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의 전설 9
[애잔한 음악]
나 돌아갈게
내가 원래 있었던 데로
더 늦기 전에
혹시
너 좋아할 계획 생기면 얘기해 달라 그랬지
생겼어, 계획
그러니까
가지 마
나 가지 마?
어
하, 가지 마
이제 그만 가자, 집에
[준재의 아파하는 신음]
[준재의 괴로운 신음] 허준재, 왜 그래?
[어두운 음악] (심청) 너 괜찮아?
허준재
어, 허준재! [준재의 아파하는 신음]
허준재!
허준재!
허준재!
허준재!
[의미심장한 음악]
(심청) 허준재!
허준재!
허준재!
도와주세요!
- (여자1) 어머! - (남자1) 여보세요
[사람들이 저마다 말한다] (심청) 허준재, 허준재!
(남자2) 여기요, 여기 사람 쓰러졌어요, 여기
- (남자2) 여기 한강 공원인데요 - (심청) 허준재!
- (남자2) 저기, 빨리 좀 보내 주세요 - (남자1) 정신 차리세요, 여보세요?
- (담령) 누구냐? - (준재) 누구세요?
나는 담령이다
만약 그대가 다음 세상의 내가 맞다면
꿈에서 깬 뒤에도 이 말만은 기억해라
(담령) 모든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곳에서의 인연이 그곳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악연 역시 그러하다
위험한 자로부터 그 여인을
지켜 내라
[사이렌이 들린다] [무전기 신호음이 들린다]
- (심청) 허준재 - (구조대원) 저기요, 괜찮으세요?
(구조대원) 이거 보이세요?
이거 보이세요?
- (심청) 허준재 - (구조대원) 괜찮으세요?
(준재) 아, 괜찮습니다
[준재의 힘겨운 신음]
(준재) 괜찮습니다
[애잔한 음악]
괜찮아?
난 괜찮아
[안도의 한숨]
(심청) 이제 좀 괜찮아?
넌?
너도 아까 어디 아프다며
난 이제 안 아파
(심청) 왜?
언제는 사랑을 하니, 마니
계획이 있니, 없니 귀찮게 하더니
너 뒤로는 어디 튈 생각이나 하고 있었냐?
(준재) 이야, 너 무서운 애더라
가면, 뭐 어디?
누구한테 가려고 그랬는데?
공무원 걔?
정훈이는 이제 없어
[쓸쓸한 음악]
왜? 어디 갔는데?
멀리
[준재의 헛웃음]
너도 걔 따라 멀리 가려고 그랬어?
왜? 걔가 또 멀리 가서 라면 먹자디?
라면 끓여 준 거 정훈이 아니거든
걔가, 걔가 아니라고?
그럼 걔는 또 누군데?
그건 말할 수 없어
[답답한 한숨]
(준재) 너 안 되겠다, 나 좀 따라와 봐
[밝은 음악]
(준재) 자, 봐 봐
- (준재) 인형들 많지 - (심청) 응
(준재) 하나 골라
(심청) 나 쟤, 핑크 문어
그래, 네가 핑크 문어 골랐지
네가 선택한 거야
그럼 넌 쟤를 무조건 뽑아야 되는 거고
(준재) 자, 해 봐
[뽑기 기계 작동음]
(심청) 어, 됐어!
[심청의 웃음]
(심청) 아, 거의 다 됐는데
그렇지, 거의 다 왔지
그렇지만 진짜 온 건 아니잖아
원래 인생이라는 게
될 듯 말 듯 하면서 안 되는 게 인생이야
그렇지만 네가 여기서 포기하면
네가 선택한 저 핑크 문어는 절대 밖으로 나올 수 없어
다시 해 봐
[심청의 놀란 신음]
[심청의 아쉬운 탄성]
이거 안 되는 건가 봐
얘가 또 포기하려고 그러네
네가 선택했으면 네 게 될 때까지 포기하면 안 되는 거지
그게 핑크 문어든...
뭐든
그럼 나 한 번 더 해 볼래
[발랄한 음악] [동전을 달그락 집어넣는다]
[심청의 아쉬운 탄성]
[아쉬운 탄성]
(준재) [살짝 웃으며] 자, 이제...
(심청) 아, 가만, 가만있어 봐, 가만있어 봐
[심청이 동전을 달그락 집어넣는다]
[준재의 한숨]
[놀란 신음]
(심청) 아, 거의 다 왔는데, 이거
이거, 내가 보니까 [준재가 기계를 툭툭 찬다]
기계가 좀 그런 거 같아
저 집게를 일부러 좀 느슨하게 해 놨나 봐, 그만 가자
그럼 포기해?
아니지, 이건 포기가 아니라 잠깐 멈추는 거지
다음 이 시간에?
그렇지, 웬일이냐, 오랜만에 똑똑하게
아무튼 중요한 건, 네가 선택한 건 끝까지 포기하면 안 된다는 거야
포기하면 된다고, 안 된다고?
안 된다고
그렇지
호빵 먹고 갈래?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남두) 아니, 내가 거기 가지 말랬더니 기어코 말 안 듣고
야, 큰일 날 뻔했잖아
괜찮다니까
도대체 누구야, 얼굴 봤어?
- (준재) 글쎄 - (남두) 뭐 짚이는 사람도 없어?
(남두) 아, 나도 뭐, 우리가 워낙 [TV 뉴스가 흘러나온다]
척지고 사는 놈들이 많아 가지고
얼른 그 후보군이 좁혀지진 않는다마는...
(TV 속 앵커) 회현동을 수색 중이던 경찰에 쫓기면서
(남두) 왜?
(TV 속 앵커) 한낮 추격전이 벌어졌던 사실이...
[불길한 음악] (남두) 왜?
