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의 전설 3
[신비로운 음악]
[개운한 신음]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제 이름은 세화라고 합니다
내 어릴 적 세상을 먼저 떠난 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 이름이 세화였지
- (담령) 밝게 - (인어) 밝게
빛나는 아이라는 뜻이지요
(세화) 제게 그 이름을 만들어준 이가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려드릴까요?
[아이들의 탄성]
(세화) 20년 전 여름 [갈매기가 끼룩거린다]
한양에서 바닷가의 외가로 놀러 온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아이1) 너 저기까지 헤엄쳐서 갈 수 있어?
- (아이2) 당연하지 - (아이1) 거짓말
[아이들이 재촉한다]
(아이2) 알았어
내 이름은 담령이야
네 이름은 뭐야?
너 이름 없으면 내가 만들어 줄게
(어린 담령) 네 이름 세화로 하자
세화는 '밝게 빛나는 아이'라는 뜻이야
(세화) 그 여름이 지나 소년은
한양의 집으로 돌아갔지만
(어린 담령) 아버지, 보내 주세요!
(세화) 그는 틈만 나면 다시 바다로 돌아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요
(담령) 아버지, 보내 주세요!
(담령 부) 그래, 이번에 꼭 외가에 다녀오고 나면
글공부에 힘쓸 것이냐?
(어린 담령) 네, 소자 학업에 열과 성을 다할 것이옵니다
(세화) 소년은 인어가 처음 먹어 보는 뭍의 음식들을 먹게 해 주고
[잔잔한 음악]
인어가 보지 못한 뭍의 아름다운 것들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렇게 두 아이는 함께 세월을 보내고 성장했습니다
보름 있으면 한양 우리 집에 신부의 사주단자가 올 거야
난 이제 혼인해야 해
혼인이 뭐야?
어...
다른 여자랑 같이 살아야 하는 거
그 여자만을 지켜 주고 좋아해 주면서
그럼 이제 바다에 못 와?
모르겠어
(어린 담령) 넌 뭍에 와서 살 수 없는 거야?
(어린 세화) 인어가 어른이 되면 그럴 수도 있대
뭍으로 나가면 다리가 생긴다고 했어
근데 지금은 안 돼
난 너랑 헤어지기 싫어
너 말고 다른 여자만 지켜 주고 좋아해 주면서
평생 같이 살고 싶지 않아
그래도 어떡해
난 뭍에 갈 수 없고 넌 물에 올 수 없는데
[물이 첨벙거린다]
[반짝거리는 효과음]
(세화) 혼인한 첫날 밤
소년은 신방을 벗어나
며칠을 달려 바다로 향했습니다
[어린 담령의 기합]
(어린 담령) 세화야!
세화야!
(세화) 소년은 알고 있었습니다
수영을 못하는 자신을 살리기 위해 인어는 반드시 나타날 것을
[의미심장한 음악]
하지만 그는 중요한 걸 모르고 있었지요
인어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걸
바로...
입맞춤으로 인간의 기억 속에서 자신을 지워 버릴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인어는 소년의 기억 속에서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어린 담령) 내가 왜 여기 있는 것이냐?
(담령) 내 아내는 혼인한 다음에 폐부에 병이 생겨 죽었지
죽기 전까지도 내가 혼인 첫날밤 도망간 걸 원망했는데
난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어
내가 그날 밤
왜 도망갔는지
내가...
그 소년이냐?
[애잔한 음악]
야, 이 짱구야 너 잘 따라오라니까 어디로 샜어
(인어) 사랑해
[캑캑거린다]
[괴로운 신음]
[괴로운 신음]
[준재의 힘겨운 숨소리]
[괴로운 신음]
[가쁜 숨소리]
(조폭) 야!
[준재의 놀란 신음]
아니, 거기서 왜 뛰어내리냐고
아, 미쳤나, 진짜
아, 머리야, 씨
뭐냐, 이건 또?
[신비로운 효과음]
[숨을 하 내뱉는다]
[힘겨운 한숨]
[반짝이는 효과음]
[하품한다]
(승무원) [영어] 와인 한잔 드릴까요?
[신비로운 음악]
(TV 속 앵커) [한국어] 속보입니다
살인 혐의로 서울 구치소에 수감됐던 용의자가 발작 증세를 일으켜
병원 치료를 받던 중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이 공개 수배령을 내린 40대 살인 용의자 마대영의 모습입니다
[뉴스가 연신 흘러나온다]
[의미심장한 음악]
[대영의 저지하는 신음]
[대영의 멋쩍은 웃음]
얼마나 다녀오세요?
(남자) 일주일 정도 있을 거예요
(대영) 네, 좋은 여행 되세요
(준재) 택시
[남두가 흥얼거린다]
[경쾌한 음악]
왔네? 살아서
이리 와
이리 와!
(남두) 야, 야, 씨, 야, 왜 그래?
