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바이, 마마 11
뭘 하자고?
서로 좋아하는 거 한 가지씩 해 주기
(유리) 이제 아기 나오면 서로 신경 쓸 틈도 없으니까
씁, 마지막 신혼을 즐긴달까?
[강화와 유리의 웃음]
아, 웃자고 한 말 아니야 말해 봐, 다 들어줄게
- (강화) 진짜? - 응
씁, 어, 그렇다면
(강화) 이거 쉽게 오지 않을 기회니까
아주 신중하게 심사숙고를 해야겠군
비 오는 날 우산 들고 마중 나오기
에? 꼴랑?
꼴랑이라니
왜, 어릴 때, 어?
(강화) 비 오는 날 엄마들이 우산 들고 학교 앞에 이렇게 마중 나오잖아
나는 그게 얼마나 부러웠다고 우리 엄마는 안 왔거든
뭐야, 갑자기 훅 들어오는 슬픈 사연은
아, 어머니는 일하셨으니까
좋아, 접수
진짜? 마중 나올 거야?
[우물거리며] 그럼, 껌이지
(유리) 야, 비만 와 봐 아주 내가 맨날 나간다
(강화) 이야, 막 던져, 이제, 어?
요즘 비 엄청 자주 와 지금 장마 수준이야, 괜찮겠니?
- 당연하지 - (강화) 오케이
(강화) 다음은 네 차례, 어?
좋아하는 것을 말씀해 보세요
자, 다 말해 봐, 내가 다 들어줄게 뭘 원해?
음, 난 별로 바라는 게 없는데
그냥 다이아?
[침을 꿀꺽 삼킨다]
이만한 걸로
아, 얘 선 넘네?
[유리의 웃음]
그동안 즐거웠고
[유리의 웃음]
(강화) 행복하길 바랄게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하품]
[빗소리가 들린다]
(유리) 어? 비 오네?
[피곤한 신음]
[휴대전화 알림음]
(강화) 여봉봉, 비가 주룩주룩 내려 약속은?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찌뿌둥한 신음]
아유, 귀찮아, 아유
아유, 귀찮아
[한숨]
(유리) 신랑, 나 몸이 너무 무거워
오늘은 걍 패스?
(강화) 치
어련하시겠어
[비가 솨 내린다]
[잔잔한 음악]
[피곤한 신음] [문이 철컥 열린다]
[유리의 반가운 숨소리]
[문이 철컥 닫힌다]
(유리) 남편, 왔어?
- (강화) 어, 우리 부인 - 응
(강화) 아니, 뭐, 언제는
하늘에서 비만 오면 마중 나오신다고 하시더니
(유리) 아, 내가 안 그래도 딱 나가려 그랬는데
[웃으며] 귀찮아 가지고
(강화) 아, 그랬어요?
아이, 됐어요 뭐, 몸도 무거운데 어딜 나와요 [유리의 놀란 탄성]
(유리) 왜 이렇게 많이 젖었어
(강화) 예, 저 완전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됐어요
(유리) 그러니까, 아이고, 생쥐 됐네
(강화) 아, 혹시 우리 열무는
'아빠 마중 나가야 된다, 나가야 된다' 했는데
본인께서... [유리가 핑계를 댄다]
(유리) 그 시절 하루하루 당연하게 찾아온 오늘처럼
내일 또한 당연하게 찾아올 거라 믿었다
(강화) 근데 이미 자는 애한테 귤을 또 그렇게 먹였어요?
(유리) 아, 귤을 되게 좋아해
- (여자1) 여보 - (남자1) 어, 여보
- (남자1) 마중 나왔어? - (여자1) 어
[남자1과 여자1이 도란거린다]
[버스 문이 쉭 닫힌다]
(유리) 오늘과 같은 내일이
다신 오지 않을 거란 걸 그때 알았더라면
난 이렇게 소중한 하루하루를 덧없이 흘려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아, 무슨 주방에 소금이 떨어져
아, 그래도 당근 깎는 거보다는 외출이 낫지
외출이 나아 [자동차 경적]
[다가오는 오토바이 엔진음]
[유리의 다급한 숨소리]
[타이어 마찰음]
[어두운 음악]
(여자2) 어, 어떡해 [차 문이 탁 닫힌다]
[유리와 할머니의 가쁜 숨소리] (남자2) 야, 119 불러!
[할머니의 아파하는 탄성] [유리의 힘주는 신음]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유리의 놀란 숨소리]
(유리) 하, 할머니, 할머니
[놀란 숨소리]
- (남자3) 괜찮으세요? - (여자2) 어떡해
- (남자4) 괜찮으세요? - (남자2) 아유, 저기요
- (남자2) 정신 좀 차려 봐요! - (남자5) 아저씨!
[자동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타이어 마찰음]
[유리의 거친 숨소리]
[쾅 부딪는 소리가 들린다]
[쿵 소리가 난다]
(유리) 사, 살려 주세요
[흐느끼며] 아, 아기가 있어요
살, 살려 주세요
[거친 숨소리]
[사이렌이 울린다]
(의료진) 사고 난 지 얼마나 됐습니까?
(유리) 이분, 이분 급해요!
빨리요
- (유리) 저기, 할머니 좀 봐 주세요 - (의료진) 빨리 치프 쌤 연락하고
- (의료진) 수술방부터 잡아, 빨리 - (유리) 저기 할머니 위급해요
(유리) 저기 할머니 좀 봐 주세요 할머니 좀...
(간호사) 어르신은 너무 놀라 그러신 거니까 이분부터...
(유리) 아니라고! 저 할머니 죽는다고!
[유리의 거친 숨소리]
[유리의 놀란 숨소리]
(유리) [떨리는 목소리로] 할머니, 아, 안 돼
할머니, 제발...
어, 어떡해
(근상) 왜, 왜, 왜, 왜
강화야, 어디 가!
