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S2. 7
(피영) 승마장 아저씨들
[차분한 음악] (유신) 응
(피영) 무슨 그렇게 할 얘기들이 많아?
(유신) 사는 얘기
(피영) 요즘 보면 남자들이 더 수다인 거 같아
방송국 남자들도
여자들 모이면 남편들 흉 안 봐?
흉보는 경우도 있고
은근히 자랑 늘어놓는 경우도 있고
- 자기는? - (피영) 나야 당연히
아무 말 안 해 [웃음]
내가 부족하구나, 자기 기대에
아니
자랑 늘어놓는 거 별로잖아
속으로들 다 안 좋아해
(유신) 난 자기 자랑 막 하는데
- (피영) 뭐라고? - (유신) 다
아침 따끈한 밥 지어 주는 것부터
- 당연한 거지 - (유신) 안 당연해
대부분들 굶고 나와
(유신) 나 얼마나 부러워하는데
병원 식구들, 친구 녀석들 다
남편 건강 중요한 거 왜들 모를까
속옷 냉장고 넣어 놨다가 준다 하면 다들 할 말을 잃고
우리 서방님은 그런 대접 받을 만하니까
(유신) 나야말로 자기 여왕처럼 떠받들고 살고 싶은데
병원 일에 치여서
충분해, 지금도
최선을 다하는 거 알아요
우린 정말 서로 아껴, 그렇지?
(유신) 결혼 전에 궁합 같은 거 봤으면
틀림없이 천생연분이라고 나왔을 거야
- (피영) 응 - (유신) 지금이라도 봐 볼까?
잘 보는 사람이 있어야 말이지
[무거운 음악] (피영) 날 그동안 속인 건가?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여자가 말을 다독인다]
[휴대전화 진동음] (아미) 잠깐만
[긴장되는 음악] 네, 실장님
승마장 왔어요
지금요?
네, 알겠습니다
미팅 가야 돼, 유민재 감독이 보자신대
얼른 가, 그럼
- 미팅 끝나면 전화하고 - (아미) 응
(아미) 어, 아저씨, 말 좀요 갑자기 일이 생겼어요
네 [아미의 다급한 숨소리]
[잔잔한 음악]
(원) 바다야, 아빠 참 다감한 분이야
엄마 많이 보고 싶지만
참아야지?
그렇지?
[섬뜩한 음악]
(지아) 할머니, 엄마 전화 꺼져 있어
왜 했는데, 엄마한테?
그냥, 언제 오나
(동미) 아빠랑 만나서 같이 들어올지 몰라
그럼 아빠한테 전화해 볼까?
아직 말 탈 시간이야
말들 휴대폰 소리에 놀랄지 모르고
정말 눈 크면 겁 많다는 말 맞나 봐 [동미가 피식한다]
(지아) 할머니도 겁 많아?
(동미) 응
[웃음]
[저마다 말한다]
워워, 워워 [말 울음]
웬일이야?
[유신의 힘주는 신음]
(피영) 번개 데이트, 싫어?
안 반가워?
(유신) [피식하며] 왜 안 반가워
라운지 가서 뭐 좀 마시고 있어 갈아입고 갈게
[긴장되는 음악]
[한숨]
(유신) 근처에 닭볶음 잘하는 집 있어
오늘은 별로 닭 안 당겨
당신 먹고 싶으면 가고
하긴, 닭 요리는 시간 걸린다, 좀
차 한잔 마셔요, 땀 흘렸으니
(유신) 음, 아니야, 아니야, 물 마실래
[유신이 물을 조르르 따른다]
[유신이 물통을 탁 내려놓는다]
(피영) 조 원장님이라는 분
안 오셨어?
(유신) 응
실은 하도 어이없는 소리를 들어서 왔어 [유신의 한숨]
- 시은 언니한테 - (유신) 무슨?
박 교수님이 여기 승마장 왔다가
- 자기를 봤다고 - (유신) 근데?
어떤 젊은 여자랑 자기가
다정하게 말 타더래 [긴장되는 음악]
아는 회원 중에 젊은 아가씨가 없는…
(유신) 아 [유신이 피식한다]
나 처음 용인에서 승마 시작했을 때
그때 여중생인 꼬마애 있었거든
그 애를 여기서 다시 만났어 얼마 전에
걔
- 몇 살? - (유신) 완전 아가씨 됐지
난 못 알아봤는데 걔가 알아보고
[피영이 호응한다]
치
아니, 봤으면 알은체를 하든가 아니면 말을 말든가
그러고 가서 나쁜 짓 한 것처럼 몰아, 사람을?
자기가 그랬다고 다 이상한 관계로 보이나
본인 잣대로 [피식한다]
말도 이제 편히 못 타게 [한숨]
오죽했으면 자기 달려왔냐?
사람 심리가
확인은 하고 싶으니까
그런 소리 듣고
당연하지
근데
- 나 못 믿어? - (피영) 믿지
근데 순간적으로 판단 안 서고
혼란스러웠어
그리고 얼굴들 아니까 여자 회원들하고 인사 정도는 나누고
미안, 잠깐 내가 어떻게 됐었어
(유신) 대리 불러서 차 갖고 오라 하고 내 차로 가
아이, 뭐 하러
같이 탈 때 대리 부르는 거지
[유신이 기침한다]
(피영) 감기 드는 거 아니야?