야, 야, 야, 네가 무사히 살아 돌아올 줄 알고 있었어
아, 그랬으니까 네 전화 씹을 수 있었지
(남두) 야, 아, 아, 아, 야!
이, 형 마음도 모르고 바보, 바보, 아...
[남두의 괴로운 신음]
(준재) 그래서 이 집을 네 집처럼 그러고 있냐, 어?
[남두의 괴로운 신음] 나 영영 안 오면 여기 쓰려고 그랬던 거 아니야?
(남두) 아, 목, 목, 목, 목!
[남두의 괴로운 신음] (준재) 아휴
[남두의 다급한 신음]
아, 조남두, 저 못 믿을 인간
[다급한 숨소리]
(남두) 태오야! [문이 쿵 닫힌다]
[남두의 탄성] [도어 록 작동음]
[준재의 헛웃음]
(남두) 짐 그쪽에 놔, 편하게 해, 편하게
편해, 왜?
내 집이니까, 어?
(준재) 야, 네가 뚫었냐, 우리 집 비번?
(남두) 아이고, 야
대한민국에 우리 태오가 못 뚫을 집이 어디 있니?
뭐 좀 먹었어?
어, 그래, 좋겠다
알았으니까 당장 나가
- 어머, 어머, 나가라니, 얘가 - (준재) 나가
(남두) 야, 가긴 어딜 가?
[준재의 한숨]
(남두) 지금 쟤 집, 내 집, 다 털렸어
그나마 안 털린 데가 네가 새로 이사하면서
발 빠르게 주소 세탁해 놓은 이 집 딱 하나야
야, 그, 명동캐피털 장진옥 여사님 정말
와, '하면 된다' 정신이 살아 있는 분이시더라
뭐든 뭐, 다 하시더라고
[남두의 웃음]
(남두) [작은 목소리로] 야, 준재야
우리끼리 좀 그, 중요하게, 응?
할 얘기가 있지 않냐?
뭐?
- 야, 일로 와 봐 - (준재) 아, 왜?
아, 와 봐, 와 봐
- 아, 뭐? - (남두) 아, 잠깐만
- (준재) 야, 너 딱 기다려 - (남두) 빨리
(준재) 왜 그러냐고
(남두) 아, 이리 와 봐
- 아, 왜 이래, 이 형, 진짜 - (남두) 자, 자
(남두) 자...
실물 좀 보자
뭐?
야, 형한테 연기하고 그러는 거 아니야
(남두) 야, 사실 나 그것 때문에 너 안 올까 봐 조마조마했다
걱정도 무지무지 했고
아, 그거, 뭐?
뭐긴 뭐야, 너와 나의 그 60억이지
뭐래, 피곤하게
(남두) 야, 야, 인마, 팔찌
제이다이트 비취옥
재질, 경도, 투광, 색감 다 진짜 같다던 바로 그 팔찌
그거, 형이 어떻게 알아?
내가 어떻게 알까? 네가 말해서 알겠지
- (준재) 내가? - (남두) 그래요, 네가요
스페인에서 만난 어떤 여자한테서 빼돌렸다면서
여자?
[웃으며] 무슨 여자?
[남두의 헛웃음]
야, 그래, 속겠지 남들은 다 속을 거야, 감쪽같이
근데 내가 속겠냐?
[준재를 툭 치며] 이러지 말자, 준재야
아니, 뭔 소리야 내가 스페인에서 무슨 여자를 만나?
만났다며, 웬 멍청하고 띨띨하면서 이상한 여자를
[밝은 음악]
(남두) 봐 봐, 네가 보낸 문자, 팔찌 사진
나한테 보냈잖아
(준재) 아, 미치겠네
아, 야, 내가 더 미치겠네
야, 너 스페인 말고 할리우드 갔다 왔냐?
연기가 일취월장했네
- (준재) 아, 진짜 아니야 - (남두) 뭐가 아니야?
아, 난 이런 문자 보낸 적 없어
그리고 이상한 여자 만난 적도 없고
그래서 팔찌도 없다고?
있는데, 그건
거봐, 있잖아, 팔찌
야, 네가 그게 보통 물건 아니란 걸 못 알아봤을 리도 없고
어디서 났는데, 그게?
그것도 기억이 안 나?
[몽환적인 음악]
[라이터 뚜껑을 퐁 연다]
(준재) 아, 모르겠어
[한숨 쉬며] 야, 준재야
어, 형은 그렇다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 수도 없거니와
알고 싶지도 않아
일단 물건부터 보자 감정도 맡겨야 하니까
봐서
봐? 뭘 봐, 왜 봐?
아, 상황이 뭔가 아귀도 잘 안 맞고 이대로는 찜찜해
좀 더 알아본 다음에
오케이, 오케이, 형이 너의 그 찜찜함 기꺼이 떠안을게
(남두) 넌 그 팔찌 나한테 넘기고 넌 그냥 그 찜찜함 털어 버려!
