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S2. 12
[밝은 음악]
내가 가져올게, 토스트? 와플?
[유신이 음식을 그릇에 탁탁 놓는다]
소시지?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유신) 일찍 나오지, 수영도 같이 하고
- 나 택시 타고 왔어 - (유신) 응
- 지아 있지? - (피영) 곧 스키장 출발할 거야
- 김 여사랑? - (피영) 현진이네
어머니는 오늘 볼일 있으셔
식구 누가 같이 가야 하는 거 아니야? 다칠지도 모르고
현진이 엄마 교사야, 애들 케어 확실해
현진이 이모도 가고
그럼 먹고 우리도 가자
(유신) 서프라이즈 나 오늘 진료도 없어
응?
우린 법원 [긴장되는 음악]
[한숨]
누구를 위한 이혼이야?
이혼하면 행복할 거 같아?
이대로 살면 행복하고?
나 하기에 달렸다고 봐
최선을 다할게
(피영) 걔한테도 최선을 다했으니까
사랑하는 사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 당당하게
최선 다하는 성격 알아
누구한테건
[유신의 깊은 한숨]
3년만 시간을 줘, 그럼
그러고 나서도 원하면 할게
- 마음 정했어 - (유신) 결혼해서 13년 동안
나 크게 잘못하고 실수한 거 없잖아 이번 일 빼고
알 게 뭐야
(유신) 안 믿어 줘도 할 말 없지만
사실이야
하늘에 맹세해
[커피 잔을 탁 내려놓으며] 정나미 떨어져 본 적 있어?
(피영) 돌아가신 어머님한테도 별로 정 없다고 했고
상상해 봐요 내가 이번 일 벌였다고 하고
[한숨]
살면서 죗값 치를게
난 미워도
지아 생각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
(유신) 더 이상 이런 거 저런 거 자꾸 떠올리지 말고
이번만 나 하자는 대로 하면 안 돼?
부탁이야
안 봐야 잊고 살아
잊는 건 아니지, 견디고
(유신) 이대로 살아도 안 행복하고 [포크를 탁 내려놓는다]
헤어진다고 행복한 거 아니면 그냥 살자
적어도 지아는 그늘 없이 크게
아무 일 없는 거처럼 나 못 해
더 이상 웃음도 안 나오고
신유신 혼자 원맨쇼 할 거야?
할게, 뭐든
그 얼굴 보고 싶지가 않다고
더 이상 목소리도 듣고 싶지 않고
모든 게 거짓이었으니까
(피영) 내가 운전해
[차 문이 탁 닫힌다]
법원 찍어 [무거운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안내 음성] 잠시 후 왼쪽 방향입니다
난 당신이 나 아닌 다른 남자랑 실수했대도
진심으로 사랑한 거 아니면 봐주고 넘어갈 수 있어
도덕군자네
도덕군자가 그렇게 완벽하게 마누라 속여?
(피영) 16살이나 어린 애 꼬셔서 바람피우고
남자가 여자들 100% 이해하고 공감할 수 없듯이
남자도 그런 부분 있어, DNA가 달라
(피영) 여잔 뭐, 바람 안 피워?
나쁜 짓 하는 여자 쌨어 생겨 먹은 됨됨이지
겉만, 보이는 모습은 참 멀쩡하구먼
이쪽 아니잖아
[기어 조작음]
[긴장되는 음악]
용서해 줘
죽을죄 지었어
무릎만 아파
[한숨]
잘 부탁드려요
네, 고생하세요
[문이 탁 여닫힌다]
보는 사람 피곤하기만 해
남편이 아니라 아들이라면 봐줄 수 있잖아
자긴 나한테 아내면서 친구고
가장 가까운 친구면서 연인이고
(유신) 그러면서 엄마처럼 의지할 때도 있어, 정신적으로
- 필요할 때만? - (유신) 난 당신 없이 못 살아
사라져
[무거운 음악]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거 봤어?
엄마가
만약 무덤에서 살아 돌아오시면
없던 일로 할게
일어나
일어나
그러고 있는 것도 보기 싫어
[한숨]
[유신의 한숨] (피영) 이런 식으로 시간 낭비
감정 낭비할 필요 있어?
10년을 용서 빈다고 해도
내 맘 안 풀리고 안 바뀌어
- 마찬가지야, 나도 - (피영) 뭘 잘했다고
- 잘못한 거 아니까 - (피영) 바뀌었으니까
딴 여자 눈에 들어온 거야
눈에만 잠시 들어왔지 마음은 아니야
마음이 바뀌었으면 내가 먼저 이혼하자고 했어
- 감사하네 - (유신) 아들이라면
아들이 잠시 한눈판 거면
몇 번 혼내고 넘어가 줄 수 있잖아
아들이라면 며느리 몰래 바람피웠다고
호적 파 내고 끝내자 안 하겠지
근데 아들 아니니까
어디까지나 피 안 섞인 와이프지 엄마 아니니까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야
(유신) AI 로봇이면 프로그래밍된 대로
눈앞에 천상의 선녀가 있어도 아무 느낌 없지만
근데 사람은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생물 아니야
왔다 갔다 흔들리는 게 사람 마음이고
- 잠깐 흔들렸었어 - (피영) 이심전심이라는 말
진정성 없는 가식이면 상대도 느껴져
지금 나 가식 같아?
진정성 없는 빈말 같아?
진심 느껴져
나한테 했던 것도 진심이었을 거고
걔, 아미한테도 진심이었겠지
진심 좋아했어, 걔
사랑까진 모르겠지만
사랑은 아닐 거야
- 우리도 결국 아니었듯이 - (유신) 아니었다고?
사랑이었으면 나 배신 안 했어
끝까지 살아 보면 알아
(유신) 자식이 나가서 여자 사귄다고 부모, 형제 사랑 안 해?
그런 거야, 사랑 감정 다양하고
(피영) 걔한테도 어쨌든 사랑 감정이었단 인정이네?
어떤 종류 사랑인진 모르지만
나중에 나이 들어서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니야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니고
치정 살인이라는 말이 왜 있는데
죽고 살기도 해 사랑 때문에 이성 문제로!
- 죽어도 이혼 안 해 - (피영) 결정할 자격 없다니까?
결정은 내가 하는 거야, 뭘 잘했다고…
(유신) 실수건 잘못이건 인정하고 바로잡는 게 옳지
무조건 파탄 내고 끝내는 게 옳아?
우리 사이에 지아 있어
부모로서 끝까지 책임져야 하고
바람피우는 게 부모로서 의무고 책임인가 보지?
부모이기도 하지만 성인 남자야
성인 남자가 어떻게 100% 도덕, 윤리 교과서처럼 살 수 있어?
(유신) 이 세상 지구 아름답기만 해?
장대한 폭포, 강, 숲
아름다운 곳도 많지만
쓸모없고 사람 살 수 없는 사막도 있듯이
공자도 나이 칠십이 돼서야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해도 법도를 넘어서지 않았대
나 이제 겨우 마흔 중반이야
아직 부족할 수밖에 없어 [긴장되는 음악]
우리 둘 다 젊어서 그래
자긴 젊어서 용서 힘든 거고
난 젊은 호기심에
시간 좀 갖자, 제발
서류 정리가 뭐 그렇게 급해? 형식적인 거
별거 아니니까 지금 가서 접수시키자고
그런 뜻 아니고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거
시간 좀 갖고 결정하잔 얘기야
더는 호적상 신유신 와이프로 살고 싶지 않은데?
(유신) 살다 보면 싫은 것도 하고 참기도 하는 거라고
지아한테 자주 그랬잖아 [피영이 코웃음 친다]
인생이란 큰 그림에 오점이면 오점이지만
무늬일 수도 있어
80, 90까지 깨끗한 바탕색 더럽히지 않고 살아 내면
정말 대단해
나 오점 남겼는데
부끄럽다, 정말
근데 자존심 다 접고 이렇게 매달리고 사정해
자기 맘만 돌릴 수 있다면 더한 것도 할 수 있어
나한텐 사피영뿐이야
내가 정말 사랑하는 여자는
인제 죽을 때까지 이 맘 안 변할 거고
각서 쓰라면 쓸 거고 혈서 쓰라면 쓸게
원하면 아미 불러다가
걔도 인격 있고 할 짓은 아니지만
사랑 맹세할 수 있어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 하나라고
신혼 때 우리 키웠던 몽실이
장난치다가 비싼 화병 깼어
(피영) 내가 너무 아까워하니까
당신 접착제 사다가 붙여 줬고
형태는 제대로 됐지
근데 물 새고 이어 붙인 자국 없앨 수 있었어?