아, 땀이 식어서
나 사우나 들러 한기 좀 빼고 갈게
뜨거운 거 뭐, 한 그릇 사 먹고
(피영) 응
[차 문이 탁 열린다]
[긴장되는 음악] (웅) 안녕하세요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유신) 안녕하세요
- (웅) 신 원장님 사모님이세요? - (피영) 네
- 혹시 조 원장님? - (웅) 네
- 아, 말씀 많이 들었어요 - (웅) 저도요
부인 자랑 대단하세요, 신 원장님 [휴대전화 벨 소리]
(웅) 아
- 아, 그럼 또 - (피영) 네
(웅) 아유, 이사장님 [차 문이 탁 열린다]
네, 네, 네 [긴장되는 음악]
[웃으며] 예
네, 네, 네, 네
네
네, 네
아, 그럼요, 걱정하지 마세요, 네
[한숨]
[자동차 시동음]
(피영) 내가 잠시 미쳤어
의심할 사람이 따로 있지
자기 가정 파탄 내고 남 잘 사는 거 배 아파?
그런 마음이니까
조강지처 헌신짝처럼 버리고
사람은 정말 겪어 봐야 안다더니
(동마) 오늘 잘 먹었습니다
(혜령) 즐거웠어요
그럼 [차 문이 탁 열린다]
(혜령) 네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흥미로운 음악]
(혜령) 그리고 끝인 거야?
내가 다시 밥 사겠다 할 명분도 없고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한숨]
밀당하자는 거니?
[코웃음 친다]
관심 없으면 와인은 왜 보내고
술값 계산은 왜 했어?
[한숨]
[문이 탁 열린다] [조명 조작음]
(사현) 서재에 있던 머플러 얻다 뒀어?
- 왜? - (사현) 얻다 뒀냐고
버렸어
(혜령) 버린 거 아니지, 재활용함에
- 언제? - (혜령) 그걸 기억해?
물어도 안 보고, 내 걸?
(혜령) 싼 거라며 있으면 할 거 아니야, 자꾸
- 어때서 - (혜령) 모양 빠져
변호사도 있어 보이는 게 좋아
왜 그렇게 그 싼 머플러에 집착해?
어쨌든 하려고 산 거니까
- 그 여자가 사 준 거 아니고? - (사현) 아니!
[무거운 음악] 인정할 리 없지
그런 거에 질려
[사현의 한숨]
맘에 들든 안 들든 내 거야
내가 마음에 안 든다고 자기 화장품, 아이라이너, 마스카라
싹 다 버리면 좋겠어?
(사현) 물어는 봐야지, 경우가
귀신은 속여도 난 못 속여
그 여자가 사 준 거 정말 아니야?
어머님, 아버님 걸고 맹세해?
(혜령) 간신히 죽을힘으로 참고 있어
건들지 마
[혜령의 떨리는 숨소리]
[멀어지는 발걸음]
[한숨]
저 차 10시 전에 가지러 올게요
네, 감사합니다!
(유신) 감독 성품은 어떤 거 같아?
무난해 보이는데
몰라, 작품 들어가면
(유신) 인생에 누구나 세 번 기회는 온대
지금 같아
여기저기서 계속 제의 들어오고
(아미) 케이크는 뭐, 기쁘고 축하할 때 먹는 거 아니야?
자기 케이크 좋아하니까
(유신) 밥 생각 없을 때
냉동실에 얼렸다가 먹으라고
(아미) 내일 가면 안 돼, 오빠?
오늘 하루라도
단 한 번도 같이 밤새운 적 없잖아
함께 눈뜨고
차 한잔이라도 마시고
마지막인데
(유신) 사람 일은 몰라
우리 마지막이란 표현 쓰지 말자
[아미의 한숨] 그런 말로 희망 주지 말고
[유신의 한숨]
[유신의 깊은 한숨]
가, 그럼
지금 가나 한 시간 있다 가나
[아미의 다급한 숨소리]
[슬픈 음악]
[울먹이며] 단 한 번도
다 포기하고 나한테 올 생각 한 적 있어?
- 생각은 열 번도 더 했어 - (아미) 실천을 못 했다고?
이렇게 쉽게
간단히 날 정리할지 몰랐어
물건이야, 정리하게?
떨궈 내는 것처럼 말하지 마
- 아닌 거 알잖아 - (아미) 몰라
모르겠어
(유신) 솔직히 나도 자신 없어
못 보고 견뎌질지
그래서 사람 일 모른다고 한 거야
이렇게 해 놓고 내일 달려올지도 모르고
노력은 해 보자는 거야, 시도는
나 위해 이래?
한창 일 풀리기 시작하는데
호사다마라고 만에 하나
우리 문제 어디서라도 불거지면
한 큐에 꿈 펼쳐 보지도 못하고 끝나
그게 겁나고 두려운 거야, 난
자기 인생에 마이너스 될까 봐
내가 감수하면?
일 물론 재밌고 좋아, 해 보니까
욕심도 생기고
근데 일이
성공이
삶의 목표가 될 순 없어
(아미) 오빤 어떨지 모르지만 난 그래
일보다 사랑
나한테 사랑은 오빠 한 사람이고
나 어떻게 견뎌?
자신 없어
숨도 안 쉬어질 거 같아, 지금 같아선
[아미의 울음]
아버지 돌아가시는 거 보면서
참 모든 게 덧없단 생각 들었어
아무리 사랑해도
죽음이 갈라놓으면 어쩔 수 없구나
숨 떨어지면
아무것도 아니구나
힘들면 그 생각 하면서 버틸지 몰라
(유신) 나무에 봄이면 새잎 돋아
색도 모양도 잎새 냄새도 똑같지만
작년에 달렸던 잎새는 아니듯이
그냥 우리 세월에 맡겨 보자
나보다 훨씬 좋은 사람 만나기가 쉬워
나 혼자 돼서 자기 찾아올 수도 있고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니까
우선 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해
우린 잠깐
쉼표라 생각하고
나 사랑해?
