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백서 10
(준형) 아휴, 또 시작이네
또 시작이라고? 뭐가?
나은아, 우리 이러지 말자
나 자기랑 싸우기 싫어
이렇게 감정 소비하는 것도 별로고
(준형) 저쪽에 어머님들 계시니까
여기서 이러지 말고 이 얘긴 나중에 둘이 있을 때 하자
둘이 있을 때 뭐?
(나은) 오빤 심각한 얘기만 나오면
나보고 알아서 하라고 하든가
아니면 미안하다고 하고 사과하고 넘기잖아
그야 너랑 더 싸우기 싫으니까
이제 이런 거 지긋지긋하니까
그래서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취미처럼 하는 거야?
아니, 미안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것도 싫어?
그럼 사과하지 마?
뭐?
아, 실랑이하기 싫어서 대충 맞춰 주는 게 아니라
최대한 자기가 좋은 대로
자기가 편한 대로 맞춰 주려고 하는 건데
왜 이런 것까지 트집을 잡아?
트집? 이게 트집 잡는 걸로 보여?
좀 그냥 넘어가자
(준형) 안 그래도 어머님들 지금 기분 상할까 봐
신경 쓰여 죽겠는데
왜 자기까지 이래?
저번에 가전 보러 가서 그런 사달을 내고도
(나은) 이런 자리를 만든 게 누군데 그래?
(미숙) 내가 못 올 자리에 온 거니?
[긴장되는 음악]
(나은) 어머님, 그게 아니라…
(준형) 엄마
나랑 얘기해 내가 다 설명해 줄 테니까
(미숙) 아, 넌 좀 조용히 해 봐
나 나은이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 거니까
죄송해요
[미숙의 한숨]
죄송하다는 말 말고
제대로 설명을 해 줘야 내가 네 마음을 알 거 아니야?
정말 모르세요? 아니면 모르는 척하시는 거예요?
어머니
엄마
같은 여자로서 며느리랑 시어머니 관계에 대해서
몰라도 문제고 모르는 척해도 문제인데
무, 문제요?
(나은) 엄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이건 내가 어머님한테 말실수해서…
(준형) 아니에요
어머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저한테…
아, 너 가만히 있어 봐
사부인, 하시고 싶으신 말씀 있으면 하세요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거예요?
시어머니랑 며느리는 친해지기 힘든 관계라는 거
정말 모르세요?
[미숙의 기가 찬 웃음]
(미숙) 아, 그거야 사회 통념상 그런 거죠
나는 나은이랑 그런 불편한 관계 되기 싫어서…
내가 나은이한테 얼마나 잘해 주고 노력하는데
아무리 잘해 줘도
잘해 주는 대로 불편한 관계도 있어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엄마, 제발 그만 좀
엄마
아, 너 왜 자꾸 이래?
왜 자꾸 나은이네 편만 들어?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엄마, 지금 엄마가…
죄송해요, 어머님
저희 엄마는 그런 말이 아니라…
죄송하긴 네가 왜 죄송해?
(달영) 솔직히 사부인도 잘 아시잖아요
어? 혼수를 예비 시어머니랑 같이 보러 다니면
며느리가 얼마나 불편할지
엄마
(미숙) 나는
나은이가 좋다고 하니까 같이 간 거죠
애당초에 싫다고 했으면 같이 안 갔겠죠
나은이 너도 그래
진즉에 싫다고 거절했으면 됐을 텐데
왜 일을 이렇게까지 만들어, 어?
그리고 너 사부인한테 뭐라고 말했길래
사부인이 이렇게…
(준형) 엄마!
그만 좀 해
서준형
다 내가 잘못한 거야
내가 이렇게까지 상황 악화시킨 것도 내 잘못이니까
나한테 해
[나은의 만류하는 숨소리]
[무거운 음악]
어머니, 죄송합니다
(준형) 저 먼저 가 볼게요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준형이 미숙을 탁 잡는다]
[미숙의 못마땅한 숨소리]
(미숙) 얘, 준형아
[한숨]
[달영의 한숨]
[달영이 숨을 고른다]
(준형) 타세요
[미숙의 언짢은 숨소리]
(미숙) 너 어떻게 엄마한테 이렇게 소리를 지를 수가 있어?
