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바이, 마마 8
[노크 소리가 들린다]
네 [문이 쓱 열린다]
(간호사1) 계 선생님, 인사 팀에서 뭐 왔는데요?
인사 팀?
(간호사1) 예전에 뭐 신청하셨어요?
아니
[살짝 웃는다]
(근상) 인사 팀에서... [문이 쓱 닫힌다]
[한숨]
[한숨]
[차분한 음악]
(강화) 한 인생이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왔다
함께한 시절들을 비웃으며
한순간 빠져나가 버리는 이별
[떨리는 숨소리]
[훌쩍인다]
[흐느낀다]
(강화) 이 이별의 순간
누군가는 현실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밀려오는 슬픔에 정면으로 맞설 것이고
[은숙의 힘겨운 신음]
[은숙이 코를 훌쩍인다]
[은숙의 한숨]
(강화) 누군가는 이 감당할 수 없는 이별로부터 자신을 지켜 내기 위해
또 살아 내기 위해
슬픔을 외면하고 방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진리와 외면, 흐르는 시간
그 어떤 것도 이 슬픔을 극복할 방법은 없을 것이다
(필승) 아, 저기, 사장님
이거 좀 제가 들면 안 될까요?
(강화) 아, 예, 안 돼요
불편하시면 무임승차하신 분이 내리셔야죠
운전대를 뺏으면 쓰나
- 안 그래요? - (필승) 그렇죠
(필승) 가시죠
[강화의 한숨] (민정) 취소했으니까 이쪽으로 좀 더 해 봐요
(유리) 아니, 나 여기 지금 흠뻑 젖은 거 안 보여요? 어?
[유리의 못마땅한 신음] 어머, 머, 머리 이거 어쩔 거야
[유리의 놀란 신음]
아씨
[신비로운 음악]
[놀란 숨소리]
(민정) 오빠
(필승) 어? 코피
[실소하며] 여기서 또 보네요?
[당황한 숨소리]
(유리) 나 좀 먼저 갈게요
(필승) 어? 저 좀 씌워 주세요
생큐, 생큐
- (필승) 아, 같이 가, 같이 가 - (유리) 어머, 깜짝이야
- (유리) 왜요, 아, 뭐야! - (필승) 같이 가, 예?
- (필승) 좀 같이 가요, 좀 - (유리) 아, 진짜
[유리의 짜증 섞인 숨소리]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필승) 어어, 아줌마, 아줌마
아, 이모님
내가 여기서 얻어 쓰고 거기까지 갔는데
다시 원점 회귀 하는 게 어디 있어요
아, 뭐래, 누가 따라오랬나?
아, 여기서부터 알아서 가요
(필승) 아니, 저...
아, 뭐야
코피 빡!
(유리) 아, 집 좀 치우고, 좀!
[구시렁댄다]
[유리를 흉내 내며] '집 좀 치우고, 좀'
(강화) 근데 어쩌다가 같이 온 거야?
아, 아니, 그...
원래 동네 사람들하고 말 섞는 거 싫어하잖아
근데 웃으면서 같이 오길래
아, 내가 웃었어요?
(민정) 음, 그랬구나, 왜 그랬지?
좀 이상한 사람이야
[따뜻한 음악]
서우야
(미소 엄마) 이렇게 버릇없이 굴면 안 돼
살살 가지고 놀아야지, 살살
이봐요
[학부모들이 웅성거린다]
(미소 엄마)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우리 서우
그렇게 예뻐요?
아...
예, 서우 예, 예쁘죠
착하고
(유리) 아유, 이거 뭐, 괜찮은데
소린 좀 크게 났지만
내가 원래 이마가 좀 발달해서 웬만한 충격으론 끄떡없어요
나보다 본인이 더...
두 군데나
아유, 아플 텐데
착하대요, 나보고
(민정) 이상하지?
(강화) 어?
어
너 착하지
됐거든요, 빈말은
왜 빈말이라고 생각해?
(강화) 그분도 봤나 보다
너 착한 거
그럼 저분 해야겠네, 하원 도우미
그래
(근상) 제정신이냐, 네가?
그거를 하라 그랬다고?
야, 너 하원 도우미가 뭔지 몰라? 어쩔 거야, 이제
(강화) 스리랑카 파견 갈까?
[근상의 한숨] (현정) 아시아권으로 되겠니?
저기 남아공으로 가 버려
(강화) 오, 우리 병원 남아공도 가냐?
- (강화) 음... - (근상) 너 지금 장난칠 때냐?
장난같이 보이냐?
(근상) 아니
[근상의 한숨]
야, 너 이럴 거면은
유리한테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을 했어야지
하고 싶다잖아 [현정이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서우 옆에 붙어 있고 싶어 하는 애한테 그 말이 떨어지냐?
(근상) 아, 답답해, 아, 답답해
누나, 유리 좀 불러 봐
이제 뭐 어쩔 건지 우리 회의를 좀 해 보자
아니, 얘랑 우리한테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 그래 놓고
자기 혼자 이렇게 훅훅 치고 들어오면 뭐 어떡하자는 거야, 불러 봐
- 안 온대 - (근상) 왜?
응, 맞아, 나 있어서 안 오는 거야
- 계속 나 피해, 연락도 잘 안 받아 - (근상) 왜?
(강화) 처음부터 내 앞에 나타날 생각이 없었어, 어쩌다 들킨 거지
- 왜? - (현정) 민정 씨가 있으니까
(현정) 얘 재혼했는데 자기가 나타나면 민폐라고 생각했겠지
나한테도 찾아온 거 아니고 실수로 마주친 거잖아
(근상) 아...
[근상의 한숨]
[현정이 술을 졸졸 따른다] [한숨]
[현정이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민정이한테 그랬대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 착하다고 - (근상) 뭐, 유리가?
아, 자기가 뭘 어떻게 알고?
그거 안 친한 사람들끼린 알기 힘든 거야
- 야, 이씨, 쯧 - (근상) 아, 뭐
(현정) 너 민정 씨에 대해 말한 적 있어?
어유, 미쳤어?
처음부터 다 알고 있더라고
재혼한 것도 내 대학교 후배인 것도 다
(근상) 어?
아, 뭐, 그런 상황이야 알려면 알 수도 있는데
난 왜 유리가 민정 씨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거 같니
나만 이상해?
