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바이, 마마 13
야, 일어나
(유리) 야, 지금 몇 시인 줄 알아? 어?
[강화가 웅얼거린다] 빨리 일어나, 어?
야, 지금 너 이미 지각이야, 빨리 빨리빨리
으악! 야 [강화의 피곤한 신음]
- (강화) 아, 조금만... - 어, 야, 이거 국물 떨어지는데, 지금
(강화) ♪ 자장자장 ♪
(유리) 아, 무슨 '자장자장'이야
- 빨리 일어나 - (강화) 좀만, 좀만 [차분한 음악]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함께 웃는다]
(유리) 아, 웃겨, 너무 웃겨
어떡해
(강화) 나는 모든 남자한테 못해 주는 여자
(유리) 나는 잘해 주는 남자
(강화) 아니, 모든 남자한테 잘해 주는 여자?
- (강화) 나는... - (유리) 너도 그러면, 어?
(강화) 함께 흐르던 우리의 시간이
어느 날 느닷없이 멈춰 버리고 말았다
[알림음이 울린다]
[강화가 입바람을 후 분다]
[무거운 음악]
[대화 소리가 들려온다]
(남자) [웃으며] 요리 내가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여자) [웃으며] 왜, 요즘에 엄청 열심히 하고 있어
(남자) 음식이 너무 짜
[남자의 웃음] (여자) 아, 그래?
[유리의 옅은 한숨]
(유리) 울지 마 [강화가 훌쩍인다]
[강화의 한숨]
울지 마
울지 마
[강화의 한숨]
(유리) 나로 인해 멈춰진 내 사람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를 간절히 바랐다
- (현정) 야, 조강화 - 갈게
오민정인가 하는 그 간호사 만나
(현정) 입장 바꿔 생각해 봐
네가 만약에 유리 혼자 두고 그렇게 됐어
근데 유리가 죽은 너한테 미안하다고 자기 감정도 누르고 살면
좋겠어?
누나 유리 친구 아니야?
어
난 죽을 때까지 유리 편이고 유리 편에서만 생각해
그래서 이러는 거야
[현정의 옅은 한숨]
[강화의 한숨]
[유리의 한숨]
바보, 밥팅이, 쪼다
[유리의 한숨]
[부스럭거린다]
[휴대전화 조작음]
(유리) 야, 어, 눌러
아, 눌러, 만나
아, 눌러, 빨리
아, 누르라고
아씨, 조강화 진짜
아, 옛날의 그 박력 다 어디 갔대?
아씨...
[유리의 한숨] 자기도 좋아하면서
미안
미안해
내가 미쳤나 보다
[잔잔한 음악]
(강화) 내가 볼 수 없던 시간 속에서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유리의 한숨]
바보
밥팅이, 씨
[유리의 한숨]
[강화의 거친 숨소리]
왜 그래?
강화야, 왜 그래
[강화의 거친 숨소리]
무슨 일 있어?
쭉...
[떨리는 숨소리]
내 옆에 있었어?
[놀란 숨소리]
[강화의 떨리는 숨소리]
그거를...
[울먹이며] 그걸 다 봤어?
(강화) 그걸...
그걸 어떻게 봤어
[잔잔한 음악]
[울먹인다]
(강화) 그거를...
그걸 다 봤어?
[유리가 흐느낀다]
미안해, 유리야
아니, 아니...
(강화) 미안해, 유리야
(유리) 아니야
울지 마, 울지 마
[훌쩍인다]
강화야, 울지 마
[강화의 흐느끼는 신음]
강화야, 울지 마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휴대전화 조작음]
[하준이 흥얼거린다]
(근상) 누나는 미쳤어?
아니, 그런 걸 이제 말하면 어떡해
나도 최근에 알았어
그거 강화가 알면...
(근상) 아, 우리 강화 그거 어떻게 감당하라고
[문이 쾅 열린다]
[강화의 거친 숨소리]
(근상) 조강화, 야, 강화야
[문이 쿵 닫힌다] (현정) 너 무슨 일인데?
표정이 왜 그래?
누나 다 알고 있었지?
뭘
뭐, 뭘 알아?
5년 동안 쭉
유리 내 옆에 있었던 거
너 어떻게 알았어?
(근상) [강화의 팔을 탁 잡으며] 아니, 강화야
(근상) 기억 안 난다며
깨나 보니까 납골당이었다며, 아...
아, 조강화 얘 어떡하냐, 진짜
저럴까 봐 말 못 한 거지
(근상) 뭐?
유리 죽고
조강화 저거 얼마나 힘들었어
자책하고
그렇지
죽지 못해서 살았지
(근상) 아, 그때 생각하면 진짜...
유리가 그거 다 봤잖아
그래서 말 못 한 거야
강화 쟤 또 자책할까 봐
[한숨]
누나
(근상) 우리 유리 너무 불쌍해
어떡하지?
아, 민정 씨 [문이 쿵 닫힌다]
(민정) 아...
안, 안녕하세요
저기, 혹시 서우랑 우리 오빠 못 보셨어요?
(서우) 엄마!
(민정) 서우야, 왜 여기 있어? 아빤?
오빤 어디 갔어요?
- 어디 갔어요 - (민정) 네?
(근상) 어디 갔냐면
거기, 저기...
어디 갔지? 아, 누나 알지?
