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지정생존자 3
[무거운 음악]
(TV 속 기자1) 국회 의사당 테러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일과 국정 정상화
박무진 권한 대행에겐 크고 무거운 두 가지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TV 속 기자2) 그러나 단 한 번의 선출직 경력도 없는 박무진 권한 대행이
사상 초유의 국가적 위기 상황 앞에서
행정 관료와 국회를 상대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TV에서 뉴스가 계속된다] (영진) 앞으로 일주일입니다
[TV 종료음]
대행님이 일주일만 사건, 사고 없이 국정 운영한다면
그땐 모든 언론사들 헤드라인 뉴스부터 바뀔 겁니다
'박무진 권한 대행'
[문이 탁 닫힌다]
'유력 대권 후보로 떠올라'
그다음에는 여론이 대행님을 선택하겠죠
차기 대권 주자로
(주승) 자네가 선택한 모양이군
박 대행을 차기 정권 파트너로
(영진) 그럴 리가요
좋은 사람이잖아요, 대행님
[영진이 피식 웃는다]
좋은 사람은 제게는 양진만 대통령님 한 분으로 충분합니다
[무거운 음악]
(영진) 보셨잖습니까?
세상이 대통령님의 선의를 어떻게 조롱했는지
전 이기는 사람 선택할 겁니다
(주승) 다행이군
박무진 대행
초등학교 때부터 학창 시절 내내
단 한 번도 반장 선거에 나간 적이 없어
그 시절에, 모범생이
무슨 뜻인지 알겠나?
정치를 하기엔
타고난 권력 의지가 없어, 박 대행은
(영진) 기회가 없었던 겁니다
권력을 잡을 기회가
말 한마디면 세상이 움직이는 걸 목격한 다음에도
대행님이 지금하고 똑같을까요?
손에 쥔 권력 스스로 놓는 사람 실장님은 보셨습니까?
[새가 짹짹 지저귄다]
(시진) 아빠
[따뜻한 음악] [강연과 시진이 살짝 웃는다]
[무진이 살짝 웃는다] (수교) 아이고
고생했어, 우리 딸
아빠, 나 우주선 타고 왔어
우주선?
(강연) MRI 검사 말하는 거야
[무진의 힘주는 신음]
(무진) 검사 결과는 뭐래? 이상 없다지?
열까지 세던데? 엄마, 아빠 알아보고
그럼 된 거 아니야?
(수교) 청와대에는 주치의 선생님도 계십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대행님
(무진) 아, 예
어디 봐
아휴, 얼마나 아팠어, 응? 아유
(시진) 오빠, 나 우주선 탔다
[시완이 물병을 달그락 집어 든다] 오빠, 나 우주선 탔다니까
진짜, 정말로
[시완이 물병을 탁 내려놓는다]
(무진) 시완아, 시진이 왔어 너 걱정 많이 했잖아
(은주) 배고프죠, 시완 학생? 식사 준비하라고 할까요?
(강연) 죄송해요, 애가 중2라서요
아시죠? 중2...
아,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는 그...
(수교) 아유, 괜찮습니다
아이, 북한군도 무서워서 못 쳐들어온다는 그 중2 아닌가요
[수교의 웃음]
아, 죄송합니다
[한숨 쉬며] 시국에 어울리지도 않을 농담을
(무진) 미안합니다 저희 아이가 좀 무례했습니다
사실이야?
그럼 애가 왜 갑자기 안 하던 주먹질을 했겠어?
미세 먼지 때문에 체육 못 하니까
환경부 장관이 일을 똑바로 못 해서 그렇다고
당신 욕을 했나 봐
뭐, 그 집 애도 중2잖아?
[무진의 한숨]
[강연이 혀를 찬다]
(강연) 아휴, 쟤도 힘들어
생각해 봐
뉴스에서나 보던 청와대에 들어와 살지
어떻게 알았겠어?
[강연의 한숨]
친구들은 또 어떻게 보나 저도 복잡하겠지
왜 또?
가르칠 건 가르쳐야지
사춘기가 벼슬이야?
[게임 소리가 흘러나온다]
시완이 너, 아빠랑 얘기 좀 하자
[휴대전화 조작음]
(무진) 너...
[한숨]
너 얼굴에 연고는 좀 발랐어?
남자는 얼굴이 생명인데
[애잔한 음악] [한숨]
미안하다, 아빠 때문에
당분간 우리
여기서 지내야겠는데
근데 시완아, 누가 그러더라
월급은 일 잘해서 받는 게 아니라
그, 손가락질도 웃으면서 받으라고 주는 거라고
아빠가 받는 월급
국민들 세금이잖아
아빠 걱정은 안 해도 돼
네가 고생이지
그게 마음에 걸려, 아빠는
그러니까 시완아, 너도
힘...
- 아빠 - (무진) 어, 그래
와이파이 비밀번호 좀
[게임 소리가 계속 흘러나온다]
- (검식관) 검식 모두 끝났습니다 - (강연) 네
(은주) 앞으로 청와대 안과 밖에서 드실 모든 음식은
검식관의 검식이 끝난 후에 드셔야 해요
경호상의 이유로 특히 지금처럼 테러 위협이 있을 땐
더욱더 까다롭게 진행될 겁니다
그래서 말씀드리는데요, 여사님
로펌 일정은 저희와 협의해 주시겠어요?
경호상의 문제도 있고 워낙 민감한 시기라
정치적인 상황도 고려해야 하니까요
그건 좀 곤란한데요
전 변호사예요
의뢰인과 비밀 준수 의무가 있는
대통령 권한 대행의 배우자시죠
관저에 계신 60일 동안은
[차분한 음악]
(무진) 네
무슨 일 있어?
당신도 지금 이런 기분이에요?
(강연) 결혼 생활 15년 동안 적립해 둔 시집살이
한 번에 털어 쓰라는데?
[무진의 한숨]
두 달 금방 가
60일 뒤엔 우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어
[무진의 한숨]
[무진의 한숨]
[새가 짹짹 지저귄다]
[장엄한 음악] (수교) 안녕하십니까!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무진) 예
말씀하신 대로 정수정 보좌관은
(주승) 오늘부터 청와대 비서실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조치해 뒀습니다
신원 조회가 끝나는 대로 정식 발령 절차를 밟게 될 겁니다
가시죠
오늘 수석 보좌관 회의를 시작으로
대행님의 공식 일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기자3) 새날신문 조용구 기자입니다
국회 의사당 테러, 북한 소행입니까?
