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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입사관 구해령  10

 

 [잔잔한 음악]

 

 (은임)  구 권지!  [해령의 놀란 숨소리]

 

 (아란)  구 권지!

 

 (해령)  이제 그치려나 봅니다

 

 그만 가 보거라

 

 비도 그쳤는데

 

 (해령)  아니요

 

 제가 데려다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비를 다 맞으셨는데  어떻게 마마 혼자 보냅니까?

 

 난 괜찮다

 

 (해령)  맞다

 

 글쎄이 산에서 호랑이가 나온답니다

 

 - 호랑이?  - (해령

 

 그러니까 같이 가요

 

 [해령의 옅은 웃음]

 

 [이림의 긴장한 숨소리]

 

 (해령)  어흥!  [이림의 놀란 신음]

 

 [해령의 웃음]

 

 (해령)  그리 놀라실 줄은 몰랐는데

 

 호랑이가 그렇게 무서우십니까?

 

 무섭다니누가?

 

 (이림)  난 이 나라의 대군이다  고작 호랑이 한 마리에...

 

 (해령)  저기!  [이림의 놀란 신음]

 

 [해령의 웃음]

 

 데려다준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됐다차라리 혼자 가다가  잡아먹히고 말지

 

 (해령)  손잡아 드릴까요?

 

 (해령)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고요

 

 제가 어려서 산길을 넘을 때면  오라버니가 항상 손을 잡아 주셨거든요

 

 그럼 하나도 무섭지가 않았습니다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게 느껴지니까

 

 [애틋한 음악]

 

 [멋쩍은 헛기침]

 

 나도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다

 

 호랑이 때문이야

 

 [해령의 옅은 신음]

 

 (은임)  [헐떡이며]  대체 어딜 가신 거야?

 

 (아란)  무슨 일 생긴 건 아니겠죠?

 

 [이림의 놀란 신음]

 

 (은임)  구 권지!

 

 걱정했잖습니까

 

 왜 이렇게 멀리까지 나와 계세요?

 

 (해령)  그게...

 

 제가 오는 길에  뭘 좀 떨어트린 거 같아서요

 

 이게 어디 있지진짜?

 

 (아란)  뭔데요제가 찾아 드릴까요?

 

 (해령)  [놀라며]  아니요아니요아니요

 

 아니요괜찮습니다

 

 먼저 가 계세요  제가 금방 찾고 올라갈게요

 

 (아란)  [웃으며]  너무 늦지 마세요

 

 비 오는 동안  오 권지가 벌써 한 병 다 비웠습니다

 

 [해령의 감탄하는 신음]

 

 (은임)  허 권지...  [아란의 웃음]

 

 (해령)  그럼 빨리 가 계세요

 

 - (아란예  - (해령

 

 - (해령잠깐아이고...  - (아란

 

 (해령)  저 금방 갈 거니까 걱정 마시고요  [은임의 옅은 웃음]

 

 [해령의 힘겨운 신음]

 

 (해령)  마마...  [이림의 못마땅한 한숨]

 

 [이림의 힘겨운 신음]

 

 (은임)  맞다구 권지

 

 (해령)  예  [이림의 당황한 신음]

 

 (은임)  나무는 안 구해 오셔도 됩니다  [이림이 씩씩거린다]

 

 (해령)  알겠습니다

 

 (아란)  그럼 얼른 오세요

 

 - (은임가자  - (아란가자가자

 

 [해령의 힘겨운 숨소리]

 

 (해령)  마마

 

 (이림)  [한숨 쉬며]  너 진짜...

 

 (해령)  죄송합니다급한 마음에...

 

 [이림의 힘주는 신음]

 

 [이림의 힘겨운 신음]

 

 [이림의 힘겨운 한숨]  [해령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이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사람을...

 

 [밝은 음악]

 

 예쁘다

 

 아니저 꽃 말이다

 

 꽃이 아주 예쁘게 피었어

 

 압니다

 

 저도 집에 거울이 있어서요

 

 넌 진짜...

 

 [이림의 못마땅한 한숨]

 

 [웃으며]  대군마마

 

 농입니다

 

 (해령)  민 봉교님

 

 일찍 나오셨네요?

 

 그럼 저는 가서  서고 청소하겠습니다

 

 (우원)  잠깐만

 

 (우원)  위무 행록 다시 써 오거라

 

 (해령)  ?

 

 또요?

 

 (해령)  벌써 두 번이나 이걸 고쳐 썼습니다

 

 사초와 다른 점이 있는지  열 번도 넘게 검토했고요

 

 한데 왜 또다시  써 오라고 하시는 겁니까?

 

 이젠 뭘 고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마음이 읽힌다

 

 행간마다

 

 도원 대군에 대한 너의 생각이 읽혀

 

 이번엔 처음부터 다시 써 오거라

 

 

 

 [해령의 한숨]

 

 (해령)  [우원을 흉내 내며]  '행간마다 너의 마음이 읽힌다'

 

 [헛웃음 치며]  자기가 궁예야뭐야?

 

 아니여기서  무슨 마음이 읽힌다는 거야?

 

 아유이 돌덩이 같은 인간

 

 [해령의 못마땅한 신음]

 

 [해령의 한숨]

 

 [대문이 끼익 열린다]

 

 (관원들)  안녕하십니까!

 

 [관원1의 의아한 신음]  [관원들의 못마땅한 신음]

 

 (경묵)  뭐야네가 왜 거기서 나와?

 

 (사희)  저희 집이니까요

 

 (경묵)  정랑 어른은 아직이야?

 

 곧 나오실 겁니다

 

 (경묵)  잠깐만송 서리

 

 아니송 권지송 권지

 

 아니요즘이 또 인사철이잖아

 

 (경묵)  혹시 정랑 어른께서  예문관 선진들은 어떠냐 물어보시면

 

 그중에서도 대교 현경묵이  가장 영민하고 성실하더라

 

 딱 한마디만

 

 - 죄송합니다  - (경묵?

 

 제가 거짓말을 싫어해서요

 

 (경묵)  저걸 진짜 확...

 

 그래  넌 탯줄 잘 잡고 태어나서 좋겠다

 

 [대문이 끼익 열린다]

 

 (관원들)  안녕하십니까!  [이조 정랑의 웃음]

 

 (이조 정랑)  뭐 하러들 이렇게 인사를 왔어?

