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S3.16
[어두운 음악]
(반) 아버지, 방에?
서재 [문이 탁 닫힌다]
[차분한 음악]
- 잠깐 얘기 좀요 - (서 회장) 응
차 드려요?
홍삼 물 마셨더니 생각 없어 갈증도 안 나고
컨디션 안 좋아? [문이 탁 닫힌다]
마음의 컨디션이요 [침울한 음악]
저희 분가할게요
- 왜? - (반) 그러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차별하시는 거 불편해요
무슨 차별?
스스로 모르세요?
(반) 집사람하고 제수씨요
제수씨만 이뻐서 어쩔 줄 몰라 하시잖아요
그런 게 아니야
구구한 설명 안 듣고 싶어요
내가 느끼는데 집사람 못 느끼겠어요?
착하고 무던한 성격이라 내색 않는 거지
그럴 만한 일이 있어
(반) 맛있는 반찬 애들도 있는데
제수씨 앞에만 밀어 놓고
물 한 컵도 우람 엄마만 시키고요
요저께 보니까 카드 따로 챙겨 주셨죠?
[한숨]
아까도 보석 반지 챙겨 주신 거고요
맞아
우리 모르게 챙기시느라 힘드실 거 아니에요
나갈 테니까
마음 놓고 이뻐하시고 사세요
[한숨]
(반) 이럴 거 뭐 하러 불러들이셨어요? 저희까지
내 말 좀 들어 봐
한 번 뒤통수친 사람은 또 친다더니
이렇게 또 상처 주세요?
(반) 내가 전생에 잘못한 게 많은가 봐요
- 아버지한테 - (서 회장) 동민아
그 이름 지웠어요
(서 회장) 오해할 만해
나도 입 근지러웠는데
얘기 안 했으면 하니까
동마 처, 아기 가졌어
[잔잔한 음악]
동마도 결혼 당일 알았다 하고
식구들 알면 쑥스럽고 민망하다고
그러니 안 챙길 수 있어?
아침에 반지는
동마 어미가 아꼈던 반지 하나 줬고
우람 어미한테는 줘도 네가 싫어할 거 아니야?
동마 어미 반지라
9월에 너 첫 조카 태어나는 거야
태몽도 아빠가 아니라
큰아빠가 제대로 꿔 줬고
경솔한 생각 했네요
(서 회장) 모르면 모를까
당연히 섭섭하고 기분 나쁘지, 네 입장에선
전혀 생각 못 했어요
나도
경사야
수십 년 만에 아기 울음소리 듣게 생겼어
그러게요
알은체는 마
시아비 입 싸다 그런다
어차피 배불러 오면
애들한테 특히 좀 그런 모양이야
[한숨]
언니하고 내 말이 맞았잖아
아버님
제명껏 못 사시고 돌아가셨어
[무거운 음악]
고의적 살인 아니야?
혈관 건강 나빠지게
밀가루, 탄수화물 음식만 해 드리고
(아미) 제세동기만 바로 썼어도
지금까지 살아 계실 텐데
안 믿겨? 직접 듣고도?
이해가 안 가
도저히
어떻게…
(아미) 우리 할머니가 그러셨어
사람이 제일 무서운 거라고
딱 맞아
아버지한테
누구보다 잘했거든
온 정성으로
- 겉으로만 - (유신) 왜 겉으로만?
- 늙으신 게 싫었나 보지 - (유신) 평생 살았는데?
남녀 사이는 둘만 안다잖아
한두 달, 1, 2년도 아니고 그렇게 속일 수 있어? 나까지
거짓은 꼭 표 나게 돼 있는데
열두 얼굴이야, 보니까
분열 증세로
과대망상 아닐까?
생각하고 있던 잠재의식
정말 답이 없어, 오빠
(아미) 천륜이나 돼? 피를 나눈?
정신과 원장님 맞아?
스트레스 없이 행복하게 사신 분이 왜 병 걸리냐고
죄짓고 스스로 힘들었던 거지
거기다 아버님 못 가시고 지아한테 빙의돼…
(아미) 다 말 되잖아
원한에 사무쳐서 아버님 못 떠나시고
선택해, 나 무서워 같이 못 살아
무슨 짓 할지 알아, 나한테도?
입원시키든가, 내가 떠나든가
짐 싸?
(유신) 젊은 나이에 우리 집 들어와서 친엄마처럼 [애잔한 음악]
혈육 이상으로 나 키웠어
그 덕에 오늘의 내가 있는 거고
딴맘 있는 거야
- 아들로 안 보고 남자로 - (유신) 시끄러워
일곱 살짜리를 남자로 봐?
누가 일곱 살짜리한테 맘 품었대?
멋진 청년 되고 장년 되고
아버님은 장년에서 노인 되시고
당사자는 한창 피 뜨거운 나이고
[괴로운 숨소리]
(아미) 직접 병원으로 모시든지
직원들 부르든가
나 더는 못 봐
못 살아, 같이
[한숨]
[달그락거리는 소리]
[멀어지는 발걸음]
[문이 달칵 열린다]
(동미) ♪ 예, 예, 예 ♪
♪ 예, 예, 예, 예, 예, 예 ♪
♪ 예, 예, 예, 예, 예, 예 ♪ [문이 탁 닫힌다]
♪ 예, 예, 예, 예, 예, 예 ♪ [무거운 음악]
♪ 예, 예, 예, 예, 예, 예 ♪
♪ 예, 예, 예, 예 ♪
♪ 정말로 사랑해 ♪
- 옷 입고 나와요 - (동미) 이제 늦었는데, 뭐?
