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S2.13
[밝은 음악] [새가 지저귄다]
(동미) 원장님이랑 식구 다 같이 왔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차피 왔으니 즐겨
[탄식]
오늘 일진 진짜 안 좋네
(캐디) 굿 샷!
(동마) 아빠 형 사진 보고는 얼굴 안 좋아졌다고 걱정하셔
좀 먹어
(반) 누가 안 먹어?
(동마) 줄였잖아, 식사량 많이 옛날보다
(반) 가볍고 좋아
얼굴 불쌍해 보여, 좀, 내 눈에도
(반) 괜찮아 영혼이 불쌍해 보여 문제지
형 기준으론 내 영혼이 불쌍한 거 아니야?
부장님
(반) 안녕하세요
어머니랑 같이 오셨네요
- 네 - (반) 동생요
- 친동생분요? - (반) 네
어머, 동생분이 있으셨어요?
- (반) 같이 일하는 사피영 PD - (동마) 아
서동마입니다
그러고 보니까 분위기가 좀 닮으셨네요
(동미) 어머, 아휴, 안녕하세요
- (반) 네, 여기서 뵙네요 - (동미) 그러게요
(피영) 동생분이시래요 저희 어머님요, 시어머님
(동마) 아, 안녕하세요 [동미의 웃음]
형제분이 다 인물이 좋으셔
(피영) 그럼 이동하셔야죠
- (반) 두 분만 오셨어요? - (피영) 네
- (반) 다음에 또 - (동미) 네
- 부장님 - (반) 네
저 이혼했어요 [무거운 음악]
(동미) 굳이 뭐 하러 알려?
숨길 일도 아니잖아요 어차피 알게 될 거고
- (동마) 농담 아니야? - (반) 이혼을 농담으로 해?
(반) 농담할 성격도 아니고
이혼했는데 시어머니랑 라운딩?
후처시라고 들었어
낳진 않고 키우기만 하셨나 보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모나 큰언니인 줄 알겠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동미의 옅은 웃음]
(동미) 왔다고 알려는 드려야겠다 여기 회장님
- 아직 모르세요, 오신 거? - (동미) 응 [휴대전화 조작음]
(동미) 눈 뒤집고 달려오겠지?
저기 회장님
어머, 텔레파시가 통했나?
[문호의 한숨]
(동미) 오빠
(문호) 응
- 안녕하세요 - (예정) 네
- 식구들이랑? - (동미) 며느리요
- (피영) 안녕하세요 - (문호) 예
오랜만이에요 작년에 장례식장에서 보고
(피영) 네, 그때 인사를 제대로 못 드렸어요, 경황없어서
(예정) 인사는 무슨, 앉아요
(문호) 그럼 즐겁게들 치고 올라가요
(피영) 네 [흥미진진한 음악]
(예정) 지난번 녹차 보내 줘서 잘 먹었어요
아, 아, 네
(문호) 좋아 보이는구먼
- 잘 모시고 - (피영) 네
(문호) 저거 내가 계산할 테니까
- 아니에요 - (문호) 아니여?
- (피영) 그럼… - (문호) 네
- 또 봐요 - (피영) 네 [동미의 멋쩍은 미소]
- (문호) 당신 오렌지에이드 마시죠? - (예정) 네
- (문호) 나도 - (직원1) 네
[문호의 한숨] 표 나게 그렇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당황하잖아요 옛날이랑 다르게 대하니까
고부가 보기 좋구먼
쑹위안도 몸풀면 최 코치 붙여서 골프 배우라고 해야지
- 애 안 키우고요? - (문호) 애 보고 키울 사람 없어서요?
[피식한다] (문호) 그나저나 혜령인
우리가 당했단 생각이 들어요
가질 맘도 없으면서
애라는 게 맘먹는다고 바로 들어서는 것도 아니에요
때가 있는 거지
(예정) 하늘이 점지해 줘야죠
하늘이 쑹위안한테 점지해 준 뜻이 뭘까
(문호) 한 번씩 생각하게 돼요
사현이 말마따나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입장하래
[한숨]
- 대전 가 - (사현) 지금?
- 영화 안 보고? - (혜령) 응
- 왜? - (혜령) 가서 얘기할게
[웅의 기합]
[웅의 기합]
[말 울음] [쾅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긴장되는 음악]
(직원2) 저기
(혜령) 저희 저녁 차리지 마세요 일찍 먹었어요
(예정) 넌 먹었어도 얜 배고플 거 아니야, 남자라
(사현) 안 고파요, 든든히 먹어서 [문호가 하품한다]
- 피곤하세요? - (문호) 아니여, 골프 쳤더니
(문호) 응, 너희 같이 일한다는 PD
- 사피영 PD요? - (문호) 어
오늘 우리 골프장 왔더라, 시어머니랑
고부가 아주 보기 좋아 [혜령의 어색한 웃음]
어떠냐?
(문호) 관심이 없는 거야?
통 물어보지들 않아
- 커플 링 하신 거예요? - (문호) 응, 좀 됐어
요즘 아버지, 엄마 말 잘 들으세요
너희 엄마가 내 말을 들은 겨
아버지가 끼자고 하셨다고요?
- 응 - (사현) 왜요?
'왜요'는 일본 사람들 까는 요고
아휴, 별희, 해리 있었으면 또 할배 개그 한다고 했겠어
그냥 끼고 싶어서
(문호) 너희 엄마 눈깔사탕 알반지 낀 것보다
훨씬 젊어 보이지 않아, 손?
네
- 어쩐 일로들 갑자기? - (문호) 아, 그냥들 왔겄지
집에 오는데 뭐, 이유가 필요해?
이혼해 줄게 [긴장되는 음악]
동의한다고, 이혼
(예정) 갑자기 왜?
그냥 잘들 살기로 해 놓고
좋지 않으세요, 어머님?
(문호) 네 엄마 기쁘게 해 주려고 이혼하겠다는 거야?
그건 아니고요
이 사람 생각해서요
또 뭐라고 혔어?
- 아, 아, 아니요 - (혜령) 송원이란 여자
배 많이 불렀겠어요
(예정) 응
(혜령) 다음 달요? 산달?
다음 달 아니면 6월 초일 수도 있고
그 문제로들 다툰 겨? 입씨름?
