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S2. 6
[잔잔한 음악]
오랜만이에요
- 언제 왔어? - (아미) 지난주요
여기 누구 만나러 온 거야?
(감독) 컷!
아, 지문을 읽으면 어떡해!
아, 죄송합니다
(주빈) 죄송합니다, 한 번 더 갈게요 죄송합니다
저…
무슨 드라마 촬영이에요?
- (감독) 레디 - (코디) 쉿
[휴대전화 진동음]
[놀라는 숨소리]
- (피영) 네, 어머니 - (동미) 지아가 학원에서 다쳤대
[긴장되는 음악] 어딜요?
유리 파편에 찔렸다나 봐 저녁 약속 있다고 했지?
누가 찌른 거예요?
(피영) 병원 갔대요?
지혈 대강 하고 가는 중이래
- 얼굴 아니에요? - (동미) 못 물어봤어
학원 선생도 놀라 가지고
가서 전화할게, 병원
- (피영) 어느 병원요? - (동미) 도착하면 알려 준댔어
- (동미) 근처 응급실 가겠지 - (피영) 피부과 가야 해요
내가 전화할게요
[타이어 마찰음]
[엘리베이터 도착음] - (혜령) 감사합니다 - (숍 직원) 다음에 또 오세요
(혜령) 네
[다가오는 발걸음]
(혜령) 그날 저희 테이블까지 계산하셨더라고요
(동마) [피식하며] 네
(혜령) 저녁 약속 있으세요?
- 오늘요? - (혜령) 네
- 있어도 없다고 하고 싶은데요? - (혜령) 밥 살게요
돈으로 갚긴 그러니까
- (동마) 장소는 제가 정해도 될까요? - (혜령) 네
블루 호텔 프렌치 레스토랑 어때요?
- 정말 약속 없으신 거예요? - (동마) 네, 예약도 제가 할게요
자리 없을 것 같은데?
거기 당일 예약 힘들잖아요
밥값 부담스러운 거 아니시고요? [흥미진진한 음악]
(동마) 농담요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드르륵 열린다]
혹시 노쇼 하실 거면 문자 정돈 주세요
타서 제 번 보낼게요 자리 없다면 알려 주세요
네
[차 문이 탁 닫힌다]
[자동차 시동음이 들려온다]
(혜령) SF전자 기조실장
(예정) 밥!
[흥미진진한 음악]
굴비 좋아하잖여
굴비가 뭔 죄 있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예약하셨습니까? - (혜령) 서동…
아, 예
[노크 소리가 들린다]
(지배인) 외투 걸어 드리겠습니다
- (종업원) 식사 준비되는 대로… - (동마) 네
- (동마) 와인 한잔하실래요? - (혜령) 아니요
(혜령) 여기 자주 오시나 봐요?
홀 꽉 찼던데 [문이 탁 닫힌다]
먹는 걸 좋아해서요
술은 안 좋아하시고요?
와인 정도는 즐기죠
- 제 프로 청취하시나 봐요 - (동마) 거의요
- 안 들으신다고요? - (동마) 네 [혜령의 멋쩍은 숨소리]
개인적으로 팬 거의 안 만나는데 분간이 안 서요
팬인지 아닌지
전 팬이라고 할 순 없죠
그때 와인은 왜 보내셨어요, 그럼? 저희 테이블에
그냥 혼자 반가웠다고 할까요?
뭐, 매스컴 통해서 아는 얼굴 보면 지인 같은 느낌 들고
인심 후하시네요
지인 같은 느낌에 그 비싼 와인값 내 주시고
- 팬 아니라 실망이에요? - (혜령) 아니요
어쨌든 받았으니 갚아야죠
갚으려고 오늘 만난 거예요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이랑 같으시네요 똑 부러지는 성격
원래 이렇지 않았는데 방송 생활 하면서요
어땠는데요?
음…
친구들이 허당이라고 많이 놀렸어요 [동마가 피식한다]
(혜령) 생각해서 좀 친근하게 대하면
특히 남자들요 좋아하는 걸로 착각하는 거예요
전 착각 안 할 테니까 잘 대해 주세요, 친절하게
[피식한다]
누가 취미 물으면 음악 감상이겠어요
직업이죠 [동마가 호응한다]
한 번씩 라운딩 나가요
(혜령) 직함 보니까 저보다 위실 거 같아요, 나이
프로필에 서른셋으로 돼 있으시던데
- 네 - (동마) 두 살 위네요, 제가
캐주얼 면티 같은 거 입으면
20대로도 보는 사람들 있지 않아요?
외국 나가면 학생 취급 받을 때도 있어요
기분 좋으세요? 나빠요?
나쁠 것까진 없고요
아, 남편분 한 살 연하라고
- 방송에서 들은 거 같은데 - (혜령) 네
[흥미진진한 음악] (혜령) 남편 얘기는 왜 해? 우리 얘기나 하지
(동마) 좋은 점 있어요?
일반적으론 연하 남자랑 결혼하면 능력 있단 소리 듣죠?
결혼 때 그런 축하 인사 많이 받았는데
장점은 더 살아 봐야 알겠어요 [동마가 피식한다]
(동마) 역시 말씀 잘하시네요
여자들 대개 생각하면서 말하는데 막힘없이
입으로 먹고사는 직업이니까요 [동마가 피식한다]
여자에 대해서 잘 아세요
'많이 사귀었구나' 뜻이죠?
[옅은 웃음] (동마) 제 기준으론 절대 많이 안 사귀었어요
기준으로 몇 명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냔 질문은 안 할게요
[피식한다]
아버지 전화라 받아야 하거든요
네
(동마) 네, 아버지
아, 손님이랑 식사 중이에요
네
(혜령) 오너 2세?
[문호의 한숨]
(문호) 요새 걷는 건 어때?
계단 오르기 힘들지?
아직 쓸 만해
(문호)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고
쓸 만할 때부터 다지고 영양 줘야 혀
개는 옆에 두고 먹어도 사람은 옆에 두고 못 먹는다는데
한마디 먹어 보라 소리도 안 혀?