- (현정) 병원 갔지, 병원 - (근상) 병원
(근상) 병원 갔어요
병원에서 갑자기 콜이 와 가지고
나는 치매가 와 가지고, 아니...
깜빡깜... 깜빡해 가지고
- 네? - (근상) 네?
(현정) 원래 오늘 아빠들끼리 애들 데리고 놀려 그랬는데
[웃으며] 하준이가 하도 안 떨어져 가지고
그래서 오늘 이렇게 셋이 놀았다네
아...
- 그래서 아까 하준이랑 - (현정) 어
[근상을 툭 치며] 넌 왜 그런 거 말을 안 해
(근상) 미안해
예, 그, 강화랑
그, 서우랑 다 같이 재밌게 놀다가
그, 병원에 급한 일이 생겨서
정신없이 서우만 맡기고 갔어요
(민정) 아...
전 오빠가 연락이 안 돼서 혹시나 하고 와 봤는데
급해서, 급한 일이라서 못 받을 거예요, 전화를
(강화) 왜
진작 말 안 했어?
(유리) 이제 와서 말해 뭐 해
서로 아프기밖에 더 해?
(강화) 넌 안 아팠어?
내가
너 잊고 잘 사는 거 보면서
괜찮았어?
아팠지, 많이
나한테만 보이던 미소를 다른 사람이 보고 웃고
나만 잡던 네 손을 다른 사람이 잡고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다른 사람이 있고
아팠어
(강화) 미안
미안해
근데 난 그거보다
네가 혼자서 우는 게
천만 배는 더 아팠어
[애잔한 음악]
나 없는 텅 빈 집에서
혼자 일어나서
혼자 밥 먹고, 혼자 애 보고
혼자
(유리) 울고
그게 너무 아팠어서
그, 다른 사람이 질투 나지도 않았어
가슴은 아픈데
이상하게 마음은 너무 편한 거야
그건
내가 견뎌 내야 했던 거잖아
죽을 만큼 아파도
참아 내야만 했던 거니까
충분히 아팠고
충분히 견뎠잖아
(강화) 숨이, 숨이 잘 안 쉬어져요
[떨리는 목소리로] 나한테 왜 그랬어요
[오열한다]
[술 취한 말투로] 야, 유리 살려 내
살려 내, 이 개새끼야
[강화가 울먹인다]
내가 그때 바란 건 딱 하나야
날 그만 내려놓고 남은 네 삶을 붙들길 바랐어
그러니까 자책하지 마
[강화의 한숨]
[강화가 훌쩍인다]
[강화의 한숨]
[강화가 훌쩍인다]
[강화의 한숨]
민정 씨 많이 좋아하잖아
(유리) 난 알아
세상 사람 아무도 몰라도 난 알아
강화야
[훌쩍인다]
나 이제 네 사람 아니야
그만 내려놔도 돼
[무거운 음악]
[숨을 후 내뱉는다]
이 밤에 조 서방은 왜 왔을까?
모르지
우리 유리 살아 온 게
우리한테는 마냥 축복이지만
조 서방이랑 그 처한테는 아닐 수도 있겠어
그 처한테는 미안한 마음도 들어
미안할 건 또 뭐야
우리가 서우 엄마 자리를 달라 그래? 강화 옆자리를 달라 그래?
그냥 살아 온 것만으로도 축복이지
(무풍) 그건 그렇지만
쯧
아휴, 이럴 줄 알았으면
조 서방 재혼하겠다고 허락받으러 왔을 때
내가 반대할 걸 그랬어
(은숙) 됐어
나는 그날로 다시 돌아가도 결혼시켰어
그 폐인 꼴을 또 어떻게 봐
[무풍의 한숨]
그래서 나 처음 봤을 때 도망간 거야?
내 앞에
아예 안 나타나려고?
서우 냉동고 사고도 나 때문이고
내가 네 앞에 어떻게 나타나
냉동고?
(강화) 그게
왜 너 때문이야?
현정 언니한테 다 듣고 온 거 아니야?
[놀란 숨소리]
너
이거 누구한테 들었어?
어떤 남자, 네 친구라던데
검은 옷 입은... [유리의 놀란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놀란 숨소리]
다, 당신 누구야?
네 딸 데리러 왔어
왜
누군데, 그 사람
그, 그 사람이 너랑 서우한테 왔어?
(강화) 어
[거친 숨소리]
서우 어디 있어? 서우 지금 어디 있어?
누나네, 미생
[유리의 가쁜 숨소리]
(강화) 유리야
왜 그래, 무슨 일인데
[한숨]
서우가
귀신을 봐
(강화) 뭐?
[비밀스러운 음악]
어린이집 냉동고도
귀신 따라 들어간 거야
(강화)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유리야
아니...
우리 서우가 귀신을 귀신을 왜, 왜 봐?
태어날 때부터
내가 서우 옆에 내내 붙어 있어서
그래서 서우 눈에 귀신이 보여
미안해
[울먹이며] 미안해
(유리) 나 때문이야
정말 미안해
[유리가 흐느낀다]
(유리) 계속...
계속 날 보고 있었어, 그래서...
그래서...
(유리) 미안해
미안해
[흐느낀다]
(민정) 옳지
어?
오빠
(강화) 여기 왜 있어?
연락이 안 되니까 찾으러 나왔지
뭘 그렇게 넋을 놓고 걸어요?
