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 10
'형이' [어두운 음악]
'형 같은 거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형 같은 거 다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상태) '형, 형 같은 거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상태) '형 같은 거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네, 네가, 네가 그랬지? 어?
나만, 나만 죽으면 좋겠다고 엄마한테 맨, 맨날 맨날 그랬지
그래서 그때 강에서 나 강에 빠, 빠트렸지
(상태) [울먹이며] 살려 달라고...
살려 달라고, 살려 달라고 계속
살려 달라고 했는데 도망갔지, 혼자
나 놔두고 혼자 도망갔지
죽이고 싶었지, 나
맨날 맨날 나...
맨날 맨날 나 죽이고 싶었지
[상태가 흐느낀다]
(상태) 동네 사람들
동네 사람들!
내 동생이 형을 죽인다!
- 아니야, 아니야 - (상태) 동네 사람들!
내 동생이 형을 죽인다!
(상태) 동네 사람들, 동네 사람들!
- (상태) 내 동생이 형을 죽인다! - (강태) 아니야
(상태) 동네 사람들! 동생이 형을 죽인다!
(문영) 오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동화 알지?
(상태) 형을 죽인다!
[상태가 흐느낀다]
동네 사람들!
동생이 형을 죽인다
동네 사람들! 동네...
동네 사람들!
형을, 형을 죽인다! [강태가 흐느낀다]
[한숨]
- (상태) 동네 사람들! - (강태) 아니에요, 아니에요
[상태가 계속 소리친다] 아, 아니에요
아니야, 형, 아니야
[강태가 흐느낀다]
[펑]
- (지왕) 잠들었지? - (행자) 네
[문이 달칵 열린다]
(지왕) 진정제 먹고 방금 잠들었어
[문이 달칵 닫힌다]
당분간 여기 있게 하는 게 어때?
뭐, 입원까진 아니고 [문이 달칵 닫힌다]
임시 보호 조치지, 뭐
네
한참 있어야 일어날 거야
(행자) 그동안 밖의 바람 좀 쐬고 있어, 응?
[차분한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파도가 철썩인다]
[풀벌레 울음]
(문영) 야, 어디 가는데, 어?
어디까지 갈 거냐고
나 발 아파
야, 문강태! 아!
[성난 숨소리]
내가 등 보이지 말라 그랬지?
[문영이 씩씩거린다]
[신발이 툭 떨어진다]
[멋쩍은 웃음]
그러게 왜
등짝은 쓸데없이 넓어 가지고
[문영이 살짝 웃는다]
배 안 고파?
여기서 기차 타고 다다음 역까지 가면 맛있는 우동집 있는데
고문영
이제 나 따라오지 마
우린 세트잖아, 같이 가야지
(강태) 집에 가
난 형이랑 있어야 돼
(문영) 넌 잘못한 거 없어
[무거운 음악]
그날 형이 물에 빠진 건 재수 없는 사고였어
(어린 상태) 강태야, 살려 줘
강태야, 강태야
강태야, 살려 줘
(문영) 넌 비겁했어도 독하진 못했어
도망갔다 결국
다시 와서 형을 구했으니까
넌 죄가 없어
정말
죽었으면 좋겠다
[차분한 음악]
그 생각으로 도망쳤어
형이 그걸 알아
그리고
너도 알았잖아
네가 나에 대해 뭘 알아?
뭘 아는 척 자꾸 함부로 까불어?
위선자
난 무죄일 수 없어
그래서
(문영) 속죄의 제물로
네 인생을 통째로 형한테 바치겠다고?
그날
그 강에서
왜 날 살렸어?
그냥 죽게 두지
그때 죽었으면
이따위론 안 살았지
[옅은 신음]
내가 계속 불렀는데
가 버렸어
나만 버려두고
나만 버려두고 멀리...
가, 가 버렸어
(환자1) 형을 죽이려고 했대
(환자2) 강물에 빠트렸다며?
(환자1) 씁, 사람 겉만 봐선 모른다니까
(환자2) 하, 어쩐지 웃는데 웃음이 싸하더라니까?
(선해) 나는 봤지
(환자1) 응?
문 보호사 얼굴에 새빨갛게 새겨져 있더라고
누구든 한 놈은 죽일 상
- (환자2) 잘생겼던데 - 신경 꺼, 쟤 반은 헛소리야
- (환자1) 맞아, 맞아, 맞아, 맞아 - 하, 잘생긴 놈이 죽이면 안 아파?
[흥미진진한 음악]
야, 이 미친 무당 아줌마야!
- (필옹) 정태야 - 입조심해!
[환자들의 비명]
(필옹) 정태야
[소란스럽다]
(행자) 아유, 참...
[입바람을 후후 분다]
닦아
이야, 근데 주정태 환자, 어?
이 소화기 정조준하는 솜씨가 역시 왕년의 소방관 출신답더라
불에다 쏴야지 왜 애먼 사람한테...
못 들었어요?
입이 화근이고 말이 곧 불씨라잖아
(민석) 그러니까 다들 입조심하자고요
문 보호사의 문 자도 꺼내지 말고
[웃음]
아휴...
- 수간호사님 - (행자) 응?
전에 말씀하신 박옥란 환자 최근 상담 기록요
어, 어, 생큐
근데 박옥란 환자는 갑자기 왜요?
