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의 미친X 7
(여자1) 왜 안 열리지?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오류음]
[문고리가 달그락거린다] 누구세요?
(중개사) 어? 집에 있었네? 부동산에서 왔어요 [긴장되는 음악]
문 좀 열어 주세요
[가쁜 숨소리]
[민경이 훌쩍인다]
[도어 록 작동음]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비번을 왜…
(중개사) 안에 있는 줄 몰랐네
집 비어 있는 줄 알고 전의 비번 한번 눌러 본다는 게 [살짝 웃는다]
[어이없는 신음]
지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요?
연락도 없이 밤늦게 불쑥 찾아와서 비번까지 누르고
이런 법이 어디 있어요?
아니, 아, 실수였다니까 뭘 그래요
여기 사장님이랑 통화했는데 급하게 집 빼 달라고 그랬다며
됐고요, 이렇게 오시면 문 못 열어 드려요
낮에 연락하고 다시 오세요
아니, 요즘 사람들 다 일 끝나고 어? 집 보러 다니고 그러는 거지
아이, 이것저것 협조 안 하고 그러면
그만큼 이사 늦어지는 거라는 것만 알아요
아, 나야 다른 매물 보여 주면 그만이지, 뭐
아이, 손님 이렇게 세워 놓고 나 오래 얘기 못 하는데, 어떻게
오늘 그냥 가요?
(중개사) 예전에는 신혼부부가 살았었어요
돈 벌어서 집 사 갖고 나갔다니까
[웃음] [남자가 호응한다]
자재가 좋아서 하자 날 것이 없어
어, 이쪽이 안방, 일로 오세요 [남자가 호응한다]
(민경) 아, 저, 저기…
(중개사) 아가씨 혼자 쓰는 집이라 깨끗해요
뭐, 더 손볼 것도 없어
(남자) 아, 그래요? [중개사가 호응한다]
아니에요
혼자 안 살아요 [중개사의 옅은 신음]
[문이 철컥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중개사) 잘 봤어요 저희 쪽에서 연락 드릴게
가시죠
[도어 록 작동음] [문을 철컥 잠근다]
[무거운 음악] [민경의 한숨]
도망치려고
따라잡히기 전에
뭐야
도망치기 싫다고 그러더니만
[새가 지저귄다]
[휘오의 옅은 한숨]
[휘오의 힘주는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중개사) 아가씨 혼자 쓰는 집이라 깨끗해요
[흥미로운 음악]
(인자) 저…
저 쓰레기 주워 가는 거야, 지금?
- (선영) 그런 거 같은데 - (경비원) 부녀회장님, 나오셨어요?
- (인자) 예, 예 - (선영과 주리) 아, 안녕하세요 [선영의 웃음]
(인자) 아이, 오늘 쓰레기 버리는 날이야 [부녀회원들의 한숨]
(선영) 아유, 그러네요
(인자) 아이, 또 들고나와야지
[흥미로운 음악]
(인자) 아이고, 나 못 살아, 정말
그냥 아주 포장마차를 차려라, 차려
(주리) 남편이 꼭 저녁 먹을 때 반주를 하잖아요
(인자) 아이고, 지겨워 뭐 좋은 거라고, 정말
이러다가 금방 둘째 보겠어?
안 돼요, 이제 좀 살겠는데요 [선영의 힘겨운 신음]
- 큰일 나요 - (인자) 그래?
(선영) 아이고
(인자) 봐 봐
아이, 아이, 요새도 다이어트하는 거야?
[멋쩍게 웃으며] 뱃살 좀 빼 보려는데 잘 안되네요
(인자) 사람이 너무 순하고 좋으니 살이 빠져?