분명 뭔가 숨기는 게 있어, 걔
[신비로운 음악]
(유리) 난 널 망치러 온 게 아니야
(강화) 뭔가 기억이 났어? 어?
어떻게 살아났는지 기억이 났어?
그건 아니고
[숨을 쓰읍 들이켠다]
어, 아마 내 생각엔 할 일이 있어서 온 거 같아
무슨, 무슨 할 일?
아, 그, 그게...
[숨을 쓰읍 들이켠다]
- 알아 - (현정) 알아?
(강화) 누나가 아는데 내가 그걸 모를까
근데 기다려 달라잖아
[잔을 탁 내려놓는다] 마음 같아선 민정이한테 말하고, 어? 장모님한테 데려가고
뭐 어떻게든 뭘 해야 할 거 같은데, 근데
그건 내 생각이고
일단
기다려 주려고
[잔을 툭 집는다]
동감 [강화가 숨을 하 내쉰다]
[신비로운 음악]
다른 사람도 아니고 차유리인데
(현정) 뭐 하나 있으면 못 숨기고 입이 근질근질한 애인데
이러는 거 보면 뭐가 있겠지
뭐가 있을 거야
(미동댁) 아, 도통 답을 안 주시네, 참...
씁, 암만 유리 고게 욕을 지껄였다지만
그걸로 환생을 시켜 주셨다고?
아니, 욕 지껄인 귀신이 어디 한둘이야?
씁, 분명 뭐가 있는데...
[강화의 한숨]
(현정) 야, 야, 조강화
민정 씨랑은 괜찮아?
그럴 리가 [현정의 놀란 숨소리]
왜, 이혼하재?
갑자기?
계근상이랑 살더니 이성을 잃은 거야?
뭐가 이렇게 극단적이야?
- 아, 아니야? - (강화) 아니지!
그냥
유리 돌아오고 나서 괜히 미안하고 내가 눈도 잘 못 마주치겠고 그래
아, 그, 그거구나
뭐야
- 아, 맞는다, 누나 - (현정) 응
(강화) 서우 말이야
어린이집에서 심리 상담인가? 받으라 그랬대
근데...
뭐야, 그거
언어, 인지 능력, 발달?
아무튼 뭐, 이런 게 다...
미달이래
누나, 이거 나 어떻게 해야 되지?
아...
아, 뭐, 예상 못 했던 거는 아닌데
많이 느린가?
(현정) 민정 씨는 뭐래?
아, 민정이한텐 신경 쓰지 말라 그랬지
뭐, 별거 아닐 수도 있고
뭐? 야, 조강화
(현정) 하, 넌 진짜
왜?
(현정) [강화를 툭 치며] 그게 지금 나랑 상의할 일이냐? 어?
민정 씨한텐 신경 쓰지 말라 그러고?
아, 아니
민정이 괜히 또 걱정하니까 자기 때문인 줄 알고
(현정) 그건 민정 씨 몫이야
[강화를 툭툭 치며] 네가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게 아니고
[현정의 한숨]
배려도 과하면 그거 배려 아니다
(강화) 알았어
[멀어지는 발걸음]
[유리가 개를 어른다] [개가 낑낑거린다]
[유리의 달래는 신음]
(유리) 아유, 포포야, 잘 있었어? [낑낑거린다]
누나 보고 싶었지?
[한숨]
이제 거기 못 들어가서 너랑 못 놀아 줘
[개가 낑낑거린다] [유리의 달래는 신음]
(유리) 누나 말 들어 봐, 자 [따뜻한 음악]
엎드려
앉아
엎드려
옳지, 옳지, 아이고, 잘했어 아이고, 잘했어, 아이고, 잘했어 [개가 헥헥거린다]
포포 누나 말 진짜 잘 듣네
[헥헥거린다]
(은숙) 아니, 쟤가 또 저러네, 자기 혼자?
(무풍) 근데 꼭 누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네
[낑낑거린다]
[한숨]
사람 되니까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네
[옅은 한숨]
[의아한 숨소리]
(연지) 희한하네?
아, 진짜 예상되는 사람 없어?
뭐, 최근에 고맙단 인사 받을 사람이나
(은숙) 없어
동네 엄마들도 다 아니라 그러고
나도 없어
(연지) 그럼 대체 누구냐고 은혜 갚는 까치처럼 자꾸
[무풍의 한숨] 거기에다 아빠 간 수치 높은 건 어떻게 알고 간 영양제
저번에는 엄마 무릎 약 이번에는 칼슘?
그럼 이건 뭐야?
이게 대박이지
(연지) 나 젤리 맥주 안주로 먹는 거 내 친구들도 다 몰라
근데 이걸 어떻게 알고 딱...
(무풍) 씁, 아빠가 종일 거실에 있었거든?
근데 포포가 한 번도 안 짖었어 사람만 오면 짖는 애가
(연지) 하, 진짜 이상하네
아, 누구야, 대체?
아, 그리고 과일이나 음료수도 아니고 뭔 영양제만 이렇게 날라?
(은숙) 아이고, 참, 안 먹어, 안 먹어 [따뜻한 음악]
- 괜찮아 - (유리) 아, 무릎 아프다며
아, 그럼 칼슘, 마그네슘 먹어야 돼, 엄마
(유리) 아, 그리고 아빠도 간 수치 높은데
그, 밀크 시슬 같은 것도 좀 챙겨 드시고
아, 요즘 영양제 하나 안 먹는 사람이 어디 있어?
(은숙) 됐어, 괜히 쓸데없는 데 돈 쓰려고
너 절대 보내지 마, 진짜 안 먹어
너 먹어, 너
젊은 내가 왜 먹어? 엄마 아빠가 드셔야지
아, 몰라, 몰라, 나 보낸다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한숨]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문이 달칵 열린다]
(연지) 엄마, 어디 가?
한 바퀴 바람 좀 쐬고 오려고
당신, 자전거 열쇠 얻다 뒀어?
자전거는 왜? 추워
- 감기 걸려 - (은숙) 괜찮아
열쇠 어디 있어? [지퍼를 직 올린다]
[한숨]
약은 잘 먹고 있는 거야, 마는 거야
아, 들어가 확인해 볼 수도 없고 답답해 죽겠네
[한숨]
[여자1의 웃음] - (여자1) 그러게 - (여자2) 엄마도 하나 주세요
(여자1) 아이고, 아기야, 춥다, 추워
아이고, 감기 걸려
아유, 목도리 해야지
(유리) 음, 귀여워
딱 우리 서우만 하네?