사랑하지 않으면 내가 시간 쓰고 만났어?
내 생활 알잖아
[애절한 음악]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 내려갑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닫힌다]
[거친 숨소리]
[한숨]
(유신) 있어, 내가 접시 가져올게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유신) 꽃을 살까 하다가 화분을 골랐어
꽃은 일찍 시드니까
2년 후에도 우리 마음 변함없으면
2년 후에도 아미가 날 찾으면 달려올게
그때까지 밝고 건강하게 지내
이 차 몰고 오면서
차가 나였으면 좋겠단 생각 했어
내 품에서 아미 편했듯이 [아미의 울음]
이 차에서도 안락하고 행복 느꼈으면 해
언제나 아미를 위해 기도할 거고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영혼은 함께라는 거
잊지 마
사랑해
사랑해
[연신 오열한다]
[남자의 술 취한 신음] (웅) [술 취한 말투로] 들어가, 들어가
(남자) 대리 어디 있어? 응?
(웅) 음, 저기
- (남자) 가라 - (웅) 응
- 고마워, 매번 - (웅) 고맙긴 [남자의 옅은 웃음]
(웅) 저쪽요
[아미가 오열한다]
[의미심장한 음악] [차 문이 탁 닫힌다]
[버튼 조작음]
[안내 음성] 열렸습니다
[한숨]
[휴대전화 벨 소리]
막 걸려던 참이다
(동마) 이제 들어갔나 봐?
(반) 네가 갖다 놨냐, 의자?
- 아주머니 계실 시간에, 배달 - (반) 왜?
집에 있는데 한번 앉아 봤더니 괜찮길래
- 고맙다 - (동마) 사실 이러면 안 되는데
- (반) 뭐? - (동마) 좀 바뀐 거 같아
원래 내리사랑 아니야? 나만 맨날 형 생각하는 거 같아
[피식하며] 치사랑도 괜찮아
끔찍한 사랑이 문제지
[피식한다]
- (유신) 공주님 자? - (피영) 응 [문이 탁 열린다]
(피영) [놀라며] 군고구마?
(유신) 응 [동미의 웃음]
아직 안 주무셨어?
(동미) 응, 오늘은 안 피곤하네, 전혀 한 게 없어 그런지
(피영) 아유, 열일하시면서 한 게 없으시다니요 [동미의 웃음]
(동미) 이 집선 이상하게 컨디션이 가벼워
터가 좋은지 [피영의 웃음]
(피영) 군고구마 드세요 [동미의 웃음]
(유신) 요즘 군고구마 아저씨 보기 힘든데 있는 거야, 그래서
(동미) 맞아, 옛날엔 겨울이면 맨 군고구마 장수였는데, 거리마다
통 눈에 안 띄어
(피영) 마트, 편의점에서 파니까요
근데 왜 이렇게 많이 샀어요?
한 봉지면 충분하지
- (동미) 손이 커서 - (유신) 장모님 주려고
갔는데 주무실 거 같아서 그냥 왔어
(동미) 아유, 벨도 안 누르고?
어째 너무 늦는다 했더니
(유신) 음, 맛있네
(동미) 음
장작불에 구운 건 확실히 좀 다른 거 같아
우리 원장님이 사다 주니까 더
동치미 떠다 대령할까요? [피영과 동미의 웃음]
군고구마는 동치미 안 어울려 순수 군고구마 맛으로 먹어야지
(피영) 맞아요
딸내미는 재워 놓고 우리만 맛있는 야식 먹네
- (동미) 내일 주면 돼, 지아야 - (피영) 네
[기분 좋은 숨소리]
이게 행복 아니야?
(피영) 그럼요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분
아, 춤이라도 덩실 추고 싶네
- 추려면 우리가 춰야지 - (피영) 맞아요
(피영) 지켜 주시고 베풀어 주시는
우리 든든한 가장 어르신 눈 호강 하시게
(동미) 립 서비스 말고 일어나 추셔
- 그래 - (피영) 지아 자
뱉었으면 실천을 해 자는 애 핑계 대지 말고
- 지아는 잠들면 업어 가도 몰라 - (동미) 맞아
(피영) 뭐가 맞아요, 어머니
말 꺼내신 어머님이 추시든가요
[쓸쓸한 음악]
[한숨]
[흐느낀다]
[도발적인 음악]
[한숨]
(해륜) 어떤 게 어울릴까 [가빈의 호응하는 신음]
어때요, 이 색깔? 이게 어울리려나? [잔잔한 음악]
치마도 같이 대 보고
아, 예쁘다 [웃음]
[한숨] [무거운 음악]
(우람) 누나 목표는 이제 잉글리시 티처?
(향기) 동시 통역사
동시 통역사 돼서 엄마 세계 여행 시켜 드릴게
아휴, 할 효도 다 했어
아빠도 아시려나?
그래도 모르니까 문자라도 보내 드려
아셔 [무거운 음악]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차 문이 탁 닫힌다]
합격했더라, 축하한다
(해륜) 이거 얼마 안 되지만 네 앞으로 통장 만들었어
됐어요
(향기) 지금까지 뒷바라지해 주신 걸로 충분해요
그래도 대학 들어가면 이쁜 옷도 눈에 들어올 거고
친구들이랑 카페도 다니고 해야 돼
얻어만 먹는 것도 말 안 되고
알바할 거예요
보태 쓰세요, 결혼 비용 [무거운 음악]
그동안 별로 모아 놓은 거 없으시잖아요
(해륜) 미안하다
지난번 너한테 계속 마음 안 좋았고
됐어요
(향기) 미안해, 엄마, 받을 수 없었어
(시은) 뭐 미안?