아니요
(혜령) 아까 영화관 갔는데 어떤 임산부가 지나갔거든요
사현 씨 자기도 모르게 글로 눈이 돌아가는 거예요
그 표정이 너무나 안돼 보였어요
내일이라도 서류 준비해
아기 태어날 때 아빠가 옆에 있어야지
떳떳하게
정말
그 이유로?
네
다른 이유 뭐가 있겠어요?
나 또 바뀌기 전에
(혜령) 온통 마음 그쪽에 가 있는 거 알아
억지로, 간신히 내색 안 하는 거지
(문호) 저기, 후회 안 하겄어?
안 해야죠
뭐 할 말 없어?
싫진 않을 거 아니야, 사람 마음이
그렇게 이혼 원했잖아
(예정) 뭐, 강압적으로 원한 건 아니고
- 자기 딴엔 면목 없어서 - (혜령) 같이 들으셨잖아요, 어머님
이 자리에서
[무거운 음악] 그 여자 사랑한다고 한 말
(예정) 그거야 애를 가졌으니 책임감 반
어쨌든요
(혜령) 근데 제가 이 사람이나
어머님, 아버님 태어날 손주를 위해서 마음 낸 만큼
두 분도 마음 좀 써 주셨으면 해요
[울먹이며] 대외적으로
대한민국 다 알게
저 이혼녀 되는 거예요
누구보다 저 자존심 강한데
한창 잘나가다가 결혼하는 바람에…
[혜령이 흐느낀다]
[한숨]
뭔 얘기인지 알아
(문호) 사는 데 지장 없게 지금 사는 집도 네 앞으로
(혜령) 집은 따로요
저 혼자 그 집에서 살 자신 없어요
그려, 그럼
마땅한 집 알아봐
청담 빌라 정도 해 주실 수 있으세요?
청담 빌라?
- 들어 봤는디? - (혜령) 저 극성팬도 좀 있고
- 거기가 보안 잘돼 있대요 - (문호) 알았어
거기 재벌들 사는 데야
무슨 재벌들이 살아? [흥미진진한 음악]
재벌들 한충동 단독 주택들 살지
- 재벌 2세들, 신흥 부자랑 - (혜령) 아깝다고?
(문호) 알았어, 매물 있나 알아봐
[혜령이 코를 훌쩍인다]
[휴대전화 조작음] (사현) 부동산?
- 검색해도 알 수 있어 - (예정) 집만
네 앞으로 한 채 해 주면 돼?
저 돈 모아 둔 게 없어요
거기 보유세랑 유지비도 꽤 들 거고요
[한숨]
(예정) 아니, 계속 벌었구먼
살림에 녹여 쓴 것도 아니고 어떻게 모아 둔 게 없대?
적게나 벌어?
(문호) 없겄어요? 위자료도 생각해 달라는 거지
[한숨 쉬며] 최고급 빌라면
웬만한 꼬마 빌딩이랑 맞먹는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 정도는 해 주는 게 도리예요
이런 거 저런 거 떠나서
우리가 능력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쯧, 여자 마음 갈대라지만
(예정) 이혼 절대 못 한다 해 놓고
임산부 쳐다봤다고 그렇게 쉽게 마음이 바뀌어?
착한 거죠, 강한 거 같아도
(문호) 그리고 마음 떠난 남편 쳐다보고 사는 거
쉽지 않아요
아, 빠지고 못난 것도 없는디
얼른 알려 줘야지
(예정) 쑹위안요?
[문호의 옅은 웃음] 그렇게 좋으우, 당신이?
어휴
- 내일 올라가 얼굴 보고 해야겄다 - (예정) 그래요, 밝은 날
몸풀 날짜는 다가오고
가슴이 한 켠 답답혔는디
명색이 애 아빠가
핏덩이가 태어나도 얼굴도 안 보기로 약속혔잖아요
- 말이 안 되는 거지 - (예정) 사현이도 사현이지만
바다 엄마 쑹위안 입장에선 눈물 나요
핏덩이도 가엾고
이혼하고 바로 재혼하긴 그런가?
그렇죠
알아서들 하겠지
사현이 잠 안 오겄구먼
(예정) 캐나다 식구들 뭐라 안 하려나 몰라
비행기 타고들 날아오는 거 아니야?
따지러?
(문호) 혜령이 원하는 대로 두둑이 챙겨 줬는데
아, 그러겄어요?
딸 가진 부모 입장에선 돈이 다가 아니니까
얼마나 속상하고 가슴 아프겠어 사위는 괘씸하고
더 좋은 남자 만날 수 있죠, 뭐
유명한 여자들 오히려 총각들 만나 가잖아요
그럼 다행이지만
우리도 맘 편코
(혜령) 고맙단 한마디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사현) 어떻게 그래
(혜령) 나한테 미안하단 뜻이야?
(사현) 자기한테도 그렇고
엄마, 아빠한테도 죄송하고
어머님, 아버님 재산 축나게 해서?
아까워?
- (사현) 아니야 - (혜령) 뭐 아니야?
나 때문에 여러 가지로 신경 쓰시잖아
자식이 돼서 효도는 못 해 드리고
손주 낳아서 안겨 드리면 효도야
아기 뭐래?
- 성별 - (사현) 몰라
[휴대전화 알림음]
전화하고 싶을 텐데 해
이혼한다고
[휴대전화 조작음]
(혜령) 알려
[휴대전화 벨 소리]
네, PD님
(피영) 너무 늦은 거 아니지?
이제 9시인데요, 뭐
- 밖이세요? - (피영) 응, 나올 수 있어?
(피영) 이 작가님도 나온대
나가야죠, 그럼 [문이 탁 여닫힌다]
[쓸쓸한 음악]
[기어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휴대전화 조작음] (사현) 단지 왔다가 가요
외출했는지 불이 꺼져 있네요
문자 확인하는 대로 전화 줘요, 꼭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나 어때 보여, 언니?
- 우아해 보여? - (시은) 새로움?
- 평소에 안 보던 모습 - (피영) 나 뭐, 한 번씩 마시잖아
- 부혜령도 불렀어 - (시은) 우리랑 어울려서지
혼자 마신 적 있어?
그렇지
(시은) 집에선 입는다고 차려입는데
- 나와서 보면 꾸질해 - (피영) 괜찮아, 언니
남 위해서 살아?
(피영) 여기 새 잔요, 글라스 두 개
언니, 안주 뭐 시켜
- (시은) 됐어, 이거면 - (피영) 과일 좋아하잖아
부혜령 오면 [문이 탁 열린다]
오네
[문이 탁 닫힌다]
(혜령) 부장님도 부르지 그러셨어요
(피영) 나오겠어, 그 양반이 부른다고?
