
앞으로 지아 볼 생각 마요
볼 거야, 왜 못 봐?
할미 노릇 못 한 거 있어?
우리 죽이 잘 맞는다고요?
내가 볼 땐 딱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거든요
(피영) 피는 안 섞였어도 수준이
(유신) 그렇게 지아가 끔찍하면 [무거운 음악]
이혼 말았어야지!
지난번 얘기 또 반복해?
이혼 도장 찍고 집도 따로 살아
(동미) 평생 모르게 할 수 있냐고 지아 아는 거 시간문제지
내가 알아서 한다고요 나서지 마세요!
하루걸러 술 마시고 밖으로 도는 엄마
그런 말 할 자격 없어
사피영한테는, 그래
나쁜 놈 됐지만
지아한테는 아빠로서 기본 이상 했어
겉으로만
본인 행동이 떳떳하면
지아한테 알리고 허락 맡고 바람피우지 그랬어?
'아빠 밖에서 다른 여자 좀 만나련다'
그래, 입 근질근질하지?
딸한테 못난 아비 만들고 싶어서
그놈의 협박, 지겨워
아줌마한테 데려오라 그래
(유신) 언제 알아도 알 거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신유신
걸기만 해
(유신) 어쩔 건데?
(피영) 똑같이 평생 안 보고 싶으면
[무거운 효과음]
[떨리는 숨소리]
(유신) 어쩌자고, 그럼!
아주 말려 죽여
내 맘 어떨지 생각해 봤어?
[차분한 음악]
상대방 생각 안 한 대가야
(피영) 본인은 교활하게 마누라 속이고 배신 때리고
대접해 달라고?
헤아려 달라고?
[한숨]
힘들어?
아파?
얼마큼 아픈데?
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어?
바다로 강으로 흘러간 물
다시 계곡으로 올려 보낼 수 있어?
사람 마음이 물보다 못해?
사람 마음은 물질이 아니거든
(피영) 물은 그냥 물일 뿐이야
마음은 안 보이지만 상대방한테 느껴져
[무거운 음악] 지아 알면
나 이상으로, 어쩌면 더
상처 커
난 남이지만 피로 연결된 자식 아니야, 아빠고
얼마나 아빠라면 사랑하는데
그러니까
(동미) 이게 다 너 때문이야!
- 양심 없이 - (유신) 그만해요
(피영) 앞으로 나한테도 지아한테도
절대 연락하지 마세요
연락할 일 없길 바라
언니…
(아미) 언니가 끝내라면
나갈게요
[침울한 음악]
저도 아프고
면목이 없어요
입에 침도 안 바르고
[훌쩍인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차 문이 탁 닫힌다] (아미) 타세요!
걸을 거야
[아미의 가쁜 숨소리]
(아미) 바람 차요 이 시간에 택시 잡기 힘들어요
술 드셨잖아요
깼어
빈말 아니에요
언니가 하라는 대로 할게요
[무거운 음악]
[아미의 한숨]
[아미의 다급한 숨소리]
인제 소용없지만
언니 말 따를게요
(동미) 누가 아쉬워?
너야말로 혼자 늙어 봐
난 어떻게든 남자 사랑 받으면서 늙어 갈 거니까
(문호) 왜 연락이 없어?
전화혀 봐
(예정) 낳았으면 연락 오지
(문호) 힘들깨 비
난산이면 어떡혀? 나이도 있는디
(예정) 하늘에 맡겨야지 어쩌겠어요
(문호) 기도할까?
하늘에?
합시다
물이라도 떠 놓나?
장독대가 있어야 지대로인디
(문호) 대전 내려갈 수도 없고
하려면 지대로 하자고
교회든, 근처 절은 없을 거고
[힘겨운 숨소리]
무사히 낳을 수 있겠죠, 선생님?
그럼요
너무 아프면 얘기하세요
(의사) 진통 덜 느끼게 도와드릴게요
아직은요
(사현) 참지 마요 괜히 몸 망가져요
견딜 만해, 아직은
(의사) 이쁜 아기 태어날 거 같아요
엄마 아빠 보니까
[의사의 웃음]
[살짝 웃는다]
[쓸쓸한 음악]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문호) 하느님
부처님
[예정이 문호를 툭 친다] [문호의 놀란 소리]
(예정) 교회야, 부처님은 왜 찾아?
