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바이, 마마 5
[안내 음성] 이번 역은 동성대학교 동성대학교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안내 음성이 영어로 흘러나온다]
[툭 부딪는 소리가 난다] [강화의 놀란 신음]
[민정의 놀란 신음]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강화의 당황한 신음]
(민정) 어, 이거, 저기요, 저기요!
[부드러운 음악] [학생들이 시끌벅적하다]
- (여학생) 민정아 - (민정) 어
(여학생) 누구 거?
(민정) 주웠어, 지하철에서
역사에 맡길 걸 그랬나?
(장 교수) 야, 조강화
(강화) 어?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장 교수) 안녕은, 이 자식아
[민정의 놀란 신음] 너 나한테 뭐 줄 거 없어?
(강화) 줄 거요? 뭐요?
사랑의 총알! 빵야, 빵야
(장 교수) 아유, 이 자식이, 아유, 아유 [민정이 풋 웃는다]
(강화) 죄송합니다
(장 교수) 너 이번 학기도 F 줄까? [민정이 픽 웃는다]
너만 리포트 안 냈어
[손뼉을 짝 치며] 아, 맞는다, 리포트 아, 교수님, 제가 갖고 왔죠
내 가방
[강화가 몸을 뒤적인다]
(장 교수) 얼씨구
넌 인마, 의대생이라는 놈이 어디 모자라니?
수능 끝나고 뭐, 어디 나사 하나 뺐냐?
(강화) 아니요, 제가 분명히 집에...
제가 나올 때 메고 나왔는데 이상하네, 이게, 어디 갔지?
[장 교수의 헛웃음]
(강화) 어? 내 가방...
(민정) 그런 순간들이 있다
살아가며 스치는 별거 아닌 우연이
운명이란 거대한 몸집으로 과장되어 변하는 순간
(여학생) 야, 너 진짜 고백하게?
저 오빠 의대 바보래
전엔 신발도 짝짝이로 신었다니까?
(민정) 그게 매력이거든?
원래 진짜 천재는 실은 바보야
(여학생) 뭐래, 진짜 바보 같구먼
진짜 천재는 무슨
[여학생의 한숨]
(남학생1) 아, 이 칠칠이도 여친이 생겼는데 아, 야, 우리만 없어
(남학생2) 아, 그러니까, 내 말이
아유, 어? 좋냐? 좋아?
(남학생1) 야, 차유리라고? 예쁘냐?
(강화) 야, 놔 봐
이 자식들이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차분한 음악]
지금 여자를 외모로 판단하고, 지금, 어?
얼굴 예쁜 게 중요해? 마음씨가 중요하지? 근데!
(민정) 그때의 난 [강화가 계속 말한다]
과장된 운명은 언제든 시시한 우연으로 다시 변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남학생들이 말한다]
(남학생2) 아, 뽀뽀했어, 아! 진짜, 이씨 [남학생1이 짜증 낸다]
[현정이 영수증을 부스럭거린다]
(현정) 참...
무 두 개에 3천 원
이야, 이거 살 떨려서 어디 먹겠나, 이거, 참...
[현정의 한숨] [신비로운 음악]
[현정의 놀란 숨소리]
[현정의 놀란 신음]
(현정) 유... [유리의 당황한 숨소리]
유...
[떨리는 목소리로] 유리...
누가...
[휴대전화 알림음]
[현정의 놀란 숨소리]
(강화) 놀라지 말고 들어
[작은 소리로] 유리가
살아 돌아왔어
[놀란 숨소리]
[버벅거린다]
누, 누나한테 전화해야 돼
아, 근상아, 근상아, 일단 침착해
[심호흡]
이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어
근상아
없어, 귀신
[거친 숨소리]
이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어
[긴장되는 효과음] (근상) 어, 있어, 여기 있잖아
[울먹이며] 아, 귀신 있잖아, 여기...
[근상의 떨리는 신음]
누나, 누나
지, 지금 내가 누나, 뭘 봤는지 알아?
유리, 유리
[놀라며] 유리!
유, 유리다, 아! 누... 유리, 누나!
누나, 뒤에 있다, 뒤에!
[유리의 어색한 웃음] 아, 누나... 아, 아, 인사하지 마 아, 인사, 인사...
누나, 쟤 인사해
쟤, 쟤 왜 인사...
누나, 미안해, 어, 누나, 미안해 누나, 미안해!
[유리의 한숨]
[현정의 벅찬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떨리는 신음]
[울음을 터뜨린다] [따뜻한 음악]
[흐느끼는 신음]
언니, 울지 마
[흐느낀다]
[흐느낀다]
언니
(유리) 언니
(강화) [중얼거리며]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
[강화가 키보드를 탁 누른다]
[초조한 숨소리]
[중얼거린다]
[강화의 놀란 신음]
[놀란 숨소리]
있어, 이런 경우가
[마우스 조작음]
(네티즌) 이걸 또 눌러 보는 넌 멍청이
이 뻘소릴 믿냐?
(강화) 에이, 이씨, 진짜, 이런
아유, 씨...
이런 새끼는 신고를 해야 돼 [휴대전화 알림음]
(근상) 이거 실화냐? 네 뻘소리들이 다 실화였어?
(강화) 뭐야
아유, 얘는 또 어떻게 알았어?
[한숨]
[출입증을 탁 집는다]
[다급한 숨소리]
(정 간호사) 어? 장 교수님이 기다리라 그러셨잖아요, 어디 가세요!
- 기다리다 갔다 그래 줄래요? - (정 간호사) 예?
이왕이면 목 빼고 기다렸다고, 응
자, 음, 네, 됐어요
[멀어지는 발걸음] [정 간호사의 난처한 숨소리]
(정 간호사) 아휴, 아니, 요즘 왜 저러셔? [김 간호사의 한숨]
상황 파악이 안 되시나 봐
(김 간호사) 그러게요, 징계받은 사람치곤 너무 자유롭지
난 요즘 조 쌤 하는 거 보면 장 교수님이 더 짠해요
(정 간호사) 온다, 온다, 온다, 어떡해
[익살스러운 음악]
- 화장실? - (정 간호사) 그...