나도 딸기 좋아하는구먼
독혀, 정말
[흥미진진한 음악]
멀쩡한 남편 귀신 취급도 아니고
내 성질 워낙 뚝하잖여
그래서 세세한 거
신경 못 쓴 부분 있는 걸
오리지널 충청도 사나이라
근데 거기에 반혔다고 안 혔어?
- 언제? - (문호) 언젠가 그런 거 같은디
(문호) 내일 쇼핑 가
당신 물건 사고 고르는 거 좋아하잖여
그짝이라고 해, 이짝, 저짝, 그짝
그, 농으로 한 소릴…
내 잘못했다고, 다!
전에 아버님
백 명 여자하고 정분나는 것보다
내 식구 한 사람한테
존경, 사랑받는 게 더 의미 있다고 하셨어
그러셨지
(문호) 그래서 나도 평생 한눈 안 팔았고
눈으론 안 팔았지만 가슴으론 팔았어
또 김동미 얘기여?
(예정) 아버님
어머님한테 얼마나 잘하셨어
어머님은 하대하고 다른 여자 보약 지어 주신 적 있어?
아버지도 몰러
운 좋게 안 들키셨을 수도 있고
돌아가신 아버님 욕보이는 거야?
본인 허물 합리화하려고?
아, 그건 아니고!
(예정) 그런 아버님께 뭐 배우고 컸어?
보약 한 제 가지고, 참
(예정) 우리 친정어머니가 뭐라신 줄 알아?
내 살 아껴 주는 남자가 최고라고
[애잔한 음악] 김동미 건강은 터지게 걱정하고 손수 약 지어 보내고
난 눈앞에서 아파해도 병원 가라는 한마디
젊고 펄펄하던 몸
판사현 일가 먹을 거, 입을 거 해 대다 다 곯고 망가졌는데
김동미 손에 밥 한 끼를 얻어먹어 봤어?
김동미가 빨아 준 손수건 한 장 쥐어 봤어?
- 돈 준 적은 없잖여 - (예정) 터진 입이라고!
(예정) 꺼져
자꾸 성가시게 말 걸지 말고
[문호의 한숨]
그래도 그건
먹어 둬
(피영) 어떤 애가 주스 마시면서 화장실 들어가다
병을 놓쳐 깬 거야
그리고 지아가 바로 화장실 들어가다
유리 파편에 미끄러지면서…
(동미) 병 조각을 짚어 가지고 동맥 딱 1cm 옆이니
어쩔 뻔했어
[피영의 힘겨운 신음]
(피영) 약상자 어머니 방에 있던가요?
(동미) 응
머리 아파?
나도 지끈거려
[문이 탁 여닫힌다]
(피영) 참
[한숨 쉬며] 이따 얘기할게
[문이 탁 열린다] (유신) 뭐?
(지아) 상처 아려
[한숨]
(유신) 학원 바꿔, 당분간 쉬든가
(피영) 방학 내 놀 수는 없고
[술 취한 말투로] 아빠
(문호) 술 마셨냐?
- [입소리를 쩝 내며] 네 - (문호) 팔자 좋다
그 사람 보셨어요?
쑹? 쑹위안?
전혀 신경 안 쓰시는 거예요?
제주도 갔어
올라오면 연락 준다고 혔고
- 확인하셨어요, 간 거? - (문호) 아니
[무거운 음악] 안 갔을 수도 있단 말이에요
그냥 혼자 조용히 지내려고
(문호) 그런가?
- (문호) 왜? - (사현) 남 얘기 하듯 하세요
거짓말할 성격 아니던데?
한 번 봤지만 [사현의 한숨]
왜 한숨이여, 보고 싶어서?
아빤 내 마음 짐작도 못 해
내가 네 맘 어떻게 짐작하겄어
외방 자식 만든 적도 없고, 나야
(문호) 참아, 참는 자에게 복이 있댜
복 안 받아도 좋겠어
[숨을 씁 들이켠다]
전화만 기다리시지 말고
한번 좀 들러 보세요 잘 있나, 어쩌나
알았어
(문호) 어디여? 그만 마시고 얼른 들어가, 몸 상혀
집이에요
(사현) 네
네 [통화 종료음]
[한숨]
(혜령) 술을 왜 마시고 있어?
- (사현) 피곤해서 - (혜령) 피곤하면
맥주 한 캔으로 충분하잖아
(사현) 응
참, 반응 나올 때 되지 않았어? 테스터기
잘도 아셔
안 됐어, 이번엔
[한숨]
[무거운 음악]
남친이요, 촬영 때 입으라고
[다가오는 발걸음]
(유신) 애한테 일 생기는 게 제일 속상해
하, 진짜 오늘 십년감수했어
자다 가위눌릴 것 같고
(유신) 당분간 지아 씻겨 줘야겠네
[유신이 스킨 통을 달그락거린다]
- 저기 - (유신) 응
- (유신) 뭐? - (피영) 자기 패딩
(유신) 패딩 뭐?
(피영) LA 동창 줬다는 패딩 오늘 어떤 여자가 입고 있는 거야 [무거운 음악]
무슨 얘기야?
(피영) 방송국 뜰에서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촬영하는데
어떤 얼굴 모르는 배우가 자기 패딩을
[피식하며] 아무리
안자락 그을린 은색 패딩이 세상에 둘이야?
- 정말? - (피영) 응
어디서 샀냐니까 남친한테 선물받았대
- (유신) 그 남친 나잖아, 그럼 - (피영) 농담 말고
[숨을 들이켜며] 철호가 누구 줬나?
그럼 그 배우가 당신 중학교 동창 애인?
아이, 그건 말 안 되고
미국에 있는데 어떻게?
