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의 전설 12
[어두운 음악] 죽어라
그리고 다신 태어나지 마라!
(김현) 멈추어라!
[문이 달칵 열린다]
(김현) 죄인 김담령은 어명을 받들라
뭐라 했느냐?
'해괴한 것에 홀려 수령칠사를 다하지 못하고'
'민심을 혼란케 한 김담령은'
'경상도 거제에 위리안치할 것이니 어서 나와 교지를 받들라'
[담령의 헛웃음]
(동표) 아, 이놈 맞았네
[사이렌이 울린다] 미꾸라지 같은 놈
[동표가 수갑을 달칵 채운다]
내가 범 잡으러 왔다가 토끼 잡는 기분이지만
어쨌든 잡힌 건 잡힌 거니까 [수갑을 달칵 채운다]
[쓸쓸한 음악]
[무전기 신호음] 형안아, 여기 광장에 수사 보충 하나 하고
- (준재) 갈게요 - (동표) 뭐?
그냥 조용히 따라갈 테니까 사람 더 부르지 마요
새끼가...
(심청) 허준재, 빨리 와
[불길한 음악]
(심청) 허준재, 어디 있어?
(동표) 왜 그래, 인마
[준재의 힘겨운 신음]
[차 문이 달칵 닫힌다] [동표의 힘겨운 신음]
[동표의 한숨]
[휴대 전화 벨 소리]
저, 전화만 좀 받을게요
(동표) [웃으며] 전화?
아, 이거 안 풀어 줘도 돼요
전화기 귀에만 대 줘요, 그냥
이 새끼, 이거
너 3년 전에도 똑같은 멘트 했지? 부모님 걱정하신다고
그러더니 네 친구들 불러서 튀었잖아, 인마
아, 이번엔 진짜 아니에요
여자 친구가 혼자 기다리고 있다고
기다리다가 안 오면 가겠지
[준재의 한숨]
저 체포 영장이나 기소 중지 처분받은 현행범 아니에요
임의 수사에 의한 임의 동행 요구받아서 같이 가는 겁니다
원래 이 수갑도 채우면 안 되는 거고 전화기도 쓸 수 있다고요
이거 어기시면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2조 위반하시는 거고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형...
어, 그래
나 징역 살게, 같이 살자
[휴대 전화 벨이 연신 울린다] 근데 네가 좀 더 오래 살 거다
아, 진짜, 씨
[휴대 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연결 중입니다
연결된 후에는...
어디 갔지, 허준재?
[장 형사의 힘주는 신음]
아, 여기서 뭐 해요?
마대영 잡겠다고 애들 잔뜩 깔아 놓고
(동표) 이 자식이 그놈이야 나 사칭하고 다니는 허준재
(장 형사) 아, 그 사기꾼? [의미심장한 음악]
방금 뭐라고...
마대영이라 그랬어요?
수작 부리지 마
(준재) 마대영
그 새끼가 여기 있다고
모르지, 우리도 제보받고 온 건데
본 사람 있대서
나 좀 풀어 줘요
야, 출발하자
(동표) 얘는 일단 좀 어디 가둬 놓고 다시 오자, 시끄럽다, 좀
(동표) 뭐야, 이 새끼야
(장 형사) 야, 야, 야, 너 뭐 하는 거야, 인마!
잘 들어, 당신
마대영이 노리는 거 나야
(장 형사) 뭐라노, 얘?
이, 이거 사기꾼 맞네
그 자식이 널 왜 노려?
몰라, 나도
정말 이 근처에 마대영이 있다면 나 따라온 거야
근데 지금 그 여자 혼자 있다고
빨리 전화기 내놓으라고!
[휴대 전화 벨 소리]
[피식 웃는다]
(준재) 이거 1번 길게 누르면 내 목소리 나오는 거야
[휴대 전화 벨 소리]
[휴대 전화 벨 소리]
(준재) 하, 받아라
하, 제발 받아
(심청) 바꿔 놨네, 허준재가
- (심청) 허준재! - (준재) 너 지금 어디야?
아까 거기지, 기다리던 데
[안도의 한숨]
내가 지금 좀 급한 일이 생겼어
어디 좀 가 봐야 되니까 너 지금 당장 빨리 집에 가 있어
알겠어
갈 수 있어?
돈 있어?
돈 있어
어, 지금 바로 택시 탈게, 택시 있어
(준재) 어, 그래
(준재) 아, 전화 끊지 말고 타
[힘주는 신음]
- (준재) 집 주소 알아? - (심청) 어, 알아
(심청) 아저씨
[섬뜩한 효과음]
뭐야, 너?
왜 조용해? 청아, 심청!
여보세요
(심청) 오늘도 모자 썼네
경찰 모자도 썼고 검정 모자도 썼어
모자 쓴 사람, 마대영이지?
마대영 맞지?
(준재) 청아, 청아!
주변에 보이는 거 말해 봐 지금 어디야?
- (준재) 어? - (심청) 허준재
우리 첫눈 오면 만나기로 했던 데 거기가 점점 더 크게 보여
[통화 종료음] [준재의 한숨]
전화 끊겼어요, 다시 걸어 봐요
[준재의 한숨]
[통화 연결음] [준재의 한숨]
[안내 음성]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안 받는다
우리 다음 이 시간은
- (심청) 저기 - (준재) 남산?
어, 저기서 만나
남산, 남산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마대영이 택시 기사로 위장해서 운전 중이라고
남산 쪽으로 가라고, 빨리!
아, 뭐, 진짜 가요?