퇴근요
(장 교수) 퇴근?
[간호사들의 놀란 탄성]
- (김 간호사) 교수님! - (정 간호사) 장 교수님, 괜찮으세요?
- (정 간호사) 어떡해! - (김 간호사) 어떡해, 교수님
[근상의 놀란 숨소리]
[근상의 아파하는 신음] (근상) 아파
아, 이게...
이게 말이 돼?
- 너희 신혼여행지 - (유리) 오키나와
[당황하며] 거기서 사기당한 거...
- 게르마늄 팔찌 - (근상) 와, 씨, 맞지
(근상) 맞아, 맞네
진짜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
[머뭇거리며] 어
[근상의 의아한 숨소리] 아닌데
분명히 죽으면 귀신 된다 그랬는데 우리 이모가
귀, 귀신은 무슨 귀신
아, 나 그런 거 본 적도 없어
(현정) 이제 어떡할 거야?
어? 어...
어떻게 하는 게 좋겠어?
어, 음...
미안, 어...
(현정) 일단 엄마, 어? 엄마 집부터 가자, 유리야
[유리의 놀란 숨소리] - (현정) 엄마부터 보고... - (유리) 아, 안 돼, 언니
- 어? - (유리) 아, 그...
그러니까...
우, 우, 우리 엄마 심장도 약하고
(유리) 어, 암튼 아직은 안 돼
길 가다가 봐도 절대 모른 척해, 절대
너도, 알았지?
어, 어
(현정) 그럼 우리 집에 와 있어 호텔에 왜 있어?
[유리의 난처한 숨소리] 너 오늘 가서 바로 방 빼고 우리 집으로 보내
(강화) 그래 줄래, 누나? 그럼 나는 진짜 고맙고
아, 다, 다들 그러지 말지
(유리) 아...
나 딱 두 달만
아니, 49일만, 어
딱 49일만 혼자 놔둬 줘라
(유리) 그 뒤에는 내가 엄마한테 가든 다 알아서 결정할게
아무것도 하지 말아 줘
(근상) 야, 그래도 우리 집에 와 있는 편이...
아, 다들 이렇게 걱정할까 봐 내가 계속 숨은 건데...
[유리의 한숨]
진짜 걱정하지 마, 언니, 어?
너 편할 대로 해
[차분한 음악]
잘 왔어
(현정) 잘 왔어
[현정이 흐느낀다]
[유리의 한숨]
너무 잘 왔어
유리야, 잘 왔어
감사합니다 [유리의 한숨]
[현정이 계속 흐느낀다]
[한숨 소리가 들린다]
(근상) 요 며칠 진짜 미쳐 버렸나 했더니마는
이 정도 미친 게 대견하다 이 상황에서 안 미치면 그게 미친 거지
나 진짜 어떡해야 되냐
묻지 마, 나도 몰라
그거를 아는 남자는 대한민국에 없어 아니, 우주에 없어
뭐, 말이나 되는 상황이어야지 상상이나 해 보지
(근상) 이, 이거는 뭐...
[한숨]
야, 너 민정 씨는, 알아?
- 봤어 - (근상) 미친, 미...
(근상) 너 둘이 소개시켰어?
'이쪽은 내 와이프 이쪽은 죽은 내 와이프'
오 마이 갓, 유 크레이지?
내가 미쳤냐?
어린이집에서 우연히 마주쳤어
민정이는 그냥 닮은 사람인 줄 알아 사진으로밖에 못 봤잖아
(근상) 아, 그렇지
뭐, 말해도 안 믿겠지
아니지, 야, 그래도...
진짜 말해야 되는 거 아니냐?
말해서 어쩔 건데?
나한테 그래서 뭐 어쩔 거냐고 물어보면 나 뭐라 그래
(강화) 뭐라 그러냐고
[한숨]
내가 결정할 거
민정이한테 떠넘기는 꼴밖에 더 되냐
그것도 그러네
한 명만 미치면 될 거를 뭐, 쌍으로 미칠 필요는 없지
(근상) 암튼 너는 일단
유리가 말하는 대로 아무것도 하지 마, 아무것도
따지고 보면 네가 할 게 없어 뭐 어쩔 거야?
유리 쟤도 뭐
49일인가 뭐, 암튼 기다려 달라잖아
일단 돌아가는 상황을 좀 보자
[근상의 한숨]
이거 좋아해야 될 상황인데
[한숨]
이 찝찝한 마음은 뭐냐, 이게 미안하게
[근상이 혀를 쯧 찬다]
[엉엉 우는 소리가 들린다]
(현정) 감사합...
[유리와 현정이 엉엉 운다]
아, 유리야
(근상) 여태 우네
(현정) 아, 유리야
[유리가 훌쩍인다]
(강화) 좀 괜찮아?
[한숨]
누나가 많이 우네
진짜 좋은가 보다
(유리) 언니가 나 엄청 보고 싶어 했잖아 맨날 울고
그랬지
응? 근데 그거 어떻게 알았어?
아, 그, SNS
(유리) 아, 언니가 내 거에다 글 엄청 남겼더라고, 보고 싶다고
안 봐도 비디오지
다행이다
누나라도 반겨 줘서
고맙네
[차분한 음악]
(유리) [울며] 엄마가 미안해
나는 반겨 주기는커녕
놀라 자빠지기만 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유리) 네
예, 불편한 거 없어요
[전화벨이 울린다] [헛기침]
네
네, 잘 나오는데요?
[카드 인식음]
(유리) 근데 어제 딴 방은 불편한 게 많았나 봐요
자꾸 전화 주시던데
아, 그거요?
아, 실은...
혹시 불편한 거 없으실까요?
