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 12
[찌뿌둥한 신음]
[힘겨운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문영) 응?
토스트 먹을래? 내가 했는데
소스 뭐 발라 줄까?
아니야, 됐어
(상태) 짝꿍이 식빵 여덟 개 태워 먹는 동안 나는 빨래하고 청소하고 허리가 휘고
너는, 어, 자빠져 자고, 어?
깨우지 그랬어?
일어나라고 내가 뺨까지 갈겼는데 계속 자던데?
잠자는 공주인 줄
(상태) 공주, 공주, 공주
공주는 입맞춤을 해야 깨지, 응
[웃음]
했는데
[한숨]
(상태) 근데
얘들 먼저, 이름 먼저 지어야 돼, 이름
[문영이 손을 탈탈 턴다]
- 얘는 자아를 잃어버린 소년 - (상태) 어
- (문영) 얘는 감정 없는 깡통 공주 - (상태) 어
[그림을 탁 짚으며] 얘는...
(상태) 그, 그, 이름이 아니지 그거는, 이름이
강, 문강태, 문상태 이런 게 이름이지 그건 이, 이름이 아니야
저, 나 오늘 오프인데
(문영) 이름 같은 거 없어도 돼 그게 트렌드야
[익살스러운 음악] 트렌드? 그, 그거 뭔데, 트렌드?
있어, 그런 거
(강태) 뭐, 이따 괜찮으면 같이 드라이브 갈래?
묻고 따지지 좀 마
구, 궁금하니까 묻지
궁금해하지 마
오빠한테 못된 말투 안 돼
- (문영) 일할 땐 내가 갑이야 - (상태) 갑질도 안 돼
(문영) 이거 오빠가 다 먹어
(상태) 이거 맛없는 거 어떻게 혼자 다 먹지?
- 회의 끝나면 말해 - (문영) 진짜 짜증 나게 할 거야?
(상태) 왜 짜증이 나지? 내가 무슨 말을 했는데?
나 방에 가 있을게
(문영) 오빠, 진짜 싸워 볼래?
(상태) 강태가 싸, 싸우면 안 된다 그랬어
같이 참, 참, 참으면서 지내야 된다고
- 나 가 - (상태) 어?
(상태) 회의를 시작했으니까 이름 한번 생각해 봐 봐
[한숨]
[TV가 지직거린다]
[스위치를 딸깍 돌린다]
[헛기침]
[통화 연결음]
뭐 하냐?
가게 나갈 준비 하지
나 오늘 쉬는데
뭐 어쩌라고?
놀래?
(강태) 간만에 알베르토 타고 바람이나 쐬러 갈까?
뭐
1순위, 2순위가 안 놀아 주니까 아쉬운 대로 3순위다 이거냐?
[익살스러운 음악] [한숨]
또 삐졌냐?
(재수) 강태야, 너 그거 아니?
뭐?
너 겁나 백여시 같아
(재수) 아쉬울 때만 목소리 착 내리깔고
젖은 눈깔로 사람 애간장 후벼 파고는, 어?
간, 쓸개 다 빼 먹고 바로 쌩까고
이 이기적인 새끼야
그래서 안 논다고?
너 내가 좋아, 형님이 좋아?
너
내가 좋아, 고문영이 좋아?
- 너 - (재수) 네가 가게로 와
하, 씨...
백여시?
[갈매기 울음]
(상인) 어머니!
자...
온종일 서서 요리하시느라 도가니가 남아나질 않으신다고
주리 씨가 하도 걱정을 해서, 자
[문이 달칵 열린다]
(주리) 제가 언제요?
(상인) 아유, 건강 위해 꼬박꼬박 챙겨 드십시오, 예
(순덕) 아이고
됐어, 자네 부모님이나 갖다 챙겨 드려
[웃음]
안 그래도 한 박스 차 트렁크에 실어 놨어요
오늘 갖다드리려고요
아, 그래?
아이고, 그럼
이, 준 정성을 봐서 내가 고맙게 냉큼 먹어 볼까나?
물론이죠, 예
[상인과 순덕의 웃음]
(순덕) 딸내미보다 백번 낫네
[상인의 웃음] 자, 보자, 읏차
오늘 본가 가시나 봐요?
아, 예, 그 집에 일이 좀 있어서요, 예
아이고, 나는 저기, 들어가서
[순덕의 힘주는 신음]
- (순덕) 고마워, 응 - (상인) 예, 어머니
[쇼핑백을 툭 내려놓는다]
(상인) 아, 저, 큰일은 아니고 뭐 월례 행사예요
(주리) 월례 행사요?
아, 예, 그...
아버지가 갈비뼈가 세 대가 나가서 입원을 하셨다네요, 예
어머, 어쩌다가요? 괜찮으시대요? 어떡해요?
[문이 달칵 열린다] (승재) 뻥이야
[익살스러운 음악] 대표님 아버지 뻥쟁이예요
[흥얼거리며] 부전자전
역시 피는 못 속여
저, 저, 저, 저, 저 저놈의 주둥아리 저거
진짜 뻥이에요?
[함께 웃는다]
아, 그게, 저기...