저 사람이야
(TV 속 앵커) 경찰이 마 씨를 바로 눈앞에서 놓친 것으로...
(남두) 저 사람이라고?
[TV 뉴스가 계속된다] 탈주범 마대영?
응, 맞아, 저 사람이야
오늘은 모자 벗었네
청이, 너도 기억해?
그 사람 맞지?
지난번에 비 올 때 경찰 옷 입고 경찰 모자 쓰고 있던 사람
경찰 모자도 썼고 검정 모자도 썼어
너...
그날 이후에도 저 사람 본 적 있어?
있어, 전단 나눠 줄 때
(남두) 와, 와, 나 오늘 너무 놀라네 진짜 여러 번
야, 나 소, 소름 돋은 거 보여?
아, 그러면 무려 탈주범이 우리 청이를 미행한 거야?
왜?
너는 그런 일이 있었으면 얘기를 해야 될 거 아니야
바보냐?
(남두) 야, 청이도 몰랐겠지
너도 방금 알았는데 청이가 어떻게 알았겠냐
왜 애한테 뭐라 그래?
[옅은 한숨]
(남두) 아, 저 자식
쟤 괜히 저래, 괜히 [남두의 멋쩍은 웃음]
[문이 달칵 닫힌다]
[멀어지는 발걸음]
[문이 달칵 여닫힌다]
[준재의 한숨]
(남두) 아, 추운데 뭐 해, 이리 들어와 봐
아, 정말
앉아 봐
(준재) 그 자식이 도대체 왜 청이, 걔를 쫓아다니냐고
[준재의 한숨]
(남두) 야, 청이만 쫓아갔냐? 너 불러내서 죽일 뻔한 거잖아
너 오늘 진짜 큰일 날 뻔했어, 너
아니, 그러니까
아니, 그런 놈이 왜 청이를...
(담령) 이곳에서의 인연이 그곳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의미심장한 음악] 악연 역시 그러하다
(담령) 위험한 자로부터 그 여인을 지켜 내라
[깊은 한숨]
- (준재) 형 - (남두) 왜?
[준재의 답답한 한숨]
(준재) 내 얘기 이상하게 듣지는 말고
내가 꿈을 꿨는데
(남두) 꿈?
꿈속에서 내가 조선 시대 사람이야
어?
[흥미로운 음악] (준재) 그리고 그 팔찌도 차고 있어
팔찌?
뭐, 그, 김담령 팔찌?
(남두) 아, 그럼 네가 김담령이야? 그 꿈속에서?
어
아무래도 그랬던 거 같아
어, 그럴 수 있어
나도 영화 '명량' 보고 내가 막 이순신 장군 되는 꿈 꾸고 그랬거든
아, 그런 개꿈 말고
개꿈은 네가 개꿈이지
(남두) 네가 무슨 김담령이야 뭐, 전생 보는 거냐?
아니, 전생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세상 같은 느낌이야
또 다른 나
또 다른 나 같은 소리 하고...
야, 내가 너한테 팔찌 얘기 하고
시아가 난파선 발굴 얘기 하고 그러니까 네가 그런 개꿈 꾸는 거야
현실이 꿈을 지배하는 거잖아
너 뇌 과학 전공한 애가 그런 것도 몰라?
하, 그런 건가
그런 거지
[답답한 한숨]
요새 내가 좀 그러네
야, 원래 거사를 앞두고는 이런 꿈, 저런 꿈 꾸고 그러는 거다
야, 우리 안진주네 터는 거 정말 잘되려나 보다
[웃으며] 어?
[익살스러운 음악] 그래, 걔 서유나라고
걔랑 우리 엘리자베스랑 트러블이 있었던 모양이야
그러니까, 모난 애들은 어떻게든 좀 티가 나잖아
어머, 걔네 엄마한테 전화 왔었어, 왜?
[헛웃음]
수영을 끼워 달라고?
아니, 끼워 줄 거야, 자기?
그렇지? 그럼
어휴, 그런 애들 끼면 괜히 우리 애들만 불편하지 [문이 달칵 열린다]
(진주) 그래, 알았어, 자기 믿지, 그럼
어, 어, 그래 우리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해
(진주) 어, 그래, 들어가
지금 한 시간 반 통화했는데 아직 자세한 걸 얘기 못 한 거야?
(진주) 자기야
근데 허 회장한테 얘기 좀 해 봤어?
몰라, 저녁 한번 먹자고 해도 되게 바쁜 척하면서 시간 안 내줘
어머, 우리 집 반찬이 그렇게 입에 맞는다고 해서
내가 얼마나 해서 갖다 바치고 있는데
뭐야, 받아만 먹고, 어? 입 싹 씻겠다는 거야, 뭐야, 그 집?
아, 그 양반이 어떤 양반인데
돈 되는 땅이나 건물 그걸 자기가 투자하지 우리 주겠어?
그러니까 좀 달라고 우리가 이렇게 공을 들이고 있는 거잖아
응? 지금!
[진주의 짜증 내는 탄성]
[한숨 쉬며] 그 비자금을 어떻게 빼돌린 건데
[익살스러운 음악] 혹시나 국세청에 걸리지는 않을까
어디 외부 감사에 걸리지는 않을까
얼마나 피땀 흘려서 그렇게 모은 거냐고!
그럼
이거 검은돈이라고 하면 억울해, 나도
나름대로 피땀 흘려서 모은 건데
하, 말해 뭐 하니
어, 자기야 진짜 수고했어, 응? 정말
우리 진짜 이 돈 진짜 제대로 굴려서
이 피와 땀 절대 헛되지 않게 그렇게 꼭 해 보자, 어?
그래, 자기야, 우리 오늘 밤도 헛되지 않게 파이팅 하자!
뭐라니?
[초인종이 울린다]
- (가정부) 누구세요? - (대영) 네, 우체국 택배입니다
(대영) 강서희 씨 계세요?