(직원) 예, 감사합니다
[수화기를 달칵 내려놓으며] 전화 받으셨어요, 방에 계십니다
아, 예, 고맙습니다
(강화) 한 번만, 한 번만 더 확인해 주세요 딱 한 번만
(직원) 두 시간 전에 확인하셨잖아요
방에서 나가시는 거 못 봤습니다
한 번만, 한 번만...
그러니까 이게 나가는 게 아니라요,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되지? 그냥 갑자기 막...
사, 사라질까 봐, 그러니까...
그러니까 한 번만...
(직원) 네, 알겠습니다, 네 [강화의 거친 숨소리]
(직원) 뜨거운 물 혹시 잘 나오세요?
(직원) 아, 실은, 그, 체크인하셨던 남자분께서
자꾸 확인을 해 달라고 하셔서요
[살짝 웃으며] 아, 고객님이 갑자기 사라지실까 봐 그러신다고
[한숨 쉬며] 바보
(유리) 아, 난 그냥 저기 내려 줘라
(강화) 어?
[근상이 술을 졸졸 따른다]
(근상)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거 같아
아니, 친정집엔 왜 안 간다는 거야?
기절을 하셔도 좋아서 하실 건데
49일만 기다려 달라잖아 자기도 생각한다고
(근상) 누나, 나는 그게 제일 이상해
한 달이면 한 달이고 두 달이면 두 달이지
49일은 또 뭐야, 무섭게
혹시 얘 49일 뒤에 다시 가는 거 아니야?
- 야 - (근상) 아니, 그렇잖아
갑자기 왔으니까 갑자기 사라지고 그럴 수도 있지
[근상의 한숨]
(은숙) 아이고, 뭐 이런 걸 또 들고 와 자기 두고 먹지
아, 이게 뭐야?
(여자1) 정동진 갔다 사 온 긴데
자연산이라 미역국 팔팔 끓여 묵으면 맛있데이
어, 그래, 고마워, 잘 먹을게
(여자1) 어, 갈게 [여자1의 웃음]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하품한다]
[문이 달칵 열린다]
(연지) 은주 아줌마가 뭐 줬어?
뭔데
엄마
[문이 달칵 여닫힌다]
뭐야, 뭔데 저래
(연지) 아, 진짜...
아, 왜 또 이걸...
[옅은 한숨]
[잔잔한 음악]
[한숨]
[어두운 음악]
[문이 탁 열린다]
(교사1) 도연 씨?
이거 쓰시다 말고 갑자기 왜... [강화의 거친 숨소리]
- (원장) 아, 그, 주방 보조 면접? - (교사1) 네
[떨리는 숨소리]
(도우미) 서우 엄마
[노크 소리가 들린다] [놀란 숨소리]
나 가요
- 아, 가세요? - (도우미) 응
[TV에서 발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고생하셨어요 - (도우미) 고생은
이 집은 일주일에 한 번밖에 안 오는데도 치울 게 없어
(도우미) 딴 집 가 봐, 말도 못 해
신랑은 어질러 마누라는 꽁무니 쫓아다니면서 치워
에이그
딴 집들은 보통 그런가 봐요?
그럼, 여기 신랑 같은 사람이 어디 있어?
(도우미) 말 안 해도 알아서 척척 제자리에 딱딱
손 갈 게 없잖아
하긴 너무 손 안 가도 또 서운해, 그렇지?
- 가세요 - (도우미) 응
[문이 달칵 여닫힌다]
[새가 지저귄다]
[민정이 달그락거린다]
(민정) 가요? 뭐 좀 먹을래요?
(강화) 어어, 아니야, 아니야, 괜찮아
[병을 달그락 꺼내며] 이거면 되지, 뭐
뭘 귀찮게 밥을 차려
[강화가 뚜껑을 딱 연다]
아, 책장에 서우 엄마 사진이...
[강화가 음료수를 내뿜는다]
[강화가 옷을 탁탁 턴다]
[강화가 기침한다]
사진? 사진 왜?
아...
사진이 없어졌길래 궁금해서
음, 아, 그...
그냥, 응
- 사진 그냥... - (민정) 됐어요, 뭘 설명해
그냥 그렇다고
(민정) 오랜만에 궁금해서 볼까 했지
[강화가 병을 달그락 버린다] 저녁에 눈 온다는데...
(강화) 아, 우산 챙겼어 [민정이 대답한다]
갔다 올게
[문이 달칵 열린다]
(강화) 서우야, 아빠 갔다 올게
[문이 달칵 닫힌다]
우리 서우도 챙겨 어린이집 갈까?
(서우) 응
[도르르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팥이 바닥에 후드득 떨어진다]
이, 이게 뭐야, 서우야?
[긴장되는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유리) 안녕 [귀신1의 놀란 신음]
[유리가 팥을 탁탁 뿌린다] [귀신1의 아파하는 신음]
(귀신1) 아, 아, 아, 아파 아, 대체 왜 그래요, 아
[놀란 비명]
[유리가 팥을 탁탁 뿌린다] [귀신2의 아파하는 탄성]
[귀신2의 다급한 비명]
(귀신2) 아, 아파, 아파!
[놀란 비명]
[귀신2의 괴로운 신음]
[유리의 힘주는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귀신1) 대체 누구세요? 아, 왜 이래, 진짜
(귀신2) 근데 우릴 어떻게 봐? [유리의 한숨]
(귀신3) 무당인가 보지
(유리) 그럼, 무당이니까 보지
거두절미하고
오늘부로 이 어린이집엔 귀신 출입 금지
여기 말귀 못 알아듣는 아기 귀신은 없으시잖아요, 그렇죠?
좋게 나가요, 우리?
(귀신4) 하, 아니, 귀신한테 나가라는 법이 어디 있어!
(귀신2) 여긴 전부터 내 터였어
(귀신5) 못 가, 아, 배 째! 야, 야, 야, 야...