하느님, 아…
아, 저기, 저…
하느님이 맞아? 하나님이 맞아?
하느님이겠지
어디서 하나님이라고 들은 거 같은디
그냥 속으로 해요, 그럼
[잔잔한 음악] (문호) 순산하게 해 주십시오
아주 걱정돼 죽겄습니다
아기도 무사
건강하기를 이렇게 빕니다
소원합니다
그리고
제 맘 아시쥬?
손녀는 둘씩이나 있고
부디
손자 태어나면 원이 없겄습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노인네 욕심이고요
그저 건강한 녀석
어서 나왔으면 합니다
딸이든 아들 손주든
(문호) 새겨들으세요, 하느님
말은 그래도
우리 할마시 속으로는 엄청
고추 기다립니다
(예정) 진지하게 기도해요
(문호) 진지혀, 이상 얼마나 더?
아, '노인네'가 뭐여? 칠순 까마득하구먼
마인드가 노인이야
(문호) 아, 왜 일어나?
나 혼자 제대로 할 거야
[쓸쓸한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시은) 여보세요
(반) 서반이에요
(시은) 네
왜 갔어요? 계산까지 하고
내가 사기로 했고요
다음에 사세요, 또
많이 나왔을 텐데
맨날 얻어먹다가 한 번 못 사요?
[반의 한숨]
(반) 뭐 기분 언짢아요?
혜령 씨 차는요?
(반) 범퍼 다 나가고 공장 들어가야 해요
매니저 목 상태 안 좋아서 혜령 씨는 같이 병원으로 갔고요
오늘 일진이 좀…
시작은 좋았는데 이 작가님 시도 좋았고
내가 지은 시인가요, 뭐
짓는 것도 의미 있지만
좋은 시 외워서 낭송하는 거 아름다워요
내가 들은 낭송 중에 최고였어요
시, 지금 보내 드려요?
아니, 찍기 힘들어
(시은) 내일요
네
들어가세요
어디세요?
(반) 집에 들어왔죠
내 딴에는 최대한 빨리 올라갔는데
상황만 파악하고
두 사람 병원 가라고 하고
(시은) 네
병원 같이 가 주셨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오늘 혜령 씨 때문에 마련된 자리인데
마음 안 쓰이게 같이 가 주시죠
누구 마음 안 쓰이게요?
부장님 마음요
남편분 들어오셨어요?
계시면 인사 나눌게요
[피식 웃는다]
왜요?
같이 일하는 팀이잖아요
언젠가 혜령 씨 남편
엑스 남편하고도 인사 나눴어요
없어요, 남편
이혼했어요
[잔잔한 음악]
언제요? 정말요?
좀 됐어요
왜 얘기 안 했어요?
자랑도 아니고
물었으면 했죠, 오늘처럼
알았으면
부혜령처럼 위로 밥 사셨으려나?
저기…
속으로 어떤 생각 하는지 알아요
(반) 어떤 생각요?
'셋이 다 이혼했네'
'PD, 작가, 진행, 다'
(시은) 내가 생각해도
좀 어이없긴 해요
아니요
잠깐 봐요
집이라면서요
차로 움직이면 10분이면 될걸요?
넉넉잡고 20분?
방배 트루하죠?
- 네 - (반) 갈게요
여기 단지로요?
상가 적당한 데 가서 전화할게요
끊어요
(시은) 네
[힘겨운 숨소리]
(원) 아가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나 몰라 [벅찬 숨소리]
[잔잔한 음악]
우리 아가도 지금 힘들고 두렵지?
무서울 거 없어
엄마 믿고 씩씩하게 나와
엄마가 안아 줄게
우리 아기
너무 보고 싶어
[문이 달그락 열린다]
[원이 훌쩍인다]
수술할래요?
이 정도 가지고 무슨 수술요
행복한 눈물이에요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어요
정말?
정말
(사현) 바다야
아빠, 엄마 안 궁금해? 안 보고 싶어?