PD님이 콜하면 나오시죠
오늘 봤어, 자기네 골프장에서
[호응한다] (피영) 부장님 외동 아닌 거야
외동인 줄 알았더니
동생이랑 라운딩하더라 [혜령의 옅은 웃음]
- 여동생? - (피영) 조각 미남
보니까 집안 유전자 자체가 우월해
PD님, 오늘 혹시 홀인원 한 거 아니에요?
우릴 다 불러내 주시고
현모양처께서
(혜령) 원장님 출장 가셨어요?
현모양처
폐업했어
사표 [긴장되는 음악]
뭐, 데몬스트레이션하시는 거예요?
숙려 기간 중이야
[한숨]
농담 마시고요
언니, 안 놀라?
농담 아니야
(피영) 드시고 싶은 와인들 시켜요
확실히 쏠 테니까
마시고
정말요?
(혜령) [한숨 쉬며] 왜요?
우리 집 남자도 딴 여자한테 눈 돌렸어
설마요
(혜령) 아유, 말도 안 돼
신 원장님이 어떻게…
내 말이
남 얘기라고 쉽게 얘기하고
뭐든 장담하면 안 돼
언니, 이유가 없는 거야, 남자들 바람
정말요?
- 좀 있으면 숙려 기간 끝나 - (시은) 지아는?
알아?
아직
신 원장님이 하자고 한 거야, 이혼?
그럼 눈 한번 감아 줘
이미 눈으로 봤는데
- 감은들 잊혀져? - (시은) 쉽진 않겠지만
지아 생각해서
(시은) 난 애들 생각해서 봐 넘기려고 했는데
봐주겠다 했는데 그 인간이 나갔고 기를 쓰고
왜들 그럴까, 정말
여자들 알고 보면 거기서 거기지
[코웃음 치며] 특별한 거 있어?
남자들이 다 거기서 거기예요
저도 오늘
이혼 결정했어요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밖에서 외방 자식 만들었어요
- 판 변이? - (혜령) 네
- 아들? - (혜령) 아직 몰라요
다음 달 태어나요 [시은의 깊은 한숨]
- 시부모님 아셔? - (혜령) 그럼요
하루하루 날짜 꼽으며 기다리시는 눈치예요
- 애타게 - (피영) 세상 진짜…
웃긴다, 정말
- 본인이 털어놔? - (혜령) 들켰어요, 세컨드 폰
어쩌다 애가 생겼어?
그쪽으로 완전히 맘 기운 거야?
어이 털리는 게요
열 살 많아요
저보단 아홉 살 많고요 [시은의 한숨]
[코웃음 치며] 우리 뭐지?
우릴 탓해야 돼?
남자란 종족 탓해야 돼?
정말 혼란스러워요
'내가 문제인가' 생각했다가
'아니야, 내가 못나서 아니지' 했다가
(혜령) 팔자고 운명인가?
정말 지옥이었어요
내색도 못 하고 정말 끙끙 앓았어요
봐 넘기려고 했는데 불가능이요
혜령 씨는 애 문제까지 걸렸으니 어쩔 수 없다고 쳐
자긴
못 이기는 체 용서하고 넘어가
[무거운 음악] 신 원장님 같은 분 쉽지 않아
그러니까 언니, 더 용서가 힘든 거야
정말 나나 지아한테 좋은 남편, 훌륭한 아빠였거든
- 그런데 어떻게 그래? - (시은) 실수
실수 중엔 큰 실수지만
실수도 실수 나름이에요
자기도 나중에 생각해 보면
지아 입장에선 엄마가 잘못한 결정일 수 있어
(시은) 나부터도 완벽하지 않으니까
사람 그래
완벽을 기대하면 안 돼
나야말로 완벽하다고 생각했어요
(혜령) 근데 나보다 9살 많은 여자 임신시켰어요
- 미인이야? - (혜령) 마흔 넘은 여자가
이쁘면 얼마나 이쁘겠어요?
그냥 봐 줄 만한 정도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자기나 사 PD나 뭐가 빠져?
애 안 낳아 줘서 그런 거 아니야?
- 결과적으로 그런 셈이죠 - (시은) 난 아들딸 다 낳아 줬어
이러면 이래서 저러면 저래서
사람 다 죽듯이 남자들 다 한눈파나 봐
맞아
그냥 그렇게 생겨 먹은 거 같아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다고
보면, 서 부장님 보세요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오히려 연애 같은 거 안 하잖아요
- 기혼남들이 더해요 - (시은) 어떻게 알아?
분위기 보면 몰라요?
연애하면요, 표정부터가 달라요
눈이 빛나고, 분위기랑
부장님은 여자한테 그다지 관심 없는 거 같고
휴일에도 동생하고 골프나 치고
여자한테 데었는지 어쨌는지
여자들도 화냥기 있듯이 바람기 있는 남자들 있고
(혜령) 요조숙녀 있듯이
남자들도 부장님 같은 사람 있어요
그러니 살아 보고 겪어 보기 전에 알 수 있어야 말이지
사귈 땐 다 멀쩡한 척하거든
그러니까요
난 우리 남편 깔끔 떨고 결벽증 있어서
딴 여자 쳐다도 안 볼 줄 알았어요
각자 팔자인가 봐
인물 없어도 남편 복 있는 여자들 있어
- 내 친구 중에도 - (피영) 그 집도 몰라, 언니
정말 다시 생각해 볼 수 없어?
수천 번 생각했어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무거운 음악]
삐 소리 후 통화료…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그릇을 달그락 옮긴다]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자기넨 자신 있으니까 쉽게들 이혼 맘먹는 거야
- 무슨 자신? - (시은) 몰라?
[애잔한 음악] 우선 젊고
얼마든지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나이에
- (시은) 능력 있고 - (피영) 언닌 뭐, 능력 없어?
(피영) 쉰하나면 젊은 나이야, 아직
(혜령) 꼭 그렇지도 않아요
저 밝혀지고 겪을 거 생각하면
어지러워요, 벌써부터
방송인 거의 몇 명에 한 명꼴로 이혼인데, 뭐
(피영) 남자들 막 대시해 올 거야
신 원장님 계속 재혼 안 하고 합치자고 하면
순리에 맡겨
재혼 안 하겠어?
