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의 전설 4
[의미심장한 음악]
[파도가 철썩인다]
"동헌"
(부하) 나으리, 어젯밤 해안가 마을 곳곳에서 이상한 일이 있었다 합니다
뒷마당에 널어놓은 옷가지들과 신발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보기 드물게 좋은 품질의 진주가 있었다 하옵니다
진주가?
(홍란) 어머나!
아니, 고작 옷가지 몇 개 집어 가고 진주를 두고 가는 도둑도 있답니까?
[질투하는 신음] 그 도둑이 이 집에도 들어 줬으면
야, 홍란아
(양 씨) 네 방 장롱의 절반이 진주고 금은보화인데
송구하네요, 첩년이 물욕만 넘쳐서
서방님을 독차지하지 못하니
그 허허로움을 물질들로 채우고 있다 그리 생각해 주시지요
내 말인즉슨, 홍란아
네 방 장롱에 절반마저도 내가 보석으로 꽉 채워 주겠다
그 말인 게야
[한숨을 내쉬며] 어느 세월에...
내가 이리 바쁜데도 왜 눈에 불을 켜고
인어를 잡으러 돌아다니는지 아느냐?
인어를 잡기만 하면 죽을 때까지 매질을 해서
(양 씨) 눈물을 또 뽑고 뽑아서
네가 걸어가는 걸음걸음마다 진주를 쫙 깔아 줄 참이야
[양 씨와 홍란의 웃음]
잡을 방도는 있으시고요?
방도고 나발이고 제 발로 돌아올 것 같다
안 그런가, 천 서방?
(천 서방) 그렇습니다, 예로부터 인어는 마을로 올라와
옷을 얻어 입거나 음식을 먹게 되면 반드시 이를 갚았습니다
심해에서만 구할 수 있는 귀한 진주로
(홍란) 그럼 그 옷 도둑이 인어란 말인가?
인어가 이 마을에 올라왔다는 건가?
[아이들이 떠들썩하다]
[애잔한 음악] (천 서방) 인간을 사랑하게 된 인어는
반드시 뭍으로 올라오게 돼 있죠
그것이 그들의 본능입니다
[아이들이 연신 감을 딴다]
[아이들이 떠들썩하다]
[아이들이 연신 감을 딴다]
(천 서방) 인생에 단 한 번만 사랑할 수 있는 인어들은
그 한 번의 사랑에 목숨을 걸죠
(양 씨) 인어에게는 단 한 번의 사랑이 찾아왔고
나에게는 단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구나
이렇게 하지, 천 서방
자네는 현령보다 사람을 풀어서 먼저 인어를 찾고
홍란이 너는 가장 빠른 속도로다 나쁜 소문을 퍼뜨리는 게다
나쁜 소문이라면 어떤...
나쁜 소문의 내용인즉슨
[의미심장한 음악] '근간에 큰 태풍이 불어서 고깃배를 잃고'
(양 씨) '집과 밭이 상하고 돌산이 무너져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게'
'바로 흉조인 인어 때문이다'라고
(홍란) 인어가 해안에서 떠밀려 와 잡힌 그날 밤
그 모든 일이 일어났으니
과연 그럴듯합니다
아, 얘 똑똑하네
[양 씨가 껄껄 웃는다]
그런데 그 흉조인 인어가
간악하게도 사람의 모습을 하고 마을 속으로 깊숙이 숨어들었다
(양 씨) 그런데 그걸 막지 못하면 더 큰바람이 불어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게 될 것이다
(홍란) 닷새 후면 우산국으로 조업 나갈 오징어잡이 어선들도 여러 척인지라
모두 바람 걱정, 파도 걱정들이 많으니 이만한 때가 없고요
사람들의 생각을 멈추게 하는 데는 공포만 한 것이 없다
현령도 공포에 질린 민심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야
아무렴요
잘만 하면 현령을 인어와 함께 죽음으로 몰아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리석은 사랑이 나를 기쁘게 하는구나
[간사한 웃음]
(주민1) 아유, 그때 잡혔던 인어가 뭍으로 다시 왔다는 얘기 들었나?
(주민2) 어유, 이 고을에 복수를 하러 왔다더만
(주민3) 그 태풍이 인어의 조화였다네
(주민4) 아이고, 이를 어째?
또 큰바람 오면
우리 서방 배 타고 나갔다 물귀신 되는 거 아니여?
그럼 그 요상한 걸 당장 잡아 죽여야 하잖아
응
현령은 뭐 하는 거야?
(주민5) 현령님, 인어가 마을로 왔다고 합니다
(주민6) 뱃사람들 다 죽게 생겼습니다
[주민들이 소란스럽다] 아, 여기 와서 이러시면 안 된다니까요
(포졸) 알겠으니까, 돌아가세요
[사람들이 항의한다]
(선비) 자네, 드디어 정신이 나갔나?
지금 관내에 어떤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는지 방금 보고받지 않았는가
근데 뭐? 누굴 찾으러 가?
세화가 나를 만나러 온 것 같네
지난번, 내가 부탁했었거든 소설이 되면 날 찾아와 달라고
함께 첫눈을 맞고 싶다고
아니, 여보게 배웠다는 사람이 왜 이러나?
(선비) 절기는 절기일 뿐
소설이라고 해서 첫눈이 지금 막 내리고 그런 게 아니...