전화해 물어봐요
LA 지금 아침이야
(유신) 그리고 진짜 누구한테 줬는데 친척이나 누구
그 친구가 한국 입고 나와서 그 배우한테 준 거면
얼마나 미안해, 나한테
입고 갔는데 LA에선 그런 패딩 입을 날씨 아니니까
다니러 온 친척 누구 입혀 보낸 모양이네
- 그런가? - (유신) 그거밖에 말 안 돼
(유신) 자식이 안 입을 거면 부쳐 주든가
밀라노에서 산 걸
줄 때 내가 사 준 거라고 얘기 안 했어요?
어떻게 해, 공치사도 아니고
누구라도 잘 입으면 됐지, 뭐 배우가 입었네
기분 별로야 내가 사 준 남편 패딩, 엉뚱한 여자가
나중에 새로 좋은 거 사 줘
애지중지 태우지 않고 잘 입을게
이제 남도 절대 안 주고
[피영의 한숨] (유신) 자자!
자자, 자자, 자자, 자자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혜령) 형제분 외동아들 아니시죠?
- 어떻게 아세요? - (혜령) 느낌에요 [문이 탁 닫힌다]
사랑받고 자란 막내 느낌? [동마가 피식한다]
네, 위로 형 있어요
- 조카들 이쁘죠? - (동마) 조카들 있냐고요?
- 당연히 있지 않아요? - (동마) 이 세상에 당연은 없어요
(동마) 아침에 해 뜬 날은 당연히 저녁까지 맑아야 하는데
중간에 비도 오고 흐리기도 하고 그러듯이요
- 조카들 없다고요? - (동마) 네
그다음 질문 맞혀 볼까요?
'왜 결혼 안 하세요?' 또는 '독신주의자세요?'
[멋쩍은 미소] (동마) 오늘은 뻔한 답 안 해도 되죠?
하세요, 들을래요 [동마의 의아한 신음]
[흥미로운 음악] [피식하며] 농담요
농담이 아니라 진심 아니에요?
- 궁금해요 - (동마) 할 거예요, 5년 내로
마땅한 분 아직 없으면 친한 아나운서 후배 소개해 드릴까요?
소개받는 거 재미없어요 [혜령의 옅은 웃음]
누구 있으시구나?
아직까진 정착하고 싶지 않아요
- 사람한테요? - (동마) 네, 사람이 됐든
(동마) 부혜령 씨 얘기도 해 봐요
내 과거요?
(혜령) 현재? 미래?
현재를 알려면 과거를 알아야죠
- 불자 아니세요? - (동마) 불자까지는 아니고
책 몇 권 읽었어요, 불교책
[노크 소리가 들린다]
(혜령) 여러 면에서 내 상대가 돼
지루하지도 않고 사람 긴장시키고, 은근히
[무거운 음악]
[자동차 잠금장치 작동음]
[어두운 음악]
[깊은 한숨]
[강아지가 낑낑거린다] (원) 어머, 네가 동미구나
- (원) 순한가 봐요 - (문호) 개는 주인 닮으니까
추울 때는 안에서 재워
개들 은근히 추위 타요 특히 요만한 개들은
준재야
감사합니다
네
이런 한옥 처음 와 봐요
(예정) 자주 놀러 와, 쉴 겸
(문호) 집이다 생각하고
[문호의 웃음]
(예정) 응
응
들어
[문호의 멋쩍은 웃음]
[문호의 힘주는 신음]
(원) 정원 관리하는 분 따로 있어야겠어요
- (예정) 응 - (문호) 우리 손녀들
(문호) 뜰에서 얼마나 잘 뛰어노는지 몰라
얼른 봄이 돼야 바비큐 파티도 할 텐데
고기 뭐 좋아혀?
다 잘 먹어요
오리고기만 별로 맛있는 줄 모르겠어요
우리랑 똑같네, 식성 [웃음]
[따뜻한 음악] (문호) 당신도 오리 별로지? 한번 체한 뒤로
- 네 - (문호) 아예 오늘 자고 가
(문호) 뭐, 빈방 많겠다
- 아니에요 - (예정) 내 잠옷 입으면 돼
나중에요
바다야
외할머니, 할아버지는 안 계셔도
친할아버지, 할머니는 너 기다리셔
좋은 분들이야
벌써부터 우리 바다 많이 사랑하시고
[휴대전화 벨 소리]
- 여보세요 - (문호) 응, 받네?
(문호) 어디여?
그렇지 않아도 전화드리려던 참이었어요
방금 제주서 왔거든요
(문호) 그려? 나 올라가고 있는디 볼일 있어서
저녁 할 수 있어?
네
[한숨] [노크 소리가 들린다]
어서 오세요
[밝은 음악]
(사진작가) 자, 찍겠습니다
아, 아주 좋습니다 [카메라 셔터음]
(코디) 아미
- 나오래 - (아미) 어
[긴장되는 음악]
[웃음]
(피영) 사피영, 말도 안 되는 상상 마 [한숨]
산타가 정말 있으면 얼마나 좋아 멋지고
선물받고 싶다고?
선물보다도 사슴이 끄는 마차 타고 하늘을 나는 할아버지, 환상적
(우람) 정말 동화적일 거 아니야
누난 언제 알았어? 산타 없단 거?
- 그냥, 자연스럽게 - (우람) 초등학교 때?
- (향기) 응 - (우람) 엄마는요?
(시은) 3학년 때였어
이브 날 산타 할아버지 직접 보려고 억지로 안 자고 있는데
아빠가 살그머니 들어오시는 거야 선물 상자 들고
[함께 웃는다] [휴대전화 벨 소리]
- 여보세요 - (가빈) 남가빈입니다
안녕하세요
- 네 - (가빈) 언제 좀 뵙고 싶어서
전화드렸어요
용건이 남았어요?
[어두운 음악] (피영) 공항 갈 때 패딩 입고 나갔고
차에 벗어 놨던 거 동창 만나서 입혀 보냈다고 했어
그 여자 사귄대도 귀국 날 만나는 것도 말 안 돼
더구나 입던 거 선물할 리 있어?
