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의 전설 10
[천둥이 콰르릉 친다]
[몽환적인 음악]
[준재가 라이터를 퐁 연다]
(준재) '만약 그대가 다음 세상의 내가 맞다면'
'꿈에서 깨더라도 이 말만은 기억하라'
'모든 일이'
'반복되고 있다'
(담령) 이곳에서의 인연이 그곳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악연 역시 그러하다
'위험한 자로부터 그 여인을'
- (담령) 지켜내라 - (준재) '지켜내라'
한양 올라가는 길에 어머니께 전해드리게
이 궤를 집 뒤뜰에 열 자 깊이로 묻어 달라고
예, 도련님
만에 하나
[신비로운 음악]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그 궤는 열지 말고
그 자리에 꼭 보관해 달라고
일이라면 무슨 일 말씀이신지...
(준재) '김담령'
'강원도 흡곡현의 현령으로 부임하였고'
'같은 해 섣달 열하룻날'
'스물일곱의 젊은 나이로 사망'?
부탁하네
(준재) 뭐야, 당신?
위험한 자는 누구고 그 여인은 누군데?
너 누구야?
(준재) 당신이 정말
나야?
꿈이 아니고
정말 나야?
[노크 소리가 들린다]
(시아) 준재야, 정전됐나 봐
[준재가 라이터를 탁 닫는다]
(시아) 어? 이게 갑자기 왜 이러지?
어유, 야, 나 혼자 무서워서 혼났어
(준재) 이제 안 무섭지?
그러게, 이제 괜찮네
근데 잘 봤어?
응, 가자
너만 보게? 나도 볼래
(준재) 아이...
밖에 비도 오고 시간도 늦었는데 너 집에 가 봐야 되지 않아?
나 괜찮아
우리 학예사님 말씀이
무슨 조선 시대 남자가 요즘 아이돌급으로 잘생겼다고
(시아) 막 그러시던데
[의미심장한 음악]
[준재의 한숨]
(준재) 다 봤지? 가자
너도 느꼈지?
(시아) 너랑 똑같잖아
- (준재) 나랑? - (시아) 모르겠어?
[코웃음 치며] 눈 크고 잘생기면 다 나냐?
아니야, 정말 너랑 닮았어
글쎄, 난 뭐...
내가 나은 거 같은데?
가자
(시아) 혹시 너희 조상 아닐까?
아니다, 너 허씨였지
아니면 뭐, 외가나 그런 쪽으로 섞였나, 뭐가?
(준재) 자꾸 왜 그래
(시아) 아니...
너 족보 한번 찾아봐
(시아) 이건 이상해
네가 김담령이란 사람한테 그렇게 관심을 가졌던 이유가
그거 아닐까, 피가 당겨서?
- (준재) 차시아 - (시아) 응
- (준재) 우리 여기 온 거 - (시아) 어
그냥 우리만 알고 있자
왜?
여기 외부인 출입 금지잖아
너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고
나도 뭐 좀 알아보는 중이라
이거 그냥 너만 알고 있었으면 좋겠거든
그래, 그럴게, 응
[카드 인식음] [문이 드르륵 닫힌다]
[긴장되는 음악]
[천둥이 콰르릉 친다]
[대영의 괴로운 신음]
[개운한 신음]
내가 왜 이런 꿈을 꾸지?
기분 더럽게
[옅은 한숨]
[천둥이 연신 친다]
[빗줄기가 쏴 쏟아진다]
(심청) 뭐야, 허준재 차시아 전화 받고 왜 안 들어와
[시곗바늘이 째깍거린다]
[문이 끼익 열린다]
(심청) 허준재
지금 몇 시야?
지금?
(준재) 11시
우리 통금 시간 몇 시지, 8시지?
통금 어길 거면 들어오지 말라며
[익살스러운 음악] (준재) 야, 그거는 우리 집에 빌붙어 사는
너희들한테 해당하는 얘기지
난 아니지
- (심청) 왜? - (준재) 난 집주인이잖아
- (심청) 원래 그래, 여긴? - (준재) 어, 원래 그래
모든 게 집주인 마음대로야
그게 룰이라고
아니, 너도 억울하면 집 사서 거기 가서 살든가
(준재) 아이고
피곤하다
[살벌한 효과음]
(준재) 아, 깜짝이야
야, 너 그렇게 째려보면 귀신 같거든
그만 봐
- (심청) 이렇게 계속 볼 거야 - (준재) 왜?
내 눈이야, 내가 주인이니까
내가 째려볼지 똑바로 볼지 내가 정해
내 룰이야 화는 나는데 할 말 없으면 째려보는 거
[준재의 웃음]
그래서 계속 그렇게 본다고?
- (심청) 어 - (준재) 왜?
못 본 시간만큼 보고 싶으니까
[밝은 음악]
[피식 웃는다]
아, 네 맘대로 해라
(준재) 어지러울 텐데
[익살스러운 효과음]
(준재) 아, 참
뭐 하나만 묻자
응, 뭐?
너 지난번에 교통사고 났었을 때
- (준재) 응급실에서 - (심청) 응
꿈꿨다 그랬잖아
[의미심장한 음악] 허준재
괜찮아?
나 꿈꿨어
네가 내 손 잡아 줬어
나 구해 줬어
응, 맞아, 그랬어
어떤 꿈을 꾼 거야?
그러니까 그 꿈에서 내가 너를 어떻게 구해 줬는데?
(준재) 어? 아니, 구해 주는 것도 여러 가지가 있잖아
네가 높은 데서 떨어지는데 내가 붙잡아 줄 수도 있고
아니면 뭐, 구덩이 같은 데 빠졌는데 끌어올려 줄 수도 있고
뭐, 어떤 식이었어?
기억 안 나?
[손가락을 딱 튕기며] 오케이, 그러면, 어
시대는, 시대는 어느 시대야?
그, 혹시 내가 옛날 옷 같은 거 입고 있었어?
