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바이, 마마 4
(TV 속 앵커) 오늘 오전 4시경 서울의 한 건물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19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불은 삽시간에 건물 안을 태우고 앞을 분간할 수 없는
(강화) 또 불이야?
(TV 속 앵커) 유독 가스로 가득 채웠습니다
(강화) 아이고, 많이 죽었네 [TV 뉴스가 계속 흘러나온다]
이따 진짜 갈 거야?
전시품을 샀으면 자기들이 알아서 좀 고쳐 쓸 것이지
왜 귀찮게 오라 가라야 몸도 무거운 사람한테!
괜찮아
임신한 게 유세도 아니고 할 건 해야지, 프로가
눈 온대 [TV 뉴스가 계속 흘러나온다]
오, 차 프로
(유리) 치... [강화가 혀를 쯧 찬다]
(강화) 아휴, 내가 가지 말란다고 안 갈 분도 아니시고
진짜 조심해서 갔다 와
그럼
(강화) 근데 이것만 줘?
뭐 잊은 거 없어?
너 뭐 잊었어, 지금 [유리의 황당한 숨소리]
[뽀뽀를 쪽 한다] [유리의 웃음] [강화의 환호]
(유리) [강화를 톡톡 치며] 갔다 와
(강화) 조심해서 갔다 와
- 알았어, 아유 - (강화) 갔다 올게
- 잘 다녀와, 응 - (강화) 응 [문이 탁 열린다]
(강화) 갔다 올게 [유리의 웃음]
- (강화) 갔다 올게 - 아유, 알았어
[문이 탁 닫힌다]
[TV 속 사람들이 오열한다]
[잔잔한 음악] (유리) 세상엔 자신의 마지막 날을
미리 알고 태어난 사람은 없다
살아가며 수많은 죽음들이 우릴 스치지만
지금 내게 일어나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그들의 가슴 아픈 드라마로 여겨지고 만다
(유리) 아유, 괜찮다고, 엄마 안 죽어, 안 죽어
[유리의 웃음]
네, 네
신속하게 일 마치고 집으로 복귀할게요
응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를 가방에 툭 넣는다]
[숨을 작게 내뱉는다]
아유, 열무야 저런 건 보지 마, 보지 마
[자동차 경적] [유리의 놀란 숨소리]
[타이어 마찰음]
[긴장되는 효과음]
[타이어 마찰음]
[쾅 부딪는 소리가 들린다]
[유리의 떨리는 숨소리]
[유리의 떨리는 신음]
[무거운 음악] 사, 살려 주세요
(유리) [흐느끼며] 아, 아기가 있어요
살, 살려 주세요
아, 미안해
어떡해
[유리가 흐느낀다]
[사이렌이 울린다]
[심전도계 비프음]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심전도계 비프음이 빠르게 울린다]
[유리의 거친 숨소리]
[심전도계가 삐 울린다]
(TV 속 앵커) 네, 지금 사망자가 30명으로 늘었다는 소식 막 들어왔는데요
그럼 여기서 화재 현장 취재 중인 기자 연결해서
자세한 상황 살펴보겠습니다
[TV 뉴스가 계속된다] (유리) 가슴 아픈 드라마의 주인공은
나의 엄마일 수도, 나의 아빠일 수도
나일 수도 있다는 사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에서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일은 없다
[강화의 거친 숨소리]
오빠
(강화) 어...
아, 예, 안녕하세요, 예
[문이 탁 열린다]
(교사1) 도연 씨?
[다가오는 발걸음]
[한숨]
이거 쓰시다 말고 갑자기 왜...
아, 그, 주방 보조 면접?
저, 화장실 좀 갔다가...
어, 저, 아기가 이거 놓고 가서...
[강화의 거친 숨소리]
[새가 지저귄다]
[강화가 숨을 후 내뱉는다]
뭐 잘못한 거 있어요?
어? 잘못한 거?
잘못이 있으니까 징계를 받죠
(민정) 가만히 있는데 받은 건 아닐 거 아니야
(강화) [멋쩍게 웃으며] 아, 그거...
외진만 보니까, 매번 그러잖아
[강화가 코를 훌쩍인다]
많이 닮았네, 유리 씨랑
사진으로밖에 못 본 나도 놀랐는데 오빤 더 놀랐겠다
아, 그런가?
[멋쩍은 신음]
[잔잔한 음악]
(강화) 저기 있잖아, 민정아
(민정) 응?
아, 그러니까 그게 그...
(강화) 그게, 그게 실은
아니야
가자
[강화가 코를 훌쩍인다] 어디 갔다 오나 봐?
(민정) 어, 잠깐 볼일 보러
어...
(원장) 유리 공예 전공하셨네요?
나이도 어리시고
[옅은 한숨]
주방 보조 일 하실 수 있겠어요?
[한숨]
나오세요, 내일부터
예?
뽑아 달라고 너무 간절하게 어필해서
안 뽑으면 바로 한강 다리 가겠는데요?
아, 예... 제가 그것 때문에 그런 건 아니고...
[유리의 한숨]
(원장) 내일부터 출근하세요, 전도연 씨
(유리) 여기 다니라고요?
(원장) 네
그래서 이력서 낸 거 아니에요?
아, 그렇죠
감사합니다 [원장이 살짝 웃는다]
[유리가 흥얼거린다]
(유리) 거기 있으면 서우 옆의 귀신들도 다 쫓을 수 있고
우리 서우도 매일 볼 수 있고
일석이조, 일거양득
꿩 먹고 알 먹고
[TV 속 음악이 흘러나온다]
(TV 속 남자 배우) 진왕그룹 고태성 이사님과
진왕갤러리 마홍주 실장님의 결혼식을...
(강화) 뭐야
저놈 저거 지금 재혼한 거야? 딴 여자랑? 벌써? [TV 속 배우가 말한다]
[TV 속 배우들의 박수]
에라, 이 나쁜 놈아, 씨
왜? 넌 나 죽으면 재혼 안 하게?
(강화) 얘가 사람을 뭘로 보고
당연하지!
아유, 아유, 미안해, 열무야, 어?
