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의 전설 5
[긴장되는 음악]
[세화의 겁먹은 숨소리]
[자객1의 기합]
[자객2의 놀란 신음]
[칼이 바람을 가른다]
[자객2의 기합]
[자객3의 기합]
[자객1의 기합]
[자객1의 기합]
[자객1의 비명]
[자객2의 기합]
[자객3의 기합]
(두목) 어찌 되었느냐, 찾았느냐?
다친 데는 없느냐?
보고 싶었다
[잔잔한 음악]
(담령) 이 세상 꽃들엔 고유의 꽃말이라는 게 있다
이 꽃의 꽃말이 뭔 줄 아느냐?
무엇입니까?
너에겐 있고 나에겐 없는 것
추억이다
[풀벌레 울음]
[몽환적인 음악]
[텔레파시가 들려온다]
[텔레파시가 울려 퍼진다]
하면, 둘이 관아로 같이 가더라 그 말이더냐?
예, 나리
(양 씨) 알았으니까 일 봐
(홍란) 더 잘되었습니다
이제 흉조가 고을 깊숙이 들었으니 변고가 일어나기 시작하면 되겠네요
[웃으며] 그렇지
[양 씨와 홍란의 웃음]
하면, 무엇부터 시작을 한다, 응?
[양 씨의 웃음]
(화주) 어허, 놓아라!
- (화주) 어허 - (양 씨) 네 이놈!
(양 씨) 네가 감히 누굴 막는 게냐?
안으로 드시지요
[화주의 헛기침]
(양 씨) 아니, 화주께서 이 늦은 시각에 어인 일이십니까?
우리 여각에 머무시면서
뭐, 불편한 거라도 있으셨습니까?
(화주) 이거 보시오, 객주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소?
차첩이 있는 그대가 우리 상선을 포구에 강제로 묶어 놓고
거액의 숙박료를 받는 건 어쩔 수 없다 쳤소
하지만 스무 날이오
우리도 먹고살아야 되지 않소!
아이고, 아이고, 화주님
(양 씨) 아직 우리 여각에 [어두운 음악]
독점 화물 중개권을 주신다는 약조를 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니, 그 날이 길어질 수밖에요
[양 씨의 웃음] (화주) 예라, 이 천하의 도둑놈아!
길목을 막고 날강도 짓을 해도 유분수지
네놈의 배를 불려 주려고 천리만리 길을 오가는 줄 아느냐?
네놈의 만행을 천하에 다 까발릴 것이다!
퉤!
[양 씨의 웃음]
잘 가시게나 [비열한 웃음]
[양 씨의 웃음] [술잔이 퍽 깨진다]
(어부1) 아, 어여들 와!
[어부들이 시끌벅적하다]
(어부2) 어떻게 많이 잡았나? [어부들의 웃음]
(어부1) 어? 저거 사람 아니여?
(어부2) 가만있어 봐
(어부1) [화들짝 놀라며] 사람이 죽었어, 사람!
관아에 빨리 알려!
[저마다 다급히 소리친다] 사람이 죽었다, 사람!
[주민들이 소란스럽다] (주민1) 아유, 이게 무슨 일이야, 이게?
(오작인) 키는 주척으로 7척 9촌
두 발의 길이는 2척 5촌입니다
구타의 흔적도 목을 맨 흔적도 없었습니다
독살의 반응은?
(의원) 은비녀를 입에 물려 보았으나 색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평소 앓고 있던 지병도 없었다고 하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음이다 보니
필시 소문 속의 인어가 간악한 저주를 내려
(율관) 이런 변고가 생겼다 하여
민생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신속히 검험을 마치고 시신을 양지바른 곳에 매장하여
흉흉한 소문을 잠재우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주민들이 수군거린다]
이 일이 인어의 저주로 인한 변고인지
아니면
(담령) 민심이 험한 틈을 탄 누군가의 간계인지 아직 알 수 없다
내 반드시 이 죽음의 진상을 철저히 밝힐 것이며
그 전엔 장례도 치르지 않을 것이다
(담령) 율관과 의원과 오작인은 그리 알고
검험에 만전을 기하라
[까마귀가 깍깍 운다]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호방) 아니, 홍란이
자네가 웬일이신가?
호방 어른
(홍란) 이분은 궁방산 큰 무당님이신데
이분 말씀이 흉악한 인어가 바로 이 관아 안에 숨어 있답니다
(주민2) 아이고, 세상에
- (주민3) 당장 잡아야지 - (호방) 아, 이 사람아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믿지 못하시겠습니까?
그럼 이 안을 뒤져 봐도 되겠습니까?
미친 거 아닌가?
(호방) 현령 나리도 안 계신데
[헛기침] 아니 되네
현령을 오래 보겠소
아니면 우리 영감님을 오래 보겠소?
(포졸) 나리, 현감 나리!
[헐떡이며] 나리
[포졸의 가쁜 숨소리]
지금 사람들이 관아에 몰려와서
(포졸) 인어를 잡겠다고 막 여기저기 뒤지고 난리...