너 옛날 옷 알지?
그, 네가 좋아하는 드라마
'세자마마의 연인'에서 나오는 그런 옷
- (심청) 그게... - (준재) 어
그게 잘 기억이 안 나네
그, 진짜 통 기억이 나질 않아
쯧, 그래
그렇겠지
네가 뭐, 네 이름도 기억도 못 하는 애가
그것까지 어떻게 기억을 하겠냐
(준재) 알았어, 올라가
어, 허준재, 잘 자
(준재) 뭐야, 밤새 쳐다보고 있겠다더니
[출입문이 드르륵 열린다]
아니, 가만 보면
말을 참 책임감 없게 막 뱉어 [출입문이 드르륵 닫힌다]
참, 아휴
괜히 마음만 싱숭생숭하게
[심청의 놀란 숨소리]
(심청) 이런 거구나, 거짓말
[심장 박동 효과음]
좀 두근두근거리긴 한데 편리하긴 하네
허준재가 내 진짜 목소리 못 들어서 다행이야
[의미심장한 음악]
(담령) 미안하구나
너무 늦게 와서
[놀란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문이 달칵 닫힌다]
(준재) 뭐 해?
(남두) 왜 나와? 자다 말고
(준재) 나도 하나만 줘 봐
[준재의 피곤한 신음]
나 요새 진짜 좀 이상해
왜? 또 뭐, 김담령 되는 꿈 꿨냐?
아니
(남두) 준재야
너, 네가 가장 이상하게 생각해야 하는 게 뭔지 알아?
- (준재) 뭔데? - (남두) 청이
[의미심장한 음악]
너, 청이 이상하지 않냐?
아니, 걔는 원래 좀 이상하잖아
또, 또 그런 식으로 얼렁뚱땅 넘기려고 하지 말고
그래, 청이 뭐, 예쁘지, 착하고, 응
정말 뭐, 완전 다른 세상에서 온 애 같기도 하고
근데 이상해
사실은 저번에 내가 병원 갔다 오면서
청이 다리 엑스레이 사진 좀 달라고 해서
아는 의사 형한테 보여 줬어
아, 형은 뭐, 그런 짓을 해?
아, 흥분하지 말고 들어 봐
사진 바뀌었다는데 나는 좀 아닌 것 같아서 그랬다고
평소 너 같으면 너도 의심할 만한데
너 좀 청이 일이라면 좀 정신을 좀 놓고 있는 것 같아서, 요즘
근데? 뭐, 사진이 바뀐 게 아니래?
한 사람 사진이 확실하대
6주 이상 걸려도 붙을까 말까 한 뼈가 일주일도 안 돼서 붙었어
그리고 그 뒤로도 아주 쌩쌩하고
이상하지 않냐?
그리고 이거
여기서 뭐, 직업도 할 줄 아는 것도 아무것도 없는 애가
이런 걸 막 비닐 봉다리 안에 넣고 다녀, 이만큼씩
이거 다 팔아서 너 주겠다면서
이건 어디서 난 건데?
[남두가 트림을 꺽 한다]
그걸 모르겠다고, 그걸
야, 그리고 너
스페인에서 청이 만난 게 확실한데
여태 기억 못 하잖아
그건 대체 왜 그렇다고 생각하냐?
너 그거 알고 싶다고 청이 이 집에 살게 하는 거라더니
뭐, 이젠 그게 궁금하지도 않나 봐
그럼 형은?
그런 게 왜 궁금한데?
나? 나는...
준재 네가 좋은 놈 될까 봐
겨우 나쁜 놈 만들어 놔서 이제 좀 쓸만한데
청이 만난 뒤로부터 자꾸 좋은 놈 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신경 쓰여서
너 좋은 놈 되면 나 떠날 거잖아
아, 별,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고 있어
아, 또 궁금하기도 하고 어떤 애인지, 재밌잖아
난 꼭 알아낼 거다
(남두) 어유, 쉬 마려워
[준재의 한숨]
네가 어떤 애인지 내가 제일 먼저 알아야 될 것 같다
[사이렌이 요란하게 들린다]
(동표) 반장님, 이것 좀 보십시오
[동표의 깊은 한숨] (반장) 뭐냐?
마대영의 전과 기록을 다시 한번 뒤져 봤는데요
그, 잡으라 그랬더니 왜 전과 기록을 뒤지고 있어?
얘가 전과 13범인데 대부분이 폭력이에요, 왜?
분노 조절 장애니까
(동표) 근데 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뭐?
88년부터 89년, 이 1년 사이에만 절도를 30건 넘게 저질러요
그것도 성남시 쪽 백화점에서 마트, 쇼핑몰에서
왜?
(동표) 이 시기에
여자가 있었던 거죠
[어두운 음악]
[젓가락이 잘그락거린다]
아버지, 괜찮으세요?
(일중) 아이고, 야, 나 아이고, 잠깐 어지러워서 그래, 지금
[일중의 힘겨운 신음]
(서희) 여보, 식사하고 약 잘 챙겨 먹어요
아유, 정말 걱정이다, 진짜
자꾸 점점 심해지네, 그래
(서희) 여보, 오늘은 출근하지 말고 집에서 쉬어요
그리고 중요한 거 있으면 나한테 얘기하고
(서희) 내가 김 비서한테 전달할게요
응, 그래
- (치현) 드세요, 아버지 - (일중) 그래
[치현의 한숨]
(유나 모)
[신나는 효과음이 흘러나온다]
[심청의 아쉬운 탄성]
(유나) 핑크 문어 꼭 뽑아서 뭐 하려고요?
- (심청) 어, 안녕 - (유나) 안녕
너 근데 여기 어떻게 알았어?
오늘 학교를 안 갔거든요
근데 막상 안 가니까 갈 데가 없어서
전에 언니가 여기 산다고 했던 거 생각나서 와 봤어요
근데 너
내가 꼭 핑크 문어 뽑고 싶다고 생각한 건 어떻게 알았어?
