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바이, 마마 14
얘가 지금
아, 가기는 어딜 가 내일모레 예정일인 애가
(유리) 아유, 괜찮다고, 엄마 안 죽어, 안 죽어
아무리 일이라도 만삭 몸으로 그...
(유리) 네, 네
신속하게 일 마치고 집으로 복귀할게요
(은숙) 아유
아유, 못 말려, 정말, 아유 [휴대전화 조작음]
아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은숙이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무풍) 유리 어디 간대?
(은숙) 아이, 뭐, 전시품 산 사람이 AS인가 뭔가 해 달랬대
(무풍) 좀 있으면 애 나오는데 왜 돌아다녀
못 가게 하지
그런다고 들을 애유?
뭐, 잠깐 갔다 온다니까 별일이야 있겠어?
그래서, 무슨 꿈을 꿨다고?
(무풍) 모르겠어, 기억도 안 나
아침에 일어났더니 기분이 이상하더라고, 뒤숭숭하고
[웃음]
기억 안 나는 거 보니 개꿈이네
[코웃음]
아이고, 다 했다
[전화벨이 울린다]
[무풍의 힘주는 숨소리]
(무풍) 예, 여보세요
예, 맞는데요
[수화기가 달그락 떨어진다]
(강화) 불현듯 찾아오는 불운이란 놈에게도
[차분한 음악] 비상 깜빡이등이 있었으면 좋겠다
곧 들이닥칠 아픔을 피해 갈 순 없지만 대비할 수 있게
[새가 지저귄다]
(여자) 애 이름이
명이 짧은 거 같다 그랬는데
제가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요
왜 그랬을까요
그때 바꿨다면...
자꾸 내 탓인 거 같고
[여자가 훌쩍인다]
하루에도 수만 번씩
그날로 시간을 돌리고 싶어요
일하러 가겠다는 애를
내가 조금만 더 말렸다면
5분만, 아니
딱 1분만 더 말렸더라면
보내지 않았을 텐데
그때 내가 왜 그랬나
[은숙의 한숨]
[훌쩍인다]
(강화) 그러나 설령 깜빡이등이 있다 한들
불운은 절대 우리가 알아챌 수 있게 깜빡이등을 켜는 법은 없을 것이다
(강화) [술 취한 말투로] 나 때문에 죽었잖아요
[가슴을 탁탁 치며] 내가 죽였잖아요, 내가, 유리
내가
내가 죽였잖아
내가 죽였잖아
우리 유리 살려 내
야, 야, 야, 유리 살려 내
살려 내, 이 개새끼야, 이씨
우리 유리 살려 내
(강화) 그러니 그것을 보지 못했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다
(강화) 민정아
왜 울어, 울지 마
네 탓 아니야, 응?
[강화가 민정의 등을 토닥인다]
그럼 누구 탓인데요?
종일 병원에 있는 오빠 탓이야?
복직하겠다고 하원 도우미 쓰고 애까지 잃어버린 거
[울먹이며] 서우가...
다른 애들보다 느린 거, 어두운 거
(민정) 이게 다 내 탓이 아니면 누구 탓인데?
나 엄마 아니야?
민정아
다른 사람들은 애가 이상하면 다 엄마 탓이라는데
오빤 왜 맨날 내 탓이 아니라고만 해?
(민정) 나 서우 엄마라며
나 진짜 서우 엄마 맞아요?
미안해
미안해
뭐가 그렇게 맨날
(민정) 미안하고
괜찮은데
[민정이 흐느낀다]
차유리
그 이름 석 자가 나한텐 금기어잖아
언제까지
그 방문은 나한테 안 열어 줄 건데요?
나한테만 꼭꼭 닫아 둘 건데?
오빠가 열어 줘야 내가 들어가잖아
그래야 나도 진짜 서우 엄마가 될 수 있잖아
[민정이 계속 흐느낀다]
하원 도우미
그 사람이야
유리
차유리
[차분한 음악]
그게
무, 무슨...
무슨 말이에요?
서우 친엄마
차유리
살아 돌아왔어
[한숨]
[한숨]
(민정) 미안한데 제발 가 줄래요?
[한숨]
지금은 정말 보고 싶지 않다고
어떻게 애를 잃어버려요, 애를
[노크 소리가 들린다]
[강화의 한숨]
[한숨]
[한숨]
[한숨]
[새가 지저귄다]
(강화) 서우 깼어?
(민정) 서우 일어났어? 씻을까?
민정아
[한숨]
(민정) 다 됐다
(민정) 읏차
[부스럭 소리가 난다]
(민정) 잠깐 놀고 있어
[민정이 강화의 손을 탁 뺀다]
(민정) 출근 준비 안 해요? 늦었잖아
안 믿기는 거 알아
나도 그랬으니까
어, 안 믿어
말이 안 되잖아
오빤 이게 말이 돼요?
(민정) 주방 이모
우리 서우 하원 도우미가 서우 엄마다?
살아 돌아왔다?
장난치지 마요
이런 장난을 내가 너한테 왜 치겠니
(민정) 그러니까, 이런 장난을 왜 치지?
내가 봐 온 오빠 모습 중에 제일 최악이다
안 믿겨도
사실이야
안 믿어
그럼 어제 왜 그렇게 울었어?