어쨌든
- 외식해요 - (동미) 외식 뭐?
(유신) 뭐 먹고 싶어요?
들어가
들어가, 말갛게 보지 말고!
(동미) 피자 먹고 싶어, 시켜 줘 집에서 먹을래 [문이 달칵 열린다]
정말 아버지 [문이 탁 닫힌다]
[긴장되는 음악]
심장 마비 오는데 모른 체했어?
아, 몰라
왜 그랬는데?
(유신) 아버지 누구보다 사랑했잖아
존경하고 사랑한댔잖아
(동미) 존경이 뭐예요?
- 아버지가 싫었어? - (동미) 노인네 냄새
얼마나 끔찍했는데!
누나는 안 늙어? 나이 먹으면 다 그런 거지
아유, 어쨌든
그래서 지금 나 공격하는 거야?
야단치는 거야?
재수 없어, 다!
아버지…
애야? 아빠 찾게?
[혀를 끌끌 찬다]
[아미가 휴지를 직 뽑는다]
(아미) 직원 누구 오라고 그래 [유신이 훌쩍인다]
[숨을 들이켠다]
[한숨]
[문고리를 달그락거린다]
(유신) 열어요
열어
키
(동미) 들어오기만 해 콱 죽어 버릴 거야!
[무거운 효과음]
(원) 여기 왜 오신 거예요?
(사자1) 데려갈 사람 있어서
[침울한 음악] (사자2) 망인은 왜 떠돌고 있어?
- 누구요? - (사자1) 알려고 마
- (사자1) 천기누설이야 - 언제요?
(사자1) 우리가 나타나면 한 달 안으로
남자인지 여자인지 그것만이라도…
이 댁 어르신요?
(사자2) 묻지 마, 다쳐
내 휴대폰?
(도우미) 여기요
[휴대전화 진동음] [살짝 웃는다]
- (피영) 응 - (아미) 언니 [무거운 음악]
(아미) 방 키들 어디 있어요?
(피영) 다용도실, 신발장이던가?
(아미) 김 여사 방문 걸어 잠그고 있는데요
언니랑 제 예상이 맞았어요
아버님 죽게 했다고 본인 입으로 실토했어요
뭐라면서?
얘기가 길어요
[유신이 옷장을 달칵 연다]
(유신) 입어요
(아미) 우리 어머니 감기 드시면 안 되니까…
[아미가 놀란다]
[긴장되는 음악]
[동미의 힘주는 소리]
[동미가 씩씩거린다] 아…
(유신) 왜 이래! 진정하고
[아미의 가쁜 숨소리] 알았어
그냥 집에 있어
(동미) 건들지 마, 나! 꺼져들!
[놀란 숨소리]
(유신) 지금
안정실 준비해 놓고
- 다리 안 당겨? - (지아) 아니
(우람) 누나가 음료수 시켜 놨어
[살짝 웃는다]
(지아) 야, 사람들이 오해하겠어
고래 수술 한 줄? 어쩔 수 없어
[지아의 웃음]
[어두운 음악]
밥 안 줘? 배고파
누구셔, 이 총각들은?
저희 직원요
(유신) 잠깐 일단 앉아요
앉고
(동미) [힘주며] 놔!
[거친 숨소리] 손들 대
오줌 쌀 거야
[긴장되는 음악] 왜 이래
너희들 뭔데, 감히!
놔! 놔!
원장님한테 너희들 자르라고 할 거야!
유신아!
[동미가 악쓴다]
내가 뭘 어쨌는데? 응?
죽어? 눈앞에서 죽어 줘?
직접 죽이든가!
그래!
네 손에 죽을게, 아들 손에!
[동미가 소리친다]
[흐느끼며] 나한테 어떻게 이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도와줘, 아미
잘못했어
인제 잘할게
유신아!
아들!
한 번만, 나 못 살아
나 못 견뎌!
나 없이 살 수 있어?
제발!
이것들이 나 죽이려고 그래!
죽일 거야!
살려 주세요!
놔!
죽어도 여기서 죽을 거야!
여기서 죽는다고!
[흐느낀다]
[동미가 소리친다]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동미가 연신 소리친다]
[무거운 음악]
(동미) 천벌받을 거야
죽을 때 곱게 못 죽어
두고 봐
은혜를 원수로 갚아?
신유신
꿀 먹었어?
누나
[젊은 동미가 살짝 웃는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해륜) 어차피 저녁 시간인데 먹고 들어가요
밥 말고 술이요
[분위기 있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가끔씩이라도 내 생각 했어요?
안 했다면 거짓말이죠
여러 번 전화하고 싶은 거 참았어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우리?
[차분한 음악]
한 번 배신 때리면 또 때리게 돼 있다고 하잖아요
저 그 정도 염치는 있고요
김동미 님이
정말 열 팬이세요
엄마처럼 잘해 주시고
(가빈) 하도 적극적으로 말씀하시길래
너무 거절하는 것도
인간적으로 그렇고 해서
얼굴만 먼저 보겠다고 하고 나온 거예요
어쨌든 이렇게 다시
인연 아닐까요?
내 생각만 하고 인제 선생님 이용 안 해요
힘들면
견디는 게 답이에요
[한숨]
[스탠드 조작음]
[한숨]
(사자1) 그래서 아기 때문에?
- (원) 네 - (사자1) 집착이야
(사자1) 그 '착'에서 모든 괴로움 고통이 비롯되는 거고
[무거운 음악] (사자2) 이승 표현으로
서당 개 3년에 풍월 읊는다더니
사자 노릇 백 년에 반보살님 되셨어
[사자2가 피식 웃는다] [사자1의 헛기침]
(원) 도저히 떠날 수가 없었어요
아기 두고
[사자2가 호응한다]
(사자2)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겠어?