한집서 형식적으로 살기만 하면 뭐 해 의미 있어?
사랑 없이, 존중 없이 사는 건 결혼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예의 아니고 뭣도 아니라도 좋아!
난 이제 이 순간부터 사피영하고 지아만 위해 살 거니까
나한테 나란 존재는 없어
어떻게 되든 좋아!
방송국 뜰에서
어떤 무명 배우가 패딩 걸치고 있어서 물어봤더니
남친한테 선물받았다 한다고
그때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그 남친 나잖아'
결과적으론 사실이었지만
(유신) 정말 여동생 있는 친구들 부러웠다가
동생같이 지낼 맘이었어
그럼 처음에 뭐 하러 거짓말했어 떳떳하면?
[슬픈 음악] - 우리 집에 초대했어도 되고 - (유신) 오해받을까 봐
처음부터 남다른 감정 있었으니까 솔직하게 말 안 한 거야
철호라는 중학교 동창
실제 있기는 있는 거야?
이민 간 친구 있어
(유신) 2, 3년 연락되다가 소식 끊겼지만
(피영) LA에선 그런 패딩 입을 날씨 아니니까
다니러 온 친척 누구 입혀 보냈을 거라고?
한두 가지 거짓말이라야지 어떻게…
솔직히 인제 당신 진면목 모르겠어
내가 알던 사람 아니야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무거운 음악]
옛 어른들 말 너무나 맞아
(유신) 변명 같지만 당신 속상하게 안 하려고
의심하기 시작하면 괴롭잖아
우리 사이 소원해질 수도 있고
한국 물정도 모르고 혼자 정착하기 쉽지 않으니까
위험한 유혹도 많을 거고
조언해 줄 겸 몇 번 만나다 편해지고
친근해지고 그러다
정까지는 아니었어
근데 상대가 나한테 이성 감정을 느끼니까
그때 끊었어야 했는데…
딸자식 키우면서 지아를 생각한들
그런 맘 듭디까?
뭔가 여지를 남기고 틈을 보였으니까 그렇게 나오지!
틈은 아니고
매너를 오해한 거 같아
- 난 매너였는데 - (피영) 재혼해서 정답게 살아
난 미련 없어, 조금도
(유신) 맹세한다고
한 번만 눈감고 봐줘
내가 먼저 아니다 싶어서 끝내자고 했어
받아들인 줄 알았는데 엉망진창 돼서 입원한 거야
나 퇴근한 뒤라 몰랐고
내가 패딩 봤고
승마장 확인 가고 하니까 불안해서 끝내자고 했겠지
들킬까 봐!
그렇지 않았으면 여전히 관계 진행 중이었을 거고
(피영) 신유신이 이거밖에 안 되는 성품인 줄 몰랐어
[차분한 음악] 정말 상상도 못 했어
덜 믿고
- 덜 좋아했으면… - (유신) 재산
다 자기 앞으로 할게
전 재산 내 몫으로 한다고
상처, 배신감 치유되고 없어져?
내가 잊게 할 거야
나중에 내 말 듣기 잘했다고 할 거야
환자들 정신 상태 안다고 나까지 장담하지 마
나 신유신 원장 환자 아니야
(유신) 시간은 걸리지만 진실은 결국 밝혀져
다시 말하지만
내 진심, 진실은 나한테 사피영뿐이라는 거
재산으로 아픔, 상처 덮을 수 없어
그래도 그렇게라도 하고 싶다
한 번 실수 가지고 자기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까지 거짓으로 몰지 마
얼굴이 몇 개야?
(피영) 마음이 얼굴에 드러나는 건데
어떤 마음이 진실이었어?
쭉 생각해 보니까
신유신한테 진실은 없고
정신과 닥터로서 사람 조종하고
마음 가지고 노는 거에 재미 들린 거 같아
쇼지? 진짜 죄책감은 없지?
겪어 봐, 쇼인가
몇 년이고 겪어 보면 알 거 아니야
재산 다 준다고?
신유신, 그렇게 여자가 좋아?
1년도 안 사귄 애한테도 외제 차 턱턱 사 주니, 뭐
상남자야, 그런 면으론
(유신) 어쨌든
그렇게 대가 치르고 끝내려고 했어
나랑 끝내
살아 봤자 옛날 같은 대접 못 받아
대접 못 받아도 좋아
인제 바라지도 않아
(유신) 차라리 내 목을 치든가 [피영이 코웃음 친다]
이혼만은 안 돼
다른 건 다 당신 하자는 대로 할 거야 뭐든
아버님도
재혼하시고서 더 행복하시다고 언젠가 나한테 그러셨어
경우가 달라, 아버진 사별하셨고 [피영이 코웃음 친다]
(피영) 이혼남 딱지 달기는 싫은가 보지?
환자들한테도 모양 빠질 거고
인생 앞으로 얼마나 남았다고
하루를 살더라도 즐겁게 살아야지
나하곤 거의 20년 아니야 사귄 거까지 치면
- 싫증 날 만해 - (유신) 우리 금세 50 되고 60 돼
- 나중에 후회 안 할 거 같아? - (피영) 나 생각해서?
나 후회할까 봐?
후회한들
당장 살 수 없다니까, 얼굴 보고
지아가 나중에 똑같은 일 겪었을 때
이혼하라고 이혼이 정답이라고 할 거야?
- 같은 질문 할게 - (유신) 습관적 바람도 아니잖아
어쩌다 의도치 않게 발 한번 잘못 들인 걸 가지고
말 쉽네
한 번 배신 때리면 두 번, 세 번 때리게 돼 있어
보란 말이야, 또 때리나
예외는 있는 거지
(유신) 사람 다 똑같아?
법에도 눈물이 있어서
대개 처음 실수는 감안해 줘
그런 식으로 합리화 마
그리고 부모가 됐건 자식이 됐건 인생은 대신 살아 줄 수 없는 거야
지아가 어떤 결정을 하든 지켜보는 수밖에
나도 그렇게 좀 지켜봐 달라고
좋은 남자 생기면 그땐 하자는 대로 할게
그렇게 나 벌주고 싶어?
난 뱉은 말 지켜
데리고 살라고 했어, 아미한테
내가 더 중요해, 아미가 중요해?
- 난 13년간 당신한테 헌신… - (피영) 헌신?
헌신이란 표현은 그렇고 최선을 다했어
- 누군? - (유신) 난 싫다고
(유신) 살 생각까진 없어, 아미랑 [피영이 코웃음 친다]
너무하다, 정말
너무하다는 말이 그렇게 쉽게 나와?
- 난 그럼? - (유신) 그래
나 실수, 잘못, 죄지었다니까
잘못했으면 결과도 감수해!
누가 감수 안 한대?
그래서 재산 다 자기 앞으로 돌리고 빈손 되고
서류 정리만 말고 다 하자는 대로 한다잖아
왜 꼭 이혼만 고집해, 왜?
내가 외도 원했어?
나도 그러고 싶어서
각자 인생 사는 거야 어차피 파투 난 마당에
난 자기 옆에서 인생 마침표 찍을 거야 찍게 해 줘
어떤 말도 인젠 가식으로 들려
(유신) 친구 녀석들 실수하면 각서들 쓰고 용서받는대
나도 용서 빌잖아, 잘못 인정하잖아
눈앞에서
상간녀가 사랑하는 사이라고 했는데 인정했어?
(피영) 머리 써서 끝까지 나 어떻게든 속이려고
책 안 잡히려고!
내가 이럴 줄 몰랐듯이
지아도 어떤 인생 살지 몰라
(유신) 나쁜 여자들 있다고 했지?
맞아, 정균이 유부녀 사귀어 [피영이 코웃음 친다]
지아가 이런 일 저질렀을 때 당신 안 볼 거냐고
부모하고 부부는 다르다니까?