그래요
오빠 말이 다 사실이다 쳐
그럼 이걸
이제야 말한 거야? 나한테?
미안해
처음엔 나도 당황스러워서
말을 못 했어
근데
더 이상 너만 모르고 있을 순 없으니까
(강화) 민정아
믿기지 않겠지만
진짜야
[익살스러운 음악]
- (근상) 저기요 - 엄마, 깜짝이야
뭐, 뭐, 뭐야, 이 쌤?
나한테 왜 붙었어요?
[놀란 숨소리]
보, 보여?
쌤도 귀신 봐?
(상봉) 나, 나, 나, 나 보여?
(근상) 오른쪽이에요, 왼쪽이에요?
- 어디예요? - (상봉) 에이씨
아씨...
아니야
나 기독교 신자야
(근상) 귀신 그런 거 안 믿어
귀신 그런 거 조금 믿은 거 같아
조금 믿었어 점도 보러 가고 그래서 그런 거 같아
아, 유리는 왜 괜히 이상한 소릴 해 가지고, 진짜
아, 뭐야, 재미없어
[근상의 한숨]
[침을 꿀꺽 삼킨다]
(근상) 누나
누나야
누나
(현정) 어? 뭐?
(근상) 파무침으로 누구 하나 죽일 생각이야? [현정의 놀란 숨소리]
(현정) 어머, 아이고, 아이고
- (현정) 아이고, 어떡해 - 아, 또 왜 그래
(근상) 유리 때문에 그래?
[근상의 한숨]
너 왜 유리 얘기 하면서 한숨 쉬어?
음마
유리 때문에 맨날 한숨 쉬는 건 누나거든요?
(근상) 아니, 걱정되니까 그러지, 안쓰럽고
뭐, 딴 뜻 있어?
그래도 유리가 서우 엄만데
뭔가는 해 줘야 되는데 또 상황은 복잡하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자꾸 한숨만 나는 거지
뭐, 강화나 누나도 그렇잖아
유리가
왜 처음에 우리한테 안 오고
숨었었는지 이제 알겠어
왜?
내가 와서 다들 너무 힘들다
(유리) 나 때문에 강화도 언니도 다들 너무 괴로워
(유리) 진짜 들키지 말걸
[현정이 비닐장갑을 쓱쓱 벗는다] (근상) 왜, 왜
- 어? - (현정) 야, 너
[근상의 놀란 신음]
- (현정) 가게 좀 봐 - 왜, 왜, 아, 나...
[현정이 옷을 탁 집는다] (근상) 아니야, 누나, 어디 가
누나, 가지 마
내가 지금 혼자 가게를 볼 수 없는 상태야
굉장히 무서운 상태야
누나!
[울먹이는 숨소리] [멀어지는 발걸음]
(은숙) 당신 제정신이야?
애를 두고 한눈을 팔아?
아, 저, 바로 뒤에 있었으니까
아, 진짜 잠깐이었다니까 그사이에 그냥...
[한숨]
어쩐지 어젯밤에 이상하다, 이상하다 했어
왜, 조 서방 처가 뭐라 했대?
그럼 안 했겠어?
하원 도우미가 애를 잃어버렸는데?
[한숨]
(무풍) 아유, 아유! 미친놈
[머리를 퍽퍽 때리며] 아유, 아유, 씨
아유...
아유, 아유, 씨
[한숨]
아유... [한숨]
[한숨] [휴대전화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한숨]
- 필승네? - (미동댁) 어
(미동댁) 국봉이는 네 딸 어디 숨겼냐 난리
절대 말 못 한다 난리
뭐, 그래서 놀이터에 숨어 있었다며
(유리) 어, 미끄럼틀 안에
(미동댁) 아이고, 잘도 숨겨 놨네
꼴에 의리는 있어 가지고
거기서부터 잡혀 왔더라고
아이, 그럼 지금 어디 있어, 필승네?
[잔잔한 음악]
에이, 설마
갔어
아휴, 왜 그래, 농담하지 마
그 집 식구들이 어떤 식구들인데 20년을 버텼는데
그냥 그렇게 갔다고?
우리 서우 때문에?
20년이면 뭐, 가, 갈 때 됐지
오래 버텼어
[놀란 숨소리]
아, 말도 안 돼
[당황한 숨소리]
아니...
우리 서우 숨겨 주다가 진짜 그렇게 간 거야?
아유, 됐어
자기들이 선택한 거지
같은 엄마 마음 아니겠냐
(미동댁) 아유, 너도 곧 올라갈 거잖아
가서 고맙다 하든지
[한숨]
밥이나 한 끼 더 해 줘야겠다, 필승이
시간 많다?
아니, 남 걱정 하지 말고 너나 누릴 거 누리고 가라고
이 맹추야
[미동댁의 걱정하는 숨소리]
하, 뭐야, 필승네
고맙게
귀신도 가 버리고 나니까 고맙단 말도 못 전하네
[노크 소리가 들린다]
- 유리야 - (유리) 어, 엄마
밖에 나가 봐, 현정이 왔어
아, 그, 그래?
왜, 현정 언니 왔다니까?
어, 어
[한숨]
(현정) 어
아니, 이게 뭐야?
