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S3.9
[주제곡]
[잔잔한 음악]
[커피 머신 작동음]
(피영) [웃으며] 엄마
앞으로는
'엄마' 말고 '아빠' 해요
아빠가 어디 있어?
나 아빠 될 거니까
(동마) 지금부터 정확히 열 달 후에 될지도 모르고
앞으로는 내 허락 받고 일어나요
살금살금 도둑처럼 사라지기 없기
내 맘이야
말하면 '알았습니다' 해요
왜 그래야 해?
충복의 말은 듣는 게 좋으니까
충복이라고?
사랑의 충복, 남은 평생
목숨도 내놓을 수 있어?
내 목 물어뜯어, 응
[피영의 웃음]
(피영) 피…
커피 마셔요, 에스프레소 내렸어
[부드러운 음악]
[동마가 상자를 탁 닫는다]
[상자를 탁 내려놓는다]
[상자를 탁 내려놓는다]
처음으로 끼는 반지
아무리
정말?
여보
우리 결혼한 거야, 어제
식만 남았어
그럼
그동안 수도 없이 결혼했겠네?
한마음 일심동체는 처음
부부가 일심동체라잖아
당신한테 나는?
하룻밤 상대였어요?
말 안 해도 알아
느껴져
형 결혼하고 열흘 뒤쯤 해요, 우린
(동마) 두 양반 신혼여행은 갔다 와야 식 참석할 테니까
불가능
(동마) 왜?
지아한테도 알려야 하고
인륜지대사인데 식장만 잡으면 돼?
비서 두세 명 동원해서 준비시키고
지아는 이번 주에 알리나 6개월 후에 알리나 똑같아
(동마)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사람 하는 일 안 되는 거 없어
나한테 맡겨요
(피영) 몰라
(동마) 몰라?
나한테 맡기라고 [피영의 웃음]
여보
'여보'가 갔어
내 속도에 맞춰 줘요, 감정 속도
알았어요
여보 [피영이 피식 웃는다]
[지아의 한숨]
[물소리가 쏴 들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무거운 음악]
[지아의 놀란 숨소리]
(지아) 할머니!
[잠에 취한 소리]
할머니
(동미) [잠에 취한 목소리로] 음
왜 머리 잘랐어?
음, 불편해서
[놀란 숨소리]
아, 세상 편해
이상해, 할머니
처음이라
보다 보면 익숙해져
(혜령) 애 엄마 나타난다고 알려 줘야 하나?
[치약을 탁 내려놓는다]
알려 줬다가 나만 이상한 취급 받으면?
[찌뿌둥한 신음]
(유신) 머리 그게 뭐야?
(동미) 가뿐해 보이지 않아?
(유신) 아니 물어나 보고 자르든가
[문이 달칵 열린다] [아미의 개운한 숨소리]
[문이 탁 닫힌다] 자기가 잘라 드렸어?
[익살스러운 음악] - 아니 - (동미) 내가 잘랐지
아니, 무슨 심경의 변화가 일어서?
(동미) 어때?
단발도 어울리시는데요
(유신) 뭐가 어울려? 자기 머리 아니라고
(동미) 아, 인제 나이 드니까 거추장스러워 [문이 탁 닫힌다]
편한 게 최고
[유신의 못마땅한 숨소리]
(유신) 선머슴도 아니고
[한숨]
긴 머리가 제일 잘 어울리는구먼
[문이 탁 여닫힌다] (동미) 인제 60이야 선머슴으로 보이면 어때?
우리 강아지 우유라도 얼른
안 고파요
미용실 일찍 여는 거 같던데
- 서울 가서 제대로 자르지, 뭐 - (지아) 안 돼, 할머니
이러고 같이 나가면 창피해?
저랑 가세요 뭐 하나 걸치고 나올게요
(동미) 아이, 내가 애야?
[꼬르륵 소리가 난다]
아침은 먹고 가야겠다
[냉장고 문이 탁 여닫힌다]
(혜령) 저 오늘 잠깐 들러도 돼요?
어, 몇 시쯤?
(집사) 회장님 한 시간쯤 전 나가셨어요
- 어머니랑요? - (집사) 사모님은 스파 가셨고요
[한숨]
[부드러운 음악]
(반) 엄마랑 누나 올라가라고 하고 우린 더 있을까?
(우람) 다 같이 왔으니까 다 같이 가야죠
(반) 그래
(우람) 공부하기 싫은 적 없으셨어요?
(반) 많았지
(우람) 어떡하셨어요?
그냥
생각을 안 해
(반) 공부에 대해서 생각하면 할수록 싫잖아
나가 놀고 싶고
- 게임하고 싶고요 - (반) 응
공부하기 싫을 땐 생각을 돌리든가 멈춰
마음대로 돼요?
해 봐, 하다 보면 돼
(반) 여기까지 또 왜?
회장님 오셨습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서 회장이 숨을 내뱉는다]
(서 회장) 이렇게 하자
너 원하는 대로 결혼해
식에 우리 식구 다 참석할 거고, 그리고
맺힌 거 풀어
[반의 한숨] 동마 어미는 잘못한 거 없잖냐 내 허물이지
알다시피 집사람은
너랑 잘 지내고 싶어 했어
네 생일 때마다
항시 미역국 끓여서 상에 올렸고
마다하니까 보내진 못했지만
동마를 생각해서라도
[무거운 음악]
[한숨]
애 둘?
네
한창 예민할 땐데 속들 안 썩여?
- 착해요 - (서 회장) 자리 한번 마련해
식장에서 얼굴 보면 돼?
무슨 얘기 하시려고요
아무 얘기 안 해
한 입으로 두말하는 거 봤냐?
그래서 싸웠다고?
(혜령) 네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말로 때우지 말고 케이크 사래요 그것도 네 개요
조각 케이크도 아니고
어떤 사이예요, PD님이랑?
후배예요?
그쪽이랑 바람났어
어머나
정말요?
