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S3.4
[주제곡]
[무거운 음악]
(반) 어떻게 된 거야? [창희가 훌쩍인다]
문상하게?
요즘 세상에 아이 낳다가?
양수 색전증
양수 색전증?
(창희) 출산할 때 아무래도 살 터지고 찢어지잖아
상처 혈관으로 양수가 타고 올라가면 막히니까
어떻게 손써 볼 새가 없었대
(해륜) 살다 살다
효과 있대, 정말?
(시은) 고황에 병들었단 말 있잖아
여기가 고황 혈
(해륜) 뜨거울 거 아니야
(시은) 따끔하고 말아
쌀알 크기도 안 되는데 탈 거나 있어?
[해륜의 한숨]
[한숨]
(창희) 지인분 문상 오셨어요
[애잔한 음악]
(해륜) 아, 뜨거워, 아, 뜨거워 아, 뜨거워
(시은) [웃으며] 아유, 남자가
(해륜) 아이씨, 안 떠 뜸으로 무슨
오십견을 고친다고, 참
얘들아, 아빠 좀
(해륜) 아, 뜨겁, 아…
(향기) 빨리빨리, 아빠 엄마 말 들어서 잘못된 적 없어요 [해륜이 못마땅해한다]
맞아, 마누라가 있으니까 이런 것도 해 주지
- (해륜) 아, 뜨겁다고 - (시은) 아유 [향기의 웃음]
우람이 타라고 한다
(해륜) 잠깐만
[해륜의 한숨]
(해륜) 내가 복에 겨워서
(가빈) 아…
[차분한 음악]
- 안녕하세요 - (유신) 안녕하세요
그럼
동마도 왔어요?
좀 전에 헤어졌어요
(가빈) 아, 동마 씨 형님
(반) 전에 가빈 씨 공연장에서 봤죠?
사피영 PD
네
누구 문상 오신 거예요?
친한 사이는 아닌데
중국어 배우려고 만났던 분요
어머, 그럼 송원 언니요?
네
불 좀
[유신이 쟁반을 탁 놓는다]
[스위치 조작음]
[동미의 한숨]
[매혹적인 음악]
- 반찬 이게 다? - (유신) 그렇지, 뭐
밑반찬 더 찾아 봐?
됐어
우리 밑반찬 안 하잖아
바로바로 신선하게 해 먹지
(동미) 시어머니 종일 굶기고 어딜 기어간 거야?
친한 언니가 죽었대요
(동미) 친한 언니가 몇 살인데?
[유신이 의자를 툭 놓는다]
- 마흔둘? - (동미) 요절이네
[동미가 국을 후루룩 먹는다]
배 안 고파?
생각 없어
어제는 지아네서 잤다고?
(동미) 뭔 얘기들 했는데?
보자고 한 거야, 간 거야?
[한숨]
지아 괜찮나
취해서 추운데 오기 성가셔서 그냥 잤어요
방에서 같이 지아 어미랑?
아니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언니한테는 자세한 얘기는 안 했어요
언니라고 부르거든요
- 사피영 PD를요? - (아미) 네
부혜령 씨 기자 회견 때문에
다 알게 됐고요
(가빈) 프로 출연했을 땐 부혜령 괜찮은 성품인 줄 알았더니
(아미) 우린 부혜령이라고 불러요
인간성 완전 바닥이라
겪어 보지 않고 그렇게 폄하하지 말고요
기자 회견 내용 다 엉터리예요
완전 반대요
[무거운 음악] (가빈) 먼저 이혼해 주겠다고 하고
얻을 거 다 얻고서 그런 인터뷰 한 거예요
청담 빌라랑 위자료까지
시댁이 능력 되니까
원하는 대로 다 해 줬고
헤어질 때 허그까지 했대요 잘 살라면서, 부혜령이
- 그랬대? - (아미) 네
[가빈의 한숨]
(아미) 부혜령 얼굴 몇 개인지 모르시죠?
아기는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키우시겠지만
너무 가여워요
언니 눈도 못 감았다고
[한숨]
[떨리는 숨소리]
(아미) 저희가 바다 이모 노릇 할 거예요
엄마만은 못하겠지만
(예정) 말이라도 고마워요
(가빈) 두고 보시면 아세요
송원 언니랑 정말 각별하게 지냈어요
제주 친정 오빠 댁에도
다 같이 갔었고요
그랬어요?
우리 정빈이가
덜 외롭겄구먼
아기 이름 정빈이요? [차분한 음악]
네
판정빈…
(아미) 부혜령 다녀갔어요?
어젯밤 잠깐 얼굴 비쳤나 봐요
두 분은 못 보셨고요?
좋은 일도 아니니까
(아미) 좋은 일 아니니까 더 찾아봬야죠
[한숨]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혜령의 웃음]
그러게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돼
죄짓지 말고
(유신) 우선 이거 붙여 보고
내일 9시에 앰뷸런스 올 거니까
사진이랑 치웠어?
본인더러 치우라 해요
안 들어 먹어! 얼마나 오기가 센지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한숨]
[문이 탁 닫힌다] 들어오는구먼
- (아미) 오빠 - 여기!
(아미) 좀 어떠세요 차도 없으시죠? [문이 탁 닫힌다]
나가도 밥은 주고 나가야 할 거 아니야?