(현정) 야, 타
[발랄한 음악]
(유리) [피식 웃으며] 언니
아, 이게 뭐야, 어디서 났어?
어디서 나긴, 언니가 플렉스해 버렸지 빨리 타
- 진짜 타도 돼? - (현정) 그럼
연지야! 네 언니 가방!
[문소리가 철컹 난다]
[유리의 당황한 신음]
[유리의 웃음] (현정) 뭐 해, 안 타고
[유리의 웃음]
[차 문이 탁 닫힌다]
[현정이 안전띠를 달칵 맨다] [유리의 탄성]
자, 출발해 볼까? [자동차 시동음]
(유리) [안전띠를 달칵 매며] 어디 갈 건데?
(현정) 어디든
어디든 가자!
[은숙의 웃음]
이제야 웃네, 우리 딸
아, 누가 영혼의 단짝 아니랄까 봐
(연지) 현정 언니 좀 짱인 거 같아, 엄마
그렇지?
[은숙의 웃음]
[신나는 음악]
(현정) 유리야, 좋아?
(유리) 너무 좋아
속이 뻥 뚫려!
그럼 나도 좋다!
자, 간다
(현정) 하나, 둘, 셋! [유리의 놀라는 숨소리]
[자동차 가속음] [유리와 현정의 환호성]
[유리와 현정이 소리친다]
(유리) 아, 재밌겠다!
- 유리야 - (유리) 어?
- 괜찮아? - (유리) 어
아, 저, 지금이라도 내려갈래?
괜찮지
언니가 안 괜찮아 보여
나, 난 괜찮아
[기계 작동음] - 괜찮지, 악! - (유리) 언니, 악!
(현정) 아, 아,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긴장되는 음악]
아니야!
[현정의 힘겨운 신음] [밝은 음악]
(현정) 유리야!
(유리) 언니!
(유리) 아, 경치 너무 좋다
[유리의 웃음]
언니, 빨리 와
엄마 주는 거야?
[서우가 장난감을 달그락거린다]
[어두운 음악]
[한숨]
[휴대전화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문이 쓱 열린다]
(장 교수) 내일이다, 내 수술 참관
아이, 안 한다 했잖아요
- 왜? - (강화) 그냥
(강화) 안 해요
그러니까 왜
(장 교수) 왜 안 한다는 건데 상담 치료는 잘만 받으면서
부딪쳐 봐야 나을 거 아니야
계속 이 상태로 살 거야?
수술도 못 하는 의사로?
나중에
나중에 할게요
(장 교수) 또 나중에, 언제!
이제 널 그만 괴롭힐 때도 됐잖아
[떨리는 숨소리]
[새가 지저귄다]
- (현정) 자 - 고마워
[함께 웃는다]
이제 차유리 같네
(현정) 유리야
(유리) 응?
5년 동안
내 옆에도 계속 있었어?
그럼
우리 언니 옆에도 내가 딱 붙어 있었지
[현정과 유리의 웃음]
(유리) 나도 깜빡깜빡하는 생일을 어찌나 잘 챙겨 주시던지
널 잊지 않겠다는 발버둥?
뭐, 그런 거였나 봐
너 가고
처음엔 진짜 실감 안 났거든
(현정) 그, 있잖아, 나 유학 갔을 때
우리 한 1년 정도 못 본 거
그렇게
네가 잠깐 어디 간 거 같았어
[차분한 음악] 그러다가
정말 두 번 다시 못 본다는 게 인정이 되니까
그제야 밥도 못 먹고
펑펑 울고
근데 또 그러다 보니까
배는 고파지는 거지
[함께 웃는다]
그래서 밥도 먹고
하준이도 보고, 일도 하고
그러다 문득
내가 널 조금씩 잊어 가고 있더라고
네 생일을 챙긴 건
부여잡고 싶었달까?
너한테 너무 미안해서
그것도 넌 알았지?
그럼
실은 서운했다
(유리) 언니가 나 잊어 가던 거
근데
안 잊혀지는 게 더 무서웠어
나 때문에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걸 보는 거
그거만큼 지옥이 없거든
강화?
그것도 알았겠구나
조강화 아픈 거
알지, 계속 붙어 있었는데
(유리) 하, 최근에 징계도 받았더라고
그건 나중에 알았지만
내가 그렇게 만든 거잖아
상처투성이로
그게 왜 네가 만든 거야
네가 죽고 싶어서 죽었어?
선택은 내가 했으니까
걔한텐 죄책감만 쥐여 주고
[의미심장한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휙 하는 효과음]
[겁먹은 숨소리]
아, 누나 어디 간 거야 나 혼자 두고, 진짜, 아...
아
아, 맞는다
[방울이 딸랑 울린다]
[방울이 딸랑딸랑 울린다]
(미자) 아무리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라지만
내 살다 살다, 사람을 이렇게 올려 보내는 법이 어디 있어?
(귀순) [울먹이며] 내 말이!
인사도 못 하고 말이야, 옘병헐
[미자의 한숨]
너희들이 사람이야?
(미동댁) 국봉이 눈엔...
