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의 전설 15
[쓸쓸한 음악] (심청) 네가 날 떠나거나 이 세상에 없으면
내 심장도 멈춰
정훈이도 그래서 죽었어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고
심장이 식고 굳고 멈춰서
네가 없으면 나도 그렇게 돼
바다로 돌아가지 않으면 죽겠지
죽는다고?
뭐라고?
너 방금 한 말 뭐야?
- (심청) 무슨? - (준재) 다시 한번 말해 봐
뭐가 멈추고 굳고
뭐 어떻게 돼?
내 목소리가 들려?
심장이 멈춘다며
어디서부터 들은 거야?
죽는다며
언제부터 들린 거야?
네가 왜 죽는다는 건데!
넌, 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건데?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애잔한 음악]
내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다 안다고?
알아
기억났거든
(준재) 비 올 때 우산 씌워 준 미친놈
혼자 있을 때 손잡아 준 날라리
라면 끓여 준 또라이
다 나잖아
바다에 빠진 나 살려 주고
기억을 지운 인어도
너고
그게 다 기억이 난다고?
그래
다 기억났어
어떻게?
(준재) 이제 대답해
네가 죽는다는 얘기, 뭐야?
심장이 멈춘다는 얘기가 뭐냐고
다 들었다면서
그게
다 사실이라고?
내가 없으면 네 심장이 멈춘다는 게
네가
죽는다는 게
다 들었다면서
내 목소리 다 듣고 있었다면서
그래
네가 들은 그대로야
여긴 내 세상이 아니야
(심청) 물을 포기하고 이곳에 온 순간부터
치사하게도 난 너 아니면 뛸 수 없는 심장을 갖게 됐어
그러니까
내가 죽으면 너도 죽는다는 거네?
그래
그러니까 네가 무슨 일이 생겨서 사라져도
나 혼자 예쁘고 좋은 거 보면서 행복하게 늙어라
그런 말 하지 마
나 그런 약속 못 해
어차피 네가 없어지면
나도 없어질 테니까
(진 교수) 네가 그 여자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 여자가 널 사랑하지 않았다면
이런 비참한 결말은 맺지 않았을 텐데
서로에 대한 사랑이 서로를 죽이는 셈이 됐으니
그보다 더한 악연이 어디 있겠니
마대영이 문제가 아니었네
내가
너를 죽일 수도 있는 거였네
[무거운 음악]
허준재, 그게 아니라...
[심청이 흐느낀다]
[쓸쓸한 음악]
[심청이 흐느낀다]
[반짝이는 효과음]
(준재) 이 모든 끝이 또 반복될 거라고 생각하세요?
(진 교수) 네가 여기서 멈추고
그 여자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낸다면
[깊게 푹 찌른다]
비참한 끝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문이 달칵 열린다]
(남두) 야, 너희 뭐 크게 싸웠어?
(준재) 아니
청이, 왜 울어?
많이 울어?
야, 뭐, 대성통곡하던데
야, 너, 어? 끝까지 책임질 거 아니면
이쯤에서 정리를...
뭐, 이렇게 다들 정리를 하래
나 아직 걔한테 아무것도 해 준 게 없는데
울리기밖에 더 했어, 내가
내가 울렸냐, 자기가 울려 놓고 나한테 성질이야
[남두의 추운 신음]
[옅은 한숨]
[애잔한 음악] 형
뭐?
청이가 나 찾아서 온 건
걔 욕심이었는데
청이 걔를 못 보내는 건
내 욕심인 거 같아
뭐래
근데
욕심인 거 아는데
자꾸 보내야 되는 이유는 듣고 싶지 않게 되고
보내지 않아도 될 핑계만 만들고 싶네
그러다 쟤 진짜 큰일 날 수도 있는데
씁, 아, 근데 말이야 나 아까부터
청이한테 뭔가, 뭔가 정말
뭔가 빚 받을 게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인데 말이야, 이게
아, 생각이 날, 날락 말락
아, 생각도 안 나는 걸 뭘 자꾸 생각을 하려고 그래? [남두의 아파하는 신음]
아, 왜 때려, 씨
[애잔한 음악]
(준재) 네 비밀은 뭔데?
(심청) 내 비밀은
내가 너랑 다르다는 거
내가 인어라는 거
그래, 그때부터였어
[심청의 놀란 비명]
(심청) 하, 큰일 날 뻔했어
물에 빠졌으면 완전 다 들통날 뻔했어
야, 너 이런 데서 미끄러져서 자빠지면 최소 뇌진탕이야
(심청) 그때도 알고 있었어
다 알고 있었어, 알고...
(심청)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자기 생각 하지 말라는 얘기인가?
저 눈빛은 뭐지, 화났나?
나한테? 왜?
이제 조용하고 좋네
지금부터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또 아무것도 하지 마
다 알고도 왜 그랬지?