(유리) 아, 내가 원래 귀신이고 사람이고 대화를 하는 사람이지
막 폭력을 쓰고 그러는 사람이 아닌데
이게, 이게, 이게 너무 안 아파, 어?
하나도 안 아파, 어? 그렇지?
[악기 소리가 요란하다]
[익살스러운 음악]
[쿵 하는 효과음] (귀신1) 아씨
아, 무당 맞네
- (귀신2) 아, 놔줘 - (귀신4) 아, 뭐야 [귀신들이 투덜거린다]
(귀신4) 아이, 잘 사는 귀신한테 왜 이래, 진짜!
(귀신3) 아, 알았어, 가면, 가면 되잖아
- (유리) 진짜? - (귀신3) 어
(유리) 진작 그랬으면 좋았잖아
쯧, 서로 기운만 뺐네
[방울이 딸랑 울린다] [신비로운 효과음]
[귀신4의 놀란 탄성]
[귀신들의 신음]
(귀신5) 에이, 퉤! 씨
멀리 가, 멀리, 더, 더, 훠이!
(유리) 잘 가! 오지 마, 오지 마!
[유리의 개운한 숨소리]
[유리의 놀란 숨소리]
[주방 이모의 어이없는 숨소리]
(주방 이모) 아따, 참 희한한 아가씨네
아니, 어젠 부엌에다 그 난리를 쳐 놓더니
애들 촉감 놀이 하는 팥은 왜 자꾸 쏟아 쌓아, 여기저기?
(유리) 아...
자, 잠깐 쓴다는 게...
아, 이게 그, 애들 촉감 놀이 할 팥이었네요, 그렇죠?
(유리) 아, 그럼 제가 얼른 가서 다시 사 올게요, 죄송합니다
[주방 이모의 어이없는 숨소리]
(주방 이모) 저, 기분 좋아 뵈는디?
[교사1의 웃음]
(유리) 아, 더 살 걸 그랬나?
우리 서우 가방에도 넣어 줘야 되는데
됐어, 됐어
[신나는 음악 소리가 들린다] [유리의 놀란 숨소리]
(유리) 핑크! 우아
우리 서우 엄청 좋아하는데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필승) 오케이!
[뽑기 기계 출구를 덜컥거리며] 오케이
[발랄한 음악]
[기계 작동음]
뭐야, 이거 왜 이래?
어?
[필승이 피식 웃는다]
[버튼을 탁 누른다]
[헛웃음]
아, 나 손이 덜 풀렸나 보네
[숨을 쓰읍 들이켠다]
[한숨]
[유리의 답답한 신음]
(유리) 아유, 바보
아, 왜 안 돼, 이거
아유, 열받아
아, 정말...
[유리의 짜증 섞인 신음]
(필승) 오케이
[필승이 뽑기 기계 출구를 덜컥거린다]
[입바람을 후 분다]
[웃음]
[필승이 손을 탁탁 턴다]
저기요
- 저요? - (유리) 네, 그쪽
[유리의 한숨]
(유리) 이거 하나만 파시면 안 돼요?
[필승의 웃음] [필승이 코를 훌쩍인다]
(필승) 오케이, 뭐 어떤 거요? 이거요?
(유리) 아, 아니...
저, 딱 봐도 다섯 살 여자애가 좋아할 거 같은 거, 핑크
(필승) 아, 이거?
[유리의 웃음]
싫은데요? 내가 왜?
아이, 많구먼, 뭐
인형 보따리상인가? 응?
장사할 것도 아니면서, 하나만 팔아요
천 원에 뽑은 거 3천 원 준다는데 남는 장사네
천 원이라니
쌓고, 올리고, 걸치고 3천 원은 들었지
(필승) 거기에 내 인건비
이게 또 고급 인력이라 내가 밑지는 장사지
아, 알았어, 알았어
(유리) 그럼 저것도 좀 뽑아 줘요
[흥미진진한 음악]
(봉연) 어디 간 거야, 밥도 안 먹고?
(대춘) 아니, 어디...
- (대춘) 방금까지만 있어도 보였는데 - (봉연) 아, 진짜
- (영심) 아빠 - (대춘) 어?
[봉연의 놀란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필승이 버튼을 탁 누른다]
(유리) 어?
[유리와 필승의 안타까운 신음]
(유리) 아씨... [필승의 한숨]
못 뽑기만 해 봐
이제 천 원 남았어
처음부터 이런 건 공략하는 게 아니라니까?
(필승) 저런 거, 저런 게 성공률이 높은 거야
(유리) 아, 절대 안 돼
우리 서우 핑크 좋아한단 말이야
어차피 다 뽑았어 건드려 꺼내기만 하면 돼요
(필승) [손뼉을 짝 치며] 간다
[기계 작동음]
(귀신들) 야!
(유리) 아, 깜짝이야
아, 애 떨어질 뻔했네
(봉연) 바빠서 우리 부탁 들어줄 틈도 없다며
근데 여기서 뭐 해? 우리 아들이랑?
(필승) 저기요, 왜, 왜, 왜 그래요? 지금 뭐, 얻다 말해?
아, 아들? 쟤가?
(유리) 아, 그때 걔?
[흥미진진한 음악]
(필승) 나?
나 뭐, 왜
잘생겼지, 우리 아들? 나 닮아 가지고
(대춘) 잘생겼으니까 부탁 한 번만 들어줘라
와, 무슨 유전자 변형이야?
(유리) 어떻게 이 비주얼에서 이 기럭지가 나와? 어?
[신비로운 음악] (필승) 뭔 소리야, 왜 이래, 이 사람, 무섭게
(유리) 아유, 뭐...
엄마 아빠를 쏙 빼닮았다고
(필승) 나 엄마 아빠 없는데?
(봉연) 어머, 아들
엄마가 왜 없어, 여기 있잖아 [대춘과 봉연의 웃음]
아, 맞는다
야, 우리 아들 밥 한 끼만 좀 해 줘라, 응?
