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니스 8
[감성적인 음악] [이현의 힘주는 소리]
비 오는 거 확실해?
(이현) 아, 그럼
날씨는 나만 믿어
그, 내가 기상청에 아는 친구 있거든?
그 친구도 나한테 날씨 물어봐
내가 걔네보다 정확하니까
(새봄) 비 많이 왔으면 좋겠다
[이현이 살짝 웃는다]
[새봄이 코를 훌쩍인다]
(이현) 아, 내가 강수량까진 맞히기 힘든데
(세규) 아니, 그, 또 감염자들 들이닥치면
저희부터 당하잖아요, 예?
(연옥) 그래도 남의 집에 들어가는 건 말이 안 되죠
[문희의 한숨]
(문희) 어머, 저기, 두 분 잠깐만요
저희 얘기 좀 들어 주세요
[문희의 멋쩍은 웃음]
2층이 위험하잖아요
로비 뚫리면은 바로 우리 집인데
그래서 저기로 이사하고 싶은데
괜찮다고 얘기 좀 해 주세요
(세규) 아니, 어떤 놈이 1층에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 가지고
냄새도 지독해요, 지금
(연옥) 아니, 동 대표인 저한테만 얘기를 하시면 될 텐데
(새봄) 11층으로 옮기고 싶단 말씀이시잖아요?
아니, 문 잠겨 있지 않아요?
(문희) 아, 저희가 얼마 전에 1102호도 청소했었거든요
(세규) 비밀번호 8888 안 바뀌었어요, 예
(문희) 3일 뒤에 나가면서 저희가 싹 청소해 놓을게요
그래서 동 대표님 반대하시는 겁니까?
나중에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11층이면 로열층인데
(연옥) 청소 분들 들이는 것도 좀 그렇고
입주민들이 좋아하시겠어요?
(새봄) 관련된 분들 의견을 좀 들어 보시죠
아파트에 변호사님도 계시는데
(해성) 변호사 입장에서는 조금
불가하다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이게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가게 되면 무단 주거 침입
둘 이상이 들어가면 특수 주거 침입
반의사 불벌죄가 아니라서
집주인 말고도 누구나 신고를 할 수가 있어요
(학제) 아, 저, 내
이, 이런 얘기 하기 참 미안한데요
거, 두 사람
위로 올라가면 우리 집이 제일 밑이잖아
(세규) 아니, 우리가 왜 할아버지네 보초를 섭니까?
(학제) 어허 또 눈을 이상하게 뜨네!
아, 우리 집은 늙은이 둘 살잖아!
젊은 친구들이 든든하게 아래에 있어 주면
안 돼, 안 돼?
아니, 저기…
[학제의 못마땅한 소리]
쩝, 오주형 씨도 굳이 오셨는데
의견 있으시면 말씀해 보세요
그냥 아저씨가 여기 있으시면 될 거 같은데
아저씨가 경비견처럼 여기서 딱 버티고 있어 주시면
입주민들이야 뭐, 안심되고 좋을 거 같은데
아, 뭐라는 거야, 지금, 어?
[문희가 만류한다] - (세규) 아, 뭐라고? - (이현) 진정하시고
(문희) 하지 마
(주형) 진정하시고 청소나 하세요, 청소나
(연옥) 자, 길어야 사흘이에요
조금만 더 참아 봐요
다들 고생하는데
여러분한테만 특별 대우를 할 순 없지 않겠어요?
(해성) 그것보다 그, 쓰레기 얻다 버립니까?
비상계단에 둬도 이게 좀 냄새가 들어오던데
설마
창밖에 버리신 건 아니겠죠?
그런 사람이 있어요?
아니길 바라요
(새봄) 아, 저 물 부족하신 분들은
옥상에 물통 가져다 두시고요
401호에는 말씀드렸는데 오늘 밤에 비 온대요
(해성) 어? 그거 어떻게 알아요?
[도어 록 작동음] 인터넷 돼요?
(새봄) 아
얘가 인간 기상청이에요 [문이 탁 닫힌다]
메이저 리그도 갈 뻔했는데
무릎 부상 때문에 못 갔잖… [해성의 한숨]
(이현) 그, 메이저 리그까지는 아니… [학제의 한심한 탄성]
(학제) 젊은 양반이 참 안됐다 [도어 록 작동음]
아, 평상시에
허벅지 운동을 좀 해 [문이 탁 닫힌다]
(이현) 예, 그래야죠 [학제가 혀를 쯧쯧 찬다]
해, 운동 좀 [문이 탁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이현이 중얼거린다]
(현경) 저기 [문이 탁 닫힌다]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저희 오빠 때문에요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열린다]
[한숨 쉬며] 오빠 없어요
(새봄) 그렇죠?
없죠?
아, 오빠 일이라고 해서 괜히 걱정했네
[이현의 아파하는 신음]
오빠가 연락 왔었거든요
어제 저기로 전기 끊기기 전에요
괜찮아 보였는데
오빠가 어렸을 때 면역력 좋았거든요
(현경) 감기도 잘 안 걸리고
그, 혹시
감염 안 된 건 아닐까요?
(새봄) 쩝
그러길 바라요
[현경의 한숨]
[하늘이 우르릉거린다]
[비가 쏴 내린다]
[새봄의 힘주는 소리]
[살짝 웃는다]
[문이 탁 열린다]
(새봄) 오, 인간 기상청
(이현) 봤지? 내가 온다 그랬잖아
더 자, 내가 그냥 빨리 갔다 올게
(새봄) 아니야, 잠 깼어
빨리 가져와서 변기 물 내려야지 찝찝해서 안 돼
물통도 다시 가져다 놓고
또 언제 비 올지 모르잖아
[손전등을 달그락 챙긴다] 아, 비 언제 와?
(이현) 지금 오잖아
(정국) 마귀야, 물러가라 [새봄의 놀란 탄성]
[거친 숨소리]
(이현) 아, 진짜 내가 이 형 때문에 미치겠네
(새봄) 뭐야, 이게?
(이현) 갑자기 종교가 생겼어
막 자기 전에 이제 기도까지 해
[새봄의 한숨]
(새봄) 기도는 잘하나, 쩝
(이현) 깨기 전에 나가자
(새봄) [작은 목소리로] 마귀야 물러가라
[비가 쏴 내린다]
[소윤의 한숨]
(소윤) 비 오는데
나가서 물 받아 올까?
