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S3.7
[주제곡]
[도어 록 작동음] [무거운 음악]
[시은의 한숨]
단지 와서 애한테 그 얼굴 보여야 했어?
(해륜) 우람이 보고 싶은 마음에
마스크 벗어, 잘 안 들려
향기는? 언제부터 그렇게 눈에 밟히고 보고 싶었는데?
우람이는 아직 어리고 막내 아니야
아버지야, 박해륜은, 애들한테
알리지 말래 놓고 와서 눈에 뜨이는 건 뭐야?
그냥 보고만 가려고 했지
떡하니 차 대고서?
아파트 현관 앞에 보란 듯이?
(시은) 남자애라도 속 깊은데
그 얼굴 보고 어떻겠어?
하여튼 본인 생각밖에 못 해
(해륜) 잘 얘기했어 치료받으면 낫는다고
잘 얘기해서 애가 눈물 바람 해?
[한숨]
미안해
(해륜) 거짓말 아니고
둘러대는 거 아니고
몸 이러니까 더 애들 생각 나
맘도 약해지고
(시은) 그러니 용기 주고 위로해 줘야겠네
다 잊었나 봐
난 아직도 눈에, 귀에 마음에 선명하구먼
후회한들
[한숨]
된장?
(시은) 설거지 안 하고 살아?
[한숨]
몰아서
저거
- (해륜) 가져가 - 뭔데?
당신 추위 타잖아
뭔데?
(해륜) 홈 쇼핑에서 주문했는데 좋아 보이길래
안 가져가?
반품해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부드러운 음악]
[엘리베이터 도착음]
어, 깜짝…
(반) 왜요?
[발랄한 음악]
[엘리베이터 버튼음]
아니, 그냥…
딴생각하다
박준호 씨 사람 괜찮죠?
네
[엘리베이터 도착음]
- 수고하세요 - (반) 네
[한숨]
[휴대전화 벨 소리]
네, 국장님
(정 국장) 잠깐 좀 봅시다
그동안 프로그램 제작하느라 수고 많았어
(정 국장) 덕분에 청취율도 좋고
이 프로 세 텀 했잖아?
네
좀 쉬는 거 어때? 편성 기획에 가서
프로 누가 맡고요?
(정 국장) 한경아 PD가 하고 싶어 해
제 의사는 중요하지 않아요, 국장님?
한 1년 쉬면서 참신한 거 기획하라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한숨]
완전 인심 쓰는 것처럼
(혜령) 프로그램 성공시켜 놓으면 가로채는 게
한경아 PD 특기예요
좀 그런 거 같아
'같아'가 아니라 그래요
(혜령) 안 된다고 하시죠, 싫다고
설득시키고 사정하기도 싫어
어제 출근하다 한 선배 만났는데
조언해 주는 척하면서 갈구는 거야
어디나 꼭 그런 사람 하나씩 있어
아니구나
부장님 동생이 이런 카페 올 리 없지
[익살스러운 음악]
봤어?
그저께요, 역삼 호텔 갔다가
(혜령) 작가님도 만난 적 있으세요
전에 우리 와인 마실 때요 계산해 주고 간
- 그 깔끔하게 생긴? - (혜령) 네
역삼 호텔에서 부장님이랑 조식 먹고 있는 거예요
(시은) 얼굴은 잘 기억 안 나 이미지만
와인값 내줬다고?
처음엔 우리 테이블에 와인 한 병 보냈는데 거절했더니
우리 거 계산하고 갔더라고요
[혜령이 피식 웃는다]
- 호감 보인 거네 - (시은) 아니지
(시은) 난 몰라도 혜령 씨 아니까
형이랑 같은 프로 하는 거
그래서 보낸 거지
인제 말 된다
- 명함도 안 주고? - (혜령) 나중에 받았어요
(혜령) 헤어 숍에서 우연히 또 만났거든요
그랬어?
술값 갚을 겸 저녁 먹었고요
- 사래? - (혜령) 아니요
그냥 자연스럽게요
(혜령) 제가 계산했어요
근데도 몰랐어? 말 안 해?
네
그저께 서 부장님이랑 조식 먹는 거 보고 깜놀했어요
왜 얘기 안 했나 물어보지 부장님 동생인 거
(혜령) 그럴 분위기 아니었어요
부장님 친구분 돌아가셨다는 연락 받고 바로 가셨고
절친이 죽어 가지고
성격 어떤 거 같아?
부장님하고는 달라요
좀 더 완벽주의자?
(혜령) 까칠한 거 같기도 하고 자신감 뿜뿜
[혜령이 풋 웃는다]
- 왜? - (혜령) 엉뚱한 상상이 돼서요
내가 동생분이랑 진도 나갔으면 어쩔 뻔했어요
(혜령) 웬만한 여자 같았으면 그러고도 남았을 거야
딱 보니 재벌 2세겠다 인물, 체격 수준급에
매너가 싸가지도 아니고
그랬으면 지금 얼마나 웃기는 상황이에요?
[혜령이 피식 웃는다] (시은) 그러게
- (혜령) 참, PD님 - (피영) 응
누구 안 만나 보실래요?
(혜령) 절친 사촌 큰오빠인데 돌싱이에요
중3 아들은 여자 쪽에서 키우고
외교부 국장요
외무 고시 패스했겠네
집안도 좋아요
- 몇 살? - (피영) 아, 됐어
만나는 보세요
요즘 능력 있으면요
쉰 넘은 남자들도 다 30대 찾아요
(혜령) 혼자 사실 거 아니면요
혜령 씨도 재혼 생각 있어?
잊으셨어요?
부장님 찜했던 거
(피영) 다른 남자랑
[혜령의 한숨]
(문호) 뭐여, 굴?
랍스터요
난 랍스터 별로구먼
꽃게가 좋지
아니믄 박달 대게
(예정) 당신 자실 거 아니고
사현이도 나 닮아서
꽃게 좋아하잖여
(예정) 일단 냉장고에!
(도우미1) 네!
(문호) [작은 목소리로] 조용 얘기혀, 깨겄어
혜령이가 랍스터볶음 좋아해요
아…
오늘도 온다 했어?
(예정) 들를 때 됐어
우리 정빈이헌티
정든 거 같아
(문호) 그렇지?