[부드러운 음악]
[한숨]
[휴대전화 벨 소리]
(유신) 응
지아 뭐 해? 전화 안 받아
- 보드 배우고 있어 - (피영) 위험하게 왜?
스키나 타지
아미가, 기초 자세 정도
아미한테 배운다고?
(유신) 응 지아가 가르쳐 달라고 해서
둘이 잘 지내?
(유신) 응
- 혼자 있겠네? - (피영) 응
- 집? - (피영) 응
- 나 올라갈까? - (피영) 왜?
혼자 보내는 거 그렇잖아
금방 나갈 거야
- 약속 있어? - (피영) 어
끊어요 지아한테는 이따 내가 한다고
(유신) 응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 벨 소리]
[새가 지저귄다] [잔잔한 음악]
(아미) 살짝 앞꿈치 들고
오, 오, 잘했어
자, 언니 손 놔줄게, 가 봐
[지아의 웃음] 어!
어, 자, 잡아 줄게
아프지?
옳지, 잘했다 [지아의 힘주는 소리]
어, 한 번 더 해 볼까?
[동마가 펜을 탁 내려놓는다]
- (반) 점프 - (향기) 오케이
- (우람) 아… - (향기) [웃으며] 다이아
- 백 - (향기) 오! [우람의 불안한 탄성]
(향기) 오, 앗싸
나도 백
[시은과 향기의 웃음] (우람) 아니…
- (반) 점프 - (향기) 앗싸
[우람이 당황한다]
(우람) 아, 나 낼 거 없어 [향기의 웃음]
[화기애애하다]
(가빈) 네, 어머님
한 삼사십 분이요
[차분한 음악] [옅은 웃음]
네
[통화 종료음] (피영) 저…
[힘겨운 숨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남자1) 괜찮으세요, 선배?
괜찮아
분위기 안 깨게 잘 얘기해 줘
네
술 안 마셨으면 제가 모셔다드리는 건데
[가빈의 웃음]
수연이가 나 미워하라고?
[웃으며] 아, 안 그래요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가빈의 한숨]
도착했대, 대리
[엘리베이터 도착음]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잘됐네
(동마) 아빠가 통 크게 물러선 거야
아빠도 어쩔 수 없는 부모야
내일 들를게
저녁때지, 뭐, 응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형 결혼 오케이 하셨다고, 아빠
시은 언니 좋아하겠네
난 일주일쯤 텀 뒀다 말씀드려야지
부장님하고는 반응 다르실 수 있어
결론은 똑같아
[술을 조르르 따른다]
[술병을 잘그랑 내려놓는다]
혹시 들어와 살라시면?
- 안 그러실걸? - (동마) 왜?
흡족하고 마땅한 며느리라야 같이 살고 싶지
처음부터 좋게 시작되는 관계 몇이나 돼요
결과가 중요하지
(동마) 난 우리 여보도 믿고
아버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어머님에 대해선?
엄마하고는 영혼이 통하니까 걱정할 거 없고
지아만 장담 못 해
나도
공부도 해야 하는데
부모가 차례로 문제 일으켜
생각하기 나름이지
나도 말은 그렇게 해
근데 말이 쉽지
(피영) 인생 얼마나 겪었다고 어린애가
마음속에서부터 받아들이기 쉬워?
혼란스럽지
나한테 맡겨요, 그럼
(예정) 아유
(가빈) 죄송해요, 조금 마셨어요
[혀를 굴리며] 모임 겸 파티라
[문호의 옅은 탄성] (예정) 네, 어서 앉아요
(가빈) 아기…
(예정) 저 방요
아, 손부터 씻을게요
(문호) 욕실
[가빈을 흉내 내며] '파티'? [문이 탁 닫힌다]
[익살스러운 음악]
혀가 굳었어
막내는 전화 없어?
늦겠지, 뭐, 오늘 같은 날
일찍 들어오면 좋은데
왜?
뭔 생각, 뭔 기대를 또 하고?
아니, 그냥
마흔이야
마흔?
그렇게 먹었어?
같이 들어 놓고
깜빡깜빡혀
정빈 엄마 간 후로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동마) 손
[커트러리를 잘그랑 놓는다]
손도 마음만큼 이쁘고
나 못됐기도 해
알지, 못된 거까지 좋아해
[웃음]
(가빈) 언니 [애잔한 음악]
아기
천사같이 이뻐
정빈아
엄마 대신 이모 있어
많이 사랑할 거야
(예정) 들어요
(가빈) 아이, 감사합니다
(문호) 저녁 못 먹었으면 한술 뜨고
술이 밥은 아니니까
요즘 입맛이 없어요
(예정) 왜?
(가빈) 소문내셔도 어쩔 수 없는데
결혼하려던 사람하고
깨졌어요
아이고
(문호) 우리 입 무겁고
걱정 말아요
말씀 낮추세요
아들뿐이시라고 들었어요 언니한테
(문호) 예
그게 한이지
정빈 엄마
정말 딸같이 생각했는데
우리 엄마 아빠도
(가빈) 두 분처럼 따뜻하고 마음이 넓으셨어요
아무 때건 들러요
(예정) 속 허출할 때
정빈이 눈에 밟힐 때
[옅은 웃음]
(가빈) 아미 어제 다녀갔죠?
(문호) 그제
저거 같이 맹글고
(가빈) 아…
어머니
남자는 믿을 게 못 되는 거예요?
남자도
남자 나름이고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실연 안 당해 보셨죠?
안 당해 봤지
정말 아파요
[쓸쓸한 음악]
세상 살기 싫을 만큼
그런 말 말고, 생각도
세상에 멋지고 좋은 남자 쌨어요
아, 왜 술이 더 올라오지?
올라와요?
말씀들 낮추시라니까요
(문호) 알았어요
알았어
(예정) 우리 아들 그럴 땐 냉커피 마시던데
(가빈) 저 커피 안 마셔요
커피 하면
그 인간 생각나요
그 인간에 대해서 오늘 다 얘기하고 털어요, 털어
잘났어요
잘났겄지
이렇게 유명한 뮤지컬 배우랑 사귀려면
남자들
첫사랑 가슴에 묻고 산다면서요?