- (유리) 강화야 - (구급대원) 교통사고 환자예요
(구급대원) 일단 응급실로
[응급실 안이 소란스럽다] (유리) 여기 있는 할머니 좀 봐 주세요, 네?
누가 좀 봐 주세요!
[울먹이며] 여기 급해요, 어떡해
[유리의 놀란 숨소리]
[유리의 떨리는 숨소리] 조강화
왜 그래, 괜찮아?
어, 난 괜찮은데
(유리) 저기 할머니 좀, 어?
[유리의 거친 숨소리]
[가쁜 숨을 몰아쉰다]
저기 저 할머니 돌아가실 거 같아, 어?
할머니 좀 어떻게 해 줘, 어?
여기도 의료진이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아니라고!
(유리) 할머니 죽어, 어? 강화야, 빨리, 어?
빨리, 빨리
[유리의 거친 숨소리]
- 여기요! - (간호사) 네
(강화) 이 환자 흉부 엑스레이랑 심전도 체크하고 심장내과 빨리 콜해요
(간호사) 네? 아니, 그게... [강화가 창을 쾅쾅 친다]
- 뭐 해요, 급해, 이 환자! - (간호사) 아, 네!
(간호사) 빨리요!
(유리) 아, 제발
[유리의 거친 숨소리]
(유리) 아, 제발...
[유리의 한숨]
- (강화) 자 - 어, 고마워
(강화) 일단 급한 불은 껐고
보호자분들 오시는 대로 바로 수술 들어갈 거야
(유리) [안도의 숨을 내쉬며] 다행이다
난 진짜 그 할머니 돌아가시는 줄 알고...
[유리의 안도하는 숨소리]
- 어떻게 알았어? - (유리) 어?
뭐, 뭐가?
아니...
의사들도 알아채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그걸 네가 어떻게...
아...
어, 그, 그...
(유리) 촉?
(강화) 촉?
어, 알잖아, 나 촉 좋은 거
(유리) 그, 뭐냐 네가 맨날 얘기하던 거, 그...
어, 골든 타임
어유, 골든 타임 놓치면 큰일 난다며
내 촉이 딱 그건 거야, 골든 타임
(강화) 통증 호소도 없는 할머니한테서 골든 타임 촉이 왔다고?
어
아, 나 일하러 가야겠다
(유리) 너도 얼른 볼일 봐
나 먼저 갈게
(강화) 아니, 저기...
유리야
[유리의 옅은 한숨]
어? 왜?
속은 좀 괜찮아?
아... 어
꿀물이라도 좀 타 먹지
[잔잔한 음악]
(유리) 아유, 죽겠다
아유, 배야, 아...
(강화) 쭉 들이켜, 빨리 [유리의 괴로운 신음]
아니, 술만 마시면 속이 뒤집어지는 애가 술을 못 끊어!
(유리) 아, 잔소리하지 마, 죽을 거 같아
나처럼 아예 술을 마시지 말라니까, 진짜
얼른, 얼른 마셔, 빨리
[헛구역질]
어유, 이거 마시면 토할 거 같아
- 아이, 그래도 마셔, 속 다 버려 - (유리) 아...
(유리) 아, 진짜 지금 아무것도 안 들어가
얼른, 좀만 마셔, 좀만 먹자, 어? [유리의 힘겨운 신음]
- 좀만 먹어 - (유리) 아, 꼭 마셔야 돼, 이거?
- 그래 - (유리) 아, 사약 같아
사약 같다니 [유리의 괴로운 신음]
지금 남편을 뭐로 보고, 지금
[유리가 꿀꺽 삼킨다]
- (유리) 아, 됐다, 아, 많이 마셨어 - 더, 더, 더, 더 먹어
[살짝 웃는다] 괜찮아, 걱정하지 마
[유리의 술 취한 웃음]
- (현정) 유, 유리야 - (유리) 아유, 기분 좋다
[유리의 놀란 숨소리]
[유리의 떨리는 숨소리] (유리) 조강화
[강화의 거친 숨소리]
[한숨]
[한숨]
[긴장되는 효과음]
[미동댁의 당황한 숨소리]
[신비로운 음악] (미동댁) 아이씨
(퇴마사) [더듬거리며] 이, 이봐
(미동댁) 아이씨, 어떡해 일 났네, 일 났어, 씨
[퇴마사가 노크한다]
(퇴마사) 뭐야
문 열어, 문
[노크 소리가 들린다]
미동댁
피한다고 될 문제 아닌 거 알잖아
알았어
알았어, 그럼 얼굴이라도 보고 얘기하자고, 어?
[미동댁의 초조한 숨소리] [노크 소리가 들린다]
얼굴이라도 보여 줘
[문고리를 달그락거린다]
(귀순) 저 인간은 또 뭐여?
[미자의 웃음]
(봉연) 왜, 왜?
(미자) 미동댁 연애하나 봐 [봉연의 놀란 신음]
(봉연) 어머나, 저렇게 젊은 놈이랑?
(미자) 요즘엔 젊은 놈이 대세래
- (봉연) 어머나, 능력자네 - (귀순) 대세여? [혜진의 놀란 숨소리]
어? 저 사람...
(혜진) 퇴마사!
(함께) 퇴마사?
[신비로운 음악]
[유족들의 울음]
(유족) [울며] 아유, 어떡하나, 아유, 어떡하나
우리 재영이 불쌍해서 어떡하나
(퇴마사) 헬로
(혜진) 아, 왜, 그, 있잖아
서울시 귀신들 씨를 말렸던 7급 공무원
(퇴마사) 죽었으니 이제 올라가 볼까
친구들 손 잡고
[신비로운 효과음]
(혜진) 보이는 귀신마다 인정사정 안 봐주고 족족 올려서 실적 99.9%
강남구, 강동구, 강서구 저 인간이 맡고
아, 귀신들 다 전멸했잖아
(미자) 그런 게 왜 여길 와?
[함께 놀란다]
- (봉연) 빨리 도망가! - (귀순) 빨리빨리, 빨리!
