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니스 4
[무거운 음악]
상희야
(이현) 오주형 씨를 아내 박민지 씨의 살해 혐의로
긴급 체포 합니다
[이현이 수갑을 드르르 채운다]
잠깐 얘기 좀 할게요
(정국) 천천히 얘기해
넌 어떻게 마누라를 죽이냐, 어?
관상은 과학이야
[문이 탁 여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수사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혼할 거라 해서 믿었는데
결국 이렇게 됐네요
경찰서까지 동행하시죠 참고인으로
그때 상황 증언해 주시면 됩니다
나중에요, 지금은
지금은 좀 힘드네요
(상희) 전 제 물건들 좀 챙겨서 나갈게요
그러시죠
[이현이 서류를 부스럭 집는다]
[문이 탁 여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어, 봄아
(이현) 너 지금 어디야?
나 안에 갇혔어
(새봄) 들어온다고 또 억지로 싸우지 말고
혹시나 엄마한테 전화 오면 나 괜찮다고 해
지금 무슨 소리야? 너 어디 갇혔는데?
아파트는
내가 지키고 있을게 [엘리베이터 도착음]
(이현) 아니, 봄아
정확하게 얘기해 봐, 지금 무슨…
(주형) 아이씨
[감성적인 음악]
(이현) 아니 확실해지면 말하려고 했는…
나 혼자 남은 줄 알았어
[자동문 스위치 조작음]
(이현) 저, 새봄아 나 지금 저거 잡아야 되는데
괜찮아, 아무도 못 나가거든
[초인종이 울린다]
[도어 록 작동음]
(서윤) 누구세요?
(정국) 어, 어, 떡 주문했지?
어, 맛있게 먹고 또 주문해라, 응
[정국의 웃음]
(서윤) 아저씨도 경찰이에요?
어떻게 알았어?
(정국) 아, 이거 봤구나
[웃음]
아저씨 수상한 사람 아니라 저기 앞집 아저씨 친구야
(서윤) 아, 투잡?
근데 총은 왜 가져왔어요?
어, 여기 아파트에 나쁜 사람 살아서 잡아가려고
(정국) 이 사람들이 이게 총을 봐야 [정국이 총을 탁탁 친다]
경찰인 줄 알거든
(서윤) 가까이서 봐도 돼요?
(정국) 어, 안 돼, 안 돼, 안 돼 위험해, 어?
저기, 사실 아저씨도 실전에서 한 번도 안 쏴 봤어
그냥 가지고 다니는 거야
폼 나잖아, 그렇지?
[정국의 웃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학제) 나 왔어
아, 죽었냐?
사람이 들어오는데 쳐다보지도 않고, 으이그
아, 야, 햄, 햄버거
(성실) 응? 아이고
아이고, 먹을 거라니까 발딱 일어나네
- (학제) 으이그, 으이그, 참 - 아유, 고맙수
햄버거라며?
아, 그, 똑같은 빵인데 뭐가 문제냐?
(학제) 야, 먹기 싫으면 그만둬
(성실) 아유, 아유, 아유, 여보 안 먹겠다는 게 아니고
- (학제) 아니, 또 텄냐? - (성실) 아니야
(학제) 아이고, 그
나이 들면 뭐 좀 발라
아니야, 이거 튼 거 아니고
어제 넘어지면서 조금 삐끗했어
(학제) 아이, 엄살은
(성실) 여보
사람이 아프다 그러면 좀 무슨 일인지 궁금하지도 않우?
아유, 뭔 일 있었어?
응, 어제 6층에서 말이야
그… [문이 탁 열린다]
(동현) 엄마! 나 미팅 있는데 왜 안 깨웠어?
(학제) 아, 야, 너 약속 있는 걸 우리가 어떻게 알아?
아, 우리가 텔레파시냐?
(성실) 동현아 이 샌드위치 먹을래?
두 분이 많이 잡숫고 오래오래 사세요
(성실) 아, 얘, 이거… [학제의 못마땅한 소리]
[도어 록 작동음] 아유, 저런 버르장머리…
아유, 아이고, 참, 에이 [문이 탁 닫힌다]
아이고, 이…
구독자가 천 명이 넘었어
이대로 가면 분명히 수익이 난다니까
아니, 초기 비용만 대면 된다니까 그러네
너 나 못 믿냐, 인마?
알았어, 알았어, 금방 갈게 알았어, 어
[차 문이 탁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자동차 시동음]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 (남자1) 아, 아저씨 - (동현) 뭐야? [자동차 경적]
[기어 조작음]
(동현) 아, 정말 진짜… [차 문이 탁 열린다]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자동차 경적]
[사람들이 저마다 통화한다]
아, 뭐야, 진짜 바빠 죽겠는데, 진짜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자동차 경적이 요란하다]
(세규) 작은방도 제법 크다, 어? [문희가 호응한다]
아하
[중장비 기계음이 들린다]
[세규의 힘주는 소리]
이야, 날씨 좋다
(앤드류) 실내 금연인데요
(세규) 야, 이거 전자 담배야
[짜증 섞인 숨소리]
[공사장 작업 소리]
[한숨]
됐냐? 됐어? 만족해?
쳇
하, 저게
여보, 쟤 좀 안 쓰면 안 돼?
애가 이상하잖아
(문희) 참아, 좀, 응?
[문희의 가쁜 숨소리]
최저 임금도 안 받는 보물 같은 애야, 쟤가, 참
(세규) 참
아, 이름도 이상하잖아
앤드류?
뭐야, 초능력 소년이야?
(문희) 아유, 진짜, 아유, 정말
[중장비 기계음]
[사이렌 소리]
(소윤) 아침부터 계속 저러네
불난 거 아니야?
(해성) 불났으면 벌써 알았지
[옅은 한숨]
내가 불나 봐서 아는데 냄새 안 나면 몰라
집에 불이 났었어?
어
밖에서 막 계속 사이렌 소리 들리지
큰길에는 소방차들 줄 서 있지
(소윤) 어디서 불났나 찾아 보려고
막 창문 열고 두리번거리는데
맞은편 아파트에서 나한테 막 소리를 지르는 거야
뭐라고?
'아가씨, 아가씨, 나와! 아가씨 아파트에 불났어!'