 

 여섯...

 

 많이들 왔구먼하하

 

 !

 

 [관원들의 조아리는 신음]  [이조 정랑이 껄껄 웃는다]

 

 (경묵)  정랑 어른예문관 대교 현경묵입니다  [이조 정랑이 호응한다]

 

 [익살스러운 음악]  (관원2)  평시서 봉사 박근수 인사드립니다

 

 [관원들이 저마다 말한다]  (관원3)  어르신장흥고 봉사 한익태입니다

 

 [기방이 시끌벅적하다]  (치국)  김치국입니다

 

 아이고안녕하십니까

 

 이 시대의 준비된 인재  예문관의 꽃

 

 검열 김치국입니다잘 부탁드립니다

 

 (홍익)  아이고아이

 

 제가 또 나리랑  같은 서원 출신 아닙니까?

 

 "예문관 검열 안홍익"

 

 이럴 때 한번 밀어주셔야죠

 

 잊지 마세요안홍익

 

 (주서)  오늘 한번 대접해 보시게나

 

 - (시행천년만년 빨아먹네아주  - (홍익아이고나리

 

 [치국과 홍익이 연신 홍보한다]

 

 (주서)  양 봉너희 막둥이들  지금 저기서 뭐 하는 거냐?

 

 (홍익)  아이고나리안홍익입니다

 

 저것들은 사관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치국)  용산의 자랑최연소 사관  검열 김치국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홍익아이고나리안홍익입니다  - (치국김치국입니다

 

 (시행)  안홍익이김치국이

 

 [치국의 놀란 신음]

 

 [치국과 홍익의 아파하는 신음]

 

 (시행)  부인이 아파?

 

 아버지 제사?

 

 이 쪼끄마한 것들이  예문관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승차해서  내뺄 생각을 해?

 

 양 봉교님오해하지 마십시오

 

 여기가 아버님께서 생전에  가장 좋아하셨던 기방이었습니다

 

 (시행)  그렇구나  아버님의 혼이 담긴 곳이구나

 

 아버님안녕하세요  [치국과 홍익의 아파하는 신음]

 

 아버님  제가 홍익이 사람 만들겠습니다

 

 - (홍익따라와이 자식들아  - (치국살려 주십시오

 

 - (홍익양 봉교님귀에 불이...  - (치국양 봉교님너무 아픕니다

 

 - (홍익아이고아이고아이고  - (치국너무너무 아픕니다

 

 (시행)  따라와?  [홍익과 치국의 괴로운 신음]

 

 (경묵)  나왔어승차 명단?

 

 (은임)  방금 이조에서 받아 왔...

 

 (경묵)  이리 줘 봐!

 

 (경묵)  할아버지고조할아버지증조할아버지

 

 저 이번에 진짜 돈 많이 썼습니다

 

 제발제발...

 

 제발!

 

 [경묵의 다급한 신음]

 

 [경묵의 의아한 신음]

 

 (경묵)  뭐야내 이름 어디 있어?

 

 내 이름!

 

 (홍익)  에이괜히 술값만 오지게 쓰고...

 

 [홍익의 못마땅한 한숨]

 

 (치국)  저는 여기서 죽을 팔자인가 봅니다

 

 [시행의 기가 찬 웃음]

 

 (시행)  그러게 때 되면?  어련히 승차도 하고 녹봉도 오르는 걸

 

 왜 그 헛짓거리들을 하냐?

 

 내가 검열일 때는 그런 요행은  하꿈도 못 꿨어요

 

 그저 묵묵히 열심히 하다 보니까

 

 어느새 봉교가 돼 있네?  [시행의 웃음]

 

 (길승)  양 봉교님도 검열일 때

 

 문형 대감 집에서  장작 패고 그랬지 않습니까?

 

 승차시켜 달라고

 

 [해령과 아란이 피식 웃는다]

 

 (시행)  그거는...

 

 내가 운동 삼아서

 

 [시행의 힘주는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시행)  에이

 

 너희는 고신이나 써 와

 

 (아란과 해령)  예  [아란의 옅은 웃음]

 

 (은임)  이번에도 우르르 인사이동이네요

 

 직책이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이리저리 들락날락  왔다 갔다 난리랍니까?

 

 괜히 모여서 술만 진탕 마셔 대고...

 

 [피식 웃으며]  그러니까요

 

 품계에 집착하고 그러는 것도  다 허영심인데

 

 [아란이 혀를 쯧쯧 찬다]  [은임의 못마땅한 신음]

 

 (아란)  그걸 왜...

 

 [놀라며]  맞다용모비록

 

 우리 그거 다시 외워야 되는 거죠?  직책 바뀐 대로

 

 [은임과 아란의 절망하는 신음]

 

 (은임)  나 아직...  [아란의 힘겨운 신음]

 

 [해령의 힘겨운 한숨]

 

 (해령)  ...

 

 홍문관 부수찬 임한백은

 

 예조 좌랑으로

 

 또 승문원 교검 정계주는

 

 경상도 남해 현령으로

 

 [중얼거리며]  남해...

 

 [비밀스러운 음악]

 

 [해령이 관문을 사락 넘긴다]

 

 (해령)  황 검열님

 

 그 용모비록의 신상 말입니다

 

 관문이랑 좀 다르게 적힌  부분이 있는데

 

 이거 뭐가 더 정확한 겁니까?

 

 (장군)  무조건 용모비록이지

 

 우리가 정안까지 빌려다가  꼼꼼히 확인하는데

 

 그래요?

 

 (길승)  예전에 직책을 잘못 적어 뒀다가  일이 커진 적이 있었다

 

 그건 선진들이 검수한 거니까

 

 용모비록을 기준으로 고신을 쓰면 된다

 

 (해령)  

 

 [해령의 옅은 한숨]

 

 (은임)  어딜 가십니까구 권지?

 

 - (서리1) 정 교검 나리?  - (해령

 

 혹시 어디 출신인지 아십니까?

 

 알지그럼!

 

 그 양반 부친이  그남해에서 알아주는 거부라고

 

 (서리1)  얼마나 침이 튀기게 자랑을 해 대는데?  [서리1의 옅은 웃음]

 

 남해?

 

 (서리2)  쓰읍김 봉사가 어디 출신이더라?

 

 저기 호남 어디라 그랬는데

 

 혹시 전라도 보성입니까?

