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의 전설 14
[비극적인 음악]
[깊게 푹 찌른다]
(진 교수) 준재야
[놀라는 숨소리]
[쓸쓸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울먹이며] 지키지 못했어요
결국
나 때문에...
[깊게 푹 찌른다]
[심장 박동 효과음] [준재의 울먹이는 숨소리]
내가
지켜주지 못해서
[준재가 흐느낀다]
(어린 세화) 기억할 수 있을까?
지금 이야기
(어린 담령) 약속할게
다시 태어나도
너를 찾고 만나고 은애하고 지켜 줄게
꼭 기억할게
그래 놓고
그렇게 약속해 놓고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다시 태어나 줬는데
나를 찾아 주고 만나 주고
사랑해 줬는데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어요
울리기만 하고
그 어떤 것도
지켜 주지 못했어요
[준재가 흐느낀다]
[음산한 음악]
[옅은 한숨]
(준재) 그 남자는 스물일곱이었어요
지금 저랑 같은 나이죠
여자는 덫에 걸렸고
남자는 여자를 구하려다 죽어요
그리고 여자는
남자의 몸을 찌른 창으로
자신을 찔러서 같이 죽고
(준재) 그게
그들의 마지막 이야기예요
슬픈 운명이구나
왜 우리는 다시 태어나
왜 다시 만나게 됐을까요?
누군가 다시 태어났다는 건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는 얘기 아닐까
그 꿈은
못 이룬 사랑일 수도 있고
채우지 못한 탐욕일 수도 있겠지
왜 악연까지 반복되는 걸까요?
둘 중 어느 쪽이 진짜 악연일까?
너와 너를 해하려는 자의 인연일까
아니면 너와 네가 사랑하는 사람의 인연일까
(진 교수) 네가 그 여자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 여자가 널 사랑하지 않았다면
이런 비참한 결말은 맺지 않았을 텐데
서로에 대한 사랑이 서로를 죽이는 셈이 됐으니
그보다 더한 악연이 어디 있겠니
이 모든 끝이 또 반복될 거라고 생각하세요?
네가 여기서 멈추고
그 여자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낸다면
비참한 끝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요
이 모든 게 반복된 건
저주가 아니라 기회예요
끝을 바꿀 수 있는
기회
[문을 달칵 닫는다]
[옅은 웃음]
[긴장되는 음악]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거냐?
모든 걸 다시 기억하게 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번엔
지킬 겁니다
(준재) 반드시 지킬 겁니다
[현관문이 쾅 열린다]
청이 어디 있어?
[현관문이 달칵 닫힌다] 아, 놀라라
어디 있냐고!
아, 몰라, 아까 나갔어 뭐, 근처에 있겠지
이야, 저, 여자에 눈이 멀면 저렇게 되는구나
원래 멀쩡했는데
[애틋한 음악]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심청의 아쉬운 탄성]
[아이의 탄성] [심청의 아쉬운 신음]
[뽑기 기계 작동음]
[준재의 가쁜 숨소리]
(심청) 허준재, 무슨 무서운 꿈 꿨어?
무서운 꿈
이제 다 꿨어
이제 안 꿔
[깊게 푹 찌른다]
너,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응?
너 하고 싶은 거 다 하자
- (심청) 다? - (준재) 어, 다
허준재, 그럼 우리 허례허식 한번 즐겨 볼래?
뭐?
사실 러브에는 3단계가 있어
로맨틱 러브, 핫 러브, 더티 러브
근데 우리가 하고자 하는 건 로맨틱 러브지
로맨틱 러브는 뭔데?
뭐, 허례허식 뭐, 이런 거지, 뭐
차 마셔, 영화 봐, 밥 먹어, 이벤트 해 고백해, 뭐, 이런 것들
그렇지만 이 모든 건 더티 러브를 향하고 있어
- (준재) 더티? - (심청) 응, 더티 러브
(심청) 나도 매우 궁금하긴 한데 그건 고수들만의 것이랬어
괜히 어설프게 접근했다간 더러운 꼴 보고 끝장날 수 있대
조심해야겠어
그러니까 우린 허례허식부터 즐기자
그래, 그러자
남들 하는 거
다 하자
[경쾌한 음악]
(준재) 아...
[심청의 음미하는 신음]
(준재) 아유, 아유, 잘 먹네
(준재) 그렇지, 감 잡아 간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준재) 좋아 [준재의 탄성]
[팡파르 효과음이 흘러나온다]
(준재) 가자
[심청이 흐느낀다] [영화 소리가 흘러나온다]
(준재) 괜찮아
응?
[빗자루가 달그락거린다]
[반짝거리는 효과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준재) 있잖아
음, 이건 그냥 해 보는 말이니까
너무 깊게는 생각하지 말고 바로 대답해 봐
(심청) 응
(준재) 아까 우리 본 영화에서 남자가 여자 살리고 죽잖아
[한숨 쉬며] 그랬지
아니, 뭐,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내가 그렇게 죽었다고 쳐
넌 그러면 어떡할 거야?