야, 물을 걸 물어, 뭔 재혼이야
난 무조건 너 따라가
야, 그럼 애는? 애는 누가 키워야 될 거 아니야
아, 그러네, 맞네
어, 열무야, 미안하다 아빠가 경솔했다, 어?
그러면 혼자 키우면서 살면 되지
저, 저, 저, 저, 여자 없으면 못 사는 것도 아니고
무슨 결혼을 또 해?
오...
할 줄 알았지?
함부로 속단하지 마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야, 쟤도 처음엔 안 그랬겠냐? [강화가 목을 툭툭 두드린다]
다 자기가 겪어 봐야 아는 거야
(강화) 아니거든? 나 진짜 그럴 거거든?
재혼? 재혼? 야, 재혼을 왜 해, 어?
나 그렇게 쉬운 남자 아니야
[머뭇거리는 신음]
- 저기... - (강화) 너...
[머뭇거리는 숨소리]
어떻게 알았어?
아, 그러니까 그...
- 나... - 재혼한 거?
그냥 어쩌다
그래서 어떻게 살았는지 안 물어본 거야?
(강화) 왜 그랬는지는
안 물어봐?
왜 그랬는데?
어?
어, 어, 그게, 저...
(강화) 그게, 그러니까 그...
어, 어쩌다 보니까 그...
'넌 이미 죽었고 난 남은 인생을 살아야 했어'
이거지
(유리) '어쩌다 보니'가 뭐냐? [옅은 한숨]
대학 후배였잖아, 간호학과
(강화) 어...
미안해
뭐가, 뭐가 미안해?
잘못한 게 없는데
그냥...
그냥 다, 다...
난 널 망치러 온 게 아니야
너 뭐... 뭔가 기억이 났어? 어? [익살스러운 음악]
(강화) 너 어떻게, 어떻게 살아났는지 기억이 났어? 어?
어, 아, 그, 그건 아니고
[숨을 쓰읍 들이켠다]
어, 아마 내 생각엔 할 일이 있어서 온 거 같아
할 일? 무슨, 무슨 할 일?
(강화) 뭘까, 그게? 어?
아, 그, 그게...
[숨을 쓰읍 들이켠다]
[놀란 숨소리] 어, 이건 뭐야?
(강화) 아, 이거?
[문이 달칵 열린다] (연지) 엄마
뭐 했어?
(은숙) 뭘 뭘 하긴 곗날 잡고 있었지, 계원들하고
[연지가 대답한다] 아, 너는 노크도 할 줄 몰라?
노크는 무슨
(연지) 그리고 이거 앞집 아줌마도 아니래
진짜 누가 놓고 간 거야? 홍길동도 아니고, 참
아, 아니야! 진짜 형부 아니야
진짜 이상한 소리만 하고 갔다니까?
아, 먹어, 그냥
아무튼 너 형부하고 연락만 해 가만 안 둬
(연지) 응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잔잔한 음악]
치, 본인은 꽁꽁 싸매고 지내면서
[한숨 쉬며] 딴 사람들은 아무 일 없듯이 지내길 바라시네
우리 엄마, 쯧
[연지의 한숨]
[연지의 놀란 숨소리]
(연지) [작은 소리로] 깜짝이야
왜, 왜
아이, 왜, 뭔데?
- (연지) 어? - 야
서우 새엄마 이제 서우 사진을 안 올리는 거 같아
내가...
(무풍) 이게 석 달 전에 올린 건데
이러고 이제 안 올린다?
뭔 일 있는 거 아니겠지?
네가 모르는 사람인 척하고
아기 사진 좀 올려 달라고 얘기하면 안 될까?
아, 뭐, 바쁘니까 그러겠지
그리고 이거 들여다보고 있다 엄마한테 걸린다
[무풍의 한숨]
[연지의 한숨]
내가 할아비라고 말을 할 수가 있나
(무풍) 손녀한테 선물을 하나 사 줄 수가 있나
길을 가다 마주쳐도 모른 척
내가...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그래
아이고, 진짜 홍길동이 여기 있었네
아! 근상 오빠 거 들어가 봐
(연지) 같은 어린이집이니까 같이 찍은 사진 있겠지
- 아! 근상네랑 친구겠네 - (연지) 그렇지? 줘 봐
(무풍) 뭐야, 이건?
사진을 왜 죄다 대가리를 잘랐어 해괴하게?
뭔 자기 사진만 처발라 놨네 이 자식은 이거
대가리도 없는 걸, 그냥
아이고, 이 자식이, 이거 정말, 쯧
[한숨] [신비로운 음악]
(강화) 유리가 살아났어 유리가 살아 돌아왔다고
[근상이 입바람을 후 분다]
[근상의 의아한 숨소리]
아, 이 미친놈 진짜, 쯧
[현정의 의아한 숨소리]
내가 여기 곰장어 좋아하는 거
아는 사람 거의 없을 듯싶은데
거기 유리랑 가다가 발 끊은 지 4년 넘었잖아
(현정) 그러니까
누나, 귀신
귀신이야
[근상의 신음] (현정) 귀신, 귀신, 그냥
그놈의 입을 확 째 버릴라, 그냥
(미소 엄마) 여기 맥주 한 잔 더요
- (현정) 네 - (근상) 네
- 누나 - (현정) 응?
근데 저 아줌마는 누나 싫어한다면서 왜 맨날 오냐?
안주에다가 머리카락 넣으려고 오나 보다
감정은 속여도 맛을 아는 혀는 못 속이는 거거든
(근상) 하준아, 가자
아빠 일하는 거 같이 가자
[근상의 힘주는 신음]
어유, 조심해
(미소 엄마) 애가 또 여기 있네요, 하준 엄마?
[웃음] [미소 엄마가 살짝 웃는다]
술 파는 곳인데 애 정서에 안 좋지 않나?
유아 땐 좋은 것만 봐야 되는데
[작은 소리로] 이런 거 보이지 마요
[미소 아빠의 어색한 웃음]
- 그만해 - (미소 엄마) 왜, 괜찮아
손님?