(소윤) 우리 집 아파트 맨 꼭대기 층에서 불난 거였어
[소윤이 그릇을 달그락거린다] 밖에서 보면 뻔해 보여도 안에 있으면 모른다니까
(해성) 설마, 아이씨
[휴대전화 벨 소리]
네, 국해성 변호사입니다
(주형) 네, 안녕하세요 저, 앞집인데요, 601호
[사이렌 소리] 예, 저, 급하게 상담이 좀 제가 필요해서요
(해성) 아, 예, 안녕하세요 예, 아, 저, 참, 그
사모님 문제로 걱정이 많으시죠
제가 지금 집인데 혹시 댁이신가요?
제가 어떻게 그리로 좀 이동을 할까요?
(주형) 아, 아니요, 아니요 저, 제가 지금, 아, 밖이거든요
아, 그러시구나, 예, 예 그러면, 네, 좀 말씀을 해 보세요
무슨 일이시죠? 예
(주형) 그, 경찰이 저를 긴급 체포 했는데
영장 없는 체포 이런 거 불법 맞죠?
[아파하는 신음]
(해성) 혐의가 뭡니까?
(이현) 살인이요
[통화 종료음]
체포를 피해 도주하신 거 맞죠?
(주형) 저, 저, 도와주세요 살려 주세요!
저 101동 살거든요
저 의사예요, 전문의예요, 예?
(이현) 예, 경찰입니다 예, 가던 길 가세요
아가씨, 아니, 아줌마인가 여하튼 당신 남편 맞지?
내가 당신들 인권위에 고발할 거야
뭐 해? 표 안 나게 좀 때려
그냥 가시죠
신발 신으시고
[주형이 신발을 쓱쓱 신는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남자2) 군인들 지금 있는 거 같은데, 밖에
[무거운 음악]
[자판 두드리는 소리]
(수민) 진짜 실망이다, 진짜, 쯧
야, 너 하나뿐인 오빠한테
1억 5천을 못 해 줘?
나 돈 없어
(수민) 네가 왜 돈이 없어?
너 여기 분양 가격 알잖아
[중장비 기계음이 들린다] 야, 너 로또 된 거야
밖에 무슨 공사 해?
아니면 그냥 같이 살래?
(수민) 이런 데서 우리 애들 공부하면
얼마나 좋겠냐, 어?
야, 방도 많은데 조카들 방 하나씩 주고
야, 그리고 솔직히 너도 혼자 살면 외롭잖아
너 그, 고독사라고 들어 봤지?
어, 그래서 나 신문 보잖아
(현경) 죽으면 남들 다 알라고
(수민) 야, 솔직히 아버지 보증금으로
여기 살았던 거 아니야?
그 덕에 너 분양도 받은 거고
오빠는 유산 받았잖아 현금이랑 땅으로!
오빠는 10년 전에 받았잖아
[안내 방송 알림음] (수민) 응? 인플레이션 몰라 인플레이션?
(현경) 조용히 해 봐
(안내 방송 속 연옥) 101동 입주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1202호 동 대표입니다
아파트 주변 소음으로 인해 혼란스러우시리라 생각합니다
현재 아파트 전체가 외부와 격리된 상태로
(현경) 뭐?
(안내 방송 속 연옥) 광인병 감염 관련해서
정부 당국에서 전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
오후 5시에 지하 헬스장에서 입주민 회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TV 전원음] 정부에서 광인병의 존재를 공식 인정 한 가운데
[안내 방송이 계속된다] 요양 병원 세 곳 노숙자 시설 두 곳에 이어
(TV 속 앵커1) 세양시의 아파트 단지 한 곳도
광인병 감염으로 인해 코호트 격리 됐다고 밝혔습니다
야, 너 들어올 때도 저랬어? [TV 속 뉴스가 계속된다]
응, 나는 그냥 공사하는 줄 알았지
[답답한 숨소리] (TV 속 앵커1) 정부에서는 추가적인 감염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히며
[사이렌 소리] 정확한 진단 검사와 대책 수립으로
감염이 확산되는 것만은 반드시 막아 내겠다고 말했습니다
[한숨] (수민) 난 나갈 수 있겠지
이야, 좋다
[소란스럽다] [카메라 셔터음]
(학생) 엄마 안에 있어요
(은지) 잠깐만 들어갔다 올게요, 예?
- (군인) 안 됩니다 - (은지) 애가 혼자 있어서…
[서윤의 한숨]
[새봄의 한숨]
엄마도 걱정 많으실 텐데
(새봄) 금방 연락 오실 테니까… [휴대전화 진동음]
(서윤) 엄마
[카메라 셔터음] (은지) 어, 서윤아, 괜찮아? 안에 별일 없어?
어, 앞집 언니네 와 있어
(은지) 엄마 지금 아파트 앞이야
엄마가 어떻게든 들어갈 테니까 조금만 참아, 어?
나가는 건 못 나가게 해도 들어가는 게 뭐 문제겠어?
알았어
(은지) 언니 옆에 있으면 좀 바꿔 줄래?
여보세요
(은지) 아가씨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도어 록 작동음] 정말 고마워요
[카메라 셔터음] [시끌벅적하다]
제가 금방 들어갈 테니까
우리 서윤이 좀 조금만 더 봐 주세요
너무 걱정 마세요
저도 서윤이랑 있는 거 재미있고 좋아요
(은지) 서윤이
심장이 안 좋아요
승모 판막 폐쇄 부전증이에요
심장에 피가 고여요
(은지) 격렬한 운동은 절대로 안 되고
피 흘리는 거 절대로 안 돼요
(은지) 저번에도 손톱 조금 다쳤다고
병원에 입원해서 항생제 맞았어요
제가 잘 지켜볼게요
그거 몇 푼 벌겠다고 애 옆에 있어 주지도 못하고
아까 전에 전화 왔는데 못 받았어요
저도 서윤이 내보낼 방법 있는지 한번 알아볼게요
[차분한 음악]
정말 감사합니다
(인터폰 속 새봄) 아유 어머님 잘못 아니에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계세요 제가 잘 보살필 테니까
예
[다급한 숨소리]
[월 패드 조작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서윤) 엄마, 떡 내가 먹어도 돼?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어, 엄마
(복남) 너 괜찮다더니 어떻게 된 거야?
봉쇄된 거 너희 아파트 맞지?
아, 그거 감염 관리한다고 선제 대응 하는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감염자들 많다니까 집에만 있어
괜히 나서지 말고
나도 그러고 싶은데
다들 가만있으면 안 되잖아
- (복남) 뭐? - 나 지금 바빠, 나중에 전화할게
[통화 종료음]
[통화 연결음]
중령님?