따라가야지
야, 따라오긴 뭘 따라와
너 미쳤어?
그리고 그런 건 생각을 좀 하고 대답을 해야지
생각하지도 말고 대답하라며
아니, 그래도 그렇지
넌 무슨 애가 그렇게 대답을
집 앞에 마트 따라가는 대답 하듯이 그렇게 쉽게 하냐고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어야지
[옅은 한숨]
바보냐?
그럼 남자가 죽은 게 뭐가 돼
여자 살리려고 죽은 건데
남자가 마지막에 그러잖아
'자기 부탁 들어줘라'
'살아남겠다고 약속해라'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살아남아서'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늙어라'
허준재, 그럴 거야?
내가 이 세상에 없으면 다른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늙어?
[애잔한 음악]
어, 난 당연히 그러지
당연히 그런다고?
너도 그래, 그러니까
[옅은 한숨]
(준재) 만약에
정말 만약에 나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넌 그냥 잘 사는 거야
포기하지 말고
좋은 거, 예쁜 거
다 누리면서
뭐야, 허준재
그냥 하는 말이라더니 왜 이렇게 궁서체야
근데 정말 너한테 무슨 일이 생겨?
만약이라고 했잖아
약속해
혹시 어떤 일이 생겨도 절대 이상한 생각 안 한다고
끝까지
잘 산다고
- (심청) 나 못 해 - (준재) 왜?
아, 그런 약속 하면 정말 그런 일이 생길 거 같잖아
아, 그러니까 만약이라고 했잖아
아, 만약이고 나발이고 난 싫다고
[한숨 쉬며] 그래서?
- (준재) 약속 안 해? - (심청) 안 해
- (준재) 진짜 안 해? - (심청) 안 한다니까!
(심청) 이젠 손 안 잡아?
나랑 얘기 안 할 거야?
- (준재) 약속해 - (심청) 또 그 얘기야?
안 한다고 했잖아
내가 왜 그런 약속을 해야 돼
말하지 마, 나도 말 안 할 거야
태오, 나 좀 보자
너희 둘이 분위기가 왜 그래, 싸웠어? [문이 쿵 닫힌다]
아, 자꾸 이상한 소리 하잖아
이상한 소리, 뭐?
자기 어떻게 되든 뭐, 혼자라도 잘 살라는 둥
- (남두) 어? - (심청) 이상하지?
왜?
올 게 왔네
뭐가 와?
권태기지
사랑의 유효 기간이 석 달이잖아
너희 석 달 됐잖아
야, 이거 잘 넘겨야 된다
이거, 안 그러면 이거 너희 이별로 가는 KTX다
허준재, 그런 사람 아니야
허준재는 특히 그런 남자야
내가 준재 안 지 10년인데
여태 석 달 넘긴 여자 단 한 명도 없었어
다 그 전에 헤어졌어
그럼 그렇지
[남두의 놀란 신음]
야!
(준재) 이 집 보안, 최고 단계로 상향 조정해 줘
인근 100m 이내 구간은
내가 언제든 모니터할 수 있게 라인 연결해 주고
외부 침입 감지되면 나한테 바로바로 연락 올 수 있게 하고
마대영 때문이야?
[어두운 음악]
(대영) 안녕하세요, 선생님
[피식 웃는다]
마대영 씨?
오랜만입니다
9개월 만이네요, 선생님
여기 허준재라는 친구 왔다 갔죠?
거짓말할 생각 하지 맙시다 다 봤으니까
[대영의 옅은 신음]
쩝, 나도 좀 합시다, 허준재가 한 거
그 녀석은 제 마지막을 본 모양인데 나도 좀 봐야겠어
내 마지막
그걸 알아야 될 것 같아
그래야 내 인생이 왜 이 모양 이 꼴이 됐는지 알 것 같고
태어나서 지금껏
사는 게 늘 벌 받으면서 산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래서 내 인생이 왜 이 모양 이 꼴인지
누구한테 늘 물어보고 싶었는데
왠지
그쪽 세상, 그때 그 해답이 있을 것 같단 말이지
[대영의 놀라는 숨소리]
[음산한 효과음]
내가 아니었네
내가 아니었어
그럼 누구였습니까?
누가 그들을 죽였습니까?
[옅은 한숨]
[불길한 음악]
(치현) 들으셨겠지만
앞으로 최종 결재 라인은 저로 통일하겠습니다
그리고 투자자 미팅도 제가 직접 할 거고요
(임원) 저, 허 회장님은 어디가 많이 편찮으신 겁니까?
외부에서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어서...
(치현) 아니요, 아버지는 요양차 여행 가셨고요
돌아오신다고 해도 현업에서 한발 물러나고 싶어 하세요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저를 통하시면 됩니다
그래도 아직은 직접 보고드려야 할 건들이 있는데...
왜요?
제가 중간에서 빼거나 더할까 봐요?
(치현) 못 믿으시겠어요?
