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바이, 마마 3
[캐리어를 끄는 소리가 들린다]
[개가 왈왈 짖는다]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문이 쾅 닫힌다]
[드르륵 미는 소리가 들린다]
[거친 숨소리]
[현정이 칼질을 탁탁 한다]
(현정) 뭐 더 필요한 거 없어요?
(손님) 소스 좀 더 주세요 [현정이 대답한다]
(유리) 남편이 아니라 사기꾼이었어
연애 때 모습은 다 뻥이었던 거야
자기 선배가 그랬대 신혼 때 맞춰 주면 평생 잡혀 산다고 [현정이 입바람을 후 분다]
그래서 절대 양보 못 하시겠대
허, 뭐 이딴 걸 가지고 존심을 부려, 사람이?
[유리의 분한 숨소리]
(현정) 너도 이딴 걸 가지고 짐까지 쌌네, 뭐
29년을 서서 싼 사람한테 갑자기 앉아 싸라 그러면 그게 쉽냐?
[식탁을 탁 치며] 아, 언니
이건 그, 일개 화장실 사용법에 대한 문제가 아니야, 존심의 문제라고!
(현정) 누가 신혼 아니랄까 봐 귀엽다, 귀여워
[유리의 어이없는 숨소리]
[유리의 분한 숨소리]
아휴, 알았어, 알았어, 어?
조강화 이 자식 그냥, 어?
이 자식이 문제네 이 자식 그냥, 어?
일단 먹어, 한 끼도 못 먹었다며
아, 싫어, 안 먹어
[꼬르륵 소리가 난다] 아, 배고...
[풉 웃는다]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 그랬어, 어?
자, '아', 먹어, '아' [유리의 짜증 섞인 신음]
아, 열받아 죽겠는데 지금 닭 먹게 생겼어?
언니
나 결혼 잘못한 거 같아
응, 알았으니까 먹어 [차분한 음악]
(현정) 먹어 [차분한 음악]
이씨, 와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 봐라, 어? 내가 들어가나
(현정) 알았어, 어? 알았으니까 이것만...
(유리) 죽음을 예측할 수 없었던 그때의 나는
살아가며 겪는 사소한 감정들에 속아 [유리의 거친 숨소리]
[현정이 말한다] 정작 중요한 사실들을 깨닫지 못했다
(현정) 일단 먹어, 먹어, 먹고 얘기해
(여자1) 진짜 먹을 기분 아니에요, 언니
(현정) 그렇지, 기분 아니지 그래도 먹어, 어?
(여자1) 이번엔 진짜 헤어질 거예요
[유리의 한숨]
(현정) 그럼 헤어져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먹고 헤어져
'아', 빨리 '아', '아'
(여자1) 아 [현정의 웃음]
[여자1의 웃음]
(현정) 먹어, 자
(유리) 어떤 고난 속에서도 불구하고
아직 내가 무언갈 먹을 수 있고
사랑하는 이를 만질 수 있으며
숨 쉬고 살아 있다는 사실
이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나는 죽고 나서야 알았다
[떨리는 숨소리]
[유리의 떨리는 숨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떨리는 신음]
[놀란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차분한 음악]
[멀어지는 발걸음] [다급한 숨소리]
(강화) 차유리!
사람 잘못 보셨어요
[유리의 놀란 숨소리]
[놀란 숨소리]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떨리는 숨소리]
[강화의 떨리는 신음]
이게...
이게 어떻게...
[떨리는 숨소리]
(유리) 미쳤어, 미쳤어 [한숨]
거기서 왜 들켜 가지고, 진짜
그냥 확 이판사판 사실대로 다 말해?
아, 그랬구나, 그런 거였구나 [익살스러운 음악]
49일 안에 네 원래 자리를 되찾아야
완전히 살아날 수가 있는 거구나 내 와이프 자리
아이고, 근데 이거를 어쩌지?
(강화) 지금 그 자리가 공석이 아닌데
[작은 소리로] 나 와이프 있어
아유...
[한숨]
[답답한 숨소리] [삭 하는 효과음]
뭐?
서우가 귀신을 본다고?
넌 그 귀신들 떼려고 왔고?
그랬구나
아, 그런 거였구나
아, 진작 말을 하지, 에이그, 참
잠깐만
근데 우리 서우가 귀신을 왜...
(강화) 왜 보지? 그...
설마...
너 귀신 돼서 우리 옆에 계속 붙어 있었니? 무섭게?
[놀란 신음]
오, 소름
[놀란 신음]
어머, 세상에나
[유리의 난처한 숨소리] [강화의 놀란 탄성]
[놀란 탄성]
[한숨]
(유리) 그 얘길 어떻게 해
지금까지 딱 붙어살았다 그러면 나라도 무섭겠네
아, 진짜, 뭐라 그래
[한숨]
[차분한 음악]
[빨대를 잘근잘근 씹는다]
[음료를 쪽 마신다]
[숨을 카 내뱉는다]
[강화와 유리의 한숨]
야, 그만 씹어 환경 호르몬 나온다니까
아, 가만있어 봐
아유, 떨려
[강화의 웃음]
야, 쪼이는 건 난데 네가 왜 그러냐
[유리가 숨을 쓰읍 들이켠다]
[빨대를 잘근잘근 씹는다]
[한숨]
[빨대를 잘근잘근 씹는다]
[놀란 숨소리]
아, 그, 꿈 아니라고
[한숨]
[강화가 팔을 툭 떨어트린다]
(유리) 아, 몰라, 일단 잡아떼
세상에 닮은 사람이 어디 한둘이야?
