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S2. 10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현) 어디 가서 우리 점 좀 봐요
잘 본다는 데 검색해 놨어요
- 뭘 물어보게요? - (사현) 우리 인연인지 아닌지
아무리 생각해도 우린 같이 살 진짜 운명 같아요
같이 갔는데 인연이 아니래도
당사자들 앞에 놓고 아니라고 하겠어요?
(사현) 그럼 생년월일 알려 줘요 나 혼자 가서 보고 올 테니까
운명을 역술가한테 물어서 결정하자고요?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으며] 그런 거 무시할 거 아니에요
(사현) 전에 고시 공부 하던 친구가 주역 공부도 했는데
나한테 그랬어요
두 번 장가갈 팔자라고
그땐 무시했죠, 근데
상황이 이렇잖아요
쑹위안 배 속에 내 아기 크고 있어요
같은 말 반복해요? [무거운 음악]
우리 죄짓지 말자니까요
용서하고 참고 살겠다는 부인 이혼 도장 받아야겠냐고요
나 찍어 봐서 그 심정 알아요
이렇게 억지로 사는 건요?
(사현) 참고 봐 내고 사는 건 나예요
봤죠, 그날? 어떤 성격인지
그동안 내가 한 말 다 맞잖아요
어쨌든 본인이 한 선택이에요
후회되고 마음에 안 들어도 결정에 책임지는 게 옳아요
남자, 여자, 어른, 아이를 떠나서
(사현) 책임지려면
내 자식 책임지는 게 우선순위죠 안 그래요?
그날 그렇게 해서 간신히 수습하고 마무리했어요
나 더 험한 꼴 겪게 해야겠어요?
일단 난 봐야겠어요
(사현) 생일은 알고 몇 시에 태어났어요?
시가 중요하다고 그러더라고요
이혼하고도 더 좋은 상대 만나는 경우도 많잖아요
부혜령, 나보다 훨씬 좋은 남자 만날 수 있어요
자존심 때문에 버티는 거지
나 사랑 안 해요, 완전 식었어요
쇼윈도 부부로 살아야겠어요?
내가 대답할 문제 아니고요
어쨌든
몇 시에 태어났어요?
- 몰라요 - (사현) 그러지 말고요
나 신경 쓰게 할 거예요?
맘 편히 해 줘요, 제발 부탁이에요
[사현의 옅은 한숨]
(원) 그런 데 다니는 거 오히려 아기한테 부정 탈 수 있어요
일어날게요, 먼저
(사현) 아니, 저… [잔잔한 음악]
어디 가 밥이라도 먹고요
- 밥 먹는 것도 안 돼요? - (원) 안 돼요
약속은 지켜요
악법도 법이듯이
본인이 뱉은 말은 지키는 게 성숙한 사람이에요
[문이 탁 닫힌다]
[한숨]
(서리) 생수병에 술 좀 부어서 갖다줘요, 소주
[슬픈 음악]
(지아) [울먹이며] 엄마만큼 나도 슬퍼
할머니랑 시간도 많이 못 보내고
아직 말하고 싶지 않아? [피영의 한숨]
엄마 목소리 듣고 싶은데
[쓸쓸한 음악] [문이 탁 열린다]
방송국 팀들 왔어, 얼굴 한번…
(지아) 그냥 서로 말만 할 수 있어도 [문이 탁 닫힌다]
큰 행복이구나 깨달았어, 이번에
그리고 전에 TV에서 있을 때 잘하란 말 들었는데
너무 맞는 말이고, 할머니 보니까
이제 잘하려고 해도 방법이 없잖아
[지아가 흐느낀다]
[서리의 한숨]
(시은) 사 PD 식사는 좀 해요?
거의 식음 전폐요
(동미) 영양 주사로 버텨요
추스르려면 좀 시간 걸릴 거 같아요
지아는요?
- (동마) 형, 웬일? - (반) 문상
(반) 같이 일하는 팀
(동마) 부혜령?
(반) 아니, PD님 어머님 돌아가셔서
(동마) 자리 지켜야 돼?
- (반) 아니야 - (동마) 나 그럼 절만 하고 나올게
윤 상무님 부친상
부고 안 냈더라고
- 아버진? - (동마) 아버지 안 오시지
- (반) 은곰집 괜찮아? - (동마) 어 [흥미진진한 음악]
[혜령이 문을 탁 닫는다]
(혜령) 서반, 서동마, 형제?
[놀라는 숨소리] 그럼 SF전자 장남?
[문이 탁 열린다]
(시은) 혜령 씨, 속 안 좋아?
아니요, 문자 좀 보내느라고
[한숨]
(동미) 요저께 우리 손녀 용돈을 그렇게 많이 주셨다고
아이들 좋아하나 봐요?
아이들은 다 예쁘잖아요
(반) 어린 시절 누구나 거쳐서 통하는 정서 있고요
[흥미진진한 음악] [동미의 웃음]
(동미) 먹는 걸 좋아해서 그 주로 용돈을 다 썼어요
(반) 저도 한창땐 정말 많이 먹었어요
(동미) 그러셨을 거 같아 키가 그냥 컸을 리 없고
- 손 좀 줘 봐요 - (반) 손금 보세요? [동미의 옅은 웃음]
(혜령) 사심 있는 거 아니야 이 할머니?
명 한번 때웠어야 하는데 손금으로 봐선
- (반) 네, 때웠어요 - (동미) 돈을 깔고 앉으셨네
- 결혼은 안 하신 걸로 아는데 - (반) 네
(동미) 일찍 갔으면 안 좋게 끝났을 거예요
늦게 가야 좋아요
(반) 가긴 가나요?
