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의 전설 19
[어두운 음악] (서희) 놔!
너, 너, 허준재!
아, 이거 못 놔?
[경찰차 사이렌이 울린다]
[서희의 저항하는 신음]
(치현) 어머니
어, 치현아
(치현) 야
야!
[치현의 힘주는 신음]
- (서희) 치현아 - (치현) 놔!
(장 형사) 아, 빨리 타요
[형사의 아파하는 신음]
허준재!
(심청) 그 사람 얼굴을 봤어
허치현
[차분한 음악]
[형사들의 힘주는 신음]
[치현의 저항하는 신음]
[치현의 분노한 신음]
[치현의 분노한 신음]
[애잔한 음악]
(심청) 허준재
또 너만 나를 지킬까 봐 무서웠는데, 너무 기뻐
끝을 바꿨잖아
이번엔 내가 널 지켰잖아
아니야
안 돼
아니야, 아, 제발...
(심청) 이제 너도 알 때가 됐을 거야
(준재) 아, 제발!
(심청) 내가 네 곁에 없어도
나는 널 계속 사랑하고 있다는 걸 [준재가 심청을 연신 부른다]
그러니까
내가 없는 모든 순간을 행복하게 살아야 돼
[준재가 소리친다] (심청) 많이 웃고 사랑받으면서
보통의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준재가 흐느낀다]
너도 편안하게 오래오래...
[구급차 사이렌이 들린다]
내가 너의 상처가 되는 거
무서운 꿈이 되는 거 바라지 않아
[구급차 사이렌이 울린다]
[떨리는 숨소리]
가지 마
아무 데도 가지 마
(심청) 사랑해
사랑해
(준재) [울먹이며] 빨리 좀 가 주세요
빨리!
하, 청아
사랑해
[의미심장한 음악]
(TV 속 앵커) 부동산 재벌 허 모 씨의 아내 강 모 씨가
남편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 (서희) 치현아! - (장 형사) 아, 빨리 타요
(TV 속 앵커) 강 모 씨의 아들이자 허 씨의 양자인 A 씨도
살인 방조 및 살인 미수 등의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강 씨는 자택에서 키우던 투구꽃의 뿌리에서 추출되는
- (서희) 이거 풀어요! - (경찰) 좀 조용히 좀 하세요!
(TV 속 앵커) 유독 성분인 아코니틴으로 남편인 허 씨를 살해했으며
허 씨의 친아들인 B 씨까지 납치, 살해하려 했으나
현장에 미리 잠복해 있던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A 씨가 경찰에게 탈취해서 쏜 총에
B 씨의 여자 친구가 맞아 중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허 씨가 숨진 뒤 강 씨는 상속 이전을 준비하고 있었고 [진주의 놀란 신음]
공증을 받은 유언장 역시 위조된 것임이 밝혀져 [진주의 안타까운 탄성]
(TV 속 앵커) 경찰은 강 씨가 재산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모든 범죄에 조력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공범을 추적하는 데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차 사이렌이 울린다]
[어두운 음악]
(치현) 투구꽃에서 추출한 아코니틴이란 독 성분으로 만든 주사 앰풀이야
혹시라도 실패할 수 있으니까 두 개 가지고 있어
(남두) 에이, 내 실력을 뭐로 보고
원 샷 원 킬! 돈 워리
(치현) 그래, 그럼
저, 잠깐 화장실 좀 들렀다 가도 될까요?
[흐느낀다]
[울음 섞인 한숨]
[떨리는 숨소리]
[치현이 훌쩍인다]
[애잔한 음악]
[준재의 가쁜 숨소리]
(준재) 청아 걱정하지 마
괜찮아, 하, 제발!
하, 제발...
[걱정하는 한숨]
(장 형사) 넌 지금 살인미수야, 알아?
그것도 경찰관 총기 피탈했으니까 특수 공무 집행 방해에...
(대영) 내가 왜 궁지에 몰린 짐승처럼 쫓기며 사는지
왜 매일 벌 받는 것처럼 사는지
나도 모르겠어
근데 네 인생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
네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그런 생각이 드네
[피식 웃는다]
[힘겨운 숨소리]
[괴로운 신음]
뭐야?
너희가 함정 수사 한 거잖아
도청한 거, 그거 불법이잖아
흥, 그게 증거가 돼?
그건 불법 아니에요
허준재가 자기 목소리 녹음하는데, 강서희...
아니지, 강지현 씨 당신이 끼어든 거니까
그건 증거가 됩니다
하, 웃기고 있네 [동표가 피식 웃는다]
너희들이 다 짜고 쳤잖아
내 변호사 오면...