중금속, 미세 먼지, 오염 물질
나 빗물 절대 안 먹는다
(해성) 욕조 물도 안 먹을 거고
어차피 사흘이면 나가는데 넌 진짜 애가 왜 그러냐?
혹시 모르잖아
[무거운 음악]
[현경의 힘주는 소리]
[수민의 한숨]
(현경) 어, 오빠, 오빠
- (수민) 어, 깜짝아 - (현경) 오빠!
[수민의 가쁜 숨소리]
(현경) 오빠
- (현경) 오빠 맞아? - (수민) 현경이, 현경…
[현경의 놀란 탄성] (수민) 야, 야, 너 여기서 뭐 해?
아니야, 야, 가, 가, 가
(현경) 잠깐만! 가지 마, 얘기 좀 해
[현경의 떨리는 숨소리]
[가쁜 숨소리]
[놀란 숨소리]
많이 다쳤어?
병 걸린 거 확실해?
아, 잘 모르겠어
[가쁜 숨소리]
그냥 기분이 좀
이상해
[어두운 효과음] (현경) 밥은? 뭐 좀 먹었어?
[현경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문이 탁 여닫힌다]
(이현) 아, 저기요
저희 거 아니에요?
[이현이 물통을 탁 내려놓는다] 집에 물 없어요?
아, 남의 집 물건을 허락도 없이
(새봄) 됐어, 빗물 공짜인데
드시고 싶으면 더 드세요
[이현의 한숨]
(이현) 야, 그거 야, 그거 그냥 마시면 안 돼
아유, 괜찮아
내가 전술 훈련 때 흙탕물로 배도 채운 사람이라고
[문이 탁 열린다]
(이현) 야…
[문이 탁 닫힌다]
(새봄) 음
누가 절대 훔쳐 가진 않겠네요
아니, 빗물도 마셔요?
(세훈) 정수해서요
[뚜껑을 달그락 닫는다]
정수용 알약 있으니까 필요하면 언제든 오세요
남편분한테는 미리 말씀하시고
[세훈이 물통을 탁 든다]
(이현) 저 아저씨 집에는 내가 간다
[문이 탁 여닫힌다] 어? 절대로 너 혼자 가지 마
걱정하지 마
빗물도, 어? 정수해서 먹는 아저씨인데 [이현의 한숨]
헬스장에서 약 받아먹었겠냐?
[이현의 한숨]
저녁 뭐 먹을까?
우리 방금 밥 먹었어
난 점심 먹으면서
내일 아침 먹을 거까지 생각하는 사람이거든
(새봄) 그래야 기대감 때문에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어
- (이현) 와 - (새봄) 어?
(이현) 안녕하세요
(덕순) 아, 예, 예
(새봄) 요새도 청소하시는 거예요?
[문이 탁 닫힌다] 아, 집에만 있으면 갑갑해서요
(덕순) 동 대표님도
뭐, 월급 받으려면 계속 일하라고 하시고
[이현의 한숨]
그 양반 진짜 너무하네
근데 이상한 거 봤어요
어떤…
[의미심장한 음악]
[새봄의 놀란 숨소리]
(이현) 이거 어디 있었어요?
(덕순) 쓰레기봉투요
(덕순) 누가 이렇게 쓰레기를 반도 안 버리고, 쯧
쓰레기봉투 많은 사람인가 보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어, 이게 뭐지?
(이현) 그 쓰레기봉투는 어디 있었어요?
3층하고 4층 사이요
(새봄) 어제까진 괜찮았잖아
절대 티 내지 마
현직 형사인 내가 신문할 테니까
선진 수사 기법
예쁘게 말해
아직 충격 남아 있을 거야
걱정 마
[도어 록 작동음]
아, 안녕하세요
(새봄) 뭐 부족하거나 그러신 거 없죠?
(현경) 아, 아직은요 [도어 록 작동음]
무슨 일로 오셨어요?
(새봄) 아
쓰레기 버리는 것 때문에 왔는데요
(이현) 이거 작가님이 버렸죠?
아, 아니에요
(현경) 전 다친 데 없어요, 진짜요
보세요, 예?
- (현경) 저 정말 괜찮죠? - (새봄) 아유
(새봄) 아이, 괜찮아, 괜찮아요
정말 물리지 않았어요 저 정말 괜찮은데
[도어 록 작동음]
(새봄) 선진 수사 기법?
[도어 록 작동음] 으이구, 으이구, 진짜
(이현) 일단 대놓고 묻는 게 나아
나현경 씨는 아닌 거 같은데
[이현의 한숨]
저 집 오빠 말이야
지금 어디 있을까?
[긴장되는 음악]
아니
새봄이랑 오지, 왜 날 데려와?
아니, 총도 못 빌려준다면서요
(정국) 아, 미안하다, 내가, 저
총이 없으면 좀 불안해서
그러니까 우리가 해야죠
[이현의 한숨]
(이현) 이거 우리가 나눠 준 도시락인데
이게 왜 여기 있지?
(정국) 계엄령 선포됐잖아
밖에 감염자들 쫙 깔렸다고
근데요?
안에서 무슨 일 있었는지 우리가 다 알아낼 필요가 있냐?
안에 감염자가 더 있을지 모르잖아요
(정국) 찾으면
찾으면 어쩔 건데?
어디다 가둘 거야? 우리도 갇혀 있는데
현아, 이틀만 있으면 우리 나갈 수 있어
괜히 수사한답시고 들쑤시지 말자, 응?
혹시 모르잖아요
지금도 하나씩 물려서 감염자가 늘기라도 하면
우리 집사람
지금 많이 아파
(정국) 유방암 검사 했는데
아무래도 재발한 것 같아
병원에서 연락 왔어
다 나은 줄 알고 장사 시작했는데
현아
나 우리 집사람한테 가 봐야 돼
너도 알잖아
우리 집사람 얼마나 고생했는지, 응?
[한숨]
[풀벌레 울음]
(이현) 정국이 형 말이 맞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별로 없어
[한숨]
다 줘
[잘그락대는 소리]
알았어
(새봄) 우리도 방역 팀 올 때까지 좀만 참자
[새봄이 통을 잘그락댄다]
그러자
[이현의 힘주는 숨소리]
[쿵] [이현의 한숨]
[쿵]
[무거운 음악]
[새봄의 한숨]
못 참겠는데?