[신비로운 음악]
담령, 담령
(선비) 아, 아니 되네
그녀가 정말 뭍으로 올라왔다면 목숨을 걸었단 뜻이네
(담령) 나 역시 뭔들 걸지 못하겠는가
[담령의 기합] [말이 히힝 운다]
(선비) 가문을 생각하게
자네 아버님을, 명예와 기품을!
[흥미진진한 음악]
(양 씨) 신안 도초도, 여수 거문도 인천 장금도
인어가 자주 나타나는 곳에 있는 노인들한테 물으니 답은 하나다
뭍으로 올라온 인어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다리
다리에 큰 상처가 난 인어는
그 모든 힘을 잃게 되고 [칼이 휙 스친다]
방치하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
하니, 다리부터 공격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야
[자객1의 기합]
[자객2의 놀란 신음]
[칼이 바람을 가른다]
[자동차 경적이 요란하다]
(TV 속 앵커) 서울 구치소에서 살인 혐의로 수감 중 도주한
마대영의 행방이 석 달째 오리무중인 가운데
곧 검거될 거라던 경찰의 초기 예상과는 달리
[망치질 소리가 요란하다] 아직 수사에 진척이 없자
시민들의 불안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TV 속 앵커) 경찰은 마 씨의 도주를 돕는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 중이며 탈주 동기를 알아내기 위해
[TV 뉴스가 계속된다] (진주) 어머, 저 미친놈, 허
(진주) 어, 아줌마, 간장게장도 쌌죠?
어머, 이거 이렇게 들고 가다가 국물 흐르고 그러면 어떡해?
내가 누누이 얘기했잖아요
이렇게 음식 테이크아웃 할 때는 좀 더 신경을 써 달라고
[유란의 한숨]
(유란) 여기 똑딱이 잘 채워 놨으니까
똑바로 세워서 잘 잡고 가세요
[익살스러운 음악] [유란이 반찬통을 달그락 집어넣는다]
(진주) 아, 이, 이렇게 세워서?
(유란) 트렁크에 넣지 말고 차 바닥에 놓고 잘 고정시키시고요
아, 차 바닥에 고정시켜서?
(유란) 조심해서 들고 가시라고요
알겠어요
[유란의 옅은 한숨]
[진주의 한숨]
어머, 근데 누가 상전이야?
어머, 진짜 웃겨, 기막혀
[휴대 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아, 네, 사모님, 저 진주예요
아니, 입에 맞는 반찬 좀 있어서 사모님 생각이 나서요
네, 맛이나 좀 보시라고요
[치현의 흡족한 숨소리]
(치현) 이야, 어머니, 오늘 너무 맛있는 게 많은 것 같은데요
[서희의 웃음] 진주 씨가 집에서 만든 거라면서 주더라고요
자기 시누이
우리 치현이랑 요즘 잘해 보려고 무척 애쓰고 있거든요
그래?
아유, 뭐, 당사자들이 좋다면 뭐
(치현) [멋쩍게 웃으며] 아니요, 아버지
저는 부모님만 좋다면 뭐든 다 좋습니다
[일중과 서희의 웃음]
(서희) 여보, 우리 치현이가 이래요
남들이 다들 파파보이라고 하잖아
아유, 그것도 너무 그러면 안 좋아
[일중의 웃음]
[일중이 게장을 쪽 빤다]
왜요?
[잔잔한 음악]
[일중의 음미하는 신음] (유란) 어때?
말 시키지 마, 너무 맛있어
[일중과 유란의 웃음] (유란) 그렇지?
(일중) 맛있냐, 허준재?
말 시키지 마, 너무 맛있어
[일중의 웃음] (유란) 아유
우리 아들, 준재벌 되라고 이름도 준재라고 지어 줬는데
아니, 우리 아들이 준재벌 되려면 당신부터 재벌 돼야 하는 거 아니야?
언제 재벌 될 건데?
조금만 기다려, 조금만
(일중) 내가 진짜 유란이 너, 사모님 만들어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쫙 빼 준다, 응?
- 안 그러기만 해 봐라 - (일중) 응
(유란) 자, 살 먹어
[일중의 탄성] 응
(서희) 왜, 여보?
입에 안 맞아?
아니야, 맛있네
(일중) 당신도 한번 먹어 봐 [서희가 살짝 웃는다]
- (일중) 치현아 - (치현) 네, 아버지
너도 먹어 봐라
아, 아니요, 아버지 저는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어서요
[일중이 살짝 웃는다]
(서희) 아, 여보, 많이 들어요
진주 씨네 도우미 새로 들였다더니 이번엔 사람 잘 뽑았나 봐
여보
남 부장
네
자네 요새 혹시 준재랑 연락한 적 있나?
오늘 아드님 생일이라 생각나시나 봅니다
(남 부장) 올여름까진 삼청동 쪽에 사는 거로 파악돼 있었는데
또 이사를 간 것 같습니다
주소 파악이 쉽지 않습니다
뭘 하고 다니는지 한심한 놈, 아이고
이젠 화해하셔야죠
화해는 무슨, 아비랑 아들 사이에
자네니까 하는 말이지만
(일중) 내 핏줄이라고는 세상에 준재 그놈 하나야
[의미심장한 음악] 이제 찾아서 내 곁에 둬야지 가르쳐 줄 것도 많고
좀 데려와 주겠나?