이거 법원 등기인데 이거 본인이 직접 수령하셔야 되는데
[대영의 웃음]
[긴장되는 음악]
(서희) 어쩌려고 여길 와, 미쳤어?
나도 죽겠다 춥고 배고프고 돈도 없고
허준재, 걔 보통 아니야 미꾸라지처럼 다 빠져나가
허 회장, 저 인간
지금 유언장 공증하려고 변호사 미팅 잡고 있어
이대로 홀랑 다 뺏기고 나야 정신 차릴래?
이러다가 허 회장이 준재 찾아가서 그쪽으로 다 돌려 버리면...
(서희) 얼른 가!
(대영) 아휴, 저, 밤늦게 죄송합니다
- (서희) 네 - (대영) 네
(대영) 네
[멀어지는 자동차 엔진음]
- (서희) 어, 치현아 - (치현) 아, 네, 어머니
우체부가 이 시간에도 와요?
[헛웃음 치며] 그러게
연말이라 많이 배달이 밀렸는지
- (서희) 밥은 먹었어? - (치현) 네
(서희) 들어가자
- (치현) 어머니, 식사하셨어요? - (서희) 그럼
[대문이 쿵 닫힌다]
(서희) 가자
[치현이 숨을 씁 들이켠다]
(서희) 왜?
아, 어머니 혹시 준재 소식 아세요?
[웃으며] 내가 그럴 어떻게 알아
저 얼마 전에 준재 만났어요 아주 우연히
어, 그래?
아버지한테 혹시 얘기했어?
아니요, 어머니한테 먼저 말씀드리는 거예요
잘했다
아버지 요즘에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많이 복잡하셔
당분간은 얘기 안 하는 게 좋겠어
혹시 벌써 알고 계세요?
뭐를?
준재가 어디 사는지, 어떻게 사는지요
말했잖아, 모른다고
근데 왜 더 안 물어보세요?
제가 준재 만났다는데
더 안 궁금하세요?
[어두운 음악] 아버지하고 나
준재한테 받은 상처가 너무 커
그리고 네 아버지 저러고 가만히 계시는데
내가 나서는 것도 우습고
근데 어머니, 아버지가 원하셔도 저나 어머니 때문에
선뜻 나서기 어려우실 수도 있지 않을까요?
나도 부자 사이가 저렇게 된 거 나도 아쉽지만
글쎄
우리 지금이 좋지 않니?
준재가 돌아오면 우리 지금처럼 살 수 있을 것 같아?
- (치현) 근데 저는... - (서희) 너는?
너도 지금 누리는 거 다 누리면서 살 수 있을까?
(치현) 어머니
저는 어머니 지켜드리고 싶어요
[서희의 흡족한 웃음]
아유, 우리 착한 아들
근데 지키는 건 네가 아니라 그건 엄마가 할 일이야
(서희) 얼른 들어가자
네
[통화 종료음]
[깊은 한숨]
[통화 연결음]
(남두) 근처 편의점 CCTV에 잡힌 게 딱 하나 있는데 뒷모습이야
사각지대를 거의 기가 막히게 찾아다니는 놈이지
그러니까 여태까지 경찰한테도 안 걸렸지
[휴대 전화 벨 소리]
여보세요
누구시죠?
(치현) 아, 네, 혹시 남성준 부장님 아시는 분입니까?
그러는 그쪽은 누구십니까?
(치현) 아, 저는...
너 준재니?
[어두운 음악] 맞구나
(치현) 나 치현이다 [준재의 헛웃음]
네가 내 번호 어떻게 알았냐?
(치현)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남 부장님 많이 다치셨다
사고 직전에 걸려온 번호가 이 번호였고
[휴대 전화 조작음]
청이는?
(남두) 어디 나가던데
어디?
(남두) 모르지, 나도
아니, 형은 그냥 나가게 하면...
(준재) 그 미친놈이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지도 모르는데, 어?
남 부장님 핸드폰 갖고 있었던 것도 그놈이라고
(남두) 어머, 왜 나한테 화를...
아, 진짜
[휴대 전화 조작음]
[걱정스러운 한숨]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삐 소리 후...
왜 또 안 받냐
[휴대 전화 조작음]
[GPS 알림음]
얘는 맨날 여기는 왜 가는 거야
[경쾌한 음악] 남자 쪽에서 좋아할 계획이 있다고 했다?
그럼 오늘부터 1일인 거네?
(거지) 와, 좋을 때네
연애할 때 딱 한 번밖에 안 오는 날이지
물론 남자를 바꾸면 또 오긴 하겠지만
그런 거야?
지금부터가 중요하겠네 그 남자가 너한테 홀랑 빠지게 하려면
나 알려 줘, 나한테 홀랑 빠지는 방법
그래서 절대, 절대 못 헤어나오는 방법
나 그래야 여기서 안 아프고 오래오래 살 수 있는데
[심청의 헛기침] 너, 뭐 미저리니?
그리고 내가 그런 방법을 알았으면 이러고 있겠어?
[한숨 쉬며] 자, 러브에는 3단계가 있어
1단계는 로맨틱 러브
2단계는 핫 러브
3단계는
더티 러브
[경쾌한 음악]
더티는 고수들의 꽃이야
나 같은 경우엔 그냥 바로 더티부터 시작하는데
넌 그냥 로맨틱부터 가
로맨틱은 어떻게 하는 거야?