[예정의 한숨] 한숨 쉴 거 없어
최선 아니믄 차선이라고
잘될 거여
쑹위안은 그냥 잠시 인연이었던 거고
사현이 안 만났으면
명대로 살았을 거구먼
어차피 닥치고 벌어진 일
받아들입시다
덕분에 정빈이 생겼고
을마나 귀한 핏덩이여
(향기) 박우람, 단감 [문이 탁 닫힌다]
[다가오는 발걸음]
(시은) 아빠 걱정하지 마
춥거나 과로하거나 스트레스받으면 그렇게 돼
전에 내 친구는
박사 논문 쓰다가 입 돌아갔어
- 정말 완전히 정상 돼요? - (시은) 응
[탁탁 칼질하며] 오늘도 아침에 들렀는데
처음에 비하면 많이 풀린 거야
(시은) 먹어
(향기) 제가 깎을게요
난 배불러
너희들 눈치챘을 거야
부장님 만나는 거
[포크를 잘그랑 놓는다]
네
(시은) 부장님이 결혼하재
(향기) 언제요?
(시은) 어차피 할 거면 빨리하자고
하셔야죠
- 엄마 생각은요? - (향기) 뭘 물어
같은 생각이시지
글쎄… 좀 그래요 [무거운 음악]
(향기) 뭐가 그래?
저도 부장님 좋은데
다른 문제잖아요
같은 문제지
그냥
아저씨, 형 같은 느낌으로 좋아하는 거랑
새아빠 되는 거랑 같아?
늙은 할아버지가 새아빠 되면 좋냐?
그냥 저희랑 이렇게 사시면 안 돼요?
- (향기) 야 - (시은) 알았어
엄마, 아, 우리가 엄마 옆에 평생 있는 것도 아니고
너 결혼 안 해?
- 고등학교만 가도 요즘 여친 챙겨 - (우람) 안 사귀어
노총각으로 홀아비로 평생 늙을 거 아니잖아
(향기) 우리 위해서 엄마가 새 인생 포기해야 돼?
포기 아니야
행복 포기해야 돼?
(향기) 부장님 같은 분 만나기 쉽지 않아
뭐라고 부를 건데?
아빠라고 부를 수 있어?
내 친구 아빠도 그냥 보면 삼촌 같아
스물두 살에 내 친구 낳아 가지고 일찍 결혼해서
(향기)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안 늙으셔서 그렇지 아빠랑 동갑이야
그렇죠, 엄마?
못 부를 이유 없어
초 치지 마, 아들이 돼 가지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다가오는 발걸음]
찾으시는 거 있습니까?
(반) 이게 몇 캐럿이죠?
2캐럿요
D컬러요, VVS1
5캐럿 없어요?
좀 시간 걸려요 뉴욕 본사에서 오려면
얼마나요? [휴대전화 진동음]
[따뜻한 음악]
그래서 정식으로 사귄 건 최근인데도
오래된 친구 같은 느낌이야
(시은) 전혀 서먹하지 않고 편하고
신기해
(향기) 그렇지?
축하드린다는 표현 괜찮죠?
- 넌 아니야? - (우람) 저도요
너희들한테는 좀 민망하기도 해
왜요, 엄마 하늘이 복 내려 주시는 거예요
부장님이 다 같이 밥 먹자고
당근 먹어야죠
완전 기대된다
[살짝 웃는다]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어떤 여자래요?
그새 다른 여자 생겼다고요?
아닐걸요
다른 여자 눈에 들어왔냐니까
눈 아니라 귀에 들어왔대요
(가빈) 거짓말은 안 하잖아요
너무 솔직해 탈이지
남 상처받거나 말거나
[한숨 쉬며] 면목이 없네요, 내가
잘 먹고
잘 지내요? [무거운 음악]
오늘 독일 지사 갔어요
- 아주요, 오래? - (반) 아니요
악연이다 싶어요
사랑이 아니라
내 동생이지만
참 뭐라 할 말이 없네요
(반) 이해 안 갈 때도 많고요 솔직히
자기는 나 이해 못 하겠지만
누굴 만나도 동마보단 나을 거예요
자식이 여자한텐
좀 모진 데가 있어요
[도어 록 작동음] [밝은 음악]
어디 건데 그렇게 이뻐?
제가 제일로 좋아하는 브랜드요
평상복으로 입어도 되겠다 안에 받쳐서
그렇게도 입어요
(피영) 굿 샷
[박수 소리]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반) 제수씨, 집사람이랑 자주 좀 필드 나가 주세요
폼은 아주버님이 제대로시죠
난 동서가 편해
제가 여기서 한동안 레슨도 받고 연습도 했더니
(피영) 많이 좋아졌어요
(시은) 그래? 그럼 나도 해 볼까?
몇 번만 받아 봐도 금방 늘 거야
(반) 그럼 되겠네요
제수씨가 이 사람 잘 케어해 주세요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지아) 엄마, 1킬로 쪘어
찐 거 아니야, 키 큰 거야
[차분한 음악]
[달그락거리는 소리]
(지아) 엄마 주스 좀 사다 놓으시면 안 돼?
안 돼, 당분이야
[조르르 따르는 소리]
[물병을 탁 놓는다]
천수를 누릴 거 같아, 나
- 엄마 덕에? - (지아) 왜 아니야?
건강하게 오래 살면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얼마나 좋아 [지아가 컵을 탁 놓는다]
할머니 되면 게임 실컷 해야지
먹고 싶은 것도 다 먹고
난 먹다가 죽고 싶어
[헛웃음] (지아) 정말
아이스크림, 주스, 과자, 초콜릿
[한숨 쉬며] 맛있는 게 너무 많아
(피영) 건강하면 그 이상 행복이 없어
암세포는 당분을 먹고 산다고 했지?
암세포도 맛있는 건 알아 가지고
(피영) 지아야
사람 마음은
변하는 게 정상일까 안 변하는 게 정상일까?
(지아) 음…
안 변해야지
안 변하면 대단한 거고
변하는 게 정상이야
(피영) 너도 절친 소율이랑 사소한 걸로 다투고
작년부터 안 보잖아
[지아의 한숨] 네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소율이가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닌데
어쨌든 그렇게 됐어
엄마 맘도 그래 [차분한 음악]
변했어
아빠에 대한 마음
아빠도 사람이니까
이런저런 잔실수들을 했는데
엄마는 그게 서운했고
풀어 보려 했지만
잘 안됐어
아빠가 무슨 실수?
