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 11
[부드러운 음악]
(강태) 전에 못 준 게 있어서
[울먹인다]
(강태) 나 우리 형 하나로 충분해
충분히 힘들고 벅차니까 제발!
내 엿같은 인생 그만 흔들고
꺼져
['클레멘타인' 콧노래가 들려온다]
[어두운 음악] ['클레멘타인' 콧노래를 부른다]
박옥란 환자는? 그 환자 지금 어디 있어?
(주리) 어떡하죠? 아무래도 이스케이프 같은데
(행자) 빨리 인근 경찰서에 연락 돌려, 빨리
- (행자) 일로 와 - (별) 아, 네
[펑]
[어두운 음악]
(옥란) ♪ 해피 버스데이 투 유 ♪
[옅은 웃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자동차 시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차 한 잔 마시자고 이 밤중에 그 차림으로 여기까지 왔을 린 없고
[잔을 잘그락거리며] 뭐예요, 용건이?
[물을 조르르 따른다]
[의미심장한 음악]
(문영) 이씨...
[숨을 씁 들이켠다]
음, 좋다
오래된 책 냄새
다 말라 죽었네?
죽은 건 버려야지
[어두운 음악] 함부로 손대지 말지?
여기 왜 왔어요?
선생님
외로울까 봐
[긴장되는 음악]
[타이어 마찰음]
[타이어 마찰음]
(강태) 고문영
문영아
(옥란) 오늘
당신 아빠가 날 죽이려고 했다?
[어두운 음악] 내가 괴물이래
괴물은 다 죽여야 된다면서
그때 딸도 같이 죽였어야 됐다고
한바탕 난리 쳤는데
몰랐죠?
- 그래서? - (옥란) 너무하잖아
(옥란) 아빠라는 작자가 자기 딸 생일날
[옥란의 헛웃음]
그게 할 소리냐고
그래서 내가 선생님 위로도 할 겸
생일 축하도 해 줄 겸 왔지
오늘 같은 날 혼자 있으면
외롭잖아?
아줌마가 왜?
(옥란) 팬이야
선생님 엄마 팬
예쁘다
말했을 텐데
내 거에 손대지 말라고
[긴장되는 음악]
(옥란) 닮았다?
나도
누가 내 거 손대는 거 싫은데
[어두운 음악]
[긴박한 음악]
고문영!
(강태) 고문영!
고...
고문영
(문영) 문강태?
[차분한 음악]
[문영의 놀란 숨소리]
[거친 숨소리]
[잔잔한 음악]
다행이다
다행이야
[강태의 안도하는 숨소리]
다행이야
괜찮아?
어디 다친...
(문영) 아...
- 박옥란 그 아줌마가 - (강태) 어디 있어?
(강태) 그 환자 어디 있냐고
- 갔어 - (강태) 언제, 어디로?
언제 갔냐니까!
방금
너
(문영) 그 도망친 환자 잡으러 온 거야?
나 때문이 아니라
내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차분한 음악] 그러니까 난
너희 형한테도 밀리고
환자한테도 밀리는 3순위였네
고문영
[신발을 탁탁 벗는다]
[거친 숨소리]
환자 쫓아서 달려온 주제에 나는 왜 끌어안고 지랄이야, 씨
[거친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문영의 성난 숨소리]
(강태) 제발 충동적으로 저지르기 전에 속으로 셋까지만 세
- 하나 - (옥란) 어머
손 괜찮아요?
- 둘 - (옥란) 피 난다
- 어, 어떡해 - (문영) 셋
[옅은 웃음]
반납
나가
[문영의 한숨]
참지 말고 콱 찔러서 여기에 눕혀 놨어야 됐나
[노크 소리가 들린다]
얘기 좀 해
왜 손을 감아? 내 손이 아프대?
(문영) 이깟 손바닥 좀 찢어진 거 아무렇지도 않아
'우린 악연이다'
'엿같은 인생 흔들지 말고 꺼져라'
네가 지껄인 그 헛소리가 훨씬!
훨씬
아프다고
나 깡통 아니라며
근데 왜 속이 텅 빈 깡통 취급 해?
내가 오늘 중요한 날이라고 했잖아
나 혼자 있기 싫다고 했잖아!
[문영의 거친 숨소리]
스스로 통제가 안 될 땐
셋까지만 세
하나
(문영) 둘
- 셋 - (강태) 셋
[잔잔한 음악]
[문영의 옅은 신음]
생일 축하해
보고 싶었어
왜 빨개져?
더, 더워서
(문영) [웃으며] 너무 덥다, 그렇지?
너도 엄청 빨개
아...
나 아파
너 뜨거워
(지왕) 문 보호사 연락 왔는데
그, 박옥란 환자가 고 작가 집엘 왔다 갔나 봐
아니, 거길 왜...
(지왕) 차차 알아봐야지
그, 마지막 동선 경찰에 연락해 줘
(민석) 네, CCTV 확인 결과 나오는 대로 바로 보고드리겠습니다
혹시 그, 새벽에라도 귀원할 수도 있으니까
자리 비우지 말고
외부 라운딩 간간이 좀 하고
[별과 차용이 대답한다] (민석) 알겠습니다
머리통은 괜찮아?
짱돌로 얻어터졌는데 괜찮겠어요?
아, 산재 처리나 해 줘요
(지왕) 그래, 그럼
산재 처리 하는 김에 사표 처리도 생각해 보자
[별과 민석의 웃음]
- (차용) 아, 저... - (별) 들어가세요
(민석) 들어가십시오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상태) 뜨거, 뜨거, 뜨거, 뜨거, 뜨거운 거
뜨거운 거 조심, 뜨거운 거 조심
아, 뜨거운 거, 뜨거운 거 조심 뜨거운 거 조심
[다급한 숨소리]
[입바람을 호호 분다]
(재수) [흥얼거리며] 형님, 형님, 형님
(상태) 어, 재수, 재수 씨
(재수) 뭐야? 왜 이제 밥을 먹어?