일가친척 중에 누가 시집이나 장가라도 가는 날에는
이 노친네가 배가 아파서 그런지
아, 온갖 뻥을 다 쳐 대 가면서 기어이 내려가게 만듭니다, 예
아... [상인의 헛기침]
아이, 뭐, 그 맞선 몇 탕 정도 뛰어 주는 효도는 뭐
(상인) 보여 드려야죠, 예
오늘 선보러 가시나 봐요?
아, 그, 한 달에 한 번, 예
그래서 월례 행사, 예
[상인의 힘주는 숨소리]
- (주리) 조심히 다녀오세요 - 예
(상인) 그...
전화드릴게요, 예
[문이 철컥 열린다]
전화? [문이 철컥 닫힌다]
[여자들이 웅성거린다] (여자1) 진짜 완전 내 스타일이야
- (여자1) 나 번호 물어볼까? - (여자2) 아니야, 그건
(여자3) 야, 턱 괴고 있는 거 봐
[여자들이 계속 감탄한다]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흥미진진한 음악]
(재수)
(재수) 달콤한 사탕에 개미가 꼬이듯이
고독한 강태를 노리는 여인들의 추파가 시작되려 하오니
속히 저희 피자집으로 강림하시옵소서
에이씨, 비켜, 안 비켜?
이 개미 년들 다 뒈졌어, 씨
[경적을 빵빵 울린다] 비켜! 씨
[타이어 마찰음]
(재수) 자, 골라 먹는 피자
너처럼 달달한 단호박 토핑이 올라간 이것부터 잡숴 봐
아
(재수) 어유, 어
[만족스러운 신음]
맛있다
(재수) 너 그거 알아?
사람이 사랑을 하면
그, 온몸에서 온갖 비타민이 나오면서
평소보다 훨씬 더 멋있어 보인대
도파민, 비타민 아니고
(재수) 병원 짬밥 좀 먹는다고 좀 재냐? 어?
어차피 가방끈 짧은 건 너랑 나랑 도찐개찐이야
도긴개긴 [익살스러운 음악]
[헛기침]
너 조심하는 게 좋을걸?
- 뭘? - (재수) 여자
- (강태) 응? - 널 노리는 여자
(재수) 그것보다 더 조심해야 할 건
널 노리는 여자를 노리러 오는
사이코 여자
헛소리야 [문이 탁 열린다]
[흥미진진한 음악] (재수) 어서 오세요
아유, 제가 포장 박스를 이렇게 착착착 해 가지고
이렇게, 이렇게 이만큼이나 쌓아 놨는데
(문영) 벌써 배 터지게 먹었거든?
나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긋는 소리가 끽 울린다]
[여자들이 수군거린다]
(강태) 형이랑 계속 회의하는 거 아니었어?
회의가 중요해?
(문영) 널 노리는 개미들이 드글드글하다는데?
포장 박스 괜히 만들었다
빨리 먹어, 이 개미 소굴에서 나가게
지금 먹기 시작했어, 기다려
[부드러운 음악] (문영) 씨...
(상태)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닭 울음]
안녕, 나무야, 상쾌한 아침이지? 어?
어?
안녕
얘들아, 너희들은 생긴 게 달라도 같은 조류야, 조류, 어?
그러니까 싸우지 마
어, 아, 이뻐, 착해
갈게, 갈게, 갈게, 안녕, 나무야
왔네
나한테 삐져서 안 올 줄 알았더니
[옅은 웃음]
어 [문이 탁 닫힌다]
부르셨어요?
- (지왕) 아,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 - (행자) 예
그, 박옥란 환자 베드 왜 벌써 치웠어?
어차피 못 오잖아요
못 와?
[옅은 웃음]
탈원 환자가 제 발로 다시 돌아온 경우도 드물고
입원 대기 환자도 꽤 돼서요
그래도 고대환 환자 베드는 빼지 마
(지왕) 호스피스 쪽도 연락하지 말고
그냥 우리 병원에서 편히 지내시게 하자고
네, 이미 그렇게 지시했습니다
하여간 빨라
[함께 웃는다]
근데요, 원장님
그날요
고대환 환자가 왜 박옥란 환자한테 액팅아웃을 했을까요?
씁, 딜루젼일 가능성이 높지
[의미심장한 음악] (지왕) 씁, 자기 아내랑
겹쳐 보지 않았을까 싶어
도희재 작가요?
아내를 아주 증오하면서도
두려워한 거 같아
왜요?
사람을 죽였대, 자기 아내가
누구를 죽였는데요? [노크 소리가 들린다]
안, 안녕하세요
(행자) 아, 상태 씨 [문이 탁 닫힌다]
(상태) 수간호사님도 안녕하세요
- (행자) 안녕하세요, 여기 앉으세요 - 네, 네
그럼 두 분이 말씀 나누세요
- (행자) 아유, 반가워라 - 네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든다]
난 저런 애들이랑 동물이 제일 싫어
왜?
말이 안 통하는 막무가내에 귀찮게 떼만 쓰고
(문영) 사랑해 달라 조르기나 하고
(강태) 그래서 좋던데, 난
말이 안 통하니까 신경 쓰이고
귀찮게 떼쓰니까 귀엽고
사랑해 달라 조르니까 애틋하잖아
너처럼
난 네 애 안 낳아
[캑캑거린다]
기대하지 마
(문영) 내 새끼한테까지 질투하기 싫어
[강태의 한숨]
가까이 와 봐
[문영의 한숨]
[흥미진진한 음악]
더
(문영) 아!