까칠하고 예민해야지 살이 빠지지
506호 아가씨 봐 봐 아주 그냥 빼짝 말랐잖아
(선영) [웃으며] 정말 그런가 봐요 [주리의 헛기침]
아주 야물딱지게도 해 왔네, 저기… [인자의 헛기침]
이제 다들 잘 알지? [민경이 달그락거린다]
(인자) 여기 우리 부녀회 회원들
네
우리 부녀회가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이거 분리수거 이것도
일일이 신경 안 쓰면 그냥 막 갖다 버리니까
다 관리 감독을 해야지
아파트 치안도 신경을 써야지
비 오면 물 넘칠라 저 담배꽁초 치워야지
주차 단속도 해야지
(선영) 장터도 열잖아요
(주리) 반상회도 열고 [인자와 선영의 웃음]
그런데요?
(인자) 어… [인자의 헛기침]
내가 아무나 같이 일하자 선뜻 제안은 안 하는데
어제 반상회 때 보니까 우리 506호도
아파트 발전에 관심이 참 많고, 의외로
아주 적극적이더란 말이지
그래서 내가 우리 부녀회에 자기가 들어와도 되겠다
참 그런 결심이 섰는데 말이야, 응
그건 좀 곤란하겠네요
[인자의 놀란 신음]
아니, 왜요?
제가 곧 이사를 가서요
[인자의 놀란 신음]
[사람들이 웅얼거린다]
[헛기침]
(휘오) 안녕하세요
[선영의 웃음] [인자가 호응한다]
[휘오의 힘주는 신음]
[인자와 선영의 놀란 신음]
(인자) 아, 이거 다 플라스틱 맞아, 이거? 아이고 [선영의 놀란 신음]
아이고, 정말, 진짜 이거 빼, 빼, 어? 아이고, 이거
아니, 이거 음식물 다 묻었으면 이건 일반 쓰레기지
아, 빨리 빼, 빨리 빼 [선영의 못마땅한 신음]
아니면 설거지를 그냥 싹 해 가지고 오든가
이게 뭐야, 이게, 아이고, 세상에
아, 그거 귀찮아서 시켜 먹은 건데 무슨 설거지를 해요, 바빠 죽겠구먼
(인자) 바쁘기는 출근을 해, 야근을 해?
아이고, 얼른 빼, 다 빼 아이고, 이거를 그냥 [선영과 주리의 못마땅한 신음]
아니, 근데
506호는 갑자기 왜 이사를 간다는 거야?
몰라요, 그걸 내가 뭐, 어떻게 알아요
어머, 왜 몰라? 어? 맨날 붙어 다녔으면서 [휘오가 계속 달그락거린다]
아니, 그새 싸우다가 정든 거 같은데
이제 싸울 사람이 없어 가지고 어떡하나, 허전하겠어?
허전하기는, 무슨 [휘오의 어이없는 신음]
(휘오) 아이, 성가시고 귀찮은 일 없어서 속이 다 시원하구먼
(인자) 아니, 속이 시원하다는 사람이 얼굴은 왜 이렇게 뚱하게 부었어, 응?
(주리) 근데 506호는 아까 내다 버린 신발을 왜 가져갔대요?
(인자) 아이, 뭐 그 운동화가 마음에 들었나 보지 뭐, 그게 [흥미로운 음악]
(휘오) 그 하얀 거?
그 알록달록한 거?
그 밑에 에어 달린 거? [부녀회원들이 호응한다]
그거 내 건데? [인자의 의아한 신음]
(주리) 뭐, 어차피 버린 거잖아요
아닌데, 아닌데, 아닌데
(휘오) 그거 내가 버린 거 아닌데
그냥 잘못 섞여서 그거 들어간 건데
아이, 그리고 내가 설령 버렸어도
아이, 누가 그거 자기더러 가져가래, 어?
아주 이상한 사람이야, 아주 그냥
아나, 이거 화나네, 이거
안 되겠다 내가 가서 이거 한 소리 해야지
안 되겠어, 이거
(주리) 왜 저래?