우린 너무 궁금한데
[원의 아파하는 신음]
선생님 부를까요? 힘 들어가?
[부드러운 음악]
[옷걸이를 탁 건다]
[드라이어 작동음]
(사현) 무슨 생각 해요?
아무 생각도요
그냥 보는 거예요, 나?
나 어디가 제일 별로예요?
눈, 코, 입 중에서
눈…
(원) 코, 입
다 멋있어요
특히 눈매요
아니, 눈빛
내 눈빛이 어떤데요?
(원) 음…
눈빛에
한 번씩 미소기가 스쳐요
그래요?
(원) 네
처음 들어 보는 칭찬이에요
칭찬이죠?
(사현) 이런 기분, 감정
처음이에요
벅차다고 할까?
나 어땠어요?
[차분한 음악]
(사현) 나 봐요
봐 줘요
내 사람이에요
이런 게 사랑 감정이에요, 보니까
가요
알았어요
한마디 칭찬 듣고 싶어요
어떤 말이라도
없어요?
멋있어요
남자로서
평생 멋있을게요
무슨 뜻인지 알죠?
[힘겨운 숨소리]
[원이 숨을 후후 내뱉는다]
(원) 소리 안 지를 거야
우리 아기 다 느낄 테니까
엄마 괜찮아
너만 힘내면 돼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다 기다리고 계셔
(의사) 볼게요 [문이 탁 닫힌다]
[힘겨운 숨소리]
[휴대전화 벨 소리]
(예정) 어머 [예정의 놀라는 숨소리]
(문호) 어, 받아
어, 어, 낳았어?
(사현) 아직요
(예정) 임박한 거야, 멀었어?
(사현) 앞으로도 몇 시간 걸릴 거 같대요
아휴, 초산이라
(예정) 얼마나 지쳐
(사현) 너무 걱정 마세요 잘 견디고 있어요
막 소리도 안 지르고
(예정) 어디야? 전화 안 되잖아
(사현) 잠깐 로비요
옆에 꼭 붙어 있어
(문호) 안 자고 있을 테니까 낳으면 바로 전화혀
[문이 달칵 열린다]
(시은) 잠깐 나갔다 올게
- 친구가 근처 왔다고 - (향기) 네
잘자리에…
고파서 잠이 안 와요
(우람) 저녁 조금밖에 안 먹었어요
조금은 아니지
[아련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시은이 의자를 드르륵 뺀다]
(반) 이 시간에 하는 데가 여기밖에 없어요
많이 마셨죠? 오늘 다른 때보다
통화하는데 좀 부대끼는 거 같아서요
이거 주려고요?
오는 길에 샀어요
안 먹어도 돼요
욕실에서 땀 빼니까 다 깼어요
(시은) 나중에 먹을게요, 잘 뒀다
어묵탕하고 소주 한 병요
(종업원) 네
(반) 뜨끈한 국물 먹으면 속 편해져요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난 좀 마실게요
어중간하게 마신 날은 잠도 잘 안 와요
오늘 마시다 말았잖아요
(시은) 나도 그래요
(반) 됐어요
[반이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혜령 씨 전화 안 왔어요?
우리 얘기만 해요
[차분한 음악]
(시은) 내 얘기겠죠 내 이혼 스토리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궁금해요?
혜령 씨랑 같은 이유요
[반의 한숨]
(반) 말도 안 되죠
이 작가가 무슨 문제가 있어서요?
넘치지
애들 아빠한테요?
네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일반 남자들하고 참 달라요, 부장님
결혼을 안 해선가?
우람이랑 괜찮아요?
보셨잖아요
많이 받아들였는데
아마 속으로는 안 괜찮을 거예요
애들이 속 깊어서 내색들 않는 거지
이해가 안 가네, 솔직히
같은 남자로서
가재는 게 편이라고 하는데
(시은) 어쨌든 내 쪽 편들어서 얘기해 주니까
고맙네요, 말이라도
아직 감정 남아 있어요?
좋은 감정요?
어떻게 그래요
(시은) 고3 때 만나서 30년 세월이니까
싫증 날 만도 하죠
꼭 사랑이 있어야 하는 거예요 부부는?