그것도 나은이랑 사부인 앞에서?
타서 얘기해
(미숙) 이게 엄마 잘못이야?
내가 나은이한테 얼마나 잘해 주려고 노력했는지
너도 알잖아!
그렇게 잘해 줬는데
앞에서는 좋다고 그러고 뒤에서 널 잡고 있으니
내 속이 뒤집어지지 안 뒤집어지니?
나은이한테 뭐라고 하지 마 다 내 잘못이니까
너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은이 편들고 싶어?
(준형)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오늘 이 상황을 만든 것도 이 자리를 만든 것도
다 내 잘못이라고
내가 죽일 놈이야
준형아!
아, 대체 나보고 뭘 어쩌라고!
(준형) 나는 한다고 하는데
계속 이러면은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되는 건데?
그래서 엄마가 원하는 게 뭐야?
결국 이 결혼이 깨졌으면 좋겠어?
너 어떻게 그런 말을…
그게 아니면 뭐?
뭘 어쩌라는 건데?
[떨리는 숨소리]
[미숙의 흐느끼는 숨소리]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숨을 고른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수찬) 어이구 기어이 사고 치고 온 거야?
(나은) 아빠
[컵을 탁 내려놓는다]
[한숨]
당신이 그 자리에 없어서 그래
(달영) 애를 쥐 잡듯이 잡는데 그럼 내가 어떻게 보고만 있어?
(수찬) 아, 좋게 말로 하면 되지
사부인하고 날 세워서 뭔 좋은 꼴 보겠다고, 어이구, 참
아, 그게 지금 할 소리야?
아, 못 할 짓 하고 온 사람도 있는데
(수찬) 못 할 말 좀 하면 어때?
아, 이러다 애 결혼식에 문제 생기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엄마한테 너무 뭐라 하지 마
(수찬) 너도 그래
어른들 개입시키지 말고 둘이 갔다 오라고 그랬잖아!
왜 일을 이렇게 만들어?
(달영) 왜 나은이한테 그래 당신까지 왜!
(수찬) 아니, 뭘 잘했다고 큰소리야, 지금!
(달영) 아, 몰라! 다 짜증 나
나은이가 저 좋은 머리에 그 좋은 대학까지 나와서
거기서 고개 숙이고 쩔쩔매는 것도 짜증 나고
딸은 엄마 팔자 닮는다고
'시' 자 달린 사람들 앞에서 꼼짝 못 하는 것도 짜증 나 [도어 록 작동음]
[수찬의 한숨] 이게 다 당신 엄마 때문이야 알아?
왜 또 엄마 얘기를 여기서 해! [문이 쾅 닫힌다]
[종이 잘랑거린다]
[도어 록 작동음]
아이고
아휴, 진짜
[한숨]
[한숨]
[한숨]
[무거운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나은) 어머님, 잘 들어가셨어요?
오늘 일은 죄송합…
(미숙) 죄송하다는 말 듣고 싶은 게 아니야
아,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 건데 대체 네 진심이 뭐니?
[한숨]
[배팅 볼이 덜컹 나온다]
(미숙) 나은이 너도 그래
왜 일을 이렇게까지 만들어, 어?
죄, 죄송해요
죄송해요, 어머님
죄송해요
[날카로운 소리가 울린다] (달영) 시어머니랑 며느리는 친해지기 힘든 관계라는 거
정말 모르세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엄마
아, 너 왜 자꾸 이래?
왜 자꾸 나은이네 편만 들어?
[한숨] [야구 배트를 쿵 내리찍는다]
(준형) 아, 대체 나보고 뭘 어쩌라고!
나는 한다고 하는데
계속 이러면은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되는 건데?
