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의 전설 6
[긴장되는 음악]
[장지문이 쿵 열린다]
어서 나오세요
(선비) 어서!
[방울이 짤랑거린다]
해보자는 거지?
그래, 보여 줄게
나쁜 년이 부지런하면 어떤 짓까지 할 수 있는지
[까마귀가 깍깍 운다]
(선비) 어디 다친 데는 없습니까?
여기 잠시만 계십시오
근데 내가 누군지는 아십니까?
아니, 누군지도 모르고 날 따라오셨습니까?
이리 사람을 쉽게 믿어서야...
나는 담령의 벗입니다
(세화) 벗?
그게 무엇입니까?
벗은...
믿기지 않는 헛소리를 지껄여도 결국에는 믿어 주는 사람이지요
그에게 은애하는 이가 있다면 함께 지켜내야 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저를 지켜 주셨습니까?
밖은 위험하니 나가지 말고 꼭 여기 계십시오
(선비) 내 어서 가서 담령을 불러올 테니
홀릴 만하네, 홀릴 만해
아, 이거 내가 담령 이 친구 때문에 이게 웬 고생이냐
[한숨]
[긴박한 음악]
(두목) 잡아라!
(자객들) 네!
[선비의 겁먹은 신음]
[선비의 다급한 숨소리]
[선비의 비명]
[쿵 떨어진다]
"수사일지"
[어두운 음악] 세화야
세화야!
[깊은 한숨]
[사이렌이 울린다]
(의사1) 보호자 연락됐어요?
(간호사1) 지금 신분증도 없고요
휴대폰도 안 보여서 신원 확인을 못 하고 있어요
(의사1) 일단은 무연고 관심 환자로 등록하고
경찰에 신원 확인 해 달라고 해야지, 뭐
아, 이러다 계속 의식 안 돌아오면 골치 아픈데
- (의사1) 연락해 줘요 - (간호사1) 네
[타이어 마찰음]
[의미심장한 음악]
(준재) 아무 때나 막 누르지 말고 [휴대 전화 조작음]
마음 바뀌어서 나한테 다 말하고 싶어지면 그때 눌러
그때만 누르는 거야
[통화 연결음]
[휴대 전화 벨 소리]
[한숨]
(준재) 아, 멍청이, 어떻게 된 거야?
[이어폰 조작음]
네, 남산타워 가는 길에 사고가 난 거 같은데
혹시 어느 병원으로 이송됐는지 좀 알 수 있을까요?
(구조대원) 오늘 눈이 와서요
그쪽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했기 때문에
알아보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인근 병원들로 나뉘어서 이송이 되긴 했을 텐데
(준재) 알겠습니다
[이어폰을 탁 내려놓는다]
(심청) 총이야!
[폭죽이 펑펑 터진다] 가만있어, 허준재, 내가 지켜 줄게
여기 왜 그래?
아파?
허준재, 나 여기서 돈 벌어
내가 돈 많이 벌어서 너 다 줄게
(심청) 우리 다음 이 시간은 첫눈 오는 날로 해
저기...
저기서 만나
(준재) 저, 여기 혹시 30대 초반 여자 응급 환자 있나요?
(간호사2) 성함은요?
[준재의 다급한 숨소리]
(준재) 세일병원이죠?
거기 혹시 교통사고 환자 중에...
(준재) 아니요, 50대 아주머니 아니고
그, 젊은 여자 중에, 한 30대 초반쯤
머리 길고 얼굴 하얗고
아, 그리고 되게 예쁩니다
[준재의 한숨]
그런 사람 없어요?
알겠습니다
[휴대 전화 조작음]
[답답한 한숨]
아, 사모님, 회장님께서 갑자기 상갓집에 가셔야 해서
(남 부장) 검은색 넥타이를...
회장님께 연락받으셨습니까?
네, 방금
같이 저녁 먹기로 했는데 안 될 것 같다고
그래서 저도 외출하려고요
(일중) 어, 그래
아, 야, 이거...
집에서 저녁 먹는다고 그랬는데 이거 정신없어서 전화를 못 했네
저, 집사람한테는 나 장례식 간다고 얘기했지?
- 아, 네, 말씀드렸습니다 - (일중) 어
그래, 뭐, 그러면 출발하지, 뭐
네
[사이렌이 울린다]
(일중) 여긴가?
[준재의 다급한 숨소리]
[준재의 다급한 숨소리]
[애잔한 음악]
[응급실이 분주하다]
[걱정스러운 숨소리]
(준재) 여기요
여기요
여기요!
그분 보호자 되세요?
(준재) 이 여자, 체온 재 보셨어요?
(간호사1) 아까 기본 검사 했고요 골절 검사 대기 중이에요
잠시 기다리세요
다 했다고?
(준재) 애가 지금 얼음장처럼 찬데?
진짜 다 한 겁니까?
[간호사1의 한숨]
[체온계 작동음]
[간호사1의 놀란 신음]
왜요? [간호사1의 놀란 신음]
- (준재) 네? - (간호사1) 선생님, 선생님!
(의사1) 왜요?
(간호사1) 이 환자 BP 체크 안 되고 체온이 29도예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요 29도라니
[어두운 음악]
[의사1의 놀라는 숨소리]
CPR, DP 준비해 주세요
- (간호사1) 네 - (의사1) 인투베이션도!