엄마는 뭐, 아무나 되는 건 줄 알아?
참 나
에이씨, 저게
[대화 소리가 들린다]
(여자4) 어, 민재, 앉자, 민재, 앉자
아, 옳지
- (여자4) 맛있어? - (아이) 응
(여자4) 옳지, 아이고, 잘 먹네
(지왕) 아직도 삐졌어?
내가 나비 안 그리면 돈 안 준대서?
야, 야, 약속은 코 풀고 버리는 조, 종이가 아닌데
약속은 지켜야지 그, 그, 그게 예의지
나는 우리 상태 군이
나비한테서 그만 도망쳤으면 좋겠거든?
(지왕) 형이 자꾸 도망치니까 동생도 덩달아서 고생하잖아
나, 나비...
[잔잔한 음악]
무, 무서, 무서워, 시, 싫어, 나비
내가 재밌는 거 하나 알려 줄까?
예
나비가 고대 그리스어로 프시케거든?
프시케
(지왕) 프시케가 뭘 상징하는지 알아?
치유
치유
이 세상엔 무서운 나비보다
치유를 상징하는 좋은 나비가 훨씬 더 많아
(지왕) 그러니까 너무 조급하게 굴지 말고
천천히 우리 같이 노력해 보면 어떨까?
치유...
(지왕) 그러다 보면
상태 군 벽화에도 언젠가
나비가 한 마리쯤 날아다니지 않을까?
예, 치유
치유...
차기작 아이템
형이 그린 그거야?
캠핑카 타고 여행 가는 애들?
우리 얘기지, 우리 셋
(강태) 자아를 잃어버린 소년은 나고
감정이 없는 깡통 공주가 너고?
응
그럼 형은?
박스 속에 갇혀 사는 아저씨
[잔잔한 음악]
그 셋이 여행 가서 뭐 하는데?
(문영) 음...
자기들보다 훨씬 더 이상하고
뭔가 결핍된 사람들을 만나지
- 그래서? - (문영) 더 이상은 스포야, 안 돼
- 재밌겠다 - (문영) 당연하지
고문영이 쓴 건데
이번엔 꼭
해피 엔딩이면 좋겠네
나도
[옅은 웃음]
근데 지금 우리 어디 가?
네가 아침에 태워 먹은 빵 사러
(문영) 아하
별게 다 있네
나 이런 데 처음 와 봐
(문영) 어? 나 이거
[익살스러운 음악]
(강태) 하나만 사
생각해 봤는데
너 닮은 아들이면 괜찮을 거 같아
나 질투 안 할 자신 있어
아들 딱 하나만 낳자
제발 앞서가지 좀 마
아, 왜!
아들 하나만 낳자, 낳자니까? 낳고 싶다고!
애 낳자는데 왜 협조를 안 해?
협조해, 협조하라고!
(강태) 조용히 안 해, 정말?
(여자5) 신랑이 협조를 안 하나 봐
(남자) 한창 깨가 쏟아질 텐데 왜 그러지? [문영의 한숨]
(여자6) 신랑 멀쩡하게 생겼는데 왜 저런대?
[사람들이 저마다 말한다] (강태) 애 타령 그만하고 가서 우유나 가져와
- (별) 선배, 선배? - 응?
(별) 들었어요?
권 쌤 곧 결혼한대
여친 없었잖아
저번 달에 선본 여자랑 날 잡았대
- 그렇게 빨리? - (별) 에이
그 나이면 피차 조건 비교해 보고 바로 날 잡는 거죠
[민석이 숨을 들이켠다]
(민석) 지금 내 얘기 하는 거죠? 응?
그럼 긴 설명 필요 없이, 짠!
[웃음] [별의 놀란 숨소리]
(별) 오...
속전속결혼
[별이 풋 웃는다]
(민석) 뭐, 선 자리에 내 이상형이 딱 나타났다고 해야 될까?
카...
형 미술 도구는 서재에 정리해 놓으면 되지?
[흥미진진한 음악]
놔
우린 언제 같은 방 써?
같은 방을 왜 써, 형 있는데
(강태) 놔 봐
[문이 덜컹 여닫힌다] (상태) 다녀왔습니다!
야, 놔, 놔, 놔, 빨리
- 놔, 놔 - (문영) 오빠! 우리 여기 있어!
[난감한 신음]
알았어, 이, 이따 놀아, 이따
내 방에서?
그래, 네 방에서
기다릴게
[강태의 한숨]
[봉지를 부스럭거린다]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한숨]
(상인) 전화드릴게요, 예
[헛웃음]
[한숨]
네, 대표님
[흥미진진한 음악] (승재) 스토리는 대충 나왔고요
삽화 콘티는 문 작가님이랑 의논해 볼게요
자료 조사 갈 만한 곳 리스트도 뽑아 놨어요
미술 도서관 쪽요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대표님이에요?
(승재) 네
(주리) 뭐, 별다른 말은 없죠?
다른 얘기 뭐요?
아, 아니에요
아
(승재) 대표님 선보러 온 여자가 송혜교 닮았대요
대표님 이상형이 송혜교이거든요
뭐, 금사빠 아저씨가 계 탔죠, 뭐
(상태) 나비는 프시케, 프시, 프시케는 치유 치유는 좋은 나비
- 원장님이 그래? - (상태) 어
도망가지 말고 나비를 마주해야지
그래야 동생이 고생을 안 하지
진짜 마주 볼 수 있겠어?