사실 그것만큼 허례허식이 많은 게 없어
차 마셔, 밥 먹어 영화 봐, 집 바래다줘
안부 문자 해, 이모티콘 새로 깔아
별 보러 가, 이벤트 해 밀당해, 고백해
[거지의 한숨]
그렇지만 이 모든 건 사실 더티를 향하고 있어
나 그거 궁금해, 더티
넌 아직 아니야
그거 어설프게 접근했다가 진짜 더러운 꼴 보고 끝장날 수 있어
넌 그냥 사랑의 총 쏘고 그런 거나 해
총? 그거 사람 죽는 거잖아
죽지, 좋아 죽지
[익살스러운 음악] (거지) 저것 봐, 저, 저것들, 어린것들, 저
하트 총 쏘고 난리 났잖아
애칭 만들었어, 너희들?
이름 말고 서로 둘만 부르는 거
없는데
내 첫 남자가 날 불러준 애칭은 멍뭉이였어
근데 개싸움하고 끝났지
동물 쪽은 가지 마, 끝이 안 좋더라
(심청) 그럼 난 뭐 하지?
인어?
인어는 무슨, 세상에 있는 걸 해야지
인어는 세상에 없어?
얜 무슨 안데르센 살아 돌아오는 얘길 하고 있니
그럼 있겠니?
[타이어 마찰음]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준재) 야, 넌 왜 전화를 안 받아, 어?
여기서 뭐...
[익살스러운 음악] (심청) 어, 인사해, 내 친구야
(거지) 아유, 아유, 안녕하세요
(준재) 아...
네
알았어, 가자
(준재) 야, 너 여기 맨날 오더니 거지랑 놀고 있었던 거야?
다 들리거든요
[웃으며] 아, 네, 죄송합니다, 네
(준재) 가자
나 거지 아니라고요
(거지) 나 노숙인이라고
'스트리트 피플'
[동전이 짤랑거린다]
[거지의 한숨]
아니라고요
나 거지 아니라고 공짜 돈 안 받는다고!
[심전도계 작동음]
[남 부장 처가 훌쩍인다]
(남 부장 처) 여보, 준재 왔어요
당신이 아들내미보다 더 챙기던 준재요
'우리 준재, 우리 준재' 했잖아
[흐느끼며] 정신 좀 차려, 제발
아저씨 음주운전 아니에요
[어두운 음악] 블랙박스 확인해 보셨어요?
그날 기록은 하나도 안 찍혔어 고장이 났는지
[안내 음성] 포맷을 시작합니다
[일중의 놀란 신음]
(창식) 아, 이게 외상성 백내장 같은데?
뭐, 여길 보니까 작은 상처가 있거든
저, 혹시 눈을 세게 비볐거나 아니면 어떤 물건에 찔린 적 있었나?
아니야, 그런 적 없고
아니, 요새 갑자기 뿌옇고 이게 침침해서 노안인가 그랬지
뭐, 하여튼 염증 치료제하고 항생제 처방해 줄 테니까
약 잘 먹어
여기서 더 심해지면 합병증 올 수 있어
각막은 말이야, 혈관이 없어 가지고
더 나빠지면 각막체 이식 수술 말고는 이게 방법이 없어
[창식의 탄식]
돈만 벌지 말고 건강도 챙기랬잖아, 내가
[함께 웃는다]
기왕 왔으니까 저녁이나 먹고 가
아니야, 나 지금 병문안할 사람이 있어서, 다음에
[창식의 웃음]
허준재 가족?
[치현의 웃음]
이야, 그래도 준재 가족이라고 해 주는 사람은
청이 씨밖에 없네요
준재랑 둘이 같이 온 거예요?
그때도 말했지만 나 허준재랑 안 헤어져요
[어이없는 웃음]
뭐, 알겠어요
근데 둘이 꽤 친한가 봐요
뭐, 결혼하실 거예요?
아직은 뭐, 계획 중이에요
뭘...
많은 거를
아...
근데 가족은 서로 닮고 따뜻하고 달달한 건데
허준재랑 그쪽은 왜 그래요?
(치현) 아버지
(일중) 어, 치현이도 와 있었구나
예, 아버지
근데 누구...
(치현) 아, 그게, 아버지
이분도 허준재 가족?
우리 준재를 아는 분입니까?
- 아, 그게 사실은요 - (일중) 어
[무거운 음악]
(어린 준재) 아빠, 나 목욕 다 하고 바나나 우유
(일중) 아빠 등 잘 밀어야 사 주지 저번처럼 설렁설렁하면 안 사 준다
[칭얼대며] 사 줘, 사 줘, 응?
알았어, 인마
(어린 준재) 하, 오예!
[흐느낀다]
[서희와 어린 치현의 웃음]
(일중) 준재는, 같이 안 가나?
일찍 자나 봐요, 그냥 우리끼리 나가요
(서희) 이따 배고프다 그러면 내가 뭐라도 챙겨 주지, 뭐
(어린 준재) 아빠...
그래
(일중) 치현아, 가자
- (일중) 뭐 먹을래? - (치현) 스테이크요
(일중) 그래, 스테이크
[다 같이 웃는다]
[떨리는 목소리로] 아빠
나 아파요
[어린 준재가 흐느낀다]
(일중) 얼굴이 왜
뭐 하고 다니느라고 그래?
어쩌다 다친 거야?
[코웃음]
이제 와서 그런 게 궁금하세요?
(일중) 그러게 누가 집 나가 고생하라던?
잘하는 짓이다
집을 나간 게 아니라 아버지 곁을 떠난 겁니다
그리고 고생 별로 안 했어요
그 집에 있을 때에 비하면 훨씬 좋았어요
홀가분하고
[쓸쓸한 음악] 내가 뭘 어쨌는데?
너보다 치현이 좀 챙겨 준 거?
너 아들이란 놈이 아비 맘을 그렇게 모르냐?
내가 정말 너보다 치현이가 좋아서 걔를 챙겨준 거 같아?
네가 아들이니까 이놈아, 일부러...