[담령의 기합] [포졸의 놀라는 신음]
[극적인 음악]
아, 뭘 알려 줘도 고마운 줄을 몰라
같이 가요, 아유!
(담령) 나는 꿈을 꾼다
그 꿈속에 나는 이상한 세계 속에 살고 있지
그리고 거기엔 너도 있다
(담령) 꿈속의 너와 나를 그려 본 것이다
그것이 그냥 꿈인지, 환상인지
아니면 다른 세계 어딘가를 미리 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담령) 분명한 건
[방울이 짤랑거린다] (호방) 안 되는데...
[주민들이 수군거린다]
(담령) 지금 일어난 일은
반드시
[장지문이 쿵 열린다]
그때도 일어난다는 것
(담령) 그렇게 기묘하게 [천둥이 콰르릉 친다]
운명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대영) 여기 22-4번지, 살인 사건에 관해서 몇 가지 좀 여쭤볼 게 있습니다
안에 잠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긴박한 음악] [자동차 경적음]
[타이어 마찰음]
[타이어 마찰음] [교통콘이 쾅 부딪힌다]
(준재) 당신 뭐야?
탐문 수사를 이렇게 하나요?
보통 2인 1조로 하던데 공무원증 줘 봐요
무전기도 없고
당신, 경찰 맞아?
[호루라기가 삑삑 울린다]
[무전기 조작음]
어디가, 모자 벗어 봐!
(준재) 저 사람 경찰 아닌 것 같아요 수상합니다, 쫓아가 주세요
(경찰1) 선생님, 지금 다른 사람 신고할 입장이 아니세요
방금 경찰의 검문검색에 불응하셨고 차로 도주하셨는데
왜 그러신 거예요?
(준재) 아, 그건...
[무전기 신호음]
근처에서 살인 사건이 났다는데
집에 여자 친구가 혼자 있는 게 걱정이 돼서요
(준재) 겁이 많거든요, 여친이
나 겁 없는데
[웃으며] 너 겁 많아
- (심청) 나 겁 많아? - (준재) 많아
- (심청) 많아? - (준재) 많아
(경찰1) 저기요, 잠시 신원 확인 있겠습니다
신분증 좀 보여 주시죠
아, 네
[무전기 신호음] (경찰1) 조회 부탁드립니다
(준재) 여기요
(경찰1) 이름 김현성, 주민 번호 870521 [긴장되는 음악]
(동표) 뭐야? 방금 검문 안 받고 도주한 놈 맞지?
(형사1) 맞는 거 같은데? [무전기 신호음이 요란하다]
(동표) 내가 저 뒷모습을 어디서 본 거 같은데
(형사2) 선배!
옥수동 쪽에서 마대영 목격했다고 신고가 들어왔답니다
- (동표) 옥수동 어디? - (형사2) 일단 가시죠
(동표) 옥수동 지구대에 지원 요청해
[남두의 한숨]
내가 9살 이후로는 경찰서, 소방서 이런 데에
(남두) 가짜 신고 전화 삼갔었는데
허준재 때문에 또 이런 범법 행위를 다 하네
(남두) 에이, 한심한 새끼
[무전기 신호음]
(경찰2) 네, 전과 없고요, 주소지 확인됐습니다 이상 없습니다
(경찰1) 어쨌든 지시 명령 위반하셨기 때문에
도로교통법 제5조에 의해서 과태료 내셔야 됩니다
아, 그럼요, 암요, 내야죠, 예
고지서 받으시면 60일 이내에 납부하시고요
(준재) 네, 선생님
날씨가 참 추운데 고생이 많으시네요
그럼 전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준재) 들어가자, 많이 놀랐지?
아니, 막 놀라고 그러진 않았는데...
아니야, 너 많이 놀랐어 가자, 들어가
아, 네
(경찰1) 아, 근데 저 남자 어디서 봤더라?
아는 사람이야?
아이, 그런 건 아닌데 이상하게 얄밉네
(경찰1) 아, 왜 그런 사람 있잖아 딱 봤는데 그냥 왠지 엄청 싫은 사람
이상하게 싫어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여기 왜 그래?
아파?
(준재) 야, 너는 아무한테나 그렇게 문을 막 열어 주냐?
아니, 어떤 사람이 와서 열어 준 거...
상어도 아니고 사람이니까
(준재) 상어가 여길 왜 와
그리고 너, 상어보다 사람이 더 위험한 거야
사람이 더 위험해?
왜?
1년에 사람을 죽이는 상어는 5마리 이하야
근데 사람이 죽이는 상어는 수만 마리야
누가 더 무서워?
- (심청) 사람? - (준재) 그래
사람이 그렇게 무서운 거야
그러니까 네가 모르는 어떤 사람이 왔을 때
문을 열어 주면 안 되는 그런...
근데 허준재
너 손 안 아파?
내가 그랬지?
남을 지키는 건 나를 지킨 그다음이라고
걱정도 마찬가지야
남 걱정하기 전에 네 걱정이나 해
너나 다치지 말라고
[준재의 한숨]
내가 진짜 뭐 하는 거냐
아, 나 요즘 이상해
[준재의 한숨]
(심청) 근데 허준재
나, 궁금한 게 있어
아, 또 뭐?