새로 좋은 거 사 주지
(반) 왜 여태 안 가시고
사 PD님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네 - (반) 왜 여태 안 가시고
(피영) 선곡표 짜느라고요 집에선 집중 안 돼서
(피영) 지아 아빠 말이 맞지, 뭐 [한숨]
- (반) 따뜻한 아메리카노요 - (카페 점원) 네
- (카페 점원) 한 잔요? - (반) 네
- 내일 봬요 - (반) 네
[휴대전화 진동음]
(아미) 오빠, 나 막 촬영 끝났는데 승마장 가려고
말 타면 피로, 긴장 다 풀려서 오빠 못 와?
[한숨]
(원) 아, 아니, 전 앞에
(문호) 뒤에 타
[원의 옅은 미소]
(원) 어머님은요?
나만 볼일 있어서 [원이 호응한다]
[문호의 웃음]
- (문호) 제주 날씨는? - (원) 별로 춥진 않은데
(원) 바람이 많이 불어요, 요즘
바닷바람이라 차지?
(원) 네 [차 문이 탁 여닫힌다]
새 응가 떨어졌어? [원의 웃음]
(기사) 네
- (문호) 웃겨, 그 말이? - (원) 네
(문호) 웃는 게 좋은 겨, 태교에도 [함께 웃는다]
[문호의 개운한 탄성] (원) 어머님 건강은 어떠세요?
(문호) 그런대로
(원) 이거 지난번 마지막 만난 날 사현 씨가요
보기 좋네
- 우리가 챙겼어야 하는디 - (원) 아닙니다
오빠분 내외는 어떻게, 쉽게 받아들여? [무거운 음악]
처음엔 좀 당혹스러워했다가
축하해 줬어요
자세한 얘기는 안 했고요
사현이가 많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여 걱정되고
(문호) 왜 안 그렇겠어
잘 지내고 있다고 전해 주세요
- 속은 좀? - (원) 많이 가라앉았어요
다행이구먼
뭐가 막 당기고 생각날 텐디 뭐든 얘기혀
(문호) 식당에서 안 파는 건 집에서 만들어 주면 돼
우리 집사람 음식 솜씨 하나는 기차니께
- 저예요, 어머님 - (예정) 응
- 저녁 드셨어요? - (예정) 응, 혼자라 일찍 먹었어
그 여자 최근에 만나셨어요?
(예정) 제주서 아직 안 왔어
올라오면 만나셔서 사진 좀 찍어 보내 주세요
(예정) 왜?
궁금해요 어떻게 생겼는진 알아야겠어요
(예정) 그냥 평범하다니까
그리고 뭐라고 하고 사진 찍어?
너한테 보여 주려는 거 눈치채지 [무거운 음악]
좀 좋은 레스토랑 약속 잡으셔서요
색다른 요리 나오면 찍는 척하고 각도 약간만 올리시면 돼요
(예정) 경우가 아니지
[한숨 쉬며] 유부남 애 가진 건 경우고요?
꼭 좀요
(문호) 집사람 보여 줘야지 [카메라 셔터음]
뭐 먹었나 궁금할 거 아니야
먹음직스럽게 잘 나왔네 [원의 옅은 웃음]
어서 들어
[밝은 음악]
(문호) 꼬르륵 소리 나던디 나 신경 쓰지 말고 어서 푹푹
- 들으셨어요? - (문호) 아직 나 귀 밝아
(웅) 혼자 왔어요? 웬일로?
(아미) 오빠 금방 올 거예요
(웅) 한창 막힐 시간이라
- (웅) 차? - (아미) 많이 마셨어요, 오늘
- (아미) 오빠 - (유신) 어
- (유신) 안녕하세요 - (웅) 아, 안녕하세요
오랜만에들 오셨어요
네, 바빠서요
뭐가 그렇게 바쁜지
- 타셨어요? - (웅) 네
(웅) 파빌리오 아파트 살죠? [긴장되는 음악]
(아미) 아, 네
(웅) 동창 녀석이 거기로 이사 갔어요 이혼하고
알은체하시지 그러셨어요, 보셨으면
차 타고 나오다요
아, 우리 집은 불편하다고
네
(문호) 우리 사현이랑 싸운 적 있어?
(원) [옅게 웃으며] 아니요
- 한 번도? - (원) 네
그냥 쭉 지인으로 봐 와서
이해가 안 가, 솔직히
센터에서 운동하다 알았고
주로 사현 씨가 이런저런 문제 생기면 의논해 왔어요
그러니까 그, 그, 카…
- 카… - (원) 카운슬러요?
응, 그게 정확히 뭔 뜻이여?
내가 학교 졸업한 지 오래돼 가지고
상담, 조언, 그런 뜻이요 [문호가 호응한다]
주로 어떤 문제?
일 힘들다고?
(원) 그냥 집에서 좀 안 맞는 부분 같은 거요
혜령이? [흥미진진한 음악]
이름이 혜령이거든
유순한 성격은 아니여
전형적인 일하는 여성, 커리어 우먼
- 과일 안 먹어? - (원) 배불러요
약간 과식했어요, 맛있어서
고픈 것보다 나아 [원의 옅은 웃음]
[포크를 탁 내려놓는다]
(문호) 실은 느꼈을지 모르지만
요즘 집사람이랑 좀 그려
한마디로 냉전 중
- 무슨 문제로요? - (문호) 오해해 가지고
나랑 말도 안 섞네, 둘이 있을 때
- 풀어 드리세요, 잘 - (문호) 풀려고 해도
돈 가방도 줘 봤는데 소용없고
아, 꽁 맺혀 가지고
어머님 입장에서 화나실 만한 일이에요?
우리 같으면 별일 아닌디
여자라 그런가?
납득을 안 하네?
(문호) 안 하는 건지
[혀를 차며] 못 하는 건지
[말 울음] (유신) 워, 워, 워
[차분한 음악]
- 그건 아버님이 좀… - (문호) 잘못한 겨?
