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의 전설 17
[긴장되는 음악]
[울먹이는 숨소리]
[하인의 힘주는 기합]
세화야!
[울먹이는 숨소리]
[울먹이는 숨소리]
(준재) 그 둘은
잘 살아
[애잔한 음악] 아프지도 않고 다치지도 않고
예쁜 아이들도 많이 낳고 잘 기르면서
아주 오래오래 행복하게
함께 늙어 가
또 거짓말
[울먹이는 숨소리]
또 거짓말이었어
[심청의 울먹이는 신음]
[울먹이는 숨소리]
당신 누구야?
그리고 여긴 어디야?
내가 왜?
[긴장되는 음악]
(심청) 당신이 죽인 사람들을 봤어
비명을 들었어
무슨 소리야?
내가, 내가 누굴 죽였다는 거야?
누구냐고?
(심청) 축복받으며 태어나 누군가의 가족으로 자라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랑과 함께 늙어 갈 미래를 꿈꿨을 사람들
(심청) 넌 그런 사람들의 미래를
한순간에 무자비하게 없앴어
나는 몰라
나도 다 없애 줄게
당신의 인생을 백지로 만들어 줄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용서도 받을 수 없게
[긴박한 음악]
[겁먹은 숨소리]
[대영의 겁먹은 신음]
[신비로운 효과음]
[힘주는 신음]
[대영의 아파하는 신음]
[깊게 푹 찌른다]
[놀란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당황한 숨소리]
[심청의 지친 숨소리]
[문이 철컹 여닫힌다]
[비극적인 음악]
[지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행인의 아파하는 신음]
(행인) 아이... [대영이 캑캑거린다]
조심 좀 합시다
어? 마...
마대영?
[통화 연결음]
(행인) 저기, 112죠? 제가 지금 마대영을 봤거든요
아이, 탈주범요!
마지막으로 말씀...
아니
부탁드릴게요
제발 저 믿으세요
제 말 한 번만 믿고 일단 여기서 나가요, 저랑 같이
안 간다, 난
[쓸쓸한 음악]
(남두) 야, 뭐야, 너
이 상황에 그렇게 큰 소리 내고
네, 설치 끝났습니다
(남두) 당분간은 오히려 벌레들이 더 보일 수도 있어요
그거는 약 먹은 애들이 나오는 거니까 너무 염려하지 마시고요
예, 다음 정기 점검 때 뵙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서희) 왜, 하던 얘기들 하지
갑자기 조용해지면 꼭 내 얘기 한 거 같잖아
(회원1) 별 얘기 안 했어요
오랜만이시네요
요새 왜 통 모임에 안 나오셨어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아직 안 왔어?
네 [문이 철컥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진주) 어머
강서희 씨도 오셨네요
강서희 씨?
강서희 씨 맞잖아요
(진주) 어, 근데 오늘
누가 초대를 했지?
아, 저는 일부러, 불편하실까 봐
그래서 초대를 안 한 건데
왜, 내가 왜 불편해해?
무슨 얘기를 또 하려고?
아니, 무슨 얘기라기보다...
언니, 들어오세요
[무거운 음악]
[도어 록 작동음]
(심청) 허준재
나 여기가 참 좋았어
[쓸쓸한 음악] 나에게 처음으로 생긴 집
들어와
[심청의 비명]
(심청) 아, 깜짝이야, 아, 아, 깜짝이야!
(준재) 기브 앤 테이크
너 혼자 있을 때
하고 싶은 거 해
꼭
(심청) 아무리 추운 바깥에 있다가도 돌아올 수 있던 따뜻한 곳
너와 이야기하고 웃고 먹고 장난치고
(준재) 아무도 어? 집에 못 가!
특히 너
난 너 안 떠나
(심청) 아무 때나 너를 바라볼 수 있던 곳
마음껏 너를 사랑할 수 있던 곳
그렇지만 내가 이 집에 있으면
네 옆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서희) 난 그럼 가 볼게
아니, 근데
(진주) 이왕 오신 거니까
아, 우리가 오늘 왜 모였나 그 얘기는 좀 들어 보고
가셔도 좋을 것 같기는 한데
[피식 웃는다]
(진주) 네, 뭐, 다들 SNS를 통해서 소문 들어서 아시겠지만
제 옆에 계신 이 언니가
청해, 허 회장님의 엑스 와이프
전 부인이셔요
허 회장님과 이혼을 하시면서
글쎄, 아드님하고 생이별을 하셨대, 이 언니가
근데 얼마 전에 두 분이서 극적으로 상봉을 하셨어요
(회원들) 어머머!