(수원) 아, 현재로서는, 에...
(기자4) KBC 민주홍 기자입니다
북한일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십니까?
그, 국정원과...
(기자5) OPS 임재숙 기자입니다
북한의 소행이 아니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테러 단체는
역시 IS입니까?
마이크 좀
(신영) Tbn 우신영 기자입니다
어젯밤 일본군 해상 자위대가
이지스함을 동해상에 배치했다고 들었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수원) 아, 우 기자님
- 그 일은 엠바고로... - (신영) 네, 제가 궁금한 건
(신영) 자위대가 이지스함을 배치한 이유가
북한군 잠수함이 우리 영해로 남하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던데요
사실이네요
(기자6) 북의 도발이 맞습니까?
[기자들이 저마다 말한다] (기자7) 청와대가 은폐하고 있는 이유는 뭡니까
아, 네, 잠시만요
그, 그런 합리적...
[기침]
[기자들의 질문이 빗발친다]
[연신 콜록거린다]
잠깐만 끊어 가겠습니다
아니, 어, 어디 나가셔, 지금?
아니,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남욱) 그러니까,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아니, 그게 아니고 브리핑 원고 김남욱 행정관이 작성한 거 아닙니까?
수습 안 할 거예요?
제가요?
(남욱) 아니, 쓴 건 나...
그리고 내가 이런 상황에서 아직 준비가 안 돼 놔서
[남욱의 한숨] (영진) 이런 상황에서 준비돼 있었던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지금 이 청와대에서
뭐...
(기자5) 선배, 어디 가요?
헤드라인 나왔네
'박무진 권한 대행 체제 시작부터 휘청'
'무능력한 청와대 컨트롤 타워 기능 상실'
(남욱) 우신영 기자 질문부터 답변드리면 되겠습니까?
[남욱의 긴장한 숨소리]
[카메라 셔터음]
일본군 이지스함은 동해상에서 이미 퇴각했습니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그리고 한반도에선 북한의 도발도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고요
제가 확인시켜 드릴 수 있는 팩트는 여기까지입니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기자3) 테러 배후가 북한이 아니라는 겁니까?
(기자4) 북한이 아니면 어디입니까?
테러 배후는
국정원, 안보사
그리고 우리 군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남욱) 면밀히 추적 중에 있습니다
- (남욱) 결과가 나오는 대로... - (신영) 결과가 나오면
바로 언론과 국민들에게 정보 공개하는 겁니까?
[긴장되는 음악]
우신영 기자 인사 고과는 질문에 달려 있죠?
(남욱) 제 인사 고과는 침묵에 달려 있어서요, 예
답변이 되셨길 바랍니다
(신영) 어제 이후 테러 배후에 대한 각종 가짜 뉴스와 유언비어가
SNS를 통해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면
가짜 뉴스는 불씨가 꺼지지 않을 텐데요
언론이 추측성 기사만 내놓지 않는다면
산불로까지 번지는 일은 아마 없을 겁니다
(남욱)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이 걸린 사안입니다
기자 여러분들의 많은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대변인
권한 대행 김남욱 행정관이었습니다
(세영) 어제 폭발 사고로 공석이 된 공식 기관장은
[희경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모두 37석입니다
장관직은 지금 당장 차관들이 대행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놓겠습니다
(영목) 국가 기간산업, 철도, 선박 항공망에 대한 2차 테러가 우려됩니다
출입국 관리소를 통한 출입국 심사는 일시적으로 정지해 뒀습니다
(보좌관1) 아이, 기준도 없이 그렇게 발부터 묶어 놓으면 곤란하죠
해외 투자자들한테 불안감을 주는 거
가장 아마추어적인 선택입니다
(용완) 경제 수석 구용완입니다
은행 입출금 거래부터 막는 게 급선무입니다
아침부터 돈 찾겠다는 사람들 때문에 은행 업무가 마비 상태입니다
(보좌관2) 안 됩니다, 대행님
은행 거래를 중지하면 48시간 이내에
문 닫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속출할 겁니다
(용완) 이대로 두면 은행들이 문을 닫아요 이 사람아
그때는 우리 경제 뇌사 판정 받는 겁니다
심폐 소생술도 못 해 보고요
(세영) 그것도 좋지만 먼저 인사부터 해결을 하고
(영목) 안보가 우선이죠, 안보가
- (용완) 국가 경제가 붕괴되는 겁니다 - (영목) 아니, 그러니까 지금...
[긴장되는 음악]
[주승의 한숨]
(주승) 모두 나가 주세요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죠
내 잘못입니다
청와대 비서진이 박무진 대행을 도울 수 있다
당신들을
과대평가했어요, 내가
[주승의 한숨]
결재는 일의 순서와 중요도에 따라
결정할 테니까 그렇게들 아세요
(세영) 일어나시죠
[녹음기 조작음]
첫날 수석 보좌관 회의 도중
실장님께서 모두에게 크게 역정을 내셨다
이건 청취 불능 처리 할게요 기록에 남지 않게
[문이 탁 닫힌다]
(용완) 총체적 난국이로구먼
갱년기인가?
뭐, 크게 화낼 일도 아닌데 별일이시네
(세영) 사인이죠
'아무것도 모르는 권한 대행이라고 쥐고 흔들 생각 마라'
'뒤에는 내가 있다'
'이 청와대의 진짜 주인은 나다'
(용완) 에이, 실장님이 설마
(희경) 그럼 안 돼요?
지금 청와대에서 이 비상시국을 돌파할 수 있는 능력
실장님밖에 없잖아요
[녹음기 조작음]
(세영) 민 비서관님, 불법 도청 하시면 3대가 망합니다
(주승) 오늘 보좌관 회의에서 나온 안건은
결국 하나였습니다
불안감
우리는 박무진 리더십을
믿을 수 없다
오늘 오후에는 참사 현장을 방문하실 예정입니다
국회 의사당 말입니까?
박 대행을 믿을 수 없는 건 국민들도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주승) 박 대행이 보여 줘야 합니다
청와대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걸
대한민국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말입니다
박 대행 자신을 위해서라도
꼭
그게 무슨 뜻입니까?
(주승) 선출직이 아닌 박 대행에게
청와대 스태프들의 신뢰와
국민들의 지지마저 없다고 생각을 해 보세요
60일 동안
저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겁니다
[쓸쓸한 음악]
신뢰와 지지
그게 힘, 권력이니까요
권력이라고 하셨습니까?