사람은 완벽하지 않잖아
이해는 하면서도
이렇게 살다 보니까
적응됐다고 할까?
계속 여기서 그냥 있는 게 좋아
속상해?
좀, 봐줘야지, 아빠인데
뭐, 봐주고 벌 내리고 그런 걸 떠나서
(피영) 이렇게 떨어져 사는 게
오히려 낫다고
그러다가 아빠 입장에서 엄마보다
내 입장에서 아빠보다
더 마음 가는 사람 생기면
새로 인연 맺을 수도 있고
아빠랑 이혼했어? [잔잔한 음악]
실은 했어
미안해
네 의사 안 물어보고 결정해서
좀 이상하다 싶었어
너도 이다음에
아주 좋은 사람이랑 결혼해도
살다 보면 네가 상대방 실망시킬 수도 있고
남편이 너 실망시킬 수도 있어
(피영) 참고 살든지
쿨하게 헤어지든지
둘 중 하나야
사람은 살면서
참 많은 걸 겪고
결정하게 돼
쉽지 않은 결정들
엄마 아빠 이혼을 담담히 받아들이든
불평불만 한탄하든 네 판단이야
원망에서 안 끝내고
그 핑계로 공부 소홀히 해도 엄마는 어쩔 수 없고
네 인생 네가 사는 거니까
대신 살아 줄 수 없어
부모도 자식도 서로
대신 살아 줄 수 없어
잘 생각해서 결정해
인생은
마음대로 의지대로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어
엄마도 웨딩드레스 입고 식장 입장할 땐
평생 변함없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계획대로 안 된다고 불행한 것도 아니고
나 요즘 힘들어 보여? 디프레스되고
여러 갈랫길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사는 거야
결혼 않고 독신으로 사는 사람도 있고
우리 방송국엔
세 번째 결혼하고서야 행복하다는 PD도 있어
어느 게 옳고 어느 건 틀린 게 아니라
각자 인생이야
아빠가 많이 잘못했어?
생각하기 나름
(피영) 크게 잘못했다기보다
이해하고 봐 낼 수도 있는 문제인데
그냥
옛날처럼 물고 빨고
스킨십하기가 싫은 거?
내키지 않아
그러면서 한집 사는 건
서로가 불편하고 자연스럽지도 않고
지금 이대로가 좋아
[떨리는 숨소리]
크게 달라지는 거 없어
아빠 못 보는 것도 아니고
한 번씩 맛있는 거 먹으러도 다니고
한집에서
복닥거리고 살지만 않는 거야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숨]
크면 너도 이해돼
지금은 설명해도 정확히 와닿지 않고
드라마 같은 데서만 봤는데
(피영) 이 정도는 불행도 뭣도 아니야, 사실
엄마 어렸을 때
이모가 흥얼거리는 노래 들었거든?
'한 많은 미아리 고개'인가?
가사가 이래
정확지는 않아
♪ 화약 연기 앞을 가려 ♪
♪ 눈 못 뜨고 헤매일 때 ♪
♪ 당신은 ♪
♪ 철삿줄로 꽁꽁 꽁꽁 묶인 채로 ♪
♪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
♪ 맨발로 절며 절며 ♪
♪ 끌려가신 이 고개여 ♪
♪ 한 많은 ♪
♪ 미아리 고개 ♪
상상해 봐
[잔잔한 음악]
6.25 전쟁 때
남편이 철삿줄로 묶여서
북한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노래한 거
실제라면 어떻겠어?
그런 모습으로 헤어지고 영원히 만날 수 없다면
슬퍼, 무섭고
달라지지 않는 사실 앞에서
방황하고 괴로워할 필요 없어
그냥 의연히 받아들였으면 좋겠어
(피영) 엄마도 받아들였기 때문에
아빠랑 좋게 잘 지내는 거고
어차피 엄마랑 아빠는 남남이 만난 거고
친구끼리 삐지는 거랑 비슷해
처음엔 '좀 떨어져 지내면'
'풀리고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그래서 너한테 사실대로 얘기도 안 했고
근데 이 생활에 적응됐어
오히려 같이 살면
엄마가 한 번씩 바가지 긁을 거야
그럼 아빠도 자존심 있는데
기분 좋아?
이해했어
무슨 얘기인지, 의미인지
아빠도 인제 적응돼
(피영) 남자치고 잔소리, 바가지 좋아하는 사람 없으니까
할머니 계셔서
잘 케어해 주시고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한숨]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람들의 환호성]
[휴대전화 진동음]
[신나는 음악이 들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 어 - (지아) 여보세요?
- 안 들려? - (지아) 아빠, 어디야?
음악 소리 시끄러워
(유신) 어, 친구들이랑 어디 좀 왔어
클럽?
그 비슷한 데
- 알았어 - (유신) 왜?
아니, 그냥
(유신) 응
- 끊어 - (유신) 어
[유신의 한숨] [통화 종료음]
지아
- 그만 가자 - (아미) 추다가 말고?
몸 풀었으면 됐지
오빠는 풀렸어?
걱정 안 해도 되겠어
(시은) 생각보다 애들이 쉽게 받아들여
(반) 그럴 거라고 했잖아
설 전에 식 올리자
정말 그쪽 식구들 의견 안 중요해?
아버지 허락 받을 이유 없어
그래도, 내 입장에선
아버지가 내 동의 구하고 재혼하신 것도 아니고
동생하고는 각별하잖아
(시은) 보니까 부혜령이랑 본 적 있어
[따뜻한 음악]
(향기) 잘 어울린다, 두 분
(우람) 아빠는, 그럼?
아빠 뭐?
충격받으실 거 아니야
[향기의 한숨]
뿌린 대로 거두는 거지
(우람) 우린 아빠 없어도 됐지만
엄마 있으니까
아빠는 우리뿐이잖아, 인제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거야
(향기) 그리고 아무리 천륜이고 피를 나눴어도
아빠처럼 식구들 버리면 정떨어지는 게 당연한 거고
난 별로 정 안 떨어졌어
뭔 얘기가 하고 싶어서?
(우람) 누나는 맘 편해?
안 편할 건?
엄마만 생각해, 엄마 행복만
초 치지 말라니까
초 치는 거 아니고…
아니면 뭐야?