- 그 정도세요? - (동미) '그 정도예요?'
(동미) 입에 침이나 발라
(아미) 밥도 못 차려 드신다고요?
눈으로 못 봤어?
아플 땐 한두 끼 굶는 게 오히려 좋대요
내가 지금 속병 났어?
아버님께 향 올렸어?
- 아니 - (아미) 올려, 빨리
허리 풀리는 대로 절에서 제대로 지낼 거야
(아미) 일곱 번 사십구재 지냈어도
아버님 지금 떠도시잖아
근데 천도재 한 번 더 지낸다고
가실 길 가실 거 같아?
영가 붙들어 놓겠다고?
싫으세요, 어머니? [익살스러운 음악]
너무나 아직도 사랑하신다면서요
저 같으면 생큐겠어요
어른 말 좀 들어!
원장님 내 남편이었어 어디까지나!
요즘은요
젊은 사람 말에 귀 기울이는 게 더 영양가 있어요
참도 영양가 있어
영양가 있어서 내가 지금 이렇게 누워 있어!
오빤 누구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해?
(동미) 스님이라도 돼? 무당이야? 신내림받았어?
조상 모시는 집들 있잖아
아버님 떠나기 싫으신 거야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안 떠나시면 모시는 게 도리야
안 떠나신 건지 못 떠나신 건지 모르지만
결정해, 가장 아니야
(아미) 원래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거예요
[성난 숨소리]
어머니, 혹시 극장에서 그런 눈으로 아버님 보셨어요?
[한숨 쉬며] 멀쩡한 사람도 심장 마비 일으키겠어요
너무 무서워요
사람 열둘 잡겠어
(아미) 오빠가 못 봐서 그렇지
[의미심장한 음악] 어머님이 아버님 사진 확 치우려고 하는데
나가떨어지시는 거야
- 부정 못 하시죠? - (동미) 아니
뭐 아니에요? 내가 봤는데
- '내가'? - (아미) 제가요
오빠
지아를 생각해서라도
(아미) 이렇게 일단 모셔야 해
아버님께 반성하고
뭘 반성해, 뭘?
못 잊고 그리움에 밤마다 눈물 바람 한 게 죄야?
그럼 이 방에다 차려 드릴까요?
그게 좋겠어요
[익살스러운 음악] 나가
나가!
[새가 지저귄다]
다음엔 아기 같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안전띠를 달칵 채우며] 네
감사해요, 마음 써 주시고
몸조리
몸조리는 아니죠?
[웃으며] 태교요
연락드릴게요
(반) 네
[차분한 음악]
[차 문이 탁 닫힌다]
(반) 송원?
(창희) 응, 대학교 때부터 20년 넘게 봐 온 후배인데
너무 선하고 착해
동시통역사고
잘 가르쳐 줄 거야
(기자) 이런 질문 그렇지만 위자료 문제는…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그냥 그쪽에서 제시하고 주는 대로 받았어요
[혜령이 흐느낀다]
[휴대전화 진동음]
[문이 스르륵 열린다]
[흥미로운 음악]
[피영의 비명]
[피영이 흐느낀다]
[차분한 음악]
[한숨]
[동마의 한숨]
[변기 물이 솨 내려간다]
[쓸쓸한 음악] (가빈) 엄마 아빠
나 그런대로 잘 지내요
서동마랑 결혼도 앞두고 있고요
지켜보고 계세요?
지켜봐 주세요
[문이 드르륵 열린다]
서동마 님!
(동마) 네
[차분한 음악]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휴대전화 조작음] [따뜻한 음악]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잠 못 잔 거 아니야?
엊저녁 웬만큼 준비해 놨다가
3시간이면 충분해
5시에 일어났다는 얘기 아니야?
괜히 내가 아침 타령 해 가지고
원고 쓰는 게 힘들지 머리 쥐 나고
음식 하는 건 재밌어
스트레스도 풀리고
그럼 다행이지만
(시은) 어디로 가?
어디로 갈까?
오늘 다행히 날씨가 가을 같아
요 근처 공원 있어
추우면 우리 집 가려고 했더니
야외에서 먹는 게 맛있잖아
물 좋아해, 산 좋아해?
다 좋아해, 서 부장은?
바다보다는 계곡
산 더 좋아한다는 얘기네
이름 부르기 그러면
애칭 지어 주든가 [잔잔한 음악]
애칭?
[시은의 웃음]
(반) 오글거려? 적당한 별명이라도
(시은) 생각해 볼게
그런 거 본인이 더 잘 지으면서
우리 프로 애칭도
시은
(반) 어울려, 사람하고 이름하고
[시은이 살짝 웃는다]
나 이름에 '님' 자만 붙이면 되겠다
서반 님
[피식 웃는다]
보면 은근히 웃겨
여자들 재밌는 남자 좋아한다며
남자는 뭐 재밌는 여자 싫어?
(반) 싫어, 난
- (시은) 왜? - 재미보다 정감이 좋아
이시은처럼
[살짝 웃는다]
(시은) 뭐든 좋게 봐 줘
잠깐이라도 감고 가
음악 틀어 줘?