엄마 능력 안 되는 것도 아니고
나 앞으로 10년은 끄떡없이 일할 수 있어
(우람) 그럼 나 대학은 졸업할 나이예요
(향기) 대학 공부는 이 누나가 시켜 주마
헛짓만 안 하면 대학원까지
(예정) 어디 배 좀…
[원의 옅은 웃음]
[따뜻한 음악] - (예정) 태동은 아직이지? - (원) 네
홧김에 뭐 한다고
우리 양반 미운 생각만 하고 배 탔는데
계속 걸리고 신경 쓰이는 거야
(예정) 잘 크나, 어쩌나
보니까 이제 놓이고 안심되네
[옅은 미소]
(원) 한번 아버님 오셨었는데 많이 걱정하셨어요
무척 힘들어하시는 거 역력하셨고요
난 평생을 힘들어했어, 마음 다치고
인제 안 그러실 거예요
안 하던 짓 하면 죽을 때 된 거래
애쓸 필요도 없고 노력할 필요도 없고
살던 대로 살라고 그래, 미련 없으니까
내 영혼에 평화가 찾아왔어
다시 친구분 댁으로 가실 거예요?
(예정) 응
- (예정) 병원 검진은 언제? - (원) 모레요
있다가 내가 같이 갈까?
- 그래 주실 수 있으세요? - (예정) 그럼!
난 인제 자유잖아, 완전
[불경 외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문호가 입소리를 쩝 낸다]
[강아지가 낑낑거린다]
[서랍을 드르륵 연다]
[서랍을 드르륵 닫는다]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네, 엄마
(예정) 나 어제 도착했다, 부산항
- 집에 들어가셨어요? - (예정) 아니
(예정) 좀 전에 논현동 왔어 [쓸쓸한 음악]
- 쑹위안 집요? - (예정) 응
어때요, 쑹위안?
(예정) 괜찮아
모레 같이 검진받으러 가기로 했고
배 볼록하니 나왔더라
- (예정) 여보세요? - (사현) 으응
- 울어? - (사현) 아니요
혜령이는 어쩌고 있어?
- 아기 생겼어? - (사현) 아직인 거 같아요
빈말한 거 아니야? 안 가질 거면서
그건 아니고요
너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바빠도 애 생기기 힘든데
일 좀 줄이라 해
다른 사람 말 듣는 성격 아니잖아요
그 사람 뭐 해요?
잠깐 통화할 수 없어요?
사람 심리가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고
목소리 들으면 달려오고 싶어
(예정) 여기 단지에 오늘 장 서서 순두부 사러 갔어
힘들어하지 않아요, 몸?
힘들어도 행복한 눈치야
그런 거 보면 너 사랑하는 거 맞고
여자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 애 가지면
얼굴이 편하고 행복하지 않거든
내가 있으니까 걱정 마 넌 일이나 신경 써
그리고 혜령이한테 나 왔단 얘기 말고
자꾸 바다 엄마 만나서 도둑 촬영 해 보내라는 거야
얼굴 궁금하다나 어쨌다나
- 절대, 엄마 - (예정) 알았어
경우가 아니지
까려면 자기부터 까든가, 부혜령이라고
[도어 록 조작음] (예정) 들어온다, 끊어
네 [통화 종료음]
[불경 외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문호의 한숨]
[리모컨 작동음]
[리모컨을 툭 내려놓는다]
어휴, 동미야, 잘 들었어? [강아지가 낑낑거린다]
할매가 아주 나 버릴 모양이다
(문호) 그렇지 않고는 이럴 수 없어
쑹위안 말마따나 초장에 납작 엎드리고
발이 되게 빌 것을
섣불리 사과해 가지고…
[혀를 쯧 찬다]
안 하니만 못혔어
[혀를 쯧 찬다]
사실 그땐 빈말이었고
[휴대전화 벨 소리]
[반가운 숨소리]
- 여보세요 - (원) 저예요
안녕히 지내셨어요?
안녕히 지낼 건덕지가 있어야 안녕히 지내지
그쪽에도
통 연락 없는 겨?
저희 집 오셨어요, 어머님 오늘
[놀라는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꼭 붙들어
한 발자국도 못 나가게
네
모레까지 계시다가 저랑 병원 가시기로 했어요
병났댜, 어디?
아니요, 저 산부인과 검진요
(예정) 사현이네 집보다 훨씬 편한 건 뭐야, 심적으로
- (원) 잘 맞으세요, 어머님? - 어 [노크 소리가 들린다]
(예정) 아유, 노크 안 하면 어때 같은 여자끼리
밝은색 잘 받으세요
그나마 내가 얼굴이 좀 희어서 [원의 옅은 미소]
아까 순두부 사러 나갔을 때 잠깐 사현이랑 통화했는데
잘 있냐고
마음은 굴뚝이지, 오고 싶어서
[옅은 미소]
- 더 좀 못 밟아? - (기사) 속도 제한 때문에요
[답답한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문호) 판문호
자존심일랑 판동미한테나 주고
섣불리 건드리면 더 길길이 뛰어
[멧돼지 울음] [긴장되는 음악]
[멧돼지 울음]
[흥미진진한 음악]
[한숨]
(유신) 시선 여기, 이렇게 봐, 그렇지
이야, 잘한다, 우리 딸 해 봐, 계속해 봐
엄마, 들어오세요 [지아의 웃음]
[웃으며] 들어와, 얼른
[유신과 지아의 웃음]
[쓸쓸한 음악]
(유신) 지아 장모님 댁에 좀 보내 하루라도
찾지도 않는데, 뭐
(유신) 눈치 보시는 거지 먼저 말 못 꺼내시고
마음으론 얼마나 보고 싶으시겠어
인제 6학년 올라가
학원 한 번 빠지면 진도 처지고
그럼 설날 오시게 하는 건?