야식이야?
(상태) 가, 강태 오면 같이 먹으려고 차, 참았는데
오늘 병원에 비상 터졌어, 비상
누구 잡으러 출동 나가서 오늘 못 와
추, 출동, 출동 나갔어
(재수) 그래서 이 재수가 출동했잖수, 응?
맛있겠네?
- 한 입만 - (상태) 어, 아, 안 돼, 안 돼
(상태) 이거 내, 내 거야, 응?
한 입이 두 입 되고 두 입이 세, 세 입 되고
바늘 도둑 소, 소도둑 되지, 어? 안 돼, 어? 내 거야
(재수) 쯧
아, 맞는다
뭐야, 이거 요 앞에 이거 떨어져 있던데?
그거 망, 망태
- 망태? - (상태) 응
(재수) 그, 망태 할아버지 할 때 망태?
(상태) 하, 할아버지 말고 강태 동생
[익살스러운 음악] 상태, 강태, 망태, 우리는
사, 삼 형제야, 삼 형제
[헛웃음]
어이없어
이 못생긴 헝겊 쪼가리가 왜 형님 동생이야, 어?
10년 넘게 붕어 똥처럼 붙어 다닌 게 난데, 씨
(재수) 거, 이, 이왕 삼 형제 하는 거
나 끼워 줘
상태, 강태 사이에 재수
재수 끼워 줘
재수 없어
[어이없는 숨소리] (상태) 재, 재수는 남이야
서, 성도 다르지 피, 피도 안 섞였지, 호적에도 없지
그럼 남이지, 가족 아니지
어, 어, 어디서 감히, 어?
(재수) '어디서 감히'?
- (재수) 재수 끼워 줘! - 어,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상태) 뜨거운 거 있을 때 장난하면 안 돼
- (재수) 아, 재수 좀 끼워 줘, 좀! - 안 돼, 재수
- (재수) 아이, 오! - 어, 어, 망태야, 아, 뜨거워
[강태의 힘겨운 숨소리]
(문영) 일로 와, 욕조에 얼음물 해 놨어
[힘겨운 신음]
얼음물은 왜?
열나니까 식혀야지
나도 영화에서 다 봤어 얼른 벗고 들어와
[헛웃음]
[따뜻한 음악] 장미꽃도 띄워 줘?
됐어, 물수건이나 줘
그 아줌마
병원에서 탈출한 거야?
혹시
무슨 말 했어?
나 외로울까 봐 생일 축하해 주러 왔대
우리 엄마 팬이래
또?
오늘 병원에서 죽을 뻔했다던데?
왜 그런 거야?
환자들끼리 종종 그런 일 있어
네가 신경 쓸 일 아니야
[강태의 한숨]
[잔잔한 음악]
좋다
뭐가?
아플 때
옆에서 누가 돌봐 주는 거
처음이야
[콧바람을 흥 뱉는다]
[칙칙 뿌린다]
[힘겨운 숨소리]
[주리의 어색한 웃음]
오, 주리 씨, 굿 모닝
[상인의 당황한 신음]
(상인) 저, 출근하세요?
(주리) 죄송해요
생각해 보니 제가 민폐 끼쳐 놓고 이제야 사과를 하네요
(상인) 아유
아유, 우리가 남도 아니고 한 지붕 밑에 살면 식구인데
에이, 민폐는 무슨
(주리) 이거
이게 뭐예요?
세차비요
[잔잔한 음악]
받아 주세요
와...
이런 기분이구나
네?
(상인) 아니, 우리 문영이가 사고 칠 때마다
내가 이, 돈다발 가득 담긴 꿀물 박스부터 내밀었었거든요
이야...
그때 상대방 기분이 딱 이랬겠구나
아, 뿌린 대로 거두리라
[한숨]
우리
이 돈으로 같이 밥 사 먹읍시다
그럼 내가 뭐, 퉁쳐 줄게, 예
[상인의 웃음]
[새가 지저귄다]
이씨
[신발을 탁탁 신는다]
[잔잔한 음악]
간 줄 알았잖아
가긴 어딜 가?
열은?
이제 내렸어
하루 만에?
너, 이씨, 꾀병이었지?
아니
사, 상사병
[함께 웃는다]
잠깐 얘기 좀 하자
(문영) 뭔데? 할 얘기가?
(강태) 형에 대한 거야
아씨, 그놈의 형
형한텐
트라우마가 있어
트라우마?
어릴 때 우리가 성진시를 떠난 것도
봄마다 도망치듯 여기저기 떠돌게 된 것도
다 그거 때문이야
우리 엄마는
살해됐어
[어두운 음악]
그걸 본 유일한 목격자가
형이야
[강태 모의 신음]
(어린 상태) 나, 나비가 말하면
나도 죽인댔어
[울며] 쫓아와서
죽인댔어
(강태) 무서워서 도망쳤어
난 고작 열두 살이었고
우릴 지켜 줄 어른은 [어린 강태가 재촉한다]
아무도 없었거든
그때부터야
나비가 날아드는 봄만 되면
형은
[의미심장한 음악]
엄마가 죽던 그날 밤의 악몽을 꿔
[긴장되는 효과음]
(어린 상태) 나, 나비
나, 나비
[어린 상태의 거친 신음]
[상태의 비명]
[재수의 놀란 탄성] (상태) 나비, 나비, 나비, 나비, 나비
- (강태) 형, 왜 그래? - (상태) 나비, 나비, 나비, 나비
- (강태) 형 - (상태) 나비, 나비, 나비, 나비
[상태가 중얼거린다]
(강태) 나비가 쫓아와 죽일 거니까
나비가 나 죽인댔어, 나비가 나 나, 나 죽인대
(강태) 다른 데로 멀리 도망가야 된다고
[상태가 계속 중얼거린다]
그 고통을 20년 가까이
형이 혼자 끌어안고 있어
그래서 형 옆엔
내가 꼭 있어야 돼
근데
그런 형을 두고도
나는 너랑 자꾸 놀고 싶어
(강태) 네가 전에 그랬지?