어...
그냥
그냥
무슨 일 있죠?
(강화) 응?
[옅은 한숨]
아니야
괜찮아
[한숨]
병원 갈 거였으면 집에 데려다 놓지, 서우
서우 이리 와
[차분한 음악] [강화의 떨리는 숨소리]
[강화의 한숨]
[흐느낀다]
(유리) [흐느끼며]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나 때문이야
유리야
네 탓 아니야
괜찮아
괜찮아, 유리야
[흐느낀다]
[한숨]
[흐느낀다]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언니 또 나갔니?
(연지) 응
또 기도하러 가게?
(은숙) 가야지
(연지) 저, 엄마
어젯밤에 언니 계속 운 거 같은데
됐어, 말 안 해도 돼, 엄마도 알아
[한숨]
엄마 가
(연지) 응
조심히 다녀와
[새가 지저귄다] [문이 쿵쿵 울린다]
[문이 계속 쿵쿵 울린다]
[졸린 신음]
아, 뭐야
누구야, 아침부터
(미동댁) 아이씨...
어휴
[힘주는 신음]
[문을 쿵쿵 두드린다]
(미동댁) 아이고, 아이고, 누구세요 누구세요, 누구세요
[유리의 성난 숨소리] 엄마야, 어, 뭐야, 너, 아침부터 왜
- 퇴마사 어디 있어? - (미동댁) 어?
(유리) 그 퇴마사 그 새끼 어디 있냐고!
죽여 버릴 거야, 여기 있어?
- 야, 안 돼, 안 돼 - (유리) 나와!
(미동댁) 아유, 왜, 왜, 왜 이래
설마
그게 진짜 네 딸 앞에 갔어?
[거친 숨소리]
아이고, 아버지
이게, 이게 행동 개시를 했네
아휴, 이, 이럴 게 아니라 일단 좀 침착해
내가 지금 침착하게 생겼어? [미동댁의 당황한 신음]
(유리) 뭐? 무당?
이제 여섯 살짜리한테 뭐 하는 짓이야!
아유, 얘, 일단, 일단 들어와, 들어와
이것도 위에서 시킨 거야? 어? [미동댁의 당황한 신음]
(유리) 위에서 시킨 거야? 어? 위에서 시킨 거야?
[봉연의 걱정하는 숨소리]
- (봉연) 들었지? - (대춘) 어, 들었어
퇴마사가 유리 딸 노리고 있나 보네
(영심) 아이씨, 피도 눈물도 없는 독한 놈
그러니까 절대로 눈에 띄지 마
(봉연) 잘못 띄었다간
우리 필승이 장가가는 것도 못 보고 잡혀 올라간다, 우리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대춘) 절대로 그건 안 되지
- (봉연) 가자, 어? - (대춘) 가, 가, 가, 가, 가
[거친 숨소리]
아이, 그렇게 계속 씩씩거리고만 있을 거야?
그럼 어떡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뭐?
(유리) 나 어떡해야 돼?
우리 서우만 괜찮아지면 올라가려 그랬는데
귀신 다 쫓아내도 자꾸 보고
이상한 퇴마사까지 와서 저러는데
아,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한숨]
네가 할 수 있는 게 왜 없어
(유리) 뭐?
네 딸 귀신 안 볼 수 있어
걱정하지 말아
그건 내 말 믿어
- 확실해? - (미동댁) 어, 확실해
(미동댁) 그러니까 너는 네가 해야 할 일을 해 네가 하고 싶은 일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너 올라간다며
지금 며칠밖에 안 남았잖아
너 이러고 시간 흘려보내다 그냥 갈 거야?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의미심장한 음악]
(미동댁) 뭐, 뜻이야 어쨌든 이런 기회가 어디 쉬워?
누릴 거 다 누리고 가도 모자랄 시간에
어차피 위에 올라가기로 마음먹었으면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가라고
그렇지만 퇴마사가 자꾸...
(미동댁) 아유, 내가 그랬잖아
국봉이는 또 올 거라고
그 퇴마사는 왜 자꾸 그러는 거야?
네 딸 귀신 보는 거 확인하려고
걔가 확인하면 돌이킬 수도 없게 되고
(미동댁) 아, 요즘 귀신 보는 인간들이 줄어 가지고
한 명이라도 안 놓치려는 거야
네 딸은 절대 안 된다며
당연하지
그러니까 남은 기간 동안만 네 딸 지키고 버티면서
남은 시간 잘 보내
나 올라가고 나면? 우리 서우는 어떡해?
아유, 그건 걱정하지 말아
네 딸 귀신 안 볼 수 있어
나만 믿어
(은숙) 유리야
(유리) 엄마
(은숙) 네가 왜 여기 있어?
(유리) 아, 난...
(미동댁) 울기는 개뿔, 잘만 싸댕기는 애한테
(은숙) 싸댕겨요?
내 딸이? 구천을?
(미동댁) 아이, 아, 그, 그게 아니고, 저...
(유리) 아, 엄마
기도하러 왔어?
어
넌 여기 왜 왔어?
아, 나 볼일이 좀 있어 가지고
(유리) 아, 가자, 엄마
나도 지금 가려던 참이었어
그래, 알았어
[미동댁의 머쓱한 신음]
(미동댁) [머쓱해하며] 예
어휴, 말실수 한 번 잘못해 가지고 죄인처럼
[한숨]
저 계집애 가 버리면, 쯧
저 속을 또, 저, 어쩔 거야
친구? 저 무당이?