[익살스러운 음악]
(문호) 아이고, 내 입이 방정
뭣 허러 다 얘기하라고 혀 가지고
경우마다
그, 사람마다 다르고
아버님 경우는요?
(문호) 얼굴은 곱상한디 왜 이렇게 집요하디야?
난
이 사람이 첫사랑이고
마지막 사랑이어요
[헛기침]
(가빈) 그래요, 어머님?
그렇다니까 그런 걸로
전요
결혼 안 하고 애만 하나 낳아서 살까 봐요
(문호) 결혼해야 애를 맹글지
[작은 목소리로] 주책이야
(가빈) 세상 좋아져서요
요즘 기증받으면 돼요
아니지
(문호) 일부러 작정하고 아비 없는 자식 맹그는 건
- 그럴까요? - (문호) 그럼
순리가 아니지
'순리'… [쓸쓸한 음악]
세상이
순리대로 돌아가지 않는데
우리만 순리로 살아야 해요?
(가빈) 순리면 송원 언니 왜 일찍 갔어요
절대 순리 아니에요, 세상사
형체는 갔어도
우리 마음속엔 살아 있어요
저한테도요
(가빈) 꼭 언니가 있는 것처럼
따뜻해요, 집 안 공기가
그냥 누우면 잠들 것 같아요
자고 가요
서재에 자리 펴 줄게
저기…
케이크들 드셨어요?
(가빈) 크리스마스엔 케이크를 먹어야 하는데
오늘 케이크를 못 먹었네
있어요, 있지?
(예정) 네 [정빈의 울음]
아이고, 저 녀석 깼다
- (가빈) 제가 볼게요 - (예정) 아니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만일
지금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나타나서 소원 물으면?
내일 당신 옆에서 눈뜨게 해 달라고
- 당신 소원은? - (피영) 없어
(동마) 이미 이루어져서?
[피식 웃는다]
교만
나한테 산타는 사피영
나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 왜? - (피영) 그냥
(피영) 앞일은 아무도 모르니까
지아가 싫다고 하면
이거 돌려줄 거고
부모님이 허락하실 거 같지도 않고
형도 오케이 하셨어
어머니는 어떤 분이에요?
좋은 분, 생각보다
자식이라서가 아니고
엄마는 아빠 말에 반대한 적이 없으셔
[동마가 컵을 탁 놓는다]
나도 그래야겠네?
아들로서 썩 바람직해 보이진 않았어
[흥미로운 음악]
반말할 거야, 계속?
그 정도는 봐주기, 둘이 있을 땐
왜 나만 취한 거야?
정신 차리고 있는 거 몰라?
내 앞에선 정신 줄 놔
정신 줄 놓으면 감당할 수 있어?
[피영의 웃음] (동마) 응?
감당할 수 있냐고
[물소리가 솨 들린다] 할미가 때 밀어 줘?
(지아) 때 없어요
밀면 나와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오빠는 아직도 어머니가 여자로 보이나 봐?
(유신) 뭔 얘기가 하고 싶어?
아침에 어머니 머리 자른 거 보고, 과민 반응
(아미) 긴 머리가 잘 어울리느니
나이 들어서 아줌마 머리 보기 좋아?
보기 좋고 싫고를 떠나서
어머님 연세면
따지지 마
훨씬 보기 좋더구먼
머리도 나이에 맞게 하는 거야
남 신경 쓰지 말고 본인이나 가꿔, 잘
(아미) 더 이상 어떻게…
나한테 불만 있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동마) 네
아까 왜 대답 피했어요? 들어와 살 수 있냐니까
피한 거 아니야
부모님이 원하시면 얼마든지
기꺼이? 어쩔 수 없이?
만나 뵙지도 못했어요
성향이 완전 반대고 안 맞으면
솔직히 기꺼이는 아니지
이쁜데 솔직하기까지?
[엘리베이터 도착음]
(시은) 며칠 잘 쉬고 놀았다
(향기) 사랑을 하면 이뻐진다는 말 맞나 봐, 엄마 보면
- 참… - (향기) 엄마 보니까
'결혼 잘해야겠구나' 생각 들어
잘해야지
[봉지를 툭 내려놓는다]
(향기) 내가 속 끓이고 살면 얼굴에 표 날 거 아니야
그럼 엄마 속상하겠다 싶어
그렇지
엄마, 아기 낳을 수 있지 않아?
[잔잔한 음악]
무리만 아니면 낳으면 좋을 것 같단 생각 들어서
(향기) 이번에 부장님 보니까
2세 태어나면 정말 좋아하시겠구나 싶어
우리한테 하는 것만 봐도
속정도 깊으시고
[살짝 웃는다]
우람이도 맨날 '동생 있으면 좋겠다' 했잖아
이거
지났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요
(문호) 뭐여? [사현의 힘주는 소리]
아…
요즘 시원치 않더만 마침 딱이네
[문호의 웃음] (예정) 우린 암것도 준비 못 했구먼
[그릇을 달그락 놓으며] 제가 뭐 필요한 거 있나요
[달그락거리는 소리] 정빈이 키워 주시는 하루하루가
저한텐 선물 이상이죠
잘 먹고 건강할게
(문호) 우리가 펄펄해야 써
[발랄한 음악]
[문호가 숨을 씁 들이켠다]
(예정) 음
[예정의 시원한 숨소리]
[문호의 웃음] 어제 뮤지컬 가수
- 배우 - (예정) 배우나 가수나
(예정) 남가빈 다녀갔어 정빈이 옷 사 갖고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감사하다고 문자라도 보내
- (사현) 네 - 정빈이가 엄마 복은 없어도
인복은 있는 것 같아
다들 이뻐 죽어
(동마) 재밌게들 지냈어?
(반) 응
이시은 작가님이란 거 어떻게 알았을까?
(반) 그러니까
사피영 PD 통해서
(반) 연락 온 거야? 했어?