[깊은 한숨]
[헛웃음]
[통화 연결음]
나야
[긴장되는 음악] (서희) 오늘 그 아이 생일이야
거기 나타날 거야
어디 사는지 알아내
알아내서 없애 줘
[준재의 가쁜 숨소리]
[밝은 음악]
나 알아요?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나 알아요?
[뛰어오는 발걸음]
(직원1) 아, 거기! 잠깐만 잡아 주세요
아, 뭐가 이렇게 빨라
(직원1) 아이고, 아휴, 감사합니다
저희 내부 시설에 몰래 침입한 사람이라
저기, 따로 조사를 좀 해야 돼서
- (준재) 알고 있습니다 - (직원1) 예?
[흥미진진한 음악]
(준재) 영등포서 강력반 형사 기동대 홍동표 형사입니다
신고받고 왔습니다
벌써?
누가 신고했어?
(직원2) 아니요, 전 안 했는데
(경비원) 아, 보안팀에서 했나 봅니다
담당자 되십니까?
아, 예
(직원1) 여기...
건조물 침입은 대부분 목적성이 있는 행위고
이, 보통은 내부 협조자 없이는 어려운 거라
차후 참고인 조사가 필요하게 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연락드리죠
(직원1) 아, 예, 알겠습니다
(준재) 함께 가 주셔야겠습니다
잡혀가는 애 맞니, 쟤?
당신 구해 주려고 데리고 나온 거 아닙니다
(준재) 꼭 알아야 할 게 있어요
그러니까 대답해요
[휴대 전화 조작음] (준재) 여기
우리가 왜 함께 있는지
[인어의 놀란 신음]
허준재랑 내가 왜 이 안에...
내 이름도 알아요?
나 알죠?
몰라요?
안다는 거예요, 모른다는 거예요?
당신은 나 알아, 내 이름도 알고
우리가 스페인에서 같이 있었던 것도 맞고
근데 왜 난 당신을 모르지?
당신 누굽니까?
[준재의 한숨]
(준재) 좋아요
이름이 뭡니까?
이름 없어
[준재의 헛웃음]
이름이 없다?
(인어) 응
이름은 없지만 이상한 사람은 아니라고 했어
누가요?
어떤 좋은 사람이
[준재의 헛웃음]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 사람도 이상한 사람일 확률이 높네요
지금 당신 말, 행동 다 이상하거든요
(준재) 혹시 한국말 잘 못합니까? 교포예요?
[무전기 신호음이 들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갈매기가 끼룩거린다]
(준재) 마지막으로 물어볼게요
우리 스페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당신을 만났던 건 확실한 거 같은데
난 왜 아무 기억도 나지 않죠?
혹시 내가 모르는 무슨 사고라도 있었던 겁니까?
나한테 해 줄 얘기 없는 거죠?
난 당신한테 궁금한 게 많은데 당신은 내게 더 이상 해 줄 얘긴 없고
그럼 뭐, 같이 있어 봐야 소용없는 거 아닌가
왜요, 할 말 있어요?
그럼 따라오지 마요
[트럭 경적이 울린다]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흥미로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사기꾼의 탄성]
코 지금 너무 좋아요, 응?
절대 수술하지 마세요
(사기꾼) 아, 저는 뭐, 그 그, 이상한 사람은 아니에요
도쟁이나 뭐, 그런 사람이 아니고
수행자거든요, 수행자
(사기꾼) 수행자라서 다 보이거든 안 보려고 해도 다 보여
뭐가 보여요?
아가씨는 조상 복이 없는데
이 코가 액운을 많이 막아 주고 있어요
(사기꾼) 근데...
간당간당해
암만 코가 좋아도 조상 복이 없는 게 더 세서
땅속에서 조상님이 울고 계세요
조상님이 뭐예요?
뭐, 뭐긴...
아가씨를 낳아 주신 분의 낳아 주신 분의 낳아 주신 그분들이죠
(사기꾼) 나의 뿌리, 근본
그분들이 땅속에 계시진 않을 텐데
땅속 아니면 어, 어디?
물속?
[띵동 하는 효과음] [탄성]
매장 안 하시고 화장해서 강이나 바다 같은 데 뿌리셨구나
[웃으며] 아이, 뭐, 어디든, 뭐
조상님이 울고 계신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
왜 울고 계시는데요?
(사기꾼) 왜는요, 후손들이 공을 안 들이니까 그렇죠
[사기꾼의 놀란 신음]
(사기꾼) 자, 봐 봐요, 응?
[사기꾼이 바닥에 글씨를 쓴다]
[사기꾼의 애쓰는 신음]
(사기꾼) 자, 이 '공' 어?
'공'이라는 글자를 거꾸로
거꾸로 읽으면 뭐가 돼요?
[인어가 코를 훌쩍인다]
(사기꾼) 아니, 왜 그, 님이란 글자에 점 하나 찍으면 남이 되잖아요, 어?
마찬가지 원리예요
자, 이 '공'이라는 글자를 거꾸로 하면...
[흥미로운 음악]
아, 참
(사기꾼) 이리 와
자, 자
어떤 글자죠?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렇죠, 운이죠, 그렇죠, 어?
