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의 전설 7
[긴장되는 음악] [밤새 울음]
(의원) 맥이 소약합니다
힘줄과 뼈와 살이 상해
그 자리에 어혈이 몰려 적이 되었으니
이것이 심에 침범하게 되면...
그렇게 되면
어찌 되느냐?
며칠 내로 고비를 넘지 못할 것이옵니다
(의원) 아무래도 절벽에서 떨어진 다음
집단으로 구타를 당한 게 아닌지 싶습니다만...
내 벗이
(담령) 내 연인을 은밀히 숨겨 주고
내게 오다 변을 당한 듯싶구나
[담령의 걱정스러운 한숨]
[분노한 숨소리]
(양 씨) 나리
엊그제 제 첩년이 관아에 들이닥쳐서 피운 소란은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시오
죽음을 부르는 흉조인 인어가 관아에 숨어들었을까
오직 그 걱정 때문에
그런 정신 나간 짓을 한 모양입니다
해서 제가 아주 눈물 쏙 뽑게 야단을 쳤습니다
그랬군
아, 예
(양 씨) 며칠 전에 바닷가에서 변사체가 발견되고부터는
고을 인심이 더더욱 흉흉해져서
우리 현령님 마음이 심란하실 텐데
송구하옵니다
여기 귀한 과실이 있군
(양 씨) 아, 예, 밀감이옵니다 [양 씨의 웃음]
제가 이 신분은 미천하오나 입은 고급스러워서
해서 탐라에서 온 배를 통해서 어렵게, 어렵게 구했습니다
[담령과 양 씨의 웃음]
(담령) 그런가?
이런 과실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이 고을에서 이 여각뿐이겠지?
암요, 그럼요
아, 가격이, 돈이 얼만데...
(담령) 그런데 이 밀감이 얼마 전 바닷가에서 발견된
죽은 자의 몸을 검시하던 중 발견이 됐다네
(양 씨) 오호...
[긴장되는 음악]
(담령) 그자가 죽던 날 밤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은 바로 자네
자네가 그날 밤 그자를 만나 술과 함께 이 밀감을 권했고
독을 탄 술을 마시고 죽은 그 자를
바닷가에 버렸겠지 [어부들이 소란스럽다]
(담령) 하나, 주검에서 독살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어
첫눈이 오고 첫얼음이 얼어 추웠던 그날
시신은 얼음장처럼 굳어 버렸거든
(담령) 한데, 복검에선 달랐다네
얼었던 시신이 녹으며
하돈의 알에서 추출된 치명적인 독이 검출됐지
나리
소인은 일자무식이라 도통 무슨 말씀을...
- (담령) 여봐라! - (포졸) 네!
[문이 달칵 열린다]
(율관) 양승길의 마방에서 하돈의 독 추출물이 발견됐습니다
[양 씨의 놀란 숨소리]
(양 씨) 나리, 억울하옵니다
소인, 아무것도 모르옵니다
이건 음해이옵니다
나리!
[양 씨가 흐느낀다]
[양 씨가 흐느낀다]
[포졸들의 힘주는 신음] (홍란) 놔라!
놓지 못할까!
[포졸1이 소리친다]
(홍란) 이것들이 그냥 놓으라니까!
[포졸2가 소리친다] (포졸1) 아, 제 말 좀 들어요
[홍란의 놀란 숨소리]
세화가 살아 있다면 너도 살려는 줄 것이다
그게 누구요?
나는 모르오
네가 모르면
너는 죽는다
내가 세화를 찾지 못해도!
너는 이 자리에서 죽는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애잔한 음악]
[분노한 숨소리]
(홍란) 여기들 보시오!
현령이라는 자가 저 요물에 홀려서 고을을 풍비박산 내려고 하고 있소!
[포졸들의 힘주는 신음]
(홍란) 폭우를 몰고 와서 사람들을 죽게 한
흉조인 저 인어를 살려 주려고 하고 있단 말이오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어디 한 발자국만 더 내디뎌 보시지요
(홍란) 이 많은 눈과 입들이 가만있을 성싶소!
[홍란의 분한 숨소리] [포졸1의 만류하는 신음]
[포졸들의 놀라는 신음]
[사람들의 놀란 신음]
[홍란의 놀란 신음]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홍란) 내 진주, 내 진주!
이거 다 내 건데!
내 진주!
미안하구나
너무 늦게 와서
[잔잔한 음악]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담령) 세화야
넌 내 꿈 얘기 듣는 거 좋아하지 않았느냐
듣고 있느냐
꿈속에 우린 다시 태어났고
다시 만났고
함께 있다
(담령) 너는 먼 이국의 바다에서
나를 만나러 와 주었고
나는 널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미 마음속으로 너를 은애하게 되었다
[담령의 울음 섞인 숨소리]
세화야
이 이야기를 더 들어 보지 않겠느냐
내가 뭘 좀 확인할 게 있어서 그러는데
(심청) 응
너...
이 말 한번 해 볼래?
어떤 말?
[망설이는 숨소리]
사랑해
[감미로운 음악]
그럼 너, 내 거야?
항복이야?
진 거야?
뭐?
[심청의 기쁜 탄성]
(심청) 첫눈 오면 내가 먼저 항복하려고 했는데
네가 먼저 할 줄 정말 몰랐어
너, 내 거야?
내가 뭐라 해도 내 말 다 믿을 거야?
[어이없는 신음] 아, 뭐라는 거냐, 너?