(의사1) 저기, 환자, 환자 내 말 들려요? 환자!
[제세동기 작동음]
- (의사1) 200줄 차지 - (간호사1) 200줄 차지
(의사1) 물러서! [심전도계 작동음]
(의사1) 슛!
[제세동기 작동음]
[심전도계가 길게 삐 울린다]
[애잔한 음악]
[준재의 떨리는 숨소리]
[준재의 떨리는 숨소리]
[준재의 한숨]
[준재의 깊은 한숨]
[심전도계가 삐삐 울린다]
허준재
[심전도계가 삐삐 울린다]
너...
괜찮아?
나 꿈꿨어
네가 내 손 잡아 줬어
나 구해 줬어
- (의사1) 루틴 바이털 체크해 주세요 - (간호사1) 네
(의사1) 체스트 엑스레이 촬영 준비하고
야, 빨리빨리 해, 빨리 좀!
[TV 뉴스가 흘러나온다]
(남두) 야, 넌 아까 준재가 어디 갔다 왔다고 생각하냐?
걔는 클럽을 간 거야
그, 심각하게 멍청한 청이를 그렇게 내쫓아 놓고
자기는 놀러 간 거지
참 청출어람이라고
나쁜 짓은 나한테 배운 준재가 나보다 더 나쁜 놈이 됐어요
[휴대 전화 벨 소리]
왜, 이 더 나쁜 놈아?
야, 신분증 하나 만들어 달래 의료 보험 올라가 있는 거로
[피식 웃는다]
싫대
야, 너 애한테 뭐 재능 기부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런 사소한 거 시키고 그러지 마
(남두) 뭐, 나중에 시간 외 근무 수당 줄 것도 아니면서
뭐?
(남두) 청이가, 지금 응급실에 있다고?
(남두) 왜, 왜, 왜, 왜?
교통사고?
아, 그렇지 걔가 일단은 무연고자니까
신분증 필요하지, 신분증!
[밝은 음악]
너, 진짜 괜찮아?
허준재, 내 걱정 했어?
어
진짜?
어
왜?
아, 그야...
[심청의 웃음]
네가 그렇게 잘못돼 버리면
넌 집도 가족도 뭣도 없는 무연고자인데
내가 많이 귀찮아지니까
내 걱정 했구나, 허준재가
넌 차가 오면 피해야겠다는 그런 생각은 안 들디?
아까도 내 손 잡아 준 거지? 나 걱정돼서
지금 내가 너 야단치잖아
(준재) 길 건널 때는 양옆을 좀 보고 건너라고
(남두) 뭘 잘했다고 네가 야단치고 있냐?
참, 네가 다 청이 내쫓아서 지금 이런 사달이 벌어진 거잖아
[준재의 한숨]
[찌릿한 효과음] [남두의 한숨]
너는 사람을 왜 그렇게 봐, 어?
(남두) 아휴, 비켜 봐, 비켜 봐
괜찮아, 청? 어쩌다 다친 거야, 청
우리 오면서 되게 걱정 많이 했어
(준재) 아니, 됐고 만들어 오라는 건 만들어 왔어?
아, 만들어 왔지, 또 우리가
아니, 근데 어쩌다가, 어?
(준재) 아, 말 그만 시켜
의사가 말 많이 하면 안 된댔어
다리를 다쳤다면서 근데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안 된대
그게, 그럴 수 있나?
그럴 수도 있대
(준재) 가서 수속이나 밟고 와
쉬고 있어, 청
(준재) 아, 갔다 와
[차분한 음악]
[준재의 한숨]
(준재) 참...
(남두) 저, 응급실에 심청 환자 입원 수속 밟으려고요
(직원1) 아, 네
신분증하고 보험증입니다
(의사2) 야, TA 여자 환자, BT 29도였는데
제세동기 한 방에 멘탈 돌아온 게 사실이냐?
(의사1) 야, 말도 마 난 익스파이어 한 줄 알았어
까딱하면 멀쩡한 사람 사망 선고할 뻔했다니까
[흥미로운 음악] (의사2) 야, 식겁했겠다, 너
(의사1) 근데 그 환자 이름도 특이해, 뭐라더라
춘향이? 아니다, 심청이 [의사2의 웃음]
(경찰) 음주나 약물 투여 상태 아니셨던 거 확인되셨고요
바로 신고하셔서 부상자 구호 조치도 신속하게 하셨기 때문에
합의 절차만 잘 밟으시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피해자는 어디 계시죠?
아, 저쪽...
[의미심장한 음악]
(준재) 너였어? 쟤 차로 친 게?
너?
허준재, 나 네 형이다
[헛웃음]
형 좋아하네
야, 되지도 않는 가족 흉내 내지 말고 대답이나 해
(준재) 네가 쟤 차로 쳤냐고?
저 여자분이 갑자기 뛰어든 거야
우연한 사고였어
[유리가 와장창 깨진다]
(어린 치현) 우연한 사고였어요
우연히?
(어린 준재) 우연히 그랬다고?