어쩌나, 그 많던 변호사 다 사임하셨다네
더 구하시든가 아니면 국선 변호사 선임하시든가 [노크 소리가 들린다]
뭐?
(동표) 뭐야?
[작은 목소리로] 허치현이 약 먹은 거 같은데요
뭐?
하, 왜?
내 변호사 왔니?
(서희) 그래서 너희들 놀랐니?
아, 그게 아니고
당신 아들 허치현이가...
우리 치현이가
우리 치현이가 뭐?
[쓸쓸한 음악] [문이 쾅 열린다]
(서희) 치현아
치현아!
(서희) 치현아! [치현의 힘겨운 신음]
의사 불러!
(장 형사) 119 불렀으니까 1분 안에 올 겁니다
[힘겨운 목소리로] 소용, 소용없어요
치현아
내가
[가쁜 숨을 몰아쉰다]
참을 만큼 참아서
시간 끌었거든
하, 왜 그랬어, 치현아
왜 그랬어, 치현아!
어머니
어, 어, 그래, 치현아, 응, 그래 [치현이 오열한다]
응? 치현아, 응?
어머니가
(치현) 내 어머니인 게
[오열한다]
너무 저주스럽습니다
[힘겨운 신음]
치현아, 치현아!
(서희) 치현아
치현아!
치현아!
[안타까운 비명]
아, 치현아!
[다급한 비명]
안 돼, 치현아, 안 돼!
아, 치현아
아, 안 돼!
[걱정스러운 한숨]
준재야
방금 홍 형사님한테 연락 왔는데
허치현, 죽었단다
걔가 나한테 주사 앰풀 원래 2개 줬었거든
근데 나 필요 없다고 하나만 받아서 그거 바꿔치기했었거든
그 남은 하나를 허치현이 가지고 있었던 모양인데
그거 마신 모양이다
워낙 독한 거라
경구 투입해도 시간 차만 나지 치명적인 건데 그게
[허탈한 한숨]
아, 이 끝까지 무책임한 자식
[남두의 한숨]
[심전도계 작동음]
(의사1) 보호자가 누구십니까?
전데요
(준재) 수술은 잘 됐습니까, 선생님?
[익살스러운 음악] 뭐, 잘됐다고 봐야겠죠
이건 뭐 잘된 정도가 아니라 기적이라고 해야 될 것 같은데요
총알이 우심실을 뚫고 좌심실을 관통한 상황이었으니까요
(의사1) 저는 뭐, 이런 경우에 살았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으니까요
뭐, 학계에 보고된 케이스도 없고
[생각하는 신음]
- (의사1) 너는 뭐, 본 적 있니? - (의사2) 아니요
[호응하는 신음]
(의사1) 출혈도 워낙 많았고 당연히 혈압도 떨어지고
이런 경우에 보통 쇼크가 오기 때문에
인공 심폐기를 돌렸는데
관통한 부위를 봉합하고 나니까
[의사1의 의아한 신음]
이게 원래는 이렇지가 않은데
그 심전 근육이 아주 쉽게 돌아왔습니다
바이털 사인은요?
이것도 원래는 그렇지가 않은데 급격히 회복되고 있습니다
물론 총상 자체가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의식 회복이 언제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요
(준재) 감사합니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합니다
이미 출혈량이 많았기 때문에
뇌로 가는 혈류가 약해졌다면
뇌의 기능이 상실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어서
의식이 돌아온 후에 다시 얘기하시죠
알겠습니다
씁, 근데 이분 그, 평소에
뭐, 특별히 이상한 거 드시거나 그러시진 않으시죠?
(남두) 아, 이상한 거라기보다는 특별히 많이 먹습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당황한 숨소리]
(준재) 아,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의사1의 당황한 신음]
[생각하는 신음]
[안도의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어린 담령의 걱정스러운 한숨]
(시아) 야, 이 자식아
그렇게 가면 어떻게 해
어떤 년한테 가는 건데!
[경쾌한 음악]
아, 뭐야
아, 무슨 새해 벽두부터 소박맞는 꿈을 꾸고
그리고 웬 족두리?
하, 짜증 나
(진주) 말해 봐
자기는 [동식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나 대신 총 맞을 수 있어?
[익살스러운 음악]
돌까지는 맞을 수 있을 것 같아
[한심한 한숨]
그럴 줄 알았다, 내가
자기는?
난 애들 키워야지
내가 총 맞아 봐라 우리 애들 누가 키우니?
웬 갑자기 총 얘기예요?
아직 못 들었어요?
(진주) 되게 친하다더니 안 친한가 봐
쩝, 그런가 봐
뭐가요?
아가씨 친구
(진주) 그, 우리 유란 언니 아드님, 허준재 씨
준재가 왜요?
