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S3.11
[주제곡]
[잔잔한 음악]
(시은) 부장님이 취했는데
썰렁한 빈집에 들어가기 싫대
- 하룻밤 거실서 재워 달라셔 - (향기) 그러세요
우리 집 궁금하다고
사실 진작 초대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겨를이 없어서
제 방에서 주무시면 되죠
깨끗해? 냄새나는 거 없어?
내가 뭐, 술 마시고 담배 피워?
가뿐해졌다
(사현) 아기들은 아무래도 커야 오지?
(혜령) 그럼
좀 걷고 싶어
요즘 통 못 걸었더니
[따뜻한 음악]
계절 중에 겨울이 없다면
참 별로일 거 같아
(사현) 응
하와이 지상 낙원이라지만
살고 싶은 생각 없어
(사현) 나도, 지루하지
겨울이 계절의 여왕이라고 생각해
매력 있지
눈 내리는 거 얼마나 신비해
얼음, 서리
눈밭에 반짝이는 햇살
[숨을 들이켠다]
시린 바람
정빈이
스키를 먼저 가르칠 거야 아니면 스케이트?
내 등목을 제일 먼저 탈 거야
[웃음]
(사현) 혼인 신고만 하지 말고
우리 리마인드 웨딩처럼 결혼식 다시 하는 거 어때?
나도 그 생각 했어
[사현이 살짝 웃는다]
(사현) 오늘 웬일로 별이 좀 보인다 [반짝이는 효과음]
신께 감사한 마음 들어
나도 요즘 참 마음이 편하고
(사현) 안정을 되찾았어 자기 덕에
이 순간도 감사하고
이 밤도 감사하고
오래 내 곁에 있어 줘요
[사현이 살짝 웃는다]
그냥 집으로 가신 거 아니에요?
그러게
(시은) 차에서 잠든 건 아니겠지?
(우람) 그럴지도 몰라요
[통화 연결음]
(반) 여보세요
올라오랬는데 왜 안 와?
(반) 가고 있어
(시은) 응
엄마, 저랑 주무시고 안방 쓰시게 해요
편하게 씻으실 수 있고
씻으면 뭐 해, 갈아입을 게 없는데
그래도
눈만 좀 붙이고 가겠대, 소파에서
강아지도 아니고 그건 아니죠
서재 방에 이부자리 펴 주면 돼
너무 늦어서
정빈이 보러 가기도 그렇고
뭐 늦어, 남의 집도 아니고
인제 집이야, 다시
[부드러운 음악]
(상인) 예, 어서 오세요 이쁜 것들 많아요
천천히 고르세요
(혜령) 이거하고 이거요
이건?
이뻐
술 좀 깨고 올라오려나 봐
(시은) 친구들 모임 있었다는데 많이 취하셨어
제가 꿀물 탈까요?
꿀 들이부으려고? 네 입에 맞게?
꿀물인데 달아야지, 좀 [초인종이 울린다]
[인터폰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향기) 열렸어요
[흥미로운 음악]
(시은) 뭐야?
(향기) 안녕하세요
(반) 밤늦게 실례
(우람) 대환영요
이렇게 살아
아늑하네
따뜻하고
상상한 대로
물 드릴까요? 꿀물 드실래요?
(반) 물
뭘 이렇게? 이거 사느라고
(시은) 왜 안 오나 했더니
빈손으로 오면 돼?
왜 안 돼?
(시은) 어떻게 들고 왔어
(반) 우람아 무슨 용도 음식 같아?
(우람) 군것질요
단순히 군것질일까? [반이 컵을 탁 내려놓는다]
(반) 아이스크림은 빼고
먹는 거라도 용도가 있어
다이어트 식품 절대 아니고
(향기) 아…
비상식량
- 아니에요? - (반) 맞아
[헛웃음]
비상식량을 왜?
지진이든
유사시를 대비해서
(우람) 맞아요
그럼 먹으면 안 되겠네요?
먹어
(반) 난 아이스크림
뭐부터 먹지?
애들 오늘 치킨 한 마리로 때운 거 어떻게 알고
나 오길 잘한 거네, 그럼
[부스럭거리는 소리] (시은) 응
서재 방 남아요
(반) 매일 일로 퇴근하라고?
네
(동마) 어떤 며느리 보시고 싶으신 거예요?
결혼은 내가 하는데
(서 회장) 어…
네가 서른 중반이니까
여덟 살 정도 아래면 딱 좋을 거 같고
옛날엔 스물다섯만 넘어도 노처녀로 쳤어
가정 환경도 중요한데
PD면 신문 방송학과 나왔나?
(동마) 네
- 몇째? - (동마) 외동딸이요
- 무남독녀? - (동마) 네
부모님 젊으시겠구먼
돌아가셨어요
- 두 양반 다? - (동마) 네
이러니 스타트를 잘 끊어야 돼
(서 회장) 네 예비 형수 양친 부모 다 돌아가셨다잖아
그쪽은 막내딸이 쉰이니 당연하지만
왜들 요절하신 거야?
아버지는 초등학교 때 교통사고로요
어머니는 최근에요
저런, 상심이 크겠구먼
(서 회장) 혼자 아니야? 결혼 서둘러야겠다
들어와 살 생각 있대?
엄마 아빠만 좋다면
우리야 '생큐 소 머치'지
얼른 봐, 내일 저녁이라도
(서 회장) 아, 저녁엔 약속 있어
아침은 힘든가? 조찬
아빠도 단점 있고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
그렇지
- 뭐가 빠져? - (동마) 일반적 기준으로는요
또 노처녀 아니야?
[무거운 음악]
그렇구먼
얼굴은 안 빠져요
인물 뜯어 먹고 살 일 있어?
그러는 아빠는?
(동마) 엄마가 인물 형편없었으면 결혼했나?
쯧
[한숨 쉬며] 몇 살이야?
가빈이랑 같아요
완전 헛똑똑이구먼
남가빈도 나이 때문에 반대했는데
결국은 오케이 하셨잖아요
이번에도 오케이 하라고?