(인자) 어이구, 신나 가지고 저, 싸움하러 가는 거 봐, 저거, 어? [선영과 주리의 웃음]
[초인종이 울린다]
[휘오가 문을 쾅쾅 두드린다]
(민경) 자기야
내가 나갈게
아이, 자기야 신발 좀 한쪽에 치우라니까
[문이 철컥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도대체 자기가 몇 명이야?
아이, 그 데이트 방해해서 미안한데
그, 아까 그 당신이 주워 간 내 운동화
어? 그 운동화 좀 줄래?
(휘오) 어, 저기 있네 어, 저거, 저거, 저거 줘, 빨리
저거, 내 거야, 저거
버린 거잖아
[헛기침]
야, 이 사람아, 어?
아이, 그거 버렸어도
내가 마음이 바뀌면 다시 주우러 갈 수도 있는 거고
그리고 또, 어!
당신이 그거 주워 갈 줄 알았으면 그거 버려도 버린 게 아닌 거지
무슨 억지를 그렇게 쓰고 있어 빨리 내놔, 내 운동화
저기 있잖아, 저 빨리, 빨리빨리 줘 빨리빨리 내놔, 어서!
[휘오의 헛기침]
[도어 록 작동음]
이게 아닌데, 이게…
[무거운 음악] (종대) 빨리빨리 좀 하세요 빨리빨리, 예?
- (종대) 뭐, 예비군 훈련 나왔어요? - (경찰1) 저 아가씨 좀
(고사바리) 아, 지금 입고 있잖아요 아, 진짜
- (경찰1) 이봐요 - (경찰2) 괜찮으세요?
(경찰2) 정신 좀 차려 보세요
- (경찰2) 네? 정신 좀 차려 보세요 - (종대) 이거, 단추 좀 채우고 [고사바리의 못마땅한 신음]
(경찰2) 여기 어디인지 알겠어요?
(여자2) 모르겠어요
(종대) 아니, 사람을 술을 얼마나 먹이면 이렇게 돼?
(고사바리) 아니, 근데 우리 진짜 사랑하는 사이라니까요
(종대) 아, 무슨 사랑하는 사이끼리 이렇게 술을 많이 먹… [고사바리의 답답한 신음]
아, 저기, 데리고 나가요 [경찰3이 대답한다]
(고사바리) 아이, 놔요 내가 갈게, 좀, 아이
[의미심장한 효과음]
[휴대전화 진동음]
- (휘오) 어이 - (종대) 어, 형
(종대) 나 양삐리 물건 찾았어
뭐?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오류음] [민경의 놀란 신음]
[도어 록 조작음] [민경의 놀란 신음]
[도어 록 오류음]
[도어 록 조작음] [문이 철컥 열린다]
[도어 록 오류음]
[민경이 문고리를 달그락거린다] [민경의 놀란 신음]
[도어 록 조작음] (민경) 어떡하지?
그렇게 가리고 누르고 난리더니 자기가 못 들어가고 있네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오류음]
(민경) 아이, 씨, 이거 왜 이래
[도어 록 작동음] (민경) 아이, 씨
아, 뭐더라
- (민경) 아, 안 돼 - (휘오) 아, 왜 그래? [도어 록 작동음]
(휘오) 안 열려? [도어 록 오류음]
(민경) 몰라, 비밀번호 바꿨는데 문이 안 열려
이게 왜 안 되지?
[민경의 다급한 신음]
[도어 록 작동음] (휘오) 아이, 좀 좌뇌를 써 봐, 좌뇌를
(민경) 아이, 진짜 미치겠네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오류음]
[민경의 다급한 신음] 아이, 진짜
[도어 록 오류음]
(휘오) 예, 예, 여기 그 비밀번호 바꾸려다가 오류가 났는지
문이 안 열리네요
홍직 아파트요
한 2시간쯤 걸린다고요?
예, 예, 와 주세요
여기 105동 506호요, 예, 알겠습니다
이거 안 뜯고도 열 수 있대
아저씨 2시간 안에 온다니까 기다렸다 열어
분명 난 제대로 했는데
아이, 뭐, 뭐가 잘못 눌렸나 보지, 뭐
[민경의 한숨] (휘오) 난 간다
아이, 근데 그…
거기서 그러고 기다리게?