운명이 별거냐고
필요할 때 내 앞에 나타나 주면 그게 운명이라며
나는
네가 필요해
[부드러운 음악]
[한숨]
내가
형 옆에 있을 테니까
넌 그냥
내 옆에 있어
그러지, 뭐
[상태가 흥얼거린다]
♪ 꽃이고 ♪
[휴대전화 진동음] ♪ 꽃이고 ♪
어
(강태) 밥은?
기, 김치콩나물국에 말아 먹었어
그, 버, 버, 범인은 잡았어? 버, 범인?
범인 아니고 환자
(상태) 어, 환자, 잡았어?
못 찾았어
하, 그럼 어, 어떡해 그럼 어, 어떡해?
그건 형이 걱정 안 해도 돼
[밝은 음악] 오늘 저녁 먹지 말고 기다려 일찍 들어갈게
어
일찍, 일찍 온, 일찍 온대, 오늘, 일찍
(행자) 검사 금방 끝나니까
그냥 아무 걱정 하지 마시고요 잘 다녀오세요
출발하시죠, 예
다녀오세요
아이고, 야
브레인 튜머 재발은 아니어야 될 텐데 걱정이네요
(행자) 20년 가까이 저 몸으로 버틴 것도 기적이야
참, 경찰에선 뭐래? 박옥란 환자
(주리) 어젯밤에 오지산 하산로 입구 CCTV에서 발견된 게 마지막 행적이래요
그 이후의 행방은 더 찾아봐야 되고요
아, 그래?
그럼 일단 그 환자 베드 정리하고 물품 챙겨서 인계 넘겨
입원 대기 환자 받아야 되니까
벌써요?
다시 돌아올 수도 있잖아요
이제 못 와
(강태) 안녕
[흥미진진한 음악]
아, 저기
(주리) 박옥란 환자 베드랑 상두함 정리해야 되는데
- 벌써? - (주리) 예
수간호사님이 대기 환자 받아야 된다고 하셔서
(선해) 안 오는 건가?
[한숨]
못 오는 건가?
흠...
키우던 멍멍이가 집을 나가도 몇 날 며칠을 찾는 척하는 게
인정머리인데
씁, 수간호사 보기완 다르게 되게 매정하다
(강태) 경찰이 계속 찾고 있어요
어...
(선해) 어
"주요 증상: 우울증"
감사합니다
응? 변했네? [흥미진진한 음악]
예?
웃는 게
예뻐졌다, 어
박옥란이가 왕년에 무명 연극배우였다면서?
성형도 막 여러 번이나 하고
(필옹) 같은 병실 쓰는 유선해가 그러던데
- 아이, 뭐야 - (필옹) 요 한두 달 새에
걔가 좀 이상하더래
(필옹) 뻑하면 연기 연습한다고
거울 보고 실실 쪼개질 않나
밤새 그냥 중얼중얼 뭘 외워 대질 않나
아니, 아직도 자기가 그냥 연극배우인 줄 알더래
[의미심장한 음악] 연기 연습이라
[의아한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책을 탁 내려놓는다]
어제 참기를 참 잘했어
[부드러운 음악]
[한숨]
[강태의 한숨]
아유, 씨
(지왕) 씨?
씁, 슬슬 본색 나온다?
죄송합니다
(지왕) 어디서 잤어?
(강태) 예?
아, 죽상이던 얼굴이 하룻밤 새 훤해졌는데
(지왕) 잠자리가 바뀌었나 봐?
[강태가 캐비닛 문을 탁 닫는다] 환자 찾으러 가서 깨만 볶다 온 거 아니야?
아니요, 그런 거 아닌데...
씁, 근데 거긴 왜 갔을까
[흥미진진한 음악]
뭐...
너무 걱정도 되고
생일 축하나 해 주러?
아니요
꼭 그러려고 간 건 아닌데 제가...
(지왕) 아니, 박옥란 환자
왜 거기 갔냐고
아니, 생일 축하나 해 주러 탈원까지 했을 리는 없는데
그랬으면 좋겠어요
생일 축하나 해 주자고 간 거였으면
[차분한 음악]
우리한테 더 이상
아무 일도 없었으면
그랬으면 좋겠어요
[한숨]
그래서 말인데
원장님
[흥미진진한 음악]
(문영) 얘부터 얘까지 싹 다 포장해 줘요
(재수) 뭐, 이걸 전부 다...
이거 전부 다 말씀입니깝쇼?
포장하는 동안
여기 알바생이랑 잠깐 얘기 좀
형님!
우리 작가님이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 봐
냉큼 와서 앉아 봐
다시 집에 들어와
작업 시작해야지
(문영) 오빠가 준 이 그림
주, 준 거 아니고 버, 버린 거
그래, 버린 이 그림을 보고
내가 드디어 차기작의 영감을 얻었다? 대박이지?
[익살스러운 음악]
그래서 뭘 쓸 거냐면
(문영) 얘네 셋이 각자 자신의 잃어버린 뭔가를 찾아서
어딘가 멀리 여행을 떠나는 얘기인데
아, 아, 재밌겠다
그렇지?
[탄성]
역시 우린 환상의 짝꿍이야
어, 어, 재, 재, 재밌겠다 가, 갖고 싶어, 저거
(아이1) 칭칭
턱, 칭
[아이1이 재밌게 논다]
(상태) 어...
(지왕) 와...
나비는 절대 안 그린다 고집하길래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엄청난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네
근데 왜 갑자기 나한테 그 얘길 털어놓는 거야?