그건 아닙니다
아버지 사람이라 제 밑에서 일 못 하시겠다는 분들은
지금 나가셔도 좋습니다
[옅은 한숨]
아무도 안 계신 거로 알고
회의, 시작해도 될까요?
[심전도계 작동음]
(치현) 아버지
응
박사님 만났는데 경과는 좋대요
여기 며칠 더 계시다가 집으로 가셔서 통원 치료 하시면 될 거 같아요
아, 내 눈이...
이게 갈수록 잘 안 보이는 게 큰일이다
어, 그런데 뇌출혈 수술한 지 얼마 안 돼서
안과 수술까지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해요
당분간은 약 드시면서 증세 악화되지 않게
조심하시면 될 거 같아요
응, 저, 치현아
네, 아버지
준재, 그 자식, 연락되지?
[의미심장한 음악]
하, 그럼요
아, 안 그래도 아버지 쓰러지시자마자 제가 연락했었는데
- (일중) 그랬어? - (치현) 네
바쁜 일이 있나 봐요
곧 오겠죠, 뭐
제가 다시 한번 연락해 볼게요
그래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심청) 좀생이
[익살스러운 음악]
밴댕이
그런 거로 삐져서 진짜 말을 안 해?
[어이없는 한숨]
(심청) 아휴, 내가 눈이 삐었지 그땐 순진했어, 내가
평생 물에만 살다가 뭍에 처음 왔으니 내가 뭘 알아?
그냥 만난 남자가 허준재 저거 하나라 저게 최고인 줄 알고
[물통을 쾅 내려놓는다]
아니, 서울이 멀면 멀다고 말이나 해 주든가
자기는 비행기나 타고 왔지
나는 자기 하나 보고 꼬박 석 달 열흘을
아주 그냥 꼬리뼈가 빠지게 헤엄쳐서 여기까지 왔더니만
어디서 말 같지도 않은 약속이나 하라고 하고, 씨
(준재) 그만해라
어? 뭘?
그만하라고
너 지금 속으로 내 욕 하고 있잖아
(심청) 헐, 어떻게 알았지?
아무튼 눈치는 아주 그냥 백단이야 [준재의 한숨]
세상에 잘생긴 남자 허준재 하나인 줄 알았더니
아주 TV 보니까 널렸네, 널렸어
자기만 잘생긴 줄 알고 어휴, 저 왕자병, 도낏병
- (준재) 야! - (심청) 왜!
아이고, 참
그만 좀 해라 아, 정 안 맞으면 갈라 서, 그냥
너 오늘 어디 나가지 말고 그냥 집에 있어
싫어, 나 약속 있거든
누구 만나는데?
넌 누구 만나는데?
그것 봐, 자기는 말도 못 하면서
(남두) 그렇지, 공평해야지
그럼 얘 약속, 형이 따라가
내가 왜 따라가?
싫어, 내 약속이야, 아무도 필요 없어
[답답한 한숨]
그래, 네 마음대로 해라
[현관문이 쿵 닫힌다] 잘했어, 청
아니, 뭐, 지금 미미랑 다니더니 자기도 뭐, 미미가 되려나
미미가 뭔데?
미친 미저리
집착, 막 구속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
근데 나는 집착, 구속 이런 거 싫지 않은데
뭐, 좀 좋기도 하고
네가 이러니까 권태기가 오는 거야
마음 단단히 먹고 세게 나가!
[심전도계 작동음]
아저씨, 자주 못 와 봐서 죄송해요
저 요새 이런저런 일들이 좀 많았어요
아무도 믿지 못할 얘기 하나 해 드릴까요?
(준재) 아주 먼 옛날에도 아저씨는 제 좋은 친구셨고
언제나 내 편이었어요
이번엔 아저씨가 조금 더 일찍 태어나서
어린 내 편이 돼 줬고요
이제 아저씨를 이렇게 만든 사람이 누군지
내가 찾을게요
[휴대 전화 조작음]
이 사람이 맞으면 눈 두 번 깜빡여 주세요
[어두운 음악]
혹시 주변 사람들 중에
마대영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치현) 준재야
지난번에 내가 취해서 전화 받고 많이 놀랐지?
나더러 네 어머니 네가 지킬 테니
내 아버지 내가 지키라고 한 말도 취해서 한 말이냐?
아, 내가 그랬어?
아, 많이 취했었네
아버지, 건강 안 좋다고 한 건?
아, 이제 좋아지셨어
야, 우리 아버지가 일은 다 나한테 미루시고
친구분들이랑 여행 가셨다
[치현의 옅은 웃음]
아, 그리고, 후
이건 네가 언제 알아도 알 거 같아서
아버지가 유언 증서 공증받으셨는데
거의 모든 재산을 나랑 어머니 앞으로 돌리셨어
[무거운 음악] 씁, 나도 아버지한테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라고 여러 번 말씀드렸는데
지난번에 너 만나고 나서 상심이 크셨던 것 같다
너 원래 이렇게 친절한 놈이었냐?