사랑 끝나면 정으로 살면 안 돼요?
우리 여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죠
머리로는 그런데
가슴이 말을 안 들을 때 있나 봐요
어떤 상대길래요?
이름 대면 알 만한 상대요
(시은) 근데 끝났어요
결혼할 것처럼 하더니
여자 쪽에서 사랑은 아니라면서 끝냈어요
일방적으로
사랑 아니면 뭐였대요?
편안함이었나 봐요
의지되고 편한 상대 만나기도 쉽지는 않으니까
그래서요?
다시 재결합해요?
아니요, 싫어요
[반이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오늘 불편하지 않아요?
지금 불편해요?
(시은) 아니요
불편할 수 없는 사이예요, 우리
[잔잔한 음악]
완전히 끝난 거예요?
(반) 감정적으로 모든 면에서?
네
돌아오겠다면요?
못 그럴 거예요
[한숨]
평소 부장님하고 오늘 좀 달라요
- (종업원) 맛있게 드세요 - (시은) 네
[달그락거리는 소리]
(반) 들어요
[한숨]
이런 분위기에서 할 얘기는 아니고
내일 할게요
술 안 마셨을 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반) 어
아, 온수가 안 나와
집에 온 거야?
(동마) 응, 쫓겨났어
(반) 왜 쫓겨나?
아, 왜겠어?
아, 씻어야 하는데
관리실 전화해 봐
[영어로 음성이 흘러나온다]
[향기의 한숨]
[시은이 코를 훌쩍인다]
(시은) 어? 저기 택시…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어…
혼자 갈 수 있어요, 바로 단지인데
동생분 기다리잖아요
우람이는 보통 몇 시에 자요?
고학년 되고는 일찍 못 자죠
누나가 동생 이뻐하겠어요
(시은) 네
첫딸은 살림 밑천이라는 말 맞아요
여러 면에서 힘이 돼요
엄마 닮았어요?
아니요, 외할머니요
내 눈엔 늘 좀 추워 보여요
내가요?
추위 좀 타긴 해요
[바람이 휭 분다]
[시은의 추워하는 숨소리]
[잔잔한 음악]
이시은
우리 만났었어
같은 학교 나왔어요?
아니
내일 들어
정말이에요?
말 편히 해
[시은의 한숨]
우리 딸이요
(반) 음…
(시은) 아, 엔지니어 부장님
아, 말씀 많이 들었어요, 동생한테
안녕
(시은) 왜 나와, 추운데
그냥, 걱정돼서, 바람도 쐴 겸
(시은) 가세요
(반) 네
또 봐
네, 안녕히 가세요
[향기의 들뜬 탄성] (향기) 아저씨 짱이다
(시은) 아이고
(향기)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엘리베이터 문이 쓱 닫힌다]
우리 엄마 능력자셔
오버하지 마
오버 아니거든, 내 눈으로 봤거든?
(시은) 회식하다가 사 PD 지아 때문에 일찍 가고
부혜령도 누가 차 박아서 가고
흐지부지 끝났어
그래서 얘기 마저 하느라고 일 얘기
(향기) 네
근데 부장님 매너 있으시다
아니, 마음이 따뜻한가?
가죽 코트도 벗어 주고
술 깨면서 내가 재채기하니까
(향기) 네, 네
정말 아니야
네
[향기가 살짝 웃는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쓱 열린다]
"트루하"
(예정) 씁, 아휴!
정신 사나워요
안 되겄어, 가자고
- 병원? - (문호) 응
- 불편해해 - (문호) 아, 그냥
밖에 있으면 되잖여, 왔다고 말고
[동마의 한숨]
(동마) 절대 남가빈은 안 된다고
[피식 웃으며] 예상했는데, 뭐
그럼 어떡할 거야?
청출어람 말, 고집도 해당돼
아빠 나 못 이겨
(동마) 형도 아빠보다 더하잖아
(반) 버티지 그럼 왜 나왔어?
형한테는 이런 말 좀 그렇지만
(동마) 아빠는 눈앞에 내가 있어야 돼
일주일?