- 네가 했을 리는 없고 - (동마) 내가
사 PD 때문에 실은 가빈이랑 끝냈어
뭔 소리야?
[한숨]
[휴대전화 벨 소리]
(유신) 들어가, 전화 좀 받고
- 알아서 주문할게 - (유신) 네
- 여보세요 - (해륜) 안녕하세요
- 네 - (해륜) 저녁 드셨어요?
인제 먹으려고요
나중에 다시 할게요
아니에요, 어머니가 주문하세요 식당 왔어요
네
저기, 이 작가님 [차분한 음악]
같이 방송하던 엔지니어랑 결혼하신대요
- 엔지니어요? - (유신) 네
그쪽은 애가 몇이래요?
미혼요, 독신
첫 결혼이라고요?
네, 동갑
집안도 좋아요 SF전자 들어 보셨죠?
- 네 - (유신) 장남요
[무거운 효과음]
사실이에요?
네
(유신) 여보세요?
네
같이 방송하다 정든 거겠죠
인물은요?
(해륜) 형편없겠지 그러니까 여태…
(유신) 잘생겼어요, 남자답게
아저씨 느낌도 전혀 없고 결혼 안 해 그런가
- 키는요? - (유신) 못해도 180은 넘죠
- (해륜) 봤어요? - 지아 엄마 때문에 두세 번요
걱정 안 하셔도 될 거 같아요
사람 나빠 보이지 않아요
네, 감사합니다
네, 들어가세요
네
[한숨]
[통화 종료음]
[한숨]
그게 말이 돼?
사 PD도 그래서 좋대, 너?
[무거운 음악] [한숨]
(동마) 오히려 잘됐지
둘이 서로 친하대
아버지 뭐라실 거야
가빈이도 받아들이셨었는데, 뭐
쉽게? 남가빈이 유부녀였어?
유부녀 아니고 이혼녀, 사피영
- (반) 아버지 알면 - 산전수전 다 겪으신 양반이야
너한테 거는 기대가 있잖아
나랑은 달라
자식이 똑같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고
그렇게 좋냐, 사 PD가?
(동마) 형도 나이 지긋하신 작가님이 그렇게 좋은 거 아니야?
난 동갑이고 넌 연상이야
(반) 다섯 살 위
다섯 살 맞지?
(동마) 같은 경우, 같은 상황이야
애가 둘이고 하나 차이지
이상하게 지아한테 벌써 마음이 끌리는 거 있지? 정 가고
[반의 한숨] 내가 알아서 해
알아서 하겠지
- 근데 - (동마) 나 걱정이야?
아빠 걱정?
사 PD가 걱정된다
염려 마
이번엔 확실하고?
네 마음 분명히 알아?
'정해진 운명의 짝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생각 들어
[한숨]
[힘겨운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거친 숨소리]
[타이어 마찰음]
넌지시 흘리는데요
본인 생일인 거예요, 한 PD
그래? [혜령의 한숨]
흘리질 말든가 밥 산다고를 말든가
어떻게 빈손으로 얻어먹어요?
그렇지, 한 PD 명품 좋아하는데
지갑이라도 사야겠다
난 선물 받은 스카프 하나 포장해 나가야지
아주 비호감이야, 하는 짓
교환증 없으면 알아먹어
갖고 있던 거 주는 거
아, 그렇네?
[애교스러운 말투로] 아, 몰라
어쨌든 내일 봬요
(시은) 응
- PD님 전화는 꺼져 있는 거예요 - (시은) 내 할게
- 문자 남겼어요 - (시은) 응
[초인종이 울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해륜의 한숨]
(시은) 어쩐 일이야? [문이 탁 닫힌다]
못 올 데 왔어?
아빠 오셨어요?
(해륜) 어
앉아 봐들
(시은) 나가 얘기해, 나랑
앉으라고
엔지니어랑 결혼한다며?
너희들 아빠라고 부를 거냐?
거기까진 생각 안 해 봤어요
엄마가 결혼한다는데 아무 생각들 없어?
돈 많다니까 '얼씨구나, 좋다'야?
(시은) 박 교수님, 결혼 내가 해
밤늦게 와서 왜 왈가왈부야? 애들 앉혀 놓고
애들 허락 받고 이해 얻고 여자 사귀고 이혼 강행했어?
- 경우가 달라 - (시은) 뭐가 달라?
우리끼리 얘기해
의붓아버지 문제야
친아빠도 친아빠 나름이고
계부도 계부 나름이야
남만 못한 친아빠도 쌨고
살아 봤어? 겪어 봤어?
겪어도 내가 겪어, 우리가
서류상으로 남 된 지가 언제인데
- (시은) 들어가, 너희들은 - (해륜) 말 안 끝났어
(시은) 아버지라고 부를 건지 그게 궁금해 왔어?
전화로 하든가, 문자하든가
비아냥거릴 문제 아니야
결론만 얘기해
용납 못 해
[어두운 음악] (시은) 무슨 자격으로?
전남편 허락 받고 재혼해야 돼?
혼자 해, 하려면
그런 말이 아무렇지 않게 나와?
가족 관계 떼어 봐
나 엄연히 아버지야
엄연한 아버지는
애들 헌신짝 버리고
(해륜) 남가빈 엄마라고 부르라고 시켰어?
(향기) 우리 낳아 준 아빠 맞아요
이만큼 잘 길러 주셨고요
그리고 떠나셨어요
누가 등 떠민 거 아니고 본인 의지로
자식이 아닌 다른 여자랑 살기 위해서요
옛날얘기 또 반복해요?
뭐 좋고 떳떳한 자랑스러운 추억이라고요
내가 너희들한테 듣보잡 들이댔냐고, 엄마라고
네 엄마 있으니까 믿고 안심했어
뭐가 불안하신데요?
듣보잡 남자 아니에요
있는 집 자식이라고?
알 게 뭐야, 사람 겉 봐서 몰라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얼마나 겪어 봐서?