아버지 미워하는 거 내가 알아서 할게
네가 이렇게 미워하라고 부추기지 않아도
네가 자꾸 이러면 무슨 의도가 있어 보이거든
[멋쩍은 한숨]
(치현) 청이 씨는?
잘 지내?
네가 그걸 왜 묻냐?
그러게, 가끔 생각이 나네
잘 있나 싶고
인사나 전해줘
내가 왜?
싫으면 말고
[안타까운 신음]
[짜증 내며] 나 몰라
[답답한 한숨]
[휴대 전화 조작음] [심호흡]
(시아) 준재야
사실은 우리 집 아주머니가
너의 어머니...
[좌절하는 신음] [노크 소리가 들린다]
[답답한 신음]
(시아) 어머, 어머
하, 웬일이세요?
(유란) 아프다면서요
출근도 못 하고 죽이라도 좀 먹어 봐요
[자책하는 한숨]
제가 괜히 아파 가지고 수고를 끼쳐 드렸네요
어떡하죠?
아니에요
다 먹으면 치우게 불러요
어머, 제가 손이 없나요, 발이 없나요
부르긴 감히 누굴 불러요
다 먹으면 제가 제 손으로 알아서 치울게요
전혀 신경 쓰지 마세요
그래요, 그럼
[익살스러운 음악]
어머, 왜, 왜 왜 이래요, 지영이 고모?
꼭 한번 이래 보고 싶어서...
[유란의 당황한 숨소리]
미안한데 나 좀 불편해요
죄송합니다
[시아의 한숨]
(유란) 사모님, 지영이 고모 많이 아픈 거 같아요
- (진주) 그래요? - (유란) 네
평소랑 다른 게 이상하네요
원래도 정상은 아니었잖아요 [휴대 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아, 강서희, 이 여자 내 전화를 또 씹네
하, 진짜
[진주의 한숨]
- (유란) 저, 혹시... - (진주) 네?
그 댁 아들요
아들?
뭐, 허 회장네 친아들?
네, 그 아들에 대해서 좀 아세요?
아줌마가 그게 왜 궁금해요?
아, 그냥...
지금 허 회장네 일 다 봐주고 있는 아들은
어, 강서희가 데리고 온 아들이라 그러고
친아들은 10년 전에 집 나가서 소식도 모른다고 그러던데
[비극적인 음악] [놀란 숨소리]
집을 나갔다고요?
유학 간 거 아니고요?
유학?
아닐걸
아, 분명히 들었는데 고등학교 때 가출했다고
아휴, 그러다가 강서희 아들이 그 많은 재산 다 물려받으면
참,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거지
허 회장, 사람이 은근히 헛똑똑이야
아니, 뻐꾸기 아빠야, 뭐야
왜 자기 아들은 그렇게 내팽개치고 남의 아들한테 그렇게 헌신을 할까
아유, 진짜, 아무리 여자한테 눈이 뒤집혀도 그렇지
[진주의 어이없는 웃음]
[개운한 신음]
아줌마, 왜 그래요?
저, 어디 좀 다녀올게요
아니, 지금 애들 학교에서 올 시간인데
(진주) 간식 챙겨 줘야죠
[시아의 다급한 신음]
다녀오세요, 어머... 주머니
(시아) 애들 케어는 제가 할게요, 언니
애들 간식도 내가 챙기고 학원도 내가 데려다줄게요
[유란의 다급한 숨소리]
(진주) 어머, 어머, 저 아줌마가 진짜
그만둔다고 진짜 막 나가는 거야, 뭐야
언니, 좀!
[익살스러운 음악]
볼일이 있으시니까 그러시겠죠
그리고 호칭이 아줌마가 뭐예요, 진짜
[헛웃음 치며] 아니, 아줌마를 아줌마라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해요?
요새 누가 가사 도우미를 아줌마라고 불러요
요새 추세는 '어머님'
고모, 저 아줌마랑 나랑
나이 차이가 어머니라고 할 만큼 그렇게 안 나요
무슨 어머님
어머니가 뭐 별거인가요
한 지붕 아래서 같이 밥 먹고 같이 잠자고
내 밥도 해 주시고 내 빨래도...
[놀라는 비명]
여태껏 어머님께 내 속옷 빨래까지 맡겼는데
어유, 내가 미쳐, 미쳐!
[쓸쓸한 음악]
[대문이 철컥 닫힌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유란의 힘겨운 숨소리]
치현아, 먼저 들어가 있어
아버지한테 인사 잘하고
네
이제 가니? [대문이 달칵 열린다]
너 간 다음에 오려고 일부러 늦게 왔는데
기쁘니?
미안하지
안 믿겠지만 의도해서 그런 거 아니었어
어, 그래
나, 네 말 믿어, 믿어야 돼
이제 우리 준재, 네가 키워야 되는데
네가 좋은 사람이기를 누구보다도 나는 바랄 거야
그래, 근데 그이가 얘기했겠지만
우리 준재, 성인 될 때까지 안 나타나 줬으면 좋겠어
그래야 새 가정에 정을 붙이지
걱정하지 마
내 아들보다 더 사랑하면서 키울 거니까
[초인종이 딩동 울린다]
누구?