야, 일단 가 [자동차 시동음]
[긴박한 음악] (동표) 너 이거 진짜 사기면
너 진짜 죽여 버리고 나 징역 간다
그 여자한테 무슨 일 생기면 나도 당신 죽여 버릴 거야
[동표의 한숨] (준재) 이거나 풀어, 빨리
이 자식, 이거, 씨, 쯧
(동표) 이 새끼, 불안한데
뭐 해, 지금?
남산 쪽 순찰대 빨리 연락해서 공조 요청하라고
[동표가 혀를 쯧 찬다]
[휴대 전화 조작음]
[GPS 오류음]
아, 또 위치 추적이 안 돼 [무전기 신호음]
(동표) 마대영이 운전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택시
남산 방면, 남산 방면으로 도주 중
(동표) 용산, 서대문구, 중구 서에서는 인근에 거점 배치해서 검거 바란다
[피식 웃는다]
최근에 도난 신고된 개인택시 중에
그쪽 방향 지나가는 거 찾아보라고 하세요
[무전기 신호음]
최근 도난 신고된 개인택시로 추정되니
도난 택시 차량 리스트 확인하고 면밀히 비교하고 검문 바란다
잡혀간 여자 있다고 얘기해야죠
[무전기 신호음] 안에 여자가 있는데
- (준재) 30대 초반 - (동표) 30대 초반
- (준재) 긴 머리 - (동표) 긴 머리
되게 예쁘고
[무전기 신호음] 상당한 미모라고 한다
[걱정스러운 한숨]
빨리 좀 가죠
아, 자식이 무슨 택시 탄 줄 아나
[경찰이 호루라기를 삑삑 분다] [무전기 신호음이 요란하다]
[경찰이 호루라기를 삑삑 분다]
[경찰이 호루라기를 삑삑 분다]
[경찰이 호루라기를 삑 분다]
아직 검문에 걸린 거 없대요?
아직은...
안 걸리고 빠져나가는 길은 하나밖에 없는데
한울로에서 샛길로 빠져 주세요, 터널 쪽
- (장 형사) 빠져요? - (준재) 그게 검문 안 걸리고
서울 시내 나가는 유일한 길이에요
야, 빠져 봐
(동표) 이 자식 사기가 전공이고 도주가 부전공이야
서울 시내 길은 나보다 잘 알 순 없어요
자랑이다, 쯧
[어두운 음악]
(준재) 나 불러
나를 불러
내가 들을게
내가 듣고 갈게
[물소리가 들린다]
[괴로운 신음]
[심청의 힘겨운 신음]
뭐 하는 거예요?
(대영) 일어서려고 하지 마
어차피 못 움직이니까
(대영) 널 뭐 어떻게 할 생각은 없어
근데 난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서 뭐 좀 확인해 보려고
뭘 확인해요?
내가 요즘 자주 이상한 꿈을 꾸는데
처음에는 그저, 그저 개꿈이려니 생각했는데 그 꿈이
자꾸만 사실 같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야
당신 꿈을 왜 나한테 확인해요?
그게 너에 대한 꿈이니까
나에 대한 꿈?
[어두운 음악]
정확하진 않지만 꿈속에
네가
(양 씨) 진짜 인어구나
인어였던 것 같단 말이지
물에 있을 때는 인어고 뭍에서는 사람의 모습을 한 인간
그 인어가 흘린 눈물은 진주가 되고
[대영의 웃음]
(대영) 이게 무슨 '전설의 고향'도 아니고
나도 처음에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뭐
(대영) 저 물속에
너를 처박으면
확인이 되겠지
(장 형사) 아직까지 검문에 걸린 차도 없다 그러고
근데 우린 언제까지 이렇게 계속 가요?
장 형사, 여기 그
마대영 진료 기록에 있던 병원 가는 길 아니야?
네, 맞아요
씁, 근데 그 병원 재작년인가 폐원했잖아요
그랬지, 그래서 우리가 병원 진료 기록 찾는 데 고생 좀 했지
병원으로 가요
지금 가고 있잖아
너 자꾸 우리 시켜 먹지 마
빨리 좀 가죠
[타이어 마찰음]
[다급한 숨소리]
(동표) 야, 허준재, 쯧
[물이 콸콸 나온다]
[심청의 힘겨운 숨소리]
[음산한 음악]
(준재) 청아, 청아
(심청) 어떤 꿈인지 알 수 없지만
그 꿈속에서 내가 인어라면
어떤 경고를 하진 않던가요
인어는 자신에게 손을 댄 인간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인어는 자신이 지우고자 하는 기억을 지운다
(천 서방) 저것 좀 보십시오, 선주 나리
인어에게 잘못 손을 댔다가는
인어가 인간의 영혼을 앗아가 기억을 지워 버린답니다
그것이 인어들이 인간들에게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라 들었습니다
(양 씨) 아니, 뭐, 이건 부르는 게 값이지요
산삼 백 뿌리에 비하겠습니까
(양 씨) 인어에서 채취한 기름은 그 품질이 기가 막히다고 합니다
내 반드시 저 인어를 다시 내 것으로 만들 것이다
철모르는 현령 놈은 내 손으로 없애 버릴 것이야
(양 씨) 죽을 때까지 매질을 해서 눈물 또 뽑고 뽑아서
네가 걸어가는 걸음걸음마다 진주를 쫙 깔아 줄 참이야
(양 씨) 어리석은 사랑이 나를 기쁘게 하는구나
(담령) 죽어라, 그리고 다신 태어나지 마라
[양 씨의 비명]
(천 서방) 뱃사람 중에는 인어에게 잘못 손을 대 실성한 사람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손을 대는 그 순간
당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기억을 잃게 될 거야
(심청) 그게 인어가 인간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이거든
확인해 봐
[흥미진진한 음악]
[텔레파시가 울려 퍼진다] (심청) 허준재, 나 무서워
[쓸쓸한 음악]
(준재) 아, 미안해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
[타이어 마찰음]
(동표) 아이, 씨!