[숨을 후 내뱉는다]
[배팅 볼이 덜컹 나온다] [배팅 볼이 탁 떨어진다]
[준형의 한숨]
(준형) 그야 너랑 더 싸우기 싫으니까
이제 이런 거 지긋지긋하니까
아니, 미안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것도 싫어?
그럼 사과하지 마?
(국장) 서 주임
서 주임
[민우가 책상을 탁탁 두드린다]
[국장의 힘주는 숨소리]
[다가오는 발걸음]
내가 불렀는데?
(준형) 아, 예 뭐 필요하신 거라도?
(국장) 제안서 검토 그거 아직이지?
제안서요?
[국장의 한숨]
너, 씨
간이 상수도 정책 제안서
(국장) 그거 오늘 오전 중으로 검토하고
보고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준형) 아, 네
[키보드 조작음]
아, 지금 바로 보내겠습니다
야, 너 진짜, 이씨
(국장) 요즘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야?
아니, 결혼 준비로 정신없는 거는 내가 이해하겠는데
매번 업무에 지장 주고 그러면은
죄송합니다
그래, 신경 좀 쓰자
[멀어지는 발걸음]
[한숨]
[준형의 한숨]
(민우) 야, 야, 야, 야
어휴, 자식 이거
이거 마시고 정신 차려라, 어휴
(준형) 생큐
뭐, 나은 씨랑 또 싸웠냐?
(준형) 나은이랑만 싸웠겠냐?
(민우) 그럼 뭐, 또 누구랑 싸워?
[준형이 입소리를 쩝 낸다]
[깊은 한숨]
왜, 무슨 일인데?
너 희선 씨랑 연락하지?
(준형) 무슨 이야기 없어?
무슨 이야기고 간에 아무래도 희선 씨가
나 차단한 거 같아, 아씨
아휴, 씨
너 혹시
우리 엄마랑은 연락하냐?
내가 너희 엄마랑 연락을 왜 하냐, 내가?
이참에 좀 해라, 안부도 좀 여쭙고
(민우) 이 새끼야 너는 우리 엄마랑 연락하냐?
이 새끼 자기도 연락 안 하면서 나한테만…
뭐, 엄마랑 싸웠어?
아니다
이거 얼굴 보니까 이거 더 심각한 거 같은데
씁, 뭐…
설마 고부 갈등? 2차 대전이야?
몰라
진짜 결혼이고 뭐고
어디로 확 숨어 버리고 싶다
아…
[휴대전화 진동음]
[어두운 음악] (플래너) 토요일에 웨딩 스냅 스튜디오 촬영인 거 아시죠?
늦지 않게 메이크업 숍으로 신부님과 오세요
아휴, 씨
[한숨]
(희선) 돈가스 맛있었지?
[나은의 한숨]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어떡해
이번 주 토요일 날 웨딩 촬영 하러 오래
근데요?
이 상황에서 어떻게 웨딩 촬영 하러 가?
양가 어머님들은 한바탕 싸우고
오빠랑 나랑은 냉전 중인데
뭐, 이런 상황이든 저런 상황이든 웨딩 촬영은 해야지
(수연) 그래요, 이거 안 하면 생돈 몇백은 날리는 거잖아요
지금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 타이밍에서 웨딩 촬영을 안 하겠다는 건
(희선) 결혼을 안 하겠다는 거랑 마찬가지야
너 준형 씨랑 잘 풀고 빨리 웨딩 촬영 해
풀면 또 싸우겠지
나은아
[한숨]
요새 들어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어
하, 진짜 죽을 거 같아
(희선) 원래 결혼 준비가 다 그런 거야
오죽하면 결혼 준비 하다 헤어지는 커플들이 수두룩하겠니?