그럼요
- (동미) 성격은… - (서리) [술 취한 말투로] 사돈어른
손금 보시는 거예요? [동미의 난감한 신음]
(서리) 점집 아니거든요
생때같은 우리 언니 눈감았는데
문상객 손금 보는 경우는 무슨 경우?
아, 저, 지아 이모할머니요
지아 어미랑 같이 일하는 방송국 엔지니어 부장님
(동미) 혜령 씨는 아실 거고
(서리) 부처님이 그랬어요
관상, 수상 볼 필요 없다 심상이 최고니라
[흥미진진한 음악]
- 미스터… - (반) 서반입니다
- 서방? - (반) 서반요
어머, 나는 서리인데, 모서리
- [웃으며] 외자 이름? - (반) 네
(서리) [웃으며] 어쨌거나 반가워요
악수 한번 할까, 서 자 돌림?
(반) 돌림은 아니고 성이요
(서리) 아휴 [서리의 웃음]
남자 손은 이렇게 생겨야지
하얗고 가늘, 길쭉하면
기생오라비 손이지 [서리의 웃음]
(혜령) [코웃음 치며] 할머니들 난리시네
(동미) 약주 하셨어요?
(서리) 약주로 보여요, 이게?
'저스트 워터'!
[딸꾹질한다] [동미의 한숨]
(동미) 충격이 크셔서 우리 다 마찬가지지만
(서리) 충격으로 치면 우리 피영이지
생김이랑 하는 짓 똑떨어지는데
좀 모질다고 할까, 독하다고 할까
(동미) 아이, 바쁠 텐데 얼른들 가 보세요
세밑에 이렇게들 와 줘서 너무 고마워요
당연히 와야죠, 그럼
(서리) 아휴, 왜 가 동상은 좀 더 나랑…
[동미의 말리는 신음] 아휴, 얘기 끝을 맺어야지
(시은) 사 PD 힘들겠지만 마음 잘 추스르라고 전해 주세요
[작은 목소리로] 네, 얼른…
(동미) 아, 저기, 이모님 [서리의 한숨]
- (서리) 아, 이보셔요, 사돈 - (동미) 네
(서리) 사람 싫어하면 망한다는 말 몰라요?
왜 쫓아요? 얘기 좀 하려는데
(동미) 들어가 좀 누우세요
(서리) 죽으면 누워 있기 싫어도 실컷 누워 있어유
[익살스러운 음악] [서리의 한숨]
[서리가 숨을 후 내뱉는다] 인생이 뭐라고 생각해요?
(동미) 모르겠네요, 아직
덜 살았단 투로 들리네
(서리) 참 허망한 거예요
나 이렇게 처녀로 늙을 줄 몰랐어요
우리 언니는 이혼녀, 나는 독신녀
어떻게 생각해요?
(동미)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동미) 인제 좋은 분 만나셔야죠
늦게 가는 사람이 더 잘 간다는 말 있잖아요 [서리의 웃음]
(서리) 그래요? 그런 말 있어요?
[서리의 웃음]
(혜령) 아, 배고파
부장님, 점심 사 주세요 [흥미진진한 음악]
- 양구이 좋아해요? - (혜령) 완전 잘 먹죠
- 삼성사 앞의 은곰집 알아요? - (혜령) 그럼요
- (반) 그리로 와요, 작가님도 - (시은) 난 애들 기다려서
(혜령) 부장님, 점심 먹고 가요 어디 가서
- (반) 선약 있어요 - (혜령) 어디서요? [흥미진진한 음악]
근처요
비즈니스 손님 아니면 같이 먹어요 제가 살게요
나중에요, 그럼 설 잘들 보내시고
네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혜령의 한숨]
(시은) 집에서 신랑 기다리잖아
- 네, 고파서요 - (시은) 떡 먹었는데 고파?
그러게요, 2개밖에 안 먹었어요 [흥미진진한 음악]
[자동차 시동음]
(가빈) 내년 설엔 우리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해륜) 똑같이 만두 빚고 있겠지 [가빈의 옅은 미소]
어쩌면 나 혼자 빚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가빈) 왜요? 난 겨울 공연 스케줄 안 잡는데
이쁜 우리 아기 태어나서 가빈 씨는 젖 물리고
[옅은 웃음] (해륜) 애들은 엄마 젖 먹고 커야 해요
그래야 건강하다고 들었어요
어머니 젖 먹고 컸어요?
(가빈) 그럼요
가만있어 봐
어머, 오늘 아빠 생신이야
[가빈의 당황한 웃음]
[애잔한 음악] (해륜) 이야, 우람이가 잘 만드네
[해륜의 웃음]
[아기가 칭얼거린다] [함께 웃는다]
[해륜이 아기를 달랜다]
(가빈) 아빠, 미역국 드셨어요?
[슬픈 음악]
사람 일은 모르니까
신 서방 인물이랑 매너 뭐 하나 빠지는 거 있어?
- 들이대는… - (피영) 바빠
이런 일로 전화하지 마
그래, 노파심에
미안해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한숨 쉬며] 아침부터
[피영이 흐느낀다]
- 난데 - (원) 네, 어머님
- 음식 안 하지? - (원) 떡국은 끓이려고요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지아) 아빠!
[흐느끼며] 아빠, 가지 마
엄마, 아빠 용서하고 우리 다 같이 살아
[울음]
[시은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무거운 음악] (시은) 일단 말은 해 줘야 하는 거 아닐까?