(무진) 저하고는 관계없는 말인데요
전 이 자리에서 시민의 책무를 다하고
60일 뒤엔 다시 학교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예전처럼
[한숨]
[프로펠러 소리가 들린다] (한모) 아니
[사이렌이 울린다] 놈들은 대체 어떻게
국회 의사당 검문검색을 피한 거야?
(나경) 위장을 했겠죠 아무도 의심하지 못할 물건으로
발파 해체 방식은
미리 건물 곳곳에 도폭선을 설치해야만 폭파가 가능한 방식이에요
(한모) 그래서?
도폭선을 찾으면 이 테러를 어떻게 모의했는지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거예요
[한모의 한숨]
얼굴은 또 왜 그래요?
어? 이거?
아이, 쪽팔려
(한모) 야,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 아니랄까 봐 사방이 아주 그냥 랜선 천지다, 어?
자, 이거 봐라, 야
이러니까 이거 내, 내가 이거 안 넘어지고 배기냐, 이거? 아휴
[나경의 헛웃음]
[의미심장한 음악]
(나경) 랜선 공사라면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을 거예요
검문검색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죠
(한모) 확실한 거야?
(부대원1) 찾았습니다!
(부대원2) 예, 맞습니다, 도폭선이에요
(한모) 예? 확실해요, 이거?
(부대원2) 예, 확실합니다
선 안에 전부 다 화약이 들어 있다고 보시면 돼요
[긴장되는 음악]
(직원) 인터넷 랜선 공사 업체요?
(나경) 네, 본청 건물에 배선 공사를 한 업체를 찾고 있는데요
아니, 그건 왜...
[직원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테러범들
건물 내 인터넷 연결선을 이용해 폭탄을 터트렸어요
[째깍거리는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이 업체를 선정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누가 추천을 했다든가 뭐, 그런
공개 입찰이었어요
(직원) 이유가 있다면 딱 하나죠
가격 경쟁력요
(나경) 인터넷 배선 공사 업체부터 찾아야죠
윗선에 보고는 대신 좀 해 주세요
아, 관할 경찰서에 협조 부탁해요, 선배
[의미심장한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폭발물 처리반"
[휴대전화가 툭 떨어진다]
[사이렌이 울린다]
[강조하는 효과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발걸음이 울린다]
[긴박한 음악]
[가쁜 숨소리] [무전기 신호음]
잡아요!
(남자1) 씨...
[사람들의 비명]
[고양이 울음]
[남자1의 기합]
[남자1의 비명]
[남자1의 기합]
[경찰1의 비명]
[사람들의 놀란 신음]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자전거 종이 딸랑 울린다]
[고양이 울음]
아이씨, 아이...
[상인1의 놀란 신음]
[남자1의 짜증 섞인 신음]
[경찰1의 신음] [상인2의 놀란 신음]
[남자1의 힘주는 신음] [경찰2의 비명]
[가쁜 숨소리]
[나경의 다급한 신음]
[긴장되는 음악]
[남자1의 신음] [사람들의 비명]
[남자1의 거친 숨소리]
[나경의 거친 숨소리]
[남자1의 힘주는 신음]
[나경의 기합] [남자1의 비명]
[남자1의 아파하는 신음]
(남자1) 놓으라고, 씨! [남자1의 신음]
[남자1의 기합] [나경의 신음]
아이씨, 아이씨 [사람들의 놀란 신음]
[무전기 신호음]
[사람들의 겁에 질린 신음] [남자1의 다급한 신음]
[나경의 힘주는 신음]
아이씨
[남자1의 다급한 신음]
[가쁜 숨소리]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나경의 가쁜 숨소리]
[무전기 신호음]
[나경의 가쁜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경찰들의 당황한 신음]
- (경찰3) 내려가! - (경찰4) 네
(경찰5) 어디, 씨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난다]
[나경의 가쁜 숨소리]
[어두운 음악]
[긴장되는 음악]
(상인3) 아이, 뭐 하는 거야, 지금, 응?
[사람들의 놀란 신음]
(남자2) 나와! [남자3이 소리친다]
(상인4) 아이, 왜...
[소란스럽다]
[사람들의 비명]
[진주의 비명] [화염병이 쟁그랑 깨진다]
[진주의 기침]
[발을 탁탁 구른다] [다급한 숨소리]
(진주) 아니, 우리 집엔 왜...
[진주의 비명]
[진주 남편의 신음]
[사람들의 비명]
[래커를 칙 뿌린다]
(세영) 보길 모현 지구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극우 단체들이 탈북민을 상대로 무차별 린치를 가했습니다
(주승) 갑자기 왜, 무슨 일로?
(세영) SNS로 확산되고 있는 가짜 뉴스 [휴대전화 진동음]
그 영향인 것 같습니다
(무진) 저기, 가짜 뉴스라면...
[의미심장한 음악] (희경) '북한의 지령을 받은 탈북민들이'
'국회 의사당 폭파 사건을 주도했다'
'그들의 근거지가 보길 모현 지구다'
(시위자1) 여러분, 이것은 전쟁입니다!
(희경) '이번 참사에 보길동 백두파가 엮여 있다고'
[시위자1이 소리친다] '백두파는 북한의 VIP의 공작금을 받고 폭탄을 밀반입함'
(희경) '북한의 남침 계획을 알려 드립니다'
'보길동, 모현동 탈북민들'
'정부 내 남아 있는 종북 세력과 결탁하고'
(남자4) 지금 빨리 가는 게...
(희경) '자유 민주주의에서 사회주의 국가로 헌법 개헌을 도모함'
더 읽을까요?
[무진의 한숨]
(무진) 이해가 안 되는 건
저 혼자입니까?
근거는 불충분하고 부정확한 데다가
추론 과정도 비논리적인 이런 데이터를
사람들은 어떻게 믿는 거죠?
사람이니까요
두려움과 공포를 느낄 때 사람들은 제일 먼저 그 원인을 찾지 않아요
(주승) 눈에 보이는 적을 찾기 마련이죠
마음껏 미워하고 분노할 대상이 필요하니까요
그편이 훨씬 쉬우니까요
(수원) 아휴
김남욱
(남욱) 예
너 당분간 브리핑실에 안 오는 게 좋겠다, 야
(남욱) 예?
불편하지 않겠어? 네 출신...
아휴, 씨, 쯧
(수원) 아이, 탈북민에 대한 흉흉한 기사가 이렇게 많은데, 어?