아니, 사람들 눈엔
너희들은 그냥 올라가야 될 잡귀인 거야
말이 심하다, 미동댁
그러니까
(미동댁) 이렇게 갑자기 잡혀 올라가지 않으려면
국봉이 숨어 다닐 게 아니라
각자 이승의 미련들을 차근차근 정리를 하라고
아휴, 속상해, 정말, 쯧
[휴대전화 진동음] [미동댁의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예, 여보세요?
(근상) 안녕하세요, 무당님
출장 가능하시죠?
(미동댁) 뭐야
[의미심장한 음악]
(강화) 민정아
믿기지 않겠지만 진짜야
[거친 숨소리]
어?
(현정) 뭐 해
내려, 유리야
(유리) 아니, 우리 집에서 놀자며 왜 일로 와?
(현정) 술 마신다잖아, 차 두고 가야지 걸어가자
[유리의 웃음]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놀란 숨소리]
[유리와 현정이 대화한다]
[어이없는 숨소리]
- (유리) 배고파, 배고파, 빨리 가자 - (현정) 나도, 나도
- 아까 소리를 너무 질렀더니 - (유리) 어 [함께 웃는다]
(유리) 아, 언니가 운전을 너무 과속을 내 가지고, 내가
[현정과 유리가 대화한다]
[문소리가 철컹 난다]
- (유리) 오, 오, 왔어? - (현정) 오, 오!
- (배달원) 네 - (연지) 어, 왔어? [현정의 환호]
- (유리) 타이밍 딱 맞춰 왔어 - (연지) 그러게
[무풍이 말한다] - (연지) 감사합니다, 배달 삼겹 - (무풍) 얼른 와
[무풍과 현정이 인사를 나눈다] (연지) 엄마! 언니들 도착했어!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문이 철컥 열린다] (현정) 어머니, 안녕하세요!
[문이 철컥 닫힌다]
"연안 차씨"
[흐느낀다]
[한숨]
- (현정) 오, 맛있겠다 - (유리) 오, 따뜻해, 따뜻해
- (은숙) 세상에 - (현정) 어, 배고팠는데 [무풍과 유리의 탄성]
- (은숙) 아이고, 맛있겠네 - (연지) 자, 시원한 맥주가 왔어요 [유리가 말한다]
(현정) 오, 역시 연지 센스
(유리) 야, 여기 주당 다섯이 모였는데
이걸로 되겠어? 어? [무풍의 웃음]
(은숙) 엄마는 맥주 안 먹어, 소주 [현정의 놀란 신음]
(현정) 역시 어머니 우리 어머니 정말 내 스타일
[함께 웃는다]
(유리) 엄마, 소주는 내가 가져올게, 엄마
- 아빠, '아' - (무풍) 오, 이야, 역시 우리 딸 [은숙의 탄성]
[무풍의 탄성] (유리) 맛있지? 맛있지?
- (현정) 아버지, 제가 딸게요 - (연지) 아빠, 이거 안 따진다 [무풍이 호응한다]
(무풍) 응, 줘
자!
(무풍) [병뚜껑을 딱 따며] 원, 투, 뽕!
(은숙) 아, 깜짝이야 [함께 웃는다]
[함께 대화를 나눈다]
[잔잔한 음악]
(함께) 짠!
짠!
[은숙의 웃음]
(무풍) 아, 맛있다 [연지의 시원한 숨소리]
[현정의 시원한 숨소리]
이야, 현정이까지 이렇게 다 모여 본 게
이게 진짜 얼마 만이야?
그러게요, 아버지
(현정) 제가 육아하랴 장사하랴 너무 바빴죠
[무풍과 현정의 웃음]
우리 괜히 생각나게 해서 마음 아플까 봐
(은숙) 마음 써 안 왔지, 뭐 [무풍의 한숨]
그거 모를까
[현정과 은숙의 웃음]
이런 날이 올 줄은
내가 진짜 꿈도 못 꿨는데
(연지) 아빠, 왜 이래, 이거 아니야
- 그래, 아, 당신 또 주책맞게 왜 이래 - (무풍) 아이 [연지가 구시렁거린다]
(무풍) 알았어, 알았어, 어, 안 해
- (무풍) 끝! - (연지) 끝!
- 아버지, 끝 - (유리) 뭐가, 뭐가
- (유리) 뭐가 끝인데, 어? - (은숙) 뭐기는
네 아빠한테서 또 노잼 나온 거지, 뭐 [사람들의 웃음]
(유리) 오, 엄마 노잼이라는 단어도 알아?
(은숙) 그럼
[유리와 은숙의 웃음] (무풍) 땅콩잼도 안다
[함께 웃는다] - (유리) 아, 아빠, 좀 - (은숙) 아이고, 아이고
(연지) 음, 맛있다
그래, 재밌게 놀다 왔어?
어, 완전
언니가 운전이 엄청 늘었어
(유리) 옛날엔 50km도 못 밟았거든
(현정) [유리를 탁 때리며] 야, 언제 적 얘기를
아니에요, 아니, 그때는 제가 초보 때여 가지고 [무풍의 탄성]
아버지, 제가...
이야, 초보라도 50은 너무하다
(무풍) 자, 우리 딸도 한 점, '아'
- (무풍) 옳지 - (연지) 이 집은 딸이 하나인가 보다
(무풍) 넌 아들이잖아, 이놈아, 자, 자, 자
(연지) 아, 34년 동안 몰랐네요 제가 아들인지
(무풍) 자, 자, 자, 우리 아들도 한 점 먹자
자, 자, 자, 자, 옳지
저희 사진 한 장 찍을까요?