언니가 말했으니까 알죠
여기 뒤에서 올 때
언니가 계속 그랬잖아요 꼭 뽑고 싶다고
아닌데, 그거 네가 들을 수 있는 목소리가 아닌데
아무튼 난 들었다고요
봐 봐, 봐 봐
- (심청) 잡았지? - (유나) 응
(준재) 야, 심청!
[힘겨운 신음]
또 어디 간 거야?
아무튼 잘 돌아다녀
진짜
이게 다 어디서 난 거야?
아니, 근데 얘는 왜 돈 벌어서 다 날 주겠대?
내가 자기한테 언제 돈 달랬어?
뭐지?
아, 네, 오백이 어머니
또 전화 주셨군요 [문이 달칵 열린다]
(남두) 아, 물론 말씀은 드렸는데
저희 대표님 일정 잡기가 쉽지가 않아서
워낙, 워낙 공사다망한 분이시라
(남두) 네, 더 말씀은 드려 보겠지만 뭐, 큰 어떤 기대는 하지 마시고요
아이고, 네, 네, 네 [통화 종료음]
(남두) 이야, 이 아줌마 아주 난리가 났다 난리가 났어
(남두) 야, 너는 또 왜 이렇게 난리냐?
누구 찾아, 청이?
어? 아니, 태오 어디 있지?
[태오의 코웃음]
(남두) 야, 너 사기꾼 맞냐?
거짓말을 왜 그렇게 못하냐?
[도어 록 작동음]
(준재) 야, 너 내가 핸드폰 충전하랬니, 말랬니, 어?
꺼진 핸드폰 왜 들고 다녀
장식이야? 무기야?
아, 죽었네
죽은 게 아니라 꺼진 거라고 밥 좀 주라고
(준재) 너, 네 밥은 한 끼도 안 빼놓고 그렇게 잘 챙겨 먹으면서
얘 배고플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
전화기는 방전된 거지 배고픈 게 아니잖아요
뭐야, 넌?
응, 내 친구야
하이
들어가자
[준재의 헛웃음]
(준재) 네 친구들은 다 왜 그러냐
저번에는 거지더니 이번엔 초딩이야?
아저씨는 백수잖아요
누가 아저씨고 누가 백수야
둘 다 틀렸거든
남들 출근할 시간에
[익살스러운 음악] (유나) 집에서 빈둥대거나, 누워서 TV 보거나
게임 하면 백수랬어요
[준재의 당황한 웃음]
허준재, 백수야?
아니, 백수 아니거든
나는...
프리랜서야 전문직이라 자택 근무도 가능한 거고
(심청) 그건 맞아
허준재는 나라를 위해서 공무원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야
(심청) 부의 재분배도 하고
그러니까 너도 나중에 커서 허준재처럼 돼야 해
안 돼!
뭐, 나처럼 되는 건 아무나 하는 건 줄 알아?
아, 잠깐만
(남두) 근데 저 꼬마, 벌써 겨울 방학 했어?
너 학교 안 가?
너 땡땡이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너 왜 땡땡이를 이리로 쳐?
미국으로 송금하신다고 하셨죠?
어, 보통 송금 수수료가 한 2만 원 정도 붙고요
그리고 전신료랑... [휴대 전화 진동음]
죄송합니다 [휴대 전화 진동음]
(유나 모) 해외 중개 수수료라고 하는 게 또 따로 붙어요
이걸 보시면 좀 이해하기 쉬우실 텐데요
난 학교 안 갈 거예요
학교를 왜 안 가?
(남두) 아, 너도 학교 안 가고 집 나왔잖아
(준재) 아이, 난 고등학교 때잖아
얘는 지금 초딩이잖아
(준재) 가야지 학교는, 방정식은 떼야지
(남두) 얘기해 봐
그,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그때 걔네들이 너 괴롭혀?
(유나) 학교만 가면 난 초능력이 생겨요
[남두의 웃음]
(남두) 무슨 초능력?
투명 인간이 돼요
[쓸쓸한 음악] (유나) 애들이 아무도 절 못 봐요
말도 안 걸고
그래서 학교 안 가도 돼요
어차피 아무도 몰라요
내가 안 가도
(남두) 왜, 애들이 왜 그러는데?
(유나) 난 다른 애들이랑 다르니까
사는 데도 다르고 엄마랑만 살고, 그런 것들
사람들은 원래 자기랑 다르면 싫어하는 거 아니에요?
(심청) 나도 달라
내가 다르단 걸 알면 허준재는 날 싫어하게 되겠지
떠나겠지
언니가 왜 달라요?
(유나) 다르면 왜 허준재라는 아저씨가 싫어해요?
왜 떠나요?
[의미심장한 음악]
(남두) [웃으며] 뭐라고?
(남두) 뭐, 뭐가 다르고 뭘 허준재가 싫어해?
(유나) 방금 언니가 그랬는데
- (남두) 너 들었냐? - (태오) 아니
[남두의 헛웃음]
(남두) 우리 꼬마가 생애 첫 땡땡이를 치시고 긴장하셨나 봅니다
막 헛소리도 들으시고
(유나) 아닌데, 분명히 들었는데
언니 방 갈래?
가자
[남두의 웃음]
둘 다
진짜 못 들었지? 방금 그 꼬맹이가 한 얘기
뭘 들어, 못 들었다니까 너 들었어?
아니
[휴대 전화 벨 소리]
네, 아주머니
아저씨가요?
[문을 드르륵 닫는다]
- (심청) 너 진짜 내 얘기가 들려? - (유나) 네
들리면 얘기해
(심청) 난 먼 데서 왔어
'난 먼 데서 왔어'
[경쾌한 음악]
진짜네
(심청) 그래서 나도 외로워
남자 하나 보고 여기까지 왔거든
(유나) '그래서 나도 외로워'
'남자 하나 보고 여기까지 왔거든'
[당황한 숨소리] 진짜네, 내 목소리 다 들어
다른 사람들은 못 들어요?