(서 회장) 꿈 깨!
그러니까 자신 있게 데려오지도 못했어
[힘주며] 에이
딸 하나 있어요
[어두운 음악]
(동마) 예비 형수랑 같은 프로 했고요
그리고 친해요, 둘이
[서 회장의 한숨]
(서 회장) 뭐라고?
애가 있어?
올해 중학교 들어가요
그러니까 이혼녀야, 과부야?
이혼요
미쳤어, 이것들이 둘 다
(서 회장) 네 형도 아는 거 아니야?
- (동마) 네 - 완전히 짜고들 고스톱 쳤구먼
- 뭘 짜고 쳐? - (서 회장) 짜고 친 거 아니면?
서로 품앗이하듯이 결혼 품앗이?
(서 회장) 늙은 아비 하나 뭐 만들면서?
아버지는 이해하실 줄 알았어
- 이해 같은 소리 해 - (동마) 그거 말곤 단점 없어요
단순히 단점?
결격 사유야
아빠가 뭐라고 해도 결혼해요
아시잖아요, 내 성격
내 성격도 알지, 너?
아빠 내키시는 대로 하고 나도 내 식으로 살고요
(서 회장) 직원들이 뭐랄 거야
당장 네 엄마는? 기대에 부풀어 있던데
며느릿감이 애 딸린 마흔한 살 이혼녀라면?
그것도 만 나이
삶이 그런 거죠
뜻대로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게 더 많다고
엄마가 여러 번 해 준 말이에요
(동마) 내 뜻대로도 안 되는데
나라고 마흔두 살 이혼녀한테 빠지고 싶어 빠졌겠어, 아빠?
- 터진 입으로 - (동마) 터진 입이라서가 아니라
설명이고 설득
[깊은 한숨]
(동마) 자식은 한 번은 속 썩이게 돼 있다며
- 누가 그래? - (동마) 들었어요
아빠도 뭐, 완벽한 아들 아니었고
- 나 정도면… - (동마) 내가 결혼하는 거지
아빠 엄마 마음에 들어서 뭐 해? 내가 데리고 살 건데
(동마) 요즘은 나이 의미 없어요
돈만 있으면 할머니라도 젊어지는 세상이야
네 엄마 돈 쏟아부었구먼 20대 얼굴 됐어?
어차피 결론은 버킹검이야 받아들여요
(동마) 일찍 주무시고
- 내일 컨디션 안 무너지게 - (서 회장) 잠이 와?
나 결혼만 안 했지
여자 신물 나게 사귀었어 열 손가락도 모자라
인제 제대로 된 여자한테 정착하고 싶어
참도 제대로 됐어
이름 사피영이에요
사피영이든 봉피영이든 받아들일 수 없어, 글쎄
네 엄마 가슴 붙잡고 쓰러져!
엄마가 그만 일에?
네 엄마가 너 어떻게 낳고 어떻게 키웠어?
진통 장장 10시간 만에 간신히 낳았어
첫애는 진통 길대, 다 그리고 아빠
(동마) 자식은 열 살 때까지 평생 할 효도를 다 한대
미운 네 살 미친 일곱 살이란 말도 있지만
난 정말 엄마 아빠한테
충분히 넘치게 기쁨 줬다고 생각해
안 그래요?
[한숨]
결혼 늦은 거 말고는 크게 잘못한 것도 없고
나도 꽃 같은 어린애가 눈에 들어왔으면 좋지
[피식하며] 운명의 장난도 아니고
사피영이란 여자한테 마음이 영혼이 꽂히는 걸 어떡해
- 이 자식아! - (동마) 아빠!
[동마의 한숨]
일하는 사람들이, 모양 빠지게
네가 이렇게 우리 뒤통수를 쳐?
기껏 키워 놨더니
사람은 살면서
다 누군가한테 한두 번씩 뒤통수치게 돼 있는 거 아닌가?
(동마) 아빠만 봐도 형이랑 큰엄마한테
[힘겨운 한숨]
현실을 직시하시고 힘 빼지 마세요, 괜히
아빠가 말로, 논리로 나 이겨?
사모님 도착하신대요
[한숨]
[반의 한숨]
(반) 술이 확 깨네
술기가 있어야 잠 오지
낯선 집에서 깨면 어떡해
좋아서
[따뜻한 음악]
[살짝 웃는다]
(우람) 치킨 반 마리 기별도 안 갔는데
완전 잘 먹었어요, 야식
야식도 한 번씩 먹어 줘야 돼
건강엔 별로야
- 스트레스 풀려 - (우람) 맞아요
(향기) 너 반 마리 아니고 3분의 2 먹었거든?
몰라, 아무튼 먹은 거 같지도 않았어
어서들 양치해
(시은) 새 칫솔 있어
잠옷 제 거 드릴 수도 없고
상관없어
하루 정도야 입은 채로 자도
아침에 집 들러서 갈아입으면 되니까
(반) 집 구경도 안 시켜 주고 자라고?
이게 다지, 뭐
(시은) 정말 안 졸려?
잘 잘 거 같은데
안 자고 싶어
그럼 주무시지 마세요
- (우람) 저희랑 얘기하고 - 그래
(시은) 아휴, 내일 휴일 아닙니다
학원 가야지
하루 빠질 수도 없고
빠져도 인생 사는 데 지장 없는데
후회가 남아
그 마음 이기고 가면 후회 없고
네
오늘 밤 행복한데요?
됐어, 그럼
불청객일까 봐 걱정했는데
이제 저희 식구고 가족이세요
그렇게 생각해 주니까 고맙고
사실이잖아요
(반) 엄마한테 들었지? 모레 가구
네
마음대로 골라
방 작지 않으니까
그만
음식 남기면 안 되잖아
우리 집에선 괜찮아요
그래야 칭찬받아요
네
엄마
집 안이 꽉 차는 느낌 들어요
[함께 웃는다]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혜령) 저 왔어요
- 죄송해요, 늦게 - (예정) 어때
(문호) 우린 낮밤 없어
(예정) 개운하게 씻고 잠들었어
(문호) 영화들 봤나?