어? 준재야!
[인어의 가쁜 숨소리]
(인어) 넌 이제 곧 서울로 가?
그렇지, 나야 거기가 집이니까
[텔레파시가 들린다]
[잔잔한 음악]
너도 가든가
[타이어 마찰음]
내가 너 서울 가자고 꼬시는 건 아니야
그러니까 오해는 하지 말고 들어
(준재) 서울에는 네가 좋아할 만한 게 참 많아
예를 들면 맛집 같은 거
네가 먹는 걸 좀 좋아하니
아무 때나 막 배고프고?
그리고 한강이란 데가 있는데
가을 되면 거기서 불꽃놀이라는 걸 하거든
나는 63빌딩 명당 자리에서 보곤 하지
이야, 그게 또 어마어마하게 예쁜데
내가 너, 같이 보게 해 줄게
같이?
그래, 나랑 같이
[텔레파시가 들린다]
약속한 거다
너,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거야
약속은 왜 있는 거라고?
지키라고 있는 거
그렇지
(인어) 사랑해 [준재의 놀란 신음]
[떨리는 숨소리]
누구지? [심장 박동 효과음]
아, 뭐지?
하, 미치겠네
[깊은숨을 내뱉는다] [심장 박동 효과음]
[밝은 음악]
[준재의 힘주는 신음]
[TV 전원음]
(TV 속 여자) 네, 부동산 디벨로프라는 개념은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데요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일중) 음, 쉽게 말해서 이 디벨로프는요
창의력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사람입니다
보통 건축 시행자가 아파트 단지나...
[준재의 한숨] [TV 전원 종료음]
[준재의 깊은 한숨]
- (동식) 아이, 수고하셨습니다 - (일중) 수고했어
[동식과 일중의 웃음]
(일중) 아, 오늘 날씨가 날 도운 것 같아
(동식) 다음에 제가 더 화창한 날로...
[일중과 동식의 웃음]
[카메라 셔터음]
죄송해요
아니, 저쪽에서 오면서 보니까
무슨 화보 같잖아요, 그렇죠?
[살짝 웃으며] 화보는요, 무슨...
(동식) 요새 뭐, 딸 바보, 딸 바보 하는데요
전 옛날 사람인지 그래도 아들이 더 듬직하고 좋더라고요
[사람들의 웃음]
(동식) 딸은 사랑스러운데 아들은 뭐랄까
분신 같아요 커 갈수록 저를 쏙 빼닮는 게...
[숨을 씁 들이켠다]
이 유전자라는 게 참 신비한...
[진주의 당황한 신음]
(진주) 아까 어머님한테 전화가 왔었는데
아주 급한 일이라고 하시던데...
(진주) 죄송합니다, 잠깐만 실례할게요
(서희) 네
- (진주) 잠시만요 - (동식) 실례합니다
[진주의 한숨] (동식) 왜?
말 좀 가려서 하자, 어?
허 회장 일 맡아서 하고 있는 그 아들이
친아들 아니라는 소리가 있어
진짜?
[익살스러운 음악] 강서희 저 여자가 두 번째 부인인데
첫 번째 부인 쫓아내고
아들 하나 데리고 와서 들어앉았다잖아
그리고 허 회장 친아들은
몇 년 전에 집 나가서 소식도 끊겼다 그러고
전혀 몰랐어?
어, 전혀
(진주) 그러게 내가 평소에 신문 좀 그만 보고 [동식의 아파하는 신음]
지라시 같은 것 좀 챙겨 보랬잖아, 어?
이 바닥에서는 그런 게 필수 정보다
[한숨 쉬며] 나 사고 친 거 아니겠지?
얼마나 힘들게 비위 맞춰 놨는데
내가 아까 계속 아슬아슬하게 져 주고 있던 거, 당신 봤지?
봤지, 봤어, 그래
큰 그림 보자, 큰 그림, 응?
응
근데 그 친아들은 왜 그래?
반항을 너무 스케일 있게 하네 그, 어떤 놈이야?
미친놈인 거지
에이, 씨
내 맥주 누가 다 먹었어?
(남두) 또 없냐?
아이, 씨
내 아이스크림은?
[남두의 웃음]
(준재) 너희 진짜 안 나갈 거야, 내 집에서?
벌써 석 달 지났다
(남두) 야, 어떻게 나가냐
저 명동캐피털 쪽에서 아직도 혈안이 돼서 우리 찾아다닌다는데
너는 인마, 너 죽은 줄 알고 안 쫓아다니는 거지
우린 아주 지구 끝까지 쫓아다닐 건가 봐
(준재) 그래서, 어? 여기 살 거냐, 살 거야?