(유리) 어
[유리의 어색한 웃음]
아니, 너보다 나이도 한참 많아 보이던데 무슨 친구야?
아, 뭐, 나이가 같아야 친구인가?
저래 봬도 엄청 착해
[유리의 어색한 웃음]
진짜 저 사람 만나러 온 거야, 여길?
(유리) 응
아, 저, 엄만 왜 왔어?
뭘 왜 와, 기도드리러 왔지
'우리 딸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은숙) 오다 안 온다고 부처님이 다시 뺏어 가면 어떡해
[유리의 어색한 웃음] [은숙의 웃음]
(유리) 저기, 엄마
나랑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하고 싶은 거?
나랑 못 해서 후회했던 거
(은숙) 음...
엄마는
그냥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
아무것도 안 바라
(민정) 서우 벌써 챙겼어?
(강화) 어, 내가 서우 등원시킬게
오빠
어제오늘 왜 그래요?
어? 왜? 뭐가?
서우 옆에 딱 붙어서 안 떨어지잖아
[잔잔한 음악]
서우 어디 가?
(서우) 쉬
(강화) 아이고, 쉬? 가자, 가자
(강화) [다급한 목소리로] 서우 어디 가?
(민정) 종일 서우 뒤꽁무니만 따라다니고 있어요
아, 내가 그랬나?
(민정) 응
아, 그리고 어제 얘기한 서우 하원 도우미요
(강화) 어?
- 민정아 - (민정) 응?
우리...
하원 도우미 바꾸자
왜 바꿔야 되는지 말해 줘요
말 안 해 주면 안 바꿀래
[무거운 음악]
(민정) 오빠 마음 어딘가에 방이 하나 있거든요?
세상 사람들 다 열어 봐도
나는 절대 열어 보면 안 되는 방인데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 아니더라도 말할 수 있을 때 그때 하라고
병원으로 올래? 이따 오후에
다 말해 줄게, 왜 바꿔야 하는지
(미동댁) 너 올라간다며
며칠 안 남았잖아
너 이러고 시간 흘려보내다 그냥 갈 거야?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한숨]
[신비로운 효과음]
쟤 뭐야?
(미동댁) 야, 그리고 네 그 모질이 친구한테
빈인가 봉인가 걔 붙었어
(유리) 모질이? 계근상? [한숨]
(근상) 유리야
너 괜찮아?
다 들었어
그걸 어떻게 또 다 봤냐
괜찮아
이제 다 괜찮아
- 계근상 - (근상) 말해
다 말해, 내가 다 들어 줄게
너는 뭐 하고 돌아다니길래 귀신이 다 붙었냐
[긴장되는 음악]
왜 그래
(근상) 그런 농담 하는 거 아니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그래? 왜 그래, 아니야, 이거 아니야
[근상의 어이없는 웃음]
얘가 또 아침부터 분위기 전환을 재밌...
어디, 어디 있어
(유리) 아이...
- (근상) 어디 - 아휴
(근상) 유, 유리야, 어디 가, 가지 마!
말해 주고 가!
[까마귀 울음]
무서웠...
[떨리는 목소리로] 무서웠어
[힘주며] ♪ 내게 강 같은 평화 ♪
♪ 내게 강 같은 평화 ♪
♪ 할렐루야 ♪
♪ 내게 강 같은 평화 ♪ [사람들이 수군댄다]
♪ 내게 강 같은 ♪
- (미소 엄마) 안녕하세요 - (치인 엄마) 안녕하세요
[미소 엄마의 어색한 웃음]
(치인 엄마) 아, 맞는다니까?
동네에 소문이 파다해
놀이터에서 그 둘이 막 울고불고 난리였대
아니, 확실히 서우 아빠랑 주방 그 여자가 맞는대요?
- (치인 엄마) 응 - 맞는다잖아
아유, 그것도 모르면서 서로 뭉쳐 다니면서
어유, 어유, 어유
(치인 엄마) 아이고
(교사) 아, 오셨어요?
[교사의 웃음]
서우 왔네?
- (강화) 자, 신발 벗자 - (교사) 읏차, 신발 벗자
(교사) 신발 벗고
- (교사) 자, 가자 - (강화) 자
(교사) 아빠랑 인사할까, 이제?
(강화) 서우야
[교사의 웃음]
- (교사) 가자, 네 - (강화) 아, 예
(교사) 들어가세요
가자
[잔잔한 음악]
[한숨]
[한숨]
하나도 안 괜찮으면서
[한숨]
(근상) 괜찮냐?
아니, 유리는
5년 동안 봤으면 봤다고 말을 하지
아니지, 그걸 또 봤다고 어떻게 말을 해, 또
아...
(강화) 그런 기분 아냐?
누군가에게
정말 들키고 싶지 않은 나쁜 짓을 했는데
알고 보니
그 누군가가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단 걸 알게 된 기분
알지, 발가벗겨진 기분
[한숨]
(근상) 야, 근데 또 무슨 네가 그렇게 나쁜 짓을 했다고
재혼한 게 나쁜 짓이야? 그게 왜 나쁜 짓이야?