(어린 치현) 그냥 네 MP3 잠깐 빌리러 들어왔다가
책상에 이게 있는 줄 모르고 팔꿈치로 쳐서 떨어뜨렸어
정말 미안해
아버지, 죄송해요
그럴 수도 있지, 뭘
(일중) 넌, 인마 내가 진작에 그거 갖다 버리랬지! 쯧
[어린 준재의 한숨]
(어린 준재) 실수로 쳐서 떨어뜨렸으면
그 주변에만 파편들이 있었겠지
저렇게 산산조각 나서 사방으로 퍼지고 지지대까지 깨질 게 아니라
이건 네가 일부러 깨뜨리려고 내려친 거야
아이, 아니야, 진짜 믿어 줘
(일중) 됐어, 그만들 해
네 어머니가 이 액자 치우라고 하지도 않고
정성 들여 닦는 거 보면서
그간 내가 얼마나 미안했는지 알아? 쯧
(일중) 잘됐어, 갖다 버려, 네가 치워!
[문이 달칵 열린다]
[어린 준재의 분노한 신음] [어린 치현의 아파하는 신음]
(일중) 야!
[어린 치현의 아파하는 신음]
(일중) 야, 이 자식들아! [어린 치현의 아파하는 신음]
준재야, 야, 이 자식아! [어린 치현의 아파하는 신음]
(일중) 치현아!
일어나, 안 다쳤어? [유리가 바스락거린다]
[어린 치현의 힘겨운 신음] (일중) 근데 너 이거...
(일중) 이놈의 자식
[쓸쓸한 음악]
(일중) 병원 가자, 빨리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쾅 닫힌다]
[울음 섞인 숨소리]
너한테 우연은 없어
그건 내가 알지
억지 쓰지 마라
그럼 내가 뭐, 일부러 저 여자를 치기라도 했다는 거야?
넌 웬만해선 네 손으로 운전 잘 안 하잖아
네가 직접 운전을 했다는 건
사람들에게 말 못 할 행선지로 향하고 있었다는 얘긴데
[치현의 웃음]
소설 쓰냐?
(준재) 말해, 내 뒤 밟았냐?
그러다 저 여자 쳤어?
하, 나 무슨 말도 안 되는...
얼마 전에 내 뒤에 미행 붙인 것도 너지?
아니면, 네 어머니?
(치현) 말을 함부로 하지 마라
왜 우리 어머니가 너한테 미행을 붙여?
네가 뭔데?
나?
난 내 아버지의 진짜 아들이지
[준재가 피식 웃는다]
쩝, 가서 효도나 해라
그게 네 일이잖아
가짜 아버지 진짜 아들 행세
그거 해
내 앞엔 그만 나타나고
[휴대 전화 진동음]
(치현) 예, 아버지
네, 조사 방금 끝났어요
아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치현) 예, 저는 다친 데 없다니까요, 예
[문이 철컥 열린다]
- (치현) 가시죠 - (일중) 가지, 뭐
(남 부장) 예, 예
[일중의 헛기침]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 (남두) 이쪽요? - (간호사3) 네
자, 심청, 내리자, 자
[남두의 탄성]
[남두가 살짝 웃는다]
(남두) 오늘 눈이 많이 와서 교통 사고 환자가 많대
1인실 없다니까 일단 여기 있자
나 그럼 여기 사는 거야?
아, 뭐, 산다기보다는 뭐, 당분간 기거하는 거지
(심청) 여기 이 사람들이랑 다 같이?
어, 그렇지
(심청) 결혼이 뭐야?
결혼요
좋아하는 남자, 여자가 한집에 같이 사는 거
서로 사랑하고 위해 주면서
그럼 나 이 사람들이랑 결혼한 거야?
[발랄한 음악] (남두) 응?
(심청) 왜, 남자랑 여자랑 한집에 같이 살면서
서로 사랑하고 위해 주면서 그게 결혼이잖아
빌붙는 거랑 다른 거잖아
[익살스러운 효과음]
- (심청) 나도 알 건 다 알아 - (남두) 응
(남두) 자자, 이제, 어
- (남두) 알았어 - (심청) 아니야, 나 잠깐만
우리 모두 결혼한 거예요?
[남두의 어색한 웃음]
[심청의 흡족한 웃음]
나 너무 행복해
오늘은 여기서 결혼하고 나중에 허준재랑 결혼해야지
저 환자, 뇌 MRI 진행해 보자
- (의사3) 네 - 응
[문이 달칵 열린다] [남두의 민망한 웃음]
[깊은 한숨]
귀여워
[경쾌한 음악]
- (배식원) 이대복 님 - (환자1) 네
당뇨 있으셔서 1,700kcal 제한식이세요
아, 그게 제한식이구나
아유, 맛있겠어요
[킁킁거리며] 아유, 냄새 괜찮네
왠지 고소한 맛일 것 같아, 응? 어
(배식원) 특식 시키셨네요
홍합 짬뽕이세요
[심청의 탄성]
(심청) 그게 특식이에요?
어머, 홍합?
아, 원래 걔네들 입 잘 안 여는데 오늘은 다들 열었네요
어, 잘 시켰다, 특식 맛있겠어, 어? 응
저기요
나 여기 있는데
(배식원) 심청 님은 오늘 금식이세요
아, 저 금식이에요?