[쿵]
(지수) 임상 시작한 치료제 후보 물질 중
13번이 효과가 있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어느 정도인데?
중증 단계로 넘어갔던 감염자들 중 72%가
발병 주기와 빈도가 모두 호전됐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컵을 탁 내려놓는다]
갈증은 좀 어때요? [문이 탁 닫힌다]
별로 못 느낍니다
제 가족들은요?
(태석) 밖에 잘 있습니다
(지수) 중령님, 아직…
근데
원래 고기 좋아했어요?
아니요
저 원래 채식했는데
많이 좋아지신 것 같네요
가족들 걱정 마시고 회복에만 전념하세요
[문이 달칵 여닫힌다]
[문이 철컥 잠긴다] 윤새봄 혈액 분석 아직 안 끝났지?
(지수) 네
윤새봄 분석은 비밀리에 진행하고
13번 후보 물질은 상부에 흘려
(지수) 아직 초기 임상 단계입니다
데이터가 조금 더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러는 거야 데이터가 더 필요하니까
임상 끝났고 최종만 남았다고 말 흘려
[한숨]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의미심장한 음악]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현경의 놀란 탄성]
[도어 록 작동음] [현경의 놀란 숨소리]
[난감한 탄성]
(이현) 안에서 뭐 하셨어요?
(현경) 네?
[현경의 난감한 소리]
아,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가, 제가 좀 갑갑해서요
여기 비어 있다고 하길래…
(새봄) 저도 들어가 봐야겠네요 갑갑해서
아, 아니, 저, 잠깐만
[난처한 숨소리]
[현경의 한숨]
[한숨]
미안해요, 오빠 안에 있어요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현경) 아
[현경의 한숨]
나수민 씨, 안에 있죠?
괜찮아요?
괜찮아, 오빠, 얘기해
(현경) 위층 분들이셔
(수민) 예, 아직은요
(이현) 지하 1층 출입구에서 도시락 먹었죠?
그거 동생분이 준 겁니까?
(수민) 아, 아니요
그거 6층 의사 남자요
저 병에 걸린 거
알고 있었어요
[의미심장한 효과음] [무거운 음악]
(주형) 배고프죠?
[수민의 거친 숨소리]
[이현의 거친 숨소리] [문이 탁 열린다]
오주형 씨가 뭐라던가요?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자고 했는데
거절했어요, 그랬더니
생각해 보라면서
도시락 주고 가더라고요
(이현) 왜 거절했어요?
들어오고 싶으셨을 텐데요
무서웠어요
제가 사람들 물까 봐
[도어 록 작동음]
(이현) 내일 봉쇄 풀려도 집에만 계세요 [도어 록 작동음]
네
(새봄) 나수민 씨, 나현경 씨 두 분 다요
[이현의 한숨]
저희가 나가서 사정 설명하고 의료진들 데려올게요
[한숨]
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말요
(이현) 이해가 아니라 어쩔 수 없어서 이러는 겁니다
두 분 어디 내쫓을 데도 없고
(현경) 그래도 감사해요
정말 고맙습니다
[새봄의 옅은 한숨]
(동현) 보람 씨
잠깐만요
잠깐만
- (동현) 보람 씨 - (보람) 저 미리 말해 두는데
저 그쪽 돈 안 받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괜히 이런 일에 끼고 싶지도 않고
아니, 그게 아니고
어젯밤에 쿵쿵쿵 소리 들었죠?
그거 감염자들이 내는 소리잖아요
엄마 같아요
(동현) 엄마가 찍은 셀카를 봤는데 등에 상처가 있었어요
전에 병 걸린 어떤 6층 아줌마랑 부딪혔다 그랬거든
그래서요?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예요?
엄마가 감염자면 우리도 감염될 수도 있다는 거지
[헛웃음]
아니, 그게 무서워요? 걱정되는 게 아니고?
(보람) 그렇게 무서우면 문 잠그고 있어요
괜히 나오지 말고
아니, 나는 그게 아니고 그쪽 걱정되니까
내 걱정은 무슨
부모님한테 잘해요, 좀
난 저런 부모님 있으면 소원이 없겠네
(동현) 아니…
[문이 탁 닫힌다]
[어이없는 숨소리]
(새봄) 내일 봉쇄 풀리고 상황 정리되면
엄마부터 보러 가야겠다
이지수 중위님 말로는 잘 보호 중이라고는 하는데
괜찮으실 거야
엄마하고 이런 식으로 만날 줄은 몰랐네
(새봄) 아
미국은 괜찮겠지?
야, 그나마 결혼식 안 잡아서 다행이지
그러니까, 어? 오시다가 사태 터졌어 봐
진짜 불효자 될 뻔했어
우리 잘한 거겠지?
결혼? 야, 그럼, 당연히 잘했지
아니, 4층
아, 나수민 씨?
뭐, 아직 상태 나빠 보이지는 않던데
초기라 그런가?
(새봄) 한태석 중령 말로는 갈증도 조절 가능하대
의지만 있으면
아, 그럼 난 절대 안 걸리지, 어?
내가 얼마나 진짜로 레알로 독한 남자인데
[살짝 웃는다]
기대되네
[살짝 웃는다]
(새봄) 이거 뭐야? [잘그락대는 소리]
먹는 거야?
소화제
(이현) 나 야구할 때 긴장하면 배 아팠거든
그래서 이탈리아 선수권 갔을 때 산 건데
맛 더럽게 없으니까 먹지 마
(새봄) 응
내가 평생 소화제를 먹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거든
(이현) 와, 그건 진짜 부럽다
(새봄) 내가, 어?
여기 있는 거 이거 다 먹을 수도 있어
- (새봄) 많긴 많지? - (이현) 그렇지?
서윤이네 거 합쳐서 그렇지, 뭐
(이현) 그래도 이게 사람들한테 나눠 준다고 나눠 준 건데
(새봄) 내일 봉쇄 풀리고 다시 도로 갖다 놓자
씁, 근데 내일 봉쇄 안 풀리면 어떡하지?
저거 먹으면서 기다리면 되지
너 독한 남자라며
[살짝 웃는다]
되게 고맙네
[새가 지저귄다]
"디데이"
[옅은 숨소리]
[한숨]
[문이 탁 여닫힌다] [한숨]
(새봄) 아저씨
밖에 나가실래요? 여기 서윤이랑 같이 계실래요?