찜질방이요
나는 찜질 좋은지 모르겄구먼
(사현) [헛기침하며] 저희
다시 합치기로 했어요
[잔잔한 음악]
그려?
(혜령) 어쩌다 보니까
다시 옛날 감정으로 돌아갔어요
순리라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잘한 결정이야
가만있어 봐
샴페인이라도 터트려야지
아유, 아기 자는데 무슨
(문호) 살짝
거품만 넘치게
고맙다
우리가 더 신경 쓰고 잘할게
인제 실망 안 시킬 거여
그럼 개아들이고
그러고 보니까 바다는 잘 있어요?
또 새끼 가졌어
희한혀
맨날 혼자 조신하게 있구먼 배불러 오는 거 보믄
(문호) 얌전한 강아지 부뚜막 먼저 올라간다는 말
난 맞는 거 같아
(예정) 인제 다시 알콩달콩 살아, 옛날처럼
네
(피영) 왜 안 자고?
- 단추 때문에? - (지아) 응
[지아가 살짝 웃는다]
자, 안 없어져
- 여기서 자게? - (피영) 응
아기라 사람 없으면 울어
(지아) 그럼 엄마 매일 여기서?
당분간은
나랑 교대로
소파서 떨어지려고
왜 떨어져, 내가 애도 아니고
그리고 떨어진다고 다쳐?
옛날 생각 난다
엄마 초등학교 막 들어갔을 때
아빠가 강아지 얻어 오셨거든
아, 사진에 있던 요크셔?
(피영) 응, 미미
그땐 아빠가 소파에서 주무셨어
아침에 눈뜨자마자 나와 봤더니
그때 우리 집 벽난로 있었는데
강아지가 얼마나 따뜻하고 안심되고 좋은지
사람처럼 발라당 누워 자는 거야
다리 쫙 벌리고
[웃음]
지금처럼 휴대폰 있었으면
바로 찍었을 텐데
할아버지도 강아지 좋아하셨나 보지?
(피영) 응
(지아) 난 강아지 싫어하는 사람 이해 안 가
얼마나 이뻐
완전 천사의 눈 아니야?
[부드러운 음악]
실장님 좋은 분 같아
강아지 사 줬다고?
아니, 느낌
우리랑 코드도 잘 맞고
할아버지가 살아 계셨으면
손녀딸 너무 이뻐하셨을 텐데
할머니도 보고 싶고
할아버지도 그립고
엄마 오래 살아
내가 그리워하지 않게
그리움은 슬픔이야, 엄마 보니까
[드라이어 작동음]
[노크 소리가 들린다]
(동마) 네
(집사) 회장님이 강남 호텔에서 아침 드시재요
회장님 출발하셨고요
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서 회장) 사피영인가
애 엄마랑 결혼하면
너한테 더 이상 물려줄 거 없어
다 사회 환원 할 거야
(동마) 그러세요
요즘 말하는 다이아몬드 수저 물고 태어나서
아버지, 할아버지 덕에 아쉬움 없이 살았어요
인제 좀 소박하게 살죠, 뭐
[서 회장의 못마땅한 숨소리]
엄마랑 계속 정 좋게 사세요
손주 태어나도 관심 갖지 마시고요
나이 마흔에?
(동마) 마흔에 못 낳아요?
초산도 건강하게들 낳아요, 요즘
연예인만 봐도 옛날 같지 않고 영양 상태들 좋아서
어제도 말씀드렸듯이
충분한 기쁨 드렸으니까 두 분한테
손주 태어나고 보고 싶으면
그 기억 떠올리시면 돼
[한숨]
(서 회장) 네 엄마 불쌍하지도 않냐?
(동마) 엄마가 왜 불쌍해요?
남편이 없어, 아들이 없어?
돈이, 보석이 없어?
아빠 만나서 모든 호강 누리고 사셨고
너 어떻게 키웠어, 엄마가?
(서 회장) 기사 있어도 직접 라이더 하고
금이야 옥이야
(동마) 삐뚤어지지 않고 제대로 컸으니까 된 거예요
(서 회장) 말도 못 했어 충격 먹을까 봐
(동마) 어쩔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아시겠지
매도 먼저 맞는 게 나아, 아빠
이 자식아, 난 몰라도…
어휴
[무거운 음악]
(동마) 커피 드세요 괜히 또 체하시지 않게
커피가 넘어가?
(동마) 결혼하면 상대방이 마음에 안 들어도
내 식대로 바꾸려 하면 안 된다고
부부 전문가들 TV 나와서 그러잖아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라고
자식도 마찬가지예요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고 응원하는 게
진정한 부모 사랑이야
[한숨]
아빠 살면서
이런 건 큰일도 아니잖아
[입소리를 쩝 낸다]
[힘겨운 한숨]
부장님 일어나시라 해
(향기) 네
[노크 소리가 들린다]
일어나셨어요?
(반) 어
(향기) 아침 드시래요
안녕히 주무셨어요 [문이 탁 닫힌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반) 응
- 잘 잤어? - (우람) 네
- 부장님도요? - (시은) 오세요
(반) 양치 좀 하고요
[따뜻한 음악]
[반의 힘주는 소리]
우린 아침 단출하게 먹어
3찬이 안 넘어
충분하지
(반) 딱 알맞네
잘 먹겠습니다
(우람) 저도요
네
국 나는 시원한데
나 때문에 억지로들 먹는 거 아니야?
누나도 저도 북어해장국 좋아해요
심심하게 끓여 가지고
어려서부터 밥 말아 먹여 버릇했거든
아침 제대로 먹는다
거의 처음으로
- 튀긴 건가? - (시은) 응
- 맛있죠? - (반) 어
최애 반찬이에요
최애 반찬이 열 가지도 넘어
[함께 웃는다]
아침부터 생선 냄새 좀 그랬지?
눈뜨는데 이런저런 반찬 냄새 좋던데?