주세요, 금식
맛있을 것 같아
(심청) 고마워요, 금식, 잘 먹을게요
금식이시라고요, 밥 없으세요
[천둥 치는 효과음]
밥이 없어요?
(배식원) 응급 수술 하실 수도 있으셔서 공복 상태로 대기하시래요
그래서 금식이세요
[깊은 한숨]
[휴대 전화 벨 소리]
[목을 가다듬는다]
왜, 왜 전화질이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심청) 허준재, 어떡해?
나 큰일 났어
왜?
나 금식 받았어
(심청) 다른 사람들은 일반식, 제한식, 특식 받는데
나만 금식 받았어, 준재
[울먹이며] 나 어떡해?
뭘 어떡해, 수술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가 보지
허준재, 나는 공복 대기야?
[목을 가다듬는다]
알았으니까 잠이나 자
눈을 감으면 눈앞에 막 돌아다녀
- (준재) 뭐가? - (심청) 짬뽕
[익살스러운 효과음] 가지가지 한다
(심청) 짬뽕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
허준재
[익살스러운 효과음]
허준재 가 버렸네
[경쾌한 음악] 아니, 환자 멘탈도 돌아왔고 다량의 블리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응급 OP의 가능성만 보고 무조건 공복 대기 시키는 건
전 좀 아니지 않나 싶은 거죠
(의사4) 아, 혹시 모르니까
아니, 근데 의사세요?
하,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준재) 그리고 기본적으로 금식 조치 시키려면
환자에게 먼저 고지해 주셔야 되는 거 아닙니까?
아니, 밥 하나 보고 사는 애를
갑자기 그렇게 굶겨 버리면 어떡하냐고요
아, 걔 그러다 멘탈 또 나간다니까
멘탈 나가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배식원) 심청 님, 아침 특식이세요
짬뽕
[들뜬 숨소리]
[젓가락을 잘그락 집는다]
[심청이 면을 후 분다]
뭐 하냐?
너 흐뭇해하냐, 지금?
[헛웃음 치며] 야, 하지 마, 하지 마라
(준재) 아니, 저런 무연고자가 짬뽕 좀 먹는다고 네가 왜 흐뭇해해?
[휴대 전화 진동음]
왜 또?
허준재, 나 지금 특식 받았어
그래서 어쩌라고? 나 지금 바빠, 끊어
[헛기침]
(남 부장) 우리 준재, 더 멋있어졌구나
[피식 웃는다]
(남 부장) 녀석아, 그렇게 말도 없이 이사하고 연락도 뚝 끊어 버리면 어떡해?
[피식 웃으며] 죄송해요, 아저씨
(남 부장) 자...
뭐예요?
유자차
너 우리 집사람이 만든 거 좋아했잖아
감기 걸리지 않게 자주 타 마셔
(남 부장) 겨울에 춥게 입고 다니지 말고, 응?
[애잔한 음악]
(어린 준재) [울먹이며] 엄마
엄마
(남 부장) 이거 마셔, 계속 울면 목 아파
(어린 준재) 아저씨
우리 엄마 좀 데리고 와 주세요
아저씨가 엄마 못 데리고 와 줘서 미안하다
대신에 아저씨가 우리 준재 꼭 옆에서 지켜 줄게
아저씨가 뭔데요?
아저씨, 우리 준재 친구잖아
다 필요 없어, 엄마 데리고 와
(어린 준재) [울먹이며] 엄마 데리고 와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남 부장) 저쪽으로 앉아 봐
[남 부장의 힘주는 신음]
난 이 집에서 나갈 거예요
그럼 아버지는 어떡하니?
아버지, 겉으론 저러셔도 속은 너밖에 없어, 준재야
아버지한텐 아저씨 있잖아요
전 나가서 엄마 찾을 거예요
엄청 좋은 집 사서 엄마랑 둘이 살 거예요
그러니까 아버지는 아저씨가 지켜 주세요
아저씨는 약속 지키셨는데
전 아직도 약속 못 지켰네요
아버지가 너 찾으신다
이제 이것저것 정리하고 싶으신가 봐
그 정리에서 저는 빼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만 가 볼게요, 아저씨
(남 부장) 원래 그런 거 아니냐, 가족끼리는
미안해도 미안하다 말 못 하고
보고 싶어도 또 보고 싶다는 말 잘 못 하고
아버지도 그러셔
그리고 많이 늙으셨다
이건 잘 먹을게요, 안녕히 가세요
[남 부장의 한숨]
[익살스러운 효과음]
(TV 속 배우1) 너의 아버지는 바로
- (TV 속 배우1) 바로... - (환자2) 회장님이지
(TV 속 배우1) 회장님이시다
[의미심장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어떻게 알아요?
아, 드라마 뭐 원 데이, 투 데이 보나
(환자2) 아버지를 잃어버렸거나 어릴 때 헤어졌다?
[흥미진진한 음악] 100%야, 어? 100% 회장님이지
사장님도 아니야, 회장님
- (심청) 왜요? - (환자2) 응?