- (무풍) 아, 좋지, 좋지, 좋지 - (연지) 콜, 콜! [현정의 웃음]
(은숙) 아이고, 야, 나 꼴 괜찮냐?
- (연지) 아, 예뻐 - (현정) 어머니, 너무 예쁘세요
[은숙의 웃음] - (유리) 엄마가 제일 예뻐, 이 중에서 - (무풍) 당신은 항상 예뻐
[현정이 중얼거린다] - (연지) 어유! - (현정) 여기 보세요
(현정) 여기 들어오시고요
- 아버지도 들어오시고 - (무풍) 자
(현정) 하나
들어오세요, 다 들어오셔야 돼
하나
[카메라 작동음] - (유리) 오, 그렇게 찍는 거야? - (현정) 어
[카메라 셔터음] [함께 웃는다]
(연지) 언니, 보여 주세요, 보여 주세요
[현정이 말한다]
[민정이 울먹인다]
[강화의 한숨]
[흐느낀다]
(은숙) 현정이가 그래도 참 고맙네
[유리의 웃음]
(유리) 언니는 항상 고맙지
(연지) 좋았어, 언니?
(유리) 응, 너무너무
[유리의 웃음]
뭐가 그렇게 좋았어?
(유리) 음...
바람도 좋았고, 공기도 좋았고
옆의 언니도 좋았고
[유리의 웃음]
다행이네
이제 매일 그럴 거야
매일 그렇게 좋게 지내자, 유리야
(은숙) 싫어?
어, 아니
[유리의 어색한 웃음] [무풍이 코를 드르릉 곤다]
(연지) 뭐야?
[유리의 웃음]
아빠
[함께 웃는다] (유리) 아빠 벌써 자?
(연지) 어머, 저, 선생님 여기서 이러시면 어떡합니까
[함께 웃는다] (은숙) 참 나
(유리) 우리 누운 지 1분도 안 됐잖아
[익살스러운 음악] 여기 어디 근처였는데, 어디 갔어?
어? 저기 있다, 미생, 미생
(미동댁) 저, 저, 저, 저, 이씨, 저게 왜...
[발로 퍽 차며] 야
[상봉의 신음]
(상봉) [힘겨운 목소리로] 아파요, 아파요, 놓고...
[상봉의 아파하는 탄성] (미동댁) 네가 왜 여기 있어
(상봉) 아니, 아니, 그, 그게 아니고 아, 나, 나, 나 또 죽어!
(미동댁) 일로 와, 들어와, 들어와, 들어와 [상봉의 괴로워하는 탄성]
[한숨]
(미동댁) 이리 와, 이리 와, 너 이리 와 너 딱 걸렸어, 너, 이리 와, 이리 와
[미동댁의 힘주는 신음] (상봉) 아, 목젖, 목젖
- 오셨어요 - (미동댁) 아, 예
(미동댁) 가만있어! 가만있어, 가만있어, 가만있어
(근상) 손, 손 왜, 손... [미동댁의 거친 숨소리]
뭐 있어요?
(미동댁) 아이, 뭐, 뭘 하고 돌아다니길래 귀신이 붙어!
[익살스러운 음악] 귀, 귀신?
- (미동댁) 가만있어 - (근상) 귀신?
(미동댁) 가만있어, 가만있어, 가만있어
가, 가만히 안 있어요?
- 응, 가만히 안 있어 - (상봉) 아파요
(미동댁) 가만있어, 가만있어
(미동댁) 원래 저렇게 모자랐냐?
[상봉의 웃음]
없어서 그래
(미동댁) 누가?
누나, 누나보이거든
[휴대전화 조작음] 누나, 어디야
(근상) 빨리 와, 누나, 빨리 와, 누나
(미동댁) 아, 차유리도 5년 붙어 있었단 거 알았다며
빨리 일로 안 와?
그 부분은 제가 몰랐었던 부분이고요
옆에...
지금 있는 게 확실해요?
(근상) 왜, 왜, 왜? 왜, 나한테 왜?
내가 그때 그 가짜 진료서 안 써 줘서 그래요?
에이, 그거야 뭐...
(미동댁) '에이, 그거야 뭐...'
그럼 뭔데?
왜 저 쌤 옆에 알짱거려?
어, 그거, 그거
저 쌤만
나한테 해 줄 수 있는 일이 있거든
[의미심장한 음악]
(근상) 뭐
뭐, 뭐가, 뭐가
아, 빨리, 무당님, 빨리, 통역
- 왜, 나, 나한테 왜 - (미동댁) 아...
그러니까 그쪽만 해 줄 수 있는 게 있다는데?
(미동댁) 그게 뭔데?
나 자살 아닌 거 좀 말 좀 해 줘요
울 엄마한테
[답답한 숨소리]
저 쌤은 알거든, 나 자살 아닌 거
어, 뭐
(근상) 뭐가, 뭐, 뭔데
무당님, 빨리, 통역, 동시통역
좀, 나 답답해요
아, 무당님, 나 조금 답답해요, 지금
[미동댁의 옅은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재밌었겠다
내가 바보같이 칠렐레팔렐레
좋아하는 거 보고
[옅은 한숨]
아니야, 그런 거
내가 뭐라 그랬는지 알아요?