나 물어볼 거 있어
뭐?
나 사실 오늘 집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수영하다가 조남두한테 들켰어
그런데 조남두 완전 다른 사람 되더라
날 팔아먹겠다고 협박하고
그래서 내가 기억을 지웠지만
그런데 넌 어땠어?
내가 누군지 다 아는데도
내가 싫어지거나 무섭거나 하지 않았어?
- 지금 넌 그게 중요해? - (심청) 어
나한텐 이게 중요해
[잔잔한 음악]
그래
싫어지거나 무섭지 않았어
그냥 넌 원래부터 희한한 애였으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그래지더라
다행이다
난 그거면 됐어
네가 날 싫어하지 않으면
사실 들켰다는 거 아니까 오히려 난 좋아
나 매일 밤 자기 전에 생각했거든
오늘 들킬까, 내일 들킬까
들키고 나면 너의 표정은 어떨까
날 싫어하는 너의 얼굴이 나의 가장 무서운 꿈이었어
나한테 가장 무서운 꿈은
모든 게 반복되는 꿈이야
모든 게 반복되는 꿈?
여기는 왜 온 건데?
뭐가 반복되는 거냐며
가르쳐 줄게
[몽환적인 음악]
어?
무슨 생각 하는지 아는데
내가 더 잘생겼어
누군데?
인어를 사랑했었던
한 남자
이 남자는 아주 어렸을 때 물에 빠지게 돼
[텔레파시가 울려 퍼진다]
(준재) 인어가 남자의 목숨을 구해 주었고
두 사람은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남자는 다른 여자와 혼인하게 돼
혼인한 첫날밤, 신방을 도망치듯 빠져나온 남자는
(어린 담령) 세화야
세화야!
목숨을 걸고 바다로 뛰어들어
다시 인어를 만나기 위해서
인어는 소년이 자신을 다시 찾아오지 않게 하려고
입맞춤으로 모든 기억을 지워 버렸고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두 사람은 다시 만나
그리고 영원히 끝나 버린 것 같았던 인연은
다시 시작되지
(심청)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돼?
[긴장되는 효과음]
[깊게 푹 찌른다]
응? 어떻게 돼?
뭐가 반복이 되는지 알려 준다며
그 둘은...
[애잔한 음악]
당신이 좋아하는 홍시
밖에 눈이 옵니까?
모르셨소?
그 둘은
잘살아
아프지도 않고 다치지도 않고
예쁜 아이들도 많이 낳고 잘 기르면서
[피식 웃는다]
아주 오래오래 행복하게
함께 늙어 가
그랬구나
어, 그랬어
이게 내가 본 그들의 이야기야
근데 나... [코를 훌쩍인다]
왜 눈물이 나지
이리 와 봐
[신비로운 효과음]
그들도 우리를 꿈에서 봤나 봐
그런데 왜 무서운 꿈이야?
어?
아름다운 꿈이잖아
어...
아름다운 꿈이 반복되는 게 무서워?
야, 여기 그렇게 막 떠들고 그러면 안 되는 데야
다른 사람 방해돼
다른 사람, 누구?
[준재의 헛기침]
왜, 뭐가 무서운 건데
아니, 그때랑 지금은 상황이 다르니까
뭐가 다른데?
네가 그랬잖아, 너 여기 계속 있다가는
[잔잔한 음악] 죽을 수도 있다며
그건 네가 내 옆에 있어 주고 날 사랑해 주면
내 심장은 계속 뛸 거야
아마 그 두 사람도 그랬으니까 끝까지 행복하게 잘 산 거 아니겠어?
난 저 남자가 아니잖아
무슨 뜻이야?
아니, 마음을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지
세상에서 제일 변하기 쉬운 게 사람 마음이야
그러니까 죽네, 사네 하는 연애도 깨지고
영원할 것 같았던 결혼 생활도 끝나지
근데 나도 모르겠는 내 마음에 네 목숨이 달렸다고 하니
그래서 그게 무서워?
어, 그게 무서워
- (준재) 왜? - (심청) 불공평해
왜 내 마음만 너한테 들리고 네 건 안 들려?
하, 마음 들리는 게 왜 필요해
나처럼 진실만을 말하는 사람한테
(준재) 욕하지 마라, 다 들린다
[안내 음성]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
[실망한 한숨]
[불길한 효과음]
[무거운 음악]
나 좋은 생각이 있어
우리 이렇게 해, 허준재
응?
나도 네가 나 때문에 막 부담스럽거나 무섭거나
뭐, 그러는 거 싫거든
그래서?
어제만 지우자, 어제만
뭐?