그렇게 젊은 애가 좋다고 매달리는데
(혜령) 신 원장님 정도면 그럴 만해요
능력 있고 멋있으시잖아요
판 변이야말로 자기한테 돌아올 거 같아, 애 데리고
어림없어요, 저도
그리고 그럴 여지가 있으면 이혼 결정도 안 했고요
참 사람 일 알 수 없는 게
우리 작년 이맘때
1년 후에 이런 얘기 하고 있을 줄 알았어?
(시은) 내년 이맘때쯤
둘 중에 누구 재혼 파티 하는 거 아니야?
- 메이비 혜령 씨? - (혜령) PD님일 수 있어요
[피식한다]
[기기 종료음]
[반의 피곤한 신음]
- (반) 안 가? - (동마) 자고 갈래
[반의 몸 푸는 신음]
이리 와, 내가 좀 만져 줄게
(동마) 직업병이지? 맨날 기계 컨트롤하고
[반의 한숨]
- 나이 들어서 - (동마) 아버진 팔순이 코앞인데도
펄펄하기만 해
아픈 게 어디 있어?
- 직업병이야 - (반) 네 직업병은?
특별히 없지, 뭐
- 있어, 형 보기에? - (반) 사람을 목적으로 대하는 거
가슴으로 안 대하고
[한숨 쉬며] 그런 경향이 좀 있긴 하지
(동마) 근데 변명 같지만 경영을 하려면 어쩔 수 없잖아
비즈니스라는 게 사람 머릿속을 읽어야 하고
- 외로워 - (동마) 형 외롭다고? 내가?
사람을 목적으로 대하면
결국 주위에 머리 굴리는 사람만 남고 다 떠나
유유상종?
형한테도 머리로 대한다고 생각해?
나한테 하는 거 절반만
(반) 사귀는 여자들한테 해 봐
물질 말고 진정성으로
내 자신 아는데
그러려면 아마 나 다시 태어나야 할 거야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개운한 탄성]
[술 취한 말투로] 우리 돌싱 된 기념으로
아, 제목 뭐지?
(혜령) 남가빈 공연 보러 가요
끝나기 전에
다음 주면 끝나
보셨어요?
[술 취한 말투로] 안 봤어, 언니
향기도 같이 가자고 해요
아줌마들이랑 가는 거 싫으려나?
[술 취한 말투로] 자기한텐 얘기 못 했는데
- (시은) 대외비, 비밀 지켜 줘 - (혜령) 그럼요
남가빈 우리 프로 출연했을 때
- 좋은 사람 생겼다고 했다며? - (혜령) 네
우람 아빠야, 그 상대
[무거운 음악]
(혜령) PD님은 아시고요?
정말 박 교수님이요?
[한숨]
설 끝나고 바로 결혼할 거 같더니 조용해
공연 뒤로 미뤘는지
(혜령) 그럼 작가님에 대해서
모르고 우리 프로 출연한 거예요?
(시은) 그날 그 덕에 다 알았지
나도, 남가빈도 [혜령의 한숨]
내가 혹시나 어떡할까 봐
그 인간 꼭 입 다물고
남가빈 '남' 자도 입에 안 올렸거든
향기는요?
다 알아
받아들였어
와, 쇼킹
말이 안 나와
(유신) 어젯밤 우리 딸 혼자 있었어?
아줌마랑
엄마 술 자주 마셔?
아니
[피곤한 신음]
(지아)
[커피를 조르르 따른다]
[커피 주전자를 탁 내려놓는다] [휴대전화 알림음]
[무거운 음악] (아미) 안녕하세요
건너건너 통해서 번호 알았습니다
한번 뵙고 싶어요
의논드릴 말씀도 있고요, 아미
- (혜령) 나 통화 좀 하고 - (매니저) 아, 네
(혜령) 여기 카페서 커피 좀
[통화 연결음]
저녁 드셨어요?
아빠는?
(혜령) 숍
주말이라 방송은 녹음 나가고 홈 쇼핑 있어서
엄마, 걱정하지 말고 들어
좀 있으면 기사 날 거야 [무거운 음악]
이혼 기사
[한숨]
편 서방도 잘못했지만 나도 문제가 있어
자궁이 기형이래
그래서 애 갖기 힘들다고
병원 다닌들 임신된단 보장도 없고
고생하기 싫어
시댁 식구들 몰라
그냥 내가 이런저런 이유로 이혼해 주는 걸로
[한숨 쉬며] 아빠한테 잘 말씀드려 줘
너무 걱정 안 하시게
정말 내 걱정은 마
엄마 딸 당차잖아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닫힌다] [밝은 음악]
[숨을 후 내뱉는다]
[초인종이 울린다]
[초인종이 울린다]
어쩐 일이에요?
문전 박대 할 거예요? 나 혼자예요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사현의 벅찬 숨소리]
보고 싶었어요, 너무나
내일
법원 가기로 했어요, 이혼하재요
- 정말요, 이혼하재요 - (원) 뭐라고 했게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그냥 그러재요
우리 최대한 빨리 결혼하면 돼요 서류 정리되는 대로
힘들었죠, 혼자?
배부른 것 봐
[긴장되는 음악]
(아미) 죄송해요, 쉬시는 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아메리카노요, 따뜻한 - (아미) 전 밀크티
바쁘실지 모르고
뵙자고 한 용건 바로 말씀드릴게요
마음 정말 안 바뀌실 건가 해서요
전화로 물어보면 되지, 문자나
혹시나 바뀔까 봐?
걱정 마, 한 입으로 두말 안 하니까
어머니 재는 잘 지내셨어요?
많이 힘드시죠?
단순히 돌아가신 엄마 때문에 힘드냐고?
오지랖이라는 말 모를 거야
미국에서 태어나 컸으니
태어나긴 한국에서 태어났어요
[휴대전화 조작음]
그쪽이 챙길 안부 아니야
[무거운 음악]
(아미) 사실 저 솔직한 성격이에요
이제부터 뭐든 솔직할게요
오빠 사랑한 거 맞아요
앞으로도 변함없을 거고요
근데 왜 거짓말했어?
오빠가
그러는 게 좋을 거 같다고 해서요
어떻게 좋을 거 같다고?
(아미) 저도 언니 못지않게 힘들었어요
우리가 그렇게 다정한 사이인가? 언니라고 부르게?