(진주) 그 집 양아들이요 친아들 허준재한테 총을 쏴 가지고
네?
(진주) 거기다가 그 총을 또 여자 친구가 대신 맞아 가지고
영화 같죠, 그렇죠?
그래 갖고 지금 병원에 있대요
그래서 유란 언니가 새벽에 병원으로 갔어, 수술 결과 본다고
아유, 뉴스 좀 봐요, 뉴스 좀!
[심전도계 작동음] 아휴, 수술은 잘됐다면서
왜 계속 이렇게 의식이 없는 건데
큰 수술이어서 시간이 좀 걸리나 봐요
[걱정하는 한숨]
이러려고 그런 얘길 했나
무슨 얘기요?
(유란) 얼굴이 며칠 만에 핼쑥해졌다
이거 먹어
엄마, 인어공주 이야기 알죠?
알지
(심청) 마지막에 인어가 칼을 갖게 되잖아요
[애틋한 음악] 그 칼로 왕자를 죽이게 되면 자기는 살고
죽이지 못하면 자기는 물거품이 돼서 사라지는 거고
엄마는 어떻게 할 거예요?
그런 걸 왜 물어봐?
내 생각에는 인어가 사라지는 게 맞아요
왜냐면 그 모든 게
다 인어가 욕심을 내서 뭍으로 올라왔기 때문에
시작된 이야기니까
내 생각은 안 그런데
왜요?
옛날에 어떤 젊은 어부가 바다에 나갔다가 배가 뒤집혔는데
인어를 만나 목숨을 구하고
그 인어와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낳고 행복하게 살았대
인어와 사람 사이에 태어난 그 아이들은
더러는 바다로 돌아가고 더러는 땅에 남아서
그 마을 사람들의 수호신 같은 존재가 됐다는 거야
바다의 인어들과 소통하면서 폭풍우가 일 거 같으면
바다에 나가지 말라고 미리 얘기를 해 줬대
[심청의 한숨]
(유란) 이런 인어 이야기도 있잖아
인어가 뭍에 올라온 건 욕심이 아니고 사랑이야
모든 이야기가 해피 엔딩이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이야기도 있으니까요
얘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유란) 응
그래 놓고 이런 일이 있으니까 마음이 너무 아프다
얼른 깨어나야 고맙다고 얘기라도 할 텐데
아니, 어떻게 총알 앞에 뛰어들 생각을 하니
[잔잔한 음악]
(준재) 차라리 가볍게 총을 맞고
총 안 돼, 돌고래처럼 죽어
그러게
총을 그렇게 무서워하던 애가
겁도 없지
- (준재) 근데 엄마 - (유란) 응?
진짜 그런 전설 있는 거 맞아요?
진짜 그 인어랑 결혼해서 애도 낳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대?
기억 안 나?
어렸을 때 너 잠 안 온다고 하면 엄마가 그 얘기 자주 해 줬어
너 그럼 얼마나 좋아했는데
그랬구나
그거 정말이면 좋겠다
아, 참, 내가 여기 있을 테니까
너, 남 부장 아줌마한테 저것 좀 갖다주고 올래?
네
(남두) 어디 가?
(준재) 같이 갈래? 가자
[힘주는 신음]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드르륵 열린다]
[심전도계 작동음] - (준재) 아주머니 - (남 부장 처) 어머, 준재야
(남 부장 처) 어휴, 소식 들었어 어쩌다 이런 일이 있니
(준재) 네
수술은 잘 끝났어요
아, 친한 형이에요
- (남 부장 처) 아, 예 - (남두) 안녕하세요
아, 준재한테 아저씨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아유, 참, 인상도 참 좋으시고
씁, 아, 나 이분 어디서 많이 뵌 거 같은데 [의미심장한 음악]
(준재) 뭐? [남두가 살짝 웃는다]
[떨리는 숨소리]
이 길로 곧장 가 고개를 넘으면 강춘 객주라고 있을 것이오
[밝은 음악] 예?
[엽전이 짤랑거린다]
박무가 맡긴 말을 내놓으라고 하시오
그 말을 타고 한양으로 가서
현령이 부탁한 그 일, 하시오
왜 이러시는지...
갚으려고
은혜도 갚고 원수도 갚고
설명할 시간 없으니 어서 움직이시오, 어서!
[박무의 힘주는 신음]
고맙소
(준재) 이거, 어머니가 전해드리래요 [남 부장 처의 감탄]
(남 부장 처) 뭘 이런 걸, 너무 고마우셔라
- (준재) 식사 거르지 마시고요 - (남 부장 처) 그래, 고맙다
[밝은 음악]
[놀란 탄성]
박무
여보!