네 머릿속에서 어제만 지우면 우리 예전처럼 다시 돌아갈 수 있잖아
어? 막 부담스럽거나 그러지 않아도 되고
뭔 소리야
나 할 수 있어
내가 힘 조절만 잘하면
[긴장한 심호흡]
[밝은 음악] 아마도 될 거 같아
되긴 뭐가 돼
아이, 물속에서도 쉽지 않은데
내가 물 밖에 나온 지 좀 돼서 좀 체력이 좀 달리긴 한데
내가 잘해 볼게, 어?
많이 말고 아주 조금만
뭐, 하루나 반나절 정도
아, 얘가 진짜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눈 한번 질끈 감고 꾹 참아 봐
아, 뭐 눈을 질끈...
아픈 거 아니야
잠깐 기다려 봐
(준재) 야, 오, 오지 마, 너 뭐 하는...
아프고 그런 거 아니야 나 믿고 맡겨 봐
[심장 박동 효과음]
(준재) 야
아이, 너 왜 이래, 진짜
(준재) 야, 왜 이래
야,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준재) 야! [심청의 웃음]
야, 잠깐만
[준재와 심청의 웃음]
[부러운 한숨]
(준재) 아이, 너 왜 이러냐, 진짜, 야
[준재의 힘겨운 신음]
(남두) 뭐 하냐, 저것들
지금 '나 잡아 봐라'하는 거냐, 지금
(준재) 야!
아이고, 어제까지 울고불고
땅이 꺼져라 한숨 쉬고 난리 치더니 [준재와 심청이 소란스럽다]
- (심청) 어머, 어머, 어머 - (준재) 야, 야
빨리 날이 풀려야 [문이 쿵 닫힌다]
내가 이 꼴 저 꼴 안 보고 여길 뜨지
[심청의 웃음] (준재) 야!
(심청) 반나절만 지우면 될 거 같아 [준재의 힘주는 신음]
[출입문이 드르륵 열린다]
(심청) 진짜 안 돼?
뚜껑 닫아라
딱 반나절만 지우면 좋겠는데
그게 지운다고 없던 일이 돼?
내가 아까 말했지
너 그러다가 내 마음이 변해서 너 안 좋아하게 되면 어쩔 건데
허준재, 나 안목 있는 인어야, 어?
내가 그렇게 싹 마음 바뀔 남자를 따라서 여기까지 왔을 거 같아?
난 널 딱 본 순간 알았단 말이야
아, 이 남자다
[유쾌한 음악] 내 일생의 사랑을 걸어도 될 남자
눈이 삐었었다며
응?
(심청) 아휴, 내가 눈이 삐었지 그땐 순진했어, 내가
평생 물에만 살다가 뭍에 처음 왔으니 내가 뭘 알아
그냥 만난 남자가 허준재 저거 하나라...
(준재) 저게 최고인 줄 알고 여기 온 거라며
세상에 잘생긴 남자가 나 하나인 줄 알았는데
(심청) TV 보니까 널렸네, 널렸어
자기만 잘생긴 줄 알고 어휴, 저 왕자병, 도낏병
(준재) 도끼병이라며?
[민망한 웃음]
그거 들었구나
(심청) 아휴, 뭐, 화나면 무슨 생각을 못 해
그냥 그거 다 듣고서도 못 들은 척한 네가 조금 치사한 거지
아, 그래, 그러면 생각난 김에 그것까지 싹 다 지우자, 어?
네가 뒷담화를 들었으니까
- (준재) 야, 내려오지 마, 야 - (심청) 얼마나 속상했겠어
(심청) 그냥 뭐 넉넉히 일주일만 지워도 될 거 같아
[어이없는 웃음]
어떻게, 말 나온 김에 동해로 갈까?
아니면, 뭐, 비행기 표 하나 끊어 줘? 보라카이 같은 데
그쪽 바다가 물은 따뜻하니 좋겠다
가끔 놀러 갈게 서핑하다 만나고 그러면 되겠네
그럼 아무 짓도 안 할게 손만 잡고 자자
[콧방귀를 뀐다]
진짜야, 아무 짓도 안 하고 그냥 손만 잡고 잔다니까
너, 나 못 믿어?
완전 못 믿어
(심청) 씁, 안 속네
(준재) 다 들리거든
잘한다
순진무구해야 될 인어가 발라당 까져 가지고 거짓말이나 하고
너 시간 되면 동화책 보란 말이야
네 조상 중에 너 같은 날라리 인어는 없었다고
치...
진짜 아무 짓도 안 할 거야?
어, 약속
[피식 웃는다]
(준재) 응
[밝은 음악] (준재) 아무 짓도 하지 마
난 그냥 네 심장 잘 있나 어쩌나 그것만 확인해 볼 거니까
[심장 박동 효과음]
잘 뛰고 있네
네 옆에선 나 완전 잘 뛰지
(서희) 뭐? 그 집 도우미였다고?