(웅) 수희 젊었을 때랑 너무 닮았어
우연의 일치치곤
우연이겠지
수희가 신 원장 이모도 아니고 고모도 아니고
근데 미국에서 왔다 하고
그 아이는 미국에 있으니까 [휴대전화 벨 소리]
- 어 - (웅 처) 아빠, 올라와요
(웅 처) 시간 걸려, 영재가 옷 사겠대
응, 몇 층?
- 어디야? - (사현) 대전 집 가고 있어
[무거운 음악] 왜?
(사현) 내일 못 가니까 아니, 안 가는 거지
얼굴이라도 보여 드리려고 [한숨]
그럼 난 뭐가 돼?
나한테 물어보고 가든가!
(사현) 문상 갔잖아
[커피 머신 작동음]
[흥미로운 음악]
(혜령) 모든 상황이 아귀가 맞아
배경에 비하면 오히려 소박하게 사는 거고
서동마는 자기 형 프로 DJ니까 술값 내 준 건가?
개인적 관심이 아니라
그러니까 들이대지도 않고
사실 벅차지, 서동마는
[피식한다] 내가 미혼도 아니고
[슬픈 음악]
[저마다 흐느낀다]
[피영이 흐느낀다]
(서리) [흐느끼며] 언니
언니
[피영이 오열한다]
(피영) 엄마, 잘 가
아빠, 엄마 좀 맞아 주세요
나 때문에 엄마 많이 상처받고 외로웠어요
따뜻하게 사랑으로 맞아 주세요
엄마
점 좀 봐다 주면 안 될까? 나랑 쑹위안
- (문호) 점? - (사현) 아무리 생각해도
(사현) 내 진짜 짝은 쑹위안 같아서
(예정) 짝이건 연분이건
혜령이가 봐 내고 살겠다는데
안 끝낸다는데 억지로 내쫓냐고
점은 봐 뭐 해 [사현의 한숨]
(사현) 오죽하면
솔직히 요즘 혜령이 얼굴도 안 봐져요
시선이 안 가, 어쩔 수가 없어
- 그 이쁜 얼굴이? - (사현) 응
처음 볼 땐 나도 '선녀 하강인 줄' 했지
(문호) 근데 너 우리 앞에서 두드려 패는 거 보니까
나도 섬뜩해, 혜령이 얼굴 떠올리면
[한숨] 그때 너 팰 때 얼굴
[한숨] (예정) 당신까지 왜 그래요
인정할 건 인정하자고요, 솔직허니
솔직하다고 다 옳고 좋은 거 아니에요
(사현) 내일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쑹위안 시 좀 알아내 줘요
내가 물으니까 대답 안 해
그런 거 안 믿는 눈치고
- 만났어? - (사현) 잠깐, 아까 통화만
둘이 연분이라고 쳐, 점괘가
- 방법 있어? - (사현) 우선 궁금하니까
어떤 인연인지
외국 사람들 두 번, 세 번 이혼하는 거 이해 못 했거든
(사현) 인제 오히려 인간적이다 싶어
사랑 없이 동거인으로 지내는 거 못 할 짓이야
어른들 말마따나 애라도 있으면 자식 보고 산다고 하지만
두세 달 안으로 소식 있을 거 아니야
(예정) 그리고 맞은 놈은 발 뻗고 자도 때린 놈은 발 뻗고 못 잔다고
강제로 이혼 도장 받아 내서 갈라서면
그때부터 너 발 뻗고 못 자
절대 맘 안 편해
그것도 아닌 게요
(문호) 요즘 학교에서 학폭당한 쪽은 그 상처에서 못 벗어나
사회 나와서까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데
오히려 때린 것들은 맘 편히 사는 모양입디다
사현이 말도 옳긴 해요
그런 거 한번 봐 볼 필요도 있어요
우리도 궁합 봤잖아요 결혼 때 장모님이
- 어떻게 나왔는데? - (예정) 몰라, 기억 안 나
엇박자
(문호) [웃으며] 안 맞는 거 같아도 해로하고 산다고
[웃으며] 겉궁합은 그냥 그런데
- (문호) 속궁합이 아주 잘… - (예정) 아휴! 주책이야 [익살스러운 음악]
나이 드니까 할 소리 못 할 소리 분간도 못 해
아, 궁합 얘기인데 무슨 못 할 소리예요?
그런 게 있더라고요, 엄마 아, 쑹위안, 어?
나와요, 세배받으시래
[문호의 힘주는 신음]
[밝은 음악]
이렇게 세배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고요
두 분 계속 건강하시고
기쁜 일만 가득하셨으면 해요, 새해엔
(문호) 건강한 꼬물이 태어나면
그 이상 기쁨이 어디 있겄어
[문호의 웃음] (예정) 한 생명 잉태해서 세상에 내놓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야
뭐든 힘들고 어려운 문제 생기면 우리한테 의논하고
맘 편히 태교에만 신경 써
두 분 계시니까 너무 든든해요
(문호) 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맙고
자
마지막 세뱃돈 받은 게 언제여?
아, 애도 아닌데요
- 우리한테는 애여 - (예정) 받아
[옅은 미소]
(원) 감사합니다 [문호의 웃음]
잘 갖고 있다가 아기용품 살게요
아기용품은 우리가 어련히 장만해 줄까
- 오늘이라도 - (예정) 오늘은 문 연 데 없어요
그런가?
아무튼
[문이 드르륵 열린다]
(동미) 왜? 탈 났어?
- 장염 같아 - (동미) 아휴, 어째?