[잔잔한 음악]
(상태) 이거, 이, 이거, 이거 비싸, 이거?
이거, 이거 다, 이거 이거 다 어, 얼마야?
책 많이 팔아서 다 갚아
(강태) 나 먼저 씻는다
(상태) 프시케, 치유, 프시케 [문이 달칵 열린다]
프시케, 치유 [문이 달칵 닫힌다]
좋은 나비가 엄청 많아 좋, 좋은 나비 엄청
좋은 나비 엄청 많아
프시케, 치유
[콧노래를 부른다]
[부정하는 신음]
[베개가 툭 떨어진다]
베개는 역시 팔베개지
[노크 소리가 들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머리 말릴 틈도 없이 냉큼 왔네?
으음
[헛웃음]
[강태의 헛기침]
[강태의 헛기침]
(강태) 일로 와 앉아
[문영의 한숨]
하여튼 고분고분한 맛이 없어
뭔 놈의 술이 이렇게 많아
[헛기침]
아
형 오늘부터 원장님 상담...
(문영) 지금부터 그놈의 형 소리는 금지
[흥미진진한 음악] 어기면 원샷이야
넌 이제부터 욕설 금지
어기면 원샷이야
콜
에이, 씨부럴, 대가리 존나 아파
(문영) 왜 이렇게 어지러워, 썅
[문영의 괴로운 신음]
입에서 뱀 나오겠다
[문영의 한숨]
(강태) 가서 자, 얼른
[문영의 옅은 웃음]
진짜
좋아
(문영) 너랑 오빠랑
이 집에 와서
너무 좋아
[차분한 음악]
[문영의 옅은 신음]
잘 자
[문이 달칵 닫힌다]
[의자를 쓱 당긴다]
[긴장되는 음악]
(지왕) 아니, 박옥란 환자
왜 거기 갔냐고
아니, 생일 축하나 해 주러 탈원까지 했을 리는 없는데
(어린 상태) 나, 나비가
나도 죽인댔어
[울며] 죽인댔어
(상태) 나비, 나비, 나비, 나비, 나비!
나비가 나 죽인댔어, 나비가 나 나, 나 죽인대
[상태가 중얼거린다]
[몽환적인 음악]
[거친 숨소리]
[어두운 음악]
[필옹의 웃음]
(지왕) 아유, 제발 좀 오래 놀다가 와
반나절도 안 돼서 돌아오지 말고 [필옹의 웃음]
(필옹) 아이, 걱정 마
댕겨올게
- 맛있는 거 배 터지게 드시고 오셔 - (필옹) 응
[함께 웃는다]
보나 마나 동네 순환 버스 타고 빙빙 돌다가 그냥 오겠죠?
그러겠지
근데 개미 한 마리도 못 죽이는 그런 양반이
어떻게 그런 짓을 했대요?
[차분한 음악] 무슨 짓?
필옹 아저씨가 다 얘기해 줬어요
자기가 사람 엄청 많이 죽였다고
그래서 미친 거예요?
저렇게 약하고 선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 테니까
[다가오는 버스 엔진음]
(상태) 가, 가, 가스, 가스
가스를 꺼 놔야 집안 살림 안 꺼지지, 어?
가스비 아껴야 잘 살지
아...
깜, 깜빡했네
[강태가 물을 졸졸 따른다] 어, 누, 눈이, 눈이 눈이 빨갛네, 눈이?
어, 자, 자, 잠, 잠 못 잤어? 잠? 토끼 눈?
아니야, 잘 잤어
오늘 상담 있는 날이지?
어, 오늘 상담, 상담 있는 날이야
사, 사, 상담 있어
나, 나비는 프시케, 프시케
프시케는 치유인데
(상태) 어, 치유인데
무, 무서워, 아, 아직
또, 또, 또 나비가 나타나면 어, 어떡하지?
어? 우리 또 이, 이, 이사 가야 되는데
[숟가락을 잘그락 내려놓는다]
(강태) 형
우리 이제
도망가지 말자
[무거운 음악] 나비
나 싸움 엄청 잘하잖아, 알지?
(상태) 어, 너, 너, 너 싸움 잘해
너 태권, 태권도 빨간 띠
나 괴롭히는 애들 다 발 차기로 패, 패 줬지
손톱으로도 싸움 자, 잘하고
그러니까
무서우면 그냥 내 뒤에 숨어
내, 내가, 내가 네 형인데 형이 어른인데
동생 뒤에 숨으면 그...
그, 그, 그거 뭐지? 치사 빠, 빤쓰인가?
괜찮아
[잔을 잘그락거리며] 나도 여태 형 뒤에 숨어 살았는데, 뭐
내 뒤에?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어, 오빠
(별) 고기? 좋지
오늘 저녁에?
(주리) 씨, 전화한단 말은 왜 해 가지고 신경 쓰이게, 씨
[주리가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남 간호사?
- 네 - (행자) 어, 고대환 환자
지금 지남력 회복 상태니까 잠깐 산책 좀 시켜 드려
네, 알겠습니다
아참, 문 보호사 오늘 데이 근무인가?