기자들이 너만 보면 묻지 않겠냐고 뭐, 사실이냐, 아니냐
네 생각은 어떠냐, 쯧
넌 여기서
원고만 잘 쓰면 돼, 알았지? 부담 없이
아유, 배려해 주셔서 감사한데요?
(수원) 응, 그래
근데 나도 궁금하긴 하다
진짜로 탈북민 중에 테러범이 있을까?
아니, 아니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냐고, 어?
뭐가 있긴 있으니까...
있긴 뭐가 있겠어요?
(수정) 탈북민들, 북한이 싫어서 목숨을 건 사람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서 테러를 저지르다니
그게 말이 돼요?
안 그래요?
[남욱의 한숨]
(남욱) 탈북민으로 대답할까요 청와대 행정관으로 대답할까요?
아니, 그, 내 말은...
그...
사과할게요, 내 생각이 짧았네요 미안합니다
[한숨]
이, 주먹은
아래로 향한다고 했습니다
(남욱) 그 사람들이 탈북민들을 공격한 건
위험해서가 아닙니다, 힘이 없어서디
[수원이 숨을 하 내뱉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수원의 헛웃음]
(세영) 예, 그쪽이 왜요?
예?
(세영) 실장님, 보길 모현 지구 폭력 사태 말입니다
(주승) 응, 검경에서 대응 방안 올라왔어요?
(세영) 아니, 그게
일이 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은데요
[의미심장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상구) 사랑하는 천만 서울 시민 여러분
저는 지금 이 시간을 기해
폭력 소요 사태가 일어난 우범 지대
보길 모현 지구에 특별 감찰 구역을 선포하고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합니다
[사람들의 박수]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시위자2) 탈북민 차별하는 강상구 시장 물러나라!
[TV 속 시위자2가 소리친다] (의원) 저, 저, 사고네, 사고야
(찬경) 강 시장이 원하던 그림이에요
아니라면 주민들 반발이 눈에 보이는데
저 자리에서 기자 회견을 할 이유가 없죠
공동체를 위협하는 폭력의 희생자
어떤 시련에도 맞서 싸우는 투사
뭐, 그런 이미지가 필요했겠죠
(시위자2) 물러나라!
- (시위자3) 물러나라, 물러나라! - (시위자2) 강상구는 물러나라!
(시위자3) 물러나라!
(시위자2) 강상구 물러나라!
- (시위자3) 강상구 물러나라! - (상구) 이렇게
(상구) 공권력에 도전하는 세력이라면 그게 누구든
어떤 시련이 닥쳐온다 해도
이 강상구!
결코 타협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안보, 안정, 질서
그리고 북한과 거리 두기
이건 우리 야당 주 종목 아닙니까?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찬경) 가장 유력한 집권당 대선 후보예요
강상구 시장
지지자들 표야 잡아 둔 집 토끼일 테고
이젠 산토끼가 갖고 싶어진 거죠
(의원) 그래서 우리 당 지지층을 공략하겠다?
최선을 다해 서울시의 안전을 책임지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강상구 시장이 탐내는 건 산토끼가 아니네요
우리 집 토끼지
(상구) 불행히도 지금 이 나라에는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대통령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서울시엔 강상구가 있습니다
이 강상구가 있는 한
그 어떤 테러도 그 어떠한 폭력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환호성]
[무거운 음악]
(사람들) 강상구! 강상구!
(특사경1) 서울시 자치 경찰 특사경입니다
이미테이션 시계네요 이거 불법인 거 아시죠?
인삼 이거 정식 통관 된 겁니까?
[조명이 탁 꺼진다]
- (특사경1) 허진주 씨 - (진주) 예
(특사경1) 같이 서로 가 주셔야겠습니다
(진주) 예? [특사경1이 숨을 들이켠다]
[진주 남편과 진주의 당황한 신음]
(진주 남편) 잠시, 잠시만, 잠시만 기다...
- (특사경2) 아, 이러시면 안 됩니다 - (진주 남편) 잠시만요
[사이렌이 울린다]
[휴대전화 조작음]
진주 씨를 지금 어디로 데려갔다고요?
[마우스 클릭음]
[마우스 조작음]
[마우스 조작음]
(강연) 특사경, 그러니까 특별 사법 경찰은
서울시 자치 경찰이에요
검찰이나 경찰이 아닌
강상구 시장이 수사 지휘권을 갖고 있어요
[마우스 클릭음]
(주승) 강 시장은 치안과 안보에 자신 있는 걸 자랑하고 싶은 겁니다
(세영) 검찰과 경찰을 움직일 권한은 없고
특사경은 서울시 관할이니까
(무진) 그럼 강 시장이 불법을 저지른 건 아니군요?
(희경) 불법은 아니지만 부도덕한 행위는 맞죠
불안해하는 사람들 마음을 이용해서
자신의 지지율을 높이는 데 혈안이 돼 있으니까
덕분에 폭력 사태의 피해자였던
보길 모현 지구 탈북민들은
어느새 범죄 집단으로 전락하고 말았고요
[강연의 한숨] (은주) 죄송합니다
아시겠지만 지금 정치적으로 예민한 상황이라서요
여사님께서 이 일과 관련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대행님께 누가 될 수도 있어요
그럼 선택하세요
(강연) 조용히 보내 주시면 사람들은 절 변호사라고만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저랑 실랑이가 길어지면
아마 사람들은 알게 되겠죠
[무거운 음악]
[은주의 한숨]
대신 약속해 주세요
공식 일정 땐 제 뜻에 따라 주시기로
약속할게요
진주 씨
(강연) 진주 씨, 나예요, 최강연
[진주의 힘겨운 숨소리]
[힘겨운 목소리로] 저 좀 살려 주시라요
[강연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진주의 떨리는 숨소리]
진주 씨...
[강연의 한숨]
(특사경1) 네, 그쪽에서만 나온 양입니다 상당하죠?
(강연) 119 불러 주세요
허진주 씨 환자예요
병원에 가야 한다고요
(특사경3) 네, 여기 지금 다 환자네요 빙두 환자들
빙두 알아요?
아편의 북한 말
미열, 오한, 구토
[무거운 음악]
저 물건 지금 금단 현상입니다
[숨을 들이켠다]
진주 씨는 아니에요 변호사인 내가 보증해요
[특사경3의 코웃음]
(특사경3) 이래도 보증할 겁니까?