(심청) 응
근데 너 이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네가 지난번에 그랬잖아
사람들은 자기랑 다르면 싫어한다고
나 허준재가 싫어하면 큰일 나
그러니까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아 줘
알았어요, 약속할게요
(심청) [작은 목소리로] 약속
이렇게 막, 너 진짜 약속했다
- (유나) 응 - (심청) 약속
[심청의 한숨]
- (준재) 아저씨 - 준재야
[심전도계 작동음]
[준재의 기쁜 숨소리]
정신 드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남 부장 처) 근데 눈만 떴어
말도 못 해, 움직이지도 못하고
[남 부장 처가 살짝 웃는다]
(남 부장 처) 죽지만 말아 달라고 기도했었는데 깨어나니까 또 욕심이 생긴다
말만 했으면 좋겠다 손가락만 움직여도 좋겠다
좋아지실 겁니다 죽을 고비도 넘기셨잖아요
(남 부장 처) 어유, 이 양반이 왜 이러실까
너한테 무슨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보다
(남 부장 처) 준재야
너 어머니 소식은 좀 듣니?
아니요, 왜요?
[옅은 한숨]
혹시 아주머니 엄마 소식 들은 적 있으세요?
사실은 예전에 아주 가끔 전화 온 적 있었어, 네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었다고요?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 달래서 말을 못 했어, 미안하다
[애잔한 음악] 엄마 어디 계시는데요?
그건 몰라
연락도 몇 년 전에 온 게 마지막이고
그냥 네 소식만 물어보셨어
집 나갔단 소린 못 했다
좋은 대학 갔고 유학도 갔으니 걱정 마셔라
그냥 그렇게 말씀드리고 말았지
[옅은 한숨]
(심청) 허준재, 뭐 해?
- (준재) 내려오지 마라 - (심청) 어
[문이 드르륵 닫힌다]
(준재) 너 내려오지 말란 말이 무슨 말인지 알긴 알지?
이거 술이야?
허, 술도 아네?
TV에서 많이 봤어
사람들이 이거 마시면 웃고 울고 떠들고 싸우고
길바닥에서 뻗어 자고 막 그러잖아
그거 다 남두 형이 하는 짓들이야
남두 형 별명이 왜 개남두인지 알아?
술만 마시면 개가 되거든 그래서 개남두야
되지도 않는 애교에
전 여친, 현 여친 안 가리고 전화해서 질척대고
했던 말 계속 또 하고 끝까지 자기 안 취했다 그러고
그게 술을 다 처음에 잘못 배워서 그런 건데
나 같은 경우엔 술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든
그러니 내 쪽에서 술을 컨트롤하면서 즐길 수가 있는 거지
그럼 허준재, 네가 가르쳐 줘, 술
[잔잔한 음악]
그럴래?
너 나랑 한잔할래?
[잔이 달그락거린다]
[술을 쪼르르 따른다]
(준재) 자, 술은... [준재가 잔을 집어 든다]
너 술 그렇게 배우면 안 돼
술은 왜 마시는 건지 알아?
짠 하려고 마시는 거야
짠?
자, 이렇게 들어 봐
(준재) 짠!
나 짠 너무 좋아, 우리 또 짠 해
(준재) 짠!
(함께) 짠!
(함께) 짠!
(심청) 우리 또 짠 해 [준재가 피식 웃는다]
(심청) 짠, 짠!
[심청이 훌쩍인다]
(심청) [취한 목소리로] 문어야
너 왜 이렇게 말랐니?
말린 거야, 마른 문어라고
사람들 너무 잔인해
어떻게 문어를
굽고, 찢고, 말리고
그렇게 할 수가 있어?
(심청) 너무 가여워
아니, 회는 환장하는 애가 무슨
얘는 달라
나한테 문어는 인간, 너희들한테 강아지 같은 애라고
얘네가 얼마나 찰싹 달라붙는데
인간 너희들?
넌 인간이 아니냐?
[피식 웃는다]
아니지
[익살스러운 음악]
아니라고?
아니면 넌 뭔데?
나는 인...
허준재, 방금 나 취했었지?
깬 거야?
[놀란 신음] 어, 아...
방금까지 너무 어지러웠는데 정신이 번쩍 드네
자, 우리 또 짠 해
[웃으며] 이야, 너 해독 능력이 짱이구나
[잔이 쨍 부딪친다] (심청) 어
[준재가 혀를 쯧쯧 찬다]
넌 진짜 나한테 술 배우는 걸 다행으로 알아
나 같은 경우엔 술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거든
그러니까 내 쪽에서 술을 컨트롤하면서 즐길 수 있는 거지
근데 아까도 그 얘기 했는데
그러니까 넌 진짜 다행으로 생각해야 돼
나 같은 경우엔 술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거든
그러니까 술을 내 쪽에서
컨트롤, 컨트롤, 컨트롤하면서...
진짜 넌 다행으로 생각해야 돼
[피식 웃는다]
[준재의 웃음]
[준재의 취한 신음]
허준재
(준재) [취한 목소리로] 오늘
아무도, 어? 집에 못 가!
[발랄한 음악]
여기가 집인데, 허준재
- (준재) 특히 너 - (심청) 나?
(준재) 너 못 가
너 못 가, 가지 마
가지 마
나 안 가지
달리 갈 데도 없고
(준재) 아...
어
[준재의 힘주는 신음] [휴대 전화 조작음]
또 전화기 꺼 놨기만 해 봐
내가 분명히 말했다고
집 아니면 내 옆에 있으라고
근데 얘는 말을 못 알아먹어 아니, 안 들어 먹어
[통화 연결음]
[휴대 전화 진동음]
[휴대 전화 진동음] (심청) 어, 내 전화
(준재) 야!