[심호흡한다] [탁 내려놓는 소리가 들린다]
"출입증"
[신비로운 음악]
(강화) 이렇게...
낙서하는 사람
내 주변에 딱...
딱 한 명 있었는데
(강화) 너 맞아
너 맞는데 이게...
이게 무슨...
어떻게 네가 내, 내 앞에...
어, 어떻게 된 거야?
(강화) 어?
무슨 말 좀 해 봐
어?
[어두운 음악]
[초조한 숨소리]
[놀란 숨소리]
[민정의 거친 숨소리]
(민정) 어디 갔었어?
어떻게 된 거예요?
어?
아, 미안해
어, 친구가...
- (강화) 친구가... - 친구 누구요?
아니, 무슨 말도 안 하고 애를...
왜 그래요?
못 볼 거 본 사람처럼
민정아, 먼저 들어가 있어 나 좀 가, 가 볼 데가 있어 가지고
오빠!
[민정의 거친 숨소리]
깨어나 보니까 납, 납골당이었다고? [의미심장한 음악]
(강화) 아니, 그, 그럼 그, 그사이의 기, 기억 같은 거는?
4년이 지났잖아 아, 4년 지난 거는
너 알고, 알고 있어?
몰라,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
아, 죽었던 기억은 나는데
깨어나 보니까 지금이야
아니...
뭐, 환생을 했다든지 이, 이런 거라도 있을...
그래, 그것도 말은 안 되지만
아, 그러니까, 진짜 말이 안 되지
(유리) 하, 나도 기가 막혀 가지고 진짜 분명히 죽었잖아
근데 어떻게 살아났지?
혹시...
왜, 뭐 기억나는 게 있어?
포상 휴가!
뭐, 그런 거 보내 준 거 아닐까?
[익살스러운 음악] (유리) 한 49일 정도?
어, 하늘에서 모범수 같은
모범 영혼
이런 거였던 거야
포상 휴가를 보내 줬다고?
- 누가? - (유리) 어, 그, 그, 그...
예, 예를 들면
시, 신?
신?
(유리) 시...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아유, 진짜...
[휴대전화 알림음]
- (유리) 아, 저기... - (강화) 응
나 잠깐 화장실 좀
어, 어, 어, 갔다 와
[TV에서 발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서우 오늘 누구 따라갔었어?
하원 도우미 이모 아니었는데
(서우) 음...
예쁜 이모
예쁜 이모?
여자야?
서우 이거 왜 그랬어?
[한숨]
아니, 무슨...
남의 애를 데려다가 뭐 한 거야, 진짜
[익살스러운 음악]
[손으로 다리를 탁 잡는다]
[초조한 숨소리]
[유리의 한숨]
아, 이러려던 게 아닌데, 진짜
[한숨]
일단 나가자
[강화가 숨을 후 내뱉는다]
쟤 어디 가, 어디 가
(강화) 유리야!
유리야
[유리의 한숨]
어디 가?
(유리) 아...
그게...
[거친 숨소리]
너 왜 그래?
왜 자꾸 도망가?
나 강화...
나 강화잖아, 조강화
[잔잔한 음악]
어, 조강화...
아...
아니, 내가 너무 당황스러워서
(유리) 이, 이러려던 게 아닌데
너도 어떤 상황인지 내가 모르고
아...
그러니까 내 말은
[한숨]
아, 그게, 우리가 서로 좀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뭐, 그런...
[옅은 한숨]
(강화) 딴 데 가지 말고 꼭 여기에 있어
내가, 내가 내일 다시 올게
아, 이걸로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사 먹고
[난처한 숨소리]
고마워
- 너 빨리 가 - (강화) 어?
어, 어
너 진짜 딴 데 가지 말고 꼭 여기에 있어야 돼, 알았지?
어디 가지 마
(강화) 응, 갈게
- (유리) 저기... - 어? 왜?
할 말 있어?
아깐 미안
서우 데려간 거
[카드 인식음]
[문이 달칵 닫힌다]
[의미심장한 음악]
[강화의 한숨]
[답답한 신음]
[한숨]
[한숨]
아, 왜 하필 들켜 가지고
(유리) 하, 이제 어쩌냐, 진짜
[한숨]
[부드러운 음악]
(유리) [울먹이며] 안녕
안녕, 서우야
[문이 드륵 열린다] [손님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근상) 누나, 맛있겠다
혹시 그거 아닐까?
(현정) 뭐?
(근상) 귀신
[근상의 아파하는 신음]
아파! 이 누나 미친 거 아니야? 아파! [현정이 국자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이게 터진 입이라고 막 뱉어
우리 유리가 귀신이 돼서 떠돈다고? 죽을래?
아니, 나도 본 거 같으니까 그러지
(현정) 쯧
아, 유리가 진짜로 잠깐 스쳤다니까?
(근상) 우리 이모가 나 신기 좀 있다 그랬어
(현정) 그만 먹어, 그만 먹어, 그만!
- 아파, 아파, 아파, 알았어, 알았어 - (현정) 그만, 그만
알았어, 안 먹어, 안 먹어 안 먹어, 안 먹어!
(근상) 안 먹어!
- 먹지 마! - (근상) 더럽고 치사해서 안 먹어!
- 맛도 더럽게 없구먼! - 너 이거 아까워서 어떡할 거야!
- 맛있게 드세요 - (현정) 저거 팔지도 못하고, 너...
(근상) 어이구, 어이구
여보!
하준이 깼잖아!