(심청) 저 안에 있는 작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어?
뭐?
이 안에 있어?
나오라고 하면 안 돼?
아, 나오라고?
- (준재) 거기서? - (심청) 어
아까...
'진짜 너의 아버지는...'
[익살스러운 음악]
이러고 끝났어
그러더니 다음 이 시간에 만나재
나 진짜 너무 궁금해 진짜 아버지가 누군지
- (준재) 많이 궁금해? - (심청) 응
어떻게, 내가 한번 물어봐 줘?
정말? 아는 사람들이야?
알지, 우리 집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인데
(준재) 그 안에 살잖아
진짜?
(준재) [손가락을 딱 튕기며] 내가 전화해서 물어봐 줄게
[휴대 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준재) 여보세요
(남두) 어, 야, 괜찮냐?
(준재) 어, 난데, 나 집주인인데
(남두) 어? 무슨 집주인?
(준재) 그냥 들어가시면 어떡해요
아, 어딜 들어가?
아니, 하던 얘긴 마무리하고 가셔야지
(남두) 아, 뭘 마무리...
(준재) 왜 말을 하다 말아요, 치사하게?
(남두) 뭐가 치사해, 너 돌았냐?
말해 봐요
진짜 아버지, 누구예요?
아버지? 얘가 또 아픈 데를 건드리네
나 고아잖아
(준재) 아, 네, 잘 알겠습니다, 네
(심청) 뭐래?
너부터 말해
어? 뭘?
우리 스페인에서 어떻게 만났는지, 뭘 했는지
(준재) 나는 왜 그게 기억이 안 나는지
사실대로 다 말해
그냥 너만 말해 주면 안 돼?
[코웃음 치며] 안 되지
왜? 세상은 기브 앤 테이크거든
(준재) 기브 앤 테이크
기브가 없는데 테이크가 있을 순 없어
그냥 기브 없어도 테이크만 있으면 안 돼?
안 돼, 세상은 그런 게 아니야
그럼 나 그냥 다음 이 시간까지 기다릴래
나 기다리는 거 잘해
[준재의 짜증 내는 신음]
(준재) 야
[아련한 음악]
넌 기다리는 거 잘할지 몰라도 난 아니야
난 기다리는 거 못해
잘 들어
너한테 다음 이 시간은 내일이야
내일까지 아무 얘기 안 하면 넌 여기서 나가야 돼
내일이다
어떻게 된 거야? [긴장되는 음악]
회현동 사건, 당신이 한 거지?
안 믿어도 상관없지만 내가 한 짓 아니야
(서희) 일 시끄럽게 만들지 말고 내가 시키는 것만 해
내가 뭘 손에 쥐고 있는지 모르는 거 아니면
(서희) 준재는 찾았어?
어디 사는지 주소 보내
어머니, 뭐 하세요?
[서희의 당황한 웃음] 아니, 왜 안 자고?
일 좀 하다가 출출해져서요
뭐, 먹을 거 좀 있어요?
아유, 그럼, 엄마가 챙겨 줄게
(치현) 감사합니다
저 어머니가 해 주시는 샌드위치 먹고 싶은데
(서희) 그래?
[휴대 전화 진동음] 어, 재료 있나 챙겨 볼게
[싱크대 물이 쏴 흐른다]
[긴장되는 음악]
[그릇이 달그락거린다]
[싱크대 물이 쏴 흐른다]
(치현) 어머니, 재료 좀 있어요?
(서희) 그래, 빨리 만들어 줄게 우리 아들, 조금만 기다려
[치현의 옅은 웃음]
아, 맞다, 어머니 여기 핸드폰 진동 오던데
(서희) 어?
(서희) 어머!
[당황한 신음] 아, 얘!
[치현의 당황한 신음]
(치현) 아, 이게...
먹통이 됐나...
[서희의 당황한 숨소리]
조심 좀 하지
(치현) 죄송해요
(치현) 아이, 그러지 말고, 어머니
이번에 핸드폰 바꾸세요
아직도 폴더 폰이 뭐예요
제가 최신 폰으로 사 드릴게요
아셨죠?
[물이 찰랑거린다]
[준재의 피곤한 신음]
[준재의 편안한 신음]
[심청이 괴이한 소리를 낸다]
[오싹한 효과음]
[준재의 놀란 신음]
야, 너 뭐 해?
아, 나 봤어?
(심청) 나 신경 쓰지 마 난 그냥 네 얼굴 보고 싶어서
[발랄한 음악] [준재의 한숨]
(준재) 야, 머리 넣어라, 들어가
아, 들어가!
(준재) 아, 진짜 소름...
(심청) 근데 네 친구들은 왜 집에 안 와?
[한숨 쉬며] 걔네 오늘 안 들어와
그럼 너랑 나랑 둘만 있어?
[심청의 음흉한 웃음]
[준재의 황당한 웃음]
(준재) 야, 너 그러고 웃으니까 더 무서워
안 들어가? 귀신이니?