남남 만났어, 등 돌리면 남보다 못해
그 말도 이제 절감하고
부모나 부부나 어쨌든 가족이야
(유신) 가족은 좀 잘못했더라도 봐주고 넘어가 주는 거고
우리 결혼한 지 15년 돼 가
강산 한 번 반 변한 세월
강산도 변하는 게 순리고 정상인데
사람이라고 어떻게 한결같아?
난 변했다기보다 속된 말로
정말 잠깐 한눈판 거야
어?
- 좀 참지 - (유신) 그러게 [무거운 음악]
늪인 줄 모르고 빠졌어
걔 안을 때
어땠어?
좋았을 거 아니야
싫으면 계속 만났겠어?
나랑은 또 다른 어떤 매력
느낌이 있었겠지
- 그냥 담담했어 - (피영) 입에 침이나 발라
(유신) 정말 나한테 전적으로 매달리고 의지하니까
챙겨 줘야 할 거 같고
차마 끊어 내지 못한 거뿐이야
얼마나 애틋했을까 어린 애가 매달리니
계속 챙겨 줘
잘못되면 어떡해?
지금까지 살면서 어려움 별로 없었잖아
(유신) 우리한테 닥친 첫 번째 시련이라고 생각하고
같이 잘 극복하자
감정에 휩쓸리지 말고
감정의 동물이라고 아까 안 그랬어?
자긴 모든 면에서 나보다 나아
부족한 남편 봐 달라고, 이번 한 번만 [피영의 분노에 찬 숨소리]
아미 생부 모르고 컸어 [애잔한 음악]
그 엄마 미혼모로 아미 낳았다 하고
나한테 이성 감정보다 부정을 느끼는 거야
당신이 생각하고 상상하는 그런 사이 아니야
그래서 잠도 안 잤다고?
(피영) 당신 유능한 거 인정
어느 순간에도 당황함 없이 잘도 합리화해
아주 완벽하게
(유신) 평생 원망하고 비아냥대도 감수할 거야
김치도 익어야 맛도 있고 먹을 수 있잖아
사람도 마찬가지야
나 김치로 치면 덜 익은 상태였어
인격적으로 미성숙하고 부족해
흔히 남자는 100살을 먹어도 애라고 하잖아
세 살배기, 네 살배기는 귀엽기라도 하지
나이 들어서까지 모자라게 구는 거
할 짓, 못 할 짓 구분도 못 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
애려니 봐 내고 뒤치다꺼리하라고?
- 측은지심으로 - (피영) 여자도 같은 맘이야
위로받고 싶고 보호받고 싶고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아
누구는 남자란 이유로 사고 치면서
당연한 듯이 이해받고 살고
누구는 배신당하고 가슴이 찢어져도
참고 용서하고 뒤치다꺼리하면서 살아야 해?
앞으론 자기가 사고 쳐
내가 다 수습하고 뒤치다꺼리할게
정신과 닥터랑 결혼한다는 여자 있으면 절대 말릴 거야
말로는 못 당하니까
지능적이고, 완전 [유신의 한숨]
다 나쁜 쪽으로만
(유신) 알아서 좋을 거 없으니까
사실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만도 아니고
거짓이라고 무조건 나빠?
착한 거짓 모르는 게 약이란 말이 왜 있는데?
이런 표현 그렇지만
기분 전환 겸 만났다고, 좀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나라고 스트레스 없어?
집에서도 당신이나 지아한테 최선을 다하고 싶었고 노력했고
마음 아픈 환자들 상대하는 거
매일 힘들고 고통스럽단 얘기만 들어 줘야 하고
병원 운영하는 거 생각보다 벅차고 힘들었어
그래서 승마 시작했어
승마하니까 스트레스 풀린다고 좋아했고
얼마나 마음이 잘 맞고 좋았으면
(피영) 승마장까지 데리고 다녔어?
시은 언니 남편 눈에 들키고
딱 어린 연인으로 보였을 만큼
그래서 나한테 알려 주라고 한 거고
언젠가
어머님이 우리도 따라가 말 타는 거 구경하라니까 뭐랬어?
[헛웃음 치며] 말들이 놀라느니 어쩌느니
회원들이 분위기 산만한 거 싫어한다느니
못 오게
이제 모든 게 분명해
그러면서 가족이 소중하다고?
가족이라는 단어 언급만 해 봐, 앞으로!
운동이나 하면서
건전하게 사귀려고…
단 한 가지도 인정 안 하지?
(피영) 그래, 나도 지아 예 들게
상상하기도 끔찍하지만
지아가 이다음에 중년 유부남 만난다면
승마 같은 거나 하면서 건전하게 사귀라 할 거야?
입씨름 그만해, 말할수록…
지아, 아빠 없이 키워야겠어?
(유신) 여자는 약해도 모성은 강하다고 하잖아
나 때문에 상처받았다고
지아까지 불행하게 만들 거야?
당분간 안 알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때까지
가정이 깨지는 게 자연스러워?
깨지게 만들었어!
- 지아가 눈치 없는 애도 아니고 - (피영) 나한테 한 말들 가지고
어린 딸 납득시키고 설명해
(피영) 생각하는 것처럼 진지한 감정 아니었다며
못 할 거 있어?
(유신) 인간은 강한 거 같지만 약한 존재야
당신도 약하니까 나 못 봐 내는 거고
맞아 [슬픈 음악]
백 번, 천 번을 맘 돌리려 해도 불가능해
그 속은 것들, 배신
어떻게 다 덮고 넘어가?
어떻게 잊어?
나쁜 기억 잊혀지는 알약 있으면
나도 한 알 털어 넣고 잊고 싶어
인물에 성격까지 좋은 남편
주위에서 부러움, 칭찬 자자해
부러움받고 계속 살고 싶어
(피영) 머리로 바람피웠어?
나도 머리론 봐 내자 견뎌 보자 하는데
안 돼, 여기서
신유신도 머리로는 선 넘을 생각 없었을지 몰라
가슴이 말을 안 들은 거겠지
당신도 여자 유혹 하나 떨치지 못한 약한 존재고
나도 남편 실수 못 봐 내는 옹졸한 속 좁은 여편네고
끼리끼리 만났어
옛날 엄마들 다 봐 내고 감수했던 시앗
지아비들 양다리, 삼 다리 난 도저히 용납 안 돼
[분노에 찬 숨소리]
풀릴 때까지 떨어져 지내
나로선 이게 최선이야
(유신) 손가락질받고 나쁜 놈 돼도 좋으니까
친구들한테 물어봐
이만 일로 가정 깨는 게 맞나
먼저 친구들한테 물어보지 그랬어
바람피워도 괜찮냐고
물어보니까 다들 피우래?
장모님 이혼하시고 전혀 안 행복하셨잖아
[긴장되는 음악]
(유신) 내 눈에도 언제나 그늘이 느껴지셨어
웃어도 활짝 웃음 아니셨고 지아 보실 때 아니면
야비하게 내 약점 언급하지 마
같은 문제 아니야, 장모님 결정이랑
달라! 우리 아버진 그렇게 죄책감 하나 없이
천연덕스럽게 엄마 속이시지 않았어!
처음부터 어머님께 고하시고 비서 사귀셨대? [피영의 기가 찬 숨소리]
양아치거나 마누라한테 정떨어졌으면 모를까
작심하고 바람피우는 경우 없어
(유신) 다 어쩌다 의도치 않다가 그렇게 되는 거지
살다 보면 별일 다 생기는데 그중에 하나야
좋은 일만 생겨?
슬픈 일, 억울한 일 사고도 당할 수 있고
도덕군자 아닌 이상 유혹에 흔들리는 거
어쩔 수 없는 거 아니야?
여자들 명품에 꽂혀서
어쩔 수 없이 돈 지르고 후회하는 것처럼
근본 심리, 욕망은 똑같아
명품 백이냐, 사람한테 꽂혔냐 차이지
- 또 견강부회 - (유신) 논리적으로 틀려?
논리적으로 타당하고 말 되는 게 진리야
- 당신 말 맞는 거 같지만… - (피영) 누가 맞대?