네
[헛웃음]
어디 꽁꽁 숨어 사나 했더니
입주 도우미를 하고 있으니 못 찾지
[무거운 음악]
[게장을 쪽 빤다]
왜요?
입에 안 맞아?
아니야, 어, 맛있네
(일중) 당신도 한번 먹어 봐
[헛웃음]
당장 그 집으로 가
(진주) 어유, 사모님, 저 진짜 깜짝 놀랐어요
어머, 웬일이세요, 갑자기
아니, 그동안 진주 씨가 계속 연락하는데 내가 답을 못 해 줘서
- (진주) 아, 앉으세요 - (서희) 그래
그러면 그날 일은
너그러이 넘어가 주시는 거예요?
아휴, 그럼 술 먹고 다 그럴 수 있는 거지, 뭐
[민망한 웃음]
어유, 감사해요
나 차 한 잔 마시고 가도 되지?
어머, 물론이죠, 커피 괜찮으세요?
좋아
[흡족한 웃음]
(진주) 아줌마, 여기 커피 두 잔
맛있게, 응, 부탁해요
(유란) 네
[피식 웃는다]
저 아줌마가 우리 집에 그동안 반찬 해 주던 그 아줌마 맞지?
네, 회장님이 특히 입에 맞아 하셨다고 그러셨죠
아, 근데 어떡해요
그만둔다고 하네요
그만둬?
네, 워낙 일을 잘하니까
어디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는지 어쨌는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그만둔다고 그러잖아요
[어두운 음악]
(진주) 아줌마
뭐 해요?
(서희) 아줌마, 아줌마 솜씨가 보통이 아니세요
우리 그동안 너무 맛있게 잘 먹었어요
[서희의 웃음]
아줌마, 일 그만두신다면서요
(서희) 갈 데는 정했어요?
아직 안 정했으면 우리 집 어때요?
그래?
나 가도 되니, 너희 집?
[커피를 푸 뱉는다]
[진주가 캑캑거린다]
(진주) 어머, 어머, 어머, 아줌, 아줌마
술 먹었어요, 어머, 왜 이래?
너희 집 가서 음식해도 돼? [진주의 당황한 신음]
(유란) 안방은 안 돼도, 주방은 내줄 거야?
[헛웃음]
여기 왜 왔는지 뭘 확인하고 싶어 왔는지 모르겠는데
너 잘못 짚었어
내가 그동안 없는 사람처럼 지낸 건
우리 준재한테 피해가 갈까 그 이유 하나였어
이제 난 뵈는 게 없다
[떨리는 숨소리]
[어색한 웃음] 진주 씨
잠깐 자리 좀 비켜 줘
아, 네, 네 그, 네, 그래야죠
(유란) 그때 그러셨죠?
친구 남편 뺏어서 그 자리 꿰찬 못돼 처먹은 여자가 있다고
쫓겨난 원래 부인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고
[당황한 신음]
어머, 내가 내가 그렇게까지 거칠게 그...
(진주) 아, 그랬었나
[진주의 당황한 신음] 나예요
쫓겨난 원래 부인
[놀란 숨소리]
그리고 이쪽이
못돼 처먹은 년
어머머!
(진주) 어머!
[다급한 숨소리]
아이고, 세상에
어머, 세상에
[통화 연결음]
혜림 엄마
어휴, 신년 벽두부터 이게 웬 대박이니!
있잖아, 있잖아
우리 집이 역사의 현장
[작은 목소리로] 역사의 현장이 될 거 같아
어
심쿵할 준비 하고 내 얘기 들어 봐
[신난 웃음]
[긴장되는 음악]
[차 문이 달칵 열린다]
형, 그때 말한 강지현 좀 찾아봤어?
어, 찾아는 봤는데
야, 나 이렇게 소름 끼치는 뒷조사는 처음 해 봤다
(남두) 아니, 어떻게 이 여자 주변에는 다 막 의문사야
(동표) 두 번 결혼했고 남편 두 명이 모두 실명으로 죽긴 했지
(남두) 네, 근데 이 알리바이며 진단서며 다 있어 가지고
사망 후 보험금은 강지현이 다 가져갔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여러분
이 여자가 고아원 출신이라 입양됐는데
그 입양된 가족들 다, 다 의문사
[무거운 음악]
정말이야?
나 소름 쫙 끼쳤잖아
그래서 지금은 어디 있어?
(남두) 아, 그 후에 지금 행적은 도저히 알 수가 없고
근데 뭐 이 정도 여자면 지금쯤
다른 신분으로 살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죠?
그런데 말입니다, 여러분
놀라운 사실이 또 하나 있습니다
아, 차례차례 까지 말고 한 번에 다 까 봐
아, 이래야 스릴 있죠
(남두)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
이 강지현이라는 여자 제천 출신이더라
씁, 고등학교 이름도 내가 어디서 봤나 어디서 봤나 했는데
너희 어머니 찾을 때였어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더라
[사이렌이 들린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 (서희) 여보 - (일중) 어
남 부장 대신 새로 온 당신 수행 비서예요
(일중) 아...