피도 뭣도 안 섞인 작자
아버지라고 부르는 꼴 나 못 봐
못 보면 말아, 누가 봐 달래?
제정신 아니야
본인 정신이나 똑바로 챙기고 살아
보니까 꽤 됐지? 진즉부터
무슨 뜻이야?
국문과 출신이 말뜻 몰라?
서류 정리한 지 얼마나 됐다고
세월 안 중요해
30년 인연도 하루아침에 끝나는 마당에
어쨌든 애들은 안 돼
(시은) 애들이 재혼해?
내가 애들 뺏어서 재혼한다면 그러라고 했겠어?
맞아
난 남자보다 자식 우선이야
서 부장 향기, 우람이하고 너무 잘 지내
처음엔 다 좋아
본인 잣대로 남 판단하지 마
내가 할 소리
세상이 이시은 같은 줄 알아?
(해륜) 우람이 아직 어린데
이 상황 얼마나 혼란스럽겠어 속으로
이제야 자식 걱정?
애들 심란하게 만들고, 와서
- 입장 바꿔 생각해 봐 - (향기) 아빠부터요
제가 아빠라면 이러지 않아요
(향기) 이 집 떠나신 지 1년 넘었어요
우리도 적응됐고요
엄마가 누구랑 어떻게 살든 우리 문제예요
너희들은 실수 안 할 거 같아, 살면서?
나 실수한 거 맞아
- 인정했어, 반성하고 - (향기) 때가 있어요
아무렴 내가 낫지, 생판 남보다
우린 처음에 생판 남 아니었어?
정, 사랑으로 엮이면
남이라도 부부 되고 가족 되는 거야
너희들 그 엔지니어 부장 사랑해? 가족 같은 마음 들어?
(향기) 정 생기던데요?
생겼던 정 떨어질 수도 있어
우리처럼요
(우람) 아빠가 걱정하시는 거 이해하는데요
생각하시는 그런 분 절대 아니에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 있어
혼자 재혼이든 삼혼이든 해 내 새끼들은 두고
억지 쓰지 마
길 막고 물어봐, 억지인가
억지세요
나 먹긴 싫고 남 주긴 아까우세요?
(향기) 이런 비유 싫은데 어쩔 수 없이 나오네요
재 뿌리고 못 하게 막냐, 내가?
(향기) 우리 어린애 아니에요
우리 인생 우리가 판단해 가면서 살 수 있어요
그만 엄마 힘들게 하세요
요즘 엄마 모습 얼마나 보기 좋은데요
보는 우리도 맘 편해요
응원은 못 할망정
- '응원'? - (향기) 방해는 마셔야죠
너희들 걱정이고 생각이지 방해야?
엄마 초등학교 때 친구분이신 거예요, 알고 봤더니
지켜보세요
잘 사실 테니까
[한숨] [잔잔한 음악]
그만 가시고요
참 세뇌 잘 시켰구먼
또 뭐라고 하겠지만
어쨌거나 자식인데
그럼 아빠라고 한 번도 못 불러 보고?
[쓸쓸한 음악] (아미) 응
요즘도 승마 다녀요?
아니
더 이상 못 타겠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매니저) 이런 디자인이 어울리실 거 같아요
너무 파인 거 말고요
네, 파인 건 유행 지났어요
맞추면 최대한 빨리 언제까지 돼요?
[부드러운 음악]
(디자이너) 가봉 오늘이 끝
[디자이너와 시은의 웃음]
어때?
(시은) 수고했어, 디자인 덕 본다
아직 태가 좋은 거야
바쁘게 살아서 저절로 다이어트
[사람들의 웃음]
[카메라 셔터음]
(디자이너) 부럽다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더니
넌 초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화려하면서
(디자이너) 아유, 속 빈 강정이야
겉으로만, 실속 없이
인제는 들어앉고 싶어
누가 믿어? 그 말
나 제대로 갱년기야
[함께 웃는다]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친구들이 밥 사라고 성화야
사야지
한꺼번에 불러
아줌마들 수다 감당 못 해
드레스는 마음에 들게 나왔어?
(반) 저기, 어이없다고 할까?
나도 믿기지 않는데
사피영 PD
제수씨 되게 생겼어
제수씨라니?
친구 누구랑 만나?
- 동생 - (시은) 뭐 하는 후배?
[한숨]
동마, 사 PD랑 결혼하겠대
농담 말고
나도 농담이었으면 좋겠어
아니, 어떻게? 어떻게 만났대?
피부과 갔다가
(동마) [영어]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남자2) 네, 저도 좋았습니다
- (동마) 감사합니다 - (남자2) 감사합니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 [한국어] 좀 계세요 - (피영) 네
[휴대전화 진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휴대전화 조작음]
미팅 끝났어요?
- (동마) 방금요, 이동 중? - (피영) 아니
영상 통화 해요, 보고 싶다
[피식 웃는다] [발랄한 음악]
- (동마) 왜? - 벗고 있을 때만 영상 통화 하재
드레스 맞춘다더니 어디서 벗고 있는 거예요?
- 남이사 - (동마) 아직 숍?
피곤하고 좀 으슬해서 스파 왔어요
감기 걸리는 거 아니야?
안 걸려야지
- 모임 있다고 했죠, 저녁에? - (피영) 응
적당히 둘러대고 일찍 들어가요
선배 생파라 얼굴 비쳐야 돼
미운 선배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사표 빨리 내요
- 미운 얼굴 참고 보면 늙어 - (피영) 알았어요
이달 말까지만 다니면 되겠다
프로도 넘기고 잘됐어
인제 어디로 가요?
(동마) 말 돌리지 말고요
[살짝 웃는다]
시은 언니한테 부장님 얘기하셨으려나?
(동마) 언제까지 '부장님'?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혜령) 어쨌든 알려 줘야 돼
아기한테 안 좋을 수도 있어
[문이 드르륵 열린다]
웬일로 이렇게 일찍?