(심청) 미안한데 나 신경 안 쓰면 안 돼?
난 그냥 이게 재밌어서 그래
(심청) 볼래?
[심청이 괴이한 소리를 낸다]
[준재의 한숨]
[심청이 괴이한 소리를 낸다]
[심청이 괴이한 소리를 낸다]
[준재의 짜증 내는 신음]
(심청) 넌 눈 감으면 되잖아 감으면 안 보이잖아
(준재) 아이, 씨
납량 특집도 아니고 위에서 뭐가 뚝뚝 떨어지는데
어떻게 눈을 감고 있어?
(심청) 아, 이게 싫구나
싫으면 내가 내려갈까?
(심청) 네 옆으로?
아, 그래
(심청) 아이고, 그럼 내가 내려가야겠다
(준재) 그래, 내려와
내려와서 그대로 나가
오늘 나가나 내일 나가나 뭐, 그게 그거지
(준재) 내려와, 왜, 어?
뚜껑 꽉 닫아라
(준재) 아, 진짜, 씨
[준재의 짜증 내는 신음]
[빗줄기가 쏟아진다]
[잔잔한 음악] [초침이 재깍거린다]
(심청) 안 왔으면 좋겠다, 내일
[초침이 째깍거린다]
[빗줄기가 쏟아진다]
[문이 철컥 열린다]
왜 왔어?
아직 여기 있네요?
안에 준재 있어요?
허준재가 모르는 사람 문 열어 주지 말랬는데
나 모르는 사람 아니잖아요
[흥미진진한 음악] 뭐 하는 거예요?
나, 너 잘 몰라
여기가 당신 집이에요?
(시아) 나 허준재 만나러 온 거거든요
[시아의 놀란 신음]
[시아의 아파하는 신음]
아, 그렇구나
[시아의 어이없는 한숨]
들어와, 왜 거기 자빠져 있어?
[시아의 한숨]
아, 뭐 저런...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준재는요?
뜀박질한다고 나갔어
남두 오빠랑 태오는요?
안 들어왔어
아쉽게도 어제만
영원히 안 돌아왔으면 좋겠는데
그럼 단둘이 있었어요, 어제?
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시아의 헛웃음]
청이 씨
내 얘기 잘 들어요
사실은 준재랑 나, 결혼할 사이예요
결혼이 뭐야?
결혼요, 좋아하는 남자, 여자가 한집에 같이 사는 거
서로 사랑하고 위해 주면서
아, 지금 준재랑 내가 하고 있는 거?
[시아의 황당한 웃음]
아니죠
지금 청이 씨가 하고 있는 건 결혼이 아니라
엄밀히 말해 빈대짓이죠
빈대짓이 뭐야?
빈대짓은 들러붙어 사는 거
결혼은 서로 원해서 같이 사는 거
그 차이예요
준재가 청이 씨더러 같이 살재요?
아니잖아요
상대가 원치 않는데 여기 이러고 있는 거
그게 바로 들러붙어 사는 거예요
빈대처럼 피 빨아먹으면서
나 피 안 빨아먹었어
나 안 먹었는데, 피
아니, 실제로 피를 빨아먹는 행위를 했다는 게 아니라...
[시아의 헛웃음]
돌려 말하면 청이 씨가 못 알아들으니까
그냥 직접적으로 얘기할게요
나가요, 그냥
[리드미컬한 음악]
[으르렁거리는 효과음]
여기 왕빈대처럼 들러붙어 있지 말고
나가라고요
[으르렁거리는 효과음]
[심청의 기합] [시아의 아파하는 비명]
(시아) 아, 뭐야!
[심청의 기합] (시아) 아, 아파!
[시아의 아파하는 비명]
(준재) 너 무슨 정신 나간 강아지니?
왜 사람을 물어?
너무 그러지 마
아까는 놀라서 소리 지른 건데 그렇게까지 아픈 건 아니야
(준재) 씁, 뭘 봐?
[깨갱거리는 효과음]
[간드러진 목소리로] 차시아가 나보고 나가라 그랬단 말이야
아니, 나는 그게...
너 그럼 안 나갈 거야?
너 오늘까지 말 안 하면 나가기로 했잖아
뭘?
뭘 말해야 하는데?
(준재) [한숨 쉬며] 그런 게 있어
(준재) 일어나, 운전할 수 있어?
택시 타야지
(준재) 나가자, 택시 잡아 줄게
넌 딱 나갈 준비 하고 있어
[애잔한 음악]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손가락 나아지면 차 가지러 다시 올게
참, 나 요새 하는 거 얘기했나?
(시아) 양양 앞바다에서 몇백 년 된 난파선이 발견됐는데
거기서 출수된 유물들이 정말 특이해
너도 볼래?
[타이어 마찰음]
(준재) 타 [휴대 전화 조작음]
(시아) 아이... [보행자 신호음]
[시아의 한숨]
[TV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TV 속 배우) 그거 알아?