트라우마는
피하지 말고 마주 봐야 된다면서요
[잔잔한 음악]
형이 직면할 수 있게
원장님이 도와주세요
자넨 날 믿나?
(지왕) 이 바닥에 소문이 짜해
오지왕은 괴짜가 아니라 가짜라고
어차피 가짜면
금방 들켜요
우리 형한테
[지왕의 웃음]
(문영) 일방적인 계약 파기는 위약금 세 배, 알지?
어, 위, 위약금 그, 그런 글자 없었는데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위약 조항은 피차 상호 간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문영) 구두 합의가 충분 성립 되는 암묵적인 룰이라고, 룰
언더스탠드?
[익살스러운 음악]
표정 보니 알아들었네
어?
아, 아, 아니야 나, 나는 아무것도 아, 안 받았어
캐, 캠핑카도 안 받았고
(문영) 상주 조건으로 그동안 우리 집에서 먹고 자고 싼 게
자그마치 얼만데
그거 세 배로 물든지
삽화를 그리든지 택해
태, 태, 택해?
(문영) 아
강태 몫까지 더블이겠네
여섯 배
여, 여, 여섯 배?
[휴대전화 진동음] [문이 탁 닫힌다]
어
고문영 작가님 사람 참 괜찮더라
갑자기 왜 이래?
너 알지?
내가 통 크고 화끈한 사람 겁나 좋아하는 거
그랬나? [재수가 숨을 들이켠다]
(재수) 어, 딱 내 스타일이야
근데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성적으로 끌린다는 얘긴 절대 아니야
누가 뭐래도 나한텐 네가 1순위니까
근데 너한텐 내가 몇 순위일까?
3순위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얜 또 뭘 하고 다니는 거야?
[발랄한 음악] [상태가 흥얼거린다]
(문영) 삽화도 안 그린다, 위약금도 안 준다
- (상태) 안녕, 나무야 - (문영) 그럼 배 째라는 거지?
- (상태) 상쾌한 아침이지? - 갑을 관계를 떠나서
[상태가 흥얼거린다] (문영) 우린 짝꿍이잖아, 오빠 내 팬이잖아
어떻게 팬심이 변해? 어?
오빠, 약속은 말이야
코 풀고 버리는 휴지가 아니에요, 어?
에이씨, 문상태!
(상태) 강태 안 줘
안 줘, 저, 절대 안 줘, 강태
강태는 주고받는 물건이 아니야
물, 물건이 아니고 내, 내 동생이지
그래, 그냥 동생이지
자, 자, 작가님 거 아니야
오빠 것도 아니지
(상태) 내 동, 내 동생은 내, 내 거야
문강태는 문강태 거야
(상태) 내, 내 거야, 내가, 내가 친형이야
그놈의 형, 형, 형, 형!
(상태) 작가, 작가님은 남이야 남, 남, 남, 남
- 형! 형! - (상태) 남! 남!
- (문영) 그놈의 형 - 남, 남
- (상태) 남, 에이 - (문영) 에이씨 [선생님이 말한다]
- (아이2) 저기 싸운다 - (상태) 그, 욕하면 안 되지, 어른이
- (아이3) 선생님, 저기 싸워요 - (상태)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선생님이 말한다]
(상태) 안녕, 안녕하세요
- (아이2) 아저씨, 싸웠어요? - (상태) 어, 아니야
(상태) 싸운 거, 싸운 거는 아니야
(아이2) 왜 싸웠어요?
(상태) 그냥 싸운 건 아니지만 의견이 다를 뿐이지
난 정말 최선을 다했어
어떤 최선?
정중하게 부탁도 하고 논리정연하게 설득도 했지
부탁, 설득이 아니라 공갈 협박이겠지
통화했니?
그걸 확인해 봐야 알아?
그럼 지금 내 심정이 어떤지도 알겠네
어떤데?
'제발 따님을 저에게 주십시오'
허락받으러 다니는 사윗감 돼 버린 심정이야
- 그래? - (문영) 그래
근데
[익살스러운 음악]
허락 못 받으면
우리 같이 못 살아
(강태) 내 친구 재수도
형이랑 가까워지는 데 10년쯤 걸렸지, 아마?
10년?
일단 기다려
- 10년을? 미쳤어? - (강태) 아니
[흥미진진한 음악] 이거 스테이션 두고 올 동안 기다리라고
(문영) 저게, 씨
[한숨]
(문영) 진짜 10년 걸렸어? 아니지? 농담이지?
- (강태) 10년은 무슨 - (문영) 그렇지?
넌 형한테 찍혔으니까 더 걸리겠지
[문영의 한숨]
난 절대 못 기다려 안 해, 못 해!
형한테 나는
유일한 가족이야
(강태) 그런 나를
너한테 뺏기고 혼자가 될까 봐
형이 두려워하고 있어
그럼 어떡해
우리가 믿게 해 줘야지
[잔잔한 음악]
- (문영) 뭘? - 날 뺏기는 게 아니라
함께 있어 줄 한 명이 더 생기는 거라고
남이 아니라 우리가 되는 거라고
믿게 해 줘야지
해 줄 거지?
해 보지, 뭐
(강태) 그리고
혼자 있을 때 문단속 잘해
절대 아무나 함부로 문 열어 주지 말고
알았어?
그러지, 뭐
[옅은 웃음]
(강태) 착하네
오, 대박
(차용) 이 피자는 다 뭐예요?
그래서 고대환 환자 경과가 어떻대요?
하필 브레인 튜머가
(민석) 뇌심부 전두엽까지 전이됐어요
(행자) 담당의는 뭐래? 수술은 가능하대?
(민석) 아니요, 이젠 어렵대요
[별의 한숨] [무거운 음악]
어떡해요, 고대환 환자
(행자) [한숨 쉬며] 아이고, 야
[한숨]
어디 가?
어? 나 약속 있어, 바로 퇴근이야
(순덕) 누구랑 약속인데 반차까지 냈어?