어머, 당신 눈 뜬 거야? 말한 거야?
(남 부장 처) 선생님!
선생님!
아저씨
박무
박, 박, 박, 뭐?
아, 저 박무 아닌데, 조남두인데
담령
[남 부장의 안도의 한숨]
준재야
길고 긴 꿈을 꾸었구나
잘 깨어나셨어요
그때도 지금도
제 친구가 돼 주셔서 감사합니다
[심전도계 작동음] [준재의 걱정하는 한숨]
왜 안 깨어나지
그러게 수술 경과 분명히 좋다 그랬는데
씁, 확실히 우리랑은 뭐가 좀 다른가
신경학적으로나 뭐로나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아, 사실 지난번에 너희 둘이 하는 얘기 들었다
네가 청이한테 뭐 인어 어쩌고저쩌고하는 거
[잔잔한 음악]
[헛웃음]
하, 아이, 농담한 거지
믿어, 그 말을?
장난하냐?
그러게, 우리 집이 무슨 만화 동산도 아니고
나도 이게 왜 믿어지는지 모르겠는데
난 믿어져
청이는 우리랑 같은 부류가 아니야
인어 맞아
야, 긴장하지 마
내가 뭐 네 여자 친구 어떻게 할까 봐?
어, 그러고도 남지
야, 내가 돈 앞에 쩝, 아무리 뵈는 게 없는 놈이지만
두 가지 원칙은 지킨다
뭐?
원수는 반드시 갚는다
은혜에도 웬만하면 갚는다
뭐, 청이가 비록 날 구해 준 건 아니지만
내 준재를 지켰잖아
내 준재를
야, 그런 청이를 내가 뭐 어떻게 하겠어?
'내 준재'라니
미쳤어?
하, 뭐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오글거리게
야, 그러게, 진심이었지만 얼결에 뱉고 나니 나도 오글거리네
[준재와 남두의 질색하는 신음]
(심청) 허준재는 내 준재야
건들지 마
[애틋한 음악] 깬 거야, 청?
(남두) 역시, 역시 불사신 청!
괜찮아?
너 안 깨어나면
나 진짜 따라갈 뻔했어
왜?
더 예쁜 여자 만나서 잘 먹고 잘 산다며
없잖아, 너보다 더 예쁜 여자가
아무리 찾아봐도
찾아는 봤고?
하, 생각해 봤는데
쩝, 인생이 짧잖아
내 사랑은 내 인생보다 길 것 같아
그래서 이번 생에서는 내 사랑은 끝나지 않을 것 같아
고마워
다시 돌아와 줘서
누구 보고 오글거린다는 거야
[문이 드르륵 열린다]
[카메라 셔터음] - (시민1) 나온다 - (시민2) 살인자다!
- (시민3) 살인마야! - (시민4) 야, 이 살인마야!
(시민4) 당신은 사람도 아니야
에이, 살인마야!
(시민4) 당신은 인간도 아니야!
[시민들이 저마다 비난한다]
네가 다 이긴 거 같지?
(서희) 아니야, 이게 끝난 게 아니야!
[시민들이 저마다 비난한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이대로 끝난 게 아니야
끝나면 안 돼, 알겠어?
우리 아들만 이렇게 당하면 안 된다고
이대로 끝내지 마, 끝내지 마!
[어두운 음악] [시민들의 비난이 흘러나온다]
[휴대 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진 교수) 네, 진경원입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마대영 씨?
[통화 연결음]
준재야, 마대영이 지금 이쪽으로 오고 있다
(준재) 네, 지금 그쪽으로 갈게요
[휴대 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어, 형, 난데 지금 홍 형사님한테 연락 좀
마대영이 진 교수님한테 오고 있대
(진 교수) 기억이 전혀 안 나십니까?
그 여자를 만난 그때부터만 기억이 나요
근데 굳이 왜 다시 기억을 찾고 싶으십니까?
기억이 없이 헤매본 적 있어요?
두 눈을 가린 채 사방에서 짐승 소리가 들리는
숲속에 갇혀 있는 기분
그 짐승한테 잡아 먹히는 공포가 힘든 게 아니라
언제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공포가
나를 더 미치게 한다는 말이지
가끔은 공포가 진실보다 나을 때도 있지 않겠습니까?
아니요, 그래도 알아야겠어 더 이상 이렇게는 못 살아
내가 기억도 못 하는 죄 때문에
벌을 받고 살 수는 없어
[대영의 옅은 한숨]
[편안한 신음]
[손가락을 탁 튕긴다]
[어두운 음악]
(홍란) 천 서방
천 서방이 웬만한 무당 뺨치게 점을 잘 본다면서?