그…
누군가는 서윤이랑 같이 있어야겠지?
응, 저, 그럼 총 좀…
아, 저기, 새봄아
내가 요즘 좀 힘들어
알았어요, 가지고 계세요
[문이 탁 여닫힌다] (새봄) 혹시나 해서 그래서 물어봤어요
(서윤) 언니
아직 전화 안 되는데 괜찮은 거겠죠?
아이, 그럼
아저씨랑 집에 있어
언니 나가서 상황 확인 좀 하고 올게
(서윤) 다칠 것 같으면 바로 도망이요
걱정하지 마 언니가 그런 쪽으로 감이 빨라
[못마땅한 숨소리]
안녕하세요
(세규) 어?
뭐야, 이거?
왔더니 있던데요
(세규) 와, 이야, 이거 [좋아하는 숨소리]
세양숲에 이렇게 착한 사람이 있었네
(덕순) 집에 물이 많은 사람인가 봐요
(학제) 4층 처녀 같아
그 아가씨가 인정이 있어
[문희의 웃음]
[함께 물병을 탁 집는다]
넌 3층에서 잘 살았니? 우리 다 죽일 뻔하고?
(보람) 죄송해요
(주형) 우아, 이거
이게 뭐야?
와, 사막의 오아시스임, 대박
이거 동 대표님이 준비하신 거예요?
다들 고생 많으셨어요
(세규) [웃으며] 이야
여러 개 마셔도 되죠?
(연옥) 어, 응, 응, 드세요, 응
(주형) 아, 거
응, 아유, 받아요 그래도 우리가 이웃인데
(소윤) 근데 문은 언제 열리는 거예요?
나가서 확인해 봐요
같이 나가실 분?
(이현) 가자
[긴장되는 음악]
[문이 탁 닫힌다]
(새봄) 나가 봐야지 알겠는데
야, 마시지 마
아, 누가 뭐 탔을지 어떻게 알고
설마
야! [새봄이 코를 킁킁댄다]
[쩝쩝댄다]
(이현) 어?
[한숨]
정말
[새가 지저귄다]
너무 일찍 나왔나?
[쿵] [놀란 숨소리]
[쿵]
[쿵]
[불안한 숨소리]
[쿵]
[문이 탁 열린다]
[쿵쿵 소리가 들린다]
[동현의 초조한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쿵]
[놀란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사이렌 소리] [놀란 숨소리]
[거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사이렌 소리]
[사이렌 소리]
[쿵] [놀란 숨소리]
[거친 숨소리]
(안내 방송 속 남자1)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국민 여러분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금일 해제 예정이었던 계엄령이
현 시간부로 무기한 연장 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금일 해제 예정이었던 계엄령이…
- (문희) 아! - (우창) 아, 주여 [안내 방송이 계속된다]
- (문희) 아! 어떡해 - (세규) 어떡해
- (우창) 오, 주여! - (문희) 아
(안내 방송 속 남자1)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 (문희) 아, 나 몰라 - (세규) 아니…
(안내 방송 속 남자1)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문희의 거친 숨소리]
국민 여러분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음료수 따는 소리]
금일 해제 예정이었던 계엄령이
현 시간부로 무기한 연장됩니다 [문희의 한숨]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안내 방송 속 남자1)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국민 여러분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신발 벗는 소리]
[슬리퍼 신는 소리]
(해성) 우상희 씨가
[헛기침하며] 법률 상담이 필요하다고 해서 여기 잠깐…
상희는요?
(해성) 아, 어, 있었는데 어디 갔지…
[문이 탁 열린다] 네, 저기
왔어?
아, 나 여기 갇혀서 피해 많잖아
금액 산정 좀 하고 싶어서
[상희의 가쁜 숨소리]
(주형) 어
방송 들었지?
(상희) 어, 우리 둘 다 완전 놀랐어
- (상희) 그렇죠? - (해성) [웃으며] 네, 그렇죠, 네
[주형이 코를 킁킁댄다]
(주형) 상담 끝났죠?
예, 그렇죠
예, 그럼…
(해성) 예
[헛기침하며] 아
또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법률 언제든지, 예
- (해성) 그럼, 예 - (상희) 예, 들어가세요
(해성) 예
[문이 탁 여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주형) 야, 그거 마시지 마!
이거 당신이 가져다 놓은 거잖아 사람들하고 잘 지내겠다고
근데 밖에 못 나가게 됐잖아
[뚜껑을 탁 닫는다]
좋았냐?
- 뭐가? - (주형) 앞집 변호사
법률 상담
뭐, 그냥 그랬어
[문이 탁 닫힌다]
[헛웃음]
[기분 좋은 숨소리]
[아쉬운 숨소리]
[발소리가 들린다]
어디 갔었어, 집에 있겠다더니?
어, 그냥 앞집
저기, 계엄령 풀린다고 해서
저기, 상희 씨 상담 좀 해 드렸어, 아이
(해성) 아니, 근데, 씨, 어? 뭐, 계엄령 안 풀린다며
아, 진짜 상담료도 못 받는데, 씨 괜한 짓을 했어
[문이 탁 여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세규가 중얼거린다]
(세규) 아니, 아니, 저기, 예?
아, 우리 그냥 나가 보자고요, 예?
아, 계속 이러고 있을 순 없잖아요
계엄령 연장한다는데 나가면요? [문이 탁 열린다]
(연옥) 바로 총 맞을 수도 있어요
[문이 탁 닫힌다] (앤드류) 근데 아까 아파트에서 쿵쿵 소리 들린 거요
밖에서 들린 걸 수도 있죠 지하라든가
(동현) 엄마예요
엄마가 의심스러워요
엄마 등에 상처가 있어요
[보람의 헛웃음] 핸드폰으로 등 사진 찍은 거 내가 봤다고요, 예?
(연옥) 지금 하는 말 진짜죠?
(동현) 아빠
엄마 이상한 거 알고 있지, 응?
아, 건선이야!
(학제) 늙으면은 피부가 건조해져서
이, 긁다가 난 생채기라고
아, 내가 그 저, 등에다가, 저
이, 뭐냐, 그, 저
아이고, 저, 거시기 거 있잖아 그 저, 이거, 저, 저…
보습제요?