[수연의 한숨] 그건 진짜 아이러니하긴 하네요
평생 함께할 준비를 하다가 헤어진다는 거
나도 한 번 해 봐서 아는데
이 결혼 준비는 약간 조별 과제 같아
(희선) 그것도 내가 조장인 조별 과제
제출 기한도 정해져 있고
할 일도 명확해서 쉬울 줄 알았는데
조원들은 통제도 안 되고 의견 조율은 더 안 되고
제출 기한은 다가오지
결국 과제는 나만 하고 있고
더 짜증 나는 건
이 조원 놈의 새끼들은 도움은 1도 안 주면서
겁나 딴지만 거는 거고
아휴, 결국 조장인 나만 죽어나지
맞네, 조별 과제
조장 이제 그만하고 싶어
좀만 더 참자, 제출 기한 다가온다
언니
이 상황에서 웨딩 촬영은 진짜 못 하겠어
아, 못 하면 어쩔 거야? 눈 딱 감고 해야지
인생에서 한 번뿐인 웨딩 촬영이잖아
(수연) 일생에 한 번뿐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죠, 쯧
(희선) [이를 악물며] 그래 장담은 못 하지
[한숨]
[잔잔한 음악]
[도어 록 작동음]
[가방을 탁 놓는다]
[한숨]
[잡지를 탁 놓는다]
[한숨]
"웨딩"
[휴대전화 진동음]
(종수) 엄마가 몸이 안 좋은 것 같으니까
엄마한테 전화 한 통 해 줘라
[한숨]
(희선) 버스 타고 가게?
버스 타면 돌아가잖아
일찍 가면 엄마한테 시달릴 거 같아서
에휴, 술 한잔 할 테야?
(나은) 아니
지금은 술보단 조용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
그러지 말고
준형 씨한테 가서 속 시원히 터놓고 얘기를 해 보면 어때?
그걸 못 하겠어
왜?
말 한마디라도 잘못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거 같아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야, 지금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희선이 휴대전화를 탁 덮는다]
[익살스러운 음악]
얼굴에 마비 왔어요?
저번에 매력 어필은 얼굴로 해 달라고 해서
지금 그러고 있는 중입니다
(희선) 몰수 패 당하기 전에 그 이 치우죠?
(민우) 아휴, 화상이라고 해도 내가 모르는 척해 줬는데
진짜 너무하시네
아, 그건 민우 씨가 회사 앞에 그런 차를 몰고 와 가지고는
얼마나 이상한 소문이 났는지 알아요?
(희선과 민우) - 내가 그 소문 때문에 진짜… - 그 이상한 소문이 듣기 싫으시면
우리 진짜로 한번 그 소문 만들어 볼까요?
(희선) 오늘 제가 보자고 한 건
준형 씨랑 나은이 때문에요
둘이 어머님들 모시고 집 보러 갔다가
사달 난 거 들으셨죠?
(민우) 지금 처음 듣네요
아, 그래서 그랬구나, 아
아무튼 이번 주에 웨딩 촬영인데
그 둘이 아직까지 안 풀고 있다는 건
좀 심각한 거 같아서
우리가 좀 도와주자고요
아휴
뭐, 제 앞가림도 못하는 판에 제가 누굴 도와요?
네?
아니, 준형이가 함 들고 간 날
대체 누구 차에 탄 건지 그 대답 하나 못 듣고 있는데
(민우) 제가 누굴 돕나 싶어서요, 그냥
아니
그게 도대체 왜 그렇게 궁금한 건데요?
아, 또 말해야 돼요? 내가 희선 씨한테 관심 있는 거?
(희선) 아니요
아니요, 알겠으니까 이제 그만 말해요, 그만
[한숨]
전남편요
[익살스러운 음악]
저, 저, 전남편요?
(민우) 아니, 그 밤에 그 차에 탄 게 더 이상한데?
아, 뭐, 다 끝난 사이 아니에요?
사이는 다 끝났는데 채무 관계가 아직 남았네요
아, 채무 관계?
신혼집 하는 데 돈이 좀 모자라서
신혼부부 대출 받았다가 이 꼴 났어요
(희선) 그러니까 민우 씨도 대출은 신중하게
결혼은 더 진중하게, 오케이?
아니, 저는 쉽게 쉽게 그냥
이제 원하는 대답 들은 거 같으니까
본론으로 넘어갈게요
[한숨]
(희선) 내일 민우 씨가 준형 씨 데리고
7시까지 술집으로 와 줘요
난 나은이 데리고 나갈게요
아니, 뭐, 그다음은요?