상인 씨, 갈게
잠깐만, 잠깐만
[발랄한 음악] 아, 뭐야, 아, 싫어, 나 안 해
(순덕) 씁, 가만있어 [주리의 당황한 신음]
- (주리) 아, 싫어 - 데이트씩이나 가면서
뭐라도 찍어 바르고 나가야 예의지
맨얼굴로 무슨 똥배짱이야
[주리가 웅얼거린다]
(순덕) 응
응
어때?
너무 이뻐
아주 화사하니 입술에 봄이 내려앉았네
이따 집에서 봐 [순덕의 웃음]
최대한 늦게 와!
[문이 탁 닫힌다]
와, 화장했다
맨날 하는데
[상인의 웃음]
(상인) 하긴 뭐, 뭐, 하든 안 하든
원체 매일같이 이쁘시니까, 예
어, 저, 그, 문영이요
(주리) 아버지 말고 다른 가족은 없겠죠?
가까운 친척이라든지
(상인) 음...
뭐, 돌봐 줄 어른이 옆에 있었더라면
씁, 뭐, 좀 다르게 컸겠죠, 예
아, 예
왜요?
고 교수님 검사 결과가 많이 안 좋습니까?
씁, 혹시 뇌종양 재발한 거예요?
어...
아무래도 수술이 더 이상은 힘들 거 같아요
[한숨]
쩝, 뭐, 어쩔 수 없죠
씁, 제가 애 컨디션 봐 가면서 잘 말해 볼게요, 예
어, 저, 혹시 강태 씨가요
어, 음, 저기, 주리 씨
네?
문강태, 고문영 말고
남주리, 이상인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해 볼까요?
(상인) 어...
뭐, 걔들은 뭐, 자기들끼리 잘 놀라 그러고
나는 남주리라는 사람에 대해서 되게 궁금한 게 많은데
음...
[발랄한 음악] 언제부터 그렇게 분홍색 립스틱이 잘 어울렸는지, 어...
아, 왜 술만 마시면 또 다른 인격체가 막 튀어나오는 건지
아, 그리고
아, 대체 욕은 어디서 배워서 그렇게 막 찰지게 막 잘하시는지
[함께 웃는다]
(주리) 저는...
그...
- 중학교 때 - (상인) 예
아빠한테 조기 교육으로 술을 배웠어요
(상인) 아유, 그럼 주량이 어떻게 되죠?
[돈통을 달그락거린다]
위약, 위약금 세, 세 배
강태 것까지 여섯 배
내 전, 전 재산은...
(강태) 형
(상태) 어, 어
(강태) 더운데 안에서 뭐 해?
(상태) [자물쇠를 달칵 잠그며] 어
어, 어, 음
[상태가 지퍼를 직 닫는다]
[코를 훌쩍이며] 어...
오늘 가게에서 별일 없었어?
어
아, 재, 재수 씨가 돈 많이 벌었다고 팁 줬어, 팁
팁 3만 원
[옅은 웃음]
손님이 준 건 팁 사장님이 준 건 보너스
어, 보너스 3만 원, 보너스
(강태) 음... [따뜻한 음악]
누가 피자를 엄청 많이 사 갔나 보네?
어, 그...
(상태) 어, 고, 고, 고문영 작가님
부, 부자야, 부자 어, 엄청이야
(강태) 아, 작가님이 거길 왔었어? 왜?
[TV에서 만화 소리가 흘러나온다] (상태) 그, 피자집에 피자 사러 왔지
피자집에 감자 안 사러 왔지
당연한 걸 묻지, 어?
어...
왜 왔어?
(승재) 작가님 혼자 계시면 걱정된다고
당분간 저더러 여기서 지내라고...
이 대표가?
아니요, 문강태 씨가요
[신비로운 음악]
거기 서 있지 말고 여기 와서 앉아
문강태 씨가요 대표님한테 전화해서요
저 파견 근무 가게 해도 되냐고 부탁했대요
걔가 그랬어?
작가님 차기작 아이템 잡혔다고 대표님도 막 좋아하시면서
(승재) 어, 저더러 당분간 여기서 업무 서포트하라고 하셨어요
그래?
(승재)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한테...
필요한 건 됐고
나 물어볼 게 하나 있는데
네, 뭐든지
어젯밤에 여길 누가 찾아왔거든?
엄마 팬이라는 사람이
(문영) 그것도 하필
내 생일날
이상하지?
전혀 안 이상한데
- 왜? - (승재) 아, 저
예전에 H.O.T. 토니 오빠 팬이었을 때요
식구들 생일까지 제가 다 챙겼었거든요
[흥미진진한 음악] (승재) 그래서 선물 사 들고
막 숙소 앞에서 삐대다가 매니저들한테 욕 개먹고
어, 그리고 해체한 후에는
오빠들 흔적 찾아서 막 여기저기 막 쏘다니고
(문영) 음...
그래?
근데 H.O.T.면
너 몇 살이니?
안녕히 주무세요
나보다 어린 거 맞아?
(상태) '나는, 나는 아침밥을 먹었다' [만화 속 캐릭터가 똑같이 말한다]
'그리고 점심밥을 먹었다'
'저녁을 조금밖에 못 먹었다'
'밤에 배, 배가 고팠다'
'왜 내 얘기는 없어?'
[TV에서 만화 소리가 흘러나온다]
형
(강태) 고길동은
쟤들 맨날 구박하면서 왜 같이 살아?
(상태) 어, 보, 보, 보호자니까 어, 어른이니까
그래도 쟤들이 자기 진짜 가족도 아니잖아
어, 어, 성, 성도 다르고 성도 다르고, 피도 안 섞이고
호적에도 없으니까 나, 남, 남이지, 나, 남
남인데 왜 한집에 데리고 살지?
보, 보, 보호자니까 어, 어, 어른이니까
형도
어른이지?
