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의 미친X 10
(여자1) 이번 자선 바자회에도
권사님께서 기부를 그렇게나 많이 하셨다고요?
아니, 뭐 다른 게 선교고 전도인가요
그냥 가진 거 함께 나누고 베풀고
(선호 모) 아유, 뭐 어려운 것도 아니에요
[리드미컬한 음악] [발걸음이 울린다]
(여자2) 어쩜 권사님의 인품과 신앙은 저희가 흉내 낼 수도 없겠어요
그러니 자제분도 그렇게나 훌륭하시고 [여자2와 선호 모의 웃음]
(여자1) 근데 누구신지…
[부녀회원들의 웃음]
저희는 권사님한테 전도받아서 홍직동에서 왔습니다마는 [인자의 웃음]
아, 제, 제가요?
(선호 모) 아, 제가 언제…
(인자) 아유, 마침 그 자제분 얘기 중이셨나 봐요
아니, 자제분이 나랏밥 잡수느라고 얼마나 고생이 많으세요, 그래, 응? [리드미컬한 음악]
[인자의 웃음]
아, 저, 권사님 아드님이 공직에 계셨나요?
(여자2) 전에는 그, 사업하신다고…
(선영) 아니요, 그 나랏밥이 아니라
나라에서 공짜로 주는 콩…
어머, 참! 내 정신 좀 봐
아유, 나 이제서야 생각이 났네
홍직동 자매님들 [선호 모의 어색한 웃음]
(선호 모) 아이, 여기는 좁으니까
우리 저기, 저기 좀 넓은 데로 가서 얘기를 하죠
- 이쪽으로 오세요, 이쪽으로 - (인자) 아유, 그럴까요
아니, 그러면 저희도 케이크를 좀 시켜…
(선호 모) 도대체 이 아줌마들이 여기는 어떻게 알고 와 가지고는, 어?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알려면 다 아는 수가 있지
[리드미컬한 음악] (인자) 응
개망신에는 개망신!
그쪽이 먼저 애먼 사람을 개망신 줬잖아
(인자) 그래서 우리가 대신 갚아 주려고 왔다, 왜?
아니, 그게 당신들하고 무슨 상관인데!
아주 후져 빠진 동네 여편네들이 할 일들이 없으니까 [부녀회원들의 어이없는 신음]
(선호 모) 남의 일에 오지랖은
[어이없는 웃음]
(인자) 아니, 어떻게 알았대?
우리가 할 일이 없어서 오지랖이 아주 넓은 거를, 응? [선영의 웃음]
그래서 우리가 당신 다니는 교회 [강조되는 효과음]
당신 사는 아파트 [강조되는 효과음]
당신 손주가 다니는 국제 학교 학부모 모임까지 다 찾아가서 [강조되는 효과음]
당신 아들이 무슨 짓 해 가지고 콩밥 먹고 있는지
우리가 싹 다 알릴 생각인데 어떻게, 괜찮겠어?
[흥미진진한 음악] (선호 모) 아, 아니, 뭐… [선호 모의 헛기침]
그래, 원하는 게 뭐야?
오늘 자정까지 인터넷에 퍼진 글 싹 다 찾아서 지우고
다시는 홍직동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안 그러면 그냥 우리가 싹 다…
(선호 모) 아, 아, 알았어
알았다고, 알았어 자정까지 갈 필요도 없어
지금 한다고, 어, 해
[휴대전화 조작음] 해, 해, 해, 해, 봐, 봐
(인자) 이렇게 쉬운 거야?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걸로 퉁치자 뭐 그런 거는 아니고 [인자의 멋쩍은 웃음]
(인자) 우리가 또 미안한 것도 있고 해서, 어
[인자의 웃음]
아무튼 고맙습니다
[인자가 호응한다]
아니, 뭐, 또, 뭐 이런저런 일이 참 많았지만
좋게 생각하자 하면 또 굳이 나쁠 것도 없고, 그렇지? [선영의 어색한 웃음]
(인자) 응, 응
- (인자) 짠 - (함께) 짠 [선영과 주리의 웃음]
[인자가 숨을 후 내뱉는다]
(인자) 에, 저, 아무튼 이제 우리가 다 한배를 탔으니까
어, 506호는 신입 회원으로서 적응을 잘하고
또 우리는 간부로서 모범은 못 되어도
앞에서 잘 이끌어 준다 생각을 하면서
자기는 술 좀 그만 마시고
- 저요? - 응
아유, 제가 무슨 술을…
술은 저희 남편이 마시죠
아유, 아, 그, 왜 자꾸 남편을 끌고 와 [인자가 살짝 웃는다]
우리끼리인데 그럴 거 뭐 있어? 다 아는데 [선영이 살짝 웃는다]
[인자가 살짝 웃는다]
뭘 다 아는데요?