(현정) 아유, 우리 하준이
(근상) 아이고, 우리 하준이 엄마가 막 하마처럼 소리 질러서 깼어?
응, 괜찮아 아빠가 저 하마 혼내 줄게
- 뭐래 - (근상) 응, 하마 혼내 주자
[뻥튀기를 탁탁 던지며] 얍! 얍! 야, 하마야!
- (근상) 하마 죽어라! 하마 죽어 - 이리 와라
(현정) 이 하마한테 아주 그냥 혼이 나 볼래 아주 그냥, 너 안 서?
- (근상) 미안해, 다신 안 그럴게 - (현정) 어? 한 번만 더 해
아, 나 진짜, 와...
[현정과 손님들의 어색한 웃음]
(현정) 미안, 먹어요
내가 아들을 둘을 키우거든, 응
저래 봬도 의사야, 의사 정신과 의사
자기가 정신이 나가서 문제지
[현정과 손님들의 웃음]
야, 하마야!
하마 죽어라!
하마 우리 가게에서 나가라!
(근상) 사람들한테 말 시키지 말고!
우리 가게에서 썩 꺼져라, 이 하마야!
(현정) 야!
- (근상) 이 하마야! 하마야, 하마야! - (현정) 너 일로 와, 너 일로 와!
(현정) 너 일로 와! [우당탕 소리가 들린다]
(강화) 이게 말이 돼? 말이... 어유, 말이 됐지, 됐어
두 눈으로 봤잖아, 직접 말도 하고
그러면 어떡해? 어떡하지, 나?
나 어떡해야 되지? 그...
그래, 그, 그러면 일단은 장모님, 장인어른한테 알려야지
알리고 말해야지
뭘, 뭘, 뭘 말해? 뭘 말할 거니, 너? 뭐라고? 그...
나 결혼했다고?
그걸 유리한테 어떻게 말해
(현정) 유리가 보여? [강화의 놀란 신음]
아, 깜짝이야
- (강화) 누나 - 어
어떻게 알았어?
네 입 싼 친구가 우리 집에 살아
[한숨]
(현정) 세상에 닮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너 그럴 때마다 이럴래?
안 그러다 갑자기 왜 그래?
저기, 누나
(강화) 놀라지 말고 들어
[작은 소리로] 닮은 사람 본 게 아니야
(현정) 아니야?
그럼 계근상이 또 오버 친 거야?
아이, 아이, 아이, 놀라지 마
[신비로운 음악] 유리가
살아 돌아왔어
아, 그래?
유, 유, 유리가 살아 돌아왔다니까?
(현정) 그러니까
- (강화) 어? - 잘됐네
(현정) 잘됐다, 이 미친놈아 [강화의 당황한 신음]
헛소리하고 있어 [강화가 웅얼거린다]
누나...
(강화) 진짜야, 누나, 진짜라고! 누나!
(민정) 넘어졌는지 애 손도 다 까져 있고
[민정의 한숨]
대체 누구예요?
어?
어, 왜?
내 말 들어요?
(강화) 응
[살짝 웃으며] 아, 미안해
내가 지금 생각이 좀 많아 가지고 뭐라 그랬지?
[한숨]
미안해요
어?
뭐, 뭐가?
서우 잃어버린 거
내 탓이니까
(강화)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 그게 왜 당신 탓이야?
그, 그게 그...
내 친구가 서우를 잘 알아서 그, 데려간 건데 그...
내 탓이야, 내 탓
내가 미리 얘기를 해 줬어야 되는데
미안해
(민정) 그 친구가 누군데요?
친구?
있어, 응
(강화) 나중에 같이 한번 보자
어휴, 지금 몇 시지?
[놀란 신음]
아휴, 자자, 얼른
당신도 얼른 자
[무거운 음악]
[민정의 한숨]
[화장품을 탁 내려놓는다]
[스위치가 달칵 꺼진다]
[휴대전화 알림음이 연신 울린다]
(민정) 왜요? 이 시간에 뭔데?
[당황한 신음]
(강화) 아, 이게...
아이고, 이, 이게 이, 뭐를 이렇게 많이, 아이고, 이...
아이고, 이, 후배들, 응
그, 당직 때 쓰라고
그, 내가 이 카드를 줬거든, 근데...
[휴대전화 알림음]
에, 에헤...
음...
배, 배가 굉장히 오랫동안 그, 고팠나 봐, 응
많이, 많이 시켰네
[익살스러운 음악] [오토바이 엔진음이 들린다]
(유리) 감사합니다
[카드 단말기 작동음]
- 고맙습니다 - (배달원) 감사합니다 [다가오는 오토바이 엔진음]
오, 피자
여기요! [카드 단말기 작동음]
[부드러운 음악]
(유리) 웬일이니, 웬일이야
이게 얼마 만이야
나 뭐부터 먹지? 뭐부터 먹어? 나 뭐부터 먹어?
[유리의 설레는 숨소리]
[탄성] [부드러운 음악]
[탄성]
아, 아, 뜨거워
[놀라며] 맥주, 맥주
(유리) 우리 아기스, 맥주스
여기 숨어 있었네
[콧노래를 부른다]
[꿀꺽꿀꺽 삼킨다]
아, 속이 다 뚫리네
아, 지금 눈 깜빡하면 하루가 쫑인데 잘 시간이 어디 있어?
[TV 전원음]
[TV 속 음악이 흘러나온다] 오, 한다, 한다
(TV 속 배우1) 왜, 익숙한 맛이야?
(TV 속 배우2) 이걸 네, 네가 어떻게...