(반) 얼른 깨지고, 기분 좋게
이거 비트인가?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휴대전화 조작음]
(문호) 정빈아
엄마 생긴다
새엄마
마음 바뀌는 거 아니겄지?
뭔 조화인지 다시 불붙었어
참…
그러기 쉽지 않은디
- 설마… - (예정) 설마 뭐?
사현이 말이여
충격이 크믄
정신적으로 좀
혼란 같은 거 올 수 있다고 들었거든?
- 아휴 - (문호) 아니겄지?
또 데면데면 소 닭 보듯 할까 봐
뭘 이렇게 많이…
내가 해다 주는 마지막 반찬이야
[무거운 음악]
(시은) 이건 김치
앉아
[해륜의 한숨]
애들 나랑 안 떨어져
그건 당신 생각이고 애들 입장에서…
나랑 살겠다고 했어, 계속
[한숨]
그리고 앞으로 의논 없이 어떤 얘기도
(시은) 제안이 됐든 애들한테 먼저 말고
한 번씩 보는 거 상관 안 해
천륜 끊을 생각 없으니까
공부들 하랴, 알바 뛰랴 바빠
가끔씩만
돈 많은 남자 만나 가는데 향기 알바해야 돼?
돈보다도 세상도 알 겸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 맞는 거 같다고
(시은) 돈 직접 벌어 보니까 깨닫는 게 많은 모양이야
더 이상 어떤 문제로도 애들 신경 쓰이게 말아
궁상도 떨지 말고
궁상?
애들 눈에 맘 쓰이게
안 좋게 보이는 거 궁상이야
(시은) 밝은 모습만 보여
이래라저래라 말아, 나한테
본인이나 행복하게 살든가
애들 감정 안 건드리면
이래라저래라 할 일 있어?
(해륜) 아주 호강이 늘어지셨어
늦게 배운 도둑질 날 새는 줄 모른다고
[어두운 음악]
(시은) 뭐가 늦게 배운 도둑질인데?
돈 훔쳐 사 입은 옷이라는 뜻이야?
돈맛 보니까 싫지 않잖아
왜 싫어?
서 부장 나한테나 애들한테 아까운 거 없이 해
그게 잘못됐어?
김치 통이랑 냉장고 얼른 넣어
(해륜) 정말 좋아서 하는 결혼이야?
말이라고
날 몰라?
[도어 록 작동음]
[한숨]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툭]
[통화 연결음]
(피영) 여보세요
우리 깜찍이, 뭐 하다 받았어?
[웃음]
점점 버릇없어져
서로 버릇없으면 돼
대등, 공평해, 그럼
안 바빠요?
바빠도 통화할 시간은 있고
우리 형네 타운 하우스 가 봤나?
갈 일이 없었지, 왜?
거기서 살면 어떨까 하고
"CSB 라디오"
[잔잔한 음악]
다 같이?
아니
앞 동에 매물 하나 나온 거 있길래
- 여보세요? - (피영) 응
안 내키면 딴 데 알아보고
집에 말씀드렸어요?
(동마) 응
나 안 보시겠다는 거지?
아니
지아
노인네들이랑 한집 사는 거 좋겠나 해서
이따 얘기해요
많이 늦어요, 오늘?
아니, 끝나는 대로 문자할게요
(피영) 응
뭐 하고 있었냐니까?
국장님 보자셔서
- (우람) 안녕하세요 - (도우미) 응
(지아) 단추 보고 싶다고 해서요
잠시도 가만 안 있어 내 발뒤꿈치 물고
[웃음] [부드러운 음악]
(지아) 단추!
(우람) 우아, 정말 처음 봐
완전 귀여워
우리도 키우고 싶다
부장님이 사 주시겠지
엄마가 못 키우게 하셔
우리 엄마도 그랬는데
회사 이번 주까지만 나가시거든
(지아) 그래서 키울 형편 돼
너희 엄마도 작가 일 그만두시잖아
(우람) 응
그러니까
누나 보여 줘야지
(우람) 안고 있어
[카메라 셔터음]
(지아) 어디 봐
다시
(우람) 이뻐
아니야, 다시
(시은) 이거 우리 향기가 관리 열심히 하는 사 PD님 주라고
어머, 나도 챙겨 왔는데 언니 주려고
[따뜻한 음악]
[시은의 웃음]
(시은) 일부러 샀어? 열심히 바르고 젊어지자
어쨌든 신부 메이크업 하려면
남들 한 번도 힘든 결혼
우린 두 번씩 하느라
(시은) 두 번에서 끝내야지 [초인종이 울린다]
(피영) 어? 부혜령 왔다
[문이 탁 닫힌다]
벌써들 입수하셨어요?
얼른 벗고 들어와
가볍게 샤워 좀 하고요
저 두 분 결혼식 참석 못 해요
큰 행사 잡혔어?
[살짝 웃는다]
결혼해요
- 어머 - (시은) 누구랑?
결혼 앞두고
다른 사람 결혼식 가는 거 아니라면서요
우리 다 뭐야?
(피영) 재혼까지 세트로 하는 거야?
(시은) 그러게
읊어 봐, 이번에도 연하?
[웃음]
두 분도 아세요
혹시 김민배 씨?
[웃으며] 아니요
- 유회석 씨? - (혜령) 판 변요
[함께 놀란다] [잔잔한 음악]
아니, 합칠 맘 없다더니?
그러게요
사람 맘이 형체가 없어 그런가
왔다 갔다 해요
잘됐다
아기가 너무 이쁜 거예요
아기 예뻐서 엄마 되려고?
(혜령) 그 이유도 있는 거 같아요
[문이 달칵 여닫힌다]
그러다 자기 애 생기면?
어쨌든 둘이 연분인 거야
부혜령만 다시 합치네
우린 끝나고
보니까 우리 예비 시동생 푹 빠졌던데? 자기한테
부장님이야말로
속정 깊은 양반이
행복하지?
사랑은 무지개 같아
상대에 따라서 사랑의 빛깔도 달라져
박 교수한테 향했던 마음하고는 또 달라
나도
제일 장점이 뭐야?