이승에서도 남자 몸만 받았었으니
(원) 전
전생에도 죄가 많았던 걸까요?
(동마) 왜, 못 자?
못 잘 사람은 나야
- (피영) 왜? - 내일 침대 하나 더 들여놔
힘들어
아예 각방을 써
- 진심? - (피영) 응
왜 기분 안 좋아?
(동마) 말해, 내가 뭐 잘못했어?
침대 들이자고 한 거?
농담이야 안고 싶은데 못 안으니까
[목멘 소리로] 비빔국수가 먹고 싶어
잠이 안 와
해 먹으면 되지, 김치라도 넣고
- 국수 없어 - (동마) 라면도?
[잔잔한 음악]
그럼 국수 밀면 돼 밀가루도 없어?
밀가루는 있어
(피영) 왜?
먹어야지
우리 당당이 엄마 잠을 못 자는데
[문이 달칵 여닫힌다]
두 분은 어떻게 사자가 되셨어요?
(사자2) 우리도 업 때문에
생전 업에 따라서
(사자1) 이것도 못 할 짓인 게 [흥미로운 음악]
안 자고들 뭐 하는 거야?
(사자2) 야식들 먹으려나 보지
(원) 어이없는 게요
전 넋이 됐는데도
음식을 보면 먹고 싶어요
두 분은 안 그러세요?
(사자2) 차차 없어져 생전의 습이 남아 그래, 아직
- (피영) 밀가루? - (동마) 응
[부드러운 음악]
(피영) 안 해 봤잖아
[동마가 살짝 웃는다]
(동마) 안 해 봤어도 하는 건 봤지
- TV에서? - (동마) 응
(동마) 물 넣고 섞으면 되는 거 아니야?
내가 할게, 밀어나 줘요
손대지 마, 들어가 있어
맛있게 해서 대령할게
도련님이? [동마가 피식 웃는다]
(동마) 도련님 끝났어
[정수기 작동음] 서방님이야, 사피영 서방님
[정수기 조작음]
- 낭군님 - (동마) 나 사랑하지?
(피영) 당연하지
(동마) 됐어, 들어가 계셔
한숨 자고 있든가
잠 안 온다니까
어쨌든, 누워 있어
- 어떻게 먹어 - (동마) 젓가락으로
미안해서
미안한 생각 들 때마다
(사자1) 칼국수?
(사자2) 수제비
[침울한 음악]
(유신) 아버지
[떨리는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한숨]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아…
[달그락]
뭐야?
(동마) 나예요
[서 회장의 피곤한 숨소리]
[스탠드 조작음]
죄송한데 그거 어디 있지, 아빠? 발 지압 봉
(서 회장) 왜?
집사람이 국수 먹고 싶어서 잠을 못 자겠대
먹여야지, 그럼
[스탠드 조작음] (동마) 주무세요
(서 회장과 동마) - 네가 민다고? - 내가 밀어야지, 누가 밀어
회장님이?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서 회장) 아휴
[한숨]
[밝은 음악]
아휴
[문이 탁 닫힌다]
(사자1) 칼국수
(서 회장) 발로 밟던 건데, 그거
가운데 밟았으니까 끝 쪽으로 밀면 돼요
(서 회장) 그래도
손으로 밀 순 없잖아
밀가루 묻힐 거고
(서 회장) 온 식구 다 깨워 먹일 거야?
(동마) 많다고?
(서 회장) 많지, 그럼 근데 얻다 밀어?
여기다 무슨 국수를
음…
[손가락을 딱 튀기며] 아!
- (동마) 완전 딱이네 - (서 회장) 응
(서 회장) 어서 갖고 와, 반만
생밀가루 넉넉히 하고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발랄한 음악]
(동마) 내가 밀게요
(서 회장) 이것도 요령이야
고루
먹고 싶은 거 못 먹으면 평생 맺혀
네 엄마 너 가졌을 때
한겨울에 빙수가 먹고 싶다는 거야
요즘은 겨울에도 더러 파는 데 있는가 본데
그때 어디 있어? 팥빙수가
두고두고 얘기해
(동마) 들은 기억 나
고추장비빔국수? 김치비빔국수?
김치비빔국수인가 봐요
김치 어디 있는지 알아?
김치냉장고에 있겠죠
어떤 게 김치냉장고야?
(서 회장) 우리도 먹어야겠다 그렇지? 출출해
(문호) 너는 처복은 없다고 생각혀
사람이 다 가질 순 없거든
나부터도 부모복, 처복
자식 복, 돈복
건강까지 타고났는데
입찬소리는 말고
건강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문호) 그려
건강은 빼고
다 가졌는데 한 가지
딸이 없네
앞으로 정빈이만 보고 살아
혜령인
뭐라고 할까
인간적 정은 약간 달리고 부족혀
자기 본위적이고
그러려니 혀
아, 그래도 외양은 이쁘잖어 능력도 있고
(예정) 그래, 살갑고 애교까지 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정빈이 잘 키우는 걸로
무조건 마음 비우고
(문호) 설사 욕을 혀도 한 귀로 듣고 흘려
(예정) 지금 한창 날카로워져 있어
안 건드리는 게 수야
[침울한 음악] [심전도계 비프음]
면은 좀 굵어
칼질이 서툴러서
(피영) 너무 감사해요, 아버님 [서 회장의 웃음]
- 나도 했어 - (피영) 생큐
[따뜻한 음악]
믿기지가 않아요
[웃음]
우리 입엔 먹을 만해, 간 봤더니
너무 맛있어요
다행이구먼
(피영) 어머
- 왜? - (피영) 잠깐요
찍으려나 봐요, 인증 숏
뭐 대단한 거라고
아, 음식 하는 게 장난 아니에요
뭐든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야겠어요
[체온기 작동음] [심전도계 비프음]
몇 도예요?