 

 맞네맞아  보성 출신이라 그랬어!  [서리2의 옅은 웃음]

 

 (서리2)  해서 술만 자시면  사투리가 튀어나온다고

 

 본적이 다르게 적혀 있다고?

 

 (해령)  

 

 승차 명단에 있는  마흔두 명의 관원들 중에

 

 열다섯 명이나  본적이 다르게 적혀서 올라왔습니다

 

 (시행)  ?

 

 (해령)  이것 좀 보십시오

 

 이 관문에는 승문원 교검 정계주의  본적이 시흥이라고 적혀 있는데

 

 용모비록에는 남해라고 적혀 있습니다

 

 - (시행뭐야이거?  - (우원혹 정 교검이

 

 (우원)  남해 현령으로 임명받았느냐?

 

 (해령)  어찌 아셨습니까?

 

 [한숨]

 

 상피제 때문입니다

 

 (시행)  뭐야그러면 이조에서  신상을 위조해서 넘겼다는 거야?

 

 상피제 피하려고?

 

 (홍익)  에이설마 이조에서  작정하고 그랬겠습니까?

 

 서리들이 술 덜 깨서 실수한 거겠죠

 

 (길승)  현 대교  지난번에 승차 명단 받았을 때

 

 그거 용모비록이랑 비교해 봤어?

 

 (경묵)  아니요

 

 남의 임명장 써 주는 거 배 아파서

 

 그냥 받은 대로 써서 넘겼는데...

 

 (시행)  검열들지난번 승차 명단  지지난번 승차 명단

 

 이조에서 임명하라고 날아온 것들  싹 다 가져와

 

 (검열들)  

 

 [비밀스러운 음악]

 

 (시행)  이것들이...

 

 (치국)  찾았습니다

 

 지난번 승차 때

 

 충청도 제천 현감으로  내려갔던 서상형

 

 (서권)  여기도 두 명이나 있습니다

 

 평시서 직장 이창두  종부시 주부 박기택

 

 (홍익)  이거이거 한두 명이 아니네

 

 완전 작정을 하고 사기를 쳤어

 

 (아란)  저는 이해가 안 갑니다

 

 왜 고향을 속이면서까지  상피를 안 하려고 하는 겁니까?

 

 (장군)  왜긴 왜겠어?

 

 비단옷 입고 고향 내려가서

 

 '나 이렇게 출세했소'  떵떵거리고 싶어서 그러지

 

 아는 사람들끼리 쿵짝 맞춰서  뒷돈도 좀 챙겨 먹고

 

 [책상을 쾅 치며]  이조 서리 놈들

 

 우리 예문관을 뭐로 보고  이딴 짓을 하는 거야?

 

 (시행)  그게 어디 서리들 작품이겠냐?

 

 상피 안 했다가 걸리면 최소 파직인데  그 인간들이 무슨 똥배짱으로?

 

 (길승)  그럼 누가 이런 짓을 한단 말입니까?

 

 사관들을 상대로  위조문서를 넘기다니요?

 

 (경묵)  누가 있겠습니까?

 

 이조에서 인사 가지고  장난할 사람은 딱 한 분이지

 

 [비밀스러운 음악]

 

 [한림들의 불편한 숨소리]

 

 [치국의 옅은 한숨]

 

 - 너 뭐 어쩌게?  - (서권민 봉교님

 

 (시행)  저게 또 가서 들이받으려고  야민 봉교

 

 민우원!

 

 [홍익의 탄식]

 

 "진선문"

 

 [이조 정랑의 만족스러운 웃음]

 

 내려가면 꼭 인사 올리겠습니다

 

 그래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좋고

 

 [이조 정랑의 웃음]

 

 (이조 정랑)  그래그래  자...

 

 어이구민 봉교여기는 어쩐 일로?

 

 [우원의 옅은 한숨]

 

 일단 안으로 들어가지

 

 차나 한잔하면서

 

 - (이조 정랑자  - (우원

 

 (이조 정랑)  민 봉교

 

 자네는 어쩜 이렇게 볼 때마다  신수가 훤해지나 그래?

 

 내 젊을 때 모습과  똑같이 생긴 것도 같고?

 

 [이조 정랑의 웃음]

 

 [술 주전자를 달칵 내려놓는다]

 

 (우원)  [한숨 쉬며]  시정하십시오

 

 (이조 정랑)  ?

 

 (우원)  여기 승차 명단에  본적이 다르게 적힌 관원들이 있습니다

 

 이대로는  고신을 써 드릴 수가 없습니다

 

 본적이 다르게 적히다니?

 

 그게 무슨 말인지...

 

 정녕 정랑께서는 모르시는 일입니까?

 

 아이...  [당황한 웃음]

 

 (이조 정랑)  에이모르긴 몰라도 우리 이조가  그렇게 일을 허투루 하는 곳이 아닐세

 

 예문관에서 뭘 잘못 알았겠지

 

 그럼

 

 사헌부로 가져가서 알아보죠

 

 (이조 정랑)  잠깐잠깐

 

 이런 거... 사헌부까지 가나

 

 그래내 상피제 때문에

 

 본적을 살짝 바꿔 올리긴 했네

 

 인사 일을 하다 보면 사소한 건  무시하고 넘어갈 때도 있고 그런 거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국법을 어기는 건  사소한 일이 아닙니다!

 

 (이조 정랑)  어허사람 참 딱딱하기는...

 

 민 봉교

 

 자네는 예문관 안에서  하루 종일 글만 쓰니까 잘 모를 텐데

 

 나처럼 문관 인사를  통솔하는 입장에서는

 

 상피제만큼  답답하고 융통성 없는 제도도 없어요

 

 아니평양 출신이 평양 부윤 되고

 

 경주 출신이 경주 부윤 되는 게

 

 뭐가 이상해?

 

 (이조 정랑)  그 지방 사정도 잘 알고 연고도 있으니  일도 편하게 하지 않겠나?

 

 (우원)  

 

 그리 파견된 수령들이  친족과 지인들의 부정을 눈감아 주고

 

 불공정하게 송사를 처리한 사례를

 

 지금 모르고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그거야 어쩌다 보니  요 일부가일부가...