첫눈이 오는 날 사랑한다고 고백을 하면
그 사랑이 이루어진대
정말? 난 몰랐어
그런 거였구나
[놀라는 신음] 어머, 어머, 어머
[심청의 수줍은 웃음]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TV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잘한다, 야한 거나 보고 있고
[TV 종료음]
[TV 전원음] [TV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준재) 아, 진짜
[리모컨을 연신 누른다]
[TV 종료음]
[리모컨을 연신 누른다]
[코를 킁킁거린다]
[흥미로운 음악]
[집게가 달그락거린다]
이리 와
와서 먹으라고
뜨거워, 후후 불어 먹어
그만 불고 먹어
[심청의 개운한 신음]
[심호흡]
다 먹었냐?
손
(준재) 이건 핸드폰
너 핸드폰은 뭔 줄 알지?
(준재) [한숨 쉬며] 여기 봐 봐
여기 [휴대 전화 조작음]
(준재) 이거 1번 길게 누르면
[휴대 전화 벨 소리] 내 목소리 나오는 거야
이렇게
[휴대 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휴대 전화 벨 소리]
(준재) 아무 때나 막 누르지 말고
마음 바뀌어서 나한테 다 말하고 싶어지면 그때 눌러
그때만 누르는 거야
그리고 이건 교통 카드
됐어, 이제 너 갈 길 가
가
지금이 우리 다음 이 시간이야?
어, 어제 약속했지?
[차분한 음악] 너 약속은 왜 있는 건지 알아?
(준재) 약속은 왜 있는 거라고?
지키라고 있는 거
[웃으며] 그렇지
지키라고 있는 거
잘 아네
(준재) 그러니까 나한테 더 할 말 없으면 그거 갖고 나가
그럼 너도 약속 하나 해
[콧방귀를 뀌며] 내가 왜?
(심청) 기브 앤 테이크니까
[깊은 한숨]
무슨 약속이 하고 싶은데?
우리 다음 이 시간은 첫눈 오는 날로 해
[잔잔한 음악] 야, 우리한테 다음 이 시간이 왜 필요한데?
첫눈 오는 날 내가 뭐 좀 말할 게 있어서 그래
(준재) 무슨 얘기, 지금 해
지금?
(심청) [작은 소리로] 지금은 말하면 안 돼
우리 다음 이 시간은
저기...
(준재) 뭐?
남산?
(심청) 어, 저기서 만나
(준재) 싫어
눈 오면 저런 데 사람 얼마나 바글바글한데, 차 막히고
난 그런 날은 밖에 안 나가
나 그날 너한테 꼭 말해야 할 게 있단 말이야
약속해 주면 나갈게
알았어, 알았으니까
가
[문이 달칵 닫힌다]
[준재의 옅은 한숨]
[휴대 전화 조작음]
(준재) 뭐야, 왜 안 가? 움직여
내가 너 어디 가는지 누굴 만나는지, 여긴 왜 온 건지
아주 네 정체를 꼭 밝히고야 만다
가, 움직이라고, 쯧!
[GPS 알림음]
[경쾌한 음악]
[물고기들의 두려운 신음]
쫄지 마, 안 먹어
[물고기들의 의아한 신음]
너흰 여기 어떻게 왔니?
[물고기가 조잘댄다]
거기서? 나도 거기 가 봤는데
거기 물 좋더라, 돌고래들도 많고
[물고기가 조잘댄다]
억울하다고? 나보다 더 억울해?
한 놈만 바라보고 그 먼 길을 왔는데
난 큰 것도 안 바라
그냥 한집에서 서로 사랑하고 위해 주면서 같이 사는 거
빈대짓 말고
그냥 그거 하고 싶은데
[문이 달칵 열린다]
어떻게, 들어오실 거예요?
안녕
(남두) 아니, 야, 정말 내보냈어? 이 추운 날씨에?
춥긴 뭐가 추워
[물건을 뒤적인다]
어쩌라고
아, 그럼 평생 먹여 살리라고?
(남두) 카, 저 종잡을 수 없는 자식
어젠 내가 가지 말래도
막 청이 혼자 있다면서 막 쌍라이트 켜고
미친놈처럼 막 달려가더니
아니, 오늘은 또 이 추운 날씨에 애를 내쫓아?
어제는 위험하니까 그런 거고
(남두) 야, 밖은 안 위험하냐? 밖이 더 위험하지
[남두가 커피를 호록 마신다]
(준재) 아, 됐어
내가 뭐, 걔 보호자야?
(남두) 아니, 네가 뭐 청이 그래, 보호자는 아니지만
우리 청이는 너한테 60억짜리 팔찌를 무료 증정한
천사 같은 여자이긴 하지
이게 뭘 째려봐
(남두) 야, 없는 사람 등은 안 치겠다더니 어떻게 된 거야, 허준재?
청이 걔는 지금 돈만 없는 게 아니라 정신도 없는 애야
[휴대 전화 조작음] [준재가 숨을 하 내뱉는다]
[GPS 알림음]
(준재) 뭐야?
강남 왜 가?