어, 휴대폰도 지갑도 다 안에 있는데 어딜 가
(휘오) 아, 안 그러면 뭐, 그 우리 집 들어가 있든가
나 안 그래도 지금 뭐 나가려는 참이니까
아이, 싫으면 말고
아무튼 비밀번호는 그 '2, 3, 4, 5, 별'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잔잔한 음악]
(종대) [작은 목소리로] 형, 형 본청 애들이 저 새끼 이송하러
금방 다시 올 텐데, 뭘 어쩌려고!
아이, 10분이면… 아니야, 5분이면 내가 끝내
5분 안에 끝낼게, 여기 있어 딱 보고 있어 [종대의 못마땅한 신음]
[문이 철컥 닫힌다] (고사바리) 아이, 다 불었잖아요
아, 설렁탕 시켜 준다더니 또 뭐요!
오고 있어, 오고 있어
'수요미식회' 최고 맛집에서 '해 주세요' 해 갖고
지금 오고 있는 중이야
[웃음]
아, 너, 그 양삐리라고 알지?
양삐리? 아, 당연히 알죠
[흥미로운 음악] 그 양삐리가 누구야? 걔 이름이 뭐냐?
아, 양삐리가 누구긴 누구야, 양삐리지
이 바닥에 뭐, 최 과장이 최씨고 이 사장이 이씨인가?
(고사바리) 피차 서로 통성명하는 경우 없는 짓은 안 하니까
음, 그래?
씁, 그럼 이 양삐리는 어떻게 생겼을까, 이 인상착의가?
아, 뭘 어떻게 생겨 양삘 나게 생겼겠죠, 뭐, 참
아이, 이 바닥 오고 가며 뭐 좋은 꼴 본다고
서로 간에 면 트고 지냈겠어요
(휘오) 그러니까 너는 양삐리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른다 이거지?
[숨을 씁 들이켠다]
그럼 모르는 거지, 새끼야
너 왜 아는 척하고 지랄이야, 지랄이?
아, 이 새끼 사람 열받게 하네, 이거?
너 그러면 혹시 그…
강남서 개새는 알아?
아, 당연히 알죠
이 바닥에 강남서 개새 모르는 그 약쟁이가 어디 있겠어요?
그거 완전 또라이라는데요? [웃음]
어, 그 또라이 개새가 나야, 새끼야
[휘오가 중얼거린다]
(휘오) 너 아까 뭐라고 그랬냐?
물어보는 대로 족족 다 알면서 정작 대답은 안 해 줘요 [스위치를 탁탁 끈다]
너 아까 뭐라고 했어, 어? 설렁탕 뭐?
[안이 소란스럽다]
[피식 웃는다]
(휘오) 숨 한번 못 쉬게 해 줘?
강남서 개새 아직 안 죽었네 안 죽었어
아, 진짜예요
아, 요즘같이 디프 웹, 텔레그램 SNS로 장사하는 시대에
아, 저 같은 고사바리가 상선 얼굴 볼 일이 뭐가 있겠어요
(휘오) 아, 그러면 그 물건은 어떻게 받는데?
어, 그 물건은 양삐리가 알려 주는 가게 가서
웨이터한테 킵 술 달라고 해요
그럼 그 양주병 안에
(고사바리) 요만한 게, 뭐가 있어요
아이, 잠깐만
웨, 웨이터?