 

 정랑께서 앞장서지 않으셔도

 

 이미 문벌과 당색으로 결탁한  관리들 때문에

 

 폐단이 아주 극심합니다

 

 [못마땅한 한숨]

 

 더 이상 조정을 어지럽히는 일은

 

 삼가 주십시오

 

 [이조 정랑의 한숨]

 

 고신은 잠시 유보하겠습니다

 

 (이조 정랑)  민 봉교

 

 [우원의 한숨]  내 이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내 좌상 대감과 절친한 벗이네

 

 아비의 친우에게  이리 매정하게 굴어서야 되겠나?

 

 내 체면도 있는데...

 

 [기가 찬 웃음]

 

 그 대단하신 체면 때문에

 

 한 번 기회를 드리는 겁니다

 

 [무거운 음악]

 

 저놈이저게!

 

 [씩씩거린다]

 

 이런...

 

 (관원4)  빨리 갑시다나리!

 

 (관원5)  정랑 나리!  [관원들이 저마다 소리친다]

 

 어서 나오십시오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밖에 사람이 이렇게...  [관원들이 저마다 소리친다]

 

 [관원들이 시끌벅적하다]

 

 [관원들이 저마다 소리친다]

 

 (관원5)  밖에 사람들이  이렇게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

 

 (관원4)  어찌 저희한테 이러실 수 있는 겁니까?  [관원들이 저마다 소리친다]

 

 (사희)  반가 앞에서 이 무슨 소란입니까?

 

 (관원4)  아씨

 

 억울한 일이 있다면  이리 추태를 부릴 것이 아니라

 

 한성부를 찾아가 송사를 거십시오

 

 주상 전하께 상소라도 올리시든가요

 

 (관원4)  아씨그게 아니라...

 

 제가 대신 올려 드릴까요?

 

 [관원4의 헛기침]

 

 (이조 정랑)  그래사희 너너 잘 왔다

 

 내 오늘 민우원 그놈 때문에...

 

 (사희)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  [이조 정랑의 당황한 신음]

 

 아버님께 사대부의 도리 같은 건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적어도 남들에게  손가락질받을 만한 일은 하지 마셔야죠

 

 지금 어디서  불난 집에 기름을 퍼붓고 그래?

 

 민우원이 그러디?

 

 네 아비 부끄러운 줄 알라고  그 자식이 그래?

 

 그걸 꼭 누가 말해 줘야 알겠습니까?

 

 - 뭐야?  - (사희사람들이

 

 아버님을 지당 영감이라고 부릅니다

 

 일생의 모욕은 그거로 충분하십니다

 

 그러니 더 이상  가문에 먹칠은 그만해 주십시오

 

 너 아비한테 정말 너!

 

 (이조 정랑)  그래그 대단하신 민 봉교는  떳떳할 거 같아?

 

 그 자식은 뭐  털면 먼지 한 톨 없을 거 같아?

 

 [이조 정랑의 못마땅한 신음]

 

 (이조 정랑)  저런 저...

 

 어휴어휴!

 

 [문이 달칵 여닫힌다]  [이조 정랑이 씩씩거린다]

 

 여봐라!  승문원 정 교검을 불러오거라당장!

 

 [연신 씩씩거린다]

 

 [밤새 울음]

 

 (해령)  손잡아 드릴까요?

 

 (삼보)  마마!

 

 [삼보의 힘겨운 신음]

 

 밤중에 나와서 뭐 하십니까?

 

 한참 찾았습니다

 

 (이림)  그냥 밤바람도 좋고  별도 예쁘고 그래서

 

 구 권지가 좋아 죽겠는 건 아니고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넌 내가 하루 종일  구해령 생각만 하는 사람으로 보이냐?

 

 

 

 [개구리 울음 효과음]

 

 너 가끔 짜증 나  [익살스러운 효과음]

 

 날 너무 잘 알아  [삼보의 웃음]

 

 (삼보)  오늘은 또 뭐 때문에 고민이신데요?

 

 [이림의 헛기침]

 

 그 내 고민은 아니고

 

 내가 친구한테 들은 얘기인데

 

 마마한테 무슨 친구가 있다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래서요?

 

 어떤 여인이 그 친구한테  먼저 손을 잡자 그랬대

 

 그럼 이거 무조건이지?

 

 그 여인도 나한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림)  아니그 친구한테 마음이 있는 거

 

 (삼보)  [살짝 웃으며]  쓰읍가만 보자

 

 구 권지 성격에  다짜고짜 그랬을 리는 없고

 

 무슨 상황이냐에 따라 달라지지요

 

 그 산길에 호랑이가 나온다 그래서

 

 그렇다면 이유는 딱 한 가지입니다

 

 그렇지하나밖에 없지?

 

 살려고 잡은 거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림)  ?

 

 (삼보)  그렇잖습니까?

 

 호랑이가 나타나면 옆 사람이라도  얼른 던져야 내가 도망을 가지요

 

 임시변통으로다가

 

 그럼 내가 임시변통...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림)  [한숨 쉬며]  됐다

 

 내관한테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익살스러운 효과음]  [삼보의 황당한 신음]

 

 (삼보)  내관이 또 뭐요?

 

 이거 이 땅의 수백 내관들을  비하하는 말씀이십니다

 

 마마

 

 (도승지)  다음은 승문원 교검 정계주의  상소이옵니다

 

 [도승지의 당황한 숨소리]

 

 송구하옵니다저하

 

 상소를 잘못 가져온 듯하옵니다

 

 (이진)  무슨 내용이길래  그리 사색이 되십니까?

 

 내 궁금해서라도 들어 봐야겠습니다

 

 읽으세요

 

 (도승지)  하오나저하...

 

 [이진의 옅은 한숨]

 

 (도승지)  

 

 [도승지의 헛기침]

 

 '신 승문원 교검 정계주'

 

 '예문관 봉교 민우원의  탄핵을 청하옵니다'

 

 [위태로운 음악]

 

 [도승지의 불편한 숨소리]

 

 (도승지)  '예로부터 한림을 선발할 시에는  신중을 기한바'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친가외가처가의 허물까지도  두루 살폈습니다'

 

 '하나 민우원은 처부가  역모에 가담하여 멸문의 벌을 당하고'

 

 [머뭇거리며]  '그의 처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결하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하여 민우원의 신망에도  큰 흠절이 생겼으나'

 

 '그는 이름난 문벌의  자제임을 앞세워...'

 

 (우의정)  어허그만 좀 읽으시게

 

 어디서 그런 길바닥 잡문 같은 걸  상소라고 가져온 게야?