(선영) 아휴, 자기 모르는구나
아침에 자기한테서 술 냄새 자주 나고 그래
(인자) 아이고, 그래 저기, 저, 뭐, 낮에 술 때문에
자다가 어린이집 차도 막 놓치고 그러더구먼, 아이고 [선영의 웃음]
그게 뭐야, 진짜, 애 엄마가
- 회장님 - (인자) 어?
저 감시했어요?
[주리의 어이없는 신음]
아, 무슨 이 아파트는 어떻게 된 게 사생활이 없어, 사생활이?
아, 진짜
[잔을 탁 내려놓는다]
(인자) 아니
아이고
아이고, 저기…
[인자의 한숨] [선영의 어색한 웃음]
[주리의 한숨]
(주리) 애들은 엄마가 키워야 된다고 하도 그래서 일 관뒀더니
애들은 일하는 엄마를 존경한다나?
엄마가 행복해야 애들도 행복하다나?
[울먹이며] 근데 어떡해?
나, 나 하나도 안 행복해
내가 이러려고 악착같이 공부한 게 아니야
이건 재능 낭비야
내가 왜 이 다 쓰러져 가는 아파트에서 총무를 하고 있냐고
[흥미로운 음악] [주리가 울먹인다]
어머나, 자기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아니, 자기 정말 너무 저거 하다 무섭다, 응? [선영의 말리는 신음]
- (선영) 진정하시고, 아이고 - (인자) 아이, 무슨…
그래, 다 알아
애 키우기 힘든 거 우리가 왜 모르겠어, 응?
다 아는데 그렇다고 이렇게 술로 풀고 그러면 안 되지
[주리가 잔을 탁 내려놓는다] [주리의 헛웃음]
악플 다는 것보단 낫겠죠
[흥미로운 음악] (주리) 남한테 피해는 안 주니까
(인자) 그래, 자기도 그 인터넷에다가
글 같은 거 그렇게 함부로 쓰고 그러지 말아
뉴스도 안 봐? 요즘 큰일 나, 그거
뭐, 이번에도 말이야, 진짜, 아휴
(주리) 혹시 내 인스타에 욕 남기는 것도 언니 아니에요?
아니, 누가 성형했다고 자꾸 남기는데 나 안 했어요
나 이거 교정만 했어
(선영) 뭐, 뭐? [선영의 헛웃음]
했든 안 했든 난 관심 없거든?
그리고 뭐 악플은 아무 데나 다는 줄 알아?
나는 팔로워 10만 아래는 상대도 안 한다고
자기 인스타 같은 건 있는 줄도 몰랐다고
그리고 뭐, '언니'?
회장님한테 꼬박꼬박 '회장님, 회장님' 그러면서
나, 나 부회장한테는 '언니'?
언니가 뭐요! [주리의 코웃음]
(주리) 내가 어려 보여서 그렇지 우리 몇 살 차이도 안 나잖아
뭐? [선영의 어이없는 숨소리]
(선영) 이거, 이거 지금 막, 막 가자는 거지
회장님, 그렇죠, 이거, 어?
(인자) 아휴, 정말 다들 그만 안 해? [선영의 어이없는 숨소리]
아니, 이제 신입 회원 앞에서 말이야 간부들이 돼 가지고 말이야
내가 모범 이거 얘기한 지 지금 얼마나 됐다고…
[민경이 호루라기를 삑 분다]
[선영의 놀란 신음]
[민경의 웃음]
[리드미컬한 음악] [민경이 계속 웃는다]
(인자) 왜 저래?