(행자) 어...
아, 최근에 무드 체인지도 자주 관찰되고
어펙트도 평소랑 좀 다른 거 같아서
무슨 원인이 있나 그냥 한번 체크해 보려고
요즘 병원 생활에 뭐 불편한 건...
(옥란) 나 궁금한 거 있는데
말씀하세요
진짜 죽이려고 했대?
네?
그 보호사가 자기 형을
아니요
뭐, 서로 간에 오해가 있었겠죠?
[코웃음]
수간호사님
오셀로가 자기 부인을
[의미심장한 음악]
왜 죽였게?
오해해서
[옥란의 웃음]
[문이 달칵 열린다]
[똑똑 노크한다]
가방 가져왔어
오빠, 자?
(주리) 배 안 고파?
여기 너무 휑하지?
빈 병실 나오면 바로 옮겨 줄게
혹시라도 집에 가고 싶으면...
(상태) 아, 안 가, 안 가, 집에, 집에 안 가
(주리) 그래, 당분간 여기 있어
뭐 불편한 거나 필요한 거 있으면 나 부르고
응?
[문이 달칵 열린다]
[찌개가 보글보글 끓는다]
[재수의 한숨]
(재수) 하, 진짜 이 자식은 하루 종일 전화도 안 받고
진짜, 씨, 미치겠네
작가님도 지금 멘탈 나가셨겠죠?
저라도 좀 옆에 있을까요?
네가 문영이 옆에서 뭘 어쩐다고
아니요, 우리 문상태 작가님요
야
애먼 형제들 싸움에 우리 문영이까지 말려 가지고
(상인) 지금 차기작이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판국에
너 지금 누구 걱정을 지금 하고 있니? 어?
(재수) 와!
저 소름 끼치는 장사치 마인드 좀 보소
(상인) 뭐요?
부모님이 이름을 참 잘 지으셨네
상인, 어? 딱 봐도 장사치
(상인) 아, 아, 아
그쪽은 재수가 없어 가지고 조재수인가?
작명소에서 30만 원이나 주고 지었어, 어?
독립군 출신 증조부님이 지어 줬거든?
그만들 좀 해요, 진짜
[흥미진진한 음악] (재수) 지금 내 친구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연락도 안 돼서 속이 타 죽겠구먼
책이나 팔 궁리나 하고 말이야
애초에 고문영 그 여자가
순진한 놈 꼬드겨서 놀러 가지만 않았어도
이 사달이 나냐 말이야!
손뼉을 혼자 치나? 어?
뭐, 자기가 좋아 가지고 쫄래쫄래 같이 간 거 아니야, 어?
(상인) 자기 형은 여기다가 팽개쳐 놓고! 어?
우리 문영이랑 1박까지 한 놈이야
이게 그, 그, 보통 흑심이야?
[순덕이 칼질을 쾅쾅 한다]
저기, 이제 아가리 닥치시는 게...
(재수) 이게 다! [비장한 음악]
고문영 그 여자가 원흉이야!
[재수의 신음] (상인) 문강태!
그놈이 음흉한 놈이지!
어쭈? 아!
- (상인) 씨, 어쭈? - (재수) 어쭈?
- (상인) 하하, 어쭈, 이게, 씨 - (재수) 오, 운동했어?
[당황한 신음]
[상인의 당황한 신음]
[비장한 효과음]
밥 먹자
- 네 - 네
[한숨]
아무리 속 시끄러워도
그것들 밥은 굶으면 안 되는데
[차분한 음악]
[강태의 한숨]
[한숨]
형
(강태) 왜 날 살렸어?
[문영의 한숨] 그냥 죽게 두지
나쁜 새끼
그냥 들어가면 될 걸 왜 저러고 있대?
자폐는 스스로 문을 닫았다는 뜻이잖아요
강태 씨는
형이 그 문을 먼저 열어 주길 기다리는 거예요
[차용의 한숨]
지박령이 따로 없구먼
(지왕) 선뜻 다가오지도 못해
그렇다고 떠나지도 못해
저게 딱 지박령이지, 뭐
그 안에서 더워 죽겠지?
미치고 팔짝 뛰겠지?
가만, 씁
그, 사도 세자가
뒤주 안에서 며칠 만에 죽었더라?
[익살스러운 음악]
씁
그 양반이 그 안에서
굶어 죽었나?
더위에 쪄 죽었나?
하여튼 형제 아니랄까 봐
똥고집들은 참
동생은 내가 잠깐 데리고 올라갈 테니까
이불 걷고 맑은 공기 좀 쐐
오줌도 좀 싸고
으이구
[거친 숨소리]
아, 더워
[거친 숨을 내뱉는다]
먹어
입맛 없을 땐 이게 밥보다 나아
씁, 이인삼각 해 봤어?
(지왕) 왜, 두 사람이 발 하나씩 끈으로 묶고 달리는 거
[웃음]
아들놈 운동회 때문에 두어 번 해 봤는데
꼭 내가 먼저 꼬꾸라지는 바람에
골인점까지 가 본 적이 없어
[지왕의 웃음]
자네랑 형 꼭 이인삼각 뛰는 거 같아
서로
발목을 잡고 있는 걸까요?
(지왕) 아니
서로 의지하고 있는 거지
한 사람이 삐끗할 때 다른 한 사람이 잘 버텨 주면
절대 같이 안 자빠져
악착같이 버텨 봐
혹시 알아?