[긴장되는 음악]
회장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일중) 아휴, 내가 잘 부탁해야지, 뭐
그럼 차 출발하겠습니다
응 [자동차 시동음]
(진주) 아유, 되셨네요, 되셨어 제가 할게요, 제가
앉으세요
사모님, 오늘 너무 죄송했어요
새 사람 아직 안 구한 건 아는데
저 오늘 저녁까지만 차리고 그만둘게요
언니
[익살스러운 음악]
- (유란) 네? - (진주) 언니 맞잖아요
연배로 보나 뭐로 보나
어, 내가 친언니도 없고 그러니까
이제부터 진짜 친언니다 그렇게 생각할게요
- (유란) 저, 사모님 - (진주) 일은 안 하셔도 돼요
(진주) 네, 그런데 여기서 이렇게 나가시면
어디 갈 데도 마땅치 않으시니까
어, 그냥 여기가 내 친동생 집이다 생각하고
편안하게 계셨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그래요
언니, 나 오늘 진짜
대하 사극 보는 줄 알았다
언니가 인현 왕후 강서희 그년이 장 희빈
[신난 웃음]
근데 중요한 건
결국 인현 왕후가 다시 자기 자리를 찾아가잖아
나 안진주가 그걸 도우려고요
언니의 화려한 왕후 복귀
난 그럴 마음 없어요
아니, 아니, 언니 그럴 마음이 없어도 그렇게 해야 돼요
나를 위해서라도
[살짝 웃으며] 아무튼 난 언니를 도울 거고
절대 이대로는 못 보내 준다는 것만 알아 두세요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진주) 아가씨
다 알고 있었죠?
그래서 요새 아줌마한테 설설 기고 그랬던 거 아니야?
뭘요?
우리 아줌마가 허일중 회장의 조강지처인 거 알고 있었잖아
네?
[경쾌한 음악] [진주의 놀란 숨소리]
전혀 몰랐다고?
네, 그게 무슨...
아, 내가 오늘 이 얘기를 몇 번째 하는지 모르겠다
근데 재방을 해도 삼방을 해도 할 때마다 이렇게 가슴이 뛰어
있잖아, 우리 아줌마가 허일중 회장의 원래 부인이래
그런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아줌마 반찬을
그 집에다 갖다 댄 거야 [손뼉을 짝 친다]
너무 드라마틱하지?
그럼 준재가...
준재? 아가씨가 그 집 아들 알아?
아니요, 제가 어떻게 알아요 그냥 제 친구 이름이에요
아니, 그 허 회장네 집 나간 아들
그 아들 이름이 허준재인가 봐
아까 아줌마가 '우리 준재' 뭐, 어쩌고저쩌고 그러는 것 같던데
[망연자실한 한숨] (진주) 어
[망연자실한 한숨]
[게임 효과음이 흘러나온다]
[휴대 전화 벨 소리]
어, 누나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너, 내 전화 기다렸니?
(시아) 무슨 전화를 벨 한 번 울리기도 전에 받아
하, 그게 아니라 게임 하다가...
(시아) 됐고, 너 너무 설레지 말고 들어
나 좀 데리러 올래?
지금?
그렇게 좋니? 그래, 지금
대신 너 다른 마음 먹으면 안 된다
[통화 종료음] [답답한 한숨]
(남두) [하품하며] 어디 가?
시아 누나가 클럽 오래
진짜? 어딘데?
물 좋은 데야? 같이 가
물이 좋은 데라고? 나도 갈래
- 너도 간다고? - (심청) 어
[신나는 음악이 새어 나온다]
[남두의 당황한 신음]
어, 왜, 왜? 나 이런 거 걸리는 사람 아닌데
(경호원) 아, 그게 아니라...
아, 복장이 좀...
복장이...
아, 청이!
[반짝이는 효과음]
오케이?
(남두) 와, 오늘은 스웨그청이네, 스웨그청
레츠 고!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차시아!
넌 혼자 오랬더니 왜 쓸데없는 애를 달고 왔니?
(심청) 차시아, 너 이렇게 좋은 데 혼자 다니고 있었던 거야?
[시아의 헛웃음]
차시아, 너 술 먹지 마
지난번에 허준재 술 마실 때 보니까 사람이 좀 귀여워지던데
(남두) [살짝 웃으며] 사람마다 달라
차시아는 맨날 막 울고 전화해서 막
밤새 전화 못 끊게 하고
알았어, 난 춤추러 간다, 우!
저는 안전한 남자예요
요즘 하도 불미스러운 일이 많아서 제 손은 항상 위에 있어요
걱정하지 마시고 춤만 추세요, 춤만
[남두의 탄성]
눈이 너무 예쁘다
[휴대 전화 진동음]
어, 왜?