[아기들 울음소리가 들린다] (예정) 아가…
오늘 네 엄마 떠난다
아이고, 우리 새끼
[슬픈 음악] [예정이 훌쩍인다]
[사현이 울먹인다]
[아미가 흐느낀다]
[흐느낀다]
(사현) 우리 정빈이
최선을 다해서 키울게
안 떠났으면 좋겠어요
정빈이랑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흐느낀다]
[흐느낀다]
[훌쩍인다]
(시은)
엔지니어 부장님 생신?
[따뜻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반) 이걸 3시간 만에 했다고?
(시은) 응
국 좀 싱거울지 몰라
나도 짜게 안 먹어
드십시다, 잘 먹겠습니다
누가 보면…
(반) 소풍 나온 줄 알겠지
겨울 첫새벽에?
11월 이제 겨울도 아니야
완전 가을 날씨인데
(반) 오늘은
그러게, 바람 한 점 없이 따뜻하고
(시은) 하늘도 축하하나 봐
- 누굴? - (시은) 서반 님
[시은의 웃음]
(반) 아, 잠깐
항공 숏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초등학교 때 사진
먹고 보여 줄게
[카메라 셔터음]
[반이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약간 식었다
뜨거운 거 잘 못 먹어 이 정도가 딱이지
안 싱겁고 좋은데?
훨씬 맛있다
우리 아주머니가 끓인 것보다
오늘도 끓여 놓으신 거 아니야?
생일은 모르고
그냥 끓일 때 있잖아, 미역국
어떻게 생일을 몰라? 오래됐다면서
내가 말 안 하니까
예상대로야
- 무슨? - (반) 음식 잘할 거 같았거든
(반) 맛있어도 그냥 맛있는 게 아니라 감칠맛
정성이 느껴지는 맛
소찬에 과찬
진수성찬
[아미가 흐느낀다]
[슬픈 음악]
언니…
[흐느낀다]
[사람들이 흐느낀다]
[사현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카메라 셔터음]
[휴대전화 벨 소리]
- 네 - (유 과장) 저 유 과장입니다
(반) 응
(유 과장) 댁에 왔는데 안 계셔서요
나와 있어요
서 실장이 뭐 시켰나?
(유 과장) 네, 직접 전해 드리라고
씁, 어디 계신지… 바로 가겠습니다
(반) 좀 멀어요
(유 과장) 지금 어디든 일이십 분입니다, 강남이면
남극 [익살스러운 음악]
- 남극이요? - (반) 응
남극 식당인가요?
(반) 오로라 보러
아…
얼른 와요, 기다릴게
- 죄송한데요 - (반) 못 온다고?
실장님이 꼭 당부하셔서요 직접 전해 드리라고
차 선물도 아닐 텐데, 뭘 직접
전 실장님 지시 따라야 하거든요
(시은) 짓궂은 면도 있어
[시은이 살짝 웃는다] (반) 어머니 돌아가시고
처음으로 제대로 잘 먹은 생일 밥
새어머니가 한 번도?
이시은 같으면
그 손에 생일 밥 얻어먹고 싶어?
(반) 아버지 탓이긴 하지만
나한테 잘하려는 마음은 알아
근데?
불편해
(반) 자연스러운 게 좋아, 난
우리 얼마나 자연스러워
거의 반평생을
서른한 살 때부터 쭉 봐 왔고
나는 모르고 서 부장 혼자만
(시은) 복도에서 오다가다
이번에 한 팀 됐을 때 어땠어?
좋았지
한 가지 좀…
(반) 캐비어를 주려고 해도 자기한테만 줄 수 없잖아
그럼 그래서 몇십 개씩?
어머 [잔잔한 음악]
호텔 조식권, 공연 티켓 그런 것도 다?
어쨌든 내 마음은 좋았어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와
뭐 해 줄까? 말만 해
강릉
강릉 가자고?
응, 지금
[난처한 숨소리]
오늘은 좀…
영동 뚫려서 얼마 안 걸려
4시 전엔 충분히 올 수 있고
애들한테 아침만 먹고 들어간다고 했어
다 같이 가면?
애들도 좋아할걸?
나중에
[반의 한숨]
우람이랑 야구하고 싶다
피칭 연습
그것도 나중에?
지아도 끼어 달라고 했잖아
(시은) 커피 내려 마셔?
동생 오면, 입이 워낙 고급이라
고급, 저급을 떠나서
향이 확실히 다르니까
행복에 대해서 한 번씩 생각해?
사람은 누구나 불행 원하고 바라는 사람 없으니까
(반) 지금 참 좋다
[부드러운 음악] 행복하다
느껴져
[살짝 웃는다]
(시은) 이런 데 나와서 아침 먹는 거 처음이야
나도 좋아
참, 사진
[반이 휴대전화를 탁 집어 든다]
어머
(반) 지금 이미지 있어?
거의
몇 살 때?
(시은) 5학년 때 건?
그때 사진은 없어
어머니가 안 찍어 주셨나 봐
항시 우울로 사셔서
아들 사진 찍어 주실 여유 없으셨지, 뭐
- 찍어 - (시은) 아유, 지금 엉망이야
- (반) 이걸 직접 전해 주라고? - (유 과장) 네
알았어요, 무거웠겠네
주차장이 가까워서요, 그럼
(시은) 네
형제가 다 손이 커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동마) 응
(유 과장) 방금 전해 드렸습니다
누구랑 계셔?