부족한 거 인정한다고
속 넓은
유부남 애인을 그냥 친하게 지내는 오빠라고 둘러대 주는
바다 같은 아미한테 가, 그러니까!
보내 준다고!
일시적 감정으로 인생 흠집 내고 그르치지 말자
- 누구한테 훈계야? - (유신) 우리 둘뿐이면 몰라
[무거운 음악] (유신) 제발 자식을 우선순위에 두자고
내 허물은 과거고 끝났고 자식은 미래야
남편 허물 때문에 자식 인생에 먹구름 드리워야겠어?
나 이혼 가정에서 컸어도 멀쩡해
양친 부모 밑에서 큰 여자들보다
- 못하고 빠지는 거 있어? - (유신) 없어
지아도 그렇게 키울 거야, 걱정 마
혼자 똑똑하고 빠지는 거 없다고
남들도 그렇게 봐 주고 인정하면 다행이지만
김 여사 아니면
아버지 당신 며느리로 오케이 안 하셨어
(유신) 이 세상 혼자 살아지는 거 아니야
남들 도움도 받고 도움도 주고
난 지금 당신 이해, 아량이 필요해
그때 못 했어야 했는데
- 아버님 반대로 - (유신) 13년간
나 좋은 남편이었잖아 당신도 여러 번 인정했듯이
(유신) 1년도 안 되는 기간 허물 때문에
그렇다고 당신이나 가정에 소홀했던 것도 아니고
근데 나랑 결혼 후회한다고?
결과적으로
(피영) 어마어마한 댐도 쥐구멍 하나에 무너질 수 있어
사람 감정도 사소한 거에 빈정 상하고
관계 틀어지는 거 다반사고 [유신의 한숨]
1년이냐 2년이냐 세월은 중요치 않아
우리 신뢰는 깨졌어
[애잔한 음악] 사랑?
믿음, 신뢰로 유지되는 게 부부인데
나에 대한 사랑 감정은 그대로라고 쳐
근데 신뢰, 믿음은 금 가고 깨졌어
살면서 온전하게 예전으로 돌려놓을게
시도, 노력은 해 봐야 하잖아
기회도 아예 뺏겠다는 건 말 안 돼
말 안 되는 행동 해 놓고 나한테 말 되는 행동 요구하지 마
사람이 다 어떻게 100% 완벽해!
(피영) 결혼할까 말까 고민하는 후배한테 결혼 강추했어
연애하곤 다르다고
말로 표현 안 되는 애틋함이 있다고
사랑이 식으면 어쩌냐
남자가 딴 여자한테 눈 돌리면 어쩌냐
시집 식구들 문제까지
걱정 불안이 태산이길래
그런 거 감당할 자신 없으면 안 하는 게 맞다고 했어
자신만만하게 조언했는데
내가 감당이 안 돼
하, 내 문제야, 어쩌면
당신이 실수 인정했듯이
나도 내 부족함 인정해
당신 절대 부족한 사람 아니야
내 허물이 큰 거지
어쨌든
(피영) 나도 잘생긴 남자 보면 눈에 들어오고
목소리 근사한 남자 멋있다 생각 들어
근데 그게 끝이야 엉뚱한 생각, 욕심 안 내
나 최선을 다했잖아
근데 그럴 맘이 들더냐고
그렇게 살뜰하게 훌륭한 남편으로 행동하면서
- 딴짓할 마음이… - (유신) 미쳤었어, 잠깐
(피영)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어
근데 사람 죽인 건 실수라고 안 그래 살인이라고 하지
마누라 말고 나가서 딴 여자 품에 안은 건
사랑 고백도 했겠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내가 밖에서 그러고 멀쩡한 얼굴로 들어와서 다정 떨면
어떻겠어?
[무거운 음악]
막 저녁 먹을 참인데
필리핀에 있을 이모한테 전화 와서 엄마 쓰러졌대
정신없이 달려갔어
[울먹이며] 엄마 이 지경이 되도록 들여다보지도 않았냐면서
이모 내 뺨 치더라
맞고 주저앉았는데
아픈 줄도 몰랐…
(피영) 자긴 전화 안 되고 [휴대전화 진동음]
엄마 가족 병실로 옮기고
(피영) 박 간호사 지나가길래 원장님 어디 계시냐 했더니
VIP 3호, 아미 씨 병실에 방금 들어가셨대
같은 층이겠다 정신없이 가는데
(피영) 어떤 보호자가 실수로 그 방 열다가
옆방으로 들어가는 거야
(피영) 도착했는데 열려진 문으로
당신이 여자 환자랑 볼 비비는지…
(피영)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던 거 같아
너무 놀라서
그리고 몰라
왜 엄마 있는 병실로 돌아가려고 했는…
(피영) 못 볼 걸 봤다는 생각이었던 거 같아
가다가 '잘못 봤지' 하는 생각에
다시 VIP 3호실로 돌아가는데
무릎이 꺾이는 거야
(피영) 병원 복도가 빙글빙글 돌고
이모가 뭐라고 하면서 날 일으키는데 몸이 말을 안 듣고
'잘못 봤을 거야, 그럴 리 없어'
온통 그 생각뿐인데
그 병실에서
당신 나오는 거야
(피영) 그러곤 기억 없어
눈 떠 보니까
보조 침대에 당신 자고 있고
평온한 얼굴로
어쨌든
엄마 상태부터 물으려는데
말이 안 나와
충격이란 말론 부족해
당신 정말 그런 쪽으로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어
그만큼 믿었는데
배신이란 단어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그 생각뿐이었어
평소에 당신이 보여 준 모습 있잖아
매사에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말 한마디 허투루 안 하고
그러면서 다감했고
기가 차더라
다들 엄마 상태에 말문 막힌 줄
엄마는 죽어 가
남편 상간녀는 건너건너 병실에 있어
숨이 제대로 안 쉬어졌어
그냥
엄마 따라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을 만큼
지아 아니었으면
[한숨]
근데 실수니까 넘어가 달라고?
나도 정말 그러고 싶다니까?
[훌쩍인다]
다른 여자 눈에 들어올 수 있어
마음엔 들이지 말았어야지
영원히 모르게 한두 번 실수로 끝내든가
남자한테 정말 사랑은 하나야
마음에 들이진 않았어
(유신) 그럼 내가 이혼 요구하지
이 작가 남편처럼
더 나빠, 인간적으로
어쩔 수 없이 마음이 간 거랑
(피영) 그냥 이용했단 얘기 아니야
죄책감 없이
하긴
나한테도 죄책감 없었으니까
없었던 거 아니야
아무리 떠올려 봐도
미안함에 한 번씩 서프라이즈 선물 했나 보지?
(피영) 미안함에 온갖 스위트한 말 속삭이고
사람이 제일 무섭다더니
맞는 말이야, 딱 신유신 보니까
화이트 아니면 블랙이야?
[무거운 음악] 중간은 없어?
(유신) 사람 마음이 깍두기 무 잘라 놓은 것처럼
그렇게 정확하게 딱딱 떨어져?
이성 문제만큼은 분명해야지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고 어떻게 중간이 있어?
(피영) 마누라도 좋고 밖의 여자도 좋고
양다리, 삼 다리 걸치는 게 양아치 아니고 뭐야?
직업하고 성품은 별개일 수 있지만
적어도 한 여자의 남편이자 아이 아빠로서
가족을 속일 수 있냔 말이야
너무나 부끄럽고
창피함을 넘어서 참담해
그런데 자기도
(유신) 누구나 관 뚜껑에 못 박힐 때까지
장담하고 큰소리치는 거 아니라잖아
사람 일 한 치 앞을 모른다고 하고
기도하고 고사 지내
[피영의 한숨]
스스로 어쩔 수 없는 운명적인 일일 때
불륜이 하늘이 내린 운명이야 피할 수 없는?
얼마든지 양심으로 비켜 가고 피할 수 있어
아예 일을 안 벌이면 되니까
생각하기에 따라서
마음먹기에 따라서 별일 아닐 수도 있어
(유신) 한번 병원에 스님 초빙해서 강의 들은 적 있는데
죽는 것보다 병든 게 낫고
병든 것보다 재산 잃는 게 낫대 [피영의 기가 찬 숨소리]
속 좀 썩는 게 낫지 않아?