문상태
만, 만 35세
84년생 쥐띠, 보기보다 어리지만
애는 아니야
그렇지, 어른이지
남도 가족으로 받아 줄 수 있는 고길동 같은 어른
[잔잔한 음악]
어...
형, 그거 알아?
나도
어른이 되려고
되게 노력하는 중이야
(상태) 도, 도, 동생도 어, 어른 될 수 있어
노, 노력하면 돼, 노, 노력하면 되지
노력, 노력이 중, 중요해, 노력
[옅은 탄성]
(지왕) 오...
다음 주쯤이면 얼추 끝나겠네
예, 거, 거의, 거의 좀 있으면 거의 다 그렸어
완, 좀 있으면 완성, 끝, 디 엔드
[호응하는 신음]
그...
근데
나 어, 얼마 줍니까?
(상태) 이거 하, 하는 거 봐서 나 얼, 얼마 줍니까?
나 다 그린 날 돈 받고 싶은데
어라
근데 꽃밭에 나비가 없네?
[흥미진진한 음악]
나, 나비는 안 그리는데
내가 애초에 우리 정원을 똑같이 그림으로 옮겨 달라고
(지왕) 의뢰를 했잖아
아, 바깥에 나비가 저렇게 많은데 여긴 한 마리도 없는 게 말이 돼?
그러니까 미완성이지
그리다 만 거
나, 나, 나비는 싫은, 싫은데
그리, 그리기 싫, 싫은데
아, 싫으면 그리지 마 돈도 받지 말고
나도 미완성 싫어
(상태) 어? 어? 돈...
좀만...
어...
소, 솔직히 다 그린 건데, 거의
어? 돈...
아...
아...
[오리 울음]
오지왕 사, 사기꾼 거, 거짓말쟁이 오지왕
모, 목소리, 목소리는 착하고 얼굴도 착하지만
거,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믿을 사람 하나 없다니까, 어?
오래 기다렸어?
가자
(강태) 물감은 왜 다 들고 왔어?
그림 아직 다 안 그렸잖아
안 그려
왜?
안, 안 그리니까 안, 안 그려
[강태의 한숨]
그러니까 왜 안 그려? 거의 다 해 놓고
안 그려, 안 그려 안, 안, 안 그린다고
나, 나비는 안 그, 안 그릴 거야 아, 안 그려
(강태) 형, 얘기 좀 해
거기 서 봐 봐
형
[상태의 속상한 신음]
[어두운 음악]
(강태) 일어나 봐
일어나, 얘기 좀 해
놔!
이제 그림도 안 그리고 병원에도 안 가고
(강태) 원장님도 다신 안 보겠다는 이유가 뭐야!
[한숨]
이렇게 계속 입 다물고 애처럼 투정만 부릴 거야? 어?
형 어른이라며!
일어나, 빨리
셋 센다
하나
둘
- (강태) 셋 - 원장님 사기꾼, 거짓말쟁이
(상태) 보, 보이스, 보, 보이스 피싱보다 더, 더 나빠!
다, 다 그리면 돈 준다고 야, 약속했는데
왜 안 줘, 왜 안 줘, 왜
(강태) 이제 도망가지 마, 도망 못 가
- (상태) 안 돼, 안 돼, 놔 - 얘기해, 빨리
- 나, 나 갈 거야 - (강태) 얘기하라고, 형
(상태) 싫어, 갈 거야, 비켜
(강태) 피하지 말고 얘길 해야 알지!
- (상태) 놔, 놔 - 얘길 해 봐, 빨리!
[상태의 힘주는 신음] [강태의 아파하는 탄성]
[상태의 아파하는 신음]
(강태) 아프지?
맞으니까 아프지?
[무거운 음악] 나도 아파, 봐, 이빨 자국 난 거!
(상태) 아, 때, 때렸어
혀, 형을, 형을 때렸어
도, 동생이 형을 때렸어
형도 나 때렸잖아
예전에 형이 연필로 찍어서 뒤통수에 땜빵 났을 때도 엄청 아팠고
(강태) 형이 밀어서 책상 모서리에 옆구리 찧었을 땐
누워서 자지도 못했어
나는 뭐, 맞는 게 좋아서 늘 참는 줄 알아?
나도 이제 못 참아, 안 참는다고!
(상태) 차, 참아, 차, 참을 땐 속으로 셋을 세
하나, 둘, 세, 셋
싫어! 형이나 세!
말 들어, 내가 네 형이야!
형이면 형답게 좀 굴어!
아니, 형
소, 소, 소리쳤어?
(상태) 감히, 감히, 감히
동생이 혀, 형한테 소리쳤어?
너 소리, 소리, 소리쳤어
소리쳤어? 소리, 소리, 소리, 소리 [잔잔한 음악]
[상태의 힘주는 신음]
너 혼나 볼래? [강태의 당황한 탄성]
[상태의 힘주는 신음]
[상태와 강태의 거친 신음]
[강태가 말한다]
[상태의 힘주는 신음] [강태의 신음]
(상태) 너 일로 와, 너 일로 와 너, 너, 너, 너
너 일로 와
너 진짜 혼나 볼래? [강태의 신음]
[상태의 힘주는 신음]
[강태의 아파하는 신음]
[웃음]
너 혹시 나 몰래 죽을 날 받아 놨니?
그래서 막 나가는 거야?
형한테 맞을 땐 속이 편했는데
[잔잔한 음악] 막상 치고받고 하니까
(재수) 거봐
네 마음이 더 아프지?
아니
속이 후련해
[웃음]
[강태가 숨을 깊게 내뱉는다]
(재수) 와, 사이코 바이러스 위력 참 대단하다
어떻게 이렇게 딴 놈이 되냐
(강태) 재수야
누구세요, 저 아세요?