- (회원1) 그, 집 나갔던 그 아들? - (진주) 네
- (회원2) 행방불명이라던... - (진주) 응
어머, 축하드려요
(진주) 네, 축하드려요, 박수
(유란) 내가 말했잖아
우리 준재 반드시 찾아서 원래 자리로 돌려놓을 거라고
기대해
너무 축하한다
아들 찾은 건 너무 감동적인데
네 아들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 건
쉽지 않을 거야
(서희) 그 자리 없어졌거든
[어두운 음악] 뭐?
(서희) 다들 아직 소식 못 들었나 본데
얼마 전에 우리 그이가 국내외 부동산이랑
주식, 현금, 자본, 모두 다
나랑 우리 치현이 앞으로 상속하겠다고
유언 증서 공증받았어
[놀란 비명]
(진주) 어머
(서희) 머지않아 우리 그이 물러나면 그 자리 물려받을 사람도
우리 치현이가 되겠지
내가 오늘 여기 모인 사람들 얼굴
내가 똑똑히 잘 기억할게
앞으로 살아가면서
내 도움 필요할 일 없기를 기도해, 응?
(진주) 어머머!
아니, 저, 저 얘기가 진짜일까, 언니? [문이 쾅 닫힌다]
(진주) 아니, 이거 진짜면
아휴, 허 회장님 미친 거지, 그렇지?
(회원1) 아니, 그러게, 자기 친아들 놔두고 왜?
뭐가 그렇게 급해서
(진주) 그러니까
어휴, 진짜
정말 이 얘기 진짜면 허 회장님
허수아비다, 허수아비
[진주의 답답한 한숨]
[긴장되는 음악] [휴대 전화 벨 소리]
[휴대 전화 벨 소리]
여...
여보세요
나야
누구세요?
뭐?
나라고?
뭐라는 거야, 또
내가 사람들한테 쫓기고 있는데
(대영) 왜 날 쫓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알아야 합니까?
왜 이래?
내가 약 먹으랬잖아
(서희) 드디어 미쳤니? [대영의 당황한 한숨]
지금 어디야?
여기가 어딘지 나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어요
- (치현) 아버지는요? - (가정부) 2층에요
그 사람들은요?
그냥 그러고 갔어요
분명히 회장님 방에서 아버지란 소리를 들었는데
아이, 제가 뭘 잘못 들었을 수도 있고요
네
아버지
어
어디 편찮으세요?
어, 치현이구나
예
혹시 누구 왔다 갔어요?
누구?
[어두운 음악] 아, 아주머니가 방역 업체 사람들 왔다 갔다고 해서요
그랬나
나 자고 있어서 몰랐다
네
(직원) 확인해 봤습니다만
2시간 전부터 시스템 오류로 촬영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게 파악이 안 됐어요, 아직까지?
(직원) 죄송합니다, 이런 일이 거의 없어서
전체 시스템 점검해 보겠습니다
야, 이 새끼야! 이제 와서 뭘 해!
[화난 숨소리]
(태오) 문서는 다 여기에 있어
금고에서 유언 공정 증서도 확인했고
(남두) 진짜 준재 아버지가
재산을 강서희랑 그 아들한테 다 넘기겠다고 썼어?
인감도장 찍혔어?
끝났어?
[남두의 탄성]
너 진짜 완전 내쳐졌구나
아, 왜 내가 다 허탈하지
아버지가 유언장을 직접 확인했다는 증거는 없어
그게 무슨 소리야, 그건?
아버지가
[답답한 한숨]
시력을 거의 잃으신 것 같았어요
그, 외상성 각막 손상
(준재) 아직 확실하지는 않은데
날 바로 앞에 두고도 못 알아봤어요
인마, 야, 너 근데 너 왜 혼자 나왔어?
거기까지 가서 네 아버지 안 모시고 나오고!
날 못 믿으시겠대요
내가 사기꾼이라
(준재) 이것 좀 조사해 주세요
그 여자 방에서 나온 거예요
[무거운 음악] (남두) 뭐야?
바늘이야?
각막 손상의 주범?