당신이나 나 죽을병 걸린 것보다
내가 요만큼도 허튼짓 않고 실망 안 시키고
행복하게 살다가 시한부 선고 받았어
그때 신이 다른 여자랑 한눈 한번 팔면
병 깨끗하게 낫는다고 하면
자기 아마 어떻게 해서든 적당한 여자 찾아서
등 떠밀 거야, 안 그래?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이번에 나 당신에 대한 마음
더 커지고 확실해졌어
나한테 사피영 아니면 안 된다는…
나만큼 챙겨 주는 여자 없으니까
누가, 어떤 마누라가 나처럼 해?
주위 얘기 들어 봐도 없어, 나밖에
맞아
자기 같은 여자는 우주에 하나라고 했잖아
인제부터 내가 우주에 하나뿐인 남편 될게
뭐 고장 나면 아저씨들 부르는 것부터
집안일 문제, 지아 케어 내가 다 할게
당신은 방송 일만
뭐든 하든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아
내생에 세 번 결혼할 거라고?
한 번은 지금 마누라랑
한 번은 사피영이랑
한 번은 지아 엄마랑?
밖에서 딴 여자랑 희희낙락하고
그런 말이 어떻게 술술…
진심이야
미친 행동 했어도 헛말, 립 서비스 아니야
백 번을 다시 태어나도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어, 할 거야
(유신) 그럴 일 없겠지만
혹시라도 당신이 먼저 가면 잘 매장했다가
나 죽은 다음에 같이 화장해서
뼛가루 섞어서 지아한테 뿌려 달라고 할 거고
누구 마음대로!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야, 끝났어
나 먼저 죽게 되면 바로 화장해서
산이든 바다에 뿌려 달라고 할 거야
나도 한 번은 지금 남편이랑 한 번은 신유신이랑
한 번은 지아 아빠랑 결혼하겠다고 한 거
피 토하게 후회하고 내 입 찢고 싶어
혀 뽑아서 탕탕 낙지처럼 다지고 싶어!
[피영의 분노에 찬 숨소리]
가, 인제 법원
할 말 다 했고 마지막 들을 말 다 들었어
(유신) 절대 안 가
우리가 이별하는 방법은 죽음뿐이야
[긴장되는 음악] (피영) 무슨 어거지?
(유신) 당신 실망시키고 상처 준 거
이혼 아닌 다른 방법으로 대가 치르고
꼭 잊게 할 거야
이대로 헤어지면 우리 미움, 원망에서 끝나
나는 계속 당신 사랑하겠지만
당신은 평생 나 원망하고 미워할 거 아니야
내 사랑 가식 아니라 진심이었구나 느끼게 해 줄 거야
결별하려면 다시 죽도록 사랑할 때 끝내
[기가 찬 숨소리] 앞뒤 안 맞는 소리 하지 마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부부는 74년을 살았어
기사 봐서 알겠지만
74년 한결같은 마음이었겠어?
이런저런 불협화음
대영 제국 여왕도 참고 인내하면서 결혼 생활 유지했어
이번 일을 기회로 나 정말 다시 태어날게
성숙해질게
훌륭한 남편으로 거듭나서 평생 당신한테 헌신하고
당신 사랑 꼭 되찾을 거야
지금까지 내가 한 말 다 헛소리였어?
욕을 해도, 침을 뱉어도 좋아
평생 벌레 취급 하고 손도 못 대게 해도 감수할 거야
내 책임이니까
(유신) 당신 옆에서 남편으로 늙어 가게만 해 줘
무슨 오기?
나도 다른 남자 좀 만나 보고 싶어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겉과 속 똑같은 믿을 수 있는 사람
지금까지 다 헛산 거 아니야?
신유신 하나 믿다가 믿는 도끼에 발등 제대로 찍혔고
모든 건 결과가 중요한 거야
(유신) 인생 살고 났을 때
후회 없는 인생이 성공한 인생일 거야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피영) 왜 못 참았냐고!
선 잘 지켜서 걷다가 삐끗했어
- 어쩜 그렇게 잘 둘러대? - (유신) 당신처럼 지아도
평생 엄마 원망하면서 살게 할 거야? 그래야겠어?
엄만 아빠가 나 못 만나게 한 거고
지아 실컷 봐, 아무 때나
보고 싶을 때 안 막아!
내가 상담해 봐서 알아
[차분한 음악] 겉으론 멀쩡해도
부모 이혼 자식들한테 안 좋은 영향 끼쳐
불륜은 좋은 영향 끼치고?
- 어떻게든 만회한다고 - (피영) 본인 생각
본인 기준으로 판단하지 마
내 상처
나한테 했던 다정함
걔한테도 했을 거 아니야
나한테 했던 스킨십
걔한테도 똑같이 했을 거 아니야
그런 거 어떻게 생각 안 해? 어떻게 안 떠올려?
떠올릴 때마다 난 악마로 변할지 모르고
그렇게 사는 게 의미 있어?
나한테 맡겨, 믿어 줘
(피영) [울먹이며] 당신 때문에 나 엄마한테 작별 인사도 못 했어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데
말이 안 나와서
그렇게 엄마 떠나보냈어 [한숨]
[슬픈 음악]
필리핀에서 엄마 온 날
왜 왔냐고, 다시 돌아가라고
평생 엄마한테 대못 수도 없이 박았고
아빠 비서 언니한테 반한 것도 엄마 탓이다
엄마가 문제 있어서
아빠가 딴 여자한테 눈 돌린 거라고
엄마 가슴이 어땠을지
누구든 직접 겪어 봐야 알아
내가 딴 남자랑 실수 저질러도 봐 낼 거라고?
- 사랑한 거 아니면 - (피영) 안 겪어 봐서 그런 말 나와
(피영) 엄마한테 그렇게 자신만만 비수 꽂고 공격한 나
말문까지 막혔어
엄마가 정말 문제 있어서
착한 아빠가 한눈판 걸로 생각했거든
내가 뭐가 문제 있었는데?
뭘 잘못하고 부족했는데?
말해 봐
내 입을 도려내야 하는 게
시은 언니 너무 멋 안 내고
본인한테 신경 안 써서
박 교수님 바람났다고 했거든 부혜령한테랑
보니까 이유가 없어
원인이 있어서 딴 여자한테 눈 돌리는 게 아니야
그렇게들 생겨 먹은 거지
잘하면
아내로서 완벽하면 평생 사랑 감정 유지되고
신뢰 지켜지려니 했어
당신 늦으면 누구랑 늦나 나도 확인하고 싶었지만 참았고
멋지게 하고 출근하는 당신 보면서
다른 여자들이 달라붙으면 어떡하지?
걱정될 때도 많았어
그렇지만 캐고 묻고 잔소리한 적 없잖아
지금까지 나도
내 자신이랑 많이 싸우고 참아 왔단 말이야
소위 말하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아내 되려고
남편 편안하게 해 주는
집에 들어오면
정말 안식처일 수 있게
그렇게 노력했는데
결과가 이래
[피영이 흐느낀다]
그 원 베드 집이 여기보다 좋았을 린 없고
사람이 더 좋았다는 거 아니야
사는 사람이
[애잔한 음악] 말해 봐
솔직히 뭐에 끌렸어?
젊다는 거? 오빠라고 불러 줘서?
- 그런 거 아니야 - (피영) 그럼 뭐야?
- 뭐야? - (유신) 책도 있잖아
'수성에서 온 남자, 태양에서 온 여자'
이해 못 하는 그런 게 있어
표현력, 비유, 설득력
논리적으로 설명해 봐
그냥 남자라 저지른 실수다
그렇게 빠져나가지 말고, 계속
[한숨]
여자들 어릴 때 인형 놀이 하고 소꿉장난해
남자들은 장난감 좋아하고
근데 장난감 갖고 놀다 보면
싫증 나고 새 장난감에 끌려 이해하지?
장난감하고 결혼한 거네, 결국?