어, 그려, 보습제
(학제) 내가 아, 보습제도 발라 준 사람이야
(보람) 저도 봤어요
그냥 피부 건조해지신 거 맞아요
우리가 가서 확인해 보죠
- (학제) 아이… - (이현) 좀 더 들어 보시죠
(학제) 아, 누구 마음대로 남의 집에 들어와, 어?
밖에서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
우리 부부 더는 밖에 안 나올 테니까!
이런, 빌어먹을
[문이 탁 열린다]
[어이없는 숨소리]
생필품 문제도 의논해야 할 거 같아요
2층에 있는 식료품, 필수품들 집집마다 나눠 줘야 하니까
아, 이게 무슨 얘기야?
우린 뭘 먹으라고? 뭐, 굶어 죽으란 얘기예요?
사실 2층 분들 것도 아니잖아요
(연옥) 말하자면 잠시 가지고 온 건데
(문희) 아줌마! 지금 그거 말이라고 해요?
(세규) 이거 보세요, 예?
그거 우리 목숨 걸고 가져온 거예요
누구 마음대로 뭘 나눠 줘! [우창이 만류한다]
여기 공짜로 사시잖아요
-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 (세규) 어?
와, 그때는 11층이 로열층이라고 지랄, 염병하더니
왜, 뭐, 숨 쉬는 값까지 받지, 왜?
- (우창) 아니, 저… - (세규) 뭐, 공기값 줘, 어?
(연옥) 제 배려가 이렇게 배신당하네요
- (우창) 자, 자, 자, 자, 자 - (세규) 배려?
[세규가 어이없어한다] (우창) 다들 진정들 하세요 진정하세요
(문희) 그날 아줌마가 나갔어야지, 어? [세규가 말한다]
[우창이 만류한다] 우리가 목숨 걸고 가지고 온 거야!
동 대표
[사람들이 실랑이한다]
더는 안 되겠어
그냥 두면 싸움만 날 것 같지?
- (문희) 그걸 말이라고 해? - (우창) 자매님, 진정하세요
[문이 탁 닫힌다]
학생
저, 여기는
더는 있으면 안 되니까 다른 데로 가
저 갈 데가 없어요
아, 501호 부부한테 가 착한 애들이니까
(학제) 뭐, 어디든 잘 곳 마련해 줄 거야
잘 가
[문이 탁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성실) 여보
왜 불렀대?
아, 그냥 또 뭐, 맨날 하는 소리지
아, 그, 당…
[학제의 한숨]
밥이나 차려, 배고파
어, 동현이는?
아, 그 녀석…
아파트 어디 있겠지
(학제) 아니, 저…
슈퍼 아가씨
빈집 나와서 거기서 잔대
어, 잘됐네
[달그락대는 소리]
[한숨]
[우창과 연옥의 가쁜 숨소리]
오늘부터는 엘리베이터 탈 줄 알았는데
[우창의 힘겨운 숨소리]
(연옥) 입주 청소 인간들 안 되겠어
매너도 없고
(우창) 그렇다고 쫓아낼 수도 없잖아
[도어 록 작동음]
[연옥의 내쉬는 숨소리]
(새봄) 어, 잠깐
[아파하며] 아!
아, 팔, 팔, 팔, 아, 아, 아, 아
씁, 아, 팔, 팔, 팔
[새봄의 짜증 섞인 숨소리]
무슨 일이에요?
의논할 게 있어서요
밖에서 얘기해요, 밖에서
- (이현) 예, 감사합니다 - (연옥) 어머
(연옥) 이봐요!
(이현) 왜요?
아이, 이미 들어왔는데
안에서 편하게 얘기하죠
[신발 벗는 소리] (연옥) [작은 목소리로] 아이씨
[연옥이 중얼거린다]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연옥) 아직 청소가 덜 돼서요 [우창이 살짝 웃는다]
(새봄) 여기 살려고 들어오신 거 맞아요?
[살짝 웃는다]
(연옥) 가구, 가전 다 컬렉션으로 주문했는데
아직 도착을 안 해서요
냉장고랑 전자레인지가 참 소박하시네요
당장 생활은 해야 하니까요
생활할 마음이
없으셨던 건 아니고요?
(이현) 이거 동 대표님 거죠?
아니요
아, 여기
(우창) '무일그룹 건설 시공사 선정 기념' 보이시죠?
아, 이 아파트 건설사 결정할 때 나눠 준 겁니다
아파트 분양받은 사람들 전부 다 가지고 있습니다
[우창의 웃음]
일반 분양 받은 사람들이요
공짜로 받은 분들 말고요
김승범 씨한테 물 준 거 압니다
누가 그래요?
입주자 대표 돼서 공금 쓰고 이익금 횡령하시는 게 직업이시죠?
(이현) 김승범 씨도 그거 도우려고 들어온 거고요
[당황한 숨소리]
증거 있어요?
(이현) [한숨 쉬며] 가자
(새봄) 아, 저, 아줌마
하나만 약속할게요
입주자 대표
절대 못 되실 거예요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새봄) 선진 수사 기법 오, 오늘은 괜찮았어
봤지?
이게 대놓고 물어봐야지 안 그럼 자꾸 모른 척한다니까
[문이 탁 여닫힌다] 맞아
- (새봄) 아저씨 - 너희도 기도하러 왔니?
저 무교인데
아
서윤이는요?
(정국) 아, 그, 슈퍼 보람 씨가 잠깐 올라와서
같이 있어 달라고 했어
3층에서 나왔다고 잘 데가 없다고 하더라고
- (새봄) 아니, 그럼 지금… - (이현) 형, 빨리 갔다 와요, 응?
- (정국) 어, 어, 금방 갈게 - (이현) 네
(새봄) 아니, 그럼, 하
(이현) 먼저 가 있을게요
[문이 탁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보람 씨 어떡하지?
[문이 탁 닫힌다] 502호에 잠깐 가 있으라고 할까?
서윤이한테 물어보고
(새봄) 딱 봐도 사이비인데 걱정이다
저 형도 기댈 데가 있어야지
나도 야구 못 하게 됐을 때 그랬어
아, 너도 기도했어?
아니, 난 다른 거
[도어 록 작동음]
음료수 있죠? 페트병으로 된 거
칼로리 높은 거 말고
어, 5만 원어치만 주세요
아직 정신 못 차렸네, 이 양반이
확 그냥, 씨, 가, 그냥
(주형) 아이, 저, 아, 왜…
10만 원
이래도 안 팔아요?