서우 엄마랑 닮아서 궁금하다고
(민정) 우리 서우랑
닮아서 좋겠다고
아무것도 모르고
바보같이
[한숨]
나한텐 먼저 말했어야지
그랬어야 됐잖아
네가 오랜만에
사람 때문에 웃으니까
(강화) 너무 행복해 보여서, 그래서...
두려웠어
너 상처받을까 봐
미안해
[어이없는 숨소리]
내 행복 말고
오빠 행복부터 봐
(민정) 내 상처 말고 오빠 상처부터 보라고
엉망진창이잖아
왜 그렇게 자신을 괴롭혀?
[노크 소리가 들린다]
[원장의 웃음]
점심 준비 잘되시죠?
아, 네
(유리) 저기, 원장님
서우...
조서우 아직도 안 왔어요?
등원 시간 지났는데 아까부터 없길래
(원장) 아, 서우
서우 오늘 안 오는데요
왜요? 어디 아파요?
아, 아니요
(원장) 어머님이 오늘 데리고 계신다고 연락 왔어요
아...
네
[한숨]
[유리의 한숨]
[옅은 한숨]
[차분한 음악]
너는 뭐가 맨날 괜찮아?
(유리) 하나도 안 괜찮잖아 너 하나도 안 괜찮잖아
(민정) 뭐가 그렇게 맨날
미안하고 괜찮은데
[한숨]
(민정) 내 상처 말고 오빠 상처부터 보라고
엉망진창이잖아
(의사1) 결국 안 한대요?
상담 치료는 받잖아
이건 왜 안 하겠다는 건데?
(장 교수) 트라우마가 나오는 공간을 가야 될 거 아니야
(의사1) 무서운가 보죠
외면하고 방치한 걸 다시 끄집어내서 바로잡는 게
[노크 소리가 들린다]
이거 노출 요법?
할게요
왜?
안 한다더니
왜 갑자기 마음이 변한 건데?
계속 이렇게 살 순 없으니까요
그, 뭐, 참관만 하면 되는 거예요?
(의사1) 아, 일단은
천천히 트라우마가 올라오는 장소에 노출시켜서 무뎌지게 하는 거죠
(강화) 예
[문이 쓱 닫힌다]
(의사1) 조 선생 나을 수 있겠는데요?
좋은 멘트가 나왔잖아요
'계속 이러고 살 순 없으니까'
'그냥'이 아니고
[살짝 웃는다]
(유리) 화가 나지, 애를 잃어버렸는데
아, 그래도 나 이제 시간 없는데
우리 서우 못 보면 안 되는데
그냥 찾아가서 잘못했다고 싹싹 빌까?
아...
엄마!
(은숙) 어
[은숙의 웃음]
엄마, 어디 가?
(은숙) 엄마 오늘 병원 진료 보는 날 병원 가지
맞는다, 오늘 월요일이었지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았어?
(유리) 아, 들었어, 연지한테
[은숙의 웃음] 같이 갈까?
- 그럴까? - (유리) 어
[함께 웃는다]
[은숙과 유리의 웃음]
[신호등 알림음]
[유리의 한숨]
[잔잔한 음악]
횡단보도만 보면 심장 벌렁거리잖아 우리 엄마
[타이어 마찰음]
(은숙) 괜찮았는데
횡단보도만 보면 심장이 벌렁벌렁했어
일부러 기억한 거는 아닌데
몸이 기억했나 봐
[유리의 손을 토닥이며] 이제 괜찮아
그 큰일을 겪고 그 전하고 똑같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사람인데
(간호사1) [놀라며] 쟤 또 왜 저래?
(간호사2) [작은 소리로] 계 쌤
깜짝이야
왜, 왜, 뭐
진료실에 안 계시고 왜 여기...
여기는 사람이 많잖아
(간호사1) 네?
저기, 있잖아
내가 누구한테 부탁을 하나 받았는데
이거를 들어줘야 될지 말아야 될지를 잘 모르겠거든
(간호사1) 뭐, 어려운 거 아니면 들어줘요
뭐, 죽은 사람 부탁도 아니고 못 들어줄 건 뭐야
- 죽은 사람 부탁이야 - (간호사1) 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근상) 아무것도 아니야
(간호사1) 어, 근데 조 쌤한텐 안 가 보세요?
조강화?
왜, 내가 가야 돼?
오늘 장 교수님 수술 참관하신다고 지금 난리인데
뭐?
[숨을 후 내뱉는다]
[근상의 거친 숨소리]
(근상) 강화야
너 지금 수술실 들어간다고?
- 노출 요법? - (강화) 응
너 괜찮겠어? 내가 볼 때 너 아직 아닌데
(강화) 죽기야 하겠냐
(근상) 야, 너 과호흡 오면 그거, 호흡하는 거 잊지 말고
힘들면 바로 나와, 알았지?