이게 무슨 말이냐
공을 들이면 운이 따라온다
[사기꾼의 탄성]
(사기꾼) 이 사실이 이렇게 과학적이고 음운학적으로 증명이 된다 이겁니다
[인어가 침을 꿀꺽 삼킨다] [사기꾼의 탄식]
기가 세시네
아, 세다 못해 엽기적이셔
저기, 일단은 저기 주차장으로 가시면
저희 봉고가 대기 중인데 갑시다
(사기꾼) 저기 봉고가...
왜요, 뭐예요, 누구신데요?
나? 당신 조상
(준재) 내가 지하에서 울다 울다, 어?
안 되겠다 내 후손을 이렇게 방치시켰다간
아주 그냥 세상이 쓰레기통이 되겠구나 싶어 가지고
친히 왕림하셨지
너 잡아가려고
[웃으며] 나, 진짜, 아
(사기꾼) 뭐야, 당신...
[어이없게 웃으며] 아, 이 양반이 정말, 아
[사기꾼의 놀란 신음]
[사기꾼의 헛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사기꾼) 아이, 씨, 쯧
아, 너, 이 자식이
너 소매치기야, 어?
당장 신고한다, 내가, 어?
한다, 신고
너 후회할 텐데, 너 내가 신고하면, 너...
주세요, 진짜
(사기꾼) 저, 지금 주시면 그냥 조용히 갈게요, 네?
개인정보 유출 때문에 그래, 내가
[사기꾼의 탄식]
아, 추워
(준재) 아이...
(준재) 아직 뭘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얘기해 주는데
저런 사람 따라가면 안 돼요
제사 지내라 뭐 해라 그러고 돈 엄청 뜯긴다고
알겠어요?
[설레는 음악]
[인어의 황홀한 신음]
[휴대 전화 벨 소리]
(준재) 어, 왜?
[수줍은 웃음] [폭죽이 펑 터진다]
[인어의 놀란 신음] [폭죽이 연신 터진다]
[준재의 아파하는 신음]
[사람들의 환호성]
(준재) 아, 아니, 뭐 하는 거야, 왜 이래요?
(인어) 총이야
[경쾌한 음악] (준재) 아니, 총?
[폭죽이 펑 터진다]
(준재) 아, 총 아니에요, 예?
[준재의 괴로운 신음]
(인어) 가만히 있어, 허준재, 내가 지켜 줄게
[준재의 괴로운 신음]
(준재) 아니, 누가 누굴 지켜, 지금
(준재) 에잇 [인어의 애쓰는 신음]
[폭죽이 펑펑 터진다]
눈 떠 봐요, 내 말 믿고
[사람들의 탄성] 하늘 봐요
[폭죽이 연신 터진다]
[로맨틱한 음악]
(준재) 잘 들어요
남을 지키는 건 나를 지킨 다음이어야 돼요
순서가 그래
(준재) 그 순서를 바꾸는 건 멍청이나 하는 짓이에요
- (준재) 알겠어요? - (인어) 안 뜨거워?
내 말 듣고 있는 겁니까?
저거, 만지면 안 뜨거워?
진짜 불꽃 처음 봐요?
불꽃?
(준재) 한강이란 데가 있는데
가을 되면 거기서 불꽃놀이라는 걸 하거든
이야, 그게 또 어마어마하게 예쁜데
내가 너, 같이 보게 해 줄게
불꽃놀이?
맞아요
진짜 처음 봐요?
[준재의 한숨]
(준재) 저거 만져지는 거 아니에요
봐요, 터지자마자 사라지잖아
[폭죽이 펑펑 터진다]
[옅은 웃음]
[카메라 셔터음]
[사람들의 탄성]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왜 다들 이러고 있어?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사진 찍잖아요
사진 찍어?
그게 뭐야?
[황당한 웃음] 아, 진짜
진짜로 몰라서 물어보는 거예요?
[준재의 옅은 한숨]
[카메라 셔터음] [폭죽이 연신 터진다]
자, 이렇게
(인어) 아...
'아'는 무슨
근데 넌 왜 사진 안 찍어? 다들 찍는데
기억하면 되니까
(인어) 여기에 찍어 두는구나
[차분한 음악]
[어린 준재의 탄성]
원래 예쁘고 좋은 건 금방 사라진다, 준재야
(유란) 이렇게 눈으로 잘 보고 있다가
여기에 이렇게 잘 간직해 두는 거야
그러다가 나중에 슬픈 날이 오면 떠올리는 거지
(유란) '그때 하늘에 불꽃이 참 예뻤었지'
'아, 우리 그날 참 좋았었지' 하고
[준재의 웃음]
- 엄마, 우리 다음에 또 올 거지? - (유란) 그럼!
- (준재) 그다음에도? - (유란) 그럼!
- (준재) 그다음에도? - (유란) 그럼!
- (준재) 진짜야 - (유란) 응
[유란과 어린 준재의 웃음]
아니, 근데 왜 계속 반말입니까, 네? [폭죽이 연신 터진다]
나도 반말할 거야, 이제
[인어의 해맑은 웃음]
[폭죽이 연신 터진다]
[준재의 어이없는 한숨]
(TV 속 기자) 이런 장관을 보기 위해
여의도 한강 공원에는 [문이 달칵 여닫힌다]
백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TV 뉴스가 계속된다] [동식의 탄식]
(동식) 골프 볼까?