아, 좀 귀찮아도 마무리 좀 하자, 좀
(남두) 슬슬 새 작업도 착수해야 하는데, 쯧
나도 불편해, 나도
나도 남자들하고 이렇게 한집에서 한솥밥 먹고 지낼 사람이 아닌데
[준재의 짜증 내는 신음]
[준재가 혀를 찬다] (남두) 야, 좀 해 줘, 좀
[태오가 게임기 버튼을 탁탁 두드린다]
(남두) 자기만 살겠다고
[준재의 한숨]
[갈매기가 끼룩거린다] [낚시꾼들의 웃음]
[낚시꾼들의 개운한 신음]
[낚시꾼들의 비명]
(낚시꾼1) [말을 더듬으며] 누구세요?
(인어) 서울, 어디로 가요?
(낚시꾼1) 네?
[경쾌한 음악] 서울이 어디예요?
(낚시꾼2) 서울이 이쪽으로 쭉 가다가 좌회전인가?
(낚시꾼1) 아니지, 서해안 직진하다가 우회전...
(낚시꾼2) 아, 그래?
고마워요
(낚시꾼2) 아, 저기, 아니, 근데
진짜 헤엄쳐서 가시게요?
여기 제주도인데
(낚시꾼2) 일단 여기라도 타실래요?
[낚시꾼들이 권유한다]
괜찮아요
(낚시꾼1) 아니...
[낚시꾼1의 놀라는 신음] (낚시꾼2) 뭐야?
(낚시꾼1) 설마 헤엄쳐 갖고 서울까지 가겠다는 거야, 지금?
해녀인가?
(낚시꾼2) 아니, 야, 물귀신 아니야, 물귀신? [낚시꾼들의 놀라는 신음]
야, 신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니야, 이거?
- (낚시꾼1) 야, 그럼 어떡해 - (낚시꾼2) 119...
[갈매기가 끼룩거린다]
(회장) 마린걸즈 여러분! 슬슬 마무리하시고요
이제 곧 서해판 모세의 기적이 펼쳐집니다!
[회원들의 환호성]
(회원1) 모세의 기적
(회원들) 모세의 기적, 모세의 기적
[회원들이 시끌벅적 떠든다]
- (회원2) 뭐야, 저게? - (회장) 어머, 저게 뭐래?
- (회원3) 저게 뭐야? - (회장) 어?
(회원3) 사람 아니야?
(회장) 웬 여자가 머리를 산발을 해 가지고서는
[경쾌한 음악] (회원1) 아니, 어떻게 저기서 오지?
아니, 물속에서 나타난 거라면 몰라도
(회원4) 아유, 설마 저 섬에서 있다가 오는 거겠지
(회원1) 아, 저거 무인도잖아
- (회원1) 그럼 밤새 무인도에서 - (회원3) 귀신 아니야?
(회원1) 있다가 나온 거라고? [회원들이 수군거린다]
아, 아휴, 무서워
여기가 서울이에요?
(회장) 예?
아, 아, 아닌데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인어) 더 가야 돼요?
와, 진짜 멀어
아, 나 토 나오게 헤엄쳤는데, 씨
(회원1) 아가씨, 서울 가게?
[살짝 웃으며] 우리도 서울 갈 건데
[흥미진진한 음악]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인어) 사람이 멸치 떼보다 많아
아, 허준재 어떻게 찾지?
[리드미컬한 음악]
[리모컨 조작음]
[라이터 뚜껑을 퐁 여닫는다]
(남두) 아, 장진옥 여사님이 오늘은 1시에 골프 연습 하시고
3시 반에 강남 스파에서 마사지 받으신대, 강남 엠파이어
넌 도착하면 옥상 가서 엘리베이터부터 작업하고
형은 동선 변동 없나 계속 체크하고
(남두) 오케이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남두) [한숨 쉬며] 야
역시 일은 좀 쉬었다 해야 돼
간만에 다시 작업하니까 막 새로 취직한 것 같고 은근 설렌다
(준재) 설레는 것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끝나면 짐 싸서 각자 집에 갈 생각들이나 해
아, 저, 혹시 허준재라고 아세요?
저, 혹시 허준재라고 아세요? 허준...
아, 저, 혹시 허준재라고 아세요 허준재?
(남두) 야, 사기 친 그 사람을
하필 그 골프 연습장에서 딱 마주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냐
[어이없는 웃음]
(남두) 와, 야, 나 그때 처음 알았다
내가 우사인 볼트보다 더 빠르더라고
서울이 큰 것 같지?
손바닥 만해
살다 보면 어디서든 한 번씩은 다 스쳐 가게 돼 있어
그 사실을 모를 뿐이지
[타이어 마찰음] [남두의 놀란 신음]
- (남두) 아이, 씨 - (준재) 뭐야?
[자동차 경적이 들린다]
(태오) 쯧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남두) 뭐야?