[TV 속 음악이 고조된다]
[TV 속 배우1의 힘주는 탄성]
[TV 뉴스가 흘러나온다]
아, 뭐야, 누구야
- 뉴스 봐야죠 - (강화) 어, 그럴까? 고마워 [유리의 답답한 신음]
(유리) 아, 지금 물김치 날렸는데
빨리 틀어 줘, 틀어 줘!
야, 네가 언제부터 뉴스를 봤다고 뉴스야
완전 드라마광이면서
진짜 이것들이...
빨리 틀어 줘, 어? 틀어 줘
지금 이제 싸대기 날릴 차례인데 [강화가 캔 맥주를 쉭 딴다]
[부드러운 음악]
[강화가 맥주를 후룩 마신다]
[강화가 꿀꺽꿀꺽 삼킨다]
[바사삭 소리가 울린다]
[유리가 침을 꿀꺽 삼킨다]
[강화가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강화) 아, 맛있다
[강화가 캔 맥주를 쉭 딴다] (유리) 씨...
아, 진짜...
귀신 노릇 서러워서 못 해 먹겠네, 진짜
[유리의 서러운 신음]
[부드러운 음악]
[풋 웃는다]
[웃음]
아, 어떡해
[흐느낀다]
[웃음]
[다리를 탁탁 친다]
[새근거린다]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익살스러운 음악]
(대춘) 맛있겠지?
그럼, 무려 치킨인데
튀긴 건 신발도 맛있어
(혜진) 아는 맛이 무섭다고 맛을 모르면 모를까
내가 과거로 갈 수만 있으면 죽기 전날 남긴 치킨!
나 그거 진짜 안 남긴다
[봉연이 호응한다] 과거로 가면 죽질 말아야지
(귀순) 고작 그거 먹고 다시 죽게?
에이그
아니, 세상이 바뀌었는데 왜 제사상은 아직도 조선 시대야?
아니면 메뉴를 좀 해마다 바꾸어 주든가
(미자) 54년째 매 똑같은 메뉴야
내가 '올드보이'냐!
(귀신1) 며늘아가! [미자의 놀란 신음]
(미자) 예, 할아버님
어디 불편하신지요
감히 어디 여자 소리가 담을 넘어! 채신머리없게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만 안으로 드시지요
[귀신1의 못마땅한 신음] [귀순이 혀를 찬다]
(귀순) 제 새끼 여기다 두고 왜 애먼 며느리만 맨날 찾아싸?
죽어서도 며느리지, 아주
그러게, 누굴 위한 가족단인지! 콱! 씨
[익살스러운 음악]
[만석의 헛기침]
(귀순) 아니, 근데
유리 이거 이 정도로 안 뵈는 거는 분명 뭔 일이 났는데?
오다가다 본 사람 없어?
난 못 봤는데? 응?
어, 나도!
모, 못 봤...
아, 못 봤어?
봐, 봤어, 아, 뭐, 뭘 봤어?
- 내가 봤어? - (영심) 모, 못 봤어
- 나, 나, 나, 나 못 봤어 - (영심) 못 봤어
[한숨]
49일이라고?
47일 남았네?
(미동댁) 말했잖아 애 옆에 붙어 있으면 안 된다고
[신비로운 음악] [아이 귀신의 웃음]
유아기 애들은 기가 약하니까
[유리의 놀란 숨소리]
(유리) 일단 걔부터
걔부터 해결해야 돼
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장 교수) 보고서 올렸으니까 치료받아
야
대학 병원 의사가 폐쇄 공포증으로 수술실 못 들어간다는 게 말이 돼?
지금 징계 위원회 열렸어!
징계요?
(근상) 뭘 쫄고 그래, 안 어울리게
[한숨] 귀엽다?
경고 정도로 끝나게 해야지, 아휴
뭐, 뭐 하는 거야
(근상) 너, 너, 너 셀프로 옷 벗게?
(강화) 그럼 저 진료 없죠?
저 퇴근해요, 어?
(근상) 야, 가, 강화야, 야!
[문이 쓱 여닫힌다] 아, 교수님, 저 미친 새...
조강화
[문이 쓱 여닫힌다]
그래, 이게 혼자 이럴 게 아니야
일단 차근차근 장모님한테 먼저 알리고 그다음에...
돈 거야?
이참에 회까닥해 버리게?
안 어울리게 왜 그러냐? 이 상황에 어디를 가, 인마
말해도 안 믿을 거잖아
야, 나 네 와이프한테 말했다가 강냉이 다 털릴 뻔했거든?
난 숨만 쉬어도 털려 말을 해, 말을
말을 해야지 믿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니야
진짜? 믿을 거야? 믿기지 않을 텐데?
믿어 볼게, 말을 해 봐, 말을 해
유리가 살아났어
어?
유리가 살아났다고
어, 그랬구나
아이고
강화야, 이리 와 봐
에이, 이 새끼, 진짜, 안 믿을 거면서 야, 너 가
(강화) 너 가서 OODT인가 그거나 찍어
너, 너 일로 와
야, 이...
저, 머리가 어떻게 된 거지, 저게
[흥미진진한 음악] (봉연) 어차피 어떻게 사람 된 건진
우리끼리 백날 짱구 굴려 봐야 몰라
찾아 물어봐야지
(영심) 근데 어디서 찾아, 걜?
도망가 봐야 손바닥 안이지 그거 찾기 어려울까
아, 근데 아까 납골당에서
그, 왜 주민들한테 얘기를 하지 말라 그랬어?
이게 다 같이 찾으면 더 쉽잖아 그렇지, 응?