- 솔직히 말씀드려도 돼요? - (문호) 응
충분히 지나치셨어요
(원) 마음은 그 정도 아닌데
오버하셔 가지고 고향 동생분한테
(문호) 맞아
마음은 정말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어
돈 드리고 하는 건 오히려 역효과일 수 있고요
진심으로 사과하셔야 풀리실 거예요
[흥미진진한 음악] (문호) 진심으로 풀고 싶다니까
적당히 말고 최선
마음을 다해서요
어떻게 최선?
편지를 써?
남자들 언변이 달려
편지가 더 어려울 수 있어요
한두 마디 사과 계속하셨으면
마지막 방법으로 무릎 꿇어 보시는 거 어떠세요?
그 정도로 잘못한 겨?
(문호) 사나이 대장부란 말도 있는데
아녀자한테 무릎 꿇어야 쓰겄어?
어머님이 평생 아버님 아닌 첫사랑 가슴에 품고 사셨고
아버님한텐 애정 안 보이시다가
첫사랑 만나 몰래 보약 지어 주셨다면 어떠시겠어요, 아버님
(원) 풀리실 때까지 사과하시고
용서할 때까지 꿇고 계시겠다 해 보세요
밤이라도 새우겠다
내 무릎은 그럼 어쩌고?
절대 밤새 무릎 꿇게 안 하세요
은근히 독하더라고
이번에 보니께
(원) 그 정도 진정성 있게 정말 잘못했다 인정하시면
분명히 풀리세요
여자들 마음 거의 같거든요
대강 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고요
(동미) 어? 아비랑 데이트하는 줄 알았더니?
(피영) 아비 승마장요
(동미) 이 시간까지 말을 탄다고?
네
[동미의 다급한 신음]
[동미의 옅은 웃음]
(동미) 이거 마셔
- 어머니, 생큐 - (동미) 유어 웰컴 [동미의 옅은 웃음]
(피영) 아, 저도 모르게 예의 없이 편히 대해 주시니까
격이 없고 좋아 [피영의 옅은 웃음]
아, 너무 달지도 않고 딱 갈증 풀려요
승마장이 아니라 술집 간 거 아니야?
- 여자들 있는 술집요? - (동미) 응
그런 거 좋아도 안 해요 어머니 아시면서
혹시 모르니까
이 시간까지 무슨 말을…
말벅지 보세요, 체력
(피영) 맘 맞는 아저씨들이랑 맥주 마시고 수다 떠는 낙도 있어야죠
[밝은 음악] (유신) 늦는다고, 오늘?
- 응 - (유신) 그럼 난 승마장이나 가련다
(유신) 사피영 없는 집 들어가기 싫어
지아도 있고 어머님도 있고
(유신) 맞아 주는 건 당신이라야지
우리 마누라
- [피식하며] 마누라? - (유신) 네, 여보
[웃음]
- (유신) 피곤 풀렸어? - (아미) 응
- (유신) 어디 가서 한잔할까? - (아미) 집에 가 마셔
- (유신) 맥주 있어? - (아미) 사면 돼, 치킨은 시키고
[긴장되는 음악] (시은) 둘 사이 문제 생겼나?
그건 아닐 거야
박해륜 어디 안 좋은가?
(아미) 짠
[아미의 옅은 웃음]
[아미의 개운한 탄성]
졸업하자마자 한국 올 걸 그랬어
그랬으면 지금 배우로서 입지 굳혔을지도 모르고
그럼 나 안 만났지
(아미) 만날 운명이면 만나는 거 아니야?
[한숨] 오빤 운명 아니라고 생각해, 우리?
- (아미) 응? - (유신) 운명이면
결혼으로 이어지지
(아미) 오빠답지 않게 운명론?
결혼은 사랑이 형식적인 절차로 마무리된 거고
그냥
ing 있잖아, 우리처럼
[아미의 옅은 웃음]
- 우리 사랑 아니야? - (유신) 맞아
오빠 오늘 분위기 좀 가라앉았어
에너지 바닥?
우리
이번 달까지만 봐 [무거운 음악]
내가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 들어 자기한테
- 누가 도움받재? - (유신) 앞으로 이름, 얼굴 알려지면
어차피 우리 못 만나는 거잖아
그런 게 어디 있어?
언제 그런 약속 한 적 있어?
유명 연예인들 그럼 다 누구 못 만나게?
경우가 다르고
무슨 의미인지 알잖아
방법은 찾으면 돼
앞길 막는 거야
본격적으로 활동하다 보면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는데 모든 면에서
마음이 중요하지, 조건이 중요해?
마음만 갖곤 해결 안 되는 게 있고
나 준비 안 됐어
오빠 그렇게 단순한 감정 들었던 거야?
(아미) 끝내자고 맘먹으면 아무렇지 않게 바로 정리가 돼?
계속 발목 잡는 거 양심상…
그런 생각 마!
나 아무 욕심 없고 그냥 오빠만 내 곁에 있으면 된다니까
무슨 도움이 돼서, 내가?
난 뭐, 오빠한테 도움 돼?
(아미) 서로 덕 보자고 만나는 사이야?
순순한 감정 하나야, 우리
- 모든 건 끝이 있어 - (아미) 지금은 아니야!
(유신) 일에만 몰입하고 집중해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고
그냥 일 겸 어울린 거지, 베프 있어?
내 감정만 생각하면
- 나도 붙잡고 늘어지고 싶어 - (아미) 붙잡고 늘어져!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그렇게 못 해
혹시
집에서 알았어?
아니
어차피 끝날 거면
더 힘들기 전에
이미 마음 변한 다음에 안 좋게 끝내는 것보다
좋은 감정일 때 서로 축복해 주면서
[흐느끼며] 나 아직 그 정도로 성숙하지 못해
한국행 비행기 탈 때 각오 생각해 봐
일, 사랑 다 병행하긴 어려워
뭐 하난 포기해야지
- 차라리 일 포기할래 - (유신) 그런 게 어디 있어?
나중에 나한테 고마워할 거야
오빠, 나 사랑 안 해?