36.7도요
딱 좋은 체온이에요 혈압도 정상이고
(혜령) 머리가 깨지게 아파요
주치의 선생님께 노티할게요
(혜령) 딸 아니에요?
어머, 어떻게 아세요?
그래 보여요
[무거운 음악]
지아야
(시은) 어떻게 된 거야, 이게?
[살짝 웃는다]
(도우미) 장 볼 거 알려 주세요
잠깐요!
(피영) 실은 언니…
몇 번 언니한테는 말하려고 했는데
입이 안 떨어지는 거야
[차분한 음악] 자기 아기 가졌지?
아버님께 들었어?
보면 알지
입덧도 안 했는데?
더 잘 먹고
알은척하고 싶은 거 나도 참았어
언제야, 예정일?
(문호) 얘기 들었지? [심전도계 비프음]
뇌도 아주 깨끗하디야
근데 눈을 뜰 수 없게 아파요
푹 쉬고 긴장 풀고
이런저런 생각 마
정빈이 보고 싶어요
(문호) 데려올 순 없고
하루하루 이쁜 짓 늘어
[함께 웃는다] [잔잔한 음악]
사현이 아직 젊고
내가 봐도 서툰 거 많아
네가 좀 이해하고 기다려 주면
모든 면에서
더 좋은 남편 될 겨
(문호) 남자는 철이 늦는 법이거든
저도 부족하죠, 뭐
(문호) 네가 뭐가 부족혀?
커리어 우먼이지
정빈이 엄마는
여성여성했던 거 같아요
니도 천생 여자여
(문호) 거울 안 봐?
- 아버님이 정말? - (피영) 어
- 상상이 안 돼 - (피영) 그렇지?
먹을 만했어?
(피영) 국수 가락이…
거짓말 안 보태고 지아 손가락 굵기인데
동마 씨가 힘 좋아서 많이 치댔는지
쫄깃하고 맛있는 거야
김치양도 딱 알맞게 넣고
거기다 계란 고명까지
삶아서
[침을 꼴깍 삼킨다]
언니도 먹고 싶구나
말 들으니까
하는 건 힘들고 종로에 우리 단골집 가
실은
나 임신 반응 나왔어
[잔잔한 음악]
어떻게…
어머나
처음엔 나도 믿기지 않았고
부장님 뭐라셔?
아직 몰라
왜? 제일 먼저 알아야지
(시은) 부혜령처럼 만에 하나
지금 간신히 임신 반응 나왔는데
- 임테기? - (시은) 어
다음 주 산부인과 가서 진료받은 다음에
확실하면
허니문 베이비?
그런 모양이야
루비콘강을 건너긴 건너셨네
손만 잡고 주무셨나 했더니
- 놀리지 말아 - (피영) 놀리긴
서씨 문중 완전 겹경사야
부장님은 더구나 장남 아니야
아셔 봐, 얼마나 좋아하시겠어
[옅은 웃음]
모르지, 뭐
모르긴
부장님도 부장님이지만
아버님
절대, 확실할 때까진
언니
임테기 확실해
3, 4개월은 돼야 그나마 안심하지
(피영) 형님, 축하해요
신문에 날 사건이야
아…
그래서 요즘 잘 못 먹은 거네
몸매 관리하는 줄 알았더니
느끼한 게 안 받아
크리미한 거
난 지아 때랑 똑같아
딸 같아, 아들 같아?
(피영) 아들이면 얼마나 좋아
아버님 까무러치실 텐데
[의미심장한 음악]
이 댁 큰아드님은 아니죠?
[사자2의 한숨] [사자1의 헛기침]
- 네? - (사자2) 천기누설 하면
우리 이것도 못 하고 축생으로 태어날 수 있어
[침울한 음악]
[한숨]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고객님이 통화 중이어서 음성 사서함…
[부드러운 음악]
[안내 음성] 삐 소리 후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통화 종료음]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 여보세요 - (유신) 통화 돼?
네
얘기 들었어
어떡하고 계셔?
계속 진정제 맞고
생각했던 거 이상으로 무서운 분이야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정말?
당신 말 귀담아들었어야 했는데
아미 시켜서
아버님 천도재 좀 제대로 지내 드려요, 그래야 돼
(유신) 응
상태 좋아지면 다시 한집 살 건가?
아미가 절대 싫대 나도 인제 자신 없고
나 같아도
한 번씩 만들어 주던 술 있잖아 어떻게 만드는 거야?
아미한테 문자로 보낼게요
(유신) 응, 지아는?
잘
학교생활 잘 적응해?
(피영) 응
할머니 얘기는 안 했고
할 필요 없지, 뭐
마음만 심란하고
들어가요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 (향기) 다녀오셨어요? - (반) 어
- (반) 일찍 들어왔어? - 또 나갈 거예요
웬 꽃이에요?
[다가오는 발걸음]
[따뜻한 음악]
- 어머 - (반) 이건 제수씨
- (시은) 동서 - (피영) 네
(시은) 아주버님께서
(피영) 어머, 좋아라
감사해요, 저한테까지
(시은) 원래 제수씨 사랑은 시숙이야
남편 사랑은 의미 없어?