아침 한 끼라도 같이 드시게
[애잔한 음악]
- 응? - (피영) 통화했어요, 엄마랑?
지난주에 안부 전화 드렸더니
목소리에 기운이 없으셔
지아 교육상으로도 장모님 오시게 해
(피영) 차돌이 승마장에서 한 번씩 타 주나?
- (유신) 죽었어 - (피영) 어머
죽었어요?
언제?
신정 다음 날
근데 왜 얘기 안 했어?
속상하고 당신도 맘 안 좋을까 봐
배앓이?
- 장례는? - (유신) 잘해서 보냈고
바빠서 요즘 안 가나 보다 했더니
당분간 갈 맘 없어
새 말 사고 싶지도 않고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예정) TV도 같이 봐야 더 재밌어
(원) 정말요
어머님 계시니까 너무 좋아요
집에 온기가 느껴지고
네가 많이 외로웠어
(예정) 나도 계속 이 집 산 거 같아 내 집처럼 편안하니
답답하진 않으세요? 넓은 집 계시다
(예정) 부산 친구네 아파트도 딱 이만해
- 대전 집요 - (예정) 언제든 내려가면 되고
아파트는 또 아파트 장점이 있어
9시 레슨이라며
(예정) [놀라며] 8시 50분이야
- (원) 1층이에요 - (예정) 여기 1층?
(원) 네
(예정) 입고 내려가, 추워
[원의 옅은 미소]
힘들지 않아?
(예정) 말품 파는 게 얼마나 진 빠지는데
이번 달까지만 해 [원의 옅은 미소]
[초인종이 울린다]
누구야, 이 밤에?
[인터폰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원) 오셨어요?
[문이 탁 닫힌다] (문호) 응, 어디 가?
(원) 중국어 레슨 시작했어요
(문호) 아이, 그건 뭐 하러 몸 고단하게
[문이 탁 여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예정) 얼굴이 완전 풀 푼 쪽박일세
비루먹은 망아지가 따로 없어
[TV 전원음]
[애잔한 음악]
(문호) 내가 잘못했시다
당신 맘 풀릴 때까지
이렇게
용서를 구할게
대접받다 보니까 고마운 것도 모르고
당연한 줄
기고만장했어
부부는 서로 존중하고
인격적으로 동등한 사이인데 무식해 가지고, 내가
무식한 걸로 합리화하고 빠져나가셔
빠져나가려는 게 아니라
인정한다고
어쨌든 정말 잘못했어
이런다고 몇십 년 맺혔던 거
풀기 쉽지 않겠지만
잘 아네
당신 입장에서 쭉 생각해 보니까
(문호) 나라도 치 떨리고
정떨어질 것 같구먼, 당연해
알면 여러 말 말아요
앞으로 얼마를 더 살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할게
온 마음 다 바쳐서
노래 가사 아니야?
노래 가사는 '이 생명 다 바쳐서'
남진이 부른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 주제가
사후 약방문도 아니고
(문호) 앞으로 당신 또 무시하거나 속상하게 하면
나
동미 아들이에요
소예정, 소예정 씨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소예정 님
이번 한 번만
[애잔한 음악] 정말 앞으론
공경으로 받들어 모시리다
내가 판문호 씨를 아는데
(예정) 대접해 주면 고마워하는 게 아니라
무시로 나와요
- 개무시 - (문호) 이제 안 그래요
하늘에 맹세
돌아가신 어머니, 아버지 걸고 맹세해요
[울먹이며] 밥도 제대로 안 넘어가고
당신 없으니까
잠도 안 오고
아무 의미가 없습디다
사는 게
(문호)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내가 부족했고
성질 더러웠고
속된 말로 못돼 잡쉈고
당신 같은 천사 없는데
현모양처 어디 있다고
앞으로 날 개무시해도 좋아요
당한 만큼 갚아요
감내할 테니
열 배, 스무 배라도
풀릴 때까지
[문호가 흐느낀다] (예정) 울긴 왜 울어
시그널 컨트리 회장님이
반성의 눈물!
반성의 눈물이란 표현이
악어의 눈물로 들리는 건 왜야?
아, 절대!
(문호) 나 그 정도 양아치 아니야!
[흥미진진한 음악] 아녀유
거짓으로, 쇼로
눈물 흘릴 판문호 아니잖여 아시다시피
가오가 있지
[흐느끼며] 모양 빠지게 안 울고 싶은디
[울음]
눈물이 나는구먼
분해서, 속으로
안 분혀, 절대!
절대 안 분한데 무릎은 좀 아파
[문호의 아파하는 신음]
편히 앉아요
[익살스러운 음악] [문호의 다급한 신음]
잘못했어
정신이 어떻게 됐었어
보약 찾아오라면 가서 달라고 할게
먹었지, 있어?
먹은 거 토하라고 해서라도 받아 올게
과장, 오버 말고요
(문호) 오버 아니고 인제 뭔 짓이라도 다 할게요
시키는 거 뭐든
마당에 사는 동미도 개명하려고
맘 같아선 당신 이름 지어 주고 싶은디
[문호가 흐느낀다]
나
꿈속에서도
당신 찾고 불러요
참말 [예정이 코웃음 친다]
빌까, 이렇게?
(예정) [흐느끼며] 어유, 어유 어유, 어유, 어유, 어유!