(봉연) 얘 배에 밥알 안 들어간 지 일주일도 지났어
맨 라면에 빵에 인스턴트에
이러다 얘 제명에 못 살아
뭐야, 부탁이 그거였어, 겨우?
(필승) 와, 이상해, 진짜 이상해
(대춘) 아, 겨우는 무슨!
내 새끼 배에 밥 들어가는 거 말고 중요한 게 어디 있어!
아, 우리 같이 애 키우는 입장에서 [익살스러운 음악]
인심 한 번만 딱 써라 부탁이다, 진짜, 부탁
(봉연) 써 줘라
- (영심) 써 줘라 - (대춘) 써, 한번 써 줘
- 오케이 - (영심) 진짜? [숨을 쓰읍 들이켠다]
- 저기요 - (필승) 왜, 뭐요, 또 왜
내가 밥해 줄게
[귀신들의 환호]
(유리) 대신 저거 나 줘요
아, 못 뽑았으니까 어쨌든 줘야지
(필승) 뭐래
그쪽이 놀라게 해 가지고 삑사리 난 거잖아요, 지금
밥은 무슨
[한숨] 협상 결렬
[익살스러운 음악] [귀신들이 반발한다]
(영심) 너무한다, 진짜
(대춘) 그냥 부탁 한 번만 들어주면 되잖아
[귀신들이 계속 반발한다]
(유리) 아유,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아, 됐어, 다 필요 없어 아유, 안 가져, 안 가져
- (필승) 아, 잠깐, 잠깐만 - (유리) 아!
[귀신들의 놀란 신음] [유리가 털썩 쓰러진다]
[대춘의 놀란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유리의 거친 숨소리]
그만 봐
[흥미진진한 음악] [영심의 웃음]
(영심) 아, 피 나는 거 보니까 진짜 사람이네 [유리의 한숨]
그러게 왜 남의 거에 손을 대
(유리) 씨...
(필승) [힘주며] 어디서 도둑질을, 에이그, 쯧
[유리가 울먹인다] 천벌받은 거 아니야, 코피 빡으로
[봉연이 혀를 쯧쯧 찬다]
아휴
대신 이거
싫으면 말고
[필승의 웃음]
(유리) 다 큰 성인이 무슨 핑크를 좋아해? 변태야?
[봉연과 영심의 놀란 숨소리]
(영심) 아니거든? 우리 필승이 남자야, 상남자
- (영심) 우리가 다 봤거든? - (봉연) 이, 뭐래, 뭐래, 쯧
(봉연) 유리야, 이게 다 우리가 너 위해서 이러는 거야
지금 납골당 사람들 너 찾겠다고 난리다?
(영심) 그래, 다 들켜 봐
너 그 귀신들 부탁 들어주다가 49일 다 끝날걸?
[봉연과 영심의 놀란 신음]
아니지, 아니지 벌써 44일밖에 안 남았지?
아, 어떡해 [봉연의 안타까운 신음]
(유리) 누가 이 집 식구들 아니랄까 봐, 아주
집요하다, 집요해
그래, 안 그래?
(대춘) 그래, 그, 안 그래, 그래
그러게, 너, 너 자꾸 이렇게 나오면 있잖아
우리가 그...
네 딸한테 확 붙는다?
(유리) 뭐? 이 사람들이 진짜!
[방울이 딸랑딸랑 울린다]
[신비로운 효과음] [귀신들의 비명]
우리 딸한테 아주 얼씬거리기만 해, 아주!
가만 안 둬!
누구야, 뭐...
[유리의 놀란 신음] (미동댁) 가만 안 둬, 그냥! 어!
[익살스러운 음악] [미동댁의 성난 숨소리]
아, 진짜...
[콧바람을 흥 분다]
아유...
[혀를 찬다]
[봉연의 한숨]
(귀순) 이게 뭔 일이여, 쯧
(유리) [작은 소리로] 들키지 말라며, 피곤해진다며
(미동댁) 저 집한테 들켰으면 게임 끝난 거
아유, 아유!
[미동댁의 헛기침]
뭐, 어쨌든 내 말 다들 알아들었지? 응
(미자) 아, 그러니까 유리가 49일 동안 사람으로 심판을 받는다
근데 미동댁처럼 무당 같은 거니까 귀신사에 개입은 못 하고?
잘 알아들었네
(미동댁) 그러니까
쟤한테 부탁 같은 거 하지 말라고
어차피 못 해 줘
(금재) [버럭 하며] 이게 말이 돼?
왜 얘만, 왜 얘만!
나도 여기서 심판받고 올라갈래!
(귀순) [금재를 툭 밀며] 아이!
- 미동댁이 한 게 아니고 - (미동댁) 이씨
(귀순) 위에서 벌준 거라잖아 욕지거리했다고
[금재의 당황한 신음]
[발랄한 음악]
(금재) 신!
야, 이 [음 소거 효과음]
[귀신들이 웅성거린다]
내려 와, 이 새끼야!
나랑 맞짱 뜨자! 씨 [미동댁이 금재를 탁 때린다]
[금재의 아파하는 신음] [귀신들의 놀란 탄성]
(미동댁) 넌 안 먹혀!
평소 말의 반이 욕인데 그게 욕인 줄 아시겠냐?
(금재) 이씨 [금재의 힘주는 신음]
[금재의 한숨]
(유리) 아...
그, 그게 그냥 그렇게 됐어요
(금재) [한숨 쉬며] 아씨
[금재의 분한 숨소리]
[귀순의 한숨]
(귀순) 뭔 일 있었던 거여
얼매나 한 품은 욕을 올렸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
이렇게까지 하신 거 보면 뭐라도 뜻이 있기는 할 거야
- 그렇지? - (미동댁) 맞아
(미동댁) 분명 뜻이 있어
근데 매 기도를 올려도 답을 안 주시네, 뭔지
엄마한텐 가 봤냐?