아, 뭐가 '왜요'야 원래 그런 거지
(TV 속 배우2) 저 규현 씨,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TV 속 배우3) 내 아들과 당장 헤어져
(환자2) 안 받지
(TV 속 배우2) 못 받아요, 저
(환자2) 아유, 물벼락 맞겠네
(TV 속 배우3) 뭐야?
[TV 속 배우2의 놀란 신음]
어떻게 다 알아요?
(환자2) 저, 저 테이블 위에 물잔 있잖아
저거 마시라고 갖다 놓은 게 아니야
저건 돈 봉투를 안 받으면 물벼락 뿌리려고 있는 거야
돈 봉투 안 받으면 물벼락 맞는 거예요?
저 물벼락 맞으면 안 되는데
아, 뭐 아가씨만 안 되나, 다 안 되지
난 진짜 큰일 나요
근데 저 사람은 왜 물벼락 줘요?
내 아들 너한테 못 준다, 그거잖아
가족으로는 인정을 못 하겠다는 거지
가족이 뭐예요?
진짜 몰라서 물어?
(환자2) 가족이 뭐긴 뭐야
여기, 여기 간병하는 사람들이 다 가족들이잖아
[밝은 음악]
가족은 붕어빵 같은 거네요
(심청) 붕어빵들처럼 닮았고 따뜻하고
달달해
이상하지
많이 이상하지, 요모조모 다 이상하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흥미로운 음악] 사실 이번 사고, 이것도 이게 그렇게 회복될 게 아니라는데
금세 쌩쌩해졌거든
희한해
(시아) 어머, 웬일이니
좀비야, 뭐야?
하, 내가 그런 여자한테 물렸으니
[시아의 탄식]
그거 예방 주사 맞아 봐 혹시 모르니까
아니, 근데 준재는 여기서 왜 보호자 노릇을 하고 있는 건데?
한 번 쫓아냈으면 그만이지
걔는 스페인에서 있었던 일들이 기억이 안 나는 게
그 여자랑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고
또 뭐, 알쏭달쏭한 그 여자 정체가 궁금한 거겠지
(시아) 나도 궁금해
걔, 대체 정체가 뭐니?
씁, 내가 좀 추측해 봤는데
기억을 잃어버린 재벌 상속녀 이런 거 아닐까?
아니, 산삼 같은 거 많이...
몸에 좋은 거 많이 먹어서 몸은 정말 튼튼하고
어딜 봐서?
걔는 그냥 딱 봐도 거지야, 거지
[리드미컬한 음악]
(청원경찰) 부원장님 오셨습니까
당신, 정신이 있어, 없어?
(부원장) 이사장님 아들 영국에서 오신다는 얘기 못 들었어?
저런 쓰레기는 빨리빨리 치워야 할 거 아니야!
(청원경찰) 죄송합니다
(부원장) 저 여자, 업무 방해죄, 명예훼손죄로 다 해서 고발하라고 했지, 내가
(비서) 죄송합니다
(부원장) 뭐 하냐고, 빨리빨리 치우라고!
(청원경찰) 저, 저, 부원장님, 저분이
따님을 갑자기 잃어서 많이 억울하신 거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부모 된 입장에서...
[청원경찰의 아파하는 신음]
(부원장) 당신 월급 누가 줘, 어?
이 병원이 줘, 저 여자가 줘?
밥줄 끊기게 해 줄까?
(부원장) 이 병원에서 더 이상 밥 못 먹게 내가 해 줄까, 어?
- (부원장) 어이, 어이, 어? - (청원경찰) 죄송합니다
[비장한 음악] [부원장이 구시렁거린다]
[기합]
(비서) 부원장님!
괜찮으세요?
저 아저씨한테 금식 주려고? 공복이 얼마나 무서운 건데, 어?
(부원장) 말이 돼?
골절 환자라며
어제 ER에서 촬영했을 땐 분명 티비아 프렉처가 맞았는데
나 날아가는 거 안 보여?
(부원장) 태권도 국가 대표 선수도 사람 이렇게 후려 차지 못한다고!
그러게요
(의사4) 어떻게 되신 건가요?
기브 앤 테이크
뭐?
이 아저씨가 다른 아저씨 발 차기 줬으니까
내가 이 아저씨 발 차기 준 거야
(부원장) 쟤 왜 저래, 쟤 미친 거 아니야?
(의사4) 안 그래도 좀 그런 거 같아서 뇌 MRI 진행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부원장)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쟨 미친 게 아니라 돈 뜯어내려고 아픈 척하는 자해 공갈단이야
로펌 전화해서 오 변호사 오라고 하고 엑스레이부터 싹 다 다시 시작해
(부원장) 경찰에 넘겨서 내가 콩밥 제대로 내가 먹게 해 주지
뭐래? [의사4의 난처한 신음]
콩밥 맛있냐고... [물방울 효과음]
[침 꿀꺽 삼키는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예은 모) 괜히 저 때문에 곤란해지셨죠?
죄송합니다
왜 그렇게 슬프세요?
우리 예은이
너무 착해서 엄마 돕겠다고 수학여행도 안 간 애예요
정말 간단한 수술이라고 했는데
다신 못 깨어날 줄 알았으면...