나
원래 이런 애야
[힘주며] 문강태는 문강태 거
[재수가 숨을 깊게 내뱉는다]
(주리) 따끔따끔해요
(상태) 가, 강태는 동생도 아니야
동생, 내 동생 아니야
그러게
아, 손톱 쓰는 거는 반칙이지
강태 그렇게 안 봤는데 치사하네
반칙
(주리) 근데 아까 보니까 강태 씨가 더 많이 맞았...
동생 아니야, 이제 남이야, 남
남, 남, 남
- 남이야? - (상태) 어
그럼
엄마가 강태 씨 데려다가 엄마 아들 삼으면 되겠다, 그렇지?
(순덕) 어유, 그러면 나야 좋지
상태야, 고맙다
강태 이제 내 아들 할게
근데...
아, 남이야
[휴대전화 진동음]
(문영)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강태) 재수야
[잔잔한 음악] 서운해도 네가 좀 이해해 줘라
나랑 형
너무 오래 서로만 보고 살아왔잖아
이제 우리도
남이랑 어울려 사는 법을 배워야지
근데 왜 꼭 그 남이
고문영인데?
내가 아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니까
그 사람부터 시작해 보려고
[휴대전화 진동음] (문영)
(문영) 이씨
씹을 거면 읽지를 말든가
[문영의 한숨]
망태 괜히 돌려줬나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긴장되는 음악]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긴장되는 효과음] (문영) 악!
[놀란 숨소리]
[한숨]
아무나 문 열어 주지 말랬지?
(강태) 말 듣겠다며
이런 건 왜 들고나와?
왜 왔어?
배고프다며
나가자
진짜 말 안 해 줄 거야?
얼굴 왜 그러냐고
싸웠어
환자랑?
그럼 잘리겠지?
아니면 누구?
- 네가 알면? - (문영) 가서 패 줘야지
형이야
상태 오빠?
네가 형을 팼어?
팬 게 아니라 싸웠다고
맞은 건 내가 더 맞았고
[문영의 한숨]
남이 아니라 우리가 된다는 걸 믿게 해 주자며
근데 치고받고 싸워?
(문영) 앞으로 어떡할 거야?
생각 중
행동하기 전에 생각이라는 걸 먼저 하라며, 네가
본능에 충실한 건 죄가 아니라며, 네가
그냥 고백해
무슨 고백?
난 고문영이 좋다 없으면 못 산다
형이 나 좀 살려 줘라
심플하잖아
난
고문영이 좋아
[부드러운 음악]
이렇게 말하면
형이 뭐라 그럴까
(문영) 넌 언제쯤
형 신경 안 쓰고 너만 볼래?
[옅은 웃음]
네 꿈은 없었어?
하고 싶었던 거
(강태) 음...
세 개 정도 있었는데
그중의 두 개는 벌써 이뤘어
두 개가 뭔데?
이사 말고 여행
놀러 가는 거
그리고?
형이랑 치고받고 싸우는 거
[무거운 음악]
[웃음]
(강태) 시시하지?
근데 나
미치게 좋았어
이제 좀
남들처럼 사는 거 같아
아직 못 이룬 하나는 뭔데?
(문영) 오늘 나한테 달려와 준 정성을 봐서
그거 내가 들어줄게
안 돼
어차피 늦었어
뭔데 늦어?
[대화 소리가 들린다]
(강태) 교복 입고 학교 가는 거
[발랄한 음악]
[문영의 탄성]
(재수) 야, 야, 일어나, 야
빨리 먹어, 이거, 어?
[학생들이 대화한다]
[강태의 졸린 신음]
(재수) 뭐야, 어디 가, 어?
야, 너 어디 가, 인마?
야, 문강태!
너 어디 가, 새끼야!
[신호등 알림음]
[강태의 헛기침]
(강태) 저, 음
저, 저기요, 음, 저, 저기, 저...
어...
저기...
(상태) 문강태! [강태의 신음]
야, 너 오늘도 학교 땡땡이쳤지, 너
- (상태) 일로 와, 일로 와, 일로 와 - (강태) 아, 아, 형, 야자만 쨌어
(상태) 뭘 야자만 째, 넌 왜
학교 안 가면서 맨날 교복 입고 다니냐, 어?
(강태) 아, 형, 회사 안 갔어? 아...
(상태) 어?
[힘주는 신음]
[강태의 한숨]
아, 진짜 짜증 나, 진짜, 아
저기요!
그, 앞의 단발머리
하지 마
(상태) 저, 제 동생이 할 얘기가 있다고 하는데 잠시만 좀, 예
(강태) [작은 소리로] 아, 문상태, 하지 마, 진짜
(상태) 온다
온다
남자답게 멋있게
어...
나...
저기
나 너 알아
학교에서 봤어
[부드러운 음악]
너 안대
아...
(상태) 축하해
[강태의 웃음]
잘해
[헤 웃는다]
(강태) 형...
(상태) 어?
왜?
(강태) 쟤가 너무 좋아
[편안한 음악]
좋아해
좋아해...
(상태) 응?
[상태가 중얼거린다]
'행복'
(상태) '하다'
강태가
행복...
하다
우리 강, 우리 강태가
행, 우리 강태가 행복하다
어
어
어
[훌쩍이며] 우리 강태...
[상태가 중얼거린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어떡해, 처음 봤어, 처음
우리, 우리 강태 처음 봤어, 처음
야, 너 눈깔이가 왜 이렇게 퀭해?
대표님, 저 이 집이랑 기가 안 맞나 봐요 [상인의 기분 좋은 숨소리]
밤새 가위눌리고 막 온몸이 으슬으슬하고
여기저기 막 쑤시고
아유, 됐고
우리 문영이 어디 있어? 어?
서재요 [상인의 웃음]
[손가락을 딱 튕긴다]
(상인) 이야!
이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우리 고 작가!
이게 대체 얼마 만이야?