상대가 구하지 않은 조언과 충고는 뭐다? 오지랖이다
(현정) 애가 술집에 있든 다리 밑에 있든
부모가 함께 있다는 게 더 중요한 거 같은데
[웃음]
아니, 나는 걱정돼서 그러지
(미소 엄마) 그래도 이런 데서 애가 뭘 배우겠어요?
어디서 뭘 배우든
내 생각이 곧으면 내 새끼도 곧아요
(현정) 아니, 이러면 안 된다, 저러면 안 된다
뭔 육아에 행동 강령이 그리도 많은지
군대도 아니고
[현정이 살짝 웃는다]
각자 육아는 알아서
(현정) 많이 드세요 [현정의 웃음]
(미소 아빠) 아, 예
(현정) 우리 하준이!
[현정이 하준과 놀아 준다] - 맛있게 드세요 - (미소 아빠) 네
(근상) 아까
나 들으라고 한 말이야?
뭔 소리야?
(근상) 그...
유리 죽었을 때
우리 엄마...
[무거운 음악]
[흐느낀다]
(근상 모) 얘, 아가!
아가, 아가
아니, 저, 얘, 아가
아이고, 너 가면 안 돼, 어? [현정의 다급한 숨소리]
제, 제발 어머니, 가, 가...
(근상 모) 얘, 애 낳고서 그런 데 가면 안 되는 거 몰라?
애 삼칠일도 안 지났는데 거기 가서 뭐 하려 그래, 그 장례식에!
괜히 갔다가 무슨 부정이라도 타면 어떡하려 그래!
- (근상) 엄마! - (현정) 어머니
- 그냥 돈이나 보내 - (현정) 아, 어머니...
- (현정) 어머니, 어머니 - (근상) 엄마, 그만 좀 하라고, 좀!
(근상 모) 아이, 좀 가만 좀 있어, 왜 이래!
피만 안 나눴지 친자매 같은 사이라고!
가뜩이나 제정신 아닌 사람한테, 진짜
- (근상 모) 들어가자 - (현정) 어, 어머니!
- 빨리 가, 누나, 누나, 빨리 가 - (현정) 어머니
- 아이고, 좀, 좀 가만 좀 있어! - (근상) 아씨...
요새 사람들 그거 다 이해해!
(근상 모) 애 낳고서 그, 장례식 그 [흐느끼는 숨소리]
결혼 날짜 같은 거 받은 사람들 다 장례식 못 간다
- (근상 모) 그러니까 들어가 - (현정) 어머니
(근상 모) 아, 부정 탄다니까 얘가 왜 이래, 진짜!
- 그러지 말고 들어와 - (현정) 어머니
아니, 그걸 법으로 정해 놨어? 안 된다고? 어?
아유! 부정 탄다니까 왜 이러는 거야, 도대체!
엄마는 내가 죽어도 누나 내 장례식장 못 오게 할 거요?
- 애 부정 탄다고? - 아이고, 진짜!
너 그 얘기가! 그거하고 그거하고 똑같아?
(근상) 아, 뭐가 달라 누나한테 그런 사람이 죽었다고!
(근상 모) 아, 네 자식한테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하려 그래?
(근상) 아, 됐어 누나, 빨리 가, 유리 기다려
(근상 모) 얘, 너 가지 말아
(현정) 죄, 죄, 죄, 죄송해요, 어머니
(근상 모) 얘, 아, 네 자식한테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하려 그래!
- (근상) 아! 다 쓸데없는 소리라니까! - (근상 모) 아, 이거 놔 봐! [현정이 흐느낀다]
- (근상) 따라와 - (근상 모) 아, 저기 갔다가...
[근상의 짜증 섞인 신음]
[흐느끼는 신음]
(현정) 뭐냐, 이 맥락 없는 포인트는?
- (근상) 응? - (현정) 그 일이 왜 갑자기 연결돼?
하여튼 참 이상한 포인트에 피해 의식 있어
(근상) 아니...
그때 엄마가 막
이러면 안 된다, 저러면 안 된다
했잖아
[웃음]
얼씨구
그게 계속 마음에 얹히셨어요? 어?
난 그때 어머니도 이해해
(현정) 원래 오래 사신 분들일수록
혹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몸 사리는 법이야
그만큼 소중한 순위가 확실해진 것도 있고
우리 엄마였어도 그랬을 거야
[감탄하는 숨소리]
- 여보 - (현정) 응?
- 이리 와 봐, 뽀뽀 한번 하자 - (현정) 아, 왜 이래, 징그럽게
(근상) 와, 진짜...
확실히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생각이 깊어
(현정) 저, 이씨, 확, 저, 저, 저
[발랄한 음악]
[유리의 놀란 숨소리]
(유리) 오, 대박, 진짜 똑똑해
내 얼굴 어떻게 알고 열려?
오!
[놀란 숨소리]
[놀란 숨소리]
(현정) 유리야
강화 원망하지 마
축하해 주자, 우리
[슬픈 음악] 오늘은 서우와 하준이가 처음 어린이집에 갔어
[떨리는 숨소리]
오늘 내가 네 남편 혼 좀 냈다 정신 차리라고
내 친구
내 마음의 언덕, 나의 차유리
유리야
보고 싶어 [발랄한 효과음]
[유리의 놀란 탄성] [긴장되는 효과음]
[카메라 셔터음]
오, 좋아
신메뉴 출시
(현정) 샐러드, 하트
딱, 좋았어
[알림음]
[긴장되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현정의 놀란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발랄한 효과음]
[놀란 숨소리]
이, 이게, 이게, 이게...
이게 왜, 왜... [유리의 놀란 탄성]
[놀란 신음]
취소, 취소, 취소, 취소, 취소
(유리) 취소된 건가? 알람 간 거 아니야?
아, 미치겠네, 진짜
아, 무슨 짓을 한 거야
아, 이거 어떡해
아, 미치겠네, 진짜
아...
아, 나 왜 이래, 정말
[가쁜 숨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아, 이거 진짜 된 건가?
[짜증 섞인 신음]
(강화) 서우 엄마가
살아 돌아왔어
이게 말이야, 방귀야
이거는 방귀야, 이게 방귀지
그래, 말했다고 쳐 민정이보고 뭐 어쩌라고
어쩌라고!