네가 사랑한다며
그거 그 얘기잖아
(준재) 만약에 네가 누굴 사랑한다고 하잖아
그건 항복이란 얘기야
- (심청) 항복이 뭐야? - (준재) 진 거지
네가 진 거야
다시 말해 네가 누굴 사랑하잖아
그럼 그놈이 너한테 뭐라고 해도 넌 그 말을 다 믿게 되거든
그거는 큰일 났다는 얘기지
- (심청) 왜? - 네가 그 남자 거란 얘기거든
그 남자가 이러라 그러면 이러고 저러라 그러면 저러고
속이면 속고 그게 사랑이야
그러니까 네가 어떤 놈한테 그런 말을 하면 되겠어, 안 되겠어?
되겠어
안 되지, 넌 안 돼
네가 나한테 '사랑해' 그런 말 하면 네가 내 거란 얘기라니까
그런 얘기 네가 하면 내가 막 너 이용해서 무슨 짓 하고
거짓말 살벌하게 하고 네 거 다 뺏고
그게 사랑이라고 그랬는데
하, 참
누가 그딴 헛소리를 해, 어?
있어, 좋은 사람
[준재의 헛기침]
(준재) 누군데?
뭐, 남자?
(심청) 어, 남자
아, 남자야?
또라이네, 그 자식
또라이가 뭐야?
미친놈이라고, 어?
그런 멘트 날리는 거 보면 완전 속물에 날라리네, 날라리야
[밝은 음악] 지금 그거 다 나쁜 말이지?
그래, 너 그런 놈이랑 같이 놀지도 마, 어?
걔가 뭐, 막 잘해 주고 그러디?
비 올 때 우산 씌워 주고 혼자 있을 때 손잡아 줘
(준재) 아, 손
뭐, 다 해 주겠지, 여자 꼬시려면
(심청) 라면도 끓여 주고
라, 라면?
와, 라면
라면도 먹고 가라던?
(준재) 와, 완전 속 시꺼먼 놈
속 시꺼먼 놈 아니야
좋은 사람이야
아니, 그렇게 좋은 사람이면, 어?
그놈 옆에 있지 왜 내 옆에 있냐?
그리고 네가 오해할까 봐 내가 확실히 말해 두는데
내가 아까 어? 너...
[말을 흐리며] '사랑해'라고 한 거는
내가 진짜 너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너한테 그 말을 해 보라는 거였어
- 내가 뭘 좀 확인할 게 있어서 - (심청) 사랑해
[밝은 음악] [준재의 한숨]
- (심청) 또 해 봐? - 아니, 됐어
(심청) 나 또 할 수 있는데
(준재) 하지 마, 괜찮아
하지 마라, 너
(심청) 치...
(남두) 어디 갔다 와?
(준재) 스키장
데이트한 거야?
데이트는 무슨
(준재) 얘가 하도 눈 타령 해 가지고 그냥 잠깐 한번 데려가 본 거지
(남두) 그게 데이트야
안 그러냐, 태오야?
[찌릿한 효과음]
(준재) 이 자식은 요새 걸핏하면 사람을 째려봐
[문이 쿵 닫힌다] [남두의 웃음]
- (남두) 먹을래? - (준재) 됐어
좋아하는 귤, 혼자 많이 드세요
(남두) 먹을래?
쟤랑 뭐, 싸웠어?
응? 아니, 안 싸웠는데
근데 애가 왜 저렇게 기분이 안 좋지?
[준재의 깊은 한숨]
[짜증 내는 신음]
[깊은 한숨]
[짜증 내는 신음]
(준재) 어이, 윗방!
야!
왜?
[심장 박동 효과음]
[밝은 음악]
(준재) 내가 잠이 안 오니까 자꾸 잡생각이 들어서 그러는데
아직도 만나냐?
(심청) 누구?
누구긴 누구야, 아까...
라면!
(준재) 만나냐고, 요새도
응, 만나
하, 만나?
[어색한 웃음]
아, 그렇구나, 만나는구나
뭐, 어떻게 생겼는데?
예뻐
눈도 반짝반짝하고
[헛웃음]
기생오라비처럼 생겼구먼
너 그렇게 생긴 애들을 특히 조심해야 되는 거야
남자 이쁘장하게 생겨서 어디다 쓰니?
그런 애들이, 이 속이 구린 법이라니까
[멋쩍은 헛기침]
(준재) 너...
그럼 걔, 걔한테도 그 말 한 거야?
뭐?
아니, 아까 그 스키장에서 했던 그 말
사랑해?
[헛기침]
그래, 그거
그 자식한테도 했냐고
사랑해
(심청) 어, 했는데
왜?
넌 그런 말이 되게 쉽구나, 어?
아무한테나 막 그렇게 하고
(심청) 아무한테나 막 그러는 거 아니야
뭘 잘했다고 자기가 성질이야
[익살스러운 음악] 너 올라가!
너 누가 내려오라고 그랬어, 어? 올라가!
(심청) 치
근데
그냥 뭐, 차라리 다행이다 싶다
솔직히 좀 부담스러웠거든
네가 나한테 딴마음 있는 건 아닌가 싶어 가지고
걔랑 잘해 봐
잘해 볼 거야, 잘해 보려고 왔는데
잘됐네, 어?
아주 그냥 신나서 잘해 봐, 그래
올라가, 빨리
[준재의 헛웃음]
(준재) 잘해 보고 싶어서 왔어? 근데 왜 여기 있어?
아나, 진짜 웃기는 애네
아, 열 받아
(준재) 아, 짜증
[짜증 내는 신음]
[짜증 내는 한숨]
[타이어 마찰음]
[쿵 부딪친다]
[긴장되는 음악]
(담령) 세화야
세화야!
세화야!