[흐느낀다]
[울먹이며] 다 해 줄걸
수학여행도 억지로 보내고
예쁜 옷도 많이 사 줄걸
아르바이트도 그만하고 많이 놀러 다니라 그럴걸
[예은 모가 흐느낀다]
엄마가 못 해 준 거만 생각나니까
잠을 잘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다, 예은아
[예은 모가 오열한다]
[예은 모가 오열한다]
내 비밀 들어 볼래요?
난 사람의 기억을 지울 수가 있어요
원하면 지워 줄게요
슬프게 하는 기억
딸 생각 안 나면 안 슬프고 안 아플 수 있잖아요
내가 해 줄게요
[몽환적인 음악]
(예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예은 모) 너 도시락은 챙겼어?
챙겼어, 빨리 들어가
엄마, 나 수학여행 안 가도 돼 진짜 괜찮아
진짜 괜찮아
[예은의 편안한 신음] [예은 모의 당황한 신음]
우리 엄마 냄새 좋다
(예은 모) 어휴, 참
너 숙제는 다 했어?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 (예은) 엄마, 나 웃기지 않아? - (예은 모) 안 웃겨
- (예은) 엄마 - (예은 모) 응?
나 수술 끝나면 제주도 놀러 가자
알았어, 엄마 밖에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이따 보자
[옅은 숨을 들이켠다]
아니요
죽을 때까지 아무리 아파도 가지고 갈 거예요
왜요?
아픈데 왜 가져가요?
아파도
사랑할 수 있으니까
우리 딸 기억하지 못해서 사랑하지 못하는 것보다
[옅은 웃음]
아파도
기억하면서 사랑하는 게 나아요
[준재의 놀란 신음]
(남두) 아이고, 야, 멀리 날아가네
뼈도 부러졌다고 하지 않았어?
(준재) 그랬지
(남두) 야, 이건 또 뭐냐, 무슨 뭐 심청의 미라클 같은 거냐?
몰라, 사진이 바뀐 건지, 어쩐 건지
(남두) 아니, 근데 그나저나 어떡할 거야?
지금 맞은 부원장, 이놈이
심청이 자해 공갈단으로 고소하겠다고 난리래, 열 받아 가지고
어쩌라고?
안 도와줄 거야?
왜 도와줘?
누가 봐도 얘는 자해 공갈단이 맞아
(준재) 이거 봐, 뼈 부러졌다는 애가 이렇게 날아다니는데 이상하잖아
야, 그래도 이것 봐, 아까 보니까
(남두) 이 인간 봐 봐, 맞을 짓을 했잖아
근데 뭐, 그래 네가 싫다면 뭐, 나도 굳이 뭐
(준재) 형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뭔 줄 알지?
알지, 인사 안 하고 가는 거
아, 그거 말고, 하나 더 있어
버릇없는 거
네가 그랬어?
어, 나 그랬어
난 예의 중시하잖아
- (남두) 아, 네가? - (준재) 어, 내가
심청이 문제는 참겠는데 아, 이걸 못 참겠네
(남두) 그래서?
털자
[흥미진진한 음악] 이 버르장머리 없는 인간
(남두) 이 병원 이사장은 지금 하와이에서 휴양 중이고
그 아들이 이번에 10년 만에 전격 귀국한대
경영권 승계받으러
(남두) 부원장 입장에선 하느님이 오시는 거지
[카드 인식음] 절대 권력의 강림
[전화벨이 울린다] [부원장의 놀라는 신음]
네, 이사장님
(이사장) 부원장, 직원들 공항 나간 거 아니었어?
네, 지금 모두 나가서 대기 중입니다
우리 아들 벌써 병원에 도착했다잖아
(이사장) 어떻게 된 거야?
(부원장) 네?
이현동 부원장님?
아, 예, 예, 예 윌리엄 초이?
(준재) 보면 몰라요?
(부원장) 공항에선 정말 죄송했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어긋났는지 모르지만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예?
아빠가 도착하면 폰 콜 하랬는데
이 셀폰이 배터리 아웃돼서
[부원장이 입김을 하 분다]
[통화 연결음]
[준재의 거만한 신음]
(준재) 어, 아빠? 나 도착했어
[리드미컬한 음악] (준재) 아, 몰라
공항에서 2시간 웨이팅하다가 택시 타고 왔어
에이, 짜증 나 죽겠어, 쯧
어? 아이, 그러지 마, 자르지 마
사람을 왜 잘라? 진짜 괜찮아
[프로그램 작동음]
"해킹 중"
"완료"
- (남두) 어, 윌리엄 초이? - (윌리엄) 예
아, 예, 제가 병원까지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윌리엄이 호응한다] (남두) 자, 이쪽으로...
(남두) 그동안 나는 진짜 윌리엄이랑 [남두와 윌리엄이 대화한다]
드라이브나 한 판 하는 거지
(윌리엄) 어디 가시는 거예요, 지금?
(남두) 아, 죄송해요, 제가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를 안 해 놨더니
길을 잘못 빠졌는데 고속도로네
(남두) 우리가 시간을 버는 동안 태오는
부원장의 휴대폰과 태블릿 PC 속의 파일들을 확보해
음성, 문자, 이메일 내역 몇 개만 봐도 냄새가 날 거야
"검색 결과"
(부원장) 이쪽을 그냥 확!