(피영) 위로해 달라고? 힘드니까?
제 입장에서 성함 함부로 부르면 안 되잖아요
함부로 임자 있는 사람 사귀었어
그건 되는 거고?
죄송해요
원래 상황으로 돌려놓을 수 없는 경우
죄송하다는 말 가당치 않아
잘못해 놓고, 피해 입혀 놓고들
죄송하단 한마디로 책임 회피 빠져나가는 거
무책임하고 양심 없어
맞는 말씀이에요
화나시고 이해 안 되시겠지만
전 언니가 싫지 않아요
피해 입혔으니까
난 그 반대고
본인으로 해서 피해 입은 상대 밉기까지 하면 정상이겠어?
나도 욕도 할 수 있고 얼마든지 험한 소리 할 수 있어
- 하세요 - (피영) 약 올리는 거야?
아니요
욕하시면 들을 수 있고
때리시면 맞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언니한텐
(아미) 오빠가 정말 좋은 분이라고 하셨어요
뵈니까 맞는 말이에요
좋은 사람이니까
얼마든지 배신 때리고 뒤통수쳐도 된대?
- 오빠도 고민 많았어요 - (피영) 고민 해결됐고
행복하게 살 일만 남았어
(아미) 저도 부모님한테 교육받은 게 있는데
[한숨]
이럴 줄은 몰랐어요
(피영) 넋두리 듣고 싶지 않아
- 합리화인가? - (아미) 정말 마음 바뀌실 일
없으신 거예요? [피영이 코웃음 친다]
(피영) 사람 일을 어떻게 알아? [긴장되는 음악]
본인이 방금 그랬어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제 이름 불러 주시면 안 돼요?
- '그쪽', '본인' 말고 - (피영) 얼마나 보겠다고
또 볼 일 있겠어?
언니가 허락하시면
저 우선
오빠 집 들어가서 지내면 안 될까요?
[코웃음 치며] 바로 결혼을 해
(아미) 오빠 당장 결혼 생각 없어요
[한숨]
시간이 필요하대요
오빠랑 여행 가 본 적도 없고
하루를 온전히 같이 지낸 적도 없어요
한집에서 같이 살아 보고 싶어요
(피영) 나한테 허락 구할 일 아니야
인제 내 집도 아니고
음식이나 물질에 대한 갈망도 크지만
사람에 대한 갈망은
물질하곤 비교가 안 되는 거 같아요
그렇게 신 원장이 좋다고?
[한숨]
네
두 사람 문제는 두 사람이 알아서 해
동거를 하든 결혼을 하든
허락하신 걸로 생각할게요
- 내 허락 받아 오래? - (아미) 아니요
요즘 자주 못 만나요
오빠 많이 디프레스돼 있어요
오빠 첫사랑이 그 시어머니시라면서요?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모르셨어요? 언니한텐 얘기 안 했어요, 오빠가?
[한숨] (아미) 스텝맘 저한테 하는 거 보니까
꼭 질투의 화신 같았어요, 그렇죠?
그때 머리 잡히고서 일주일 동안 아팠어요
그냥 잡는 게 아니고 완전 비트는 거예요
손힘도 장난 아니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가시게요?
- 용건 끝났잖아, 원하는 답 들었고 - (아미) 네
나도 천사표 아니야, 의지로 참는 거지
언니가 하시는 말씀은 뭐든 들을 거예요, 앞으로
끝내고 헤어지라면?
눈물 흘리는 일 없이 잘 살아
[울먹이며] 무슨 뜻인지 아는데요
오빠 그렇게 끼 부리고 헤프지 않아요
[무거운 음악] 매너 있고
단정하고
그런 모습에 제가 먼저 끌린 거예요
(아미) 제 감정에 오빠까지 휩쓸린 거고
언니한텐 정말 죄송하고
잘못했고
용서 구하는 마음으로 살게요, 평생
[아미가 흐느낀다]
저 친아빠 만난 거 들으셨어요?
안 믿어지실 거예요
저도 실감 안 나요
알아야 돼?
[한숨]
제가 말이 고팠나 봐요
요즘 거의 사람들 다 안 만나고 지냈거든요
복싱만 하고
[휴대전화 진동음]
응, 지아야
(피영) 엄마 잠깐 볼일 생겨서
금방 들어가, 응
[통화 종료음] 지아도 보고 싶고 궁금해요
오버하지 말고
(아미) 아프거나 병나시면 저 불러 주세요
저 죽 끓일 줄도 알고
제가 케어해 드릴게요
진심이에요
(피영) 젊음은 이길 수 없어 천진스러운 젊음은
나한테 없는 모습 신선했겠지
[자동차 경적]
[흥미진진한 음악]
일반적인 남자들하고 다른 부장님
(문호) 우리도 깜짝 놀랐어
[문호의 웃음] (원) 순간적인 결정 아닐까요?
(예정) 아니야, 오는데 전화 왔어
집 알아보니까
마침 내일이라도 들어갈 수 있는 빈집 있다고
계약 진행해 주실 수 있냬
잔금까지 치러 주면 바로 나가겠다고
- (사현) 정말요? - (예정) 응
(문호) 갈라설 마당에 하루라도 불편하지 않겄어?
(예정) 맞아요
내일로 서류 접수하고
오후에 집 사 주고 하루로 다 끝낼 겨
마음 편히 가져
배 속의 이 녀석이 복덩이야, 보니까
- 태몽 무시 못 하나 봐요 - (예정) 그럼
(문호) 쓰던 가구 그렇지?
- (예정) 가구 고르러 가 - (원) 지금요?
몸 안 좋아요?
아니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문호) 갑작스러워도 하루면 적응되고 받아들여져
이런 말 그렇지만 어제 잠이 다 안 오는 거야
일이 순리대로 풀리는가 싶고
(문호) 혜령이 성격은 깔깔헌디 맺고 끊는 건 분명해
(예정) 내 생각에
얘가 지나가는 임산부 쳐다봤다고
그거 가지고 이혼 맘먹었다기보다
우리한테 하는 말이고
정 없는 남편하고 사느니
주위에 호감 표시하는 남자들 있을 수 있잖아
그리고 건너다봐야 절터다 생각도 들었을지 모르고
(문호) 아무튼 현명한 결정이야 두루두루
이렇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 누군? - (문호) 아가야
[밝은 음악] (문호) 듣고 있냐?