그걸 다 봤다잖아
(근상) 알았냐고, 네가
귀신 돼서 네 옆에 있을 줄 알고 그랬어?
살아 돌아올 줄 알고 그랬냐고 자책 좀 하지 마
유리가 너 그럴까 봐 말 안 했다더라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쓱 열린다]
(의사1) 조 선배님, 장 교수님이 찾으시는데
[장 교수의 힘주는 숨소리]
(장 교수) 이번 주부터 내 수술 참관해
예?
나 수술할 때
수술실 들어와서 보라고
(의사2) 상담 치료는 이 정도면 됐고 [장 교수의 한숨]
노출 요법도 같이 하면서 부딪쳐 봐야죠
아, 제가 노출엔 자신이 없어서...
(강화) 수고하세요
야, 인마, 야
- (의사2) 조, 조 선생 - (장 교수) 야!
(의사2) 조 선생
[한숨]
- 어쩌죠? - (장 교수) 뭘 어째
하는 거지
자기가 안 하면 어쩔 건데
잘릴 거야?
(유리) 강화야
나 그만 내려놔도 돼
(민정) 엄마들 이젠 내 눈도 못 마주친다니까요?
그때 우리가 무섭긴 했었나 봐요
끽소리도 못 해요, 이젠
[유리와 민정의 웃음]
언니들 덕에
이 동네 살기가 좀 편해졌어요
[옅은 웃음]
(유리) 다행이다
이제 서우 갖고 뭐라 못 하겠다
[민정과 유리의 웃음]
그러고 보니까 내가 좀 세게 때렸나?
어유, 그 정도는 때린 것도 아니야
(현정) 저기, 있잖아
음, 여기가 맘 카페로 착각들 하는 모양인데
여긴 영업장, 어? 신성한 영업장
[밝은 음악]
언니! [문이 쾅 닫힌다]
(유리) 아유, 목이 말라 가지고
[현정이 칼질을 계속한다]
[컵을 탁 내려놓는다]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아유, 시원하다
아, 근데 무슨 파를 그렇게 많이 다듬어?
아유, 아유, 냄새
아유, 눈 따가워
어유, 독해, 어휴
[문이 탁 닫힌다]
언니
(민정) 지나가다가...
커피 드세요
어유, 아휴, 설거지가 많네
(현정) [웃으며] 아유, 뭐...
언니, 언니!
(유리) 오, 이제 날이 풀리려 그래
오, 무슨 멸치가 이렇게 커? 우아
[탄성]
오, 멸치 좋네, 통영에서 왔어?
[유리의 탄성] [문이 탁 열린다]
(민정) 언니들
오다가다 들르는 곳이 아니라 어디다?
(현정) 영업장이다
전 너무 좋은데
(민정) 동네에 오다가다 들를 곳이 있다는 거
이 동네 맘 편히 들를 곳이 한 곳도 없었거든요
꼭 아지트 같다
아, 저 약속 있어서 가 볼게요
[웃음]
서우는 오늘 학원 없으니까 집이나 놀이터에서 놀아 주셔도 돼요
서우야
(서우) 엄마!
(민정) 엄마 갈 테니까 이모랑 놀다가 집에서 봐
[민정을 탁 껴안는다] 알았지?
- (민정) 하준이 안녕 - (하준) 안녕히 가세요
(민정) 아이고
아이, 착하다
[차분한 음악]
놀아
저 가 볼게요
가요, 민정 씨
[현정의 웃음]
저...
우리 친구 맞죠?
(민정) 한 이 정도 친하면
친구 해도 되나 해서
[살짝 웃는다]
아, 그럼요, 절친인데
[웃으며] 그럼, 그럼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옅은 한숨]
(주인)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주인) 오늘 예쁜 거 많이 들어왔는데 골라 보세요
이거 세 개 주세요
(주인) 친구분들이랑 같이 하시려고요?
네
- 얼마예요? - (주인) 5만 원요
[부스럭댄다]
- (주인) 네, 여기요 - (민정) 많이 파세요
- 예쁘게 하세요 - (민정) 네 [주인의 웃음]
(현정) 다 나 때문이야
아휴, 왜 그래, 언니
뭐가 언니 때문이야
내가 그때
(현정) 민정 씨 만나라고
조강화 부추기지만 않았어도
[한숨]
미안해
(유리) 무슨 그런 말이 있어
내가 그때 언니한테 얼마나 고마웠다고
분명 방법 있을 거야
(현정) 내가 그 무당한테도 방법 찾으라 그랬어
매일 머리 싸매고 생각해 봐도
나 절대 너 못 보내
언니
(현정) [떨리는 목소리로] 응
내가 와서 다들 너무 힘들다
난 이러려고 사람 된 거 아닌데
(유리) 나 때문에 강화도 언니도
다들 너무 괴로워
[유리의 한숨]
그냥 꼭꼭 숨어서 절대 들키지 말걸
나 진짜 이러려던 게 아닌데
[유리의 한숨]
들키지 말걸
하, 들키지 말걸
[유리의 한숨]
[한숨]
(민정) 왜요? 볼일 있어요?
나는, 저기...
(은비 엄마) 서우 엄마가 실은 좋아요
멋있고
근데요?
[한숨]
(은비 엄마) 그래서 이 말은 꼭 좀 해 줘야 될 거 같아서
하원 도우미 당장 바꿔요
네?