[차분한 음악]
(여자2) 엄마도 감기 걸려
[여자1의 웃음]
(여자1) 난 괜찮아
(여자2) 추워
솔방울 더 주세요 [여자1의 웃음]
(여자1) 오랜만에 나왔더니 잘 노네
[웃으며] 아유, 이거 솔방울 나한테 이걸 갖다주네
(여자2) 모아 놓은 거야?
[여자1이 말한다] (유리) 치...
우리 엄마도 손녀 있는데 [여자1의 웃음]
(여자2) 엄마도 하나 줘 [여자1의 웃음]
[잔잔한 음악]
[거친 숨소리]
(여자2) 단거 많이 먹으면 안 되는데
(여자1) [웃으며] 오늘만 줘
모퉁이 조심하고
[한숨]
[한숨]
[모녀가 대화한다]
[힘주는 숨소리]
[한숨]
(여자1) 여기도 많다, 여기
잘 노네
[한숨]
[풍경 소리가 들린다] [새가 지저귄다]
"고 김판석"
[차분한 음악]
[봉연의 놀란 신음]
(봉연) 어머, 김 씨 딸 결혼해? [영심의 놀란 숨소리]
- (봉연) 김 씨 딸 결혼하네! - (대춘) 오, 결혼하네 [미자의 놀란 탄성]
[대춘의 웃음]
- (만석) 축하하네 - (미자) 그러네
(미자) 드디어 가네, 축하해, 김 씨 [대춘의 웃음]
아, 축하는요, 뭐, 내가 가나요?
[귀신들의 웃음]
(만석) 말은 안 해도 걱정이 태산이었지
마흔이 다 돼 가는 딸 둘이나 시집을 안 가고 있었는데
[만석의 웃음] (혜진) 저기요, 요즘 마흔이면 소녀거든요?
(영심) 그래
이분도 이래 봬도 총각 귀신이잖아요
- (영심) 마흔은 애초에 넘었는데 - (금재) 씁!
(미자) 암튼 김 씨 이제 마음 놓고 올라갈 수 있겠네
딸 둘 중의 한 명이라도 시집가면 올라간다고 했잖아
[미자의 놀란 신음]
미동댁 아주 좋아서 펄쩍 뛰겠네?
[귀신들의 웃음] (봉연) 어머, 그러게, 그러게
(판석) 예, 이제 정말 마음 놓고 올라갈 수 있겠네요
(대춘) 뭐야, 그러면
지금까지 딸 결혼식 보고 싶어 가지고 못 올라간 거예요?
아니, 그건 아니고
딸 둘밖에 없으니까 집안에 남자가 없어서
(판석) 여자 셋만 두고 불안해서 갈 수가 있어야지
요즘 세상이 또 얼마나 험악한데
[대춘의 웃음] 아이고, 또 딸딸이 아버지한테 그런 고충이 있었네
[웃음] 이제 사위도 들어오고 하니까 진짜 마음 편히 갈 수 있겠네요
[대춘의 기분 좋은 숨소리]
(판석) 왜, 가게, 혜수야?
야, 아, 같이 가자
(미자) 아이, 근데 어째 날 잡은 신부가 매가리가 하나도 없대?
(봉연) 어머, 그러고 보니까 그러네?
[금재의 의아한 신음] (대춘) 그러게?
(미자) 아이, 그나저나 할매가 안 뵈네?
- (미자) 아직 안 나왔나? - (봉연) 어? 할매? [대춘의 의아한 신음]
(미자) 할매!
오늘 굿판 있어, 나와 봐
"고 정귀순"
거기 틀어박혀서 뭐 하는 거야
할매!
귀순아!
야, 정귀순!
(만석) 정 씨 안에 없어, 여보
아까 나갔어
어디를 갔대요, 말도 없이?
[아파하는 신음]
(귀순 사위) 여보, 진통제 좀 달라고 할까?
[귀순 딸의 신음]
아니야
괜찮아
[훌쩍이는 소리가 난다] [귀순 딸의 가쁜 숨소리]
[귀순이 훌쩍인다] [귀순 딸의 아파하는 신음]
(의사1) 좀 어떠세요, 많이 아프시죠?
[힘겨운 신음]
진통제 투여를 거의 안 하셨네
(간호사2) 네, 워낙 잘 참으셔서
괜찮아요, 선생님
견딜 만해요
(의사1) 그, 웬만한 분들은
아파서 진통제 놔 달라고 비명을 지르시는데 진짜 잘 참으시네
그럼요, 누구 딸인데 [훌쩍인다]
잘했다, 잘했어
잘했다, 잘했어
(의사1) 근데 아프면 아프다고 이야기하셔야 해요
- (의사1) 너무 참으시면 안 됩니다 - (귀순 딸) 예
(귀순) 잘 참는 거 가지고도 지랄이여, 염병할
[떨리는 숨소리] 아이고, 아이고, 그래
잘했다, 잘했어
아이고, 내 새끼, 아이고 [귀순 딸의 가쁜 숨소리]
(근상) 나는 이제 요런 거, 꾸안꾸, 응? [익살스러운 음악]
꾸민 듯 안 꾸민 듯 [문이 쓱 열린다]
어, 저기 오네, 쟤는 걍안꾸 걍 안 꾸민 스타일
아직 안 가셨어요, 남아공을?
(강화) 넌 너희 별로 안 돌아가니? 진료 안 봐?
왜 맨날 여기서 삐대고 있지?
(김 간호사) 조 선생님 남아공 가요?
(근상) 파견 신청을 하신대요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정 간호사) 징계 중에 육아 휴직도 모자라서 파견요?
이것도 역시 안 되겠죠?
네, 미치지 않고서는요
[작은 소리로] 고마워요
(강화) 사람이 참 단호해 거침이 없어, 거침이
자신의 의사를 확실히 피력할 줄 알아
우리 아빠가 사람의 장점만 보랬어, 응
자기들이 이해를 해
쟤가 요즘 제정신이 아니거든
아무튼 그래서 그 리미티드 시계 결국 못 구한 거예요?