나 며칠 병원 가 있을게, 링거 맞고
(동미) 얼른 가, 그럼
필요한 건 내가 갖다주면 되니까 이따가라도
한 기사 시켜서 보내요
미안해
옆에 있으면 나 괜히 방해만 되니까
(동미) 나도 있고 지아도 있고 걱정 말고
어서
- 이모님께 인사… - (동미) 아휴, 내가 전할 테니까
(동미) 힘들어서 식은땀 흘리는 거 봐
문자할게
(동미) 끄덕이라도 좀 해
(유신) 지아야, 엄마 좀, 아빠 대신
[통화 연결음] 차 좀, 지금
(동미) 아휴 장염은 스트레스가 원인인데
상 치르는 게 보통 일이야, 엄동설한에 탈 날 만하지 [유신의 힘겨운 신음]
[유신의 한숨] [무거운 음악]
(유신) 문자해, 한밤중이라도
응
[문이 드르륵 열린다] (피영) 얼마나 스트레스였겠어
정부랑 마누라 같은 층 병실 누웠으니
[한숨]
(지아) 엄마랑 잘래, 오늘
지아, 화장실 안 가?
- (지아) 집에 가서요 - (서리) 깨끗해
소변 참으면 병 돼, 얼른
내가 같이 가 줄게
[무거운 음악]
[휴대전화 알림음]
(유신) 엔터라이티스 때문에 집에 안 가고 병원 들어왔어 [놀라는 신음]
(아미) 어머, 어떡해
(유신) 나 걱정시킬 거야?
[휴대전화 조작음] 병원에 얌전히 있어
빈집보다 나으니까, 식사도 나오고
(아미) 알았어요 보고 싶어도 꾹꾹 참을게
[한숨]
[도발적인 음악]
인제 모씨 집안에서 제일 이쁜 사람은
나, 모서리
언니, 저승에선 철 좀 들어
(서향) 내가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살겠어 [슬픈 음악]
네 맘 아는데 지아도 외할미 그리울 거 아니야, 한 번씩
무슨 정이 들었다고
엄마
[흐느낀다]
(피영) 엄마
[놀란 숨소리]
엄마
엄마!
엄마
엄마
[흐느낀다]
어떡해
나 어떻게 살아
가슴이 아파 죽겠어
엄만
나보다 더 아팠을 거 아니야
[오열한다]
[카메라 셔터음]
[숨죽여 흐느낀다]
(문호) 자주 좀 와야겄어
(예정) 우리 집보다 좋다고?
(문호) 이렇게 같이 잠자 본 거 얼마 만이여?
살 부대끼고
(예정) 무슨 살을 부대꼈다고
누가 들으면 벗고 잔 줄 알겠네
(문호) 어쨌든
아, 숨결도 닿고
(예정) 난 설쳤어
(문호) 좋아서? [예정이 피식한다]
한 번씩 신혼 기분 들지 않아요, 요즘?
들다가 존댓말만 들으면 깨요
존경하고 애정하니까
(문호) 말도 이상하게 함부로 안 하게 돼요
존경까지
(예정) 립 서비스가 점점 과해지셔
(문호) 빈말 아니고 참말, 진심
부부는 묵을수록 맛이 깊어지는
간장이랑 똑같지 않아요?
- 철드셨어, 판문호 회장 - (문호) 회장 빼고
판문호 씨 늦게 철드셨다고
좀 일찍 철드셨으면 더 좋았잖아
성 빼고
- (문호) 예정 씨 - (예정) 왜요, 문호 씨?
[예정의 웃음] (예정) 아휴, 혀에 쥐 나려고 해
우리 인제 이렇게 이름 부릅시다
이름은 부르라고 있는 거니께
우리끼리라도
[예정의 힘주는 신음] (문호) 아이고, 더 누워 있어요
지금 나가서 덜거덕거리면 쑹위안 깨요
참, 할 것도 없지
데워만 먹으면 되니까
[예정의 힘주는 신음] [감미로운 음악]
- (예정) 아유, 참 - (문호) 씁
왜 이렇게 가벼워졌댜? 머리가
(예정) 머릿속에 있던 게 다 빠져나갔나 보지
(문호) 다 빠져나가도
나에 대한 거시기만 남아 있으면 돼
- 뭔 거시기? - (문호) 사랑, 거시기
[피식한다]
못 일어나나?
(동미) 지아야 [동미가 똑똑 노크한다]
지아야
아침 먹어야지, 벌써 9시야
[지아의 힘주는 신음]
엄마 어디 갔어?
아빠한테 갔나?
(피영) 엄마 바람 좀 쐬고 올게 일어나면 할머니랑 아침 먹어
아빠한테 갔을 거야
[긴장되는 음악]
어머
[옅은 미소]
[무거운 효과음]
(피영) 아미 환자 몇 호실 입원했어요?
- (간호사1) 아미 님요? - (피영) 네
[마우스 조작음]
VIP 2호실요
(간호사2) 아미 님 신서초병원으로 옮겼어요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드르륵 열린다]
[긴장되는 음악]
남친이요, 촬영 때 입으라고
[무거운 음악]
(피영) 안자락 그을린 은색 패딩이 세상에 둘이야?