[어이없는 웃음]
(민정) 왜요? 왜 그래야 되는데요?
아휴, 지금 동네에 소문이 파다해요
(은비 엄마) 거기 하원 도우미랑 서우 아빠랑, 어?
뭐 있다고
[어이없는 웃음]
이젠 유언비어까지?
할 말 끝났죠?
(은비 엄마) 아니, 둘이 같이 놀이터에서 울고불고 막 했다 그러는데
아, 진짠데
[한숨]
가세요
하, 참 나
(무풍) 자, 한 번 더 하자, 한 번 더
자, 자, 자, 자
[무풍의 힘주는 탄성]
- (서우) 세게? - (무풍) 그래, 좀 세게
(무풍) 오, 오, 잡았다! 할아버지가 잡았다
자, 다시 한번, 다시, 다시
서우 다시, 다시
슝, 아이고, 아이고
한 번 더, 멀리
아빠, 힘들어, 그만해
(무풍) 아이, 무슨 소리
아직도 쌩쌩해
그렇지, 서우야?
할아버지가 12시간은 더 놀아 줄 수 있어
자, 한 번 더
[피식 웃는다]
[무풍이 서우와 놀아 준다] 못 말려, 진짜
좀 있어 봐, 내가 시원한 거 사 올게
(무풍) 좋지
자, 오, 잡았다! 서우 잡았다
[무풍의 힘주는 탄성]
할아버지도 잡았다
[바코드 인식음]
(무풍) 서우야, 조금만 앉아서 쉴까?
그래그래
자, 이거 여기다 놓고
아이고
아이고
누굴 닮아서 이렇게 예쁠까
눈도 이쁘고, 코도 이쁘고
볼따구니도 이쁘고
손도 이쁘고, 꼬물꼬물, 꼬물
[뽀뽀를 쪽쪽 한다] [웃음]
(할머니) [놀라며] 아유, 아이고, 아이고
(무풍) 어? 아이고, 아이고, 저, 저, 저, 저 [할머니의 신음]
아니, 아니, 아이고, 아이고 아유, 괜찮으세요?
[할머니의 신음] 아, 예, 예, 예 저, 저, 저, 아이고, 아이고
서우야, 거기 가만히 앉아 있어
- (무풍)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 (할머니) 아이고, 허리야
(아이1) 근데 우리 뭐 하고 놀면 좋을까?
(아이2) 어, 그러게?
- (아이1) 뭐 하고 놀까? - (아이3) 미미 인형 놀이 하자
(아이1) 그래, 좋아
(아이3) 엄마가 떡볶이도 했대
[어두운 음악]
[무풍의 힘주는 신음] [할머니의 신음]
아유, 조심하세요
- (할머니) 감사합니다 - (무풍) 예
서우야
서우야
서우야
(무풍) 서우야!
서우야!
[거친 숨소리]
아빠
유, 유리야
(무풍) 아, 어쩌냐
서우, 서우가, 서우가...
아이고, 서우가...
아이고, 이거...
[유리의 놀란 숨소리]
(무풍) 서우야!
서, 서, 서우
(무풍) 서우야!
[자동차 경적 소리가 요란하다]
[서우의 울음]
[긴장되는 효과음]
다 말해 줄게, 왜 바꿔야 하는지
그냥 닮아서 불편하다고 하면 되지
참...
[휴대전화 진동음]
[민정을 탁 잡는다]
(강화) 민정아 [민정의 떨리는 숨소리]
- 왜 그래 - (민정) 오빠
어떡해?
왜 그래
(강화) 어?
[민정의 울음 섞인 신음] [무거운 음악]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경적]
[강화의 거친 숨소리]
- (강화) 서우야! - (민정) 서우야!
(민정) 서우야!
[울먹이며] 서우야, 서우야!
[거친 숨소리]
서우야
(유리) 서우야
서우야
서우야, 서우야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울먹이며] 서우야
아, 서우야, 서우야
서우, 서우, 우리...
우리 서우
(강화) 서우야!
저기요 혹시 이만한 여자애 못 보셨어요?
서우야!
저기요, 죄송한데 이만한 보라색 코트 입은 여자애 못 보셨나요?
서우야
서우야
(민정) 서우야!
서우야
- (민정) 서우야 - (강화) 서우야!
- (민정) 서우야! - (강화) 서우야!
서우야
(민정) [울며] 서우야
서우야
[강화의 거친 숨소리]
(강화) 서우야!
(민정) 오빠, 어떡해
(강화) 괜찮아, 괜찮아
(민정) 오빠, 어떡해
- 괜찮아, 별일 없을 거야 - (민정) 어떡해
(강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민정과 유리가 흐느낀다]
(민정) 아, 우리 서우 어떡해
(강화) 서우야!
(민정) 서우야
아, 서우야
어떡해
(유리) 미안...
미안해요
왜 그랬어요, 왜!
[민정이 엉엉 운다]
[유리가 계속 흐느낀다]
(민정) 아, 서우야
[신비로운 음악] [놀란 숨소리]
[신비로운 효과음]
[거친 숨소리]
[유리의 놀란 숨소리]
(유리) 서우야, 서우, 서우야
서우야!
서우야, 서우야, 괜찮아?
서우야, 서우야, 괜찮아?