당신 의뢰인이 장사하던 보길동 지구에서만 압수된 빙두입니다
진주 씨가 했다는 물증이 되지는 않아요
그래서 믿으시겠다? 의뢰인을?
(특사경3) 그러시든지요
아니, 세상천지에 믿을 게 없어서 빨갱이를 믿습니까?
[강연의 어이없는 숨소리]
이보세요!
[특사경3의 한숨]
(특사경3) 어? 맞, 맞죠?
[특사경3의 헛기침]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제 아내도 같이 가야 하는 겁니까?
(영진) 백 마디 말보다 사진 한 장이 더 많은 말을 해 줄 때가 있죠
책임감, 안정감, 그리고 신뢰
지금 국민들이 대행님께 바라는 이 모든 것들을
여사님과의 사진 한 장으로 입증할 수가 있으니까요
(수교) 저, 대행님
(무진) 아...
(수교) 경호처에서 신신당부했습니다 대행님 꼭 입으셔야 한다고
(무진) 네
(수교) 강상구 시장이 보길 모현 지구에 특사경을 투입한 이후
서울시 곳곳에서 탈북민들의 크고 작은 소요가
끊이질 않고 있답니다
참사 현장엔 워낙 사람이 많아서
경호처가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저...
저 혼자 가면 안 되겠습니까?
아니,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무진) 자기 직업이 있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제 아내라는 이유만으로
어느 날 갑자기 대중 앞에 서는 고역을 강요하고 싶지가 않아서요
무엇보다
본인이 가고 싶어 하지 않을 겁니다
[한숨]
당신이 올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
게다가 이런 차림으로
나
권한 대행 배우자로 온 게 아니야
변호사로 왔어
[의미심장한 음악]
보길 모현 지구 특별 범죄 감찰 구역
당신이 해제해 줘
(강연) 강상구 시장, 죄 없는 많은 탈북민들을 차별하고 탄압하고 있어
정치적 야심 때문에
내 의뢰인도 그중 한 사람이고
[한숨]
난 지금 의뢰인 접견 하나 제대로 할 수가 없어
이 자리에 있으니까
당신은
할 수 있잖아
그 자리에 있으니까
[차분한 음악]
[무전기 신호음] (대한) 대행님 나오십니다
(수교) 잠시만요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사이렌이 울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대한)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프로펠러 소리가 들린다]
(한모) 한나경 요원님, 아휴 [나경의 한숨]
우리 제발 좀
슬기롭고 지혜롭게 처신하자, 좀!
(나경) 인터넷 배선공
테러 발생 이후 가장 의미 있는 단서였어요
그 단서를 감추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주하다 사망했고요
그런데 보고를 안 해요? BH에?
아니, 뭘 보고할 수 있을까, 응? [나경의 한숨]
(한모) 손에 쥔 단서도 없고 이름도 모르고 주민 등록 번호도 없는
신원 불명자를 대체 뭘 보고해?
얼굴에 뭐 눈, 코, 입 붙어 있었다고 보고할까?
[나경의 한숨]
[한모의 한숨]
한나경
대통령이 죽고 국회 의사당이 날아간 테러야
우리가 누굴 테러범으로 지목하느냐에 따라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고 내란이 일어날 수도 있어
- (나경) 선배 - 확실하게 단서 찾아
확실하게 보고할 테니까
[나경의 한숨]
[한숨]
[한모가 서류를 사락 넘긴다] [어두운 음악]
[한숨]
우리 회사에 혹시 이번 테러 다른 수사 라인 있어요?
(한모) 뭐?
국회 의사당이 폭파될 걸 미리 알았다거나
제보가 있었다거나
아이, 그게 말이 돼? 어? 미리 알았으면 막았겠지
(대한) 권한 대행님 오십니다
[한모와 나경의 한숨]
괜히 쓸데없는 얘기 해서 분란 일으키지 말자, 어?
나 너랑 여기 현장에서 오래오래 근무하고 싶다
(무진) 수고 많으십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한모) 국정원 대테러 센터 정한모입니다
(무진) 테러범에 대한 단서는 아직입니까?
네, 아직입니다
[무진의 한숨]
대테러 센터 분석관 한나경입니다
수고하십니다
[차분한 음악]
- (한모) 요원 소개 드리겠습니다 - (무진) 예
(한모) 분석관 김영욱 요원입니다
(무진) 수고하십니다
(대한) 이동하겠습니다 [사람들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이동
[사람들이 흐느낀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가시죠, 대행님
(대한) 대행님
(수정) 대행님
정수정 행정관은 지금 날 못 본 겁니다
(수정) 하지만 대행님, 이건... [무진의 헛기침]
염치가 없어서요
[무전기 신호음] 이동
[차분한 음악]
[사이렌이 울린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프로펠러 소리가 들린다]
(주승) 박 대행이 보여 줘야 합니다
(주승) 청와대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걸
대한민국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말입니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대통령 권한 대행
박무진입니다
(무진) 먼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희생자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어제까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던 국회 의사당이
오늘은
비극적인 참사의 현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또한 이곳은
밤낮없는 구조에 여념이 없는 구조대와
경찰, 소방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이
함께하는 곳입니다
테러라는 비극적인 상황에도 우리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남자5) 여기요!
탈북민이 국회 의사당에 테러를 저질렀다는 게
그게 사실입니까?
(여자1) 강 시장의 탈북민 차별 정책을 찬성하십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무전기 신호음]
(여자1) [울먹이며]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무진) 아니, 무슨...
[사람들의 놀란 신음]
[대한이 소리친다]
(대한) 이동, 이동, 이동! [수교의 다급한 신음]
[강연의 비명]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사람들의 놀란 신음]
(여자2) 폭탄이 아니네, 세상에
(영진) '준비 부족 청와대, 참사 악몽 되풀이'
'위태로운 권한 대행 국민 불안감 높여'
'권한 대행 박무진, 참사 현장 줄행랑'
'대참사'
적어도 [영진의 한숨]
방탄조끼만 입었어도 경호처 요원이 무슨
대행님을 무슨 짐짝 던지듯이 하는
이따위 굴욕적인 사진은 나오질 않았을 겁니다
수많은 유가족 앞에 나서면서
(수정) 방탄조끼를 챙겨 입는 게 염치가 없었던 거예요, 대행님은
그 자리는 애도를 표하는 자리였으니까
그 자리는
가장 정치적인 자리였습니다
대한민국의 리더십이 건재하다는 걸 보여 주는
그리고 우리는 실패한 겁니다
(영진) 진심이니 진정성이니 그런 인간미 넘치는 감성은
물 좋고 공기 좋은 세종시에 두고 왔어야죠
여기는 청와대입니다!