마대영, 이 새끼 어디로 간 거야?
[무전기 신호음] 지원 요청 바랍니다
[한숨]
[TV 뉴스가 흘러나온다] [도어 록 작동음]
(남두) 야, 준재야, 뉴스 봤어?
지금 서울 한복판에서 마대영 잡는다고
대대적인 검문검색 벌어지고 난리 났어
(남두) 야, 그리고 마대영 담당 형사 누군지 알아?
너 놀라지 마라
그 미미 홍동표
[현관문이 달칵 열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동표) 씁, 내가 그 미미 홍동표인 거 같은데 그 미미가 뭡니까?
미친 미저리
[장 형사의 새어 나오는 웃음]
들어갔다가 나올게요
앉으세요, 이왕 오셨으니까
[놀라는 탄성]
(남두) 아, 제가 아, 제가 전부터 한번 뵙게 되면
꼭 한번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저는 죽을 땐 제가 가진 모든 걸 다 사회에 환원할까 합니다
[코웃음]
저희 잡아가실 거예요?
(심청) 허준재, 아까 그 사람...
나중에 얘기해, 오늘은 힘들었으니까
그 생각은 하지 말고, 걱정도 하지 마
오늘은 네가 여기서 푹 자
내가 다락방에서 잘게
(심청) 집 나가면 고생이라더니
집에 오니까 너무 좋다
(준재) 그래, 그러니까 어디 함부로 나가지 말고
그냥 여기 계속 있어
영원히?
영원히는 안 되지
왜?
여기 전세야
2년 만기
꽤 남긴 했는데, 한 1년 반?
- (심청) 전세? - (준재) 응
사실 이 집이 내 집이 아니란 얘기지
(준재) 내 거라고는 이 가구들이랑 저 짐들밖에 없어
나중에 다 옮겨야 돼
- (심청) 이걸 다 옮겨? - (준재) 응
- (심청) 누가? - (준재) 네가 다 옮겨야지
나랑 같이 갈 거니까
같이?
[잔잔한 음악]
(준재) 그만 자
난 밖에 있는 사람이랑 할 얘기가 더 있어
[문이 달칵 닫힌다]
(동표) 사실 내가 저기 저 안에 계신 여자분한테 뭘 좀 물어봐야 되는데
(준재) 쟤 지금 많이 놀라서 안 돼요
그리고 마대영에 대해서
알아도 내가 더 많이 아니까 나한테 물어봐요
아니, 마대영이 저 여자를 데려가려고 했으면
뭔가 이유가 있는 거 아니야
말했잖아요, 나 때문이라고
(준재) 태오, 마대영 CCTV 보여 줘
(장 형사) 이거, 이거 저번에 그 사채업자 죽은 날 아니에요?
맞네, 이거
이거 내 말 맞잖아
그날 그렇게 이 집 찾아왔었고요
또 얼마 전에는... [휴대 전화 조작음]
이게 뭐야?
저랑 친한 아저씨인데 음주 운전 사고로 혼수상태셨어요
(준재) 근데 그런 문자가 왔고요
어, 저 문자 받고 준재 나갔다가 죽을 뻔했어요
(준재) 그게 사고로 위장됐지만
그 사고도 마대영이 관련이 있단 얘기예요
너 그 뭐, 마대영 본인이나 그 주변 사람들한테 사기 친 거 있냐?
아니요
너무 장담은 하지 말자, 혹시 몰라
아무튼 마대영은 마대영이고
- (동표) 너희들도 다 이거... - (준재) 근데
우리 사기죄로 집어넣기 쉽진 않으실걸요?
(준재) 피해자들이 신고한 게 없잖아요
못할걸? 어차피 다 자기들도 켕기는 돈이니까
신고 못 하면 죄 아니야?
그리고 너 맨날 어디 가서 나 사칭하고 다니는 거
내가 형사 사칭해서 뇌물 먹은 것도 아니고
(준재) 누구 피해 준 건 없어요
그리고 관명 사칭죄는 벌금만 내면 되는 거 아닙니까?
아유, 그냥 이걸 그냥 이거 아주 말이나 못 하면, 쯧
일단 마대영 그 미친 새끼부터 잡죠
내가 도울 테니까
네가 잡으라고 해서 잡냐?
원래부터 내가 잡을 예정이었어
우리 문제는 마대영 잡고 나서 얘기하시죠
그다음엔 형사님 하란 대로 할게요
널 뭘 믿고?
집도 알려드렸잖아요
나 이제 잃을 게 많아져서
어디 함부로 도망도 못 가요
(준재) 안 믿겨도 그냥 믿고 오늘은 그냥 가 주세요
[밝은 음악]
(준재) 나중에 다 옮겨야 돼
(심청) 이걸 다 옮겨, 누가?
네가 다 옮겨야지
나랑 같이 갈 거니까
(심청) 전세를 같이 옮기자는 게 어떤 의미일까?
그게 결혼하자는 건가?
씁, 아닌데
결혼하자는 얘긴 아닌 것 같았는데
[피식 웃는다]
(심청) 씁, 나한테 짐을 다 옮기라고 했는데
혹시 가구를 옮기기 위해서 내가 필요했던 거였나?
[어이없는 웃음] (준재) 아니, 그게 그 얘기겠냐
아, 바보
(심청) 결혼은 다른 여자랑 하고 난 짐이나 옮기라 이건가?