우리 복덩이? [함께 웃는다]
- 걷는 거 괜찮아요? - (예정) 자꾸 걸어야 오히려 순산해
아, 그래, 엄마?
쑹위안 배고프겄어, 뭐 당겨?
[아미의 힘주는 신음]
[발랄한 음악]
(직원3) 어서 오세요
- (예정) 우선 소파? - (사현) 네
(문호) 아기 태어날 거거든요? 손주
(직원3) 아기 키우시는 분들이 사용하시기 좋아요
- 편하고 좋네 - (직원3) 많이들 찾으세요
산모는 이런 데 앉아야 혀, 앉아 봐
그래, 아버지가 사 준대 [원의 웃음]
- (사현) 어휴, 조심, 조심 - (문호) 조심, 조심
편해요?
이삿짐센터죠?
견적 좀 내려고요
(혜령) 식구 전체 아니고 일부요
[경쾌한 음악]
[감탄]
[웃으며] 아유, 주책이야
[힘주는 신음]
[예정의 탄성]
(예정) 커튼도 아예 새로 해 집 분위기 새롭게
(직원4) 안녕하세요 이쪽 커튼 한번 구경하시겠어요?
원단 자체가 통기성도 되게 좋고 채광도 좋아요
저희 매장에서는 베스트 상품이에요
지아 아비가 뭐라고 하든
나 들어가야겠어
[의미심장한 음악]
(동미) 반찬들 갖다 쟁여 놔도 먹지를 않아
지난주에도 다 버렸어
빈 술병만 늘고, 라면이랑
얼굴이 완전 반쪽이야
저러다 병 걸려 봐, 덜컥 큰일 아니야?
미우나 고우나 일단 건강 유지시켜 줘야지
안 그래?
[탁탁 칼질한다]
(피영) 신유신 하나 놓고
안 먹어도 배부르지 [코웃음 친다]
[휴대전화 벨 소리]
- 여보세요? - (서리) 나
- 네, 이모 - (서리) 어떻게, 잘 지내고 있어?
- 그런대로요 - (서리) 산 사람은 어쨌든 사는 거야
피영아, 축하해 줘
이모 결혼해
[흥미로운 음악] [서리의 웃음]
- 어머, 진짜요? - (서리) 진짜지, 그럼
- 누구랑요? - (서리) 너 다음 달 여기 못 와?
어떻게 가 봐야죠, 녹음 미리 하고
놀라지 마, 나보다 스무 살 아래
- 어머나 - (서리) 현지 섹시 가이
날 얼마나 사랑하고 아껴 주는지 몰라
- 필리핀 남자라고요? - (서리) 어
조그마한 여행사 운영하고
모서리, 사랑해
들려? 사랑한대
[서리의 웃음]
(서리) 유일하게 하는 한국말
초혼이에요?
(서리) 두 번 갔다 왔는데 초혼이나 마찬가지야
1년씩도 안 살았어
이모, 저기, 잘 알아보고 결정하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서리) 야! 초 칠래?
자기 엄마 닮아 가지고
너희 엄마 때문에 나 여직 면사포 못 썼어, 따지고 보면!
[영어] 서리, 진정해
알았어, 진정할게
[유신의 피곤한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동미의 옅은 웃음]
[웃음]
[한국어] 날마다 누구랑 마시는 거야 몸 축나게
[한숨]
[술 취한 말투로] 누나밖에 없어 나한텐
나밖에 없지? 다 떠나고
[동미와 유신의 웃음]
[웃음]
(아미) 언니한테 허락받았어
- (유신) 어느 언니? - (아미) 지아 어머니
오늘 만났어
[무거운 음악] (아미) 맘 바뀔 일 없대, 물어봤더니
그렇더라도 이건 아니야
(아미) 왜? 언니는 완전 끝났다 하고
오빠 혼자 살 거 아니잖아
나랑 결혼한댔잖아 [유신의 한숨]
더 이상 혼자 싫어
- 자주 들를게 - (아미) 앞집에서 나 알아
(아미) 신문 광고 봤다고
일이든 성공이든 오빠랑 함께 아니면 아무 의미 없어
난 오빠랑 있는 게 더 행복이고
엄마도 더 이상 전화 안 해
지아 좀 큰 다음에
받아들일 나이 되면
언니가 같이 살아도 상관없다고 했다니까?
좋은 뜻으로 한 말 아니야
난 어쨌든…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여닫힌다]
[놀라는 신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뭐야
(동미) 불러들였어?
- 언니가 들어가 살라고 했어요 - (동미) 언니라니?
- 지아 어미? - (아미) 네
- 말 같은 소리를 해 - (아미) 확인해 보세요
아까 언니 만났어요
- 통화하실래요? - (동미) 가!
맞고 갈 거야? 곱게 갈 거야?
안 맞고 있을래요
(동미) [힘주며] 이게!
(유신) 말로 해요, 좀! 이런 성격 아니잖아
말로 할 상황이야? 말로 해서 들어?
(동미) 봤지? '안 맞고 있을래요'
어디서 나불나불
[동미의 기가 찬 신음]
빨리 사라져
좋은 말 할 때
안 들려?
(유신) 그만해요, 피곤해
받아들인단 얘기야?
안 돼
보내!
이러니 내가 있어야 돼
어딜 함부로 발 디밀어!
(유신) 두 사람 있고 내가 성북동으로 갈 거야
지난주에 팔렸어
(동미) 다음 달 이사 들어올 거고
수리한대서 그러라고 했고
[한숨]
[분노에 찬 신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아미의 당황한 신음]
[동미와 아미의 힘주는 신음]
- 야! - (아미) 제 이름 미예요!
성까지 아미요
(동미) 아미인지 매미인지 염장 지르지 말고
너 있을 데 아니야, 여기!
오빠랑 결혼할 거예요
시어머니로 모실게요
누가 너 같은 며느리 보겠대?
나한테 며느리는 지아 어미뿐이야
끝났어요, 완전히
(아미) 오빠랑 남남 됐어요
너랑은 엮인 적도 없고 엮이고 싶지도 않아
빨리!
오빠
[아미가 흐느낀다]
어디서 쇼를?
[오열한다]
[기가 찬 신음]
일어나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벨 소리]
[긴장되는 음악] 여보세요?
(아미) 언니
오빠 집에 왔는데요 [동미의 힘주는 신음]
- (동미) 여보세요 - (피영) 네
(동미) 이 물건 여기 들어오라고 했어?