(미자) 가, 가, 빨리 가 [귀신들의 다급한 신음]
[퇴마사가 숨을 깊게 내뱉는다]
이건 뭐, 고무신이야, 뭐야
(퇴마사) 이야, 조선 시대도 아니고
올드하게
북쪽 무당도 이거보단 세련됐겠다
[꽹과리가 꽹 울린다] 뭐, 왜, 왜, 왜 왔어, 여기
(미동댁) 잘나가는 엘리트 퇴마사가
- (퇴마사) 몰라 묻나? - 아이씨
(퇴마사) 실적 99.9%의 퇴마사를
실적 0%의 납골당에 왜 보내셨을까
위에서
0% 아니거든?
엊그제 두 명 올렸다, 뭐
(퇴마사) 아이코, 장하다
두 명씩이나 보냈어?
10년 만에, 그렇지?
[장부를 탁탁 친다]
자살귀 하나 못 올리고 말이야, 어?
영혼 리셋하려고 죽어 버린 애들까지 못 올리고 있으면 어쩌라고
[지팡이를 탁 짚는다]
갑갑하네
[퇴마사가 숨을 깊게 들이쉰다]
내가 해결할게
좀 쉬어
[답답한 한숨]
[무거운 음악]
(퇴마사) 걔들은 어쩔 거야?
차유리
조서우
저기, 그건 내가 알아서...
(퇴마사) 위에서 계시를 준 지가 언젠데
언제까지 모른 척할 거야?
그, 그러지 마
(미동댁) 내가, 내가 처리할게 그, 그러는 거 아니야
부, 불쌍한 애들이잖아
[웃음]
아직 멀었네, 미동댁
세상에 안 불쌍한 귀신은 없어
저, 저, 저기, 저기, 잠깐만
(미동댁) 저기 말이야, 이봐
[문이 탁 닫힌다]
[미동댁의 떨리는 숨소리]
[걱정되는 숨소리]
"고 차유리"
(유리) 근데 그...
만약에, 혹시나 만약에
우리 서우 계속 귀신 보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야?
뭐 어떻게 돼, 그냥 뭐...
나처럼 사는 거지, 뭐
무당?
[유리의 놀란 신음] (유리) 말도 안 돼, 절대 안 돼!
[유리가 연신 퉤퉤거린다]
칵, 퉤!
[유리의 거친 숨소리]
[한숨]
[떨리는 목소리로] 너무들 하시네
[한숨]
[새가 지저귄다]
(유리) 나 귀신이었어, 5년 동안
나 아무것도 바라는 거 없어
언니도 엄마니까 알잖아
[흐느끼며] 난 우리 서우한테 해 줄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어, 언니
[현정의 다급한 숨소리] 아, 저, 유리야
(유리) 아, 언니 자꾸 이러면 나 지금 바로 올라가 버릴 거야
[괴로운 한숨]
(현정) 아, 모르겠다
[현정의 답답한 신음]
아, 나보고 어쩌라고...
어, 깜짝이야
(현정) 어, 뭐야, 아, 어머, 어머니
[현정의 당황한 신음]
아이, 날도 추운데 나와 앉아 뭐 해
아, 저기, 머리도 좀 식힐 겸 생각 좀 하느라고
(현정) 장 봐 오세요?
커피 좀 드릴까요?
오랜만에 그럴까?
[웃음]
[현정이 컵을 탁 내려놓는다]
(은숙) 고마워
(현정) 오랜만이시죠? 저희 가게
강화 마주칠까 봐 통 안 오셨잖아요
그런 것도 있고
괜히 생각날까 봐 그런 것도 있고
[은숙이 커피를 호록 마신다]
유리
하원 도우미 한다며?
어린이집 일도 하고
유리가 말해요?
아니
조 서방한테 들었어
(은숙) 유리 앞에서는 차마 입이 안 떨어져서
자기도 일부러 그러는지 애 얘기는 입도 안 떼
(현정) 네
너한테도 별말 없지?
뭐...
[살짝 웃으며] 아, 네
[한숨]
죽었다 살아났는데
자기 남편도 자기 게 아니고
(은숙) 열 달 품은 애도 자기 애가 아니고
방에 있던 서우 물건들도 속상한지 싹 치웠더라고
그래도
좋으시죠?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어
[컵을 달그락 든다]
[은숙이 커피를 호록 마신다]
(유리) 언니
(은숙) 유리야 [문이 탁 닫힌다]
엄마
[은숙의 웃음]
[유리의 어색한 웃음]
(유리) 엄마가 왜 여기 있어?
언니가 불렀어?
엄마, 뭐, 언니가 이상한 소리 안 했지?
(은숙) 이상한 소리? 무슨 소리?
아, 지나가다 내가 들렀지
야, 내가 커피 한잔 못 드려?
[어색하게 웃으며] 아, 혹시나 해서
아이, 미안
(유리) 엄마, 우리 집에 가자
나 배고파, 엄청 고파
아이고, 참, 알았어, 알았어
- (은숙) 잘 마셨어, 또 올게, 응 - (현정) 예, 어머니, 네
- (은숙) 가 - (유리) 가자, 가자
(현정) 조심히 가세요
[은숙과 현정의 웃음]
[문이 탁 열린다]
- 그렇게 배가 고파? - (유리) 어
(유리) 어? 엄마, 뭐 샀어?
- (은숙) 아이고, 됐어, 됐어, 됐어 - 아, 내가 들게, 내가 들게, 빨리
(유리) 아이... [은숙의 웃음]
[유리와 은숙의 웃음]
(현정) 살고 싶지 않아?
[잔잔한 음악]
정말 살고 싶지 않냐고, 너
살고 싶지
너무 살고 싶어, 언니
- 엄마 - (은숙) 응?
[유리의 웃음] (은숙) 왜?
(유리) 그냥, 불러 보고 싶어서
내가 계속 '엄마, 엄마' 불러서 귀찮아?