열흘 안으로 들어오랄걸?
가빈이는 너 하자는 대로 하겠대?
맘 다 풀렸어?
[차분한 음악]
(문호) 적막하네
몇 시간째여?
(예정) 몸 망가질까 걱정이야
진 빠지겄네, 진 빠지겄어
(문호) 기운 없어서 못 낳는 거 아니여?
저녁 잘 먹었어야 하는디
곰국 같은 거
도가니탕이나
애도 힘 있어야 낳을 거 아니여?
수술할 때 금식 몰라요?
제왕 절개 하게 되면?
걱정되니까
(문호) 옛날 같으면
여자들 산실 들어가면서
벗은 신발 돌아봤디야
무사히 낳고 신발 다시 신을 수 있을지
말 함부로 마요!
사실이여
그냥 입 닫고 있는 게 당신은 도와주는 거야
[원의 힘겨운 신음]
[원이 숨을 후 내뱉는다]
인제 8cm 열렸어요
조금만 더 참으면 돼요
무통 주사 좀 놓으면 안 될까요?
잘 버티시니까
[몽환적인 음악]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반) 서반이에요
[휴대전화 진동음]
(시은) 응
(해륜) [웅얼거리며] 침 잘 놓는 한의원 알지?
뭐라고?
(해륜) [웅얼거리며] 침 잘 놓는 병원
제대로 말해
(해륜) [웅얼거리며] 침 잘 놓는…
[해륜이 울먹인다]
울어?
(해륜) 나 돌아갔어…
- 돌아갔다고? - (해륜) 응
남가빈한테 돌아갔다고?
좋아서 눈물 나?
(해륜) 입 [무거운 음악]
입 돌아갔어?
(해륜) 응
침 잘 놓는 한의원 어디야?
번호 좀 찍어 줘
들어?
언제 돌아갔어?
[웅얼거리며] 저녁에 깨서 갈증 나 물 먹는데
물이 흘러
기분도 이상하고
그래서 거울 보니까
제대로 얘기해 봐
얼마나?
(해륜) 많이
[아미의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유신) 밤새 안 잔 거야?
아빠…
돌아가셨대
[애잔한 음악]
어느 아빠? 미국 아빠?
[아미의 한숨]
낙마해서
전신 마비됐다가
지난 월요일
(아미) 오빠 몰랐어?
- (아미) 못 들었어? - (유신) 응
[흐느낀다]
(유신) 어머니 전화 왔어?
옛날 친구분한테
문자 받았다고
[아미의 한숨]
[아미가 흐느낀다]
[기림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손가락 튀기는 소리가 들린다]
[기림의 노랫소리가 연신 들린다]
(기림) ♪ 아픔을 달래는 여자 ♪
[다가오는 발걸음]
(지아) 엄마
왜?
노랫소리 들리지?
무슨 노랫소리?
안 들려?
거실에서
[기림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기림) ♪ 나만의 남자, 남자, 남자 ♪
♪ 행복을 기다리는 여자 ♪
[기림이 노래한다] - 꿈꿨구나 - (지아) 안 들려?
엄마 옆에 누워
(지아) 음…
(기림) ♪ 그런 여자, 여자, 여자 ♪
(지아) 잠 안 와
안 와도 감고 있어
(피영) 아침 되려면 세 시간이나 남았어
우리 딸 한약 좀 먹어야겠다
기가 허해도 헛게 들릴 수 있어
엄마가 나이 들어서 귀 어두운 거 아니야?
엄마 늙었다고?
(지아) 분명히 들렸어
지금은 안 들리지만
(피영) 할머니 버거보다 아빠 보고 싶어서 갔던 거 아니야?
아빠야 매일 아침 보는데, 뭐
엄마가 버거 만들어 줄게
아침으로?
응, 아침으로
(원) [힘없는 목소리로] 몇 시?
(사현) 5시 5분, 잘 견뎠어요
[한숨]
우리 아기도
나 밉지 않아요?
왜 미워?