[텔레파시가 들려온다]
[놀라는 숨소리]
아, 뭐냐
[괴로운 신음]
[깊은 한숨]
뭔 꿈이 이러냐
[의미심장한 음악]
(남 부장) 아저씨, 우리 준재 친구잖아
[휴대 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휴대 전화 진동음]
[안내 음성] 메모리 카드 사용을 중단합니다
[대영이 흥얼거린다]
[대영이 흥얼거린다]
[휴대 전화 벨 소리]
여보세요?
어, 왜?
남 부장?
(일중) 뭐, 아직 출근 전인 거 같은데
뭐? 아니, 어쩌다?
아, 그 사람이 어디 그럴 사람이야?
그래서 남 부장 지금 어디 있는데?
(일중) 그래, 일단 끊어 봐, 어
아버지, 무슨 일이에요?
남 부장이 어제 음주 운전 하다가 사고를 냈다는데
아저씨 술 안 좋아하시잖아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아니?
사람 겉만 보고 얼마나 안다고
(서희) 그래서 어디가 얼마나 다쳤대요?
병문안 가야 할 정도예요?
의식 없대, 심각한가 봐
그래요?
어쩌나
(서희) 당신 병원 갈 때 나도 같이 가요, 여보
그래, 그러지, 어
[일중의 한숨]
[안타까운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이거 석 달이야
석 달 동안 마대영 이 자식
추가 범행 확인된 것도 없이 지금, 지금 오리무중이야, 이거
(장 형사) 저, 회현동 사채업자 살인 사건은 마대영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셨잖아요
(동표) 있지
아니, 높지
근데 심증만 있지, 물증도 없고
돈이나 금품 사라진 것도 없어서
(동표) 그쪽 관할서에서는
이 해외 잠적한 채무자를 용의선상에 놓고 있어
이 새끼들이 나더러는 끼어들지 말라고만 하고
(형사) 피해자가 사채업자에다가 워낙 원한 산 사람이 많아서
그럴 수 있죠
원한이었다면 조금이라도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겠지
(동표) 근데 범행 시간이랑 장소를 봐
벌건 대낮 오후 3시야, 어?
누구 하나 사람이라도 지나갔다면 다 이거 목격할 수 있었다고, 이거
(동표) 근데 이거 아주 순간적이고 우발적이야
마대영이 그, 분노조절 장애잖아
(형사) 그것만 가지고 뭐...
요새 그거 조절 안 되는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요
(동표) 이거 아주 치밀하잖아
지문, DNA 하나 없이 아주 깔끔해
살인이 항상 준비되어 있는 사람 짓이야, 이거
근데 위에서는 그쪽으로 몰고 가는 걸 싫어하시는 것 같아요
(장 형사) 탈주범이 그런 범죄까지 저질렀다
그럼 우리가 더 욕먹을 거 아닙니까
야, 너 그게 중요하냐?
[형사들의 헛기침]
(반장) 그럼 넌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
너는 인마, 여의도 가서 너 사칭하고 다닌 그놈 잡아
CCTV고 뭐고 싹 다 지워버리고 도망간 놈
아, 나 누군지 그거 대강 알아요
그 뺀질이는 제가 마대영 잡고 난 다음에
(동표) 넌 뒈졌어, 인마, 아주 그냥! 이 또라이 같은 자식
(반장) 야, 야, 야 [동표를 툭 친다]
거기 아쿠아리움 여직원들이
영등포서에 그렇게 잘생긴 형사님이 있었냐고
팬클럽 꾸릴 뻔하다가
네 면상 보고, 인마 실망들이 이만저만 아니었대
아니, 왜 실망을 해
나랑 얼추 비슷하게 생겼어요, 걔!
[리드미컬한 음악]
(남두) 오늘 안진주 SNS 보니까
국제중학교 입시 대비 세미나에 가는 거로 돼 있어
(진주) 맞팔, 소통, VIP 초대장 [카메라 셔터음]
국제중, 교육열
이게 바로 대치맘의 길
(남두) 아, 3시 출발이니까
2시에서 2시 반 사이에 집에서 나올 것 같거든
(남두) 그 집 운전기사는 오늘 월차고
안진주는 운전이 미숙해
(남두) 그때 태오 네가 그 애 영어 학원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서
주의를 분산시켜
네, 제가 엘리자베스 맘인데요
어머, 정말요?
우리 엘리자베스가, 어머 영어 말하기 대회 1등 했어요?
오 마이 갓!
[타이어 마찰음] [쿵 부딪친다]
[자동차 경적이 연신 울린다]
(준재) 어디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
없는 것 같네요, 네
- (진주) 어머 - 이쪽으로 연락 주세요
(준재) 저는 그럼 바쁜 일이 있어서, 이만
(진주) 랭귀지? 어머머!
(남두) 그렇게 얼굴을 익힌 다음에
2차적인 만남을 세미나장에서 갖는 거지
(준재) [손가락을 딱 튕기며] 오케이
(심청) 뭐 해? [남두의 놀란 신음]
[남두와 준재의 당황한 신음]
- (남두) 굿 모닝 - (준재) 가자
어디 가?
(준재) 어디 가겠어, 일하러 가지
출근, 출근
아, 출근
무슨 일 하러 가는데?
[경쾌한 음악]
(남두) 아, 그...
우리가 하는 일이 무슨 일이냐면...
쉽게 말하면
(준재)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이랄까
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과오와 실수를 깨닫게 하고
분명 부의 축적 과정에 문제가 있는데 법의 조치가 닿지 않는
그 어떤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 주는 거지
(준재) 부의 재분배도 하고
나라를 위해서?