미친 거야?
(민경) 근데 아줌마들 진짜 웃긴 거 알아요?
아, 완전 골 때려 [웃음]
[민경이 호루라기를 삑 분다] [부녀회원들의 괴로운 신음]
(주리) 얘 왜 이래
[민경이 호루라기를 계속 삑삑 분다]
- (선영) 아유, 시끄러워 - (인자) 아니, 쟤가 왜 저래
(인자) 아니, 한밤중에 저거 왜 자꾸 불어 쌓아, 시끄럽게
(선영) 회장님, 뺏을까요?
- (인자) 저거, 저거 얼른 뺏어, 뺏어 - (선영) 네, 알겠습니다
(선영) 그거 내놔, 내놔, 어, 506호
거기 안 서? 아유
호루라기 어디 있어 [주리의 힘주는 신음]
(민경) 하지 마, 내 거야
(휘오) [소리치며] 무슨 일이야!
[휘오의 거친 신음]
- (휘오) 무슨 일이야? - (민경) 어?
내 편 왔어?
아참…
(휘오) 아니, 왜 이렇게 술을 취하도록 먹이고 그랬어요
(인자) 아니, 그걸 왜 왜 우리한테 그래, 어?
아니, 다들 멀쩡한데 혼자만 취했잖아
혹시 그, 무슨 뭐 신고식 같은 거 하면서
(휘오) 텃세 부린다고 그러면서 술 왕창 먹이고 그런 거 아니야?
먹, 먹이긴 누가 먹였다고 그래!
(인자) 아이고, 저기, 506호가 완전히 술꾼이다, 꾼이야, 응?
우리 회비도 다 오버가 됐어 안 받았어, 그것도 [선영이 호응한다]
아, 근데 그거를 계속 먹자 그러는 걸 억지로 말려 갖고 끌고 나왔는데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알아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알아 [휘오의 당황한 신음]
(주리) 그러니까 왜 알지도 못하면서
왜 맨날 506호 편만 들고 그래요
아무렴 507호가 506호 편들지 우리 편들겠냐? [부녀회원들의 웃음]
- (인자) 그건 또 그렇네 - (선영) 그렇잖아
(민경) 에이, 그래 왜 우리 회장님한테 그래
우리 이제 다 같은 편인데 [부녀회원들이 호응한다]
나는 우리 아파트가 너무 좋아
평생 여기서 같이 살 거야 [민경과 인자의 웃음]
(인자) 속도 없이 좋기는 뭣이 좋대 [선영이 호응한다]
(민경) 왜냐하면
다들 제정신이 아니야, 다들 미쳤어
여기서 내가 제일 정상이야
봐 봐
(민경) 알코올 중독자 [강조되는 효과음]
악플러 [강조되는 효과음]
오지랖 오지는 오지라퍼 [강조되는 효과음]
봐 봐, 내가 전에 그랬잖아 우리 말고 다 제정신이 아니라고
그렇지, 그렇지? 내 말 맞잖아
그렇지, 어? 내 말 맞지, 어, 어? [휘오의 어색한 웃음]
(휘오) 많이 먹었다, 아이, 취했어 [민경의 웃음]
[흥미진진한 음악] (민경) 아이, 왜, 좋은데 놔 봐
- (휘오) 가자 - (민경) 알, 알코올 중독자
- (휘오) 아이, 일로 와 - (민경) 악플러, 오지라퍼
- (휘오) 취해서 그래 - (주리) 야! [선영의 놀란 신음]
- (휘오) 취해서 그래, 취해서, 이해해 - (민경) 에이, 오지라퍼
- (휘오) 아이, 아이, 들어들 가요 - (민경) 악플러, 악플러
[주리의 어이없는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민경이 호루라기를 삑 분다]
[휘오의 다급한 신음]
(휘오) 아이, 좀, 조용히 해 사람들 다 깨
(민경) 왜
(휘오) 아참, 진짜, 이걸 왜 자꾸 불어 [민경이 호루라기를 계속 분다]
(민경) 아, 싫어 [민경의 웃음]
(휘오) 그거, 그, 그거 빼
- (휘오) 아, 술 많이 잡쉈어 - (민경) 나는 자유다!