(은숙) 아니, 너무 좋아
재잘재잘거리는 내 딸 목소리가 얼마나 듣고 싶었는데
(유리) 정말?
다 기억했어
우리 딸 얼굴, 우리 딸 성품 발가락 모양까지도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목소리가 기억이 안 나는 거야
아무리 기억을 하려고 해도 안 나더라고
엄마는 그게 너한테 너무 미안했어
[유리의 울먹이는 숨소리]
뭘 미안해
원래 사람이 제일 먼저 잊어버리는 게 청각이래
당연한 거야
(은숙) 자기 새끼 목소리도 까먹는 어미가 뭐가 당연해
[은숙의 한숨]
이게 무슨 기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아침저녁으로 기도해
'부처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유리의 한숨]
[유리가 훌쩍인다]
왜, 예뻐? 사 줄까?
아니, 나 말고 사 줄 사람 있어서
엄마,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 봐 내가 얼른 가서 사 올게
(장 교수) 들어와, 쥐어패 버리기 전에
아, 난 잘못 들어왔나 하고
[문이 탁 닫힌다]
(강화) 아니...
주인도 없는 방에 왜 그러고 계시는 걸까?
생각 좀 하느라
왜 생각을 남의 방에서...
넓은 방 놔두시고
[장 교수의 한숨]
(의사) 죄책감요
지금까지 치료 안 받았던 건
이거라도 붙들고 기억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어두운 음악]
진짜 다 잊혀질까 봐
근데 지금은 잘 받고 있다는 거지? 치료
- 네 - (장 교수) 왜?
내가 난리 피운다고 할 놈이 아닌데
근래에 무슨 변화라도 있었나 보죠
말해 주진 않아요
아, 왜요, 왜, 왜, 왜
뭐, 혼낼 거 있으면 빨리 혼내시든가
(강화) 부담스럽게 그 아련한 눈빛은 뭐야 안 어울리게
(장 교수) 너만 사인 안 했어
하, 난 또 뭐라고
그거 의무 아니잖아요
(장 교수) [버럭 하며] 네가 만든 거잖아, VIP 우선 수술 반대
그런 거 한다고 뭐, 바뀌나? 바뀌었나?
(강화) 아, 교수님은 바뀌었네
내가 그거 할 땐 죽자고 반대하시더구먼
이젠 아주 그냥 일선에 서 계시네, 일선에
[장 교수의 한숨] [서류가 탁 떨어진다]
치료 제대로 받는다면서
(장 교수) 왜?
네? 받으라면서요
그러니까 왜
(장 교수) 5년 동안 그렇게 버티다가
무슨 결심이라도 있었을 거 아니야
결심?
없는데, 그런 거
(강화) 그냥, 그냥요
뭔 죄다 그냥...
너 사는 게 그냥이냐?
(강화) 예
[문이 쓱 열린다]
야, 노친네가 너 찾는대
(강화) [작은 소리로] 미친놈아
찾았네?
(장 교수) 저 새끼...
[장 교수의 힘주는 신음] [근상의 다급한 탄성]
(장 교수) 안 열어? [근상이 웅얼거린다]
[장 교수의 힘주는 신음]
[무거운 음악]
[한숨]
가벼운 거는 이런 거
지금 쓰시는 거보다 훨씬 가벼울 거예요
한번 착용해 보시겠어요?
(동료1) 요즘 맨날 칼퇴네, 연지 씨?
씁, 집에 꿀 발라 놨어?
- 더 좋은 거요 - (동료1) 오...
[동료1의 놀란 숨소리] (동료1) 어? 이거 뭐야?
아나, 진짜, 이 계집애 또...
[동료1의 짜증 섞인 한숨] 진짜...
- (동료2) 왜요, 또 동생? - (동료1) 어
(동료1) 아, 나 몰래 또 입고 갔었어
아, 맨날 이러고 묻혀 와
[발을 탁 구르며] 아나, 진짜, 씨
아나, 진짜 뒈졌어, 씨
저 먼저 갑니다
[동료1의 한숨] - (동료2) 들어가세요, 가세요 - (연지) 고생하셨어요
[콧노래를 부른다]
[부드러운 음악]
[살짝 웃는다]
뭐야
이게 왜 여기...
- (연지) 언니, 이거 언니 거... - (유리) 야, 이거 네 거야
어? 그게 왜 또 거기...
[놀란 숨소리]
야, 너...
[피식 웃는다]
치...
[긴장되는 음악] [성난 숨소리]
(유리) 엄마! 얘 봐!
아이씨
내려놔라, 진짜 죽인다, 너
엄마!
내 옷 입지 말라 그랬지?
아, 그것도 내 거잖아!
(연지) 입기만 하면 맨날 이상한 거 다 묻히고 다니면서!
[유리가 씩씩거린다] 난 분명 한 번만 더 내 옷 입으면
언니고 뭐고 네 옷 다 찢어 버린다고 말했다
이게, '너'? 언니한테 '너'?
씨, 빨리 그거 안 내려놔?
강화가 준 거란 말이야!
내 알 바 아니거든?
아, 빨리 내 거 내려놓으라고!
[유리의 거친 숨소리] 이게 진짜, 이씨
야!
(유리) 야! 너...
[연지와 유리가 소리친다]
(유리) 언니한테 네가 이게 할...
이게, 너 죽고 나 죽자, 진짜, 이씨
- (연지) 놔! - (유리) 이게 죽으려고! [연지의 비명]
[흐느낀다]
(연지) 언...
[꺽꺽거리며] 언니
[차분한 음악] [유리가 흐느낀다]
내 동생
울지 마
울지 마, 내 동생
[연지가 흐느낀다]
[유리의 떨리는 숨소리]
[픽 웃는다]
치, 예쁘네, 잘 어울린다
그래?
(유리) 아이
이거를 이렇게 센터를 딱 맞춰야지
됐다
오...