예, 좀 전에 출근했어요
[어두운 음악]
[노크 소리가 들린다]
(행자) 문 보호사
[문이 탁 닫힌다] 뭐야, 뭐야, 뭐야, 뭐야, 뭐야
누구한테 러브 레터라도 받았어?
- (행자) 어? 어디 봐 봐 - 아니요
무슨 일로...
아...
아, 그...
내가 그, 오전에 라운딩 돌다가 201호에서
위해 물품을 찾았네?
(행자) 아, 이 오차용 보호사
물품 검사를 참 슬렁슬렁 해, 그렇지?
[멋쩍은 웃음]
죄송합니다
제가 제대로 교육시켜 놓을게요
오케이
그럼 2층 병실만 다시 한번 꼼꼼히 검사해 줄래?
- 알겠습니다 - (행자) 자
(주리) 힘드시죠?
잠깐 앉으시겠어요?
나
곧 죽는 건가?
[무거운 음악]
천벌을 이제
다 받은 건가?
(상태)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소년은 더, 더 이상 악몽을 꾸진 않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조금도 행, 행복'
[필옹의 힘주는 숨소리] [상태가 책을 계속 읽는다]
(필옹) 병원 가?
네, 안녕하세요!
아, 어? 다, 다, 다른 옷 입었네, 이쁜 옷
[필옹이 호응한다] 어, 도, 동안이십니다, 동안
[함께 웃는다]
근데, 근데, 근데 며, 몇 살이에요?
나? 70살
70살? 어, 나보다 나보다 나이 마, 많, 많은 어른이네?
어른이지, 어른
[지퍼를 직 열며] 뭐, 어른이 뭐, 다 좋은 것만은 아니야
(상태) 예, 맞습니다
- (필옹) 이거 먹을래? - 어? 고, 고맙습니다
(필옹) 아, 그, 벽화
그거 진짜 멋있더라
머, 멋있어, 멋있, 멋있, 멋있습니다 최고, 최고 멋있습니다
근데 나, 나비를 안 그려서 오지왕 원장님이 돈을 안 줬어요
어, 어, 언행이, 언행이 불, 불일치합니다
아, 그깟 뭐, 나비 뭐 그려 주면 되잖아
무, 무서워, 나비
(필옹) 아, 왜?
나비하고 뭐, 예전에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필옹의 웃음]
과거 속에 계속 갇혀 있으면 안 돼
나처럼 돼
나 봐
세상 밖으로 못 나가고
병원에 계속 박혀 있잖아
[잔잔한 음악] [필옹의 웃음]
과거에 갇혀?
(필옹) 응
갇히면 무, 문 열고 나가면 되는데
못 열어
문이 안 보이거든
[필옹의 한숨]
과거에 한번 갇히면 못 나와
나처럼 되지 마
[지퍼를 직 연다]
[한숨]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한숨] [라이터를 툭 내려놓는다]
[드릴 작동음]
[드릴 소리가 들린다]
[어두운 음악]
[필옹의 괴로운 신음]
(상태) 아, 아, 아저씨, 왜 그래 어디 아, 아파?
아파? 귀, 귀, 귀 아, 귀 아파?
아유, 저 소리
[굉음]
- (상태) 소리? 소리? 귀? 어... - 저, 저 소리가...
[상태가 중얼거린다]
[필옹의 괴로운 신음]
[필옹의 괴로운 신음] [폭음]
[굉음]
(상태) 어? [힘겨운 숨소리]
[굉음이 계속 들린다]
[필옹의 괴로운 탄성]
(여자7) 어머, 어르신! 왜 그러세요, 어르신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필옹의 괴로운 신음] 괜찮으세요?
(상태)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저, 빨리, 괜찮은 병원에 전화 빨리 부탁, 부탁합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필옹의 괴로운 숨소리] 괜찮아,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속으로
속으로 하나, 둘, 셋
괜찮아, 괜찮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어, 괜찮아
오 원장
나 좀 죽여 줘라
걱정 마
당신 죽어
(지왕) 나도 죽고 여기 우리 다 어차피 죽어
안달 내지 마
(행자) 괜찮아요, 이제 마음 편히 먹으세요
[머뭇거리는 신음]
- (지왕) 어, 왜? - 어...
(상태) 어, 이거...
저, 저 아저씨한테 이거
비, 빌려주고 싶은데
[지왕의 의아한 신음] 지, 진짜로 주는 거 아니고 대여
나도 비싼 돈 주고 산 거라 내 거야, 내 거
[지왕의 웃음]
그래, 읽어 보라고 빌려줄게
예, 빌려줘
(지왕) 응
역시 보호사 형이야
상태 군 아니었으면 오늘 간필옹 환자 큰일 날 뻔했어
내가 네 혀, 형이야, 형
(지왕) 와 앉아
잘했어
(지왕) 좀 전에 나한테 한 얘기
- 동생한테도 해 줘 봐 - (상태) 예
무슨 얘기?
그, 아까 그 아저씨가 자기처럼 되, 되지 말래
[잔잔한 음악]
(상태) 그...
그, 과, 과거에 갇히면 여, 영원히 못 나온대
무, 문이 안 보인대
트라우마요?