(휘오) 아유, 진짜 [민경이 호루라기를 분다]
- 아, 장난치지 말고 빨리 들어가 - (민경) 아, 왜
(휘오) 들어가, 들어가, 알았어 조심해서 들어가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한숨]
[힘주는 신음]
[민경이 호루라기를 삑 분다]
(휘오) [웃으며] 아, 진짜
[민경이 호루라기를 삑 분다]
아, 쟤 진짜, 욕먹어
[휴대전화 진동음]
[호루라기를 삑 분다]
(휘오) 아, 진짜
내가 그거 아무 때나 불라고 준 줄 알아?
진짜 위급할 때만 불라고, 위급할 때
그게 지금이야
[잔잔한 음악]
(민경) 위급해
위급하게 보고 싶어
[통화 종료음]
[한숨]
[초인종이 울린다]
[도어 록 작동음]
(휘오) 뭐 하는 거야
사람 보고 싶다고 불러 놓고 벌 세우는 것도 아니고
(민경) 그래서 지금 보고 있잖아
나 잠들 때까지 여기서 있다 가
그러면 나는 언제 자?
나 잠들고 나면
언제 잠드는데?
모르지, 나 오늘 술 먹어서 약 못 먹는단 말이야
(휘오) 약을 안 먹으면 뭐 잠을 잘 못 자?
(민경) 응, 자고는 싶은데 잠이 잘 안 와
어쩔 때는 그게 좀 무서워
알았어
내가 기다려 줄 테니까 얼른 자
응
근데 하나, 둘, 셋
열까지 다 세고 나면 그다음엔 어떡해?
그다음?
그다음 뭐 거꾸로 세면 되지 십, 구, 팔, 칠, 육
아, 거꾸로
[심호흡]
(민경) 아, 나 너무 조용해서 잠이 안 오는 것 같아
아무 얘기나 좀 해 줘 봐
(휘오) 아무 얘기?
아무 얘기…
아니, 그…
[잔잔한 음악]
슬픈 영화를 보고 막 울고 그러는 게
그게 뭐, 분노 조절에 도움이 된다 그러더라고
(휘오) 근데 내가 좀 드라이하다 그래야 되나?
웬만한 슬픈 영화를 봐도 눈물이 잘 안…
아니, 근데 우리 얘기 나온 김에 영화나 한 편 보러 갈까, 응?
나는 어차피 치료 차원에서도 혼자라도 가긴 가야 되는데
그냥 뭐, 가는 김에 같이 보러 가면 좋지
내가 쏠게
[휘오의 생각하는 신음]
근데 말이야, 그…
이건 내가 진짜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니까
막 이상하게 막 또 시비 걸고 그러면 안 돼
그…
저번에 나한테 라면 먹고 가라고 그랬던 거
그거 진짜 그거 무슨 뜻이야?
어?
[흥미로운 음악]
불면증이라고 그러더니만 잠을 못 자기는
누가 업어 가도 모르겠다, 야
[휘오가 입소리를 쓰읍 낸다]
아니, 근데 꿈속에서도 여기저기 막 시비 걸고 다니나 봐
왜 이렇게 인상을 쓰고 있대
[휘오가 살짝 웃는다]
'잠깐만'
'너 방금 나 미행했지? 일부러 그랬지?'
'아닌 게 아닌 건 아니고?'
[휘오의 웃음]
[감성적인 음악]
뭐야?
뭐가?
뭐 하려고 했어?
내, 내가, 내가 뭘, 하긴 뭘 해
방금 나한테 뭐 하려고 했잖아
왜, 왜 그래, 또, 무섭게
하려던 게 뭐였냐고
난 하려고 하던 게 없어
하려고 했던 거 해
뭐, 뭐?