- 정말? - (피영) 응
어디서 샀냐니까 남친한테 선물받았대
그 남친 나잖아, 그럼
[기가 찬 웃음]
[분노에 찬 숨소리]
[분노에 차 소리친다]
[거친 숨소리]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한숨] [문이 드르륵 열린다]
[문이 드르륵 닫힌다] 어
(유신) 어미 어때요? 문자해도 답이 없어
바람 쐬고 온다고 나갔어
(동미)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동미가 가방을 툭 내려놓는다]
엄마 집 갔겠지
아무것도 안 넣고 맑은 죽 끓였어
[무거운 음악]
천지 신령님 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동미) 물론 허물도 있지만 불쌍히 여기시고
부디 젊은 사랑 허락해 주십시오
거의 한평생을 나이 든 남자 후처로 살았습니다
겉으론 늘 웃었어도
마음은 눈물 비탄이었던 거 아실 겁니다
저도 꼭 한번 잘난 젊은 남자랑 살 맞대고 살아 보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눈 못 감을 거 같아요
부디
저의 간절한 한 가지 소원
꼭 들어주시옵소서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쓸쓸한 음악]
(피영) 내 친구 중에 딱 한 명 이혼했어
아들 평생 못 만나게 한다는 거
애착 관계 끊어 놓으면 안 된다고 내가 말렸어
엄마가 아빠 역할 대신할 수 없거든
엄마하고 나눌 수 있는 교감이 있고
부녀간에, 부자간에 나눌 정서 달라
(피영) 지아야, 어떡하면 좋을까?
엄마 어떡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너만 생각하는 게 맞지? 그게 옳은 거지?
우리 딸 장래, 행복만
난 충분히 누리고 행복했으니까
비록 거짓 속은 행복이었지만
[새가 지저귄다] (문호) 동미야, 잘 있었어?
- 오늘은 봄날 같네, 완전 - (문호) 그러게 [문호의 웃음]
(문호) 아이고, 아이고 동미야, 보고 싶어쪄? [강아지가 낑낑댄다]
아이고, 우리도, 우리도, 우리도
[물이 쏴 내려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문이 탁 여닫힌다] [차분한 음악]
(동미) 그만 들어가 자
산 사람은 살아야지
생각하고 그리워한다고 죽은 어머니 살아 돌아오셔?
사람은 적응하게 돼 있다고
원장님 가시고 나도 얼마나 힘들었어
그래도 이렇게 견디고 살잖아
살아져
(동미) 그냥 그렇게 확실히 맛탱이 가든가
병실 많겠다
죽을 때까지라도 특실 내줄 테니까
(동미) 부모가 죽으면 앞산이 보이고
자식이 죽으면 앞산이 안 보인다더니
시부모 돌아가면 앞산이 보이고
친정 엄마 죽으면 앞산이 안 보여 지아 어미 보니까
저 혼자 상당하고 고아 됐어?
적당히 슬퍼해야 동정도 가지
남편은 장모 상 치르느라 병까지 얻었구먼
(유신) 얘기했잖아요
- 엄마랑 워낙 소원하게… - (동미) 덮을 걸 덮어
(동미) 정도가 있어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자식 앞세운 부모들도 함묵증 같은 거 안 걸려
유난도 떨어, 아무튼
[한숨]
왜? 듣기 싫어서?
죽 그만 먹어도 돼, 이제
그만 쒀 와요
[무거운 음악]
(시은) 제과점 거라 설탕 많이 안 들어갔어
(지아) 감사합니다
- 엄마 아직 말 안 하시니? - (지아) 네
너무 걱정 마, 시간 지나면 해결돼
- (지아) 어떤 생각 드냐 하면요 - (시은) 응
(지아) 저희 할아버지도 그렇고 외할머니도 그렇고
사람은 언젠가 다 죽잖아요
- 그렇지 - (지아) 우리 엄마도
외할머니처럼 하늘나라로 가셨을 때
저 말 술술 나오면 어떡해요?
(지아) 덜 슬픈 거잖아요
우리 엄마가 할머니 잃은 슬픔보다
그건 아니지
(시은) 상황이나 감정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어
엄마 같은 경우엔 외할머니 외국 나가 계셔서
신경도 못 써 드리고 잘해 드린 게 없어서
더 아픔, 충격이 크신 거지
(향기) 효녀 지아로 엄마한테 잘하고 살면
나중에 조금이라도 덜 슬플 거야
슬프긴 하겠지만
막 후회되고 가슴 아픈 게 덜할 거라고
[한숨 쉬며] 우리부터 잘해야겠다 그렇지, 엄마?
[피식한다]
(시은) 놀다 저녁 먹고 가
엄마한테 내가 문자할게
[도어 록 조작음]
[문이 탁 여닫힌다]
[어두운 음악]
[유신의 옅은 탄성]
(유신) 안 반가워?
자기 걱정되고 보고 싶어서 왔는데
아직 덜 나았구먼
지아는 우람이네 있다며
다음 주 우리 어디로든 떠나자 안 되겠어
자기 방송 때문에 통 아무 데도 못 갔잖아, 1년 동안
일본 온천 여행이든 좀 멀리 유럽이든
이참에 좀 쉬는 거야, 우리
대타 PD한테 그냥 넘기는 거 어때, 아예?
정말?
지아, LA나 런던에 유학 알아볼 거야
어? 말 나와?
(유신) 언제부터? 나 보니까 말 나오지, 그렇지?
[한숨 쉬며] 한시름 놨다
어쩐지 오고 싶더라니
우린 확실히 진짜 통해, 이심전심
지아가 외국 가겠대?
- 내 생각 - (유신) 안 돼
- 어린애를 무슨 - (피영) 나랑
[긴장되는 음악] (피영) 회사 사표 낼 거고
(유신) 사표는 찬성, 유학은 반대 가족은 떨어지는 거 아니야
지아 미래만 생각해
특히 영어 잘하고 좋아하잖아
언어적 재능 살려 주고 싶어
유학 안 가고도 동시통역사 된 친구들 있어
떨어졌다 만났다 하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아
(피영) 나쁜 짓 맘대로 하고
절대 싫습니다 생각도 해 본 적 없어요
이 문제는 더 이상 거론 마
자기랑 지아 없이 내가 어떻게 사냐?