[의미심장한 음악]
[종대가 중얼거린다] [탁 내려놓는다]
(종대) 어, 당시에 업소 안이랑 입구 쪽 CCTV 영상은 다 삭제됐고
남은 거는 여기 입구의 차량 블랙박스 영상, 이게 다야
어, 잠깐 스톱 [마우스 클릭음]
[웨이터1의 힘주는 신음]
[휘오의 힘주는 신음]
[퍽 부딪친다] [웨이터2의 힘겨운 신음]
[휘오의 못마땅한 신음]
[휘오가 중얼거린다]
확대해 봐
[마우스 클릭음]
[카메라 셔터음]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흥미로운 음악]
[탁 내려놓는다]
[민경이 코를 곤다]
[민경이 코를 곤다]
[보글보글 소리가 들린다]
[칼질하는 소리가 난다]
[순애가 흥얼거린다]
어머, 어머, 어머, 깼어요?
아, 어떡해, 조심한다고 했는데 [순애의 웃음]
안녕하세요
(민경) 저 옆집 사람인데요
문이 잠겨서 휘오 씨가 여기 있으라고
[순애의 웃음]
(순애) 여자 친구라는 얘기를 아주 길게도 하네요
아, 앉아요
아, 저 여자 친구 아닌데요
(민경) 진짜 그런 거 아닌데
아, 전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가긴 어딜? [흥미로운 음악]
휘오가 여기 있으랬다면서요
(순애) 많이 먹어요
나는 이 세상에서 음식 혼자 먹는 게 제일 싫어
네
아, 저, 근데 저 휘오 씨 여자 친구 그런 거 진짜 아니거든요
오해하실까 봐
아이, 누가 뭐래요? 먹어요, 많이 먹어요
네
[민경의 놀란 신음]
맛있네요 [밝은 음악]
많이 먹어요
그럼 잘 먹겠습니다
요리는 잘해요?
아니요, 할 줄 몰라서 사 먹거나 시켜 먹어요
아이, 아이, 잘했네, 잘했네
괜히 배우고 그러지 마요
배우면 고생이야, 계속해야 돼
(순애) 잘하면 더 고생이야
[순애의 웃음]
아, 우리 휘오가 아주 작고 약하게 태어났거든 [도어 록 조작음]
그래서 얼마나 편식이 심한지
(휘오) 엄마 왔어?
(순애) 어, 아들 왔어? 얼른 씻고 와
(휘오) 언제 왔어?
뭐야? 왜 아직 여기 있어?
아니, 내가 밥 먹으라고 앉혔지
(순애) 아니, 어디까지 얘기했지?
아, 맞는다, 아이, 우리 휘오가 원체 태어나길 작게 태어나 가지고
[순애의 웃음]
11살 때까지 여탕을 데리고 가도 아무도 뭐라고 안 했다니까
[순애의 웃음]
아, 그래서…
아이, 엄마
(순애) 아, 그러면 위로 언니가 한 명 있고
저, 언니 결혼했어요?
(민경) 네
그러면 집에서 빨리 결혼하라고 자꾸 서두르겠다
(순애) 저기, 생년월일시가 어떻게 돼요?
(민경) 91년 4월…
(순애) 오, 양띠, 양띠
자, 자, 자, 그, 밥 다 먹었으면 이제 가자, 일어나, 빨리
(순애) 야, 한 숟가락밖에 안 먹었어
(휘오) 다 먹었어, 빨리, 빨리, 빨리 일어나요, 빨리, 빨리
- (휘오) 일어나자, 어서, 빨리 - (순애) 아들, 어어, 아, 그냥 가면…
(민경) 잘 먹었습니다
(순애) 아니, 잘 먹긴 뭘 다 먹지도 못하고
- (민경) 그럼… - (순애) 아휴, 미안해서 어떡해
[도어 록 작동음] (순애) 아휴, 어떡해
자주 놀러 와요
[문이 철컥 닫힌다] 아니, 왜 사람을 그렇게 보내, 아들
엄마 진짜 실망했어
널 구해 줄 복덩이일 수도 있는데
아이, 복덩이는 무슨 복덩이야
아이, 엄마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문이 잠겼다 그래 가지고 잠깐 여기 들어와 있으라고 그랬어
(순애) 알아, 들었어
야, 세상에, 한밤중에 전에 집 얻어 준 부동산에서
자기 마음대로 비밀번호 누르고서 그냥 들어오려고 그랬다더라
얼마나 무서웠겠어
네가 잘 몰라서 그러지
여자 혼자 살면은 겁나는 게 한둘이 아닌 거야
[순애의 못마땅한 신음]
[천둥이 콰르릉 울린다] [비가 솨 내린다]
[천둥이 콰르릉 울린다]
[천둥이 콰르릉 울린다]
(순애) 여자 혼자 살면은 겁나는 게 한둘이 아닌 거야
[한숨]
[하늘이 우르릉 울린다] 아, 불교에서
쉽게 연을 맺지 말라고 그랬거늘
[천둥이 우르릉 울린다]
[혀를 쯧 찬다] [힘주는 신음]
[천둥이 콰르릉 울린다]
[초인종이 울린다]
[도어 록 작동음]
아니, 이것 좀 열어 봐 봐
이것 때문에 이게 안 들어가잖아, 이게
이게 뭔데?