(향기)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
엄마 요즘 표정이랑 얼마나 밝으셔
생기도 넘치고
보는 우리도 좋고
아빠 상처받을까 봐
우린 상처 안 받았어?
우리가 먼저 받았어
(향기) 아빠 본인이 자처한 거고
후회할 거야, 아빠도
페이지는 넘어갔어
스스로 복을 찬 걸 어떡해
(향기) 엄마는 하늘이 복 내리는 거고
그러니까 너도 착하게 살아
쓸데없이 착한 거 말고 현명한 착함
[부드러운 음악] [딸랑거리는 소리]
"즐거운 휴일 되세요"
(한의사) 고생하셨어요
더 치료 안 받아도 될까요, 정말?
네
가끔 한 번씩 들러서 뜸이나 뜨시고요
감사합니다, 원장님
과로는 하지 마시고
(한의사) 정신적으로 안정 취하세요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입니다
네
[잔잔한 음악] [해륜의 한숨]
[살짝 웃는다]
[옅은 웃음]
저 옷 66 사이즈 있어요?
- 네 - (해륜) 주세요
- (점원) 선물하시게요? - 네, 집사람
[알람이 울린다]
[알람이 멈춘다]
[동마의 힘주는 소리]
[한숨]
[통화 연결음]
(피영) 여보세요
- 헬로 - (피영) 일어났어요?
일어나기 싫어요
- (피영) 컨디션 안 좋아요? - 그냥
내 옆에
지금 있었으면 좋겠어요
[부드러운 음악]
보고 싶어요, 매일매일
순간순간
(피영) 와요, 그럼, 일정 당겨서
[한숨 쉬며] 한 일주일 더 늦어질 거 같아요
(피영) 그럼 새해에 보겠네요 괜찮지, 뭐
괜찮다고? 취소해요
[피영의 웃음]
사표 언제 낼 건데요?
(피영) 10년쯤 후에
[피식 웃으며] 청개구리 [피영의 웃음]
나 힘 좀 나게 해 줘요
(피영) 어떻게?
(동마) 소리 한번 질러 줘요 최대한 크게
그럼 벌떡 일어날 거야
빨리 씻고 나가요
뭐 좀 먹고
끊으라고요? 끊자고?
- (피영) 응 - (동마) 싫거든?
끊을 거거든?
모질다
좋게 대해 줘요
더 이상 어떻게?
투정 같은 거 부리지 말고
다른 사람한텐 안 부려도 당신한텐 부릴 거야
(동마) 지금 내 옆에 있다면 뭐 해 줄 거예요?
- 먼저 뭐 해 줄 건데? - (동마) 사랑
[웃음]
(동마) 모든 의미의 사랑
난 아침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난 금강산도 애후경
사랑이 먼저, 우선
아침 얻어먹자고 결혼하자는 거 아니야
피영 씨
네
[독일어] 사랑해요
[한국어] 끊어요
[동마가 뽀뽀를 쪽 한다]
[웃음]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 조작음]
- (혜령) 누구랑 그렇게… - 아, 깜짝이야
왜 놀라세요? [피영의 당황한 숨소리]
- (피영) 아, 끝났어? - (혜령) 네
(피영) 지아
(혜령) 방학했죠?
(피영) 그럼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점원) 혹시 마음에 안 드시면 영수증 챙겨서…
[무거운 음악] (해륜) 네
[엘리베이터 도착음]
내가 맘대로 사야지 [차분한 음악]
있는 옷도 다 못 입고 있어
옷 욕심은 있나 봐
동생이 수시로 제 옷 사면서 같이 사 가지고 보내
목 안 말라?
(우람) 지아야
얘기 좀 할 수 있어? 빵 사 줄게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컵을 탁 놓는다]
하여튼 동생 복은 넘쳐
여친 당연히 있지?
[반의 한숨] (시은) 왜?
자식이 너무 끼가 많아 가지고
이 여자, 저 여자 해?
아니
오래 못 가니까
결혼할 줄 알았다가 상처들 받고
한때야
결혼 전에 상처 주는 게 낫지
하고서 배신 때리는 것보다
평생 저러고 살까 봐
어떤 타입 좋아하는데?
정해진 타입도 없어
부혜령 같은 타입은?
소개해 주자는 얘기 아니고
썸이나 탈걸?
(반) 절대 누구 소개하지 마 욕먹어
[피식 웃는다]
방송국 부장님, 너 어떻게 생각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무슨 뜻으로? - (우람) 우리 엄마랑
결혼하셔
(지아) 레알?
[한숨]
나쁜 소식은 아니잖아
깜놀이다, 언제?
새해
근데 넌 싫어?
그냥
아빠가 좀 안된 거 같으니까
다른 아저씨보다는 낫지
모르겠어
우리 엄마는 행복해 보이시는데
난 기쁘지가 않아
네가 기쁠 일은 아니지
네가 결혼하는 거 아니니까
(지아) 향기 언니는?
누나는 좋아해, 환영
우리 엄마도 그렇지만 너희 엄마도
너랑 향기 언니를 위해서 그동안 사셨으니까
(지아) 인제 네 차례려니 해
엄마 아빠
식구 전부 행복할 방법은 없을까?
우리도 크면 누군가랑 결혼할 거고
(지아) 우린 너무 좋은데
드라마에서처럼 부모가 반대하면 막들 힘들어하잖아
그러지 마, 넌
우리 엄마 아빠도 이혼하셨어
- 왜? - (지아) 글쎄
짐작만 할 뿐이야
속상하겠다, 너도
우리도 어른 되면 그럴까?
(문호) 응?
(예정) 자?
- 네 - (문호) 요령이여, 기술이여?
우리보다 더 잘 재워
사현 씨는 매일 늦어요?
요즘 연말이라
- 정빈이 들여다봐요? - (예정) 그럼
출근할 때도 꼭
크리스마스 때는 뭐 혀?
(혜령) 행사 있어요, 약속도 있고
- 방송은 녹음 나가고? - (혜령) 네
피곤할 텐데 어서 가 쉬어
(예정) 한 번씩 오느라
- 우리야 좋지만 - (문호) 한 시간도 안 됐어
(문호) 아, 이러고 얘기하는 게 쉬는 거지
정빈이 백일 설이랑 겹치는 거 아니에요?
겹치진 않고 한 일주일 뒤
(혜령) 다행이네요
어쨌든 잔치하실 거죠?