[김 간호사의 탄성] (김 간호사) 계 쌤이 못 구하는 것도 있네요?
(근상) 내가 해외 직구까지 싹 뒤졌는데 없는 거야
근데 내가 이미 봤잖아
안 봤으면 안 봤지 그걸 봤는데 그래 놓고 어떻게 안 사니?
(정 간호사) 그럼 그 사람한테 물어봐요
누가 찼는데요?
(근상) 강빈
(상봉) 나?
예? 강빈?
[작은 소리로] 그 야구 선수?
(근상) 응
조울 수치도 낮고, 우울 수치도 정상
(근상) 근데 시계는 어디서 사셨어요?
예?
아, 그거
보는 눈이 있네
음
[작은 소리로] 고급져
근데 강빈 죽을 사람은 아니지 않았어요?
(정 간호사) 왜 자살한 거예요?
(근상) 내가 그게 미스터리야
아, 나 진짜 진료 봐야 되겠다
응, 커피 한잔해, 응
[정 간호사의 한숨] [김 간호사의 웃음]
(김 간호사) 뭐야 [정 간호사의 짜증 섞인 신음]
(민정) 어린이집 분이니까 따로 이력서는 안 받으려고요
다음 주부터 잘 부탁드려요
[차분한 음악]
[문을 달칵 닫는다]
- (민정) 가요? - (강화) 일어나지 마, 갔다 올게
(강화) 서우야, 아빠 갔다 올게
그래요
그, 저기
응? 왜요?
지난번에 얘기했던 서우 심리 상담 있잖아
(강화) 그거 우리 다음 주에 같이 센터 가 볼까?
신경 쓰지 말라면서요
어? 어...
그, 그랬지, 음
(강화) 어, 아니야, 신경 쓰지 마, 갔다 올게
[문이 철컥 열린다]
뭐야
(유리) 오, 됐어, 됐어 [유리의 기쁜 숨소리]
일단 집에 들어가서 지박령 그거부터 쫓아내야지
(주방 이모) 지박령은 뭔 지박령 타령이여
그 속도로 썰잖아?
우리가 주방 지박령 되게 생겼어
- 허리 업! - (유리) 오케이
오케이, 접수 완료
[주방 이모의 웃음] (주방 이모) 참 내
(유리) 아, 눈 따가워
[유리가 숨을 쓰읍 들이켠다]
도대체 뭘 접수했을까
[괴로워하는 신음] [주방 이모의 헛웃음]
(주방 이모) 그 방향이 아닐 텐데, 응? 이쪽으로 썰어, 이쪽으로
[유리의 당황한 신음] 아이고, 답답해 죽겄네, 아주 그냥
[유리의 힘겨운 숨소리]
(유리) 아이고
[유리의 힘겨운 신음]
- 오늘 간식은 귤요 - (혜수) 네
(유리) 김 선생님
결혼 축하해요
[살짝 웃으며] 감사합니다
- (교사1) 벌써 간식 나왔네요? - (유리) 네 [교사1의 웃음]
(교사2) 귤 맛있겠다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아유, 귀신 없으니까 친구들이랑 잘 노네, 우리 서우
[유리의 웃음]
[긴장되는 효과음]
저건 뭐야, 또
아이씨
[의미심장한 음악]
어? 희한하네?
어, 이거 왜 이러지?
[당황한 신음]
[난처한 신음]
[신비로운 효과음]
[판석의 놀란 숨소리]
아이...
(유리) 야!
너 어디를 들어오려고...
어?
[판석의 당황한 신음]
아저씨
아니, 어떻게, 어떻게...
[의아한 신음]
(판석) 아이고, 난 그것도 모르고 자주 들락거렸는데
본의 아니게 미안하게 됐네
(유리) 아유, 모르고 그러셨는데요, 뭐 [판석의 웃음]
저도 5년이나 모르고 붙어 있다가 이렇게 된 거죠
(판석) 그래, 나 앞으로 절대 어린이집 안에는 안 들어갈게
(유리) 네
아, 근데 김 선생님이 따님인 건 진짜 몰랐는데
제 딸 엄청 예뻐하거든요, 김 선생님이
어, 그래? [웃음]
아, 어떻게 귀신들 인연이
이렇게 산 사람들까지 연결이 되나 그래
[유리와 판석의 웃음] (유리) 그러니까요
귀신이나 사람이나 잘 살아야지
참, 세상이 이렇게 좁은데, 그렇죠?
[웃음]
(유리) 참, 축하드려요
결혼하잖아요, 김 선생님
(판석) 응
이제야 마음 놓고 올라가시겠네
[한숨 쉬며] 그러게
고마워
(판석) [헛기침하며] 씁, 아, 근데 저기
우리 혜수
어린이집에서 뭐 안 좋은 일 있어?
아니요, 왜요?
아니, 내일모레 결혼 날짜까지 받아 놓은 애가
한창 좋아야 될 때인데
자꾸 시무룩하고 울고 그러네
(판석) 혹시 같이 손잡고 들어가 줄 내가 없어서
서러워서 저러나 싶어서
내가 뭐, 제대로 해 준 것도 없고
[멋쩍게 웃으며] 미안해서
내가 그냥 좀 예민한 건가?
[차분한 음악]
[옅은 한숨]
[한숨]
[한숨]
[목탁 소리가 들린다] [스님이 불경을 왼다]
(근상 이모) 우짜쓰까, 우짜쓰까
죽은 자식이 엄마가 눈에 밟혀서 이승을 못 떠나네
뭐라고요?
엄마 때문에 매일 울어서 집안에 기운이 몰려 풀리질 않아
(근상 이모) 제사를 지내면 싹 풀릴 텐데
아니면 요 부적이라도?
이 사람이 진짜 못 하는 소리가 없어
[근상 이모의 아파하는 탄성]
(미동댁) 애가 울고 있긴 뭘 울고 있어!
이런 사람 같지도 않은 중생을 봤나! [근상 이모의 당황한 신음]
어디 비빌 데가 없어서 감히 여길 와 이래!
- (근상 이모) 뭐? - 네가 저기 딸을 알아?
- (미동댁) 뭐야, 이건 - 어마
(근상 이모) 아, 이거, 이거 내, 내 부적이야!
내가 무슨 닭이야?
- 너 누구야? - (미동댁) 나?