포기하셨잖아요
어머니랑 나
그리고 우리가 함께했던 그 시간들
다 버리셨잖아요
뒤도 안 돌아보고
그거 다 포기하시고 다른 선택 하신 거니까
포기한 건 미련 갖지 말고 잊어버리세요
[일중의 헛기침]
너도 살아 보면 알 거야
인생이라는 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나 이제 늙었고
상속에 대해서 정리할 참이다
그러니까 너 어서 집으로 들어와서...
(준재) 아니요
아무것도 받지 않을 겁니다
그게 돈이든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든
사람을 버리는 방법이든 뭐든
아버지한테선 아무것도 안 받고 싶어요
안 엮이고 싶어요
안 만나고 싶어요, 다시는
이놈의 자식이...
(준재) 그렇지만
건강하세요
준재야
(일중) 준재야
[머리가 띵 울린다]
[일중의 괴로운 신음]
[깊은 한숨]
[머리가 띵 울린다]
[힘겨운 신음]
[잔잔한 음악]
[현관문이 달칵 닫힌다]
[준재가 약을 달그락 뜯는다]
[물을 쪼르르 따른다]
[컵을 달칵 내려놓는다]
[준재의 한숨]
너도 가고 싶으면 가
선택했으면 포기하지 말라는 말
다 헛소리야
그런 게 어디 있냐
[옅은 한숨]
나도 너 없었을 때가 훨씬 편하고 좋았어
[준재의 힘겨운 신음]
[깊은숨을 내뱉는다]
[옅은 한숨]
[어린 준재가 흐느낀다]
(어린 준재) 아빠
나 아파요
[어린 준재가 흐느낀다]
[준재의 힘겨운 숨소리]
(심청) 좀 괜찮아?
TV에서 봤어, 이렇게 하니까 낫던데
[준재의 힘겨운 한숨] (심청) 어, 이제 좀 안 뜨거워졌다
(준재) 누가 이런 거 하래?
올라가
말은 그렇게 얘기해도 내가 옆에 있어 줬으면 좋겠지?
네가 암만 포기하라고 해도
'싫어, 포기 안 해'라고 해 줬으면 좋겠지?
포기한 건 미련 갖지 말고 잊어버리세요
싫어, 나 포기 안 해
네가 뭐라고 해도 나 너 포기 안 하고 옆에 있을 테니까
하고 싶은 말 못 해서 화내지 말고
그냥 해, 네가 진짜 하고 싶은 말
[옅은 한숨]
그래
못 했어
아버지한테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
[애잔한 음악]
하나도 못 했어
집 나오고 너무 힘들었다고
아버지 너무 미웠는데
그래도 나 찾을까 봐
한동안 전화번호도 안 바꾸고 기다렸는데
[울먹이며] 끝내 전화 한 통 없어서
너무 외로웠다고
(준재) 혼자 검정고시 보고 혼자 대학 가고 혼자 살아가면서
보고 싶었다고
너무...
보고 싶었다고
[흐느낀다]
[준재가 흐느낀다]
[준재가 연신 흐느낀다]
좀 괜찮아?
어
- (준재) 아까 그거 - (심청) 응?
그거
너 운 거?
아니, 울었다기보다는 그냥 약간의 눈물을 비친 거
아무튼 내가 아까 자기 전에 감기약을 먹어 가지고
좀 제정신이 아니었어
굳이 남두 형이나 태오한테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응, 나 잘 잊어버려 걱정하지 마, 허준재
그래, 그럼 다행이고
[심청의 옅은 웃음]
앞으로도 나한테 열심히 얘기해
남들한테 못 하는 이야기
내가 다 듣고 잊어 줄게, 열심히
[따뜻한 음악]
정말 다 잊을 거야?
(심청) 응
그럼 이것도 잊어
[밝은 음악]
됐어
[프라이팬이 지글거린다]
(남두) 뭐 해?
아, 난 면보다 밥이 좋은데
(남두) 파스타는 청이가 좋아하는 거잖아
그랬나? 난 내가 먹고 싶어서 하는 건데
(남두) 아, 그거 네가 먹으려고 그걸 그렇게 한다고?
응, 그렇구나
(준재) 됐어
[남두의 탄성]
(남두) 와, 오늘은 뷰티 청이네 뷰티 청
이야, 이제 서울 사람 다 됐다, 우리 청이
[남두의 웃음]
[카메라 셔터음]
그냥 예뻐서
(심청) 정말?
예뻐?
- (태오) 응 - (준재) 허, 참
- (준재) 야, 핸드폰 줘 봐 - (태오) 왜?
예쁘긴 뭐가 예쁘냐 [휴대 전화 조작음]
이런 거는 당사자 허락 없이 사진 막 찍고 그럼 안 되는 거야, 어?
매너가 아니라고
나 괜찮은데
- (태오) 괜찮다잖아 - (준재) 괜찮기는
(준재) 야, 그럼 사람 눈앞에 두고 '안 돼' 그러냐, 어?
청이 쟤가 그럴 애야?
(준재) 야
[어색한 웃음] 밥 먹어
어, 맛있겠다
(남두) 어, 그거 준재가 자기 먹는다고 자기가 그렇게 한 거래
[헛기침]
[밝은 음악]
(남두) 와, 너무 오늘 진짜 너무 예쁘다, 청이
[준재의 탄식]
뭐야
아니, 뭐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아
나만 어색해, 나만
허, 참
예쁘네
[문이 철컥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시아) 준재야
[시아가 살짝 웃는다]
나, 네가 알고 싶어 할 만한 거 있어서 가지고 왔어
[흥미진진한 음악] 뭐?
[작은 목소리로] 우리 잠깐 저쪽 가서 얘기해
왜, 여기서 하면 안 되는 얘기야?
아, 자료 보면서 설명할 것들도 있고 해서
(시아) 가자
먼저 먹고 있어
[옅은 웃음]
(준재) 뭐 해?