공무원?
(심청) 아, TV에서 보니까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공무원이라고 하던데
아이, 공무원은 아니야
아, 공무원이라고 해서 다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도 아니고
아, 그러니까 허준재는 공무원보다 더 멋진 일을 하는구나
[당황한 웃음] 아니, 뭐...
[남두의 헛기침] (심청) 허준재
그럴 줄 알았어
[남두의 어색한 웃음]
[문이 달칵 닫힌다]
[남두의 어색한 신음] [준재의 헛기침]
아이, 나 왜 쟤한테 변명을 하고 있지?
그러니까, 너 좀 구질구질하더라 옆에서 듣는데
그럼 말할까?
어? 뭐, 사기꾼이라고?
(남두) 아이, 어감이 안 좋아 그 사기꾼이란 말 자체가
야, 우리가 새로 이름 하나 만들까?
어감 멋있는 거로?
- (준재) 뭐래 - (남두) 알았어, 알았어
늦었어, 얼른 가자
[긴장되는 음악]
[동표의 힘겨운 숨소리]
[동표의 한숨]
(동표) 뭐야, 이거?
오케이, 오케이, 오케이
여기 이쪽 한번 확인해 봐
(동표) 야, 야, 야!
[긴박한 음악]
[휴대 전화 벨 소리]
[동표의 못마땅한 신음]
[휴대 전화 벨 소리]
(동표) 마대영, 너 이 새끼!
마대영, 이 새끼야!
(대영) 비켜! [사람들의 비명]
[동표의 다급한 신음]
(동표) 이리 와!
[형사들이 다급히 소리친다]
[동표의 다급한 신음]
[남자의 당황한 신음]
(남자) 아, 왜 이러세요?
아이, 씨!
와, 개이득
[힘주는 신음] 아이, 추워
(아이1) 우리 배도 고픈데 편의점에서 뭐 사 먹을까?
- (엘리자베스) 좋아 - (아이2) 그래
(엘리자베스) 야, 서유나, 너 임대 아파트 살지?
그래서?
(엘리자베스)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임대 애들이 우리 학교로 오면서 우리 동네 물이 흐려졌대!
[아이들의 비웃음] [차분한 음악]
(엘리자베스) 너희 엄마 이혼했지?
우리 엄마가 그랬어
너 같은 애들은 가정 교육이 엉망진창이래
그러니까 같이 놀지 말래
나도 너랑 놀기 싫거든, 비켜 줄래?
여기 임대 아파트 애들이 다니라고 만들어 놓은 길 아니거든
네가 돌아서 갈래?
(유나) 이, 씨...
[엘리자베스의 아파하는 신음]
(엘리자베스) 이게!
야, 네가 날 밀어?
어? 네가 날?
[흥미진진한 음악]
[엘리자베스의 놀라는 신음]
(엘리자베스) 아, 뭐예요? 내려 주세요
(심청) 친구 괴롭히는 거 아니야
아, 내려 달라고요
빨리 약속해, 친구 괴롭히지 않겠다고
[엘리자베스의 울음]
[엘리자베스의 울음]
(엘리자베스) [울먹이며] 엄마
(진주) 어머!
왜 그래?
- (엘리자베스) 엄마 - 엘리자베스, 왜 그러냐고, 어?
(진주) 빨리 와
[대문이 달칵 닫힌다]
(남두) 어, 아직 차 있어
[통화 종료음]
(유나) 아깐 고마웠어요, 언니
근데 이혼이 뭐야?
결혼했던 사람들이 헤어지는 게 이혼이죠
왜 헤어져?
그것도 몰라요, 언니는?
사랑하지 않으니까 헤어지죠
사랑하지도 않는데 결혼은 왜 했어?
[한숨]
결혼할 땐 사랑하죠
근데 변해서 그렇잖아요
우리 엄마, 아빠도 저 아기 때는 서로 사랑했을걸요
[익살스러운 음악]
변해서 그렇지
왜 변해?
왜가 어디 있어요?
그냥 원래 다 변하는 거예요
(유나) 이혼 안 하는 사람들도 꼭 사랑해서 같이 사는 건 아니랬어요
그냥 참고 사는 거랬어요
진짜?
언니, 내가 왜 이렇게 학원 열심히 다니는지 알아요?
아니
우리 엄마가 지금은 날 사랑하지만
나 공부 열심히 안 하면 사랑하지 않을까 봐
보내 버릴까 봐
그래서 학원 가기 싫어도 열심히 다니는 거예요
[흥미진진한 음악]
(심청) 가자
(진주) 저 머리
얼핏 손질 안 한 것처럼 무심하지만
한 올 한 올 휘날림까지 계산된 듯 우아해
어디야, 어느 숍에서 한 거야?
(엘리자베스) 엄마, 저 언니 맞다니까
당신이에요?
(진주) 당신이 우리 딸한테, 어? 막 뭐라 그런 거예요?
(진주) 이럴 수가, 상의와 하의가 전혀 매칭되지 않아
따로국밥 같지만 또 기묘하게 어울리는
이 희한한 느낌은 뭐지?
저런 코디 누가 한 거지?
쟤가 얘 괴롭혀서 그랬어요
[헛웃음 치며] 웃겨, 당신이 뭔데?
당신 얘 엄마야? 학교 선생님이야?
요즘은 학교 선생님도 이런 일에 함부로 못 껴...
(진주) 샤땡이랑 디땡이랑 언제 컬래버를 한 거야?
어머머, 아니 내가 왜 그걸 모르고 있었지?