가볍게 한잔하면서 둘이 풀게 해야죠
(희선) 지금 둘 다 너무 결혼 준비에만 매달려 있어서
지치고 예민해졌을 거예요
[민우의 호응하는 숨소리]
둘이 놀다 보면 자연스럽게 풀어질 거예요
그 두 사람 서로 죽고 못 살던 사이인 건 알죠?
알죠
걔네들 완전 개닭살 커플인 거
근데 우리도 그냥 개닭살 커플 하면 안 돼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니요
(준형) 아, 진짜 나 지금 술 마실 기분 아니라니까
(민우) 야, 너 술 안 마실 거면 물이라도 마셔
여기가, 어, 물 맛집이야
어, 얼른 들어와
-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 (준형) 아, 진짜, 씨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준형) 진짜 미쳤나, 진짜
(민우) 어!
(희선) 응, 여기요
[민우가 놀란다]
[한숨]
(민우) 어, 왜, 왜 왜, 왜, 왜, 왜?
(준형) 아니 나은이랑 같이 보는 거였으면
얘기를 했어야지
(민우) 하, 야
내가 얘기를 했으면 네가 여기 왔겠냐고
(준형) 야, 인마, 그래도, 씨!
[준형의 한숨]
(민우) 야, 그래도니 뭐니 따지지 말고
나랑 희선 씨가 그냥 분위기 잡아 줄 테니까
넌 그냥 자연스럽게 나은 씨랑 풀어
그렇게 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야
그럼?
(희선) 미안
말도 안 하고 이런 자리 만들어서
어?
(희선) 너랑 준형 씨
가만 놔두면 둘이 잘 풀 거 아는데
어제 네가 한 말이 걸리더라고
[한숨]
내 말?
벼랑 끝에 몰린 거 같다며
그 벼랑 끝에 몰려서 상대랑 화해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나도 너무 잘 알아서
(희선) 그래서 내가 오버 좀 했어
(나은) 알아
언니 마음 다 아는데
[한숨 쉬며] 그냥
내가 복잡해서 그래
[한숨] 나은아
(민우) 이거 하나만 기억해
너 오늘 나은 씨랑 화해 못 하면
너 이 상태로 내일 웨딩 촬영 해야 된다는 거
[깊은 한숨]
그러니까 우리가 적당히 판 깔아 줄 때
그냥 못 이기는 척 풀어
[익살스러운 음악]
[민우의 한숨]
[희선의 한숨]
[민우의 헛기침]
아, 뭐, 우리 짠이나 한번 할까요?
(희선) 어, 그럴까요?
- (민우) [웃으며] 아, 예 - 자, 짠 짠 짠
- (민우) 자, 자, 짠 짠 - (희선) 짠
(희선) 아, 무슨 주스를 마시고 이래요?
(민우) 아니, 뭐, 차 갖고 와서 [민우의 털털한 웃음]
[민우의 개운한 숨소리] [희선이 잔을 탁 놓는다]
[희선의 개운한 숨소리]
[민우의 한숨] [희선이 난감해한다]
(희선) [작게] 뭐 좀 해 봐요 어떻게 좀
[민우의 어색한 웃음]
(민우) 야, 이렇게 어색하게 2 대 2로 앉아 있으니까
우리 대학 때 미팅하던 생각 나고 참 좋네요, 그렇죠?
[민우의 웃음]
안녕하세요, 장민우라고 합니다
[민우의 웃음]
아, 왜, 희선 씨도 생각나죠?
아니요, 전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요
(희선) 전, 씁, 이렇게 오랜만에 누구 눈치 보고 앉아 있으니까
그, 시댁에서 눈칫밥 먹던 때가 떠올라서
막 추억 돋고 그래요
[희선의 웃음]
아, 진짜 너무들 하네, 진짜
내가 이렇게 아픈 과거사까지 팔면서
분위기 띄우려고 노력하는데
아무도 안 웃어 주기예요, 진짜?