흐르는 물처럼 계속 새로운 사람 만나고
옛 사람은 잊어 가면서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이야
몇 달이면 나 잊을 수 있어?
가슴에 남겠지, 평생
어떻게 잊니?
나도 힘들어, 벌써부터
그러니까!
왜 미리 끝내야 하냐고!
자신 없어
오빤 날 몰라
나 오빠가 생각하는 것만큼 강하지 못해
왜 몰라
들이대는 남자 한둘 아닌 것도 알아
그중에 하나 골라잡으라고?
백 명이 들이댄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오빤데
(아미) 무슨 소용 있어?
다른 어떤 남자도 눈에 안 들어와
[아미의 울음]
날 택할 순 없어?
나 욕심낼래, 이러면
날 택해, 평생 사랑하고 잘할게
응?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한숨]
- (기사) 쉬십시오 - (문호) 응
(문호) 까짓 무릎 꿇지, 뭐
[비장한 숨소리]
동미야 [웃음]
아유, 집 잘 지키고 있었어, 동미?
(문호) 아이고, 잘했어 잘했어, 잘했어 [강아지가 낑낑거린다]
[흥미진진한 음악]
어디 간 겨?
- 아, 여보세요? - (가정부) 네, 회장님
집사람 어디 갔어요? 전화도 꺼져 있고
(가정부) 여쭤봤는데 말씀 안 하시고 가셨어요
빈 몸으로? 가방 들고?
(가정부) 가방 드시고요
- 얼마만 한 가방? - (가정부) 트렁크요
(가정부) 제일 큰 트렁크
- 외국 간 거 아니여? - (가정부) 설마요
(가정부) 그런 분위기는 아니셨어요
알았어요
[통화 종료음] [의아한 신음을 내며] 방콕?
주안지 주안상인지
초등학교 동창 만나러 간 거 아니여?
여권이…
동미야, 여권 어디 있는지 몰라?
(문호) 모른다고? [문호의 웃음]
[문호의 한숨]
[무거운 음악]
[얼음을 오도독 씹는다]
[연신 노크 소리가 들린다]
[쓸쓸한 음악]
[흐느낀다]
(문호) 설마 머리 깎고 절로 들어간 건 아니겠지?
[목탁 두드리는 소리가 울린다] [새가 지저귄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감미로운 음악]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한숨]
[한숨] [애절한 음악]
들어가 자요
[한숨]
[문이 탁 열린다]
[감미로운 음악]
(동미) 원장님 [유신의 당황한 신음]
(문호) 동미야
아무래도 네 이름 개명해야 쓰겄다
동미가 아니라 예정으로
그럼 또 승질 내겄지
자기가 개냐고
[익살스러운 음악] 이래도 타박
저러면 저런다고 타박
어려워, 사람으로 사는 것도 쉽지 않다
개 암컷은 바가지도 안 긁고
먹는 거 하나만 줘도 저렇게 좋아하고 환장하는구먼
우리 집 할마시는 시집올 땐 강아지였는데
여우로 둔갑하더니
호랑이가 됐어, 호랑이
[호랑이 울음 효과음]
근디
무서우면서도 은근
쫄깃하단 말이여
[변기 물이 쏴 내려간다]
- 똑똑 - (유신) 응
- 미안 - (유신) 뭐가?
- 어제 못 맞아 줬잖아 - (유신) 아
뭐야, 맞아 달라더니, 빈말이었어?
많이 피곤했나 보다 했지 뽀뽀해도 모르고
- 뽀뽀했어? - (유신) 그럼
[웃음]
오늘 기분 좋은 시작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크리스마스 계획 있으세요?
(시은) 아니요, 그냥 본론 얘기해요
형식적 서론 질문 말고
새해 설 지나서
식 올릴까 하고요
왜 안 되겠어요
그래도 여쭤보고
제 나이도 있고 해서요
박 교수가 물어보래요?
결혼식 무사히 치를 수 있나?
- 불안하다고? - (가빈) 아니요
박 교수님은 몰라요
마음 편히 진행해요
(시은) 축하한다는 말까진 못해요
가식이고 거짓이니까
나뿐만 아니라 우리 애들도 아빠에 대한 미련, 원망 없어요
받아들이고 털었어요
감사합니다
- (시은) 부모님 허락하셨나 봐요? - (가빈) 힘들게요
얼마 전에 가서 뵙고 왔어요
(가빈) 저 아기도 갖고 싶고요 [무거운 음악]
더 늦기 전에요
사랑하는 사람 아이 갖고 싶은 거 당연하죠
향기, 우람이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내면 좋을 것 같은데
안 될까요?
쿨하게 외국처럼요?
장담 못 하는 게 사람 일이에요
(시은) 나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남가빈 씨랑 만나
이런 얘기 나누고 있는 거 상상 못 했고요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낼 날 올지도 모르지만
- 당분간은 불가능요 - (가빈) 언제건요
몇 년 후에라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가빈) 솔직히 말씀드려도 돼요?
언니라고 부르고 싶어요, 제 맘은
허락 안 하시겠지만
[애잔한 음악]
(문호) 자
(원) 아
(사현) 아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딜러) 예, 이 차량은 100% 전기 차량입니다, 예
그래서 실내가 정숙하고 자율 주행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서
젊은 여성분이 타시기에…
(딜러) 차량 댁에서 받으실 수도 있어요
아니요, 광택 유리막 시공 약속대로요
그럼요
[문이 탁 닫힌다]
(유신) 뭔가 허전하다 싶더니 트리 치웠구나?
(동미) 사람 눈이 간사한 게
크리스마스 전에는 트리가 분위기 살고 보기 좋은데
지나면 바로 별로야
어렸을 때 누나랑 트리 장식할 때
참 좋고 행복했는데
(유신) 내 어린 시절 좋은 추억들은 다 동미 여사가 만들어 줬다
나도 그때가 좋았어, 젊었고
- 젊어서? 나랑 함께한 시간이? - (동미) 둘 다
(유신) 누나 한번 나한테 물었는데 기억할지 몰라
동생 갖고 싶으면 낳아 주겠다고
싫다고 했잖아
- 기억해? - (동미) 그럼
(유신) 그때 왜 그랬냐면 누나 사랑 뺏길까 봐
후회돼? 크고 나니까?