식구끼리 모여서 떡이나 해 먹지, 뭐
주위 몇 집 돌리고
- 올 수 있어? - (혜령) 스케줄 되면요
- (혜령) 어떻게 와 봐야죠 - (문호) 저기…
- 혜령아 - (혜령) 네
사현이랑
다시 합치는 거 어뗘?
[어색한 웃음]
(문호) 순리 같여, 우리 생각엔
인제 의심허고
애면글면할 일 없잖여
어쨌거나
생각 안 해 봤어요
어차피 혼자 살 거 아니믄
다른 사람보다는 사현이가 낫잖여
어떤 면에서요?
한 번씩들은 실수혀
남자들 누구나
나 빼고
강요는 아니고
(예정) 어디까지나 우리 생각이야
정빈이도 이뻐하는 거 같고 해서
가여워서요
(문호) 그러니까
혜령이 네가 엄마 돼 주믄 서로가
정빈이한테도 복이고
우리도 맘 놓이고
사현 씨가 떠난 사람 쉽게 잊어요?
시간이 해결혀
세월엔 장사 없어
그럼
(문호) 눈에서 멀어지믄 맘도 멀어지는 말이 왜 있어?
저도 눈에서 멀어진 지 오래예요
(문호) 애초에 연분이 아닌 겨 나이로 보나
저는 뭐 어린가요
요즘 세상엔 연상도 아니여
한 살 가지고는
[무거운 음악] [혜령의 깊은 한숨]
어차피 저희는 끝났어요
웬수 돼서 끝난 것도 아니고
감정적으로는 치를 거 다 치렀어요
제가 그냥 좋게 마무리한 거지
(혜령) 사현 씨한테 미련 남은 거 아니고
아기가 한 번씩 눈에 밟혀서요
그러니까
덕 쌓는다 생각하고
사현 씨 정도면 좋은 여자 얼마든지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우리 입장에선 아무나 들일 수 있간?
두 분 덕 쌓으신 게 있는데
하늘이 또 좋은 인연 연결해 주시겠죠
(예정) 가게?
네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무거운 효과음]
[기가 찬 숨소리]
[가방을 툭 놓는다]
[한숨]
껍데기랑 미쳤다고 합쳐?
[어이없는 숨소리]
[한숨]
[자동차 시동음]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꼴좋아
(예정) 혜령이 봤지?
아니요
(예정) 방금 나갔어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애잔한 음악]
(사현) 우리 아들 오늘도 잘 지냈어?
[문이 달칵 열린다]
- 저녁 - (사현) 먹었어요
언제나 손부터 씻으라니까
네, 많이 보챘어요?
아니
[예정의 한숨]
우리 불쌍한 강아지
[차분한 음악] (해륜) 매일이라도 찾아가서 용서 빌면 풀릴 거야
애들 생각해서라도
이시은 심성에
[잔잔한 음악]
[옅은 웃음]
[문이 탁 닫힌다]
(향기) 무슨 책 주문하신 거예요?
결혼반지 받으셨어요?
(시은) 응
(향기) 어머나, 진짜죠?
그럼
몇 캐럿, 도대체?
(시은) 너무 커서 부담이야
끼고 다닐 수도 없고
아, 왜 못 껴요, 끼고 다니셔야지
(향기) 능력 돼서 해 주신 걸
(시은) 우람이한테는 얘기 말아
어때요
엄마 진작 이런 대접 받고 살았어야 돼
이런 늘어진 티 그만 입으시고
여성 여성, 제대로 잠옷
잠옷 내가 선물할게
- 됐어 - (향기) 알바해서 꽤 모았어요
(시은) 서 부장 수수하고 소탈한 거 좋아해
노, 수수, 소탈이 아닙니다
좋게 말하면 검소지
나쁘게 말하면 궁색이요
(향기) 예의가 아니야 [살짝 웃는다]
와, 아름답다
이래서 '다이아', '다이아' 해
[차분한 음악]
(시은) 걱정 마
인제 꾸미고 가꿀 거니까
나도 여자인데
좋은 거, 이쁜 거 몰라?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산 거지
[한숨]
박해륜, 진심 고마워
인생 새옹지마란 말 맞아
(문호) 완전 헛물켰어
해리 말마따나 모양 지대로 빠졌어
누구 벌써 만날지 몰라
얼마나 됐다고
이쁘잖우
원래부터 남자 팬 많았고
(문호) 남자고 여자고
겉만 번드르르허믄 뭐 혀
됨됨이가 중요하지
우리 막내도 번드르르 빠지지 않는 외모유
사현이는 번듯허고
겉이나 속이나
(예정) 누가 알아줘?
당사자 혜령이가 그렇게 생각해야 말이지
실수 한번 제대로 쳤고
총각 만날 거 아니면
구관이 명관이란 말도 있구먼
(예정) 집은 새집이 좋고 사람은 옛 사람이 좋다고
그러니까
여자들이 맺혔다 하면 오래가
알지, 너무 잘 알지
[피식 웃는다]
(문호) 사흘들이 정빈이 보러 오길래
지도 마음 있는 줄 알았더니
인제 안 올 거야, 부담스러워서
쯧, 안 오믄 말고
(문호) 제대로 짝 좀 찾아 봐
사현이가 좋대요?
사별한 지 얼마나 됐다고
그냥 들이대
견물생심이라고
(문호) 보다 보믄 눈에 들어오는 상대 있다고
(지아) 엔지니어 부장님이랑 우람이 엄마 결혼한다며
왜 얘기 안 했어?
어른들 일이니까
어른들 일이 우리 일이기도 해
우람이가 그러디?
- 뭐래? - (지아) 아빠가 안된 생각 든다고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더니
아빠한테 받은 상처 다 잊었나 보지?
원래 착하잖아, 순둥이
우리 딸은?
나도 못됐진 않았잖아?
맞아
사람은 착해야 잘돼
잊지 마, 우람이 엄마도 착하니까
말년 운이 좋잖아
엄마, 그런 표현 쓰지 마
- 왜? - (지아) PD가 아니라 점쟁이 같아
다 직업이야
직업에 귀천 없고
(피영) 너도 이다음에 그런 데 찾아다닐걸? 친구들이랑
- 내가 왜? - (피영) 재미 삼아
운명은
마음 씀씀이랑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바뀌어
한두 가지 맞힌다고 그런 데 빠지지 마
(지아) 응
좀 의아한 게
부장님 왜 엄마가 아니라 우람 엄마야?