엄마
나 서유나 친구예요
(심청) 앞으로도 내 친구 괴롭히면 나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약속했다, 너
(심청) 가자
잠깐!
내가 궁금한 거 많지만 딱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피부과 어디 다녀요?
[익살스러운 음악] (진주) '안 다니는데'
'내 피부는 원래 타고났어요 관리 안 해도 이 정도예요'
뭐, 그런 말 같지도 않은 뻥은 칠 생각도 하지 말고
대답해요, 어디서 관리해?
서울 아니야, 아주 멀어
(진주) 그럴 줄 알았어, 원정 가는구나
어머, 아니, 어느 나라인지, 아휴
아유, 세상에, 어느 나라에 가서...
[통화 연결음] (준재) 뭐야, 왜 안 와, 3시 넘었잖아
(남두) 아이, 그러게, 아, 이상하네
아니, 차는 그대로 있는데
[대문이 달칵 열린다]
(남두) 어디 나갔다 오나 봐
아, 잠깐만
(진주) 오늘은 휴식, 문화 충격
샤땡과 디땡 언제 컬래버한 거죠?
정보 교환 원해요 이게 바로 패피의 길
'이게 바로 패피의 길'
패션 피플
(남두) 아이, 씨, 오늘 완전히 공쳤네
아, 이번 건 영 안 당긴다 다른 거 알아보면 안 돼?
또 그런다, 또!
(남두) 야!
나 어디 들렀다 갈 테니까 너희 둘이 먼저 들어가
(준재) 어디 가?
몰라도 돼, 이 자식아
(준재) 꼭 갈 데도 없으면서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자동차 시동음] [놀라는 숨소리]
[차분한 음악]
[가쁜 숨소리]
설마...
아니겠지
우리 준재
(준재) 넌 근데 이 일을 왜 하냐?
잘하는 게 이것뿐이라
그 재주 다른 데 써도 되잖아, 좋은 데 [태오가 피식한다]
사돈 남 말 하시네
- (태오) 그러는 그쪽은? - (준재) 형
형은 어쩌다 이 일 시작하게 됐는데?
그러니까 사람은
사람을 잘 만나야 되는 거야
[잔잔한 음악] [키보드 소리가 요란하다]
[후루룩 소리가 들린다]
사무실 공사 인테리어만 끝났으면 거기서 하면 되는 건데
아휴, 여기서
정말 우리 엄마 찾을 수 있어요?
씁, 어머니 고향이 충북 제천이던데, 그렇지?
네
어유, 꽤 부잣집 고명따님이신데
부모님 돌아가시고 보증 잘못 서 가지고, 응?
유산 홀랑 날리시고
그 뒤로 연락하는 친인척도 없으시고
네, 그걸 어떻게...
뭘 어떻게야, 그게 내 일인데
[어린 준재의 탄성]
저희 엄마 좀 꼭 찾아 주세요
하, 근데 말이야
이 전입신고 안 하시는 것도 그렇고
뭐, 일정한 거주 지역이 있지 않은 것도 그렇고
재혼하신 것 같지도 않고
이런 경우에는 정상적인 방법으론 찾기가 아주 힘들거든
그럼 결국은 어떤 전문적인 인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는 건데
그러면 비용이...
아, 비용
[남두의 웃음]
잠시만요
[어린 준재가 가방을 쓱 연다]
[어두운 음악]
저, 이 정도면 될까요?
(준재) 물론 그 인간 그러고는 그 돈만 받고 튀었었지
(남두) [웃으며] 그런 부분은 전혀 걱정하지 마시고
제가 아저씨, 꼭 찾아 드리겠습니다
아마 일주일 내로 제가 연락을 드릴게요, 네
- 금액에 문제가 있으면, 네 - (의뢰인) 감사합니다
(어린 준재) 이 사기꾼! [의뢰인의 놀란 신음]
아줌마, 이 인간 사기꾼이에요 돈 주지 마요
(남두) 아, 아닙니다, 저, 잠깐...
(어린 준재) 내 돈 내놓으라고 [남두의 아파하는 신음]
- (남두) 안 놔, 안 놔? 야... - (어린 준재) 내 돈, 내 돈, 씨!
[남두의 괴로운 신음]
[남두의 괴로운 신음]
(남두) 너 그 앞에 며칠 있었냐?
보름
[남두의 놀라는 신음]
어이
너 나랑 같이 일 안 할래?
나는 근성 있는 놈이 좋거든
야, 너 백날 엄마 찾아 삼만리 그렇게 돌아다녀 봐라
다리만 아프지
돈이 있어야 엄마를 찾는 거야
야, 막말로 네가 엄마를 찾았어
돈 없으면 어떡해
나 같은 애송이 돈 털어서 언제 돈 벌어?
뭐?
돈 많은 사람들 걸 털어야지
어차피 누군가를 속이려면
시간적, 물질적으로 설계 자금이 들 텐데
경제적 효용성을 따지자면
같은 노력으로 있는 놈 터는 게 남는 장사 아닌가?
털려도 신고 못 하는 검은돈이 얼마나 많은데
딱 우리 엄마 찾을 때까지만
[애잔한 음악] 엄마한테 집 사 줄 돈 모아질 때까지만이야
[남두의 웃음] [남두가 술을 쪼르르 따른다]
엄마한테 집 사 줄 만큼 모았잖아
(준재) 모았지, 엄마를 못 찾아 그렇지
개남두도 우리 엄마 찾아 주려고 꽤 애써 줬는데
절대 못 찾더라고, 어디 계시는지
[훌쩍인다]
[옅은 한숨]
(남두) 아, 좀 봐 줘 봐, 형
(의사) 아, 이게 뭔데?