[미동댁이 부적을 탁 뺏는다]
(미동댁) 여기 'www.midongs.co.kr'
미동스
내가 미동댁이다!
- (근상 이모) 뭐? - 어디서 내 거 다운받아 와 가지고는
(미동댁) 그리고 받으려면 유료로 받아
이렇게 불법 다운로드 하지 말고
이, 다 티 나게 [미동댁의 웃음]
이게 뭐야, 이게, 이게!
- 진짜 미동댁이야? - (미동댁) 그래!
(근상 이모) 씨, 미동도 하지 마
씨!
저, 저, 저, 저, 저... [근상 이모의 다급한 신음]
얼씬도 하지 마!
훠이, 훠이, 훠이!
어디서 저런 것들이 여기까지 기어들어 와 가지고는
에이씨... [부적을 주머니에 넣는다]
울기는 개뿔, 잘만 싸댕기는 애한테
싸댕겨요?
내 딸이? 구천을?
아니, 그게 아니, 아니고 저, 그, 뭐냐면 저...
(은숙) 저 인간이나 그쪽이나 그렇게 굿해서 돈 참 많이 버시겠네
살다 살다 별 꼬라지를 다 보겠네, 내가
아유, 아니, 그게, 그게 아니고, 저...
아...
아유, 이놈의 조동아리 아유, 조동아리, 조동아리
아휴
[웃음]
[문이 철컥 열린다]
[TV 전원음]
[한숨]
왜 그래? [은숙이 물을 주르륵 따른다]
[은숙이 물병을 탁 내려놓는다]
절에서 무슨 일 있었어?
[한숨]
아니야, 아무것도
(무풍) 아니긴 뭐가 아니야 딱 봐도 무슨 일이 있었구먼
(은숙) 별 시답잖은 것들이 사람 속을 다 뒤집잖아
던진 돌에 맞아 죽는 개구리도 아니고, 내가
아휴, 아니야, 아니야 아유, 됐어, 됐어
- (원장) 짠 - (유리) 수고하셨습니다 [잔 부딪는 소리가 들린다]
(교사2) 자, 수고하셨습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말한다]
(함께) 짠! [종업원이 인사한다]
(주방 이모) 아유, 이게 얼마 만이야
[손님들이 종업원을 부른다]
(유리) 카!
오, 술 잘 드시네요
아, 제가 또 이 술이 체질적으로 잘 맞거든요
(유리) 소주, 맥주, 양주, 고량주 안 가리고
[원장의 웃음] (주방 이모) 좋겄네, 다 잘 맞아서
나랑은 안 맞는 것 같던디
[교사들의 웃음] (유리) 아닌데, 나 이모님이랑 엄청 잘 맞는데
모르셨어요?
나만 모르나 봐
(주방 이모) 아니, 주방이 왜 맨날 어린이집을 휘젓고 싸돌아댕겨
우리가 주방서 나갈 일이 뭣이 있다고
아, 다들 그렇게 이기적으로 자기 할 일만 하면 발전이 없죠, 응?
(유리) 쌤들도 좀 도와주고 원장 쌤도 좀 도와주고 그래야죠
이 어린이집이 내 집이다 생각하면서
자기 일도 제대로 못 하니까 그러지
(주방 이모) 니 일이나 좀 잘하세요
[교사들의 웃음]
(교사1) 아, 근데 진짜 주방 작은이모님이 애들 많이 봐 주기는 해요
(원장) 음, 애들 진짜 좋아하시나 봐요
애들 아니고 서우 아니에요?
(교사2) 전 작은이모님 볼 때마다 서우랑만 노시던데
[유리의 웃음]
아니, 제가 그, 또 예쁜 애들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유리) 애가 예쁘잖아
아, 지금 그 정도인데 나중에 크면 어쩔 거야?
배우를 시켜야 되나?
아, 연예인은 시키기 싫은데
아유, 누가 보면 지 새끼인 줄
[교사들의 웃음] 오버야, 오버
[주방 이모의 웃음] (원장) 서우가 이쁘긴 하지, 마셔, 응
(교사1) 아유, 김 쌤
아유, 내일모레 신부 입장 해야 되는데 마시지 마요
아니요, 주세요
저 오늘은 좀 마실게요
- (교사1) 어? - (원장) 어어, 김 쌤, 김 쌤 [교사2가 걱정한다]
(주방 이모) 그래, 유부녀 될 생각 하니까 서럽지? 마셔, 마셔, 응?
(원장) 그래, 우리도 마셔, 마셔
(교사1) 짠!
[혜수의 한숨]
[혜수가 흐느낀다]
[교사1의 걱정하는 숨소리]
김 쌤
(교사1) 아, 왜 그래, 응?
[교사1의 걱정하는 한숨]
(원장) 김 쌤, 좋은 날 앞두고 왜 그래, 응?
내가 결혼을 해서 뭐 해요
(혜수) 내가 결혼을 해서 뭐 해
[혜수가 계속 흐느낀다]
혹시 아빠 보고 싶어서 그래요?
손잡고 입장할 아빠가 없으니까 서럽구나
아니요
아니에요, 그런 거
[혜수가 흐느낀다]
[울먹인다]
(판석) 혜수야
딸, 왜 그래
뭐 때문에 그래, 어?
[판석의 한숨]
[한숨]
신부 입장 혼자 하는 거
그거 중요하지 않아요
[울먹이며] 그거 잠깐 서러운 거 괜찮아요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우리 아빠가 너무 불쌍해서 그래요
[차분한 음악]
아, 아버지가 왜 불쌍해요
(혜수) 내가 결혼 늦게 하지만 않았어도
조금만 더 일찍 했어도
잔치 한 번은 해 보고 갔을 텐데 우리 아빠
[혜수가 흐느낀다]
딸 둘만 바라보고 죽어라 살았는데
잔치 한 번 못 해 보고 갔어요 우리 아빠
'자식 잘 키워 보냈네 고생한 보람 있네'
그런 소리 한 번 못 들어 보고
자랑 한 번 못 해 보고 갔어요 우리 아빠
내일 제가 기뻐 보일수록 사람들은 그럴걸요?