어머니 있잖아
(피영) 풋풋한 정부도 있고
(유신) 난 눈앞에 마누라, 딸내미 항시 있어야 돼
공부가, 성공이 다 아니야
- 그럼 뭐가 다인데? - (유신) 가족 간 사랑
돈으로 뭘로도 살 수 없는
(피영) 가족 간 사랑이 중요해서 어린 정부 데리고…
(유신) 얼마 만에 자기 목소리 듣는 거야?
[유신의 웃음]
[피영의 진저리 치는 신음]
[긴장되는 음악]
왜 그래, 정말?
(유신) 벌레야, 내가?
벌레도 그렇게 안 떨쳐 내
작은 거에서 정떨어지는 거야, 부부는
부탁이야
외국에서 좀 지내보고 싶어, 지아랑
남편보다 자식이 우선이라고? 아니면 외국이?
난 자기가 1순위, 아니, 0순위지
(유신)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잖아
나 기러기 아빠로 살아야겠어?
지아가 학교생활 적응 못 하는 것도 아니고
일을 왜 하고 돈을 왜 버는데?
가족이랑 행복하게 살려고
이역만리 떨어져서 식구끼리 만나지도 못하면서 행복해?
의미 있어?
왜 그렇게 봐, 내 말 틀려?
[코웃음 친다]
아니, 장모님 돌아가신 게 내 탓인가?
어머니 쓰러지시고서부터 이상해
상심 때문이라도 너무 심하잖아
딸 노릇, 자식 노릇 못 한 걸 왜 나한테 화풀이냐고
인내심 테스트하는 것도 아니고
장모님 잘 보내 드리느라 장염까지 걸렸어
[의미심장한 음악]
[한숨] [문이 탁 여닫힌다]
[버튼 조작음]
운전 좀 [유신의 한숨]
자기야
슬프고 힘든 건 알겠는데
어머니 돌아가신 건 가신 거고 우린 우리야
(유신) 우리 사이 나빠지면 돼?
내가 잘못한 거 없잖아
걱정되고 보고 싶어서 왔어
근데 분위기 이렇게 만들어야 돼?
[전자레인지 알림음] [유신의 한숨]
우람이네?
(유신) 나 없이 자기 외국 나가서 살지도 못해
지아도 그렇고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드르륵 열린다]
[유신의 한숨]
이야, 나 얼굴 상한 것 봐
속 썩이지 좀 마
아미네 주소 찍어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혹시 몰라 전화해 봤더니
신서초병원 퇴원했더라고
[유신의 한숨] (피영) 빨리
그냥 환자야
별 사이 아니야
별 사이 아니니까
가
궁금한 거 물어, 설명할게
가서 둘 앉혀 놓고 물을 거야
(유신) 하, 내려
이럴 문제 아니야
안 가? 못 가?
자기야
(피영) 그 집 가든지 아니면 그냥 법원 가
이혼 서류 접수해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한숨]
어쩔 거야?
[한숨]
법원 가?
올라가서 전후 사정 들어
전후 사정 걔 앞에서 해
[한숨]
- 빨리 - (유신) 가서 뭘 어째?
못 가겠으면 오늘로 끝내고
복잡할 거 없어
[차 문이 탁 열린다]
(유신) 그래서
지아랑 외국 나가겠다는 거야?
- (유신) 알았어, 그렇게 해 - (피영) 늦었어
[긴장되는 음악] (피영) 순순히 오케이 하면
'거론 말자, 떨어져 사는 걸로 덮자' 했는데
인제 뱉은 이상 없던 일로 안 돼
실수야
나도 같은 실수 한번 해?
이렇게 밤새워? 내 성격 몰라?
싫고 자신 없으면 법원으로 가자니까?
이건 아니야, 우리 부부야
이만 일로… [피영이 코웃음 친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이만 일?
[기가 찬 웃음] 이만 일?
며칠만 우리 시간을 갖자
(피영) 충분히 생각했어
[자동차 시동음]
법원을 가든 그 집으로 가든 밤을 새우든
다른 선택은 없어
[한숨] [피영이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자동차 알림음]
[타이어 마찰음]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통화 종료음]
(유신) 정말 이래야겠니?
후회할 수 있어, 나중에
그냥 몇 번 만난 사이야
당사자 앞에서 증명하고 밝혀
[타이어 마찰음] [차분한 음악]
[기어 조작음] (유신) 뭐든 법원 가는 거 빼고 다 할게
한 번만 봐줘, 부탁이야
앞으론 사소한 실수라도 절대 안 할게
다음 달이라도 지아랑 나갈 수 있게 수속 밟아 줄 테니까
시간 좀 갖자, 서로
감정적으로 처리할 문제 아니야
나 지금 감정적으로 보여?
우리 꼴 뭐가 돼?
부부가 다짜고짜 찾아와서
경우 아니잖아
경우?
법원이든 그 집이든 갈 때까지 안 내린다고
(피영) 언제까지 같은 말 반복시킬 거야?
- 자기답지 않게… - (피영) 신유신답지도 않아
(피영) 왜 못 가는데? 나 생각해서?
걔 생각해서? [유신의 한숨]
[자동차 시동음]
[한숨]
[한숨]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오며
삐 소리 후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무거운 음악]
(동미) 외식 가면 간다고 말은 해 줘야 할 거 아니야
[긴장되는 음악]
[유신의 한숨]
[유신의 한숨]
(유신) 전화는 하고 올라가자
저장 이름 뭐야?
[휴대전화 전원음]
김 과장
[한숨]
[휴대전화 알림음]
(유신) 단지 와 있어, 올라갈게 [아미의 옅은 미소]
[휴대전화 진동음] [긴장되는 음악]
(아미) 어
문자는 바로바로 지워? 하나도 없어, 왜?