(대한) 참사 현장에서 소란을 일으켰던 그 남자 말입니다
탈북민이랍니다
흉기가 아니라 작은 플래카드를 꺼내려고 했답니다
아픈 부인이 특사경에 구금돼 있다고
대행님께 알리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한숨]
예민해진 저희 경호 팀 때문에
죄송합니다
[무진의 한숨]
(무진) 제가
방탄조끼만 입고 있었어도
경호 팀이 당황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대행님 때문이 아닙니다
(대한) 저희는
대통령님을 지키지 못한 경호 팀입니다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 탈북민 말입니다
부인이 여사님 의뢰인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럼
[잔잔한 음악]
(강연) 내 의뢰인 쿠싱 증후군이라는 지병이 있어
그런데 유치장에선 마약 중독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대
탈북민이라는 편견 때문에
[한숨]
보길 모현 지구 특별 감찰 구역
어떻게 하면 해제할 수 있습니까?
뜻밖이네요
(주승) 박 대행이 국정 운영에 적극적으로 의사 표시를 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습니다
제가 너무 한심해서요
참사 현장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라면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사진은 모두 내리기로 협의했습니다
제가 한심한 건
(무진)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가 얼마나 큰지
짐작조차 못 했다는 겁니다
[어두운 음악]
그렇게 도망치듯이
국회 의사당을 빠져나오기 전까진
아무래도 제가
너무 안전한 곳에 있나 봅니다
특별 감찰 구역과 특사경
이 모두 강 시장이 마음을 바꾸지 않는 한
[한숨]
뭐, 방법이 없습니다
강상구 시장을 만나 설득하면 되겠습니까?
특사경 때문이라는 걸 알면
아마 안 올 겁니다
[새가 짹짹 지저귄다]
(주승) 여야 영수 회담에
여당 대표로 강 시장을 초청하세요
전국구 정치인 이미지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니까
아마 올 겁니다
[상구의 한숨]
청와대라 그런가 공기가 좋구먼
(비서) 오늘 미세 먼지 매우 나쁨입니다
[긴장되는 음악]
- (무진) 어서 오세요, 앉으시죠 - (상구) 네
[상구의 힘주는 신음]
(상구) 여당 대표가 참사로 공석이니 언제든 불러 주세요
내가 박 대행을 도와야죠
국정 운영이라는 게 운전면허도 아니고
운전석에 앉는다고 하루아침에 안 된다는 거
우리 다 알잖아요?
시장님
(무진) 보길 모현 지구 특별 감찰 구역
해제해 주시겠습니까?
특사경에 의한 표적 수사도 멈춰 주셨으면 합니다
(상구) 표적 수사라니요, 우리 서울시가요? [무거운 음악]
설마 천만 서울 시민들의 안전권과 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정당하고 합법적인 법 집행을 지금
표적 수사라고 음해하는 겁니까?
그 안에
국회 의사당 테러 사건의 공범이 숨어 있을 수도 있어요
확인되지 않은 사실입니다
천만 서울 시민들은 그렇게 믿고 있어요, 나한테는
그게 더 중요합니다
시장님 [상구가 테이블을 쾅 친다]
(상구) 그 얘기라면 그만합시다
서울시 얘기를 하려거든
다음엔 시청으로 오세요, 박 대행
(무진) 탈북민은 시장님이 지켜야 할
서울 시민이 아닌가요?
왜요?
따뜻한 남쪽 나라를 찾아
(상구) 자유 대한의 품에 안긴 순진무구한 동포들 같습니까?
고향 땅에서 도망친 체제 부적응자들일 뿐입니다
사선을
넘은 겁니다
서울 시민이 되기 위해서
(무진) 자격이라는 게 있다면
누가 더 서울 시민 자격이 있는 걸까요?
시장님과 전 이 땅에서 태어난 것 말곤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요
(상구) 운전석에 앉으니 빵빵 클랙슨도 누르고 붕 액셀도 밟고 싶겠죠
하지만 박 대행
운전이 미숙할 땐 말입니다
10년 무사고 베테랑 드라이버에게 운전대를 넘겨요
그러다 사고 나면 이번엔 도망갈 데도 없어요
[문이 달칵 열린다] [찬경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찬경) 명색이 영수 회담인데 차만 마시고 갈 수는 없고
팁 하나 드릴까요?
강 시장을 다루는 방법은 딱 두 가지예요
설득하거나 굴복시키거나
설득은 실패한 것 같고
남은 방법은 한 가지뿐이네요
(수호) 박무진 대행이 마음에 드신 모양입니다?
강상구 시장에 대항할 팁을 다 주시고
우리 집 토끼 내가 지켜야죠
대통령령요? [희경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윤찬경 대표가 제안을 했다는 말이죠?
네, 불가능한 겁니까?
(세영) 가능합니다
헌법 75조에 의거 비상 명령을 발령하면
서울시 특사경과 보길 모현 지구에 발령된
특별 감찰 구역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 다행이네요 - (세영) 단
대통령에 한해서
[의미심장한 음악]
(세영) 헌법 71조에 따르면
권한 대행은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물려받되
어디까지나 기존 질서
즉, 현상 유지에 준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주승) 대통령령은 새로운 질서지
현상 유지의 영역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전 할 수 없는 건가요?
(세영) 권한 대행은 대통령령을 시행할 수 없다
명백히 헌법에 명시된 건 아니죠
- (세영) 하지만... - 법률적 근거를 마련할
자문단 부탁합니다
(수정) 네, 대행님
(희경) 강상구 시장
KO 패 시키고 싶으신가 봐요, 대행님
안 됩니까?
강 시장 우리 여당의 가장 강력한 차기 대권 주자예요
(희경) 대행님께 KO 패 당하는 건 반대예요
흠집 나잖아요
강 시장 정책에 반대하신다고 생각했는데요
대행님은
[한숨]
무소속이시잖아요
정치적 해결을 한 번 더 고려해 주세요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제가 나가 볼게요
[문이 달칵 여닫힌다] 대행님이 대통령령을 고집하시면
야당은 권력 남용이라고 반발할 겁니다
(세영) 권한 대행 탄핵을 들먹이면서
대통령 선거 국면을 유리하게 가져가려고 할 겁니다
윤찬경 대표가 대행님께 팁을 드린 이유네요
강상구 시장은 흠집 내고
(영진) 권한 대행은 탄핵 정국으로 이끌고 [세영의 한숨]
(수정) 강 시장이 단지 여권 후보이기 때문에 대통령령...