(유란) 잠깐
아니, 아줌마...
[기자의 멘트가 계속 흘러나온다]
[유란의 한숨]
됐어요, 이제 골프 보세요
(동식) 감사합니다
[동식의 아파하는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감사하긴 개뿔이 감사하니, 어?
(진주) 우리 TV야, 여기 우리 집이라고
아니, 왜 자기는 아줌마가 하자는 대로 시키는 대로 그대로 해?
몰라, 나 이상하게 저 아줌마가 시키면 좀 하게 되는 편이야
(대영) 어
[긴장되는 음악] [대영이 쩝쩝거린다]
지금 따라가고 있는데 어떤 여자랑 같이 다니네
근데 오늘 여기 올 줄 어떻게 알았대?
(서희) 걔, 어릴 때부터 그랬거든
다 커서도 그 버릇 아직 못 고쳤네
준재야, 어딜 간다는 거야?
우리 엄마랑 내 생일에 만나기로 했어요
엄마가 기다릴 거예요
(어린 준재) 놔, 놔!
그래, 그럼 가 봐
너희 엄마는 거기 안 올 거야
(서희) 왜냐면 아빠가 돈을 아주 많이 줬거든
근데 널 만나면 그 돈을 다시 돌려줘야 돼
너희 엄마가 왜 너한테 인사도 없이 사라졌을까?
너보다 그 돈이 훨씬 좋거든
[흐느끼며] 아니야, 아니야
우리 엄마 안 그래
우리 엄마 안 그래
(일중) 얘 왜 이래, 또?
엄마 보러 간다 그래서요
(일중) 이 자식이...
방에 들어가!
[어린 준재가 흐느낀다]
(서희) 왜 애한테 소리를 쳐요 안 그래도 마음 상한 애를
(어린 준재) 아니야, 아니야
우리 엄마, 우리 엄마가 보러 올 거야
(서희) 준재 울지 마
새엄마 속상해
[어린 준재가 흐느낀다]
준재 미안해
(서희) 내가 이 집에 들인 공이 얼만데
상속 문제 정리할 때 되니까 자기 아들을 찾아?
[대영이 살짝 웃는다] (서희) 오늘 꼭 어디 사는지 알아내
알았지?
내가 살아야 당신이 사는 거야
끊어, 움직인다
[통화 종료음]
왜 자꾸 따라와?
나 이제 가야 된다니까
[준재의 한숨]
어쩌라고?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같이, 어딜? 내 집에?
어
안 돼
왜?
안 되지, 어디 말만 한 여자애가 남자 집에 오겠다고
너, 너희 부모님이 아시면 뭐라 그러시겠냐?
부모님 없는데
[준재의 헛기침]
그럼 대답해
우리 아는 사이지?
무슨 일 있었지?
이 봐
네가 이런 식인데 내가 너처럼 비밀 많은 애를
뭘 믿고 집에 데려가냐?
손 줘 봐
[글씨를 쓱쓱 쓰며] 나중에 나한테 뭔가 하고 싶은 얘기가 생기면
그때 연락해
[차 문이 탁 닫힌다] [자동차 시동음]
아, 몰라
아니, 난 모르는 앤데 뭐 어쩌라고
[긴장되는 음악]
[타이어 마찰음]
[준재의 한숨]
[차분한 음악]
(인어) 서울 오니까 정말 좋아
(준재) 너 서울 진짜 몰라?
아, 뭐지, 이 기억?
추워, 창문 닫는다
[인어의 놀란 신음]
너랑 있으니까 정말 좋아
(인어) 사랑해
[캑캑거린다]
[답답한 한숨]
야, 내가 뭘 좀 비교 좀 해 보려고 하는데
그거 한번 말해 봐
어, 뭐?
(준재) 그거, 그...
사, 사...
[한숨 쉬며] 됐다
나중에 해
[타이어 마찰음]
[엔진 가속음] [긴장되는 음악]
아, 또 어떤 놈이야
[타이어 마찰음]
[인어가 피식 웃는다]
[엔진 가속음]
[타이어 마찰음]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엔진 가속음] [타이어 마찰음]
[인어의 놀란 신음] [타이어 마찰음]
[타이어 마찰음]
에이, 씨
[대영의 분노한 신음]
[가쁜 숨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연구원1) 아직도 그거 하고 있어?
(시아) 참, 유물 중에 이런 그림 본 적 있어?
(연구원1) 하, 없지
이게 조선 시대 청화 백자 문양치고는 좀 현대적이잖아
아니, 조선 시대 사람이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렸지?
(연구원2) 교수님은 타임머신 타고 와서 미래를 보고 간 거 아니냐고 하시던데
[연구원1의 헛웃음] 왠지
내가 아는 사람이랑 느낌이 비슷해
(연구원1) 누구?
있어, 오늘 생일인 사람
[현관문이 달칵 닫힌다]
[발랄한 음악] (준재) 들어와
(남두) 야, 저 여자 집에 데려오면 어떡해, 돌았냐?
들었나?
(인어) 여기 먹을 거 없어?
(준재) 먹을 게 거기 왜 있냐?