[익살스러운 음악] 아...
뭐가 뭔지 나도 미치겠는데 멀쩡한 사람까지 뭘 또 미치게 하냐
[한숨]
(유리) 대학 후배였잖아, 간호학과
진짜 어떻게 안 거야
이거 말...
말을 해도 내가 했어야 하는데
아...
(강화) 아... [답답한 한숨]
"고 심금재"
(금재) '오빠, 사랑해'
'진심 죽을 때까지'
[익살스러운 음악] 정다방 장미?
에이, 걔는 시집갔고
순자, 천순자!
[손가락을 딱 튀긴다] 아, 걔네
아유, 계집애 진짜
이젠 날 좀 잊으라니까
저, 저, 이씨
[웃음]
아직까지 못 잊고 그냥 날 아주 그냥!
[한숨 쉬며] 하긴
내가 막 쉽게 잊혀질 그런 스타일은 아니...
[무거운 효과음]
오빠 자리 여기야
[익살스러운 음악]
[팬1의 한숨] 오빠...
[울먹이며] 왜 그랬을까, 왜...
[팬들이 흐느낀다]
(팬2) 이제 도루왕 누가 하라고, 오빠
뭐야, 이것들
(만석) 팬클럽이래
아, 깜짝이야, 이씨
[금재의 어이없는 숨소리]
무슨 야구 선수 주제에
(금재) 자기가 연예인이야?
그러니까
(만석) 누가 보면 한류 스타 나신 줄 [금재의 헛웃음]
팬 서비스다 승부 조작이다 헛짓거리할 시간에
야구 더 했으면 여기 안 있고 메이저에 있지
(금재) 야
안 일어나?
[상봉의 헛웃음]
(금재) 어어?
쪼개냐?
남의 자리 침범하지 말라 해라
쯧
(금재) 아유, 씨 [상봉의 헛웃음]
[팬들이 연신 흐느낀다] [흥미진진한 음악]
(귀순) 여기야, 여기
[거친 신음]
[유리의 긴장한 숨소리]
어휴
아, 뭐야, 면담 시간이네
(귀순) 망할 놈의 영감탱이
[울먹이며] 을마나 애 속을 뒤집었으면 애가 암이 재발햐?
씹어 먹을 영감탱이 명도 길어, 아주 [익살스러운 음악]
평생 날 잡아 잡수더니 이젠 새끼들마저 잡아먹겄어
빨리 뒤져서 새끼들이나 좀 편하게 해 줄 것이지
그러니까 딸 암 재발 때문에 못 올라가겠다는 거야?
서방이 빨리 안 뒈져서야?
노선을 정확하게 하라고
그놈의 영감탱이 뒤지든가 말든가!
내 새끼 안 아픈 것만은 보고 가야제, 응?
[미동댁의 한숨]
"통과"
[기쁜 신음]
[유리의 놀란 숨소리]
[답답한 숨소리]
[거친 숨소리]
아, 깜짝이야
(혜진) 왜? 붙게?
에이, 하지 말지
너 얻어터져
나 강빈이야
깡패 출신
아, 깡패?
전직 사채업자였는데
돈 꾼 사람들 괴롭히는 데 유명했나 봐 [리드미컬한 음악]
(금재) 이거 해 가지고 언제 갚을 거냐고 내 돈, 어?
일하는 거 보니까 말짱하네, 어? [인부1의 겁에 질린 신음]
뭐 하나 떼자고, 어? 그럼 되겠네, 씨
빨리 떼자고!
(사채업자) 감사합니다, 형님 [우당탕 소리가 들린다]
(인부2) 어어!
[긴장되는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인부들이 놀란다]
(혜진) 공사장에서 돈 받고 나오다가
떨어지는 철근에 그만...
고건 쌤통이네
(혜진) 뭐, 덕분에 채무자들은 빚 청산한 거고
자기는 억울한 거고
- 근데 진짜 게이예요? - (상봉) 응, 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그러니까
그쪽이 우리 엄마한테 내 장부 있는 곳만 알려 주라니까?
나 그럼 올라간다고
장부 같은 소리 하고 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내가 인간사 관여했다가 뭔 천벌을 받으려고
(미동댁) 그러게 식구한테도 떳떳하지 못할 짓을 왜 해!
인과응보
에이씨
내 돈 꾼 인간들 지금 입 싹 닫고 잘 먹고 잘 살고 있다고, 지금
(미동댁) 산 사람은 당연히 잘 먹고 잘 살아야지!
[금재의 어이없는 숨소리] 원래 후회는 죽어서 하는 거야
올라간다, 실시!
(금재) 어디서 명령질이야, 나한테
안 가!
오늘 너 죽고 나 죽고 아주 다 죽어, 아주 그냥!
배 째! 씨
[금재가 소리 지른다]
[익살스러운 음악]
저 미친...
"통과"
♪ 이 ♪
♪ 육신 ♪
아드님 두고 못 가시겠다고요?
♪ 외로이 ♪
그럼 아들 손 잡고 가면 되겠네
아들 불러 [귀신1이 기침한다]
[헛기침]
[기가 찬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그러니까 여기 아들이 여기
(미동댁) 여기 아들은 저기
(귀신2) 아들아
(만석) 저기... [만석의 헛기침]
제 아들은 아직 살아 있어서
죽으면 같이 갈게요
[어이없는 웃음]
나도, 알지?
(귀신1) 어허! [미자의 놀란 신음]
어디 계집이!
어디 계집이 사내들 말하는데 입을 섞어!
(미동댁) [팥을 탁탁 뿌리며] 이놈의 집구석은
[귀신1의 아파하는 신음] 아주 그냥 이놈의 집구석은
[귀신들의 당황한 신음] 대를 끊어야 빠르겠네, 대를
아주 그냥 대를 끊어야 돼, 이거
이놈의 집구석 그냥, 어? [귀신들의 놀란 신음]
대를! [귀신들의 비명]
대를 끊는 게 빠르겠어! 어?
[익살스러운 음악] [성난 신음]
가지 마! 아무도 가지 마!
(미동댁) 나중에 환생시켜 달라고 아주 싹싹 빌어 봐들!