아니, 뭘 가
(미동댁) 뭘 가긴, 제일 먼저 갔었어야지
네 엄마만큼 너 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냐
(미자) 왜, 엄마 놀라서 쓰러지실까 봐?
아니...
아, 우리 서우 원래대로 돌려놓고 난 다시 없어질 건데
봐서 뭐 해 괜히 희망 고문만 하는 거지
아이고, 쯧쯧
그냥 니 자리 확 찾아 버리면 안 되겄냐?
[놀라며] 그래
아, 됐어
아이, 사람이고 귀신이고 한번 욕심부리면 끝도 없어요
난 우리 서우 귀신 안 보고 잘 커 주기만 하면 다 괜찮아
[미자의 겁먹은 신음]
[팥 봉지를 탁탁 두드린다]
[옅은 한숨]
[교사2가 영어로 말한다]
[아이1과 교사2가 영어로 대화한다]
(교사3) 서우야, 이거 한번 볼까?
선생님 궁금해
악어는 무슨 스펠링 소리로 시작할까?
우리 서우 이거 알잖아
어제 엄마한테 알려 줬잖아, 그렇지?
(교사3) 서우야
[잔잔한 음악]
(교사3) 포닉스도 포닉스인데 스피킹이 전혀 안 되네요
일단 아이가 말을 전혀 안 하니까
이 정도면 명문 영유는 둘째 치고 일반 영유도 조금 힘들어요
네
(교사3) 어머니
혹시 평소에 아이랑 이야기 많이 하세요?
네?
그냥 할 말 있으면...
왜요?
(교사3) 6세 전까지는 주입식 교육보다는
엄마랑 말을 많이 주고받는 게 중요하거든요
아이가 말을 많이 할 수 있게
네
(민정) 서우야
맛있어?
응
(여자2) 우리 아들, 얼마만큼 맛있는데?
(아이2) 이따, 이따, 이따만큼 [여자2의 놀란 신음]
(여자2) 이따, 이따, 이따만큼이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거네?
(아이2) 그럼, 백 개만큼 맛있는 거야, 이게 [여자2의 놀란 숨소리]
엄마, 백 개 알아?
백 개는 엄청 큰 숫자인데
열 개보다 많아
(여자2) [놀라며] 백 개만큼?
아유, 이뻐라
엄마도 먹어 봐야지
(유리) 짠!
[유리의 웃음]
짱이지?
밥해 준다니까, 이런 거 말고
아, 이런 거라니
봐 봐, 편의점이 완전 식당이야, 언니
떡볶이, 오뎅, 족발
(유리) [놀라며] 라면에 계란도 막 풀고
음, 신기해 죽겠어
'시간 참 빨리 간다' 입에 달고 살면서도
막상 뒤돌아보면 그대로인 게 하나도 없어
뭐가 많이 변했지? 다
변해야지, 5년이 다 돼 가는데
근데 있지
나 진짜 하나도 안 서운해, 언니
(유리) 아, 오히려 고마워, 변한 것들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아, 아유
서우 새엄마
안 궁금해? 어떤 사람인지
[흥미진진한 음악]
(유리) 안 궁금해
왜?
아, 난 그게 제일 궁금할 거 같은데
[한숨]
아니까, 어떤 사람인지
알아?
좋은 사람
좋은 사람이잖아
(유리) 그렇지?
[살짝 웃는다]
어, 맞아, 좋은 사람
- (현정) 치 - 먹자, 먹자
그래, 먹자, 어? 먹어
(현정) 자... [흥미진진한 음악]
왜, 왜, 왜, 왜
어디, 왜, 추워 죽겠... 어, 왜
[헛기침] 저기...
안녕하세요
뭐 사러 오셨나 봐요 [현정의 어색한 웃음]
네
[익살스러운 음악]
[작은 소리로] 유리야, 유리야,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한숨]
또 술 떨어졌나 보네
[흥미진진한 음악]
[유리가 입소리를 카 낸다]
[민정의 개운한 신음]
(유리) 역시 우리 오민정 씨
술 좀 마실 줄 알지
[혀를 딱 튕기며] 소주파
내 스타일이야
[입소리를 쩝 낸다]
[바코드 인식음]
(종업원) 안녕히 가세요
[익살스러운 음악]
[캔 맥주를 탁 내려놓는다] [꿀꺽 삼킨다]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현정) [웃으며] 아, 예, 예, 가세요
[어색한 웃음]
테이블이 이거 하나라
(현정) 아, 그렇죠
보통 이렇게 두어 개는 갖다 놓는데, 참
친구 없으신가 봐요
그럼 보통 집에서 혼자 먹지 않나?
(민정) 이 동네 말들이 많아서
아, 신경 안 쓰는 줄 알았는데 신경 쓰여요?
아니요, 신경 안 써요, 전혀
(유리) 안 쓰이긴, 센 척은
(현정) 이 동네 엄마들 어린애 하나 가지고 이래라저래라
꼴값이에요, 진짜
흘려들어요
[살짝 웃으며] 아니요, 진짜 안 쓰인다니까요
[어색한 웃음]
그럼 다행이고요
[현정이 술을 꿀꺽꿀꺽 마신다]
서우가 그렇게 이상해요?
[의아한 신음] [캔 맥주를 탁 내려놓는다]
[차분한 음악]
하준이랑 많이 다른가 해서
[새가 지저귄다]
[강화가 숨을 후 내뱉는다]
(강화) 배가 왜, 어? 많이 아파, 서우야?
어디, 어디, 어디 아, 뭘, 뭘 잘못 먹었나?
(민정) 왜 그래요? 애 어디 아파요?
(강화) 배가 아프대, 배가, 어?
지금 어린이집이 문제가 아니라 병원
병원부터 가 봐야 될 거 같아 옷 갈아입자, 우리
(민정) 갑자기?
좀 전까지 괜찮았는데
- 서우야, 괜찮아? - (서우) 응
(민정) 배 아프다며
- 안 아파? - (서우) 응
(강화) 그렇다면 단추를 다시 채우고...