[유리가 흐느낀다]
(민정) 서우야
(유리) 서우야, 서우...
- (민정) 서우야 - (서우) 엄마
- (민정) 서우야 - 엄...
[서우의 울음]
(강화) 서우야
(민정) 아, 왜 여기 있었어
[서우와 민정의 울음]
어떡해
[흐느낀다]
[강화의 거친 숨소리] 미안해, 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울음]
[긴장되는 효과음]
엄마
(봉연) 콩알만 하던 우리 아들이 벌써 이렇게 컸어, 여보
잘생긴 것 좀 봐 [대춘의 웃음]
(대춘) 우리 아들 혼자 잘 컸지, 응?
참 착하고, 잘생기고
이제 장가만 가면 안 외롭겠지?
그럼 우린 올라가자
그래, 우리 아들
가족 생기면
[입소리를 쩝 내며] 그때 우리 올라가자
(영심) 내려, 이제
얘 오늘 비행이잖아
비행 잘해라, 장필승
[대춘의 웃음]
(대춘) 아들, 오늘도 파이, 파이팅
비행기 조심하고 밥 잘 챙겨 먹고
[대춘과 봉연의 웃음]
(대춘) 여보, 여보!
퇴마사, 퇴마사, 퇴마사
(봉연) 뭐, 뭐? [긴장되는 음악]
[봉연의 놀란 신음]
어머
[봉연의 놀란 숨소리]
(대춘) 네 이놈! 네 이놈!
[익살스러운 음악] [대춘의 겁주는 탄성]
[대춘의 힘주는 탄성]
[대춘이 입소리를 쉭쉭 낸다]
(봉연) 서우야, 서우야
이리 와, 이리, 괜찮아
어, 그렇지
[따뜻한 음악] 어, 이리 와, 그렇지
어, 그렇지, 옳지 [대춘의 겁주는 탄성]
(대춘) 감히 이게, 어?
와, 일로 와!
[대춘의 겁주는 탄성]
(봉연) 어, 그래그래, 그래그래
나쁜 새끼
감히 우리 유리를 괴롭히려고?
서우야
엄마, 뒤로 더 와
(영심) 애한테 가까이 있으면 안 돼, 우리
(봉연) 어, 맞는다, 맞는다, 맞는다
서우야, 이리 와, 이리
그렇지, 옳지
아이고, 잘하네
그렇지, 그렇지
저기다, 거의 다 왔다
서우야
그렇지, 그렇지
우아, 재밌겠다, 저기 올라가 봐
저기 올라가서 저 통 속에 들어가 있어, 어?
저기, 저기, 그렇지
(영심) 서우야
우리 숨바꼭질하는 거야
거기서 절대 나오면 안 돼
꼭꼭 숨어 있어, 알았지?
(봉연) 그래그래, 가자
이제 유리 찾아가 보자
[봉연의 거친 숨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영심과 봉연의 놀란 신음]
(봉연) 여, 여보
여기서 뭐 할까?
뭐 하긴 뭘 해요, 그냥 있지
애 어디 있어?
[봉연의 헛기침]
흠, 데려가는 거 다 봤어
어디 숨겼어?
[대춘의 떨리는 숨소리]
[피식 웃는다]
그래, 말하지 마
그냥 올라가자
[놀란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미동댁) 누구세요, 아유
아유
[한숨]
너 얼굴이 왜 이래?
(미동댁) 아유, 기껏 사람 돼 가지고 밥도 못 얻어먹고 싸돌아다녀
사람 속상하게
사람 됐으니까 그렇지
귀신이었으면 이랬겠어?
(미동댁) 말이나 못 하면
아이, 집 놔두고 왜 일로 와
이러고 들어가면 괜히 울 엄마 걱정하잖아
(미동댁) 그, 뭐, 네 절친이라는 그 기 센 언니는 어떡하고
왜
그 언니는 자꾸 네 자리 찾으라 그래?
(유리) 어
[미동댁의 한숨]
미동댁
나 사람 된 거
상 아니고
벌이 맞나 봐
내가 살아나니까
다들 너무 불행해
아이고
또 뭔 일이 있었던 거야?
[한숨] [차분한 음악]
[유리의 흐느끼는 신음]
(민정) 미안한데
제발 가 줄래요?
지금은 정말 보고 싶지 않다고
어떻게...
애를 잃어버려요, 애를
(유리) 미안
정말 미안해요
[유리의 떨리는 숨소리]
(강화) 놀랐지?
놀라서 저래
[유리를 탁 잡으며] 가자, 데려다줄게
미안해
(유리) 내가 오는 게 아니었어, 정말 미안해
그게 무슨 소리야
유리야
이거 네 탓 아니야, 다 괜찮아
[답답한 숨소리]
너는
뭐가 맨날 괜찮아?
(유리) 하나도 안 괜찮잖아 너 하나도 안 괜찮잖아
[한숨]
유리야
[한숨]
하, 내가 살아나는 게 아니었어
(미동댁) 네가 뭐, 살아나고 싶어서 살아났어?
아이, 들키고 싶어서 들켰냐고
다들 나만 보면 울고, 고민하고, 한숨 쉬고
[유리의 한숨]
아무도 웃질 않아
나 때문에 다들 너무 괴로워
(미동댁) 원래 산 사람들은 다 그런 거야
오늘보다 내일을 더 많이 생각하니까
고민도 많고, 한숨도 많고 미련도 많고
너나 여기 사는 귀신들처럼 오늘 하루만 산다 생각하면
그딴 거 다 필요 없는데
[잔잔한 음악] [한숨]
아이고
[신비로운 효과음] (귀순) 미동...