(남두) 같은 사람 사진인지
그쪽 병원에선 다른 환자 거랑 바뀐 것 같다고 하거든
이거 같은 사람이야
- (남두) 그래? - (의사) 어
(의사) 이, 다리뼈의 형태나 프렉처를 확인해 보면 되는데
이거 봐 봐
경골과 비골의 굵기나 뻗은 생김새가 다르지 않고 일정해
이쪽은 프렉처 있는 거고
이쪽은 힐링된 상태인데...
- (의사) 어? - (남두) 왜?
야, 이게 뼈는 붙었는데 에데마는 남아 있네
(의사) 아니, 보통은 부기가 빠진 다음에 뼈가 붙는 게 순서인데
이 사람은 뼈가 먼저 붙었어
야, 이게 이럴 수도 있나?
형, 그 뭐야
저기, 골절된 상태에서
뼈가 다시 붙는 데 보통 시간이 얼마나 걸리지?
뭐,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긴 하지만 그래도
골절된 뼈가 완전히 붙으려면 12주에서 16주 정도
야, 그 실금만 가도 깁스한 상태로 맥시멈 3, 4주야
그럼 일주일 만에 이게 이렇게 됐다면?
참, 야, 말이 되냐, 그게?
그렇지, 말이 안 되는 거지?
[흥미진진한 음악] (의사) 아이, 빨리 가, 나 바빠
(시아) 뭐야, 무섭게
걔, 진짜 좀비 아니야?
야, 설마
(시아) 난 그 여자
씁, 단순히 기억이 없다거나
좀 모자란다거나 그런 걸 넘어서
뭐가 있는 거 같단 말이야
그렇지, 그건 나도 그런데
그게 뭔지 감이 안 잡히니까 [휴대 전화 진동음]
(시아) [목을 가다듬으며] 여보세요?
목간 발견됐어?
하, 진짜?
물건 주인 누구야?
김담령?
(시아) 하, 이름도 멋있다
응, 알았어, 금방 들어갈게
오빠, 나 지금 들어가 봐야 돼
우리 지금 발굴하던 난파선 유물 주인 밝혀진 것 같거든
(남두) 어, 잠깐만, 잠깐만
그, 그 유물 주인 이름이 담령이야?
응, 강원도 흡곡현 현령이었대, 왜?
어, 아니야, 들어가 봐, 어
어, 나중에 봐
집에서 준재랑 그 여자 무슨 일 없나 감시 잘하고, 어?
담령
담령, 담령
[침을 꿀꺽 삼킨다]
[정훈의 놀라는 신음]
[심청의 놀라는 신음] [정훈의 난처한 숨소리]
아, 왜 그러세요?
아니, 왜 이러긴 아가씨야말로 왜 이래요?
여기 뛰어들게?
아니, 난 그게 아니라...
아이, 아니긴 뭐가 아니야 신발까지 이렇게 벗고선...
(정훈) 일어나요, 이런 사람 내가 한두 번...
[몽환적인 음악]
[정훈의 놀라는 신음]
[정훈의 놀라는 신음]
(정훈) 여기, 여기 앉아
보리차 마실래?
[정훈이 차를 쪼르르 따른다]
(정훈) 뜨거우니까 조심해
[심청이 텔레파시를 보낸다]
(정훈) 아니, 잠깐
우리 그냥 말로 하자
나 여기 오래 살아서 거기 말 거의 다 잊어버렸고
이쪽 말이 편해, 아무래도
[옅은 한숨]
쩝, 알겠어
[정훈의 탄성]
서울 한복판에서
인어를 만날 줄이야
[작은 목소리로] 나도 서울에 인어는 나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정말 놀랐어
아니, 근데 너 아까 거기서 뭐 하고 있었던 거야?
배고파서
돈도 없고, 밥때도 다 됐는데 뭐 좀 먹어 볼까 하고
돈이 없다고?
야, 너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뭘?
[반짝이는 효과음]
이거 진짜 몰랐어?
이거 우리 눈물이잖아, 뭐 하는 거야?
이게 여기서 돈이야
이게 돈이야, 왜?
모르겠으면 외워
[작은 목소리로] 이게 여기서 돈이 돼
그러니까 눈물이 흐른다 그러면
[익살스러운 음악] (정훈) 이렇게 해서
(정훈) 자, 이렇게
이렇게 해서 다 모아야 돼
(정훈) 나, 이거 진짜 생활에 큰 도움 됐다
아, 나 몇 번 울었는데 모아둘걸
이게 알이 굵을수록 비싸
그러니까 잔 눈물 쓸데없이 흘리지 말고
좀 참았다가 굵게 울어, 굵게, 오열
[심청의 탄성]
잔 눈물은 개당 한 2, 3만 원
그리고 굵은 게 4, 5만 원
그리고 제일 비싼 게 핑크빛이 연하게 감도는 진주지
핑크빛? 너무 좋을 때 울면 나오는 그거?
그렇지
근데 그게 여기 있다 보면 그렇게 너무 좋아서 울만큼 기쁜 일이
자주 생기거나 그러진 않아
나도 그런 눈물은 딱 한 번 흘렸어
그럼 나 앞으로 많이 울어서 내 눈물 허준재 다 갖다줘야지
허준재가 누구야?
(심청) 좋은 사람
나라 위해서 공무원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멋진 사람
잠깐
야, 너 그러니까 잠깐 관광 삼아 올라온 게 아니라
좋아하는 남자 때문에 올라온 거야?
야, 너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너 여기 온 지 얼마나 됐어?
한 달?
그럼 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일방이야, 쌍방이야?