아무리 어렸을 때 알았다지만
부장님 우리 딸한테도 점수 얻었네?
향기 언니가 오늘 우리 서점 데려간대
잘됐다
혜령이 아줌마랑 우람이 엄마랑 점심 먹기로 했는데
무슨 할 얘기들이 그렇게 많아? 매일 보면서
요즘은 매일도 아니잖아
우람이 엄마랑 혜령이 아줌마랑 좀 서먹한 일이 있어서
엄마가 화해시킬 겸 밥 사려고
어른들도 보면 우리랑 똑같은가 봐
삐지고 다투고
다툰다기보다
오해가 한 번씩 생겨
어른이라고 크게 다를 거 없어
인격을 성장시켜야 돼
(지아) 어른 되면 어쨌든 스트레스는 덜할 거 같아
공부 스트레스
공부 스트레스 대신
밥벌이 스트레스
스트레스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도전 정신?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지아한테 내 얘기 했어?
(유신) 아니
인제 해도 상관없잖아
어쨌든 봤는데
나 기억 못 할까?
(유신) 다 때가 있어
그 '때'가 언제인데?
나랑 결혼 생각 있긴 해? [휴대전화 진동음]
병원
여보세요
[어두운 음악] (우람) 저기…
너희 아빠
[무거운 효과음]
[멀어지는 발걸음]
[긴장되는 음악]
저 아세요?
- (아미) 응 - (지아) 아빠는 왜 가셨어요?
병원 연락 받고
급한 환자 생겼나 봐
잠깐 얘기 좀 할게
전화해
(우람) 싸우는 거 아니야?
싸움이 돼? 애랑 어른이랑
지아, 성질내면 무서워
그래도 보고 있어야 할 거 같아
[한숨]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만났던 거 같아요
음료수?
여기 아이스크림도 있어
오렌지에이드요
(아미) 응
다들 어디 갔어요?
(도우미2) 말씀들 안 하시고
아, 집이 좋아
연락하시죠
서프라이즈
[동미의 웃음]
아줌마 선물도 사 왔어
(도우미2) 제 선물도요?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지아) 우리 아빠 여친이세요?
- (아미) 응 - (지아) 언제부터요?
얘기가 길어
1년 넘었어요?
[아미의 난감한 숨소리]
[한숨]
넘은 거네요
우리 엄마도 아시는 거죠?
(아미) 응
언니랑 친해, 언니라고 부르고
엄마 번호도 저장돼 있어
한 번씩 만나기도 해
만나서
무슨 얘기 하세요?
그냥 이런저런…
엄마한테 여쭤봐
우리 아빠 좋아하세요?
- (아미) 응 - (지아) 사랑하세요?
[무거운 음악]
아빠랑
결혼할 거예요?
아마
사실은 만나고 싶었어
나를요? 왜요?
그냥
엄마랑 셋이 보면 더 좋을 거 같았고
이해가 안 돼요, 좋은 사이면
엄마가 왜 얘기 안 했겠어요?
설명하기 힘드셨을 거야
가족 관계 어떻게 되세요?
(아미) 다섯 살 때부터 미국에서 컸어
한국에 온 지 2년도 안 됐고
미국에 남동생 둘, 엄마, 아빠랑
친아빠는 한국에 계셨는데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됐어
내 이름 아미야, 외자
안 궁금하거든요?
[아미의 당황한 숨소리] (아미) 항시 여동생 있었으면 했어
그래서
언니 호칭 듣고 싶으세요?
(지아) 우리 엄마한테 언니라고 부른다면서요
한국 와서
개족보란 말 못 들어 봤어요?
아…
직업 있으세요?
[차분한 음악] 얼마 전까지는 광고도 좀 찍고
영화 출연도 하고, 단역이지만
(도우미3) 사모님이 지아 데려오라셔요
왜요?
햄버거 먹고 갈게요
(도우미3) 빨리 오라셔 무슨 일 있으신가 봐
우리 집에서
아빠랑 사세요?
[힘겨운 숨소리]
[지아의 떨리는 숨소리]
아빠한테 전해 주세요, 대신
잘 사시라고
(향기) 가자, 이제
(피영) 점심때니까 먹어도 되지, 뭐
(시은) 그럼
드레스 입으려면 다이어트 안 하세요? [문이 드르륵 닫힌다]
하긴 해야 하는데
워낙 기본이 날씬, 늘씬하신데, 뭐
프러포즈받으셨어요?
그냥 반지 받는 걸로
교회에서 청혼받았어
- 집에 - (혜령) 다이아 반지요?
- (시은) 응 - (혜령) 몇 캐럿요?
부장님 성격에 작은 거 안 하셨을 거 같아
결혼하면 부장님 댁으로 들어가요?
(피영) 당연하지
[피영의 웃음]
참
판 변 뭐 낳았대?
낳았지?
아들요
잘됐다, 어쨌든
판 회장님 좋아하시겠네
그렇지도 않아요
막내아들 애 엄마랑 식도 못 올리고
[어두운 음악] 홀아비인가? 혼자 됐어요
무슨 뜻이야?
깨졌어?
애 낳다 죽었어요, 낳고서 바로
- 어머나 - (시은) 어떻게…
죗값 받은 거죠, 뭐
(혜령) 애는 이뻐요
애는 이쁜데
어머님, 아버님 양심이 없으신 건지
생각이 없으신 건지
- 왜? - (혜령) 다시 합쳤으면 하세요
당연히 그러시지, 어른들 입장에선
당연히요?
[혜령의 어이없는 숨소리]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임산부 상간녀랑 어울려 다녀 놓고서
내가 빡쳐서 도장 찍자고 한 거예요
그쪽에서 요구한 거 아니고?
그게 그거죠, 뭐
그래 놓고 말 돼요? 다시 합치라는 게?
어쨌든
인제 의심하고 불안할 일 없잖아, 잊기만 하면
(혜령) 잊어야 말이죠
가슴에 묻고 그리워하면서 살 거 아니에요
이혼이 나아요, 내 생각엔 사별보다
나 1도 미련 없거든요
정나미 떨어져서
내 경우를 봐도
근데 핏덩이 어떡해?