이리 와
[전자레인지 종료음]
[입바람을 훅훅 분다]
[인어가 후루룩 먹는다]
[남두의 헛기침]
저기, 우리 아가씨, 집이 어딥니까?
집 멀어
(남두) 나도 멀어요, 우리 집 남양주야
난 진... 짜 멀어
어, 잘 안 지는 성격이네 말꼬리 잡고 패션도 이상하고
(남두) 나랑 안 맞네, 준재야, 나랑 안 맞다
형이랑 맞아서 뭐 하게?
(준재) 누가 지금 소개팅해 주는 거야?
(남두) 야, 그래도 우리가 공동생활체인데
(준재) 공동생활 좋아하네
너희 둘이 지금 빈대 붙은 거잖아
둘 다 나가, 이제, 쯧
(남두) 어머, 어머, 얘 봐 와, 얘 엉큼하네
태오랑 나랑 둘이 나가면 둘이서 한집에서 뭐 하려고?
아, 얘를 내가 계속 데리고 있겠어?
(준재) 난 뭐 확인할 게 있어서 얘 데려온 거야
뭘 확인해?
(남두) 야, 야, 꺼내지 마, 꺼내지 마!
[흥미진진한 음악] 너
이거 알지?
[남두의 못마땅한 한숨]
아는 거지?
응
네 거야?
내가 너 준 거야
(남두) 아, 준 거구나?
무상 증여
(준재) 날 줬다고?
어, 네가 그거 좋아해서
(남두) 그렇지, 좋아했겠지
근데 이게 좋아한다고 막 주고 그럴 수 있는 물건이 아닌데
(남두) 착하네, 사람이
바탕이 선해
[준재가 혀를 쯧 찬다]
우리 집에 많아, 이런 거
많다고?
응, 찾아보면 되게 많아
그렇구나, 찾아보면 되게 많구나
(남두) 준재야, 우리 이 아가씨 이 집에 기거하게 하자, 당분간
기거 같은 소리 하고 앉았네, 쯧
야, 딱하잖아 서울에 아는 사람도 없다며
근데 진짜 집에 이런 게 많아?
(인어) 응
(남두) 우리가, 아니
오빠가 도와줄게 이 험난한 서울 생활을
책임질게, 이 오빠가
대신 오빠가 도와줬다는 이 사실 이 팩트는 잊어버리면 안 돼
(남두) 집에 돌아가서도 은혜 갚고 싶으면 갚아도 되고
(준재) 아니, 됐고
이 팔찌는 아는데
네가 팔찌를 준 당사자인 나는 모른다?
말이 되냐?
이거 봐
말만 잘하다가 중요한 질문만 하면 입을 다문다니까, 이게
야, 야, 야, 너무 다그치지 마 [준재의 한숨]
다 사정이 있겠지
근데 우리 동생, 이름은 뭐야?
이름 없대
이름, 이름이 없대?
(인어) 왜 다들 이름이 뭐냐고 물어봐?
(남두) 와, 질문 창의적이다, 신선해
왜 이름 물어보냐면
그 사람 부르려면 이름이 있어야 되니까
이름 없으면 못 불러?
아무래도 애매하지 있는 게 부르기는 쉽지
나도 이름 있으면 내 이름 불러 줄 거야?
뭐, 있으면 부르겠지
그럼 나 이름 하나 만들어 줘
뭘 줘, 여기가 뭐, 작명소냐?
이름 하나 줘
이름은 그 사람을 딱 보고 느껴지는 그 느낌?
(남두) 이미지, 이런 게 중요한데 난 우리 동생 보니까
헵번이 떠올라
오드리 헵번
영화 '로마의 휴일'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공주가
(남두) 막 세상 구경하면서 돌아다니잖아
그런, 그런 천진난만함이 느껴진달까?
(남두) 이름 오들희 어때?
성은 오, 이름은 들희, 오들희
(준재) 오들희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아, 그냥, 심청이 해, 심청이
(남두) [웃으며] 야, 무슨 심 봉사 딸이냐
[애잔한 음악] (준재) 아, 얘 심하게 멍청하잖아
심청이, 딱이야
야, 사람 이름을 그렇게 성의 없게 짓냐?
좋아
뭐가 좋아, 얘가 지금 너 멍청하다고 놀리는 건데
(심청) 나 마음에 들어, 심청이
좋아
(남두) 어울린다, 심청이 작명에 소질이 있다, 네가
그렇지?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심청의 해맑은 웃음]
[발랄한 음악]
넌 이름이 뭐야?
나, 난 태오
내 이름은 심청이야
[심청의 웃음]
[초인종이 울린다]
[키보드를 탁 누른다]
(시아) 그래도 네 생일인데 케이크에 불은 붙여야지 싶어서
집에 가는 길에...
[흥미로운 음악] [개가 으르렁대는 효과음]
손님이 와 계셨네
(시아) 누구?
(준재) 아, 그...
[날카로운 효과음]
안녕? 난 심청이라고 해
[남두가 피식 웃는다]
네
[로봇 청소기 작동음]
[심청의 놀란 비명] (심청) 아, 깜짝이야!
(준재) 야, 너 뭐 하는 거야? [심청의 겁먹은 신음]
왜 이래? 아이, 떨어져, 떨어지라고!
[심청의 겁먹은 비명] (준재) 떨어지라고!