(민정) 괜찮다네요?
그, 그러니까, 아프다고 했는데
젊어서 그런가 회복력이 빠르네
(강화) 오케이
- (강화) 갈까? - (서우) 응 [긴장되는 효과음]
(강화) 그래, 가자
[강화의 힘주는 신음]
(학부모1) 어? 유민 엄마다, 유민 엄마!
- (학부모2) 어머, 안녕하세요 - (학부모1) 안녕하세요
- (학부모2) 인사해 - (학부모1) 안녕 [함께 인사를 나눈다]
[강조하는 효과음]
[신나는 음악]
[음악이 늘어지는 효과음]
(현정) 어깨 빠지겠다, 애 내려놔라
(근상) [힘겨운 목소리로] 아, 힘들어
아들, 패션의 완성은 뭐다?
(하준) 뽀다구!
(근상) 뽀다구, 폼이야, 폼
데이비드 베컴이 뭐, 축구하려고 팔 힘 키운 줄 알아?
부모 참관 수업 폼 나게 가려고 키운 거야
(현정) 말이나 못하면
(치인 엄마) 서우 아빠, 안녕하세요
- (강화) 아, 예, 안녕하세요 - (은비 엄마) 안녕하세요
(근상) 쟤...
아, 쟤가, 어, 어쩌려 그래, 쟤?
아, 안녕하세요 [학부모들이 인사한다]
(근상) 아, 민정 씨 왔어요?
- (근상) 너는 왜 왔어요? - (강화) 어?
와야죠, 다 오는데
그렇죠, 아, 농담이에요, 농담 와야지, 부모 참관 수업인데 [현정의 어색한 웃음]
아, 우리 서우 이쁘네 [근상의 웃음]
(근상) [작은 소리로] 미쳤어? 돌았냐? 왜 왔냐고
어떡하려 그래
- (근상) 가자, 가야지, 어, 늦었잖아 - (강화) 가, 가자
들어가자
하, 마주칠 텐데 저거 어쩌려 그러냐
뭘 어째
차라리 그냥 다 확 걸려 버렸으면 좋겠네
(현정) 가자
[초조한 한숨]
(주방 이모) 아따, 바빠 죽겄는데 거기서 뭐 혀?
이거 빨리 안 나를 거야?
아, 예
아, 몰라, 마주칠 일 뭐 있겠어? 여기서 안 나가면 되지
(주방 이모) 자, 이거 [유리의 놀란 신음]
촉감 놀이 방에 갖다 놓고 와
- 난 과일 준비해야 돼 - (유리) 예?
[대야를 탁 내려놓으며] 아, 아, 제가, 제가 과일 깎을게요
(주방 이모) 아, 에이, 처음 해 본 사람이 무슨 [유리의 당황한 신음]
[대야를 탁 얹으며] 이거나 갖다 놔, 빨리, 응?
아니, 저기, 그...
[신비로운 음악]
[유리의 놀란 숨소리]
(민정) 저기요 [유리의 놀란 숨소리]
(유리) 예, 예?
그거 자주 하나 봐요, 팥
(유리) 아, 예, 조금
저, 그럼
[부드러운 음악] - 난 엘사야, 부럽지? - (서우) 응
(교사4) 자, 다음은 우리 미소 해 볼까?
여기 A랑 C 사이에 어떤 아이가 살고 있을까?
(미소) 음... O!
(교사4) 음, 아닌데
- (미소 엄마) B, B - (미소 아빠) B, B, B, B
- (서우) B - (미소 엄마) B, B
- (미소) B! - (교사4) B, 정답!
(미소 엄마) B!
(근상) 알려 줬어 [미소 아빠의 웃음]
엄마가 알려 줬어, 알려 줬어 [학부모들의 웃음]
(교사4) 자, 그럼 다음은 우리 하준이 해 볼까?
(근상) 파이팅!
(교사4) 자, B랑 D 사이엔 어떤 알파벳이 와야 완성이 될까?
(근상) [작은 소리로] C, 하준아
C, 하준아, 아빠 봐 봐, C, C
(아이3) C
(근상) 이씨, 확 씨...
C, 하준아
(서우) [속삭이며] 하준아, C, C...
(근상) 하준아, C, C, C
(하준) 양파링!
[사람들의 웃음]
(교사4) 맞네, 양파링
(근상) 야, 유리는?
(강화) 몰라, 안 보여
주방에서 안 나오는 거 같아
너는, 씨
너 내가 어떻게든 짱구 굴려서 오늘 오지 말라 그랬지?
[이를 악물며] 오고 싶어 왔냐?
오고 싶어 왔겠어? 어?
(강화) '그냥 외곽 나가 놀자', '애가 아프다' 내가 다 시도해 봤지
그게 먹혔으면 지금 내가 여기 없었고
(근상) 야, 어쨌든
유리 얘도 일단은 숨어 있을 거 같으니까
아, 뭐, 잘 넘어가겠지 아, 몰라, 씨
[강화의 한숨] (민정) 뭐 해요?
- (근상) 넘어가자 - (강화) 넘어가자
- (근상) 야, 끝나고 같이 넘어가자 - (강화) 응
- (민정) 들어가요 - (근상) 어, 가야지, 들어가요 [강화가 대답한다]
(강화) 왜 이런 걸 입고 왔어?
(근상) 넘어가, 그냥 넘어가자, 가자
[시끌벅적하다]
서우야
(미소 엄마) 이쪽 말고 반대쪽에 팥 많잖아
자꾸 이쪽 거 만지면 우리 미소 뭘 갖고 노니
(현정) 서우야, 이쪽으로 와, 여기서 놀자 [미소 엄마가 미소와 놀아 준다]
서우야
(미소 엄마) 이렇게 버릇없이 굴면 안 돼
살살 가지고 놀아야지, 살살
이봐요
[익살스러운 음악] [학부모들이 웅성거린다]
(미소 엄마)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유리) 아, 팥 모자라신 거 같아서
원래 이렇게 하는 거예요, 촉감 놀이
얘들아!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유리가 아이들과 놀아 준다]
[대야를 댕그랑 내려놓으며] 아유!