어디 가? [통화 연결음]
움직이지 마, 여기 있어 [휴대 전화 진동음]
[안내 음성]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준재) 아, 또 안 받네
어? 내 전화는 맨날 씹어
심청, 심청, 심청!
이러려고 전화기 사 준 게 아닌데
[통화 연결음] [휴대 전화 진동음]
(준재) 동작 정지
[휴대 전화 진동음] [통화 연결음]
(준재) 아, 어디서...
이리 와 [휴대 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로맨틱한 음악]
(준재) 너 못 가! 아무 데도
나 안 가, 허준재
[준재의 졸린 신음]
(심청) 술은 진짜 좋은 거구나
뭍에 와서 제일 좋은 게 술인 거 같아
가지 마
(준재) 네가 달라도
제아무리 달라도
난 너 안 떠나
이건 거짓말 아니었으면 좋겠다
진심이었으면 좋겠어
[준재의 졸린 신음]
[까치가 깍깍 운다]
[구역질한다]
허준재 저러다 죽는 거 아니야? 일곱 번째 가고 있어
죽기 직전까지 가지만 죽진 않아
그것이 술의 묘미지
근데 어떻게 허준재랑 술 마셨어?
응, 첫 술을 누구한테 배우느냐가 중요하대서
나한테 배우지 그랬어
근데 허준재가 그러던데
개남두가 왜 개남두냐면 술 마시면 개가 돼서 개남두라고
어, 맞아
근데 그런 나한테 술 배운 애가 허준재야
쟤가 수제자야
[화장실 문이 드르륵 열린다]
[준재의 괴로운 신음]
[준재의 구역질] 근데 술 마셔서 한 말은 진심이야, 거짓말이야?
(남두) 씁, 어, 반반인데
준재 같은 경우엔 다 뻥, 완전 개뻥
그냥 그 순간에 준재랑 한 대화는
강아지 한 마리랑 대화를 했다 생각하면 되는 거야, 다 헛소리
응
그렇구나
왜, 준재가 뭐라고 그랬는데?
(남두) 준재가 뭐라고 그랬는데?
안진주, 3시에 동물병원 예약했어
오케이, 그러면 움직여 주셔야겠네
[흥미진진한 음악]
[강아지들이 깨갱거린다]
- (직원1) 오셨어요? - (진주) 네
(직원2) 오백이 오늘 또 왔네요
얘가 요즘 자꾸 꼬리를 흔들어대서
아, 그건 어머님이 좋아서 그런 거 아닐까요
아니, 얘가 원래 나 닮아 가지고 엄청 시크해 가지고
사람이 오든 말든 상관을 안 했거든요
그런데 막 오두방정을 떨면서 너무 흔들어 대니까
혹시 멘탈 쪽에, 그런 데 좀 이상이 생긴 거 아닌가 싶어서
[직원2의 난감한 신음]
(직원2) 접수해 드릴게요
혹시 요새 구백이 아빠 안 와요?
어? 저기 오시네요
어머!
- (진주) 어유, 이제야 뵙네요 - (남두) 아, 안녕하세요
연락이 너무 안 되셔 가지고
아, 죄송해요 제가 요새 정신이 좀 없었어요
우리 구백이가 반장 돼 가지고
반장 됐어요?
네, 친구들 안 물고 배변 장소 딱딱 잘 가려서
(남두) 타의 모범이 되고 그런 걸 선생님들이 좋게 봐 주셨나 봐요
안 그래도 같은 반 엄마들이 한턱 쏘라고, 쏘라고 그래서
유기농 개껌 사러 왔습니다
(진주) 아...
아, 의젓해 보이더니 좋으시겠어요
[구백이가 왈 짖는다] 어머?
(남두) 아휴, 떠들거나 지저분한 애들 보면 자꾸 짖어요
반장 됐다고 책임감 생기나 봐요
아, 그러시구나
근데 재이 대표님한테
[흥미로운 음악] 제 말씀은 좀 전해 주셨어요?
아유, 참 그게 제가 말씀은 드렸는데
아무래도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아니, 왜요?
일단은 식사 스케줄이 너무 꽉 차 있고
지금도 약혼녀분이랑 스시 드신다고 일본 잠깐 가셨거든요
어머머, 집밥 좋아하신다면서
무슨 스시를 먹으러 가요
아휴, 죄송해요
뭐, 참, 그런 청탁을 너무 많이 받으셔서 불편하신가 봐요
그래서 이렇게 부탁을 드리는 거잖아요
저희도 이 돈 엄청 어렵게 세이브한 거라서
정말 믿을 만한 데 투자하고 싶어서 그래요
아휴, 참
(진주) 아, 그리고 이거...
- (남두) 이게 뭐예요? - (진주) 이것만, 이것만 받으세요
- (남두)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 (진주) 구백이 먹이세요
[남두의 탄성] 아니, 이거, 제가 아는 분이 직접
정성스럽게 키운 고구마랑 깨로 만든 사료예요
[남두의 한숨] (진주) 아유, 이거 돈 주고도 못 사요, 진짜
괜찮아요, 괜찮아요, 아, 넣어 두세요
아, 넣어 두세요, 네
아이고, 참 괜찮은데
그러면 저는
굿 뉴스만 기다리고 있을게요
언니, 사기꾼이라니까
아니, 무슨 사기꾼이 이렇게까지 튕겨요
수법이겠죠
[언짢은 한숨]
(유란) 지용이 고모
쉬시는데 죄송한데요
네
빨래 넣을 때요, 겉옷은 이쪽에 속옷은 이쪽에 넣어 주실래요?
[익살스러운 음악] (유란) 자꾸 일을 여러 번 하게 돼서요
저기요
그 여러 번 하는 일
그거 하려고 아주머니 이 집에 입주해 있는 거 아니세요?
네, 그렇죠
그런데 조금만 배려해 주시면 제가 편할 것 같아 그래요
[시아의 헛웃음]
저번부터 한번 얘기하려고 했는데요
(시아) 이 집에서 누가 윗사람이에요?