(가정부) 모유란 씨라는데...
[헛웃음]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열어 줘요
[인터폰 조작음]
[못마땅한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서희) 어머나
얘, 이게 도대체 얼마 만이니?
얼른 앉아, 응?
차, 뭐 마실래?
아줌마, 잠깐 좀 들어가 계세요
너 서서 얘기할래? 앉아
우리 준재 어디 있니?
[무거운 음악]
어디 있냐고, 우리 준재
네 아들을 왜 나한테 물어? 네 아들이잖아
뭐?
네 아들 우리 집에 없는 거 알고 온 거 같은데
왜 나한테 찾냐고
난 걔 내보낸 적 없다
자기가 제 발로 나간 거야
그리고 우리 그이도
굳이 찾으려고 하지 않아서 이렇게 된 거야
난 또 뭐라고
나는 너희 둘이 계속 연락하고 지내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가 보네
잘 키워 준다 그랬잖아
쯧, 그러려고 그랬지
근데 나간 걸 어째
이러려고 못 만나게 했니?
내 아들을 네 아들로 내 남편을 네 남편으로
내 자리를 네 자리로, 그랬어?
[피식 웃는다]
정말 웃기고 있네
야, 착한 척하지 마
넌 그냥 포기한 거야
나라면?
포기 안 해
내 아들 두고 도망 안 가
만나지 말란다고 진짜 안 만나?
너 바보야?
뭐?
차 안 마실 거면 그만 가 줄래?
나 너무 피곤하다, 아휴
강지현
내 이름
강서희야
아니, 네 이름 강지현이야
내 아들 반드시 내가 찾아서 제자리로 돌려놓을 거야
너도 원래 네 자리로 돌려보내 줄게
[문이 쾅 닫힌다]
[통화 연결음]
[깊은 한숨]
어, 나야
[어두운 음악]
[타이어 마찰음] [유란의 놀란 신음]
어머, 청이 씨
오라이, 오라이!
차 조심해야죠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 정신 팔고 있으면 안 된다고 했어요
누가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우리 장 보러 가기로 했잖아요
[놀란 숨을 들이켜며] 아, 맞다, 오래 기다렸어요?
괜찮아요 제가 오늘 스케줄이 이거 하나라서
[흥미진진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
(준재) 아, 하루 종일 집에만 있으라 할 수도 없고
잘 쫓아다녀, 안 들키게
너, 귀 빨개지지 말고
(유란) 이게 꼭지가 이렇게 마른 건 안 싱싱한 거예요
생선, 이런 건 아가미가 선홍빛인 게 싱싱한 거
얘네들 별로 안 싱싱해요
그래도 마트에서 이 정도면 괜찮은 거예요
여기 와서 싱싱한 거 먹어 본 적이 없어요
원래 살던 데는 좋은 생선이 많았나 봐
(유란) 바닷가 근처에 살았어요?
쩝, 뭐, 비슷하죠
가고 싶겠다
근데 여기도 맛있는 거 많으니까 괜찮아요
우리 아이스크림 먹고 갈래요?
허, 그래, 나 오늘 정말 우울했는데 청이 씨 만나서 기분이 좀 나아졌어요
고마워
[함께 웃는다]
[카메라 셔터음]
[휴대 전화 조작음]
(준재) 뭐야, 만날 사람 있다더니
이 아줌마는 누구야
[의미심장한 음악] [휴대 전화 조작음]
아무튼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면서 친구도 잘 사귀어
(동표) 어이
이거 마대영 정신과 진료했던 기록이고
[동표의 헛기침]
너 그리고 혹시 강지현이란 여자 들어 본 적 있냐?
강지현
없는데요, 왜요?
아, 마대영 행적 중 유일한 여자인데 찾을 수가 없거든
거주지 불명으로 주민 등록도 말소되고
둘 사이에 애도 있었던 거로 의심이 되는데
아, 그럼
쩝, 지금도 도주를 돕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여자든 자식이든
그럴지도 모르지
그 자료도 줘 보세요
남두 형이 웬만한 형사들보다는 사람을 더 잘 찾아
(동표) 아, 이걸 확... [준재의 당황한 신음]
[깊은 한숨]
내가 어쩌다 이 사기꾼 자식이랑 엮여 가지고, 쯧
(김현) 내가 책임질 테니 뱃머리를 돌려라
[깊은 한숨]
우리 홍 형사님
아, 생각보다 사람이 괜찮아
이게 정말 미쳤나
내가 지금 친구로 보이냐?
[준재가 피식 웃는다]
[짜증 내는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진경원?
아는 사람이야?
마대영이 2009년부터 몇 달에 한 번씩
비정기적으로 가장 많이 진료받았던 사람이라던데
네, 제 환자였죠
교수님이 마대영을 아신다고요?
응, 가끔 와서 진료를 받았어
(진 교수) 분노 조절 장애와 극심한 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거든
뭐, 최근에 여기 온 적은요?