(유 과장) 어떤 여자분이요
20대? 30대?
(유 과장) 어… 한 사오십 대로 보이셨습니다
형 말고 상대 여자
네, 상대 여자분이요
- 농담해? - (유 과장) 아닙니다
둘이서 얘기하고 있어? 산책하고 있어?
(유 과장) 커피 드시고요
한강 공원에서?
네, 타 오신 커피
디자이너 뭐, 그런 분위기…
화려해, 여자분?
아니요
- 그럼? - (유 과장) 수수하셨습니다
[통화 종료음]
[흥미로운 음악]
(동마) 뭐야? 설마
평범한 아줌마를?
(지아) 우람이는 자기네 엄마 같은 여자랑 결혼할 거래
(피영) 열두 번 변해 [피영의 힘주는 숨소리]
(지아) 난 안 변해
나도 아빠 같은 남자랑 결혼할 거라고 했어
[잔잔한 음악]
완전 사자 발톱이다
키는 손발톱만큼 안 자라는 거 같아
- 왜? - (피영) 엄마
외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엄청 슬퍼했잖아
근데 이렇게 잘 지내고 있어
많이 노력했으니까
맞아
노력하면 그 어떤 것도 이기고 감당할 수 있는데
쉽지는 않아
쉽지 않지, 당장 공부도
공부는 오히려 쉬운 거야
(지아) 그래?
(피영) 그냥 머릿속에 집어넣으면 되니까
그리고 공부 좀 못한다고 인생 실패하는 거 아니고
공부 잘한다고 인생 성공하는 것도 아니야
진정한 성공이 뭐라고 생각해?
책을 덜 읽었나?
적당한 답이 안 떠올라
그냥 네 생각
(피영) 엄마는
내 자신을 이기는 게 제일 힘들고
- 아직도 잘 안돼 - (지아) 엄마 겸손
정말
엄마 자신 어떤 거?
우선 다른 사람 허물을
봐주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싶은데
힘들어
내 허물 많아?
우리 딸 정도면 에이 플이고
[웃음] (피영) 한 가지
엄마 아빠가
좀 기대에 못 미치고 부족해도
상처 안 받고 잘 컸으면 좋겠고
우린 우리고 넌 너니까
바람이 휘몰아치고 천둥 벼락이 쳐도
너는 너의 길을 가는 거야
그건 아니지
가족이 우선이지, 성공보다
그게 애매한 게
엄마가 자식 키우기 힘들다고 널 버렸어
그럼 어떡할 거야?
평생 울고 슬퍼만 할 거야?
울고 슬퍼한다고 엄마가 돌아오면 울어도 되는데
엄마 안 돌아오거든
그런 얘길 왜 해?
예를 들어서
상황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피영) 엄마 떠났어, 버려졌어
그때 절망으로 주저앉아 못 일어나는 사람보다
떨치고
일어나서 씩씩하게 가는 사람이 돼야 하잖아
그렇지
근데 말처럼 쉽지 않으니까
그래서 진정한 의미에서 성공이 어려운 거야
쉬우면?
소도 개도 너 나 할 거 없이 다 성공하게?
무슨 뜻인지 알겠어?
이름 날리고 돈 많이 버는 게 진정한 성공 아니야
[염소 울음 벨 소리가 들린다]
(지아) 아빠 전화
[문이 탁 닫힌다]
[잔잔한 음악]
(피영) 언제까지 말 안 할 순 없어
오늘 우리 딸이랑 시간 보내고 싶어서
(지아) 뭐 하고? 이 몸 바쁜데
바빠도
아빠 노릇 할 영광 좀 주셔
[웃음]
(지아) 음…
- 서점 간 지 오래됐어, 아빠 - (유신) 응
엄마는 이따 일 있대
(유신) 응
(시은) 저기, 내 차 옆에다
(반) 내가 열어 줄게
(시은) 됐어 [시은이 안전띠를 달칵 푼다]
(반) 뭐가 돼?
(시은) 우리 친구야
[자동차 알림음]
(시은) 내 차에 실어 줘
애들한테 일일이 설명하기 그래
케이크도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반) 내가 올려다 줄게 현관 앞까지라도
일단 실으세요
애들 내려오라면 좋다고 내려와
(반) 박우람!
- (시은) 아이… - 박향…
(시은) 아휴
짓궂어, 정말
실어
[잔잔한 음악]
[차 문이 탁 닫힌다]
(시은) 축하해
무슨 꽃이야?
처음 봐
모란
목단이라는 이름도 있고
- 꽃말 모르지? - (반) 뭔데?
'왕자의 품격'
품격 있는 남자가 받아야 할 꽃
(시은) 요리도 아닌 음식 맛있게 먹어 줘서 고맙고
맞아
오늘 먹은 건 요리 아니야
마음이지
나에 대한 이시은 마음
- 아니야? - (시은) 가
(시은) 내가 좋아하는 꽃이기도 해
냉동해서 케이크 줄게 나중에 조금이라도 맛보고
동생분한테 미안하다
특별히 맞춰서 보낸 거 엉뚱한 우리가
가라고?
내려?
아니 [옅은 웃음]
집으로 가? 아니면 딴 데?