잠깐 보시죠
언제긴요, 최대한 빨리요
[주형의 한숨]
박민지 씨 약 먹던 거 알고 있죠?
그쪽도 그 약 먹었어요?
민지
약 때문에 그런 거예요?
어차피 뭐, 도망 못 가시니까 여기서 숨만 쉬고 계세요
(이현) 아, 뭐
변호사 상담 받고 싶으면 그렇게 하시고
[문이 쾅 닫힌다]
저도요? 전 여기 주민도 아니잖아요
아무도 못 나가고 아무도 못 들어옵니다
경찰이시잖아요, 어떻게 안 돼요?
저도 못 나가는데요
(이현) 이따 입주민 회의 있다니까
- 같이 내려가시죠 - (상희) 아, 싫어요
이 집 일 소문 다 났을 텐데
사람들이 저보고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그럼 여기 지금 오주형 씨하고 같이 계실 겁니까?
[한숨]
[한숨]
(이현) 잠시만요
아, 또 왜, 왜, 왜, 왜, 왜?
[한숨]
[이현이 수갑을 잘그락 꺼낸다]
우상희 씨가 걱정이 돼서요
[수갑을 드르르 채운다] (이현) 이따가 풀어 드릴 테니까 한숨 주무세요
아,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왜, 나한테 진짜 도대체 왜 이러는데!
그럼 화장실은? 화장실…
그냥 방에 싸요?
(이현) 흘리지 마세요
[문이 쾅 닫힌다] 아이씨!
[주형이 소리친다]
(주형) 진짜
진짜 안 가?
너무 가고 싶지 근데 나 예민한 거 너도 잘 알잖아
광인병 도는 이런 때 사람 많은 데 가면
아, 내가, 쩝 100%를 발휘할 수가 없어
그럼 난? 난 뭐, 겁 안 나는 줄 알아?
그래서 내가 너만 믿고 살잖냐
(해성) 오늘 같은 날 의뢰인들이 줄을 선다고
법적인 문제 생길 가능성이 아주 높은 봉쇄라고요
알았다고요, 영업 잘하고 올게
- (해성) 소윤아 - 응?
파이팅
[살짝 웃는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안녕하세요
앞집 아저씨 체포했다고 들었는데
지금 어디에 계세요?
[한숨]
집에 있습니다
(이현) 아파트 봉쇄 때문에요
수갑은 채워 놨으니까 상담하실 거면 가 보시라고 하세요
(소윤) 살인
증거는 있는 건가요?
그것도 오주형 씨한테 직접 물어보시죠
(이현) 근데 제가 두 분이라면
변호 안 맡을 겁니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르 열린다]
(주형) 상희야 [무거운 음악]
상희야, 너 밖에 있지?
상희야 나랑 제발 얘기 좀 하자, 어?
우리 운명 공동체잖아, 야!
아니
야, 너 혼자 잘 살 수 있을 거 같아?
너 불륜녀로 소문 다 나고
여기 갇혀서 나가지도 못해
너 돈은 돈대로 없지 병원은 잘리겠지
(주형) 너 이해해 줄 사람 진짜로
나밖에 없어, 상희야
나 알잖아, 어?
상희야, 내가 돈 줄게, 어?
상희야!
얼마나 줄 건데?
(소윤) 안녕하세요
602호 국해성 변호사 와이프예요
법률적 문제가 있으신 분은 이리로 연락 주세요
(정국) 약 같은 건 전혀 모른대
자긴 뭐, 스테로이드 같은 건 안 한다고
나한테 막 화내던데
[물 따르는 소리]
[한숨]
저희 동만 모인 건가요?
(현경) 아, 1, 2호 라인만요 다 따로 모이나 봐요
[무거운 음악]
존경하는 세양숲 르시엘 입주민 여러분
아파트 단지 내부의 추가적인 감염 위험 때문에
(지수) 일주일간 단지 전체를
코호트 격리 하게 되었습니다
(수민) 저, 저, 저, 저 아가씨, 아, 아가씨 [현경의 의아한 탄성]
그, 난 여기 살지도 않는데 갇혀야 돼요?
(지수) 감염자 관리 및 전수 조사가 가능할 때까지
외부에 나가지 못해 발생하는 모든 피해는 보상하겠습니다
(수민)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지수) 식사를 비롯한 모든 점들에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할 테니
잠시만 참아 주시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입주민들께서 논의 후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소윤의 의아한 탄성]
[저마다 의아해한다] (수민) 이렇게 끝나면 안 되지
[TV 전원음] 저, 저, 저기, 저기요, 저…
[사람들이 저마다 말한다]
저, 저, 아가씨, 아니…
(연옥) 다들 많이 놀라셨겠지만
우리 세양숲 르시엘 주민들이라면
차분하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말한다]
자, 자, 다들 한꺼번에 말씀하시면 잘 안 들립니다
차례로 말씀하실 기회를 제가 드릴게요
어제 감염자 나왔다고들 이래?
(학제) 아이, 그럼 접촉자 중심으로 막아야지
난 그 사람 본 적도 없어
(소윤) 어, 어제 302호 할머니
601호 아주머니랑 부딪혀서 넘어지셨는데
얘기 못 들으셨어요?
진짜?
(연옥) 가족 간 대화가 부족하신가 보다
(현경) 아, 저, 근데 그게 옮는 병이면은
이렇게 모여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연옥) 방송 보셨죠?
공기 중 전파는 안 되니까 걱정 마세요
(현경) 그걸 어떻게 믿어
(수민) 근데요, 만약에
이 중에 감염자 있다가 갑자기 물겠다고 덤비면요?
이 좁은 데 모여 있으니까
[탁자를 탁 치며] 서로 다 물어뜯고 죽이고 맛보고 [현경이 짜증 낸다]
(연옥) 솔직히 우리 동 주민들 중에
감염자가 더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아요
다들 교양 있는 분들인데요
다행히 여기 형사님도 와 계시고요
형사님
(정국) 나 보지 마, 나 숨 막혀 네가 나가
[이현의 헛기침]
발병 전에 보이는 특징적 행동이 있습니다
심하게 갈증을 느끼고
(이현) 검은자위가 작아져서 눈이 하얗게 보입니다
(현경) 예?
빈 공간에 혼자 있으면 벽을 두드린다든지 하는
뭐, 그런 강박적 행동을 하기도 하고요
(이현) 가급적이면 사람을 만날 땐 2인 이상
항상 문을 열어 두신 채 접촉하시고
[무거운 음악]
의심쩍은 행동을 한다면 그 즉시 주위에 도움을 청하세요
(현경) 아, 저는 혼자 사는데 어떻게 2인 1조로 다녀요?