(장 형사) 이야, 이건 나도 좀 무섭다
(준재) 그리고
이것도
강서희는 의심이 많아서 아무리 아파도 약을 안 먹어요
아마 아버지한테 이 약을 먹였을 겁니다
이거 약 성분이랑 누구 이름으로 처방받았는지부터
- (동표) 확인해 봐 - (장 형사) 네
하나 더요
(준재) 그 여자 방에 이 꽃이 가득했는데
뭔가 수상해서 찍어 왔어요
이게 무슨 꽃이야?
투구꽃?
(동표) 뭐?
아, 일명 '계모의 독'이라고 불리는 꽃인데
로마 시대에 황제 승계권 때문에
계모들이 왕자들을 이 꽃으로 암살했다고
[남두의 놀란 탄성] (동표) 이거 진짜 투구꽃이면
몇 년 전에 일본에서도 그렇고
우리나라에서도 이거 끓인 물로 사람 중독시켜서 죽인 사건 있었어
오 마이 갓
그러니까 형사님이 좀 도와줘요
시간 없어요
(준재) 증거도 이렇게 있으니까 압수 수색 영장 발부받아서
빨리 그 집 덮쳐야 돼요
야, 그게, 그게 좀 어려운 게...
알았어
내가 최대한 빨리해 볼 테니까 걱정하지 마
[남두의 걱정하는 한숨]
(서희) 마대영!
나야, 강서희
나야, 강지현!
[의미심장한 음악]
(어린 서희) 안녕, 네가 대영이니?
나 강지현이라고 해
(어린 서희) 너, 얼마 전에 파양됐지?
원장님이 그러시는데
내가 그 집으로 다시 입양될 거래
근데 너는 왜 파양됐어?
밤마다 무서운 꿈을 꿔서
소리 지르고 울었거든
부잣집이야?
내 쌍둥이 언니는 부잣집으로 갔거든
나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내가 그 집으로 입양 가고 나서도
뭐 물어볼 일 있으면 너한테 편지 써도 돼?
고마워
뭐 그리고 있었어?
인어 공주야?
[시끄러운 음악이 들린다]
윗방
야!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준재의 힘겨운 신음]
(준재) 뭐 해?
너 어디 아파?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심청) [기운 없는 목소리로] 가까이 오지 마
(준재) 뭐 하는 건데? [오디오를 탁 끈다]
어디 봐 봐
왜 이렇게 차가워?
가...
뭐?
가라고!
듣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 생각
내가 뭐 좀 생각해야 되는데
네가 들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
아무것도 정리가 안 돼
무슨 생각, 뭔데?
물어보지 말라고
넌 내 허락 받고 생각해?
난 네가 무슨 생각 하는지 까맣게 모르는데
네가 내 속을 다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거 얼마나 불쾌하고 싫은지 알아?
제발 나한테서 좀 떨어져 줘
아니면 내가 나갈까?
아니
내가 멀리 떨어져 있을게
너 하고 싶은 생각 해
하는데...
[애잔한 음악]
너
진짜 괜찮은 거지?
심장은 잘 뛰는 거 같은데
나가라고
어, 안 그래도 나가려고 그랬어, 지금
어떻게, 방만 나갈까, 집을 나갈까?
집을 나가면 좀 추운데
내가 방을 나가서 소파에서 잘게
거기서 안 들려
아, 진짜 안 들려
내가 들리면 얘기할게 솔직하게 양심적으로
어? 들린다고
생각 좀 살살 하라고
알았으니까 일단 나가
어
[문이 드르륵 닫힌다]
[오디오를 탁 켠다]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방에 들어가 나 여기서 자야 돼, 오늘
왜?
하, 청이가 나가래
청이가 나가래?
왜, 너 뭐 들켰구나?
아니야, 나 뭐 더 들킬 거 없어
사기 치는 거 알았으면 다 들킨 거지, 뭐
그렇지, 그러면 뭐 너 더 들킬 건 없는데
근데 왜 갑자기 나가래?
생각할 게 있대
그러면 아직 들킬 게 남아 있다는 얘긴데
없다니까
쯧, 야, 여자가 '생각할 게 있다'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냐?
뭔데?
그건 한마디로
'네가 네 죄를 알렸다' 남자가 죄가 있다는 얘기야
남자가 지은 죄에 대해서 여자가 생각을 한번 해 보겠다는 거지
어떻게 할지
능지처참을 해 버릴지 그냥 곤장 몇 대 때릴지
그게 그런 얘기라고?