 

 (대사헌)  저하이건 민 봉교 선발 당시에도  충분히 논의하고 결론 낸 일입니다

 

 이제 와서 다시  문제 삼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부제학)  지나간 일이라도 잘못이 있다면은  시시비비를 가려봐야죠

 

 더군다나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의 일 아닙니까?

 

 자신의 허물조차 숨기는 자가  어찌 공정하게 사필을 잡고

 

 만세의 역사를  논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대신들의 헛기침]

 

 [깊은 한숨]

 

 민 봉교는 물러가세요

 

 괜찮습니다

 

 물러가거라

 

 [우원이 사책을 달그락 정리한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이진의 한숨]

 

 주서를 불러 주세요

 

 회의는 그때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주서)  양 봉교!

 

 양 봉!

 

 (시행)  ♪ 문형 대감 뵙고 올게 ♪

 

 (주서)  양 봉!

 

 양 봉양 봉양 봉

 

 - (주서야  - (시행뭔데 그렇게 호들갑이야?

 

 (주서)  너 그 소식 들었냐?

 

 민우원

 

 지금 대전에  민우원 탄핵 상소 올라왔어이 자식아

 

 (시행)  뭔 소리야 이게?

 

 (장군)  탄핵이라니요무슨 근거로요?

 

 (주서)  왜 있잖냐...

 

 민 봉교 처가 문제  [주서의 떨리는 숨소리]

 

 장인어른은 참수당하고

 

 부인은 자결한 거

 

 (아란)  자결?

 

 (주서)  그거 때문에 민 봉교는  회의에서 쫓겨나고

 

 (아란)  아파서 병으로 죽은 거 아니었습니까?

 

 (주서)  김 주서가 부랴부랴 입시했잖아

 

 탄핵이냐 아니냐  피 터지게 싸우고 있다는데

 

 이야민우원잘나가던 인생  이렇게 삐끗하는구나

 

 아니승정원은  왜 그딴 상소를 대전에 올려?

 

 (시행)  공론할 게 따로 있지남 아픈 데를!

 

 (주서)  우리가 올린 거 아니거든?

 

 어쩌다 거기 섞여 들어간 거지

 

 그리고 애초에 자격 미달인데

 

 아버지 뒷배로 사관 된 거는 맞잖아?

 

 (시행)  

 

 (주서)  옛날에 걔 검열로 들어올 때

 

 자기가 제일 앞장서서  욕하고 괴롭혀 놓고

 

 - (주서...  - (시행그거는...

 

 (경묵)  제갈 주서님 말씀이 맞죠

 

 사관 선발할 땐  성균관 시절 평판까지 따져 보는데

 

 처가에 그런 일이 있었으면  당연히 탈락시켜야지

 

 저는 언제 한번  크게 터질 줄 알았습니다

 

 너 입 안 다무냐?

 

 그래서 걔 지금 어디 있어?

 

 나야 모르지

 

 어디 쪽팔려서  예문관 들어올 수 있겠냐?

 

 (주서)  벌써 궐 안에 소문이 그냥 쫙...

 

 (치국)  민 봉교님!

 

 (시행)  손 대교

 

 - (시행오늘 마무리 좀 해 줘  - (길승

 

 [시행의 한숨]

 

 (시행)  나와인마

 

 (주서)  일들 해

 

 [대신들의 한숨]  (우의정)  이런 터무니없는 놈을 봤나?

 

 아니음해할 사람이 없어서  민 봉교 발목을 잡습니까?

 

 봉교 민우원이 누굽니까?

 

 청렴하고 강직해서

 

 '조선의 동호소리를 듣는  사관이 아닙니까?

 

 (대사헌)  상소를 올린 자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분명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을 겁니다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아무것도

 

 [옅은 한숨]

 

 (시행)  너는 밖에서 뭔 짓을 하고 다니길래  그딴 상소가 올라오게 만드냐?

 

 또 누구 성질 건드렸는데?

 

 [우원의 한숨]

 

 아이그냥 마마셔마셔?

 

 시끄러운 거는 잠깐일 거야

 

 [시행이 숨을 카 내뱉는다]

 

 [시행이 코를 훌쩍인다]

 

 (시행)  아이술맛 떨어지게

 

 주모빈방 없어?

 

 괜찮습니다

 

 - (우원먼저 일어나겠습니다  - (시행아이고가려고?

 

 (관원6)  깨끗한 척은 자기 혼자 다 하더니

 

 결국 아비 덕 보는  경화자제들 중의 하나였네

 

 (관원7)  아비가 왕 노릇을 하니  아들도 세자 노릇을 하는 게지

 

 괜히 '민 세자'라 불리겠는가?  [관원7의 비웃음]

 

 어찌나 성정이 제멋대로였으면

 

 마누라가 못 견디고 자결을 했겠냐고

 

 [비웃으며]  나 같아도 못 살지못 살아

 

 [위태로운 음악]

 

 (시행)  민 봉교...

 

 [시행의 분노에 찬 숨소리]

 

 (관원7)  아니이게 지금 무슨 짓을...

 

 당신들

 

 밤길 조심해라

 

 민 봉교

 

 "예문관"

 

 (아란)  벌써 소문 다 났습니다

 

 애초에 천거받을 자격도 없는 놈을

 

 좌상 대감이 사관으로 만들어 줬다고요

 

 [아란의 못마땅한 신음]

 

 저 원래 뒷담소문폭로

 

 이런 거에 환장하거든요?

 

 근데 오늘은  [아란의 한숨]

 

 기분이 너무 찜찜합니다  [은임의 한숨]

 

 (은임)  민 봉교님도 참...

 

 매사에 원칙원칙  그렇게 좋아하시는 분이

 

 왜 본인 원칙까지 어기면서  사관이 되셨답니까?

 

 그냥 다른 데서 편하게 일하셨으면

 

 대전에서 조리돌림 받을 일도  없었을 거 아니에요

 

 내가 다 속상하네진짜

 

 [은임의 한숨]

 

 (은임)  민 봉교님

 

 (아란)  [버벅대며]  저희는

 

 이제 막 퇴궐하려는데

 

 입시를 준비하거라

 

 동궁전으로 갈 것이다

 

 [애잔한 음악]

 

 (우원)  세자 저하

 

 앉거라

 

 [이진의 한숨]

 

 아까 대전에서는 미안했다

 

 그 일을

 

 네 손으로 적게 둘 수는 없었다

 

 알고 있습니다

 

 저 스스로도

 

 공정하게 사초를 쓰지 못했을 겁니다

 

 [이진의 옅은 한숨]

 

 염려치 말거라

 

 그 상소에는 비답하지 않을 생각이다

 

 "사직서"

 

 [옅은 한숨]

 

 (이진)  기어코

 

 사관을 그만두겠다는 것이냐?