그러다 새 장난감에 빠졌고
비유가 그렇단 얘기고
(유신) 우리 둘 다 최선을 다해서 남편으로, 아내로 살았어
그러다 아미 만났고
말하는 모습, 행동, 나한테 하는 거
당신이랑 다르니까 좀 새로움 잠시 느껴 보고 싶었달까
알고 보면 정말 별거 아니야
생각의 방향을 제발 조금만 바꿔 봐
그리고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고 하잖아
하늘은 비를 내리고
비는 여기저기 옮겨서 내릴 수 있지만
땅이 움직여서 비를 맞을 순 없어
자연적 이치야
사람이 결국 소우주인데
여자를 땅에 비유한 이치
남자가 열 여자 마다하냐는
다 현실이 반영된 말들이야
남녀의 태생적 다름에서 만들어지고 생겨난
다른 상대 겪어 보니까
- (피영) 좋았어? - 별로였다고 하면 자기 또
그런데 차 사 주고 승마 같이 다니고
몇 달씩 만났냐 하겠지만
(유신) 장난감도 평생 간직하는 장난감 있고
몇 번 갖고 놀다 싫증 나는 장난감 있어
난 13년짜리고
걘 1년짜리라고?
나 결혼할 때
어린 시절 애장품들 담아 둔 박스 열다가 당신 웃었잖아
로보트 태권V 보고
갖고 놀던 장난감이 태권V 하나였겠어?
의미가 다르다고
그렇게 생겨 먹은 게 남자란 동물이야
동물이라고 하잖아, 오죽하면
사람이 동물이랑 살려면
속 터지는 것도 있고
맘에 안 드는 거 있을 수밖에 없어 격이 다르니까
솔직히 인정할게
여자들이랑 격이 달라
그럼 연애할 땐 왜 인간인 척했어 동물이
그것도 아주 멀쩡한
너무나 지성적이고 매너 있고 상식적이고
- 그러게 - (피영) 결혼하고도
계속 그렇게 책임감 있게 살 순 없다고?
노력들 하지
하는데 어느 순간 본성들이 한 번씩 나온다고 할까
아무렇지 않은 거 아니야
겉으론 안 드러내도
나도 당신한테 미안하고 죄책감에 힘들었어
이젠 오히려 홀가분하고 편해
결론은
난 사람하고밖에 못 살아
겉이나 속이나 사람인 남자
그런 남자 없다면 혼자 사는 거고 이제부터라도
단점만 보지 말고 장점도 봐
애들이 미운 짓만 해?
미운 짓만 하면 어떻게 키워?
이쁜 짓이 더 많으니까 키우는 거지
지아도 네 살 때부터 말대꾸하고
우리 속 뒤집은 적 엄청 많았잖아
[무거운 음악] (유신) 나 이번 문제 빼곤 별로 잘못한 거 없어
경제적 기반은 아버지한테 물려받았다고 해도
술 주사 같은 거 없고 당신 인격 존중하고
씻기 싫어하는 남자들 많은데 난 잘 씻고
같이 다닐 때 모양 빠지는 외모도 아니고
성격도 원만한 편 아니야
좋은 점만 생각해 봐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해 두 번 다시 실수 없다고
- 하면 개 아들이야 - (피영) 정말 본질 파악을 못 해
당신 말 듣다 보면 다 옳고 맞는 거 같아
그렇지만 그 완벽함
좋은 쪽으로 아닌 나쁜 쪽으로
철석같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누라, 자식 보면서
어떻게 그런 일을 벌이며
벌이면서 그런 애정을 표현할 수 있느냐야
그 부분이, 당신 그런 모습이 너무나 낯설고 인간적이지 않고
도저히 내 남편 같지가 않아
(피영) 당신한테 품고 있던 정이 다 바닥났어
더 이상 좋은 얼굴 할 수 없고
눈에서 하트도 못 나와
애정 어린 말도 할 수 없고
그게 부부야? 가족이야?
근데 한집서 '여보, 당신' 살아야 돼?
어떻게, 어쨌든 자식 있으니까? 쇼하면서?
필요하면 쇼도 하고 살라고
우리 그렇게 지아 가르쳤어?
이제 늦으면 '누구 또 생겼나'
좋은 거 선물하면
'밖에서 나쁜 짓 한 거 아닐까?'
다정하면 다정한 대로 소홀하면 소홀한 대로
그런 의심 들 거야
애틋함, 존경, 믿음 [한숨]
당신 불륜 한 방에 다 날아갔어
안타깝고 허무하고 가슴 찢어져
뭘 위해서 참고 계속 살아야 하는데?
지아?
남들 시선?
오지 않은 미래?
늙어서 주름진 얼굴로
손 꼭 붙잡고 다니면 남들이 보기 좋다고 할 거니까?
그럴 수 있겠지
당신 말대로 어떻게 어떻게 견디다 보면
웬만큼 잊혀지고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고
인간 망각의 동물이니까 [유신의 한숨]
남자가 젊어 한때 그럴 수 있지
어쨌든 이혼장 들이밀지 않고
가정 지켜 준 것만도 고마운 맘 들 수 있어
그렇더라도
말문 닫혀서 수도 없이 머리로, 가슴으로 생각해 봤는데
'이건 아니지'였어
내가 어떻게 했는데
믿음이 가면 믿음이 와야지
기만이 와?
- 기만은 아니고 - (피영) 기만 아니면
우롱?
(피영) 속아 넘어가는 거 보면서 어땠어?
딴 짓거리 하는 줄도 모르고
다정한 말 한마디에
속없이 웃는 나 보면서 무슨 생각 듭디까?
보기 좋았어?
잘 속아 주니까 그냥 기분 좋고 안심됐어?
그러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패딩 입은 아미 봤다 하고
시은 언니 남편이 승마장에서 젊은 여자랑 말 타는 거 봤다 하고
확인하러 나 승마장 찾아가고 하니까
그만 접자 맘먹은 거 아니야?
그만큼 사정하고 사죄했는데
맘 못 바꾸는 나 모질단 생각 들겠지
다른 여자들처럼
그냥저냥 대강 하고 살았으면
바가지 몇 마디 긁고
다신 안 그러겠다는 다짐 각서 한 장 받고 넘어가질지도 몰라
근데 내가 한 게 있는데
그리고 이번에 안 당신 모습
내가 같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도저히
부류가 달라, 완전히
여자들 다 안 똑같듯이
남자라고 다 짐승 과겠어?
내 얘긴 다 끝났어
더 할 얘기도, 들을 얘기도 없어
[유신의 한숨]
물 마실 거야? [한숨]
[피영의 한숨]
[한숨]
(유신) 장모님이
아버님 문제 참고 봐 내셨으면
당신도 이번에 참을 수 있었을 거야 [무거운 음악]
욕하면서 배운단 말
그 경우 이혼한 엄마 평생 원망해 놓고
본인도 같은 결정 하는 거
말이면 다지?
내 허물, 실수만 곱씹고 곱씹고 하지 말고
본인에 대해서 생각해 봐
(유신) 정말 옳은 결정, 판단인가
이다음에 지아한테 떳떳하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지아가 잘했다고 할까?
'엄마, 옳은 결정 하셨어요'
'이혼 가정 만들어 줘서'
'친구들 앞에서도 모양 빠지지 않았고'
'결혼할 예비 시부모님도'
'좋은 가정에서 외짝 부모지만 잘 컸대요' [피영의 분노에 찬 숨소리]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피영의 가쁜 숨소리]
더 쳐
나도 하고 싶은 말 마저 다 할 거니까 나도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야
아버님한테 그렇게 배우고 컸어?
하긴
김동미 여사한테 뭘 배우고 컸겠어
없는 사람 허물 말고
당신한테 잘못한 거 없잖아
(피영)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며
김 여사 가정 교육 받고 자랐잖아 그렇게 배웠나 보지
아버지 성품 닮아서 나 성격 모나지 않아
그건 부정 못 하지?
(유신) 나쁜 짓 하면서 간교하게 당신 속이고 연출한 게 아니라
여자한테 잘하라고 배우고 컸어
당신 뭐 배우고 컸는데?
남자 허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거?
사정하고 빌고 무슨 말을 해도
한번 결정 안 바꾸는 아집? 고집?