시키는 대로
집으로
저녁에는 어디 후원하러 가야 돼
생일날 의미 있지
(반) 끝나고 문자할게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자동차 시동음]
[우람의 탄성]
(향기) 이렇게 큰 케이크 처음 봐
(우람) 고급져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기림) 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무거운 음악]
[코웃음]
[분위기 있는 음악]
[휴대전화 벨 소리]
네, 그렇지 않아도
어디로 가면 돼요?
(피영) 5시에 제가 도착해서 전화할게요
아니요, 장소 찍어 주시면…
(피영) 주최 측에 제 차량 번호 알렸어요
[자동차 경적이 새어 나온다] 네
잠시 후 봬요
드레스 코드 있어요?
아니요
네
[이어폰 조작음]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혜령) 그렇지 않아도 전화드리려던 참이었어요
[잔잔한 음악] 몸 안 좋은가 봐
(혜령) 5시에 저희 매니저가 전화할 거예요, 가서
타고 오세요
입원했어?
(혜령) 아니요
운전해 가면 돼
(혜령) 그러실래요?
저희 집 내비가 헷갈릴 때 있거든요
잘못하면 아래 블록으로 빠져요
빌라 이름 알면 찾아갈 수 있어
밑반찬 몇 가지 갖다줄게
(혜령) 저 집에서 거의 안 먹잖아요
(동미) 굿을 해서 떠나보내? [의미심장한 음악]
아니야
잘못하면 무당한테 씌어 가지고 다 까발릴 수 있지
[익살스러운 음악]
천도재 백 번이라도 지낼 거니까
(기림) 나 혼자는 안 떠나
못 떠나
[동미의 힘주는 숨소리] [못마땅한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동미의 아파하는 신음]
[놀란 숨소리]
(동미) 영감탱이 아주 터 잡고 눌러앉은 거 아니야?
[한숨]
[차 문이 탁 닫힌다]
(피영) 일요일 쉬셔야 하는데
(반) PD님이야말로
[안전띠를 달칵 채우며] 좋은 일 하시느라
[자동차 시동음]
(피영) 점심 뭐 드셨어요?
(반) 안 먹었어요
왜요? 시장하시겠다
아침 잘 먹어서 괜찮아요
(피영) 하긴, 생일 밥 드셨겠지
(반) 멀어요?
(피영) 아니요
주말 저녁인데 안 막히네요
토요일이 막히죠, 결혼식들 때문에
금방 가겠어요
기아 어린이 돕기, 그런 행사예요?
자세한 설명은 저도 못 들었어요
[전자레인지 조작음]
[한숨] [전자레인지 작동음]
(해륜) 우람 엄마
누구보다 맘 여리고 인정 많고
진심으로 용서 구하면 받아 줄 거야
입만 돌아오면 돼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반이?
바니
[피식 웃는다]
바니
(시은) 인생 새옹지마라더니 박해륜 덕에
[살짝 웃는다]
미워하지 말아야지
[전자레인지 알림음] [해륜의 한숨]
(해륜) 아, 뜨거워! 씁
아, 뜨거워, 씁
[해륜의 아파하는 신음]
[아파한다]
[힘겨운 숨소리]
[수전을 툭 잠근다]
[쓸쓸한 음악]
[한숨]
[스위치 조작음]
(가빈) 아휴, 좀 썰렁하지?
(아미) 아니요
(가빈) 썰렁한데
(아미) 언니 몸살기 있는 거 아니에요?
[아미의 한숨]
어제 수억 쓰셨겠네
(가빈) 서 실장이
언니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게 틀림없어요
자기도 결혼 시간문제 아니야?
딸 때문에 오빠 쉽게 마음을 못 먹어요
시간이 흐르면 다 해결돼
(가빈) 자고 가
도착했는데
(혜령) 일단 1층으로 올라오세요
(시은) 응
[통화 종료음]
"수 빌라"
[흥미로운 음악]
아픈 거 아니었어?
(혜령) 네
(시은) 근데?
뭐야?
[반짝이는 효과음]
[시은의 놀란 숨소리]
(시은) 자기 생일 아니잖아
아니죠
그럼 무슨 날인데?
우리뿐이야?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피영) 주차장
(혜령)
다 되셨죠?
(직원1) 네
[엘리베이터 버튼음]
여기 빌라잖아요
- (피영) 네 - 개인이 하는 모금 행사예요?
올라가 보면 알겠죠 저도 초대받아서
[엘리베이터 도착음]
[폭죽이 펑 터진다] [스위치 조작음]
[반짝이는 효과음] [부드러운 음악]
(혜령) 서프라이즈
[혜령의 웃음]
(피영) 혜령 씨가 생신이라고
언니도 모르고 왔지?
어 [멋쩍은 웃음]
- 어떻게 알았어요? - (혜령) 느낌에요
[웃음]
신기 생겼대요
(피영) 와…
하루 종일 준비했겠어
사람 부른 거지?
네
(혜령) 초 개수 맞나요?
빼거나 더 꽂아야 해요?