[신나는 음악이 들린다] 다 어디 갔어?
(남두) 어, 허 형사님, 수사 마치고 오셨어?
우리 여기 클럽이야
청이는?
청이, 같이 왔지
걔를 거기 데려가면 어떡해
어지럽다고 싫어할 텐데
야, 무슨 소리야 걔 여기 지금 날아다녀
걔 여기 접수했어, 완전
어? [남두가 껄껄 웃는다]
[사람들의 환호성]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사람들의 환호]
[사람들이 연신 환호한다]
[사람들이 연신 환호한다]
[사람들이 연신 환호한다]
[사람들의 환호]
(준재) 아, 좀 비켜 봐요, 비켜 봐!
[준재의 힘주는 신음]
(시아) 어머, 준재야, 어떻게 왔어?
어, 아, 그냥
여기 진짜 재밌어, 같이 놀자
어, 아, 그러고 싶은데 나 아직 할 일이 남아서
(준재) 남두 형이랑 태오랑 재밌게 놀다 와
갈 때 데려다 달라고 하고
(준재) 너 이리 와!
그만...
허준재!
아, 왜
나 더 놀래
너 땀 나니?
어, 노니까 좀 덥네, 근데 좋아
좋기도 하겠다, 따라 나와
아, 왜
나 더 놀래
하, 나, 참
이리 와, 씨
(심청) 어머...
[사람들의 환호]
[천둥이 콰르릉 친다] [빗줄기가 쏴 쏟아진다]
(준재) 아, 비가 많이 오네
내가 너랑 못 하는 여러 가지 중 한 가지가 이거네
비 오는 날 걷는 거
난 안 되잖아
[쓸쓸한 음악]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여기 잠깐 있어
이거 어디서 났어?
너 이제 앞으로 '안 한다, 못 한다' 그런 말 하지 마
너 여기 사는 사람들 하는 거
하나도 빠짐없이 다 하게 해 줄게, 내가
그러니까
너도 그렇게 생각해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유나) 신기하다
그 아저씨는 어떻게 언니 소리를 들은 거예요?
모르겠어, 넌 어떻게 듣게 됐어?
몰라요, 나도 그냥 들렸어요
아무튼 허준재가 내 목소리까지 듣게 돼서
난 차라리 마음이 편해졌어
뭐, 거짓말할 것도 없고
이제야 여기서 제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남들처럼 그냥 평범하게
그런데요, 살아 보니까요
쉬워 보이지만 제일 어려운 게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거더라고요
난 꼭 할 거야, 남들처럼 평범하게
허준재랑 같이 늙는 거
저기 저 여자들 다 명품 백 든 거 같지?
(거지) 근데 잘 봐 봐
우산 없다고 가방 머리에 쓰고 다니지
저건 짝퉁이야
그리고 그 뒤에 여자 봐
자기 가방 무슨 신줏단지 모시듯이 품에 안고 가잖아
저런 게 진퉁인 거야
그럼 짝퉁은 비 맞아도 돼?
짝퉁도 진퉁이랑 다 비슷하잖아
겉모습은 똑같을 수 있지
그렇지만 속일 수 없는 하나가 있어
뭔데?
[잔잔한 음악] 가방 주인의 마음
주인을 속일 수는 없잖아
아는 거지, 자기 가방이 가짜라는 걸
그러니까 비 온다고 저렇게 우산 대신 막 들고 뛰는 거지
그렇지만 가방 주인 중에서는
진짜든 가짜든 자기 가방이니까
좋아하고 아껴 주고 그런 사람 있을 수 있잖아
그렇다고, 그냥
나도 왠지 이 세상에선 가짜인 거 같아서
(심청) 그렇지만 나도 누군가에겐 사랑받을 자격 있지 않나
뭐, 그런 생각 들어서
(거지) 그건 그런데 너 왜 이렇게 진지하냐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인데
겉모습으로 진짜 가짜를 나누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지?
(거지) 와, 너 애가 똑 부러지는구나
정리를 잘하네
고마워, 두 사람
나도 이제 남들 하는 거 다 해 보려고, 평범하게
그래서 말인데 내일 내 생일 파티 해
내일 생일이야?
생일이 음력? 양력?
몰라, 사실은 나 내 생일 몰라서 그냥 내일로 정했어
내일 며칠이니, 근데
1월 5일 딱 떨어지네, 날짜, 좋네
어디서 해?
우리 집
나 원래 남의 집 방문 좀 자제하자는 주의인데
특별히 갈게
뭐 갖고 싶은 '생선' 있어?
고등어
아, 그런 생선 말고 생일 선물
아...
그냥 생일 선물로도 나 고등어 주면 안 돼?