- (남두) 야, 어디 가? - (준재) 강남
(남두) 야, 너 지금 강남 갈 때가 아니야
내가 다음 프로젝트용으로 괜찮은 타깃을 발견했거든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발견했거든
(남두) 아, 성실여상이 최종 학력이지만 [문이 달칵 닫힌다]
자동차 뒤에는 하버드 대학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이분
[흥미진진한 음악]
(진주) 아니, 이런 불합리는 우리 엄마들이 다 같이 들고 일어나야죠, 그럼
아니, 우리 애들이 왜
왜 임대 아파트 애들이랑 같은 학교를 다녀야 해?
어휴, 진짜
그러니까 동네 분위기 너무 저렴해지는 거 아니에요?
(남두) 학군과 동네 물 관리에 민감하시고
(진주) 우리 오백이 이리 와, 이리 와, 이리 와
(남두) 강아지한테는 한 달에 오백만 원 쓴다고
이름도 오백이로 붙여 놓고 [구세군 종이 딸랑거린다]
불우이웃 성금 오백 원 앞에선 한없이 검소해지는 이분
(진주) 왜 저게 궁금해? 땡땡 하니까?
(남두) 이분이 지금 남편 회사 회계 장부에서
무자료로 매출 누락시켜서 조성한 비자금을
어디 투자하려고 알아보고 다닌다고 하거든
(남두) 한마디로 털려도 어디 신고도 못 하는
눈먼 돈인 셈이지
우리의 밥
(직원1) 어서 오세요, 처음이세요, 사모님?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아줌마, 오백이 들어요, 내 백 주고
그러세요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직원2) 안녕하세요, 사모님
우리 아기, 어디가 아파요?
[헛웃음]
(진주) 아줌마!
(유란) 아, 네? [진주의 힘겨운 신음]
(진주) 나 이따 백화점 갈 거예요
옷장 새로 싹 다 채울 거니까 이거 다 갖다 버려요
(유란) 새것도 많은 거 같은데
네, 뭐...
그리고 아줌마는 일하는 사람이 옷이 이게 뭐예요?
제 옷이 어떤데요?
내가 물어보면 대답을 해요 질문을 하지 말고
어머, 눈은 왜 그렇게 치켜떠?
깔아요!
[어이없는 웃음]
(진주) 허?
우리 사이에 긴말 필요 없네
아줌마,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나가요
[유란의 힘겨운 한숨]
(진주) 좀 앉으세요, 사모님
(서희) 아니, 앉을 건 아니고
나 어디 가는 길에 지난번 음식, 너무 고마웠다고
인사차 들른 거예요
어머, 입에 맞으셨어요?
우리 그이가 요새 입맛이 통 없어서 아무것도 못 먹었는데
지난번 음식은 아주 잘 먹더라고요
(서희) 입맛에 아주 딱 맞나 봐
정말요? 아, 너무 다행이다
얼마든지 더 해다 드릴게요
[함께 웃는다]
(진주) 그럼 조심히 가시고요 다음번에 또 들러 주세요
그래요 [진주의 웃음]
(진주) 안녕히 가세요
(진주) 아줌마!
네, 지금 가방 싸서 바로 갈게요
아니, 어디를요?
나가라면서요
쓰레기를 버리려면 나가셔야 되니까, 밖으로
쓰레기를 안에 버릴 순 없잖아요 그러니까 나가셔라
나가셔서 쓰레기를 버리고 들어오셔라
[익살스러운 음악] 그 얘기였죠
무슨 소리 하세요?
눈은 왜 치켜뜨냐는 둥 옷이 그게 뭐냐는 둥 하면서...
아니, 그건 아줌마가 눈을 이렇게 자꾸 치켜뜨면은 피곤하실까 봐
그러니까 이렇게 까셔라
편안하게 이렇게 까셔라 그 얘기였고
옷이 이게...
어, 뭐야? 이거 어디서 난 거야? 어디서 샀어?
어쩜 이렇게 핏이 좋아? 하고 물어본 거잖아요
그걸 다 섭섭하게 들으셨어요?
내가 다 서운하려고 그러네
아이, 그동안 수고하셨다고 해서 전...
우리 모 여사님께서 그동안 진짜 수고가 많으셨잖아요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도 쭉 수고를 좀 해 주셔라
[진주의 한숨]
아니다, 내 화법에 정말 문제가 많은 거 같아요
주의를 좀 해야겠어요 이제부터, 제가, 그렇죠?
아니에요, 사모님 말씀대로 제가 오해를 했나 봐요
(진주) 그럼 이제부터 여사님이랑 나 사이에는 오해 같은 건 없는 거예요
아, 우리 조금 있다가 노량진 갈래요, 꽃게 사러?
[유란이 피식 웃는다]
(거지) 그 남자를 만났는데 쫓겨났다고?
(심청) 쫓겨난 건 아니고 그냥 나가래
(거지) 그게 쫓겨난 거야
그래도 우리는 다음 이 시간에 만나기로 했어
(거지) 뭐, 아무튼 당분간은 노숙 생활 해야 되는 처지 같은데
타이밍이 안 좋아
혹한기거든
냉장고 박스 담았던 스티로폼 박스 같은 거 잘 찾아보라고
그런 게 노리는 애들이 많아서 귀해
(심청) 응
[흥미로운 음악] [거지의 한숨]
(거지) 쟤네들 얼핏 부럽지?