제가 웃어 드릴게요
[민우가 박수 치며 웃는다]
[흥미로운 음악] (민우) 야, 농담 너무 웃기다
[민우의 경박한 웃음]
(희선) 뭐 이렇게 촐싹 맞게 웃고 그래?
아유, 뭐, 그런 말을 대놓고 해요?
[민우의 웃음] (희선) 어머, 들렸어요?
다행이다, 들리라고 한 소리인데
(민우) 아휴, 참 농담도 살벌하게 하시네
[민우의 웃음]
[희선의 난감한 숨소리]
(희선) 야, 안 되겠다
우리 여기서 이러지 말고
어, 저기 다트 게임 있는데 술값 내기라도 한번 할까요?
(민우) 아, 좋아요 [희선의 호응하는 소리]
그럼 나랑 희선 씨랑 한 팀
- (희선) 그렇지, 그렇지 - (민우) 너랑 나은 씨랑 한 팀
- (민우) 오케이? 오케이 - (희선) 이렇게 한 팀, 어
- (희선) 자, 갑시다, 자, 빨리 - (민우) 자, 갑시다
- (민우) 저기 다트, 다트 - (희선) 와, 와, 빨리 와, 와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희선) 하나, 둘, 셋
(민우) 그렇지, 그렇지 [희선의 흡족한 탄성]
[박수 치며] 어유, 잘한다, 잘한다
[희선의 아쉬워하는 탄성] 어유, 잘했어, 잘했어
(희선) 나은이 던져
[다트 핀이 탁 꽂힌다]
(민우) 6점 [희선의 탄성]
[다트 핀이 탁 꽂힌다] 미스
마지막
[다트 핀이 탁 꽂힌다]
오케이! 야, 이겼다! [희선이 좋아한다]
[민우의 탄성] (희선) 아, 더 시켜 먹을걸
(민우) 자, 쏘세요
내가 살게
[민우의 멋쩍은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민우의 한숨]
(민우) 아니, 그…
[민우가 난감해한다]
- (나은) 나 먼저 갈게 - (희선) 어, 들어가
(민우) 네, 가세요
[희선의 한숨]
[민우의 한숨]
(희선) 괜찮겠죠?
(민우) 그럼요
둘이 알아서 잘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가요
내가 바래다줄게요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비장한 음악] [희선의 한숨]
[피식 웃는다]
어머님은?
(나은) 괜찮으셔
어머님은 괜찮으셔?
괜찮으시지
내일
몇 시에 데리러 갈까?
택시 타고 갈게
(준형) 알았어
[잔잔한 음악]
[나은이 안전띠를 달칵 푼다] 나 갈게
기사님, 잠시만요
[한숨]
(준형) 진짜 돌아 버리겠네, 진짜 아휴, 씨
[한숨]
가시죠
[한숨]
[한숨]
[새가 지저귄다]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를 탁 덮는다]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어, 왔어?
어
(준형) 오느라 고생했지?
아니야, 괜찮아
내가 자기 주려고 커피 사 왔는데
어, 고마워
[다가오는 발걸음]
(플래너) 어? 김나은 신부님 오셨어요?
아, 바로 내려가실게요
- (나은) 네 - (플래너) 오세요
[멀어지는 발걸음]
[차분한 음악]
(플래너) 어유, 역시 예쁘실 줄 알았어요
아니, 헬퍼님, 이렇게 예쁜 신부님 보신 적 있어요?