아주머니, 제 시어머니세요?
어머, 나 무슨 시집살이하는 거 같아
- (유란) 저도 그러기 싫어요 - (시아) 네?
저도 지용이 고모 시어머니 되고 싶은 마음 없다고요
(시아) 언니! 저 아줌마 안 자르고 내버려 둘 거예요, 진짜?
[문이 쿵 닫힌다] (진주) 아니, 자르더라도
이번 초대 건은 끝나고 좀...
아, 그전엔 안 돼요
그래도 저 아줌마가 음식 솜씨 하나는 끝내 주잖아요
저 아줌마 아들 있댔죠?
진짜 며느리 될 사람이 불쌍하다, 진짜
[시아의 헛웃음]
[진주의 한숨]
아니, 근데 왜 내 집에서 둘이 싸우고 난리들이야?
왜 내가 눈치를 보고 있어야 돼?
[휴대 전화 벨 소리]
[진주의 한숨]
[휴대 전화 벨 소리]
어머머, 어머!
네, 구백이 아빠, 네
[흥미로운 음악] [진주의 감탄]
스케줄 어레인지 되신 거예요?
[진주의 기쁜 신음] 너무 감사해요, 네
그래서 언제쯤?
(진주) 여보, 여보
어? 옷이 이게 나아 아니면 아까 게 나아, 어?
갈아입은 거지? 이거, 아까 그거랑...
아휴, 됐다, 됐어
(진주) 아줌마!
아줌마!
(진주) 어때, 어때, 응?
화사하고 막 크리스마스 분위기 나고 괜찮지?
손님용치고는 조금 거추장스러워 보이긴 하는데
(진주) 그래?
거추장스러워 보이나?
근데 사모님 원하시는 거 입으세요
[경쾌한 음악] (진주) 이거는?
아, 되게 활동적이고 좋은 것 같은데
씁, 그건 너무 초라해 보이지 않나요?
[진주의 한숨] (유란) 아니, 근데
사모님이 원하시면 입으세요
(진주) 이건 어때요?
괜찮네요
괜찮아요?
(진주) 아, 어머, 다행이다 [진주가 살짝 웃는다]
네, 무난해요
거기에 액세서리를 너무 이것저것 하지 말고
딱 하나만 포인트 주면 좋겠는데
아, 그럼 팔찌를 하나 해야겠다
팔찌 말고 목걸이가 나을 것 같은데
목걸이?
하고 싶은 거 하세요
[진주의 짜증 내는 신음]
아니, 나 왜 자꾸 저 아줌마가 시키는 대로만 하고 있는 거 같지?
[깊은 한숨]
그래도 또 틀린 소리는 안 해 신경질 나게
[흥얼거리며] 언제쯤 오시려나, 두바이 손님이
네, 말씀드렸다시피 이분
돈이 없는 분도 아니고 [준재의 놀라는 탄성]
모든 사업의 중심이...
(준재) 야, 치마가 너무 짧잖아
(준재) 긴 거 입으라고 긴 거 여기까지 오는 거
(준재) 다시 갈아입고 와, 빨리, 빨리!
(남두) 마음에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시거든요
(남두) 그래서 고급 레스토랑보단 그 사람의 집에 초대받아서
밥을 먹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거고
(준재) 웃겨, 정말 치마를 저런 걸...
아무튼 이거 정말 어렵게 자리 마련한 거니까
(진주) 그러니까, 응? 우리가 돈을 넣는다 이런 마음으로 접근을 하면 안 되고
진심을 보여준다 이런 식으로 접근을 해야 된다는 거지
아니, 근데 그, 시아가 그랬잖아
걔네 사기꾼 아니냐고 나는 그게 조금, 그게...
[진주가 동식을 툭 친다]
당신 동생이 뭘 아니, 어?
걔가 세상을 알아?
맨날 연구실에 틀어박혀 가지고 몇백 년 된 기왓장, 서까래, 응?
그런 애들이랑 대화하는 사람이 뭘 알아?
그런가?
그러니까 괜히 검증한답시고 꼬치꼬치 캐고
그런 촌스러운 짓, 어? 하지 마라, 자기야
[숨을 씁 들이켠다]
검증을 앞에서 하냐? 그 뒤에서 하는 거지
시아 지금 어디래?
걔 안 와, 왜?
연구실 들렀다가 집에 오는 길이래
일찍 일찍 안 다니고...
[리드미컬한 음악]
너 여기 들어가서 내 이름 부르면 안 돼
- (심청) 허준재? - (준재) 하지 말라고
지난번에도 말했잖아 내 이름은 김재이야
근데 왜 그래야 되는데?
(남두) 아, 그냥 업무상 그렇다고 생각해
자, 쉿, 쉿! 조용, 벨 누른다
[초인종이 울린다]
[방문이 달칵 열린다] (진주) 이거 입어
(유란) 손님들 오신 모양이네요
제가 나가서 맞을까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우리가 나갈게요, 우리가
아, 네, 자!
(동식) 인사 잘하고 자, 가자, 가자, 가자
(진주) 엘리자베스
- (진주) 응, 됐어, 됐어, 가자 - (동식) 됐어, 됐어, 가자
[동식의 긴장되는 숨소리]
(동식) 아이고, 안녕하세요 [동식의 웃음]
[남두가 인사한다]
- (동식) 네, 들어오세요 - (남두) 처음 뵙겠습니다
- (동식) 아유 - (진주) 아유, 어서 오세요
- (진주) 오, 감사합니다 - (남두) 빈손으로 오기 뭐해서
(진주) 날씨가 너무 춥죠? [진주의 웃음]
(진주) 아니...
전에 우리 한 번 뵌 적이 있는데
유나랑 우리 엘리자베스랑 그...