(준재) 아니라고, 그게 아니라고
- (심청) 근데 - (준재) 근데
근데 뭐, 근데
(심청) 내 머리카락 왜 만진 거지?
분명히 다정하게 쓸어 올려 줬는데
(준재) 귀엽기는
(심청) 허준재 [살짝 웃는다]
나 좋아할 계획만 생긴 게 아니라 벌써 좋아하는...
어머, 푹 빠졌...
[수줍은 웃음] 로맨틱 러브 시작인 건가?
어머,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만족스러운 웃음]
아니야, 근데 좋아한다기에는 틱틱 댈 때가 너무 많잖아
[준재의 괴로운 신음] (심청) 그럼 아까 머리카락 왜 만진 건데
좋으니까 만진 거지 잠옷도 초록색이고
어머, 허준재, 온몸으로 나한테 초록 불 켠 거야? 와도 된다고?
어, 그런 거야?
[준재의 짜증 내는 신음]
(준재) 야, 잠 좀 자자, 잠 좀
왜, 허준재?
(준재) 아...
(준재) 아직 안 자?
응, 잘 거야
피곤한데 빨리 자지 그래?
막 생각 같은 거 너무 많이 하지 말고
푹 자야지
그래야 일찍 일어나서 네가 좋아하는 아침 드라마 보지
응, 잘 자
어, 그래, 잘 자
생각하지 마, 자
(심청) 살짝 화난 말투였어
왜 화가 났지? [준재의 한숨]
[밝은 음악] - (준재) 하지 마, 하지 마 - (심청) 아닌데
(심청) 그래도 '잘 자' 하면서 웃었는데
(준재) 하지 마
(심청) 그 웃음의 의미는 뭐지?
[준재의 괴로운 신음] 내 걱정도 해 줬잖아
아, 역시 날 좋아하는 건가?
씁, 아닌데, 잠깐만 나한테 짐을 다 옮기라 그랬는데
그게 아니라 그게 결혼하자는 건가?
근데 살짝 화난 말투였어 아, 나 미치겠네
[준재의 괴로운 신음] (심청) 이상하다
아, 구백이 아빠 안 받네
[통화 연결음] (진주) 또 안 받아
[안내 음성]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
[한숨]
아무래도 이쪽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단위가 좀 다른 사람들이니까
아이, 우리 헛고생한 거 아니야?
여보
세상에 검은돈이 없듯이 고생도 헛고생이란 없는 거야
우리가 공을 들이면 결국 다 돌아오게 돼 있어
그럴까?
가만있어 봐
그래, 허 회장 쪽을 다시 한번 공략해 봐야겠다, 그렇지?
[진주의 옅은 한숨]
[통화 연결음]
아유, 네, 사모님, 잘 계셨죠?
네
아, 사모님 저희끼리 송년회 한번 해야죠
어, 그럴까, 그럼?
그래, 7시쯤 거기서 보자
응
[의미심장한 음악]
[준재의 하품]
야, 너희 둘 다 잠을 잘 못 잤냐?
얼굴이 까칠하다
어, 난 좀 생각할 게 있어서
어, 나도 얘가 좀 생각할 게 있어서
어?
아니
청이 얘가 부스럭대니까 잠을 잘 못 자겠더라고
나 부스럭댔어?
어, 엄청
(심청) 지금 나보고 화낸 건가?
왜지? 하룻밤 새 내가 싫어진 건가?
(심청) 내가 뭘 어쨌는데?
어젯밤엔 전세 같이 옮기자 하고 초록색이더니, 왜 화났지?
(준재) 아니야!
[경쾌한 음악]
[민망한 웃음]
아니, 네가 생각해 보니까 특별히 부스럭댄 것 같진 않다고
밥 먹자
형, 우리 오늘 트리 사러 갈까?
크리스마스트리?
나도 갈래, 나도
아니, 넌 집에 있어
(준재) 나랑 남두 형이랑 태오랑 셋이 갔다 올 테니까
그냥 너는 집에 혼자 있어
(심청) 혼자 있으라고?
[경쾌한 음악] 혼자 집에 있으라고
너 좋아하는 물에 실컷 들어가라고
(심청) 왜 혼자 있으라고 하지?
'어디 한번 혼자 있어 봐라' 이건가?
왜, 도대체 왜?
아니, 그게 아니라
남자 셋이 사는 집에 살다 보면 네가 못 한 게 있을 수 있잖아
그럴 수 있겠다
어, 그런 걸 하라고
(준재) 우리는 7시, 7시 전까지는 안 들어올 거니까
음, 그때까지는 네가 이 집에 혼자 있는 거야
(준재) 그러니까 네가 하고 싶은 거, 그걸 해
네가 집주인이다 생각하고
(심청) 청소하란 얘긴가?
집주인이라 생각하고 청소를 깨끗이 하라고?
아, 청소나 일거리 그런 거 말고
(준재) 어? 네가 가장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거
그런 걸 좀 하라고!
뭐 하는 거야?
야, 아프겠다 볼을 그렇게 꼬집고 그러냐?
이상하게 그러고 싶네
(심청) 내 얼굴 왜 뜨끈거리지?
꼬집어서 뜨끈거리나?
아닌데, 안 꼬집은 데도 뜨끈거리는데
어, 나 왜 이러지?
[준재의 졸린 신음] [남두가 손뼉을 탁 친다]
그러면 트리도 사고 와인이랑 먹을 것도 좀 사 가지고
우리 간단하게 크리스마스 파티하자
- (남두) 시아도 부르고 - (준재) 그러든가
(남두) 오케이, 그럼 준비하고 나올게 10분 뒤에 출발하자
(심청) 이거 너무 아픈데 근데 이상하게 기분 좋아
[방문이 달칵 닫힌다]
이 느낌 뭐지, 나 미친 건가?