[연지와 유리의 웃음]
[흐느끼는 신음]
[무풍이 훌쩍인다]
응? 아빠
[무풍이 웅얼거린다]
[무풍의 울먹이는 한숨]
(유리) 아빠, 왜 그래
아, 아니야, 아빠 괜찮아
[흐느끼며] 괜찮아
[유리의 한숨]
(무풍) 괜찮아
[유리가 숨을 깊게 내쉰다]
[함께 흐느낀다]
저 양반이
애 앞에서 저러지 말라니까
[무풍과 유리가 계속 흐느낀다]
(민정) [술 취한 목소리로] 우리 언니
[현정이 대답한다]
- (민정) 이제 우리 언니야 - (유리) 어?
(유리) 야, 이씨
- (유리) 이씨, 내 언니야 - (현정) 아, 아, 야
(민정) 내 언니거든? [현정의 아파하는 탄성]
[믹서 작동음이 멈춘다]
기분 좋아 보이네?
(민정) 그래요? 기분 좋은가 보지 [강화가 냉장고 문을 탁 연다]
아, 하준 엄마 있잖아요
현정 누나? 왜?
(민정) 이제 친하게 지내보려고
좋은 사람 같아서요
그래, 좋지
현정 누나가 성격이 좀 거지 같긴 해도 사람은 참 좋아
(민정) [웃으며] 좋다는 거야, 나쁘다는 거야
이제 오빠한테 배려 같은 거 안 하려고
무슨 배려?
하준 엄마랑 친하게 지내겠다고요
(민정) 그리고
유리 씨 닮은 그분도
[흥미진진한 음악] [민정이 콧노래를 부른다]
(미동댁) 뭐야?
뭔 기가 이렇게 세?
[어색한 숨소리]
며칠 남았냐고요, 우리 유리
[쿨럭거린다]
(미동댁) 내가...
그, 남의 개인사를 갖다가
막 함부로 이렇게 발설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미동댁의 헛기침]
어, 어이구
한 반 남았나?
2, 20일?
[신비로운 음악]
20일?
한 달도 안 남았네
[한숨]
[숨을 크게 들이쉰다] 방법 좀 찾아줘요
아, 무슨 방법을 내가 찾나
그, 아, 안 해 본 것도 아니고
꼭 조강화 옆자리 아니어도
유리 가족들 그 자리도 유리 자리잖아
그 자리 찾으면 안 돼요?
(미동댁) 그, 우리 입장에선 그런데
뭐, 지금은 나도 손쓸 수 없는...
[탁자를 쾅 치며] 이런 게 어디 있어, 어?
(현정) 처음부터 살려 주질 말든가
상도가 있어야지
어? 줬다 뺏는 게 어디 있냐고!
아유, 그, 내가 준 게 아니고 저...
그럼 조강화 이혼하고 유리가 다시 그 자리 찾으면
진짜 그럼 안 죽어도 되는 거예요? 확실해?
[헛기침하며] 뭐, 음...
하준아
아침 댓바람부터 말도 없이 엄마 하마가 사라졌어
- 어디로 갔을까? - (하준) 동물원
(근상) 동물원? 뭐야, 뭐야, 저 그림은
아, 출장도 다니시는구나
아유, 부지런하시다
하준아, 우리 동물원 구경 좀 할까?
[익살스러운 음악]
(현정) [탁자를 쾅쾅 치며] 확실하냐고요!
(미동댁) 아, 그... [미동댁의 헛기침]
어, 그, 저, 이...
일단은 그...
오, 깜짝이야
(현정) 아유, 깜짝...
[어색하게 웃으며] 아, 우리 하준...
안 가, 너? 저, 저, 씨... [미동댁의 어색한 웃음]
[현정의 어색한 웃음]
야, 가라고
[하준의 웃음]
가, 어? 가라고
저 물건은 왜 저기에 붙어 있어?
(현정) 네?
아, 아, 아니에요, 아니에요, 아무것도
(상봉)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미동댁이 씩씩거린다]
- 아, 아파요, 아! - (미동댁) 아유
[상봉의 아파하는 탄성] (미동댁) 너 그 의사 선생한테 왜 붙어 있어?
- (미동댁) 어? - 아, 뭘 또 붙었다 그래
(상봉) 그냥 따라다닌 거지
(미동댁) 그거나 그거나! [상봉의 아파하는 탄성]
너 상담 제대로 못 해 줬다고 해코지하려 그러는 거 아니야!
(상봉) 아, 해코지는 무슨 아, 알았어, 놓고, 놓고, 놓고
- (상봉) 놓고, 놓고, 아! - 빨리 와, 와
(상봉) 아, 간다고, 놓으라고, 좀 [미동댁이 구시렁거린다]
[귀신들이 속삭인다] (미동댁) 아주 오냐오냐해 줬더니
(상봉) 아, 힘 왜 이렇게 세
[작은 소리로] 저, 저, 저, 저거 봐, 저거
(미동댁) 뭐 해? [귀신들이 저마다 속삭인다]
[또각대는 소리가 들린다]
[긴장되는 음악]
(퇴마사) 일빠
[혜진과 영심의 놀란 숨소리]
너부터 간다
들었지?
인생 리셋하려고 죽었으면 빨리하고 다시 태어나야지?
[혜진의 떨리는 숨소리] (금재) 얘만 자살귀야?
얘도야, 얘, 얘
얘부터 데려가!
(상봉) 아이씨
[지팡이를 탁 짚는다]
누가 쟤 자살이래?
여기서 제일
억울하고 잔인하게 죽었구먼
[떨리는 숨소리]
(미소 엄마) 애들 등원시키는 게 제일 힘들지
- (치인 엄마) 아유, 말해 뭐 해 - (은비 엄마) 너무 힘들어
(미소 엄마) 특히 치인이가 힘들지
[학부모들의 웃음]
(미소 엄마) 작은이모님?
- (유리) 네? - (미소 엄마) 출근하시나 봐요?