하려고 했던 거
하라고
[잔잔한 음악]
[휘오의 거친 숨소리] [민경의 웃음]
[새가 짹짹 지저귄다]
- (여자3) 아, 이현숙 씨 들어가세요 - (순애) 이것 좀 드세요
- (영아) 아, 예 - (순애) 처음 오셨나 봐
(순애) 잘 오셨어, 여기 진짜 잘 봐요
족집게야, 족집게
[종이 뎅 울리는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뭐가 궁금해서 마음에도 없는 여기까지 왔을까?
그걸 맞혀야 용하다 할 텐데
속 썩이는 남편이…
없으니
자식이 문제구먼?
아이고, 아들이라고 낳아 놨더니 이놈의 아들이…
딸이 아들 팔자를 갖고 태어났으니
(보살) 이건 뭐, 다른 집 딸들처럼 살갑기를 하나
제 어미 마음을 알아줄 줄 아나
자기 성질만 성질이지 고집은 또 좀 세?
[한숨]
"해시"
딸이 물이네, 물, 그것도 빗물
[보살이 탁자를 탁탁 친다] [영아의 옅은 한숨]
의지할 데 없이 쓸려 내려가기 전에 나무를 만나야
봄을 기다렸다 싹과 꽃을 피울 텐데
주변에 나무 없어?
[흥미로운 음악] 보살님, 이것 좀 봐 주세요
우리 아들 요즘 만나는 아가씨 거
보자
"해시"
어떻게 이렇게 잘 찾았대?
[놀라며] 네?
아가씨가 물이야, 물, 내리는 빗물
나무가 불에 타 숯덩이가 될 걱정은 이제 안 해도 되겠어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아, 감사합니다, 보살님 아유, 나 이제 한시름 놓겠네, 진짜
아, 나 이럴 때 아니야 다음에 또 찾아뵐게요, 계세요
- (순애) 아이, 행복해 - 그래, 가 봐 [순애의 웃음]
[문이 탁 닫힌다]
아하
남자가 없어서 왔구먼?
(진영) 어머, 어머, 어머 어머, 어떻게 알아요?
[버스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버스 좀 있다 와요 여기가 원래 그래요
(영아) 아, 네
[영아와 순애가 어색하게 웃는다]
이런 데 처음 와 봤는데 잘하는 짓인가 싶네요
뜬구름 잡는 말을 믿어도 되는 건지
믿어서 믿나요
내 새끼 좋은 짝 만나서 다 좋아진다 그러면
'아이고, 다행이다' 하면서 믿어 보는 거죠
[밝은 음악]
저 보살님 말로는 우리 아들이
좋은 짝 만나서 다 잘된다는데
아이고, 나도 다 믿진 않아요
우리 아들이지만 여자 마음을 몰라도 너무
이쁜 말을 할 줄을 아나 살갑게 챙겨 주길 잘하나
그렇게 멋대가리 없는 놈을 어떤 여자가 좋다고 만나 줄까 싶네요 [순애가 살짝 웃는다]
그건 저도요
내 딸이지만 성깔이 보통 성깔이어야지
남들처럼 내숭을 떨 줄 아나 이쁜 척을 할 줄 아나
아휴, 어떤 남자가 이쁘다 하고 만나 줄지
눈깔이 삐어도 삐어야겠다 하네요
[순애의 웃음] 그래도 솔직한 거네 솔직하니까 그렇지
차라리 내숭 떠는 거보다는 나아, 그게
[함께 웃는다]
(순애) 좋은 짝 만날 거예요
[영아의 한숨]
[휘오가 달그락거린다]
[밝은 음악]
[초인종이 울린다] [호위가 왈왈 짖는다]
[초인종이 울린다] [문이 쾅쾅 울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휘오의 놀란 신음]
[작은 목소리로] 왜, 누구인데?