500밀리 한 병에 20만 원
[주형의 헛웃음]
남의 아파트에서 완전히 이거 팔아서 무슨
팔자를 고치시겠다?
왜?
난 팔자 고치면 안 돼?
(세규) 돈 벌어서 나도 여기 살려고
[헛웃음]
경비견이라며
돈 가져와
싫어? 가!
알았어요, 내가 돈 더 가져오면 될 거 아니야, 씨
[어이없는 숨소리]
[도어 록 작동음]
[세규의 헛웃음]
(세규) 아, 자식이
'왈' 하니까 무서워서 도망가는 거 봤지?
왜?
내가 뭐 잘못했어?
저 자식이 사람 먼저 무시했잖아
아니
요새 현금들 잘 없으니까
귀금속도 받자고
아, 맞아
(세규) 동 대표 그 여자 보석 좀 있을 거 같지?
내가 그거 꼭 받아 내고야 만다
(문희)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악착같이 돈 벌어야지
[한숨 쉬며] 승훈이 대학도 보내야 되는데
[문희가 중얼거린다]
(세규) 아줌마, 예?
아줌마도 동 대표가 시키는 청소 그만하시고
여기 청소나 하세요, 예?
그, 비싼 빵하고 물 주는 거니까 고맙게 생각하시고
[세규가 비닐을 부스럭댄다]
(우창) '불의한 자들은 그대로 불의를 행하게 하시고'
'더러운 자들은 그대로 더럽게 하고'
'의로운 자들은 그대로 의를 행하게 하고'
'거룩한 자들은 그대로' [새봄의 아파하는 탄성]
아, 팔, 아, 팔, 팔, 팔, 팔
[무거운 음악] [새봄의 짜증 섞인 숨소리]
(우창) '거룩하게 하라', 아멘
- (정국) 아멘 - (우창) 아멘
(연옥) 저, 윤새봄 씨요
어디 아픈 데 없어요?
예?
손에 상처가 있던데
혹시 감염 아닐까 걱정돼서요
(연옥) 그리고 이번에 들어온 군인 아저씨하고도
뭔가가 있는 것 같던데
맞죠?
(새봄) 어?
(이현) 섬광탄도 있고
[이현이 잘그락 뒤적인다] (새봄) 뭐 많이 받았네
(이현) 수갑도 있고 [수갑 내려놓는 소리]
[새봄이 과자를 탁 내려놓는다]
그리고
뭐야? 무전기야?
총은 못 준다고 이거나 가져가래
이거 어떻게 켜는 건데? 야, 빨리 좀 켜 봐
밖에 뭔 일 있는지 좀 알아보게
[문이 탁 열린다]
(이현) 음
(새봄) 왔어? 과자 먹어
(서윤) 네
[도어 록 조작음]
[문이 탁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나중에
정국이 형 보면 또 싱숭생숭할 거야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기도 잘하셨어요?
어, 어, 어
[문이 스르르 열린다]
(새봄) 못 나가서 많이 걱정돼요?
(정국) 아니, 저, 그게 아니라
너 전에 한태석이랑 나간 적 있었잖아
막 몸에 피도 묻히고
너 괜찮니?
어디 다친 덴 없어?
예
(정국) 이…
이건 언제 다친 거야?
아, 예전에 친구한테
살짝 긁혔어요
아, 기숙사 갔었을 때?
그럼 그거 오래된 거 아닌가?
잘 안 낫네요
아저씨, 너무 걱정 말아요
(새봄) 만일에 뭔 일 있으면 먼저 얘기할 테니까
제가 설마 아저씨나 현이 물겠어요?
(정국) 응
[긴장되는 음악] - (서윤) 하나, 둘, 셋 - (이현) 하나, 둘, 셋
- (서윤) 넷, 다섯, 여섯, 일곱 - (이현) 넷, 다섯, 여섯, 일곱
(이현) 이건 뭐라고?
[서윤이 말한다] [한숨]
[의미심장한 효과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동현의 초조한 숨소리] [쾅쾅 두드리는 소리]
[도어 록 작동음] [세규가 하품한다]
[가쁜 숨소리]
(세규) 뭐야, 너? 이 시간에 일어나?
대표님
저 좀 여기 살게 해 주세요 우리 엄마 감염자예요
너 뭘 믿고?
(세규) 가, 딴 데 [동현의 다급한 숨소리]
저 진짜 괜찮아요, 예?
하루 종일 밖에 있었어요
그리고 이거 보세요
(동현) 저 진짜 괜찮아요
저 여기서 청소하고 빨래하고 다 할게요
그리고 이거 먹을 거
먹을 거 싹 다 가지고 왔어요
대표님, 사모님 진짜 좋으신 분이잖아요
정말 따뜻한 분이잖아요
[동현이 울먹인다]
저 한번 도와주세요
[동현의 떨리는 숨소리]
- (세규) 잠깐만 - (동현) 예, 예
[도어 록 작동음]
(문희) 먹을 건 많을수록 좋잖아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될지도 모르는데
아, 어디다 재워? 방도 없는데
옆에 재우다가 밤에 덮치면 어떡해
- (문희) [놀라며] 아이씨 - (덕순) 제가 나갈게요
어디로 가시게요?
[숨을 씁 들이켠다]
우선 4층에 가 보려고요
(덕순) 안 되면 다른 집도 가 보고
대신
먹을 거 조금만 나눠 주세요
[도어 록 작동음] [한숨]
[도어 록 작동음]
(앤드류) 저기, 아줌마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앤드류의 한숨]
괜찮으시겠어요?
다른 집에서 안 받아 줄 수도 있어요
[덕순이 살짝 웃는다]
정 안 되면 지하 휴게실로 가려고요
거기 혼자 있는 게 마음 편할 거 같아요
[웃음]
(앤드류) 조심하세요
사람들이 점점 못돼지고 있어요
[덕순의 의아한 소리]
[살짝 웃는다]
고마워요
[앤드류가 살짝 웃는다]
[덕순의 홀가분한 숨소리]
[쾅쾅 두드리는 소리]
[도어 록 작동음]
또 뭐예요?
제가 뭘 찾은 게 있어서요
동 대표님이 알면
아주 좋아할 거
[무거운 음악]
(연옥) 여기에서 뭘 찾았는데요?
지금 동 대표님한테 꼭 필요한 거
비밀번호가 뭐예요?