[대춘을 탁 치며] 아이고, 이 양반이
[대춘이 기침한다] (봉연) 찾아서 온갖 귀신 다 붙어서
이거 부탁하고 저거 부탁하고 어? 그러면
우리 부탁 들어줄 틈이나 있겠어?
[무릎을 탁 치며] 아, 맞...
아, 그렇게 깊은 뜻이
아, 그러네
(대춘) 걘 사람도 귀신도 다 보니까 [대춘의 웃음]
쉿 [음산한 효과음]
(대춘) 쉿
[엘리베이터 도착음] (봉연) 오, 나왔다, 나왔다
(봉연) 아들, 밤새 방에서 뭐 한 거야? 아주 반쪽이 됐네
(영심) 아유, 물을 걸 물어
여자랑 둘이 들어갔는데 오붓하게 대화만 주고받았겠어?
이것저것 주고받았지
아유, 어린놈의 새끼가 그냥
회의했어, 회의
정확하게 회의를 열심히 하더라고, 회의를
- 왜 그래, 아들, 어디 아파? - (대춘) 아들, 왜 그래?
- (영심) 필승아, 왜? - (대춘) 아들, 왜 그래?
- (대춘) 거, 열심히 하지 말라니까 - (봉연) 아들, 왜 그래? [영심이 걱정한다]
(봉연) 어디 아파? 어?
(대춘) 너 회의를 지나치게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어
[타이어 마찰음]
[차 문이 탁 여닫힌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고풍스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온 천지 귀신 판이야, 귀신 판
이게 몰랐는데 입장 바꿔 보니 또 알겠네, 이게 [봉연이 징징거린다]
(대춘) 아, 저걸 어떻게 혼자 놔둬? 아무라도 해결해야지
뭐 어떡해, 기다려 봐 봐 [익살스러운 음악]
[영심과 봉연의 놀란 신음] - (영심) 엄마 - (봉연) 어, 야, 가, 가, 가
아씨, 나한테 GPS 달았어? 가는 곳마다 있어, 진짜
(영심) 유리야
- (유리) 아... - (영심) 아, 너 우리 보이잖아, 어?
- (유리) 약속이 몇 시였더라? - (영심) 우리 좀 도와줘
[영심의 답답한 한숨] (봉연) 차유리, 좀 도와줘, 납골당 주민끼리
차유리
[봉연이 큰 소리로 운다]
아, 우리 필승이 어쩌면 좋아
(대춘) 여보, 여보, 울지 마 [영심의 울음]
- (대춘) 어? 울지 말아 - (봉연) 필승아
(대춘) 혼자 헤쳐 나갈 수 있는 일이야 [봉연과 영심이 울부짖는다]
아무도 없는 거 확실해?
- 나 간다 - (영심) 어, 고
- (봉연) 가, 가 - (영심) 빨리 [대춘이 유리를 재촉한다]
[뛰어가는 발걸음]
[긴장되는 음악]
[필승의 떨리는 숨소리]
[한숨]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아유, 아니야, 저건 아니야
아, 진짜, 뭐냐
[긴장되는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아름다운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웃음]
(유리) 빡빡! [종이 댕 울리는 효과음]
구석구석!
깨끗이 닦아요!
[유리의 말이 메아리친다]
[익살스러운 음악]
(봉연) 고마워, 내가 너무 걱정이 돼서
아유, 다 큰 애한테 걱정도 팔자다
쟤가 아직 나이만 먹었지 아직도 뒤처리 깨끗이 못 해요
[봉연과 대춘의 웃음]
나도 그게 좀 쉽지가 않더라고, 어
[고풍스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안녕하세요
아니, 554호 왜 어, 없죠?
(직원1) 아까 나가셨는데요
나갔어요?
나갔다고요? 왜요?
아니, 그러니까 언제요?
갑자기 막 없어지고 그런 거는, 그런 거는 아니죠?
막, 막 눈앞에서 막 이렇게 이렇게 사라지고...
이러, 이런 건 아니죠?
여기 키 맡기시고요
저 문으로 걸어서 나가셨습니다, 네
아...
걸어서
걸어서요, 예
- 아, 예,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 (직원1) 예
아, 어디 가지 말고 여기 있으라니까 어디 간 거야
(봉연) 심판?
49일 심판을 여기서 받으라고 살려 줬다고?
(영심) 왜? 왜 너만?
(유리) 이 개새... [음 소거 효과음]
[귀신들의 놀란 신음]
(봉연) 미쳤네, 어?
(영심) 나였으면 발설지옥행이다
(대춘) 그러니까 아니, 왜 살려 줘, 너를?
49일 안에 원래 자리 찾으라 그랬다잖아
- 그럼 살려 준다고 - 어
아이씨, 대박
너 당장 찾아, 그 자리
(봉연) 얘 남편 재혼했잖아 [대춘이 다리를 탁 친다]
얘가 퍽이나 그 자리 제치고 찾겠다
맞네, 남편 재혼했지?
아유, 너 납골당 처음 들어왔을 땐 맨날천날 울어 젖히더니
아, 그런 사람이 그렇게 빨리 재혼할 줄 누가 알았어?
(대춘) 아, 발길 뚝 끊어 버리고
뭘 옛날얘기를 하고 그래
그럼 넌 49일 동안은 사람인 거야?
어, 이후에나 올라갈 수 있으니까
그럼 우리 부탁 좀 들어줘라
너 사람 됐다고 절대로 말 안 할게, 응?
안 돼
49일 동안 우리 서우 원래대로 돌려놓고 올라가기도 빡세거든?