사소한 싸움이 있어 가지고
(진주) 그런데 이렇게 또 뵙게 되네요 [멋쩍은 웃음]
엘리자베스, 인사드려
(엘리자베스) 안녕하세요
(심청) 안녕, 유나 잘 부탁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야
(진주) 아유, 무슨 부탁씩이나
제가 안 그래도 우리 엘리자베스한테 따끔하게 얘기했어요
이제부터 네 베프는 응? 누구?
유나야, 응?
(진주) 아니, 왜, 싸우면서 친해진 친구가 굉장히 오래 간다잖아요, 그렇죠?
아, 그런 말이 없었나? 들은 거 같은데 [멋쩍은 웃음]
아, 추운데 들어가세요, 네
(진주) 아유, 여기 날씨가 너무 추워져 가지고, 그렇죠?
[흥미진진한 음악]
차동식입니다
(남두) 아, 저는 한국에서 잠깐 모시고 있고요 이종광입니다
(동식) 아, 그러시구나, 네
(준재) 아, 요새 자주 오가고 있는 일본 지사 명함으로 드리겠습니다
(동식) 아휴, 네
네, 반갑습니다 [멋쩍은 웃음]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휴대 전화 진동음]
네, 언니
(진주) 오면서 무화과 좀 사다 줄 수 있어요?
(진주) 아줌마가 장 보면서 그걸 빼먹었네? [시아의 짜증 내는 신음]
(시아) 다 왔는데
알았어요
[동식의 긴장되는 숨소리] [휴대 전화 조작음]
"최고 경영자, 김재이"
[통화 연결음]
(태오) [일본어] 안녕하세요, KJ 투자 일본 지사
김재이 대표님 비서실입니다
[한국어] 여, 여보세요
(태오) 네, 말씀하세요
아, 한국말 되시는구나
거기 김재이 대표님 계신가요?
(태오) 저희 대표님은 개인적인 스케줄로 한국에 계십니다만
무슨 일이십니까?
아, 아닙니다
(동식) 예, 제가 전화 다시 걸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피식 웃는다]
(진주) 아줌마, 아줌마, 다 된 거지, 어?
맛있게 된 거지?
평소 먹던 집밥이 나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어요
아, 잘했어요
돈 없어서 못 사 먹는 사람들 아니거든
그래서 오늘의 포인트는 정성이에요, 정성
(진주) 아니, 아니, 내가 들고 나갈게요
[흡족한 웃음]
(준재) 글쎄요, 그쪽은 희소가치가 좀 없어서
맨해튼처럼 건물이나 땅을 더 이상 확장할 수 없는 곳이
더 좋다고 봅니다
땅을 어렵게들 생각하시는데
[쓸쓸한 음악] (준재) 희소가치를 기준으로 보면 명확해지죠
(동식) 실은요, 저희도 땅 쪽에 좀 관심이 많은 편인데
(남두) 저, 오늘은 그냥 가볍게 식사 정도로 인사 정도로만 하시고
구체적인 이슈는 좀 더 관계가 깊어진 다음에
[진주와 동식의 웃음]
(동식) 그래야죠, 네
제가 좀 성격이 급해 가지고 [동식의 헛기침]
아니, 근데 두 분이 너무 잘 어울리시는데
그, 결혼은 언제쯤 예정이신지?
곧 할 겁니다
(준재) 내년 초에 두바이나 유럽 쪽에서
(진주) 어머, 그러시구나 [동식의 감탄한 신음]
[진주의 감탄하는 신음]
(진주) 좋으시겠어요
[동식과 진주의 웃음]
아, 네, 매콤가자미찜 한번 드셔 보세요, 네
(진주) 아, 그리고 이 무생채무침은
오늘 아침 통영에서 올라온 생굴 넣고 무친 거예요
네, 그리고...
(진주) 아, 이거, 네
이것도 어묵을 잘게 썰어 넣고 명란젓으로 간을 한 건데
레시피가 좀 독특해서 아마 드실 만하실 거예요
[진주의 옅은 웃음]
맛있네요, 정말
(준재) 저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해 주시던 거랑 맛이 비슷한데요
어머, 그러세요?
(진주) 아, 너무 다행이다
아주머니 여기 계란말이 좀 더 주세요
(유란) 네
(동식) 가자미식해 맛있네요
뭘 먹어도 입에 잘 맞더라고요
[동식의 웃음]
맛있게 드세요
- (준재) 감사합니다 - (진주) 엘리자베스도
(진주) 이 계란말이를 그렇게 좋아하잖아요
- (진주) 그렇죠? - (동식) 네, 그러니까
[진주와 동식의 웃음]
(진주) 아, 그렇지
- (진주) 이것도 좀... - (남두) 네
[남두의 음미하는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당황한 신음]
아이, 씨
[시아의 놀란 신음]
- (시아) 태오야 - (태오) 어, 누나
- (시아) 여긴 무슨 일이야? - (태오) 누나는?
나? 여기 우리 집이니까
어, 나도 여기 누나 집이니까
우리 집인 걸 알고 왔다고?
어, 좀, 좀 할 말이 있어서
[난감한 신음]
아, 근데 어떡하지?
지금 집에 손님들 와 계셔서
뭐, 급한 얘기야?
뭔데? 나 지금 빨리 들어가 봐야 돼
사랑해, 누나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태오의 한숨]
(시아) 언제부터니?
그래, 뭐 사랑이라는 게 언제부터 시작이다
'요이 땅' 그러고 시작하는 거니, 그게?
그래도 그렇지
너 나랑 준재 사이 뻔히 다 알잖아
준재 봐서라도
[안타까운 한숨]
어떻게 날...
[태오의 한숨]
바보야, 고개 들어
사랑이 무슨 죄니?
[시아의 놀란 숨소리] 어머머, 얘 얼굴 홀쭉해진 거 좀 봐
(시아) 아, 어떡해
[시아의 안타까운 한숨]
마음 추스를 수 있겠어?
나 그만 가 봐도 될까?