8888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연옥의 한숨]
우리가 협조를 하니까 일이 이렇게 술술 풀리고 좋잖아요
안에 뭐가 있는데요?
비밀번호도 모르면서 그건 알아요?
누군가 여기에 몰래 뭘 갖다 놓는 걸 내가 봤거든요
2층 인간들?
여기 먹을 거 숨겨 놨어요?
보시면 놀랄걸요? 예
[긴장되는 효과음] (현경) 뭐 좀 먹었어?
[긴장되는 음악] [빗소리가 요란하다]
[재촉하는 소리]
안에 누구예요?
내가 여기 살면 안 된다니까!
[연옥이 막대기를 탁 내려놓는다]
(연옥) 아저씨, 누구세요?
내 얼굴 좀 봐 봐요
[비명]
[지직거린다]
밖에 아무도 안 들려요?
이지수 중위님
[무전기가 계속 지직거린다]
야, 한태석!
여길 포기한 건 아닐 거야
뭐, 사태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겠지
(새봄) 쩝
그래, 배터리 닳겠다 나중에 다시 해 보자 [무전기가 툭 꺼진다]
- (새봄) 야 - (이현) 어?
이왕 올라온 거 야구했을 때 얘기 좀 해 봐
나 우승했을 때?
그때 내가 3회 구원 등판했는데…
(새봄) 그거 말고 네 얘기
넌 종교 말고 뭐에 기댔는데?
사람이
기댈 데가 필요하다며?
너
뭐?
아, 솔직히
그때 진짜 암담했거든
(이현) 너한텐 아닌 척했는데
야구 못 하면 난 뭐냐?
뭣도 아무것도 아니잖아
근데 네 말 듣고
저 아래로 떨어지니까
'뭐, 그냥 이렇게 죽는 건가?'
하니까 갑자기 정신이 맑아지더라
다 별거 없구나
네 덕에 마음 편해졌어
낯간지럽게, 뭐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하냐
고마우면 몰래 보답하지
늘 고마웠어
[감성적인 음악]
[문이 탁 여닫힌다] [주형의 헛기침]
[이현의 헛기침]
두 분이 같이 다니시네요?
- (새봄) 무슨 일이시죠? - (주형) 남이사, 씨
(연옥) 나수민 씨
감염 상태로 아파트에 숨어 있었어요
두 분이 감춰 준 게 사실이에요?
(현경) 나 잠깐 들어가도 돼?
[현경의 놀란 탄성]
[쾅쾅 두드리는 소리]
(이현) 나수민 씨
저희 하는 얘기 들려요?
소리 안 나는 거 보니까
(새봄) 발병 상태는 아닌 거 같아
[불안한 숨소리]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긴장되는 음악]
[문이 탁 열린다]
(현경) 아
[현경의 걱정스러운 탄성]
[이현의 한숨]
(이현) 나수민 씨, 괜찮으세요?
[떨리는 숨소리]
[울먹인다]
(수민) 아니 제발 저 좀 살려 주세요
저요
저 진짜, 진짜로 아무도 안 물었어요
그 동 대표 아줌마도 그냥 쳐다만 봤어요
진짜예요
[수민이 흐느낀다]
저 우리 애들 꼭 봐야 돼요
(주형) 감염자는 격리하는 게 맞죠?
[수민의 아파하는 신음]
[수갑이 철컥거린다]
(새봄) 조금만 참으세요
상황 파악하고 금방 돌아올 테니까
저, 현경이
저처럼 안 되게 꼭 좀 지켜 주세요
(수민) 쿵쿵 소리 제가 낸 거 아니에요
[긴장되는 효과음]
지금이라도 안 늦었어요
[새봄의 한숨]
이 집 남매하고 접촉한 두 분도
감염자로 몰릴 수 있어요
(연옥) 얘기 들으니까 초기 감염자하고 접촉도 하셨던데
지금이라도 우리가 서로를 믿고…
(새봄) 앞으로 동 대표님 입주자 대표 하게 밀어 달라?
[새봄의 코웃음]
지금 이런 얘기 할 때가 맞아요?
그럼 그런 얘기를 언제 하죠?
(연옥) 돈 버는 데 때가 어디 있어요?
[코웃음]
오주형 미친놈인 거 알죠?
이렇게 물러 터져서
오주형 씨 상대가 되겠어요?
[쾅쾅 두드리는 소리]
[도어 록 작동음] 오주형 씨 집에 있죠?
[상희의 의아한 탄성]
잠깐 나가 계시죠
(이현) 좋은 꼴은 못 볼 테니까
[새봄의 한숨]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이현의 한숨]
나수민 씨, 그쪽이 찾았다면서요?
(주형) 응, 아파트 안전을 위해서 내가 애를 좀 썼는데
[주형의 헛웃음]
아휴
한 병씩 쭉들 마셔요
감염자들 물을 마시면 갈증을 더 느낀다며
나수민 씨랑 계속 붙어 있었잖아요
내가 걱정이 돼서 말이야
[헛웃음]
우리 중에 감염자를 찾으시겠다?
(새봄) 그럼 아저씨도 마셔야죠
[긴장되는 음악]
[헛웃음]
오케이
[코웃음] [뚜껑 내려놓는 소리]
[주형의 어이없는 숨소리]
[헛웃음]
[주형이 음료수를 칙 딴다]
(주형) 응, 응
[주형의 헛기침]
다행이네
셋 다 건강하네
(우창) 형사님이 나서야 합니다
혹시 모를 피해를 막으려면 그것밖에 없어요
건강하게 가족분들 만나고 싶으시잖아요
그러려면
하기 싫은 일도 하셔야 됩니다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왜 피하려고 하세요?
(정국) 제…
제가 뭘 할 수 있죠?
사람인 척하는 감염자를 잡아넣고
(우창) 질서를 바로잡으셔야죠
[주형이 웩웩거린다]
[주형의 거친 숨소리]
[주형의 힘겨운 숨소리]
[안경을 탁 내려놓는다]
[거친 숨소리]
[주형의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야, 저 새끼 토하나 본데?
우리 토해야 되는 거 아니야?
씁, 맛이 좀 쓰긴 하던데
야, 토해 본 적 없는데 어떻게 하는 거냐?