[노크 소리가 들린다] [작은 목소리로] 부녀, 부, 부, 부…
누구, 누구, 누구
부녀, 부녀회장님, 부녀회장님
[초인종이 울린다]
[민경의 다급한 숨소리]
바, 바, 방, 방
(휘오) 아, 내 신발 챙겨 [초인종이 울린다]
[문을 쾅쾅 두드린다]
(민경) 내 방, 빨리 숨어, 숨어
[초인종이 울린다] [문이 쾅쾅 울린다]
네 [도어 록 작동음]
[함께 웃는다]
안녕하세요, 근데 무슨 일로
아니, 어제 506호가 하도 난리를 치는 바람에
(인자) 이 말을 못 했잖아 [선영의 웃음]
이따가 저녁때 우리 부녀 방범대 순찰 있다고 [선영이 호응한다]
7시, 응
아니, 그, 괜히 민망하다고 안 나오고 그러면 안 된다
(민경) 아, 네, 저 그럼…
(인자) 아휴, 이거 참 좋은 거를 달아 놨네, 이거, 응? 어 [호위가 왈왈 짖는다]
아니, 근데
누구 와 있어?
(민경) 네? 아, 아, 아, 아니요 그, 없는데
[흥미로운 음악] 없어요
어, 그래, 우리도 아니야 [선영이 호응한다]
[호위가 연신 짖는다] (휘오) 쉿, 쉿, 좀, 그 가, 저리 가, 저리…
일로 와 [휘오의 어르는 신음]
아니, 쟤는 나 보고 안 짖던 애가 오늘 저렇게 짖어 대, 응?
- (인자) 어? 어 - (선영) 그러게 [부녀회원들의 웃음]
(인자) 응, 그래, 아니야
(주리) 7시, 7시, 7시, 7시 [인자가 호응한다]
[초인종이 울린다]
[인자의 멋쩍은 웃음]
(인자) 아니, 꼭 안에 있으면서 바로 안 나오더라고
(선영) 또 이래요 [인자가 똑똑 노크한다]
[인자의 웃음]
[도어 록 작동음]
(휘오) 갔어?
어, 어, 이제 다 갔어 그, 나가도 될 것 같아 [휘오의 한숨]
갑자기 와 가지고, 진짜
(휘오) 아, 저거 했는데 먹어, 이따가
나 갈게
[밝은 음악]
[속닥거린다]
(주리) 어떡해
[호응한다]
간, 간다
[문이 철컥 열린다]
[문이 철컥 닫힌다]
휴대폰…
[감탄한다]
(인자) 저기, 응
[사람들이 인사한다] 다들 모였어요?
응, 아이고, 자, 우리가 오늘도 한 두 시간 반 정도
2인 1조로 모여 가지고 할 건데 저기, 그
뭐야, 오늘은 짝이 좀 안 맞네, 응
(인자) 일단 저기, 취객분들 좀 조심하고
아니, 아니, 저기, 507호는 아까 집에 없더니
방범 순찰 7시인 건 어떻게 알고 이렇게 딱 시간 맞춰서 나왔대, 어?
(휘오) 아니, 집에서 보는데 다들 모여 있길래요, 네
(인자) 어, 그래, 어
아이고, 저기, 짝이 딱 맞아요 2인 1조로 좀 수고를 해 주세요
아니, 저기, 그리고 오늘 옷이 아직까지 안 나왔으니까
오늘만, 응, 그냥 해요, 알았지?
그래도 뭐, 호루라기는 실컷 불 수 있으니까 좋지, 뭐 [사람들의 웃음]
네?
(선영) 아, 우리가 506호 별명 지었잖아, 홍직동
(함께) [웃으며] 호루라기
- (인자) 자, 일단 갑시다 - (선영) 출동
[부녀회원들의 신난 웃음]
(민경) 아, 근데 순찰이 정확히 뭘 하면 되는 건데?