그럼
야, 너 정말 청이한테 뭐 속이는 거나 숨기는 거나
뭐 들킬 거 남아 있는 거 아니야?
[답답한 한숨]
[무거운 음악] (서희) 그래서
기억나는 거 다 말해 봐!
강지현
천사 보육원, 그리고
(어부) 사람 아니여?
내가 모르는 사람들 내가 모르는 시체들
죽은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막 들려요
그런데 왜 나한테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당황한 숨소리]
저기, 내 말 잘 들어
갑자기 왜 당신 기억이 오락가락하는지 모르겠는데
기억이 사라졌어도
마대영은 마대영이야, 응?
마대영
하, 마대영...
어떤 사람이었어요?
반드시 복수하는 사람
복...
아, 복수
정말 기억 안 나?
안 나요
(서희) 세상이 너를 버렸잖아
자기들끼리만 행복했잖아
너 태어나서 언제 한번 행복한 적 있었니?
늘 벌 받는 기분으로 살아왔잖아
그래서 복수했잖아, 너를 버린 세상에
넌 할 일을 했어, 늘
그래서 내가 정말 그 많은 사람을
죽였단 말이에요?
난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는데
늘 기억이 안 난다고 했어
분노 조절 장애가 있었거든
폭발하고 나면 그게 기억이 안 나는 건가 봐
걱정하지 마
언제나 그랬듯이 네 옆엔 내가 있잖아
누구한테 복수하는지는
내가 가르쳐 줄게, 응?
[문이 드르륵 열린다]
(준재) [큰 소리로] 밥 먹어!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나 진짜 아무것도 안 들려
나와서 밥 먹어
빨리 와!
[밝은 음악]
[문이 드르륵 닫힌다]
[재료를 탁탁 썬다]
[헤드폰에서 시끄러운 음악이 나온다]
그거 내 거 아니야?
(준재) [큰 소리로] 뭐라고?
왜 이렇게 시끄러워?
[재료를 탁탁 썰며] 어, 아침밥 된장찌개야
왜, 왜 이렇게 시끄럽냐고
아, 된장찌개!
(태오) 뭐 하는 거야, 이거 내 거거든
아, 나 당분간 이것 좀 필요해 나 좀 빌려줘
야, 근데 조용하니까 좋다, 아
(준재) 나 귀청 터지는 줄...
[준재가 콜록거린다]
아니, 근데 왜 귀를 막았는데 목이 아프냐
머리 좋은 애가 한번 생각을 해 보지 그래
왜 목이 아픈지
[헤드폰에서 시끄러운 음악이 나온다]
(준재) [큰 소리로] 찌개 완전 맛있다!
어? 간 딱 좋아
밥 먹자
(준재) 밥 먹어
빨리 와!
(동표) 아, 그게 왜 안 돼요!
너, 그 증거들 다 어떻게 찾은 건데, 영장도 없이?
남의 가택 침입해서 불법 채증 그거 아니야?
너 옷 벗고 싶어?
왜 가택 침입이에요! 허준재가 그 집 아들인데, 예?
아들이 자기 집 들어간 건데 뭐, 문 따고 들어간 것도 아니고
열어 줘서 정정당당하게 들어갔다니까
아이고, 방역 업체 직원복 입고?
걔가 원래 그런 옷을 좋아해요
어? 제복 같은 거
그건 개인의 취향이잖아
시끄러워, 인마!
강서희가 가지고 있던 약 항콜린제라고
마취할 때 근육 이완제로 쓰이고 불면증 환자한테 처방되는 약이에요
(동표) 이거 먹이고 이거 각막에 찌른 게 분명하다니까
불법으로 얻은 증거는 증거로 인정이 안 되잖아, 글쎄
[책상을 탁 치며] 그, 알 만한 놈이 왜 그래, 너?
아, 뭘 알 만해
나 알 만하지가 않다고
통 모르겠다고
[동표가 숨을 하 내뱉는다]
그 네 아버지 안과 담당의 만났는데 미세 바늘 보더니
그 정도 바늘에 찔린 상처라고 볼 수 있다는 소견 주시더라
얼른 각막 이식받으셔야 할 거라던데
(동표) 뭐, 다른 거는? [프로그램 작동음]
(준재) 유언 공증 선 증인들이랑 변호사 계좌 추적하고 있어요
아이고, 그게 그렇게 쉽게 뚫려서야
[프로그램 작동음]
난 못 본 거로
[긴장되는 음악]
아줌마!