아니, 대행님을 반대하시는 거예요?
그건 진영 논리예요, 그래도 돼요? 여기 청와대잖아요
(희경) 진영 논리가 왜 나쁘죠 정수정 행정관?
- 그건... - (희경) 당신 같은 늘 공무원한테
정권 재창출이 밥그릇 싸움으로 보이겠죠
(희경) 하지만 나 같은 어쩌다 공무원에겐
정책 연속성이에요, 정권 재창출
[희경의 한숨]
양진만 대통령의 평생이 담긴 정책이에요, 지방 분권
좋아하기 힘든 사람이죠, 강 시장
하지만 지방 분권에 대해선
양 대통령과 생각이 같은 유일한 정치인이에요
[애잔한 음악]
어제 참사 이후 지금까지
난 20년 모신 우리 대장 가는 길
속 시원히 울어 보지도 못했어요
미안해서
분해서
억울해서
여기 이 메모들
현실이 되는 걸
난 꼭 봐야겠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애도는 그런 거예요
[주승이 숨을 후 내뱉는다]
(영진) 청와대 스태프들이 대행님을 지지하지 않으면
국무 회의 상정부터 야당 공세까지 어느 하나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해 보시겠습니까?
대통령령
[한숨 쉬며]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영진) 그러면
이거 하나는 기억해 두시죠
[장엄한 음악] 대통령령을 선포하고
강상구 시장을 제압하는 순간
대행님은 통치를
그러니까 박무진의 정치를 시작하게 되시는 겁니다
여당 유명 정치인들이 모두 희생된 지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유력한 대선 후보로
대행님을 생각하게 될 테니까요
(무진) 난 지금 이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은 겁니다
(영진) 대행님의 의사는 관계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제멋대로 기대하고
변덕스럽게 등을 돌릴 겁니다
언론은 검증이라는 명분하에 대행님을 흔들어 댈 겁니다
정적들은 가족, 친구, 친지
닥치는 대로 공격할 거리를 찾아낼 겁니다
다시는
그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가족들까지도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나한테
왜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권한 대행 자리에 오른 건 선택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선택할 수가 있으니까요
[휴대전화 진동음]
[입소리를 쩝 낸다]
(수정) 대행님
대통령령 법률 자문단 구성 때문에 전화드렸습니다
- (수정) 대행님? - (무진) 정수정 행정관
내가 다시 연락해도 될까요?
[통화 종료음]
[한숨]
[지친 신음]
(무진) 늦었는데 왜?
무슨 일 있어?
내 의뢰인 진주 씨가
사망했대
(강연) 방금 전에
호르몬 주사 한 대면 낫는 병인데
[애잔한 음악]
내가 그걸 못 해 줬어
[놀란 숨소리]
두만강을 건너고
쿤밍에서 라오스를 거쳐 여기까지 오는 동안
사선을 몇 번이나 넘고도 산 사람이야
그렇게 찾아온 대한민국이
그 사람 주사 한 대를 못 놔서
죽게 만들었네
난
아무것도 못 했어
그 사람 변호사인 내가
사람들이 손가락질할까 봐
당신한테
피해가 갈까 봐 겁나서
[떨리는 숨소리]
- (무진) 강연아 - 당신은
왜 아무것도 못 했어?
(강연) 뭐가 두려워서?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한 거야
할 수 있는 자리에서
[한숨]
(세영) 실장님, 근데 어쩌죠?
검경 긴급 대책 회의라도 소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세영) 그, 허진주 씨
사망 소식에 분노한 탈북민들이
각종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집결하고 있습니다
오는 토요일 광화문에서 대대적인 추모 집회를 열 모양입니다
[긴장되는 음악]
(영진) 문제는
그날 광화문에 이미 집회 신고를 해 둔 단체가 있다는 겁니다
(수정) 설마
(영진) 보길 모현 지구에서 탈북민들에게 폭력을 가했던
바로 그 극우 단체가 집회 신고를 해 뒀어요
(수정) [한숨 쉬며] 그럼 안 되잖아요
[영진의 한숨] 두 단체가 충돌이라도 하는 날엔...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펼쳐지는 겁니다 어디 계십니까, 대행님?
[다급한 숨소리]
[통화 연결음]
[노크 소리가 들린다]
(수정) 아, 안녕하세요 혹시 대행님 못 보셨어요?
전화도 안 받으시는데
어, 글쎄요, 씁
[수정의 한숨]
[무진의 한숨]
[수정의 가쁜 숨소리]
(수정) 대행님
(무진) 어, 마침 잘 왔어요, 정수정 행정관
한참 찾았어요, 저
(무진) 여기
'대사인적 기본권' [무진의 헛기침]
그리고 '적극적 급부 청구권' 이게 대체 무슨 뜻입니까?
(수정) 예?
아, 이과라 내가 사회 과목이 좀 약해서
"정통 실용 옥편 최신판"
대통령령 때문에 공부하신 거예요?
헌법?
이과라
제가 한자도 좀 약해서
[무진의 한숨]
(무진) 헌법엔 답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니었어요
전 봐도 봐도 잘 모르겠던데요
그래서 여러분 의견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권한 대행은 기존 질서를 현상 유지만 할 수 있다
저도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영진) 선택을 하셨군요, 대행님
대통령령
발령해야겠습니다
(무진) 제가 권한 대행으로 지켜야 할 기존 질서는
제 임기가 시작된 3월 4일이 기준입니다
강상구 시장의 탈북민 차별 정책이 시작된 건
바로 그다음 날부터고요
다시 말해
권한 대행인 제가 지켜야 할 대한민국 기준 질서에는
탈북민 차별 정책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령을 발령합니다
기존 질서를 현상 유지하라는 권한 대행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 아, 대행님, 무리수입니다 - (희경) 대행님
(희경) 이건 다시 생각해 주세요
(주승) 난
난 반대입니다, 박 대행
[긴장되는 음악]
실장님이 반대하실 줄 몰랐습니다
(주승) 난 양진만 청와대 비서실장입니다
박 대행은 60일 뒤에 학교로 돌아갈 사람이고요
여기 남아 있는 우리들은
어떻게든 양진만 정부의 정통성을 이어 가야 하니까
나는 그에 합당한 선택을 하기로 하겠습니다
내가 반대를 하는 한
청와대 스태프들은 아무도 박 대행 편에 서지 않을 겁니다
내 사람들이니까요
대통령령을 발령하겠다면
나를 해임해야 할 겁니다
자, 잠시만요, 실장님
(주승) 선택하세요, 박 대행
차영진 행정관
국무 회의 소집하세요
안건은
대통령령 발령입니다
지금 이 시간부로
한주승 비서실장을 해임합니다
[무거운 음악]
[수정의 놀란 숨소리] (수정) 대, 대행님...