내 몸 갖고 내 맘대로 좀 했어
- 당신한테 피해 돌아간 거 없고 - (피영) 없다고?
당신 번 걸로 차 사 주고 밥 사 줬어?
(유신) 생활비 충분히 넘치게 갖다줬고
어쨌든 알았으니까 상처고 아픔이고 배신이지만
내 가정은 나 몰라라 내 즐거움, 향락만 취해 살았냐고
마음까지 변해서 구박하고 학대했어?
인연이 어떻게 엮어져서 잠시 만난 거 가지고
개만도 못한 쓰레기 양아치 소리를 들어야 돼?
맞는 말이지만 너무하잖아
사과도, 용서를 구해도 다 소용없고
[코웃음 치며] 본심 나와?
여러 말 시킨 게 누군데?
[긴장되는 음악] 그냥 법원 가서 절차 밟았으면 됐어
불로 뛰어들자 한다고 같이 뛰어들어?
가정 깨자는데
어린 자식 가슴 멍들고 눈물 흘리게 생겼는데
하자는 대로 무조건 따라?
- 원인 제공했어 - (유신) 내 입장에서 생각해 봐
당신이 남자였으면…
내 입장에서 생각해 봐, 먼저!
열두 번, 충분히 이해하니까
사과하고 용서 빌고 다른 남자 만나도 참고 살겠다고 하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라고
어떤 남편, 어떤 놈이 이래 미친놈도 아니고!
[기가 찬 숨소리] 이제 또 다른 진면목?
그래, 겪어 봐
아직 안 보여 준 모습 많아
[헛웃음]
당신이 엄마 결정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어쨌든 외동자식으로서 살갑게 했으면
어머니 병 안 걸리셨을지도 몰라
그럼 그날 혼수상태로 병원 실려 오는 일 없으셨을 거고
난 마음먹은 대로 결국 아미랑 끝냈고
나 때문에 엄마한테 미안하단 사과도 못 했다고?
그래
말문 막히게 한 건 내 책임이야
(유신) 근데 모르고 지나갔을 수도 있었어
사람은 누구나 인생 살면서 몇 번은 실수하게 돼 있고
- 실수 나름이야 - (유신) 상처 없는 영혼 없다고
(유신) 대부분 여자들 웬만하면
남편 외도 한바탕 잡도리하고 넘어가 줘
경철이 와이프, 우리 병원 하태주 선생
와이프들 능력 없어서 봐주고 넘어갔나?
하 선생 와이프 동시통역사고
경철이 와이프 학원 경영해서 경철이보다 더 잘 벌어
사피영 뭐 그렇게 대단하고 잘났다고
다른 여자들보다 좀 세련되고
나이 덜 들어 보이는 거 인정
관리 잘해서
근데 내가 벌이 시원치 않았으면
당신 버는 것도 살림에 보태야 했고
그럼 당신도 여느 여자들이랑 다를 거 없었을 거야
집하고 여잔 가꾸기에 달렸으니까
홀엄마 밑에서 커서 남편 건사 못한 거 있어?
양친 부모 밑에서 정상적으로 큰 여자들은
다 이해심, 아량이 바다야?
그런 집 딸들보다 더 완벽하게 모자람 없이 했어!
(유신) 그러니까
당신 노력, 공
뼈저리게 알기 때문에 이혼 도장 못 찍는다고
인간인데 고마운 거 몰라?
나한텐 더 이상 최고일 수 없어, 당신
시련인데
나로 인한
참고 이겨 내잔 부탁이고 사정 아니야
나 같으면 눈 딱 감고 봐주겠어
생각나고 미울 때마다 원망 퍼붓더라도, 바가지 긁더라도
몇 번 하다 보면 그것도 지겹고
시들해질 거야
그러면서 또 웃으며 살아질 거 같아
그게 인간 아니야? 단점이자 장점
결국 신유신보다 내 문제란 얘기네 [무거운 음악]
누구 문제, 잘잘못 그만 따지자니까
(유신) 애들이 잘못해 놓고 '잘못했어요' 빌면
용서하는 게 부모 마음이고 인지상정 아니야?
잘못했다고 손이 발이 되게 비는데
의절하고 내쫓아야겠냐고
- (유신) 자식이나, 남편이나 - (피영) 내가 나가
(피영) 지아랑 엄마 집으로
여기서 김 여사랑 평생 살든
아미랑 보란 듯이 재혼해서 살든
위자료 됐어
지아 학비나 보태든가
아빠로서 맘 편하게
고마워서 눈물 나
나도
자기 잘못 합리화하느라
마누라 아픈 상처, 트라우마까지 제대로 끄집어 건드려 줘서
내 부족함, 모자람 충분히 깨달았어
세상 잘난 줄만 알았다가
- 피영아 - (피영) 그 입으로
아미도 수없이 불렀을 거야
더 이상 내 이름은 부르지 말아 줘
술 취하면 걔한테도 여러 번 전화했을 거고
전화해서 뭐라고 그랬겠어?
보고 싶다, 가고 싶다 함께 있고 싶다 그랬겠지
(피영) 몰래 바람피우느라
아침까지 푹 내처 자지도 못했을 거고
함께 아침 맞는 달콤함도 있는데 못 한 거 앞으로 실컷 하고 살아
남자들 하는 소리 있잖아
이상형 물으면 '처음 만난 여자'
애 낳고 10년 넘게 산 와이프보다
남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며?
내가 남자라도 나보다 아미야
신유신 능수능란함이면 나한테 끝난 것처럼 하고
또 얼마든지 관계 이어 갈 수 있지
이래서 더 이상 못 사는 거야
끝없는 의심, 곡해 시작일 테니까
마지막으로 부탁할게
이번에 나 봐주고
지아한테 다 사실대로 얘기해 큰 다음에
(유신) 그리고 똑같은 일 겪더라도
엄마처럼 봐 내라고
그렇게 당부해 줄 수 없어?
남자 DNA로 태어난 이상
이런저런 유혹 이기고 뿌리치기 어려워
쉬울 거 같으면 한다하는 남자들
미국 대통령, 영국 귀족 할 거 없이
다 그렇게 일 저지르지 않았을 거야
다시 얘기지만 남잔 생리적으로 달라
당신이 남자였어도 매력적인 여자들이 대시해 오면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와이프 생각해서
발에 차이는 돌 차 내듯이 그렇게 밀어내기 힘들어
불량 식품이 입에 더 당기는 것처럼
장모님 이어 당신도 겪었듯이
지아도 아마 똑같은 경험 하기가 쉽다고
그때 당신 본받아서
참고 이겨 낼 수 있게 [무거운 음악]
오래 산 건 아니지만
참았을 때 후회된 적은 없어
못 참았을 때 후회가 남지
이번 내 경우만 봐도 당신이 참을 수 없는 거처럼
나도 유혹 못 참았어
못 믿겠으면 아미한테 물어봐
누가 먼저 마음 고백했나
[한숨]
닥쳐 보지 않을 땐 뭐든 장담할 수 있고
교과서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지만
막상 본인이 겪으면 말처럼 이겨 내기 쉽지 않아
당신이 하는 말 뭔지 알고
그렇지만 난 지아가 당신의 모든 걸 본받아도
본받아서 똑같이 했을 때
'아, 잘했다'
'엄마 말 듣길 잘했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이번에 당신
엄마한테 용서 빌고 사과하고 싶었다고 했잖아
나 때문에 말로 표현 못 했다고
지아는 그런 후회 안 했으면 하는 거야
후회 대물림
당신 선에서 끝나길
엄마가 나의 아킬레스건이었어
정확히 말하면
엄마가 아니라 아빠의 부재
아빠 없는 원망 온통 엄마한테 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난 똑같은 일 겪고도 절대
어떤 일이 있어도 이혼 안 한다는 각오로 살았어
애초에 그런 일이 안 일어나게 하자
바람피울 원인 제공을 안 하면 되지
그렇게 생각했어
자신도 있었고
그래서 당신한테 소홀함 없이 한 거고
그런데
오랜 세월 정성껏 불어 만든 아름다운 유리 성이
일어나 보니까 산산조각 박살 나 있는 거야
(피영) 비유하자면 처음엔 사고 자체가
뇌가 죽은 것처럼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어
당신 말 들으니까
남자, 여자로 태어난 인간의 존재 자체가 참 슬프다
왜 완벽하지 못하고 나약해 빠졌을까?