(행자) 응
스무 살 그 어린 나이에
베트남 파병 가서 끔찍한 일 많이 겪으셨지
(필옹) 어린애들이 참 많았어
눈이
참 눈이 반짝반짝
이쁜 애들
[슬픈 음악] [필옹이 울먹인다]
아이, 차마 못 보겠더라고
그래서
눈을 감아 버렸어
그러고는
[필옹이 울먹인다]
그 죄 없는 목숨들을 다 잡아먹고
나는 왜 여태 살아 있나 몰라
위에서 시키니까 그랬지
시키니까
시키는 대로 다 하면 그게 짐승이지
사람 아니다, 정태야
[필옹이 흐느낀다]
사람 아니야
'잊지, 잊지 마'
'이, 잊지 말고 이겨 내'
(상태) '이, 이겨 내지 못하면'
'너는 여, 영혼이 자라지 않는 어린애일 뿐이야'
나는, 나는 애 아니야 어른이야, 어른
형
(상태) 어, 나 이제, 이제 안 도망, 안 도망가
도망, 도망 안 가
- (지왕) 와... - (상태) 예
(지왕) 우리 상태 군 진짜 용감하네
(상태) 예
그럼 혹시 그날 일
(지왕) 기억나는 대로 얘기해 줄 수 있어?
예
예...
[어두운 음악]
그날...
- (강태 모) 엄마 - (어린 상태) 나비야! [고양이 울음]
그, 그날은
어...
(강태 모) 엄마
이제 늦게까지 일하니까
앞으론 강태랑 같이 집에 와야 돼
[고양이 울음] 알았지?
(어린 상태) 나비다
나비야!
상태야
얼른 나와, 거기 들어가면 안 돼
얼른 나와, 문상태!
(강태 모) 엄마 간다?
그냥 두고 갈 거야
잘 있어
상태, 안녕
나비야
(어린 상태) 나비야
[물이 뚝뚝 떨어진다]
[긴장되는 음악]
[날카로운 소리가 난다]
[신음]
[콜록거린다]
[강태 모의 신음]
내가 아까 이 얘길 못 했어
내 새끼는
내가 알아서 해
[고양이 울음] [강태 모의 신음]
[긴장되는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강태 모의 신음]
[강태 모의 힘주는 신음]
[강태 모의 신음]
[어두운 음악]
(여자8) 아...
[웃으며] 아, 놀랐어?
괜찮아, 어?
괜찮아
어, 착하지
네가 여기서 본 거, 들은 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말하면 너도 죽일 거야
네가 어디로 도망가든지
내가 끝까지 쫓아가서 꼭
죽일 거야 [말소리가 울린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상태) 나, 나, 나비가 죽였어
(여자8) 알았지?
[어린 상태의 놀란 숨소리]
대답해
대답해!
[어린 상태의 떨리는 신음]
(상태) 그 아, 아줌마, 아줌마 옷에
나, 나, 나비가, 나비가 앉았어
오, 옷에, 옷에, 옷에 나비가 나비가 앉았어
옷?
[차분한 음악]
그 나비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나?
예
예, 기억나, 예
(상태) 어...
어...
어...
(상태) 어, 엄마, 엄마 나비가 있고
그...
어, 엄마 나비 등에 작은 새, 새끼 나비가
업혀, 업혔어
(지왕) 업혀 있다?
[의미심장한 음악]
(상태) 예, 두, 두, 두, 두 마리, 두 마리
어, 엄마, 그리고 새, 새끼 나비 이렇게 두, 두 마리, 어
[어두운 음악]
(문영) 그래서 우리가 운명인가 봐
(강태) 필요할 때 내 앞에 나타나 주면
그게 운명이라며
나는
네가 필요해
[문을 쾅 친다]
[문을 탁 민다]
(강태) 이번엔 꼭
해피 엔딩이면 좋겠네
[문을 쾅 친다]
[거친 숨소리]
[문을 쾅 친다]
[문을 쾅쾅 친다]
(주리) 재밌더라, 네 책
(문영) 나도 알아
아버지 얘긴 들었지?
얼마나 살아?
아니
언제쯤 죽어?
내일 돌아가신대도 이상하진 않아
[차분한 음악]
의사들 뻔한 레퍼토리 지겨워
있잖아
너만 괜찮으면
시간 될 때 나랑 같이 아버지 산책시키는 건...
- (문영) 주리야 - 응?
나
그러기 싫어
(상태) 예
그래, 그래서 내가 강태처럼 옷을 얼른 벗어서
그 아저씨 얼굴을 더, 덮어 줬지
그러니까 아저씨가 소리도 안 지르고 점점 괘, 괜찮아졌어요, 예
[휴대전화 진동음] (순덕) 아이고
- 잘했네, 우리 상태 - (상태) 예
- 장하다, 진짜 - (상태) 예
어, 어, 식당, 식당, 어, 식당 [순덕의 웃음]
그래서, 그래서 내가...
그래 갖고 내가 어디, 어디까지 했지? 어...
아, 그래 갖고 내가 그 괜, 괜찮은 병원에 전화해서
병원 차 타고 같이 와, 와 가지고
내가 좋아하는 그, 동화책 있어 동화책, 동화책
'악몽을 먹고 자란 소년'
- 그것도 빌려줬어요, 빌려줬어, 예 - (순덕) 아이고, 아이고
그냥 준, 준, 준 건 아니고
내가 그거 비싸게 주고 산 거라 준 건 아니고
그래서 아저씨가 계속 나한테 고맙, 고맙다고, 계속 고맙다고
나는 고마운 사람이야 고, 고마운 사람
- 그렇지 - (상태) 예
(문영) 오빠
우리 강태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에 같이 가자
고, 고, 고문영
어른을 봤으면 이, 인사부터 해야지, 인사, 어?