뺨이라도 쳐요
풀릴 때까지
[예정이 흐느낀다]
[아파하는 신음]
[문호가 흐느낀다] (예정) 내 가슴 다 멍들었어
(문호) 내 가슴
멍 들 때까지 때리라고
꼴 보기 싫어
꼴 보기 싫은 얼굴
이뻐 보이도록 할 겨, 인제부터
참말, 오빠 한번 믿어 영감 한번 믿어 봐 [경쾌한 음악]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피영) 이 가사 공감하세요? - (반) 네
그런 여자 태반이에요
겪어 보셨어요?
유도 질문요?
(반) 그냥 대놓고 물으세요
[피식한다]
"CSB 라디오"
(혜령) '오빠 한번 믿어 봐 너만 바라보리라'
'평생토록 내가 안아 줄게' 글쎄요?
사람 나름이라고 하지만 반대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여자라서가 아니라요
한눈파는 건 남자들 전문 아닌가요?
이러면 항의 문자 쏟아지겠죠?
일반적으로 말하는 끼 문제인 거 같아요
끼가 있고 없고 차이
이 방송을 들으시는 청취자 여러분
한번 본인의 끼를 판단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만일 끼가 넘치신다
살짝 자제하셔서 여친, 남친 눈물 흘리는 일 없도록요
어느새 마칠 시간 됐네요
준비한 끝 곡 띄웁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피영) 하루 마쳤다, 또 [혜령의 옅은 웃음]
(시은) 참 순발력 있어
난 글로는 써도 입으론 표현 안 되거든
기가 손으로 가 그래요
(반) 글 쓰는 사람들 거의 다 눌변이에요
내 친구 녀석 하나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글쟁이인데
걔랑 얘기하려면 심호흡하고 마음 내려놓고 들어야 돼요
[피영과 시은이 피식한다]
- (혜령) 저 입만 살았다고요? - (반) 말하는 직업이잖아요
- (반) 글도 잘 써요? - (혜령) 기본은요
[휴대전화 진동음]
- (반) 내일 봬요 - (피영) 네
(반) 응
(피영) 저 양반
실없는 소리 하는 것 좀 들어 봤으면 좋겠어
딱 할 말만
편하게 농담 따 먹기라도 하면 큰일 나? [혜령이 피식한다]
- 왜? - (혜령) PD님 그런 표현 쓰니까
양반?
(피영) 올드하다고?
(혜령) 안 어울려요, PD님 분위기랑
(피영) 결혼 생활 좀 되면 그런 표현도 자연스럽게 나와
- 자기, 애 갖는다더니? - (혜령) 바쁘니까 몸이 지치고
때맞추기 어렵고 쉽지 않네요, 맘처럼
(피영) 노력 조금은 해야지, 바빠도
- 하려고요, 이제 - (시은) 설에 시댁 가겠다
(혜령) 저희 어머님 크루즈 여행 중이세요, 안 가도 돼요
어머, 세련! [혜령의 옅은 웃음]
(문호) TV 틀까요?
왜 안 하던 존대는 하세요?
이제부터 하려고요
(문호) 존경의 의미로
보니까 나 당신 존경합디다
이번에 알았어요
구슬이 서 말이면 뭐 합니까 꿰어야 보배지
이제부터 예를 갖출게요
- 네 - (예정) 너무 오버 마요
[익살스러운 음악] 가식 같아
절대 가식 아니라니까요
(문호) 별희 말마따나 '네버'
두고 보면 아세요
다네요, 무척
바다 엄마 병원 검진 갈 때
나도 따라나서면 안 돼요?
그러시든가
(문호) 이제 살겄구먼
(피영) 어떻게 지내?
[애잔한 음악] (서향) [힘겨운 목소리로] 응, 너는?
[휴대전화 진동음]
(피영) 별일 없어
(서향) 건강 조심해 건강 잃으면 다 잃어
(피영) 설에 와 떡국 들어요, 같이
(서향) 고맙다
[문이 탁 닫힌다]
[피영의 힘주는 신음]
(지아) 엄마, 할머니랑 라디오국 견학 가면 안 돼?
(동미) [웃으며] 한번 직접 보고 싶어, 나도
그러세요
조용히만 하면 돼
[쓸쓸한 음악]
(문호) 자
- (원) 아, 아니, 제가 앞에… - (문호) 아니야, 아니야
(문호) 타, 타, 타 [원의 난감한 신음]
타 [웃음]
아버님이 뒤에 타셔야죠
[문호의 웃음]
(문호) 앞자리가 더 편혀, 나는
안전 운전, 특별히
(기사) 네
(문호) 아휴, 왜 이리 안 나오는 겨
(예정) 초음파 보고 해야 돼요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흐느낀다]
[오열한다]
- (예정) 이상 없대? - (원) 네
(예정) 아휴
[긴장되는 음악] [아미의 거친 숨소리]
- 신중앙병원요 - (택시 기사) 네
(직원1) 드세요
[문이 드르륵 여닫힌다]
아이, 아버님 드세요
입에서 받을 때 한 점이라도 더 먹어 둬
그래 [원의 옅은 미소]
혹시라도 제왕 절개 해야 할까 봐 걱정이여
현재로선 자연 분만 가능할 것 같대요
신이 도와야 할 텐디
[익살스러운 음악] [예정의 당황한 신음]
- 채소, 고루 싸서 - (원) 네
아이고, 마님, 들어유
고기 식으면 맛없어유
웬 마님
여기 두 여인한텐 나 인제 머슴 할 거니께
- (예정) [웃으며] 참 - (원) 말도 안 돼요, 아버님
머슴이다 생각하고 뭐든 시켜
(예정) 말이 '아' 다르고 '어' 달라요
어디까지나 남편은 남편이지 무슨 머슴
(문호) 빈말 아니고 진담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문호) 마님 먼저
(예정) 들어요
(문호) 미운 거시기
고기 한 점 더 주는 거 아니지유?