(가정부) 네, 사모님
여기 누구 들어온 적 있어?
아니요, 아, 얼마 전에 방역 업체 정기 점검 왔을 때...
(서희) 여기 아무나 들이지 말라고 했잖아! [도청기 작동음]
[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야, 눈치채는 거 아니야?
내일을 디데이로 하죠
수색 영장 받아 주시고요
그거 안 되면 영장 없이라도 밀고 들어가요
[어두운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 (서희) 여보 - (일중) 응
약 먹어요
컨디션 빨리 회복해야지
백내장 수술도 하지
어, 그래, 여기 둬
내가 좀 있다 먹을게
- (서희) 그래요 - (일중) 응
(준재) 강서희의 본명은 강지현
두 번의 결혼을 했었고
두 명의 남편 모두 외상성 각막 손상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신부전증으로 사망했어요
[심전도계 작동음] 준재 만나셨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남 부장님도 곧 일어나실 거예요
(남 부장 처) 의사 선생님도
이런 경우엔 기적처럼 회복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시긴 하는데
살면서 늘 운이 나쁜 편이었지
기적이 내 편인 적이 없었어서
[남 부장 처의 허탈한 웃음]
한 사람에게 좋은 운과 나쁜 운은 양이 정해졌다잖아요
여태까지 나쁜 운만 다 썼으니까
이젠 좋은 운만 쓰게 될 거예요
기적처럼
[긴박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관계자) 최명규 씨?
(남두) 네, 네, 인사 올리겠습니다
[명함을 쓱 내밀며] 최명규입니다
- (관계자) 이건 제 겁니다 - (남두) 아, 네
근데 센토사섬에서 그렇게 큰 규모로 아쿠아리움이 만들어져요?
네
아, 저는 뭐, 이쪽 전문은 아니고요 투자 전문이라 시장 조사 중입니다
네, 저, 가시죠
네
(관계자) 샌드타이거 같은 상어는 미국 플로리다에서 온 앤데
몸값이 한 1억 원 정도
고래상어는 10억 정도 하거든요
아, 그래요?
[관계자의 흡족한 웃음]
아, 그런데요
인어가 있다면 그건 얼마 정도 할까요?
인어요? 진짜 인어요?
그, 인어 쇼 하는 그런 인어 말고 실제 인어
[당황한 웃음]
씁, 글쎄요, 그, 인어로 추정되는 사체가 발견된 적은 있는데
그, 조작인지 아닌지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어두운 음악] 만약 진짜 살아있는 인어가 발견된다
아, 이거 값을 못 매길 것 같은데요
뭐, 수천억 하지 않을까요?
[관계자의 옅은 웃음]
아, 저, 근데 그건 왜요?
아, 그냥... 내가 친한 인어가 있어 가지고
[함께 껄껄 웃는다]
아, 저도 친한 인어, 저도 좀 소개시켜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아, 좋죠
[함께 껄껄 웃는다]
- (관계자) 가시죠 - (남두) 네
(남두) 울어 봐
울어 보라고?
왜, 왜 울어 보라고 했지, 내가
아, 눈물...
눈물이라
[문이 드르륵 열린다]
[남두의 힘주는 신음]
(준재) 야, 날라리 인어
너 저번에 로맨틱 러브 어쩌고 하더니
자꾸 더티 쪽으로 흘러가
(심청) 뭐가 더티 러브야, 이 정도로 장난해?
(남두) 인어?
[준재의 옅은 웃음]
(남두) 말도 안 돼
[함께 웃는다]
(거지) 어디가 아픈 거야?
전화 받고 깜짝 놀라서 학원 땡땡이치고 왔어요
와 줘서 너무 고마워
나는 그냥 얼굴 보고 싶어서
(심청) 내가 조만간 여길 떠나게 될지도 몰라
미리 작별 인사 하고 싶었어
[잔잔한 음악]
넌 내가 여기 와서 처음 만난 정말 좋은 친구였어
(심청) 내가 힘들 때마다 의지도 돼 줬고
가끔은 네가 더 언니 같았다
그건 쪼끔 부담스러운데요
뭐, 부담스러워도 할 수 없어 그건 사실이니까
그럼 난?
난 너한테 뭐였어?