[보행자 신호음] [호객 행위 소리가 요란하다]
[호객 소리가 요란하다]
[애잔한 음악] [보행자 신호음]
(여자1) 소주 1병 천 원
(여자2) 새단장 했습니다 놀러 오세요, 놀러 오세요
- (준재) 늦진 않았어? - (남두) 응
(남두) 3시까지
(상인) 뭐 드시게요?
천 원요
아니, 이걸 왜 줘?
돈을 줘야지, 돈을
(상인) 돈 없으면 저리 가요 아, 얼른 저리로 가!
[학생1의 놀란 신음]
(학생2) 웃어, 웃어, 앞에 봐, 앞에 앞에 보면서 걸어야지
언니랑 친한 척해, 알았지?
(학생2) 근데 언니가 참고서를 사야 하는데 돈이 부족해
(학생3) 언니는 학원비
(학생2) 얼른
(학생3) 고마워
[학생들이 감사 인사를 한다]
(학생들) 잘 가
(학생2) 노래방 오키?
[익살스러운 음악] [인어의 웃음]
괜찮아, 괜찮아
(인어) 에이, 웃어, 웃어, 어, 어
앞에 봐, 앞에 보면서 걸어 어, 어, 어
언니, 왜 이러세요?
돈 있니?
언니가 무지 배가 고픈데 아, 돈이 없어
(유나) 그렇다고 어린애 돈을 삥 뜯어요?
삥 뜯는 게 뭐야?
이게 삥 뜯는 거잖아요
[물방울 효과음]
[잔잔한 음악]
오늘은 엄카로 사 주는 거예요 언니가 배고프다고 해서
엄카가 뭐야?
언니, 왜 이렇게 아는 게 없어요?
엄마 카드, 엄카
엄카가 돈보다 좋은 거야?
비슷한 거예요
아무튼 다신 그러지 마요
응, 안 그럴게
돈은 힘들게 버는 거예요
우리 엄마도 돈 버느라 얼마나 힘든데
내 얼굴 볼 시간도 없이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돈만 번다고요
근데 너희 엄만 왜 그렇게 힘들게 돈을 벌어?
언니, 진짜 노답
(유나) 돈을 왜 벌겠어요
나랑 엄마랑 행복하게 살려고 벌지
근데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돈만 벌면 언제 행복하게 살아?
나중에, 나중에요
[휴대 전화 메시지 수신음]
나 이제 수학 학원 가야 돼요
언니가 찾는다는 허준재라는 사람 꼭 찾아요
[밝은 음악] (유나) 이건 누구 주지 말고
잘 가지고 있다가 써요
앞으로는 알바라도 해서 돈 벌고요
살아 보니까요
세상에 돈 없이 되는 거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알겠어
그럼 갈게요, 안녕
[사람들의 얘기 소리가 들린다]
(준재) 아이고
(유나) 아저씨, 조심하세요
어이, 꼬맹이, 네가 조심해야지
(유나) 쳇
(준재) 하, 나, 저 쪼그만 게
야, 내가 그리고 왜 아저씨냐, 어?
- (남두) 야, 야, 야, 야 - (준재) 이리 와 봐, 너!
(남두) 네가 쟤한테 아저씨지 오빠냐?
얼른 가, 시간 다 돼 가
[쓸쓸한 음악]
(남두) 빨리 와, 태오 야, 태오야, 빨리 와
(학생2) 친구야, 돈 있어?
언니가 참고서를 사야 하는데 돈이 부족해
얘들아
(인어) 삥 뜯지 마
그거 나쁜 거야
[학생들의 어이없는 웃음]
(학생3) 쟤 뭐냐?
(인어) 너희들은 엄카 없어?
그거 돈이랑 비슷한 건데
[학생들의 어이없는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학생3) 진짜, 씨
[학생3의 아파하는 신음]
이게 어디서 옷은 거지발싸개 같은 걸 입고서는...
[학생2의 아파하는 신음]
약속해
삥 뜯지 않겠다고
저, 저 삥 뜯은 거 아니에요
저 쟤랑 친구 먹었어요
친구를...
먹어?
얘들아!
친구 막 먹고 그러는 거 아니야!
그러면 안 돼!
너도 친구 먹어?
먹지 마, 진짜! 다른 거 먹어!
[학생2의 힘겨운 신음]
(학생3) 괜찮아, 괜찮아?
- (학생3) 진짜 미친 거 아니야? - (학생2) 아, 하지 마
[휴대 전화 진동음]
(학생2) 야, 야, 야, 쉿!
어, 엄마
아, 나 학원이지
너 학원 맞지? 이따가 전화해 본다
괜히 나쁜 애들이랑 몰려다니지 말고
네 오빠 봐 봐
그 착한 애가 괜한 누명 써서 얼마나 개고생이냐고, 쯧
그런 미친놈 하나 자살한 게 무슨 큰일이라고
아, 끊어 [휴대 전화 조작음]
[엘리베이터 도착음]
[휴대 전화 메시지 수신음]
[휴대 전화 조작음]
[팡파르 효과음이 흘러나온다]
아, 뭐야, 쓸데없이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안내 음성] 문이 열립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프로그램 작동음]
(태오) 멈춥니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가 덜컹 흔들린다]
아, 이거 왜 이래
너 뭐야?