그러게
너무 가엽고 맘 아프다
자기 보고 웃어?
두 달도 채 안 됐는데요, 뭐
(피영) 한 달 안 돼도 웃어
사내애들은 좀 더디기도 해
(피영) 할머니, 할아버지가 키우시겠네
네, 올라들 오셔서
힘드실 텐데
애 보는 게 얼마나 힘들어
(혜령) 젊으신데요, 뭐
손주 가진 상간녀랑 어울려 다닐 땐
좋으셨겠지
[혜령의 코웃음]
- (예정) 뭐예요? - (문호) 트리
- (예정) 크리스마스트리? - (문호) 응
(배달원1) 어디다 놓을까요?
- (문호) 이쪽이요 - (배달원1) 예
- 사현이? - (예정) 나갔어요
고등학교 동창 결혼식 있다고
(혜령) 저 화장실 좀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피영) 응
[문이 탁 닫힌다]
[휴대전화를 탁 닫는다]
혜령 씨 좀 너무하지 않아?
자기 본위로만 생각하는 경향 있잖아
어떻게 눈감았을까 내 가슴이 이런데
그러게
[흥미로운 음악]
(혜령) 기형이라도 100% 못 낳는 건 아니랬으니까
손해날 거 있어?
들이대 보는 거야
형만 한 아우 없다지만
형은 오십 줄, 아우는 30대
훨 낫지, 뭐 [옅은 웃음]
(혜령) 미운 작가님 떡 하나 더 줘야지, 작전상
[피식 웃는다]
(문호) 수고들 하셨어요
- (예정) 이거 - (배달원1) 가면서 마실게요
- (배달원2) 감사합니다 - (예정) 네
(예정) 아니, 크리스마스가 내일모레구먼, 다 늦게
[도어 록 작동음] 이걸 누가 해?
[문이 탁 닫힌다] 우리가
[예정의 한숨]
(예정) 우리가 애유?
희희낙락 이거 하고 있을 상황이야?
정빈이가 뭘 안다고
왜 몰러? 눈 있는데
우리 얼굴 빤히 보고 딸랭이 쳐다보고
트리 장식할 분위기냐고
그러니까
(문호) 정빈이도 정빈이지만
사현이 때문에
[잔잔한 음악]
들어오면 늙은이 둘에 아줌마
이런 거라도 해 놓으면
기분 좀 살까 하고
집 안 분위기
사현이 오기 전에
얼른 하자고
[예정의 힘주는 소리]
(예정) 어떻게 매달아?
한두 개도 아니고 밤새우겠네
넋두리할 시간에 얼른
- (예정) 이건 뭐야? - (문호) 전구 [초인종이 울린다]
누구여?
쑹위안 후배일 거야
(예정) 맞네 [인터폰 조작음]
근처 왔는데 아기 보고 싶다고 해서
빈말들인 줄 알았더니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부장님이 일 그만두라고 하셔도
계속하셔야 돼요
(혜령) 작가님까지 빠지면 저 못 해요
(시은) 아이 이름 걸고 하는 프로를
한 PD 성격 완전 이상하잖아요
(혜령) 실력도 없으면서
요즘 선곡 엉망이에요
우리 홈피 보시죠?
아부는 잘하잖아
강한 자한테 약하고
1년만 버티면 우리 PD님
다시 컴백하시겠지
한 선배 안 물러나
(시은) 청취율 떨어지면 어쩔 수 없어, 정 국장도
어제 조카 중신하라고
지성과 미모를 갖춘 재원이라나?
- 나한테도 - (피영) 뭐 하는 재원?
첼리스트래요, 관현악단
집안이 빵빵한 모양이야
(시은) 오빠 딸인데
사진 보여 주는데 완전 성형발요
- 성형발이야? - (혜령) 돈 많이 들인 얼굴이에요
동서감으로 한번 생각해 보시든가요
[흥미로운 음악]
(시은) 서 부장이 말릴 거야
- 왜요? - (시은) 동생 끼 많다고
그만한 인물에 재벌 2세에 여자들이 안 달라붙어요?
누구 있겠지, 뭐
있었는데 끝내고 뮌헨 갔대, 지사
(혜령) 오케바리, 가능성 있어
지사가 뮌헨에도 있나 봐요?
(시은) 응
그럼 작가님 결혼식은요?
며칠 있으면 온대
[애잔한 음악]
(아미) 언니
아기 너무 이뻐
선수한텐 선수가 격이 맞지
[신호등 안내 음성] 이천 세무서 방면 횡단보도에 녹색 불이 켜졌습니다
건너가도 좋습니다
[신호등 알림음]
근데 진정한 선수는 얼굴에 안 묻히죠
(혜령) 이 청순함
그때 같이 문상 왔던…
뮤지컬 배우?
(아미) 그 언니는 요즘 좀 힘든 일이 있어요
다 한 번씩 고비를 겪어
사는 게 그래, 인생이
(아미) 벌써 트리 치우세요?
이틀 남았는데
치우는 게 아니라 들여왔어요
오늘 이 양반이
집 안 분위기 좀 살릴까 하고
(문호) 정빈이도 반짝반짝하는 거 보여 주면 좋지 않겄어?
정서 발달에도
그럼요
(아미) 저 트리 장식 잘하는데
거들어 주면 고맙고
(문호) 이 사람한테 그렇지 않아도 통박 듣고 있었어
일 맹근다고
향기가 데려다줬지?
(지아) 응
할머니 오셨대 [무거운 음악]
- 전화 왔어? - (지아) 응
우리 선물 사 오셨다고
그래서 오라고 그러시든?
밖이라고 했어
[지퍼를 직 연다]
[문이 탁 닫힌다]
[휴대전화를 탁 닫는다]
[부드러운 음악]
(문호) 품 많이 드네, 생각보다
(아미) 다 됐어요, 앉으세요
(예정) 정빈아, 뭐지? 예쁘지?
[아미의 웃음] [정빈이 옹알거린다]
[사람들의 웃음]
- 식혜예요? - (도우미1) 예
들고 해요, 시장하겠어
(아미) 전혀요 [아미의 웃음]
(문호) 나 있으니까 나가서 맛있는 것 좀
아니에요, 가 봐야 해요
아유
볼일 있는데 붙잡혀서
(아미) 볼일 아니라 케이크 주문하려고요
당일에는 없거든요
"메리 크리스마스"
(시은) 그래서?