(심청) 넌 선생님
[쑥스러운 웃음]
나 여기 와서 아무것도 모를 때 네가 다 알려줬잖아
넌 정말 똑똑해
아휴, 뭘, 또
정말이야, 네 얘긴 나만 듣고 있기 너무 아깝다니까
근데 너나 들어주지 아무도 안 들어, 내 말
(거지) 괜히 말 걸면 돈을 주든지 침을 뱉든지, 둘 중 하나라고
아무래도 꼬라지가 이러니까
네 꼬라지가 어떻든
넌 나한테 정말 훌륭한 인생 선생님이야
(심청) 널 여기서 우연히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어
원래 인생은 우연한 만남의 연속이래
(거지) 그 우연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면
좋은 인연들로 가득한 인생이 되는 거고
아니면 쓸쓸한 인생이 되는 거고
거봐, 귀에 쏙쏙 들어오잖아
넌 정말 훌륭한 인생 선생님이야
맞아요, 나도 늘 많이 배우네요
(심청) 어디 한번 안아 보자, 내 친구들
[휴대 전화 벨 소리]
(시아) 어, 준재야, 난데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나 지금 너희 동네 카페거든
지금 잠깐 볼 수 있어?
나 너한테 꼭 할 말 있는데
어, 그렇지 않아도 나도 너한테 할 얘기 있었어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준재) 얘기 들었을 거야
- (준재) 우리 엄마... - (시아) 응, 알아
한집에 살면서
왠지 아주머니가 친근하고 남 같지 않고 그랬는데
헤어졌던 너희 어머니라니, 참
이런 게 인연인가 싶고 그렇더라
인연?
어떤 인연?
어, 그게 그러니까...
네가 이 얘기 어떻게 들어줄지 모르겠어
타이밍이 이미 늦어 버렸는지도 모르겠고
근데 나 꼭 한번은 말하고 싶어, 준재야
그래, 얘기해
나 너 많이 좋아해 친구로 말고 남자로
7년 동안 네 눈보다 등을 더 많이 바라봤지만
지금 네 마음속에 누가 들어 있는지 모르는 거 아니지만
너 좋아해, 그러니까 기다릴 수 있어
기다린다고?
어차피 청이 씨는 가 버릴 사람 아니야?
이상하고 신기하고 매력 있고 사랑스러운 여자라는 거 알아
그렇지만 이대로 여기 계속 머무를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나 기다리지 마
[쓸쓸한 음악]
청이는 어디 안 가 내 옆에 계속 있을 거야
만약에 청이가 어딜 가도 내가 거기로 따라갈 거야
그러니까
나 기다리지 마, 시아야
이제 내 등도 보지 말고
네 눈을 봐 줄 수 있는 좋은 남자 찾아
좀 더 빨리 얘기를 해 줬어야 됐는데
미안해
네가 여기를 왜 또 왔냐?
네가 왔길래, 내 집에
- 그것도 쥐새끼처럼 몰래... - (준재) 이 새끼가...
이 새끼가!
[화난 한숨]
왜?
너 내 집에 왜 들어온 건데?
아버지라도 만나려고 그랬냐?
하, 준재야
아버지는 사기꾼 아들 보고 싶지 않으시대
아들은 나 하나면 충분하시대!
닥쳐라
왜?
[의미심장한 음악] 내가 틀린 말 했어?
너 사기꾼 맞잖아
야, 씨, 쪽팔리게 뭐냐, 그게?
아버지 눈 그렇게 된 거 왜 얘기 안 했어?
난 얘기 했어, 분명히 무시한 건 너야
그게 네 어머니 때문이라는 것도?
네 어머니가 한 짓들
너 다 알고 있었지?
다 알면서 두고 본 거냐?
왜
왜, 이 미친 자식아!
처음으로 생긴 네 아버지라며
근데 어떻게 그래
(치현) 놔!
안 놔!
지금 당장 네 어머니 멈춰
내 아버지한테 하려는 짓 못 하게 해
이미 내가 알았고
나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아
여기서 더 가면 너랑 네 어머니
둘 다 죽어
내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 거야
청이 씨가 찾아왔더라
겨우 집에 몰래 숨어들려고 청이 씨를 나한테 보내?
내 발 좀 묶어 두겠다고?
네가 누굴 지킬 주제가 된다고 생각해?