너, 전에 나한테 사기 쳤던 그 새끼...
[어이없는 숨을 내뱉는다]
분명히 죽었다고 들었는데
[피식 웃으며] 죄송
제가 좀 불사신인가 봐요
[라이터를 퐁 여닫는다]
[진옥의 헛웃음]
(진옥) 네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네 발로...
어머... [라이터를 퐁 여닫는다]
[몽환적인 음악] 이거 왜 이래, 응?
(준재) 너무 어둡네, 불 좀 켜 드릴까?
(준재)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는데요, 뒤에
[엘리베이터 문이 덜컹거린다]
[바람이 휭 분다]
(준재) 근데 바깥은
천 길 낭떠러지네요
(진옥) 아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준재) 어, 구두 조심하세요, 밟겠어요 사람 손 있잖아요, 거기
아드님 아닌가요?
[긴장되는 음악]
(민재) 엄마! 엄마, 도와줘
[진옥의 놀란 신음]
- (진옥) 민재야 - (민재) 엄마
(진옥) 민재야, 엄마 손 잡아 [민재의 힘겨운 신음]
- (민재) 도와줘, 엄마, 도와줘! - (진옥) 민재야, 민재야
- (민재) 엄마 - (진옥) 안 돼, 안 돼, 안 돼
(진옥) 엄마 손 잡고 올라와, 안 돼, 안 돼
안 돼, 민재야, 안 돼!
[민재의 비명]
[진옥의 놀란 신음]
[울음 섞인 숨소리]
(준재) 지금의 고통을 기억하세요
[차분한 음악] 당신 아들이 죽게 만든 그 아이
17층 옥상에서 스스로 떨어져 죽은 그 아이
[슬퍼하는 신음] (준재) 그 아이의 어머니는
지금 당신처럼 고통스러웠고
[흐느낀다]
앞으로도 영원히 고통스러울 테니까
[오열한다]
[진옥이 오열한다]
자, 이제부터 당신에게 잘못한 사람들은
다 잊습니다
오로지 당신들 때문에 아픈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만을 기억합니다
[손가락을 딱 튕긴다]
(성태) 사모님 괜찮으세요?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서요
서 변호사한테 연락해서 항소 취소하라고 해
네?
그리고 그전에 죽은 애 엄마 연락처 알지?
(진옥) 나 좀 만나게 해 줘
만나서 뭐 하시려고요?
[울먹인다]
사과하려고
(성태) 사모님, 혹시 어디 아프세요?
저기...
[성태의 어이없는 숨소리]
미친 건가, 왜 저러지? [문이 달칵 닫힌다]
[흥미로운 음악] 하, 또라이 같아, 진짜
(남두) 뇌 과학계의 이단아, 어?
최면 의학계의 야매 지존
(남두) 카, 허준재 선생 솜씨 전혀 녹슬지 않았어, 어?
야, 이거 정말 엄청난 건데, 어?
참 우리가 다소 떳떳하지 못한 일에 종사하다 보니까
이런 너를 세상에 널리 알리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다, 정말
(준재) 아휴, 참
(태오) 근데
어떻게 걸어, 최면?
(남두) 어, 야! 얼른 해, 얼른 얘기해 줘
얘, 얘가 얼마나 궁, 궁금했으면 이, 저 무거운 입을 뗐겠냐?
[남두의 웃음] (준재) 궁금하냐?
[긴장되는 음악] 이렇게 시작하는 거야
(준재) 보는 거부터
(준재) 뇌와 안구는 연결돼 있거든
암시가 걸린 스팸 문자를 보고
[팡파르 효과음이 흘러나온다] 엘리베이터에서 17이란 숫자를 보는 순간
최면에 걸릴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거지 [엘리베이터가 덜컹 흔들린다]
그다음에 패턴 인터럽트
[준재가 라이터를 탁 켠다] 불 좀 켜 드릴까?
(준재) 내가 만든 가상 세계 속으로 그 사람은 들어오는 거고
(준재) 근데 바깥은 천 길 낭떠러지네요 [진옥의 놀란 신음]
(민재) 엄마! [진옥의 놀란 신음]
(준재) 이 모든 게 눈에서부터 시작되지
보니까 홀리는 거야
(준재) [피식하며] 쫄기는
야, 그것도 아무나 다 걸리는 건 아니다
(남두) 야, 패션 인터럽트?
아, 씨
[발랄한 음악]
[인어의 탄성]
[인어의 웃음]
(인어) 이거 진짜 가져도 되는 거예요?