저 관여하고 싶지 않아요 그 집 문제예요
(동미) 남의 집 불구경이란 얘기야?
완전 아직 남 된 거 아니야 지아가 없으면 모를까
허락받았다고 짐 싸 들고 들어왔어
- 안 된다 소리 안 했어요 - (동미) 왜!
[한숨] 지아 아비 알아서 하겠죠
두 사람 문제예요
따지고 보면 걔도 안됐고요
뭐가! 부처님 심장이야?
아비 어차피 혼자 살 거 아니잖아요
- 시간문제… - (동미) 끊어!
[통화 종료음] [동미의 힘주는 신음]
[아미의 가쁜 숨소리]
(동미) 어쩔 거야?
(아미) 저 잘할게요 [의미심장한 음악]
뭘 잘해? 누구한테?
어머니한테요
미국에서 컸어도
엄마가 할머니한테 하는 거 봐서 자신 있어요
며느리 노릇 어떻게 하는지 알아요
[어이없는 웃음]
며느리?
있게만 해 주세요
혼자는 더 이상 못 견디겠어요 정신적으로
자꾸 술에 의지하게 되고요
[놀란 숨소리]
아휴, 거기다 알코올 중독
[흐느낀다]
(동미) 그래, 있어 봐
네 발로 나가게 만들게
(피영) 늙은 첫사랑이랑 어린 정부랑 한집에서 살아 보시지
본인이 뿌린 씨앗 어쩌겠어?
(지아) 엄마
- 응 - (지아) 들어가도 돼?
어
(피영) 배고파?
(지아) 아니
내일까지도 안 고플 거 같아
(피영) 아빠도 많이 드셨겠네?
(지아) 아니, 아빤 다이어트한다고
지난주보다도 날씬해졌어
지아야, 이모할머니 결혼하신대
- 레알? - (피영) 필리핀 아저씨랑
- 20살 연하 - (지아) 우와, 할머니 짱
결혼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야
난 우리 딸 이다음에 혼자 산다 해도 반대 안 할 거야
왜? 엄만 결혼하길 잘했다고 했잖아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거든
[애잔한 음악] 우리 딸 낳아서 너무 좋고 감사하고 행복한데
결혼 안 했으면 사회적으로 더 많은 일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
(피영) 어쨌든 인생은
본인이 선택하고 결정해서 사는 거니까
엄마나 아빤 지켜볼 거고
우리 딸도 엄마, 아빠 지켜봐 주고
알았어 그래서 이렇게 지켜보고 있잖아
엄마 입장에서 생각해 봤더니
적어도 1년은 슬플 거 같아
나도 계속 할머니 생각나니까
엄마 맥주 한 모금 마실 수 있을까? 덥다
냉장고에 있어?
(피영) 응
[문이 탁 여닫힌다]
엄마
(시은) 응
아빠 혹시 틀어진 거 아닐까? 결혼
그렇지 않으면 조용할 리 없잖아
공연 끝나고 하려나 보지
설 지나고 바로 하려고 준비들 했는데?
남가빈 공연 외엔 전혀 들려오는 얘기 없고
무소식이 희소식 아니라 파경 소식 아니야?
- 아닐 거야 - (향기) 만일 틀어지면
- 엄마 어쩔 거예요? - (시은) 뭘? [시은이 탁탁 칼질한다]
엄마 맘 여리잖아 용서해 주실 거 같아
네 아빠 자존심 세, 은근히
어쨌든, 자존심 다 버리고 잘못했다고 하면요?
그런 일도 없겠지만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순 없어
됐어, 그럼
(우람) 오늘의 메뉴 감자볶음?
(향기) 아니요, 찌개에 넣을 거예요
감자호박된장찌개
(우람) 찌개에는 두 개만 넣어도 충분하지
[익살스러운 음악] (향기) [웃으며] 눈치는
- 오늘은 네가 좀 볶아 봐 - (우람) 내가 어떻게?
(향기) 맨날 하라면 '내가 어떻게?'
먹을 줄 알면 할 줄도 알아야 하는 거야
- 안 그래요, 엄마? - (시은) 응
앞으론 결혼 못 하는 남자들 많거든
먹고는 싶은데 해 줄 사람은 없고
직접 해야지
[무거운 음악]
(동미) 아마 열흘도 못 버틸 거다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아주머니, 당분간 쉬고 오지 마요
월급은 그대로 들어갈 거고요
[노크 소리가 들린다]
(동미) 어디 있어?
[문이 탁 열린다] (유신) 방에
[흥미진진한 음악]
왜 거기서…
저도 짐 정리했어요
(동미) 저 방 써
빨리!
저 미성년 아니고 오빠랑 결혼할 사이예요
아직은 아니야, 사람 일 모르고
제가 지아 방을 어떻게 써요
그렇지, 오빠?
[TV 전원음]
[유신이 리모컨을 탁 내려놓는다]
방 쓰는 게 뭐, 중요해요?
[동미의 분노에 찬 숨소리]
두고 봐
안 들어와?
(아미) 네
(동미) 냉장고의 양상추 꺼내 씻어 오이랑
당근 채 치고
- 채 치는 거 있죠? - (동미) 몰라
[아미가 냉장고 문을 탁 연다]
그거 옥돔이죠?
(아미) 전 쌀 씻을 때 첫 물은 정수기 물로 씻는데
마른 쌀이 물먹잖아요 수돗물 냄새 밸까 봐요
[수전을 탁 닫는다]
샐러드 채소 골고루 섞인 거 있어요 아예 씻어 나오는 것도 있고
한 번만 헹구면 돼요
[쌀을 사각사각 씻는다]
그 생선은 맛은 있는데 가시가 너무 세요
목에 걸리면 듀금 [옅은 웃음]
[한숨]
친한 언니네 오빠가 제주도 살거든요
갈치는요 웬만하면 먹갈치는 안 먹는 게 좋대요
이유는 나중에 알려 드릴게요 [아미의 웃음]
아는 게 많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많겠어
(아미) [웃으며] 네 저 먹는 거 좋아해요
웃음이 나와? [아미가 연신 웃는다]
원장님한테 정신 상담 좀 받아 봐
아참, 잠깐요
어디서 저런 게 좋다고
(문호) 쑹위안 아예 우리 집 내려와 있으면 되겄어
- 몸 풀 때까정 - (예정) 어, 맞아
별희네 불러 얘기할까?