퇴근할 시간은 아니잖아요
(미소 엄마) 그렇지, 그렇죠 [치인 엄마의 웃음]
아니...
주방 일에 서우 하원 도우미까지 한다면서요?
(치인 엄마) 그러니까, 서우 엄마 보통이 아닐 텐데, 힘들죠?
- (유리) 네? - (미소 엄마) 서우가
(미소 엄마) 다른 애들이랑 좀 다르잖아?
(치인 엄마) 아이, 좀 달리잖아요, 그렇죠?
[치인 엄마의 웃음] (미소 엄마) 아유
[옅은 한숨]
서우...
달리죠
(유리) 여섯 살치곤
근데
어린이집에서 제가 쭉 보니까
- 더 달리는 애들이 있어요 - (미소 엄마) 어머
- (은비 엄마) 누구요? - (치인 엄마) 누군데요?
하준이구나
미소 [익살스러운 음악]
- 치인이 - (치인 엄마) 예?
은비
씨...
(은비 엄마) 지금 저 여자 뭐라고 말한 거예요?
(미소 엄마) 아니, 우리 미소가 달려?
(치인 엄마) 아니, 뭐? 뭐? 우리 치인이?
아니, 미친 거야?
아니, 우리 애가 어디가 달려!
(유리) 자기 새끼 욕은 듣기 싫은 거 봐, 어?
자기 새끼만 귀해, 아주 그냥 못돼 처먹어 가지고
평생 살 거 같지? 어?
죽어 봐라, 그러고 다니는 시간이 얼마나 후회되는지, 흥
(교사) 어?
[미소가 소곤거린다]
(유리) 안녕, 미소야, 뭐 해?
(미소) [소곤거리며] 비밀 놀이요
(유리) [작은 소리로] 비밀 놀이? 무슨 비밀 놀이?
(미소) 서우 엄마가 서우 버릴 거래요
뭐?
[유리의 당황한 신음] 누, 누가 그런 소릴 해, 미소야
(미소) 우리 엄마 아빠가 내가 들었어요
[유리의 놀란 숨소리]
하, 참
이 여자들이 진짜
[거친 숨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 여보, 뭐 해 - (미소 엄마) 응?
가만있어 봐
서우네랑 하준이네 얘기 들은 거 알려 줘야 돼
치인 엄마랑 은비 엄마한테
(미소 아빠) 아이고, 아이고
아, 진짜 할 일 없다 할 일 없어, 아유
[미소 아빠가 혀를 찬다]
(미소 엄마) 오늘 자 업데이트 소식이야
서우 엄마 이혼 소송에 위자료 청구는 안 했음
왜일까?
하준 아빠가 죽은 야구 선수 강빈 주치의였음
직무 유기로 팬들한테 계란 폭격 맞음
(미소 엄마) 전송
[흥미진진한 음악]
뭐야?
[아기 웃음 효과음]
어머, 어떡해
(미소 아빠) 왜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소 엄마) 어떡해!
어, 어떡해
아, 안 돼, 보지 마
악! 악! 어떡해!
(미소 아빠) 왜, 왜, 왜 [울먹이는 신음]
[현정의 어이없는 숨소리]
보자 보자 하니까
이것들이 진짜!
[긴장되는 음악] [현정의 거친 숨소리]
언니! [현정의 놀란 숨소리]
[휴대전화 알림음]
(치인 엄마) 언니, 이 방이 아닌데...
[기가 찬 웃음]
[휴대전화 알림음]
[민정의 어이없는 숨소리]
[숨을 후 내쉰다]
[한숨]
참 못돼 처먹었어, 사람들
(민정) 그렇죠?
신경 안 쓴다면서요
(민정) 네, 안 쓰여요, 신경
(유리) 아, 자꾸 자신을 속이시네, 어?
사람인데 욕먹으면 당연히 신경 쓰이지
다들 욕먹으면 왜 욕하냐 가서 따지지 신경 안 쓰는 척 안 참아요
- 그래요? - (유리) 그럼!
원래 신도 욕먹으면 버럭 해요
우리 그냥 같이 가서 확 다 엎어 버릴까요?
[긴장되는 음악]
[유리의 기가 찬 숨소리]
와,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어떻게 애들 듣는데 그런 소릴 해?
[현정의 성난 숨소리]
[어이없는 숨소리]
(유리) 와, 이 미친 여자들
돈 거 아니야?
아니, 어린이집에 대자보라도 붙이지, 왜?
이것들을 어떻게 발라 버리지?
확 엎어 버릴까요?
엎어? 뭘 엎어?
뭘, 뭘 맨날 엎어, 아니야, 누나
그러지 마, 여보
[통화 종료음] 여보세요
아, 큰일 났다, 큰일 났어, 씨
(강화) 야, 너희 부부는 어떻게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냐
진짜 지겹다, 지겨워
- 너는 둘이야, 새끼야 - (강화) 뭐래
(강화) 뭐래?
[비장한 음악]
[포효하는 효과음]
[뼈가 우두둑거린다]
[입바람을 후 분다]
(현정) 키즈
카페
(근상) 여의도 이소룡 기억 안 나?
내가 그랬지?
내가 깽값 물다가 내 인생 끝날 거라고
너도 만만치 않아
(강화) 아, 유리
(근상) 누나랑 유리랑 어떻게 만났는지 잊었어?
(강화) 그걸 어떻게 잊겠냐
[달려오는 발걸음]
(현정) 놔, 내가 먼저 집었어
(유리) 하, 웃겨, 내가 먼저 집었거든?
(현정) 야, 누가 봐도 내가 먼저 집었어
내가 집었어!
이게 진짜, 야! [유리의 아파하는 탄성]
- (유리) 야, 야 - 놔, 야, 놓으라고
[현정의 아파하는 탄성] - (유리) 야 - 야, 놔
(현정) 이게 진짜, 야, 놔, 놔 [유리의 아파하는 탄성]
- (유리) 야! 노랭이 주제에 - 야!