소인이 신기가 있는 것은 아니고
다른 사람들 운명에 관심이 많을 뿐입니다
(홍란) 아무튼 신년 운세나 좀 봐 보게
한겨울 눈을 뚫고 천지에 피어난 아름다운 꽃들이
다 마님 것입니다
다 내 거야?
아름다운 꽃이?
(홍란) 왜? 금은보화는 아니고?
그 꽃들의 매혹적인 향이
(천 서방) 마님 온몸 구석구석에 스며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 다시 태어나도
떠나지 않고 함께할 것입니다
[흡족한 신음]
[멋쩍은 웃음]
좋은 거지?
운명의 좋고 나쁨은
제가 판단할 수 없습니다
[헛기침]
저, 그럼 나, 나는 어떤가?
[의미심장한 음악]
번개를 맞은 나무에 혼이 남아 있어 다시 자라나니
살기 위해 벌을 받는 것인지 벌을 받기 위해 사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인생을 맞게 됩니다
(양 씨) 그, 그게 무슨 소리인가?
(천 서방) 그러니 차라리 번개에 맞아 까맣게 타버린 채
다시 태어나지 않는 편이 이득이었지만
이 또한 선택할 수 없는 운명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런, 이런...
어디서 재수 없게, 신년부터
아, 썩 나가거라, 이놈아!
[어두운 음악]
(양 씨) 뭐 하느냐, 어여 오라니까
[홍란의 놀란 신음]
박노준이라고 아시오?
들어보지도 만나지도 보지도 못한 사람이다
상선이 강제로 포구에 묶여 스무 날을 여기 머물다
단지 거기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다음 날 싸늘하게 시신으로 발견되신 분
예라, 이 천하의 도둑놈아!
(화주) 길목을 막고 날강도 짓을 해도 유분수지
네놈의 배를 불려 주려고 천리만리 길을 오가는 줄 알았냐?
네놈의 만행을 천하에 다 까발릴 것이다!
(어부) [화들짝 놀라며] 사람이 죽었어, 사람!
관아에 빨리 알려!
(어부들) 사, 사람이 죽었다, 사람이 죽었어!
[홍란의 놀란 신음]
내가 그의 아들 박무다
내 아버지의 원수와 김담령의 은혜를 함께 갚겠다
[칼로 쓱 벤다]
[홍란의 놀란 비명] [양 씨의 외마디 신음]
[힘겨운 신음]
이놈아
내 반드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양 씨) 다시 태어나서 이 세상 갖지 못한 거
기어코
기어코 다 가질 것이야
꼭 그러거라
네놈이 몇 번을 태어나든 나 역시 그리하여
은혜와 원수, 또다시 갚을 것이니
(박무) 네년이 내 아비의 음식에 독을 탔다지
내 너에게 어울리는 독을 준비했다
[겁먹은 신음]
투구꽃이라고 아느냐?
(박무) 임금이 내리는 사약을 만드는 아름다운 꽃이다
감읍하게 받거라
[무거운 음악] [홍란의 절규]
(홍란) 놓거라, 놔!
놔!
[캑캑거린다]
[어두운 음악]
[깊은 한숨]
나는 봤어
내 전생이
나, 담령, 인어, 그리고
네놈
너는 다 알고 있었어
내가 이 생에서 벌 받은 것처럼
살아갈 내 운명을
하, 내 곁을 맴돌면서 그렇게 구경하고 있었던 거야
너는 도대체 누구 편이냐?
쩝,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난 운명을 관찰하는 사람일 뿐
누구의 편도 아닙니다
[어이없는 웃음]
(대영) 아니야
너는 다 알고 있었어, 그렇지?
[진 교수의 힘겨운 신음]
[힘주는 신음]
[대영의 힘주는 신음]
[문이 쿵 열린다]
교수님!
[긴장되는 음악]
[비열한 웃음]
[비열한 웃음]
기억하지?
이번에도 내가 너희 둘을 이겼어
운명이라는 게 있다면
이번에도 내 편일 게다
이번 생에서도 결국엔 모든 게 다 똑같아질 거야
인간과 요물의 이룰 수 없는 사랑
그 끝에는 비참함이 기다리고 있겠지
[양 씨의 비열한 웃음]
운명이 누구 편이든 상관없다
그 비참함 끝에 우린 함께여서 행복했고
지금도 그러하니
준재야!
(남두) 준재야, 준재야!
(동표) 마대영! 드디어 널 잡는구나
[칼날이 탁 튀어나온다]
(동표) 칼 버려!
[수갑을 철컥 채운다]
준재야, 괜찮아?
왜 날 째려보지?