왜 의미 없어
(시은) 감동, 최고
[차 문이 달칵 열린다]
[경쾌한 음악]
- 어때? - (유신) 똑같이 한 거야?
응, 알려 준 대로
난 맛있는데?
[경쾌한 음악]
거품이 너무 적어?
이건요, 꺾지 않고 마시는 거예요
- 맥주? - (피영) 드셔 봐요
[흥미로운 음악]
(동마) 건배
[잔을 짠 부딪는다] (반) 많이 마셔
맛이 독특해
꺾는 거 아니라니까
[반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아주버님이 우리 꽃 사다 주셔서
내일은 내가 사다 바칠게
그럼 내일도 마실 수 있지?
[피영과 시은의 웃음]
[사자1이 침을 꼴깍 삼킨다]
(동마) 근데 정말 어떻게 만든 거야?
내가 소싯적에 알바했잖아요 바텐더
- (시은) 에이그 - 정말
- 인기 좋았어 - (동마) 손님들한테?
남자 손님들 [웃음]
[차분한 음악]
불어
곱게 불래, 당하고 불래?
단골 일식집 셰프한테
어느 일식? 씁…
셰프한테 꼬리 친 거 아니야?
인어인가, 꼬리 치게?
눈웃음쳤지
셰프가 음식이나 정성껏 만들 것이지
[피영의 웃음]
(피영) 서비스로 만들어 준 거 맛있다니까 알려 줬어
(문호) 오늘 바람도 없고
(예정) [웃으며] 그러니까
(문호) 멀리 갈 거 없이 단지만 돌아도 되겄어
[의미심장한 음악]
[다가오는 발걸음]
아미랑 어떤 사이야?
단순히 클라이언트 아니지?
- 아미? - (혜령) 응
외자 이름이야? 이름이 아미야?
시치미 떼지 말고
누군데?
(사현) 데려와 봐, 누군지 궁금해
정말 몰라?
통화시켜 주든가, 셋이 만나든가
[한숨]
(사현) 이해가 안 돼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네
혼자 오셨어요?
네
여기 아래층에서 차 한잔 안 할래요?
(피영) 언제 또 작품 들어가요?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요즘 인터넷 검색을 안 해서
가을에요
참 꾸준히 활동해요
운이 좋은 거죠, 일 운은
저랑 이시은 작가님 관계 알죠?
아미 통해서
[다가오는 발걸음] 네
작가님
결혼하셨다고 들었어요
네, 훌륭한 분 만났어요
(가빈) 착한 끝은 있나 봐요 작가님을 봐도 그렇고
원래 남친 다시 만나셨다고…
다시
끝났어요
작가님 인제 일 안 하세요?
(피영) 쉬어야죠
대학교 때 알바부터 시작했으니까
거의 30년
나도 안식년 중이고요
맞아요
휴식도 필요한데
우리 같은 경우는 잊혀질 두려움 때문에
(가빈) 아, 저, 작가님한테
한번 뵙고 싶다고 전해 주시겠어요?
다른 모든 걸 떠나서
인생 선배 같은 생각 들어요
혼자 컸다고 했죠?
네
[컵을 달그락 놓으며] 나도 형제 없이 커서 어떤 마음인지 알아요
(피영) 가깝게 지내고 싶은 사람 있어요
시은 언니는
개인적으로 언니라고 불러요
본인보다 남 배려하고
정말 인간미 있어요
네
그러고는 박 교수님 안 만났어요?
(가빈) 요저께 우연히요
사랑까지는 아니었더래서
담담하더라고요
(간호사) 한희원 님
[부드러운 음악]
[떨리는 숨소리]
[시은이 흐느낀다]
- 수고하셨어요 - (PD) 내일 봬요
"CSB 라디오"
[휴대전화 벨 소리]
어
(시은) 방송 끝났지?
(반) 응
일찍 들어가면 돼?
(시은) 아니
얼로 새라고?
(시은) 나 저녁 사 줘
한식은 집에서 먹으니까 프렌치? 중식?
[혀를 굴리며] 이탈리아?
(시은) [반을 흉내 내며] 이탈리아
오케이
예약하고 문자할게
(시은) 응
(반) 자주 좀 전화해
좋다
[살짝 웃는다]
(문호) 안 먹는디야
아이스크림 아니고 젤라토라고 했어?
(문호) 응
괜히 사 오라고 했네
이건 좀 먹을 줄 알았더니
(문호) 정말 심각한 병 든 거 아니여?
아니라잖아
[한숨] [냉장고 문이 탁 닫힌다]
(예정) 내장까지 샅샅이 훑었고
나…
중학교 때 동창 녀석 친구
(문호) 6개월 전에 건강 검진 아무 이상 없었는데
갑자기 쓰러져서 검사받았더니
뇌종양 말기래
(예정) 아유
말이 씨가 되게 괜히
사현이 팔자에 여자 없다는 소리는 못 들었지?
쑹위안도 그렇게
허망하게 가고
(문호)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게 생겼어
우울증이야
정신과 상담 받으래도 안 가고
소문이 문제야? 건강이 우선이지
저렇게 먹질 못하면서
맛있구먼
이 맛에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들 하나 벼
[발랄한 음악]
- (예정) 늙으셨어 - 내가?
[달그락거리는 소리] (예정) 나이 들어서 이런 게 맛있어
반대 아니여?
젊다는 증거 아니여? 아직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반) 와인은 이걸로요 - (지배인) 네
좋은 일 있어?
좋은 일 있어야만 밥 얻어먹어?