 

 - (우원받아 주십시오  - (이진아니 된다

 

 - 받아 주십시오  - (이진민우원!

 

 (이진)  그날 네가 날 찾아와서  뭐라 했는지 잊었느냐?

 

 널 사관으로 만들어 달라 하였다

 

 아비가 휘두른 권력에 쓰러져 간  모든 이들의 이름을 남겨 줄 거라고

 

 그렇게 네 두 손으로  아비의 죄를 씻을 거라고

 

 그게

 

 단영이에게 줄 수 있는  지아비의 마지막 도리라고

 

 그리 말했어

 

 한데 그 마음가짐은  다 어디로 간 것이냐?

 

 (이진)  사람들이 무어라 떠들든

 

 넌 부끄러울 만한 짓은 하지 않았다

 

 장원 급제를 하고도  정6품 벼슬을 마다했고

 

 사관이 되고 싶다 하여

 

 가장 낮은 자리부터  시작하지 않았느냐?

 

 사필을 잡고서는 무엇에도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는 결백한 사관이었어

 

 (이진)  그거면 됐다

 

 흔들리지 마라

 

 (우원)  견딜 수가 없습니다

 

 [애잔한 음악]

 

 사람들 입에

 

 단영이가 오르내리는 게

 

 손가락질받으며  외롭게 떠난 여인입니다

 

 죽어서만큼은

 

 평안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부디 소신의 뜻을 받아 주십시오저하

 

 [문이 달칵 열린다]

 

 (해령)  민 봉교님

 

 [문이 달칵 닫힌다]

 

 민 봉교님...

 

 이러지 마십시오

 

 비키거라

 

 민 봉교님

 

 (해령)  민 봉교님이 어떤 마음인지 압니다

 

 그분의 이름이라도 지켜 주고 싶어서

 

 사관이 되신 거 아닙니까?

 

 그분이 오명을 쓴 채로  세상에서 영영 사라질까 봐

 

 그게 두려워서

 

 그래서 사관이 되신 거 아니냐고요

 

 그만두지 마십시오

 

 이렇게 가 버리시면...

 

 [풀벌레 울음]

 

 [익평의 한숨]

 

 사직 상소를 올렸다더구나

 

 (익평)  그래차라리 잘되었다  [우원의 한숨]

 

 주저하지 말고 그만두어라

 

 한 두어 해 한양 땅 떠나 있으면  조용해질 것이고

 

 관직은 그때 다시 얻으면 돼

 

 (익평)  술은 방도가 아니다

 

 (우원)  대체 왜 그러셨습니까?

 

 단영이에게

 

 왜 그렇게까지 하셨습니까?

 

 정치란 그런 것이다

 

 필요하다면  내 살도 도려내야 하는 법이야

 

 아니요

 

 아버님은 단 한 번도

 

 자신의 것을 내어 준 적이 없으십니다

 

 늘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으셨죠

 

 [울음 섞인 웃음]

 

 그게 자식일지라도...

 

 대체 언제까지  그 일에 얽매여 살 것이냐?

 

 (익평)  사내에게 미련이란  옥사와도 같은 것이다

 

 그만 잊고 떨쳐 내거라

 

 !

 

 [애잔한 음악]

 

 [흐느끼며]  

 

 그때도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제 이 두 손으로

 

 단영이를 묻고 돌아왔을 때도

 

 딱 한마디

 

 '잊어라'

 

 그래서요?

 

 그래서 아버지는 다 잊으셨습니까?

 

 아버지가 망가트린 모든 이들을

 

 그리 다 간단하게  잊고 사시는 겁니까?

 

 [우원이 흐느낀다]  (익평)  취했구나

 

 이만 방으로 들어가거라

 

 저는 아버지와 다릅니다!

 

 [떨리는 숨소리]

 

 그래서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단영이도

 

 아버지가 저지른 일들도

 

 [잔잔한 음악]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우원)  단영아

 

 (단영)  서방님

 

 아유또 집에 오신 겁니까?

 

 성균관 유생이라는 분이  어쩜 이리 바깥출입을 즐기시는지요

 

 아니이거는 내 잘못이 아니야?

 

 내가 이렇게 경서를 펼쳐도

 

 또 이렇게또 사서를 펼쳐도

 

 그 자꾸 내 눈에는

 

 부인 얼굴만 아른거리는 걸

 

 그걸 나더러 그걸 어떡하라고?  그거를...

 

 [단영의 옅은 웃음]

 

 (우원)  방금 웃었소?

 

 [단영의 멋쩍은 헛기침]  아이그러지 말고

 

 딱 반 시진만 같이 있읍시다

 

 ?

 

 [조르는 투로]  같이 있읍시다

 

 보고 싶어서 왔단 말이야

 

 [단영이 바닥을 톡톡 친다]

 

 좋습니다

 

 (단영)  저도 좋습니다

 

 같이 있으니까

 

 너무 편하고

 

 너무 좋습니다

 

 [풀벌레 울음]

 

 단영아...

 

 [빗소리가 들린다]

 

 (단영)  아버님

 

 어찌 제 아비를  역적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평생을 글만 알고 사신 분입니다

 

 절대로 역심을 품으실 분이 아닙니다

 

 절대로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

 

 제가 이렇게 빌겠습니다

 

 이번 한 번만

 

 이번 한 번만 저를 봐서라도

 

 아니...

 

 저희 가족들을 한 번만 살려 주십시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한 번만 살려 주십시오한 번만

 

 [애잔한 음악]  [단영이 서럽게 흐느낀다]

 

 [단영이 계속 흐느낀다]

 

 (단영)  한 번만 살려 주십시오

 

 [단영이 오열한다]

 

 [단영이 울부짖는다]

 

 [단영이 연신 흐느낀다]

 

 (우원)  부인

 

 내 죽을 좀 가져왔소

 

 며칠째 물 한 모금도 마시질 않았잖소

 

 이러다 정말 큰일이라도 나면...