언젠간 형이 자넬 붙들어 줄지
[잔잔한 음악]
형이...
다 잊어버린 줄 알았어요
한 번도 그날 일에 대해 얘길 안 하길래
기억에서 지워 버린 줄 알았어요
자네가 그렇게 믿고 싶었겠지
(지왕) 대부분의 자폐인은 기억력이 뛰어나
다만 스스로 자기 감정을 회피하거나
우리와는 다르게 표현할 뿐이지
회피...
(지왕) 자넨 피하지 말고 부딪쳐 봐
출근해, 당장
내가 살짝 협박 좀 했더니
이아름 환자 전남편이 고소를 취하하겠대
며칠간 징계 시늉은 냈으니까 얼추 이만하면 됐지, 뭐
그래도...
아, 자네 후임이 일 더럽게 못해서 안 되겠어
확 잘라 버릴까 봐
(차용) 아
[차용의 아파하는 탄성]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 수간호사님, 남 간호사님!
[차용의 신음] (필옹) 아, 야, 야, 정태야!
사람 무는 거 아니야, 아니야
네가 개냐? 안 돼 [정태의 힘주는 신음]
[필옹이 정태를 제지한다] (차용) 아, 그만, 그만, 그만, 그만
아유, 제발 그만해, 좀...
문 보호사
[차용의 힘주는 신음]
[차용의 거친 숨소리]
형님
(차용) 선배님
(차용) 아, 약을 안 먹겠다고 강짜를 부리잖아요
뭐, 환자가 약 먹어 주는 게 무슨 유세냐고
억지로 먹이면 안 되는 거 몰라?
다분히 의도적이었다고요
일부러 내 손가락을 자기 입속으로 유인해서
막 물어뜯은 거라니까?
- 왜? - (차용) 아, 몰라요
내 입이 화근이래
내가 막 선배랑 고문영 쌤이랑 결혼할 거라고 입방정을 떨어...
손이 아니라 입을 꿰맸어야 됐네
[휴대전화 진동음]
(재수) 아휴...
짝사랑하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연락 씹고 잠수 탈 땐
애가 타다 못해 분통이 터지더니만
이렇게 또 얼굴 보니까
진짜 확, 쯧
그러게 경고했지?
고문영 가까이하지 말라고
그 칼빵 보면서 누누이 다짐하랬잖아, 내가
[차분한 음악] [강태의 한숨]
재수야
내가
꿈을 꿨어
형을 두고 감히
꾸면 안 되는 꿈을 꿨어
주제도 모르고 내가
내가 그런 꿈을 꿨다, 재수야
[한숨]
[한숨]
(재수) 아이고
이거 형님이 좋아하는 피자들만 싹 다 모아서 가져왔는데
따뜻할 때 먹어야 되는데, 응?
참 맛있겠다 [재수가 냄새를 킁 맡는다]
어휴, 스멜
[재수가 입바람을 후 분다]
[흥미진진한 음악]
[헛기침]
아유, 나는 [헛기침]
가게를 너무 오래 비우면 안 되니까
가서 또 열심히 장사를 해야지
알바도 없는데
갔다 왔을 때 딱 비워져 있으면 기분이 참 좋겠다
[문이 달칵 닫힌다]
어떡해...
[휴대전화 진동음]
[진동음이 뚝 멈춘다]
[통화 연결음]
[흥미진진한 음악]
[강태의 한숨]
아...
(문영) 그새 얼굴 상한 것 좀 봐
꼭
마른 대추씨 같다
무슨 일이야?
집엘 통 안 들어오니까 내가 빤쓰 좀 챙겨 왔지
삼각, 사각, 끈, 망사 뭘 입을지 몰라 다 쓸어 왔는데
나와
- (강태) 나 잠깐 - (차용) 예, 제가 보고 올릴게요
(문영) 수고
[살짝 웃는다]
봐 봐, 사귀는 거 맞죠, 맞죠?
빤쓰 사정까지 알면 빼박인데
[놀란 숨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의미심장한 음악]
'서쪽마녀의 살인'?
'도희재'?
[파도가 철썩인다]
(문영) 생각해 봤는데 차라리 잘됐어
이참에 구질구질한 인질 노릇이나 때려치워
인질?
너희 형한테
인질처럼 억지로 붙들려 사는 거 관두라고
너 나랑 살고 싶잖아
(문영) 나 안고 싶고
같이 뒹굴고 놀고 싶잖아
아니
네 입은 거짓말해도
(문영) 그 눈은
절대 거짓말 못 해
나
꿈에서 깼어
뭐?
내 잘못이야
내가
형만 봤어야 되는데
(강태) 형이 내 전부였어야 됐는데
네가 뭐라고
처음부터 널 막아서지 말걸
운명이네 그딴 소리 할 때부터 피했어야 했어
우린
악연이야
[무거운 음악]
연기하지 마
나만 보면 웃게 된다며
그게 어떻게 악연이야?
부탁할게
내 인생에서
좀 빠져 줘라
나 혼자 두고 어디 안 간다며
- 그거 다... - (강태) 어, 다 개소리야
(강태) 처음 놀러 나가 분위기에 취해서
나오는 대로 지껄였어
나
우리 형 하나로 충분해
충분히 힘들고 벅차니까 제발!