(이현) 일주일입니다
딱 일주일만
참으면 됩니다
[덜컹]
(새봄) 애들 학교 갔을 때 봉쇄하고
하교 차량도 밖에서 잡던데요
어린애들 없이 봉쇄 원했던 거 맞죠?
그쪽이 모양새가 더 좋으니까요
등교 안 한 애가 있어요
나가게 해 줘요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죠?
박서윤
(태석) 그 집 부모 검사 중입니다
둘 다 감염 가능성이 높습니다
확실해요?
택배 일이 힘드니까
각성 효과를 바라고 약을 먹은 거겠죠
(태석) '사랑한다, 보고 싶다' 애한테 전화해서 그러죠?
다 소용없어요
사람이 다급해지면 어떻게 돌변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중령님
비관적인 가족관 얘기는 맞선 보러 가서나 하시고요
어쩌라고요?
서윤이가 여기서
좋은 보호자와 함께 있는 게 더 낫다는 겁니다
(태석) 밖은 지금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수민) 저, 경찰 아저씨
밖의 담벼락
그, 잘하면 넘어가겠던데요?
씁, 만일에 그거 넘으면은 처벌받아요?
뭐, 그것보다 밖에 있는 기자들이 펄쩍 뛰고 좋아하겠죠?
잘하면 9시 뉴스에도 나오시겠네
- (수민) 아 - (학제) 밥은?
(학제) 아, 저 각자 알아서 먹어요?
(연옥) 내일 아침부터 도시락 드릴 겁니다
오늘 저녁 드실 거 있으시죠?
(학제) 아, 그…
(소윤) 근데 관리 사무소 사람들은 어디 있어요?
아파트를 아침 9시 반에 봉쇄했는데
그때까지 출근한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연옥) 당직 근무자는 지금 다른 동 회의에 갔고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죠
(학제) 아, 뭐, 뭐, 뭐요?
아니, 그럼
그, 딴 동은 우리 빼고 회의를 해?
우리 동에서 첫 감염자가 나와서 무섭답니다 [문이 탁 열린다]
(연옥) 자신들의 책무를 저버린 행동이죠
(소윤) 그럼 여기에는 [문이 탁 닫힌다]
관리 사무소 분들은 아무도 안 계신 거예요?
(연옥) 음
네, 안 계시네요
절대 묵과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새봄) 밖에 계시는데요?
[한숨]
저는 남편과 함께 미국 살다가
K 방역에 반해서 귀국했거든요
(새봄) 저기요, 동 대표님
밖에 계신다고요 관리 사무소 사람
이번 일뿐만 아니라 아파트 내 비리가 많아요
(연옥) 엘리베이터 설치 검사 떨어져서
몰래 수리했던 거 아세요?
재활용 쓰레기는 일주일에 한 번만 수거하지
단지 내 가로수 정비한다고 또 돈 쓰는 거 아세요?
절 믿고 따라 주시면
제가 입주자 대표가 돼서
아파트 내 이런 부조리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겠습니다
[현경의 코웃음]
(새봄) 그럼 임대 층도 헬스장 쓰게 해 주세요
저희 남편
(연옥) 미국 켄터키에서 신학 대학을 나왔습니다 [정국이 만류한다]
(새봄) 내 말…
아파트 봉쇄로 인해서
예배는 어쩌나 고민하시는 분들 계시죠?
(우창) 할렐루야
하나님께선 늘 여러분 곁에 계십니다
(연옥) 아멘
(우창) 성도분들께선 저에게 오시지요
(소윤) 봉쇄 때 피해 금액 산정 어려우신 분들
법률적 조언이 필요하신 분들은 저한테 말씀해 주세요
퀄리티 있는 법률 서비스로 보답해 드리겠습니다
602호로 와 주세요 [현경의 짜증 섞인 숨소리]
(수민) 야, 야
(현경) 빨리 와
아, 짜증 나
[문이 덜컹 열린다]
[연옥과 이현의 한숨]
(연옥) 그쪽도 경찰 비슷한 거라고 들었는데
아파트 내 질서 유지에 협조해 주셔야죠
분야가 아예 달라서요
테러 진압밖에 배운 게 없네요
(이현) 협조 필요하시면 저한테 말씀하시죠
[한숨]
(정국) 월급이 더 나오냐고?
아닐걸
야, 그래도 진급엔 도움이 되겠지
아유, 내가 뭘 알고 들어왔나
나도 빨리 집에 가서 배달하고 싶어
(승범) 저기 무슨 일이신데요, 예?
아, 말씀을 하셔야 저도 이렇게 말씀을 드리죠
[새봄이 문을 철컥 잠근다] 아, 문은 왜…
(이현) 뭐 하나 좀 물어봅시다
이 사람이랑 친해요?
주헌 씨요?
(승범) 아니요, 저는 격일 근무라 얼굴 본 적도 몇 번 없는데
아, 그리고 며칠 전부터 이 사람 출근도 안 해 가지고
제가 계속 나왔어요
[승범이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이현) 아니, 물을 너무 많이 드시네
뭐, 목이 자꾸 말라요?
원래 많이 마셔요, 원래
여기 한번 열어 볼래요?
(새봄) 아, 경특
(승범) 응, 네
보세요, 네
같이 일한 분이 여기서 약을 팔았거든요 [새봄이 가방 지퍼를 직 연다]
(이현) 정부에서는 그 약이
광인병 유발에 영향을 끼친다고 봅니다
증상은 아시죠?
심한 목마름
환각
솔직히 말해 봐요, 약 먹었어요?
아니요, 전 진짜 보충제 말고는 안 먹었어요
가져간 사람들은 알죠?
(새봄) 지금 말 안 하면 판매 혐의까지 받으실 수 있습니다
아, 전 진짜 모른다니까요
(이현) 이게 지금 숨긴다고 될 일이 아니에요
당신들 때문에 아파트 전체가 봉쇄됐어요
- (이현) 그건 알아요? - 아니라니까!
[무거운 음악]
(승범) 흠, 아니, 두 분이 절 계속 나쁜 놈으로 모니까
예, 저는 정말 그런 약을 안 먹었거든요
[한숨] [이현이 가방 지퍼를 직 연다]
[승범의 멋쩍은 숨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이현의 한숨]
(세규) 저기, 이번 주에 청소 예약이 쭉 밀려 있거든요
어떻게 해결 방법이 좀 없을까요?