[계속 싸운다] (근상) 여의도 이소룡
(강화) 여의도 쌍방울
[바람이 휭 분다]
[비장한 음악]
(강화) 잠깐만, 그럼 민정이는 중간에서 뭐야?
(근상) 똘마니?
(현정) 서우, 하준이, 고!
[하준의 웃음]
[뼈가 우두둑거린다]
[포효하는 효과음]
(미소 엄마) 우아, 다리 덮기
아!
하준 엄마
[띵 울리는 효과음]
(미소 엄마) 하준 엄마, 잠깐만, 하준 엄마
하준 엄마, 잠깐 말로 해, 하준 엄마
하준 엄마! 하준 엄마! [현정의 기합]
[부드러운 음악] 하준 엄마!
아, 왜 이러는 거야, 아유
(현정) 미소야, 괜찮아, 아유, 재밌다 [미소 엄마의 힘겨운 신음]
(치인 엄마) 으악!
[치인 엄마의 당황한 탄성]
[신난 탄성]
(치인 엄마) 미안, 미안해, 미안! [유리의 신난 탄성]
[치인 엄마의 비명]
(은비 엄마) 아, 아! 아야, 아야, 아야 서우 엄마, 서우 엄마
나, 나 서우 엄마 편이야
[은비 엄마의 당황한 신음] 미안, 미안, 미안, 미안해 왜, 왜, 왜
[민정의 힘주는 신음] [은비 엄마의 아파하는 탄성]
[민정의 기합]
[은비 엄마의 비명]
[밝은 음악] [함께 웃는다]
[함께 환호한다]
(현정) 야, 완전, 우리 완전 [유리의 신난 신음]
야, 다 쑥대밭 만들어 놨어
(유리) 머리 어쩔 거야, 둘이 어떻게 싸웠길래
(현정) 아유, 그랬나?
언니, 미소 엄마 헤드록 제대로 걸린 거 알아?
사람 죽일 뻔했어
야, 이씨, 그 정도로 안 죽어
민정 씨가 대단했지
어, 그냥 야구 배트 가지고 무표정으로
[현정이 입소리를 카 낸다] (유리) 그러게
배트 아니고 애들 장난감이에요
- 무슨, 지금 - (현정) 어머
살인 무기를 가지고 풀 스윙으로 휘두르던데
[현정과 민정의 웃음]
- 나 치인 엄마 죽는 줄 알았잖아 - (현정) 나도, 나도
속은 시원하던데
아니, 똘마니인 줄 알았더니만 대가리였어
(현정) 그러니까
[현정과 유리의 웃음] 대가리요?
우두머리, 대빵, 두목
[사람들의 웃음]
(민정) 아, 네
근데 두 분은 싸울 때 합이 잘 맞던데, 맞췄어요?
(현정) 아...
씁, 우리는 첫 만남부터 쌈박질이었거든
젝키 팬클럽, Club H.O.T.
[사람들의 웃음] 진짜요?
민정 씨는 이런 거 안 좋아했을 거 같은데
- 그러니까 - (현정) 공부만 했죠?
저도 좋아했는데
- 누구? - 누구?
- (현정) 야, 놓으라고! - (유리) 네가 놓으라고!
- (현정) 내 책이야! - (유리) 내가 먼저 잡았거든?
[현정이 말한다] [유리의 힘주는 신음]
- (현정) 내 거라고! 놓으라고! - (유리) 오빠한테 다 얘기할 거야
[유리의 분한 신음] (현정) 이, 고등학, 고삐리...
[유리가 말한다]
(강화) 똘마니?
야
고현정, 차유리가 관우, 장비면 민정이는 제갈공명이야
누나랑 유리는 욱하기나 할 줄 알지 바보잖아
우리 누나가 관우야
(근상) 나이 제일 많아
(강화) 어, 그래, 축하한다
(근상) 고맙다
아씨, 야
근데 이 셋을 계속 이렇게 둬도 되는 거냐?
나중에 민정 씨 알게 되면 어떻게 수습해
[강화가 탁자를 쿵 친다]
좋대, 누나랑 유리가
나 진짜 민정이가 사람 저렇게 좋아하는 거 처음 본다
[근상의 한숨]
아...
(강화) 어쩌다가 이렇게 됐냐
(근상) 뭘 왜 이렇게 돼
유리가 말하지 말라고 막 사정사정을 해서 이렇게 된 거지
아휴, 우리 누나도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그 속에서 아마 죽어날 거다
요즘 유리 걱정에 잠도 못 자 머리도 막 빠지고
[한숨]
(사람들) 위하여!
[탄성]
[저마다 잔을 탁 내려놓는다]
[저마다 숨을 카 내뱉는다]
(유리) 아, 나 은비 엄마 생각만 해도 웃겨 어떡해
[함께 웃는다] 약간 미안하던데
대책 없이 막 흉하게 만들어 놔 가지고, 내가
제일 착한데 미안해, 좀
저기, 나 잠깐 화장실 좀
(민정) 어, 화장실 그쪽 아닌데
[살짝 웃는다]
그냥 바람 쐬러 가는 거예요, 둬요
(민정) 아, 네
아, 우리 한 잔 더 할래요?
[웃음]
[술을 졸졸 따른다]
[숨을 하 내뱉는다]
[민정과 유리의 웃음]
[잔잔한 음악]
(유리) 아니, 그래도 확 다 엎어 버리고 나니까 속이 다 뚫리죠?
그동안 어떻게 참고 살았나 몰라
안 참았어요
나름대로 풀었는데
(유리) 혼술로?
어떻게 알았어요?
(유리) 음...
관상?
[민정의 어이없는 웃음] [유리의 웃음]
(민정) 그쪽 볼수록 참 희한해요
어쩔 때 보면 나보다 더 날 잘 아는 거 같기도 하고
원래 사람은 자기 자신은 잘 못 봐요
다른 사람 들여다보기도 바쁘니까
[살짝 웃는다]
(민정) 그런가?