[귀순의 반가운 숨소리] 유리야!
[미자의 반가운 신음] 왔구나, 왔어
아유, 언제 온 겨, 언제 온 겨
[귀순의 웃음] (미자) 그러네, 유리가 왔네, 우리 유리
(혜진) 지겨워 죽겠는 여길 뭐 좋다고 왔어? [미자의 웃음]
여기도 엄연히 내 집이거든?
잘 왔다, 잘 왔어
- (귀순) 잘 왔어, 잘 왔어 - (미자) 보고 싶었는데
[귀순과 미자의 웃음] (혜진) 잘 왔어
(유리) 너는
뭐가 맨날 괜찮아?
하나도 안 괜찮잖아 너 하나도 안 괜찮잖아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많이 놀랐지?
[한숨]
(강화) 민정아
왜 울어, 울지 마
네 탓 아니야, 응?
그럼 누구 탓인데요?
종일 병원에 있는 오빠 탓이야?
복직하겠다고 하원 도우미 쓰고 애까지 잃어버린 거
[울먹이며] 서우가...
다른 애들보다 느린 거, 어두운 거
(민정) 이게 다 내 탓이 아니면 누구 탓인데?
나 엄마 아니야?
민정아
다른 사람들은 애가 이상하면 다 엄마 탓이라는데
오빤 왜 맨날 내 탓이 아니라고만 해?
(민정) 나 서우 엄마라며
나 진짜 서우 엄마 맞아요?
미안해
미안해
뭐가 그렇게 맨날
(민정) 미안하고
괜찮은데
[애잔한 음악]
[민정이 흐느낀다]
차유리
그 이름 석 자가 나한텐 금기어잖아
언제까지
그 방문은 나한테 안 열어 줄 건데요?
나한테만 꼭꼭 닫아 둘 건데?
오빠가 열어 줘야 내가 들어가잖아
그래야 나도 진짜 서우 엄마가 될 수 있잖아
[민정이 계속 흐느낀다]
하원 도우미
그 사람이야
유리
차유리
[한숨]
그게
무, 무슨...
무슨 말이에요?
서우 친엄마
차유리
[차분한 음악]
살아 돌아왔어
(은숙) 왜, 우리 딸 잠이 안 와?
잠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엄마, 노래 불러 줘
(은숙) 응? 무슨 노래?
(유리) 음...
'소나무'
'소나무'?
그걸 기억해?
너 어릴 적에 불러 줬던 건데
듣고 싶다, 오랜만에
(유리) 불러 줘
♪ 소나무야, 소나무야 ♪
♪ 언제나 푸른 네 빛 ♪
♪ 쓸쓸한 가을날이나 ♪
♪ 눈보라 치는 날에도 ♪
- (은숙) ♪ 소나무야 ♪ - (유리) ♪ 소나무야 ♪
♪ 소나무야 ♪
♪ 언제나 푸른 네 빛 ♪
♪ 쓸쓸한 가을날이나 ♪
♪ 눈보라 치는 날에도 ♪
서우 친엄마
차유리
(유리) ♪ 소나무야, 소나무야 ♪
♪ 언제나 푸르구나 ♪
[현정이 탁탁 칼질한다]
(유리) 아휴, 그래도 이 탈 많은 동네 우리가 서열 정리 했잖아
(민정) 그럼 우리가 대가리인 거죠?
(현정) 이래서 애들 앞에서 찬물도 못 마셔요
그새 배웠네 [민정의 웃음]
(유리) 그러니까, 습득력이 아주 그냥
대가리란다, 대가리 [현정과 민정의 웃음]
(현정) 어어? 언니들 얘기하는데 막 웃네, 웃어
(유리) 병뚜껑에다 머리 박기 한번 시켜야 될까 봐, 언니
(민정) 요즘 그런 거 하면 큰일 나요 쇠고랑 차
(현정) 말세야, 말세
[유리와 민정의 웃음] 저기 밖에 나가서 계란 좀 사 오자
(유리) 응
어머, 언니들 나가는데 일어나지도 않아, 웬열 [현정의 웃음]
- (현정) 집 잘 지키고 있어요 - (민정) 네
[잔잔한 음악]
(민정) 나는 볼 수 없었던 그들의 시간은
몹시도 충실히 흐르고 있었다
(민정) 재밌었겠다
내가 바보같이 칠렐레팔렐레 좋아하는 거 보고
(강화) 사람 때문에 웃으니까 너무 행복해 보여서
(민정) 오빠 상처부터 보라고 [민정이 흐느낀다]
엉망진창이잖아
(장 교수) 계속 이 상태로 살 거야? 수술도 못 하는 의사로?
부딪쳐 봐야 나을 거 아니야 [유리의 거친 숨소리]
[강화가 꺽꺽거린다] (강화) 왜 나만 두고 갔어?
[흐느끼며] 왜 그랬어?
(현정) 죽고 싶단 말보다 더 절실한 말이 뭔지 알아?
(함께) 짠!
(유리) 나도 살고 싶다
.하이바이,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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