(정국) 저, 사장님
저도 여기 갑자기 들어왔다가 못 나가고 있거든요
피해 금액은 전액 보상해 준다니까 조금만 기다려 보시죠
[문희의 안도하는 숨소리]
(새봄) 두 분 주무실 데는 있으신 거예요?
(세규) 아니요, 없어요
아, 저기 우리는 집에 애도 있는데
[문희의 한숨] (새봄) 애가 몇 살인데요?
고1이요
고1
(새봄) 씁, 저기 청소하시는 집에 주무실 수 있게
제가 어떻게 알아볼게요
[문희의 웃음] (이현) 근데 저분은, 뭐 동행입니까?
(세규) 아, 저기 그, 우리 직원인데요, 저…
(이현)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앤드류) 아, 저 앤드류요
예?
(문희) 저기, 잠시만요
[작은 목소리로] 저, 쟤가 좀 바보인데 그래도 착해요
어릴 때 얼굴을 다쳐서 흉터가 심하대요
밖에 못 나오고 집에만 있다가
요즘엔 마스크 써도 이상하게 안 보니까
용기 내서 일 시작한 애예요
(이현) 알겠습니다
신분증 가지고 계시죠, 다들?
(문희) 아, 예, 예
(이현) 네, 좀 주실래요?
안에 있는 사람들 명단이 필요하다 그래서
(문희) 예
(앤드류) 아, 제가 지웠어요
(이현) 안국진
[카메라 셔터음] 아, 근데 이름을 왜 '앤드류'라고 했어요?
[카메라 셔터음] (앤드류) 그…
초능력이 있으면 좋겠어서요
옛날에 그런 드라마가 있었거든요 [카메라 셔터음]
(승범) 아니, 아니
[통화 종료음] (이현) 어디에 전화하셨길래 그렇게 급히 끊으십니까?
저, 그냥 친구한테요
- (이현) 묶어 놓을까? - (새봄) 아직 모르잖아
묶진 않을 테니까 여기 계세요, 예?
(이현) 김승범 씨
밖에 나와 있다 걸리면
그땐 진짜 감염자라고 판단합니다
(새봄) 아, 물은
[힘주는 탄성]
아침까지 참아 보는 거로
[흥미진진한 음악]
[새봄의 힘주는 숨소리] 깨어 있으면 목마르니까 핸드폰 하지 말고 얼른 자요
야, 그래도 임대는 헬스장 출입 막아서 다행이야
감염 용의자가 줄었잖아
너 진짜
형사구나
[감탄] [스위치를 탁 누른다]
(이현) 그럼
(세훈) 헬스클럽 몇 번 가긴 했는데
그거 말고는 늘 집에 있었어요
봉쇄 끝날 때까지 여기서 안 나갈 거니까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그거 말고 다른 거요
아래층에 사람들이 필요한 게 있어서 그래요
이불이요
군용 담요 있죠?
티셔츠 내일 가져올 수 있는데
[인터폰 종료음]
[발소리가 들린다]
[도어 록 작동음]
고맙습니다
[문이 탁 열린다]
[한숨]
[아파하는 신음]
[수갑을 잘그락 푼다] 나 아래층 사는 거 기억하죠?
그, 괜히 층간 소음 일으키고 그러면 진짜 가만 안 둡니다
가만 안 두면 어쩔 건데요?
아저씨
아저씨 도주하다 죽었다고 해도 뭐라 할 사람 없어요
뭐라 그럴 사람 많아요
지금 이것도 불법 감금이고
뭐, 그것보다 헬스장 출입 명부에 이름이 없던데
평소에 따로 운동 안 하세요?
[코웃음 치며] 숨쉬기요
뭐, 가끔 필드 나가고
헬스장 거기는 와이프가 다녔었는데
(주형) 그, 광인병
헬스장에서 퍼진 거예요?
그, 자꾸 쓸데없이 머리 굴리지 말고
(이현) 그럴 시간 있으면 본인 살인이나 뉘우치세요
적어도 당신이 인간이면
우상희 씨
5층에 갈아입을 옷하고 잠자리 준비했으니까
같이 내려가시죠
그냥 여기 있을래요
(상희) 제가 화가 나서 거짓 증언을 했어요
사실 저 그날 일 본 적도 없고 들은 것도 없거든요 [무거운 음악]
죄송해요, 형사님
(주형) 여기 상희 씨가 그쪽 꾐에 빠져서
내가 진짜로 뭘 한 줄 알았다는 거 아니야
민지 죽은 거
사고였다고 내가 잘 설명을 했어요
[헛기침]
[한숨]
[도어 록 작동음]
[한숨] [도어 록 작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왜요?
302호에서 아파트 내부 상황 방송하고 있습니다
(태석) 당장 중지시키세요
안 그러면 방송, 인터넷 다 끊을 겁니다
[통화 종료음]
[TV 소리]
(학제) 야, 야 너, 너 잠깐만 좀 일어나 봐
아니, 왜?
어제 너
감염자 만났냐?
[살짝 웃는다]
그걸 이제 알았수?
아, 긁혔어?
아니야, 그런 거
(학제) 으이그 아니긴 뭐가 아니야
[성실의 아파하는 신음]
아이고, 참, 아이고, 왜 이래?
(성실) 아니라고 했잖아
아유, 약 한 번도 안 사 줘 놓고선, 뭐
[학제의 웃음]
(학제) 아니, 별것도 아닌데 이런 걸로 누워 있냐?
[학제의 웃음]
아, 소주나 한잔해 술 먹으면 하나도 안 아파
아이고
[초인종이 울린다]
(학제) 뭐예요?
(새봄) 아드님 집에 있나요?
(학제) 아까 나가는 거 같던데
어디 갔는지 아세요?
(학제) 뭐, 아파트 안에 있겠죠 암튼 여긴 없어요
[월 패드 조작음]
어디 있는지 알겠어
(영상 속 동현)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잖아요
오늘 주식 얘기 1도 없다고, 예?
오늘 주작 없는 콘텐츠
아이고, 기로 님, 반갑습니다
우리 큰손 기로 님, 반가워요
(동현) 자, 여러분들
여기가 어디냐, 응?
여기가 첫 감염자가 나왔던 곳입니다, 예?
지금도 가족들이 살고 있다고 하는데
제가 만나서 얘기를 나눠 보려고 합니다
[긴장한 숨소리]
벨을 한번 눌러 볼까요, 예?