나 휘어잡는 거?
[함께 웃는다]
(시은) 우리 만만찮은 사 PD를
[함께 웃는다]
[휴대전화 벨 소리]
(동마) 네
[무거운 음악]
뭐라고요?
빨리, 우리 병원으로
[휴대전화 진동음]
(비서) 네, 집사님
회장님!
저기, 사모님께서
뭐야?
(비서) 운명하셨답니다
[어두운 음악]
운명이라니?
(비서) 최 여사께서
차마 회장님께 말씀 못 드리겠다고…
[집사의 떨리는 숨소리]
[도우미들이 흐느낀다]
원장님은 왜 그렇게 일찍 퇴근하신 거예요?
[사이렌이 울린다] [타이어 마찰음]
[집사가 흐느낀다]
언제 도착해?
(동마) 막혀서 한 20분이요
어쨌든 수술은 해 봐야 돼요 준비시키셨죠?
(서 회장) 준비는 시켰는데…
[서 회장의 한숨]
(피영) 우리 오늘 꼭 브라이덜 샤워 같다
(혜령) 맞아요, 의상도 통일
향기한테 지금이라도 뭐 좀 준비해 오라고 할까?
언니, 주책이라고 그래, 속으로
안 그래
우리 사진 남겨요
[혜령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시은) 이러고?
어때, 우리만 볼 건데
[카메라 셔터음] [부드러운 음악]
(피영) 전에 여기서 호캉스 했는데
요즘 드는 생각이
'교만하면 안 되겠구나'
자기가 뭐 교만해?
마음속으로는
우월감?
(피영) 좀 비슷한 거 있었거든
나 혼자 잘나고 행복한 줄 알았고
결과 좋으면 됐어
새로운 행복 기다리고 있어
작가님도 마찬가지죠
(혜령) 두 분은 정말
어른들 표현으로
호박이 넝쿨째예요
우리 예비 시동생
사 PD 깜찍이라고 불러
(혜령) [웃으며] 어머
깜찍하신 부분 있죠
서 부장 어제 우리 집 와서 잤어
- 하룻밤 재워 달라고 - (피영) 어머나
엉뚱한 상상 말고
엉뚱한 상상 어떤 건데?
[혜령이 살짝 웃는다] (시은) 괜히 또 말 꺼냈다
[피영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언니, 진도 어디까지 나갔어?
무슨 진도 [휴대전화 벨 소리]
[휴대전화 벨 소리]
서 실장
서 부장
[시은과 피영의 웃음] (혜령) 아, 질투 나
(피영) 응
여보세요
[무거운 음악]
[어두운 효과음]
어떡해…
지금 지아 엄마랑 같이 있어
우리 안 가도 돼?
알았어요
(시은) 응 [통화 종료음]
[슬픈 음악]
무슨 일 생겼어요?
[차 문이 탁 닫힌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차 문이 탁 닫힌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어디 편찮으세요?
아니
몇 시?
일곱 시 반요
[동미가 방귀를 뿡 뀐다] [익살스러운 음악]
[문이 탁 닫힌다]
[문이 달칵 열린다]
(유신) 이거 먹어요
- 뭐? - (유신) 영양제
요새 기운 없어 보여서
[한숨]
(유신) 이런 거 잘 챙겨 먹어야 해요
(동미) 내가 기운 없어 보인다고?
나이가 있잖아요
나 몇 살로 보이는데?
50대 중반
알았어, 먹을게
[동미가 살짝 웃는다]
[약통을 탁 놓는다]
아침 거르지 말고
안 걸러
[동미가 요란스럽게 하품한다]
어제 너튜브 좀 늦게까지 봤더니
(아미) 죽은 사람만 불쌍해
송원 언니 간 지 얼마나 됐다고
(가빈) 그러게
세상 끝난 사람 같더니
언니, 우리 다 사람 잘못 본 걸까?
난 아니지, 내가 배신 때렸으니까
난 인제 남자 멀리할 거야
배우로서만 최선을 다하고
언니가 멀리한다고 돼?
남자들이 반해 오는데
[살짝 웃으며] 부질없어, 다
[휴대전화 벨 소리]
- (가빈) 부혜령 - (아미) 자랑질하려고 걸었나?
여보세요
(혜령) 저 부혜령이에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혜령) 오랜만이죠?
네
(혜령) 한번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으세요?
[의미심장한 음악] 뵙고도 싶고
부탁 말씀 드릴 것도 있고요
저한테요?
(혜령) 네
아, 언제요?
결혼식 다시 하기로 했거든요
남편이랑 재결합해요
네
남가빈 씨만 떠오르는 거예요
가수분들 많이 아실 텐데
알죠, 근데
남가빈 씨가 불러 주셨으면 좋겠어요
[머뭇거리는 숨소리]
부탁드려요
[무거운 효과음]
언니, 말 돼요?
지하에서 송원 언니가 통곡해
(가빈) 그러게
이상하게 '거절해야지' 하는데 말이 안 나와
지금이라도 전화해서 못 한다 해요
(가빈) 어떻게 그래
아! 정빈이 할머니 통해서
송원 언니랑 관계 밝히고 거절하면 되겠네
정빈이 생각해서라도 그냥 부를래
정빈이랑 무슨 상관? 축가랑?
정빈이 잘 키워 줬으면 하고
퍽이나 잘 키우겠어 인간성 바닥이
불러 주고
그 인연으로 한 번씩 드나들면서
정빈이한테 잘하나 보려고
[한숨 쉬며] 몰라
[통화 대기음] 좀 있다 할게, 전화 들어온다
[통화 종료음]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 아이… - (동미) 엄마야! [익살스러운 음악]
[동미의 놀란 숨소리]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문호) 젊게 좀 부탁혀요
- (실장) 네 - (문호) 응
(문호) 사진 잘 나와야지
(원장) 워낙 바탕 인물이 좋으셔서
(문호) 그려요?
형도 메이크업 좀 받으랬더니
원체 검은 얼굴이
바른다고 희어져?