우리 초, 초면인데
[안도의 한숨]
[심전도계 작동음] [문이 드르륵 열린다]
어머, 깜짝이야!
아, 놀라라
너 의외다, 차시아
너 병문안 온 거야, 꽃다발 들고?
어, 아니, 뭐...
난 네가 의식이 없다고 하길래 그냥 꽃만 두고 가려고 했지
너, 나 은근 걱정하는 거야?
아니, 뭐, 그렇다기보다
나 사실 총 맞은 사람 처음 봐
정말 맞은 거야?
아, 어떡해, 너무 아팠겠다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어딜 맞은 거야?
너 약간 좋아하는 것 같다?
얘, 미쳤니?
내가 널 썩 좋아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너 총 맞은 거 좋아할 정도로 널 싫어하진 않아
그럼 너, 나 좋아해?
말했잖아 난 널 썩 좋아하진 않는다고
난 너 좋은데
어머, 너 참 애가 느닷없구나
근데 왜?
난 늘 너처럼 되고 싶었어
[흡족한 웃음]
아이, 나처럼 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근데 왜?
넌 좋아하는 사람이랑 늙어 갈 수 있잖아
내가 늙었다는 얘기니?
나, 또래 중에서도 좀 동안인 편이야
누구랑 같이 늙어 가고 그럴 스타일 아니라고
그게 아니라 부럽다고
[잔잔한 음악]
넌 아주 많은 시간을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보낼 수 있잖아
시간이 남아돌면 뭐 하니
같이 시간 쓰고 싶은 사람은 너만 보는데
아, 꿈도 소박맞는 꿈이나 꾸고
야, 난 네가 더 부럽다
나타날 거야, 운명의 사람
얘, 너 뭐, 총 맞고 신 내렸니? 왜 이래?
나도 오래 기다렸는데 나타나더라고
그러니까 너도 나타날 거야, 차시아
[시아의 허탈한 한숨]
'너 준재한테 떨어져라' 이런 얘기 하고 싶은 거지?
안 그래도 그럴 거거든
허준재 대신 총까지 맞는 애인데 내가 해 볼 수가 있겠니?
빨리 나아라
[문이 드르륵 여닫힌다]
(시아) 어, 눈 오네
[로맨틱한 음악]
태오야
어, 누나, 집에 가는 거야?
응
나 안 데려다줘?
데려다줘?
아니, 난 네가 데려다주고 싶어 하는 거 같길래
됐어, 그럼
됐다니까
하, 그럼 그러든가
눈 되게 예쁘게 온다
그러게
[휴대 전화 조작음]
(시아) 하, 내가 인심 쓴다
[카메라 셔터음]
음, 사진이 좀 제대로 나와야지 맨날 몰래 찍기나 하고
[휴대 전화 조작음] 아이, 놔 봐
[익살스러운 음악]
(시아) 뭐야
이거 다 청이 씨 사진이잖아
[카메라 셔터음]
(준재) 너 이리 와, 어?
[남두의 웃음]
그러니까 네가 좋아했던 게
내가 아니라 청이 씨였니?
그랬어?
근데 너 왜 나한테 좋아한다고 고백했어?
그게...
- 그때는 사정이... - (시아) 뭐?
그럼 나 여태 뭐 한 거니?
혼자 쇼한 거니?
왜 말 안 해 줬어?
나 혼자 그러는 거 보면서 재밌었니?
나는 네가 나 가지고 노는지도 모르고
그래도 혹시 네가 나 좋아하면서 혹시나 상처받지 않을까
네 마음 진지하게 생각해 볼까...
[화난 한숨]
따라오지 말라니까!
[놀란 신음]
[바바리 맨의 아파하는 신음]
[시아의 놀란 신음]
[바바리 맨의 아파하는 신음]
[가쁜 숨소리]
[시아가 울먹인다]
[시아가 서럽게 운다]
[애틋한 음악] 미안해
미안해, 누나
(간호사1) 아니, 인저리 부위에 블리딩 멈춰서 운드 확인했는데
드레싱 할 곳이 없는 거야
(간호사2) 말도 안 돼, 잘못 본 거 아니야?
총상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사라져
(의사3) 근데 지금 수술실에 들어간 선생님들도 난리예요
처음엔 블리딩이 엄청 심해서
다들 아오타 터진 거 아니냐며 긴장했는데
아니, 운드 하나 없이 깨끗하니까
(간호사2) 진짜요? 뭐예요, 무서워요
혹시 그런 거 아닐까요?