후회 잘 안 하는 성격인데
우리 동미 여사한텐 좀 미안해
(유신) 여동생 있었으면 훨씬 덜 외로울 거 아니야, 지금
아들딸 마음대로 골라 낳을 수 있어야 말이지
(유신) 내가 잘할게 [동미의 옅은 웃음]
뮤지컬 같이 가지 그랬어
모녀끼리 오붓하게, 모처럼
언젠가 빈 필 신년 음악회 직접 보고 싶다고 했지?
- 응 - (유신) 알아봤더니
1년 전에도 티케팅이 힘들어
그 정도야?
근데 VIP 인맥 동원하면 구할 수 있어, 후년 건
아이, 지아 어미랑 두 장
(유신) 응
(동미) 어깨 안 결려? 내가 지압해 줄게
내 얼굴에 쓰여 있어? 어깨 결리는 거?
어
신기 있는 거 아니야, 김동미 여사?
왜 아니야? 나한테 잘못하면 맴매할 거야
네 [함께 웃는다]
(동미) 누워
키가 있는데 여기 어떻게 누워
[흥미진진한 음악] (유신) 아, 웬일? 전문가 뺨쳐
(동미) 하나 잘하는 여잔 다 잘해
(유신) [웃으며] 맞아
(동미) 실은 배웠어
- (유신) 배웠다고? 정말? - (동미) 응, 봉사 활동 다닐까 하고
- 요양원 같은 데 - (유신) 요양원을 왜?
우리 병원 놔두고
(유신) 우리 병원에서 실력을 펼치셔
불쌍한 어르신들
봉사 활동 아무나 하는 거 아니야
그냥 좀 즐기고 살아요, 인제
나이 먹고 힘 떨어지기 전에 좋은 일 좀 해야지
여태 남을 위해서 수고하고 한 게 없어 생각해 보니까
(유신) 왜 없어 아버지랑 나한테 평생 덕 쌓았구먼
자꾸 말하면 호흡 흐트러져요
(유신) 네
- 릴랙스 - (유신) 릴랙스
잠 올 거 같은데 [동미의 옅은 웃음]
자 [유신의 편안한 신음]
[의미심장한 음악]
[초인종이 울린다]
(원) 누구세요?
[도어 록 작동음]
[감미로운 음악]
[떨리는 숨소리]
[한숨]
[자동차 시동음]
- 어쩐 일이세요? - (해륜) 엄마 집에 있니?
계실 거예요
전화 안 해 보셨어요?
[무거운 음악]
[물이 쏴 나온다] (우람) 엄마, 단지에 아빠 와 계세요
엄마한테 말씀드릴 게 있는데 못 올라오시겠나 봐요
(우람) 상가에 있는 카페 가 계시래요
알았다
넌 요즘 어때?
(우람) 잘 지내요
학원은?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해륜) 홍차
커피가 칼슘 배출시키고 뼈 건강에 안 좋대서
- 커피 마실래? - (시은) 누가 그래?
뼈 건강에 안 좋다고
(시은) 커피 시켜 놓고 손도 안 대길래 나 때문에 얼어 못 마시나 했더니
남가빈 원래 커피 안 마시는구나
됐어
(해륜) 고마워해, 진심으로
만났다며?
당신만 좋다면 누구보다 가깝게 지내고 싶다고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지
남편을 나눠 가졌으니
(시은) 사람이 초년, 중년, 말년
다 좋을 수 없다는 말 맞아
난 초년만 좋았고
당신, 박해륜은 초년만 나빴고
중년도 괜찮잖아
말년은 말 그대로 러키일 거고
전생에 잘 살았는지 특히 배우자 복 타고났어
남가빈 그 정도면 맑더라고, 생각보다
이런 관계로 얽히지 않았으면
충분히 언니, 동생 하고 지낼 수 있었겠어
이런 말 하기 염치없지만
사실 나도 그랬으면 해
남가빈
요즘 여자들치곤 순수해
당신만큼은 아니지만
남자들 외도 한번 하면 느는 게 많아
입에 발린 소리도 잘하고 거짓말도 늘고
발린 소리 아니고 진심이야
옛날 한집서 시앗이랑 본처 형님, 아우 지냈듯이
그거 부탁하러 온 거야? 그래 달라고?
- 아니 - (시은) 그럼
결혼식 때 우람이 화동 부탁하러?
꽃가루 뿌려 달라고?
(해륜) 지아네 문제로 얘기해 줘야 할 거 같아서
- 지아네 뭐? - (해륜) 지아 아빠
다른 여자 있어, 보니까 [긴장되는 음악]
(해륜) 황 교수가 운동으로 승마가 좋다고 하도 그래서
돈도 생각보다 얼마 안 든다고
같이 분당에 있는 승마장 갔었거든 얼마 전에
근데
지아 아빠가 어떤 젊은 아가씨랑…
병원 여직원 아니야?
여직원 분위기 아니야 여직원이라도 그렇지
인사 나눴어?
(해륜) 황 교수도 있고 그냥 타는 거 먼발치서
아는 체하면 당황할 거 같고
여자랑 있으면 다 그렇고 그런 사이야?
그냥 아는 사이인지 남다른 사이인지 느낌이 있잖아
- 스킨십이라도 했어? - (해륜) 말 타면서 무슨 스킨십
근데?
- 친척이겠지 - (해륜) 만일 내 말이 맞으면
모른 체하자니 자꾸 걸리고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 막아야 할지 모르고
우리처럼?
남가빈이 아이 낳겠다고
낳으면 얼마나 예쁘겠어, 내리사랑이니
(시은) 박해륜이라도 행복하게 살아 각자 복이니까
우람이랑 향기도 동생 생기면 좋아하지 않을까?