[한숨]
[옅은 한숨] [긴장되는 음악]
[강화의 한숨]
(유리) 엄마, 그냥 강화한테 쭉 진료받지 그랬어
엄마 심장은 걔가 제일 잘 아는데
뭐 큰 병이라고
가뜩이나 힘든 애
(은숙) 주기적으로 만나서 그 상처 후벼 팔 필요가 뭐가 있어
그냥 안 보는 게 상책이었지
[문이 쓱 열린다]
(간호사3) 전은숙 님
- 갔다 올게, 여기 있어 - (유리) 응
[문이 쓱 닫힌다]
(간호사4) 어떻게 됐어요?
조 선생님 수술방 들어갔다면서요
[간호사5의 한숨] 또?
(간호사5) 10분도 못 버티시고 증상 와서 뛰쳐나가셨대요
(간호사4) 아이고...
조강화
조강화 어디 갔어?
(의사2) 모르겠습니다, 아까 뛰쳐나갔는데 어디로 갔는지는...
상태는? 상태는 괜찮았어?
아니요
[한숨] [어두운 음악]
나가 찾아봐
[의료진들의 달려가는 발걸음]
[한숨]
[괴로워하는 숨소리]
[꺽꺽거린다]
[괴로워하는 신음]
(의사3) 조 선생님 못 보셨어요?
- (간호사6) 못 봤는데요 - (의사2) 아씨...
[거친 숨소리]
[유리의 거친 숨소리]
[강화가 꺽꺽거린다]
[유리가 강화를 토닥인다]
[숨을 후 내뱉는다]
[숨을 후 내뱉는다]
강화야, 나 봐
[꺽꺽거린다]
(유리) 숨 쉬어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숨 쉬어, 천천히
[유리와 강화의 심호흡]
[강화의 힘겨운 신음] [안도하는 숨소리]
괜찮아, 어? 괜찮아
[거친 숨소리] [유리가 심호흡한다]
[심전도계 작동음]
[강화의 힘겨운 숨소리]
[강화의 거친 숨소리]
[거친 숨소리]
[강화가 콜록거린다]
[강화가 꺽꺽거린다]
[숨을 후 내뱉으며] 숨 쉬어, 어?
[강화의 거친 숨소리] [유리가 심호흡한다]
(유리) 숨 쉬어, 강화야
숨 쉬어
[강화의 괴로워하는 신음]
[강화의 거친 신음]
강화야, 괜찮아? 어?
(유리) [숨을 후 내뱉으며] 숨 쉬어
[유리의 걱정하는 신음]
[유리가 숨을 후 내뱉는다]
얼른 숨 쉬어
왜 그랬어?
왜 그랬어?
(강화) 왜, 왜 나만 두고 갔어?
[흐느끼며] 왜 그랬어
왜 그랬어
왜 그랬어
저 환자가 지금 더 급하다고요 저 사람 죽어요, 저러다가!
(장 교수) 안 된다면 안 돼! 다른 데로 빼
내가 하겠다는데 왜 안 되는데요, 왜!
살릴 수 있는데!
(장 교수) VIP라고!
이번엔 병원 말 들어
이제 나도 더는 어떻게 못 해 줘 [떨리는 숨소리]
수술방 이동해
[떨리는 숨소리]
싫어요
(장 교수) 쟤 잡아
- 쟤 잡아! - (의사3) 예
[심전도계 작동음]
문 잠가
(의사4) 네?
(강화) 문 잠그라고
(의사4) 아, 네
- 너 인터폰 다 내려 - (의사5) 네
(강화) 지금부터 수술 끝날 때까지 문 절대로 열지 마, 전화도 받지 마
[한숨]
[달려오는 발걸음]
[의사들의 거친 숨소리]
(의사3) 문 잠가 버렸습니다
(장 교수) 하, 이 새끼 진짜...
[달려오는 발걸음]
(의사6) [거친 숨을 몰아쉬며] 교수님, 교통사고 임산부인데요
가 보셔야 될 거 같습니다
[긴장되는 효과음]
[어두운 음악]
[무거운 효과음]
- 조강화 불러 - (의사6) 예?
조강화 부르라고, 조강화! 빨리!
[심전도계 작동음]
[커튼 소리가 스르륵 난다]
어, 강화는?
- 아직 연락 안 됐어? - (의료진) 아, 아직요
(의료진) 아, 기다리다가 산모, 아이 둘 다 가망 없어요, 교수님
[유리의 떨리는 숨소리]
선생님
우리 아기요
(유리) 우, 우리 아기부터 살려 주세요
우리 아기요
제발, 제발 살려 주세요
아기부터 살려 주세요
- (의사6) 저, 선배님 - (강화) 어
(의사6) 사모님이...
사고로...
[무거운 효과음]
[떨리는 숨소리]
유리야, 일어, 일어나 봐
유리야!
[강화가 오열한다]
왜 그랬어요
(강화) 왜!
[강화가 오열한다]
[울먹인다]
[애잔한 음악] [강화가 흐느낀다]
[훌쩍인다]
네가 살았어야지
[한숨]
네가...