아니, 그러니까 혼자 좋아하는 거야 서로 좋아하는 거야?
아직은 혼자...
하, 정말
너 진짜 대책 없다
아니, 너 올라올 때 무슨 생각이라도 좀 하고 올라와야지
아, 이렇게 무분별하게 막...
[정훈의 탄식] 진짜 내가 이럴까 봐 내가 여기 있으면서
오가는 물고기들한테 그렇게 얘기를 한다고
인어들한테 전하라고
'절대 사랑 따라서 올라오지 말아라' 못 들었어?
못 들었는데
이것들이 진짜...
오다가 어획을 당하나 중간에 까먹나, 붕어 대가리들, 진짜
왜 안 되는데?
왜 사랑 따라서 뭍에 올라오면 안 되는데?
너 잘 들어
[신비로운 음악] 너는 시한부야
(정훈) 인어가 물을 떠나서 뭍으로 올라오는 순간
심장은 굳기 시작해
네 다리가 시한부가 아니라도 네 심장은 시한부라고
[심전도계가 길게 삐 울린다]
(정훈) 네가 계속 숨을 쉬고
네 심장이 계속 뛰게 하는 방법은 단 하나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너를 사랑하는 것
그래서 네 심장이 뜨겁게 뛰는 것
그것밖에 없어
아니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얼른 바다로 돌아가, 이 바보야
아, 그러게 왜 그렇게 대책 없이 누가 올라오래?
아휴, 진짜
아니, 그래도, 뭐
그렇게 뭍에 올라와서
네가 걷겠다고 결심한 데는 어떤 계기가 있었을 거 아니야
그 남자가, 어?
너한테 뭐라고 했을 거 아니야
- (심청) 서울 오라고 - (정훈) 그렇지
와서 뭐 하재? 사귀재, 결혼하재?
맛집 가자고
끝?
불꽃놀이 보자고...
불꽃?
네가 굉장히 쉬운 애구나
일생의 사랑이 어떻게 맛집이랑 불꽃놀이로
그렇게 쉽게 결정이 되니?
[정훈의 어이없는 웃음]
한 달 동안 무슨 진전 사항은 있었고?
그래, 내가 딱 보니까 너 계속 진전 사항이 없을 애다
어떻게, 내가 좀 도와줘?
어떻게?
인간 남자들은 다 질투의 화신들이야
[익살스러운 음악] 질투?
모르겠으면 외워
질투는 사랑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야
변신부터 쭉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쇼핑할 돈이나 마련을 한번 해 볼까?
[슬픈 음악이 흘러나온다]
[흐느낌이 흘러나온다]
[정훈이 울먹인다]
(정훈) 참아
참았다가 굵게 울어, 굵게
[정훈과 심청의 울먹이는 숨소리]
(TV 속 배우) 선영 씨, 사랑해
[함께 오열한다] [슬픈 음악이 흘러나온다]
[함께 오열한다]
[흥미진진한 음악]
[초인종이 울린다]
아니, 너...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누구신지?
유정훈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좀 부탁드릴게요
(준재) 뭘 부탁해요?
- (정훈) 아니, 우리 자기가 - (준재) 네?
(정훈) 잠시 이 집에 신세를 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 남자들만 있는 집이라고 해서 살짝 신경이 쓰였거든요
근데 이렇게 막상 뵈니까 안심이 되네요
[준재의 어이없는 웃음]
(준재) 안심이 돼요?
내가 막 안심될 얼굴은 아닐 텐데
(정훈) 내일 만나, 우리
[정훈이 숨을 씁 들이켠다]
자기, 내일은 머리를 이렇게 해서 한번 묶어 보는 거 어때?
목선이 예쁘니까
(심청) 어떻게?
이렇게?
(준재) 야!
이제 들어가
- (준재) 들어가 - (정훈) 그래, 들어가
먼저 가
- (정훈) 먼저 들어가 - (심청) 아니야, 먼저 가
(정훈) 들어가는 거 보고 들어가야 내가 편안하지
(심청) 아니야, 먼저 가
- (정훈) 아니야, 먼저 들어가 - (심청) 아니야, 먼저 가
- (정훈) 들어가는 거 보고 가는 게... - (심청) 먼저 가
들어가라잖아!
[익살스러운 음악] 들어가, 좀! 쯧
아, 잠깐만요
왜요, 또?
저, 얼굴 한 번만...
[카메라 셔터 효과음] (정훈) 찰칵
(준재) 아, 나 진짜 미치겠네
사진 찍어 두는 거야 오늘 밤에 보고 싶을 때 또 꺼내 보게
[심청의 웃음]
이렇게? 찰칵
[익살스러운 효과음] (심청)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정훈의 웃음]
아, 귀엽다
- (심청) 찰칵, 찰칵, 찰칵 - (준재) 야, 들어가
[정훈이 대문을 똑똑 두드린다]
[심전도계 작동음]
(일중) 이 친구가 술 마시고 운전할 사람은 아닌데
(남 부장 처) 저도 이해가 안 돼요
그날 둘째 군대 휴가 마지막 날이라
집에서 다 같이 저녁 먹기로 했거든요
그런 날 왜 술을 먹고 그 먼 데까지 갔는지
[남 부장 처의 떨리는 숨소리]
이건 누군가 일부러 낸 사고 같아요
[서희의 헛웃음] 그럴 리가 있나요
(서희) 경찰에선 단순 음주 운전 사고라고 하는데
자꾸 그렇게 생각하시면 더 힘드세요
[어두운 음악]
[아파하는 신음]
(남두) 아, 나야, 나야, 나야, 나야
(준재) 뭐 하는 거야?