당신한테 지금 꼭 필요한 거
아이, 안 열어 주면 나 그냥 가고 어떡해?
안 되겠다, 나 그냥 가야겠다
아이, 잠깐만
아, 이거 어떻게…
[휘오의 힘주는 신음]
[휘오의 헛기침]
그래, 이 정도는 돼야 '남자 사는 집이다' 하지
그래야지 이 나쁜 새끼들이 오려 그러다가
마동석이 사나 보다 하고 도망칠 거 아니야
(휘오) 당신 그 좋아하잖아, 마동석
[호응한다] [잔잔한 음악]
[한숨]
아이, 그래서 그, 뭐 이사는 확실히 가기로 한 거야?
언제?
뭐, 집 나가면, 응
[옅은 한숨]
그래, 그러면 그 물건은
그때 돌려줘
그럼 되겠네
그럼 나 갈게, 어
[휘오의 한숨]
[도어 록 작동음] [문이 철컥 열린다]
[휘오의 힘주는 신음]
[술을 조르르 따른다]
(휘오) 그러면 이게
송별회쯤 되는 건가?
왜? 막상 이사 간다니까 섭섭해?
아이, 진짜 좀 그러네
이제 이 구역에서 미친놈은 나 하나니까
(휘오) 그래, 뭐, 하기야
같은 하늘 아래에 두 개의 태양이 뜰 수는 없으니까
[코웃음]
[휘오의 코웃음]
[휘오의 힘주는 신음]
근데 그…
혹시 나 때문에 이사 가는 거면
가지 마
나 이제 뭐
꽤 익숙해졌어, 그, 당신한테
가끔씩 얻어먹는 그 공짜 밥도 좋고
매일매일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애잔한 음악]
내가 진짜 궁금하기도 하고
그리고 또 뭐…
내 인생의 어떤 결정에 영향을 끼칠 만큼
당신 그 정도로 비중 있지 않아
착각하지 마
[잔을 탁 내려놓는다]
그렇게 사람이 무서워?
그렇게 못 믿겠어?
응
(민경) 내가 그랬잖아
나는 아무도 못 믿는다고
그중에서 제일 못 믿는 건 나지만
내가 가스 불을 껐는지 창문을 닫았는지
밸브를 잠갔는지
그래서 무서워
저번에 TV에 나왔던 어떤 할머니
하루 종일 복면 쓰고 냄비 두드리면서 독가스 냄새 난다던
나도 그렇게 될까 봐
아니
난 더 심해지려나
(휘오) 당신은 아마도 그 냄비보다 더 해괴한 걸 두드리겠지
그 오고무 같은 거
허리 막 뒤로 꺾어 가지고 막 꽹과리 같은 거 치고 [휘오의 웃음]
[몽골어로 말한다]
(휘오) 에? 방금 나한테 욕했지?
아, 비 오는 거 너무 싫다
(민경) 아휴, 기분 더러워, 진짜, 아휴
[잔잔한 음악]
나는 당신도 못 믿어
(민경) 당신이 하는 말도
'여자는 못 때린다'
그거 그냥 멋있어 보이려고 하는 말 아니야?