퇴근 시간 되니까 집에 가고
(심청) 응
(심청) 나도 집이 있었으면 좋겠어
근데 저것들도 집, 자기들 거 아니야
다 은행 거야
전문 용어로 하우스 푸어라고 다 집 있는 거지들이야
아, 거지들이야?
(거지) 그럼, 다 은행 거지들이야
쟤네 어깨 봐, 다 축 처졌잖아
은행에 다 빚 갚아야 해서 저래
그래서 허준재도 그렇게 돈, 돈 그랬구나
어떻게 보면 우리가 쟤네들보다 더 부자야
우린 빚이 없잖아
우리가 걱정할 건 딱 세 가지뿐이야
냉기, 열기, 허기
(거지) 오, 개이득
이런 걸 왜 갖다 버려?
[거지의 힘주는 신음]
근데 돈은 어떻게 벌어?
돈?
내가 좀
[띵 하는 효과음] 만지게 해 줘?
(거지) 이걸 사람들 손에 쥐여 주면 되는 건데
봐 봐
날씨가 추우니까 사람들이 지금 다 잠바에 손을 넣고 걷고 있지?
(심청) 응
저 잠바에서 손을 빼게 만드는 게 이 일의 핵심인 거야
어? 나 잘 봐 [심청의 호응하는 신음]
손목 스냅이 중요해
[익살스러운 효과음]
[혀를 쯧 찬다]
안 받았다, 어?
그럼 뭐, 상처받을 필요 없어 그냥 회수해
그리고 이 왔다 갔다가
2초를 넘으면 곤란해, 어?
그리고 사람들이 잘 안 받아 줘서 뭐, 힘들다고
한 사람한테 여러 장 주거나
이거 길거리에 막 뿌리고 그러면
저기 10시 방향 봐
10시, 10시, 10시, 10시
저기 반장이 다 지켜보고 있어
(거지) 알았지?
자, 잘해 봐
난 그럼 이만
돈 안 벌어?
냉기를 막아 줄 스티로폼 박스와 허기를 채워 줄 빵 한 조각만 있다면
난 돈 따위 벌지 않아
나는 돈 벌 거야
벌어서 돈 좋아하는 허준재 다 줄 거야
[발랄한 음악]
[GPS 알림음]
[GPS 알림음이 빨라진다]
[준재의 놀란 신음]
(준재) 어디 가나 했더니 뭐 하는 거야, 여기서?
아, 저 멍청이
(사장) 아가씨, 밀물, 썰물이야?
뭘 이렇게 왔다 갔다 하기만 해?
이러면 시급 못 쳐 줘, 돈 못 준다고!
[사장의 기가 찬 웃음]
(준재) 저, 씨...
[경쾌한 음악] [통화 연결음]
수고하십니다, 주차관리과죠?
신고 좀 하려고요
[사이렌이 울린다]
(사장) 이봐요, 아저씨!
아이고, 아이고!
여기, 여기, 여기, 여기!
[사장이 다급히 소리친다]
어? 손 나와 있다
(학생1) 누나, 전단지 하나 주세요 찜질방 전단지
(학생2) 어? 저도, 저도 주세요 [저마다 달라고 요청한다]
(심청) [살짝 웃으며] 개이득
(학생1) 하나 더, 하나 더 주세요
[저마다 달라고 한다]
(준재) 그렇지
(학생2) 저 두 장이에요
(준재) [코웃음 치며] 야, 두 장 가져와도 천 원이라고 했다
어? 너 2천 원 벌고 싶으면 두 번 갔다 와
- (학생2) 진짜요? - (준재) 빨리 가!
(준재) 찜질방만 받는다 했어
야, 에스테틱 뭐냐 장난하냐? 빠져
빨리 가, 어디서 잔머리를, 씨
빨리빨리 움직여 피시방 가야지, 그렇지!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입김을 후 분다]
(여자) 아이고, 추운 날씨에 수고가 많네
이거 먹고 해
- (심청) 어? - (여자) 그리고 이거
[여자의 힘주는 신음]
쯧, 수고해
[황홀한 음악]
[옅은 웃음]
결혼할 여자야?
아니에요
(여자) 짝사랑이구나?
아니라고요
[웃으며] 아니긴 뭐가 아니야
[준재의 어이없는 신음]
파이팅!
아이고, 짝사랑이었어
(남자) 저기요
초면에 실례지만 너무 제 스타일이셔 가지고
저, 혹시 전화번호 좀 주시겠어요?
핸드폰 없으세요?
아, 핸드폰...
핸드폰... [휴대 전화 벨 소리]
[휴대 전화 조작음]
(준재) 야, 심청
허준재!
(준재) 어, 내가 깜빡하고 말 안 한 게 있는데
너 혹시 누가 전화번호 물어보면 절대 알려 주면 안 돼
- (준재) 알겠어? - (심청) 왜?
(준재) 왜는, 그런 놈들 다 나쁜 놈들이니까 그렇지
[흥미진진한 음악] (준재) 너 깨무는 거 잘하지?