(실장) 형제분인데 피부 톤이 다르신가 봐요?
골프장에서 살거든요
운영도 허지만 빠져서, 골프에
(실장) 선크림 꼼꼼히 바르면 되는데
남자들은 그게 쉽지가 않혀요
[부드러운 연주가 들린다]
[사람들의 박수]
♪ 나 다시 허락한다면 ♪
(가빈) ♪ 그댈 다시 볼 수 있다면 ♪
♪ 내 지난 기억 속에서 ♪
♪ 그 아픔 속에서 ♪
♪ 그댈 불러 ♪
♪ You're my destiny ♪
♪ 그댄 ♪
♪ You're my destiny ♪
(가빈) ♪ 그댄 ♪
♪ You're my everything ♪
♪ 그대만 보면서 ♪
♪ 이렇게 소리 없이 불러 봅니다 ♪
(가빈) ♪ You're the one my love ♪
♪ 그댄 ♪
(문호) [흐느끼며] 아가
한 번도 아가라고 못 불렀는디 [가빈이 노래한다]
눈도 못 감았네
(가빈) ♪ 그댄 ♪
♪ You're my delight of all ♪
♪ 그대는 영원한 ♪
♪ 나의 사랑이죠 ♪
(사현) 사랑이 어떤 건지
어떤 감정인지
인제 정확히 알겠어요
(가빈) ♪ 내 곁에 다가와 줘요 ♪
♪ 날 아직 사랑한다면 ♪
(가빈) ♪ 두 눈에 고인 눈물이 ♪
♪ 그대를 원하죠 ♪
(가빈) ♪ 사랑해요 ♪
♪ You're my destiny ♪
♪ 그댄 ♪
♪ You're my destiny ♪
♪ 그댄 ♪
♪ You're my everything ♪
♪ 변하지 않는 건 ♪
♪ 그대를 향한 나의 사랑입니다 ♪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코치) 드라이버 샷은 무엇보다 중요한 게
힘을 빼야 돼요
어드레스 자세에서부터 그립에 힘을 빼고
가볍게 백스윙한 다음
드라이버 헤드의 무게를 느낄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어깨를 회전시켜서 스윙해 보세요
늦게 시작해서인지 마음대로 안 되네요
말처럼 쉽지는 않죠
그래도 처음보다 정말 많이 좋아지셨어요
(코치) 저 믿고 찬찬히 따라오시면 금방 느실 거 같아요
(해륜) 듣기 좋으라고 하신 말씀인 줄 알면서도
실력이 늘어 있는 기분이에요
그럼 제가 말씀드린 대로 힘 빼고 스윙 다시 해 볼까요?
네, 힘 빼고
[헛기침]
[코치의 박수]
[골프공을 탕 친다]
[골프공을 탕 친다]
(문호) 아유, 욕봤다
낮엔 백일잔치
저녁엔 결혼식
(예정) 희한하게 정빈이가 울지도 않고
낯도 안 가리고
사교성 있는 거지
그래야 사회생활 잘혀
어쨌거나 다시 신혼인데
정빈이 데리고 대전 내려가 있을까?
당분간이라도
혜령이가 정빈이한테 흠뻑 빠졌는디
그러라고 하겄어?
그런가?
정빈이 아니었으믄 못 합쳤어
[웃음]
꼬맹이가 복 있으려고
공항들 도착했으려나?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동미) 어머…
안녕하세요
아유, 안녕하세요
연습하러 오셨어요?
네,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요 다 늦게
[엘리베이터 도착음]
- (해륜) 가시죠 - (동미) 아, 네
[해륜의 한숨] (동미) 아유, 뭐 늦어요?
남자들은 힘도 좋고 운동 신경도 있고 금방 하지
생각대로 안 되네요
필드 나가셨어요?
아직이요
최고 운동이에요
나이 들어서까지 할 수 있고
그래서요
주위에서들 많이 권하더라고요
[웃음]
[엘리베이터 도착음]
(해륜) 아, 주세요
(동미) 아유, 아유 [해륜의 힘주는 소리]
[동미가 살짝 웃는다]
[흥미로운 음악]
(동미) 아유, 감사해라 [트렁크가 탁 닫힌다]
저녁 드셨어도 다 소화되지 않았어요?
네
(동미) 나랑 야식 해요
공 쳤더니 다 소화되고 다리가 휘청거려
그럼 식당 닫을 시간이고
이자카야 같은 데 괜찮으세요?
여기 바로 1층에 있는데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해륜) 모둠 꼬치 하나 계란말이 하나요
(종업원) 네
(동미) 새롭네, 처음 와 봐요
저 술 한잔해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해륜) 여기요
(동미) 아유
[동미가 살짝 웃는다]
[술을 조르르 따르며] 나도 한잔하지, 뭐, 대리 부르고
네
[해륜이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동미가 술을 호로록 마신다]
사케는 그런대로 잘 넘어가요 부드러우니
네
몇 달 싱가포르 다녀왔어요
거기 친한 친구 살아서
(해륜) 네
얘기 들었는데 어떻게
결혼했어요?
잘 안됐어요
왜?
제가 어리석었죠 잠시 마음이 팔려서
쯧, 후회한들 소용없고
우람 엄마한테 용서 빌어요, 그럼
(해륜) 빌었죠
소용없어요?
네
한 번 갖고 안 돼
진정성 있게 진심으로 반성하면 마음 돌리지
재혼 앞두고 있어요
- 재혼? - (해륜) 네
박 교수님 아니고 우람 엄마가?
네
못 들으셨어요?
우리도 끝난 마당이라, 지아 엄마
(동미) 얼굴을 봐야 뭐, 이런저런 얘길 전해 듣지
누구랑 한대요?
괜찮은 남자 만난 모양이에요
어떻게 괜찮은?