나도 10분 일찍 왔는데
스케줄이 빨리 끝났어요
(피영) 그렇게 벌어서 다 뭐 할 거야
그만큼 또 쓰잖아요
얼굴이 빛이 나요, 뭐 받으셨어요?
마사지, 몸도 무겁고 해서
(혜령) 선물 준비 안 하셨어요?
(피영) 어떻게 안 해, 수분 크림
[다가오는 발걸음]
(혜령) 작가님
여자하고 집은 가꾸기에 달렸다더니
(시은) [작은 목소리로] 고맙습니다
[시은이 숨을 내뱉는다]
(시은) 정말이야? 믿을 수가 없어
- 뭐가요? - (시은) 정말 동서 된다고?
(피영) 나중에 얘기해
지아 알아?
- 아직 - (시은) 서반 씨
처음엔 안 믿었대
(시은) 농담하는 줄 알았대
나도 마찬가지고
동서 사이 되신다고요?
어떻게요? 부장님 또 형제분 있으신 거 아니잖아요
친동생, 서동마 실장
[익살스러운 음악]
(시은) 결혼한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 PD랑
[어이없는 숨소리]
어떻게…
정말 두 분, 깬다
(혜령) 아니, 그러면서
지난번 그렇게 또 시치미를 떼셨어요?
내가 서동마 실장 얘기할 때요
나 또 헛물켠 거네요
[어이없는 숨소리]
뭐야, 정말
제대로 사귀기 전이니까
독일 출장 중이었고
(시은) 귀국한 지 며칠 안 돼
(혜령) 근데요 그새 결혼 약속하셨다고요?
(시은) 계속 연락 주고받은 거지? 가 있는 동안
인연이 정말
봐야 믿겨질 거 같아
[한숨]
[컵을 탁 내려놓는다]
코미디도 아니고
무서워지려고 그래요, 두 분
[익살스러운 음악]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연분이 되려면 기기묘묘하게 엮이는 거야
진심이래요?
나도 좀 이해 안 가
다섯 살 아래 아니에요?
- 맞아 - (시은) 그래서
사귀던 여자하고도 끝냈다며?
지아 엄마 본 순간 확 끌려서
(혜령) 전에 골프장에서 처음 봤을 때
그때부터 끌렸대요?
얘기가 길어
부모님 계시잖아요
뭐라실 거야
아버님 나도 오케이 하셨어
- 만나셨어요? - (시은) 아직
[한숨]
[문이 드르륵 열린다]
(PD) 아휴
아유, 퇴근 시간이라
어쨌든 안 늦었지?
싸웠어들?
[트리 장식을 툭 내려놓는다]
아빠가 암말 안 해?
(지아) 미안하다고
[달그락거리는 소리] - 그래서? - (지아) 그래서 뭐?
(지아) 트리 더 있다 치워
[차분한 음악]
AM도 안됐고
- 'AM'? - (지아) 아미 이니셜
친아빠 얘기 엄마도 알아?
[한숨]
지아야
그 곰 인형 선물한 아저씨가
엄마 좋대
[무거운 음악]
우리 딸 만나고 싶어 하고
후배가 아니었어?
엄마보다 나이 몇 살 차이 나
어리다고, 엄마보다?
엄마는
어떤 마음?
싫지 않아
솔직히 좀 좋아졌고
(피영) 새 인연인가 생각도 들고
그래서 결혼해?
네가 싫다면 안 해
그럼 말아
[문이 달칵 여닫힌다]
[문이 달칵 열린다]
별로 할 얘기 없어
한번 만나는 것도 싫어?
엔지니어 부장님 동생이야
스마트하고 인성도 좋고
동생 아저씨도 여태 결혼 안 했다고?
[한숨]
[분위기 있는 음악]
부혜령, 넌 뭐야?
뭐가 문제인 거야?
사람들 다 이쁘다고 난리인데
그 집 형제들 눈엔 그저 방송인
[헛웃음]
여자로 안 보여?
아휴
아휴
어, 깜짝…
[엘리베이터 도착음]
(피영) 안녕하세요
잠깐 얘기 좀 하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반) 동마한테 들었는데 다 사실이에요?
(피영) 네
[한숨]
이해 안 되시죠?
상상 못 했죠
(반) 제 동생이지만 여자에 대한 편견
나름대로 기준이 확실했는데
사 PD가 빠진다는 얘기 아니고요
걱정도 되고 혼란스러워요
사실 저도 그래요
믿음 있으세요? 동마에 대한
그렇게 행동을 해요, 믿게끔
변할까 봐요
미래를 누가 알겠어요
내 맘도 뜻대로 안 되는데
미리 이런 얘기 그렇지만
결과 안 좋으면 지아한테도 대미지 클 거고요
(반) 동마랑 같은 생각인 거죠?
현재로는요
저도 좀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는데
(반) 저 개인적으로는 좋죠
이 작가도 마찬가지고
지아가
부장님 동생분이라니까
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거 같아요
우리 우람이랑 사촌지간 되는 건가요?
(지아) 우람아
얘기 좀 해
[따뜻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우람) 넌 왜 안 먹어?
엔지니어 부장님 어때?
좋으시잖아
왜?
아직 몰라?
[지아가 머뭇거린다] (우람) 뭐?
부장님 동생 아저씨도 봤어?
아니, 아직
너랑 어쩌면…
(우람) 어쩌면 우리 다툴 일 있어?
[한숨 쉬며] 말이 안 나와
(우람) 해, 괜찮아
우리 엄마 부장님 동생 아저씨랑 사귄대
(우람) 레알?
'우리 우람이랑 사촌지간 되는 거예요?'
(피영) 하는데
무의식적으로 '우리 우람이'
내 가슴이 뭉클하고
'아, 부장님 진짜구나' 생각 드는 거야
그래?
(피영) 정말
사람 일 한 치 앞을 모른다더니
우리가 이혼할 줄 몰랐고
재혼이야말로 꿈도 안 꿨고
(피영) 그러니까 더구나 한 형제랑 엮여서
동서지간 되게 생겼으니
(시은) 자기, 어쨌든 대단해
용감, 씩씩하다
씩씩한 건지, 무모한 건지
사람들 '젊은 남자한테 홀랑 빠졌구나' 생각할 거야
자긴 안 젊어?