- (간호사1) 외계인? - (의사4) 하, 너무 갔다
- (간호사2) 좀비? - (의사3) 뱀파이어
아무튼 과장님이 심장학회랑 A.H.A에 케이스 리포트 하시고
잡지 서큘레이션에 기부도 하신다고 지금 엄청 흥분하셨어
(의사4) 아는 기자분한테도 연락 벌써 하신 것 같던데
(간호사1) 오, 저희 방송 타는 거예요?
일이나 합시다
가요, 우리
(준재) 아이고
- (준재) 괜찮으세요? 아... - (의사3) 아, 예
[흥미진진한 음악]
아이고, 안녕하세요
- (준재) 외출증은 받으셨어요? - (환자) 네
(준재) 약 잘 챙겨 드세요
[카드 키 인식음]
[작은 목소리로] 청아
[심전도계 작동음] 청아
우리 집에 가자
집에?
어
[잔잔한 음악]
(준재) 어이, 윗방
[문이 드르륵 열린다]
왜?
아니, 생각해 보니까
엄마가 집에 들어오시면 이 방을 쓰시게 해야 될 것 같거든
그럼 내 방이 없잖아, 내가 집주인인데
그러니까 너랑 나랑
그 윗방을 같이 쓰면 될 것 같아
아, 근데 또 생각을 해 보니까
엄마가 집에 들어오실 때까지 굳이 기다릴 필요가 있나 싶어서
그렇지? 내가 올라갈까?
아니
그래야겠다 응? 내가 올라가야겠다
[힘주는 신음]
[실망한 한숨]
아니, 언제는 어?
내가 내려오지 말래도
막무가내로 막 내려와서 내 옆에 있고 그러더니
변했어, 애가
[오디오를 탁 켠다]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쿵 하는 효과음]
[진주의 힘겨운 숨소리]
(진주) 아휴
아, 언니
섭섭해서 어떡해요, 이제
자주 봐요, 멀지도 않은데요, 뭐
(진주) 아들 집이에요?
어유, 아들도 좋은 집 산다
여기까지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조심해서 가세요
아, 예
[문을 철컥 연다]
한번 들어와 보라는 소리도 안 해
그러려고 온 건데
(동식) 어, 왔어
근데 이거 아주머니 신발 아니야?
챙겨뒀다가 나중에 드려
(진주) 어머
무슨 소리야, 당신은
[익살스러운 음악] 아유, 내가 이러니까 진짜
당신을 믿고 비즈니스를 맡길 수가 없지
응?
가자, 청해의 상속자 집으로
[동식의 멋쩍은 웃음] 언니!
(진주) 이거 흘리고 갔잖아요 아끼는 신발인데
(유란) 어머, 이거 버리려던 건데
어, 근데 나 지금 화장실 좀 급한데
(동식) 예, 저는 목이 마르고
아, 네, 들어오세요
[진주와 동식의 웃음]
(동식) 어유, 집이 너무 좋아 [진주의 탄성]
(진주) 좋다, 여기, 어? 이런 집이 다 있네
(진주) 아, 근데
아드님도 집에 계신 거예요?
네, 애들 위에 옥상 잠깐 올라갔는데
어유, 그래요, 잘됐다
그럼 온 김에 인사나 좀 드리고 그러고 가야겠다
어, 저번에 장례식장에서
제가 아드님 계시면 인사를 드리려 그랬는데
너무 경황이 없어 가지고 인사를 못 드렸잖아요
그럴래요? 그럼 차 한 잔 드시고 가세요
어, 언니, 언니!
(진주) 아, 왜 그래요, 내가 할게요, 내가
아휴, 손님이 왜 그래요
- (진주) 아니 - (유란) 앉아 있어요
[진주의 아쉬운 탄성]
(남두) 보일러가 문제가 있다니까
아니, 그러니까 내가 저번에 형한테 고치라고 했잖아
(남두) 네가 안 고쳐 줬어, 인마
(준재) 아, 형이 고치라고...
(동식) 어?
구백이 아빠...
[리드미컬한 음악] 재이 킴?
[준재의 헛기침]
(동식) 아니...
두 분, 저랑 얘기 좀 하실래요?
왜요?
제가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남두) 어떡해
아, 조마조마하더라니까
집에까지 올 줄이야
야, 근데 청이는 왜 저 사람들 데리고 들어간 거야?
괜찮아
응? 손님들 다 어디 갔어?
아, 잠깐...
(유란) 어머
아니, 왜 방에서 나와요?
아니, 방 구경 좀 하느라고요
- (진주) 어, 여기 너무 좋다 - (동식) 어, 그러게
[진주의 탄성]
어머, 이분이 언니 아드님?
(유란) 네
[익살스러운 음악] 여긴 우리 아들 허준재
[진주의 탄성] (유란) 이쪽은 친구 조남두
그리고 우리 청이 씨는 인사했죠?