'신부 아빠 참 불쌍하다'
'딸 결혼하는 것도 못 보고 갔네'
그거 다 나 때문이잖아요
불쌍한 우리 아빠
[혜수가 훌쩍인다]
나 우리 아빠한테 해 준 게 없어요
남들 다 해 주는 것도 못 해 줬어요, 내가
(교사1) 김 쌤...
[판석의 힘겨운 숨소리]
[훌쩍인다]
아저씨
[혜수가 계속 흐느낀다]
왜 나온 겨, 잘 시간에
(귀순 사위) 당신 항암 받는 날만 되면 잠을 못 자네
(귀순) 그러니까
환자는 잘 자야 하는데
(귀순 사위) 아파 그래?
아파도 잘 참더구먼
아파
많이
근데 희한하게 참아진다?
(귀순 사위) 왜
몰라
아프면 자꾸
(귀순 딸) 자꾸 엄마 생각 나
[심전도계 비프음] [귀순 딸이 흐느낀다]
환자분과 마지막 인사 하세요
[훌쩍인다]
엄마
(귀순 딸) 나 영애야
[귀순 아들이 흐느낀다] 내 얼굴 보여?
(귀순 아들) 엄마
(귀순 딸) 엄마, 제발 정신 차려 봐
엄마, 제발 정신 좀 차려 봐
엄마, 한마디만 해 줘, 한마디만
응?
엄마, 제발 정신 차리고 제발 나한테 한마디만 해 줘
[귀순 딸이 훌쩍인다]
엄마
[귀순 딸의 떨리는 숨소리]
(귀순) [힘겨운 목소리로] 아파...
[심전도계 비프음이 빨라진다]
[심전도계가 삐 울린다]
[잔잔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엄마
엄마, 미안
엄마, 미안해 [귀순 아들의 울음]
우리 엄마 진짜 아프게 갔잖아
(귀순 딸) 너무 고통스럽게 갔어, 나 때문에
여, 영애야
[귀순 딸이 훌쩍인다]
내가 우겼었잖아
할 수 있는 거 다 해 보려고 억지로 치료해서
(귀순 딸) 나 때문에 너무...
너무 아프게 갔어, 우리 엄마
[귀순 딸의 헛웃음]
그래서 그런가 아프면 나도 모르게
'엄마는 이것보다 더 아팠겠지'
'근데 내가 이거 하나 못 견딜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참아져 [귀순 사위의 떨리는 숨소리]
[귀순 사위가 훌쩍인다]
(귀순 사위) 그게 왜 당신 때문이야
[흐느낀다]
[울먹이며] 아이고
아이고, 미련한 거
저 미련한 거
(미자)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 그딴 게 어디 있어
시간이 지나도 괴로운 거지
잊은 척 꾹꾹 참고 살아도
[가슴을 탁탁 치며] 속에선 다들 어디 하나 고장 나 있는 거야
그래도 할매 죽은 지도 오래됐는데
(미자) 딸이 할매 나이에 가까워질수록 더 아플걸?
원래 세월이 지나고 세상을 알면 알수록
더 아픈 거야, 이별은
아이, 쯧
그래, 뭐
솔직히 죽기 전에 인사 다 하고
(봉연) 뭐, 유언 다 남기고
그렇게 죽는 사람도 있나?
(미자) 아이고 그렇게 죽을 수만 있다면 생큐지
삼대가 덕을 쌓아야 될걸?
(봉연) 그래, 맞아
아휴, 그나저나 김 씨는 속상해서 어째
[미자의 한숨]
(미자) 좋은 날 앞두고 그 딸내미도 마음고생했겠네
남들은 안타까워 하는 말이 자식은 듣기 싫을 수 있지
제 아버지 안됐다는 말이 얼마나 상처겠어
[한숨 쉬며] 그러니까
(판석) 유리야
아저씨
아, 저기
[숨을 하 내쉰다]
나 부탁 좀...
숍 가려면 시간 좀 있으니까 천천히 들어갔다 와
(혜수) 응
[떨리는 목소리로] 뭐야, 이게
누가 이걸...
[잔잔한 음악]
(판석) 내 인생의 가장 빛나는 보석
괜찮아
괜찮아, 어쩔 수 없지, 뭐
[어린 혜수의 울음] (판석) 아이고
[판석의 웃음]
- (판석) 괜찮아 - (어린 혜수) 아빠
(어린 혜수) 이거 내가 아끼는 옷이란 말이야
괜찮아, 괜찮아 어쩔 수 없지, 뭐, 응? [어린 혜수의 울음]
[판석의 웃음]
[혜수의 떨리는 숨소리]
(혜수) [울먹이며] 나 떨어졌어
괜찮아, 응? [혜수가 흐느낀다]
[혜수를 토닥이며] 아, 괜찮아, 어쩔 수 없지, 뭐
- (판석) 울지 마 - 미안해, 아빠
아이고, 이런, 참
괜찮아, 어?
(혜수) 미안해, 아빠
아유, 괜찮아
(판석) 고생스러웠던 아빠의 삶이
본의 아니게 우리 딸 심장에 박혀 상처가 됐네
가난한 아빠라서 미안했어
그런데 딸 [떨리는 숨소리]
아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거친 숨소리]
[입바람을 하 분다]
(판석) 너무나 힘없고 가난했던 삶 속에서도
아빠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는 거야
불쌍하고 안쓰러운 아빠 말고
파이팅 넘치는 아빠로 기억해 줄래?
[흐느낀다]
그리고 해 준 게 왜 없어
네가 해 준 임플란트 잘 지니고 떠날게
[혜수가 흐느낀다]
[카메라 셔터음] [하객들의 박수]
[작은 소리로] 아, 여기까지 왜 따라와?
(혜진) 언니 보러 온 거 아니거든요?
(미자) 아, 김 씨 딸 결혼식인데 우리가 당연히 와야지
- (영심) 맞아 - (대춘) 당연하지
[대춘과 영심이 말한다] (봉연) 자기 보러 온 줄 알아
- (대춘) 오해하지 마 - 아, 진짜 피곤하게 하네, 이 사람들
네? 뭐라고요?
아, 아니에요, 원장님
[유리의 어색한 웃음]
아, 혼잣말, 혼잣말
[원장과 주방 이모의 웃음]
(주방 이모) 독특혀, 참
(사회자) 자, 이제 신부 입장을 하겠습니다
신부 입장
[하객들의 박수와 환호]
(주방 이모) 아유, 혼자 입장하니 짠하네
아빠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원장의 한숨]
(원장) 그러게
(미자) 김 씨!