(반) 맞아요
(혜령) 그동안 저희한테 잘해 주셨잖아요, 너무나
그래서 준비했어요
나만 빼고
나도 전화받고 알았어
(반) 뭘 잘해 줘요, 그냥
(혜령) 프로 해 봤지만 부장님 같은 분 없으세요
요즘 남자들 얼마나 쪼잔한데요
- 맞아요 - (혜령) 자, 끄세요
- 소원 있으시죠? - (피영) 불
[스위치 조작음]
"생일 축하합니다"
[차분한 음악]
(혜령) 부장님과 결혼하게 해 주세요
[반이 입바람을 후 분다]
[스위치 조작음] (혜령) 무슨 소원 비셨을까? 궁금해
- 빌긴 비셨어요? - (반) 네
(피영) 소원도 특이하실 거 같아
- 평범한 소원이요 - (피영) 평범이 어려운 거예요
[살짝 웃는다]
(혜령) 시장하실 텐데
어서들 드세요
(피영) 꼼꼼히도 준비하셨어
제가 뭐든 하면 제대로 하잖아요
(피영) [놀라며] 아유 샴페인도 등 띠용 [직원2가 술을 조르르 따른다]
먼저 셀레브레이션 해야지?
(혜령) 축하드려요
(피영)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피영) 언니는 왜 조용해?
웅변에 약하잖아
덕담이에요, 웅변 아니고
대신할게요
(반) 모두 행복합시다
- (피영) 네 - (혜령) 행복해요
- 차 갖고 왔어요? - (시은) 네
후원회 참석으로 알고 왔어요 누구 각본이에요?
(피영) 시키는 대로 했어요
원래 생일 턱은 본인이 내는 건데
1년 동안 차고 넘치게 내셨어요 저희한테
(혜령) 제 생일 물어봐 주셔야죠
(피영) 아유, 배고파
시장하시죠?
[문호의 한숨]
(문호) 남자한테 제일 마지막이
상처인디…
아무 생각 말고 들어가 눈 붙여
어떻게 아무 생각이 안 들어?
당신은 좀…
[분위기 있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시은) 나한테도 귀띔 좀 해 주지
나만 이렇게 대강
(반) 나도 대강 입었어요
드레스 코드 없다고 해서
부장님은 뭘 입어도 멋있으시고요
한 팀이구먼
언니 순진해서 연기 못하잖아
얼굴에 다 나타나고
기분 언짢으시지 않죠?
나쁠 리가요
서프라이즈는 언제나 옳아
특별 대접 받으시는 거예요
우리한테는 한 번도 이런 서프라이즈 없었어요
신경 쓸게요, 앞으로
(피영) 음식 맛있다 어디야? 번호 알려 줘
(혜령) 네
선물요, 약소해요
(반) 아유
이런 거 잘 안 해 봐서
제가 해 드릴게요
(피영) 저도
향 마음에 안 드시면 바꾸세요 교환증 있어요
나한테서 안 좋은 냄새 나는 건 아니죠?
(피영) 아니죠
여자들 안 좋은 냄새 나서 향수 뿌려요?
(반) 오늘 너무 이렇게 받아도 되나 모르겠어요
(혜령) 정이죠
[분위기 있는 음악]
(반) 지금 더우니까 나중에요
배워 가셔야 하시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피영) 인터넷에 다 있어
잘 어울리시겠네
이런 것도 목 짧은 남자는 못 해
(반) 감사해요 오늘 너무 거하게, 아침부터
- 미역국 드셨어요? - (반) 네
(혜령) 직접 끓여 드시지는 않았을 거고
아주머니가요?
아주머니가 생일날 미역국 끓여 준 적은 없어요
[피영이 놀란다] - (혜령) 한 번도요? - (반) 네
좀 아니다
오래되셨다면서요
(반) 우리 아주머니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안 챙겨서 좋아요
(혜령) 우리 그럼 오늘…
- 아, 실수한 건가? - (피영) 그러게 말이야
(반) 감사하죠
지금이라도 동생분 부르시면 안 돼요?
아, 맞아
[흥미로운 음악]
(반) 동생이에요
어머
- 안녕하세요 - (혜령) 어머
그럼 그래서 알은척하신 거예요?
[피식 웃는다]
지금이라도 동생분 부르시면 안 돼요?
- 아, 맞아 - (반) 바빠요
(반)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 거의 한 팀, 패밀리잖아요
(피영) 그렇죠
친구 됐어요, 작가님이랑
맞아, 두 분 동갑이시고
(반) 나이 상관없이
잘 통하는 친구요
저희랑은 안 통해요?
나만 그런 거 아니지?
(반) 이시은
시은아
[당황한 숨소리]
보니까 어렸을 때 같은 학원 다녔어
- 정말요? - (반) 네
우리 오늘로 공식 커플 되자 [차분한 음악]
[옅은 웃음]
[놀란 숨소리]
잘 어울리세요, 두 분
[불편한 숨소리]
축하드려요
(혜령) 근데 어쩜 그렇게
[한숨]
작가님 대단하시다
(반) 대리 부를게, 가다 내려 줘
(시은) 응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반) 여보세요
여기 청담 수 빌라예요
[흥미로운 음악]
몇 분요?
네
[통화 종료음]
대리 불러야죠
(피영) 네
[혜령의 분한 숨소리]
- (시은) 내일 봐 - (피영) 네
(반) 일간 생일 턱 낼게요
[코웃음] [차 문이 탁 열린다]
기사님 기다려요
[차 문이 탁 닫힌다]
[자동차 시동음]
[차 문이 탁 닫힌다]
[씩씩거린다]
(반) 골든파크 말고 트루하 아파트로요
(대리 기사) 네
- 택시 타고 가게? - (반) 응
천천히 얘기하지
분위기랑 타이밍 좋았잖아
분위기는 그냥 그랬고
늦게들 알면 오히려 기분 나빠할 수 있어
과장되게 받아들였을까 봐
[잔잔한 음악]
[한숨]
[달그락거리는 소리]
[한숨]
(혜령) 수고하셨어요
(직원1) 네
(반) 나만 그래?