(예정) 왜 아니에요? [원이 피식한다]
[함께 웃는다]
입원 좀 시켜 주세요 뉴로사이키아트리 [긴장되는 음악]
- 정신 의학과요? - (아미) 예
- (간호사1) 혹시 자해하셨어요? - (아미) 아, 몰라요
(간호사1) 이거 작성하실 수 있으세요?
[아미의 힘겨운 신음]
[아미의 가쁜 숨소리]
[사람들의 놀라는 신음]
(의사1) 괜찮으세요, 환자분?
- (의사1) 정신 차려 보세요! - (간호사2) 환자분!
[엘리베이터 도착음]
[문호의 개운한 탄성]
(문호) 바다 엄마 아예 우리 집 와 있으면 좋지 않겄어요?
나도 그 생각 했는데
(예정) 그러다 혜령이라도 오면요
오겄어요? 와도 전화하고 오지, 늘
(예정) 그냥 하던 대로 하고 살던 대로 하고 삽시다
어울리지 않게 존대는…
오는 말이 존대인데
가는 말이 반말이면 경우가 아니지유
(문호) 바다 엄마 보기도 그렇고
서로 예 갖추면 있어 보이면 있어 보이지
없이 안 보여유
[노크 소리가 들린다]
- 식사 주문 안 하셨죠? - (예정) 난 부른데?
(문호) 된장찌개 시켜서 나눠 먹읍시다
좀 있다 시킬게요
- 금방 나올 거예요, 소백산요 - (직원2) 네
(여사장) 아유, 오셨어요?
지금 포장 중이에요 잠깐 안쪽에서 기다리세요
네
[사현의 한숨]
(예정) 아버지가 우리 집 와 있으면 좋지 않겠냐고
(문호) 방 많겄다 우리도 있고 동미도 있고
매일 잔디밭 산책하면 몸에도 좋고
공기는 확실히 달라
여기 강남 한복판하곤
- 그래도 돼요? - (문호) 안 될 거 있남?
(원) 혹시 난처한 상황 생길까 봐요
저 때문에
(예정) 무슨 얘기인지 아는데 걱정 안 해도 돼
사현이 댁네 바빠 거의 안 와
일이나 뭐 생기면 잠깐 들를까 미리 전화하고
(문호) 이 사람이 해 주는 밥 중독이여, 중독
[함께 웃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어?
저, 일 전화라…
응, 받아
[문을 드르륵 닫는다]
여보세요?
[한숨]
아, 네 [감성적인 음악]
괜찮아요
저도 사정 생기면 바꾸는데요, 뭐
(원) 네
네 [통화 종료음]
일행 있어요?
어머님, 아버님요
[예정의 놀라는 신음]
(예정) 어머, 어쩐 일이야 저녁 약속 있어, 여기?
(사현) 아니요
(문호) 앉아, 일단
[사현의 다급한 숨소리]
(예정) 어떻게 알고?
- 연락 안 했어요, 난 - (사현) 갈비 포장 기다리는 중요
(예정) 오늘 병원 검진 갔다가
- 아무 이상 없대 - (문호) 애도 잘 크고
- (사현) 힘들죠? - (원) 괜찮아요
(예정) 배고프겠네, 일단 뭐 시켜
그냥 달라고 해, 포장, 먹고 가면 되지
[주문 벨이 딩동 울린다] (예정) 그래
- (사현) 입덧은 좀 가라앉았어요? - (원) 네
잘 먹어
[노크 소리가 들린다]
- (직원3) 네 - (사현) 저 포장 부탁한 거
여기서 먹을게요
"소백산"
- (직원2) 소백산 오셨어요? - (혜령) 네
(여사장) 아, 남편분 5번 룸에, 응? [긴장되는 음악]
(사현) 한 달 한 달 사진 찍어 놨으면 좋겠어요
지금부터라도
(원) 그러고 있어요
(문호) 먹게 달라는데 왜 이렇게 늦어
까먹은 거 아니야?
(예정) 포장했던 거 다시 세팅해야죠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혜령) 혹시
논현동 사세요?
네
(사현) 나, 나가
나가자
[사현의 아파하는 신음] [예정의 비명]
[문호의 놀란 신음]
[사람들의 놀라는 신음] [원의 비명]
- (혜령) 온 식구가 짜고 쳐? - (사현) 놔, 놔, 놔 [원의 힘겨운 신음]
[사현의 다급한 신음]
(예정) 그만해!
너 눈 없어? 어디 홑몸도 아니구먼
(혜령) 어머님 크루즈 여행 중 아니세요?
(예정) 그저께 왔어, 그끄저께
(혜령) 끝냈다며?
앉고 자초지종 들어!
백문이 불여일견, 뭘 들어요?
- (혜령) 눈에 보이는 게 진실이죠! - (예정) 오해야!
(혜령) 이러시는 거 아니에요 두 분도!
경거망동 말고, 모양 빠지게
모양요? 저 모양 빠질까 봐 걱정되세요?
- 목소리 낮춰 - (사현) 먼저 나가요
(혜령) 어딜?
(예정) 앉아
[원의 떨리는 숨소리]
[사람들의 놀라는 신음] [긴장되는 음악]
[예정의 놀라는 신음]
[혜령의 비명] [무거운 음악]
[혜령의 비명]
[혜령의 거친 숨소리] [예정의 떨리는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혜령의 떨리는 숨소리] (문호) 이러지 마라
네 심정 아는데 듣고 풀어!