귀신 하나둘 부탁 들어주기 시작하면 시간 다 가, 안 돼 [흥미진진한 음악]
(유리) 너희만 해도 저거 도와준 거 까먹고 또 부탁하잖아
안 돼, 안 돼, 절대 안 돼
(봉연) 아, 저건 진짜로 위급했고!
(대춘) 아, 그래, 부탁 한 번만 들어줘라!
(영심) 확 너 귀신 본다고 사방팔방 까발린다?
[봉연의 당황한 신음]
아니야
[긴장되는 음악]
[난감한 숨소리]
(귀신2) 내 딸에게 전해 줄 말이 있는데
(귀신3) 문갑 서랍에 돈을 숨겨 놨는데 우리 아들이 그거를 훔쳐간 거야
[귀신들이 저마다 말한다]
(유리) 아, 몰라, 몰라, 나 안 보여 아무것도 안 들려!
[흥미진진한 음악] [소란스럽다]
[귀신들이 소란스럽다]
(귀신4) 어?
[유리의 놀란 신음]
(유리) 어떡해
[귀신들이 계속 소란스럽다]
[여자2의 간절한 신음]
[미동댁이 굿을 한다] (여자2) 아유, 비나이다
우리 식구들 건강 좀 하게 아이고, 도와주십시오, 아이고
아유, 비나이다
(미동댁) 좋다, 좋다! 좋다, 잘한다!
얼씨구,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미자) 이야, 쇼맨십이 날이 갈수록 느는 거 같지 않아?
(금재) 좀만 더 있으면 작두도 타겠네
[미자의 웃음]
(귀순) 에이그! 가만있어들 밥이라도 얻어먹으려면
[미자의 헛기침]
- (상봉) 저기... - (금재) 말 섞지 마라
네 취향 아니다
저기, 근데 진짜 게이예요?
(혜진) 우리 엄청 궁금한데
아, 진짜 배고파 뒈지겠네!
생쇼 좀 그만하고 방울이나 좀 꺼내!
(미동댁) 씨...
(귀순) 밥 빌어먹는 주제에 왜 썽을 내고 지랄이여
[금재의 헛기침] 굿하는 사람은 돈값을 해야 할 거 아니여
(미동댁) [방울을 딸랑거리며] 아이고, 여기 잡귀들이 많구먼!
아이고
이놈의 잡귀들 확 그냥 처올려 버릴까 보다
(미자) 퍽이나 미동댁이
[미자의 웃음] [혜진이 풋 웃는다]
아유, 마음 약해 개미 새끼 하나 못 올리면서
(귀순) 그나저나 유리 이건 어디서 뭣 하는 겨?
굿판을 다 빠지고?
(미자) 요 며칠 안 보이던데
- 뭔 일 난 거 아니야? - (귀순) 응?
나가 찾아볼까?
찾긴 뭘 찾아! 온 천지 휘젓고 다니고 있겠지!
[미자의 놀란 숨소리]
[방울 소리가 퍼진다]
[흥미진진한 음악] [귀신들이 소리친다]
[귀신들이 계속 소리친다]
[다급한 신음]
[안도의 한숨]
아...
아, 피곤해진다는 미동댁 말이 이거였네
아휴
내가 그쪽들 마음 백번 이해하지만
내 코가 석 자인데 무슨...
[유리의 놀란 숨소리]
[잔잔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은숙의 힘겨운 신음]
(은숙) 두 개만 주세요
[아파하며] 아유, 아유...
아유, 무릎이야
[은숙의 힘겨워하는 숨소리]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숨을 후 내뱉는다]
아, 얘가 갈 만한 데가...
[휴대전화 알림음]
건강 보조 식품?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응, 둘 다 계셔, 형부
뭐, 집에 일 있을 게 뭐 있어 맨날 똑같지
어? 우황청심환?
(강화) 두 분 그거 하나씩 드시게 해
아, 일단 나 믿고 드시게 해, 어
처제도 있으면 한 알 먹으면 좋고
그렇지, 지금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어?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처제라도 정신 바짝 차려, 알았어? 금방 갈게
[흥미진진한 음악]
드세요
- 뭐? - 왜 꺼냈어, 이건?
먹으래, 나도
(은숙) 뭔 소리야? 너 꿈꿨어?
[연지가 기침한다]
아유, 치워
(연지) 아니, 형부가 먹으래
아니, 먹고 있으래, 온다고
(은숙) 너 이 계집애...
너 형부하고 연락하지 말라 그랬지, 내가!
잘 살고 있는 사람 왜 자꾸 건드려!
제가 들쑤신 게 아니고요
그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 아주 급하게
빨리 다시 전화해, 오긴 어딜 와
오기만 해, 너도 내 손에 죽어
아, 온다는 걸 나보고 어쩌라고! [문이 쾅 여닫힌다]
아유! 환장해, 진짜
혼자 오겠대?
- 서우는 안 데려오려나? - (연지) 그야 모르지
근데 좀 이상해
자꾸 집에 뭔 일 없냬 꼭 뭔 일 있어야 될 것처럼
[무풍을 툭툭 치며] (연지) 응
야, 안 먹어
[무풍이 우황청심환을 툭 내려놓는다] (연지) 아, 뭐야, 손대 놓고
[초인종이 울린다] [개가 왈왈 짖는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연지) 네!
형부
처제, 뭔 일 없어?
아니, 뭔 일은 형부가 있어 보이는데?
누구 혹시 온 사람 없었어?
- 그... - (연지) 그?
그...
[차분한 음악]
(연지) 응? 이게 뭐야?