아니, 나야 생큐지
(반) 그렇지 않아도 여기 한번 같이 오려고 했어
[휴대전화 진동음]
(반) 여보세요
네
이 작가도 잘 있어요
아직은요
막내 중학교 들어가고 바빠요
엄마 노릇 좀 해야죠
네
네
[통화 종료음]
자기 불러내려고
작가들 많구먼
많아도
실력 없는 무늬만 작가들 쌨어
[컵을 탁 내려놓는다]
우리도 승마 시작할까?
애들이랑 같이 다니면 좋을 거 같아
해
- 나만? - (시은) 나 겁 많잖아
단추 빼고는 좀 큰 개도 무서워
[휴대전화 진동음]
(반) 모처럼 우리 시은이랑
정담 좀 나눌렸더니
[피식 웃는다] 꺼 놔야겠어
어
[흥미로운 음악] (사자1) 내생엔 사람 몸 받아
(사자2) 얼마나 게으르고 남 등골 빼먹었으면
개로 태어났냐
(사자1) 이런 집 만난 거 보면
등골까지는 안 빼먹었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별로야?
우리 부장님
운이 좋아야 할 텐데
벌써 운수 대통이야
자기랑 결혼하고
[종업원1이 그릇을 탁 내려놓는다]
애들도 이거 좋아하던데
(반) 포장해 가 세 개는 해야 다들 먹지
식으면 맛없어
칼조네가 무슨 뜻이지?
늘어진 바짓가랑이 뜻이라나?
(반) 나도 바짓가랑이 좀 잡혀 봤으면 좋겠어
누구한테?
이시은한테
인제 잡을 거야, 잡고 안 놔줘
(반) 응
아빠 될 생각 해 봤어?
[쓱쓱 칼질한다]
부담스럽고 싫어?
생각 안 해 봤다면 거짓말이고
현실에 만족하고 사는 게 중요해
요즘 모든 게 충분히 만족스럽고
어쩌면
하늘이 돕고 자기 운 좋으면
올 안으로 서 부장님 아빠 될 수 있어
[따뜻한 음악]
[잘그랑거리는 소리]
무슨 뜻이야? 입양하자고?
5주 차인데
유산될까 봐 조금 걱정은 돼
(시은) 오늘 병원 갔었어
피 검사 받았는데
임신 맞다고 하고
안 믿겨
나도
나 한 대 때려 봐
아파, 안 아파?
1도 안 아파
어떡해
꿈이야
지금은 누가 날 칼로 찔러도 안 아플 거 같아
마취 상태야
이런 기분이구나
아버지 되는 기분
사람 일 몰라
(시은) 난 항시 마음 준비 하고 있을 거야
그러지 마
아기에 대한 예의 아니야
사랑
그런가?
믿어 주고 잘 크라고 응원하고
최선을 다해 사랑 느끼게
태아라도
알았어
자기 말이 맞아
(서 회장) 너희는 사람을 판별할 때 뭐로 해? 기준
(지아) 안 해 봤어요
(서 회장) 넌 안 해도
앞으로 사회 나가거나 사람들은 너에 대해서 평가하게 돼 있어
(우람) 생각해 볼게요
(향기) 전 인상을 봐요, 느낌
(서 회장) 음…
물질이 있는데
[잔잔한 음악] 내 건 네 거고 네 건 내 거라고 하는 사람은
무지한 사람이야
내 건 내 거고 네 건 네 거라고 하는 사람은
일반인
내 건 너의 것이고
너의 것은 너의 것이라고 하는 사람은
존경스러운 경건한 사람
너희들 그럴 수 있어?
솔직히 자신 없어요
할아버지는요?
(서 회장) 난 가끔 한 번씩
나도 경건한 사람은 못 돼
여기저기 많이 기부하시면서
(서 회장) 마지막으로
네 건 내 거고 내 건 내 거라고 하는 사람은
사악한 사람이라고 '탈무드'에 나와 있어
도둑, 강도들이 이런 사람이지
남의 것도 자기 거라고 생각하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남의 거 뺏고 강탈하지
어떨 땐 사람들 해치기까지 하면서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지 알겠지? [도어 록 조작음]
네 [도어 록 작동음]
쉽진 않을 거 같아요
사악한 사람들만 없어도 이 세상 살 만할 텐데요, 아버님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왜 이렇게 일찍들 들어와?
오붓한 시간 좀 보내지
내가 뭐 또 실수한 거 있냐?
- (반) 아니요 - (서 회장) 얘기해, 편히
(반) 지난번 꿈 동마한테 괜히 팔았어요
- 구렁이 꿈? - (반) 네
왜? 로또 샀어?
이 사람 아기 생겼대요
[차분한 음악]
오늘 병원 다녀왔어요
조심해서 낳아 보려고요
그러니까
너도…
네
가만
만우절 지났지?
(반) 지났죠
어떻게 우리 집에 둘씩이나
언제야, 산달?
12월이요
안 좋으세요?
아니
괜찮아
(서 회장) 아비 노릇 제대로 못 했는데
이렇게…
[숨을 하 내뱉는다]
너무 감격스럽고
네가 나보다 낫다
고맙다
기쁘지?
(반) 네
[서 회장의 벅찬 숨소리]
(서 회장) 나도 신경 쓰겠지만
남편이 잘 챙겨야 돼
마음 다치는 일도 있어선 안 되고
그, 웬만하면
휴직하고 24시간 케어했으면 좋겠구먼
그럴까?
(반) 농담 아니야
됐어요, 조심할게
들어오라 그래, 작은애네도
애들한테 먼저 얘기하고요
(반) 애들 도움도 받아야죠
아, 그렇지, 그래
(서 회장) 너한테 이런 효도 받을 자격 없는데
아…
얼마나 큰 효도야
응?