[피식 웃는다]
(심청) 이 좋은 거 나만 느낄 수 없어
허준재도 느끼게 해 줄래
(준재) 야, 야, 야, 야, 야!
[발랄한 음악]
너 혼자 있을 때
하고 싶은 거 해
꼭
(심청) 이건 또 뭐지?
잠시 동안 아무 생각을 할 수가 없었어
[준재의 괴로운 신음]
[준재의 괴로운 신음]
(심청) 무슨 의미지, 무슨 의미야
대체 나에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대체 뭐야, 날 좋아하는 거야,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무슨 의미야
어떻게 된 거야
(이 변호사) 친구분들 두 분이 증인 돼 주시겠다고 했고요
두 분 모두 촉탁 사항에 이해관계가 없다는 점
미리 보내 주신 서류를 통해 다 확인이 됐습니다
(이 변호사) 씁, 근데 회장님
유언 공증을 이렇게 서두르시는 이유가...
[일중의 생각하는 신음]
(일중) 내 아들 말이야, 준재
걔한테 내 재산 다 주고 싶어서 그래
[어두운 음악]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해외 자산이든 뭐든
[놀란 숨소리]
전부 다 말씀이십니까?
줄 수 있는 한도에서 다
(이 변호사) 아, 근데 회장님, 그...
현재 사모님과 허치현 군에게도
(이 변호사) 적어도 유류분 이상 상속이 돼야 합니다
그래야 추후에 반환 청구 소송 같은 문제도 없을 것이고
(일중) 그거 제외하면
준재에게 얼마나 상속이 가능해?
(이 변호사) 최대 14분의 9만큼 수증자에게 상속 가능합니다
(진주) 연말이라 바쁘실 텐데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서희) 뭘, 오늘은 내가 살게
매일 우리가 맛있는 거 얻어만 먹어서
아니에요, 아니에요, 제가 살게요
배갈 한잔하시겠어요?
좋아
(진주) 받으세요
(진주) 자
진주도 받고 [술을 쪼르르 따른다]
사모님, 우리 건배 한번 해요
[진주의 웃음]
회장님 부부와 우리 부부의 우정과
[손가락을 딱 튕기며] 비즈니스 동맹을 위하여!
(진주) 짠!
저는 원샷 하겠습니다
[피식 웃는다]
[괴로운 신음]
[괴로운 신음]
드세요
(진주) 그런데요
(진주) 저희 남편이 숫기가 없어 가지고
말씀을 드린다, 드린다 하면서 못 드렸는데
[휴대 전화 진동음] [진주의 웃음]
저희 공동 투자나 [휴대 전화 진동음]
- (진주) 지분 셰어... - (서희) 어, 잠깐만
아, 이 변호사님
아이, 그럼요
(서희) 네, 네
예, 그럼 수고해 주세요
(진주) 언니 [술병을 쿵 내려놓는다]
언니?
[익살스러운 음악]
나보다 나이 많잖아
늙었잖아!
(진주) 그러니까 언니지, 쯧
자, 언니
한잔하자
진주 씨
많이 취했다
진주 많이 취했고, 근데
(진주) 나 사실 언니한테 엄청 섭섭하다
간장게장에, 아귀찜에 김치에, 젓갈에
내가 해서 갖다 바친 것만 해도 다 모으면 한정식집을 차려!
쯧, 진짜...
[서희의 헛웃음] (진주) 홀랑 다 받아먹고 이게 뭔 지랄이냐
어? 먹튀냐?
아이고...
(진주) 받아먹은 게 있으면 사람이 좀 내놓을 줄도 알고 그래야지, 진짜
왜 밀당을 해, 어?
(진주) 나랑 연애해, 지금, 어?
[통화 연결음] 하, 진짜
김 비서, 차 대기시켜요
(서희) 우리 그만 나가지
'셧업'! [접시가 달그락거린다]
'리슨 케어풀리' 내 말 들어 봐, 어?
(진주) 우리 끼워 줄 거야, 말 거야?
술 깨고 천천히 나와
아휴, 진짜 저렇게 못돼 처먹었으니까
(진주) 여고 동창 남편을 꼬드겨 가지고
어휴, 진짜
[힘겨운 한숨]
(서희) 뭐? 너 지금 뭐랬니?
내가 강남 지라시에서 다 봤거든요
고등학교 때 친구 남편을 홀랑 뺏어 가지고
그 친구는 행방불명 되고 아들은 완전히 내쳐지고
한 집안을 그냥 다 개박살을 냈더구먼
[익살스러운 음악] (진주) 와, 진짜
난년은 난년이야, 어
대단해
[진주의 한숨]
[남두가 흥얼거린다] [주방이 분주하다]
[준재가 흥얼거린다]
(남두) 아니, 저기, 뭐야 우리 청이는 왜 안 나와?
(심청) 이 옷이 나은가?
아니야, 허준재는 짧은 거 싫어해
그렇지
[잔잔한 음악]
(심청) 이게 긴데
아니야, 아니야, 이건 너무 더워
더우면 안 되지
(심청) 이게 좀 적당한가
차시아보다 예뻐 보여야 하는데
[피식 웃는다]
[탄성]
(남두) 와, 오늘은 파티 청이네, 파티 청
(남두) 와, 예쁘다
[준재의 헛기침]
[카메라 셔터음]
(준재) 너 이리 와
[남두의 웃음] (준재) 너 내가 사진 찍지 말랬지, 어?