제발
내 엿같은 인생 그만 흔들고
꺼져
거짓말
네가 전에 그랬지?
내 꺼지라는 말이 꼭 가지 말란 소리로 들렸다고
방금 네 말은
제발 잡아 달라는 애원으로 들려
가지 마
(강태) 아니
너 그냥
나한테 폭죽 같은 거였어
잠깐의 이벤트
충분히 즐겼으니까 이제 그만
흔적도 없이 사라져 주면 돼
[흐느낀다]
나 폭죽 아니고 폭탄이야!
(문영) 터지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싹 다 죽인다고!
[문영이 흐느낀다]
[감성적인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상인) 그럼 열릴 때까지 삐대고 있어, 인마
열릴 때까지요?
아니, 제가 무슨 망부석도 아니고
(상인) 작가 컨디션 관리도 이, 주요 업무 중 하나야
[작은 소리로] 그럼 네가 오든가
어쭈
나는 공사가 다망하고 넌 시간 많고 할 일은 없잖아
[어이없는 숨소리]
(승재) 이런 쓸모없는 잉여 인간 취급 받을 바엔
저요
퇴사하겠습니다
아유, 주리 씨
여보세요?
대표님
[익살스러운 음악]
아이, 아씨! 망할 자식
씨...
아
이미 망했지?
- (상인) 아, 출근하세요? - 네
[상인의 거친 숨소리]
가시죠, 제가 태워다 드릴게요
아, 아니에요, 버스 타면 금방이에요 식사 마저 하세요
아유, 아니에요 다 먹었어요, 다 먹었어
(상인) 저거만 뭐, 마저 치우면 돼요, 어
씁, 어, 어차피 그 약속 시간이 살짝 떠서, 뭐
제가 가는 길에 모셔다드리면 돼요, 응
제 차로 가시죠, 예
[상인이 휘파람을 분다]
(상인) 아유, 노래가 뭐가 있으려나?
[지직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오늘 어디 가시나 봐요?
(상인) 아, 예, 뭐
서울에 이, 출판인들 세미나도 있고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어, 이 이상인이 살아 있다
업계에 생존 보고도 하고
슬슬 영업도 뛰고 뭐, 겸사겸사
[상인의 옅은 웃음]
[오디오가 지직거린다]
[당황한 웃음]
클래식 차라 가지고, 이게 [오디오 조작음]
[익살스러운 음악]
야, 야, 이거, 이거 왜 이러냐
이거, 이거, 이...
왜 쌍으로, 쌍으로 나대냐, 이거
[상인이 차를 쾅쾅 친다]
야, 야
지금 히터 나오는 거 같아요
- 예? - (주리) 히터...
[상인의 당황한 신음]
아유, 이, 더위를 먹었나, 이게
이게 왜 이러지, 이게? 어?
괘, 괜찮은 거 맞죠?
아이, 그럼요, 그럼요
이거, 이거 뭐, 뭐, 굴러가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펑 소리가 들린다]
이게 없을 겁니...
[상인의 당황한 신음]
[상인의 한숨]
(상인) 주리 씨, 조심히 가십시오, 예
[자동차 시동음] 저, 기사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한숨 쉬며] 아...
간만에 데이트할 기회였는데
어, 내 지갑
[흥미진진한 음악] 내 지갑, 어?
스톱! 스톱!
(상인) 어, 스톱! 스톱!
[상인의 당황한 탄성]
[웃음]
[드르륵 돌리는 소리가 난다]
[하품]
[문이 달칵 열린다] 어?
[밝은 음악]
엄마...
아...
(상태) 엄마다
두, 두, 두, 둘리 엄마, 둘리 엄마
브라키오사우루스
- 안녕! - (상태) 안녕
어떡해, 브라키오사우루스
[놀라며] 엄청 커
[상태의 놀란 신음]
(상태) 저, 저, 두, 두, 둘리는 케, 케라토, 케라토사우루스
케, 케라토사우루스
보세요, 여기 보세요, 보세요
육식, 육식 공룡, 육식 공룡 [행자가 호응한다]
그리고 우리 둘리 엄마 우리 둘리 엄마, 둘리 엄마
이거 보세요, 보세요
둘리 엄마는 브라키오사우루스
초식 공룡으로서
여기 머리 꼭대기에 콧구멍이 있는 게 아주 큰 트, 트, 특징입니다
어, 잠깐만
둘이 모자 사이인데 왜 종이 다르지?
예, 예, 구, 굿, 굿 퀘스, 굿 퀘스천
저, 둘리는 출생의 비밀이 있어요
- 아, 정말? - (상태) 예
(상태) 두, 둘리 엄마는 계, 계모
계모, 가짜, 가짜 엄마예요, 가짜 엄마
그러니까 둘리가 아직까지 알에 있을 때
친엄마가 알을 잃어버려서 이 브라키오사우루스가
그 알을 주워서 부화시켜서
둘리를 혼자 키운 것으로
저 같은 둘리 애호가들은 추측을 합니다, 추, 추, 추측 [행자가 호응한다]
추측만 할 뿐이지
오, 뭐, 가짜 엄마여도 좋은 엄마였네
(상태) 예, 가짠 나, 가짠 나쁜 건데...