맥주 건배라도 해야 하는데
(피영) 마셔요 우린 보는 것도 좋아
같이 마셔야 의미 있지
급할 거 없으니까 며칠 천천히 낳아요, 해 넘겨서
(피영) 그래 봤자 서너 달 차이야
어쨌든 나이는 달라지니까
태명 지어야죠?
뭐, 꼭 안 지어도 되지?
그래도 언니 한 번씩 불러 주는 게 좋지 않아?
장군이 어때?
(동마) 그건 아빠, 남자 태명
중성적인 거, 성별 모르니까, 아직
- 아… - (피영) 뭐 좀 드려요?
(서 회장) 생각 없어
(동마) 뭐 생각 없어? 한잔 생각 안 나셔?
나셔
[시은과 피영의 웃음]
임산부님들 건강 출산 기원 겸
우리가 마셔 줘야겠어, 삼부자가
(반) 그러니까
너희들이 할 수 있는 건 하고
될 수 있으면 엄마 많이 안 움직이게
네
[떨리는 숨소리]
- 왜 울어? - (우람) 기쁨의 눈물이죠
(우람) 그렇지?
[살짝 웃는다]
(반) 엄마 걱정돼? [휴대전화 진동음]
(향기) 아무래도요
내가 잘 케어할게
- (반) 응 - (동마) 아빠가 축하주 하재
(동마) 내려와
- (동마) 순산 기원 - 축하
[서 회장의 웃음]
(서 회장) 당장 일하는 사람 더 쓰고 [무거운 음악]
몸들 아끼고 조심해
- (시은) 네 - (피영) 네, 아버님
(서 회장) 잊지 마 우리 집 보배니까, 둘 다
[시은과 피영의 웃음]
(피영) 아버님 계시니까 저희도 기쁨 더 커요
- (서 회장) 그래? - (시은) 네
[서 회장의 웃음]
다른 주의 사항은?
(피영) 없어
아기용품 인제 준비해도 되지 않아?
- 하루 이틀이면 다 사는데, 뭐 - (동마) 혼자 사지 마
아유, 바쁘신 분이
바빠도 짬 내서 쇼핑 못 해?
형, 얼굴 펴 보는 우리까지 긴장돼
(반) 응
솔직히 얘기해 봐 딸 바라, 아들 바라?
- 솔직히? - (동마) 응
쌍둥이 [동마의 웃음]
[문이 드르륵 열린다]
[부드러운 음악]
이상 없다고
(동마) 형 욕심 많아요 쌍둥이였으면 좋겠대
[시은이 살짝 웃는다]
우리 깜찍이는 냉면 먹고 싶다는데 형수님은요?
난 메밀막국수
찢어지나?
나도 막국수 먹을래
이 병원 부혜령 입원해 있어
아…
근데 우리 보면…
나중에
우리 봐야 편하지도 않아, 언니
(의사) 보세요
아무 이상 없어요
혈관 상태도 너무 좋고
근데 왜 계속 아프다는 건지…
신경성이에요
(의사) 신경성은 본인이 마인드 컨트롤 해야지
답이 없어요
[무거운 음악]
[매미 울음]
[불편한 신음]
[한숨]
[힘주는 소리]
[스탠드 조작음]
[해륜의 한숨]
[손을 툭 떨구며] 아이씨, 쯧
(해륜) 아휴, 씨, 쯧
나는 죽겠는데
병명은 없는 거예요
그러게
얼굴도 안됐다
(혜령) 신경성이라고만 하고
머리 아프고 입맛 없고 [심전도계 비프음]
(피영) 잘 못 먹으니 기운 없지?
- 까부라지고 - (혜령) 네
루푸스 아니야? 면역 질환
혹시나 해서 그 검사도 받아 봤어요
자기도 너무 바쁘게 살았어 그동안
(시은) 그래 몸이 쉬어 달라는 신호야
신랑이 많이 걱정하겠다
네
조바심하지 말고
1, 2년 푹 쉴 맘 먹어
그러다 잊혀지면요
[휴대전화 진동음]
(시은) 아, 미안
이 인간 왜 전화했어? 문자하지
박 교수?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해륜) 미안해 너무 목 타고 더워서 먼저 시켰어 [휴대전화 진동음]
(해륜) 머리부터 발끝까지 귀부인 포스구먼
(종업원2) 주문하시겠어요?
- 카모마일요, 따뜻한 거 - (종업원2) 네
이 더운데?
[멀어지는 발걸음]
우람이 성적 잘 받았더라고
(시은) 응
오피스텔 비워 줘야 돼
절친이면서 비워 달래?
(해륜) 부산서 조카 올라온다고
그리고 오래돼서 걸핏하면 에어컨 고장 나고 엉망이야
옮겨
충분히 새 오피스텔 얻을 여유 되면서
월세는 그냥 돈 없어지는 거고
아파트
내가 들어가 살면 안 될까?
- 명의는 안 바꾸고 - (시은) 세줬어
이사 비용이랑 중개 수수료 주면
내가 줄게
전화로 해도 될 용건 아니야?
얼굴도 볼 겸 애들 얘기도 듣고 싶고
바쁜지 전화들도 거의 없어
몇 번 해야 답 오고
일상 문자 주고받을 만큼 한가하지 않아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거지
(시은) 1년도 안 됐고
나가라고 하긴 그래
- 전세? 월세? - (시은) 월세
(시은) 좀 싸게 줬기 때문에 아마 안 나가려고 할 거야
투룸 얻어, 요즘 새 오피스텔 좋대
구조부터가 다르고
[컵을 탁 내려놓는다]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 (직원) 커트요? - (유신) 네
(직원) 어느 선생님요?