원래 안 되는데 내가 망봐 줄 테니까 얼른 골라요
(거지) 이 동네가 부자 동네라
막 그렇게 새것도 갖다 버리고 그런다니까
그래 갖고 다른 애들은 다 무료 급식 준다고
거기 서울역 주변에 가 있는데 나는 강남 못 뜨잖아
굶으면 굶었지 패션 포기 못 하는 스타일이거든, 내가
[거지의 힘주는 신음]
아니, 그래도 뭐, 그렇게 차려입으니까 또 봐 줄 만하네
응? 확실히 우리처럼 기럭지가 되는 여자들은 옷발이 되니까
어디서 왔어요?
물 건너서요
[감탄하는 신음] 물 건너?
잘 알지
나도 소싯적에 그, 뭐, 밀라노, 파리 이런 데 안 다녀 본 데가 없어
명품 사느라고
쯧, 그러다 뭐, 파산해 가지고 또 지금 패가망신하고 뭐
이렇게 스트리트 라이프를 뭐, 살고는 있지만
나 후회는 없어요
근데 서울은 왜 왔어? [멀리서 사이렌이 들린다]
허준재 찾으려고
남친?
(거지) 서울 어디 사는데?
대치동? 청담?
그냥 서울 산다고 했는데
전번은?
폰 번호
아이고, 연락처도 안 주고 남자가 튀었구먼
근데 그걸 눈치 못 채고 여기까지 온 거야, 그냥?
아휴, 이럴 땐 잠복 수사 들어가야 되는데
그게 뭐예요?
뭐, 남자가 얘기한 특정한 장소 없어?
무의식적으로라도
자기가 자주 가는 데는 이렇게 흘리게 돼 있거든
그런 데를 가서 진을 치고 있어야 돼
63빌딩?
[버스 브레이크 마찰음]
[교통 카드 인식음]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기사) 어서 오세요
[교통 카드 인식음]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기사) 네, 어서 오세요
버스 카드 없어요?
돈은?
있어요
(기사) 아, 부족해요
[못마땅한 한숨]
그냥 이것만 넣고 타요
감사합니다
[출입문 작동 경고음]
[문이 쓱 닫힌다]
[잔잔한 음악]
[자동차 경적이 연신 울린다]
(인어) 저 위에 가면 허준재가 보일까?
(직원1) 내일은 각오들 해
재개장도 재개장이고
불꽃 축제 때문에 사람들 엄청 몰려들 거야
- 준비들 진짜 철저히 해야 한다 - (직원2) 네
이렇게 얘기했는데도 또 늦으면 진짜
(직원1) ♪ 띠로리 띠로리 ♪
[흥미진진한 음악]
[침을 꿀꺽 삼킨다]
[감탄하는 숨소리]
아, 다행이다
배고파 죽는 줄 알았네
[침을 꿀꺽 삼킨다]
[흥미진진한 음악]
[국이 보글보글 끓는다]
다 됐어요?
(유란) 누구 생일이에요?
있어요
우리 아들도 오늘 생일인데
(시아) 네
참, 미역국 뭐 넣고 끓인 거예요?
성게요, 우리 아들도 성게 미역국 좋아했거든요
[시아의 호응하는 신음]
(진주) 누구 갖다주려고?
아, 그 쿨한데 안 넘어온다는 그 남자?
보온병에 잘 담아 주시고요
(시아) 나머지 반찬들도 찬합에 예쁘게 담아 주세요
네
(진주) 아가씨
[시아의 헛웃음] 남자는 그렇게 꼬시는 거 아니에요
반찬 해서 갖다 바칠 시간에 보톡스 한 방 더 맞는 게 낫지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라 그 얘기예요
무료 봉사 하는 공부방에
생일인 애가 있어서 걔 갖다주려는 거예요
(시아) 누가 먹을 거로 남자를 꼬셔요, 유치하게
(시아) 성게 넣고 끓여 봤어 입에 맞을지 모르겠다
(준재) 넌 근데 여기 어떻게 알았냐?
이사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응, 남두 오빠랑 통화하다가 우연히...
아, 조남두 진짜, 못 믿을 인간, 쯧
[준재의 옅은 한숨]
[어린 준재의 음미하는 신음] [잔잔한 음악]
(준재 모) 우리 아들, 생일 축하해
네
(어린 준재) 엄마, 오늘 거기 가는 거지?
그럼, 너희 아빠는 또 바쁘다니까 또 우리끼리만 거기 가자
- 응 - 어디 가는데?
비밀
[남두의 탄성] (남두) 오, 웬 미역국?
야, 차시아, 네가 했어?