노총각이요, 독신남
잘 물었네
[흥미로운 음악]
(동미) 애들은요? [해륜의 한숨]
안 좋아할걸? 엄마 재혼은 더
좋대요
[오리 울음 효과음]
[쓸쓸한 음악]
우리 애 좀 내려오라고 해요
(집사) 네
(서 회장) 동마 결혼하는 것도 못 보고
손주도 못 안아 보고
[힘겨운 한숨]
(집사) 샤워하세요
[한숨]
뭐, 안주 좀 내올까요?
[서 회장의 한숨]
물건들 정리 다 끝났어요?
[훌쩍인다]
아직이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동미) 그래서 어떻게 했는지 알아요?
(해륜) 저기
'이랬어요, 저랬어요' 불편해요
그럼 말 말라고?
제가 딱 여덟 살 아래예요
누님으로 부를게요
누님?
- 싫으세요? - (동미) 왜 싫어
누님도 아니야, 너무 젊으셔
(해륜) 완전 동안
그런 얘기 많이 들어
이름 부르세요, 누나
아이, 어떻게 이름을 불러
동생이라고 할게
그러시든가, 자
[잔을 탁 내려놓는다]
인제 말 편하게 할게요, 누나
그래, 같이 늙어 가는 처지에
누나 어디가 늙어?
스타일은 요즘 아가씨들보다도 더 좋구먼
[웃음]
(동미) 어디까지 했더라?
도우미 아주머니 그만두고
누나까지 머리가 쭈뼛 서는 게
아, 아! 그래서
지아네 집으로 옮기던 날
제사상 비슷하게 차려 놓고
'계세요?'
'계시면 와 앉으세요' 했어
그랬더니?
뭔가
싸한 게 섬뜩한 느낌이 드는 거야
아, 소름 돋으려 그래
아, 그만할게, 좋은 얘기도 아니고
오늘 내 얘기만 너무 했다
(해륜) 아니
누나 얘기 들으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
[웃음]
친구들이 내가 말을 맛있게 한대
오늘 저녁 모처럼 웃었네 누나 덕에
언제건 말벗 필요하면 전화해
혼자 우두커니 벽 보고 있지 말고
그래도 돼, 누나?
(동미) 그럼
근데 뭐 하는 남자야, 우람 엄마?
말하고 싶지도 않아
그래!
잘 사나 볼 거야
(동미) 그냥 축복해 줘, 남자답게
누나 모르는구나
남자가 더 질투 많아
먼저 원인을 제공했는데 어쩌겠어?
후회한들
버스는 떠났고
떠나려고 하지
멋지게 '사요나라' 해
(동미) 인연 끝난 거야
안녕, 사요나라, 바이바이
(해륜) 아휴
- (해륜) 기사님이세요? - (대리 기사) 아, 예 [해륜의 웃음]
- 우리 누나 안전하게 잘, 네 - (대리 기사) 아, 예, 알겠습니다 [휴대전화 벨 소리]
- (해륜) 아… - (동미) 응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해륜) 여보세요
아, 여기요 [차 문이 탁 닫힌다]
[통화 종료음]
(동미) 갈게 [자동차 시동음]
[발랄한 음악] (해륜) 다음에 내가 살게, 누나 잘 먹었어요
나도 [해륜의 웃음]
(해륜) 아…
머리를 잘랐네 뭔가가 달라졌다 했더니
(동마) 자꾸 술에 의존하지 마요 잠 안 와도
(서 회장) 자려고 마시나
사십구재 끝나면 [무거운 음악]
결혼해, 차례로
사람이 살았달 게 없어
그날그날
하루하루 의미 있고 행복하면 돼
왜 대답이 없어?
알았어요
(서 회장) 난 아직 실감 안 난다
안방에서
2층에서
내려올 것 같아
하루에도 몇 번씩
난 그렇다 쳐
널 두고 어떻게…
[입소리를 쩝 낸다]
[먹먹한 숨소리]
[혜령이 혀를 똑똑 튕긴다]
(혜령) [웃으며] 아이, 좋아
정빈아
언제 '엄마' 할 거야?
[혜령이 살짝 웃는다]
[차분한 음악]
(원) ♪ 잘 자라, 우리 아가 ♪
♪ 앞뜰과 뒷동산에 ♪
♪ 새들도 아가 양도 ♪
[새가 지저귄다]
[무거운 음악]
[차 문이 탁 닫힌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차 뭐 준비할까요?
(동마) 아메리카노요
앉아요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아버지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딸아이 있다고 들었는데
네
같이 올 줄 알았더니
어려운 자리라서요
(서 회장) 뭐 어려워
점심 준비하고 있어요?
(집사) 네
[뚜껑을 달그락 놓는다]
갑자기 일 당하고
경황이 없어요
[서 회장의 한숨]
어쨌든
산 사람은 계속 살아야 하니까
재 끝나는 대로 식들 올리라고 했어요
말씀 낮추세요
저 여러 가지로 기대에 못 미치는 거 압니다
완벽한 사람 있나
어제도 못 주무셨어요?
(서 회장) 그런대로
운동 뭐 하는 거 있어요?
라운딩 가끔씩 나가고
얼마 전부터 필라테스 시작했습니다
그게 좋다데
네
건강이 최고야
(피영)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그냥 뭐
한술 때 되면 뜨고
거를 때도 있고
좋아하시는 음식
면 종류 좋아하세요
면은 건강에 안 좋아서 해 드릴 수가 없고
그러게
애들 불량 식품 끌리는 거랑 똑같아
몸에 안 좋은 거 알면서
입맛 없으시면
차라리 천연 재료 아이스크림
조금씩 드시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아요
어쨌든 단백질이라
영양 면에선 괜찮거든요
(피영) 저희도 끼니 거르면 바로 에너지 떨어지는데
우리 있던가?
(서 회장) 통 군것질을 안 하고 살아서
[쓸쓸한 음악] 이 사람이 사 왔어요
젤라토 좀요, 아빠도 드신대요 [달그락거리는 소리]
네
바닐라, 피스타치오
망고, 녹차 중에서…
(서 회장) 알아서
제가 준비할게요
목은 축이고
지아!
(아미) [웃으며] 안녕
일요일인데 학원 가?