[남두의 웃음] (심청)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준재) 뭐가 무섭다고, 야, 떨어져 [심청의 비명]
(준재) 야! [심청의 겁먹은 비명]
- (심청) 무서워 - (준재) 네가 더 무서워
(남두) 자...
[남두의 놀란 신음] (준재) 야, 야, 야, 야
이거 촛불 끄고 먹는 거야
[준재의 한숨]
(남두) 자, 생일 축하 노래 부르고
(함께) 생일 축하합...
[입바람을 후 분다] [남두의 놀란 신음]
[남두의 놀란 신음]
(남두) 초 빼고 먹어야지, 초 빼고
응? 우리 청이 씨
(남두) [살짝 웃으며] 자, 자
[남두의 놀란 신음] 오 마이 갓!
[밝은 음악] [준재의 탄식]
[심청이 발을 동동 구른다] [남두의 웃음]
(준재) 아, 누가 뺏어 먹니? 천천히 먹어
준재야, 너도 좀 먹어 봐
[시아의 권유하는 신음] (준재) 됐어, 내가 할게
(남두) 야, 한입 먹어 줘라, 시아 민망하겠다
(준재) 아, 진짜
[심청이 콧방귀를 뀐다]
[시아의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시아) 참, 준재야
다음 주 진 교수님 퇴임식 같이 갈 거지?
(준재) 난 내일 따로 찾아뵙기로 했어 드릴 말씀도 있고
(시아) 진 교수님
새 프로젝트 들어가실 때마다 얼마나 아쉬워하셨는지 알아?
네가 도와주면 좋을 텐데 하시면서
(준재) 도와드려야지
[시아의 웃음]
[남두의 힘겨운 신음]
(시아) 아니, 그래서 당분간 쟤를 여기 두겠다는 거야?
말렸지, 나도, 말렸는데
아, 준재가 또 은근히 정에 약해
애가 딱 봐도 정신적으로 아파 보이고 하니까
뭐, 측은지심이 발동한 거 같아
야, 근데 신경 쓰지 마
천하의 차시아가 뭐, 저런 애를 신경 써
쟤, 자기 이름도 모르는 애인데
(시아) 아, 몰라
절대 이 집에서 나가지 말고 버텨 둘만 있지 않게
알았어, 알았어
(시아) 아니
아니, 방도 없는데 어디서 자겠다는 건데?
사실은 방이 하나 더 있어
[준재의 힘주는 신음]
(준재) 올라와
나 여기서 살아?
정신 차려, 뭘 살아
(준재) 내가 뭐 좀 알아낼 게 있어서 잠깐 있게 해 주는 거야
딱 며칠만이다
[준재의 힘주는 신음]
(준재) 아이고
[준재의 피곤한 신음]
(심청) 고마워, 허준재
당연히 고맙지
이제 조용히 하고 자라
(심청) 어
[리모컨 조작음]
[몽환적인 음악]
[심청이 쿵쿵 뛴다]
야, 다 들리거든?
(준재) 나는 층간 소음이 싫어서 주택 사는 사람이야
오밤중에 쫓겨나고 싶냐?
[심청의 힘주는 신음]
[피식 웃는다]
[웃음 섞인 한숨]
[천둥이 콰르릉 친다]
[긴장되는 효과음]
허준재!
(심청) 아침이야, 아침밥 먹자
[준재의 짜증 내는 신음]
[안내 음성] 맛있는 취사를 시작합니다
(심청) 어, 시작해
좀 서둘러 주면 더 좋고
가지가지 한다, 진짜
[남두의 하품] 야, 사람 사는 집 같고 좋다, 야
어? 여기 우유 다 어디 갔냐?
(준재) 여기 배고프다고 밥 기다리는 사람이 아까 원샷 하던데
아, 거덜 나겠구먼, 집이
사람 사는 집 같고 좋다며
[로봇 청소기 작동음]
[심청의 놀란 비명] [남두의 놀란 신음]
[청소기 전원이 꺼진다]
(남두) 야, 형이라고 늘 맞는 말만 할 수 있겠니?
[남두의 웃음]
[의미심장한 음악] (여자) 누구세요?
(대영) 저, 혹시 신문 보세요?
저, 명성일보인데 신문 보시면 이렇게 현찰도 드리는데
(여자) 아, 네, 저희 보는 거 있어서요
[아기의 울음] (여자) 예, 죄송, 죄송합니다
(대영) 계세요? 신문 보세요
계세요?
(대영) 여기 신문 보세요!
신문 보세요!
계세요? 신문 보세요!
계세요?
(대영) 저, 저기...
(대영) 저기, 신문 보시면 현찰 드리는데
안 봐
야, 너 지금 이깟 신문 때문에 자는 사람 깨운 거야?
야, 너 뭐 하는 거여?
(남자) 너, 내가 봤는데 이거 뭔 표시 하는 거냐?
너 좀도둑이지?
아, 이 쓰레기 같은 새끼, 너
꼼짝 말고 있어
[긴장되는 음악] (남자) 새끼가...
뭐 하는 거여, 이 또라이 새끼, 이거
(준재) 수고하세요
[옅은 한숨]
[몽환적인 음악]
뭐지?
거길 왜 갔지?
떨어지다가 머리를 다친 거야
틀림없어
하, 뭐지, 진짜?