[잔잔한 음악이 새어 나온다]
[음악 소리가 요란하다] [문이 드르륵 열린다]
[문이 드르륵 닫힌다]
[오디오를 탁 끈다]
왜?
내가 듣지 않았으면 하는 네 생각들
다 얘기해 줘
지금 왜 이러는지도
[애잔한 음악]
내가 너한테 준 팔찌
(심청) 바다 깊은 곳에서 그 팔찌를 발견했을 때
난 그냥 우연이라고 생각했어
[신비로운 효과음]
그런데 이제 돌아보니까 우연 아니었어
그 순간 모든 게 다시 시작된 거였어
널 다시 보려고
그 먼바다를 건너서 여기까지 온 이유가 뭘까
늘 궁금했었어
근데 그것도 결국은 운명이었어
다시 시작하면 안 될...
무슨 소리야
잘 산다며
아프지도 다치지도 않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늙어 간다며
그게 지난 생 우리의 마지막 이야기라며
왜 거짓말했어?
오래오래 행복하게 아니잖아
너는 나 때문에
나는 너 때문에
우리 결국 죽었잖아
차가운 바닷속에서
그거
어떻게...
너, 아버지 집에 간 날
나 그날 허치현 씨 만났어
그리고 마대영도 봤어
마대영의 손을 잡고 그 사람의 기억을 다 지웠어
그러다가 봤어
그 사람 기억 속에 얽힌 우리의 마지막 이야기를
그리고...
나한테 가장 무서운 꿈은
모든 게 반복되는 꿈이야
모든 게 반복되는 꿈?
네가 말하는 무서운 꿈의 의미를 알게 됐어
그러니까
내가 너의 가장 무서운 꿈이었어 그렇지?
아니야
그렇게 반복되는 걸 알면서도
그 길을 또 가려고 했어, 넌
아니라고
누가 반복된대
그럴 일 없어
내가 오지 말았어야 했어
그럼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겠지
그래서
후회해?
[쓸쓸한 음악] 나 만나고 여기 오고
우리 함께한 거?
아니
후회하지 않아
어떻게 후회할 수 있어
나도 그랬어
그 사실을 다 알고도
도무지 후회가 되지 않더라
내가 널 만나게 된 건
어떻게 생각해도 후회가 되지 않는 일이었어
네가 나 때문에 죽을까 봐 무섭단 말이야
만약에
정말 만약에 그런 일이 생겨도
네 심장은 계속 뛰어야 돼
[준재의 걱정하는 한숨]
너도 이제 알 때가 됐잖아
네 옆에 내가 없어도
내가 널 계속 사랑한다는 사실
[휴대 전화 벨 소리]
- (태오) 여보세요 - (시아) 야, 이 나쁜 놈아!
너 때문에 다 망했잖아
이제 나 어떡해
[시아가 울먹인다] [태오의 체념한 한숨]
어디야?
[잔잔한 반주가 흘러나온다] (시아)
♪ 우정보다는 가까운 ♪
♪ 날 보는 너의 그 마음을 이젠 떠나리 ♪
♪ 내 자신보다 ♪
♪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널 아끼던 ♪
♪ 내가 미워지네 ♪
[시아가 흐느낀다]
♪ 멈추고 싶던 순간들 ♪
♪ 행복한 기억 ♪
♪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던 너를 ♪
태오야, 너도 이렇게 아팠니?
이렇게 슬펐니?
나는 정말...
나는 정말...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아파
난 정말 너무 많이
너무 오랫동안 좋아했단 말이야, 난
[시아가 흐느낀다] [태오가 다독인다]
[뒤척이는 신음]
(서희) 당분간 여기서 지내
[의미심장한 음악]
지하 방에는 아무도 안 가니까
낮에는 거기 가 있고
(서희) 도우미 아줌마 오후 5시면 퇴근하니까
(동표) 야, 야!
[장 형사의 대답하는 신음] (서희) 저녁에는 올라와 있어도 상관없어
이거 누구한테 하는 소리야?
누구 지금 저 집에 들어간 사람 있냐?
강서희 차만 주차장으로 들어갔는데
그 차에 뭐 누구 다른 사람 타고 있었나?
허일중, 당신 목소리 알고
새로 들어온 자기 비서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옆에서 시중드는 척 동태 살펴
어디 못 나가게 하고
(서희) 누구 핸드폰으로 연락하거나 하는 거 절대 못 하게 하고
눈이 안 보이니까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거야
아직도 뭐,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
아휴, 정신 좀 차려!