오늘 회의
여기까지입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수정의 한숨]
[한숨]
[문이 탁 닫힌다]
(주승) 지금 이 순간을 잊지 마세요, 박 대행
권력은 이렇게 쓰는 겁니다
아직도 권력 의지가 없다고 생각합니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무진) 권력이라고 하셨습니까?
저하고는 관계없는 말인데요
[지친 신음]
(영진) 저한테 한마디 말씀은 해 주셨어야죠
뭐, 비서진들한테 보여 주고 싶으셨던 겁니까?
'현존하는 최고 권력은 박무진 대행이다'
'청와대에 남고 싶으면 충성을 다해라'?
(주승) 자네가 맞았어
권력 의지가 없는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야, 박 대행
[한숨]
(영진) 그럼 혹시
실장님께서는 대행님을 선택하신 겁니까?
30년 전에 양 대통령님 선택하셨던 것처럼
자네 어깨가 많이 무거워지겠어
나도 없이 이 청와대를 수습해 나가려면
[쓸쓸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기자5) 권한 대행이 대통령령을 발령한다는 게 사실입니까?
(기자3) 월권 아닙니까?
(기자4) 권력 남용은 권한 대행 탄핵 사유 아닌가요?
[긴장한 숨소리]
(신영) 하나만 합시다, 능력을 키우든지 자리 욕심을 버리든지
아휴
(기자8) 답변해 주십시오
(기자9) 답변해 주십시오!
(기자8) 답변해 주십시오
답변해 주십시오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남욱의 놀란 신음] [수원의 당황한 신음]
(남욱) 벌써 끝나셨어요?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선배님, 선배...
[영진의 한숨]
아니, 지금 어떻게 된 거예요?
- (남욱) 선배님 어디 가신 건데요? - (영진) 뭐 하는 겁니까?
(영진) 지금 오후 브리핑 안 할 생각이에요?
왜요, 탈북민한테 하는 부탁인지
청와대 행정관한테 하는 부탁인지 대답해 줘야 됩니까?
탈북민 행정관 김남욱한테 내리는 업무 지시입니다
카메라 앞에 나가 절망한 탈북민들에게 꿈과 희망이 돼라
역시 그런 겁니까?
그걸 그렇게 하고 싶으면 뭐, 말리지는 않는데
꿈과 희망, 응, 쩝
아, 그런 거는 세종 대왕이나 이순신 장군한테 어울리는 말이 아닌가
(영진) 응?
대변인석 비어 있고
당신이 제일 낫잖아
우리 중에
응?
아이, 다른 이유가 더 필요합네까?
[남욱이 서류를 툭 넘긴다]
[남욱이 영진의 어깨를 툭 친다]
하여간 칭찬 좋아해, 씨
[기자들이 소란스럽다]
[남욱이 파일을 탁 내려놓는다] [남욱의 헛기침]
3월 6일 청와대 오후 브리핑 시작하겠습니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박무진 권한 대행...
먼저 특사경의 보길 모현 지구 수사 과정에서
안타깝게 사망하신 고 허진주 씨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박무진 권...
[남욱이 훌쩍인다]
[헛기침]
[당황한 신음]
박무진 권한 대행은 3월 6일을 기해
서울시 보길 모현 지구에 지정된 특별 감찰 구역을 해제할 것을
대통령령으로 발령합니다
[무거운 음악]
[사람들의 박수] [조명이 탁 켜진다]
(남자6) 부인, 고생했어
(여자3) 아이고야, 뭔 일이다냐 [남자6의 한숨]
(은주) 여사님
관보 읽으시겠어요?
(남욱) 특사경에 의해 서울시 자체적으로 진행된 모든 수사는
서울 지방 경찰청으로 이관할 것이며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죄형 법정주의에 따라
그 어떠한 편견과 차별도 없이 진행될 것입니다
[진주 남편이 훌쩍인다]
[흐느낀다]
허진주 씨 남편 되십니까?
대통령 권한 대행 박무진입니다
[문이 탁 닫힌다]
관저로 가시겠습니까?
[사이렌이 울린다]
[슬픈 음악]
[여자4의 힘겨운 신음]
[여자4가 흐느낀다]
(한모) 오늘 이거 다 확인을 해야 되니까
[한모가 지시한다]
(부대원3) 네
(한모) 자, 조금만 더 힘냅시다
(부대원들) 알겠습니다
[한모의 하품]
[한모가 코를 훌쩍인다]
(한모) 또 뭐?
왜? 한나경
어느 쪽이 덜 불행한 걸까요?
(나경) 사망자 가족일까요
아니면
실종자 가족일까요?
(구조대원1) 여기 생존자 있습니다, 생존자! [구조대원2가 말한다]
[사이렌이 울린다] 생존자요!
[프로펠러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여자5) 생존자가 있대요? 누구요?
[탐지견이 왈왈 짖는다]
[소란스럽다]
[긴장되는 음악]
(구조대원1) 자, 조금만 힘내세요 이제 다 끝났습니다
하나, 둘, 셋 할게요, 하나, 둘, 셋 [구조대원3이 재촉한다]
[구조대원들의 힘주는 신음]
(구조대원3) 빨리 펴고
빨리 준비해!
[어두운 음악]
(찬경) 참 재밌어요
누구는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희망의 증거가 되고
또 누구는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이 되고
이상하지 않아?
(나경) 매몰 지구에서는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어
붕괴 당시 오 의원의 동선은 도저히 설명이 안 되고
(남욱) 동영상 유출되면 대행님 정치생명이 끝나니까, 몰라요?
(무진) 내가 한 선택입니다, 내가 책임지죠
(영진) 무슨 일입니까?
(대한) 이번엔 청와대입니다
[전원이 탁 꺼진다] 청와대가 공격 대상이 된 것 같습니다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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