[경쾌한 알림음]
누를까, 말까?
누를까, 말까?
[웃음] [다가오는 발소리]
누를까요, 말까요?
[경쾌한 알림음] 눌, 말, 눌, 말, 눌…
어, 깜짝아
(새봄) 내가 얘 때릴까요 말까요? [경쾌한 알림음]
때릴까, 말까 때릴까, 말까? [동현의 한숨]
(동현) 터진다 터진다, 터진다
[동현의 아쉬운 탄성] (이현) 자, 끕니다 씻고들 주무세요
아, 뭐야, 어떻게 꺼, 이거
(동현) 방종 [경쾌한 알림음]
(새봄) 아, 뭐야, 이게? [동현이 살짝 웃는다]
(동현) 감사합니다
[동현의 웃음] (새봄) 감사할 일인 거야, 지금?
- (동현) ♪ 50만 원 터졌다 ♪ - (새봄) 미쳐 버리겠네, 진짜
[동현의 기분 좋은 웃음] [새봄의 한숨]
- (새봄) 아이씨 - (이현) 왜 그걸 왜 그랬어?
(새봄) 아저씨, 일로 와 봐
아유, 오늘 하루도 진짜 길다, 길어 [이현의 한숨]
[문이 탁 닫힌다] 그러게
위층 피부과 실장은?
오주형한테 넘어갔어 그냥 거기 있겠대
(새봄) 응
씁, 야, 그냥 가서 다시 설득해 볼까?
아, 됐어, 다 큰 어른인데 알아서 살아야지
야, 설마 오주형이 이럴 때 일 저지르겠냐?
그냥 가끔 괜찮은지 확인이나 하자
아, 피곤해, 피곤해
그러자
아, 그럼 우리 잠자리 배치 말이야
우리 어디서…
나 어디서 자?
[감성적인 음악]
[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
(정국) 아유
[한숨]
아
[카메라 셔터음]
야, 이현아, 웃어 봐, 웃어 봐
자, 하나, 둘
[카메라 셔터음]
(이현) 뭐 해요?
[정국의 한숨]
(정국) 아, 우리 집사람이 사진 찍어 보내래
낚시 간 거 아니냐고
아, 왜 내 말을 안 믿어? 아휴
나도 안 믿겨요
뭐가?
형이랑 이러는 거요
아, 오늘 분위기 좋았는데, 씨
(새봄) 자, 응
며칠만 참으면 되니까
어디 펜션 같은 데 놀러 왔다고 생각해, 알았지?
네
기도하는 거야?
오늘은 내용 바꿔 봤어요
내일 일어나면 봉쇄가 풀려 있기를요
쩝, 그래, 언니도 기도할게
- (새봄) 잘 자 - (서윤) 네
[스위치를 탁 누른다]
(서윤) 언니도 안녕히 주무세요
(새봄) 잘 자자
(정국) 이현아
왜요?
내가 허리가 안 좋아
갑자기?
(정국) 응
[이현의 어이없는 숨소리]
아유, 소파에서 자요
(정국) 고맙다
[이현의 힘주는 소리]
이거 내 거니까 이거 빨리 가져가요
(정국) 어, 어, 그래, 고맙다
내가 한의사를 잘못 만나 가지고
[정국의 힘겨운 신음]
(이현) 아유
[이현의 헛웃음]
[정국과 이현의 편안한 숨소리]
아유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씁, 형
(이현) 안 자는 거 알아요
(정국) 왜?
그, 한태석 폭행 말이에요
제약사 회장은 어떻게 됐어요?
(정국) 그게 뭔 소리야?
그러니까 폭행이면 안 죽었다는 거잖아요
그 뒤로 뭐 하나 싶어서요
[무거운 음악]
[문이 철컹 열린다]
[심전도계 비프음]
[문이 철컹 닫힌다]
회장님, 많이 좋아 보이십니다
광인병 공개하고 아파트 봉쇄했다며?
해외도 난리입니다
(태석) 내일쯤 기사 나가고 국경 폐쇄될 겁니다
(석주) 네가 조용히 처리할 수 있다고 해서
윗분들한테 추천한 건데
다들 실망했겠네
누군가 넥스트를 시중에 뿌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실패했어요
누가?
회장님이요
[긴장되는 음악] (태석) 창고에 있던 물량
회장님이 다 빼내셨죠?
(주헌) 그거 돈 주고 산 거 아니에요
누가 창고 가르쳐 주면서 다 꺼내 가라고 했어요
내가 왜?
(태석) 감염자가 많아져야 치료제도 빨리 개발될 테니까요
회장님은 본인이 죽는 거보다
세상이 망하는 게 더 나은 분 아닙니까?
태석아
네 와이프 목숨도 여기 걸려 있어
(석주) 아직 아기도 배 속에 있다며
질긴 목숨이 둘이다
[영인의 힘겨운 숨소리]
네 와이프 피 맛이 제일 좋았던 거 아냐?
쩝
[한숨]
(태석) 갈증
참기 힘드시죠?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경호원의 비명]
[경호원의 신음]
[석주의 괴성]
[성난 탄성] [쇠사슬이 철컥거린다]
[석주의 성난 숨소리]
중령님
[거친 숨소리]
[덜컹거린다]
[석주의 거친 숨소리]
괜찮아
[무전기 조작음]
[흥미진진한 음악] (태석) 영감이 뿌린 게 맞아
최측근들 번호 추려 줄 테니까 전부 추적해
감염 경로 전부 차단해야 돼
저렇게 둬도 되는 겁니까?
그러면 뭘 할까?
다른 감염자들처럼 격리해야죠
그러기엔 너무 높은 분이시거든
(태석) 치료제 개발이 완료되면 저 인간부터 맞을 거야
완쾌돼도 사람들 물어뜯고 다닐지도 몰라
피 맛을 본 데다
그래도 아무 일 없다는 걸 알았으니까
그럼 더더욱…
제일 중요한 건 치료제야
그다음에도 살아남을지는
다른 얘기지
(새봄) 쩝
[새봄의 한숨]
그대로네
오늘 아침 정부 당국은
추가로 두 곳의 요양 병원을
코호트 격리 지정했다고 밝혔습니다
(TV 속 앵커2) 이로써 격리 지역은 기존의 아파트 한 곳
요양 병원 세 곳 노숙자 쉼터 두 곳을 합쳐
불과 이틀 만에 여덟 곳으로 늘어났습니다
해외에서도 광인병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전염병으로 인해 국경을 폐쇄해
(TV 속 앵커2) 세관 업무는 물론…
[TV 전원음]
(이현) 잘 잤어?