아주 그냥 내가 보내 주나!
에이씨
[미동댁의 성난 탄성]
에이씨! 에이
너, 이씨...
(미동댁) [작은 소리로] 여기가 어디라고 와, 왜!
나 부적 하나만 써 줘, 센 걸로다가
뭐?
올라가겠다고 난리 난리를 치더니 살고는 싶은가 보네
(미동댁) 애 유치원에 취직을 다 하고
아, 됐다 [미동댁이 가위를 탁 내려놓는다]
어디 보자
이 모양이...
아, 근데 이게, 씁
이런 게, 이게 어린 영한테 먹힐지는 모르겠다, 아유
들어가라, 들어가라
자
(유리) 아, 이게 뭐야 뭔 부적을 이렇게 줘? 안 그려?
조선 시대냐?
요즘 컬러 프린트가 얼마나 잘돼 있는데
(미동댁) 강남의 잘나가는 무당들도 다 내 디자인 다운받아 쓴다고
- 뭐 알아? - 진짜? 정말? 리얼리?
싫으면 갖고 와, 내놔
- 줘, 줘, 줘, 줘, 줘, 줘, 줘 - (유리) 아유, 누가, 누가 싫대?
(유리) 아유, 사람이 극단적이야
그러니까 고걸로 애 옆에 있는 귀신들을 쫓아 보내시겠다?
어, 나 때문에 우리 서우 귀신 보며 살게 할 수 없어
아, 힘들잖아
하이고, 알아주니 고맙다
(미동댁) 아유, 뭐, 이 길이 쉬운 삶은 아니지
무지하게 외롭거든 [미동댁이 살짝 웃는다]
그럼 너는?
너는 네 자리는 언제 찾을 건데?
애한테는 유치원에서 그렇게 서서히 다가가면 될 거고
남편한텐...
그, 남편한텐?
남, 남편, 남...
에이, 그냥 확 이혼시켜 버려
[유리의 놀란 신음] 혹시 알아? 이미 진행 중일지?
시간이 별로 없다, 이제 46일 남았어
[물건을 정리하며] 아, 돼, 됐거든요? 어?
우리 서우 옆의 귀신들 다 쫓아내고
원래대로 돌려놓고 올라갈 거야
간다고?
그냥 올라간다고?
(미동댁) [손뼉을 짝 치며] 아, 왜?
(유리) [손뼉을 짝 치며] 아, 내 맘
(미동댁) 아, 하지 마
[유리의 한숨]
[문이 탁 닫힌다]
서우야
오늘 엄마랑 여기 온 거 비밀
(민정) 알았지?
엄마는 곰 젤리 안 좋아해
[차분한 음악]
(유리) 서우야
[놀란 숨소리]
서우, 안녕 [현정의 웃음]
(현정) [놀라며] 우아!
이거 이모 주는 거야?
먹어 볼까?
앙!
우아, 엄청 맛있네, 이거?
[현정의 웃음]
서우 지금 등원하나 봐요
네, 수고하세요
[한숨]
(근상) 그즈음 이야기부터 해 볼까요?
환자분?
그즈음 이야기부터 찬찬히 해 봅시다
(강화) 꺼져
(근상) 네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꺼져'
[근상이 숨을 쓰읍 들이켠다]
그럼 뭐, 지금 심정은 어때요?
(강화) [이를 악물며] 꺼지라고, 고만해
(근상) 네, '꺼지라고, 고만해'
고만해, 고만해, 고만하자, 어
이 새끼, 너 진짜 치료 안 받을 거야? 어?
너 장 교수님 몸빵해 주는 것도 정도가 있어, 작작 해, 너 잘릴래?
- 넌 어쩔래? - 뭐를 어째, 뭐를?
(근상) 뭘 맥락도 없이 자꾸 어쩌겠... 뭐, 뭔데, 뭐, 뭐
(강화) 현정 누나가 죽었는데 다시 살아 돌아왔어
근데 너는 재혼을 했단 말이지
자, 너 어떻게 할래?
어떻게 할... 뭘...
누나가 죽었어
- 그리고 난 재혼을 했어 - (강화) 어
- (근상) 근데 누나가 다시 깨어났어 - 어
어, 난 뒈졌네?
잠깐만
잠깐, 그...
누나가 재혼을 아니, 내가 재혼을 했...
누나가 깨... 어, 왜 깨어났지?
(근상) 안 깨어났으면 모두가 행복하고... [한숨]
아니야
아, 잠깐만
어, 아, 짜증, 아, 짜증 나
어, 어, 짜증 나
야, 오, 이거 그냥 생각만 하는데도 짜증이 나는 거를
내가 왜 계속 생각을 하고 있게 하는...
너 이거 신종 고문이냐?
(강화) 아유, 야, 됐다, 됐어
너한테 물어본 내가 미친놈이지
야, 됐어, 너 나가, 어?
너 나가서 그, OODT인가 그거나 찍어, 빨리
멜빵 메, 빨리, 그거, 빨리, 아유, 씨
- 야 - (강화) 가라고
[책상을 탁탁 치며] 야, 여기 내 방이야
어? 아, 그러냐? 아이씨, 몰라
(의사) 서운하긴 하겠지만 남편 입장에선 재혼할 수도 있죠
어차피 난 죽었는데
- 그래? - (정 간호사) 맞아
(정 간호사) 남편 재혼하든 말든 애가 더 보고 싶지
애? 남편보다 애가 더?
(의사) 당연하지 헤어지면 남인데 남편은 무슨
애는 천륜이잖아
요즘 애 엄마들한테 많이 생기는 병이 뭔지 알아?
죽음 공포증
죽음 공포증?
(근상) 그, 까봐병의 일종인데 자신이 죽을까 봐 걸리는 병 있어
근데 특이한 게
(의사) 아이 엄마 환자들은
자신의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내가 죽으면 우리 애는 어쩌지?'
'이 작은 애는 엄마 없이 크겠지?'
이런 공포가 더 크게 작용한다는 거야
(정 간호사) 아이를 두고 죽는 것 자체가 공포인 거죠
그런 엄마의 심정은, 어휴
아이, 됐어, 어 이런 얘기 그만해
너는 뭐, 자꾸 쓸데없는 소릴 물어?