박해륜 같으면 이복동생
피를 나눴단 한 가지로 무조건 좋겠어?
[한숨]
(시은) 단순한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욕심 끝도 없다지만
정도껏 해
[어두운 음악]
[음산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조작음이 계속 들린다]
[문이 덜컥거린다]
[도어 록 작동음]
(피영) 왜 록을 걸어 놓으셨어요 대낮에?
그러게
(동미) 지아 아비가 걸어 놨나?
[문이 탁 여닫힌다] (피영) 이이는요?
(동미) 자는 모양이야, 조용한 게
저녁까지 먹고 온다더니
[유신이 코를 드르릉 곤다]
(피영) 세미네 시부모님 올라오셨다는 거예요, 갑자기
지금 자면 밤에 못 자는데
(동미) 집 조용하니 절간 같으니까
(피영) 코까지 골고 [피영이 피식한다]
코 안 골잖아, 지아 아비
그러니까요
[옅은 웃음]
많이 피곤하면 골기도 해, 여자들도
- 시부모들 연락도 없이? - (피영) 네
아휴, 아무리 아들 집이라도 지킬 건 지켜야지, 기본 에티켓은 [문이 탁 여닫힌다]
그러니까요 [동미의 옅은 웃음]
- (동미) 어유, 쉬 마려웠쪄? - (지아) 네
손 씻었지?
(지아) 당근
[긴장되는 음악] [동미의 한숨]
(동미) 저녁 먹고 기어들어 오지
[무거운 음악] (시은) 지아 아빠도 몰라
박해륜도 나 뒤통수칠 줄 상상이나 했어?
남자들 다 거기서 거기일 수 있고
일단 알려는 줘야 해
일요일이라 같이 있겠지?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피영) 부혜령 애 갖겠다 해 놓고 소식이 없어
(시은) 바로 뭐, 들어서나?
(피영) 한창 젊잖아
맘 바뀐 거 아니야?
(시은) 막상 엄두 안 날 수 있어
임신하면 일도 줄여야 하고
(피영) 아유, 일 욕심
시댁 빵빵하구먼
(시은) 시댁 빵빵한 걸로 치면 자기야말로 [피영이 피식한다]
나
누군가한텐 털어놔야겠어
어차피 좀 있으면 알려질 거고
만나는 사람 생겼어? [시은의 헛웃음]
- 박해륜 결혼 상대 - (피영) 어머
기어이 결혼까지? 정말?
남가빈이랑
그 남가빈?
[피영의 기가 찬 신음] (피영) 오 마이 갓
말도 안 돼!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
♪ 오랫동안 숨겨 온 사랑 ♪
♪ 꺼내 놓지도 못한 사랑 ♪
애도 낳고 싶대
스페인 가서 부모 허락도 받았다고
어쩔…
언니, 괜찮은 거야?
보다시피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맞아
(시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것도 맞고
받아들여지는 거 있지?
자식 잃은 부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고
- 말이 안 나와 - (시은) 식 올리면
떠들썩하게 나 남편 뺏긴 초라한 여자 되는 거지
가까운 지인들만 불러서 조용히 한다는데, 말은
일반인 얘기지
결국 기사 안 떠? [피영의 깊은 한숨]
- 내 맘이 이러니… - (시은) 정말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야
교만하게 살면 안 돼
(피영) 언니는 교만 교 자도 몰라
그래서 어쩌면 당한 건지도 모르고
너무 착해서
어제 박해륜 자기 용건으로 찾아왔어
나 뭐?
(시은) 박해륜이 승마장에서 자기 신랑 봤다고
(피영) 그래? 박 교수님도 이제 승마한대?
남가빈이랑?
어떤 아가씨랑 같이 타더래 [긴장되는 음악]
우리 신랑이?
박해륜 말로는 아주 가까운 사이로 보이더라나
직원이나 아는 지인일 거라고 했는데 혹시 모르니까
내 경우를 봐도 그렇고
확인은 해 보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인사들 나누고?
뭐라더래?
같이 간 동료 교수도 있어서
지아 아빤 못 보고 박해륜만 먼발치에서 봤다나 봐
- 뭐지 - (시은) 거기 회원일 수 있어
- 이쁘더래? - (시은) 그냥 젊은 아가씨라고
알았어
고마워, 언니
[차 문이 탁 닫힌다]
[떨리는 숨소리]
[가쁜 숨소리]
[자동차 시동음]
(시은) 자기야
벨트, 벨트
[애절한 음악]
[휴대전화 벨 소리]
[긴장되는 음악] [떨리는 숨소리]
[목을 가다듬는다]
- 여보세요 - (유신) 어디?
들어가는 중
(유신) 난 승마장 가
신부 이뻤어?
(유신) 다른 신부는 이쁜지 몰라
우리 사피영 신부만 정말 아름다웠지
늦겠네
(유신) 조 원장 나왔으면 늦고
늦게 되면 문자 줘요 저녁 준비 때문에
(유신) 오케이
(피영) 응
[한숨]
[한숨]
(피영) 지아 아비도 먹고 들어간대요
(동미) 응
[긴장되는 음악]
(피영) 아닐 거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지아 아빠가
[한숨]
응, 서리야
(서리) 언니는 어떻게 받을 때마다 기운이 없어?
나이가 있잖아
(서리) 나 티케팅했어 다음 달에 한국 들어가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애절한 음악]
(향기) 미안해, 엄마
(문호) 내가 잘못했시다
(혜령) 귀신은 속여도 난 못 속여
- (반) 고맙다 - (동마) 사실 이러면 안 되는데
뭐?
(피영) 날 그동안 속인 건가?
(시은) 아빠 새로 만난 사람이랑 결혼 소식 들려올 거야
정말요?
[아미의 거친 숨소리]
[문이 탁 닫힌다] (아미) 신중앙병원요
[문이 드르륵 닫힌다]
(여사장) 남편분 5번 룸에
(혜령) 혹시 논현동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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