엄마는 다 좋, 좋아요
상태 씨 엄마도 좋은 분이었어요?
[잔잔한 음악]
나한텐 좋은 엄마, 강태한텐 나쁜 엄마
[상태가 중얼거린다]
[옅은 웃음]
(순덕) 자
밥알 구경 그만하고 얼른 먹어
잘 먹겠습니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말
하나 틀린 거 없어
나 너 미워
미워서 이렇게 열심히 먹이는 거야
(순덕) 내 딸 마음 패대기치고
애먼 애한테 마음 퍼 주는 놈 당연히 밉지
방도 빼라 해야 하나
눈에 안 보여야 얼른 마음이라도 접을 텐데
골백번 그 생각 해
방 뺄까요?
[옅은 웃음]
너희들 쫓아내고
내가 다리 뻗고 잘 자신이 없어서 그거는 안 돼
(순덕) 상태 오늘 내가 데리고 갈 테니까
일단 네 마음부터 잘 추슬러
[잔잔한 음악]
감사합니다
감사는 됐고
이번에 내 사위 안 할 거면
다음번엔 그냥 내 아들로 태어나라
평생 효도해서 이 빚 다 갚아
또 태어나기 싫은데
튕기기는
아, 팍팍 좀 먹어
(상태) 브라, 브라키오사우루스
얘는, 얘는 누, 눈물이 없어, 눈물이
근데 눈물이 없지만 얜 누, 눈물이, 눈물이
이름은 눈물이 없는 눈물이, 예
이야, 엄청 좋아, 좋아, 좋아
[한숨]
집에 올 거죠?
저녁에 와요
와서 오빠랑 화해도 하고
(주리) 아까 보니까 밥도 잘 먹고 수간호사님이랑 얘기도 잘하던데
그럼 기분 좀 풀린 거 아닌가?
우리가 환자들한테 늘 하는 말 있죠?
'내 주변을 행복하게 만들려면'
'나 자신부터 행복해져야 된다'
이기적인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너무 힘들면 그냥
강태 씨 본인 행복만 생각해요
그래도 돼요
그럼 나...
주리 씨한테
이기적인 부탁 하나만 해도 돼요?
[TV에서 만화 소리가 흘러나온다]
[흥미진진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문영)
아씨, 에이씨, 또 씹어
[드라이어 작동음]
[체온기 작동음]
(문영)
[한숨]
에이씨, 또 씹네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나 배고파 죽...
[한숨]
여기 이게 있던데
(주리) 오빠가 당분간 집에서 지낼 거라
간단한 짐만 챙겨 달래서
(문영) 집...
여긴 집이 아니었나?
[차분한 음악] [한숨]
[즉석식품을 툭 담는다]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형, 나 들어간다
[다급한 신음]
[문이 탁 닫힌다]
[한숨]
[강태의 한숨]
형
나 계속 이렇게 안 볼 거야?
이제 좀 용서해 줘라
내가 잘못했어
뭘?
(상태) 뭐, 뭘 잘못했어?
뭘 잘못했는데?
형이 물에 빠졌을 때
도망간 거
(강태) [울먹이며] 형이...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고
못된 말 한 거
[슬픈 음악]
나한테도
나한테도
평범한 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자주 상상한 거
[훌쩍인다]
그냥 다...
다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강태가 훌쩍인다]
내가 잘못했어
형, 나 버리지 마
나 버리지 마, 형
내가 잘못했어
나 버, 버, 버리지 마, 나, 나
미안해
[강태가 흐느낀다]
나 버, 버리지 마
(강태)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우, 우, 울지 마
(강태) 미안해
울지 마, 우, 우, 울지 마
(주리) 갈게
너 혹시 밥은 먹었니?
(문영) 밥은 없고 술은 있는데
(주리) 나 차 가져왔는데
어쩌라고
택시 타지, 뭐
[주리의 옅은 신음]
이젠 내가 안 무섭니?
무서워
(주리) 무섭고
밉고
[한숨]
부러워
[주리가 술을 꿀꺽 마신다] [잔잔한 음악]
[주리가 병을 탁 내려놓는다]
난 네 형이야
(강태) 맞아
난 형 동생이야
(상태) 내 거
문강태는 문상태 거
그래
나는 형 거
난 네가 좋아
넌 처음 만났지만 난 네가 너무너무 좋아
너무너무 좋아
[잔잔한 음악]
잘 자
[한숨]
나도 형이 좋아
[주리의 술 취한 숨소리]
너 좀 세다?
[주리의 술 취한 웃음]
[술 취한 목소리로] 너 싸다구 한 대만 맞자
- 뭐? - (주리) 싸다구 한 대만 맞자고!
[익살스러운 음악]
(주리) 너는
우주에서 최고로
못돼 처먹은 년이야
어릴 때는 주변 애들한테 해코지해서
나 왕따 만들어 놓더니
이젠 내가 좋아하는 남자까지 뺏어 가고
넌 내가 혼자가 되는 꼴이 좋냐?
거지 똥구멍에서 콩나물 빼니까
좋냐고, 이 나쁜 년아
왕재수
개싸가지!
[픽 웃는다]
- 귀엽네 - (주리) 그래, 응
(주리) 나 개귀엽다
근데 이렇게 귀여운 나를 두고
강태 씨는 왜 너만 좋아하나?
이뻐서?