아니요
최근에는 안 왔습니다
[옅은 한숨]
[날카로운 효과음]
여기야
어, 여기가 일하는 데예요?
(유란) 응
여기가 차시아네 집이라고?
[진주가 다급하게 말한다] (준재) 그러니까 사전에
꼼꼼하게 알아봤어야 될 거 아니야
뭐야, 이게, 큰일 날 뻔했잖아
까딱했으면 다 들킬 뻔했어
[생각하는 신음]
차시아네 집이라서 그랬구나
응? 뭐가?
어, 아니에요, 자
- (심청) 그럼 안녕 - (유란) 안녕
[휴대 전화 조작음]
[카메라 셔터음]
[경쾌한 음악]
(태오) 어, 누, 누나, 그게 아니야
뭐가 그게 아닌데?
누나가 지금 뭘 생각하든 그게 아니야
(시아) 어딜 가
[답답한 한숨]
너 정말 증세가 심각하구나
우리 집 대문 앞 사진까지 찍어서 뭐 하려고?
그렇게까지 내 흔적 그런 거 느끼고 싶니?
미치겠다
나도 미치겠다
내 문제만으로도 지금 머리가 터질 거 같다고
결정적으로 내 마음엔 네 자리가 없어
하, 없어도 되는데, 진짜
(태오) 어?
[시아의 안타까운 한숨]
내가 말이 조금 심했나
[깊은 한숨]
사랑이란 게 짓궂다
[휴대 전화 벨 소리]
허준재?
(치현) 저 허치현이에요
여기 준재 집 근처인데
청이 씨
(치현) 제가 들어 드릴게요
(심청) 아...
먼저 내려가 계실래요
저는 교수님한테 다른 거 뭐 좀 여쭤볼 게 있어요
빨리 와라, 나 네 택시 아니다
추우니까 히터 빵빵하게 틀어 놔요
알았어
내 차야,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쯧
[긴장되는 음악]
어제 왔었다, 마대영
왜 온 거죠?
약을 먹지 않으면 폭력성을 제어할 수 없는 자야
담령과 세화를 죽였던 사람이에요
여기서도 우릴 노리고 있고요
그자도 어제 자신의 끝을 봤어
그리고 그러더구나
내가 아니었네
내가 아니었어
네?
그 사람이 죽인 게 아니라고요?
그럼 누군데요?
그건 얘기해 주지 않아서 나도 모르겠다
내가 말했지
운명은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없는 거다
지금이라도 네 옆에 있는 사람 제자리로 돌려보내렴
마대영이 여기 또 올까요?
내가 약을 준비해 놓겠다고 했어
머지않아 올 것 같다
오면 연락 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그러마
[휴대 전화 진동음]
(태오) 미안, 청이를 놓쳤어
[긴박한 음악]
(준재) 아, 빨리 좀 가 봐요
아, 지금 가고 있잖아
(동표) 아, 지금 신호 두 번이나 위반했거든
아, 걔 혼자 다니다 마대영이라도 만나면 어쩔 거예요?
홍 형사님이 다 책임지세요
아니, 내가 그걸 왜 내가 그 책임을...
[휴대 전화 조작음] [준재의 한숨]
[동표의 분한 숨소리]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아, 전화 또 안 받아, 하여튼
[휴대 전화 벨 소리]
[전원 종료음]
고마워요
얼른 먹어요
부먹이에요, 찍먹이에요?
- (치현) 네? - (심청) 소스요
부어 먹냐고요, 찍어 먹냐고요
아, 부먹, 찍먹
어, 저는...
찍먹?
하, 다행이다, 나도 찍먹인데
근데 허준재는 부먹이라 맨날 먹을 때마다 싸워요
준재랑 둘이 같이 산 지는 얼마나 됐어요?
3개월요
음, 3개월
둘이만?
아니요, 허준재 친구들이랑요
아, 다행이다
(심청) 뭐가 다행이에요?
아니요, 그냥 뭐, 이것저것
군만두도 드실래요?
- (심청) 음, 콜 - (치현) 아, 콜
사장님, 여기 군만두 좀 주세요
(직원) 네
[깊은 한숨]
[긴장되는 음악]
세화야!
[작살이 등에 팍 꽂힌다]
[의미심장한 음악]
[옅은 한숨]
하, 참...
어, 준재야
이거 네 거냐?
아니, 청이 씨 건데
(준재) 데려다줘서 고마운데 앞으로는 안 그래도 된다
- (심청) 안녕 - (치현) 안녕
[긴장되는 음악]
허준재, 지금 나한테 화내는 거야?
너희 또 싸웠어?
야, 뭐 매일 싸워
아니, 오늘 허준재 형 만났거든 그랬는데 저래 [문이 달칵 닫힌다]
좀 이상하지?
씁, 남자가 자신의 가족을 만난 여자한테 화를 낸다는 건
그 여자랑 오래 갈 마음이 없다는 얘긴데
뭐? 형을 만났다고? 어떻게?