저희가 최신식 초추세대를 그냥 확!
[킁킁거린다]
(준재) 아, 냄새
[준재가 킁킁거린다]
아, 냄새
(준재) 디스거스팅한 냄새가 나요, 아...
아, 저, 소독약 냄새인가 봅니다
우리가 위생에 워낙에 치중하다 보니까
아, 부원장님한테 나, 아휴
(준재) 디스거스팅, 싯
[익살스러운 음악] 저요?
[숨을 훅 들이켠다]
(부원장) [숨을 참으며] 제가 위염이 좀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의사들이 새어 나오는 웃음]
(준재) [손가락을 딱 튕기며] 근데요
(준재) 이 입을 다무셔도 냄새가 가시질 않네
우리 부원장님 구린 데가 좀 있으신가 봐
[숨을 푸 내뱉는다]
아, 저, 무슨 말씀이신지...
[준재의 질색하는 신음]
(준재) 아, 말하지 말아요
[질색하는 신음]
당신들 뭐야?
(부원장) 너 이사장님 아들 아니지?
[준재의 심호흡]
여기서 났었나 봐요, 구린내가
의료 과실, 횡령, 뇌물 청탁에
이야, 이건 사모님이 아시면 난리 날 문제 같은데
(준재) 개인적으로 내가 가정을 안 지키는 사람을 너무 싫어해
[준재의 힘주는 신음]
요즘엔 제약 회사에서 리베이트를 내기 골프로 받나 봐요
[서류를 사락 넘기며] 한 타에 백만?
하루면 1억?
(준재) 아이, 물론 그쪽에서 일부러 져 주시고
저한테 왜 이러십니까?
하, 어떡하실래요
(준재) 여기 있는 거 기자들한테 확 다 깔까요?
[흥미진진한 음악]
(준재) 서두르세요, 쟤 수전증 있는데
(부원장) 얼마를 원하시는지...
아,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시겠다?
참 좋은 자세이긴 한데
[준재의 생각하는 신음]
이번 일은 돈 안 받아요, 연말연시라
(준재) 대신 좋은 일 하시죠
아, 예, 예, 예, 뭐든지
[손가락을 탁 튕기며] 일단 발 차기 날린 희한한 여자 있죠?
- (부원장) 네 - (준재) 좋게 넘어가시고요
아이, 뭐, 그 정도야, 뭐
선처해야죠, 선처
(부원장) 많, 많이 아프지도 않았습니다
[녹음 앱 작동음] (준재) 오케이
그리고 또 어, 올라올 때 보니까
[잔잔한 음악] (청원경찰) 아, 나오셨습니까
지난번엔 제가 미안했습니다
(부원장) 이거 수술 기록지 원본입니다
저희 측 의료 과실 맞습니다
[흐느낀다]
(부원장) 수술 중간에 실수가 있었고
수술 후에 경과를 제대로 관찰하지 못해서
따님을 죽음을 이르게 한 것도 맞습니다
[오열한다]
잘못했습니다
앞으로의 법적 절차와 보상금 진행은 법무팀에서...
정말 죄송합니다
[키보드를 탁 두드린다] (태오) 웁스!
(태오) 실수 [프로그램 알림음]
에이, 넌 진짜
수전증엔 뭐가 좋지?
[경쾌한 음악]
난 병원이 참 좋아요
(심청) 밥도 맛있고 춥지도 않고
(환자2) 아이고, 병원 밥이 뭐가 맛있어? 밍밍하지
아이고
[환자2의 힘주는 신음]
[심청의 헛기침] (환자2) 왜 이렇게 안 열려
(환자2) [웃으며] 아이고, 힘이 장사네
고마워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드르륵 열린다]
- (의사5) 아유, 식사 중이시네요 - (환자2) 네
식사도 잘하시고 어디 편찮으신 덴 없죠?
네
(의사5) 저기, 심청 님
멀쩡하니까요, 퇴원하셔도 됩니다
퇴원이 뭐예요?
귀가하셔도 된다고요
귀가가 뭐예요?
집에 가는 거요
[놀란 신음]
내가 밥을 많이 먹어서 그래요?
그런 거구나
나 안 먹고 귀가 안 하면 안 돼요?
(의사5) 아, 저, 그런 게 아니라요
아, 난 집이 없는데
귀가 못 하는데
(준재) 집에 가자
[황홀한 음악]
(준재) 가자고, 집에
[기쁜 숨소리]
좋아
(준재) 야, 야!
선생님, 얘 이렇게 막 뛰어도 됩니까?
예, 모든 검사 다 해 봤는데 아무 이상이 없으십니다
(의사5) 마라톤 하셔도 됩니다
[헛웃음 치며] 아, 이게 가능해요?
(의사5) 저, 응급실에서 실수가 있었는지 사진이 바뀐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가 거의 없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아?
가자
허준재, 이제 첫눈은 언제 와?
[준재가 피식한다]
첫눈은 1년에 1번 오는 거야
올해 첫눈은 지나갔지, 내년에 오지
그래?
그럼 난 이제 첫눈 못 보겠네
왜?
너 뭐, 내년에 어디 가냐?
어디 가는데?