다 먹었으면 일어나자, 어
조 선생이 커피 쏜다니까 가자
[차분한 음악]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힘겨운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유리가 기침한다]
(유리) 저기요
우린 애들 언제 봐요?
우리가 애들 볼 시간이 어디 있어?
(주방 이모) 저 많은 애들 해 먹이기가 쉬운 줄 알아?
[유리의 놀란 숨소리]
[유리가 울먹인다]
아, 따가워
아씨 [따뜻한 음악]
[주방 이모가 흥얼거린다]
[유리의 한숨]
[유리의 힘겨운 신음]
[삭 베는 효과음]
[유리의 힘겨운 숨소리]
[유리의 힘겨운 신음]
[유리의 지친 신음]
아니야, 이건 아니야, 뭔가 잘못됐어
아, 계속 이럴 순 없어
이건 아니야
(주방 이모) 좀 쉬어요, 어? 곧 밥시간이니께
[놀란 숨소리]
- 진짜요? - (주방 이모) 예
(주방 이모) 아유, 어, 빨라, 빨라
[유리의 거친 숨소리]
(유리) 아, 분명히 여기 어딘가 있을 텐데
[놀라며] 또 우리 서우 옆에 붙어 있는 거 아니야?
[잔잔한 음악]
뭐? 주방 보조?
(강화) 아니, 그걸 왜 네가 해?
서우 보려고?
걱정하지 마 사람들한테 내 얘긴 안 할 거야
서우한테도
내가, 내가 보여 줄게, 서우
너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서우...
[긴장되는 음악] (유리) 아, 쟤가, 쟤가...
어?
[아이 귀신의 웃음] 어? 아기야!
(유리) 아휴, 아줌마도 이러고 싶지 않은데
미안해, 아기야
어유, 야, 왜 그래, 마음 약해지게
아니야
미안
[아이 귀신의 웃음]
[흥미로운 음악]
(유리) 뭐야, 아, 이, 이거 왜 안 들어?
어? [신비로운 효과음]
[어이없는 숨소리]
아이씨, 미동댁 이 돌팔이
[난감한 숨소리]
그래, 저거, 저거
(유리) 아기야, 아프면 도망가
[신비로운 효과음] [아이 귀신의 웃음]
[웃음]
(유리) 어?
[신비로운 효과음] 어어, 이거 안 아파?
어? 어, 이거 엄청 아픈 건데? [흥미로운 음악]
어? [신비로운 효과음]
(미동댁) 어린 영한테 이런 게 먹힐지 모르겠다
[당황한 신음] [신비로운 효과음]
진짜 너무 어려서 안 듣는 거야?
[난감한 신음]
아, 그럼 나 얘 어떻게 쫓아내야 돼? [아이 귀신의 웃음]
더 주세요
[허탈한 숨소리] [팥이 떨어진다]
[후드득 소리가 들린다]
[하품]
[의아한 신음]
[유리의 난감한 신음]
(주방 이모) 이것이 다 뭐대? [유리의 놀란 신음]
아, 죄송해요, 죄송해요
(주방 이모) 아니...
[아이 귀신의 웃음] (유리) 어? 어, 어, 야!
[유리의 당황한 신음]
아, 쟤 진짜 누구야?
(유리) 아, 나 어째야 돼? [유리의 한숨]
아, 왜 이랴, 무섭게, 참
[유리의 한숨]
[여자1의 떨리는 숨소리]
(스님)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 오온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아제아제 바라아제
[풍경 소리가 들린다]
[스님이 불경을 계속 왼다]
그 보살님 오늘 또 오셨죠?
아유, 아직 많이 힘드신가 봐요
(미동댁) 서방 잃은 여자는 과부라 그러고
마누라 잃은 남자는 홀아비
부모 잃은 자식은 고아라 그러는데
자식 잃은 부모는 왜 아무 단어도 없는 줄 알아요?
표현할 수가 없어서
어떤 단어가 저 말도 안 되는 고통을 표현하겠어요
[차분한 음악]
(은숙) 하나도 괜찮지 않죠?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자식 잃은 불쌍한 사람들인데
나는 여기서 왜 이러고 있나
내가 왜 하필 여기에 섞여 있나 싶을 거야, 지금
나도 그랬거든
내 사정 아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으면 [잔잔한 음악]
다 내 눈치 보면서 웃지도 못하는 거 같고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으면 다들 웃는데
새끼 앞서 보낸 내가 웃을 자격이 있나 싶고
그래서 같은 처지 사람들 찾아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러다 보니
내가 대체 왜 이 불쌍한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나 싶고
그랬어요
(은숙) 여기 온다고 하나도 괜찮아지지 않아
그냥...
각자 끌어안고 알아서 찾아내야지
참고 살아갈 방법을
[여자1이 흐느낀다]
[멀리서 사람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여기서 보고 있으면
(은숙) 하루에도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는데
왜 '나는 아니겠지'
'내 새끼는 더더욱 아니겠지' 하면서
당연하게 살았나 몰라
[여자1이 계속 흐느낀다]
[풍경 소리가 들린다]
[울먹인다] (교사2) 어, 왜 울어, 왜 울어
[발랄한 음악] 에이, 울지 마, 울지 마 밥 더 줄게, 알겠지?
맛있게 먹으면 더 줄게요
자, 앉아서 맛있게 먹자
옳지, 숟가락 들고
어어? 진이 뭐 해, 뭐 해 뭐 해, 뭐 해
아, 밥 먹어야지 [아이1이 칭얼거린다]
밥 먹어야 키 크고 멋있어지지
먹을 거야, 안 먹을 거야? 어어? 선생님 발로 찼어?
너 안 되겠어, 일로 와 선생님이 아주 혼내 줘야겠어
[교사2의 힘주는 신음]
[아이들이 종알거린다]
(주방 이모) 아유, 우리 아기
[유리가 말한다] 읏차
(유리) [놀라며] 서우 왔어?
[장난스러운 웃음]
[반찬을 덜어 주며] 아이고
[놀란 숨소리] 소시지, 맛있어, 이거
많이 먹어
우리 서우 꼭꼭 씹어서 많이 먹어, 알았지?