이놈의 새끼야, 내가 얘기했지, 너
(준재) 일로 와, 일로 와, 빨리 와
[태오와 준재가 소란스럽다]
(준재) 아, 술 좀 그만 먹어, 개남두야
메리 크리스마스
(심청) 어머, 나도 해 볼래 [시아의 놀라는 숨소리]
그럴래?
[준재와 남두의 탄성]
와, 청이는 못하는 게 없어
[준재의 웃음] 나 또 해 볼래
(준재) 잘하네
[심청과 준재의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시아의 웃음]
(시아) 난 잘 못하겠어, 준재야
이걸 이렇게 쥐고, 어떻게?
그러니까, 여기 올려놓고 여기를 이렇게 탁 치면 되는 거야
[시아의 웃음]
(심청) 난 왜 쓸데없이 이걸 잘하고 있지
이미 잘해 버리니까 허준재가 가르쳐 줄 수 없잖아
난 왜 이렇게 이런 걸 잘하는 거야
(심청) [한숨 쉬며] 근데 멈추려고 해도 멈출 수가 없어
과자가 너무 맛있어
(시아) 어유, 야, 웃지 말고 제대로 알려 줘 봐
(준재) 어
(준재) 맛있어?
[준재의 헛기침]
또 들어왔네
어, 차시아
여긴 내 집이니까 나갔다가 또 들어왔다가 하는 거지
1년 반 뒤에 허준재가 전세 옮길 때 그때 또 같이 나가겠지만
뭐야, 너 무슨 허준재랑 결혼이라도 하니?
아직 딱 그렇다 말하진 않았지만
뭐, 우리 사이엔 그럴 계획이 생겼다고 했거든
계획? 무슨 계획?
허준재가 날 좋아할 계획
준재가 그렇게 말했다고?
응, 응, 응
[피식 웃는다]
준재가 또 그랬구나
준재, 원래 그런 말 잘해
[흥미로운 음악] 뭐?
너 지금 맨날 속으로 그러고 있지?
'어, 날 좋아하나?'
'저 눈빛은 날 좋아하는 눈빛인데'
'아닌가, 그냥 잘해주는 건가?'
'근데 좋아할 계획이 생겼다는 말은 뭐지?'
'역시 날 좋아하는 건가?'
'근데 사귀자는 말을 안 하지? 좋아하는 게 아닌가?'
너 뭐, 속으로 막 뭐가 들리고 그러니?
뭐가 들리는 게 아니라 그런 게 바로 어장 관리라는 거거든
어장 관리?
떡밥 던져 주고 그물 안에 가둔 다음에 계속 기대하게 만드는 거
넌 준재 감당 못 해
나나 되니까 거기 휘말리지 않으면서 준재 옆에 있는 거지
넌 지금 딱 그거야 어장에 갇힌 물고기
[헛웃음 치며] 나 물고기 아니야
아니야, 너 물고기야
이만큼 있었으면 됐잖아
이제 너 있던 강이든 바다든 원래 살던 대로 돌아가
[휴대 전화 진동음]
[휴대 전화 진동음]
[휴대 전화 진동음]
[깊은 한숨]
[휴대 전화 진동음] [대영의 괴로운 신음]
[휴대 전화 진동음]
[통화 연결음] 아, 좀 받아
[안내 음성]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짜증 내는 신음] [문이 달칵 열린다]
[휴대 전화 종료음] [못마땅한 한숨]
- (치현) 어머니 - (서희) 어, 치현아
왜, 뭐 할 얘기 있어?
제 아버지는 누구세요?
아버지 저기 안방에서 주무시잖아
제 친아버지요
[어두운 음악] 왜, 갑자기 그게 궁금했어?
늘 궁금은 했죠
여쭤보지 못했을 뿐이지
[옅은 한숨]
(서희) 치현아
네 친아버지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널 사랑하고 있어
네 앞에 나타나지 않는 게
그리고 네가 자길 모르는 게
그게 널 행복하게 만드는 걸 잘 알아서 안 나타나잖아
그러니까 넌 그건 몰라도 돼, 응?
네가 알아야 할 건
세상에서 믿을 만한 사람은
너하고 나
우리 둘뿐이라는 거야
응?
네
그런 거 같아요
진짜 그런 거 같아요
[숨을 카 내뱉는다]
왔니, 앉아
[옅은 한숨]
왜, 누나
먼저 한잔해라
[시아가 지갑을 쓱 연다]
[옅은 한숨]
[사진을 탁 내려놓는다]
이건 왜?
바보야
내 사진이 갖고 싶으면 갖고 싶다고 말을 하면 되잖아
사람들 다 있는 데서 그렇게 몰래 사진 찍고 뭐 하는 짓이니?
[한숨 쉬며] 누나, 아까 그건 그런 게 아니고...
변명하지 마, 구질구질하다, 진짜
[헛웃음]
[옅은 한숨]
내가 말했잖아
나, 네 마음은 못 받아 주지만
네 사랑까지 우습게 생각하지 않는다니까
뒤에서 몰래 그러지 말고 그냥 누나한테 털어놔
- (시아) 네 아픈 마음 - (태오) 안 아파
안 아파서 그래, 진짜
[태오의 답답한 한숨]
[시아가 숨을 카 내뱉는다]
(시아) 태오야, 잘 들어
누난 7년이야
[익살스러운 음악]
대학 입학식 날 준재 처음 보고 7년 동안 뒤에서만 바라보면서
계속 이런 관계 유지할 수 있었던 거 왜일 것 같아?
궁금하지?