응, 준재 생일이잖아
어머, 어머, 얘 봐, 얘 봐
(남두) 아, 차시아 양이 얼핏 안 그래 보이지만
딱 현모양처다, 그렇지? 어
야, 너무 예쁘게 했다, 정말
(남두) 야, 너 오늘 생일인데 생파 해야지, 생파
[남두의 탄성]
(시아) 경리단길에 괜찮은 와인 바 아는데
(남두) 오, 경리단길 좋아, 물 좋아 예약해, 예약해
(준재) 나 약속 있어
무슨 약속?
아, 뭔데
(남두) 너 꼭 생일이면 그러더라 혼자 센티한 척하면서
어디 가는데? 누구 만나는데?
합석하면 되잖아
- (준재) 형 - (남두) 어
- (준재) 심심해? - (남두) 어, 무척
그럼 시아랑 와인 바 가
(준재) 가서 생파 해 뭐, 태오도 데리고 가든가
잘 먹었다, 고마워
응, 생일 축하해, 즐겁게 보내고
[시아의 수줍은 웃음]
(남두) 아, 안 넘어오네
저 철옹성 같은 놈
[문이 달칵 닫힌다]
[남두의 한숨]
준재, 여자 만나러 가는 거 아니겠지?
누구 생긴 거 아니야?
아니라니까 쟤는 여자 생기기 힘들어, 뇌 구조상
선택과 집중이 안 되거든
(남두) 모든 여자한테 어느 선까지는 허락을 하는데
그 어떤 여자도 그 선을 못 넘어
야, 근데 이거 진짜 네가 했어?
했겠어?
우리 집 도우미 아줌마가 한 거지
[애잔한 음악]
[준재 모의 웃음]
(준재 모) 어? 준재야, 같이 가야지
엄마, 나 오늘 여기 문 닫을 때까지 놀 거야
(준재 모) 어? 조심해, 엄마도 같이 가
준재야
(아이3) 어, 인어다
(여자3) 어머, 그러네
어, 인어 쇼 하려면 아직 30분이나 남았는데
벌써 시작했나?
- (아이3) 엄마 - (여자3) 어?
인어가 물고기 호로록했어
아유, 참, 그럴 리가 있니?
인어 공주님은 물고기들이랑 친구예요 [카메라 셔터음이 들린다]
(여자3) 절대 잡아먹지 않아요
[감탄하며] 아, 인어 공주님
아, 예쁘다, 와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들린다]
[직원1의 놀란 신음]
(직원1) 아직 시간 남았잖아
쇼 시작도 안 했는데 다이버가 먼저 들어간 건가?
(직원2) 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발걸음] [직원3의 놀라는 신음]
누구야?
(직원1) 누가 들어간 거야?
[애잔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경비원) 누가 물에 들어갔다고요?
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죠?
그것도 재개장하는 중요한 날에
(직원1) 아니, 보안에 구멍이 뚫린 거 아닙니까?
[뛰어오는 발걸음] 어?
(다이버) 저 여자 아니에요?
물에 들어가셔서 인어 쇼 하신 분 맞아요?
(직원1) 어떻게 들어가셨죠, 거기?
(경비원) 잠시만요, 저희랑 얘기 좀 하시죠
[휴대 전화 메시지 수신음]
(남두) 나 이태원에서 누구 만났게?
토마스 만났어
토마스가 너 다음에 보면 죽여 버리겠대
그리고 네가 스페인에서 여자를 만났다는
결정적인 증거 사진도 확보했다
이래도 발뺌할 셈이냐?
[흥미진진한 음악]
(다이버) 저 여자 잡아요!
어디 다른 업체에서 온 스파이 아니야?
[다이버의 씩씩거리는 숨소리]
[사람들의 놀란 신음]
아, 미안해요
(직원들) 잡아야지
(직원1) 뭐 해, 빨리 잡아!
[가쁜 숨소리]
[심장 박동 효과음]
[애잔한 음악]
미안해, 허준재
이거 네가 해
너 이거 좋아했던 거 알아
넌 이제 나 기억 못 할 거야, 그래도...
나 약속 지킬게
너한테로 갈게
폭풍우가 와도 햇볕이 너무 따가워도
아무도 없어 외로워도 가 보지 못한 길이라 두려워도
[인어가 훌쩍인다]
다 견디고
꼭 너한테 갈게
사랑해
[캑캑거린다]
[괴로운 신음]
[깊은숨을 내뱉는다]
[괴로운 신음]
[반짝이는 효과음]
[로맨틱한 음악]
(준재) 당신 누굽니까, 나 알아요?
당신은 나 알아, 내 이름도 알고
- (남두) 누구랑 있는데? - (태오) 여자
(남두) 얘, 그 스페인에서 만난 여자랑 한국까지 와서 또 만나는 거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폭죽이 펑 터진다] [준재의 아파하는 신음]
(준재) 아니, 뭐 하는 거야, 왜 이래요?
(남두) 야, 저 여자 집에 데려오면 어떡해?
(준재) 아, 얘 심하게 멍청하잖아 [남두가 폭소한다]
심청이, 딱이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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