응? '안녕하세요, 나는 여자 안 때립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여자들이 좋아하는 거였어?
아니, 그건 그냥 남자니까 그냥 당연한 거잖아
안 그런 남자도 있어
뭐 그런 개새끼가 다 있대?
어떤 개새끼냐면
세상 달콤한 말은 혼자 다 하던
숨 쉬는 거 빼고는 다 거짓말이던 유부남 새끼 [어두운 음악]
(민경) 자기 마음대로 안 되면 막 돌변해서
거기까지면 다행이게?
유부남인 줄 알면서도 덤벼들었다고
자기 가정 깨 놓으려고 집착하고 협박하고 매달리는
미친년이라고
그래서 때렸다고
당해도 싸다고
사람들이 다 나한테 그러더라
돈 때문에 미친년, 독한 년, 나쁜 년
더러운 년
아이, 그러면은
그 말을 듣고도 그냥 가만히 있었어?
(휘오) 아니라고 얘기를 했어야지
왜?
내가 유부남인 거 알고 만났을 수도 있잖아
내가 진짜 몰랐을까?
[민경의 헛웃음]
(민경) 가스 밸브 하나 잠갔는지도 내가 나를 못 믿는데
누가 알아
진짜 몰랐는지 아니면 알았는지
[휘오의 옅은 한숨]
어쩌면은
사람들은
당신이 그랬길 바랐을 수도 있어
당신이 너무 예뻐서
질투하느라
(휘오) 그러니까 그런 말 그거 너무 믿지 마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의 일에 그렇게 관심이 없어요
아직도 '전원일기'의 최불암이랑 김혜자가 부부인 줄 안다니까
[민경의 웃음]
'전원일기'?
네, 제가 좀 동안이라는 얘기를 들어요, 응
(민경) 아, 그래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망가져 줄게
나 오늘부터 막살 거야
[민경의 한숨]
그러니깐
왜…
우리 오늘 같이 잘래?
[흥미로운 음악]
뭐, 뭐, 뭐, 뭐, 뭐 뭐가 '그러니깐'이야, 어?
그, 뭐, 아까 전에 뭐 막산다고 그러더니만, 뭐
[말을 버벅대며] 어? 나랑 자면 그게 막사는 거냐, 그게? 어?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민경이 사이렌 소리를 따라 한다]
[흥미로운 음악]
[기쁜 탄성]
(민경) 나는 이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너무 좋아
나를 막 구하러 달려오는 것 같아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사이렌 소리를 따라 한다]
아주 그냥 오늘 생일이네, 축하해
어, 생일 축하해
삐뽀삐뽀, 삐뽀삐뽀 이건 구급차고
소방차는 이웅, 이웅
이웅
[울먹이며] 근데 이건 좀 슬퍼
그렇지?
이웅…
[민경이 흐느낀다]
(휘오) 비 그쳤다, 이제 가자 [민경이 사이렌 소리를 따라 한다]
[사이렌 소리를 따라 한다]
(휘오) 여기요, 여기 얼마예요?
[잔잔한 음악]
[옅은 한숨]
(휘오) 뭐, 들어가
어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차분한 음악]
[초인종이 울린다]
[도어 록 작동음]
밸브 잠겨 있었어?
어? 어
창문은 닫혀 있었고?
(휘오) 거봐 그러니까 당신 자신을 좀 믿어
당신처럼 집요한 여자가 알면서 속아 줬을 리 없잖아
그러니까
당신 잘못한 거 없다고
[도어 록 작동음]
[차분한 음악]
[한숨]
[도어 록 작동음]
(민경) 저기…
호위가 할 말 있다는데?
'형아, 저번엔 고마웠어'
'라면 먹고 갈래?'
[편안한 음악]
[밝은 음악]
[호위가 왈왈 짖는다]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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