[헛웃음]
[문영의 아파하는 신음]
깝치지 마
(문영) 아씨 [주리의 술 취한 신음]
[문영의 한숨]
[잔잔한 음악]
(문영) 하나, 둘, 셋
웃어 봐, 울지 말고 [강태의 웃음]
[함께 웃는다]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문영) 웃어
[중얼거린다]
(상인) 주리 씨!
문영아!
[상인의 거친 숨소리]
주리 씨?
- (상인) 주리 씨, 정신 차려 봐요 - (주리) 에이씨...
술 취한 거 맞지?
술병에 얻어맞은 게 아니라
후려칠 뻔했는데
자기가 먼저 퍼져 버렸어
대체 술을 얼마나 퍼마신 거야
[상인의 한숨]
(상인) 안 되겠다, 이거, 업어야겠다
- 얘 좋아해? - (상인) 어
얘가 좋아, 내가 좋아?
왜 그래, 무섭게
대답해, 누가 좋아?
[헛기침]
뭐
각각 다른 의미로 둘 다 좋아
(문영) 아니
누가 퍼스트고 누가 세컨드냐고
[한숨]
문영아
사람한텐
그렇게 함부로 번호표 붙이고 그러면 안 돼
[문영의 한숨] (상인) 누군가를 좋아하고
아끼고 애틋해하는 마음은
각각 다 다른 거야 [잔잔한 음악]
노랗다, 누르스름하다, 누리끼리하다
색깔도 명도, 채도에 따라 다 다른데
사람 감정은 오죽하겠니
정만 해도 그래
고운 정, 미운 정, 애정, 우정, 욕정
오색 빛깔 찬란하잖아
오색 빛깔 다 섞어 놔 봐야
어차피 시커먼 색이지
셋이 같이 있다가
혼자만 있으니까 어때? 심정이
그냥 뭐
심심해
[한숨]
갑자기 짜증도 막 나고
밤엔 더 춥고
배도 자주 고파
너 그 감정을
줄여서 한 단어로 뭐라 그러는 줄 알아?
(상인) 그립다
그립다
그립다
(문영) 그립다
그립다
[떨리는 숨소리]
그립다
[주리의 힘겨운 신음] [문이 달칵 열린다]
핸드폰 어디 있지, 핸드폰?
핸드폰
(주리) 내 핸드폰, 아, 핸드폰
아, 핸드폰 어디 있지?
- (주리) 핸드폰... - 여기요
[멋쩍은 신음]
저...
혹시 저 어제 뭐 실수하거나 그런 거 없었죠?
(승재) 실수는 무슨
그냥 우리 대표님 똥차에
가볍게 오바이트 두 판 정도 하셨는데
[익살스러운 음악] 이참에 그 핑계로 폐차하면 되니까 전혀 신경 쓰지 마세요
드실래요?
아...
(강태) 속은 좀 괜찮아?
- 네? - (강태) 속 괜찮냐고
예
근데 왜 갑자기 말을 놔요?
(강태) 응?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시동이 툭 꺼진다]
[괴로운 신음]
[숨을 들이켠다]
아, 이제야 살 거 같네
- 주리 씨는요? - (상인) 내가 챙길 테니까
당신 짐은 그, 트렁크에
[상인의 힘겨운 숨소리]
(상인) 자, 주리 씨
자, 자, 자
(주리) 어?
문강태
[익살스러운 음악] (상인) 자, 자, 주리 씨
이제 집에 들어가십시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술 많이 마셨어요?
(주리) 에이씨...
(상인) 아, 자, 자, 자, 욕은 이제 그만
나 진짜 귀가 막 썩으려 그래
[상인의 한숨]
너 일부러 거기 나 보냈지?
(주리) 고문영이랑 화해하라고
걔 혼자 외로울까 봐, 응?
걱정돼서 보냈냐? 응?
이 나쁜 놈, 이 자식
내가 너 좋아하는 거 뻔히 알아, 몰라, 응?
알아, 몰라!
(상인) 아유 [주리가 웅얼거린다]
아, 좀 조용히 좀 해요, 예?
아, 동네 사람들 다 깨겠어
너무 힘들면
이기적이어도 된다면서요
[상인의 아파하는 탄성]
[주리의 헛웃음]
내가, 내가 네 봉이냐, 이 자식아?
와...
[한숨]
근데 왜 자꾸 반말을 하지?
마!
[익살스러운 음악]
(주리) 내가 문영이랑 친구야, 인마
응?
근데 걔한테는
'야, 너!'
막 대하고, 응?
나한테는, 응?
따박따박 존대하고 지랄이야 이 새끼야!
나한테도 까
까라면 까, 이 새끼야!
그래
[한숨]
고마워
혹시 어디 아파... 요?
아니, 피곤해서
[차분한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차용) 아유, 날도 더워 죽겠는데 에어컨 좀 빵빵하게 틀지
선배도 덥죠? 땀 장난 아닌데?
응, 오늘 좀 덥네?
(차용) 잠깐만
와, 씨, 겁나 뜨거워
아, 전기장판인데?
뭐, 어디 뭐 아픈 거 아니에요?
하, 더위 먹었나 보지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에헤
이야, 이거 받자마자 욕사포 막 터지는 거 보니까
기다리는 임이 아니구먼, 어?