[한숨]
완벽하네
막말은 말고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드르륵 열린다]
[초인종이 울린다]
(아미) 들어와요!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도어 록 작동음]
[유신이 슬리퍼를 쓱 신는다]
(아미) 오빠, 밀크티 괜찮지?
[놀라는 숨소리] (피영) 신유신 씨 처예요
[긴장되는 음악]
잠시만요
[아미가 우유를 탁 내려놓는다]
[문이 탁 여닫힌다]
[한숨]
꺼요
[한숨]
[문이 탁 닫힌다]
홍차 드세요?
됐어요, 앉아요
아미 씨?
- 네 - (피영) 어떤 사이예요? 내 남편하고
어떤 사이야?
당신이 대답해 봐요
[한숨]
(피영) 나 대답 들을 준비 돼 있어요
몇 시간이든
사랑하는 사이요 [긴장되는 음악]
신유신 씨는?
부정 못 하는 거 보니까
맞는다는 얘기네
같은 감정
몇 살이에요?
한국 나이로 스물아홉 됐습니다, 새해
16살 차이네요
참 좋았겠다, 당신 [코웃음 친다]
(피영) 어떻게 만났어요?
- (피영) 언제? - (아미) 비행기에서요
1년 전에
- LA에서 오는 비행기? - (아미) 네
- 그날 패딩 선물받았고요? - (아미) 네
나 기억 안 나요?
얼마 전 방송사 뜰에서 촬영한 날
- 주빈 씨랑 - (아미) 네
그때 내가 패딩 어디 거냐고 물었고
(피영) 남친한테 선물받았다고 했어요
[한숨]
그렇게 딱 걸려 만나기도 어려운데
그 남친이
내 남편이었더라고요
- 기혼남인 거 알았을 거 아니에요 - (아미) 네
그래도 좋던가? 또래도 아니고 중년 아저씨
- 뭐라고 불러요, 호칭? - (아미) 오빠요
사랑하는 사이에 선물도 받았을 거고, 당연히
뭐, 뭐 받았어요?
실례가 안 된다면
(아미) 가방, 향수, 차, 꽃
- 무슨 차? - (아미) 벤즈요
[떨리는 숨소리]
이 사람 꽤 스위트해요
겪어 봤으니 알겠지만
데리고 살아요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고맙죠?
정식으로 서류 정리해 줄 테니까 최대한 빨리
나올 필요 없어
얘기들 나눠, 인생 계획들 짜셔야지
[문이 탁 여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여닫힌다] [한숨]
[도어 록 작동음]
[문을 탁 짚는다]
[한숨]
[애절한 음악]
[가쁜 숨소리]
[한숨]
[자동차 시동음]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피영의 거친 숨소리]
개쓰레기
[울먹인다] (택시 기사) 어디로 모실까요?
어디로 모셔요?
잠깐만요
[한숨]
라센 타운 하우스 아세요?
[한숨]
[흐느낀다]
[거친 숨소리]
[휴대전화 벨 소리]
말문 터졌나?
여보세요
(피영) 이모, 나예요
아휴, 말문 터졌구나!
(피영) 주소 찍어 줄 테니까 저녁에 지아 좀 픽업해서
오늘 하루 데리고 자 줄 수 있어요?
아이, 그럼!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 진동음]
[통화 연결음]
- 저녁 먹으러 나간 거야? - (피영) 지금 들어가요
- 어머, 인제 말 나와? - (피영) 네
근데 목소리 왜 그래?
[한숨 쉬며] 하긴 거의 일주일이나 막혔었으니
[흥미진진한 음악]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여닫힌다]
[동미의 옅은 웃음]
- (동미) 유신인? - (피영) 들어와요 [무거운 음악]
- (동미) 싸웠어? - (피영) 앉으세요
[동미의 당황한 숨소리]
뭐 때문에?
[휴대전화 전원음]
(동미) 이왕 싸울 거면 제대로 확실하게 싸우든가
[도어 록 조작음] 뭐 가지고?
[문이 탁 여닫힌다] 요즘 어미 보면서 위태위태했어 그렇지 않아도
[동미의 난감한 숨소리]
- 뭐들 가지고? - (피영) 저희 이혼해요
(동미) 이혼? 리얼?
[기가 찬 숨소리] 무슨 소리야?
- 이혼은 없어 - (동미) 뭐 가지고?
뭘 잘못했기에?
스물아홉 살 된 정부 있어요 [어두운 음악]
저, 저, 정부?
나 잘못 들었지?
[동미의 기가 찬 신음]
오, 오해일 거야, 유신이가 무슨 정부
사실이야? 정말?
내 눈으로 확인했어요
(피영) 서로 사랑하는 사이래요
부정 안 했고요
[동미의 당황한 신음] 내일 바로 서류 접수하기만 하면 돼
지아는 내가 키울 거고
자격 없어
[한숨] (동미) 하, 어떻게…
아니지?
그냥 비행기에서…
[무거운 음악]
[떨리는 숨소리]
[문이 탁 여닫힌다]
[한숨]
[한숨]
[거친 숨소리]
[어두운 음악]
[동미의 가쁜 숨소리]
(동미) 어떤 년이야, 어떤 년이야?
이뻐?
배우인 모양이에요
아직 안 알려진
그래서 그 사실 알고 말문 닫혔던 거야? 기막혀서?
어머니 돌아가셔서가 아니고
어떻게 알았어?
연락해 왔어, 그년이?
[흐느낀다]
어디 살아? 여기 강남?