(직원) 아, 너무 예뻐요, 정말
- (플래너) 아유, 진짜 - (직원) 신랑 너무 좋아하겠다 [플래너의 웃음]
(플래너) 아유, 피부도 좋으시고 너무 예쁘다
(사진작가) 자, 웃어 주세요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네, 신부님, 미소
신랑님, 눈도 같이 웃어 주세요
네 [나은의 헛기침]
네, 좀 환하게 웃어 볼까요?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좀 자연스럽게
[숨을 씁 들이켠다]
어, 신부님은 좀 더 친근하게
그, 신랑님 팔짱 한번 껴 볼게요
네
자, 신부님, 릴랙스
네, 긴장 푸시고 미소
[한숨]
두 분 웃으셔야 돼요
저희가 다른 건 다 수정할 순 있는데
웃는 건 포토샵으로 해 드릴 수가 없어요
죄송합니다
[숨을 후 내뱉는다]
나은아
(나은) 촬영 끝나고 얘기해
(사진작가) 자, 얼굴 다 푸셨으면 다시 촬영 갑니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이제 저쪽으로 이동하실게요
신랑님?
오빠
이렇게 못 하겠어
얘기 좀 하고 해
(준형) 저희 얘기 좀 하고 올게요
(준형) 아, 나은아
우리 진짜 이러지 말자
나 이렇게 어색하고 불편한 거 진짜 못 견디겠어
어제 택시에서 다 터놓고 말하고 싶었는데
괜히 얘기 꺼냈다가 자기 더 화나게 할까 봐
참고 있었어, 근데
이대로는 안 되겠어
오빠
(준형) 이런 분위기에서 무슨 촬영을 해?
이렇게 불편한 마음으로 웨딩 사진을 어떻게 찍어?
그래서
지금 나더러 오빠 기분까지 풀어 달라는 거야?
그런 말이 아니잖아
(준형) 나은아 지금 우리 웨딩 촬영 하는 거야
우리 결혼하기 위해서 하는 거라고
그런데 우리가 이런 기분으로 웨딩 촬영 하는 게 말이 돼?
듣고 있지만 말고 뭐라고 말 좀 해 봐!
[숨을 들이켠다]
말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겠어
뭐?
오빠한테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그럼 차라리 화라도 내!
그럼 미안하다 사과하고 넘어갈 수 있으니까?
[나은의 한숨]
계속 그렇게 넘어가서 여기까지 온 거야, 우리가
[편안한 음악] [다가오는 발걸음]
(플래너) 저기, 신부님 신랑님
일정이 생각보다 타이트해서 이제 나오셔야 돼요
네, 나갈게요
[멀어지는 발걸음]
(준형) 자기야
나가자, 다른 사람들 기다리잖아
(사진작가) 네 이제 서로 마주 보시고요
네, 신랑님이 신부님 허리에 손 얹으시고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네, 좋습니다, 찍겠습니다
네
네, 좋습니다
네, 다음 포즈는
신랑님이 신부님 얼굴을 한번 감싸 주시고요
네, 찍겠습니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자, 네, 웃으세요
사랑스러운 얼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신부님이 신랑님 입 맞추실게요
좀만 더 가까이
네, 좋습니다
네, 신부님이 가까이 가셔서
신랑님에게 입 맞추실게요
좋습니다
[나은의 한숨]
오빠 말이 맞아
무슨 소리야?
이렇게 웨딩 촬영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의미 없지
내가 오빠랑 결혼하고 싶었던 이유는
'우리가 나이가 들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어
(나은) 그래서 결혼해서 같이 있고 싶었는데
지금은 아닌 거 같아
서로 만나면 상처 주고 불편하고
우리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안 돼
이런 마음인데
어쩔 수 없이 결혼하는 건
[한숨]
아닌 거 같아
나은아
그만하자
우리
[감성적인 음악]
(나은) 화나서 하는 말 아니야
[흐느낀다] (준형) [화내며] 진짜 이렇게 끝내자고?
(미숙) 아무래도 둘이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둘 사이의 문제라면?
(나은) [술 취한 목소리로] 엄마 나 시집 안 간다
(희선) 마음이 끝나야 진짜 끝난 거지
너 마음 정리 할 자신 있어?
준형 씨 다신 안 볼 자신 있냐고
(준형) 우리 며칠 전까지 결혼 준비 하던 사이야
(나은) 또 싸우기 전에 더 싸우기 전에 그만하자고
난 너랑 못 헤어져
왜?
지금도 사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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