티 내지 않았기 때문이야
상대에게 부담 주지 않으면서
질척이지 않고 담백하게
[술잔을 탁 내려놓는다]
(시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술을 쪼르르 따른다]
[숨을 카 내뱉는다]
어른의 사랑이라는 건 그런 게 아닐까?
응?
[울먹이며] 준재야, 끊지 마
끊지 마
(시아) 너희만 계획 있니? 나도 계획 있어
나는 준재 너랑 약혼식은 안 하고
바로 결혼할 거야
그게 요즘 트렌드잖아
스몰 웨딩
나 그거 할 거야
제주도 올레길이나 강원도 메밀밭 같은 데서
[시아가 울먹인다]
(시아) 가마솥 걸어 놓고
국수 끓일 거라고!
[시아가 훌쩍인다]
아기 낳으면 백일잔치나 돌잔치 같은 것도 안 하고
유니세프에 기부할 거야
그게 지금
그게 지금...
트렌드란 말이야
[시아가 흐느낀다]
(시아) 준재야
준재야, 준재야 끊지 마, 끊지 마, 응?
(시아) 아, 근데
나 지금까지 뭐 한 거니?
죽 쒀서 개 준 거니?
그런 거니?
[시아가 흐느낀다]
(시아) 준재야
준재야
[시아가 흐느낀다]
너 길거리에서 그렇게 시끄러우면 신고당해
- (준재) 얼른 집에 들어가 - (시아) 그런 거야?
- (준재) 누구랑 있어? - (시아) 준재야
- (준재) 태오? - (시아) 준재야
태오한테 꼭 데려다 달라고 해 [시아가 흐느낀다]
이번엔 진짜 끊는다
[시아가 훌쩍인다] [통화 종료음]
[준재의 한숨]
씁, 연말이 오긴 왔구나
차시아가 술 먹고 전화하는 거 보니까
걔는 꼭 잘 참다가 꼭 연말쯤에 한 번 그러더라
[문이 달칵 닫힌다]
(준재) 너 왜 또 여기 이러고 있어?
이제 네 방 올라가
[옅은 한숨]
(준재) 왜 그래?
허준재
(심청) 나 물고기로 보는 거야?
나 어장 관리 하는 거야?
안 올라갈 거야?
(심청) 뭐지, 꼴도 보기 싫으니 올라가라는 건가?
꺼지라는 건가?
[발랄한 음악]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준재) 됐어, 내가 올라갈게
너 오늘도 여기서 그냥 자
(준재) 그리고
오늘은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푹 자, 응?
제발 [심장 박동 효과음]
[준재의 한숨]
(심청) 나 또 두근거리고 말았어
이 어장에선 벗어날 순 없는 거야?
[준재의 한숨]
[문을 드르륵 닫는다]
[한숨]
잠자긴 글렀네
[준재의 피곤한 신음]
아, 잠 좀 자고 싶다 진짜, 며칠째냐
[준재의 한숨]
[괴로운 신음]
[힘겨운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동식) 괜찮아?
어제 허 회장 사모 만나서 뭐, 한 4차까지 한 거야?
당신 완전 꽐라 됐었어
뭐, 좀 깊은 얘기 한 거야?
[흥미진진한 음악]
먹튀냐?
'셧업'! [접시가 달그락거린다]
한 집안을 그냥 다 개박살을 냈더구먼
난년은 난년이야
대단해, 진짜, 어유
[놀란 숨소리]
이거 꿈이겠지?
[걱정스러운 한숨]
아, 꿈이라고 해 줘라, 응?
(진주) 아, 제발 꿈이라고 해 줘 꿈이라고, 어?
왜 이래?
[안타까운 탄식]
[충격적인 효과음]
[시아의 비명]
[진주의 괴로운 신음]
(유란) 아, 저, 사모님
저 오늘 혈압약 좀 받으러 병원 좀 다녀와야 할 거 같은데
갔다 와요, 갔다 와요, 갔다 와
[시아의 괴로운 비명]
[진주의 다급한 숨소리]
[진주의 한숨] [서희의 헛웃음]
(서희) 진주 씨가 여기 웬일이야?
김 비서님이 여기 계신다 그래 가지고요
(진주) 사모님, 저를 죽여 주세요, 그냥
- (서희) 죽여 달라고? - (진주) 네
제가 원래 주사가 깔끔한 편이거든요
(진주) 근데 어제는 왜 그랬을까요
왜, 강남 지라시 얘기나 자세히 해 보지, 그래?
지, 지라시...
(진주) 어유, 사모님 저 지라시 같은 거 안 봐요
사모님, 제가 어저께 뭐라고 했든
그건 제가 아니에요 네, 안진주 아니에요
(진주) 그냥 제 속에 사는 어떤 짐승이 울부짖었다!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안 될까요?
아휴, 사모님
[게임 효과음이 흘러나온다]
넌 얼굴 색깔이 원래 빨개?
내가 볼 때마다 빨간 거 같아
나 그거 좀 가르쳐 줄 수 있어?
- (태오) 뭐? - (심청) 컴퓨터
TV로 보는 것만은 좀 한계가 있어
컴퓨터로 별의별 거 다 할 수 있다며
그럼 그것도 알 수 있어?
뭐?
(심청) [속삭이며] 어장 관리
(준재) 야! 너희 거기서 뭐 해?
(심청) [속삭이며] 어장 관리 안 당하는 법이나
어장 관리 감별법, 뭐 이런 거
안 떨어져?
(준재) 하, 귓속말을 하지 말고 차라리, 어? 생각을 해
야, 태오
너 귀가 왜 빨개지냐?