(남 부장 처) 어, 그래, 한결아, 응
엄마, 지금 집에 잠깐 가는 길이거든
너도 학원 끝나면 바로 와
엄마가 너 야식 좀 챙겨 주고
[어두운 음악] 또 엄마는 바로 병원에 와야 되니까, 응?
(남 부장 처) 응
[심전도계 작동음]
부장님
많이 좋아지셨네요
요즘 밖에 날씨가 너무 추워요
씁, 아, 맞다
지난번에 준재랑 뭐 얘기하시던데
저한테도 대답해 주실 수 있으세요?
마대영이라는 사람이 부장님을 이렇게 만든 거라면
왜 그랬는지
혹시 부장님이
마대영과 관련 있다고 생각하는 그 주변 사람이 제 어머니세요?
역시
그러시구나
[긴장되는 음악]
어머니는 부장님이
이렇게 아무 말도 안 하고 누워 계시니까
안심하시는 거 같은데
이게 말이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렇죠?
문제는
[남 부장의 겁먹은 숨소리] 여기...
[남 부장의 겁먹은 숨소리]
마음이지
언제라도 우릴 배신할 수 있는
그 마음 [남 부장의 겁먹은 숨소리]
[남 부장의 힘겨운 숨소리] [심전도계 경고음]
[남 부장의 힘겨운 숨소리]
[휴대 전화 벨 소리]
여보세요
(유란) 한결 엄마?
나 준재 엄마예요
어머, 사모님 이게 얼마 만이에요
맞구나
나 급해서 그러는데 바로 물어볼게요
우리 준재, 유학 간 거 아니에요?
집 나갔다고 하던데 사실이에요?
아휴, 죄송해서 어떡해요
네, 사실 그때 제가 거짓말했어요
너무 속상해하실까 봐
[안타까운 한숨]
[애잔한 음악] 그래서
우리 준재, 소식 알아요?
(남 부장 처) 네, 알아요
아휴, 얼마 전에 우리 애 아빠가 큰 사고를 당해서
지금 병원에 계속 누워 있는데
준재가 가끔 와요
전화번호 알 수 있어요?
(남 부장 처) 그럼요
아, 사모님 제가 작은 글씨가 잘 안 보여서
제가 빨리 올라가서 안경 끼고 불러 드릴 테니까
끊지 말고 기다리세요
[긴장되는 음악]
[심전도계 경고음] [남 부장의 힘겨운 숨소리]
[남 부장의 힘겨운 숨소리]
[옅은 한숨]
[심전도계 경고음이 들려온다]
여보!
[심전도계가 길게 삐 울린다]
- (의사) 의식, 맥박, 호흡 없습니다 - (남 부장 처) 여보!
카디악 마사지 실행하겠습니다
(남 부장 처) 여보, 여보! 어머, 어떻게 된 거야
(간호사) 보호자분,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남 부장 처가 연신 소리친다]
- (간호사) 밖에서 기다려 주세요 - (남 부장 처) 아, 여보!
(담령) 내 부탁 잊지 말게
(선비) 여보게, 그런 부탁을 하고 가면 난 어떻게 살라고
또 만나게 될 걸세
좋은 벗으로서
아저씨, 우리 준재 친구잖아
엄마 데리고 와
(어린 준재) [울먹이며] 엄마 데리고 와
[긴장되는 음악]
(남 부장 처) 여보, 왜 이래, 여보, 여보, 여보!
- (간호사) 밖에서 기다려 주세요 - (남 부장 처) 아, 여보!
[남 부장 처의 힘겨운 신음] (간호사) 보호자 분, 괜찮으세요?
(남 부장 처) 여보, 눈 좀 떠 봐
[남 부장 처가 흐느낀다] [심전도계가 길게 삐 울린다]
[긴장되는 음악]
(치현) 당신 누구야?
산소 호흡기 그렇게 떼면 경보음 울린다
다행히 교대 시간이라서 다행이지만 너 큰일 날 뻔했어
당신 탈주범 아니야?
왜 당신이 우리 아버지 차를 몰아?
앞으로든 뭐든 네가 직접 나서서 하지 마
네 어머니가 왜 조용히 숨어서 지켜보는지만
그것만 생각해라
헛소리하지 말고 묻잖아!
왜 나랑 내 어머니 주변 맴도냐고!
당신 같이 위험한 사람이...
뭐, 이 새끼야!
내 말 잘 들어
넌 조용히 있다가 숟가락 얹혀 주면 그걸 처먹기만 하면 되는 거야
다 차려진 밥상 엎지 마라
알았어?
[휴대 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한결 엄마?
아, 청이 씨
(심청) 네, 아, 저, 혹시 내일이 제 생일인데
집에서 생일 파티 할 거예요 올 수 있어요?