(주방 이모) 양파도
그리고 국
(유리) 아이, 잠깐
건더기 많이 해 가지고
우아
오, 맛있겠다
많이 먹어
(주방 이모) 아이고, 애라 많이 못 먹어
아는 애야?
예?
[유리의 웃음]
(유리) 잘 알죠, 우리 서우
(주방 이모) 그래도 잘 다니네, 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아주 그냥 난리였구먼
난리? 무슨 난리요?
쟤 또래보다 말도 느리고
(주방 이모) 못 어울린다고 엄마들이 극성이었거든
[어이없는 숨소리]
아, 자기 애도 아니고
좀 느리고 못 어울릴 수도 있지
피해 주는 것도 아닌데
피해를 줘서가 아니라 줄까 봐
(주방 이모) 자기 애들이랑 같은 반에 있으면
덩달아 같이 말도 느려지고 그럴 거라고
한 살 어린 애 반으로 옮겨라, 어째라
그중에 유별난 엄마 하나 있었어
누구, 누, 누구, 누구 엄마요? 확 그냥
(주방 이모) 있어 [유리의 헛웃음]
아니, 뭐, 자기 애는 날 때부터 말 잘했나?
말이 좀 빠른 애가 있으면 느린 애도 있고
시끄럽게 떠드는 애가 있으면 조용히 혼자 노는 애도 있는 거지
(유리) 공장에서 애들 찍어 냈어? 다 똑같게?
웃겨, 진짜
애들 들어, 웃어
[주방 이모의 웃음]
[유리의 한숨]
(주방 이모) 먹어, 먹어, 먹어
아유, 맛있다
[교사들이 수업한다]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차분한 음악]
(교사3) 서우야, 왜 자꾸 거기다 그래?
거기 아니고 여기
[서우가 칭얼거린다]
(교사3) 어디 가!
(서우) 혁진이!
[어두운 음악] [놀란 숨소리]
[한숨]
(교사2) 서우 어머니한테
말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원장님한테라도
저, 실은...
몇 번 더 들었어요
(교사3) 나도
[교사3의 한숨]
아니야, 아직 어려서
이름이 기억나서 그러는 거겠지
(교사1) 그래도 자꾸 죽은 애 이름을...
[어두운 음악]
[한숨]
[놀란 숨소리]
(유리) 아, 여기 다니던 애였네
하기야
그러니까 안 가고 여기 있지
자기가 죽은 줄도 모르고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아이2의 울음]
잠깐만
(교사3) 왜, 어?
왜, 왜 울어
일로 와 봐, 일로 와 봐
[교사3의 힘주는 탄성]
왜, 응?
왜 울어
가자
[잔잔한 음악] [초인종이 울린다]
(아이3) 아, 엄마다!
(교사4) 가라, 은채 안녕
[초인종이 울린다]
(아이4) 엄마다!
[초인종이 울린다]
엄마다!
[초인종이 울린다]
(아이5) 엄마
[교사4가 인사한다] (여자2) 갈까?
[잔잔한 음악]
(교사1) 아직 퇴근 안 하셨네요?
(유리) 아, 예, 이제 해야죠
(교사1) 시끄럽던 애들 다 어디 갔나 싶죠?
하원할 때 되면
애들 멘탈 무너지거든요
친구 엄마들 한 명 한 명 올 때마다
심해지고요
[유리가 호응한다]
[한숨]
너 엄마 기다리는 거였구나
혁진아
(유리) 아유, 착하네
[유리가 살짝 웃는다]
(남자1) 연락 좀 하지 말라고요, 엄마!
그 사람 엄마 무섭대
계속 이 짓 할 거면 내가 인연 끊자고 했죠?
내 아들 다섯 살이야
귀신 몰고 다니는 무당을 어떻게 만나요?
그럼 이 짓을 하지 말든가!
이 짓?
[남자1의 한숨]
(미동댁) 넌 이게 내가 하고 안 하고 선택할 수 있는 일로 보이니?
나도 내 인생이 이렇게 될 줄 알았어?
그럼 이게 정상이야, 지금?
연락하지 마요
(유리) 참 나, 내가 듣다 듣다
어디 인생 반도 안 산 놈이 반백 년 산 엄마한테 훈계질이야!
엄마 돈으로 입고, 먹고, 자란 놈이!
[유리의 성난 숨소리]
뭐?
당신 누구야?
넌 왜 왔어, 또?
나?
다섯 살 난 귀신 좋은 데 보내 주려고 왔다
너희 엄마밖에 못 해 주거든
[헛웃음]
또 귀신...
[어이없는 숨소리]
[유리가 숨을 후 내뱉는다]
너 귀신이 우습지?
(유리) 어제도 그제도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으니까
내일도 모레도 그럴 거 같지?
넌 귀신 안 될 거 같지?
근데 어쩌지?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건데
[남자1의 헛웃음] [유리의 성난 숨소리]
(미동댁) 아유, 녀석아, 밥 먹고 가!
[답답한 숨소리]
맨날 큰소리치더니 아들한테 꼼짝도 못 해
왜, 그랬잖아
외로운 삶이라고
(미동댁) 아유, 그래도 아기 땐 착했어
자기도 크면서 소중한 게 많아지니까 저러지
근데 왜 왔다고?
[잔잔한 음악]
[밝은 음악]
(미동댁) 죽음이라는 걸 잘 모르는 아기귀들은
원하는 것만 이뤄지면 자연히 올라가게 돼 있어
(유리) 그래? 그럼 엄마만 만나면 되겠네?
그렇지
[함께 인사한다]
(주방 이모) 아이고, 신입이라고 일찍도 왔네
주방에 있지 여기서 뭐 해? 응?
(교사1) 안녕하세요
저, 원장님
(원장) 네
(유리) 저 사진
이제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원장) 그러네요
혁진이 보낸 지 벌써 몇 달이나 지났는데
[차분한 음악]
[손을 탁탁 털며] 어, 저 잠깐 화장실 좀요
(주방 이모) 어딜 가, 바쁜데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왜 안 와?