아예 쇠뿔도 단김에?
아이, 내일 해요, 저녁 먹을 거야
근데 막상 정식 동서 된다면 싫어할지 몰라
왜 싫어혀?
혜령이보단 편치
8살이나 위 아니유, 손아래가
아유, 금방 적응돼
별희 어미 심성 유별난 것도 아니고
쑹위안은 말할 것도 없고
[문이 탁 열린다] 나오라고 그래!
[문이 탁 닫힌다]
아미?
- 주방에 없어요? - (동미) 방에 없어?
(동미) 어디 있어? [유신의 한숨]
[성난 숨소리]
잠깐 하더니 어디 간 거야?
걸어 봐 [유신의 한숨]
둬요, 바람 쐬러 나갔나 보지 동네 익힐 겸
양상추 씻으라고 했는데 바람 쐬러?
요게 꾀부리는 거 아니야?
기다려 봐요
확실치 않은 거 가지고 뭐라 그러지 말고
어쨌든 걸어 봐!
[유신의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동미의 한숨]
[휴대전화 벨 소리]
전화 두고 나갔어 [통화 종료음]
[발랄한 음악]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어?
[아미의 생각하는 신음]
- 저거요 - (직원5) 네
(직원5) 초는 몇 개 필요하세요?
- 초는 됐어요 - (직원5) 네
[여자들이 대화한다]
[흥미진진한 음악]
[초인종이 울린다] [흥미진진한 음악]
[그릇을 탁 내려놓는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 케이크 사러 나갔어? - (아미) 네
- 오늘 생일이야? - (아미) 아니요
근데? 양상추 씻으라 했더니
- 첫날이니까 축하해야죠 - (동미) 뭔 축하?
가족 되는 거잖아요 [동미의 기가 찬 숨소리]
뭐라 그러지 마요
사사건건 참견할 거야?
[한숨]
(동미) 케이크 누가 좋아한다고? 물어보든가
제 돈으로 사는 건데요?
케이크 하나 사길 한 시간 넘게?
아무거나 사긴 그렇잖아요 여기 게 맛있어요
휴대폰 두고 나가서 찾느라 시간 걸렸어요
앞으로 두 번 다시 머리 굴리지 마 그런 식으로
밥 퍼
(아미) 설거진 제가…
아, 디시 워시 있네
- 디시 워시 없는 집 있어? - (아미) 저 살던 집엔 없었어요
꼬박꼬박 말대꾸하라고 배웠어?
디시 워시 없는 집 있냐고 하셔서요
물으셨으니까요
[동미의 한숨]
[한숨]
[그릇을 탁 내려놓는다]
어머니, 한 말씀 하세요
하세요
(아미) 오빠
(유신) 그냥 큰 소리들 내지 말고
조용히 삽시다
(아미) 네
[한숨] [무거운 음악]
[동미의 한숨] 안 드세요?
음, 맛있는데!
[문이 탁 여닫힌다] 맛있지, 오빠?
(유신) 응 [아미의 옅은 웃음]
(혜령) 좋아해?
[무거운 음악] 만났을 거 아니야, 아기 엄마
[사현이 치약을 툭 내려놓는다]
좋아한다기보다…
- 배 많이 불렀어? - (사현) 응
기분 어때? 아빠 되는 기분
태어나면 실감 날 거 같아
[혜령의 한숨]
(아미) 오빠
우리 안 해 본 거 해
[문이 탁 닫힌다]
[긴장되는 음악]
[문이 탁 열린다]
[아미의 옅은 웃음]
(아미) 한 번도 같이 목욕 안 해 봤어
한 달 내로 못 내보내면 내가 김동미가 아니야
(아미) 기분 좋지?
(유신) 응
(아미) 오빠
관계를 떠나서
나 언니 참 좋아
끌려
교양 있고 본받을 만한 점 많아
언니한테 그랬어
혹시 병나면 나 불러 달라고
간호해 드리겠다고
[무거운 음악] 그랬더니?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심은 결국 통한다고 하니까
언니도 맘 열 거야
(아미) 그러다 보면 외국처럼 좋은 사이로 지낼 수 있어
엄마하고 사이좋으면 지아랑도 잘 지낼 수 있고
그러니까 오빤 환자들 병원 일만 신경 써, 아무 걱정 말고
오빠 사랑만 있으면 난 뭐든 잘 해낼 자신 있어
[옅은 미소]
[아미의 웃음]
[휴대전화 알람음]
[잠 깨는 신음]
[피곤한 신음] [알람음이 멈춘다]
아침
(사현) 몇 시에 일어나서 한 거야?
얼마 안 걸렸어
밥은 어제 예약해 놨고
(혜령) 콩장, 장조림, 멸치볶음
어머님이 해다 주신 거고
명란두부찌개만
- 약간 짠 거 같아 - (사현) 괜찮아, 안 짜
아기 태어나면 나도 불러 줘
궁금해
[한숨]
싫어하려나?
안 싫어할 거야, 관심 고맙지
- 이름 생각해 뒀어? - (사현) 아직
아버지가 지어 주실 거야
나 잘한 거지? [애잔한 음악]
결정
이런 내 자신 괜찮단 생각 들어
자기한테
나 좀 찌질했어
글쎄
이제 와서 이런 말, 이런 후회
아, 후회까진 아니다
소용없지만
PT 권한 내가 원인 제공한 부분도 있고
[잔잔한 음악]
[통화 종료음]
[노크 소리가 들린다]
[흐느낀다]
[애절한 음악]
- 나랑 장난 놀자는 거야? - (아미) 맞아요
(피영) 라테 한잔 안 사실래요?
(혜령) 부장님 칵테일 한잔 안 하실래요?
- (반) 예비 형수님이시다 - (동마) 안녕하세요
이렇게 예비 가족으로 만나니까 더 반갑네요
그러게요
- (피영) 정말요? - 내가 언제 거짓말하는 거 봤어요?
(예정) 넌 전생에도 그렇게 이쁜 마음으로 산 모양이야
(동미) 부부가 헤어졌다가 다시 합치는 경우 꽤 많아
냉수 먹고 속 차리란 말 알지?
아빠야 뭐, 두 공주님 보러 왔지
(사현) 나 안 갔으면 좋겠죠?
(혜령) 대표님 내일 기자 간담회 할 수 있을까요?
(혜령) 이런 소식을 알리게 돼서
저 이혼했습니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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