(유란) 미안해서 어쩌지
내가 지금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진작 얘기해 줬으면 선물이라도 준비했을 텐데
괜찮아요
저도 내 생일인 거 언제인지 잘 몰라서 오늘 정한 거예요
내일이 생일인 거로
그럼 태어나서 생일 파티 한 번도 해 본 적 없어?
네, 처음이에요
부모님 안 계셔?
네
[안타까운 숨소리]
갈게, 내일 몇 시 어디로 가면 돼?
[멀리서 개가 멍멍 짖는다]
[경쾌한 음악]
(남두) 아, 몰라, 뜬금없이 자기 생일 파티를 하겠대
어, 진짜 자기 생일도 모른대
그냥 오늘로 정했대
어, 어이, 고맙다, 아유, 예쁘네
야, 저 테레비 저걸 없애든지 해야지, 저걸
저, 드라마에서 자꾸 안 좋은 거 보고 다 따라 하려고 그래
알았어, 금방 갈게
[통화 종료음]
- (준재) 수고하세요 - (직원) 안녕히 가세요
[놀라는 신음]
(남두) 누구세요?
(심청) 어, 내 친구야, 어서 와
(남두) 친구라고?
이거 뭐야, 음식물 쓰레기예요?
에이, '음쓰'라니
고등어예요 이 집 안주인이 좋아한다고 해서
(거지) 근데 여기는 슬리퍼 같은 거 없나
(남두) 이 집 안주인?
어, 어, 그, 그냥 앉지 말고
이거, 이거 깔, 깔고, 깔고 앉으세요
[거지의 힘주는 신음]
[콜록거린다]
아니, 여기는 뭐, 이렇게 손 닦을 스팀 타월 같은 거 안 줘요?
보통은 주던데
[남두의 질색하는 숨소리]
[밝은 음악]
어유, 나 생식 안 하는데
음식은 조리된 거 위주로 먹어서
(남두) 네, 여기 대구탕도 있으니까 여기 대구탕 이따 밥이랑 드세요
쩝, 근데 이거 대구가 생대구가 아닌 듯
(거지) 대구탕은 고니가 있어야 되는데 그것도 없고
그래서 안 드실 거예요?
먹긴 먹어야죠, 그래도 파티인데
분위기 깰 순 없으니까
근데 할라페뇨 없어요?
[휴대 전화 진동음]
어, 청이 씨
나 방금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가고 있는 중인데
[놀란 숨소리]
안녕
아, 뭐 하러 나왔어
(심청) 이거 다 뭐예요?
아, 성게 미역국이랑 잡채랑 불고기 같은 거
옛날에 우리 아들 생일날 해 주던 것들인데
청이 씨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다
쯧, 나요 오늘을 생일로 정하고 나니까
뭔가 왠지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여기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도 된다고 허락받은 기분
나도 있던 집에서 정리하고 나오려고 해요
여태 숨어 살았는데
이젠 찾고 싶은 사람 찾고 하고 싶은 얘기 하고
그렇게 살고 싶어서
[애틋한 음악]
(준재) 어? 우리 멍청이다
[흐뭇한 웃음]
뭐가 그렇게 좋냐
잘도 웃네, 예쁘게
야!
아이...
어?
(유란) 누구?
제 남자 친구요
허준재!
아, 저 멍청이
(준재) 밖에서 사람 많을 때 내 이름 크게 부르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를 해도
[아련한 음악] (심청) 허준재!
[흐뭇한 웃음]
허준재!
안녕!
남자 친구 이름이 허준재예요?
네, 엄청 잘생겼어요
허준재네 엄마가 허준재 어렸을 때 데리고 나가면
(준재) 나 데리고 어디 나가면
열 걸음 직진이 힘들었다 그랬었어
사람들이 하도 '만져 보자, 안아 보자' 그래 가지고
왜 그래요?
내 아들 이름도 그 이름이에요
허준재
어렸을 때 헤어져서
오랫동안 못 만난
헤라클레스 등대?
[놀란 숨소리]
(유란) 헤라클레스 엄마가 매일 여기에 와서
헤어진 아들을 그리워했었대
그거를 보고 안됐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저 등대를 만들어서는
헤라클레스가 저 등대의 불빛을 따라 이 바다를 건너서
엄마를 찾아와 주기를 기도했었대
(어린 준재) 음...
그래서?
헤라클레스는 엄마를 찾아왔어?
글쎄
음, 근데 이런 전설이 있대
(유란) 여기서 헤어진 사람들은
(심청) 헤어진 사람들은 꼭 다시 만난다고...
[놀란 숨소리]
(심청) 허준재, 등대의 전설이 맞았어
그곳에서 헤어진 사람들은 꼭 다시 만난다고
다시 만나 사랑하게 된다고
축하해, 너 엄마를 만나게 됐어
[보행자 신호음]
[보행자 신호음이 연신 울린다]
[감동적인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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