(조폭) 야!
[준재의 놀란 신음]
[휴대 전화 벨 소리]
[이어폰 조작음] 어, 형
(남두) 어, 준재야 야, 멈춰, 멈춰, 멈춰, 멈춰
- (준재) 어? - (남두) 앞에 봐, 앞에 봐
[긴장되는 음악] [무전기 신호음]
(남두) 야 [차창을 똑똑 두드린다]
뭐야, 무슨 일인데?
야, 우리 옆집에서 이게 무슨 일이냐, 살인 사건 났대
뭐?
(남두) 태오도 지금 집에 오지 말라고 연락했거든
빨리 차 돌려 저 앞에 홍 형사 있어, 홍 형사
너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홍 형사
(남두) 3년 전에 네 얼굴도 본 적 있잖아
야, 뭐 해? 차 돌리라니까!
집에 청이 혼자 있어
잠깐 혼자 있으면 어때, 빨리 차 돌려
(남두) 여기 계속 이렇게 있으면 의심받아, 얼른!
[무전기 신호음]
(동표) 종합 수사 하자니까
(형사) 아, 왜 이래? 홍 형사네 관할도 아니잖아
살인 도구가 못이랑 망치라며
이거 마대영이야
망치 살인은 마대영이 혼자야?
(형사) 피해자가 사채업자래 이거 100% 원한이라니까
사건에 100%가 어딨어
(동표) 일단 가능성 열어 두고 시작하자고
아니면 내가 빠질게
(형사) 아이, 참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무전기 신호음]
허준재 왜 안 오지?
(심청) 어? [TV가 탁 켜진다]
(TV 속 배우1) 야,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았어야지!
(TV 속 배우2) 도대체 저한테 뭘 숨기는 겁니까?
(TV 속 배우1) 넌 끝까지 모르고 살았어야 했어
(TV 속 배우2) 말해 주지 않아도...
(TV 속 배우1) 그럼 비밀을 말해 주지
너희 아버지는 바로...
[흥미진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왜 이래?
(심청) 움직여
말을 해
죽은 거야?
[흥미진진한 음악]
[초인종이 울린다]
허준재인가?
(준재) 잘 들어요, 남을 지키는 건 나를 지킨 다음이어야 돼요
순서가 그래
(준재) 그 순서를 바꾸는 건 멍청이나 하는 짓이에요
알겠어요?
[천둥이 콰르릉 친다]
- (준재) 형, 비켜 - (남두) 어?
형도 멍청이 되고 싶지 않으면 비키라고
(남두) 뭐라고? 야, 야, 준재야
[남두가 차창을 두드린다] 야, 허준재!
[자동차 시동음]
[타이어 마찰음]
(남두) 야, 준재야!
(마님) 사월아
사월아
아, 네, 마님
[익살스러운 음악]
오늘 날이 좋으니 장독 뚜껑을 모두 열어 놓도록 해라
(마님) 그래야 볕을 받아 장맛이 좋아진다
[닭이 꼬끼오 운다]
(사월) 저걸 다요?
아...
너무 힘들겠니?
아니, 뭐...
내가 할까?
아닙니다요, 마님
제가 해야 합죠, 네
[마님의 옅은 한숨]
[사월의 힘겨운 신음]
(마님) 사월아
예, 마님!
[사월의 다급한 숨소리]
[헐떡이며] 거의 다 해 가는데요
[사월의 가쁜 숨소리] (마님) 제비가 낮게 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소나기가 오려나 보다
닫자 [익살스러운 효과음]
뭘요?
장독 뚜껑
방금 열었는데요
내가 할까?
(돌쇠) 저, 마님!
그, 장독 뚜껑, 제가 닫겠습니다
아니, 넌 따로 할 일이 있다
네?
흡곡 좀 다녀오너라
(마님) 우참찬 대제학 어른댁에서
우리 담령이에게 혼담을 넣으셨는데
이 녀석이 아무리 기별을 보내도 답이 없구나
네가 가서 내 서찰을 전하고 직접 답을 가져와야겠다
[사월이 훌쩍인다]
(사월) 마님...
알고 저러는 것 같아
우리 둘 떼 놓으려고
[울먹이며] 우리 다시 태어나면
(사월) 그때는 처음부터 부부로 만나서
백년해로하자
(사월) [울먹이며] 이렇게 과부, 홀아비로 만나서
애태우지 말고
[사월이 울먹인다]
(돌쇠) 그래, 다음 세상에선 나 꼭 부자로 태어날게
우리 사월이는 뭐로 태어나고 싶어?
나?
[훌쩍인다]
나는...
(마님) 사월아!
[사월의 떨리는 숨소리]
저년 상전
[로맨틱한 음악]
(준재) 내일까지 아무 얘기 안 하면 넌 여기서 나가야 돼
(시아) 여기 왕빈대처럼 들러붙어 있지 말고 나가라고요
[심청의 기합]
[시아의 아파하는 신음]
(남두) 정말 내보냈어, 이 추운 날씨에?
참, 야, 없는 사람 등은 안 치겠다더니 어떻게 된 거야, 허준재?
(심청) 우리 다음 이 시간은 첫눈 오는 날로 해
저기서 만나
내가 뭐 좀 말할 게 있어서 그래
.푸른 바다의 전설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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