어, 잠깐만
(시아) 엊그제 답십리 쪽 아파트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조선 시대 집터가 발견됐거든
그런데?
여기가 김담령 본가 집터였대
(시아) 우리 학예사님 말씀하시는데 내가 너무 놀라서 먼저 여기로 온 거야
난파선 유물들 복원되는 대로 전시회 할 예정이었거든
(시아) 만약에 이 집터에서 뭐가 더 나오면
정말 대박일 것 같아
여기가 김담령의 본가 집터라고?
(시아) 응
[의미심장한 음악] [담령의 놀란 숨소리]
그런데?
여기가 김담령 본가 집터였대
[옅은 한숨]
(담령) 이제 섣달 보름까지는 열아홉 날이 남았다
무엇을 할까
무엇을 해야 꿈속에 그자가 내 존재를 믿을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신비로운 음악] (발굴자1) 여기요, 이쪽에 뭐가 있는데
- (발굴자2) 어디요? - (발굴자1) 이쪽요, 이쪽
(발굴자2) 어, 뭐야?
[문이 달칵 열린다]
[일중의 헛기침] [문이 달칵 닫힌다]
- (서희) 어, 여보 - (일중) 응
(서희) 병원에선 뭐래요?
무슨 백내장 같다고 약 먹고 지켜 보자 그러네
어휴, 얼른 약 먹고 자요
오늘 굉장히 피곤해 보인다
(일중) 그래?
[긴장되는 음악] (일중) 아이고
[일중이 약을 꿀꺽 삼킨다]
- (서희) 저기 - (일중) 어
(서희) 남 부장도 저렇게 됐고 새 사람 뽑아야 되지 않을까?
내가 좀 알아볼까?
아유, 남 부장 곧 일어날 텐데, 뭐, 쯧
좀 기다려 보자고 [서희의 웃음]
그래요, 그럼
- (서희) 누워요 - (일중) 어
[일중의 힘겨운 신음]
[강아지 울음이 들려온다]
(진주) 어이구
(직원1) 어머, 우리 구백이 또 왔네요
(남두) 네, 좀 코가 좀 건조해진 것 같아서
오백이도 왔네요 [진주의 옅은 웃음]
[남두의 옅은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남두) 아, 이름이 오백이예요?
- (진주) 네 - (남두) 얘 이름은 구백이인데
한 달에 구백 들어가서
어머
이번 달엔 벌써 850 찍었어요
아니, 뭘 하길래 900씩이나 들어요?
우리도 뭐, 할 건 다 하는데
애견 귀족 학교도 다니고 그렇지, 오백아, 응?
(남두) 어, 우리 애는 저기, 방과 후를 좀 해요
아, 방과 후
방과 후 뭐?
어, 월요일은 자신감 교육
허공에 대고 자꾸 짖고 그래요, 예
금요일은 저기, 영국식 예절 교육
아, 영국식?
네, 우리가 너무 주입식이잖아요
앉아, 누워, 기다려, 먹어 좀 강압적이잖아요
영국식은 기다려 준대요
아, 그렇구나
덕분에 오늘 제가 하나 배우네요
(남두) 아니, 뭘요
(직원1) 구백이 들어갈게요
아, 네, 또 뵙겠습니다
(남두) 일단 내가 우리 고객님이랑 그렇게 얼굴은 터놨어
서초동 검사 사모님들 대치동 돼지 엄마들
(남두) 압구정 백화점 문화 센터 사모님들에게 가장 신뢰도 있는 찌라시를 제공하는
강남 브로커, 이번에 내가 고용했지
(남두) '사월애'라고 안진주가 열심인 사교 모임이 하나 있는데
[흥미진진한 음악] 거기도 슬쩍 얘기해 놨어
사모님들, 그 얘기 들으셨어요?
- (여자2) 뭔데? - (여자3) 뭐?
김재이라고 이번에 어마어마한 분이 한국에 오셨어요
(브로커) 해외 주식이랑 부동산 투자를 해 갖고 자수성가한 한국계 부호예요
이분이 이 두바이에 57층 되는 빌딩을 갖고 있고
골프장을 하고 있는데
(브로커) 가끔 거기 문 닫고 만수르랑 골프를 치는 사이래
이건 뭐, 어나더 레벨인 거지, 뭐
어머, 진짜? [브로커의 웃음]
우리가 아는 그 만수르?
작년에 그 L건설 사모님이
(브로커) 투자 좀 받아 달라고 돈 가방 싸 들고 두바이까지 간 거야
근데 이분 발끝도 구경도 못 하고 그냥 돌아왔잖아
진짜 그랬대요, 최 여사님이?
아, 그럼요, 아유
(브로커) 아무튼 지금 이분이 싱가포르 세랑군 역세권에
콘도미니엄 프로젝트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급거 귀국을 한 이유가
약혼녀 때문이래요
(브로커) 약혼녀가 지금 서울에 살고 있는데 남자가 아주 그냥 뭐 죽고 못 산대요
- (여자2) 누군데, 약혼녀? - (여자3) 연예인이야?
그건 뭐, 철저히 베일에 싸여서 잘 모르겠고
(브로커) 아무튼 이제 그 여자한테 꽂혀 갖고
지금 그 강남 백화점을 매일같이 그냥 다 털고 다닌대, 그냥 탈탈
[진주의 비웃음]
(남두) 자, 이렇게 밑밥을 깔아 놨으니까 이제 어째야겠어
[흥미진진한 음악]
(남두) 김재이랑 그 약혼녀가 한 일주일 백화점 탈탈 털어 주면 되는 거지
약혼녀는 누가 해?
어, 태오야
(준재) [어이없게 웃으며] 장난해?
쟤 데리고 가라고?