밥 먹자고 왔던데
나 준재, 자기 가족 아무랑도 연락 안 하는 줄 알았는데
나, 나도 아직 한 번도 소개받은 적이 없거든
넌 받은 거야?
응, 난 저번, 저번, 저번, 저번에
[어두운 음악]
(심청) 하, 왜 이래
하, 물에 너무 오래 안 들어갔나
아, 어쩌지
이건 절대 못 뚫는 거지?
나보다 더 실력 좋은 해커를 동원하지 않는 한
우리 집은 못 뚫어
[손가락을 딱 튕기며] 오케이, 됐어
너 그럼 오늘은 밖에 나가 있어
왜? 나 약속 없어 [변기 물이 쏴 내려간다]
(준재) 아, 형도 나가
저녁때까지 들어오지 마
왜 그래야 되는데?
내 집이야 집주인이 그러라면 그렇게 해
와, 진짜 또 서럽게 만드네, 또
(남두) 야, 이 엄동설한에 어딜 나가
너 일 안 한다 그래 가지고
나 요즘 미팅 미팅 하나 잡기도 어려워, 지금 [문이 달칵 열린다]
(준재) [손가락을 딱 튕기며] 오케이, 그래, 그럼 오늘은
저녁때까지는 아무도 집에 안 들어오는 거네
나가자, 빨리
나와!
- (남두) 아, 옷은 입고 가야지, 옷은 - (준재) 아, 나와
(남두) 아, 먼저 나가 나 옷 갈아입고 갈, 갈 거니까
(준재) 바로 나와, 앞에 있을 테니까
[문이 철컥 열린다]
[반짝이는 효과음]
저녁때까지 아무도 안 온다고
[대문이 철컥 열린다]
어휴, 아, 추워 죽겠는데 어딜 자꾸 나가라는 거야
[의미심장한 음악]
아휴, 난 또 뭐 하나 했다
아니, 뭐, 안 추워?
겨울에 무슨 수영이야, 어?
[남두의 아파하는 신음]
[괴로운 신음]
[텔레파시가 울려 퍼진다]
[의아한 신음]
(남두) 너 뭘, 뭘 입은 거야? 몸에 뭘...
아휴, 또 알바 뛰려고?
아쿠아리움 그런 데서 저거 입고?
아이고, 우리 청이 진짜 웃겨
아, 나, 순간적으로 네가 인어...
[어이없게 웃으며] 아, 나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냐
하하, 아, 미안해, 미안해
내가 요즘 미드 이런 걸 하도 많이 봐 가지고
아, 너무 진짜 같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을 내가...
[의미심장한 음악]
(남두) [헛기침하며] 저기, 우리 아가씨, 집이 어디입니까?
집 멀어
우리 집에 많아, 이런 거
(의사1) TA 여자 환자
BT 29도였는데 제세동기 한 방에 멘탈 돌아온 게 사실이냐?
그럼 일주일 만에
(남두) 이게 이렇게 됐다면?
(의사2) 참, 아니, 말이 되냐, 그게
아, 이거 어디서 났어?
내가 열심히 일해서 만들었어
설마...
거기 가운 좀 전해 줄래?
[물이 찰박거린다]
이거 뭐야, 이거 뭐, 어?
이거, 이거 뭐야, 이거 뭐야, 어?
[더듬으며] 어, 어떻게, 어떻게 변한 거야?
와, 이런 일이 세상에 있구나, 정말
와, 나 지금 무슨 해외 토픽 아니, 저기
FBI 이런 데, 이런 데 신고해야 돼?
허준재한테 얘기할 거야?
얘기?
[남두의 고민하는 신음]
글쎄
네가 내 질문에 대답하는 거 봐서
[더듬으며] 어, 가까이, 가까이 오지 마
그러니까 네가, 너는 물, 물에 들어가면 아까처럼 되고
물에서 나오면 다리가 생겨?
- (심청) 어 - (남두) 와, 미치겠다
[남두가 껄껄 웃는다]
야, 그러면 진주, 저번에 그 진주는
동화 속의 이야기처럼 네 눈물이 변해서...
맞아
울어 봐
울어 봐, 진짜 진주 되나 보게
내가 신기해서 그래, 신기해서
그래, 뭐, 지금 울지 않아도 돼
앞으로 천천히 많이 울자
[신난 웃음]
우와, 이거 진짜 대박이네!
대답 잘했으니까 허준재한테 얘기 안 할 거야?
청, 머메이드 청!
이런 걸 왜 비밀로 해
이거 진짜 어마어마한 거야 이거 돈방석이야!
나 돈방석 싫은데
내가 좋아, 내가
집에서 놀면 뭐 해
야, 우리 저기 라스베이거스 이런 데에 같이 가자
그래서 '머메이드 쇼' 이런 거 하나 론칭해 가지고
월드 투어 하는 거야
날 팔아먹겠다는 거야, 조남두?