친구들이랑 도서관요
음…
- 엄마 계시지? - (지아) 아니요
아휴, 통화하고 올걸
아주머니는?
계세요
이거 입학 선물, 크기만 커
감사해요
가방이야
잘 쓸게요
올라가서 놓고 갈게
(지아) 네
(아미) 저기…
아빠가 보고 싶어 하셔
스키장 다녀온 후로 못 봤잖아
[잔잔한 음악]
시간 내기 힘들지?
요즘 좀 그래요
그럴 거야
잘 말씀드릴게
[지글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잔잔한 음악]
[달그락거리는 소리]
- 언니한테는 제가 문자할게요 - (도우미) 네
골프 가신 거죠?
아니요, 예비 시어른 댁에 인사요
예비 시어른 댁요?
[단추가 낑낑거린다]
(아미) 어머, 웬 개예요?
어유
[아미의 탄성]
- 이름이 뭐예요? - (도우미) 단추요
키우려고 분양받은 거예요?
선물받으셨나 봐요
아, 너무 예뻐
아, 친척분 뭐 예비 시어른 댁이요?
직접 여쭤보세요
[잔잔한 음악]
(서 회장) 시원하니 그런대로 넘어가
(피영) 에너지 금방 생겨요
[한숨]
어느 게 제일 입에 맞으세요?
(서 회장) 이거
(피영) 아, 피스타치오요?
피스타치오?
(피영) 네
피스타치오가 영양 면에서 아주 훌륭해요
콜레스테롤도 낮추고
의사 면허 있는 나보다
[그릇을 달그락 놓으며] 어떻게 더 잘 알아?
(피영) 동마 씨가
아버님 대단하신 분이라고
제가 듣기에도요
대단하긴
(서 회장) 저녁까지 먹고 가
네
네 형네도 불러
- 예비 형수님이랑요? - (서 회장) 응
[차분한 음악]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지아) 네
지아야
엄마 예비 시어른 댁 가셨다며?
언제 오셔?
(지아) 저녁 전엔 오신댔어요
응, 알았어, 들어가
(지아) 네
[휴대전화를 탁 닫는다]
(아미) 언니 설마 재혼?
[자동차 시동음]
혼기 찬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창나이겠다
근데 그새 누굴 만나서?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 (유신) 응 - 오빠
공 잘 맞아?
(유신) 그거 궁금해서 했어? 공 잘 맞나, 안 맞나?
저기…
- 아, 아니야, 이따 얘기해 - (유신) 응
[통화 종료음]
사실이면 오빠
지아한테 미안할 것도 없고
눈치 볼 것도 없고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지아가 단추 실장님 키우게 보내자고 그러더래
그렇게 좋아하면서
- 보면서 위안 삼으라고? - (시은) 응
어려도 마음 쓰는 게 기특해
뭐 안 사 가도 되나?
아버님 화초 안 좋아하셔?
그 집에 뭔 없겠어?
마지막으로 언제 갔었는데?
옛날에
주택에 살 때 한 번
그럼 여기는 처음인데
빈손으로 가기 그래
정말 필요한 거 아니면 안 사는 게 나아
(반) 낭비 싫어하셔
타운 하우스 이렇게 큰 거 있는지 몰랐어
그러니 얼마나 외로우실 거야 이 큰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 있다고 해도
(반) 상주는 안 한다고 들었어
근처 아파트 얻어 줘서 출퇴근들 하고
생김 보니까
마음도 단정할 것 같아
네
결혼하면 안식구 말 듣고
(동마) 응
속으로 흉봐
사십 줄에 '아빠'라고 하면
(서 회장) 특히 우람이랑 향기 앞에서
[문이 달칵 여닫힌다]
애들 예절 깍듯하더라
전화해 봐, 출발했나
출발했죠
제가 해 볼게요
[초인종이 울린다]
[인터폰 조작음]
[차분한 음악]
(동마) 형, 이 집 처음이지?
(반) 응
(동마) 앉으세요
(시은) 이거
혹시 드실까 해서 사 왔어요
군고구마인데
어, 오래됐네
소화 기능 안 좋으세요?
아니
잠은 좀 주무세요?
[한숨]
자다 깨다
힘내라는 얘기도 안 나온다
(피영) 맛있는 거 사 왔네
통 입맛 없으셔서 잘 못 드시나 봐
그러실 거 같아서
물김치 뜰까요?
여쭤보고요
(시은) 목메지 않으세요?
물김치 드릴까요?
난 고구마 맛으로 먹어
(피영) 저희 어렸을 때 집 벽난로 있어서
한 번씩 군고구마 해 먹었어요
(서 회장) 우리도 한남동 집엔 있어
모여서 다 같이 살 생각 없냐?
들어들 와서
[잔잔한 음악]
전 좋아요
저도요
[달그락거리는 소리]
[포크를 잘그랑 놓는다]
[컵을 탁 내려놓는다]
[한숨]
(여자) 선생님, 살펴 가세요 [도어 록 작동음]
네
[의미심장한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고조되는 음악]
[애절한 음악]
- 몸이 좀 이상해서 - (유신) 어디가?
매스껍고 어지럽기도 하고
(혜령) 갑자기 비빔밥이 먹고 싶은 거예요
아무려도 맞는 거 같아
식성도 바뀐 게
얘기해요, 차 돌리기 전에
김 대리, 지아네로
애 입장에서도 엄마가 젊고 쌩쌩하믄 좋지
(사현) 마마, 아침 대령했습니다
나 생일도 아닌데
고맙고 이쁘고 감사해서
(아미) 오빠, 빨리 와 어머니 이상하셔
(동마) 저는 사피영 씨와 결혼할 서동마라고 합니다
이 인연 뭐야?
(사현) 와… 보면 현실이 더 드라마야
- 게임 끝났네 - (혜령) 무슨 게임?
콜키퍼 들어와 있어도 아빠한테 전화 말라고
알았어
(시은) 지아야, 전화 꺼 놨어?
- (유신) 사실이야? 결혼한다는 거 - (피영) 응
누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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