신은 완벽할까?
상대가 왼뺨을 때리면 오른뺨을 내밀고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하시는데
벌받는다는 말은 뭐야, 그럼?
신은 부족하고 허물 많은 인간
다 용서하고 봐 내셔야 하는 거 아니야?
나나 당신이나 완벽한 상대 만났어야 했어
신 같은, 신에 버금가는
근데 당신 말마따나
- 없겠지? - (유신) 그러니까
부족함 서로 이해하고
보듬어 가면서 살면 안 돼?
[한숨]
사피영 만나서 나 참 설렌 적 많았어
(유신) 이 이상 행복할 수 없다 그런 마음도 수시로 들었고
자기랑 헤어져서 나 어떻게 살아
어떤 환경, 여건에서도
적응하는 게 인간이라지만
다 그런 건 아니야
난
자기 생각해서인 것처럼 설득했지만
지아까지 끌어들여 가면서
내가 못 살 거 같아서
견딜 수 없을 거 같아서
[애절한 음악]
당신 없는 이 집에서
어떻게 살아?
이건 변명이 아니라
아미 만나면서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해 봤어
'내가 왜 이러지'
'이러면 안 되는데'
정신과적으로 한번 분석해 봤더니
엄마한테 충분한 사랑을 못 받았잖아
사랑도 못 받은 데다
엄마 일찍 돌아가시기까지 했고
김 여사가 아무리 잘한들
낳아 준 친엄마 사랑에 비해
제대로 못 받아 봤지만
아버진 워낙 병원 일에 정신없으셨고
그런 사랑의 부재
애정 결핍 때문이구나 싶었어
누구에게나 우선 인정받아야겠는 거야
일로도 인정받고 여자들 관심도 일단 끌어야 하고
당신 사랑으로 만족했어야 했는데
욕심이 지나쳐서 화를 불렀다, 정말
(피영) 이번이 정말 처음?
(유신) 그래서 대체적으로 여자들한테 친절했고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나 좋아하게 유도하는 친절 매너였을 거야
그게 내 문제야
계속 그럴 수밖에 없네, 그럼
(피영) 결핍감으로 이 여자, 저 여자 계속 눈에 들어올 거 아니야
인제 그럴 에너지 없어
내 에너지는 사피영이었는데 자기 만난 후로
내 행복도 끝났어, 이렇게
(유신) 누구 진짜 만날 거야?
그럴 맘 있어?
몰라
오늘 당신 얘기 듣고 나니까
자신 없어
(피영) 다 거기서 거기란 얘기 아니야
- 아미는? - (유신) 이미 마음으론 끝냈다니까
(유신) 엉뚱한 행동 안 하게 시간이 좀 필요해
지아한텐 뭐라고 말할 건데?
- (유신) 사실대로? - 우선
내가 엄마 추억하고 싶어서
외할머니 집 들어가서 산다고 했어
(유신) 좋대?
[깊은 한숨]
[슬픈 음악]
내 부족함
어리석음으로…
(피영) 당신 말마따나 내 부족함일 수 있어
아무 때건, 언제건
(유신) 마음 바뀌면 돌아와 줘 나 용서되면
당신 충격받고 실망한 것도
나한텐 사무치게 아픈데 지아는 어떻겠어, 알면
나 안 보겠다고 할지도 몰라
[유신이 훌쩍인다]
나보다 똑 부러지는 당신 성격 닮았잖아
못 보게 하는 거 아니고
(피영) 지아가 아빠 얼마나 좋아해
아직 어리겠다 심각하게 생각 안 할 수도 있어
- 계속 얼굴 보고 하면 - (유신) 그럼 다행이지만
(유신) 딸 인정까지 못 받으면
난 정말 사는 의미가 없어
내가 자초한 거지만
누군가 TV 나와서
(피영) 백 세 시대라 한 남자, 한 여자하고
평생 해로하는 건 무리라고 했던 말 생각나
한두 번 체인징 파트너 해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좀 일찍 체인징 파트너 했다고 생각해
자긴 그럴 수 있어?
나 없이 살 수 있다고, 정말?
[한숨 쉬며] 살아야지
살 거야
1년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LA 집 안 팔걸
아니야, 한 번은 겪을 일이었을지 몰라
(피영) 지아 생각해서 건강 관리 잘하고
어머님이 잘 챙겨 주시겠지만
당신이 해 주는 거 아니면 의미 없어
나 때문에 얼굴 많이 상했어
미안해
[흐느낀다] [애절한 음악]
[울음]
[울음]
[유신의 한숨]
나 때문에
엄마한테 제대로 작별 인사도 못 하고
정말 미안해
평생 내 자신 용서 못 할 거 같아 [피영의 떨리는 숨소리]
자기랑 지아한테도 죽을죄 지었지만
나라도 더 장모님 챙기고
자주 들여다봤어야 하는데
그 시간에 아미 만났어
[무거운 음악] (유신) 나 천벌받을 일만 남았을 거야
장모님 생각해도 가슴 미어지고
사위란 인간도
어쩌다 전화나 한 통 하곤 안 들여다보고
딸도 연락 없고
어떠셨겠어
그러니 그렇게 빨리 악화되신 거지
소중한 행복인 줄 모르고 감사도 모르고
- 다 잃고서야… - (피영) 말은 안 나오고
엄마 가슴에 손으로 썼어
(피영) '미안해, 용서해'
'사랑해' 쓰고 나자마자 심정지 되는 거야
살아서 건강할 때 했어야 하는 말
피우려면 바람 일찍 피우든가
그럼 엄마랑 일찍 화해했잖아
제대로 사과하고 [한숨]
용서 빌었잖아
미안해
미안해
엄마
내가 병들게 했어
나 때문에
낳아서 키워 준 고마움 모르고
단 한 번 '고맙다', '감사하다' 말한 적 없고
원망만 퍼붓고
나도 어떻게 살지 몰라, 앞으로
[한숨]
그래도 내가 있으니까 뭐든 일 생기거나 필요하면
전화해, 낮이든 밤이든 달려갈게
(피영) 미워 죽겠어, 정말
우리 얼마나 잘 살 수 있었는데
[깊은 한숨] 둘 다 노력한 거 물거품, 헛수고 됐어
보고 싶을 때마다
달려가고 싶을 때마다
같은 강남 하늘 아래 있는 걸로 견디고
위안하면서 살아, 나? [피영이 울먹인다]
한 가지만 약속해
힘들고 어려운 일 생기면 나 1순위야
꼭 뭐든 나한테 도움 청하고 의논해
어?
[슬픈 음악] [피영이 연신 흐느낀다]
아무리 미워도 내 사랑은 의심하지 마, 정말
내가 사랑하는 여자는
사피영뿐이야, 영원히
[전자레인지 알림음]
(유신) 자
[한숨]
접수만 하면 되는 거야?
그럼 제대로 하자
위자료 받고 재산 분할도 하고
지아 학비나 대 내가 노는 것도 아니고
자기 하자는 대로 하니까 이 문젠 나한테 맡겨
나머지 절차는
한 번씩 만나서 밥은 먹을 수 있는 거지?
그것도 안 돼?
알았어
[한숨]
[애절한 음악]
(아미) 한번 뵙고 싶어요 의논드릴 말씀도 있고요
- (반) 외로워 - (동마) 형 외롭다고?
부장님
(동마) 농담 아니야?
- 몇 시에 일어나서 한 거야? - (혜령) 얼마 안 걸렸어
이런 내 자신 괜찮단 생각 들어
- 갑자기 왜? - (혜령) 좋지 않으세요, 어머님?
나도 욕도 할 수 있고 얼마든지 험한 소리 할 수 있어
- 하세요 - (피영) 약 올리는 거야?
지아 아비가 뭐라고 하든 나 들어가야겠어
(동미) 날마다 누구랑 마시는 거야 몸 축나게
[술 취한 말투로] 누나밖에 없어 나한텐
나밖에 없지? 다 떠나고
[동미의 웃음]
뭐야
불러들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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