처음 오셨어요?
- 네 - (직원) 앉으세요
- 여기 앉으세요 - (유신) 네
(원장) 수고하셨어요
(피영) 원장님이 수고하셨죠
[무거운 음악]
(원장) 인제 출산 후에나 오시겠어요
네
(원장) 조심
[쓸쓸한 음악]
사모님, 그럼 순산하시고요
네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유신) 저기…
기사 아저씨 기다려
잠깐 얘기 좀 해
나중에
[매미 울음] 의사만 돌팔이 있는 게 아니에요 보니까
사자도 돌팔이 있는 거 같아요
저승사자요
걱정했는데
식구분들 무사하시고
(원) 갑자기 사라졌어요
"라디오"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심리가 참
아주 잠깐이지만
한편으로
'부장님이었으면' 생각 들었어요
외로워서요
사현 씨네 집에서도 내쳐지고
더 이상 우리 아가도 못 보고
부장님이랑
말벗하며 같이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이요
못됐죠
행복해 보이세요, 요즘
보기 좋아요
[휴대전화 벨 소리]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죄송해요
차가 막혔어?
아니요, 내비가 저기 잠실 지점으로 간 거예요
두 군데인지 몰랐어요
- 김 여사는? - (아미) 그냥 그렇죠, 뭐
그런 척하는 건지
(아미) 정말 홑몸 아니시네요
오빠한테 듣고 깜짝 놀랐어요
축하드려요, 뒤늦게지만
남편분 좋아하시겠어요
(피영) 키위주스요
바닐라셰이크 있죠, 여기?
(종업원3) 네
저희 결혼해요
언제?
10월 10일요
- 두 달 남았네 - (아미) 네
- 준비는? - (아미) 드레스 맞췄어요
세간 준비할 건 없고
가구는 바꿔, 기분 문제니까
그냥 쓰려고요
돈 안 줘? 달라고 그래
아…
그게 아니라
운 좋은 사람이 쓰던 가구는 물려받는 게 좋을 거 같아서요
언니 러키잖아요
두 번 결혼이 러키야?
업그레이드 결혼요
자기는 스스로 그런 길 선택했고
엄마도 제 발등 찍었다고 하는데
결과만 좋으면 되잖아요
잘 살아
감사해요
어쨌든 저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 주세요
열 일 제치고 달려갈 거예요
몸 괜찮으세요?
오늘내일하시는 거예요?
다음 달 20일
[음산한 효과음]
[어두운 음악]
[매미 울음]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리모컨 조작음]
(문호) 앉아 봐
혹시
혜령이 말이여
신병 아니여?
당신도 더러 들었지?
신병 걸리면 죽게 아픈데
병원 가면 아무 병 없게 나온다는 소리
아무리
다른 사람도 아니고
딱 그짝이여
유심히 요즘 보니께
(예정) 아휴, 신경성이라잖아
유난한 성격이라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입도 뻥끗 마요
[문이 탁 닫힌다] [혜령의 한숨]
[도어 록 작동음] 덥지?
(혜령) 네
(예정) 오늘 컨디션 어때?
[리모컨 조작음]
[에어컨 전원음] 더부룩해서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얘는 누구예요?
[의미심장한 음악]
(문호) 누가 있다고? 뭐가 보여?
꼬마야, 이름 뭐야?
[힘주는 소리]
[한숨]
포도 먹어
요즘 고픈 것도 모르겠고
막달 돼야 배가 좀 내려가는데
(시은) 나갈 준비 안 해?
그냥 오늘 집에서 먹자고 했어
지아 학원 빠지기도 그렇고
그래도 생일인데
다 추억 아니야, 서방님이랑
가족과 함께하는 추억
가만있어 봐
진작 얘기해 주지
난 나가 먹을 줄 알고
그냥 아주머니한테 콩국수 시켰어
그게 먹고 싶어서
[의미심장한 음악]
[음산한 효과음]
(점원) 사모님 55 사이즈 입으세요?
44도 입었는데 출산하면 어떨지 모르겠어요
FW 신상 이쪽 한번 보시겠어요?
[전화벨이 울린다]
천천히 보시고 계세요
네
[음산한 효과음]
[우르릉거리는 소리]
[긴장되는 음악]
[음산한 효과음]
[우르릉거린다]
[잔잔한 음악]
[반짝이는 효과음]
[무거운 음악] [쿵 하는 효과음]
[덜그럭거리는 소리]
(피영) 오늘 나 원하는 선물 해 주기 [차분한 음악]
(동마) 뭐?
(피영) 일찍 들어와서 시간 오래 보내 줘요
뭐 들고 들어오진 말고
안 들고 들어올게, 지고 들어올게
물건 같은 거 생략
저스트 남편, 그게 더 의미 있어
알았어
5시 전에
5시 알람 해 놓을 거야
[고조되는 음악] [쿵 하는 효과음]
[무거운 효과음]
[무거운 효과음]
[쿵 하는 효과음]
[사람들의 박수]
[무거운 음악]
[긴박한 음악] (비서) 저, 민병원요!
민병원으로 가야 해요!
- 할머니, 어떡해? - (예정) 뭐?
영감 뺏기게 생겼어
[의미심장한 효과음]
[사이렌이 울린다] [불길한 음악]
[긴장되는 음악]
누구세요?
(동마) 누구세요?
[애잔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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