(향기) 무슨 얘기 오갔는진 말 안 해
물어볼 수도 없고
[착잡한 숨소리]
누나도 좀 닮을 필요 있어, 지아
나더러 지아 닮으라고?
다혈질
한 번씩 울컥할 때 많잖아
이유 없이 울컥해? 같이 겪어 놓고
(우람) 어쨌든
오늘 지아 새로운 모습 봤어
[초인종이 울린다]
(우람) 아빠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아빠, 다 나았네요?
어
치료 완전히 끝났어?
(해륜) 어
이거, 덕분에
무슨 덕분에
(해륜) 같이 병원 가 주고 실력 있는 원장님 소개시켜 주고
됐어
(해륜) 애들 앞에서 손부끄럽다
저녁들 안 먹었지?
(시은) 천천히 먹겠대 배들 안 고프다고
좀 앉아도 돼?
뭐, 할 얘기 있어?
너희들도 앉아
[한숨]
[한숨]
(해륜) 거두절미하고, 우리
예전으로 돌아갑시다 [어두운 음악]
뭘 어떻게 돌아가? 지금 와서
혼자 반성 수백 번도 더 했어
같은 실수 두 번 다시 안 할 거고
어떤 경우에도
용서해 줘요
용서해 다오
(해륜) 인제 당신하고 애들을 위해서만 살 거야
이거 아니야, 완전 끝난 마당에
당신 마음 풀리고 용서될 때까지
노력할게, 뭐든
[시은의 당혹스러운 숨소리]
너희들한테도
(해륜) 내가 미쳤었어
행복에 겨워서 고마운 줄도 모르고
매일 밤 눈물로 참회하고 뼈저린 반성 했어
무릎이라도 꿇으라면 꿇을게
이런 식으로 또 애들 자극하러 왔어?
용서 빌러
일단 가
(시은) 가고 내일 등 카페에서 만나
모레 이브 날 계획들 없지?
- 있어요 - (해륜) 우람인?
스키장 가요
엄마랑 다 같이…
어디로? 용평?
내 운전할게
(해륜) 내 스키 안 버렸지?
버렸어
사지, 뭐, 가서 빌려도 되고
아니, 운전만 해도 돼, 난
(향기) 엄마…
(해륜) 안 내키면
갔다 와들
나갑시다
[무거운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향기) 엄마, 그냥 여기서 하세요
나와요
[문이 드르륵 열린다]
- 갈게 - (우람) 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아빠 충격 먹으실 거야
[우람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어떡해?
[한숨]
따라 나가
넌 있어
(해륜) 밤이니까 티 마셔
[한숨]
카모마일 두 잔이요
[휴대전화 벨 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휴대전화를 달그락 집어 든다]
(해륜) 건강이 최고야
찬 게 그렇게 안 좋대
당신도 커피 줄여
아…
너무 우려지면
나 결혼해
[무거운 음악]
결혼?
누구랑?
그게 궁금해?
농담이지?
내가 농담하는 성격이야?
[한숨]
애들도 알아?
언제?
새해, 다음 달
일일이 묻지 마, 얘기 길어
애들이 그러래?
박해륜은 애들 허락 받았어?
반대 안 해
(시은) 이 문제로 또 애들 성가시게 하지 마
뭐 하는 친구인데?
말할 의무, 알 권리 없어
내가 뭘 어떻게 한다고…
그냥 설명하고 말하고 싶지 않아
[쓸쓸한 음악]
[해륜의 한숨]
(해륜) 애들 앞에서 상황도 모르고
정말 사랑해서야?
아니면 다른 이유야?
무슨 다른 이유?
쉽게 마음 주는 성격 아니잖아
언제부터 안 사이길래…
오래된 인연이야, 알고 보니까
더 이상 만날 일 없지?
(시은) 스스로 몸 챙기고 잘 지내
애들 신경 안 쓰이게
(해륜) 스키장 같이 가는 거야 그 상대랑?
[문이 달칵 열린다] [한숨]
[애절한 음악]
[한숨]
[한숨]
[한숨]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예정) 왜 안 들어가고?
- 어머 - (예정) 왜 그냥 가?
정빈이 휴대용 의자 가져왔는데
아버님 저 불편해하실 거 같아서요
무슨 불편
재활용은 아주머니 시키시지
바람 쐴 겸
(예정) 인 줘, 무거워 보여
안 무거워요 [예정의 웃음]
아버지는 씻으러 들어가셨어
사현이는 친구 결혼식 갔고
저녁 결혼식요?
낮 결혼식
뒤풀이하겠지, 뭐
- 친구 누구요? - (예정) 영어 강사래
(혜령) 아…
눈 되게 높더니 결국 가네
[엘리베이터 도착음]
[살짝 웃으며] 어머
- 혜령이 왔어요 - (문호) 응
[물소리가 쏴 난다]
- (혜령) 손 여기서 씻을게요 - (예정) 응
저녁 안 먹었지?
케이크 먹어서 생각 없어요
[정빈의 울음]
아이고, 깼네
아유, 제가요
우유는 먹었고 쌌나 봐
[정빈의 울음]
(혜령) 응
[문호의 시원한 숨소리]
뭐여?
휴대용 의자래요
[예정의 탄성] [문호의 웃음]
(예정) 아유, 앙증맞아
(문호) 별게 다 나오는구먼
언제 커서 데리고 외출해?
허리를 가눠야지, 뭐
식탁 같은 데 앉혀도 되겄어
[예정의 웃음] 보면서 식사하고
(혜령) 아이, 시원해
개운해?
쭉쭉
정빈아
[의미심장한 음악]
[딸랑이를 딸랑딸랑 흔든다]
[정빈의 웃음]
[긴장되는 음악]
[고조되는 음악] [정빈이 옹알거린다]
[웃음]
[애절한 음악]
(지아) 그냥 순간 좀 복받쳤어
하늘이 무너져?
(동마) 응
(혜령) 잘못 본 거 아닐까?
아니야
아휴
[도어 록 작동음] (피영) 연락도 없이 오신 거예요?
[동미의 웃음]
믿기지가 않아서요
큰일 했지?
대단하세요
[웃음]
(피영) 어제는 전화도 없고 문자도 없고
게르만 금발 미녀한테 빠졌나?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동마) 단지 왔어요, 올라갈까요?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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