그렇지, 예쁘긴 한데 좀 무리지 그렇지?
아, 거봐
[태오의 짜증 내는 신음]
[준재의 어이없는 웃음]
야, 우리 청이 어때?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아니, 너 왜 요새 뭐 조심한다고 청이 어딜 가든 데리고 다니잖아
그럼 뭐, 일할 때는 혼자 둘 거야?
아, 그렇다고 거기를 어떻게 데려가!
(심청) 나 어디 데려간다고?
[남두의 놀란 신음] (준재) 아, 깜짝이야
어, 청이, 우리 청이!
(남두) 어, 오빠 말 좀 들어 볼래?
(준재) [작은 목소리로] 아, 하지 마
어, 우리 청이 드라마 좋아하잖아
(남두) 저, 저, 사실은 저기
TV 안에 있는 게 작은 사람들이 아니고
알아, 촬영하는 거잖아 드라마잖아, 드라마
(남두) 아는구나
[흥미로운 음악] 이야, 우리 청이, 의외로 똑똑해
(남두) 우리 청이?
- (남두) 우리? - (준재) 아니, 똑똑하다고, 어쨌든
(심청) 그래서 뭐?
아, 그래서 우리가 저 드라마 같은 걸 찍어 보는 거야
거기서 준재의 역할은 멋있고 부자
실장님? 본부장님?
(심청) 드라마에서 멋있는 건 다 그런 거 하던데
(남두) 그런 거지, 그런 거지
그리고 우리 청이 역할은 그의 약혼녀
결혼할 사이라는 거지
[침을 꿀꺽 삼킨다]
좋아
(남두) 그렇지, 좋지?
좋대, 좋대, 좋대
[준재의 한숨] (남두) 어?
[손가락을 딱 튕기며] 청이 너는 거기 가서 딱 세 가지만 안 하면 돼
말하지 마
웃지 마
먹지 마
난 그건 좀 힘든데
끝나면 더 맛있는 거 사 줄게
구체적으로 뭐?
[준재가 피식 웃는다]
너 단 거 좋아하잖아
아이스크림? 케이크?
- (심청) 그거 받고 - (준재) 받고?
받고?
탕수육
[준재와 남두의 웃음]
콜!
나도 콜
이야, 우리 청이, 서울 사람 다 됐다
[준재의 웃음] (남두) 다 됐어
가자, 돈 쓰러
[박진감 넘치는 음악]
이거, 이거, 이거
(준재) 또, 자기야?
자기, 그 앞엣것도
아, 그냥 다 사
다 주세요
(준재) 끝?
행거째로 주세요
(준재) 오케이, 이거
오케이, 이것도
이 보석은 싹 다 담아 주세요
[반짝이는 효과음]
지금 VVIP 룸 못 써요?
왜? 아깐 될 거 같다더니
(직원2) 죄송해요, 조금 전에 예약 주신 손님이 계셔서
나도 조금 전에 예약 주신 손님이야
내가 밀린 거야? 왜?
나 백목련 클럽인데
[흥미진진한 음악]
저 여자 내가 어디서...
뭐야
누구야?
(직원2) 어머, 오셨어요?
우리 허니가 한 번 땅에 닿았던 신발은 두 번은 안 신어서 자꾸 오게 되네요
아, 맨날 안고 다닐 수도 없고
자기, 다리 안 아파?
서울 너무 불편하다
건물들이 너무 빼곡해서 전용기를 타고 다닐 수가 없네
두바이랑 다르게
(직원2) 제가 얼른 안으로 모실게요
(진주) 두바이
하, 두바이...
(남두) [영어] 확인하셨죠?
알겠어요, 서둘러요!
(진주) [한국어] 구백이 아빠
구백이 아빠!
(진주) 저, 구백이 아빠?
어? 오백이 어머니
아, 네, 반가워요
아, 반갑네요
아니, 방금 오신 분들
저분들이랑 같이 오신 거예요?
아, 네, 제가 실은 투자 회사를 하나 운영하는데
외국에서 워낙 귀하신 손님들이 오셔 가지고
아, 방금 들어가신 그 남자분?
네, 그러면...
아, 저기요
혹시
저분 두바이에서 오셨어요?
(남두) 왜요?
[익살스러운 음악] 그 두바이에 57층짜리 빌딩 있으시고
막 그 골프장도 있으시고
만수르랑 막 이렇게 친구 먹고 아, 이름이, 이름이 뭐였지?
김재이 씨, 그 옆엔 홀딱 빠져 있다는 그 약혼녀 맞죠?
아니, 그런 걸 어디서 들으셨어요?
아유, 맞구나
(남두) 다른 분들한테는
[작은 목소리로] 말 나오면 너무 시끄러워지니까 절대 진짜 얘기하시면 안 돼요
아, 네, 네, 네
[진주의 기쁜 숨소리]
어때, 자기야?
(심청) [작은 목소리로] 배고파
(준재) 응, 그래
좋은 의견이야, 역시
[흥미로운 음악]
(심청) 떡볶이 먹고 싶어
(준재) 자기는 늘 마켓 친화적이야 난 그 점이 좋고
(심청) 순대도
[준재의 웃음]
아무튼 스케일도 커 그래, 그것도 지르자, 지시해 놓을게
(남두) [영어] 서두르세요, 이것 좀 부탁해요
(경호원) 네, 알겠습니다
(진주) [한국어] 어, 저기, 잠깐만
[진주의 웃음]
(진주) 아, 네
저기, 제가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네, 무슨?
저기... [진주의 멋쩍은 웃음]
저분들이랑 저희랑 식사 자리 한 번만 마련해 주시면 안 될까요?
아, 저도 모시고 있는 입장이라 뭘 부탁하고 말고 하기가...