(심청) 허준재
사람들은 아프고 슬퍼도 기억하고 싶어 해?
뭘?
밥도 못 먹고 잠을 못 잘 정도로 아파도
기억하고 싶은 사람은 어떤 걸까?
(인어) 사랑해
[캑캑거린다]
무슨 생각 하냐, 지금
- (심청) 응? - (준재) 어?
아니야
너 첫눈 보고 싶냐?
서울 첫눈은 끝났지만 아직 안 끝난 데도 있거든
있어?
어떻게, 한번 가 볼래?
어, 가 볼래
오케이
진료 기록 여기서 받죠?
(직원2) 네, 동의서랑 위임장 가져오셨죠?
아, 네, 여기 있습니다
(남두) 저기, 엑스레이 사진도 같이 나오는 거 맞죠?
(직원2) 네
(남 부장) 회장님
저, 준재 만났습니다
만났어?
예
[의미심장한 음악] (남 부장) 회장님께서 만나 보고 싶다는
얘기도 전했는데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제가 다시 만나서 설득해 보겠습니다
[이어폰을 탁 내려놓는다]
[옅은 한숨]
- (일중) 남 부장 - (남 부장) 네, 회장님
내 자네한텐 늘 고마워
아닙니다
꼭 좀 만나게 해 줘
내가 그놈한테 할 말 많아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대문이 철컥 닫힌다] [남 부장의 옅은 한숨]
[도청 장치 작동음]
[도청 장치 작동음]
[어두운 음악] (남 부장) 회장님께 연락받으셨습니까?
네, 방금
[창문이 똑똑 울린다]
(남 부장) 누...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잔잔한 음악] [심청의 감탄하는 숨소리]
(심청) 여긴 이렇게 많이 온 거야, 첫눈이?
그래, 내가, 어? 너 보여 주려고
첫눈 제일 많이 온 데 찾느라고 아주 혼났어
고마워, 허준재
들어가자
[준재가 휘파람을 분다]
[준재가 휘파람을 분다]
[반짝이는 효과음]
[사람들이 떠들썩하다]
(남자1) 와, 진짜 예쁘다
[남자1의 탄성] (남자2) 야, 여신 아니야, 여신?
(준재) 이거 신자 [힘주는 신음]
여기선 이런 거 신어야 돼
야, 근데
내가 이 장면을 어디서 본 거 같다
[준재의 생각하는 신음]
데자뷔인가
(준재) 자, 잘 봐
내려가는 건 발로 이렇게 11자를 만들면 쭉 내려가
(준재) 이렇게, 보이지, 어?
그리고 서는 건
[긴장되는 음악]
멈추는 건 어떻게 하는 거야!
- (준재) 야, A자, A자 만들어! - (심청) 준재야, 어떡해!
A자가 뭐야? 나 A자 몰라!
[심청의 비명] (준재) 아나, 저 멍청이
(심청) 허준재!
[심청의 비명]
(심청) 허준재, 허준재!
비켜, 비켜, 비켜, 비켜!
[심청의 비명]
[준재의 힘주는 신음] [심청의 놀란 신음]
[심청의 가쁜 숨소리]
[준재의 웃음]
[준재의 웃음]
[준재와 심청의 웃음]
(준재) 너, 내가 방금 네 목숨 살려 준 거 알아, 몰라?
[준재의 가쁜 숨소리] (심청) 알아
(준재) 너
그럼 내가 시키는 거 하나만 해
뭔데?
[준재의 힘주는 신음]
(준재) 그게...
내가 뭘 좀 확인할 게 있어서 그러는데
(심청) 응
너...
이 말 한번 해 볼래?
어떤 말?
[망설이는 숨소리]
사랑해
[애잔한 음악]
가족은 붕어빵 같은 거네요
(심청) 붕어빵들처럼 닮았고 따뜻하고
달달해
(환자2) 항상 좋기만 하겠어? 병 주고 약 주는 거지
나도 우리 아들 빚 갚아 준다고 생고생하다가
그래서 디스크 여기 터진 거잖아
[직원3이 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치현) 몸은 좀 괜찮으세요?
저도 너무 많이 놀랐어요
제가 사고를 낸 것도 처음인데 또 피해자가
하, 제 동생 아는 분이라니
동생?
네, 저 준재랑 가족이에요
[익살스러운 음악] 허준재 가족?
네, 가족
[심청의 다급한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심청의 개운한 신음]
(치현) 아, 이게 무슨...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 그리고 이건 제 거...
[헛기침하며] 아무튼 여러모로 너무 죄송하게 됐습니다
아, 그리고
(치현) 이거...
[심청의 다급한 신음] 아니...
[떨리는 숨소리]
아, 손이 굉장히 빠르시구나
(치현) 그, 치료비는 보험 처리 되겠지만
그건 일종의 위로금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컵을 탁 내려놓는다] [개운한 신음]
아니, 왜 그렇게 자꾸 보세요, 뭐 묻었나요?
물벼락 싫어서
내가 돈 봉투 받았지만
나 허준재랑 못 헤어져요
- (치현) 예? - (심청) 허준재 가족!
나 허준재 사랑해
그렇게 알아요
(치현) 예, 예
아니, 저기...
.푸른 바다의 전설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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