[대춘의 웃음] 아유, 김 씨 조명 받으니까 신수가 훤하네
(대춘) 아, 그러게 말이야
이게, 이게 조명 때문에 표정이 좋아 보였던 거구먼
[하객들이 계속 환호한다]
(남자1) 내 친구 평생 기사 일 하면서 딸 키운 보람이 있네
어쩜 애가 저렇게 잘 컸어?
(남자2) 그러게, 애가 속도 깊고 그렇게 착하대
김판석이 정말 수고 많았다
(미자) 사람이 바르게 잘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네
내 인생이기도 하지만
내 부모의 인생이기도 하잖아
[웃음]
[은숙의 의아한 숨소리] (은숙) 이상하네, 이거 맞는데
[문이 철컥 열린다]
(연지) 다녀왔습니다
(은숙) 어, 너 잘 왔어
너 이거, 아빠 거 비밀번호 좀 풀어 봐
기역 자가 맞았는데 자꾸 아니라네?
(연지) 아빠 그제 비번 바꿨어 내가 바꿔 줬는데?
근데 아빠 폰은 왜?
(은숙) 포포 동물 병원 진단서 그때 네 아빠 폰으로 찍어 놨거든
이번에 병원 옮기니까 보내 달래서
(연지) 응, 나 씻는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이 양반이 이게 다 뭐야?
[한숨]
(미동댁) 아휴, 씨
아유, 이놈의, 이놈의 입이 방정이지
아유, 왜 쓸데없는 얘길 해 가지고
죽은 딸이 구천을 떠돈다는데 화가 안 날 사람이 어디 있어
[분한 신음] 이게 다 그 망할 놈의 짝퉁 무당 때문 아니야, 진짜
아유, 이 차유리 계집애 알면 난리 칠 텐데
가만있어 봐, 가만있어 어디 갔어, 어디 갔어
[다급한 숨소리]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 여보세요? - (미동댁) 야, 너
저, 저, 그, 지금 어디야
나? 길바닥, 왜?
(미동댁) 너 잠깐 나한테 와 봐 봐 내가 긴히 할 얘기가 있어
- 지금... - (유리) 아, 싫어, 나 배고파
(유리) 아, 지금 밥 먹으러 가던 길이었단 말이야
올 거면 미동댁이 와, 끊어
[통화 종료음] 야
야, 야, 여...
이게 진짜, 쯧
[휴대전화를 달그락 내려놓으며] 에이씨
[한숨]
[휴대전화 알림음]
(미동댁) 아나, 이게 말 더럽게 안 듣네, 진짜
아, 몰라, 몰라, 몰라, 에이, 쯧
됐어, 됐어
[꼬르륵 소리가 난다]
[익살스러운 음악]
(유리) 똘끼 아니고 신끼?
가만있어, 이 계집애야
- 친구... - (미동댁) 아, 예
(유리) 아휴, 아니야, 언니
그냥 아는 무당
내가 뭐, 얘랑 어딜 봐서 친구야 우리 엄마랑 동년배인데
(미동댁) 아니거든? 내가 너희 엄마보다 열 살이나 어리거든?
뭐래, 우리 엄마가 훨씬 어려 보이거든?
(미동댁) 이게 진짜, 요즘 오냐오냐 봐주니까 아주 호구 잡아, 그냥
(유리) 이 봐, 이 봐, 언니
아주 무당 중에서도 완전 악덕이야, 악덕
(미동댁) [이를 악물며] 악덕? 악...
(현정) 근데
네가 이 무당분을 언제 알았어?
너 미신 싫어하잖아
(유리) 아...
어, 어, 그, 그러니까 내가
가, 갑자기 다시 살아나고 보니까
이 무속 신앙에 뭐가 있구나 싶은 게
어, 내가 왜 살아났는지
뭐, 뭐, 그런 거 조언 구하다 보니까 친해진 거지, 뭐
[미동댁의 어색한 웃음] - (유리) 그렇지? - (미동댁) 어, 어, 어
(미동댁) 아, 그리고 미신 아니고 휴머니즘
왜 살아난 건데요? 어떻게?
아, 그, 그게, 어...
(미동댁) 그...
그게, 그러니까, 저...
씁, 가끔은 그런 경우가 있는데
어, 나도 알아보는 중이에요, 어
어, 죽었던 애가 왜 살아나게 됐는지 [미동댁의 어색한 웃음]
[미동댁이 유리를 톡톡 두드린다] [어색한 숨소리]
(유리) 아, 언니
- (현정) 어? - 나 돼지숙주볶음 먹고 싶다
어, 그래
아, 근데 숙주가 없는데
[놀란 숨소리] 어, 잠깐만
[현정의 분주한 발걸음]
[부스럭 소리가 난다]
(미동댁) 숙주가... [유리의 안도하는 숨소리]
[현정의 발걸음] [미동댁이 중얼거린다]
(현정) 어, 저기, 먹고 있어 예, 드세요
- (현정) 나 금방 마트 바로 갔다 올게 - (유리) 오, 역시 울 언니
언니 짱
하긴
자기도 오죽 답답했으면 무당까지 찾아갔겠어
뭐? 엄마한테?
아, 미쳤어? 아, 무슨 그런 소릴 해
아니, 그게 아니고...
미안 [유리의 한숨]
(미동댁) 아이, 그, 이상한 소리 하는 짝퉁 무당 그 여자 쫓아낸다는 게
나도 모르게 이, 말이 잘못 튀어나와 가지고 [유리의 한숨]
[유리의 성난 숨소리] 아, 이놈의 입이 방정이지, 정말
어휴, 못 살아, 내가 진짜!
[휴대전화 조작음]
당신 이게 다 뭐야?
[졸린 목소리로] 아, 뭐가
(은숙) 서우 어린이집에 봉사 갔었어?
사진도 찍고?
어
내가 서우 주변에 얼씬거리지 말라고 했지?
왜 사람 말을 안 들어!
아, 그냥 봉사도 못 가?
(무풍) 내가 뭐, 죄지었어?
그냥 몰래 가서 보는 것도 안 돼?