그럼, 아저씨도 잘 주무셨죠?
(정국) 응
빨리 가자
어딜?
도시락 가지러 [문이 달칵 열린다]
아, 맞다
- (서윤) 안녕하세요 - (새봄) 서윤이 일어났어?
[정국의 웃음] - (서윤) 네 - (이현) 안녕
- (정국) 잘 잤어? - (서윤) 네
이야, 오늘 새봄이 되게 기분 좋아 보인다
씁, 이현이는 밤새 뒤척이던데
(새봄) 쩝
사람이요
기대가 있어야 행복해지는 거거든요
뭔 소리야?
도시락 뭐 줄지 기대되지 않아요?
(이현) 응 [엘리베이터 도착음]
(학제) 아, 왜, 왜, 왜! 이런
아, 내 돈 주고 산 내 아파트인데
왜 못 나가나, 어?
아니, 열어!
(남자3) 할아버지
임대시잖아요
내 세금으로 들어오신 거죠
(학제) 아니, 임대여도 여기 입주민 아니야?
이런, 빌어먹을, 아니…
(소윤) 관리 사무소 직원하고 다른 동 사람들이에요
근데 왜요?
우리 이제 못 나간대요
다른 동에서 투표로 결정했대요
(남자3) 잠가요, 잠가, 잠가
[철컥]
아니,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여기서 감염자가 나와서 이렇게 됐잖아요
지금도 헬스장에 감염자 감금했다면서요
그건 어떻게 아시죠?
(관리 직원) 관리 사무소에서 다 보이거든요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이현) 아, 그러니까 지금 저희 동 감시하셨다는 겁니까?
(남자3) 자, 자 아파트 전체를 위해서
1, 2라인 사람들 일주일
그냥 집에 계세요
도시락은요?
(남자3) 생필품은 저희가 가져다 넣어 드릴게요
(이현) 거, 다 같이 힘든데 이러지 마시죠
뭐, 공기 중에 감염이 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남자3) 저, 1동 1, 2라인이 임대도 제일 많죠?
(관리 직원) 아마 제일 많죠
(새봄)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인데요?
(남자3) 우리가 더 억울하다는 거죠
감염자 늘어서 아파트값 떨어지면
- (남자3) 우리만 직격탄 맞아요 - (남자4) 맞아, 맞아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남자3) 그쪽은 10년 살다가 싸게 사면 되니까
아니, 일부러 이러는 거예요, 어?
(새봄) 정국 아저씨 부탁 좀 할게요
[정국의 한숨]
(정국) 나 우리 집사람도 설득 못 하는 사람이야
나가지 말라는데 나가지 말자, 응?
(새봄) 그거 말고요
- (새봄) 총 좀 빌릴게요 - (정국) 야
[당찬 음악] [새봄의 헛기침]
[소윤의 놀란 숨소리] (학제) 아니
[사람들의 놀란 탄성]
(새봄) 부수고 나갈까요 그냥 열래요?
(남자3) 키, 키, 키, 키, 키
[관리 직원이 문을 철컥 연다] (정국) 서윤아 넌 절대 저런 거 배우지 마라
멋있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새봄) 하루하루 인류애 소멸되고 있다, 진짜
이제 6일만 참으면 돼
아니, 어떻게 훈련 때보다 시간이 더 안 가니
(새봄) 너무들 하시네
대신 도시락에 신경 좀 썼어요
(지수) 단백질 많이
(새봄) 다른 동 사람들 건요? 이게 다인가?
나중에 받겠대요 1, 2라인 사람들 들어가고 나면
어떨 땐 용감하고 어떨 땐 겁 많고
사람이란 게 참 모르겠어요
넉넉하게 준비하셨죠?
(정국) 저, 일단 우리가 먼저 가지고 들어갈게
이거 받으시고
(새봄) 들어가 있어
(정국) 서윤아, 가자
(지수) 더 필요한 건 없어요?
아, 그럼
티셔츠요, 남성용 라지
(새봄) 아, 뭔가 귀해 보이는 거
특수 부대 마크 딱 붙은 걸로다가요, 그…
경찰 특공대 티셔츠는 없겠죠? 쩝
(이현) 아니, 슈퍼에 이보람 씨 한 명뿐이에요?
(보람) 네, 사장님하고 사모님 물건 가지러 나갔을 때라
(이현) 물건이 많이 없네요
어젯밤에 다른 동에서 거의 쓸어 갔어요
101동에서도 몇 분이 가져갔고요
근데 상황이 안 좋은데 생각보다 의연하시네요
저 시급 세 배로 받기로 했거든요
하루 12시간 근무에 주휴 수당까지 하면 장난 아니에요
뭐, 혼자 있는 게 무섭진 않아요?
[살짝 웃는다]
아, 뭐, 집에서 미치지 슈퍼까지 와서 미치겠어요?
물건 떨어지면 문 잠그고 있으면 되니까
[초인종이 울린다]
[도어 록 작동음]
택배는 없어요?
(동현) 아, 나 오늘 꼭 받아야 되는 물건 있는데
수고해요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탄식]
나 채식하는데
(주형) 베저테리언용 없어요?
- 아, 채식이요? - (주형) 예
그냥 주는 대로 처드세요
(새봄) 진짜 정품인데
내가 거기 아는 사람이 있거든요
아, 그리고 경특복은 봉쇄 풀리면 바로 가져다드릴게요
(세훈) 마음에 드네요
그렇죠?
(세훈) 아, 옥상 올라가 보셨어요?
[정국의 힘주는 소리]
(정국) 우와!
[잔잔한 음악]
- (정국) 나오니까 좋다, 그렇지? - (서윤) 네
[이현의 한숨]
[정국이 말한다]
[새봄의 탄성]
뻥 뚫린 데 있으니까 좀 낫다
뭐, 어디 놀러 온 기분인데?
그러게
잠깐 이렇게 좀 있자
[편안한 숨소리]
(이현) 맛있겠는데?
(새봄) 잘 먹겠습니다
- (이현) 잘 먹겠습니다 - (정국) 잘 먹겠습니다
(새봄) 많이 먹어, 서윤아
(정국) 야, 근데 구호 물품치고는 이게 잘 나온다
- (이현) 괜찮은데요? - (정국) 응
(이현) 이거 하나 더 먹어
고마워
[살짝 웃으며] 형은 만두 먹어요
(정국) 고마워
[이현의 한숨]
우리 서윤이도 뭐, 많이 먹자
(이현) 왜?