그런 놈들 집적대면 그냥 확 물어 버려
[으르렁거리는 효과음]
죄송합니다
허준재, 근데 넌 어디야?
(준재) 나? 나는 너랑 아주 멀리 있지
[까마귀 울음 효과음]
허준재!
허준재!
허준재
어, 너구나
[멋쩍게 웃으며] 너 여기 있었어?
어, 근데 허준재, 넌 여기 왜 왔어?
나 만나러 왔어?
내가 돌았니?
난 그냥 여기 지나가던 길...
너야말로 나 쫓아온 거 아니냐?
나 아닌데
진짜 아닌데
하긴, 원래 서울이 커 보여도 원래 손바닥만 해
이렇게 한 바퀴 돌면 웬만한 사람들은 다 만나고 그러는 거니까
우연히 만날 수도 있는 거지
그럼 또 우리 우연히 만날 수도 있는 거야?
글쎄, 뭐, 그건 두고 봐야지
[심청의 호응하는 신음] 아무튼 난 바쁜 일이 있어서 이만
허준재
야, 너 내 이름 그렇게 크게 부르고 그러지 마
[속삭이며] 허준재, 나 여기서 돈 벌어
(심청) 내가 돈 많이 벌어서 너 다 줄게
[발랄한 음악]
[옅은 한숨]
(치현) 그, 2708호는 변호사 사무실 들어온다는 데가 있어서요
아직 얘기 중입니다
조건 조율해 보고 다시 말씀드릴게요
그래, 네가 어련히 알아서 하겠니
집으로 갈 거지?
아니요, 저 약속이 있어요
어, 근데 왜 이렇게 춥게 입었어?
따뜻하게 좀 챙겨 입고 다니지
아유, 참
[엘리베이터 도착음] 아버지, 그...
준재, 보고 싶으시죠?
아니, 그, 날도 추워지니까
저도 준재 녀석 궁금하고 보고 싶고 해서요
그 녀석 이제 집에 돌아올 때도 됐잖아요
제가 한번 찾아볼까요?
됐다, 네가 무슨, 쯧
(일중) 그래, 실은 남 부장 시켜서 내가 지금 알아보고는 있는 중이야
(치현) 아...
그래도 이렇게 마음 써 주니 고맙구나
아, 아니에요, 별말씀을요
아, 근데 아버지, 그, 준재 찾는 거
어머니한테는 얘기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왜?
그냥요
[긴장되는 음악]
또 모자 썼네요?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진다]
날 알아보네?
[천둥이 콰르릉 친다]
(라디오 속 앵커) 네, 서울, 경기 지방을 중심으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는데요
이 비는 찬 대륙 고기압의 영향을 받으면서
곧 눈으로 바뀔 예정입니다
[잔잔한 음악] 서울 지방, 올해 첫눈이 내리는데요
퇴근길 큰 혼잡이 예상됩니다
(유나) 어? 언니
여기서 또 뭐 해요?
또 아이들 삥 뜯으려고 기다리는 건 아니죠?
아니야
나 돈 벌어
근데 이거 첫눈이야?
(유나) 뭐, 올해 들어 처음 오니까 첫눈이죠
(심청) 아...
(유나) 눈 오면 뭐 좋아요? 길만 막히지
나 남산 빨리 가야 되는데 어떡하지?
허준재 만나러 간다고요?
너 어떻게 알았어?
언니가 방금 그랬잖아요 허준재 만나러 간다고
그게 들렸어?
사람들 잘 못 듣던데, 내 진짜 목소리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돈 있으면 택시 타고 가고요
없으면 버스 타고 가요
응, 고마워, 또 만나
[밝은 음악]
아, 귀찮아
아니, 이 멍청이가 나타나고부터
왜 이렇게 귀찮은 일이 많이 생기는 거야
[GPS 알림음]
[준재의 놀란 신음]
할 말이 있으면 전화도 있고 문자도 있고
꼭 사람을 오라 가라
참 나, 별 얘기 아니기만 해 봐, 그냥
[GPS 알림음]
(준재) 오, 얘 왜 이렇게 빨라?
허준재, 기다려
[쿵 부딪힌다] [타이어 마찰음]
[애잔한 음악]
[치현의 놀란 숨소리]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카메라 셔터음]
[준재의 짜증 내는 신음]
[입김을 후 분다]
아, 왜 안 와?
[살짝 웃는다]
[물이 퐁당거린다]
(아이1) 야, 도망가! [아이들이 소리친다]
(세화) 도와줘
[몽환적인 음악]
(세화) 도와줘
야, 뭐 해, 빨리 와
(아이2) 오빠, 방금 인어가 말했어, 도와달라고
야, 말은 무슨 말
아무 소리도 안 들렸어, 가자
(아이3) 가자!
(유나 모) 유나, 너 숙제하다 말고 나가서 뭐 해?
엄마, 도와달래요
누가?
언니가
(유나 모) 아주 그냥 공부하기 싫으니까 별소리를 다 해
얼른 들어와
얼른 들어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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