이거 형부가 사 온 거예요?
[연지의 놀란 신음]
(연지) 우리 엄마 무릎 안 좋은 건 또 어떻게 알았대?
형부, 이런 거 사 오지 마요 나 진짜 엄마한테 죽어
아, 근데 누가 와요? 누가 온다며
왔나 봐
아, 누가요?
(강화) 어...
나중에
이건 내가 말할 게 아닌 거 같다
추우니까 빨리 들어가
- (강화) 들어가, 갈게 - (연지) 아...
(연지) 아, 형부!
누가 오는데!
형부!
뭐야?
아씨, 미치겠네, 쯧
끝났네?
(유리) 설마 서우 집까지 따라간 거 아니야?
[놀란 숨소리]
[음산한 효과음]
[신비로운 음악]
아기야! 이리 와 봐
괜찮아, 괜찮아, 이리 와 봐
(유리) 이리 와 봐
반갑구나?
내가 너 봐 줘서
이름이 뭐야?
여기 친구들이랑 놀고 싶어서 왔어?
근데 안 돼
네가 여기 있으면 아줌마 아기가 아야 해
여기 있는 친구들 다 아야 할 수도 있고
우리 다른 데 가서 놀자, 어?
이리 와 봐
(교사) 이봐요!
누구세요?
(유리) 아...
(교사) 어? 어제 서우 데려간
서우 아버지 친구분 맞죠?
(유리) 네? [어색한 웃음]
아니, 그러셨으면 미리 말씀을 해 주시죠
전 또 하원 도우미분인 줄 알고
(교사) 뭐, 정신없어서 제가 확인 못 한 제 잘못도 있지마는...
[난감한 신음]
[달려가는 발걸음] 어? 너 어디 가!
[긴장되는 음악] - (유리) 얘! - (교사) 네?
아, 누구요?
(유리) 아...
쟤 들어가면 안 되는데
[흥미진진한 음악]
여기 주방 보조 구해요?
(교사) 여긴 뜨거운 게 안 돼서 아이스커피라...
- (교사) 괜찮죠? - 네
(교사) 근데 오늘 어머님들 면담이 길어져서
원장 쌤 좀 늦으실 텐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면접은 내일 보셔도 되는데
어, 괜찮아요
내 취미가 기다리는 거라서
뭐, 앉아만 있으면 되는데 뭐 어렵다고
(교사) [어색하게 웃으며] 아...
네
(미소 엄마) 오늘 얘기 잘해야 돼
(치인 엄마) 알았어, 언니, 나만 믿어
(미소 엄마) 아유, 자길 못 믿는 게 아니라 은비 엄마 때문에 불안해서 그렇지
(은비 엄마) 나만 믿어요
[치인 엄마의 헛웃음]
- (교사) 오셨어요, 어머니? - (은비 엄마) 안녕하세요
- (교사) 안녕하세요, 이쪽으로 - (미소 엄마) 안녕하세요
[사람들이 저마다 인사한다] (은비 엄마) 원장님, 안녕하세요
분명히 안으로 들어왔는데
(미소 엄마) 서우 말이에요
하, 이런 말 하기 좀 그런데
무섭잖아요, 한두 번도 아니고
음침하게 애가 구석에서 혼잣말하고 그런다는데
(원장) 아, 지금 어머님들 무슨 얘기 하는지 알고요
저희도 좀 지켜보고 있어요
그리고 서우 어머님께도 곧 전달할 예정이고요
(치인 엄마) 아유, 말 안 통해요 눈 하나 깜빡 안 한다니까
오죽하면 원장 쌤 찾아왔겠어요 우리가?
(은비 엄마) 알아서 잘한다고 우리보고 신경 끄래요
(미소 엄마) 우리도 신경 쓰고 싶어서 쓰나요?
아, 물론 서우가 잘못한 건 없지만
그래도 우리 애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인데
아, 난 괜히 찝찝하고 그러네
우리도 아이들 생각해서 하는 말이에요, 선생님
저 엄마들일 줄 알았어, 내가 콱 그냥
에이씨, 애 하나 가지고 어른들이 유치하게, 진짜
우리 서우가 어디가 어때서
찝찝해?
(유리) 씨...
서우야
[잔잔한 음악]
(원장) 저기, 어머님들
서우가 아직 하원 전이거든요? 그러니까 목소리 조금만 작게...
(치인 엄마) 그렇지, 이거지 이것 봐요, 하원도 제일 늦잖아요
[치인 엄마가 계속 따진다] 서우야, 우리 저기 가서 놀자, 응?
(미소 엄마) 내가 그랬잖아 서우 아빠 돈 보고 결혼한 거 같다고
대학 병원 의사인데 재산 반띵만 해도
아유, 세상에
[전화벨이 울린다]
(직원2) 네, 법률 사무소입니다, 네
(변호사) 이혼 사유가 너무 부족해요 면책 사유도 없고요
[무거운 음악]
- (간호사) 언니 - 어
(간호사) 아휴, 형부 걱정돼서 왔구나? 쯧
괜찮아?
형부?
아니, 난 그냥 지나가다가 너 보러...
왜?
뭔 일 있어?
아, 언니...
몰라?
[난처한 숨소리]
오늘 난리 났었어
(간호사) 난 언니 그거 때문에 온 줄 알고
환자 개복해 놓고
결국 수술 못 하고 나왔어
아, 이 정도면 징계 위원회 열릴 거야
잘릴지도 모르고
(강화) 하, 여기밖에 올 데가 없는데
[차분한 음악]
(유리) [울먹이며] 아,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유리와 서우의 울음]
(유리) 엄마가 미안해
미안해, 서우야
울지 마
엄마가 미안해
- (유리) 저기... - (강화) 어?