[흐느끼며] 네가 살았어야지
미안해, 미안해
내가 다 미안해
[유리가 흐느낀다]
그러니까 자책하지 마
네 탓 아니야
[함께 흐느낀다]
(의사1) 원망, 죄책감, 미안함 다 뒤엉켜 있는 거죠
이 중에 제일 큰 건 죄책감이고
[장 교수의 한숨] 본인 입장에서는
그날 그렇게 수술만 안 했어도
그 선택을 막을 순 있었을 테니까
그래서 자책이 됐다
(의사1) 그렇죠
이 모든 걸 풀어야 될 대상이 사라져 버렸으니까
죽었잖아요
그래서 풀지 못해 누른 거고 그게 병이 된 거죠
[휴대전화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부스럭거린다]
[차분한 음악]
[케이스를 탁 닫는다]
[강화가 잔을 탁 내려놓는다] (장 교수) 속 버려, 이 새끼야, 안주도 좀 먹어
이제 시작이잖아
10분 버텼으면 충분해
더 늘려 나가면 되는 거지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나가서 어디 있었냐? 병원 다 뒤져도 없었다던데
(강화) 그냥
원래 가던 데요
진짜 치료할 마음은 왜 생긴 거야?
놓아 달라니까
(강화) 그리고 이젠
놓아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살아 왔으니
뭔 소리야
(장 교수) 아픈 기억 말고
[강화가 잔을 탁 내려놓는다]
좋았던 기억만 생각할 순 없냐?
[웃음]
좋았던 기억
(강화) 행복했었던 기억
그런 것들만 기억하면
지금 이러고 못 삽니다
왜?
[강화가 술을 졸졸 따른다]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보고 싶어서
보고 싶어서
죽을 거 같을 땐
꿈에도 안 나타나더니
[무거운 음악]
[강화가 잔을 탁 내려놓는다] [한숨]
[한숨]
[한숨]
[한숨]
- (현정) 유리가? - (근상) 응
증상 와서 뛰쳐나갔다길래 가 봤는데
있더라고, 유리가
아니, 걔가 거길 어떻게 알고...
아...
(근상) 5년 동안 다 봤겠지
그 자식 아파하는 것까지 다
[한숨]
맞네
아, 또 그걸 어떻게 봤냐
그러니까
자기 때문에 아파하는 거를 옆에서
(근상) 서로 막 미안하다고 우는데
아, 못 보겠더라
자기가 뭐가 미안해
자기가 제일 불쌍하면서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가방을 뒤적인다]
[유리가 살짝 웃는다]
[유리의 옅은 웃음]
[잔잔한 음악]
[한숨]
나도 살고 싶다
(근상) 뭐 해, 갑자기?
(현정) 너
죽고 싶단 말보다
더 절실한 말이 뭔지 알아?
뭔데?
'살고 싶다'
아,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갑자기
유리가
살고 싶대
야
살고 싶으면 살아야 되는 거 아니냐?
아, 누나 자꾸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근상) 아니, 강화랑 유리 얘기 하다가...
아, 유리 살아 있잖아
유리
(현정) 유리가...
좀 있으면 죽어
곧 다시 죽는다고
무슨 소리야, 그게?
[문소리가 쿵 난다]
뭐라고?
[어두운 음악]
유리가...
죽어?
유리가 왜 죽어
[떨리는 숨소리]
유리가 다시 왜 죽어!
뭐, 뭐라고?
나
살면 안 돼?
살고 싶어
나 살고 싶어, 미동댁
(유리)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다 왜...
내가 잘못했어?
나도 살고 싶었고
살고 싶어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 서우랑 엄마랑 아빠랑
더 오래오래 보고 싶단 말이야
유리야
(유리) 응?
5년 동안
언제가 제일 억울하고
살고 싶었어?
(유리) 음...
지금
지금이 제일 살고 싶어, 언니
나
살면 안 돼?
[유리의 떨리는 숨소리]
(무풍) VIP 우선 수술?
그런 게 있어?
(강화) 예, 뭐
쉬쉬하면서들 뒤로 몰래몰래 다 했던 건데
다들 아닌 거 알면서도 아무 말도 못 했거든요
(은숙) 근데 그걸 자네가 나서서 반대한다고?
(유리) 어, 의사들 서명 받아서 병원에 낸대
(연지) 형부, 근데 그러다 잘리는 거 아니야?
(강화) 괜찮아, 처제, 형부 절대 안 잘려
우리 병원에서 내가 제일 잘해, 수술
(연지) 예 [사람들의 웃음]
(강화) 아니, 급한 환자가 있으면 그 사람부터 살려야죠
이게, 치료 순서가 돈이 우선되면 안 되니까요
[은숙의 호응하는 신음] (유리) 음, 멋있어, 우리 남편
그렇지? 응? 그렇지, 그렇지? [은숙의 웃음]
(무풍) 그러네
우리 사위가 진짜 의사네 [무풍의 웃음]
최고다, 최고야
[사람들의 웃음]
[애잔한 음악]
[강화가 흐느낀다]
[훌쩍인다]
[강화가 흐느낀다]
강화야
[훌쩍인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아이, 새끼야, 너 때문 아니라고
(근상) 이미 늦었다고 했잖아
너랑 연락 닿았어도 그때는...
유리 살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했잖아
[흐느낀다]
(강화) 미안해
(유리) 느닷없이 당신에게 찾아온 이 불운은
당신 탓이 아니다
(강화) 미안해
[감성적인 음악]
.하이바이, 마마↲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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