파빌리오 아파트요
외제 차까지 사 줬더라고요
몇 동, 몇 호?
몇 동, 몇 호! 낯짝 좀 보게, 봐야 믿든가 하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신이가 어떻게!
[울음]
[거친 숨소리]
개같은 놈
어떤 년한테 홀려 넘어간 거야, 도대체
[떨리는 숨소리]
[통화 연결음]
어, 난데
입원했던 환자 중에 아미
주소 좀
왜 안 돼?
내가 책임질 테니까 걱정 말고!
원장님?
[유신의 한숨]
[한숨 쉬며] 나 사랑하면 지금 우리 집에 좀 가
이렇게 이혼당할 순 없어
약속해
몇 년 안에 완전히 깨끗이 정리하고 올 테니까
이번엔 넘어가게 해 줘
왜?
(유신) 우리 딸 이제 겨우 13살 됐어 사춘기 시작
아빠에 대한 사랑, 존경 [무거운 음악]
이런 식으로 무너지면 우선 나부터 못 견뎌
나 불행 바라는 거 아니면
나랑 결국 해피 엔딩 원하는 거 아니야
나도 그러기로 마음먹었어
이번만 내가 하자는 대로 해
힘들어도 한번 겪는다 생각하고
[한숨] 당장 재산 분할 문제도 있고
제대로 준비해서 딸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해
길면 5년
2, 3년 안에 매듭지을게
- 무서워 - (유신) 나 있으니까 걱정 말고
뭐라고 해?
- 진짜 말문 터졌어요? - (서리) 네
안녕히 계세요
- 안녕 - (우람) 잘 가
- (시은) 자주 놀러 와 - (지아) 네
또 봬요
[무거운 음악]
[유신의 깊은 한숨]
(유신) 미안해
나한테도 책임 있는데, 뭐
[안전띠를 달칵 푼다]
[한숨] [차 문을 달칵 연다]
[헛웃음]
[다가오는 발걸음]
누구 좋으라고 이혼해 줘
어떤 년 좋으라고
(피영) 어머니 같으면 살 수 있어요?
버텨, 나 같으면
- 버티는 게 이기는 거야 - (피영) 신뢰가 깨졌어요
(피영) 신뢰가 깨지면 사랑도 끝나는 거고요
[도어 록 조작음]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긴장되는 음악] (유신) 신어
[기가 찬 숨소리]
앉아
(동미) 잘 왔어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동미의 분노에 찬 신음] [유신의 다급한 신음]
뻔뻔한 낯짝 치켜들고, 이…
이러지 마요
맞으려고
잘못한 거 알고 때려 달라고 기어 온 거 아니야!
[동미의 힘주는 신음] [아미의 비명]
- 이성적으로… - (동미) 할 짓이 없어서
(동미) 가정 있는 남자를!
[동미의 힘주는 신음] [아미의 비명]
비켜, 누구 편드는 거야!
[동미가 소리친다]
[동미의 거친 숨소리]
[동미가 소리친다]
[무거운 음악]
[떨리는 숨소리] 이렇게 가르쳤어, 내가?
원장님한테 뭐 보고 컸어?
보고 자란 게 있는데 어떻게!
[동미의 분노에 찬 신음] 오해야
오해? [유신의 한숨]
자초지종 일단 들어, 이해될 거야
이해 같은 소리 하네
(동미) 이 꼴 지아가 봤으면?
안방 차지하려고 왔어?
- 어림… - (유신) 흥분하지 말고
얘기부터 들으라고, 좀
어디서 지아 어미 발뒤꿈치만도 못한 걸
뭘 봐? 틀려?
[동미의 분노에 찬 숨소리]
자초지종 듣고 화를 내도 안 늦어
[동미의 분노에 찬 신음]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아미) 저 미국 교포입니다
한국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원장님 도움이 필요했어요
[무거운 음악] 아까 한 말은 사실이 아니고요
불쑥 들어오셔서 놀라고 불쾌해서
아무 말이나 했어요, 나오는 대로
기분에
생각하시는 그런 거 아니에요
동생처럼 대해 주셨고
아무나 믿을 수 없잖아요, 요즘
오빠처럼 생각했어요
그게 다예요
나 봐요
나 보고 얘기해
미국에 부모님 계신가?
- 네 - (피영) 어떤 교육 받고 자랐어요?
한국에서 말하는 가정 교육요
그냥 단순히
한 번씩 조언 듣는 사이였다는 얘기네
[한숨]
네
부모님 걸고 맹세해요?
[옅은 한숨]
네
휴대폰 보여 줘요, 그럼
이 사람 뭐라고 저장했어요? [긴장되는 음악]
얼른요
못 보여 줄 거 없잖아
그냥 오빠, 동생 하는 사이라며
어떻게 남의 휴대폰을
경우가 아니지
[동미의 분노에 찬 숨소리] [아미의 한숨]
[동미의 힘주는 신음]
[애절한 음악]
나 같으면 오픈하고 오해 풀겠구먼 누명인가?
(유신) 박 교수님 댁처럼 우리 집도 깨져야겠어요?
[문이 드르륵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유신) 어, 조 원장님
(피영) 지아야, 엄마랑 당분간
외할머니 아파트 들어가서 좀 살아 보는 거 어때?
우리 둘이만?
(혜령) 우리 다시 잘해 봐
(반) 어쩌다 보니까 결혼도 못 했고 부담 아니시면요
- (유신) 인제 끝났어 - (피영) 아침 먹어요, 여기 뷔페식당
뷔페 와 있다고?
이혼하면 지는 거야
[동미가 소리친다]
[동미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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