[헛기침]
문영아
야, 내가 오늘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대차게 쏠 테니까
저녁에 소 먹자, 소
아, 간만에 그 칼자루 한번 잡아 봐야지
왜긴 왜야, 인마
너 오늘이 그...
그날이잖아, 그날
[힘겨운 숨소리]
[약 봉투를 툭 뜯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엄마 좋아해?
둘리 엄마
내가 형한테 선물해 줬잖아
아...
감사해요, 신경 써 주셔서
그거 알고 있었어?
실은 둘리 엄마가 계모래
[옅은 웃음]
그거 형이 아무한테나 알려 주는 거 아닌데
[웃음]
아, 그새 나랑도 꽤 친해졌지
아, 근데 저기, 혹시
형이랑 박옥란 환자랑 좀 친한가?
[어두운 음악]
아니요
왜, 왜 그러시는데요?
아, 아니, 그냥, 혹시나 해서
(행자) 저기, 근무 설 때
박옥란 환자 좀 잘 살펴봐
아유, 요새 무드가 좀 불안정해
['클레멘타인' 콧노래가 들려온다]
[어두운 음악]
(행자) 뭔가 다른 환자들을 일부러 자극하고 다니는 느낌이 든달까
그 노래
당신이 불렀어?
왜?
또 죽이게?
[긴장되는 음악]
[대환의 괴로운 신음]
(대환) 죽어, 죽어! [옥란의 신음]
- (대환) 죽어! - (옥란) 아, 왜 이래
살려 주세요
- 더는 안 속아, 이 괴물아! - (옥란) 살려 줘
- 살려 줘... - (대환) 죽어, 괴물아!
(옥란) 살려 줘...
- (강태) 고대환 씨! - (대환) 놔! [옥란의 신음]
(대환) 놔!
놔, 죽여야 돼!
안 그러면 내가 죽어
- 진정하세요! - (대환) 내가 죽는다고!
- (강태) 진정하세요, 진정하세요 - (대환) 안 그러면 내가 죽어
(대환) 내가 죽어
[대환의 거친 숨소리]
죽여야 돼!
죽여야 돼!
그때 문영이도 같이 죽였어야 돼
괴물은 다 죽여야 돼!
[대환이 흐느낀다]
아니!
당신 딸은 괴물 아니야
괴물 아니라고
안 죽이면
네가 죽어
[컵을 탁 내려놓는다]
(행자) 그러니까 책을 읽고 있는데
고대환 환자가 오더니 갑자기 목을 졸랐다?
아무 이유 없이요?
그렇다니까?
나더러 괴물이래
(옥란) 괴물
미친 새끼
확
죽여 버릴까?
(지왕) 박옥란은
'클레멘타인'을 부르고 다니면서 고대환을 자극했고
[어두운 음악]
고대환은
괴물이라고 부르면서 박옥란을 죽이려고 했다?
(대환) 더는 안 속아, 이 괴물아!
[의아한 숨소리]
고대환이 괴물이라고 부르는 건
아내 도희재 작가인데
그럼
박옥란 환자를 아내로 착각한 걸까요?
(지왕) 박옥란이
도희재에 대해서 아주 많이 알고 있거나
박옥란이 진짜 도희재일 수도 있지
여기는 어쩐 일이야?
저번에
밥 먹으러 오라면서요
[살짝 웃는다]
그래, 뭐 해 줄까?
[순덕의 한숨]
(순덕) 아휴
축하해
몸푼 산모도 아니고 난데없이 미역국 타령하면 생일이지, 뭐
선물은 이걸로 퉁쳐
[잔잔한 음악]
먹어, 얼른
입에 맞아?
뭐, 그럭저럭
다행이네
[헛기침]
[순덕의 힘주는 신음]
[입바람을 후 분다]
[문이 철컥 여닫힌다] (상인) 넌 좀, 좀, 가만히 좀 있어, 아유!
월급 아까워, 쯧, 아유
어유, 어유, 깜짝이야, 얘... [승재의 놀란 신음]
야
아, 넌 내 전화, 문자 다 씹고 왜 여기서 밥을 처...
먹고 있냐, 어?
내가 비싼 소고기 사 준다고...
이거 소고기미역국이야
작가님, 생일 축하드려요
어, 기념으로 제가 한 곡 뽑을게요
(상인) 어, 어
♪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 ♪
♪ 얼굴도 못생... ♪
죽을래?
[상인의 헛기침]
(문영) [라이터를 탁 닫으며] 아씨...
그거 돗대야
(상인) 돗대보다 더 귀한 거 줄게, 어?
짠!
생일 선물
요게 이 두 개의 심장을 하나로 합친 모양이라길래
내가 바로 픽했지
너와 나의 합심, 크...
메시지 좋잖아, 어?
너는 쓰고, 나는 팔고
[상인의 웃음]
이야, 이거 딱이네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문영아, 눈부셔
나 차기작 빨리 쓰라고 이걸로 등 떠미는 거지?
오케이, 알았어
밀면 올라가야지
야, 그게 뭔 소리야?
문영아
야, 너, 너 거기 왜...
(문영) 가만있어
오빠, 문상태, 짝꿍아, 문 열어
나 왔어, 문 좀 열어 봐
(상태) 어? [문이 쾅쾅 울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철컥]
[중얼거린다]
(문영) 안 열면 문짝을 확 때려 부순다?