이제 거의 다 왔는데
[놀란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음산한 음악]
(서희) 허일중, 당신 목소리 알고
새로 들어온 자기 비서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옆에서 시중드는 척 동태 살펴
어디 못 나가게 하고
누구 핸드폰으로 연락하거나 하는 거 절대 못 하게 하고
눈이 안 보이니까...
[서희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거 지금 누구한테 얘기하는 거야?
상대방 쪽 목소리가 전혀 없어서
(서희)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
아휴, 정신 좀 차려!
마대영
(서희) 이제 거의 다 왔는데
마대영이에요
그 사람은 지금 아무것도 기억 못 하니까
뭘 기억 못 한다는 거야?
자기가 누군지 여태 무슨 짓들을 했는지
(동표) 아니, 마대영이 그걸 왜 기억을 못 한다는 겁니까?
그건 그 자식 잡아서 직접 물어보시고
수색 영장은요?
내일 아침 일찍 나올 것 같다
[안도의 한숨]
고마워요
[휴대 전화 전원 종료음]
[문이 덜컥 여닫힌다]
- (서희) 여보 - (일중) 어?
나 저녁에 급한 약속이 생겼어요
약 먹고 일찍 자요
어, 그래, 여기 놔둬
약 꼭 챙겨 먹어요
어, 그래, 어
당신, 핸드폰 어디 있어요?
글쎄, 잘 모르겠는데
[무거운 음악]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삐 소리 후...
- (서희) 갔다 올게요 - (일중) 응
서희야
왜요?
넌 나 만나서
단 한 순간만이라도 날 사랑한 적이 있었냐?
단 한 순간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죠
- (서희) 갔다 올게요 - (일중) 어
[문이 달칵 닫힌다]
어디 가는 거야, 이 시간에
[사이드 브레이크를 덜컥 푼다]
어, 아들, 어디야?
오랜만에 엄마랑 술 한잔 안 할래?
사람들 많은 데서
[의미심장한 음악]
저 약속 있어요
다른 사람들이랑 드세요
집으로 가 주세요, 빨리요
[괴로운 신음]
[휴대 전화 전원음]
[가쁜 숨을 몰아쉰다]
[통화 연결음]
변호사 차명 계좌로 돈이 입금된 거 같아요
[의아한 한숨]
[휴대 전화 진동음]
[통화 연결음]
[힘겨운 숨소리]
[안내 음성]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삐 소리가 나면 메시지를 남겨 주세요
[비프음이 삐 울린다]
준재야
벌써 들어오면 안 되는데
[숨을 후 내뱉는다]
(일중) 준재야
아버지가 잘못했다
[어두운 음악] 준재야
형, 홍 형사님 연락 좀
(준재) 아, 그리고 나 오늘 못 들어올지도 몰라
청이 좀 부탁해
왜, 무슨 일이야?
[문이 철컥 닫힌다]
무슨 일이야?
글쎄
(일중) 네 말이 맞았다
아버지 선택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잘못됐구나
그걸 인정하는 게 왜 이렇게 힘들었는지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
늘, 늘 그리웠는데
너와 네 어머니가 함께했던 우리가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는데
[울먹이며] 왜 그 마음을 모른 척하고 살았는지
잘못했다는 말이 왜 뭐 그렇게 힘들었는지
이제 와 너무도 후회스럽다, 준재야
[구급차 사이렌이 들린다]
[쓸쓸한 음악]
(일중)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은
다시 한번
내 아내의 남편으로 내 아들의 아버지로
그러고 싶은데
그건 내 욕심이겠지
미안하다, 준재야
사랑한다, 내 아들
[놀란 숨소리]
[준재의 떨리는 숨소리]
아니야
아직 아니야
아직 아니에요, 아버지
안 돼
[준재의 떨리는 숨소리]
아, 잠깐만요, 잠깐만, 아버지 아, 잠깐만...
[준재가 흐느낀다]
[준재의 괴로운 신음]
안 돼
[오열한다]
아직 아니에요, 아버지
아직 안 돼
아빠
아빠, 미안해 [구급차 문이 탁 닫힌다]
미안해요
[구급차 문이 달칵 닫힌다]
[구급차 사이렌이 울린다]
[준재가 흐느낀다]
(준재) 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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