아무 말 안 하고 있어도
불편하지가 않아
- (반) 거스름 됐어요 - (대리 기사) 감사합니다
[반의 한숨]
- 택시 불러 - (반) 들어가
밤 되니까 춥다
알았어
(시은) 내가 들어가야 빨리 가지?
그건 아니고
(반) 이 작가님
잘한 거죠, 오늘?
(시은) 네
칭찬이 약하다
[잔잔한 음악]
칭찬 좀 자주 해 줘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쓸쓸한 음악]
[숨을 들이켠다]
[울먹인다]
[피식 웃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어, 혜령 씨
(혜령) 씻으세요?
아니
(혜령) 저 PD님 집 앞이에요
(피영) 운전하고 온 거 아니지?
(혜령) 택시요
[혜령의 한숨]
PD님도 어이없으시죠?
어떻게 그렇게 감쪽같이 속일 수 있어요?
(피영) 학원 같이 다녔다잖아
그 말 믿으라고요?
안 믿겨져요
작가님이나 부장님이나
거짓말하는 성격은 아니고
부장님보다도요, 작가님
(혜령) 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딱 작가님한테 해당되는 말이에요
나도 좀 놀라긴 했어
내가 뭐가 돼요?
(혜령) 아휴, 모양 빠져
부장님은 모르시니까
사귀겠다는 뜻이죠? 그러니까
공식 커플 되자는 게 그 뜻이지
(혜령) 하루, 이틀, 며칠 새
그렇게 진도 나갈 수 있어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작가님한테 이렇게 뒤통수 맞아요
그냥 축하해 줘
공식적으로는 축하하죠
근데
정말 기분 나빠요
세상살이가 그래
[부드러운 음악] 내 맘, 내 뜻대로 돼져?
결혼까지 가는 건 아니겠죠?
(피영) 모르지, 뭐, 사람 일
두 사람이 어울려요?
어울리고 안 어울리고를 떠나서
남녀 사이는 본인들만 아는 거니까
정말 헐이에요
[혜령의 짜증 섞인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피영) 왜?
- (지아) 안녕하세요 - (혜령) 응
미안
말소리에 깼지?
(지아) 아니요
그러니까 자기 전에 뭐 마시지 마 [문이 달칵 열린다]
[차분한 음악]
[초인종이 울린다]
[피곤한 숨소리]
번호도 못 눌러?
(반) 오늘은 또 누구랑?
술엔 장사 없어
형
[동마의 한숨]
- 아니야 - (반) 뭐?
아줌마 만난다며?
[동마의 한숨]
(동마) 아빠가 어제 들어갔더니
모시 고르다가 베 골랐대
가빈이
피 토하는 심정으로 할 수 없이 허락한다고
근데? 진지하게 정말 만나는 거야?
너한테 대답해야 돼?
동생 아니야, 내 형이고
좋은 친구야
친구야, 사귀는 사이야?
(반) 다 [동마의 헛웃음]
(동마) 아빠한테 보란 듯이
서 회장님이 흡족해할 만한 여자를 만나야지
보란 듯이
[무거운 음악] [동마의 한숨]
내 귀를 의심했어
유 비서 얘기 듣고
그래서 거기까지 기어코 찾아와서 준 줄 알았어
집에 놓고 가도 되는데
(동마) 형, 다시 생각해
정들기 전에 끝내
아빠가 뭐라 할 거야?
내가 그 양반
신경 쓰고 마음에 들게 살아야 돼?
[동마의 헛웃음]
형은 몰라
아빠가 형 얼마나 생각하는지
- 안 느껴져? - (반) 자든가, 가든가
회장님이 왜 일주일도 안 돼 백기 들었는데
[가슴을 툭툭 친다]
내 능력
(동마) 다른 건 몰라도 일 능력은 아빠도 인정하거든
됐어, 너라도
둘째 며느리도 마음에 안 들어
돌싱녀 아니야?
(동마) 아, 맞아? 어디 가?
커피
(향기) 안 자냐?
[우람의 한숨]
- 누나 말이 맞는 거 같아 - (향기) 뭐?
아이스케이크 하나 먹어도 되냐고
엄마 방 들어가는데
[따뜻한 음악]
엄마 그런 얼굴, 그런 표정 처음 봐
(향기) 완전 행복해 보이셔?
(우람) 응
그럼 된 거야
- 정말 부장님이랑 사귀나? - (향기) 메이비?
부장님은 엄마보다
부혜령 같은 누나한테 끌릴 거 같은데
- 엄마 복이야 - (우람) 누나는 좋아?
엄마 행복해지는데 싫어? 딸로서
(반) [컵을 툭 놓으며] 마시고 가
- 비명 소리 - (반) 비명 소리?
비명 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머릿속을 헤집어
공포 영화 봤어?