[문이 계속 쾅쾅 울린다]
안 돼, 안 돼, 안 돼 문, 문 부수지 마, 부수지 마
안 돼, 부수지 마, 문 부수지 마
신고, 신고, 신고해야 돼, 신고, 신고 몇 번이지?
(문영) 나 전기톱 들고 왔어, 뻥 아니야
[전기톱 소리가 들린다] [초조한 신음]
119, 119 화재 신고
112 간첩 신고
- 아, 범죄 신고, 범죄 신고 - (문영) 내 참을성은 딱 3초야
[상태의 초조한 신음] (문영) 셋 세기 전에 열어
- (문영) 하나, 둘 - 안 돼, 안 돼
- (문영) 셋! - 부수지 마, 부수지 마, 부수지 마
(상태) 문짝 부수지 마
"전기톱"
[전기톱 소리가 뚝 멈춘다]
(문영) 자
(상태) 어, 망태
도로 가져가, 걔 파양이야
파양?
나 망태 말고 상태 줘라
상태가 탐나
거, 거짓말 미소
진짜야, 짝꿍 없으니까 나 심심해
- 거짓말 - (문영) 나 오빠 데리러 왔어
거짓말
사실
- 오늘 내 생일인데 - (상태)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문영) 나 생일 선물로 짝꿍이 갖고 싶어
거짓말, 거짓말
아니, 오빠가 무슨 거짓말 탐지기야?
(상태) 거, 거, 거짓말 거, 거짓말 좀 하지 마
거짓, 거짓말, 거짓말 좀, 거짓말 [차분한 음악]
(상태) 거짓말쟁이는 나쁜 사람 [문이 탁 닫힌다]
거짓말, 거짓말쟁이는 나쁜 사람
거, 거, 거짓말쟁이
혼자 놀러 간다면서 혼자 놀러 간다면서
짝꿍은 비, 비밀 비밀이 없는 사이인데
두, 둘이만, 둘이만 놀러 갔어 둘이만, 둘이만
필요 없어, 필요 없어 캠핑카 필요 없어, 이제
캐, 캐, 캠핑카 필요 없어 이거 필요 없어
없어!
[한숨]
오빠
진짜 나쁜 사람은
어떤 말도 믿어 주지 않는 사람이래
(상태) 아, 아,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양치기 소년'이라는 동화 알지?
(주리) 안 괜찮아 보이는데
약 말고 차라리 수액을 맞을래요?
(강태) 아니야
[뚜껑을 탁 닫는다] 이거면 충분해
(문영) 입만 열면 거짓말하는 양치기 소년
[잔잔한 음악]
소년은 진짜 늑대가 나타났다며
마을 사람들한테 계속 거짓말을 해
소년이 왜 그런 장난을 친 건 줄 알아?
(상태) 심, 심심해서 그랬지, 심심해서
(문영) 아니
외로워서
그 산속에서 혼자 너무 외로워서 그랬대
[문이 탁 열린다] [아파하는 숨소리]
[별의 한숨]
무슨 일이야?
(별) 박옥란 환자가 후려쳤대요
- 뭐? - (차용) 아니
아까 정원에서 나뒹굴 때
뭐 중요한 떨어트렸다고 같이 찾아봐 달래서
잠깐 밖에 나갔다가
(별) 짱돌로 통수를 그냥 빡!
여태 기절했었대요
박옥란 환자는? 그 환자 지금 어디 있어?
어떡하죠? 아무래도 이스케이프 같은데
(행자) 빨리 인근 경찰서에 연락 돌려, 빨리
- (행자) 일로 와 - (별) 네
[행자의 거친 숨소리]
다른 얘긴, 다른 얘기 없었어?
오늘 엄청 중요한 날이라고 [어두운 음악]
(차용) 만나야 될 사람 있다고 혼자 중얼거리긴 했는데
(문영) 오늘 엄청 중요한 날이야
(강태) 만약
[행자와 별이 대화한다] 정말 도희재 작가가 죽은 게 아니라
그냥 사라진 거라면
문 보호사!
(지왕) 그럼 확실한 건 하나 있지
(강태) 안 돼
(지왕) 남편이나 딸을
(강태) 안 돼
(지왕) 반드시 만나러 올 거라는 거
안 돼
[신비로운 음악]
(문영) 양치기 소년은
너무 외로워서 거짓말을 한 건데
결국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땐 [쾅쾅 소리가 들린다]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았어
단 한 사람이라도
그 말을 믿고 달려와 줬더라면
소년은 죽지 않았을 텐데
[펑]
[의미심장한 음악]
(옥란) ♪ 해피 버스데이 투 유 ♪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강태) 고문영
문영아
[옥란의 옅은 웃음] [감성적인 음악]
(강태) 나
이제 좀 남들처럼 사는 거 같아
(강태) 형도 어른이지?
남도 가족으로 받아 줄 수 있는 고길동 같은 어른
(상태) 내 동생은 내 거야
문강태는 문강태 거야
(상태) 강태 안 줘, 안 줘, 절대 안 줘, 강태
(필옹) 성형도 막 여러 번이나 하고
걔가 좀 이상하더래
(문영) 나도 오빠 같은 오빠 갖고 싶다고!
(상태) 강태가
행복...
강태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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