언니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해
서 실장은 총각, 다섯 살 어린 [시은이 살짝 웃는다]
SF전자 차남, 그룹 물려받을
민병원도 거기 병원이래
(피영) 어머
향기 말마따나
열심히 살았다고 하늘이 복 내린 걸로
그냥 우리 받아들여
지아 때문에
눈 딱 감고 밀어붙일 수도 없고
어려서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피영) 아니 무슨 자격으로 이제 와서…
(시은) 아빠라고 부를 거냐고 다그쳐
(피영) 그럼, 당연히 불러야지 [부스럭거리는 소리]
(시은) 나이 먹고 어쩜 그렇게 양심이 없어졌는지
(피영) 나이 먹었다고 그래?
향기는 정말 언니한테 없어선 안 될 딸이야
언제부터 자식 끔찍이 여겼다고
신 원장도 몰라, 어떻게 나올지
무슨 염치로?
여자랑 있는 것도 어린 딸한테 들킨 마당에
박해륜은 안 들켰어?
(시은) 남자들이 자기 허물 생각 못 해
나 남가빈 봤어, 요저께
서울 호텔 레스토랑에서, 남친이랑
남자 어때?
완전 훈남
예비 시어머니한테도 이쁨받는지
살갑게 통화하더라
(피영) 남가빈은 나 못 보고
(시은) 됐구먼
박해륜만 뭐 됐어, 낙동강 오리알
음, 유부남이랑 사귄 거 알았다간
요즘 그런 거 안 따져 세상 좋아져서
언니 같으면?
자식이 좋다면 어쩔 수 없지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지아) 돈가스?
어?
비프가스
만나 볼게, 동생 아저씨
[잔잔한 음악]
[문이 달칵 여닫힌다]
(향기) 대박, 정말요?
(시은) 응 [향기의 놀라는 숨소리]
대박
지아 그러면서 뭐래?
그냥 그 얘기만요
물어보지, 생각이 어떤가
좋은가, 싫은가
안 물어봤어요 [헛기침]
별로 좋은 거 같진 않았어요
(향기) 그럼 동생분 우리한테 삼촌이야, 작은아빠야?
다 같이 만나면 재밌겠다 넌 어떻게 생각해?
나쁠 거 없지
(향기) 엄마, 자세히 얘기 좀요 두 분 어떻게 만난 거래요?
찌개 식어
나도 자세한 건 몰라
말할 시간도 없었고
[쓸쓸한 음악]
[휴대전화 벨 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네
[한숨]
여보세요
아비로서
너무 속상하다
[무거운 음악]
애가 둘 딸렸건 셋 딸렸건 좋아
(서 회장) 마흔만 돼도
네 자식 낳을 수 있잖아
(서 회장) 기껏 남의 자식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보내려고
오십 줄에, 늙은 이혼녀랑
[한숨]
[한숨 쉬며] 생각할수록 기가 차
넌 전혀 아무렇지도 않아?
갈등 없어?
네
[서 회장의 한숨]
(반) 주무세요
사지 육신, 얼굴 멀쩡하구먼
팔자가 왜 그 모양인지
한탄해 본 적 없어요
어쨌든 아버지 덕분에
고생 모르고 살았고요
미안하다
(서 회장) 첫 손주는
꼭 너한테서 보고 싶었는데
약 좀 드세요
- 무슨 약? - (반) 몸에 좋은 약이요
나이 들면
자식 잘되는 거 보는 게 최고야
[한숨]
(지아) 몇 살로 보이셔?
(피영) 음…
캐주얼하게 입으면 20대로도?
그럼 어떡해
사람들이 엄마 누나인 줄 알면
[밝은 음악]
[어색한 웃음] [엘리베이터 도착음]
엄마도 신경 쓰면 돼
[차 문이 달칵 여닫힌다]
[차 문이 탁 닫힌다]
[도우미가 인사한다]
주세요
[게임 소리가 흘러나온다]
(지아) 멀리까지 가서 만나야 돼? 시간 아깝게
3시간인데, 뭐
왔다 갔다 6시간
바람 쐴 겸
난 어른도 아니고
바람 같은 거 쐬고 싶지 않아
부장님도 오셔?
(피영) 아니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반) 어렵고 어색해도
식장에서 인사드리는 거보다는 나으니까
(향기) 네
나도 편하지 않아 일찍 떨어져 커서
- 아버지라도 - (향기) 네
질문하시면 얼버무리지 말고
분명하게 대답하고
네
인생 살려면 이런저런
치르고 밟아야 할 절차가 있어
[문이 드르륵 열린다]
[긴장되는 음악]
앉아
(반) 아버지 [문이 드르륵 닫힌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시은입니다
- 박향기입니다 - (우람) 박우람요
(서 회장) 아침들은?
(시은) 먹었습니다, 가볍게
드셨어요?
나도 가볍게
[문이 드르륵 열린다]
(서 회장) 서반이보다 더 들어 보이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반) 알아서 시켜요? - (서 회장) 응
"셰프의 코스 요리"
어른 셋은 A 코스, C 코스 둘요
(지배인) 네, 와인이나 음료…
- 애들 있는데 무슨 와인 - (지배인) 아, 네
(반) 다 미네랄워터 주시고요
(지배인) 네
(서 회장) 콜라 같은 거 시켜 줘
탄산음료들 안 먹어요
안 먹고 싶어?
참아 버릇 해서 괜찮아요
[문이 드르륵 닫힌다]
식습관 잘 들였구먼
- 대학교 1학년? - (향기) 네
- 무슨 과? - (향기) 영문과요
- 적성에 맞고? - (향기) 네
편히 얘기들 해 나 신경 쓰지 말고
(우람) 질문드려도 돼요?
(서 회장) 응
(우람) 아직도 회사 일 하세요?