아, 일단 좀 있어 봐
(이현) 아이
[주형의 거친 숨소리]
[숨을 씁 들이켠다]
(주형) 민지 그, 약 같은 거 먹고 그렇게 된 거죠?
헬스 트레이너가 몰래 팔던
[잘그락대는 소리] 이 약
[무거운 음악]
(이현) 이걸 음료수에 탄 겁니까?
(새봄) 헬스장의 음료수도 오주형 씨가 가져다 놓은 거죠?
아파트 사람들 다 병 걸리게 하려고
주민들 다 죽거나 병에 걸리면
살인죄 벗을 수 있으니까
(이현) 어떻게 하면 그런 미친 생각을 할 수가 있어요?
(주형) 아니지
당신들 둘만 죽으면 되지 나머지들은 그냥 덤이고
감염자들이 많아져야 치료제가 빨리 나올 거 아니야
아, 진짜 어이가 없네
(새봄) 아, 지금 자백하시는 거죠, 예?
(주형) 그러니까
그냥 이제 집에 가서 절대 나오지 마
광인병으로 몰려서 뒤지면
당신들만 손해 아니야?
치료 약 개발될 때까지
쥐 죽은 듯이 그냥 집에서 숨어서 사세요, 어?
박민지 씨도 그쪽이 죽였죠?
아니, 나는 아무도 안 죽였는데?
(주형) 당신들이야말로 누구 죽이기 싫으면
집구석에서 입 닥치고 그냥 짱박혀 있어
그게 아니면 아파트 밖에 나가서
그, 중령 나부랭이 걔한테 도와 달라고 하든지, 어?
아, 근데 이걸 어쩌죠?
(이현) 이거
(주형) 뭐 하는 거야?
왜 이래?
(새봄) 야, 그게 뭐라고 먹어 빨리 뱉어, 빨리!
하, 쓰다
(이현) 이거 야구할 때 먹던 소화제거든요
[이현이 약통을 탁 내려놓는다]
(새봄) 이거 뭐야? [잘그락대는 소리]
[흥미로운 음악] 먹는 거야?
(이현) 소화제
나 야구할 때 긴장하면 배 아팠거든
[새봄의 안도하는 숨소리] (이현) 오주형 씨가 하도 신경 쓰여서
제가 좀 바꿔 놨습니다
[승범의 힘주는 숨소리]
아이, 진짜
[주형의 비명]
[아파하는 탄성]
(이현) 블랙박스에도
약 꺼내 가는 영상 찍혔습니다
오주형 씨
이번엔 절대로 못 빠져나갑니다
[아파하는 신음]
그래서 어쩔 건데? [주형의 아파하는 탄성]
(이현) 어쩌긴요
살인자도 격리해야죠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긴장되는 음악]
(정국) 새봄아
정말 미안한데
나 병 걸리면 안 돼
아저씨
[이현의 한숨]
(새봄) 오주형, 사람을 죽였어요
(연옥) 그건 우리하고 상관없고요
지금은 감염됐냐 아니냐가 중요해요
두 분 감염자와 쭉 접촉하셨다면서요?
윤새봄 씨는 감염자한테 긁혔고
두 분 격리되시는 게 좋겠어요
[문이 탁 열린다]
[사람들의 웃음]
(남자2) 귀한 주사를 맞아 가지고 빨리 나을 거 같아요, 이제
[문이 탁 닫힌다] (남자3) 빨리 나아야지
[사람들의 웃음]
[사람들이 저마다 말한다]
- (남자4) 빨리빨리 맞아요 - (남자3) 아, 상쾌한데
[사람들의 웃음]
[심전도계 비프음]
(태석) 제 생각보다 감염자가 훨씬 더 많았었네요 [흥미진진한 음악]
다들 넥스트 복용하셨던 겁니까?
(석주) 이걸 맞으니까 확실히 컨디션이 좋아져
수고 많았어
네 와이프도 빨리 맞혀야지
그래야죠
(석주) 거, 13번 물질이 제조가 까다롭다며
네, 많이는 못 만듭니다
(석주) 음
계엄령은 당분간 유지하는 게 좋겠어
봉쇄 지속해서
감염자들 최대한 줄인 다음에 약 풀어야지
어차피 사람 죽인지도 모를 인간들
살려 두면 앞으로도 문제 생기잖아
옳은 말씀입니다
상황이 해결되든 해결되지 않든
(태석)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빨리 없어지는 게 낫죠
여러분 같은
너 지금 무슨 소리야?
임상 막 시작된 치료제를
권력과 돈을 이용해서 가지고 나오신 거 아닙니까?
(태석) 잘못에 대한 책임은 지셔야죠
네가 뭘 어떻게 할 건데?
[경호원의 신음]
[경호원의 힘겨운 숨소리]
[경호원의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퍽퍽 소리가 울린다]
[경호원의 힘겨운 숨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여러분들 덕에 데이터 확보에 더 도움이 되겠네요
[힘겨운 숨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신음]
[거친 신음]
[사람들의 거친 신음]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사람들의 괴성]
[사람들의 거친 신음]
[긴장되는 효과음]
[차분한 음악]
(지수) 중령님 [문이 탁 닫힌다]
[심전도계 비프음] 회장님 병실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정관계 고위직들 집단 감염이 있었다는데…
13번 후보 물질 그쪽에서 빼돌려서 맞았거든
그건 2차 임상에서 실패했습니다
현재 제품 전체를 폐기 중인데
몰랐나 보지
높은 분들인데 죽이지 말고 생포하라고 해
데려와서 임상자로 활용해야 되니까
[문이 탁 여닫힌다]
[살짝 웃는다]
여보
[힘겨운 숨소리]
나 목말라
영인아
이제 거의 다 왔어
[영인의 힘겨운 숨소리]
(새봄) 저 지금 인내심 끝나 가거든요 [사람들의 비명]
[겁먹은 숨소리]
(연옥) 너도 목마르니?
(지수) 갈증을 잘 감추는 데다
겉보기로는 구별이 불가능해서
(이현) 조심해요, 저 사람들
믿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에요
(새봄) 감염자 찾아 볼까요?
(우창) 5층 여자도 감염된 것 같다고
한마디만 해 주시면 된다니까요 [연옥의 비명]
(주형) 위험해지면 나도 그 약 먹으려고
(지수) 분명 사상자가 나올 겁니다
(태석) 내 선택은 하나야
(연옥) 당신들이 죽인 거야 [상희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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