윤수 와이프
애 낳을 때 갖은 욕 다 했대
(사현) 임신시켰다고
[피식 웃는다] [잔잔한 음악]
괜찮으니까 욕하고 싶으면 해요
욕 들어도 좋아
아기 욕부터 배우라고?
이해 안 할까?
(사현) 아, 한 달 돼야 제대로 청각 트이잖아요
배 속에서부터
웬만큼 듣고 느껴
그러니까 태교 음악도 듣고
그렇겠다
(사현) 바다야, 엄마 많이 지쳤어
넌 안 힘들어?
아름다운 세상 얼른 보고 싶지 않아?
금방 볼 수 있어요
준비됐어요
[살짝 웃는다]
어머니께 잘해요
힘들게 낳아 주셨어
바다, 들었지?
[힘겨운 숨소리]
[무거운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시은) 오피스텔 주소 찍어 줘
[한숨]
[문이 탁 닫히다]
(의사) 고생했어요, 곧 만나요 [달그락거리는 소리]
나가 있어요
(사현) 왜요?
(의사) 미신 같은데
낯가리는 삼신할머니도 있대요
[걱정스러운 숨소리]
괜찮겠어요, 정말?
잠깐 돌아 있으면 안 되나?
[따뜻한 음악]
사랑해, 힘내
[원의 힘겨운 신음]
(의사) 엄마 숨 한번 크게 들이쉬고
네, 자, 한 번 더
[원의 힘주는 신음]
(의사) 잘하고 계세요
아기를 낳는 게 아니라 응가 본다고 생각해요 [지친 숨소리]
변비 때 힘주는 느낌으로
[원의 힘주는 신음] 자, 거의 됐고
마취 주사 놓을 거예요
한 번 따끔해요
[힘겨운 숨소리]
곧 아기 나와요
제대 처치 후 숨 잘 쉬나 확인하고
심장 박동 수도 확인하세요
(간호사) 네
(의사) 자, 숨 크게
[원이 숨을 후 내뱉는다]
다시 한번
[원의 힘주는 신음]
잘하고 있어요, 한 번 더
(의사) 옳지!
[원의 힘겨운 신음] 네!
[원의 힘겨운 숨소리] [아기 울음]
왕자님이에요
[원의 힘겨운 숨소리]
[아기 울음]
[휴대전화 벨 소리]
여보세요
저기, 중요한 걸 안 일렀어
아, 방금 낳았어요
그려? 뭐여?
- (문호) 딸이여, 고추여? - (사현) 아직 몰라요
어떻게 몰러? 옆에 안 있었어?
- 낳았대? - (문호) 잉
산모 괜찮대?
힘들게 낳았어요
(문호) 그러니까 시가
시 얘기 하려고 했어
시가 중요하거든
몇 시여?
[따뜻한 음악]
[원이 울먹인다]
(의사) 핸섬 베이비예요
엄마 아빠 빼닮았네
(원) 아가
우리 아기…
엄마야
[무거운 음악]
[애절한 음악]
(혜령) 부장님
- 골든파크 사신다면서요? - (반) 네
오늘 집 좀 보여 주시면 안 돼요?
(혜령) 난 너무 뇌가 좋아
[딸랑거리는 소리]
꺼져, 썩!
다물어
(아미) 허, 소름 돋으려 그래
(피영) 달려들었다고, 할머니한테?
(동미) 영감탱이 징하다, 정말
죽어서까지 안 떨어지고
- (원) 저 봐요 - (간호사) 어머, 정말
(의사) 다 정상이에요
뭐라고?
(해륜) [웅얼거리며] 골든 타임 놓치면 안 된다고 빨리 한의원 가야 돼
(시은) 벗어 봐
(동마) 나한테 집중해
혼수 뭐 해 올 거야? 확실한 혼수
(혜령) 벌이죠, 천벌 작가님 같으면요?
불구 남편이라도 없어야
나가서 제대로 돈을 벌 거 아니에요
(혜령) 어, 승아야, 오랜만이다
(승아) 판 변, 상 당한 거 같던데
(혜령) 시부모님 돌아가셨을 리는 없고
(아미) 하늘에서 편히 쉬세요
(사현) 손대지 마세요
무슨 영안실요? 못 가요!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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