어떡하니, 널
난 준재뿐이란 말이야
[한숨 쉬며] 속상하다, 진짜
아니, 도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마음을 키운 거니?
(시아) 사실 눈치를 못 채고 있었던 건 아닌데
왜 하필 나야
하긴, 네 주변에 괜찮은 사람이 나밖에 없기는 하겠지
(시아) 대충 눈치는 챌 뻔도 했었어
너 너무 힘들겠다
괜찮니?
(동식) 어떻게 이런 선남선녀분이 만나시기도 참 힘든데, 그렇죠?
[휴대 전화 진동음] 어쩜 이렇게...
(진주) 그러게요 [진주와 동식의 웃음]
(태오) 빨리 나와, 거기 차시아네 집이야
(진주) 마카롱 좀 드셔 보세요, 네 [진주의 웃음]
저기, 대표님
[준재의 당황한 숨소리]
저기, 죄송해서 어쩌죠?
저희 급한 일이 생겨서 그만 가 봐야 될 것 같은데
어머, 벌써요?
(진주) 아, 저, 저희가 뭐 실수라도...
(남두) 아니요, 뭐, 그게, 그게 아니고요 나중에 다시 연락 드릴게요
[남두의 웃음] (진주) 아니...
아니, 이렇게 가시면 안 될 거 같은데 [동식이 호응한다]
(진주) 아니, 저기 아직 얘기가 우리가 남아서
(진주) 어머, 김 대표님
[진주의 탄식]
이야,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냐
(준재) 그러니까 사전에 꼼꼼하게 알아봤어야 될 거 아니야
뭐야 이게, 큰일 날 뻔했잖아!
(남두) 아니, 가족관계 증명서도 시누이는 안 나와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남두) 일이 이렇게 틀어질 줄 알았냐?
야, 까딱했으면 다 들킬 뻔했어
뭘 들켜?
아무것도 아니야
뭘 들킬 뻔했는데?
왜 큰일 날 뻔해?
(심청) 허준재, 사기꾼이야?
나쁜 놈이야?
[긴장되는 음악]
(심청) 나도 달라
내가 다르단 걸 알면 허준재는 날 싫어하게 되겠지
떠나겠지
(남두) 아, 이...
일을 하다 보면 뭐, 쯧
여러 가지 별의별 일들이 다 생기는 거거든
왜 저렇게 아무 말도 안 하고 쳐다봐? 무섭게
[텔레파시가 울려 퍼진다]
(심청) 다 거짓말이야?
(준재) 그래, 나 거짓말하는 사람이야
남 속이고, 속여서 돈 벌고
그래
난 그런 사람이야
넌 또 뭐라냐?
그게 내 비밀이야
야, 허준재
네 비밀은 뭔데?
(심청) 내 비밀은...
[몽환적인 음악]
[텔레파시가 울려 퍼진다]
(심청) 내가 너랑 다르다는 거
내가 인어라는 거
(남두) 아니, 둘 다 말도 안 하고 뭐 이렇게 눈싸움하고 있어?
야, 들어가자, 우리 오늘은 좀 쉬자
(심청) 넌 내가 누군지 알면 놀랄 거야
상처받을 거고 무서워할 거야
날 떠날 거야
그러니 난 최선을 다해서 안 들키고 싶어
(남두) 응? 청아, 준재야, 우리 들어가자
오늘 둘 다 예민하네
[긴장되는 음악] 형
방금 쟤가 한 말 들었어?
뭘 들킬 뻔했냐고 한 말?
아니
왜 큰일 날 뻔했냐고 따지던 말?
그거 말고
그거 말고 뭘 들어, 말을 해야 듣지
입을 떼지 않고 쳐다만 보는데 무슨 말을 들어
[몽환적인 음악]
[심장 박동 효과음]
(심청) 내 비밀은
내가 너랑 다르다는 거
내가 인어라는 거
(준재) 그 화병 속 그림을 보는데
[헛웃음]
아니, 진짜 미친 소리 같으시겠지만
그 그림 속 남자가 꼭 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겨운 한숨]
[힘겨운 한숨]
어디 간 거야, 또
[애잔한 음악]
[출입문이 드르륵 닫힌다]
(담령) 모든 일이 반복되고 있다
(양 씨) 나리
혹 인어에 대해서 들어 보셨습니까?
(시아) 김담령
흡곡 현령이었던 김담령이라는 사람이야
(양 씨) 오늘은 신임 현령이 부임하신 기쁜 날이니
여러분들에게 희귀한 구경거리 한번 시켜 드릴까 합니다
(담령) 난 꿈을 꾼다
그 꿈속의 나는 이상한 세계 속에 살고 있지
그리고
거기엔 너도 있다
(시아) 이것 봐, 이 남자가 입은 옷
꼭 요즘 옷 같잖아
마치 미래를 보고 그린 그림처럼
(시아) 게다가 인어라니, 너무 신비롭지 않아?
(담령) 모든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곳에서의 인연은 그곳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악연 역시 그러하다
(담령) 위험한 자로부터
[타이어 마찰음]
그 여인을 지켜 내라
[준재의 가쁜 숨소리]
[힘겨운 신음]
[가쁜 숨을 내뱉는다]
(세화) 오래전 한 소년이 인어를 사랑하여 인어의 목소리를 들었지요
[준재의 괴로운 신음]
(세화) 날 구해 주세요
(심청) 나도 달라
허준재
(심청) 내가 다르단 걸 알면 허준재는 날 싫어하게 되겠지
떠나겠지
오지 마, 허준재!
(세화) 하지만 그는 중요한 걸 모르고 있었지요
인어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걸
바로...
입맞춤으로 인간의 기억 속에서 자신을 지워 버릴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인어는 소년의 기억 속에서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준재) 넌 뭐냐?
뭔데 여기 있냐고
[가쁜 숨소리]
[괴로운 신음]
(심청) 사랑해
[애잔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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