우리가 비켜 주는 게 애한테 좋다고 몇 번을 말해
(은숙) 지금 엄마가 엄마인 줄 알고 있는데
나중에 애한테 들키기라도 해 봐
나도 알아, 나도 아는데
[가슴을 탁탁 치며] 난 마음처럼 안 되는 걸 어떡해
장난감 하나만 봐도 생각나고 사 주고 싶고
난 마음처럼 안 되는데 어떡해!
보고 싶은 걸 어떡해!
당신만 보고 싶어?
[무풍의 한숨]
나도 보고 싶어, 나도
[떨리는 목소리로] 누구는 이게 쉬워서 참고 있는 줄 알아?
[무풍의 한숨]
나도 내 새끼 보고 싶고 내 손녀 보고 싶어서 죽겠어
(은숙) [울먹이며] 너무 보고 싶어서
억장이 무너져, 억장이!
[한숨]
[은숙이 흐느낀다]
[무풍의 한숨]
[한숨]
[은숙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무풍의 한숨 소리가 들린다]
[떨리는 숨소리]
[힘겨운 신음]
(유리) 보기에는 괜찮아 보여도 하나도 안 괜찮아, 우리 엄마
- 꾹꾹 눌러 참고 있다고 - (미동댁) 알아, 나도
아는 사람이 그런 망언을 해?
(미동댁) 아, 미안해
(유리) 아유, 진짜
(미동댁) 아, 아니, 근데...
네 엄마 그렇게 힘든 거 알면
너도 이러고 있으면 안 되지 않겠냐?
또 무슨 소릴 하려고?
(미동댁) 아, 당장 네 자리를 찾아야지
살 수 있다잖아 네 엄마 그렇게 안 아파도 된다고
(유리) 그 얘긴 그만해
다 끝난 얘길 자꾸...
안 찾아
우리 서우만 괜찮아지면 난 올라갈 거야
(미동댁) 아니, 내가 암만 기도를 해도 답은 모르겠지만
생각해 보면 윗분들이 뭐 때문에 널 이렇게 살린 건지
그건 중요한 게 아닌 거 같아 [한숨]
49일 안에 그냥 네가 네 자리를 찾고
다시 죽지 않으면 되는 거잖아
위의 뜻이고 뭐고 일단 기회가 왔으면 살고 봐야지
그만해 [거친 숨소리]
싫어
[문소리가 쾅 난다]
[신비로운 음악]
(현정) 이게 무슨 말이야?
어, 언니
이게 무슨 말이냐고
49일 안에 네 자리를 찾다니
[떨리는 숨소리]
다...
다시...
죽는다니!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현정) 조강화, 너 어디야
누나? 나 집인데?
[유리의 거친 숨소리]
[통화 종료음] 언니, 그러지 마, 나 좀 봐줘
이거였어?
(현정) 숨기는 게 이거였어?
49일 뒤에 다시 죽는 거?
왜 다시 죽어? 왜!
살 수 있다며
네 자리 찾으면 된다며
근데 왜 죽어?
내 자린...
내 자린 없다니까
왜 없어
[현정이 유리를 탁 붙잡는다] (현정) 다시 찾으면 돼
지금 민정 씨가 중요해?
네가 살아야지
살아서 서우한테 엄마 소리 안 들어 보고 싶어?
네가 서우 엄마잖아
[한숨]
내가 서우 엄마인 거
그런 건 안 중요해, 언니
그럼 뭐가 중요해?
[울먹인다]
언니
나 때문에 서우가 아파
나 때문에
난 우리 서우만 안 아프면 돼
그럼 너는?
너는 어떡해?
안 억울해?
그 젊은 나이에 애 한 번 못 안아 보고 죽었어
[유리를 팍 치며] 나도 이렇게 억울한데!
[현정의 거친 숨소리] [유리의 떨리는 숨소리]
안 돼, 나 너 그렇게 못 보내, 안 돼
[울며] 조강화가 사랑하잖아!
오민정
[차분한 음악]
오민정 사랑하잖아, 강화가
언니도 알잖아
그거만큼 중요한 게 뭐가 있어
언니
난...
난 강화만 안 울면 된단 말이야
[엉엉 운다] 안 울면...
(근상) 야, 강화야, 그냥 우리 차 타고 가
아, 무슨 운전을 해
차는 내가 내일...
됐어, 갈 수 있어, 괜찮아
(근상) 아, 그냥 우리 차 타고 가
(현정) 그래, 조심히 와
이따 집으로 갈게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자동차 경적]
[유리가 엉엉 운다]
[잔잔한 음악]
[강화가 훌쩍인다]
[강화가 숨을 씁 들이쉰다]
[강화의 한숨]
[엉엉 운다]
[한숨]
유리야
[유리의 등을 토닥인다]
알았어
[유리가 계속 엉엉 운다]
알았어, 유리야
(유리) 아, 언니
[거친 숨소리]
[유리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신비로운 음악]
아버지
(근상) 방에 들어가셔 가지고 잠깐 눈 좀 붙이세요
괜찮아
가 쉬어
[무풍의 한숨]
(근상) 들어가, 피곤한데
(의사2) 아닙니다
[끙끙 앓는 소리가 들린다]
잠깐만
[무풍이 흐느낀다]
[무풍이 오열한다]
[현정의 울먹이는 숨소리]
(무풍) [오열하며] 아유, 이놈의 새끼야!
아유, 새끼야
아유, 씨...
[현정이 흐느낀다]
아유, 이놈의 새끼야
아유
[흐느낀다]
아유, 이 새끼야
아유, 이 새끼야!
[무풍이 계속 오열한다]
[차분한 음악]
(강화)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란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무풍) [오열하며] 아유, 이놈의 새끼야
[부드러운 음악]
(유리) 아, 어떡해, 우리 엄마 심장도 약한데
- (연지) 언니는? - (무풍) 유리는?
(무풍) 우리 지금 꿈꾸고 있는 거 아니지?
(은숙) 없어졌어?
(민정) 서우 하원 도우미 하시는 분, 알죠?
(유리) 이제 내가 그런 거 절대 안 보게 해 줄게
- 이 새끼가 진짜 - (민정) 나?
(주인) 애가 엄마랑 붕어빵이네
(현정) [울며] 원래 유리 거잖아
유리 자리잖아
(스님) 이제 보내 줘도 될 듯합니다
(유리) [속삭이며] 엄마
.하이바이,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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