 

 (우원)  단영아!

 

 [흐느끼며]  단영아

 

 단영아너 왜 이러고 있어단영아

 

 단영아...

 

 밖에 누구 아무도 없느냐?

 

 "민우원문단영"

 

 (우원)  

 

 

 

 [울먹이며]  ...

 

 [숨죽여 흐느낀다]

 

 [우원이 계속 흐느낀다]

 

 [사희의 옅은 한숨]

 

 [홍익의 한숨]

 

 [치국의 한숨]

 

 [경묵이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경묵)  좋은 아침

 

 (홍익)  안녕하십니까  [저마다 인사한다]

 

 (경묵)  너희들이 고생이 많다  고생이 많아

 

 아유

 

 [경묵의 감탄하는 신음]

 

 [경묵의 감탄하는 숨소리]

 

 (경묵)  좋다

 

 (장군)  거기서 뭐 하십니까?

 

 그냥 느껴 보는 거야

 

 (경묵)  7품이 되면 어떤 기분인가 하고

 

 좋네

 

 (시행)  저 자식 진짜 정떨어지게...

 

 저기요그 자리 주인 있거든요?

 

 사직 상소 냈으면 얘기 끝난 거지

 

 주인이 어디 있습니까?

 

 (서권)  그래도 손 대교님이 있는데  왜 현 대교님이...

 

 (경묵)  원래 승차의 세계는 냉정한 거야

 

 먼저 들어왔다고  꼭 먼저 올라가라는 법 있나?

 

 [경묵의 단호한 신음]

 

 형님한테 악의가 있는 건 아니니까

 

 너무 사적으로 받아들이지는 말고

 

 [길승의 코웃음]  ?

 

 [경묵의 만족스러운 숨소리]

 

 [다가오는 발걸음]

 

 (서권)  민 봉교님

 

 [경묵의 아파하는 신음]

 

 (경묵)  의자의자를 데우고 있었습니다

 

 우리 예문관이 은근히 또 추워요

 

 그렇죠?

 

 (시행)  너 이제 막  나보다 늦게 입궐하고 그런다?

 

 (우원)  죄송합니다

 

 [밝은 음악]

 

 위무 행록입니다

 

 (해령)  이번엔 정말로 열심히 썼습니다

 

 다시 한번 검토해 주십시오

 

 (우원)  그래

 

 구 권지

 

 잠깐...

 

 [이림의 따분한 숨소리]

 

 "녹서당"

 

 [이림의 따분한 신음]

 

 (삼보)  마마

 

 고작 하루 못 만난 거 가지고

 

 뭐 그리 시름이 깊으십니까?

 

 아주 상사병으로 드러누우시겠습니다?  [돌멩이가 퐁당 빠진다]

 

 (이림)  하루 못 만나서 그러는 게 아니라...

 

 됐어아무것도 아니야

 

 (삼보)  하여간 마마는  [돌멩이가 퐁당 빠진다]

 

 고 태도가 문제입니다태도가

 

 구 권지 말 하나행동 하나에

 

 아주 그냥 천당 갔다 지옥 갔다

 

 온탕 갔다 냉탕 갔다 하는 거요

 

 남녀 관계의 기본 수칙도 모르십니까?

 

 메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 밀고 당기기  - (최 나인엎어 치고 메치기

 

 걔한테 그런 이론 안 통한다니까?

 

 그리고 저번에  네가 알려 준 거 따라 했다가...

 

 (삼보)  이거는 그냥 단순한 이론이 아닙니다

 

 우리 민족의 탄생과 함께하는  영구불변의 진리요

 

 짝짓기 역사의 요점이라고요

 

 생각해 보십시오

 

 웅녀가 사람 만들어 달라고  찾아왔을 때

 

 환웅 천왕이 '그럴까?' 그랬으면

 

 무슨 매력이 있습니까?

 

 백 일 동안 마늘하고 쑥만 주면서  막 애타게 구니까

 

 사람 되자마자 눈이 딱!

 

 혼인 딱!

 

 자식 딱!

 

 (삼보)  그러니까 마마께서도  쉬운 남자가 돼서는 아니 됩니다

 

 알 듯 말 듯 오묘한 사내

 

 알쏭달쏭 어려운 사내

 

 아시겠습니까?

 

 (우원)  어제는

 

 내 보이지 말아야 할 모습을 보였다

 

 미안하다

 

 글쎄요?

 

 별로 미안한 표정이 아니십니다?

 

 (우원)  [당황하며]  ?

 

 실은 고마우신 거 아닙니까?

 

 (해령)  양 봉교님도 세자 저하도  어쩌지 못한 민 봉교님을

 

 저는 막 뛰쳐나가서 붙잡아 드렸는데

 

 (우원)  그건...

 

 그래

 

 고맙다

 

 에이무슨 감사 인사가  그렇게 싱겁습니까?

 

 좀 더 다정하게 한번 해 보십시오

 

 '고마워해령아이렇게요

 

 [아름다운 음악]  (우원)  ...

 

 [우원의 당황한 신음]

 

 내 어찌 너의 이름을...

 

 (해령)  왜요?

 

 다른 선진들은 가끔씩 이렇게  친근하게 이름도 부르고 하는데?

 

 한번 해 보십시오

 

 '해령아'

 

 '해령아'

 

 [쑥스러운 웃음]

 

 [헛기침]

 

 ...

 

 ...

 

 [해령의 어이없는 웃음]

 

 (해령)  아니아니  이 쉬운 걸 왜 못 하시는 겁니까?

 

 하여간 이 나라 사대부들은  그게 문제입니다

 

 (해령)  쓸데없는 권위 의식  수직적인 상하 관계

 

 그게 문제라고요진짜  [우원의 옅은 웃음]

 

 뭐 어려운 일이라고  그렇게 어려워하십니까?

 

 (삼보)  마마아무렇지 않은 척하십시오

 

 여기서 반응하시면 쉬운 남자...

 

 (이림)  구 권지!

 

 (우원과 해령)  대군마마

 

 [삼보의 못마땅한 신음]

 

 (이림)  따라오너라녹서당으로 가자

 

 (해령)  지금요?

 

 그래지금 당장

 

 (우원)  무엇 때문에 그러십니까?