귀 빨개지지 마
(준재) 뭐 하는데?
태오가 컴퓨터 가르쳐 준다고 했어
내가 가르쳐 줄게, 내가
싫어
(심청) 네가 나 좋아하는 건지
어장관리 하는 건지 알아야 한단 말이야
야, 그런 걸 꼭 말로 해야 아냐?
(심청) 뭐?
[발랄한 음악]
아, 방금 뭐라고?
응?
아, 아니...
컴퓨터를 꼭 말로 가르쳐 줘야 아냐고
(준재) 그냥 옆에서 눈으로 이렇게, 이렇게 몇 번 보면 아는 거 아니야?
[헛기침하며] 그래, 태오한테 배우고 싶으면 태오한테 배워라
(태오) 인터넷 검색하는 것부터 알려줄게
응
(창식) 아이고, 이상하네
아, 꾸준히 약을 먹었는데 왜 악화됐지?
(일중) 아이, 더 어지럽고 지금도 뿌연 게
자네 얼굴도 잘 안 보여, 지금
그냥 두면 안 되겠다
잘못하면 실명할 수도 있어
[서희의 놀란 신음]
박사님, 어떡해요, 그럼?
(서희) 지금 할 수 있는 거 다 해야죠 더 늦기 전에
(창식) 아, 네, 뭐, 그나마
바깥 하드웨어가 다친 거라 수술할 순 있어요, 예
만약 안쪽 망막까지 손상이 돼 가지고 황반 변성이 일어난 거면
정말 다른 수가 없었을 텐데
[어색한 웃음]
네
수술 스케줄부터 잡아야겠네, 뭐, 그럼
응, 그래야지
뭐, 수술도 수술이지만
(창식) 그 후에 더 조심을 해야 돼
자네 말이야 눈을 찔리거나 다친 적, 정말 없어?
없다니까, 참
[숨을 씁 들이켠다]
여기 좀 앉아 있어요 나 원무과에 수납하고 올게
(일중) 그래
[일중의 힘주는 신음]
[극적인 음악] [유란의 놀란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서희) 여보, 다 됐어, 가자
(일중) 어, 아이고
[서희가 살짝 웃는다]
[일중의 힘겨운 한숨] [서희의 웃음]
- (서희) 여보 - (일중) 응
우리 치현이랑 점심 먹고 들어갈까?
그래, 뭐, 그럴까?
(서희) 당신 뭐 먹고 싶어?
(일중) 음, 글쎄
아무거나
(서희) 아무거나?
[서희의 웃음]
[떨리는 숨소리]
(서희) 미안하다
우리 학교 다닐 때 별로 안 친했는데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아니야, 지현아
(서희) 나 이름 개명했어, 사정 있어서
내 이름 강서희야
아, 그래?
(유란) 아무튼 잘 왔어
요새 우리 남편 사업 잘돼서
우리 집 돈 많아
[옅은 웃음]
애 아빠 갑자기 그렇게 되고
혼자 애 키우는 게 녹록지가 않다
안 그래도 보험 하나 들려고 그랬었어
어, 이참에 나도 하나 들고 우리 남편한테도 들라고 그럴게
내가 얘기해 놓을 테니까 우리 남편 회사로 한번 찾아가 봐
- (서희) 고맙다, 정말 - (유란) 아니야
[휴대 전화가 울린다]
[휴대 전화가 연신 울린다]
(준재) 왜? [치현의 탄성]
진짜 아들이네
나다, 가짜 아들
너 혹시 나랑 친해졌다고 생각하냐?
아니, 그럴 리가
(치현) 가짜가
진짜랑 친해질 순 없지
- (준재) 취했냐? - (치현) 준재야
난 네 아버지
지켜 드릴 수 없을 것 같다
[의미심장한 음악]
네 아버진 네가 지켜라
난 내 어머니 지킬 테니까
너 뭐 하는 거냐, 지금?
가짜가 진짜한테 주는
마지막 경고이자
- (치현) 선물 - (준재) 뭐?
[통화 종료음]
너 이제 그냥 이 방 뺏을 거니?
물어보고 싶은 거 있어서 기다렸어
(준재) 뭐?
그게 그러니까...
(심청) 날 좋아할 계획이 있다는 말 왜 한 거야?
나 구하러 왜 온 거야?
(심청) 나 왜 껴안은 거야? 내 머리 왜 만진 거야?
나 좋아하는 거야?
아니면 차시아 말대로 어장 관리 하는 거야?
(심청) 인터넷에 별의별 게 다 있는데
오늘 하루 종일 찾아봐도 네 마음은 없어
모르겠어, 나 좋아하는 거야?
아니면 그냥 그래?
아니야
왜 말을 하려다 말아
아니야, 아직 정리가 안 됐어
너 정리하는 스타일 아니잖아
그냥 막 뱉는 스타일이잖아
아니야, 정리해서 얘기할래
오늘 밤에 생각 좀 많이 해 보고
생각을 많이 한다고?
응, 밤새 생각 좀 해 보고
정리 다 되면 [준재의 한숨]
(심청) 내일 얘기할게
[준재의 한숨]
[준재의 괴로운 신음]
(준재) 아니, 잠깐만
생각을
얼마나 많이 하려고 그래, 너
그냥 밤새
아, 밤새?
네가 머릿속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는 몰라
(준재) 모르는데
그게 뭐든
[잔잔한 음악] 안 하면 안 될까?
(심청)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자기 생각 하지 말란 얘긴가?
저 눈빛은 뭐지, 화났나?
나한테? 왜?
이제 조용하고 좋네
지금부터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또 아무것도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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