(남두) 야, 팔찌 한번 보자
- (남두) 어, 진짜 한 번만 - (준재) 또 그 소리야?
아이, 뭐 좀 확인할 게 있어서 그런다
- (준재) 뭐? - (남두) 아이, 그런 게 좀 있어
똑바로 말 안 해?
아니, 저, 시아가 이번에 무슨 난파선 유물 조사하는데
그 유물 주인 이름이 담령이래
[긴장되는 음악] 야, 이거 신기하잖아
아, 뭐, 물론 동명이인일 수도 있는데
이게 만약에 진짜 같은 사람이면
너 이거 60억? 야, 60억보다 더한다
야, 일단 감정 한번 맡겨 보자
- (준재) 형 - (남두) 어
내가 그 팔찌 왜 갖고 있는지 알아?
왜?
청이 떠날 때 돌려주려고
지금 돌려주면 형 같은 사람이 가만 안 둘 거니까
씁, 야, 너 요즘 좀 이상하다
갑자기 막 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냐?
나가
이야, 무섭다, 허준재
(남두) [코웃음 치며] 자라
[문이 달칵 여닫힌다]
[준재의 깊은 한숨]
세화야!
"김담령"
(준재) 아, 저 멍청이 만난 이후로 계속 이상한 일만 생겨
[준재의 탄식]
[문이 달칵 여닫힌다]
[밝은 음악]
[남두의 탄성]
(남두) 우와, 우리 청이, 꾸밀 줄도 알았어?
[남두의 탄성] 야, 그렇게 입으니까
와, 인물이 산다
그렇지, 태오야?
(남두) 이거 봐, 태오도 지금 말을 못 잇잖아
[남두의 탄성]
(심청) 왜!
추워, 겨울이야
(남두) 야, 준재야 우리 청이 스커트도 입었다!
바지 입어
왜? 이거 네가 지난번에 사준 거잖아
너 내가 그거 밖에 나갈 때 입으라고 사다 준 거 같아?
그럼?
옷장에 걸어 두라고 사다 둔 거야
야, 말이 되냐?
말이 되지
아니, 옷이라고 다 입고 나가야 되는 거야?
장롱에만 있는 것도 옷이야
[준재가 혀를 쯧 찬다] [남두의 헛웃음]
바지로 갈아입어
머리도 단정하게 풀고
(남두) 야, 네가 왜, 인마
머리랑 옷까지 네가 무슨 학생 주임이냐?
(준재) 이 집 주인은 나야
형도 그 옷 좀 갈아입어
루돌프니?
다 내 말 들어
안 들을 거면 나가
[심청의 토라진 신음]
[준재의 콧방귀]
이야, 우리 청이 젓가락질도 많이 늘었다
[남두의 탄성과 웃음]
청이 오늘 어디 가?
오빠가 데려다줄까?
어, 나 이따가 약속...
너 여기 있는 동안 밥값 하려면 청소 정도는 네가 해야 되지 않을까?
(심청) 어, 나 청소할 수 있어
태오 하는 거 봤어
(준재) 요새 날이 추워서 환기를 못 시켰더니 구석구석에 먼지가 많아
먼지 한 톨 없게 잘 닦고
내가 하면 되는데
(준재) 내 집이야
내가 시키고 싶은 사람 시킬 거야
[손가락을 딱 튕기며] 아, 그리고 창고 보면 선풍기 있어
먼지가 많을 거야
(남두) 야, 그건 내년 여름에 쓸 거잖아
그러니까 지금 닦아 놔야지
팥쥐 엄마냐?
청아, 그냥 도망가
안 돼!
(준재) 너 그거 다 하기 전에는 한 발자국도 못 나가
(남두) 왜?
아, 휴대폰 놓고 왔어
[자동차 잠김 해제음]
[밝은 음악]
아, 살 거 같아
[만족스러운 탄성]
(정훈) 너 인어가 왜 멸종 직전이라고 생각해?
안 변하니까
사람들을 변하는데
멍청이같이 안 변하고 뒤통수 빡빡 맞으니까
사람들은 변해?
변해
내가 사랑하는 여자도 그랬어
평생 나만 사랑하겠다고 했는데
내 진짜 모습 들키니까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더라
처음에는 내가 이러려고 뭍에 올라왔나 싶고 힘들었는데
그게 우리의 현실이야
[긴장되는 음악]
(정훈) 지구상에 우리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줄 수 있는 인간은 없어
마찬가지야
(정훈) 그러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절대 들키지 마
[로맨틱한 음악]
(준재) 저기요, 잠깐만요 [문이 달칵 닫힌다]
실례지만 어떤 일 하시는지 여쭤봐도 됩니까?
공무원입니다
아, 공무원
그러시군요
(정훈) 아시잖아요, 공무원
큰돈은 못 벌어도 안정적이고
(정훈) 정년 보장에 노후 연금도 그렇고
솔직히 누구 한 사람의 인생을 편안하게 책임질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뭐, 알긴 하는데
저도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정훈) 허준재 씨는 어떤 일을 하시는지?
[준재의 헛기침]
(정훈) 아니, 곤란하시면 말씀 안 하셔도 돼요
아무튼 우리 청이 당분간 잘 부탁드립니다
아니, 그건 그쪽에서 부탁 안 하셔도 내가...
아니, 우리가 알아서 할게요, 네?
시간이...
그리고 기회가
늘 있을 거 같죠?
아니에요
뭐야
뭐라는 거야
얻다 대고 멋있는 척이야
웃겨, 진짜
.푸른 바다의 전설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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