안녕하세요
응, 그래
간만에 셋이 밥 먹고 들어갈까?
싫어
집, 집밥 먹어, 집밥
외, 외, 외식은 안 돼
도, 도, 돈, 돈 아껴야 돼 아껴, 아껴야 잘 살지, 어?
[순덕의 옅은 웃음]
너희들 셋이 그러고 있으니까 꼭 진짜로 가족 같다
아줌마 질투 나려 그래
아, 아, 아니요, 아니요 엄밀히 따지면 가족은 아니지
(상태) 나랑 강태는 문, 문씨고 얘는...
어, 네가 무슨 씨지? 어, 고, 고씨고
고씨고, 문씨고
서, 성도 다르고 호, 호적에도 없고
가, 가족은 아니지만 그냥 가족 같은 사이지, 가족 같은
같은 호적에 올라야만 가족인 줄 알아?
- 어? - (문영) 가족은
- 가족은! - (상태) 어
가족사진을 찍으면 가족이 돼
[흥미진진한 음악] 가족사, 사진?
(문영) 그래, 가족을 증명하는 건
호적이 아니라 사진이야
[순덕의 웃음]
너희들 둘
(순덕) 참 닮았다
[웃음]
눈, 눈이, 눈이 닮았나?
아니, 하나도 안 닮았어
어, 어딘가 모르게 닮은 거 같은데?
아니, 난 너무 예뻐
고문영, 거, 거짓말하지 마
머리, 머리 잘랐잖아, 머리
(문영) 언제 끝나?
너 손 왜 이래?
일하다 다쳤어
어떤 새끼가 그랬어, 어? 누가 그랬냐고
누가 그랬냐니까?
뭐야
너 화났어?
(문영) 나 또...
네 감정 파악 못 하고
깡통처럼 혼자 날뛰고 있는 거야?
피곤해서 그래
어제 잠을 못 자서
형이랑 먼저 들어가
나 오늘 나이트 근무까지 서야 돼
(문영) 그래?
그럼 내일은 쉬겠네? 잘됐다
내일 오빠랑 셋이 가족사진 찍으러 가자
[어두운 음악]
(문영) 내가 벌써 근사한 스튜디오도 예약해 놨어
가는 길에 테일러 숍도 들러서 슈트도 몇 벌 사고
다음에
- 응? - (강태) 다음에 찍자
내일 말고
예약했다니까?
- 취소해 - (문영) 싫어
(문영) 마음먹었을 때 내일 찍자
정식으로 사진을 찍어야 그게 진짜 가족이 되는 거라고
가!
제발 좀...
그냥 가
제발
나 일해야 돼
[문이 달칵 여닫힌다]
[울먹인다]
[거친 숨소리]
(상태) 사진, 사진
멋진 표정, 멋...
하나, 하나, 둘, 셋
어? 어...
[혀를 똑 튕긴다]
하나, 둘, 셋, 멋진 표정
하, 하나, 하나, 하나, 둘, 셋
[혀를 똑 튕긴다]
어, 어...
아, 멋진, 멋진 표정, 하나, 둘, 셋
[혀를 똑 튕긴다]
(문영) 아, 대체 왜 또 빡이 친 거야, 왜?
어느 포인트에서?
아씨...
어제 진짜 좋았는데
밤새 같이 술도 마시고
취해서 내가 뭔 짓 했나?
아!
왜 화가 났어, 왜!
(재수) 지금 독백을 하신 건지 질문을 하신 건지
제가 감이 잘 안 와서 그러는데
[재수의 의아한 숨소리]
혹시 강태가 왜 화났는지 알고 싶어서 지금 이 시각에 피자 열 박스로
절 낚으신 겁니까?
그럼 내가 이 야밤에 피자 열 박스 먹자고 당신 불렀겠어요?
(문영) 왜
왜 화가 났냐고
절친이면 잘 알겠네
[피자 박스를 툭 내려놓는다]
(재수) 그 철벽 옆에
제가 어떻게 붙어 있을 수 있었는지 아세요?
걔 마음을
전혀 몰라서
강태 걔는
자기 마음을 꽁꽁 숨기는 애예요
그런 애 속을 억지로 벌려서 파헤쳐 봤자
좋은 게 나올 리 없거든
그냥 조용히 옆에서
다독여 주는 거지
제가 하는 건
그게 다예요
[잔잔한 음악]
(재수) 걔가 부모한테 어리광을 부려 봤겠어요 떼를 써 봤겠어요?
이리저리 치이고 억누르며 살다가
갑자기 어른이 돼 버렸는데
(재수) 그런 덜 자란 애 마음을
어떻게 이해해?
부모도 자식 속을 모르는데
(문영) 우리 꼭 로미오와 줄리엣 같다
(강태) 그러네, 철천지원수
절대 만나선 안 될 악연
(문영) 인연이지, 운명이고
(강태) 비극적 운명이지
몸이 무슨 죄야?