 

 [흥미로운 음악]

 

 사관입니다

 

 부름을 받기 전에  그 연유를 먼저 들어야겠습니다

 

 [이림의 옅은 한숨]

 

 (해령)  먼저 들어가 계십시오

 

 얼른 다녀오겠습니다

 

 [미심쩍은 숨소리]

 

 [이림의 옅은 한숨]

 

 (해령)  민 봉교님 말씀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십시오

 

 까다롭게 굴려는 게 아니라

 

 저를 걱정해서 그러시는 겁니다

 

 그게 더 마음에 안 들어

 

 [이림의 한숨]

 

 (이림)  민 봉교 어떻게 생각해?

 

 (해령)  ?

 

 어떻게 생각하냐고그 사람

 

 따르고 싶은 분입니다

 

 훌륭한 선진이시고요

 

 정말 그게 다야?

 

 그 이상이길 바라세요?

 

 그럼 다른 사관은?

 

 (이림)  그 제일 어린 사관 있잖아

 

 그 사관은 어떻게 생각하는데?

 

 김치국 검열님은  그냥 귀여운 남동생 같죠

 

 (이림)  그럼 덩치 좋고 사람 좋게 생긴...

 

 (해령)  손 대교님은  [해령이 피식 웃는다]

 

 벌써 손주가 셋입니다

 

 (이림)  그럼 혹시 그 멀끔하게 생긴...

 

 (해령)  대군마마

 

 오늘따라 왜 그러시는 겁니까?

 

 뭐 저한테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으세요?

 

 [옅은 한숨]

 

 내가 널

 

 너무 모른다는 기분이 들어

 

 [애틋한 음악]

 

 그게

 

 싫어

 

 난 널 이렇게밖에 만날 수 없으니까  알 수가 없잖아

 

 녹서당이 아닌 곳에서  넌 어떤 모습인지

 

 누구와 어떻게 어울리는지

 

 너의 안중에

 

 내가 있기는 한 건지

 

 가족은

 

 오라버니 한 분이 계십니다

 

 나이 차이가 좀 많이 나는데

 

 저를 되게 많이 예뻐해 주세요

 

 (해령)  그리고 여가 시간에는

 

 서양에서 가져온 물건들  이렇게 구경하거나

 

 서책을 읽습니다

 

 특히 천문학 서책을 좋아하고요

 

 그리고 아시겠지만

 

 제가 염정 소설은  못 읽는 병이 있습니다

 

 소름이 돋거든요

 

 [해령의 옅은 한숨]

 

 (해령)  제가 청나라 간 건 여섯 살 때인데

 

 그때 아주 무지막지한 쌈닭이었습니다

 

 소국에서 온 계집애라고 놀려 대는데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도 한 여덟 명쯤?

 

 코피 터뜨리고 나니까  조용해지더라고요

 

 (해령)  [피식 웃으며]  물론 당연히 친구도 같이 없어졌지만요

 

 그리고

 

 저 마마께 거짓말한 적 있습니다

 

 나한테?

 

 어려서 오라버니 손을 잡고  산길을 넘었다는 거요

 

 그거

 

 거짓말입니다

 

 그런 적 없습니다

 

 왜 그런 거짓말을...

 

 다른 뜻이 있어서요

 

 (해령)  손잡아 드릴까요?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고요

 

 제가 어려서 산길을 넘을 때면  오라버니가 항상 손을 잡아 주셨거든요

 

 그럼 하나도 무섭지가 않았습니다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게 느껴지니까

 

 (해령)  [작게 헛기침하며]  오늘은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너무 한꺼번에 알게 되면

 

 더 이상 저를  궁금해하지 않으실까 봐요

 

 그건 저도 싫어서...

 

 [잔잔한 음악]

 

 그래

 

 가 보거라

 

 [옅은 웃음]

 

 [설레는 웃음]

 

 [풀벌레 울음]

 

 당분간 기별은 말라고 했을 텐데

 

 (최 상궁)  왜 이리 참을성이 없는 게야?

 

 마마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비밀스러운 음악]

 

 구재경이라...

 

 (대비 임씨)  사헌부 장령 구재경에 대해 알아보거라

 

 좌상 대감이?

 

 (길승)  상선 영감이랑 같이  내전 쪽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이 분위기가 딱  전하와 독대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시행)  잠깐만...

 

 (경묵)  차라리 다행 아닙니까?

 

 대전이었으면 민 봉교가  입시해야 된다 어쩐다

 

 난리를 피웠을 텐데

 

 내전으로 들어갔으니  저희가 입시할 길이 없지 않습니까?

 

 걔가 그렇다고 가만있을 인간이냐?

 

 (시행)  너희 민 봉교한테는  입도 뻥끗하지 말고 각자 할 일 해

 

 하루라도 좀 조용히 넘어가자제발

 

 (경묵과 길승)  

 

 (경묵)  아이깜짝이야

 

 뭘 조용히 넘어갑니까?

 

 (시행)  삶의 고비들을

 

 넘어가자?  [경묵의 헛기침]

 

 (우원)  ?

 

 [무거운 음악]

 

 (우원)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입시를 해야 한다

 

 (익평)  하면 그리하겠습니다

 

 (익평)  한데전하

 

 소신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혹 도원 대군에 대해서  신께 숨기는 것이 있으시옵니까?

 

 (내금위)  게 누구냐?

 

 [긴장되는 음악]

 

 [애잔한 음악]

 

 (재경)  만약에 누군가  너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

 

 (해령)  그 마음이 화가 된다면  마땅히 치르겠습니다

 

 (길승)  사관이 잡혀간 희대의 사건인데

 

 (장군)  진짜 지부 상소를 올릴 때입니다

 

 (이태)  내 이참에 그놈들의 버르장머리를  확 고쳐 놔야겠다

 

 우리는 역사를 사수하는 사관이다  [소란스럽다]

 

 (시행)  물러서지 마라!

 

 (최 상궁)  예문관 문을 걸어 잠그고  버티고 있다고 합니다

 

 제겐 하나밖에 없는 피붙이입니다

 

 (익평)  죄인일세내가 도울 게 뭬 있겠나?

 

 (해령)  여인에게 옥바라지해 주는 대군은  세상에 마마 한 분일 겁니다

 

 (이림)  대군을 이리 만드는 여인도  너 하나뿐이다

 

 그럼 내가 같이 가 줄게

 

 널 데리고 도망쳐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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