(강화) 어, 왜, 뭐, 할 말 있어?
아깐 미안
서우 데려간 거
[카드 인식음]
[한숨]
[서우의 웃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잔잔한 음악]
[휴대전화 알림음]
(민정) 오늘은 내가 서우 데리러 가요
[강화의 당황한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통화 연결음]
- (민정) 여보세요? - (강화) 아니야
아니야, 민정아, 내가 갈게, 내가 가
(민정) 병원에 있는 오빠가 어디를 와요?
어? 나 지금 병원 아니야 병원 아니야, 그...
나 징계 먹어서 지금 놀고 있어
아니, 그러니까
(강화) 아무튼 그게 아니고 그 징계가 아니라
뭐, 그, 그런 게 비슷한 게 뭐 있는데
아, 아니, 일단 집으로 들어가 있어
나 서우 어린이집 다 왔어요 그냥 집으로 와요
[통화 종료음] 여보세요?
여... [흥미로운 음악]
이거 서재에 떨어져 있던데
(강화) 응?
어...
[멋쩍은 웃음]
이게 왜...
괜찮아, 옛날 책에 있던 게 떨어졌나 보죠
당신도 몰랐지
(강화) 응
근데...
(민정) 유리 씨 맞죠?
서우 엄마
[흥미진진한 음악] 유리...
유리 어떡해
안 되는데
아, 유리 어떡해
[다급한 숨소리]
예쁘기만 하구먼, 우리 서우
어른들이 바보야, 바보
[장난감을 달그락거린다]
우리 서우 보지 않아도 되는 것들 안 보게 해 줄게, 꼭
[의미심장한 음악]
[한숨]
근데 얘는 어디 간 거야?
[유리의 한숨]
[강화의 거친 숨소리]
(강화) 안 돼
(미소 엄마) 은비 엄마 오늘 잘하더라?
- (은비 엄마) 제가 한다면 한다니까요 - (미소 엄마) 웬일이야 [치인 엄마의 웃음]
(미소 엄마) 아니, 근데 안에 있는 여자는 누구야?
(치인 엄마) 몰라, 새로 온 쌤인가 보지, 뭐 [미소 엄마가 호응한다]
(은비 엄마) 되게 예쁘게 생겼던데요?
(미소 엄마) 아유, 이 외모 지상주의
[엄마들의 놀란 탄성] (은비 엄마) 어머, 서우 엄마!
(치인 엄마) 서, 서, 서우 안에 있던데요
- (미소 엄마) 아, 저 싸가지 - (치인 엄마) 오만정
[미소 엄마의 한숨] (은비 엄마) 멋있어
(미소 엄마) 은비 엄마
- (치인 엄마) 왜 그래, 진짜? - (미소 엄마) 자꾸 이럴 거야, 진짜?
(미소 엄마) 내가 웬일로 잘한다 했어, 내가
[강화의 거친 숨소리]
(유리) 안녕? 난 셀라야
(서우) 안녕
우리 사진 찍을까?
[긴장감 있는 효과음]
[어두운 음악]
(강화) 아, 안 돼
[다급한 신음]
[뛰어가는 발걸음] 어? 서우야, 어디 가?
(원장) 오셨어요? 서우 어머니
네
- 뛰지 마, 서우야, 넘어지잖아 - (유리) 서우야
[놀란 숨소리]
[신비로운 음악]
[뛰어오는 발걸음]
[강화의 거친 숨소리]
(민정) 오빠
어...
아, 예, 안녕하세요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놀란 숨소리]
[차분한 음악]
(근상) 한 해도 안 빼먹네?
[잔잔한 음악]
그래도 생일인데
선물은 못 받아도
(현정) 외롭게 보내면 안 되잖아, 우리 유리
[숨을 길게 내쉰다]
[탁상 달력을 툭 내려놓는다]
[스위치가 탁 켜진다]
내 딸
사랑하는 내 딸
듣고 있지?
[한숨]
응, 나도 사랑해
엄마도 듣고 있지?
[부드러운 음악]
(유리) 어쩌면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느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한다 말하고
고마운 이에게 고맙다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개가 왈왈 짖는다]
"연안 차씨"
누가...
술집 앞에다가 안주를, 확!
(현정)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잘 먹겠습니다!
[부드러운 음악]
(유리) 주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받기만 하는 것들이 얼마나 미안한 일들인지
나는 죽고 나서야 나를 사랑하는 이들을 통해 알았다
[부드러운 음악]
(민정) 많이 닮았네, 유리 씨랑
(민정) 뭐 잘못한 거 있어요?
(강화) 서우 엄마가 살아 돌아왔어
이게 말이야, 방귀야
[휴대전화 알림음]
[현정의 놀란 숨소리] (현정) 이, 이, 이게, 왜, 왜, 왜...
- (근상) 귀신 - (현정) 귀신, 귀신
그놈의 입을 확 째 버릴라, 그냥
(미동댁) 너는 네 자리는 언제 찾을 건데?
(유리) 거기 있으면 서우 옆의 귀신들도 다 쫓을 수 있고
우리 서우도 매일 볼 수 있고
(주방 이모) 우리가 애들 볼 시간이 어디 있어?
(미동댁) 시간이 별로 없다, 이제 46일 남았어
(유리) 아이, 나 때문에 벌어진 일 [유리의 짜증 섞인 신음]
내가 해결해야지
.하이바이,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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