이번엔 또 어떤 아이템일까 [문영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내가 밤새 설레서 잠을 못 잤다니까
[웃음]
아니, 뭐, 보나 마나 기가 막힌 작품이겠지, 어?
잠깐만, 잠깐만
아, 나 마음의 준비 좀 하고
됐다, 말해 봐, 뭐야?
이거야 [상인의 설레는 숨소리]
[혀를 딱 튕긴다]
[흥미진진한 음악]
[상인의 웃음]
이건 뭐, 그...
'꼬마 자동차 붕붕' 같은 유인가?
스토리는 구상 중
- 제목은? - (문영) 미정
- 메시지는? - (문영) 아직
탈고 예정은?
언젠가
[웃음]
(상인) 아, 그러니까 아직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네? 어
아마도
[한숨]
삽화 작가는 누구?
내 짝꿍
[돈통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강태) 잠시만 비켜 주세요!
[휴대전화 진동음]
[쭉 빠는 소리가 들린다]
[시원한 숨소리]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 무슨... - (상태) 밥은?
밥은?
[잔잔한 음악]
응급 환자 때문에 못 먹었네
배, 배고, 배고파?
응, 엄청
(상태) 위아패밀리 레스토랑 여섯 시까지 와 위아패밀리 레스토랑
문영아
- 문영아? - (문영) 나 아이템 안 바꿔
(상인) 어, 아니야, 아니야, 그게 아니고
그, 너희 아버지...
뇌종양이 재발했는데
그, 수술하기 힘든 부위라
딱히 손을 쓸 수가 없다네
아빠는 예전에 죽었어
내가 열두 살 때
이미 죽고 껍데기만 남은 사람이야
[어두운 음악] [한숨]
문영아
너희 아버지는 머리가 아파
(상인) 그래서 기억도 엉망진창이고
몸도, 마음도 분리가 돼서 멋대로 움직일 때도 있어
그런 아버지라도
어쩔 수 없는
유일한 네 가족이야
가족?
나 원래 고아야
고문영
(문영) 가, 나 피곤해
[문영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한숨]
[통화 연결음]
어디야?
나 배고파, 같이 밥 먹자
나도 끼워 줘, 나도 갈래 거기 어디인데?
아, 왜, 왜 안 돼!
(상태) 기다려, 기다려
어, 어른 먼저 먹고 먹어야지 어른, 어른 먼저, 어른, 어?
어, 손, 손도 닦았어? 손도? 응?
이거, 이거 닦고 먹어
[잔잔한 음악]
아, 마, 마, 맛있었어? 배, 배불러?
(강태) 응, 엄청
배 터질 거 같다
(상태) 배, 배 터, 배 터지면 안 돼 배 터지면 안 되지
배 터지면 죽어, 죽어, 어?
(상태) 어, 요, 용돈
소, 손님이 주는 건 팁 사장님이 주는 건 보너스
혀, 형, 형, 형이 주는 건 요, 요, 용돈
과소비는 만악의 근원이야 아껴 써, 아껴, 어?
모자라면 형이, 형이 또 줄게, 어? 걱정하지 마
고마워
아껴 쓸게
나도 사 줘
(문영) 이씨
참...
(문영) 사 달라고!
나도 사 줘, 나도 사 달라니까?
에이씨 [문이 달칵 열린다]
나는 왜 안 사 줘, 나도 사 줘!
손님!
(강태) 예, 그, 얼마예요?
[문영의 거친 숨소리]
그럼 나도 용돈 줘
(문영) 난 용돈 줄 사람도 없고 같이 밥 먹어 줄 가족도 없어
나 이제 진짜 고아야
가자, 집에
(강태) 형
나도 오빠 같은 오빠 갖고 싶다고!
[갈매기 울음]
빨리 와, 문강태!
[한숨]
고, 고문영!
[밝은 음악]
(상태) 고문영...
고문영, 빨리 와!
고문영, 빨리 와
두, 두, 둘 다 안 와? 어?
고문영, 문강태 둘 다 빨리 안 와? 어?
[옅은 웃음]
빨리
(강태) 형
'미운 오리 새끼'라는 동화 알지?
(상태) 어
다른, 다른 오리들이
미운 오리를 막 차별, 차별해
자기랑 다르게 생겼다고 왕, 왕따시켜, 왕, 왕따
그래서 너무 외로우니까
결국 가족 곁을 떠나잖아
[잔잔한 음악]
(상태) 고문영, 고, 계, 계단에서 뛰지 마 다쳐, 위험, 위험해, 어?
(강태) 뛰지 좀 마
(강태) 만약에 엄마가
미운 오리를 끝까지 사랑해 줬다면 어떻게 됐을까?
(상태) 그럼, 그럼 안 떠났지, 어?
(강태) 어른이 잘 품어 주면
오리든 백조든
[오리 울음] (강태) 다 같이 한집에 잘 살 수 있어
[상태가 오리를 어른다]
(상태) 오리야, 오리, 닭
너희들, 어, 싸우면 안 돼, 어? [닭 울음]
(강태) 형은
남도 품을 수 있는 어른이지?
(상태) 어
나 어...
어른이야, 어른, 어, 어른
고, 고길동 같은 어, 어른 고길동 같은...
[강태의 힘주는 신음]
[어두운 음악]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부드러운 음악]
(문영) 같은 호적에 올라야만 가족인 줄 알아?
가족은!
(상태) 하나, 둘, 셋
(문영) 가족사진을 찍으면 가족이 돼
(문영) 난 저런 애들이랑 동물이 제일 싫어
(강태) 사랑해 달라 조르니까
(강태) 놔, 놔, 놔, 빨리
(강태) 애틋하잖아
(상태) 또, 또 나비가 나타나면 어, 어떡하지?
(필옹) 과거 속에 계속 갇혀 있으면 안 돼
(상태) 갇히면 무, 문 열고 나가면 되는데
(필옹) 문이 안 보이거든
(강태) 이제 남들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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