저희도 투자 쪽에 관심이 많아서요
말이라도 좀 건네 보고 싶은데 어떻게 안 될까요?
[진주의 멋쩍은 웃음]
아, 사실은 저희 김 대표님이 한국 떠나신 지 워낙 오래돼서
한국식 집밥 먹어 보고 싶다는 얘긴 언뜻 하셨거든요
근데 전 또 미혼이고 해서
집밥!
집밥은 우리 집이지 우리 집 집밥 끝내줘요 [남두가 살짝 웃는다]
우리 집에 여자 백종원이 살아요
[탄성]
(동식) 그래서?
(진주) 얘기해 본대
[진주와 동식의 웃음]
(진주) 진짜 우리 이거 성사되면 대박이다, 여보
대박, 완전 대박 [진주의 웃음]
(진주) 아니, 일이 잘되려니까 어떻게 이렇게 풀리냐, 그렇지?
(동식) 응, 응
아줌마, 잘 부탁드려요
[진주의 웃음] (유란) 저야 늘 하던 대로 하는 거죠
누군데요?
놀라지나 마세요
(진주) 만수르랑 같이 골프 치는 사이래요
(동식) 완전 대박이야
사기꾼 아니에요?
아니, 뭐예요
(시아) 아니, 딱 들어도 사기꾼 필 나잖아요
그런가?
(진주) 뭐가 그런가야
내가 L건설 최 여사님한테 전화해서
작년에 두바이까지 갔다가 까이고 온 것까지 다 확인했거든
그래, 그럼 확실하네
(진주) 진짜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초 치지나 마세요
우리가 지금 돈을 억만금을 갖다줘도 그쪽에서 우리 끼워 주지도 않아요
(동식) 안 끼워 줘, 안 끼워 줘
(시아) 그것도 전형적인 폰지 사기 수법이잖아요
고수익 낼 수 있을 것처럼 투자자들 끌어들이는데
아무나 안 끼워 줘서 더 들어가고 싶어 하게 만들고
뭐, 그런 거
[동식의 생각하는 신음]
(진주) 그럼 그 사람 초대해서 같이 밥 먹을 때
고모가 같이 좀 봐 주면 되겠네 그러면 되겠네
(동식) 그래, 너도 같이 보면 되겠네
뭐, 그러든가 [휴대 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어, 잠깐만
[작은 목소리로] 그 남자네, 그 남자
[진주와 동식이 즐겁게 대화한다]
정말이야?
지금 그거 어디 있어?
(남두) 와, 우리 청이 오늘 진짜 잘했어
(심청) 나 잘했어?
어, 무슨 요원 같았어, 요원 그렇지, 준재야?
뭐, 그냥
내가 말했잖아, 얘가 머리가 좋아
뭐 하나 가르쳐 주면 금방 배운다니까
학부형이냐, 뭐냐, 자식 자랑해?
그렇다고
나도 오늘 정말 좋았어
(심청) 허준재가 하는 좋은 일 도와줄 수 있어서
[발랄한 음악]
근데 허준재, 그거 알아?
(심청) 저 인형 뽑기 기계 사장, 사기꾼이래
- (준재) 뭐? - (남두) 누가 그래?
(심청) 아, 내가 저거 계속 뽑는데 안 뽑혀서 물어봤더니
사람들이 그랬어, 사기꾼이라고
(심청) 나쁜 놈
[준재와 남두의 어색한 웃음]
(남두) 사기꾼
그래, 사기꾼이 물론 나쁜 놈들이지
(남두) 근데 꼭 그렇게 나쁜 사기꾼들만 있는 건 아니야
가끔 더 나쁜 놈을 사기 치는 그냥 나쁜 놈들도 있거든
(심청) 그래도 사람을 속이는 거잖아
청이는 안 그래?
(남두) 어, 한 번도? 남 속인 적 없어?
말 못 할 비밀 같은 거 없어?
(남두) 있는 거 같은데
아, 그만해, 왜 애를 다그치고 그래
뭐야, 진짜 학부형이야, 뭐야?
(남두) 태오야, 준재 진짜 이상하지 않아?
지금 싸고돌잖아
(남두) 둘이 뭐, 어? 관계의 변화라도 있는 거야?
- (준재) 아니 - (심청) 응
(남두) 뭐야, 뭐가 정답이야?
'응', '아니' 했어, 지금 뭐야, 뭐가 정답이야?
(준재) 아, 좀 조용히 해 내 차에서 떠들지 마
떠들 거면 내려, 쯧
[휴대 전화 벨 소리]
어, 시아야
그래?
(준재) 지금 갈게
[통화 종료음]
나 좀 내려 줘, 어디 좀 갔다 올게
진짜 내리게? 어디 가는데?
시아가 뭐 좀 보여 줄 게 있다고 해서
(시아) 나도 아직 못 봤어
근데 발굴한 후배 말이 이건 정말 특이하대
보통은 주거지에서 발굴된 도자기나 서화 같은 게
(시아) 보존 상태가 좋을 수가 없거든
그런데 이건 완벽하게 밀폐되어 있는 상자 안에 담겨서 묻혀 있었대
묻혀 있었다고?
응, 꼭 후대에 발견해 주길 부탁하는 물건처럼
[카드 인식음]
잠깐만
(시아) 응?
잠깐 혼자 봐도 될까?
어...
뭐, 그래
[신비로운 음악]
[천둥이 콰르릉 친다]
[몽환적인 음악]
[라이터를 퐁 연다]
(담령) 이제 섣달 보름까지는 열아홉 날이 남았다
[잔잔한 음악] 무엇을 할까
무엇을 해야 꿈속의 그자가 내 존재를 믿을 수 있을까?
(담령) 무엇을 해야...
(담령) 심혈을 기울여 주시게
아주 오래 간직되어야 할 그림이네
(화원)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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