어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많이 걸으려고 노력해, 왜?
생각한 것보다 젊으셔서요
- 우람이? - (우람) 네
무슨 운동 좋아해?
공 가지고 하는 건 거의 좋아하는데 많이 못 해요
걷는 건 별로 재미없고요
그럴 줄 알았어
[향기와 우람의 웃음] [따뜻한 음악]
엄마가 맛있는 거 많이 해 줘?
(향기) 저희 먹는 건 최고로 먹고 컸어요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이요
맛있고 몸에 좋기 힘든데
뭘 제일 잘해요? 자신 있게
말씀 낮추세요
그냥 집밥은 무난하게 합니다
- 서울서 태어났나? - (시은) 네
사대문 안?
아니요, 연희동 살다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대치동으로 이사 갔어요
5학년 때 부장님이랑 같은 미술 학원 다니셨대고요, 잠깐 [문이 드르륵 열린다]
(서 회장) 음…
[새가 지저귄다]
여기?
[달그락거린다]
[통화 연결음]
- (동마) 도착했어요? - 네
[대문 작동음]
[부드러운 음악]
(관리인) 키 주세요
고생했어요, 오느라
하나도 안 막히는 거예요
(동마) 지아?
안녕하세요
반가워
추운데 들어가요 안에 아주머니 있어요
(동마) 점심 금방 돼요
[문이 탁 닫힌다]
집 되게 좋다
벗고 씻어, 젖어
[지글거리는 소리]
실장님 밖에서 뭐 하시는 거예요?
점심 준비요, 직접
(도우미) 밖에 차렸어요
[밝은 음악]
[지글거리는 소리]
(피영) 추운데
빨리 들어가 먹어요, 식기 전에
- (피영) 우리만? - (동마) 먹고 있어요
[문이 탁 닫힌다]
어머
(도우미) 도련님이 아침 일찍 오셔서
드세요
물부터
(도우미) 밥이랑 김치도 있어요
충분해요, 잘 먹을게요
전 한 거 없어요 채소 씻은 거밖에
[문이 달칵 여닫힌다]
- 고팠지? - (지아) 여기 오니까
맛있다
[젓가락을 탁 내려놓는다]
(피영) 우리만 무슨 맛이야
난 몰아서 먹어요, 얼른
지아가 맛있다고
(동마) 다행이네
[가위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완전 맛있어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시은) 한식 좋아하시는 거 아니세요?
한식은 일상으로 먹고
그 파스타 어때?
(향기) 이런 생면파스타 좋아해요
공부 말고 잘하는 거
(향기) 먹는 거요
(우람) 저도요
(시은) 어른이 물으시는데
사실이지
(서 회장) 먹는 거 싫은 사람 있어? 환자 아니고
유순들 해, 엄마 닮아서
- 순하다는 뜻요? - (서 회장) 응
저희 누나 안 순해요
[웃으며] 참…
그러는 우람이는 어떤 성격이야?
제가 제 입으로 과묵하다고 어떻게 그래요
까불지 말고
(우람) 그런 얘기 많이 들어요
(지아) 아저씨 춥고 배고프겠다
그러게
고만 굽고 들어오시라고 해
내 말 안 들어
네가 해 봐
뭐가 끓는 거야?
[젓가락을 잘그랑 놓는다]
[동마가 고기를 툭툭 자른다] [부드러운 음악]
(지아) 같이 드세요
응, 다 됐어, 들어가
(피영) 귀 언 것 봐
나 별로 추위 안 타요
정신없이 먹었어요
(동마) 참숯에 굽는 게 제일 맛있어요
굽는 사람 따로, 먹는 사람 따로
- 지아 떡볶이 좋아해? - (지아) 네
(피영) 떡볶이 싫어하는 사람 1도 없어요
[살짝 웃는다]
(피영) 어머
(동마) 간은 아주머니한테 봐 달라고 했어요
끓기만 하면 돼, 떡 불려 놔서
(피영) 그런 것도 알아요? 검색했어?
[살짝 웃는다]
채소에 싸 먹어
오늘만
고기 맛 해치고 싶지 않아
한두 번 정도는 괜찮아요
[무거운 음악] (혜령) 청심환 하나 먹고 올 걸 그랬나?
[숨을 후 내뱉는다]
없기가 쉬워
(예정) 무겁게 뭐 하러 사 와
(혜령) 아버님 배 좋아하시잖아요 맛있는 배예요
(예정) 산책 나가셨어 좀 걷는다고
어머님, 청심환 있어요?
(예정) 청심환? 아니, 왜?
그냥 하나 먹어 볼까 하고요
[무거운 음악]
(예정) 몸 안 좋아?
- 아니요 - (예정) 뭐 놀랐어?
아니요
대전 집엔 있는데
[한숨]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예정) 어, 혜령이 왔어
차 봤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혜령) 천사가 따로 없어
헛걸 봤지
그날 생각 해서 [한숨]
정빈아
엄마 없어서 어떡해
좀 크면 알 텐데
[긴장되는 음악]
[놀란 숨소리]
[고조되는 음악]
[무거운 음악]
[애절한 음악]
(피영) 미안
(동마) 뭐가 미안?
갈게요, 지금 정확히 30분 후 도착
(서 회장) 도대체 남가빈이랑 왜 끝냈냐?
꼭 할 것처럼 고집부리더니
주소 기획사에서 알려 주던가요?
안 알려 주죠
혹시 인연 아닐까요? [웃음]
[풍덩 빠지는 소리]
우리 오늘은 솔직하자
(우람) 누나 아빠 말이 맞는 거 같지 않아?
- (동마) 네, 아버지 - (서 회장) 사실이야?
(서 회장) 식장 알아보고 다닌다는 게?
어떻게 아셨어요?
형 생각하면 가슴이 빠개져
(반) 나 소원 하나 들어줄 수 있어?
형에 대해 알고 계셔야 할 거 같아서요
(동마) 없던 일로 하신대도 전 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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