아, 네, 했어요 어, 아가씨, 너무 친절하더라
(진주) 어머, 언니 아드님은 진짜 너무 잘생겼다
그리고 친구분도... [멋쩍은 웃음]
굉장히 개성 있으시고
[진주와 동식이 멋쩍게 웃는다]
근데, 어머, 나는 좀
어디서 뵌 적이 있는 거 같아요
(진주) 굉장히 얼굴들이 낯이 익다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죠?
두바이?
여보, 우린 두바이라는 데 간 적이 없어
- (진주) 아, 어머, 그렇지 - (동식)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진주) 그런데 왜 내 머릿속에서는 '두바이'라는 세 글자가 떠올랐을까?
[멋쩍은 웃음]
(진주) 어, 왜 그랬을까
[다 같이 멋쩍게 웃는다]
(진주) 어, 죄송해요, 제가 너무 수다스러웠죠
[다 같이 멋쩍게 웃는다] 어쨌든 너무 반가워요
그리고, 아, 우리 앞으로도 자주 만나고 좀 그렇게 지내요, 네
(남두) 예, 예
[진주와 동식이 하하 웃는다]
(남두) 청, 잘 생각해 봐
청이는 '머메이드 청' 이런 거 할 급의 여자가 아니야
기억을 지웠어
[놀란 탄성]
그래서 저번에 내 것도 지웠잖아, 어?
그래서 준재도 스페인 갔다 와서 그랬던 거고
아무튼 어디 가서 얘기하기만 해
청, 우리 이거 사업하자
(남두) 기억 지우는 기술 이거 개발만 잘하면
빌 게이츠 그냥 바르는 거야
세계적인 갑부 되는 거야
됐어, 나 갑부 그딴 거 안 해
쓸데없이 바쁘기만 하고
바쁘면 허준재 볼 시간 없어서 안 돼
(준재) 그렇지
(남두) 청, 나 진심으로 얘기하는데 준재랑 깨지면 나한테 와야 된다
번호표 뽑은 거다, 나
뭐래
와, 나 진짜 청, 너무너무 좋다
너 왜 이렇게 가진 게 많은 거야
[준재의 놀라는 신음]
[남두의 아파하는 신음]
- (남두) 야, 잠깐만 - (준재) 오지 마
- (남두) 아, 한 번만 - (준재) 하지 마, 하지 마
- (남두) 그냥 포옹만 한번... - (준재) 뭐, 포옹을 왜 해
(남두) 청아, 잠깐만
- (남두) 아이... - (준재) 아, 뭐 하는 거야
[심장 박동 효과음]
(준재) 미쳤나 봐, 진짜
[준재와 남두가 실랑이한다]
(남두) 어, 왜 그래, 왜, 왜?
청아
(준재) 너 왜 그래, 어디 아파?
(남두) 야, 병원에서 너무 빨리 나온 거 아니야?
심장이 아파?
[차분한 음악]
[문이 드르륵 열린다]
다들 어디 갔어?
내가 내보냈어
왜?
너랑 둘만 밥 먹고 싶어서
쩝, 너 컨디션 안 좋으니까 어디 가지 말고
여기서 우리끼리 파티하자
가서 옷 갈아입고 와
우리 술 한잔할까?
아니
술 마시면
너한테 계속 가지 말라고 할 것 같아
다른 방법 있으면 얘기해 줘
제발
있다고 얘기해 줘
[수저를 탁 내려놓는다]
너 수술하고 나서부터 밥도 거의 못 먹어, 잠도 못 자
아픈데 계속 참기만 하고
내가 어떻게 해야 돼?
이렇게 계속 죽어 가는 너를
보고만 있어야 돼?
[쓸쓸한 음악]
바다로 돌아가면
괜찮아지는 거야?
건강해지는 거야?
한 가지만 약속해
가면서 내 기억 지우지 않겠다고
왜?
너도 그랬잖아
기억하지 못해서 사랑하지 못하는 것보다
아파도 사랑하는 게 낫다고
너랑 추억할 게 있으니까
보내 줄 수 있는 거야, 나
그럼 네가 너무 가여워지잖아
난 평생 못 돌아올 수도 있어
그럼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고
계속 기다려야만 하잖아
만약에 네가 평생 돌아오지 못하면
내가 다시 태어날게
너도 그렇게 해
내가 말했잖아
내 사랑은
내 시간보다 더 길 거라고
네가 편해졌으면 좋겠어
서로를 기억하고 있으면
돌아오는 길은 잃어버리지 않을 거야
그래서
결국 다시 만날 거야
좋아
그럼 네가 선택해
지우든
남기든
네가 선택하라고
선택했어
[애잔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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