그게 또 착하다는 증거고
[유리가 살짝 웃는다] (현정) 아, 추워
[현정의 가쁜 숨소리] - 나도 화장실 좀 - (현정) 어
민정 씨
(민정) 네?
나...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민정) 네, 그러세요
이혼...
할 거예요?
[차분한 음악]
[한숨]
아...
카톡 방
아니요
안 해요, 이혼
하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민정) 음...
다 들켜 버렸네
하려고 했어요
너무 지쳐서
오빠랑 결혼한다고 할 때 사람들 다 반대했거든요?
근데 전 자신 있었어요
너무 좋았으니까
근데 시간이 지나니까 알겠더라고요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구나'
다른 평범한 부부들은
같이 차곡차곡 벽돌을 쌓으면서
부부만의 집을 지어 나가는데
난...
폭격 맞아 박살 난 집을
다시 수리하는 기분이었어요
집은 군데군데
폭격을 맞았던 흔적을 끌어안고 있었고
쉽게 잊혀질 기억은 아니니까
(민정) 그렇죠
오빠 마음 어딘가에 방이 하나 있거든요?
오빠도 알고
하준 엄마도 아는 방
알죠?
알죠
세상 사람들 다 열어 봐도
나는 절대 열어 보면 안 되는 방인데
(민정)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하려고 했어요
이혼
근데?
근데 생각해 보니까
내가 너무 많이 사랑해요, 오빠
[잔잔한 음악]
[살짝 웃는다]
[울며] 조강화가 사랑하잖아!
오민정
오민정 사랑하잖아, 강화가
언니도 알잖아
[강화가 쓴 숨을 내쉰다]
너 그 간호사 좋아하잖아 왜 자꾸 아니래
[술 취한 목소리로] 뭘 좋아해, 아니야
아니야, 누나
평생 유리만 끌어안고 살래? 어?
(현정) 유리 없으면 네 삶은 끝난 거야?
아, 다른 사람 좋아하는 게 뭐
뭐, 죄지었어?
[한숨]
(강화) 그다음은?
어쩔 건데?
뭐, 연애해?
결혼해?
(현정) 못 할 건 또 뭐야? 어? 서로 좋아하면 하는 거지
유리도 그거 원할 거야
[쓱쓱 비질하는 소리가 들린다]
- 좋아? - (강화) 깜짝이야
(현정) 꽃 이쁘네
- (현정) 가 - 어, 갈게
(현정) 어
[다가오는 발걸음]
(유리) 언니
[유리가 살짝 웃는다]
[어색한 웃음]
[현정의 어색한 웃음]
뭐 심각한 얘기 하고 있었어?
(강화) 붙여
목에다가
잘했어, 목에, 그렇지, 그렇지
어이구, 잘 붙였어요
또 뭐 붙일까, 서우야
짠
이거는 어디다 붙일까?
응?
서우야, 어디 가?
[강화의 웃음]
그거는 왜?
어이구, 잘 붙였네
우리 서우 여기다 붙이고 싶었어?
근데 서우야
이건 누구야, 그럼?
차유리
[신비로운 음악]
서우야
(강화) 누구?
차유리
(유리) 아이고, 잘 타네, 재밌어?
오, 재밌다
[유리의 웃음]
- 아이, 신나, 아이고, 신나 - (영심) 유리야!
- (봉연) 차유리! - (대춘) 차유리!
아, 왜!
- (대춘) 가야 돼 - (유리) 어딜?
[귀신들이 대화한다]
[긴장되는 효과음]
[유리의 한숨]
[씩씩거린다]
아니, 이게 대체 며칠째야?
오늘은 꼭 해 준다며
[강화가 그릇을 잘그락 내려놓는다]
(강화) 아니...
저기가 콘크리트라 저런 일반 못으로는 안 돼요
이, 이, 드릴도 있어야 되고
어제도 똑같은 얘기 해 놓고
아, 오늘은 꼭 갖고 와서 해 준다고 했잖아!
(유리) [한숨 쉬며] 나 이거 몸도 무거운데
이거, 청소기 주워 쓰는 거 얼마나 힘든지 알아?
- 미안해 - (유리) 이씨
(강화) 내가 깜빡해 버렸지 뭐야 [유리의 어이없는 숨소리]
내일은 진짜 내가 다 사 갖고 와 가지고
완벽하게 다 해결해 놓을게, 여보야, 응? [유리가 씩씩거린다]
걱정하지 마, 내가 진짜
이거 내가 내일도 안 해 놓으면 내가 진짜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
[청소기를 달그락거리며] 그리고 여보야, 이거 대충 얼추 이렇게, 이렇게 세워 놔도
절대로 안 넘어져, 걱정하지 마 [유리가 씩씩거린다]
[유리의 놀란 신음]
(유리) 이씨, 정말...
[유리가 씩씩거린다]
[차분한 음악]
(강화) 우리에게 주어진 우리 몫의 시간이
이리도 짧을 줄 알았더라면
이 모든 사소한 것들을
허투루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강화) 그러나 삶은 또 다른 내 몫의 시간을 남겨 놓았다
[부드러운 음악]
(현정) 미쳤어?
아, 서우 앞에서 내가, 어? 유리 이름 부르게?
(근상) 서우가 유리 이름을 알더래 '차유리' 그러면서
- 나 누군지 알지? - (서우) 응
(유리) 미안
(강화) 민정아, 우리 하원 도우미 바꾸자
(미동댁) 저 퇴마사 또 올 거야
네 딸 옆에 딱 붙어 지켜
(민정) 이게 다 뭐예요? [호신용품이 삑 울린다]
(유리) 누가 혹시 서우 데려가려고 한다거나 그러면
눈알에다가 확 뿌려요, 알았죠?
(퇴마사) 헬로
네 딸 데리러 왔어 [유리의 놀란 숨소리]
서우야
.하이바이,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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