저 엄마가 진짜 사람 성질 돋우네
아, 혈압 올라, 아씨
[유리의 힘겨운 신음]
주고만 올 것처럼 하더니 뭐 그리 오래 걸렸어?
- (유리) 아... - 쯧
이거 꼬치 놀이 할 거니께 한 집당 시 개씩
(유리) 어? 딸기네? [주방 이모의 힘주는 신음]
[유리의 반가운 숨소리]
우리 서우 딸기 귀신인데 엄청 좋아하겠네
[부드러운 음악]
[탄성]
(유리) 맛있어
내가 말이야, 어?
(강화) 이 딸기 구하려고 말이야, 어?
서울을 말이야, 어?
한 바퀴를 다 돌고 저기 저 요 바로 아랫동네에서 사 왔어
- 맛있지? - (유리) 응
(유리) 다 필요 없고 딸기만 당겨
딸기 킬러가 나올 건가 봐
- (강화) 뭐? 딸킬? - (유리) 응
안 되겠다
아무래도 나 의사 때려치우고 딸기 농장 차려야겠어, 응
안 돼
응, 알았어 딸기는 그냥 사서 먹는 걸로, 응
(유리) 오, 그렇지, 그렇지, 서우 딸기
어? 아, 그거 말고 서우 딸기
어? 아, 우리 서우 딸기 좋아하는데
아, 애 취향 진짜 모르네
[유리의 탄식]
우리 서우 딸기 좋아하는데, 그렇지?
(교사4) 자, 햇살반!
(함께) 네, 네, 선생님!
(교사4) 자, 지금부터 나눠 주는 과일로
엄마랑 아빠랑 같이 과일꼬치 만드는 거예요
(사람들) 네, 네, 선생님!
- (유리) 자, 맛있게 만들어요 - (학부모3) 감사합니다 [아이4가 대답한다]
딸기는 됐어요, 안 주셔도 돼요
(유리) 아... 예
어, 근데 이거 되게 맛있는 딸기인데 안 시고
(민정) 괜찮아요, 주지 마세요
[유리의 멋쩍은 웃음]
어, 근데 애가 진짜 좋아할 건데
(교사4) 어, 선생님, 서우 딸기 안 돼요
서우 딸기 알레르기 있어서 먹으면 안 돼요
아, 알, 알레르기?
[유리의 놀란 숨소리]
(유리) 아유, 죄, 죄송해요, 아, 몰랐어요
죄송해요
[무거운 음악]
[서우의 비명]
[저마다 놀란다]
(유리) 서우야, 아, 서우야!
어, 괜찮아? 아, 어떡해, 아프지?
아, 괜찮아, 서우야?
아, 아프지? 어떡해
아, 괜찮아?
[유리가 입바람을 후후 분다]
[유리의 당황한 숨소리]
[유리의 당황한 숨소리]
아...
[옅은 한숨]
[한숨]
[유리의 한숨]
(현정) 괜찮아?
네가 애 알레르기까지 어떻게 다 알아
그럴 수 있어
낳고 키운 나도 우리 하준이 알레르기 다 몰라
- 들킨 거 같지? - (현정) 어?
아, 나 차유리인 거
(유리) 아, 이 정도면 빼박으로 들킨 거 같은데
어떡해, 언니?
아, 가뜩이나 아슬아슬했는데
아, 왜 거기서 나대, 나대긴
아, 진짜...
[유리의 한숨] 그게 더 걱정돼?
[유리의 답답한 한숨] 너도 참
[의미심장한 음악]
당연하지, 들키면 안 돼
왜, 어차피 말해야 하잖아
이대로 계속 주방 이모로 영영 남을 거야?
너 서우 안 키울 거야?
(유리) 어
뭐? 왜?
아, 그, 그게...
[떨리는 숨소리]
[떨리는 목소리로] 언니만 알고 있어
[신비로운 음악]
- 그게... - (현정) 그게
시, 실은...
내, 내가
(유리) 귀, 귀, 귀, 귀, 귀, 귀...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놀란 숨소리]
(간호사1) 오늘부터 우리 부인과에서 같이 일하게 될 오민정 씨예요
(민정) 지난주에 발령받고 오늘 첫 출근 했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 (간호사2) 반가워요 - (간호사3) 반가워요, 민정 씨
[레지던트의 거친 숨소리]
(레지던트) 6번 수술실 부인과 콜요 임산부인데 응급이에요
(간호사4) 교통사고 산모인데 다행히 태아는 정상으로 호흡 열렸어요
[심전도계 작동음] (간호사1) 신생아실 체크해서 올려 줘요, 언니
(민정) 어
[민정이 거친 숨을 내쉰다]
[심전도계가 삐 울린다]
[차분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유리가 흐느낀다]
(민정) 우연은 언제나 내가 알아채지 못하는 순간
이미 몸집을 불리고 있었다
[감성적인 음악]
(민정) 오빠가 나 때렸어요? [강화의 놀란 탄성]
(강화) 나?
(근상) 그게 뭐야, 그게, 얼굴이
대체 어젯밤에 뭔 일 있었냐고!
(대춘) 왜, 유리 혼자만 사람이 된다는 게 말이 돼?
(유리) 나 내 자리 못 찾아
그만!
(현정) 서우 진짜 안 키우고 싶어?
너 강화랑 거리 두는 거 민정 씨 때문이잖아
(귀순) 생각보다 잘 못 살고 있을 수도 있다고
(민정) 머리부터 발끝까지 닮아도 너무 닮았죠?
(간호사1) 이혼한다고?
(민정) 그쪽이 서우 엄마 해요
.하이바이, 마마↲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