(지왕) 미쳐 날뛰는 마음의 문제지 [문이 탁 닫힌다]
- (강태) 원장님 - (지왕) 응
저희 엄마를 죽인 나비가
문영이 엄마인 거 같아요
확실해?
확실할까 봐
무서워요
(강태) 차라리 제가 잘못 안 거였으면
아니...
아예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았을걸
[한숨]
너무 잔인하지 않아요?
나 이제 겨우 좀
숨이 쉬어지는데
[차분한 음악]
이제
남들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졌는데
그 빌어먹을 나비 때문에
내가 그동안 얼마나
바닥을 기면서 살아왔는데
근데 그 나비가
어떻게 그 여자 엄마일 수가 있어?
만나면
정말 찢어 죽이고 싶었었는데
이제 그럴 수가 없어요
우리 엄마랑
형한테
미안해서 어떡해요?
[울먹이며] 형한테
대신 싸워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내가
도망치지 말자 그랬는데
이 거지 같은 상황에서
[강태가 흐느낀다]
도망치고 싶어
나처럼 괴롭지 않게
문영이는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겠어요
아무 상처도 안 받고
남의 감정 따위 신경도 안 쓰고
그냥 속이 텅 빈
깡통이었으면 좋겠어요
(문영) 너랑 오빠랑
이 집에 와서
너무 좋아
[잔잔한 음악]
나 이 집
진짜 너무 싫었거든
왜?
여기서 아빠는 미쳐 나가고
엄마는
죽어 나갔으니까
엄마 머리에서
피가 막 났어
(문영) 아빠는 그런 엄마를
지하실에 가뒀는데
근데
거기서 사라졌어
엄마가
사, 사라져?
(문영) 응
진짜 죽은 건지
사라진 건지
아빠만 알겠지
만약
엄마가 다시 돌아오면
넌 어떨 거 같아?
너무 무섭고
(문영) 숨 막히겠지
그래도
엄마는
엄마니까
- 간대? - (상태) 아니
아, 아, 안 일어나, 안 일어나
(상태) 형이, 혀, 형이 불러도 대답도 안 해
그, 이불 뒤집어쓰고 그냥 계속 잠만 자, 잠만
자, 잠꾸러기야, 잠, 잠꾸러기
[한숨]
피곤한가 보다
(문영) 오빠, 우리 그냥 다음에...
이쁜, 이쁜 옷, 이쁜 옷
(상태) 이쁜 옷 입었는데 이쁜 옷 입었는데, 이쁜 옷
이거 6시 50분이면 엄청 일찍이야, 엄청 일찍
왁스도 아침에 바르고 어저께, 어저께
어저께 멋진 연습도 많이 했는데 어저께
어떻게 하지?
어떡하지, 어떻게 하지?
아...
- 가자, 오빠 - (상태) 어?
(문영) 가서 우리 책에 쓸 사진이라도 찍자
[차분한 음악] 어, 사, 사진, 사진, 사진
응
[옅은 웃음]
(상태) 여기인데
[상태가 중얼거린다]
(상태) 안녕하세요!
[직원들이 인사한다] 예
[휴대전화를 탁 닫는다]
괘, 괜찮아? 어? 기, 기분이 안 좋아?
내 기분은 늘 안 좋아, 신경 쓰지 마
우리, 우리 책 작가 소개에 내 사, 내 사진 진짜 오, 올라가?
당연하지, 오빠도 작가인데
어, 작, 작가니까
어제, 어제 엄청 연습, 엄청 연습했어 멋진 표정, 엄청
- 그래? - (상태) 어
- 어디 보자 - (상태) 어
하, 하, 하나, 하나, 둘, 셋
하, 하나, 둘, 하나, 둘, 셋
오빠
어
그거 다 가짜야
[잔잔한 음악]
억지로 애쓰지 마
(문영) 그냥 편한 얼굴로 가만히 있어
그게 진짜 문상태지
진짜
문상태?
(문영) 응
지, 진짜 무, 문상태?
(사진작가) 여자분은 의자에 앉아 보실게요
네, 남자분은 옆에 서 계시고
자, 좋습니다
남자분, 조금만 더 옆으로 붙으실까요?
- (상태) 예 - (사진작가) 아, 네, 좋습니다
(사진작가) 자, 여기 보시고
(사진작가) 조금 밝게 웃어 주세요
밝게, 자
[잔잔한 음악] 자, 앞의 카메라 보시고, 찍겠습니다
- (사진작가) 자, 하나, 둘 - (상태) 어?
잠깐, 잠깐, 잠깐, 잠깐만, 잠...
내, 내, 내 동생, 내, 내 동생
(상태) 어...
내, 내 동, 내 동생 내 친동생, 친동생, 예
[상태의 신난 신음]
[헛기침]
아직
안 늦었지?
[부드러운 음악]
(사진작가) 네, 가족사진이니까 즐겁게 자, 가겠습니다
자, 찍겠습니다
웃으시고
네, 갈게요
자,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강태) 고문영
내가
다른 데 가서 살자 그러면 갈래?
(문영) 만약에
내가 너희 엄마 딸로 태어나고
네가 우리 아빠 딸로 태어났으면
(주리) 우리 엄마한테 맞아 죽었을걸? 싸가지 없어서
(지왕) 아무도 믿지 마
(강태) 누구든
건들면 절대 가만 안 둬
(문영) 그 가족에
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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