[동마의 힘겨운 숨소리]
자고 나면 없어지겠지
잠 청해 봐요
그러는 당신은?
사현이 좀 들여다볼까?
잠들었나, 어쩌나
(예정) 며칠 거의 못 잤으니까
젖엄마 못 구혀?
요즘 세상에 어디서 유모를 구해
병원에 부탁해 보든가
젖 나눠 줄 산모 있을지 몰러
공짜 젖 나눠 달라는 것도 아니고
멀쩡히 젖 나와도
우유 먹이는 세상이에요
내가 왜 이렇게 건강한디?
잔병치레 없이
다 모유 덕이여
빨믄 안 나올까?
[익살스러운 음악]
뭔 소리야?
당신 말이여, 빨믄 안 나오냐고
(문호) 옛날에 더러 할머니 젖 먹고 큰 애 있잖여
무식한 건지 머리가 어떻게 된 건지
무슨 머리가 어떻게 돼?
말라붙은 젖이 어떻게 나와?
젊은 할머니들 얘기지
당신 아직 젊어
몸풀었어, 내가?
늦둥이 낳은 할머니들 경우야
[한숨]
어미가 없으니까
(문호) 당장 젖부터 굶게 생겼어
[아기들 울음소리가 들린다]
- (예정) 내가 - (사현) 아니에요 [정빈의 울음]
불편해 그래
[사현이 정빈을 어른다]
(예정) 읏차
얼마나 편하고 불편한 걸 아는데
[잔잔한 음악] (문호) 맞아
(예정) 아가, 집에 가는 거야
(문호) 응
(예정) 지금 네 엄마 있으면
얼마나들 기쁘고 행복할 텐데
[무거운 음악]
[한숨]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살짝 웃는다]
[피영이 숨을 들이켠다]
(피영) 부장님께 들었지? 우리 박준호 씨로
(시은) 응
서 부장님 불편해서 바꿔 달라 했나?
아니래
그런 거 신경 쓸 성격도 아니고
(피영) 하긴 어제도 보니까
완전 깜놀, 쇼킹
언니 기분 어때? 잘해 주셔?
안녕하세요
(피영) 어 우리 엔지니어 바뀌었어
[무거운 음악]
(동미) 매미 말이 맞을 수도 있어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고
[문이 탁 닫힌다]
[의미심장한 음악]
[동미의 한숨]
(동미) 원장님
노엽고 섭섭하더라도 그만 푸세요
잘못했어요
[차분한 음악] 제 마음 느껴지시죠?
미쳤었나 봐요, 내가
잠시 헤까닥했었어요
(기림) 헤까닥 같은 수작 하고 있네
(동미) 어쩌겠어요
어차피 다시 살 수는 없잖아요
(기림) 나 혼자는 외로워, 못 가
몇십 년
저 원장님께
최선을 다해 살았어요
(기림) 겉으로만
(동미) 잘못했어요
죽을죄를 지었어요
(기림) 죽어
버선발로 맞아 줄게
(동미) 그렇지만
저 평생 남자라고는 원장님뿐이었어요
그러기가 쉬워요?
친구들이 저더러 천연기념물이라고 했고요
살아온 정을 생각해서
[훌쩍인다] 함께한 세월 거의 40년이에요
사모님 몰래 만난 것까지 치면
봐주세요
용서해 주세요
[흐느낀다]
[흐느낀다]
"SF전자"
(유 과장) 방금 전달받았습니다
[무거운 음악]
(도우미) 수영장 가셨어요, 방금
- 어머니 혼자서요? - (도우미) 네 [문이 탁 닫힌다]
수영이 허리에 무리 없다고
(도우미) 그리고 많이 나으셨어요
[흥얼거린다]
[통화 연결음]
(시은) 여보세요
나 강남 호텔 왔어, 수영하러
(시은) 어
수영 가르쳐 줄게
할 줄 알아
어쨌든, 안 올래?
사 PD랑 혜령 씨 기다려
- 야르보 카페? - (시은) 응
- 알았어 - (시은) 응
[이어폰 조작음]
[반의 한숨] [차분한 음악]
(동미) 엔지니어 부장 아니야?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동미) 어머, 나한테 꽂혔어
[애절한 음악]
(혜령) 저 김칫국 마시는 거 보면서 어떠셨어요?
대답할 필요를 못 느끼세요?
돌발 상황 같은 거야
저희 집이 바로 요 앞이에요
(반) 아주 좋은 와인이 있어요
혼자 마시기 아까운
다치셨어요? 마스크 벗으시면 안 돼요?
잘 안 들려요
(반) [잠긴 목소리로] 여보세요
(시은) 자던 목소리야 수영한다더니?
[술 취한 말투로] 내일은 맑은 정신으로 올게요
(혜령) 저 오면 저녁 주실 거예요?
(가빈) 이때가 더 무서워
(동마) 무서우면 소리 질러
편하고 제가 친절했을 텐데
충분히 친절했어요
- 가만있어 봐 - (혜령) 왜요?
- (피영) 네 - (동마) 저 서동마라고 합니다
(동마) 서반 엔지니어 동생이요
제가 드릴 말씀이 있어서 방송사 왔거든요
(피영) 안녕하세요
(사회자) 신랑 신부 동시 입장 하겠습니다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성] 하객 여러분, 뜨거운 박수로 맞아 주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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