[함께 웃는다]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새봄의 만족스러운 탄성]
(새봄) 도시락이 세 개나 남았다
(정국) 그거 다 돌린 거 맞아?
네, 청소 아주머니도 가져가셨는데
맞다
(새봄) 헬스장
(새봄) 김승범 씨, 미안해요
배고프다고 전화라도 하…
[긴장되는 효과음]
[도시락 내려놓는 소리] 아, 이 새끼 튀었나 봐
[긴장되는 음악]
[통화 연결음]
[연옥의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헬스장에 있던 감염 의심자가 없어졌습니다
(이현) 다들 집에 들어가라고 방송하세요
[한숨]
안 그래도 내가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관리 사무소가 전화를 안 받아요
[가쁜 숨소리] (연옥) 아까 일로 삐진 건지
또 우리 빼고 회의한다고 난리예요
예, 제가 전화하죠
여보세요, 여… [통화 종료음]
이 새끼는 자기가 내 위인 줄 아나
9급 경찰 놈의 새끼가 [약통을 탁 집는다]
[이현의 가쁜 숨소리]
[통화 연결음]
[전화벨이 울린다]
[무거운 음악]
[통화 연결음]
(이현) 야, 어디 가?
[뛰는 발소리가 들린다]
전화 안 받는데 어떡하지?
[긴장되는 음악] 야, 어디 가? 씨
[통화 종료음]
[긴장되는 효과음]
(새봄) 분명 여기 어디 숨어 있어
[긴장되는 효과음]
[카드 인식 오류음]
[안내 음성] 잘못된 카드를… [새봄의 짜증 섞인 탄성]
[버튼 조작음]
(이현) 들어가자
(새봄) 없어?
(이현) 없어
뭐냐, 저건?
[긴장되는 음악]
야
피야
(이현) 가자
- (새봄) 무슨 일인지 좀 보고 - (이현) 새봄아
뭔 일인지도 모르고 겁먹는 거 싫어서 그래
[덜컹거리는 소리]
[괴성이 들린다]
[덜컹거리는 소리]
[쿵쿵 소리가 요란하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엘리베이터 도착음]
(새봄) 아저씨, 나와요
[새봄의 가쁜 숨소리] (이현) 데려가야 되는 거 아니야?
죽기 싫으면 빨리 나오라고요!
(승범) 아이씨
[카드 인식 오류음] [안내 음성] 다시 한번…
왜 안 돼?
[안내 음성] 다시 한번 눌러 주십시오 [버튼 조작음]
[다급한 숨소리]
(이현) 고맙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새봄과 이현의 힘겨운 신음]
[새봄이 콜록댄다]
[새봄의 가쁜 숨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새봄의 놀란 탄성]
[승범의 힘주는 소리]
[승범의 신음]
(승범) 아, 왜, 아, 왜 그래요? 아니…
아, 저 진짜 잠깐 차에 갔다 온 거예요
아, 물 진짜 안 먹었어요
(이현) 아, 근데 왜 뛰어와?
아니, 두 분이 뛰니까 뛰었죠!
아, 좀 놔 봐요, 좀
[승범의 힘주는 소리]
[새봄과 이현의 가쁜 숨소리]
(승범) 아, 진짜
(이현) 보여?
(승범) 뭐가 보여? 밖에 뭐 있어요?
아, 진짜 환장하겠네, 진짜, 아
[이현의 가쁜 숨소리]
[새봄의 가쁜 숨소리]
[무거운 효과음]
올라가자
[이현과 새봄의 가쁜 숨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남자3) 사,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긴장되는 음악] [남자3의 신음]
[쾅 넘어지는 소리]
[새봄의 긴장한 숨소리]
[주형의 겁먹은 탄성]
[성실의 놀란 탄성] [날카로운 효과음]
[놀란 숨소리]
(소윤) 할머니! 어, 어, 괜찮으세요?
(성실) 나는 괜찮은데 저 집 부부가…
[걱정스러운 숨소리]
(서윤) 엄마, 난 잘 있어
[삐 소리]
(수민) 야, 야, 쯧
[무거운 음악] 야, 지금이 기회라고, 응
야, 현경이 걔도 심란할 거야
마음을 좀 독하게 먹자, 응?
야, 우리 두 달 내에 집 얻어야 되잖아, 어? [엘리베이터 도착음]
너 뭐, 애들 데리고 고시원 들어갈 거야, 어?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르 열린다]
거기 너무 좁고…
(이현) 아주머니 나가시면 안 돼요
(새봄) 가만있어요, 또, 또 튀면…
[덜컹거리는 소리]
(수민) 아, 뭐 하세요?
- (수민) 아, 무슨 일 있냐고요 - 조용히 하세요
[휴대전화 진동음]
윤새봄 씨, 무사합니까?
이제야 봉쇄가 필요한 이유를 아시겠죠?
[덕순의 비명] [긴장되는 음악]
[사람들이 저마다 놀란다]
[거친 숨소리] [사람들의 겁먹은 탄성]
[겁먹은 탄성]
(수민) 어유, 씨, 뭐야
[승범의 겁먹은 탄성]
[중얼거린다]
(수민) 아, 이, 이 눈, 눈이…
[쿵 부딪는 소리] [승범의 겁먹은 탄성]
[관리 직원의 거친 신음]
[승범의 겁먹은 탄성] [중얼거린다]
다른 동들 끝장났습니다
알아요
[관리 직원의 거친 숨소리]
[괴성이 들린다] [쿵 부딪는 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쿵 소리가 들린다]
[괴성이 연신 들린다]
(새봄) 위험하면 너도 망설이지 마 [흥미진진한 음악]
(태석) 문 열지 말고 막아
(연옥) 그새 다 감염됐다는 게 그게 말이 돼요? [불이 탁탁 꺼진다]
(이현) 만약에 일주일 지나도 사태가 안 끝나면?
(새봄) 먹을 게 최대한 많아야 돼
(세규) 라면
[보람의 놀란 탄성]
(주형) 아래층 부부 입만 막으면 돼 [소란스럽다]
(연옥) 목마르세요?
[여자의 괴성]
(태석) 감염자들을 불쌍하게 여기게 두면 안 돼요
무서워서 피하고 싶은 존재로 만들어야 돼요
(세규) 문 열어!
(이현)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책임감이라도 가져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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