아니지
취업 알선
야, 요새 멀쩡한 사람들도 취직하기 힘든데
너, 나나 되니까 어디 국가 기관 이런 데 신고 안 하고
해외 진출 모색해 보겠다는 거야
좋아
- (남두) 좋아? - (심청) 응
좋아
악수하자고?
응, 악수해
[의미심장한 음악]
이거, 이거, 뭐 옮고 그러는 거 아니지?
그래, 좋아
[신비로운 효과음]
[힘겨운 신음]
조남두, 괜찮아?
야, 너 여기서 수영한 거야?
안 춥냐, 이 겨울에?
[남두의 아파하는 신음]
[남두의 아파하는 신음]
(심청) 허준재도 내 진짜 모습 보면 조남두처럼 저럴까?
씁, 이왕 들킨 김에 물어보고 나서 기억 지울 걸 그랬나
[흥미진진한 음악] 조남두!
안 추워? 겨울에 무슨 수영이야
[남두의 아파하는 신음]
뭘 입은 거야? 알바 뛰려고?
아니, 난 네가 인어... 만져 봐도 돼?
와, 미치겠다
이거 어마어마한 건데
울어 봐
우리 이제 돈방석이야
너 이 사실을 다 알았는데
날 예전이랑 똑같이 볼 수는 없겠지?
당연하지, 솔직히 똑같이 보긴 힘들지
허준재도 그럴까?
걔는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지
걔는 너 이런 거 보면 100% 도망갈걸?
그럼 절대 들키면 안 되겠네?
근데 늦었지
내가 알았잖아
[비열한 웃음]
나도 사실 물속에서 딱 한 번 해 봐서
이게 잘될지 의문이었는데
물 밖에서도 잘되네
뭐가?
미안
[신비로운 효과음]
[남두의 답답한 한숨]
아, 미치겠네
아니, 그런 기분 있잖아
뭔가 생각이 날 듯 생각이 날 듯 안 나는 거
(심청) 어쩌지? 기억이 나나?
(남두) 꿈에서 로또 1등 번호 같은 걸 봤는데
이게 절대 기억이 안 나는 것 같은 그런 막 미칠 듯한 답답함
(심청) 하, 지운다고 지웠는데 잘 안 지워졌나?
아, 잠깐만!
(남두) 기억나는 거 같아, 뭔가
[흥미진진한 음악]
아, 그게, 이 집 풀장에서
청이가...
[남두의 아파하는 비명]
아, 왜 때려! 씨
밥이나 먹어, 시끄럽게 하지 말고
(남두) 야, 지금, 이거 봐 봐
내 발가락 봐 봐
[준재의 질색하는 신음] (남두) 어?
나 진짜 발톱 빠질 거 같아
(남두) 근데 기억 안 나
내 발가락이 왜 이렇게 된 건지
이게 어디다 뭐 어떻게 부딪친 건지
도통 나,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
- (준재) 알코올성 조기 치매야 - (남두) 그런가?
아, 그러니까 술 좀 작작 마셔, 인간아
(준재) 아, 내려 좀!
[남두의 괴로운 신음]
아휴,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고 싶은 마음까진 없었는데
(남두) 아, 벌써 나 이러면 어떡하지
아, 올해부터 삼재라더니 벌써 시작됐나?
[남두의 허탈한 한숨]
[어이없는 한숨]
(심청) 언제까지 이럴 거야?
뭘?
나랑 얘기도 안 하고 눈도 안 마주치고 웃지도 않잖아
(준재) 그래, 그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물을게
너 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그건 백 번 물어봐도 마찬가지야
나, 너한테 무슨 일 생기면 살 수가 없어
그러니까 왜?
그건...
[무거운 음악]
(심청) 내 심장은 네가 날 사랑해야만 뛸 수 있어
뭍에서의 내 심장은 시한부야
네가 날 떠나거나 이 세상에 없으면
내 심장도 멈춰
정훈이도 그래서 죽었어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고
심장이 식고 굳고 멈춰서
네가 없으면 나도 그렇게 돼
바다로 돌아가지 않으면 죽겠지
죽는다고?
뭐라고?
너 방금 한 말 뭐야?
- (심청) 무슨? - (준재) 다시 한번 말해 봐
뭐가 멈추고 굳고 뭐 어떻게 돼?
[쓸쓸한 음악] 내 목소리가 들려?
심장이 멈춘다며
어디서부터 들은 거야?
죽는다며
언제부터 들린 거야?
네가 왜 죽는다는 건데!
(심청) 나 물어볼 거 있어
(준재) 지금 넌 그게 중요해?
(준재) 강지현, 좀 찾아봤어?
이렇게 소름 끼치는 뒷조사는 처음 해 봤다
(서희) 일 그만둔다면서요? 우리 집 어때요?
(치현) 부장님, 많이 좋아지셨네요
(심청) 집에서 생일 파티 할 거예요
- (심청) 올 수 있어요? - (유란) 갈게
(심청) 나 좋은 생각 났어
(준재) 무슨 소리야?
(심청) 이렇게 해, 허준재 [심장 박동 효과음]
날 믿고 맡겨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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