(휘오) 그냥 범죄 예방 차원에서 그냥 이렇게 다니면 돼, 응
(민경) 아, 범죄 예방
그러면 다니면서 수상한 게 있나 없나 잘 살펴봐야겠다
아, 좀 떨린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휘오) 아이, 그럼, 응
그냥 편하게 그냥 산책한다 생각해, 어
[민경이 호응한다]
가자, 가자, 가자! [흥미로운 음악]
(휘오) 안전해, 충분히 안전해 [카메라 셔터음]
- (민경) 몰카범! - (휘오) 왜, 왜, 왜, 왜, 왜, 왜! [민경이 호루라기를 삑 분다]
- (민경) 몰카범이다! - (휘오) 왜, 왜, 왜, 왜! [민경이 호루라기를 계속 분다]
(남자와 민경) - 저기요 - 진짜, 이 사람 진짜 안 되겠네
빨리 체포해
(민경) 아가씨, 이 남자가 아가씨 뒷모습을 몰래 찍더라고요 [여자4가 되묻는다]
이것 좀 봐 봐요
[남자의 헛웃음] 자기야, 더 아래에서 위로 찍으랬잖아 다리 길어 보이게
- (남자) 미안 - (여자4) 근데 이게 뭐요?
(휘오) 사람도 없고, 어, 왜, 왜, 왜 [민경의 놀란 신음]
(민경) 저기 아저씨 지금 담배꽁초 버리는 거 아니야?
아이, 저러다 불나면 큰일 나는데
(휘오) 아이, 아니야 핸드폰 불빛이잖아
이런 데는 여기는 조용해 한적하다고, 어
- (민경) 잠깐! - (휘오) 왜, 왜
(민경) 봐 봐, 지금 주문도 안 하고 주인 눈치만 보잖아, 수상하다니까?
봐 봐, 저거 봐, 저거 봐 절도, 절도, 절도
[호루라기를 불며] 잡아야 돼 현행범, 현행범!
(휘오) 알았어, 잠깐, 잠깐, 잠깐
[돈통을 철컥 연다]
저기, 엄마 아니야?
거봐, 저, 엄마잖아
(휘오) 저기요, 내가 그 청장님 수사 의지는 내가 충분히 알겠는데요
이렇게 막 들이대는 게 이게 수사는 아니거든
그리고 여기 철거 예정 지역이라서 지금 사람도 없어요
개미 새끼 한 마리 없잖아
(민경) 막 들이대는 게 아니라 다 합리적 의심이 있었다고
신창원이 왜 잡혔는데 [휘오의 한숨]
가스 수리 기사가 수상하다고 신고해서 잡힌 거야
그러니까 요만큼 수상한 것도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고
[휘오의 코웃음] 그런 말도 몰라?
'모든 걸 다 의심해라 아무도 믿지 마라'
[민경의 놀란 숨소리]
여기도 봐 봐, 수상하잖아
[음산한 음악] 아이, 아무도 없다면서 저 안의 불은 왜 켜져 있는데
그리고 출입 금지 테이프도 붙어 있고
[킁킁거린다]
[민경의 놀란 신음]
아, 이거 무슨 냄새지?
아무래도 수상해 우리 같이 들어가 보자
자, 자, 자, 자, 자
즐거운 경찰 놀이는 여기까지 집에 갑시다
아이, 됐어, 겁나면 빠져 나 혼자라도 들어가 볼 테니까
그럴래요, 그러면?
그러면 기왕 하는 거 요거 조끼까지 입고
들어가서 제대로 공포 체험 한번 해 보실까, 응?
[흥미로운 음악] (민경) 그래, 좋아 뭐, 혼자 들어간다고 별일이야 있겠어?
영화 보면 범죄 소굴에 들어가 봤자
장기 밀매 조직한테 끌려가서 수술당하거나
마약 제조 공장에서 마약 거래 목격자가 돼서 갱들한테 쫓기거나
연쇄 살인범 아지트에서 다른 희생자들과 갇히거나
뭐, 그러기밖에 더 하겠어?
아니, 무슨 그런 흉측한 말을 도대체 무슨 영화를 보는 거야?
아, 그리고 우리 동네에 마약 공장이 어디 있고
갱이 어디 있어
진짜 안 들어갈 거지?
아유, 나는 그 어둠이 너무 무서워
체, 알았어, 그럼 나 혼자 들어갈 테니까
호루라기 불면 잽싸게 뛰어와
네, 청장님, 네, 들어가십시오
[헛웃음]
[긴장되는 음악] [물소리가 들린다]
[어두운 효과음]
[민경의 놀란 신음]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잔잔한 음악]
(휘오) 어, 어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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