[혜령의 떨리는 숨소리]
[한숨]
(예정) 네가 우리더러 왔다 갔다 하면서 신경 쓰랬잖아
그래서 오늘 병원 검진 같이 갔었고 얜 모르고 왔고
양념갈비 주문하고 찾아가려고 들렀대
- 그 말을 믿으라고요? - (예정) 물어보든가
(예정) 나가 물어봐, 그거 눌러요
[주문 벨이 딩동 울린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직원1) 갈비 포장 드시고 가신다고요?
(예정) 네
(사현) 죄송한데 다시 싸 주시겠어요?
일단 저녁은 먹어
(사현) 괜찮아요
(예정) 그럼 이 밥이라도, 찌개 해서
됐어요
[놀라는 신음]
(예정) 미안해요, 실수로 깼어요 이따 보상할게요
아…
[문이 드르륵 닫힌다]
(예정) 눈 튀어나오겠어
- 넌 여기 어떻게… - (혜령) 약속요, 친구들
와 있는 거 아니야, 그럼?
[휴대전화 벨 소리]
(혜령) 어
- (도희) 너 왜 안 와? - (혜령) 너희들끼리 먹어
- 얼마나 늦을 건데? - (혜령) 나중에 전화할게
[통화 종료음]
[혜령의 한숨] (사현) 먼저들 가세요
- 대전 내려가라고? - (예정) 일어나
[긴장되는 음악]
말 끝내고 가!
- 반말하지 마 - (혜령) 반말하면 안 돼?
- 예의 갖추라고, 상간녀한테? - (예정) 얘!
(예정) 말 가려 해, 화나더라도
태교 중이야
(사현) 나랑 얘기해 [혜령이 코웃음 친다]
무슨 얘길 더?
얘기가 부족해서 이 상황 벌어졌어?
두 분은 내려가세요
(예정) 다 같이 일어나, 그럼
전 얘기 좀 해야겠어요, 이쪽이랑
(혜령) 자초지종 들어야죠
그럼 너희 집으로 가자
(문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수 있고
(예정) 그래
[혜령의 떨리는 숨소리]
- (서윤) 어? - (도희) 왜?
- (도희) 어, 혜령… - (서윤) [작은 목소리로] 야, 조용
뭐임?
(여사장) 어, 포장 잠깐만 기다리세요
(예정) 받아 갖고 와
내 차 나오면 갖고 와요, 우리 집으로
[차 문이 탁 닫힌다]
(문호) 타, 우리 있으니께
[차 문이 탁 닫힌다]
(혜령) 흥, 당신 손주 가진 몸이라고 상석까지 내주셔?
며느리 앞에서?
(예정) 스트레스받으면 어쩌
(가빈) 축가는 우리가 직접 부르는 거 어때요?
부탁하면 올 가수들 많지만
좋은데 내가 노래 실력이 달려서
연습하면 돼요
(해륜) 연습해도 워낙 음치라
[해륜의 멋쩍은 웃음] (가빈) 음정 쉬운 곡으로요
- 우람아 - (우람) 네?
(시은) 이리 와 앉아 봐
엄마 할 말이 있어
우리 아들 웬만큼 컸지? 몸도 마음도
- 그럼요 - (시은) 아빠 새로 만난 사람이랑
- 결혼 소식 들려올 거야 - (우람) 언제요?
정확한 날짜는 아직 못 들었는데
봄 되기 전에
[애잔한 음악] (시은) 그리고 인터넷에 아빠 결혼 기사 날지 모르고
정말요?
- (우람) 누구랑 하는데요? - (향기) 뮤지컬 배우
(향기) 이름은 나중에 알려 줄게
(시은) 혼란스럽고 한편으론 화도 날 수 있지만
우리 아들 의연하게 받아들였으면 해
별거 아니야, 생각해 보면
(우람) 난 괜찮은데 친구들한테
좀 모양 빠질 거 같아
아빠 아는 친구들, 지아도 그렇고 뭐라고 그럴 거야
물으면 난 뭐라고 그러고 [시은의 한숨]
금방 잊혀져
인터넷에 대형 사건 터져도 터질 땐 놀라는데 우리 금방 잊잖아
유명인들은 잊는데
우리 아는 사람들이 잊겠어?
(우람) 아빠 너무해
나중에 나이 들어서 생각해 보면
그땐 아빠 이해하게 될지도 몰라
그런 일은 없을 거 같아요, 절대
너도 남자인데
아빠 같은 실수 안 했으면 좋겠다, 부디
절대
(예정) 어떻게 먼저 왔어?
(혜령) 달려왔겠지, 불안해서
[긴장되는 음악] (혜령) 어떻게 만났어요?
먼저 이름 뭐예요?
- 송원요 - (혜령) 나이 들어 보이는데
몇 살이에요?
(예정) 임금님 친국이 따로 없구먼
자기가 알 필요 있어? 나이까지
나이가 몇인데 유부남이랑 불륜 저질렀나 궁금해서
[애절한 음악]
오늘 얘기 끝내, 다 같이
서로 다 힘들고 아프니까 끝내는 게 답이다
이러니까 나한테 끌렸죠!
(혜령) 알았어 당장 서류 준비해, 내일
(문호) 쑹위안, 반듯한 이상이구먼
(의사2) 어제 입원 환자 보고드리겠습니다
이름 아미, 만 27세
여자 환자 며칠 동안 계속 양주, 와인 음주하셨던 분으로
(동마) 저 정말 아빠 존경해요
모든 면에서 정서적인 부분까지 완벽해요
- (피영) 외국서 손님? - (유신) 응
(피영) [놀라며] 그 동창? 패딩 준
(서리) 언니, 우리 언니 왜 이래요?
(동미) 식혜 했는데 맛봐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