빨리 와라, 저 어린 게 기다리는데
[떨리는 숨소리]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초인종이 울린다]
(혁진) 엄마!
[잔잔한 음악]
오셨어요, 어머니
네, 잘 지내셨어요?
네
서우야
(원장) 왜, 무슨 일 있는 거야?
서우야, 무슨 말 하고 싶은 거야?
서우야, 이거 누구 주는 거야?
[떨리는 숨소리]
[흐느낀다]
여기에...
누가 있어?
[따뜻한 음악] [흐느낀다]
[안타까운 숨소리]
[혁진 모가 흐느낀다]
(교사1) 서우가?
(교사3) 응, 혁진이 거라고 장난감 갖다주더래 [교사1의 놀란 숨소리]
(교사1) 웬일이야, 혁진이 엄마 좀 미안했겠다
혁진이 서우랑 못 놀게 하려고 엄청 유난이었잖아
(교사3) 그러니까
(교사1) 서우 다른 반 보내려고 막 그러고
뭐, 알았겠어? 자기 자식이 그렇게 될지
서우 엄마
네?
내가 다 미안했어요
그냥 다...
서우한테 고맙다고 전해 줄래요?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근상) 누나!
어디 간 거야
하, 또 장 보러 갔나?
맨날 장 보고 [모니터 전원음]
맨날 자기가 다 드시고
아유, 코딱지만 한 데서 뭐 훔쳐 갈 거 있다고, 참...
[새가 지저귄다]
우리 서우 괴롭히던 엄마였어?
[한숨 쉬며] 더 힘들겠네, 그 엄마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부드러운 음악]
[유리와 현정의 웃음] (유리) 아, 심심하지, 언니?
좀만 기다려 다음 주면 나도 올 거니까
안 그래도 너 올 날만 기다리고 있다, 내가
[유리와 현정의 웃음]
아니, 둘은 무슨 영혼의 단짝도 아니고
그렇게 죽고 못 살더니 애까지 무슨 일주일 차이로 낳아?
일부러 날짜 맞췄어?
[유리의 어이없는 숨소리] (강화) 맞췄지?
그걸 맞춘다고 되냐? 어? 이 멍충아
(유리) 그러니까 [현정의 헛웃음]
근데 쟨 아까부터 왜 저러고 있어?
[익살스러운 음악]
미친놈이니까
놔둬
어이, 사내
(강화) 저거 봐, 저거 봐 저거 미친놈 맞잖아
너는 그냥 사내
(근상) 나는 아빠
이제 아빠
- 어디 아파? - 아니, 아버지, 아비
[한숨]
내가 일주일 먼저 아빠가 된 선배로서 알려 줄까?
이게 말이야
기분이 되게 묘해
(근상) 애를 이렇게 처음 딱...
애를 딱 보면
그냥
[울먹이며] 눈물 막...
눈물, 나도 모르게 후드득후드득...
(근상) 막중한 책임감
우주도 들어 올릴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어
겪어 봐
[구시렁거린다]
[근상이 훌쩍인다] - (현정) 쟤 왜 저러니? - (강화) 미친놈이라니까
누나, 고생했어
[현정의 손을 탁 잡으며] 아니, 엄마
엄마, 고생했어
(근상) 아, 우리 엄마 노산인데 어떡하냐, 진짜
(현정) 노산? 노산? [근상의 신음]
- (강화) 에이... - (현정) 노산?
(강화) 왜 애를, 거기를, 에이...
[근상의 신음] (현정) 야
- (현정) 너 노산... - (근상) 엄마, 잠깐만...
[현정의 아파하는 탄성] (유리) 어머, 어머, 언니
(강화) 야, 계근상, 뭐 하는 짓이야!
(근상) [힘겨운 목소리로] 엄마보다 내가 더 죽을 거 같아
(강화) 아유, 야, 유리야 이거 지지, 보지 마, 태교에 안 좋아
[유리의 웃음] 아유, 진짜
[근상의 신음] (현정) 자기야, 많이 아파?
(근상) 정, 정통...
- (현정) 아, 어떡해 - (근상) 정통
- (유리) 몸조리 잘해 - (강화) 갈게
(유리) 아니, 아빠 된 것치곤 변한 게 없는데, 쟤는?
(강화) 할아비가 돼 봐라, 저놈이 변하나 [유리의 웃음]
근데 진짜 많이 울긴 한다더라
아기 처음 딱 보면은 다 운대
울긴 왜 울어, 네가 울겠지
'엉엉, 우리 아기 반가워' 하면서
하, 맙소사, 아니거든?
나는 우리 아기 엄청 스위트하게 맞을 거거든? [유리의 헛웃음]
'안녕, 나왔구나?'
[유리의 웃음] 내기할까? 먼저 운 사람이 닭 쏘기
(유리) 오, 콜!
(강화) 진짜다, 너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다
(유리) 너나 딴말하지 마, 치 [강화의 헛웃음]
막 찔끔 이 정도도 안 봐준다
(강화) 너 진짜 괜찮겠니? 나 엄격하다 [차분한 음악]
[유리의 웃음]
- (남자2) 여기 한번 봐 봐 - (여자3) 엄마, 까꿍
(남자2) 아유, 라운아, 천사 같아
- (여자3) 엄마야, 엄마 - (남자2) 여기 좀 봐 봐
[감성적인 음악]
그만 봐
(영심) 피 나는 거 보니까 진짜 사람이네
유리! 누나, 누나 뒤에... 누나, 미안해!
[흐느낀다] (유리) 언니가 나 엄청 보고 싶어 했잖아
(강화) 응? 근데 그거 어떻게 알았어?
(근상)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거 같아
혹시 얘 49일 뒤에 다시 가는 거 아니야? [미동댁이 소리친다]
- 야 - (근상) 아, 갑자기 왔으니까
갑자기 사라지고 그럴 수도 있지
[환호]
(근상) 너 내가 어떻게든 짱구 굴려서 오늘 오지 말라 그랬지?
(강화) 오고 싶어 왔냐? 오고 싶어 왔겠어?
(유리) 아, 몰라, 마주칠 일 뭐 있겠어?
(민정) 저기요
.하이바이,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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